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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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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4일 00시 31분 등록
『노년』,
시몬 드 보부아르 / 홍상희 ․ 박혜영 옮김, 책세상

I. 저자에 대하여

시몬느 드 보브와르(1908 - 1986)

그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여성해방론자였다는 것이 전부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꼽힌 보브와르는 여성과 노인과 같은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성]은 출판 후 여성해방론자 즉 페미니스트를 만들어냈다.

1970년 출간된 [노년]을 보면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소외계층은 보브와르가 지켜줘야했던 대상이었다. 세계사적으로 여성과 노인이 학문의 대상으로 태어난 것은 그녀의 노력덕분이다.

그녀에 대한 여러 이야기 중에 프랑스의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녀는 사르트르와 동문수학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지금도 그녀의 학문에 대해 사르트르의 영향력 하에 두려는 폄하가 있는데 그것은 모함인 것 같다.

참으로 죄송하게도 저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여러 가지 자료를 보았지만 그녀를 잘 나타낸 것을 찾지는 못했다.
다음 글은 인터넷에서 따온 글이다.

시몬드 보부아르는 1908년 1월 9일 프랑스 파리 라스파유 거리의 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변호사인 아버지 조르주 베르트랑 드 보부아르 밑에서 심한 저항감을 느끼며 사춘기를 보낸 그녀는 이러한 경험을 나중에 작품 속에 생생히 재현했다. 후에 계약 결혼을 하게 될 철학자이자 소설가 사르트르는 소르본 고등사범학교에서 교수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 만났다. 교수 자격을 얻었을 때 사르트르가 수석, 보부아르가 차석이었다. 그들은 졸업하면서 그 유명한 계약 결혼 생활 에 들어갔다.

작가이자 여성해방 운동가였던 그녀는 이론적인 증명을 위한 창작 경향을 보였던 사르트르와 달리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1960년대 여성해방문학의 고전이 된 『제2의 성』은 ‘영원한 여성다움’의 신화를 타파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드러난 평론으로 아직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소설 『초대받은 여자』와 공쿠르상을 수상한 『레 망다랭』, 『대장정 : 중국에 관한 에세이』 『미국에서의 나날』 등의 여행기와 여러 권의 철학서도 있다. 『얌전한 처녀의 회상』 『나이의 힘』 『사물의 힘』 『결국』 등의 자서전은 개인적인 흥미를 넘어 193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 세대 프랑스 지식인들의 생활을 분명하고 힘차게 묘사했다. 『노년』은 노인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통렬하게 비판한 책으로 1970년 파리에서 첫 출간되었다.


II. 내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서론
사람들이 노인에게 요구하는 그들 자신의 승화된 이미지, 그것은 백발의 후광에 싸인 경험이 풍부하고 존경할 만한 인간, 인간 조건을 저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현자이다. 그런 이미지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되면 노인들은 형편없이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11p

늙는다는 것보다 더 자명하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없다. 그러나 또한 그것보다 더 예상외인 것도 없다. 12p

젊거나 혹은 한창 나이일 때 우리는 붓다처럼, 우리의 내면에 이미 미래의 노인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현재의 우리와 우리는 노년기를 갈라놓고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길어서 우리 눈에는 그것이 영원으로 착각되는 것이다. 13p

한 인간이 인생의 마지막 15년 또는 20년 동안 인수를 거절당한 불량품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살은 우리 서양 문명의 실패를 나타낸다. 16p

머리말

미국의 노인학 의사인 랜싱 Lansing 씨는 노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노화란 보통 시간의 흐름과 관계가 깊으며, 성숙기 이후 뚜렷해져서 마침내는 확고부동하게 죽음에 이르는 불리한 변화의 점진적인 과정이다.” 20p

제1장 노화와 생물학

인간의 노쇠를 생리학적으로 특징짓는 것, 테스트랑 박사는 그것을 ‘세포 조직들의 부정적인 변모’라고 부른다. 신진 대사 상으로 활동하는 조직의 수는 줄어드는 반면 부동 상태에 있는 조직 수가 증가한다. 38p

누가 내게 63세 된 여자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여자는 건강을 아주 잘 유지했고, 치료받고 있는 심한 통증들을 용케 잘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인턴이 경솔하게 그녀에게 결코 치유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버린 후 그녀는 단번에 20년이나 늙어버렸고, 통증도 더 심해졌다고 한다. 46p

몽테스키외는 이러한 정신과 신체의 불일치를 통탄했다. “불행한 인간 조건이여! 정신이 겨우 성숙한 지점에 다다르면, 육체는 쇠약해지기 시작하는구나!” 46p

