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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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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일 11시 28분 등록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 2007


글쓰기에 대한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건가? 이 책은 내가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던 의문을 ‘모조리’ 해결해 주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문장과 적절하기 그지없는 인용으로, 품격과 유머를 가지고 정곡을 찔러대는 통에 전율과 한기가 동시에 흘렀다. 무릇 이런 것이 글일텐데, 그렇다면 그 많은 책들은 왜 그렇게 돌아가고, 폼을 잡고, 말만 많은 것인가.

누구를 위해 쓰는가?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답이 있다. 자신을 위해 쓴다. 엄청난 수의 청중을 머릿속에 그리지 말자. 그런 청중은 없다. 독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사람이다. 편집자들이 어떤 종류의 글을 출판하고 싶어 할지 사람들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지는 생각하지 말자. 편집자와 독자는 막상 글을 읽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읽고 싶은지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38쪽

‘엄청난 수의 청중이란 없다’ 이 문장을 읽으며 한숨이 나왔다. 대상독자라는 이름으로, 청중의 기호를 잡아채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에게 한 방 먹이는 표현이 아닌가. 한 가지 관심사에 똑같은 반응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대상독자 같은 것은 없다. 그들조차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있다. 눈앞에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일시적으로 우연히 때로는 아주 변덕맞게 반응할 뿐! 그러니 쇼를 하라! 세상에 없던 쇼를 하라!

나이야 어떻든 글을 쓸 때는 자기 자신이 되자.
대화로 편히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자. -40쪽

쳇~~ 다 좋은데 거기서 나이가 왜 나오냐? ^^  나이를 먹으면 뭔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는 이 편견은 철옹성처럼 단단하기도 하구나. 그런데 나이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연령차별주의에 부딪칠 때마다 서서히 쫄아들뿐! 나이 때문에 늙는 것이 아니고, 생각 때문에 늙는다.
어쨌든, 대화로 편히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랜다. 기가 막힌 표현이다.

글을 애써 꾸미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면 자신만의 것을 잃고 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독자들이 금방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3쪽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나’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생각하면서 쓰거나, 초고를 일인칭으로 쓴 다음 ‘나’를 빼면 된다. 그러면 비인간적인 문체에 온기가 돌 것이다. -36쪽

변경연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해 보니, 독자의 반응이 확연하게 갈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자는 내가 ‘감성적인 속내’를 드러내는 글에 반응해주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나서 이처럼 명쾌한 해석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다. 글쓰기의 첫 번 째 원칙으로 껴안고 갈 것이다. 글쓰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할 것, 인간적인 디테일에 대해 쓸 것. 오직 나한테만 말해주듯, 귀에 대고 조목조목 일러주는 윌리엄 진서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18쪽

내가 가진 것을 편안하게 나의 화법으로 말하는 일은 글쓰기의 감각과 문체로 연결된다.
감각과 문체 둘 다 딱 부러지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마주치면 알아볼 수는 있는 것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그것은, ‘무엇이 통하고 안 통하는 지를 아는 것’이다.

재미있게 쓰는 작가들은 대개 스스로 재미를 느끼려 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작가의 핵심이라고 해도 좋다. 나는 글쓰기를 스스로에게 재미있는 삶과 지속적인 교육을 주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알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주제에 대해 쓴다면 자신이 느끼는 즐거움이 글에 묻어날 것이다. 배움은 일종의 강장제다. -218쪽

쉽고도 명료하고 따뜻한 저자의 책은 내게 모델북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 귓전에 대고 말하듯이 쓴 문체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리라. 어떻게 이런 문체에 도달할 것인가. 저자의 조언은 ‘명료함’과 ‘인간적인 온기’로 축약할 수 있다. '명료함'은 '간소함'에서 온다. 그의 글은 자신의 주장에 걸맞게 ‘명료함’과 ‘온기’로 가득차 있다. 내 마음에 들어온 몇 구절을 옮긴다. 나머지는 그대가 직접 읽어보라. ^^

좋은 글쓰기의 비결은 모든 문장에서 가장 분명한 요소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데 있다. -19쪽
간소하게 , 부디 간소하게 쓰자. -20쪽
어떻게 하면 난삽함이라곤 전혀 없는 이 부러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답은 난삽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워버리는 것이다. 명료한 생각이 명료한 글이 된다. -21쪽

글 쓰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걸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또 자기가 쓴 글을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말을 했나? 이 주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보기에 글이 명료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딘가 모호한 구성이 있다는 것이다. 명료한 작가는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정확히 어디가 모호한지 알아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다. -24쪽

글쓰기 실력은 필요 없는 것을 얼마나 많이 걷어낼 수 있느냐에 비례한다.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이다. 좋은 글은 하나같이 독자에게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생각 하나를 던진다. 두 가지나 다섯 가지가 아니라 단 하나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독자의 마음에 어떤 점 하나를 남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통일성에 관한 판단이 섰다면, 그 틀 안에 넣을 수 없는 소재란 없다. -25쪽

어떤 글에서건 가장 중요한 문장은 맨 처음 문장이다. 첫 문장이 독자를 둘째 문장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그 글은 죽은 것이다. 그리고 둘째 문장이 독자를 셋째 문장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그 글은 죽은 것이다. 이렇게 독자가 완전히 걸려들 때까지 한 문장 한 문장 끌고 가는 것이 글의 가장 결정적인 부분인 도입부이다. -55쪽
IP *.209.36.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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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05.01 12:54:10 *.67.52.206
글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저 나름대로 이것저것 해보고 느낀 것은 생각을 백날 해도 한 줄의 글로 쓰는 것이 더 확실하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글로 쓰면 언젠가는 실천하게 되고 좋던지 않던지 간에 결과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경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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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5.01 13:06:33 *.36.210.11
선배의 꾸준함에 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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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5.02 08:59:09 *.209.36.143
지현씨의 의견에 절대공감입니다.
누군가 '글쓰기는 생각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듯이,
쓰면서 생각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일단 쓰는 것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이 책은 그 단계에서 분명한 답을 주네요.

긴가민가 하지 않고, 부풀리지 않고, 유식한 척 하지 않고,
오로지 명료하고 '나'가 드러난 글이 좋은 글이라구요.

근래 발견한 최고의 책이라, 글쓰기에 고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었구요.



써니, 써니의 어떤 글에서는 집중력과 에너지가 신들린 것처럼 뻗쳐오르는 것을 느껴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구요.
내가 비교적 글의 행간을 잘 읽고 느낌을 잡아채는 것을 즐기잖아요. 이건 내 재능이기도 하지요.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내 재능을 살리는 일을 할건데요.

anyway ~~ ^^
써니도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할게요. 써니의 글쓰기에 멋진 도약을 선사하리라 믿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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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2008.05.02 09:41:12 *.235.31.78
쓰면서 생각한다는 것,
정말 맞는 것 같아요. ㅎ
쓰다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쑥쑥 자라나요.


처음엔 요만~했는데,
써놓고 보면 이만~해 져요.
이건 참 신나는 일이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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