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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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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4일 12시 20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Once Upon a Midlife', 이 책은 이미 절판된 책이다. 책 구하기부터 정말 쉽지 않았다. 유명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 후 재고가 없다는 연락에 어쩔 수 없이 취소하기를 몇 번 반복했다. 인터넷 헌책방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광주에 있는 대형 서점에까지 전화를 걸게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에서 딱 하나 남아있을 것 같은, 새 책을 한 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책을 얻기 힘들었던 만큼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 유명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철저하게 베일에 쌓인 인물이기 때문일까?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었고, 그리 분량이 많지도 않았다. 사부님에게 특별한 부탁을 받았는지, 그는 시작부터 날 좌로 굴리고, 우로 굴렸다.



그는 정신분석학자이다. 그 중에서도 융 학파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가 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소위 융 학파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하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칼 구스타프 융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류 공통에게 발견되는 무의식을 집단무의식이라 불렀다. 이것은 개인의 무의식보다 더 깊은 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매우 혼돈된 상태로 경험되지만, 이를 잘 관찰하면 그것이 원형 archetype이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연구원들이 4월 내내 봐왔던, 조셉 캠벨의 저서를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바로 이 원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이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본질을 깨닫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융 학파의 학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집단무의식은 의식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갖던 갖지 않던 간에 끊임없이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고 말한다. 이 언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의식적인 언어와는 다른 상징적인 언어이다. 바로 이 같은 상징 언어의 표현이 바로 꿈, 민담, 신화, 옛날 이야기인 것이다. 융의 제자 중 한 사람인 폰 프라쯔 Von Franz는 이러한 상징 언어의 연구를 ‘영혼의 해부학’이라는 말로 명쾌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즉, 조셉 캠벨이 이러한 상징 언어들 중에서 신화를 연구한 사람이었다면, 알랜 치넨은 옛날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연구한 사람이다.

자료가 많지 않아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그는 하와이에서 자랐다. 하와이는 다양한 문화로부터 전파된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어릴 적부터 이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 후에 그의 진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는 후에 스탠포드 대학에서 생물학과 철학 학위를 취득한 후, 정신의학을 공부하는 의학도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걸었던 길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한다. 이 후부터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정신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인병원을 개업하여 운영 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된 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책 역시 모두 절판된 상태이다.

어른스러움의 진실
In the ever after
김승환 역, 현실과미래사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동화
Waking the world : classic tales of women and the heroic feminine
공경희 역, 황금가지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
Once upon a midlife : classic stories and mythic tales to Illuminate the middle years
이나미 역, 황금가지

“알랜 치넨은 현대 중년의 정신성에 대한 그 자신의 이론들을 한정된 시간을 초월하는, 인생의 후반을 위한 <중년의 이야기>들을 통해 착실히 진전시켜 왔다. 그는 확실히 다른 연구자들이나 저자들이 이미 기술한 이분야의 현상을 조망하는데 풍부한 자료를 확보해 주었다. 기초적 지식에 대한 그 자신의 명료한 관찰들은 정말로 환영할 만한 기여가 아닐 수 없다.” - 로저 굴드 Roger Gould 박사의 서문 중에서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머리말

15) 사람들에게 사실이나 이념들을 들려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영혼과 맞닿을 것이다.
- 하시드의 속담

16) 그 이름만으로도 이야기란 인간의 영혼과 닿아 무의식 세계의 베일을 벗기는 작용을 하고 있다.

16) 이야기란 듣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이성적인 사고를 일단 멈추게 하고 사람을 자유롭게 놔두도록 하는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할 수 있다.

17) 신화나 전설들은 보다 공적이고 사무적인 사회의 관념들을 표상하기 때문에 가부장제의 권위를 정당화시키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왕들은 보통 신들이나 신화 속 영웅들의 자손이다.> 반면에 중년을 다룬 옛날 이야기들은 인습 타파적이고 반문화적인 무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8) 중년의 이야기들은 개인과 사회가 무시하는 진실의 문제를 제기한다. 따라서 중년의 이야기들은 종종 자신들의 문제를 반성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당황하고 혼란시키지만 결국에는 치료적 효과를 가져온다.

24) 중년의 이야기들에는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이란,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웠던 외상들을 단순히 풀어버리기 보다는 보다 크고 중요한 과제인 <완전한 인간이 되는 지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준다.

