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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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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8일 10시 20분 등록
신화의 이미지 The Mythic Image
조셉 캠벨, 홍윤희 역, 살림


저자 소개


“영혼의 어두운 밤은 모든 것이 사라지고 어둠에 놓인 듯한 계시의 순간 직전에 찾아온다. 그 다음, 새로운 삶과 필요한 모든 것이 찾아온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조차 하지 못하고 지낸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일하고 다시 저녁을 맞고.. 이런 일상을 반복하며 살기 바쁘다. 은퇴할 때까지 계산해보면 대략 1만 5천일 동안 우리는 이렇게 산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까.
참된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할 용기가 있는 사람에게 그 출발점은 지금 여기, 자신이 서있는 곳이다.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돌아보면 실망스럽다. 이미 늦지 않았을까. 지금 시작해도 괜찮은 것일까. 시작은 해보려 하지만 여전히 떨린다. 그렇다. 지금 참된 삶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결코 늦지 않았다. 지금 만나게 될 근사한 한 사나이를 알면 더욱 그렇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참된 삶을 여는 주문, ‘천복을 따르라

캠벨은 신화를 학문의 영역에서 삶의 영역으로 꺼내온 위대한 학자이다. 그에게 신화는 신에게 이르는 길과 개인의 완성을 향한 길을 제시하는 각 문화의 청사진이다. 그 당시 학자들은 ‘차이’에 초점을 두었지만 그는 ‘공통점’에 초점을 두고 연구에 몰입하였다. ‘신화는 다른 민족의 종교다’(‘네가 바로 그것이다’ 254p). 이것이 캠벨이 가장 좋아하는 신화의 정의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신화를 이용하여 각 개인이 고유한 운명을 발견하는 일을 돕는 것이다. 그리하여 ‘천복을 따르라’는 말은 20세기 그를 알고 사랑한 많은 사람들의 주문이 되었다.

천복은 와인을 두잔 째 들이켰을 때 찾아오는 무념의 만족스러운 상태도 아니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았을 때 느끼는 순간적인 환타지도 아니다. 천복은 더 깊고 지속적인 감정이며 ‘영혼 깊은 곳에서 뿜어져나오는 만족의 빛’이다. 그것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최상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살고 싶으면 타고난 운명을 발견해야 한다. 운명은 만들어가는 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안에 이미 갈무리 되어 있어서 욕망의 이름으로, 타고난 재능의 이름으로 날 때부터 우리 안에 들어와있는 것이다.”(낯선 곳에서의 아침, 구본형. P242)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천복에 자신을 맡기면 자신의 길이 보인다. 길을 발견했다면 그것이 험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기꺼이 따라야 한다.
길 하나 없는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발자국이 나 있는 다져진 길은 영웅이 가야할 길이 아니다. 그 길은 황무지에 이르는 길이다. 많은 이들이 황무지 같은 삶을 살아간다. 아직 황무지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그대는 행운이다. 자신이 발견한 별을 따라 모험을 떠나야 한다. 그대가 들어가기를 두려워한 동굴이 그대가 찾는 것의 원천이다.

캠벨은 자신의 천복을 따랐는가

그렇다. 그는 천복을 따라 산 한 사나이의 정형이다. 그는 자신이 의미없다 생각하는 일을 요청받으면 가차없이 거절했다. 컬럼비아 대학에 다니면서 의문부호를 달았던 박사학위가 더 이상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박사과정을 그만두었다. 그 길로 그는 뉴욕 우드스탁 숲으로 들어가 오두막에서 4년 간 책을 읽으며 간간히 생활과 재미를 위해 재즈 밴드에서 섹소폰을 불었다. 그러다가 캘리포니아로 진출해 세계적인 문필가인 존 스타인벡과 에드 리케츠 등과 어울리며 소설을 쓰기도 하였다. 존의 아내 캐롤과 사랑에 빠지기도.
그 당시 그가 한 일이라고는 읽고 산책하며 생각하는 일이 전부였는데 그에게 산책은 ‘사물의 냄새를 맡고 자신이 정착할 만한 곳을 감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읽고 싶었던 책을 다 읽었을 즈음 운명의 여신은 그를 사라 로렌스 대학으로 인도하였다. 일주일에 3일만 강의하고 나머지 4일을 그는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 연구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30년간을 그곳에서 가르치는 동안 그는 볼링겐 시리즈 편집자로 비교 신화학자로, 인기 강연자로, 그리고 한 여인의 신실한 남편으로 자신의 천복을 따라 살았다.
캠벨은 예술가, 심리학자, 인류학자, 영화감독, 소설가의 사고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시리즈로 펴낸 책과 영화,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와의 인터뷰 등 공중파 인기 프로그램으로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졌다. 신학, 인류학, 문학, 철학, 역사, 심리학, 종교, 예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캠벨의 해박함은 20세기에 따를 사람이 없었을 정도. 서양적인 가치관과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전체론적 접근을 시도한 뉴에이지는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사조를 형성하였고, 캠벨은 뉴에이지의 명사였다. 스타워즈 감독 조지 루카스가 캠벨에 대해 한 말.