정신이 균형과 생기를 보존하는 한, 보통 노인은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신체적 건강은 정신이 낙오될 때 망가진다. 반대로 생리적인 삶이 심각하게 저하되면 지적 능력의 장애가 온다. 47p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의 경우 60세 이후에는 어휘가 빈곤해진다. 그러나 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어휘력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때로는 더욱 풍부해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제 것으로 잘 받아들인 지식이나, 어휘력, 단어와 숫자들에 대한 단기 기억력이나 장기 기억력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요컨대 개인에게는 유동적이고 적응성이 강한 잠재 능력과 이미 습득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진 결정화(結晶化)된 부분이 있는데 전자는 노후하며, 후자는 노후하지 않는다. 50p

제2장 민족학적 자료들

많은 집단들에서 맑고 강건한 정신을 유지하는 노인들은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늙고 노망든 노인은 제거된다. 72p

노인들은 존경도 받았고 중요한 역할도 맡았다. 그러나 나이가 너무 들면 사르트들은 “그들을 갓난아기처럼 요람에 잡아 묶어두고 그들을 잠재우기 위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고 서사시에 씌어 있다. 78p

알류트인들은
천수를 다한다는 것은 후손들에게 커다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고령의 노인들은 젊은이를 가르친다. 각 마을에서는 한두 명의 노인들이 청년들을 교육시킨다. 설사 노인이 허튼 소리를 해도 존경심을 가지고 귀담아 듣는다. 노인들은 - 일, 월을 가리키는 성냥의 자리를 바꾸어 - 달력을 감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나이 든 여자들은 병자들을 간호한다. 사람들은 노파들을 신뢰한다. 전체적으로 봐서 경제력과 효성 사이에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부모들이 그들의 자식들을 잘 먹일 수 있고 또 그들을 돌볼 수 있는 여가를 가질 만큼 자연은 충분한 자원을 제공한다. 그래서 자식들은 늙은 부모가 아무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한다. 84p

조상은 자손들의 지붕 밑에서 살고 있는 친절한 영혼이며, 자손들이 그에게 제사를 올릴 경우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영혼인 것이다. 의식과 제물을 주관해야 하는 사람은 노인이며, 사람들은 이러한 의식을 통해 그를 존경한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선조와 가깝고, 자기 차례가 되면 곧 이어 선조가 될 노인에게, 사람들은 신성한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혈통은 그 사람을 통해 육화된다. 107p

행복하게 자란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 늙은 부모에게 잔인하게 대하는 경우는 단 한 건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은 오지브와의 경우다. 109p

농경민이건 유목민이건 간에 자원이 부족한 사회에서 가장 흔히 관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노인들을 희생시키는 방법임을 추론할 수 있다. 110p

노인은 필요하다. 또한 위험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마술적 힘은 자신에게 유익하게끔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이러한 양면적 가치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죽음에 가까워진 그들은 초자연적 세계에도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111p

장수는 때때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장수는 일생을 현명하게 영위할 줄 알았다는 것을 증명하며, 그래서 하나의 모범이 되는 것이다. 112p

노인은 전통의 보유자, 초자연적 힘에 대한 중개자와 보호자로서 시간을 초월하여 현재 집단의 결속을 보장한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아이들을 그 집단 속에 통합시키는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도 흔히 노인이다. 복잡한 정치 기구를 가지고 있는사회의 경우 그 정치 제도가 잘 운용되도록 보장해주는 사람 또한 노인이다. 노인만이 족보를 기억하고 있어 그 사회 속에서 각 개인이나 각 가정의 합당한 위치를 지정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114p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의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에 관한 역사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120p

노인들의 문제는 엄밀히 말해서 활동하고 있는 성인들의 문제이다. 활동하고 있는 성인들은 자신의 실제적인 이익과 이데올로기적인 이익에 따라, 그들보다 앞서 활동했던 퇴역들에게 합당한 역할을 결정해버린다. 121p

공자는 노년을 지혜의 소유와 동일시함으로써 정신적으로 노인의 권위를 정당화했다. “15세에 나는 지혜를 공부하는 데 열중했으며, 30세에는 지혜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40세에는 더 이상 의혹이 없었으며, 60세에는 이 세상에서 나를 심히 놀라게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70세에는 마음의 욕망을 따라도 도덕을 위반함이 없었다.” 124p