제1부 서른 이후,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다.

젊음의 마법을 상실하는 중년 (요정과 구두장이 - 독일)

33) 마법의 정령들이 사라진 것은 성인들이 <일> 때문에 <놀이>를 포기하고 <책임> 때문에 <순수>를 버리게 될 수밖에 없는 경험을 상징하고 있다.

35) 마법의 상실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발달 과정상의 문제인 것이다. 이는 <벌>이 아니라 단지 <성장의 결과>인 것뿐이다.

36) 따라서 인간은 첫 30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의 본래 인생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당나귀에게서 빼앗은 18년을 더 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채찍질을 당하며 일상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다음의 12년은 개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불 곁에 앉아 웅얼거리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로부터 받은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좋은 대로 행동을 한다.

38) 의식의 사고가 해답을 찾지 못할 때, 잠자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내부의 요정들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39) 창조성은 의식의 판단과 의도를 유보했을 때만 나온다. 특히 유치하고 장난기 많은 어린 시절의 흔적들은 창조성에는 꼭 필요한 요소다.

중년기에 잃는 젊음의 이상들 (마술 주머니 - 한국)

46) 순수함과 야망에 가득 찬 젊은이들은 완벽함이 가능할 것이라는 짐작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과 부딪히면서 그런 꿈들은 결국 깨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왜 중년의 이야기에서 마법을 잃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작은 인간의 잘못들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약점들이 완벽성에 대한 신성한 꿈을 깨버린다.

47)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우상과 이상을 포기하고 결국에는 자기에게 맞는 만큼의 좋은 일을 하는 데 만족하게 된다. 융 분석학자인 도날드 샌드너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젊은이들은 진정한 성인이 되기 위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하나님과의 유사성'을 포기한다.>

49) 젊음의 마법을 잃지 않겠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큰 재난이 닥치기 마련이다.

젊음의 마법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 (어부와 인어 - 웨일즈)

54) 그(에릭 에릭슨)가 생각하는 중년의 기본적인 과제는 베풂의 미덕(Generativity)이다. 이는 자기 자식을 돌보는 태도이자 다음 세대 전반, 즉 학생들, 피부양자, 후배들까지를 후원하는 태도를 뜻한다. 이런 베풂의 미덕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할 경우에는 노년이 되었을 때 비참하게 되거나 침체될 수 있다는 점을 에릭슨은 경고한 바 있다.

55) <나는 젊음을 지배하길 원하지만, 그런 동시에 성숙되기도 해야 한다>
- 칼 융

55) 프로이트는 사랑과 일은 성인들의 생활에 기초적인 것이며 일에 대한 헌신은 마치 사랑처럼 스스로의 생성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55) 아이들은 키운다는 것은 창조적인 영감을 현실로 변형시키는 과정과 유사하다. 작가는 자신들의 직관을 소설로 형상화하여야만 하고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직접 검증해야만 한다.

55) 비슷한 식으로 한 개인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감들을 세세하게 작업화하지 않는다면 창조적 섬광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61)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벌며 보다 안락한 생활을 꿈꾸는 물질적인 관심은 중년의 제일 큰 과제이기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탐닉할 경우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제2부 서른 이후, 남자가 가는 길과 여자가 가는 길

중년 남녀의 성역할 바꾸기 (고집쟁이 남편과 아내 - 페르시아)

73) 중년의 남자들은 젊은 시기에 그들을 움직이게 했던 힘과 지위에 대한 남성적인 경쟁 심리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 대신 그들은 관계와 감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데 이들 특성들은 젊었을 때는 너무나 여성적인 것이라서 거부했던 성격들이다.

74) <인생의 아침에 활짝 피었던 모든 이상과 가치관들이 인생의 정오쯤에는 바뀌게 되는 것이다.> - 융

74) 여성들은 전통적인 주부 역할을 포기하고 개인의 성취에 훨씬 더 관심을 두며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거나 또다른 교육을 받기도 한다. 이때쯤 되면 여성들은 예쁘게 자기를 장식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훨씬 독립적으로 변한다.

75) 모로코의 민담들은 중년의 성역할 바꾸기에 대해 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서 모든 남자는 백 개의 악마와 함께 태어난다. 그리고 소녀들은 백 개의 천사와 함께 태어난다. 해가 갈수록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악마와 천사를 교환한다. 따라서 만약 백년을 산다면 남자는 백 개의 천사를 갖게 되는 것이고 여자는 백 개의 악마를 갖게 되는 것이다!

