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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11시 25분 등록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30대 이후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16가지 이야기’
Once Upon a Midlife : Classic Stories and Mythic Tales to Illuminate the Middle Years
알랜 치넨, 이나미 역, 황금가지, 1999


1. 저자 소개

이 책의 탄생

알랜 치넨은 이미 이 책을 내기 전에 동양의 옛날 이야기나 신화를 통해 노년의 심리 현상을 해명하는 <어른스러움의 진실>이라는 책을 먼저 낸 경험이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이야기의 심리치유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온 의사다. 그에 의하면 옛이야기나 동화는 인간의 의식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하여 연상 작용을 통해 마음 속 깊이 잠재된 개인의 무의식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란 인간의 영혼과 닿아 무의식 세계의 베일을 벗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중년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한 때 그에게 지속적으로 용이나 성, 왕과 왕비 같은 생생한 이미지가 다가온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몽상이 아니었다. 그런 이미지들이 옛날이야기가 가지는 원형적인 성질의 것이라는데 주목하고 그는 무심코 그 이미지들을 기록해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햇빛이 따스한 봄날이었다. 연구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던 그는 느닷없이 벚꽃나무 아래 앉게 되었다. 그 때 불현듯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내가 중년의 이야기에 대해 쓸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분명 그런 생각을 했을테고, 어디엔가 중년의 이야기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중년의 이야기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 늙지도 젊지도 않고, 결혼하여 아이를 기르며, 살기 위해 일하는 중년의 주인공들이 탄생한 것이다. 중년이야기를 쓰면서 그는 그 이야기들이 자신의 인생에도 길잡이요, 기쁨이고 영감의 원천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원고를 쓰다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은 너무 지적이었고, 생명력이 떨어졌다. 그가 쓴 글에는 그의 사적인 경험들, 감정들, 그리고 생각들이 빠졌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환자의 호소를 들어주고 치유하는 입장에 있었던 그에게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드러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는 감상적인 글 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 동안은 임상의 예만을 나열하였다. 그러나 그의 내면의 소리는 계속해서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라고 촉구하였다. 결국, 그는 다시 시작했고,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더하여 이 책을 완성하게 되었다.

“아이러니지만 나의 중년이야기에 관한 연구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지적인 작업이었지만 나중에는 곧 가슴과 영혼에 관한 문제가 되었다.” (301p)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중년의 동화들과 더불어 그의 임상 사례들과 개인적 경험까지 공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힘든 고민 끝에 드러내기로 결정한 그의 사적인 경험들의 오픈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몇 가지 상징적인 꿈과, 매우 피상적인 경험들에 국한된다. 그의 환자들의 임상 사례들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그의 이야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얻게 되는 울림이나 공감이 그다지 없다는 것이 유감스럽다.

알랜 B. 치넨(Allan B. Chinen)

1952년 출생한 알랜 치넨은 스탠포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정신의학 수련을 받았다. 현재 같은 대학에서 정신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융 학파에 속하는 그는 동양의 옛날 이야기나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현상을 해명하는 여러 책(어른스러움의 진실(1989),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1992), 영웅을 넘어서(1995),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 동화(1997) 등)을 저술했다.

그는 정신분석학자이다. 그 중에서도 융 학파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가 쓴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융 학파에 대한 이해가 약간은 전제되어야 한다. 저자는 책이 너무 학술적인 분위기로 흐르지 않고, 최대한 이야기가 갖는 함의들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가급적 심리학적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는 있지만, (캠벨의 신화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가 융인 것처럼) 그의 연구 역시 칼 융의 분석 심리학에 크게 빚을 지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기 위해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이야기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최종 선별하는 저자의 일련의 작업 속에는 융의 집단 무의식과, 원형의 개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알랜 치넨이 실제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라는 점과 그가 자아초월심리학을 지지한다는 점등을 고려할 때 그의 책들이 상황을 맞서서 극복하기 보다는 상황을 이해하고 포용함으로써 삶의 통찰을 얻는, 일종의 심리 치료 효과에 기대고 있으리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는 그런 심리 치료의 그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현대 중년의 정신성에 대한 그 자신의 이론들을 한정된 시간을 초월하는, 인생의 후반을 위한 <중년의 이야기>들을 통해 착실히 진전시켜 왔다. 그는 확실히 다른 연구자들이나 저자들이 이미 기술한 이 분야의 현상을 조망하는데 풍부한 자료를 확보해 주었다. 기초적 지식에 대한 그 자신의 명료한 관찰들은 정말로 환영할 만한 기여가 아닐 수 없다…이 책의 미덕은 연구 자료들, 전문적인 연구들, 또 옛날 이야기들을 통해서 다른 문화와 현대를 묶어줌으로써 여러 분야의 시간을 초월하는 인용사례를 매우 풍부하게 수록함으로써 우리가 중년의 가장 근본적인 현상들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저자 자신이 중년이라는 발달 과정을 거치는 사람이어서 그가 소개하는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현실로 쉽게 녹아들 수가 있다.” – 이 책 서문, 로저 굴드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책들

