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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08시 17분 등록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알랜 B 치넨/ 이나미 옮김/ 황금가지


● 저자에 대하여

알랜 치넨(Allen B. Chinen)은 융 학파에 속하는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이다. 1952년 태어난 그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에서 정신의학 수련을 받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 정신 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심리 치료에서 이야기를 주제로 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으며, www.storydoctor.net이란 홈페이지에서 스토리텔링을 통한 심리 치료를 실험하고 있다.
주요 저서는
In the Ever After: Fairy Tales and the Second Half of Life (1989) – 어른스러움의 진실, Once Upon A Midlife (1992) –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Beyond the Hero (1995), Waking the World (1997) – 젊은 여성들을 위한 심리 동화 가 있다. 심리학 교과서인 Textbook of Transpersonal Psychiatry and Psychology (1996) by Bruce W. Scotton, Allan B. Chinen, John R. Battista를 같이 쓰기도 했다.

융 학파에 속하는 알랜 치넨의 대표적 특징은 옛날이야기나 신화를 이용해 심리현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키며 접근하기 쉽다. 또한 구전되는 이야기는 시대적으로 금기나 억압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이 기저에 흐르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이야기들을 매개로 해서 정신분석과 심리현상을 분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저자가 쓴 책은 심리분석이라는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뜻밖에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 이유는 저자가 ‘독특한 숙주’ 로 삼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 때문으로 보인다. 구전되는 이야기들은 흔히 심심풀이로 생각하거나, 조금 더 나아가면 시대의 풍속을 이해하는 정도로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속에서 인간을 끄집어냈고 인간의 삶을 분석하기까지 한다. 독특하고 탁월하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공간적으로 넓디넓은 세계 곳곳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것 들이다. 그러면서도 여러 지역에서 함께 발견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저자가 그런 이야기들을 골라내는 이유는 삶의 원형적 모습을 비교분석해 여러 지역에서 보여지는 것들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은 이야기들은 심리학 이론과 결합하여 인간의 삶을 분석한다. 또한 저자가 진료현장에서 체험한 경험들까지 어우러져 마치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 마음에 들어 온 글귀-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오늘날 어른들이 옛날 이야기들을 통해 뭔가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사실상 좀 이상하게 들린다. 무엇보다도 옛날 이야기란 오로지 아이들의 세계에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주 오래 전에는-이 말은 동화같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사실이다-옛날 이야기란 어른들을 위해 어른들이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 이야기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의 희망과 두려움과 지혜를 표현했다. 과거에는 옛날 이야기란 하나의 진지한 의사 소통 수단이었고 오늘날 신문이나 텔레비전이 하는 역할들을 옛날 이야기들이 담당했다. 이야기들은 새 소식과 오락과 시사 사건들을 제공하면서 청중들이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끔 유도하기도 했다. [14]

옛날 이야기란 일상의 걱정들이 내적 성찰을 방해할 수밖에 없는 중년에 들어서는 특히 중요하다. 이야기란 독자들에게 자신의 믿음과 이성적인 생각들을 유보하고 자신만의 무의식으로 가는 명확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때 이야기란 듣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이성적인 사고를 일단 멈추게 하고 사람을 자유롭게 놔두도록 하는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할 수 있다. [16]

프로이트나 융의 단어로 얘기하자면, 옛날 이야기란 일종의 꿈과 같다. 그러나 옛날 이야기는 꿈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여러 장점들을 갖고 있다. 꿈들은 너무나 각 개인별로 특별하기 때문에 꿈꾼 사람만의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옛날이야기들은 범세계적이고 누구나 공감하는 매력을 지닌다. 이는 옛날이야기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탓이다. 이런 과정에서 순수하게 개인적으로 특이한 요소들은 제거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관심이 있는 주제들만 살아남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옛날이야기는 인간의 기본적인 화젯거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년의 이야기들은 중년의 근본적인 과제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16]

중년의 이야기들은 한 가지 특성으로 구별된다. 주인공들은 늙지도 젊지도 않았고, 결혼을 했으며 살기 위해 일한다. 현실에서 그들은 중년의 성격으로 확실히 정의될 수 있다.
중년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인 실패, 결혼의 갈등, 비극들과 씨름하고 있다. 비록 이런 문제들은 중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중년에 가장 잘 드러나는 문제들이고, 보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는 아마도 이혼을 하거나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중년의 주제란 정말로 연령을 뛰어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

크리스마스에 대한 상징은 옷의 상징과 평행을 이룬다. 크리스마스와 옷이란 사회화와 훈련을 반영한다. 모자이크의 조각들처럼 상세한 조목들은 그 자신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의미 있는 그림이 되는 것이다. [33]

이 주제들을 같이 보면, 이야기들은 자의식의 발달과 지식이 어린 시절의 마법을 깨버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그들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일종의 벌을 받은 것으로 표현하지만 구두장이 이야기는 거꾸로의 결론을 보여준다. 구두장이 부부는 관대한 행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요정의 마법을 잃어버렸다. 다른 중년 이야기들도 비슷한 관점을 견지한다. 마법의 상실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발달 과정상의 문제인 것이다. 이는 <벌>이 아니라 단지 <성장의 결과>인 것뿐이다. [34]