82) 젊은 남자와 여자들은 사실 자기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파악하고 문제가 생기면 남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중략) 다른 사람들을 쉽게 비난하면서 젊은이들은 세상에 반항할 수 가 있고 용감하게 인생에 뛰어드는 것이다.

82) 중년쯤 되어 문제가 생기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의 악한들을 찾아 비난하는 것을 그만두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점을 훨씬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방식을 바꾼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려는 태도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성숙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83) 한 가지 목적에만 집중하는 감각은 젊은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이다.

84) 젊은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초자연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지혜만 있으면 충분하다.

중년기의 여성 해방 (왕이 된 부인 - 중국의 위구르 문화권이 이야기)

98) 중년의 이야기에 나오는 여성의 억압은 대부분의 문화에서 보이는 어두운 진실을 반영한다.

100) 많은 동화에서 여성의 계략이 부정적인 것으로 그려지는 반면,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여성의 현명함은 칭찬받을 만한 무언가로 그려진다. 사실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교활해지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105) <자기>란 개인의 가장 진실한 본성을 표상한다. 융은 <자기>란 전형적으로 꿈속에서 <행복의 새>같이 성스럽고 마술적인 상징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했다. 성스러운 새는 부인의 진정한 자기, 즉 자신의 깊은 존재를 상징한다. 외적인 억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진실했으며 그녀의 통합성을 지켜나갔다. 따라서 내적인 그녀 자신의 상징이 겉으로 표현된 것이다.

106) 여성들이 현실 생활에서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알지 못하고 또 감히 날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성들은 높은 곳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자신들의 권위를 여성들이 주장할 때 바뀌게 된다. 자신이 비상하는 이미지는 중년 여성들의 꿈이나 공상 속에서 보다 확실하게 두드러진다.

중년의 남자와 여자 (피리 부는 왕비 - 러시아 민담)

120) 청소년 시기가 되면 대부분의 소녀들은 사회적인 압력에 의해 자신들의 그런 남성적인 면을 억압하라고 강요받게 된다. 반면에 소년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독립적으로 자라도록 격려받는다. 소녀들은 생존하기 위해 진정한 자신들을 감추고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심리적으로는 동면기에 들어간다. 중년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여성들은 다시 눈을 뜬다.

120) 많은 연구에서 중년기가 되면 심리적인 양성성이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양성성이란 나이 들면서도 깊이 행복할 수 있는 성공적인 심리 특성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121) 여성들이 개인적인 흥미나 직업을 추구하게 되면 폐경이란 하나의 해방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

122) 폐경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면 이는 여성들이 엄격한 여성적인 역할을 아직 버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125) 남성은 자신의 약한 부분과 고통을 감추도록 사회화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년에 겪는 혼란과 의심을 감춘다. 남자들은 대개 밖으로는 잘 기능하지만 속으로는 고통을 받는다. 중년의 이야기들은 외적인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진실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129) 개인들은 힘과 친밀성에 관해 중년이 되면 이해하게 되고 그들이 젊어서는 내버려두었던 반쪽과 대면하게 된다.

131) 여성의 새로운 경력은 남편이 그의 능력 이상의 것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시작하게 된다.

제3부 서른 이후, 운명을 받아들이다.

중년에 바라보는 죽음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 - 중국)

138)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남아 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140) 남녀는 젊어서 그들 노력의 대부분을 세상에서 그들 자신을 세우는 데 보낸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계획과 야망에 사로잡혀 있다. 중년에 개인은 진로를 바꾸기를 요구받고 그들의 개인적인 꿈을 초월하여 그들 자신을 <큰 사진>의 작은 부분으로 간주하게 된다.

142) 죽음은 종종 생성의 가장 좋은 스승이 된다.

죽음과 중년의 내면 여행 (죽고 싶지 않은 남자 - 일본)

149) 중년의 남녀는 일에 몰두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하면서 죽음의 불가피성을 부정하려고 노력한다. (중략) 불행하게도 동화에서 나타나듯이 이러한 노력 중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149) 죽음은 삶을 가치 있고 흥미롭게 만든다. 그리고 죽음은 휴식을 약속해 주며 삶의 무것은 짐으로부터 도피처를 제공한다.