“만일 내가 캠벨을 우연히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까지도 ‘스타워즈’를 쓰고 있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저자보다는 작품이 더 중요하게 취급되는데, 캠벨은 그의 저서들 보다 위대합니다. 그는 정말 위대한 사람이며 나의 요다입니다.”

캠벨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구체적인 의미와 해답을 얻기보다는 삶 그 자체의 경이와 신비를 그대로 포용하였다. 자신의 고유한 천복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창조하는 세상이 아니라 타인이 지배하는 세상에 사는 것이다.

“자신의 열정을 추구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놀랍게도 현실적인 문제나 안정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과 고뇌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사람이 자신의 천복을 좇으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우주질서가 공명한다. 이 때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싸우는 일은 살아있음의 황홀로 우리를 인도한다.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니체 식으로 말하면 ‘자신의 운명에 대한 사랑의 행동’인 것이다. 자신의 길을 용기있게 걸어간다면 결국 우주가 길을 열어줄 것이다.

“안일한 삶을 거부하고 운명을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마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면 아제 커다란 고뇌와 위험이 다가온다. 그러나 관념의 영역을 넘어선 힘이 작용할 것이다. 세상이 모퉁이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점차 모여 우연이라는 기적으로 필연이 발생할 것이다.”

천복을 따라 살 때 한 인간의 삶은 실로 장엄한 것이다.

* 여기 저자 소개는 ‘How to get a life( by Lawrence Baines, Daniel McBrayer)의
‘캠벨 편’을 토대로 정리하고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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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은 신화가 없는 나라, 미국에서 사람들을 신화의 세계로 인도한 사람이다. 19세기 영국의 민속학자 프레이저가 세계 각국의 민간신앙과 신화를 모아 인류학의 고전 <황금가지>로 비교신화학의 터전을 마련했다면, 캠벨은 비교신화학으로 신화가 대중들과 만나는 다리를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번역: 홍윤희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신화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대학 4학년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책을 발견하고는 신화의 바다에 빠져버렸다. 조지프 캠벨도 그 바다에서 만났다. ‘山海經의 상징체계와 그 의의’, ‘20세기 초, 중국과 신화학의 만남’ 등 여러 편의 논문을 썼고, 신화담론과 공동체의 관계에 대한 탐색의 길에서 박사논문 ‘근대중국 신화담론형성 연구’를 썼다.

캠벨 재단의 자료를 바탕으로 캠벨 생애와 자세한 연보, 저작들을 정리, 유용한 부록으로 만들어주었다. 그의 서비스정신, 훌륭하다.

그는 이 책의 옮긴 이의 말에서 독자들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을 좀더 더디게 ‘읽어’ 달라는 것이다.

“캠벨의 저서 중에서 거의 최종판이라 할 만한 신화의 이미지는 그가 집필한 어떤 책보다도 체제가 자유롭다. 하지만 또 어떤 책 못지않게 조화롭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때는 캠벨이 70세가 되던 해. 칠순이면 공자가 마음이 가는대로 좆아도 정도에 거스름이 없다(從心所慾不踰矩)고 한 나이가 아닌가. 캠벨은 그야말로 마음 가는대로 그림을 배열하고, 그림 가는대로 펜을 놀린 것 같다. 굳이 논증하려 하지 않고,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은 이 책에서 정점에 이른다. 그리고 이야기는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혹은 언어가 떠난 자리에서 이야기는 더 풍성하게 들려올 수 있음을 이 책은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수록한 그림 한 장 한 장이 얼마나 치밀하게 자리 잡았는지가 느껴진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그림을 찬찬히 공들여 읽다보면 이 책 곳곳에 숨겨진 캠벨의 귓속말이 들려올 것이다.

‘당신이 걸려 넘어진 곳에 당신의 보물이 있답니다.’