<어른스러움의 진실 >
부제:성숙의 필요충분조건:나를 위해 산다는 것과 남을 위해 산다는 것
In the ever after
김승환 역, 현실과미래사
옛이야기를 통해 성인심리의 성장부분을 설명한 책으로 정신과 의사가 읽어주는 ‘성숙을 위한 심리동화' 라고 부를 수 있다. 성숙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채택한 ‘옛날 성인동화 모음집’이다. 성인동화 한가지와 그 이야기의 정신분석적 해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는 다른, 아니 그보다 훨씬 넓은 의미에서의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동화>
Waking the world : classic tales of women and the heroic feminine
공경희 역, 황금가지
‘세계의 잠을 깨우고 영웅이 되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충격적인 책’이라는 서평이 달린 책이다. 이 책 또한 저자의 다른 책들과 같이 세계 곳곳에서 모은 옛날 이야기 중에서 저자가 가려 뽑은 12개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 해방의 참 의미를 찾아간다.

그리고 우리가 읽은 이 책,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
Once upon a midlife : classic stories and mythic tales to Illuminate the middle years
이나미 역, 황금가지


역자소개, 이나미

언젠가 새로 나온 책들을 소개하는 신문의 서평 코너에서 보았던 책 한 권이 생각난다.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도발적인 솔직함을 담고 있는 책 제목 때문에도 유난히 눈길을 끌었지만 그 책의 저자가 이나미여서 더욱 그랬다. 이미 나는 문학사상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자가 같은 이름의 정신과 의사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나미는 국민학교 2,3학년 때쯤부터 아버지가 대학시절에 샀던 셰익스피어 전집, 윌리엄 포크너나 괴테 같은 소설가의 책을 읽는 조숙한 소녀였다.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 동안에는 세계문학을 졸업해야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톨스토이나 토스토예프스키, 발자크, 지드, 헤세 등의 고전을 닥치는 대로 읽기도 하였다. 주위의 읽을거리는 몽땅 해치워야 마음이 놓이는 그녀는 신문이나 잡지가 있으면 그 즉시 읽어버려야 했다. 특히 사설이나 정기 칼럼은 반드시 정독을 했다. 중학에 올라가서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철학자들의 저서를 섭렵했으며, 문학만으로는 세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역사책을 주로 읽었다.

그 후, 인간의 마음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였고,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물의 혼>이란 단편소설로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저서로 <여자의 허물 벗기>,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사랑의 독은 왜 달콤할까>, <우리가 사랑한 남자> 등이 있다. 현재 이나미 신경정신과에서 일하며 서울의과대학에 초빙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그에게 글쓰기는 자신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봉착해 있는 삶의 문제를 정신과 의사다운 전문성을 살려 치유해 가는 한 과정이다.

<우린 때론 미치고 싶다>
현대인 특히, 현대 여성들의 시대적이며 공통적인 아픔과 설움을 치유하는 저자의 독특한 진단과 처방이 담겨 있는 에세이집이다. 여성에겐 가슴 뚫리는 통쾌함을, 남성에겐 찡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우리가 사랑한 남자>
이 책은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나 개인의 정신적 환부를 치유하는 데 몰두해 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퇴출, 명퇴, 정리해고'라는 낱말들이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오늘, 직장을 잃고 가족을 잃고 사랑을 잃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내게 문학이란 넓은 세계로 향하는 문이며, 독서란 그 문에 떨리는 손으로 몰래 열쇠를 꽂는 작업이다’” – 이나미


2. 마음에 들어오는 글귀

머리말

11. 중년이란 언제나 거기 숨어있긴 했지만 위장되고 분열되고 함입된 채 잊혀진 자기 자신과 새롭게 만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로저 굴드

11. 이 책에는 중년에 이른 부부가 상대방에게 책을 던지며 <봐라, 여기 네가 좀 보고 배워둬야 할 게 많다>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데도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배워야 할 아주 많은 것들이 숨어있다.