149) 죽음은 갇혀 있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존재였다.

151) 죽음과의 조우는 개인으로 하여금 평범한 일상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숭고한 정신적 수양이나 세상을 버리는 것 대신 죽는다는 것은 중년의 남녀에게 세속적인 질서를 긍정하도록 촉구한다.

152) 역설적으로 죽음은 삶에 대한 실질적인 지혜를 제공한다.

152) 여성은 대개 그들의 공포에 관해 개방적인 반면 남성은 습관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포함한 모든 불안을 부정하고 축소한다.

154) 죽음은 여성들에게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준다. 죽음은 남성에게도 같은 통찰을 가져다주는데, 남성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의 역할이 적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좀 다르다.

156) 그것(꿈)들은 억압되고 무시된 문제를 끄집어내어 의식의 한계를 메워준다.

158) 중년의 남녀가 불안하면 그들은 종종 여행을 가든지 직업을 바꾸던지 주거를 옮기던지 또는 이혼하게 된다. 그들은 실제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고 나중에서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그들 안에서 발견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중년 (운명의 신 - 달마시아)

166) 남녀는 그들의 통제력을 능가하는 힘에 맞닥뜨려 삶의 한계를 수용한다. 그들은 운명에 굴복하는 것이다.

169) 유사하게도 남녀는 중년이 되면 운명에 순응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운명을 무시하고 바꾸려는 젊은 날의 노력들을 포기한다.

중년기의 오이디푸스 갈등 (운명을 이기려는 왕 - 인도)

182) 아버지는 대개 아들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지만 또한 질투와 경쟁 관계도 느낀다.

183) 심리학자와 심리분석가들은 젊음을 부러워하는 것이-질투와 증오-중년의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183) 중년의 오이디푸스적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베풂의 미덕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괴로움과 분노로 소모되고 만다.

185) 운명은 그것 자체로는 중년의 질투를 해결하지 못한다. 운명이 부여하는 것은 다소 비극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이다. 인간의 통제력을 능가하는 힘의 수용이다. 중년의 비극적 통찰의 발전은 남녀가 인생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187) 중년의 남녀는 운명이나 숙명의 힘을 깨닫고, 그들은 단지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제한된 통제력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188) '자아 통합'은 현대의 심리적 방법으로 표현하자면 '한 사람의 운명에 대한 긍정'이다.

제4부 서른 이후, 삶을 깨닫다.

젊음의 추상적 이성 vs, 중년의 실리적 지혜 (현명한 대답 - 러시아)

201) 남자와 여자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지혜를 발전시킨다. 남자들은 대개 젊은 시절 추상적이고 지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과학과 철학에 강하게 끌리며 젊은이의 팽창적이고 장엄한 정신을 반영하는 절대적 진리에 관해 습관적으로 이야기한다. 남성은 성숙해 가면서 실리적이고 일상적인 정서적 지식의 중요성과 그들 자신의 이해의 한계를 인식한다.
반면에 여성들은 보완적인 유형을 쫓는다. 그들은 대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 강조를 두고 시작하여 나중에 그들 통찰력의 더 넓고 우주적인 중요성을 인지한다.

202) <나는 단지 나의 본질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동시에 나는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점에 나의 본질을 일치시켰다. 그리고 나는 옳은 것을 안다. 나의 본질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다. 세상에서 나를 지치지 않게 하고 나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나로부터 뒷걸음치지 않는 유일한 것이다.>
- 벨렌키의 연구에 등장하는 한 여성의 말

203) 전통적으로 남성은 로고스를 그 다음에 그들의 삶에서 로고스와 통합한다. 남녀 모두에게 있어 성숙이란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의 이성적 유형의 조화를 요구한다.

악마의 도전에 대한 중년의 방어 (솔로몬의 충고 - 이탈리아)

210) 심리적으로 젊은 남녀는 악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할 뿐 결코 그들 자신 안에 악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어려운 악, 즉 자기 자신 안에 내재한 악을 산뜻하게 회피한다.

214) 악에 대한 관용은 중년의 미덕이다.

215) 젊을수록 그들의 비타협적 이상주의 때문에 종종 도덕적으로 경직된다.

216)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솔로몬의 충고는 중년들이 종종 느끼는 유혹, 즉 자신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상충된다.

