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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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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3일 23시 31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조셉 캠벨. 그는 지독히도 한결 같다. 매번 다른 책을 읽지만, 그에 대해서는 매번 다른 것을 느끼고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지독히도 한결 같은 사람, 그러기에 한없는 믿음이 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번 그의 소개를 할 만한 꺼리를 찾아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조셉 캠벨이 되어 보기도 하기도, 그를 앞에 놓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젠 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번엔 그의 어린 시절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어린 시절 그의 영혼을 매료시켰던 것들의 흔적이나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통해 그의 과거를 돌이켜 보고,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비교신화학에 대해 알아 보았다.

* 와일드 웨스트 쇼의 포스터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만든 버팔로 빌의 와일드 웨스트 쇼. 이 쇼에 등장한 인디언의 모습들은 그를 평생 신화학자로 살도록 만든 불꽃이 되었다.

버팔로 빌은 연방기병대장 역을 맡은 윌리엄 코디 (William F. Cody)의 별명이다.

* 윌리엄 코디의 사진과 포스터




조셉 캠벨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인디언에 대해 더 흥미를 갖게 되었다.

* 인디언 포스터


* 그가 봤던 와일드 웨스트 쇼의 공연 장면






* 조셉캠벨이 어릴 적 보았을 뉴욕자연사 박물관의 토템 기둥들




조셉 캠벨의 천복 - 비교신화학 (Comparative Mythology)

비교신화학은 세계의 여러 다른 문화화 민족의 신화를 비교하여 신화의 발생, 기능 및 그것들 사이의 공통점을 연구하는 인문과학의 한 분야이다. 또한 비교종교학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조셉 캠벨은 그의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발표와 함께 현대 비교신화학의 선구자로 추앙받고 있다.

본격적인 비교신화학이 태동하기 전, 근대적 신화의 해석은 유헤머리즘(Euhemerism)으로 대표될 수 있다. 이는 유헤머러스(Euhemerus)라는 스콜라 철학자 의해 시작된 이론으로 역사적인 영웅들을 신격화하여 이들을 신의 기원으로 추정하는 것이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은 신격화된 인간일 뿐이며, 인류 역사 초기의 영웅들을 신격화한 존재라는 주장이었다. 당대의 스콜라 철학자들은 유헤머리즘(Euhemerism)을 신들의 기원에 대한 독단적인 설명으로 치부하며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의 시도는 일부 긍정적으로 생각되었다

비교신화학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인도 ·게르만 비교 언어학자인 F.M.뮐러, A.쿤 등이 아리아 민족의 신화와 신의 이름들을 비교 연구하여, 모두 같은 계통의 것으로 인정하고 이를 자연신화로 해석한 데서 시작되었다.

19세기 이후에는 E.타일러, A.랭, J.프레이저 등의 인류학파가 미개사회의 신화 ·풍습을 비교하여 여기에 내재하는 원시종교를 가지고 고전신화를 해석하는 비교법을 제시하게 된다. 이들도 처음에는 고의로 멀리 떨어진 민족을 비교하여 설화의 서로 비슷한 모티브를 ‘인간 정신의 유사성’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는 같은 문화권 안에서의 비교에만 한정시켜 그 신화에 나타난 특징을 추출하여 설화의 유사성을 문화의 전파에 의해 설명하는 W.슈미트, 코퍼스 등의 ‘문화권설(文化圈說)’과, 한 민족의 신화의 개개의 사회적 기능을 분석 ·연구하는 말리노프스키, 래드클리프브라운 등의 기능주의설(機能主義說)도 일어났다. 근래에는 각 민족의 신화에 내재하는 논리구조를 추출하려고 하는 레비스트로스 등의 구조주의(構造主義)도 나타났다.

* 다음 주의 ‘저자에 대하여’에는 무슨 내용이 담길지, 나 스스로 기대되는 바이다.

참조 및 인용 : 네이버 백과사전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머리말

5) 종교 교의에 녹아들어 있는 진리는 대개가 변형된 데다 체계적으로 위장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진리로 알아보지 못한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6) 이렇게 모아놓고 보면 그 유사성이 한눈에 두드러져 보이고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이 이 땅에 살면서 오랜 세월 삶의 길잡이로 삼아온, 방대하면서도 놀라우리만치 일정한 상태로 보존된, 바탕되는 진리와 만나게 된다.

6) 일단 이런 상사성을 이해하면 상이성은 일반적으로(그리고 정치적으로) 믿어지는 정도만큼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리라 믿는다. 저자가 바라기로는, 이러한 저자의 비교 해석이 이 세계의 통합을 결실시키려는 작품의 경향에 대해, 종교적 혹은 정치적 제국의 이름으로서가 아닌, 인류의 상호 이해라는 측면에서 그리 초라하지 않은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6) 진리는 하나되, 현자는 여러 이름으로 이를 드러낸다.
-베다 경

프롤로그 원질신화 The Monomyth

13)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도전적이리만치 끈질긴 암시를 던진다.