13. <왕자가 늙어 대머리가 되고 공주가 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15. 그(제롬 브루너)는 생각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논리적이고도 선형적인 과학적 생각으로서 <사업>, <일>,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되는 언어들이 있다. 두 번째는 이야기 형식의 (Narrative)생각으로, <극>과 <신화>, <문학> 그리고 <옛날 이야기>들의 토양이 되는 언어인데, 주로 인간 영혼을 건드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인지 심리학자인 기슬라 라보비 비프는 이를 보다 시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그녀는 두 가지의 추론 방식을 <로고스>와 <미토스>로 표현한다. 두 개 다 그리스의 원어로 <단어>를 뜻하긴 하지만 로고스는 설명, 계산, 계획들에 쓰이는 말이고, 미토스는 이야기, 극, 꿈 등에 쓰이는 단어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이야기란 인간의 영혼과 닿아 무의식 세계의 베일을 벗기는 작용을 하고 있다.

16. 이야기란 인간의 영혼과 닿아 무의식 세계의 베일을 벗기는 작용을 한다…이야기란 듣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이성적인 사고를 일단 멈추게 하고 사람을 자유롭게 놔두도록 하는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할 수 있다.

21. 중년의 이야기는 이미 인생이라는 여행을 거쳐 생존한 사람들에 의해 그려진, 중년이라면 거쳐야 할 통과의례, 장애물이나 오아시스, 위험들, 그리고 기쁨들이 어디있는지 대한 지도와 같다.

21-22. (중년의 이야기 분석의)첫 번째 규칙은 옛날 이야기를 해석하려고 들기 이전에 우선 귀를 열고 그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다…나의 해석의 두 번째 규칙은 노아의 방주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이 이야기 선집에 포함되기 위해선 우선 또 다른 파트너, 즉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4.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이란,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웠던 외상들을 단순히 풀어버리기보다는 보다 크고 중요한 과제인 <완전한 인간이 되는 지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켜준다.

제1부 서른 이후,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다

1. 젊음의 마법을 상실하는 중년(요정과 구두장이 - 독일)

34. 모자이크의 조각들처럼 상세한 조목들은 그 자신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의미 있는 그림이 되는 것이다.

35. 마법의 상실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발달과정 상의 문제다.

36. 「인생의 시간 동안에 The duration of Life」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서 여기에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모든 짐승들이 30년은 당연히 살도록 명한다.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모든 짐승들이 30년은 당연히 살도록 명한다. 하지만 짐을 나르는 것이 벅차다고 많이 알려진 당나귀는 자신이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살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가 18년을 더 살도록 허락한다. 반면에 개는 늙는 것이 두려워 30년 중에 몇 년은 오히려 감해 주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렇게 하도록 명한다. 원숭이 역시 늙는 것이 두려워 더 빨리 죽도록 청했고 하느님은 친절하게도 10년을 감해준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나타나서 30년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당나귀에게서 18년을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준다.
따라서 인간은 첫 30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의 본래 인생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당나귀에게서 빼앗은 18년을 더 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채찍질을 당하며 일상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다음의 12년은 개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불 곁에 앉아 웅얼거리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로부터 받은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좋은 대로 행동을 한다.

39. 특히 유치하고 장난기 많은 어린 시절의 흔적들은 창조성에는 꼭 필요한 요소다. 너무 정밀한 조사나 비평이나 명령을 받도록 강요하는 것은 요정이 갖는 창조성을 재빨리 도망가게 한다.

39. 젊은이들의 특징인 <발작적인 창조적 불꽃>은 계속되는 습관으로 진화해서 성숙하고 기댈만한 기술로 변하는 것이다. 만약 젊은이들의 창조성을 99퍼센트의 영감이라고 한다면 성숙한 창조성은 99퍼센트의 땀이다.

2. 중년기에 잃은 젊음의 이상들(마술 주머니 - 한국)

49. 그들은 보다 성스러운 완벽성, 순진성, 그리고 젊음의 이상을 잃어버리는 대신 노동과 고통에 대해 배운다.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 하면 일은 더 꼬인다. 젊음의 마법을 잃지 않겠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큰 재난이 닥치기 마련이다.