219) 이 중년의 이야기는 중년의 지혜가 악이나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원칙에 관한 심오한 정신적 통찰과 통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상식과 더 유사하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

220) '나는 백만 달러의 지혜를 구하기 위해 당신에게 왔습니다. 그러나 겨우 5센트 값어치의 충고만을 얻어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내가 필요로 하는 전부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 저자에게 치료받은 리차드의 말

중년의 유머와 기지 (밀고자 - 일본)

227) 농담과 기지는 참을 수 없고 폭력적인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로 바꾸어놓는다.

228) 유머는 깊은 공감력, 자기 확신, 그리고 창조적 재능과 비례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머는 대처 능력 중 가장 고귀하고 성숙한 방식이라고 말한바 있다. 연구자들은 이 점에 주목한다. 한 사람이 성숙하면 성숙할수록 보다 많은 유머를 사용한다. 한 사람의 심리적인 행복감이 클수록 유머 감각도 늘어난다.

229) 중년의 사람들이 상황을 단순히 떠날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화가 난 젊은이들을 포함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그들에게 의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책임에 꼼짝 않고 갇혀 있기 때문에 중년의 여성들은 도망치거나 싸울 수가 없다. 유머는 이런 상황에 꼭 필요한 해결책이다.

230) 중년에 이른 사람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통찰을 마치 갖고 있는 것처럼 꾸며야 할 때가 많다. 또한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자신감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할 때가 많다.

231) 유머는 중년의 여성과 남성이 인생의 비극적인 면을 다루는 데 큰 힘이 된다.

234) 오직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소재로 농담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과는 상관없는 상황을 볼 때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234) 몰입과 적당히 유지되는 거리는 유머의 핵심적인 조건이 된다.

234) 농담이나 유머는 전형적으로 서로 같지 않은 관점이나 사건들이 연결될 때 우러나온다. 아이러니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중년에 주로 생기기 때문에 성숙의 징표이기도 하다.

중년의 고통과 치유 (돌무덤 - 모로코)

245) 보다 깊이 들어가면 고통은 자기 성찰과 자기 변형의 과정을 통해 치유로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45) 질병들은 개인이 정상 생활에서는 피하려고 하는 문제들을 제기하게 된다.

246) 융 학파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페르소나는 일단 중년이 되면 붕괴된다. (중략) 페르소나가 중년에 이르러 비틀거리면서 각 개인들은 내면으로 향하도록 강요된다.

재생과 지하 세계 (뼈 맞추는 사람 - 일본)

259) 남자들은 내부에 숨어 있는 <여성성>에 접근하면서 치유자가 된다. 이 점은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이다.

259) 전통적인 샤머니즘 사회에서는 악마적인 면을 치료로 바꾸곤 했다.

261) 치유의 악마적 측면은 질병이란 사악한 것이며 나쁜 귀신이 원인이라는 거의 전세계적인 인류의 믿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그 원인이기 때문에 악마적 존재는 질병을 고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63) 만약 욥에게 내린 재앙을 신이 가져왔다면 그는 욥을 치료하며 그의 모든 재산들을 돌려줄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신이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창조했다는 사실을 욥에게 알려준다. 그는 선과 악 이전의 인간이 갖고 있는 원시적인 힘을 표상하는데 이런 힘은 바로 중년에 분출된다.

265) 중년이 되어 확고한 에고를 확립한 이후가 되어야 사람들은 자기 안에 있는 원시적 생명과 안전하게 접촉할 수 있다.

인생의 샘 (황금나무 - 인도의 유대인 전설)

283) 황금의 나무는 지혜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이는 바로 생명 그 자체가 되어야 하는데 생명이란 지혜나 지식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287) 각 개인은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자기 내부의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다 발전시켜야 이상적이다.

289) 젊은 청년과 처녀들은 그 둘의 차이를 강조하는데 이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명백하고 확고부동한 감각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292) 이야기들에 관한 언급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녹고 다시 형성되는 나무와 가지 이상의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년의 이야기는 심리학적 해석이 생기기 이전에도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리고 이야기들은 심리학이 잊혀진 학문이 된 이후에도 계속 남게 될 것이다.