자크는 창조성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유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불속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운 창조적 작업이 있다. 조각이건 소설이건 음악이건 이는 완전히 예술가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젊은 시절의 모차르트를 예로 들자면 그는 귓가에 들리는 새로운 악상을 듣고 이를 악보에 옮겼다. 이런 창조성은 미친 듯한 영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사라진다. 그 다음에야 두 번째 유형이 전면에 나타난다. 자크는 이를 잘 다듬은 창조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술가들은 불완전한 영감으로 일단 일을 시작하지만 그 생각을 갖고 작업에 임하여 또다시 재작업한다. 젊은이들의 특징인 <발작적인 창조적 불꽃>은 계속되는 일의 습관으로 진화해서 성숙하고 기댈 만한 기술로 변하는 것이다. [39]

젊은이들의 신성한 야망 뒤에는 완전한 사회, 완전한 게임, 완전한 사랑 등 완벽성에 관한 이미지가 숨어있다. 순수함과 야망에 가득 찬 젊은이들은 완벽함이 가능할 것이라는 짐작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과 부딪치면서 그런 꿈들은 결국 깨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왜 중년의 이야기에서 마법을 잃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작은 인간의 잘못들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약점들이 완벽성에 대한 신성한 꿈을 깨버린다. 신학자인 아드리안 반 캄은 이 과정을 <우상파괴>과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우상과 이상을 포기하고 결국에는 자기에게 맞는 만큼의 좋은 일을 하는 데 만족하고 된다. 융 분석학자인 도날드 샌드너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젊은이들은 진정한 성인이 되기 위해 자신들이 갖고있는 ‘하느님과의 유사성’을 포기한다.> [46]

젊은이들의 성스러운 마법을 희생하는 것은 종종 중년의 위기가 일찍 다가오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잠에서 깨면서 자신의 상황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 나이 마흔인데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 이 세상에 내 자취를 남겨놓은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들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30대나 40대의 나이에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일정한 자기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괜찮은 생활을 하면서 세금을 냄으로써 훨씬 더 운이 나쁜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은 결혼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있는 사람들로 살인을 했다거나 정신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이들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로 가득 차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젊었을 때의 휘황찬란한 이상을 자신들의 현재와 비교하고는 의기소침해지는 데 있다. [47]

‘요정과 구두장이’ 이야기나 ‘마술 주머니’ 같은 중년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젊은 시기에서 성인의 시기로 넘어가면서 남성과 여성은 은유적으로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셈이다. 그들은 보다 성스러운 완벽성, 순진성, 그리고 젊음의 이상을 잃어버리는 대신 노동과 고통에 대해 배운다.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 하면 일은 더 꼬인다. 젊음의 마법을 잃지 않겠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큰 재난이 닥치기 마련이다. [49]

에릭 에릭슨은 성인들의 발달에 대해 연구하면서 일생 동안 한 개인이 극복해야 할 여덟 개의 심리적 과제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가 생각하는 중년의 기본적인 과제는 베풂의 미덕이다. 이는 자기 자식을 돌보는 태도이자 다음 세대 전반, 즉 학생들, 피부양자, 후배들까지를 후원하는 태도를 뜻한다. 이런 베풂의 미덕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할 경우에는 노년이 되었을 때 비참하게 되거나 침체될 수 있다는 점을 에릭슨은 경고한 바 있다. [54]

책임 있는 베풂의 미덕은 개인적인 만족을 대치하는 것이다. 베풂의 미덕이란 각자의 작업에 대한 헌신의 형태를 띠게 된다. 프로이트는 사랑과 일은 성인들의 생활에 기초적인 것이며 일에 대한 헌신은 마치 사랑처럼 스스로의 생성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55]

다섯은 중년에만 있는 특별한 숫자이다. 다섯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넷이 완전성가 완성을 상징한다면 다섯이란 숫자는 넘침을 의미한다. 넘침은 ‘마술 주머니’ 와 ‘어부와 인어’ 이야기에서는 아주 명백한 주제가 된다. 우선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남편은 마술 주머니에서 너무 많은 돈을 꺼내 썼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어부와 인어는 너무 지나치게 자신들에게만 열중했다. 이런 넘침은 모두 물질적인 관심들과 연관이 되기에 다섯은 물질주의와 연관이 된다. 다섯이란 다섯 손가락을 의미하면서 잡고, 쥐고, 간직하고 숫자를 세는 일과도 통한다. 넘침과 물질주의라는 두 가지 주제는 <오각형 별꼴 상징>으로 유럽의 마녀사냥, 돈과 권력, 그리고 성의 추구와 비밀스럽게 연결지어졌다. 이런 배경을 이해할 때 중년의 이야기에서 다섯이란 숫자는 보다 명백해진다.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벌며 보다 안락한 생활을 꿈꾸는 물질적인 관심은 중년의 제일 큰 과제이긴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탐닉할 경우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61]