2. 마음에 들어오는 글귀


옮긴 이의 말

6. 켐벨은 신화가 바로 이 보물이 가득한 동굴로 들어가는 통로라고 본다. 그리고 그 동굴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보물을 발견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내면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캠벨의 책은 바로 이 보물이 가득한 동굴로의 초대이다.

7. 그가 신화를 ‘인류의 위대한 한 가지 이야기’로서 ‘단일신화’라고 할 때, 그것은 다양한 신화들의 차이를 지워나가는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신화들이 공존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하나’이며 그 속엔 무수한 우주의 배꼽, 무수한 우주의 중심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게 된다…신화의 진정한 의미는 문자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것이고, 신화의 상징적인 의미는 심리학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융 심리학적인 것이다.

8. (신화는) ‘삶’의 체계에서 옵니다…신화는 사실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신화는 사실들 너머 그 사실을 알려주는 무언가를 향하고 있습니다.”

10. 굳이 논증하려하지 않고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 심리학의 바다에서 조난당하지 않기 위해...

저자 서문

12. 신화는 꿈의 본성에서 비롯된다. 꿈은 깨어있는 의식에 알려지지 않은 채 내면세계로부터 떠오르는 것이며, 이는 신화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삶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1 꿈으로서의 세계

20. 우린 그런 것들이지/꿈으로 만들어진 것들, 하여 우리의 작은 생은
한숨 잠과 함께 한바퀴 도는 것이다.
- 세익스피어, '헛소동'

26) 꿈속에서 우리는 태초의 밤의 어둠 속에 살고 있는 좀더 보편적이고 진실하고 영원한 자의 초상이 된다. 그곳에서 그는 여전히 전체이며, 그의 안에 전체가 있다. 자연과 구분할 수도 없으며 모든 자아를 벗어버린 상태이다.
꿈은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된 깊은 곳으로부터 생겨나며, 너무나도 유치하고 기괴하며 비도덕적이다. 꽃처럼 피어나는 그 솔직함과 진실함 앞에, 우리는 기만에 찬 우리의 삶에 대해 얼굴을 붉히게 된다. - C.G. 융

29. 꿈속에서는 사물들이 일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단일하고 단순하거나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은 맞지 않으며, not A는 진짜로 A가 될 수 있다…여신과 연꽃은 삶을 둘러싼 하나의 시공간적 천체의 등가적 표상들이다. 그 안에서 모든 것들이 나타나고 증식하며 결국에는 우주적 자궁, 그 어두운 밤으로 회귀한다.

29.우리들이 믿는 것처럼 우리는 어떤 고결한 신지의 반영인가, 그렇다면 그 신비가 ‘신’에 관한 우리의 상상 속에서 적절하게 표상되는가.

31. 우주적 의미들은 절대로 그 자체로 순수한 상태에서 경험될 수 없고, 자신의 지역적 조건에 따른 종족적 적용양식으로부터 추상해 낼 수밖에 없다. 사실 우주적 의미들의 매력은 그 무한히 다양한 변형 작용들에 있다.

54. 신이시여, 속세의 삶의 굴레에 가려진 빛나는 진실에 대한 앎으로 나를 인도하소서.’

83. 자연과 영혼의 절대적 이분법(A는 not A가 아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이라는 일반적 생각을 초월하는 신화적 이미지로서…예수라는 한 사람 속에서 신과 인간이라는 대립쌍의 절대적인 구분이 없어진다.. 또한 예수의 경우처럼 이러한 대립물들의 일치가 궁극적인 진실이며 자아의 기반임을 깨달아야 한다.

86. 내가 태어날 때 모든 것이 태어났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신의 원인이자 만물의 원인이었다. ……만약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86. 내가 그를 에워쌀 때, 신은 나의 중심이 된다.
내가 그에게로 녹아들어갈 때, 신은 나의 둘레가 된다.
- 실레지우스

2 우주질서에 대한 생각

94.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문화의 신화의 의례들에서 서로 비슷한 구조나 종종 동일한 모티프들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방식들 중 한 가지가 바로 심리학적 방법이다….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서로 다른 나라, 서로 다른 하늘 아래 사는 인간 정신의 유사한 구조에 비슷하게 작동하는 유사한 원인들의 결과이다.( 황금가지, 제임스 G. 프레이저)

99.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모든 철학, 신학, 신비주의와 과학이 사실은 다양하게 굴절되고 발전해온 하나의 위대한 문자화된 세계유산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그 역사, 해석, 적용방식, 주안점 그리고 지역적 목적들은 달랐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기원에 있어서 하나이며, 그 물려받은 상징들에 있어서도 하나이다.