14) 신화는, 다함없는 우주 에너지가 인류의 문화로 발로하는 은밀한 통로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14) 신화의 상징은 영혼의 부단한 생산물인데, 이 하나하나의 상징 속에는 그 바탕의 근원적 함이 고스란히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17) 유아가 최초로 적의를 갖는 대상은 최초로 애정을 투사하는 대상과 일치하고, 유아가 최초로 갖는 이상은(이때부터 유아는 축복, 진리, 아름다움, 완전함이라는 이미지를 무의식 기저에다 간직한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Madonna and Bambino라는 이원일체 상황이다.

19) 우리로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거나 감히 우리 일상의 삶으로 통합하지 못했던, 불편한 혹은 억압당한 심리적인 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에게 감지되지 않은 채 그대로 눌러 있지만, 혹 한마디 말, 주위의 냄새, 차 한 잔의 맛, 또는 어느 사람의 시선에 촉발되면 무서운 사신(使臣)으로 우리 머릿속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21) 자기의 발견이란, 소망스럽고도 무서운 모험의 영역을 여는 열쇠를 가져다준다는 의미에서 보면 참으로 매력적인 것이기도 하다.

23) 신화와 제의의 주요 기능은, 과거에다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끊임없는 환상에 대응하여 인간의 정신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상징을 공급하는 것이다.

24) 마땅히 정신 분석가들이 등장하여 가면 쓰고 푸닥거리하던 무당이나 할례하던 요술사의, 고금을 꿰뚫는 지혜와 가르침을 다시 외쳐야 할 때가 왔다.

24) 이 비의적 이미지는 우리 심성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만일 이 이미지들이 신화와 제의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지 않으면, 꿈을 통해 내부에 나타나게 된다.

27) 전통적인 통과 제의가 개인에게 과거를 향해서는 죽고 미래를 향해서는 거듭 날 것을 가르쳤듯이, 저 왕위 서임 의식(敍任儀式)은 그의 개인적인 성격을 벗기고 신명(神命)이라는 망토를 입혀주었다. 이것은 장인(匠人)에게나 왕에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제의를 거부하는 신성 모독 행위로 개인은 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하나의 단위로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29)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복종(자기 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인간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복종인가? 이것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수수께끼이며, 영웅의 바탕되는 미덕과 역사적 행위가 풀었어야 하는 문제다.

29) 오직 탄생(낡은 것의 새로운 태어남이 아닌, 새로운 것은 탄생)만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잇다. 죽음의 끈질긴 재현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내부에, 사회적인 무리의 내부에 끊임없는 <탄생의 재현 palingenesia>(우리가 이 땅에서 오래 잔존하게 되어 있다면)이 있어야 한다.

30)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세대, 나아가서는 우리의 문명 시대가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얼마간이라도 건져올릴 수 있다면 우리는 저 위대한 천품(天品)의 시혜자(施惠者), 시대의 문화 영웅(한 나라뿐만이 아닌 세계 역사사으이 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2) 우리가 찾고, 동화(同化)해 나아가야 할 원형은, 인류 문화의 연대기를 통해 제의, 신화, 그리고 상상력의 기본적인 이미지를 촉발해 온 기폭제다.

33) 꿈은 인격화한 신화고 신화는 보편화된 꿈이며, 꿈과 신화는 상징적이되, 정신 역학의 동일한 일반적 시각에서 보아 그렇다. 그러나 신화에서는 문제와 해결책이 모든 인류에게 직접 뚜럿이 제시되는 데 견주어, 꿈속에서는 꿈꾸는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33) 영웅은 현대인으로 죽었지만 영원한 인간(완전하게 되되, 특이하지 않은 우주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따라서 두 번째 엄숙한 과업과 행위는(토인비기 주장하고, 인류의 모든 신화가 보여 주듯이)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재생의 삶에 대해 그가 배운 바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34) 우리는 어둡고 궂은 길을 가야 마침내 평화의 강, 혹은 우리 영혼의 목적지로 통하는 탄탄대로를 발견하게 되는 모양이지요.