이 이야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마도 남편과 아내가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서로 바꾸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남편은 정형화된 가부장제의 가장으로서 부인이 일하는 동안 매일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다. 그는 아내에게 명령하는 것이 그의 할 일이라고 고집한다. 그리고 이후에 남편은 그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수염이 없어졌으며 얼굴에는 분과 연지를 바르고 마지막으로 아내는 남편을 떠나 버렸다. 이야기의 마지막쯤에는 남편은 거의 여자처럼 보이는데다가 집안일까지 떠맡게 된다. 그는 전통적인 남성역할에서 다시 전형적인 여성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72]

그렇다면 중년의 이야기에서 이런 역할의 전도는 왜 일어나는가? 칼 융은 이렇게 설명한다. 성인의 발달 과제에 대해 연구한 초기 심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융은 중년 남자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기호나 필요들과 싸우기 시작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중년의 남자들은 젊은 시기에 그들을 움직이게 했던 힘과 지위에 대한 남성적인 경쟁심리를 옆으로 치워버린다. 그 대신 그들은 관계와 감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데 이들 특성들은 젊었을 때는 너무나 여성적인 것이라서 거부했던 성격들이다. [73]

이런 중년의 역할 바꾸기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에서 다시 확인된다. 전형적으로 젊은 남자들은 성취의 기본적인 원천으로 일의 성공을 생각한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그들은 동료들과의 관계나 가정에서의 행복을 보다 강조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중년이 되면 노동자건 지식인들이건 모두 다 겪는 과정이다. 나이 든 남자들은 사실 점점 더 집안의 잡다한 일을 더 하게 되고 자신의 용모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다. [74]

젊은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초자연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지혜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같은 지혜를 배우는 것은 중년의 중요한 도전 중 하나이다. 보다 깊이 분석해 보면 마술이란 성인기의 다른 형태를 가정하는 것이다.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을 동물로 바꾸어 버리거나 오두막집을 궁궐로 바꾸는 찬란한 마법의 반지는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는 보다 신비한 마법, 즉 인간의 마음을 변형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84]

많은 동화에서 여성의 계략이 부정적인 것으로 그려지는 반면,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여성의 현명함은 칭찬받을 만한 무언가로 그려진다. 사실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교활해지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100]

극단적으로 말해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는 여성들이 학대받는 관계에 있을 때 여성들을 덫에 걸리게 만드는 성격이 된다. 남편이 알코올 중독자인 부인들은 만약 자신들이 떠나면 남편이 완전히 폐인이 될까봐 두렵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 왕이 된 부인은 이런 자기 희생적 태도를 거절한다. 이 교훈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부인은 어쨌든 악당을 죽였다는 사실을 주목하라. [102]

진실로 그녀는 새로운 질서를 확립한 셈이다. 이야기에서 그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오로지 남자들만이 왕이었고 이는 남성들만이 힘을 가지고 있는 가부장제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부인은 새로운 여왕으로 바뀌었다. 반면에 그녀는 남편을 복종시키지 않고도 여왕이 되었다. 그녀는 남편을 그녀와 동등한 공동의 지배자로 격상시켰다. 따라서 그녀는 가부장제적 규칙을 여성 중심적인 체제로 바꾼 것이 아니라 새롭고도 평등한 체제로 바꾼 것이다. [108]

때때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적>은 마음속에서 어떤 형태를 갖춘 채 꿈이나 공상에 나타난다. 융은 이들 신비하고 매력적인 남성상을 <아니무스>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니무스가 여성의 남성적 측면, 즉 당당함, 독립성, 힘 등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110]

대개 소녀들은 마치 소년들처럼 보다 적극적이고 독립적이면서 모험심에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지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안다. 그러나 청소년기가 되면 대부분의 소녀들은 사회적인 압력에 의해 자신들의 그런 남성적인 면을 억압하라고 강요받게 된다. 반면에 소년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독립적으로 자라도록 격려받는다. 소녀들은 생존하기 위해 진정한 자신들을 감추고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심리적으로는 동면기에 들어간다. 중년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여성들은 다시 눈을 뜬다. 그들은 성역할의 금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 자신들의 정체성, 에너지, 적극성, 그리고 생명력을 다시 선언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에 실패한 여성들은 중년 이후 정서적인 문제들 때문에 매우 불행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120]

중년의 위기는 창조적인 남자들 사이에 훨씬 더 뚜렷하다. 1장에서 언급한 대로 엘리엇 자크는 위대한 미술가, 작곡가, 작가들의 삶을 연구했다. 이들 대부분은 남자들이었는데 30, 40대에 전형적으로 위기를 겪었고 이때 창조적인 작업 역시 중단되었다. 모차르트 같은 이들은 사실상 그 시기에 죽음을 맞이했다. 다행히 대부분은 보다 깊어진 창조성을 지니고 그 위기를 빠져나온다. 존 맥리시는 ‘율리시즈적 성인’ 이라는 창조적 장년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도 비슷한 유형을 보고하고 있다. 제럴드 오콜린스도 이런 고통스러운 중년의 경험을 <두번째 여행>으로 묘사한다. 첫 번째 여행은 젊은 시절에 거치는 것인데, 이때 남자들은 모험과 행동을 통해 유명해지고 행운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 두 번째 여행에서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자발적이지 않은 여행을 하게되고 결국에는 영광과 재산보다는 지혜를 얻게 된다. [124]