"청춘이 사라지면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가정의 파괴, 가난, 자식들의 죽음, 시체 불수 등 수많은 불행들이 인간의 영혼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제우스에게서 넘치도록 불행를 받지 않는 자는 아무도 없다.“ 137p

기난긴 원정 끝에
이제 재정 능력도 없이 남겨진 우리는
낡은 육신,
어린애 같은 기력의
지팡이를 길잡이 삼아 우리는 살아가네.
가슴 가득히 젊은 수액이 들끓으나
샘솟자마자 그 수액은 늙어버리는 듯하네.
전쟁의 신 아레스의 자리는 여기에 없네. 늙은이란 무엇인가?
그의 나뭇잎들은 바싹 말라가고
고되고 긴 길을 세발로 걸어가네.
대낮의 꿈처럼, 이리저리 헤매네. 141p

에우리피테스
노년의 모든 것이 다 멸시할 것은 아니란다.
내 아들 에테오클레스, 경험이란 분명한 자기 의견을 갖고 있으니
그 말은 젊은이들의 말보다 훨씬 더 현명하단다. 143p

아리스토파네스
“너무 오래 사는 사람은 염증을 느끼고 죽는다. 그의 노년은 고통스러우며 돈도 궁하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적들뿐이다. 모두들 그에 대한 음모를 꾸민다. 제때에 가버리지 못하면 아름다운 죽음을 맞지 못하는 것이다.” 148p

"오 노화여, 너는 인류의 적, 모든 형태의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것은 바로 너, 너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사지를 무겁게 축 들어뜨리며, 신속함을 느릿느릿함으로 변모시키느니.“
“장수란 고통스러운 일. 오, 무겁기 한량없는 노년이여! 인간들에게 좋은 점이라곤 하나도 없이 너는 고통과 아픔만을 아낌없이 가져다주는구나. 아 그러나, 우리는 모두 네게 다다르기를 바라고, 거기까지 이르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을.” 149p

프루타르코스는 노년을 서글픈 가을에 비유한다. 그는 “가을은 한 해의 운행을 마치는 노년과도 같다. 습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나 열기는 사라지거나 약해졌으니 추위와 메마름의 신호인 가을은 육신을 쉽게 병들게 한다. 그러니 영혼이 육신의 이러한 경향을 동정하고, 또 정신이 무거워지고 방해를 받아 예지력이 어두워지고 입김으로 온통 흐려진 거울처럼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까?”라고 쓰고 있다. 155p

키케로 《노년론》
“극단적인 가난 속에서는, 심지어 현자라 할지라도 노년은 견딜 수 없는 것이다”라고 키케로는 인정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원로원의원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키케로가 여기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원로원 의원들이다. 키게로는 나이가 사람의 능력을 상실시키기는커녕 증가시킨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165p

그는 “노년에 관해 내가 가장 한탄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이제 자기는 젊은이들에게 추악한 존재라고 스스로 느낀다는 것이다” 165p

특권을 누리는 자들은 이 찬사들 속에서 진실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신이 나서 세기에 세기를 거듭하여 이런 찬사들을 되풀이해왔다. 학자의 객관적인 관점은 이와 매우 다르다. 원로원 의원 플리니우스는 주저 없이 다음과 같이 쓰면서 자기가 하는 말이 확실한 진리라고 믿는다. “인생의 짧음은 틀림없이 자연의 가장 큰 은혜이다. 감각들은 무디어지고, 사지는 둔해지고, 시각, 청각, 두 다리, 심지어 치아들, 그리고 소화 기관들은 우리보다 죽음을 미리 알아차린다.” 168p

여자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남자들에게서도 고령의 노인들은 아주 드물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서민층에서는 고령의 노인들을 사실상 찾아볼 수 없었다. 생활 조건으로 볼 때 농부들에게는 30세가 이미 고령이었다. 청춘의 샘물의 좋은 점들을 과장하여 노래하는 13세기의 어느 우화시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늙어 머리가 하얗게 센 남자도 없을 것이다.” 191p

단테는 인간의 삶을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활 모양의 선에 비교하는데, 그 선은 하늘의 정점까지 올라가서는 거기서부터 다시 내려온다. 절정은 35세에 위치한다. 그 후 인간은 천천히 기울어 쇠한다. 45세부터 70세까지가 노년의 시기이다. 이후는 고령이다. 현명하기만 하다면 이 마지막 시기는 평화로운 시기이다. 199p

비겁하고, 병약하고, 기력 없고,
늙고, 탐욕스럽고, 말도 잘 못하는 자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미친 여자, 미친 남자들뿐이니
진실로 종말이 다가오고 있나니.......
모든 것이 잘못되어가고 있나니....... 204p

결국 늙은 여인은 죽은 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시고뉴 Sigogne 는 이렇게 쓰고 있다.
투명한 가죽을 통해
해골이 다 보이는
숨쉬는 미라.