39)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정은 각기 그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 레오 톨스토이

40) 연민이란, 인간의 고통 중 엄숙하고 부단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게 하고, 이를 고통받는 사람과 하나가 되게 하는 감정이다. 공포는 인간의 고통 중 엄숙하고 부단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게 하고, 이를 보이지 않는 원인과 하나가 되게 하는 감정이다.
- 길버트 머레이, 아리스토텔레시의 ‘시학’ 번역판 서문에서

41) 현대 문학은 우리들 앞에, 우리들 주위에, 우리들 내부에 지천으로 널려 잇는 참담하게 부서진 형테를 직시할 용기와 눈길을 부여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42) 동화, 신화, 그리고 영혼의 신곡에 나오는 해피엔딩은 모순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 비극의 초절성(超絶性)으로 읽히어야 한다. 객관적 세계는 과거의 형태 그대로이나 주관이 강조되면서부터는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42) 비극이란 형체의 파편이며 형체에 대한 우리의 애착이다. 희극은, 정복할 수 없는 삶에 대한 거칠고, 방만하고, 꺼질 줄 모르는 환희다.

43) 모든 것은 변하고 있으나, 아무것도 죽지는 않는다. 영혼의 여기저기를 방황하다 마음에 다는 뼈대를 취한다..... 따라서 한번 존재한 것은 다시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존재하게 되니, 모든 운행의 주기는 반복한다.
- Ovid, Metamorphose

43) 중요한 것은 이 땅 위에서 이러저러한 일이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고, 이 땅에 이러저러한 일이 있기 전에 보다 중요하고 보다 본질적인 것이, 우리가 알고 있고 더러 꿈속에서 찾아가기도 하는 미궁 안에서 일어났어야 했다는 것이다. 신화적 영웅의 길은, 부수적으로 지상적(地上的)일지 모르나, 근원적으로는 내적인 길이다. 즉 보이지 않는 저지선이 뚫리고, 오래 전에 잊혀졌던 힘이 다시 솟아 세계의 변용에 기여하게 되는 그런 심연으로 뚫린 길인 것이다.

45) 영웅은 일상적인 삶의 세계에서 초자연적인 경이의 세계로 떠나고 여기에서 엄청난 세력과 만나고, 결국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고 영웅은 이 신비스러운 모험에서, 동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힘을 얻어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50) 영웅의 모험은 위에서 말한 핵 단위의 패턴, 다시 말하면, 세계로부터의 불리, 힘의 원천에 대한 통찰, 그리고 황홀한 귀향의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50) 장소가 어디 건, 그들의 관심(종교적, 정치적, 혹은 개인적)이 어디에 있건 진정한 창조 행위는 죽어가는 것으로부터 세상으로 무엇인가를 가져오는 행위로 표현되며, 영웅의 부재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가 거듭난 자, 위대한 자, 창조력을 얻어 돌아오는 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류 역시 한 목소리가 된다.

54) 영웅이 애써 찾아다니고 위기를 넘기면서 얻어낸 신적(神的)인 권능은 처음부터 영웅의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54) 영웅은, 우리 모두가 내장하고 있되 오직 우리가 이 존재를 발견하고 육화(肉化)시킬 때를 기다리는 신의 창조적, 구원적 이미지의 상징이다.

58) 세계의 배꼽은 연속적인 창조의 상징, 모든 사물 안에서 약동하는 소생의 연속적인 기적이 일어나게 하는 세계 보존의 신비인 것이다.

62) 신에게는 모든 것이 공정하고 선하고, 정당하지만 인간은 어떤 것을 그르다고 하고, 어떤 것을 옳다고 한다.
- 헤라클레이토스

62) 닮지 않은 것이 상합하고, 서로 다른 것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화가 이루어지며, 모든 것은 다툼에 의해 생겨난다.
- 헤라클레이토스

제1부 영웅의 모험

1. 출발 Departure

71) 부지중에 저지른 실수는 극히 드문 것이긴 하지만 뜻밖의 세계를 드러내고, 당사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력과의 관계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중략) 그것은 부지중에 표출된, 삶의 표면에 잡힌 주름이다. 그리고 이 주름의 골은 매우 깊다.

81) 모험의 주체가 누리던 화려한 세계는 메마른 돌맹이가 구를 뿐인 황무지가 되고, 그의 삶은 무의미해진다.

82) 개인이 자기 자신의 신이기를 고집하면 신의 의지, 즉 자신의 자기 중심적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인 신 자신은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

87) 소명의 거부에 따르는 부정적인 상태가 뜻밖의 해방의 원리에 대한 행운의 계시일 수도 있다.

87) 고의적인 내향성은 창조적인 정신의 고전적인 방편 중의 하나이고, 이를 효율적인 장치로 응용할 수도 있다. 이 방편은 심적 에너지를 심층으로 몰아 무의식적 유아기의 이미지 및 원형적 심상이라는 잃어버린 대륙을 활성화시킨다.