인간의 고통스런 중년의 대항해는 마치 연옥과 같다. 그리고 이런 위기는 씻겨 나간다. 고통은 오래된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위하여 깨끗하게 청소된다. 여기서 새로운 요소들의 가장 중요하고 첫 번째 가는 것은 여성적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런 것을 잘 보여준다. [125]

남편들은 종종 부인들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남자들은 오로지 공공의 영역에 나타나는 것만을 보지 그 뒤에 숨어있는 개인을 알지 못한다. 이는 남자들이 개인간의 상호 작용과 관계를 습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128]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 과 같은 중년의 이야기에서 죽음은 중심 주제가 되고 중년의 주인공은 죽음과 고통스럽게 싸운다. 죽음의 공포는 실제의 삶에서 중년의 위기를 유발하고 죽음의 공포가 크면 클수록 고통은 더 강렬해진다.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때까지 남아 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대개 극적인 한순간에 죽음을 직면하는 것이 아니라 몇십 년의 세월 속에서 직면하게 된다. [137]

아들을 잃은 부모는 단 하나의 위안을 가지게 된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유사한 슬픔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는 숭고한 정신적인 통찰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서의 죽음을 인식함으로써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 은 죽음을 극복하는 또 다른 면을 제시하고 있다. 즉, 유산의 중요성이다. 왕은 그의 왕위가 과거에 그에게 주어진 선물이라는 것과 그를 계승할 사람에게 그것을 유산으로서 남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141]

그는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우선 순위를 정했다. 그는 그가 일하던 대기업을 떠나 비즈니스 컨설턴트로서 개인 사무실을 열었다. 그의 특별한 관심사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직업적으로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마이크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는 그의 직업의 변화를 매우 간단히 설명했다. 그것은 그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주는 방법이었다. 죽음에 직면해서 보인 마이크의 변신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의 예는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다. 죽음은 종종 생성의 가장 좋은 스승이 된다. [142]

백만장자가 배운 것은 영생이 그가 기대했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시실이다. 백만장자는 영원한 생명의 땅으로 가는 기회를 얻지만 끝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존재에 싫증을 느껴 평범한 죽음을 열망한다. 그는 모순점을 발견한다. 죽음은 삶을 가치있고 흥미롭게 만든다. 그리고 죽음은 휴식을 약속해주며 삶의 무거운 짐으로부터 도피처를 제공한다. 영원한 생명의 땅에 사는 사람들이 외치듯이, 죽은 자만이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곳에 갈 수 있다. 그곳은 그들의 땅보다 더 멋지다고 상상하는 곳이다. [149]

죽음과의 조우는 개인으로 하여금 평범한 일상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숭고한 정신적 수양이나 세상을 버리는 것 대신 죽는다는 것은 중년의 남녀에게 세속적인 질서를 긍정하도록 촉구한다. [151]

중년의 여행은 근본적으로 내적 탐험이며 무의식으로의 순례여행이다. 그 여행은 내면을 향한 심리적인 것이고 세상의 모험을 통해 물질적 보상을 찾으려고 헌신하는 청춘의 영웅적 탐구와는 완전히 다르다. [157]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에 의해 계획된 것과 같은 운명을 거부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연과 행운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중년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는 종종 단순한 불운인 반면, 성공은 일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적기적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운명과 행운은 개인의 통제를 능가하는 단순한 힘이다. 죽음은 이러한 힘의 으뜸가는 예이다. [165]

석공은 ‘운명의 신’의 형과 같이 질투와 상실에서 시작한다. 매번 석공이 좀더 좋은 상황을 바라는 소원을 성취할 때마다 그는 불만족스러웠다. 결국 석공은 예전 자리고 되돌아갔고 한계성을 지닌 위치를 긍정한다. 그런일은 그의 다섯 번째 소망에서 일어났음을 명심해라. 이는 중년의 이야기에서 다섯이라는 숫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석공은 새롭고 넓은 시각을 가지고 옛 직업으로 돌아온다. 커다란 그림을 흘낏 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작은 자리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중년의 이야기는 운명과 행운의 문제를 결정짓는 것이 이러한 폭 넓은 이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러한 통찰력은 지혜이다. [167]

중년의 오이디푸스적 갈등은 남성의 또는 여성의 심리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부모와 지도자 즉 다음 세대에 의해 어떤 방법으로든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다. 심리학자와 심리분석가들은 젊음을 부러워하는 것이-질투와 증오-중년의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만약에 개인이 인간 마음속의 이러한 어둡고 그늘진 면을 체념하지 않는다면 많은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과의 경쟁을 참아낼 수 없다면 아이들은 상처받고 분노하면서 자랄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승리하는 시기는 단시일 내에 끝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성인이 되고 부모는 늙어 쇠약해지기 때문이다. 베풂의 정신이 없다면 불행한 결과가 두 세대에게 일어날 것이다. [183]

운명의 그것 자체로는 중년의 질투를 해결하지 못한다. 운명이 부여하는 것은 다소 비극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이다. 인간의 통제력을 능가하는 힘의 수용이다. 중년의 비극적인 통찰의 발전은 남녀가 인생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셰익스피어와 찰스 디킨스의 문학 작품들이 이러한 과정의 반영한다. 둘다 중년 이후에 가장 심오한 비극을 썼고 그들의 비극은 고통과 악과 연약함을 수용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185]