살아 있는 죽음의 초상, 삶의 죽은 초상
색깔 없는 썩은 시체, 무덤의 유해
까마귀가 달라붙는 파헤쳐진 해골.......

16세기에는 거의 이런 이야기들밖에 없었다. 213p

"오래전부터 나는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조금도 현명해지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와 이후의 나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어느 때의 내가 더 나을까? 나는 무어라 말할 수가 없다. 만약 우리가 발전해나가기만 한다면 늙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늙는다는 것, 그것은 비틀거리는 어지러운 술꾼의 불안정한 움직임, 혹은 바람이 제멋대로 조종하는 막대기일 뿐이다.“ 225p

생테브르몽
“내 나이에 가장 서글픈 것은 희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희망은 가장 달콤한 열정이며 우리가 유쾌하게 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는 열정이다.” 249p

"늙은 사람이 아직도 사랑하다는 사실에 당신은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것은 아니지요. 바보같이 감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것이니까요....... 노인에게 남아 있는 가장 큰 기쁨은 산다는 것입니다. 사랑만큼 그들에게 삶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없습니다....... ‘나는 사랑한다. 고로 존재 한다’는 아주 생생한 결과입니다. 이것을 통해 젊은 시절의 욕망을 회상하고 때로는 아직도 젊다는 상상에 빠지기까지 하지요“라고 그는 쓰고 있다. 249p

착취 계층을 보는가, 피착취 계층을 보는가에 따라서 노년이라는 단어는 매우 다른 두 가지 현실을 말한다. 전망을 왜곡시키는 것은 노년에 관계되는 사색들, 작품들과 증언들이 항상 상류층의 조건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오로지 상류층만이 이야기를 한다. 19세기까지 그들은 단지 자신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300p

쓸모없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 이 시대의 노인들의 운명은 원시 사회의 노인의 운명과 흡사했다. 노인의 운명은 본질적으로 그들 가족에 달려 있었다. 애정 때문에, 혹은 이목이 두려워서 어떤 사람들은 노인들을 염려하거나, 적어도 올바르게 그들을 대우했다. 하지만 흔히 사람들은 노인들을 소홀하게 대했고, 양로원에 버리거나 집에서 내쫓아버렸으며, 심지어는 남몰래 죽이기도 했다.
지배 계층은 이러한 비극들을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가난한 노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항상 보잘것없었다. 19세기부터 노인들의 수가 증가했다. 지배 계층은 그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절대적인 무관심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지배 계층은 노인들을 과소평가해야 했다. 게다가 노년이라는 개념에 반대 감정의 양립을 가져온 것은 세대간의 갈등보다도 계층간의 투쟁이었다. 302p

제4장 현대 사회에서의 노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조부모를 좋아한다. 이는 어른들이 그들에게 노인을 존경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층 계급에서는 아이들이 조부모를 웃음거리로 삼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모든 어른 세계에 대한 복수를 이 실추된 존재, 노쇠하고 기괴해진 노인에게 퍼붓는다. 310p

나이가 들면 증가하는 것
감식력 / 리듬의 규칙성 / 요령 / 시간엄수 / 면밀하고 주의 깊은 집중 / 열성 / 규율 / 시중함 / 인내심 / 제한된 작업

나이가 들면 감소하는 것
시력과 청력 / 손의 힘과 정확성 / 견고성과 유연성 / 리듬의 신속성 / 기억력, 상상력, 창조력, 적응력 / 폭 넓은 주의력 / 민활성 / 에너지 / 주도권 / 역동성 / 사회성 323p

헤밍웨이는 이렇게 썼다. “어떤 사람에게 있어 최악의 죽음은 자기 삶의 중심, 진실로 그를 현재의 그로 만들어주는 것을 상실하는 것이다. 퇴직이란 말은 모든 말 중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단어이다. 자발적으로 선택하든, 혹은 운명적으로 강요당해서이든 퇴직한다는 것, 우리를 현재의 우리로 만들어주는 일을 포기한다는 것, 그것은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366p