87) 일종의 주어진 삶의 방식에 대한 철저한 파업 혹은 폐기라고나 할까, 그 결과 변형의 힘은 문제를 새로운 자장(磁場)으로 끌어내는 수가 잇다. 이 자장에서 문제는 어느 한순간 마침내 풀릴 수 있는 것이다.

96) 모험을 나선 당사자가 그것을 알고 그 존재를 믿기만 하면 시공을 초월한 안내자는 언제나 나타난다. 소명에 응답했고 용기 있게 미지의 사건에 대한 체험을 경험에 왔기 때문에 영웅은 모든 무의식의 힘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다. 대자연은 항상 위대한 임무를 지원한다. 영웅의 행동이 그 사회가 예비하고 있는 것과 일치될 때, 그는 흡사 역사적 변화의 리듬을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98) 실제로 소명은, 통과 제의의 사제가 접근하고 있음을 알리는 첫 번째 통고다.

110) 살아서든 죽어서든 새로운 경험역을 지나려면 같은 세력의 파괴적 측면을 극복하고 이 특정 구역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111) 이들이 가진 초자연적인 능력은 정글에서나 꿈속에서 정령을 만나거나 죽음과 재생의 체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119) 현상계의 마력이 무너지자 그는 자기를 부정하게 된다. 자기를 부정함으로써 그는 신이 된다. 종국적인 이름과 형태가 아닌, 마음속의 이름과 형태를 초월한 단순한 이름과 형태를 알게 될 때 세상이 그렇게 되듯이 그 역시 신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124) 존재를 그만두지 않고는 어떤 생명체든 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를 확득할 수 없다.
- 아난다 쿠마라스와미

2. 입문 Initiation

128) 어쩌면 모험 당사자가 자신의 초인간적인 여행 도정의 도처에 자비로운 권능이 있어서 자기를 도와준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인지도 모른다.

132) 인간의 무리는 집단의 이상(理想)에 따라 행동하는 법인데, 이 집단의 이상이라는 것은 항상 유아기 상태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 유아기 상태란 성장의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수정되고 역전되다가 현실에 적용될 필요가 있을 때 재수정된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거기에서 보이지 않는 생명 충동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 유대가 없다면 인간의 집단은 존재할 수가 없다.

139) 우리들이 이어받고 있고, 세계 각처에서 수집된 신화와 전설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직은 인간임을 보여주는 조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감청하기 위해서는 자기 정화를 감수하고 항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143) 신이든 여신이든, 남자든 여자이든, 신화의 등장인물이든 꿈을 꾸는 사람이든, 영웅은 적대자를 발견하고 삼키거나 그에게 삼켜짐으로써 이 적대자를 동화시킨다. (중략) 이윽고 영웅은 자신과 적대자가 사실은 둘이 아닌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153)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여신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엄청난 재앙일 수 있다.

154) 여신은 자기 존재를 알아보는 자에 의해 해방된다.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에서가 아닌, 여신이 바라는 친절하고 침착한 상태에서 그 여신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영웅은, 여신이 창조한 세계의 왕, 즉 인간으로 확신한 신일 수 있는 것이다.

159) 세계의 여왕인 여신과의 신비적인 결혼은 영웅의 삶 전체가 완정되었음을 상징한다. 즉 여성이 곧 삶인데, 영웅은 이 삶을 알게 되었고, 이를 완성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160) 참으로 까다롭고 재미있는 것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의식적 견해가 실제의 현실적 삶과 잘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65) 은자의 살이 뼈에 붙어 있고 그 맥박이 고동치는 한 삶의 이미지가 그의 마음에 폭풍을 일으키는 일을 막기 어렵다.

170) <화해 atomment>, 즉 <하나되기 at-one-ment>란 스스로 만들어낸 두 마리의 괴물으로 보이는 용을 포기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략) 당사자는 아버지가 자비로우며, 이 자비를 믿을 수 있다는 신념을 자져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믿음의 중심은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신의 족쇄 바깥으로 이동하고, 믿음의 중심이 이동하면 무섭고 잔인한 측면은 사라진다.

177) 한 아이가 자라, 어머니 품속의 목적인 자장가를 떠나 어른의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될 때, 이 아기는 정신적으로 아버지의 세계를 엿보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있어서 미래 세계의 상징이요, 딸에게 있어서는 미래 남편의 상징이다. 알든 모르든, 그리고 사회의 지위가 어떻든 아버지란 존재는, 자식이 더 넓은 시계로 나갈 때 마땅히 거쳐가는 입문식의 사제다.

186) 이 땅에 살기 시작한 이래로 인간은 이러한 신성한 절차를 통하여 현상계에 대한 공포를 이기고 불사의 존재를 향한 초월의 희망을 획득할 수 있었다.