292) 이야기는 상상력이란 시원적 샘물과 인간 영혼의 창조성이라는 보다 깊은 실재로부터 솟아났다. 그리고 이는 중년을 병들게 하는 전복과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통찰과 재생 그리고 치유가 기다리고 있다는 중년 이야기들의 궁극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295)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승리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 마지막 목표는 결국 사회 속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젊은이들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중년의 이야기들은 이런 과정을 거꾸로 되돌린다. 중년에는 젊은 시절에 노력과 투쟁으로 성취한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 만들어 진다.

296)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젊은 여성이 나쁜 악한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을 용감한 젊은이가 구출하는 식의 이야기라면, 중년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영웅이 실은 여성에게는 또다른 억압자이므로 버려야 할 존재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296) 청소년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해 단순하게 정의해 버림으로써 친숙하지 않거나 소란스러운 감정들을 정복하고자 한다. 막 부모 역할을 시작하게 된 젊은 성인들은 아이들을 키우며 느끼는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인 역할에 매달리게 된다. 중년이 되면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들은 감정적인 혼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모호함이나 의심스러운 상태를 참을 수가 있다.

297)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행운을 찾기 위해 그들의 가족이 주는 안락함과 한계를 떠나는 것처럼 중년들은 개성화를 위해 사회의 금기나 확신을 버린다.

297) 대부분 남녀 모두를 가장 진지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 자신이 희생자일 뿐 아니라 악한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고 악함이 남들뿐 아니라 그 자신의 마음에도 존재한다는 점을 배우는 일이다.

298) 중년들은 그들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유머는 하나의 대안이다.

301) 젊은 시절에는 그들이 보수적인 사람이건 진보적인 사람이건 간에 힘과 성취에 관해서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중년이 되면 유약함이나 한께 그리고 관계성에 대해서도 잘 다루어야만 한다. 또한 양육과 친밀함을 초기에 강조했던 사람들은 그들의 보수나 진보 성향에 관계없이 또다른 면인 자신감과 자발성 그리고 권력에 대한 심리적 특성이 도드라진다. 균형과 변환이 중년에는 보다 진지한 과제가 된다.

301) 나의 중년 이야기에 관한 연구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지적인 작업이었지만 나중에는 곧 가슴과 영혼에 관한 문제가 되었다.

III. 내가 저자라면

어른들을 위한 16개의 옛날 이야기

책은 총 16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서양의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들 중에 선별되었다. 저자는 중년의 이야기들이 보통, 중년의 각 발달 단계를 반영하는 배열을 보이고 있으며, 이 책 역시 그러한 이유로 그러한 배열에 따라 네 부분으로 구성했음을 밝힌다. 따라서 각 부분은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도 매우 명확하게 구분된다. 각 부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부) 서른 이후,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다. - 3개의 이야기
젊은 영웅과 여주인공들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자마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에 처음 정착하는 초기 중년 시기를 묘사한다. 사람들은 중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저자가 젊음의 마법이라 표현하는 젊음의 갖가지 특징들을 잃게 되며, 이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이러한 상황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며,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2부) 서른 이후, 남자가 가는 길과 여자가 가는 길 - 3개의 이야기
여성과 남성에게 찾아오는 각각의 특이한 위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중년의 성역할 바꾸기, 중년의 여성해방, 중년의 남성은 어떻게 여성화가 되어가며, 여성은 어떻게 남성화가 되어가는지에 대해 말한다.

3부) 서른 이후, 운명을 받아들이다. - 4개의 이야기
남성과 여성의 공통적인 주제를 다룬다. 그러한 주제들 중 가장 큰 주제인 죽음에 관하여 주로 다룬다. 죽음을 거부하는 사람들과 결국 자신의 운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중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4부 서른 이후, 삶을 깨닫다. - 6개의 이야기
화해와 재생, 그리고 중년의 갈등과 의심들을 해결하는 남성과 여성을 묘사하게 된다. 같은 해결도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매우 명확하다. 특히 저자가 생각하는 중년이라는 시간적, 정신적 변화의 흐름을 책의 구성에 그대로 반영했다. 그래서 그런지 읽기에 편하고,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각각의 이야기 또한 큰 주제들을 뒷받침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작게는 각 부분의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요소들을, 전체적으로는 중년의 삶이라는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뽑아내어 제시하고 있다.
분량 상으로는 4부에 약 1/3가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저자는 중년이라는 시기를 통해 얻게 되는 깨달음에 대해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초기중년의 시기를 겪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중년으로서의 나의 삶을 미리 경험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있는 그대로 봐라.