권태, 평가 절하의 감정이라는 특징들은 뉴필드 재단이 런던 서부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두드러진다. 아직도 몇 가지 사소한 일들을 하고 있는 70세의 한 퇴직자는 우울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 구석에 처박혀 남들이 일하는 걸 바라보아야 하는 지경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조건에 있는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백 살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늙으면 일이 공허함을 메워줍니다. 예정에는 쉴 날을 기다리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일하는 것이 기쁩니다. 일이 공허함을 채워주거든요” 374p

모든 차원에서 해가 되는 무기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노인이 자기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377p

노인에게 계속해서 일하기를 원하느냐, 은퇴하기를 원하느냐 물었을 때 그들이 내놓은 답변이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들이 언제나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일하기를 원하는 경우, 그 이유는 가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고, 일을 그만두기를 바라는 경우, 그것은 건강관리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삶의 양식 중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러운 긍정적인 해결책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들은 일 속에서도, 여가 속에서도 성취감을 찾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어느 것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385p

노인이 처하게 되는 상황에서 가장 절망적인 측면 중 하나는 그가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무력하다는 것이다. 387p

제2부 세계 속의 존재

노년을 언급함에 있어서 우리가 접했던 숱한 상투적인 말들은 노년이 역사를 넘어서는 하나의 현실임을 보여준다. 391p

제5장 노년의 발견과 수락 : 육체의 산 경험

남들을 통해서 보게 되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를 전율케 한다. 우리로 하여금 그 모습을 나 자신으로 인정하도록 내면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때문에 말이나 행동으로 그 모습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거부 자체는 일종의 승인의 형태인 것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여자다운 아름다움에 걸었던 여자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선택이다. 409p

노인이 자신의 노년을 싫어하면, 자기 모습을 대하면서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정치적으로 실추하고, 명성도 사라져버린 샤토브리앙은 자신의 노년을 증오했다. 그는 “노년이란 일종의 파산이다”라고 말했다. 414p

미켈란젤로
예전에 우리 두 눈은 거울이 빛을 반사하듯
완벽하게 빛났었지.
그러나 지금은 텅 비고, 혼탁하고, 침침한 두 눈.
시간이 가져다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417p

노쇠의 악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며, 누구도 거기에서 제외될 수 없다. 그러나 노쇠 상태의 악화가 부분적인가 혹은 전체적인가, 완만한가 혹은 급속한가, 존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가 혹은 미미한가는 많은 요인에 달려 있다. 상황이 자유의 여지를 허락하는 특권 계층에게 있어 이 문제는 그 당사자가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책임지는가 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421p

성생활은 생활이 부유할수록 행복할수록 그만큼 더 연장된다. 나르시스적 자기만족에 의해 성생활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눈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순간부터 성생활을 중단한다. 451p

제6장 시간, 활동, 역사

아리스토텔레스 그는 《블록노트》에 다음과 같이 썼다. “늙은 남자는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가지 못하지만, 비밀스레 그 시절로 되돌아가 작은 목소리로 엄마를 불러보는 기쁨을 즐긴다.” 지나간 옛날에 대한 이러한 편애는 대부분의 노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성이다.“ 506p

"과거가 살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이다“라고 사르트르는 지적한다. 506p

“노년의 추억들은 집이 무너진 개미들과 같아서, 어느 하나의 추억도 오랫동안 쫓을 수 없다”라고 모리악은 썼다. 그리고 헤르만 브로흐는 이렇게 썼다. “추억들이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고 여러 번 되풀이하다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그것들은 얼마나 불안한 것들인가! 아! 우리의 삶은 얼마나 깊은 망각의 심연 위에 세워져 있는가? 얼마나 먼 거리를 두고 이제는 추억도 아닌 추억을 상기시켜야 하는가!” 509p

청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의 평가가 달라지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어떤 나이에 든 사람에게는 언제나 같은 크기와 형태로 축소된 자기의 삶, 뒤돌아볼 인생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뒤돌아보는 과거 20년은 60년과 맞먹는다. 그래서 시간의 단위들은 다양한 길이를 갖게 된다. 다섯 살 때의 한 해는 50세 때의 한 해보다 열배나 더 길게 느껴진다. 분명, 이것은 명확한 계산이 아니다. 즉흥적인 인상이다. 게다가 젊은이들에게 기억은 지나간 한 해를 많은 세부 사항들과 함께 광대한 공간에 펼쳐 되살려준다. 그렇게 때문에 젊은이들은 다음 해에도 똑같은 시간의 길이를 부여한다. 반대로 나이가 들면 사물들은 우리에게 거의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지 않는다. 525p