190) 어디로 돌아서든 거기엔 알라 신이 계시도다
- 코란

191) 만물 속에 숨어 있어서 그 영혼이 빛을 발하지 않으나, 뛰어난 지력을 가진 명민한 자의 눈에는 보인다.

191) 자기 손이 창조한 생명의 고뇌를 익히 자각하고 혹심한 고통, 머리를 터뜨리는 듯한 미망의 불길, 자기가 창조한 자기 침해적이고, 쾌락적이고, 분노에 떨고 있는 우주를 생생하게 의식하는 이 신은 삶이 삶을 점화시키는 행위를 승인한다.

192)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영웅은 영혼의 문을 열어 공포를 극복하고, 이 광대무변하고 무자비한 우주의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을 존재의 존엄성 속에서 완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192) 세상에는 도처에 보살(존재와 본질이 대각에 이른 자)이 있고, 보살의 광명을 받고 있지만, 세상이 보살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살이 세상, 즉 연화를 들고 있다.

199) 낙원은 <대립적인 것인 공존>하는 곳이었는데, 이제 인간은 이 낙원의 울타리에 의해 하느님에 대한 환상과 하느님 형상에 대한 회상으로부터 단절되었다.

206) 너희가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한다.
- 누가복음

207) 우리가 일단 세계의 원형들에 대한 편협스런 교회적, 종족적, 국가적인 해석의 선입견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지게 되면, 우리가 전수받아야 할 최상의 도리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서슴없이 이웃을 공격하는, 누구에게만 자애스런 아버지의 도리가 아님을 이해하는 게 가능해진다.

215) 마지막 <미망과 욕망과 적의의 적멸(寂滅)>(즉 열반)과 더불어 마음은, 생각이 실체가 아님을 깨닫는다. 생각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참된 경지에 들어간 마음은 안식을 얻는다.

216) 형상(色)은 빈 것(空)이며, 빈 것은 즉 형상이다. 빈 것은 형상과 다르지 않고 형상은 빈 것과 다르지 않다. 형상이라고 하는 것 그것은 빈 것이며, 빈 것이라고 하는 것 그것은 형상이다. 관념, 이름, 개념 그리고 지식 역시 마찬가지다.

218) 영원한 생명이 그들 안에 깃들여 있음을 알 뿐만 아니라 그들과 만물이 사실은 영원한 생명임을 아는 사람은 소원을 성취시키는 나무 숲에 거하며 불사의 영주(靈酒)를 마시고, 들리지 않는 도처의 영원한 화음을 듣는다.

226) 보통 영웅 같으면 모진 시련을 겪을 터인데도 선택된 자는 별 방해도 받지 않고, 또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다.

236) 우상으로서의 신들의 존재는 존재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이 연출하는 유쾌한 신화는 그들 수준의 마음과 정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나 그 배후의 무(無)에 이르게 한다.

248) 영원을 알면 이해력이 넓어지고, 이해력이 넓어지면 포용력이 넓어진다. 시야가 넓어지면 귀함을 얻는다. 귀함이란 천상적인 것과 다름아니다.
<천상적인 것이 도(道)다. 도는 영원이다. 여기에 이르면 육체가 썩는 것도 두려워할 바 아니다.>

249) 개인적인 한계를 넘는 고통은 곧 전신의 성숙에 따른 고통이다. 예술, 문학, 신화, 그리고 밀교, 철학과 수련은, 모두 인간이 자기 한계의 지평을 넘고 드넓은 자각의 영역으로 건너게 해주는 가교인 것이다.

3. 귀환 Return

263) 심연의 권능에는, 섣불리 도전하면 안 된다. 동양에서는, 엄격한 지도와 감독 없이 심리적으로 해이해진 상태에서의 요가 수련은 몹시 위험하다고 가르친다. 수련자의 명상은 그 발전 단계에 따라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269) 두 세계의 상호 관계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사소한 실수, 즉 인간의 약점이라는, 사소하나 치명적인 증세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소한 일만 피하면,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갈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280) 영웅은 자아를 지키는 대신 자아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조력자의 은혜로 영웅은 자아를 되찾는다.

281) 이승과 저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하나의 세계다. 신화나 상징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는 바로 이것이다. 신들의 세계는 우리가 아는 세계의 잊혀진 부분이다.

281) 일상 생활에서 중요하게 보이던 두 세계의 가치나 차이는, 지금까지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하던 <타자>와 <자아>를 동화시키는 동시에 사라져 버린다.