106. '지구라트 ziggurat'라는 단어는 메소포타미아의 탑처럼 쌓아올린 건축물을 지칭하는 말로, '크다, 높다'는 뜻의 바빌론어 동사 '자가로 zagaru'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런 탑들은 성서의 바벨탑이야기('창세기 11:1-9)에서처럼 천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을 숭고한 기도의 상태에 이르도록 고양시키고 신이 지상으로 강림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지어진 것이다.

113. 우주 전체는 존재 Being와 되기 Becoming의 상위 양식과 하위 양식 사이에서 인식되는 조화의 방식으로, 하나의 단일한 생명이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알프레드 예레미아스

115. 뱀의 유동성은 물을 의미하고 계속해서 날름거리는 갈라진 붉은 혀는 불꽃, 즉 생명을 수태하는 바다에 내재된 생명의 불꽃을 의미한다.

161. 만물은 우리에게 빌려진 것으로 생각하게나. 오 벗들이여 우리는 지구를 스쳐지나갈 뿐이라네. 내일 또 그 다음날 우리는 갈 것이네 그분의 집으로. –아즈켁의 시. 작자미상

174. 시계 위에 씌여진 시간주기의 질서가 인도의 신 비슈누의 꿈속의 시간주기 질서와 똑같을 뿐 아니라, 이 체계 속에서 소우주로서 인간신체 기관의 리듬과 대우주로서의 우주의 순환하는 겁(劫)의 리듬이 상응한다는 신화적 관념이 세워져 있음을 보여준다.

183. 어떤 경우라도, 지상과 하늘을 통제하는 수학적 질서의 신화들은 동일하다.

199. 우리는 단지 꿈꿀 뿐, 우리는 꿈속에서 태어날 뿐.
모든 것이 꿈이라네.

202. 공간 또는 에테르, 그리고 공기, 불, 물, 흙의 순서로 내려가며, 이 각각의 원소에는 청각, 촉각, 시간, 미각, 후각의 다섯 가지 감각이 하나씩 연결된다. 그리하여 대우주의 질서와 소우주의 질서가 조화된다.

229. 융의 말을 빌자면, "(무의식의 장에서) 사람의 더 이상 별개의 고립된 개인이 아니다. 그의 정신은 넓어지고, 인류의 정신으로 융합된다.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통적인 인류의 무의식으로 융합되는 것이다.

243. 애착에서 슬픔이 솟아나고/애착에서 두려움이 솟아나니
애착에서 벗어나는 자에게는/슬픔이 없으니, 어찌 두려움이 있겠는가?

244. 하늘과 땅, 심지어는 비존재와 존재가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거기에 동화될 때, 마르지 않는 샘처럼 생의 기쁨이 모든 것으로부터 흘러넘칠 것이다.

3 연꽃과 장미

267. 모든 것 중에서 신이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규모도, 공간도, 질도, 형태도, 시간도 신을 둘러싸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그분은 모든 것이며 모든 것은 모든 것을 둘러싸고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헤르메티카

268. 만약 인식의 문이 정화된다면 만물은 그 자체의 무한한 모습을 인간에게 드러낼 것이다. –‘천국과지옥의 결혼’,윌리엄 블레이크

280. 오비디우스의 ‘변신’에서 인용한 그리스의 성자 피타고라스의 말처럼, “영혼은 떠다니면서 이곳으로 왔다가 저곳으로 갔다가 하며 어떤 껍데기든 마음에 드는 것에 깃든다. 짐승의 몸에서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몸에서 짐승의 몸으로 옮겨 다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308. 동방의 현자들에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이 세계는 신이 따로 창조한 것이 아니라 신성 그 자체가 육체적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313. 연금술사는 엄격하게 중세의 3분법에 의해 사유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육체, 아니마,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4 내면의 빛의 변형

334. 현대 학문인 심리학을 요가와 동일한 컨텍스트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개인의 운명은 그의 심리적 성향의 작용이라는 생각이다. 즉, 자신에게 들이닥치는 재앙들은 스스로가 초래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신화와 종교의 형상들은 저 높은 곳으로부터의 계시가 아니라 정신생활의 발현이며, 그 환상으이 투영이라는 것이다. 즉, 신들과 정령들은 우리 안에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개인의 심리적 성향은 자신의 꿈과 그의 운명적 사건들에 대한 통제를 통해서 변형될 수 있다는 점이다.