아인슈타인은 말하기를 “그의 말년에 있어서 이러한 상황은 이론 물리학이 겪었던 유달리 많은 진보로 더 악화되었다.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들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거기다가 새로운 사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커져만 갔다. 그것은 50세를 넘은 사람이 언제나 대면해야 하는 어려움이었다.” 550p

살아가는 자가 아니라, 살았던 자의 흔적처럼 남아 있는 생존자, 그는 타인의 눈에는 이미 집행유예 상태에 있는 일종의 죽은 자이다. 그러나 그 자신도 자기를 그런 식으로 볼까? 그는 자신의 임종이 다가옴을 어떻게 느낄까? 613p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노인도 삶과의 관계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다. 문제는 바로 살려고 하는 의지이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 하나있다. 즉 삶을 끝장낸다는 말이다. 죽음을 바란다는 것, 혹은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긍정의 의미이다. 즉 삶을 끝장내기를 바라거나, 혹은 삶을 끝장내기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노쇠가 점점 심해짐에 따라 삶이 점점 더 견딜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617p

제7장 노년의 일상생활

80세의 클로텔은 그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 “어제, 하고 어떤 이는 한숨을 쉰다. 또 어떤 이는 내일은, 하고 한숨을 쉰다. 그렇지만 오늘이라는 말의 절대적이며 부인할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 찬란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년에 도달해야한다. 그때가 되면 어떤 이들은 단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624p

스탕달은 《로마에서의 산책》에서 이렇게 한탄한다. “슬프도다! 모든 학문은 한 점에 있어서 노년과 흡사하다. 최악의 증상은 노년의 삶에 대한 앎이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열광하는 것을 막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미친 듯이 행동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탈리아를 다 보고 나서 나폴리의 레테 강을 찾아 모든 것을 잊고 싶다.” 626p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과거 속에 현재가 삼켜져버리는 것을 주앙도 역시 체험했다. “늙어감에 따라서 모든 것은 추억의 형태를 취한다. 심지어 현재조차 그러하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조차 이미 지나버린 과거로 간주한다.” 627p

만약 노인이 자신의 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을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줄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설사 노인이 자기 주위의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목표의 부재는 그의 삶을 어둡게 만든다. 1941년 9월 19일 지드는 다음과 같이 쓴다. “더 이상 목표는 없고, 여가에 온통 얽매여 있는 영혼은 권태롭다.” 642p

습관을 유지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소유물에 애착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656p

"사람이 신경쇠약 환자가 되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동일화 속에서 타인과의 좋은 관계, 그리고 만족스러운 내적 안정감을 찾을 수 없을 때“이다. 690p

모든 우울증 환자들은 죽음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제 자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완전히 사라져버리기를 원한다. 미래가 그들에게 제안하는 유일한 전망은 죽음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 죽음이 가능한 한 가장 빨리 그들에게 다가오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자살의 유혹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도 많다. 676p

제8장 노년의 실례들

노인이 죽을 때까지 자신이 세운 계획들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행운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계획에 부여하는 가치도 적어져서 거기서 얻는 기쁨도 적다. 715p

프로이트
1925년 10월 11일 그는 피슈터에게 이런 편지를 써다. “힘들게 부지런히 한 일생을 살아온 후에는 보통 그렇듯이, 이제 나는 지쳤습니다. 이제 나는 마땅히 휴식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도 오랫동안 함게 잘 버텨왔던 신체 조직의 요소들이 하나씩 떨어져나가고 있습니다. 누가 이것들을 강제적으로 좀더 오랫동안 한데 모아놓겠습니까?” 730p

1926년, 그는 미국인 비렉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늙은 후, 삶을 더 불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쩌면 신들의 관대함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가 지고 있는 수많은 짐보다는 차라리 죽음이 견딜 만한 것으로 여겨지니까요.” 731p

1935년 5월 2일 그는 츠바이크에서 이렇게 써다. “내 마음대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된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없습니다....... 아니면 이것이 노년의 불모성을 위장하는 핑계로 쓰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5월 16일에는 루이에게 이런 편지를 써다. “내가 아직도 무엇인가를 창조해낼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럴 여유도 없습니다. 그토록 내 건강을 보살펴야 한답니다.” 1936년 1월 6일 비트코프스키에는 이렇게 써다. “나의 생산능력은 고갈 되었습니다. 그 능력이 다시 돌아오기에는 정말 너무 늦었습니다.” 733p