305) 상징이란 의미 소통의 <수레>에 불과하다. 상징은, 그 언급하는 바의 궁극적인 의미, 즉 <진로>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305) 하느님이, 인간의 생각이 미 칠 수 없는 높은 곳에 계신다는 믿음만 가지고 있다면, 우리도 하느님을 진정으로 알고 있는 셈이다.
- 토마스 아퀴나스

306) 모든 종교적 관행이 좇고 있는 바다. 심리적 훈련을 통하여 개인적인 한계, 독특한 습관, 희망, 공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진리를 깨닫고 거듭나는 데 필수적인 자기 적멸에 대한 저항을 버리면, 개인은 위대한 <하나됨 at-one-ment>, 즉 <자기 화해 self-atonment>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307) 무대 의상을 입고 있든, 벗고 있든 배우는 배우 이전의 그 자신이듯이, 불멸의 지혜를 깨친 자는 늘 그 불멸의 경지 않에 거한다.

307) 영웅이 지난 전장은, 모든 피조물이 다른 피조물의 희생으로 삶을 영위하는 삶의 현장을 상징한다.

307)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 세상의 예외적인 존재로서 자기 입장을 합리화하고 허위적인 자기 이미지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307) 신화의 목적은 개인이 의식과 우주적 의지를 화해시킴으로써 생명에 대한 그 같은 무지를 추방하는 데 있다. 이 목적은 덧없는 시간적 현상과, 삶과 죽음이 혼재하는 불멸의 삶과 진정한 관계를 자각해야 달성이 가능하다.

308) 그러므로 애착을 떠나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행하라.... 너의 모든 일을 나에게 맡기고, 네 생각을 가장 눞은 자아에 모으고, 원망과 이기심에서 벗어나되, 흐트러지지 말고 나가 싸우라.
- Bhagavad Gita

4. 열쇠 The keys

319) 신화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되살리려면, 이를 현대의 문제에 적용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영감으로 살아 숨쉬던 과거의 헝태로부터 암시를 읽어내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만이 빈사 상태에 빠진 성화는 그 영원히 인간적인 의미를 다시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제2부. 우주 발생적 순환

1. 유출 Emanations

325) 신화의 패턴은 의식적으로 통제된다. 그리고 신화는 전통적인 지혜를 전달하기 위한 강력한 회화적 언어로 기증한다.

327) 우리에게 전승된 신화학적 표상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우리는 이러한 표상들이 무의식의 징후(사실은 모든 인간의 생각과 행동)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정신적 원리의 통제되고 의도된 진술임을 이해해야 한다.

333)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의식의 어둠으로부터 깨어 있는 시간대로 흘러나오는 생명력의 질서 정연한 흐름에 달려 있듯이, 신화에서도 우주 질서의 연속성은 근원으로부터의 통제된 힘의 흐름이 있어야 가능하다.

340) 신화는, 존재하는 원자 안팎에 충만해 있는 침묵의 계시록이다. 신화는, 고도록 세련된 형상화 작업을 통하여 마음과 가슴을, 모든 존재를 채우고 둘러싸고 있는 궁극적 신비로 향하게 하는 풍향계다.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로 보여도 신화 체계는 마음을, 가시(可視)의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비현현의 세계로 향하게 한다.

342) 우주의 끝을 헤아리고, 그 끝이 곧 사작임을 아는 자라야 현자라고 불릴 만하다.
- 토마스 아퀴나스

342) 모든 신화 체계의 기본 원리는, 끝과 시작이 함께 한다는 바로 이 원리다.

353) 우주란의 껍질은 공간에 떠 있는 세계의 뼈대요, 그 안에 있는 풍요한 생식력은, 식을 줄 모르는 자연계 생명력의 역동성을 나타낸다.

354) 한처음의 우주는 인간의 형상을 한 자아Self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가 바로 그다(I am he)>하고 소리쳤다. 여기에서 <나>라는 이름이 생겼다. 오늘날에도 누가 말을 건네오면 <응, 나>라는 말로 서두를 삼은 연후에야 자기가 만난 다른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357) 남녀간의 사랑의 신비에 따르면, 애정의 궁극적인 경험은 곧 이원성이라는 환상의 배후에 <둘은 곧 하나>라는 등식의 깨달음이 있다.

365) 하나가 여럿으로 나뉘는 이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운명은 <우연히> 그러나 <성취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근원적인 시각에서 보면, 세계는 존재하고, 폭발하고, 해소되는 형식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368) 그것 보아라, 네 운명을 네가 골랐다. 인간에겐 끝이 있을 것이다.
- 블랙피트족의 민화 중

2. 처녀 잉태 The virgin birth

389) 주도권은 아이들의 사회로 넘어갔다. 상징적이고, 몽상적이었던 부모의 모습은 원초의 심연으로 함몰했다. 풍요한 대지에는 오직 인간만 남았다. 순환은 계속 진행되었다.