옛날 이야기들은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나바호나 힌두의 전통에서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치료 의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옛날 이야기들을 사람들의 생활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Once upon a midlife'은 번역본의 부제인 '30대 이후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16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중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문제들에 대해 치료이자 조언의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옛날 이야기들은 바로 중년 자신들의 이야기들이다. 치료를 목적으로 구상되거나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그토록 떠들었던 것처럼, 우리의 무의식속에 감추어진 우리의 모습, 진실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을 듣고, 그 속에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문제와 위기들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봄으로써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희망과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자신도 이 책을 쓰는데 있어서, 굳이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적 근거를 제시하려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로 봐줄 것을 당부한다. 알랜 치넨은 독자들뿐 아니라 자신 또한 이야기를 통해 중년의 영혼과 맞닿기를 원했다. 그래서 처음엔 그토록 꺼려했지만, 책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하고야 말았다. 이것은 이렇고 이러하니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삶을 한번 찾아보라고 조용히 알려 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역시 학자였다. 있는 그대로 봐 줄 것을 강조하면서도 학문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그의 해석이 곳곳에 눈에 띄었으며, 과연 그러한 그의 해석이 정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일었던 적이 많았다.

그가 집착하는 것들

책 속에서 줄곧 그가 강조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바로 중년이 염두에 두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끊임없이 모든 이야기에서 그것들을 끄집어내어 언급한다.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강조를 넘어 집착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었다.

그는 숫자 5에 대해 끊임없이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23이라는 숫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넘버 23'의 주인공 짐캐리가 떠올랐다. 그가 말하는 숫자 5에 대한 설명을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3은 갈등, 경쟁(삼각관계 등)을 뜻하며 이는 젊음을 상징한다.
4는 완전함, 통합(동서남북, 땅․공기․불․물:세계의 4원소)를 뜻하며 이는 노년을 상징한다.
5는 넘침, 물질주의(인간의 욕심), 오감(감각적, 물질적), 돈, 권력, 성의 추구를 뜻하며 이는 중년을 상징한다.

즉, 중년의 이야기에서 숫자 5가 의미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며 보다 안락한 생활을 꿈꾸는 물질적인 관심인 동시에 이것에 지나치게 집착했을 경우는 커다란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의미로는 통합하는 중심점을 상징하는 것은로, 중년의 삶은 삶의 다른 측면들을 통합하는 자기중심적인 위치에 이르는 시기임을 말한다. 바로 자신의 내부에 있는 진짜 자신이 되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숫자 5는 과도함과 통합성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중년의 이야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숫자 5에 대한 상징은 저자가 설명하는 것과 같이 중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책의 전 부분에 걸쳐 그것을 그토록 반복적으로 설명할 만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이야기들을 분석하려하기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는 독자에 대한 자신의 부탁을 스스로가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와 유사하게 작가가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또 하나의 주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아예 한 장(章)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중년이 오이디푸스적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이를 베풂의 미덕으로 발전시키는데 실패했을 경우 자신을 괴로움과 분노로 소모시키게 된다는 지혜를 언급함으로써 이야기와 우리의 중년의 삶을 연결시키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전개는 논리적으로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부분이지만, 책 속에서 다루어지는 '운명을 이기려는 왕'이라는 제목의 이야기 속에서 이 같은 상징을 끌어내었다는 것에는 쉽게 공감이 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가 그토록 경계했던 끼워맞추기라는 느낌을 져버릴 수 없었다.

중년이란?

알랜 치넨은 젊은이와 중년을 다음과 같은 키워드들로 설명한다.

젊은이 - 중년
옛이야기, 신화 - 현실적, 실재적
판타지, 영화 - 뉴스, 드라마
자유, 황홀 - 상실, 안주
나는 새 - 둥지에 앉은 새
무의식 - 의식
뜨거운 창조성 - 다음어진 창조성
영감 - 노력
마초맨 - 여성화
성역할에 충실 - 성역할 바꾸기
자신을 세운다 - 자신을 큰그림속의 일부로 본다
운명을 바꾸려 한다 - 운명에 순응한다
이분법적 사고 - 통합적 사고

그는 중년의 단계를 나이만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각자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그 단계의 개성이 뚜렷해지는 때가 있다고 말할 뿐이다. 시간적으로 본다면 중년은 책의 내용을 비추어봤을 때, 젊은이와 노년의 사이에 있다. 굳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지 않더라도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성장 단계를 젊음과 노년으로 나누었을 때 중년은 또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마치 청소년이 아이와 어른의 중간에서 주변인이라는 애매한 말로 불리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중년은 변화의 단계이며, 또한 균형과 변환이 매우 진지한 과제가 되는 시기인 것이다.