에릭 에릭슨은 이러한 자기수용을 자아통합이라 부른다. 그것은 꼭 이루어져야만 하고, 어떤 대안도 허락하지 않는 무엇으로서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이다. 개인은 옳던 그르던 몇 년 동안 자신이 내린 결정을 인정하고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문화적 영향과 우연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형성하는 힘을 인정한다. 자아 통합은 현대의 심리적 방법으로 표현하자면 ‘한 사람의 운명에 대한 긍정’ 이다. [187]

이번 이야기는 군인의 은유와 함께 로고스와 에로스의 통합을 제시한다. 군인이 지구가 긍의 할아버지의 무덤만큼 깊다고 말했을 때 그는 그의 개인적 경험을 죽음에 관한 추상적 해설과 연결시킨다. 똑같은 통합이 ‘운명을 이기려는 왕’에서 나타나는데 거기서 왕은 운명과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들과 싸운다. 아직까지도 왕은 운명과 철학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딸이 노예의 아들과 결혼했기 때문에 받아들인다. 한 은유적 문제는 가족 갈등의 형태를 띠는데, 이는 평범한 인간 감정(시기, 교만 그리고 사랑)을 통해 작용함으로써 해결된다. [203]

상인이 여행자를 돕지 않은 것은 비겁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 젊은 영웅들은 그 여행자들을 구하려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인은 악을 피하고 자신의 생명을 구한 것에 만족한다. 자기 보호가 먼저인 그의 태도는 중년의 현실을 반영한다. 고상한 이유로 젊었을 때 목숨을 거는 사람은 전형적으로 중년에 개혁을 포기한다. [212]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솔로몬의 충고는 중년들이 종종 느끼는 유혹, 즉 자신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상충된다. 솔로몬의 충고는 권위의 극점에 있는 남녀에게 세상에는 그들이 이해하고 관장할 수 없는 많은 상황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216]

한편으로 여성들은 정상적으로 중년이 되면 자발성과 힘 그리고 성적 능력에 대해 주장하기 시작한다. 여성들은 중년이 되면 보다 충실하게 성을 즐기기 시작하고 보다 더 빈번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사회적인 금기를 집어던지면서 보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로맨틱한 정사를 추구하기도 한다. 부인들이 집 밖에서 자신의 새로운 길을 찾는 반면, 남편들은 보통 부인들이 다른 남자와 바람 피우는 것을 상상하고 공포에 떨게 된다. 이런 유형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226]

유머는 아이러니뿐 아니라 착각이나 적개심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치유라는 또다른 덕목과도 관계가 있다. 성경에서 말한 대로 ‘즐거운 마음은 좋은 약과도 같다’. 심리적으로 유머의 역할은 명확하다. 즉 스트레스와 비극을 완화시켜주는 것이다. 어려서 매우 힘든 시절을 보낸 대부분의 코미디언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유머의 힘으로 그를 극복해 살아남는 것을 보는 경우가 많다. [235]

이 이야기는 부당하게 돌 세례를 받은 부인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억압의 주제를 강조한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그녀에게 공격을 가한 사람들 중에는 여성들도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에서 부인에게 돌 세례를 퍼부을 때 모든 마을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억압은 단순히 남성으로부터 오지 않고 전체 문화, 특히 여성에 대한 여성의 억압과 이웃에 대한 이웃의 억압으로부터 온다. [241]

보다 깊이 들어가면 고통은 자기 성찰과 자기 변형의 과정을 통해 치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이 점을 극화한다. 왜냐하면 판사는 그의 죄를 고백할 때까지 치료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질병이란 각 개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그들의 어두운 부분인 잘못과 단점, 악덕들을 반성하게 한다. [245]

여기서 부부는 서로에게 보조적이다. 부인은 그 침입자와 접촉을 하였고 남편은 그것이 물의 신이란 점을 밝혀낸다. 일본의 이야기에는 이 존재가 대개는 못과 강에 산다. 물, 즉 물의 신은 무의식의 일반적인 상징이다. 따라서 부인은 무의식에 접근한 셈이며 이런 기능은 전통적으로 여성들과 연결되어 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그 손이 물의 신의 것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지식과 의식적인 판별력을 제공한 셈이 된다. 이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기능이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보조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이는 모든 세계의 신화에서 원형이미지로 만들어진다. [257]

치료의 능력이나 파괴의 행위는 중년이 되어서야 완전히 등장한다. 이는 젊은이들은 분노나 성욕같이 악마적이고도 강력한 본능들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중년이 되어서야 젊은 시절의 억압이 사라지고 거칠고 다듬어진 정신적 에너지들이 전면에 나선다. 비록 처음에는 무서워하지만 마치 화산이 폭발되는 것처럼 이런 원시적인 리비도들이 나오면 치료에 필요한 심리적 에너지들을 제공해준다. 폭력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화산이란 새로운 땅을 창조하고 지구의 핵으로부터 생명의 물질을 운반해준다. [262]