3. 영웅의 변모 Transformations of the Hero

400) 신적인 존재란, 우리 모두의 내부에 있는, 전능한 자아의 계시다. 삶에 대한 묵상은, 따라서 정확한 모방에 이르는 전주곡으로서가 아니라 자기의 내재적인 신성(神性)에 대한 명상의 형태여야 한다. 말하자면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서 선함을 얻는> 것이 아니고 <이를 앎으로써 신이 되는 것>이다.

428) 영웅이 자기 운명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사상에 현혹될 때, 영웅은 아무리 노력해도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

440) 모두들 슬퍼하지 말아요. 죽지 않고 영생하는 인간은 있을 수가 없어요. 자기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부터가 틀린 것입니다. 아버지, 어먼, 아들은 존재하지 않아요. 존재하는 것은, 오직 생과 사의 끝없는 순환일 뿐입니다.
- Nivedita와 Coomaraswamy 중

4. 소멸 Dissolutions

458) 놀라 만한 권능을 가진 막강한 영웅은 바로 우리들 개개인이다. 거울에 비추어볼 수 있는 육체로서가 아니라, 우리들에 내재하는 왕으로서다.

에필로그

479) 출생, 세례, 결혼, 장례, 취임 등의 종족적인 제의는, 개인의 삶의 위기 및 행위를 표준적이고 비개인적 형식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제의는 재인의 정체를 그 자신에게 보여준다.

480) 맡는 역할이 비록 하찮다고 하더라도 개인은 이 인간의, 아름다운 축제의 이미지에서 자기 역할이 바로 자기의 본질이었음을 깨닫는다.

480) 남자든 여자든, 정직하게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만이 <존재한다>는 동사를 쓸 자격이 있는 인간이다.

481) 성별, 연령별, 직업별 차이는, 우리 안간의 특질상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어느 단계에서 우리가 한동안 입고 있는 옷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에 있는 인간의 이미지는 의상과 아무 상관도 없다.

486) 인간이 되려면,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인간의 얼굴로 바뀌어 있는 신의 얼굴을 알아보아야 한다.


III. 내가 저자라면

최고일 것 같은 신화 해설서

신화학과 관련되어 다른 사람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으니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동안의 자료조사와 앞서 읽은 두 권의 조셉 캠벨의 저서를 통해 본 그의 노력과 명성, 그리고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통해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세계 최고의 신화 해설서 일 것이라 말하고 싶다. 물론 총 4권으로 구성된 '신의 가면' 이라는 조셉 캠벨 최고의 역작이 있긴 하지만, 그것의 서곡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야말로 신화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세계의 수많은 신화 속에서 평생에 걸쳐 자신이 찾고자 노력했고 결국 찾아낸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속에 고스란히 그리고 친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읽는 내내 그의 연구가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나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주었으며, 치밀한 비교 분석은 지적욕구를 충족시키고 이성적 사고를 자극하며 그야말로 지적이며 감성적인 즐거움을 고르게 안겨주었다. 줄곧 신화 속의 많은 이야기들을 크고 작은 단위로 해체하여 책상에 늘어놓고 이리 저리 짜맞추며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신화와 정신분석학

조셉 캠벨은 프로이트와 융을 비롯한 정신분석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신화의 이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료임을 밝히고 잇다. 신화에 내재된 공통된 상징은 누가 일부러 꾸며낸 것도 아니며 발명되거나 또는 인간이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 영혼이 자연스럽게 발현된 생산물인 신화를 이해하는데 인간의 무의식의 실체를 밝히는 연구가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가장 일반적인 예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남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로 밝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여러 신화의 모티브가 되었음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신화와 정신분석학, 언뜻 연결짓기가 어려운 이러한 학문들간에 연결점을 찾고 이를 이용하는 고수들의 시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언제나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다.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어머니 아오카스테와 결혼한 오이디포스 왕은 우리들 자신의 유아가 원망을 대신해서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다행스로운 것은, 정신 신경증 환자가 아닌 한 우리는 어머니로부터 성적 충동을 분리시키고, 아버지에 대한 질투를 잊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17p)

영웅의 삶 - 출발, 입문, 귀환

출발, 입문, 귀환의 구조를 보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조셉 캠벨을 만나기 전 이미 사부님을 통해 접한 적이 있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그 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의 전체적인 구조와 동일했다. 사부님께서 신화속의 영웅의 삶을 우리에게 적용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밑줄이 쳐 있고,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그 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처음 읽을 때에도 나는 그러한 구조가 매우 인상깊었다. 그래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목차를 보고 이를 어렵지 않게 기억했을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때 그것이 그렇게 인상 깊었던 것은 마치 내가 모험을 떠나는 신화 속 주인공이 되는 듯한 장엄한 느낌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부. 영웅의 모험

신화의 정석 - 신화 이해를 위한 모든 것

우리나라 최고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수학의 정석.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이 책에서 1부 영웅의 모험은 그야말로 '신화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신화의 이해를 위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1부 2부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량상 1부가 무려 2/3가 넘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야말로 그가 평생에 걸쳐 말하고자 한 모든 것은 담고 있는 엑기스이다.