335. "그 자아가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자는 누구나 '그와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진실을 알지 못한다"- 브리하다란야까 우파니샤드

335. 사람들은 각기 여러 신들을 섬기면서 "이 신을 숭배하라. 저 신을 숭배하라."고 하낟. 그러나 모둔 하나의 창조자로부터 나온 창조물일 뿐이며, 그 자신이 모든 신이다. - 브리하다란야까 우파니샤드

360. 피안의 지혜에 이르는 신비로운 방식에 따르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빛을 가득 찬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생애를 거쳐 자신의 의식이 그 극점으로, 즉 달에서 태양으로 도약하게 되면 자신의 육체는 이지러지는 달처럼 제 갈 길을 가게 한다.

364. 이제 사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게서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이다.-갈라디아서 2:20

365. ‘네가 바로 그것이다.’ 내 아들아. 너는 이미 네가 알기를 원하는 의식의 빛이며 존재의 지반이며 진실의 지복인 네 자신이다. - 찬도기야 우파니샤드

367. 강렬하게 바라보면 어떤 사물이나 신들의 영겁으로 다가가는 문이 되리라.-‘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374. 요가는 임의대로 움직이는, 마음이라는 것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멈추는 것에 있다.

424. 모든 소리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사물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생긴다. 예를 들어 목소리는 성대에 숨이 부딪쳐 나는 소리이다.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 유일한 소리는 우주의 창조적 에너지가 내는 소리, 다시 말해 공(空)에서 나는 소리인데, 이것은 사물에 선행하며 사물들은 거기서 응결한 것들이다.

428. 신화는 사실 사회를 움직이고 형성하는 공적인 꿈들이다. 역으로 한 사람의 꿈들은 그 자신을 움직이고 형성하고 있는 사적인 신들과 반(反)신들과 수호신의 힘으로 이우러진 작은 신화이다.

447. "인간의 마지막이자 가장 높은 떠남의 성취는 신을 향하여 신을 떠나는 것이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5 희생

496.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목숨을 버리려는 사람은 보존할 것이다.-누가복음' (17:33)

511. 나는 종교를 자연의 운행이나 사람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조정한다고 믿어지는, 초인간적 힘에 대한 회유나 위무로 이해한다. 이렇게 정의할 때, 종교는 이론과 실천의 두 가지 요소, 곧 인간보다 우월한 힘에 대한 믿음과 그 힘을 달래거나 기쁘게 하려는 시도로 구성된다. 두 가지 중에서는 분명 믿음이 우선한다. 우선 어떤 신적인 존재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그것을 기쁘게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음이 그에 상응하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라 신학일 뿐이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중


568. "이 무지의 분리를 보상해주는 것은 '희생'이다. 희생한 자의 자기양도와, 분리된 신을 온전한 하나의 전체로 다시 세움으로써 다수의 자아들은 하나의 원리로 응축된다."- 아난다 쿠마라스와미

6 깨어남

581. 우리의 탄생은 단지 꿈이요 망각일지니.- 워즈워드

582. 불꽃이 바람에 맞아 사라지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듯..그분(붓다)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 형상도 없네…만물이 다 멸절되고 (존재나 무존재에 관한) 논쟁도 다 사라지는 그 때… -초기 불교 경전

582. 쇼펜하우어는 시적이고 사색적인 글 '개인의 운명에 있어서 확연한 의지에 관해서 에서 이 광대한 우주 전체, 이 경이로운 '시간과 공간으로 조건 지어진 현상의 다양성'에 관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즉, 그 이미지는 ‘하나의 존재가 꾸는 광대한 꿈으로서, 그 꿈속의 등장 인물들도 모두 꿈을 꾸고 있는, 그리하여 만물이 맞물려 있고 다른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이미지이다.

586. 별들, 어둠, 등불, 환영, 이슬, 거품 방, 하나의 꿈, 하나의 섬광, 한 조각 구름. 우리는 이 세상을 잘 살펴보아야 하리라 – ‘가을의 리듬’, 잭슨 폴락

588.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 색이 공이요, 공이 색이다. – ‘반야경’, 붓다

590. 하느님은 같은 모습이지만…스스로를 낮추시어 죽음에 순종하시고, 심지어는 십자가에 매달리는 죽음에까지 순종하셨다. -빌립보서 2:6-8

591. "그곳에 있는 그는 한 분이지만, 이곳에 그의 자식들 안에 있는 그분은 다수이다."- 샤타파타 브라흐마나



3. 내가 저자라면


꿈의 심상은 신화의 기반이다.