왕비는 노인의 집에서 잠이 든 후 황금의 나무가 아름다운 정원에서 자라는 꿈을 꾼다. 그녀의 꿈은 평화롭고 생기를 주게 한다. 이는 똑같은 나무가 등장하는 왕의 악몽과 대비된다. 이런 차이는 남자와 여자가 중년에 겪는 변화를 반영한다. 그 전에 말한 바대로 남자들은 보통 이 시기에 기진맥진한 인생을 보내야 하는데, 이는 젊은 시절에 즐겼던 영광과 명예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반면에 여성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힘과 자발성 그리고 자아 정체성을 깨닫기 시작하여 젊은 시절에 고통스럽게 겪었던 억압과 균형을 맞추게 된다. [277]

왕의 조언자들은 꿈속에 나타나 것과 같은 황금의 나무를 만들어 보도록 왕에게 조언한다. 이런 조언은 물질적인 성공이 중년이 된 왕의 비참함을 위로해 줄 것이라는 암시이다. 왕이 인간 관계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다가 감정이 없는 일로 얼마나 금방 태도를 바꾸었는지 주목해보라. 꿈속에서 그는 황금가지와 그가 사랑하는 왕비의 영상을 한꺼번에 보았다. 이는 물질적인 이득과 인간 관계 사이에서 선택을 하라는 상징이기도 하다. 왕비를 찾는다는 작업을 하면서 왕은 전자의 일도 실행에 옮긴다. 그는 일단 물건에서 위로를 찾는다. 이런 물질적 관심은 중년에서 여러 형태를 띠게 된다. 어떤 남자는 레저를 즐기고 새로운 차를 사거나 더 좋은 스테레오를 고른다. 또는 먼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의 경력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배가한다. 보다 풍부한 재산과 권력 그리고 명예를 찾기도 한다. 이야기는 이런 물질주의에 대한 경고를 한다. [278]

아마도 황금가지에 대한 가장 눈에 띄는 측면은 그것이 황금의ㅣ 샘 그 자체란 점이다. 황금이 녹아 공기와 닿으면 식어버려 나뭇잎과 가지가 되어버린다. 이런 가지들은 다시 샘으로 떨어지고 다시 녹아 내린다. 공기로 뿜어나오면 또다시 새로운 나무와 가지가 된다. 이는 중년에 거쳐야 할 과정들을 단숨에 요약해준다. 젊은 시절에 확립해 놓았던 개인적인 확신, 헌신들, 가치관 그리고 사회적 역할이 중년에 이르러 파괴된다. [281]

황금나무와의 만남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비록 왕이 신성한 나무에서 가지를 꺾어 노인에게로 돌아왔지만 왕은 그가 사랑했던 부인 없이는 행복하지 않다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 이야기는 매일 되풀이되는 인간 생활에 대해 강조한다. 성스러운 경험들은 황금나무에 의해 상징되지만 인간의 성취욕을 모두 충족시키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중년의 원형적 통찰은 인간 관계에 근거한다. 성경의 구절들을 다시 해석해 보자면 남자와 여자는 신의 말씀만으로는 살 수 없다. [286]

융은 연금술의 심리적 상징들을 광범위하게 탐색한 바 있다. 그는 납이 황금으로 변하는 것에 대한 연금술의 논의는 중년에 일어나는 심리적 변환을 상징한다고 했다. 연금술에서의 첫 단계는 니그레도 즉 검은색의 시기이다. 이때 모든 것은 다 부서져서 원형의 물질로 변한다. 이는 우울과 고통을 경험하는 중년과 통한다. 이때가 되면 그동안 편안하고 친숙했던 역할들은 모두 녹아버린다. 그 다음에 알베도 즉 백색의 시기가 온다. 이는 젊은 시절에는 억압했지만 중년의 위기시 다시 제기되는 갈등들과 과제들을 다시 재작업하는 것의 비유이기도 하다. 세 번째 연금술의 단계가 루베토 즉 정열을 포함하는 적색의 시기이다. 이는 무의식 속에 있는 보다 원시적인 치유의 생명력과의 조우를 상징한다. 따라서 연금술이란 중년에게는 극적인 은유이기도 하다. 납이 금처럼 고귀한 금속이 되어가는 것처럼 기본적인 요소의 변이는 중년의 도전을 반영한다. 즉 질투나 죽음 혹은 고통과 같은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변형시켜 지혜와 성숙한 베풂의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290]

무엇보다 중년의 이야기는 심리학적 해석이 생기기 이전에도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리고 이야기들은 심리학이 잊혀진 학문이 된 후에도 계속 남게 될 것이다. 이야기들은 스스로 변하고 발전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이야기들은 또한 미래가 되면 녹아 없어지고 재형성될 것이다. 이야기는 상상력이란 시원적 샘물과 인간 영혼의 창조성이라는 보다 깊은 실재로부터 솟아났다. 그리고 이는 중년을 병들게 하는 전복과 소용돌이에서 통찰과 재생 그리고 치유가 기다리고 있다는 중년 이야기들의 궁극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292]