1937년 10월 17일 그는 츠바이크에게 이렇게 썼다. “당신이 말했듯이 나는 내 직업을 내뒤에 남겨놓았습니다. 후대가 그것을 어떻게 심판할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 자신도 거기에 대해 그리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즉각적인 미래는 나의 정신분석학에도 어둡게 보입니다. 어쨌든 아직도 내게 남은 살아야 할 몇 주 아니면 몇 달 동안, 내게는 기쁜 것은 아무것도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734p

결론

노년은 인간의 삶이 필요불가결한 결론이 아니다. 그것은 사르트르가 “우리의 우연의 필연성” 이라고 부른 것도 아니다. 하루살이처럼 많은 동물들은 쇠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번식 후에 죽는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 조직은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쇠퇴한다. 그것이 경험적이며 보편적인 진리이다. 그것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노쇠는 개인의 활동의 축소를 가져온다. 흔히 정신적 능력의 감퇴와 세계에 대한 개인의 태도의 변화를 수반한다. 755p

사실 우리가 삶에 대립시켜야 하는 것은 죽음보다 차라리 노년이다. 노년은 죽음의 풍자적 모방이다. 죽음은 삶을 운명으로 변환시킨다. 어느 면에서 죽음은 삶에 절대의 차원을 부여함으로써 삶을 구원한다. “마침내 영원은 그를 그의 내면에서처럼 바꾸어놓는다.” 죽음은 시간을 소멸시킨다. 756p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계획에 들지 않는다. 성장하고, 성숙하고, 늙고, 죽는다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숙명일 뿐이다.
노년이 우리의 이전 삶의 우스꽝스러운 하찮은 모방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해결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목표들을 계속하여 추구하는 것이다. 757p

노쇠가 시작되는 나이는 언제나 그 사람이 속해 있는 계급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오늘날, 광부는 50세에 벌써 끝난 인간이지만, 특혜자들 중에는 많은 이들이 80세에도 경쾌하게 지낸다. 노동자들의 사양길은 더 일찍 시작되고,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된다. ‘생존’ 기간 동안에도 손상된 그의 몸은 질병과 불구에 시달리게 된다. 다행히도 자기 건강에 유의해온 노인은 죽을 때까지 거의 그대로 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758p

건강과 명석한 이성을 보존한다 해도 은퇴한 사람은 권태라는 끔찍한 재앙에 시달리게 된다.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박탈당한 은퇴자는 다른 어떤 영향력도 회복할 수 없다. 자기 일이 없는 여가란 자주성이 상실된 것이기 때문이다. 육체노동자는 시간을 죽일 소일거리조차 찾아내지 못한다. 음울한 나태는 결국 무감각 상태에 이르게 되고 그것은 남아 있는 신체적 정신적 균형마저 해치게 된다. 759p

만약 문화가 일단 습득된 후에는 곧 잊혀지는 무기력한 지식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살아 있는 것이라면, 만약 인간이 문화를 통해 자기 주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또 그 영향력이 해를 지남에 따라 완성되며, 또 거듭나는 것이라면, 인간은 어떤 나이에나 내내 능동적이며 유용한 시민을 것이다. 760p

노인들의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되면, 우리는 단지 좀더 전반적인 ‘노인 정책’, 노인 연금의 인상, 위생적인 양로원, 노인들을 위한 조직적인 여가 등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체제 전체가 이 문제를 맞물려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요구는 근본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761p


III. 내가 저자라면

나는 두꺼운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책은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꺼운 책은 읽기도 전에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년]은 연구원 과정이 아니었으면 읽어보지 못했을 책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내 마음은 바뀌었다. 시간의 문제로 그녀의 책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 책은 점점 더 고령화 되어가는 많은 나라에 도움을 줄 것이다. 1970년대 프랑스 상황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그녀는 역사, 사회학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전체적인 책 내용은 마지막 ‘해설’ 부분을 인용하였다.

1부에서는 노년을 과학적인 관점과 역사, 사회학적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진화 모습과 노년을 연결한 것은 대단한 노력이다. 그 많은 양의 예화들을 어떻게 수집할 수 있었는지 그것이 궁금할 정도로 방대하다. 노년에 대해 학문적으로 또는 보다 심도 깊은 연구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1장은 ‘노화와 생물학’을 2장은 ‘인종학적 자료들’을 고찰했다. 인종별로 많은 국가와 부족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부족들이 하나같이 노인에 대한 대우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것이 먹고 사는 문제와 결부되었을 때, 그들을 죽임으로써 해결할 수 밖에 없었던 모습에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3장 ‘역사 사회에서의 노년’에서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노인의 조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었다. 10세기 전후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기록에서 얻어낸 방대한 고증이다. 4장에서는 ‘현대 사회에서의 노년’을 다뤘다.