캠벨이 신화와 독자들이 대화하도록 이끌기 위해 고른 방법은 융 심리학이다. 그래서 캠벨은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한 부시맨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우리를 꿈꾸는 꿈이 있답니다’. 캠벨은 꿈을 통해 신화의 문을 연다. ‘꿈은 깨어있는 의식에 알려지지 않은 채 내면세계로부터 떠오르는 것이며, 이는 신화도 마찬가지’ 이며 사실, 삶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화와 꿈의 관계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 캠벨은 순식간에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 유럽과 올메카 문화의 신화와 예술을 그림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5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고대 문명권의 신화의 발전과정을 추적하고, 꿈과 삶에 대한 동서양 해석의 중요한 차이점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캠벨의 연구는 세계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문명권의 신화들이 어떤 통일성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상징들이 어떻게 고대의 신비를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는지를 전해준다고 할 수 있다. 꿈과 깨어남, 죽음과 부활, 연꽃과 장미, 코끼리와 뱀, 피의 제단과 희생양, 하늘 사다리, 만다라, 세계산, 달력, 도깨비 등 고대인의 보편적인 신화적 모티프들이 철학적인 ‘전 지구의 카탈로그’를 펼쳐보인다.

동양과 서양의 신화를 깊고 넓게 연구해온 그는 신화의 이미지에서 두 거대한 시공간의 비교와 조화를 꾀한다. 따로 서술되어 오던 신화는 ‘하나의 보편적 경험’이라는 인류의 근원 현상에 따라 화합하기도 하고, 지역성에 따라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는 다양한 변형들을 낳기도 한다. 캠벨은 이러한 지역적인 특색들이 동서양을 가로질러 영속적으로 드러나는 테마들을 가리지 않도록 하면서, 모든 역사적 변형들을 통해 하나의 일치된 소리를 추출하고 있다(33p). 하지만 그렇게 드러난 일치성에 압도되어 무한히 다양한 변형들에 대한 감상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주를 ‘신이 꾸는 위대한 꿈’으로 묘사하는 인도 신화는 반대로 신의 피조물이 신의 꿈을 꾸는 성서의 관점에 대비된다. 즉, 캠벨은 우주의 꿈을 꾸는 인도의 비슈누 신과 신의 꿈을 꾸는 욥을 비교함으로써 인도 신화에서는 형상들이 우주적 의미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반면 플레이크의 판화 ‘욥의 환상’은 개인의 지역적 한계나 종족적 한계를 반영한다고 말하며 두 가지 관점에 모두 주목한다.


신화의 동일 모티프 두 가지 관점

서로 다른 문화의 신화가 동일 모티프를 갖는 현상은 ‘심리학적 요인’과 ‘전파’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된다. 심리학적 요인은 구스타프 칼 융의 ‘집단무의식’과 일맥상통한다. 어느 곳, 어느 시대에 살더라도 유사한 구조를 갖는 인간의 정신과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비슷하게 작동하는 발명과 발견 등 여러 원인들이 비슷한 신화를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캠벨의 주 논점이었다. 이 책에서는 여러 학자들의 근거있는 연구를 토대로 신화의 유사성이 문명 전파의 흔적이라는 것도 함께 이야기 한다. 기원전 3000년경 일본의 토기 조각이 남미 에콰도르에서 발견되고 중국의 ‘도철 가면’과 인도 ‘영광의 얼굴’, 중앙아메리카 ‘재규어 가면’이 공유하는 유사성은 부인하기 힘든 전파의 증거들이다.


볼링겐 시리즈 100번째 기념비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신화 아이콘 조셉 캠벨의 전 생애에 걸친 신화 연구의 결정판이자볼링겐 시리즈 100권을 마무리하는 역사적인 책이기도 하다. 볼링겐 시리즈는 본래, 1941년에 미국의 자선 사업가로서 특히 문화, 예술 분야를 적극 후원한 폴 멜론이 설립한 볼링겐 재단에서 출간되었다. 1969년에 볼링겐 재단은 고고학, 민속학, 문학, 비평, 신화학, 철학, 심리학, 종교학, 기타 관련 분야에 대한 책을 계속해서 출간한다는 조건으로 볼링겐 시리즈를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 넘긴다. 이 시리즈에는 칼 구스타프 융 선집을 필두로, 지성사적인 가치를 지니는 수준 높은 인문학 도서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볼링겐 시리즈의 설립자인 폴 멜론과 메리 멜론은 100권의 볼링겐 시리즈를 마무리할 최종점으로 주저 없이 신화의 이미지를 선택했다. 아낌없이 수록한 도판들과 전 세계 문명권의 신화에 관한 아름다운 탐색이 담긴 ‘신화의 이미지’는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즈 서평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하였다.