그림형제의 ‘하느님이 주신 수명’ 이라는 이야기에서 중년이란, 짐을 잔뜩 싣고 가는 가축에 불과한 당나귀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책임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중년의 남자와 여자들은 젊은이를 먹여 살리고 노인들을 부양하며 이 사회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들 의무들을 만족시켜주는 보다 깊은 만족이 있다. [295]

젊은이들이 너무 확신에 찬 것이 문제라면, 중년들은 너무 믿음을 적게 가진다는 함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치는 위로와 치유를 준다. 이는 ‘말하는 종과 현자의 대답’에서 너무 산뜻하게 묘사되고 있다. 유머는 잠시 동안이라도 다른 사람들 입장에 서게 해준다. 이제 사람들은 동시에 두 관점을 갖고 안에서 보기와 바깥에서 보기를 배우게 된다. [297]

기지와 아이러니는 중년에 우리가 겪는 일 중의 유예, 즉 모라토리엄이기도 하다. 상황은 청소년과 비슷하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 젊은이들은 책임감없이 여러 인생의 실험을 해볼수가 있다. 중년들은 그들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유머는 하나의 대안이다. 짐만 싣고 살아야 하는 당나귀와는 달리 인간은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정말 마술처럼 농담과 이야기들은 짐을 덜어준다. 유머가 영웅주의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더욱 기적적인 것은 사람들은 위기에 깊숙이 빠졌을때 치유의 힘을 발견해 낸다는 점이다. [298]

남성과 여성은 궁극적으로는 중년에 이르러 지혜를 얻게 된다. 그러나 지혜란 숭고하거나 철학적인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의 삶속에 필요한 실제적인 통찰력을 의미한다. ‘현명한 대답’에서 잘 묘사된 것처럼 실제 경험에서 얻어진 실제적인 좌우명들이 이들의 선행조건이 된다. 군인의 답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처음에는 바보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운명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표현하는 은유이다. 중년은 추상적이고 남성적인 사유의 방식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여성적 접근법에 통합시킨다. 로고스와 에로스는 지혜를 낳게 된 것이다. [299]

중년의 방랑여행은 지혜의 나무로부터 생명의 나무로 가는 여행이자, 의식에 국한된 정신과 죄의식에 갇혀있는 단계에서 베풂과 창조의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이다. 중년의 이야기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나온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완성시켜 준다. 이들 이야기들은 분별력을 강조하는 지적 단계에서 내적 생명력을 찾아가는 중년의 모든 사람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 들이다. [302]

이제 여행의 중간에서 모든 것을 다 끝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마치려고 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중년 이야기과 중년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남자와 여자가 더 이상 젊게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것도 아닌 때, 또한 남성성과 여성성, 선과 악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할 때, 그러나 나를 혼란시키는 와중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때, 세계의 4분의 3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그 시점에서 또다른 제5의 방향을 발견하게 되어 이 모든 것을 함께 쥐려고 할 때,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중심에 존재하는 시원적인 인생의 원천과 마주하게 되고 이런 신성한 내적자원이 또 다른 중심으로 새롭게 변해 보다 긴 여행의 첫 디딤돌로 작용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통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303]


● 내가 저자라면

mid-life는 중년을 말하는 영어단어다. 미드필더, 미텔만, 미들맨은 뭘까.
미드필더는 축구용어다. 그라운드의 중앙 부분을 책임지며 팀의 공수 전환에 고리 역할을 한다. 경기를 읽는 시야가 넓고 정확한 패스 등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다. 미텔만은 등산용어다. 자일을 묶고 산에 오를 때 선두와 후발의 중간에 있는 멤버를 말한다. 암벽을 타며 위와 아래를 연결해야 하는 위치이다. 미들맨은 야구에서 쓰는 용어다. 말 그대로 경기의 중간에 나오는 투수들이다. 중간계투라고 불린다. 팀의 리드 여부에 관계없이 등판한다. 구원승을 따내기도 하지만 패전처리를 하기도 한다.
미드 라이프, 미드필더, 미텔만, 미들맨. 공통점은 무얼까.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중간이라는 위치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힘들다는 것이다. 그것도 많이. 힘들고 무겁고 어렵다. 뭐가. 사는 게.
영어 좀 공부했으면 누구나 아는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고? 그런 말로 나에게 시비 걸지 마라. 나, 미드 라이프다. 중년이란 말이다. 피곤하고 힘들다.

당신은 지금 중년인가? “이런 빌어먹을…” 하는 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솟구쳐 나오는가? 불현듯 한숨이 나오는가? 뭔가 불안하고 불면에 시달리기도 하는가? 사는 게 왠지 답답하고 걱정되는가? 배가 나오고 머리가 빠지면서 서리 맞은 듯 변하는가? 집사람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면 자는 척 하는가?
흠… 당신은 분명히 지금 중년이다. 중년이 몇 살부터냐고? 그런 어려운 것까지 묻지 마라. 나도 아는 거 별로 없다. 당신의 질문에 모두 대답해 줄 정도로 아는 게 많으면 중년을 이렇게 혼란하게 살지 않을 거다. 게다가 이 연휴에 놀지도 못하고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혹여나 그런 혼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아마 글이라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집사람과 아이 눈치 보며 운전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날씨 좋은 5월의 연휴라는 반갑고도 반갑지 않은 시기이니 말이다. 이래저래 중년은 피곤하다.