2부에서는 노인이 스스로 노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준다. 1부에서 마찬가지로 수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노인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있다. 5장에서 보부와르는 ‘노년의 발견과 수락 : 육체의 산 경험’이라는 제목으로 노년에 관한 여러 경우를 예를 든다. 이러한 예는 괴테라든지 톨스토이, 세비네 부인 등 유명한 문인들이 그들의 글 속에 남긴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6장 ‘시간, 활동, 역사’에서는 문인, 음악가, 화가, 조각가, 정치인들의 내적 체험을 바탕으로 노인이 느끼는 시간과의 관계, 활동, 역사와의 관계를 살펴본다. 7장 ‘노년과 일상생활’에서는 때로 불합리한 노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노인들의 심리적 특성과 그 원인을 분석한다. 8장 ‘노년의 실례들’에서는 미켈란젤로나 베르디 등 죽을 때까지 자기 일을 계속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내면적으로 노년의 자기 인생을 어떻게 느꼈는가를 살펴본다.

방대한 자료가 참 인상적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쓰면서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책이다. 그 내용을 떠나 노년에 대한 보부와르의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더욱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몇 개의 인용 자료로도 책을 쓰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녀가 그동안 쌓아온 자료의 양보다도 훨씬 더 폭넓은 자료로 ‘노년’을 깊이 파고 들었다.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책을 읽는 초기의 마음이었다. 유럽 전 시대에 걸친 문인들이 등장한다. 그것은 이름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 작품 속에 녹아져 있는 노인의 모습을 싹쓸이 했다.

간결한 결론
그녀는 5페이지 분량의 결론을 내기 위해 750페이지 가량의 지면을 먼저 할애했다. 산고의 고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큰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난 아이의 모습으로 결론이 다가 왔다. 결론 부분을 책의 앞머리에 올려놨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결론 5페이지 속에 보브와르가 이야기하려는 핵심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간결한 결론이다. 시대가 격고 있는 노년 문제에 대해 그녀가 결론내린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쉬운 점 :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간결하고 강력한 결론이었다. 그러나 문제제기 이외의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 물음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전체적인 내용이다. ‘노년’에 대한 지난 과거의 상황은 몇 가지의 고찰로 충분하다고 본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의 문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노년]은 지극히 현학적이다.

“노인들의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되면, 우리는 단지 좀더 전반적인 ‘노인 정책’, 노인 연금의 인상, 위생적인 양로원, 노인들을 위한 조직적인 여가 등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체제 전체가 이 문제를 맞물려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요구는 근본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761p

이 문단이 그녀가 이야기한 현재 이야기의 전부다.

어떠한 삶으로 변화시켜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 변화시켜야 한단 말인가?

저자는 지난 과거에 너무 몰입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 이정도 분량의 책이라면 1/3 가량은 미래에 가치를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껴본다.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P *.101.22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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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24 00:45:55 *.36.210.80
점점 차분해지는 리뷰를 느껴요. 바쁘고 힘들었지요? 늘 꾸준히 성실하게 해 나가는 모습이 좋아요. 고생 많았어요. 좋은 결과 바랄께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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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3.24 01:03:16 *.101.223.142
감사합니다. 써니누님
지금 머리 가죽이 한거풀 벗겨지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로 이번 주말을 활용할 수 없어서 사실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많은 성원해주셨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이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감사합니다. 4월에 잔기울일 수 있는 영광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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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2008.03.24 22:30:12 *.109.192.214
"... 이번 주말을 활용할 수 없어서 사실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이 정도라고요?
- '내가 저자라면'의 후반부 정교한 비평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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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3.25 06:04:45 *.140.155.61
현웅동상.

꿈벗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와중에 언제 또 이런 일을 해냈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던 소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작은기업 작은 조직에게 더 큰 희망을

"소기업을 자기경영 컨설턴트" 홍현웅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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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
2008.03.28 23:23:03 *.231.19.133
오빠, 놀랍고, 대단하다... 정말...호식오빠 말대로, 언제 다 했어?
나의 하루 24시간이 오빠에겐 48시간인가봐...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대단하겠지? 멋져요...앞으로의 긴레이스에서 가끔 쉬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오빠답게 성실하고 풍요롭게(?) 완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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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3.29 07:28:27 *.117.68.202
감사합니다. 김용빈님. 저자의 노력에 비평을 할 수 없었습니다.^^

호식이형, 미카엘라 고마워. 이렇게 찾아줘 응원을 해주니. 힘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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