조셉 캠벨은 수 없이 많은 신화를 수집하고 분석했을 것이며, 그것들 속에서 찾아낸 신화의 정석을 출발-입문-귀환 세 단계로 설명한다. 이러한 오랜 연구의 결과가 순전히 신화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 얻어진 산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머리가 숙여진다. 세 단계마다 드러나는 많은 사례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각각에 상황에 맞는 신화의 단편들을 참고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4장 열쇠에 있어서는 이 세 단계의 구조를 아예 공식화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신화 속에 내재하는 공통적 상징을 찾아내기 위한 조셉 캠벨의 연구는 자료의 수집-비교-분석이었다. 이러한 연구방식을 통해 그는 그가 찾고자 했던 것을 찾아내었고, 그를 이 책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통해 집대성했다. 1부에서 제시된 출발-입문-귀환의 구조는 신화를 구성하는 공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속에서 그의 연구결과에 대한 설명은 그의 연구방식과 반대의 방법을 취한다. 즉, 그의 연구방법이 귀납적이었다면, 연구결과를 설명함에 있어서는 연역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또한, 이 전에 읽는 '신화의 힘'이나 '신화의 세계'와는 다른 설명 방식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두 책이 대담과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인 반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집필된 책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명확한 공식 에 각 이야기들의 부분 부분을 잘라 근거자료로 끼워 넣는 방식의 설명은 자칫 잘못하면 작위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체의 이야기를 가지고 작가가 제시한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예를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2부. 우주 발생적 순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천의 얼굴을 보여주다.

1부가 천의 얼굴을 가진 한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2부에서는 한 영웅이 가진 바로 그 천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부에서 신화의 구조에 대해서 다루었으며, 2부에서는 신화의 내용과 그 속에 감춰진 공통적 의미, 원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1장 ‘유출’에서는 신화 속에 감추어져 있는 우주 발생적 순환의 법칙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 발생적 순환이란 인간의 삶이 잠과 깨어 있음의 주기로 이루어져 있듯이, 이 우주 또한 끝없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신화 속에서 그러한 우주 불변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주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많이 언급되므로, 좀 더 반복적인 읽기를 통해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신화는, 존재하는 원자 안팎에 충만해 있는 침묵의 계시록이다. 신화는, 고도로 세련된 형상화 작업을 통하여 마음과 가슴을, 모든 존재를 채우고 둘러싸고 있는 궁극적 신비로 향하게 하는 풍향계다.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로 보여도 신화 체계는 마음을, 가시(可視)의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비현현의 세계로 향하게 한다." (340p)

또한, 신화는 우리가 사는 현실로부터 우주적 본질의 세계로, 즉, 이원성의 세계에서 비원성의 세계로, 시간성의 세계에서 영원성의 세계로 남성과 여성의 세계에서 양성의 세계로 인도하는 문과 같은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어 2장에서는 신화 속에서 처녀의 잉태가 갖는 의미에 대해, 3장에서는 다양하게 변모되어 등장하는 영웅의 모습에 대해 말한다. 즉,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영웅이 가진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끝으로, 목차에 표시된 2부의 제목은 '영웅의 변모', 본문에 표시된 제목은 '우주 발생적 순환'이다. 보은 잘못된 것인가? 2000년 판, 2007년 판 두 권을 모두 봐도 동일하다. 출판사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궁금하다.

조셉 캠벨과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아직도 두 번이 더 남아 있다. 처음엔 그저 책이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이도 저도 아니다. 그저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 이유는 낯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듯 낯 설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날수록 친근해지고 알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주장하는 대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의미를 지니는 신화를 통해서 나는 그와 친구가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좀 더 친해지고 싶다.



IP *.34.17.31

프로필 이미지
거암
2008.04.14 09:18:34 *.244.220.254
책에 대한 분석력이 빛납니다. 오늘도 배웠음~
프로필 이미지
현운
2008.04.17 08:03:40 *.166.82.210
글 잘 읽고 갑니다. 신화학에 대한, 캠벨에 대한 제 지식이 일천하여 몇 가지 도움을 얻었습니다. 융 심리학에 대한 공부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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