악에 대한 관용은 중년이 미덕이다(?)

내 눈을 상당히 오랫동안 잡아 끈 문장이며, 이 문장이 속해 있는 페이지를 몇 차례 반복하며 읽은 부분이다. 악에 대한 관용이 미덕이라니, 처음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이에 대해 또 작가는 "사람들은 대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관용적이고 덜 도덕적으로 된다.", "젊을수록 그들의 비타협적인 이상주의 때문에 종종 경직된다."라고 말한다.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다소 논란이 될 법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도덕적인 판단이 틀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윤리적 원칙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어떠한 도덕적 문제에 대해 어떠한 올바른 대답이 있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설명을 읽고 나서야 수긍이 갔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을 '옳다' 또는 '그르다'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작가도 언급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부분이다. 나 역시 절대적으로는 많은 나이라 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봤을 때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나 자신을 얼마나 유연하고 넓은 사고를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것인가를 실감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은 유연성을 잃어갈지언정 정신과 마음만큼은 유연해져 가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도 그가 예로 들었던 자신의 이야기, 자동차 신호위반에 관한 그의 일화는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 (중간중간에 245-246p 내용 인용)

저자는 고통은 곧 치유의 능력이라 말한다. 고통과 치유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고통의 체험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을 가르치고, 이는 치유로 연결된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다른 사람이 걸린 중병보다 내 손에 박힌 가시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는 존재 아니던가? 젊은이들은 세상에는 치료되지 않는 상처도 있고 낫지 않는 고통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반면에 중년들을 이런 비극적인 경험을 모두 겪고 나서야 깊은 동정심을 배우고, 이는 곧 중년들이 진정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덕목으로 남는다.

고통은 자기성찰과 자기변형의 과정을 통해 치유로 이르게 된다. 질병은 개인에게는 자신을 삶을 반성하게 하고, 자신의 어두운 부분인 잘못과 단점, 악덕을 반성하게 한다. 신체적 증상은 꿈처럼 생활에서 피하려고 하는 문제들을 제기한다. 병을 앓고 난 후에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자기반성과 재생이라는 치유의 과정은 사실 정화의 경험이다.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의 고통 속에서 정화의 과정을 겪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들이 지옥에서 받는 고통은 단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닌 변환을 통한 정화를 목표로 한다. 정욕은 사랑으로, 물질에 대한 탐욕은 지혜에 대한 욕망으로 변형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친숙한 가치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가치를 버린다. 그로인해, 개인의 인생구조는 파괴되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즉 삶의 공적인 역할을 말하는 페르소나는 중년의 시기에 붕괴되고, 각 개인들은 내면으로 향하도록 강요된다. 이상적으로 개인은 내면에서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원들을 발견해야 한다. 이것이 치료와 재생의 내적 에너지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영감이 신과의 접촉이 될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 생명력, 신비, 죽지 않은 영혼에 대한 내적인 갈망이 된다.

조셉 캠벨과 보부아르가 쓴 "중년에 관한 보고서"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이 떠올랐다. 조셉 캠벨과 시몬 드 보부아르.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저자의 모습은 신화 속에서의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조셉 캠벨과 닮아 있었다. 또한 중년의 솔직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저자의 모습은 "노년"의 저자, 시몬 드 보우아르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조셉 캠벨과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중년에 관한 보고서"라는 별명을 붙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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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2008.05.04 22:10:20 *.52.236.185
맞아요.

5에 대한 이야기는 좀 억지스러웠어요.

7,000개 중에 16개 골라왔다는데,

5와 관련한 것만 골라왔는지 또 누가 알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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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5.05 06:45:59 *.39.173.162
지환아 고마워....
저자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너가 올려준 글 덕분에 알았다..ㅋㅋ
정말 열심히 읽고 쓴 흔적이 여기저기 물씬 풍겨난다.
그리고 이메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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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환
2008.05.05 08:36:23 *.34.17.93
^^ 제가 감사합니다~~~~

알랜 치넨은 너무 베일에 쌓여있어 힘들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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