아무 때나 펼쳐 읽기 좋은 책

이 책은 캠벨이 일흔살에 쓴 말년기의 대표작으로, 1974년 나온 지 32년만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제목 그대로 이미지가 중심인 책이다. 다양한 신화와 그 내용을 담고 있는 온갖 이미지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조그만 고대 유물 조각에 새겨진 문양에서부터 중세 도자기와 동서양 회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 자료가 책장마다 가득하다. 기원전 1300년대 제작된 이집트의 ‘사자의 서’와 아스테카의 ‘달력 돌’, 12세기 일본의 ‘관음’, 중국의 ‘구룡도권(九龍圖卷)’ 등의 작품을 접하고 설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분을 갖게 한다. 신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림을 볼 수 있고, 반대로 그림을 보면서 그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부터 현대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물감 뿌리기 그림까지 한 달음에 400여점의 그림들을 일갈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풍성한 그림들 덕분에 650쪽에 이르는 분량에 압도 당하지 않고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도판들이 흑백이고, 선명하지 않은 그림들이 다수 있는 점은 좀 아쉽다. 그러나 이 책은 틈날 때마다 순서에 상관없이 어느 한 부분을 펼쳐 읽는다 해도 상관없다. 신화에 대해 내공이 어느 정도 쌓인 다음 읽으면 더 가까이 다가올 책이다.


세계 신화의 유사성

캠벨 책 5권을 읽고나니 반복되는 주제와 반복되는 이야기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주제가 있다면 왜 서로 다른 문명권의 신화와 종교에서 동일한 모티프들이 반복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 성서에 나오는 신화들(캠벨에게 종교는 각 민족의 신화다)과 타 문명의 신화 간의 유사성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구약의 아브라함 이야기와 모세 이야기, 신약의 예수 이야기 등은 이집트의 오시리스-이시스-호루스 신화의 구조적 변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계 신화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모티프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죽음과 부활을 다루는 다수의 테마들, 신의 희생과 추방된 아기의 귀환 등 ‘원형의 반복과 모방’이라는 테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책은 그런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세계 신화의 원형들을 집대성하고 있다. 고대 문명이 남긴 다양한 건축물과 조각, 도자기와 장식물 등을 통해 유럽과 근동, 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의 신화가 어떻게 보편성을 띠고 또한 다양한 변형을 이루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꿈 속으로 꿈 속에서

꿈을 꾸는 것으로 시작한 신화 이야기는 캠벨이 추려 뽑은 동서양 각국의 신화들을 비교하는 긴 여정으로 이어진다. 각국의 신화들을 펼쳐보이면서 캠벨은 이 온갖 이야기들이 인류의 원초적인 꿈과 같은 것임을 알려준다. 이 꿈 속에 지역과 시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유사성이 있으며, 동시에 서로 다른 독특한 사유가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의 전체 구조는 꿈으로 들어갔다나 깨어나는(삶이라는 꿈의 속박으로부터 인간이 해방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을 펼치는 순간 비슈누와 함게 잠들어 내내 세계의 꿈을 꾸다가 책의 마지막에 들어 주술에서 깨어나듯 잠에서 깨어난다. 캠벨이 꿈꾸는 신비주의자인 것은 이 책을 마무리하는 그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이제 소펜하우어의 펜 끝에서 나온 주문을 외며 ‘하나의 존재가 꿈꾸는 광대한 꿈으로서 그 꿈속의 등장인물들도 모두 꿈을 꾸고 있는’ 은하수와 우리 자신으로 이루어진, 전 우주의 막을 내린다”고 선언하며 그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오늘날 우리가 꾸고 있고, 그것이 우리를 꿈꾸는, 그 꿈은 무엇인가? 어떤 르네상스적 깨어남이 티치아노의 붓과 셰익스피어의 거침없는 펜에 영감을 불어넣고, 갈릴레오와 뉴턴과 달나라를 향한 우주비행사들의 비행을 가능케 했는가?”