혹시 큰 나무들이 가득한 숲을 지나본 적이 있는가. 숲 속에서 한참을 거닐다 나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아무 생각도 안들었다면 당신은 책도 안 읽고 별로 생각 없는 사람이다. 그런 때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키가 큰 나무숲을 헤치고 나오니 내 키가 쑥 큰 느낌이었다.’ 얼마나 멋지고 폼 나는 말인가. 책 좀 읽으면 이런 표현 어렵지 않게 나온다. 책 좀 봐라. 더구나 이제는 중년이라는 나이지 않은가. 삶에 향기가 필요한 시기라는 말이다.
그런 숲이 아니라 그런 책이 있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다 읽고나니 문득 이런 문구가 떠오르는 책이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책을 읽었음에도 책이 주는 여운은 깊었다. 마치 향기 좋은 꽃길을 걸어 지나오니 내 몸에서 향기가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중년이라는 시기를 걷고 있는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 제목은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저자는 정신분석학자이면서 정신의학과 교수다. 정신분석이라니 왠지 겁난다고? 겁낼 것 없다. 책은 가볍고 부드럽다. 어렸을 때 누구나 좋아했을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를 앞세우고 시작하는 책은 맛있는 죽처럼 부드럽게 넘어간다. 조용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던 중년의 당신에게도 전혀 부담이 없다. 각 챕터의 도입부와 말미에는 친절한 설명과 예고까지 곁들여져 있다. 깊이 있는 내용도 이론을 내세우며 자랑하기 보다는 사근사근하게 설명해준다.
책은 무엇보다 중년을 사는 당신에게 삶 속에 묻혀있어서 보지 못했던 진실을 보여준다. 이런 글을 읽으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을까. ‘대부분의 중년들은 자신들을 당나귀와 동일시할 것이다… 자유는 포기한 채 짐만 잔뜩 지고 사는 짐승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거나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당신의 생각 또한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이런 문장은 또 어떤가.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남아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가슴을 울리지 않는가? 가슴이 울린다고 사정없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는 마라. 이 정도에 가슴에 진동이 온다면 당신은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심장마비에 걸릴지 모른다. 책은 중년을 살고 있는 당신의 가슴을 두들기는 내용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책은 중년의 정신세계를 분석해 당신에게 들여다보게 하지만, 삶에 위안을 주기도 하고 삶을 바라보는 보석 같은 시선들 또한 가득 담겨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다. ‘이들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성취로 가득 차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젊었을 때의 휘황찬란한 이상을 자신들의 현재와 비교하고는 의기소침해지는 데 있다.’ 또 책 속에서 이런 문장도 만날 수 있다. ‘인간의 고통스런 중년의 대항해는 마치 연옥과 같다. 그리고 이런 위기는 씻겨 나간다. 고통은 오래된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길을 위하여 깨끗하게 청소된다.’ 책 속을 정신없이 거닐다 나오면 당신의 삶의 키가 쑥 커져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에도 나오는 ‘두 번째 여행’은 중년을 사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책에 의하면 ‘두 번째 여행’ 이라는 말은 제럴드 오콜린스의 표현이다. 젊은 시절 거치는 첫 번째 여행은 모험과 행동을 통해 유명해지고 행운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두 번째 여행은 고통으로 가득 차있고 자발적이지 않지만 영광과 재산보다는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 막연한 두려움이 없어지느냐고. 삶이 향기로워지느냐고. 그런 꿈은 접어둬라. 세상에 그런 게 없다는 것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한방에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로또복권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것조차 많은 게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혹시 당신은 로또복권에서 두 번째 여행의 단초를 찾으려고 할지 모른다. 당신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방법이 아니라고 책은 분명히 말한다. 이번 주 로또복권을 살 계획이었다면 그 돈으로 책을 사는 건 어떨까. 그것도 중년을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책 속을 헤매다 보면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중년에 포기하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고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당신이 책에서 캐낸 그것들이 이 책이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는 바로 그것이다.

저자의 말을 한마디 더 듣자. 책을 읽어볼까 말까 망설이는 당신에게 해주는 말이다.
‘이제 여행의 중간에서 모든 것을 다 끝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마치려고 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중년 이야기와 중년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남자와 여자가 더 이상 젊게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것도 아닌 때, 또한 남성성과 여성성, 선과 악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할 때, 그러나 나를 혼란시키는 와중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때, 세계의 4분의 3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그 시점에서 또다른 제5의 방향을 발견하게 되어 이 모든 것을 함께 쥐려고 할 때,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중심에 존재하는 시원적인 인생의 원천과 마주하게 되고 이런 신성한 내적자원이 또 다른 중심으로 새롭게 변해 보다 긴 여행의 첫 디딤돌로 작용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통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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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최지환
2008.05.05 08:45:12 *.34.17.93
형님. 정말 많이 피곤해보이십니다. ^^

책읽고 힘좀 많이 받으셨길 바라며~~
프로필 이미지
손지혜
2008.05.05 09:13:50 *.34.17.93
하하하! 기상천외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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