이 책을 칭친한다

역자의 배려로 멋진 부록을 갖게 되었다. 앞의 ‘일러두기’에서 역자는 원서에는 없는 캠벨의 생애와 연보,저작 목록을 캠벨 재단의 자료를 토대로 새롭게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수고로 탄생한 연보 덕에 캠벨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 주간 숙제에서도 이 연보를 많이 참고했다. 뒤에 충실한 각주와, 도판의 출처를 다시 일일히 밝힌 것과 가나다순으로 찾아보기를 두어 관련 내용이 본문 어디에 있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한 것도 참 좋다. 그리고 양장판 책 제본이 아주 고급스럽고 편집과 칼라까지 품위가 있어서, 소장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4,00개가 넘는 귀한 도판 자료는 물론이고(도판에 유명한 화가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락 같은 현대 거장들의 그림이 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각 부마다 첨가한 환상적인 사진들도 신화의 은유적 분위기를 위해 매우 적절하게 배치된 느낌이다. (4부 표지 그림의 폴 젠킨스, 마크 하셀리스의 판화 그림들도 멋지다). 역사에 남을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협력한 사람들에게 일일히 감사하는 작가의 모습도 아름답다. 책 앞의 감사의 말을 전하는 코너(acknowledgment)는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나름대로 가늠해볼 수 있어서 늘 감동을 가지고 읽게 된다. 캠벨은 이 책을 존 배럿과 본 길모어에게 ‘삼십년 간의 우정과 함께 한 작업을 감사하며’ 헌정하고 있다. 이들은 볼링겐 재단의 이사장과 부이사장이다. 재단의 기부금으로 명망있는 책들을 출판하는 그들의 전통이 우리의 열악한 출판 현실과 대비되어 부럽게 다가온다.


아직도 어렵다

너무 다양한 것들을 다룬다.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그가 다루는 내용이 너무 깊어서라기 보다는 우리가 이 방면에 쌓아놓은 지식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자료를 종횡무진 펼쳐 놓으며 깊이있게 비교하고 설명하는 캠벨을 아직도 알듯 말듯한 눈빛으로 바라봐야 하니 속이 불편하다. 캠벨의 방대한 연구력과 지적 스펙트럼은 거의 경이에 가깝다. 책을 끌고 가는 주 내용 말고도, 각 그림 마다 달린 깨알 같은 설명의 양은 보통이 아니다. 그것들을 이해할 지적 토대가 우리 안에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유감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캠벨을 읽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스승 없이 혼자 깨우쳐보라고 고등학교 교과서를 던져준 형국이나 다름없었다. 해독이 가능해 재밌게 읽히는 부분도 있지만 혼자서 제대로 풀기엔 어려운 곳들 투성이다. 할애된 시간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캠벨 책 5권을 손에서 내려놓으면서 느끼는 기분은 엄청난 것을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배운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머리 속에 잔뜩 집어 넣은 것들은 엉크러진 실타래 마냥 정리가 안된 채 쳐박혀 있다.


5권을 읽고: 아쉬움을 넘어서

역자의 표현대로라면 끔찍하리만큼 박학다식하고 두려우리만치 깊은 캠벨 떼문에 꽤나 애를먹었다. 조근히 설명하거나 굳이 논증하려 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 때문에 책 읽기가 참으로 쉽지 않았다. 좀 더 순차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이 필요한 대목에서 조차 다채로운 예들만 가득 제시하는 캠벨 때문에 당면 이슈가 제대로 해결이 안된 채로 다른 이슈로 넘어가야 했다. 다행히 같은 내용이 책마다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얻곤 했지만, 그래도 ‘신화의 바다’ 속에 푹 빠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니 매번 조난당하지 않으려고 버둥대느라 신화의 즐거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캠벨을 황홀하게 만든 영적 통찰들이 내 언어로 경험되어야 하는데, 책 5권을 읽도록 그런 경험이 몇 번 다가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다. 그러나, 신화의 세계 속을 방랑하며 나라는 존재의 가장 심원한 곳, 그 깊은 곳에서의 울림과 만나기를 나는 정녕 고대하기는 했던 것인가, 숙제에 바빠서 본말이 전도된 건 아니었나. 아쉽게도 내 것이 아닌, 캠벨의 옷을 입고 신화 속을 헤매다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앞으로도 따로 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토대없이 집을 세우려다 보니 많은 무리가 따랐었다.

5권의 책을 손에서 내려놓는 이 순간 그래도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어렴풋한 그림 하나는 그려진다. 그 그림 속에는 커다란 광야, 혹은 동굴, 혹은 샘물에 홀로 던져진 내가 있다. 인생의 신비를 찾아서 광야를 쏘다니고, 동굴을 탐험하고, 샘물을 퍼올려야 하는 영웅의 부담을 즐겁게 안은 채로.


IP *.127.99.34

프로필 이미지
2008.04.28 16:11:48 *.64.21.2
넓은 지적 스펙트럼과 담을 넘는 사고
---무지게 부럽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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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2008.04.28 18:36:36 *.52.236.185
맞아요.

이 책 너무 어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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