3. 젊음의 마법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어부와 언어 - 웨일즈)

54. 젊음의 마법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멀리 떠나 보내는 것이다.…다른 많은 연구에서도 중년의 베풂의 미덕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확인을 시켜준 바 있다. 젊었을 때 사람들은 보통 개인의 성취와 만족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보다 인본주의적인 관심을 가지며 많은 시간을 남에게 베푸는 일에 할애하게 된다. 성공적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면서도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60. 완전함과 통합은 인생 후반부의 가장 중심적인 과제이다….다섯은 중년에만 있는 특별한 숫자이다. 다섯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61. 마법의 상실은 슬픈 게 아니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 뿐이고 이를 거절할 때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상실이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 뿐이다

제2부 서른 이후, 남자가 가는 길과 여자가 가는 길

1. 중년 남녀의 성 역할 바꾸기(고집쟁이 남편과 아내 - 페르시아)

65. 중년 남자들은 동료들과의 관계나 가정에서의 행복을 보다 강조하게 된다. 나이 든 남자들은 사실 점점 더 집안의 잡다한 일을 더 하게 되고 자신의 용모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다. 반면 <남자로 변한 여성>인 중년 여성은 남편을 리드하면서 거산의 습관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깨버린다.

73. 성인의 발달 과제에 대해 연구한 초기 심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융은 중년 남자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기호나 필요들과 싸우기 시작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74. ‘인생의 아침에 활짝 피었던 모든 이상과 가치관들이 인생의 정오쯤에는 바뀌게 되는 것이다’.-융.

75. 모르코의 민담들은 중년의 성역할 바꾸기에 대해 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서 모든 남자는 백 개의 악마와 함께 태어난다. 그리고 소녀들은 백 개의 천사와 함께 태어난다. 해가 갈수록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악마와 천사를 교환한다. 따라서 만약 백년을 산다면 남자는 백 개의 천사를 갖게 도는 것이고 여자는 백 개의 악마를 갖게 되는 것이다!

76. 소년과 소녀들은 보통 어머니들에게 강한 애착관계를 갖고 있는데 소년들이 남성적인 정체성을 보다 명료하게 가지려면 이런 어머니와의 애착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러나 어머니와의 관계는 깨기가 매우 힘들다. 어머니가 의존성과 친밀성에 대한 모든 필요를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위해 소년들은 보통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 그들은 어머니만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존성과 친밀성의 영역을 거부한다. 이들 감정들은 여성적인 것과 동일하게 생각되고 따라서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79. 그녀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찾은 것이며 반면에 그녀의 남편은 수동적으로 그 고통을 다 참아냈다. 이야기는 여기서 현실을 반영한다. 중년이 되면 보통 주부들이 남편을 리드하면서 그 간에 익숙해졌던 습관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깨버린다. 그녀의 변화는 남편까지도 더욱 성숙하도록 강요한다.

81. 부인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을 심사 숙고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돌아간 것이지 필요나 강압에 의해 마지못해 간 것이 아니었다.

82. 그 같은 자기 개선이 없다면 중년의 이야기는 단순한 비극에 불과하게 도리 것이고,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슬픈 결말에 다다르게 되며 너무나 인간적인 결점들은 통째로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83. 남성의 여성적인 면은 무의식적이고 너무나 오랫동안 억압되어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왜곡되고 불쾌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여성들의 남성적인 면 역시 같은 방식으로 비뚤어져 있다. 너무나 오랫동안 억압되어 왔기 때문에 여성의 자기 확신은 처음에는 남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을 택한다.

84. 젊은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초자연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중년의 이야기에선 인간의 지혜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같은 지혜를 배우는 것은 중년의 중요한 도전 중 하나이다.

2. 중년기의 여성 해방(왕이 된 부인 - 중국의 위구르 문화권의 이야기)

99.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훨씬 더 자주 공격당하고 강탈당하고 어떤 면에서 희생자가 되는 상황을 자주 꾼다. 그리고 그 가해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남성들이다.

100. 모든 일의 지휘를 아내가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멋진 남자가 자기들을 구원하러 오는 것만을 기다리면서 그냥 앉아 있던 신데렐라나 다른 젊은이 이야기들의 여자 주인공과는 달리 여기서도 부인은 적극적인 역할을 하다.

103. 젊은 시절의 여성들은 자신감을 억압하면서 자기 자신의 필요는 무시해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돌보도록 배운다. 이것은 여성의 발을 묶는 것과 심리적으로 동일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기 보호를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에 대한 죄의식을 느낀다.

111. 5는 통합하는 중심점을 상징하는데 다른 나라에도 이런 상징이 등장한다.

112. 여러 우주론에서 다섯은 그곳에서 중요한 네 개 점들과 기본적인 원소들을 포함하는 다른 모든 부산물들이 나오는 창조적인 힘을 상징한다.

120. 엄격한 성역할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소년 소녀들은 상대적으로 양성적이다.

3. 중년의 남자와 여자(피리 부는 왕비 - 러시아 민담)

121. 남성성과 여성성의 융통성 있는 개념들, 즉 양성성이란 성공적인 노화와 관련이 된다.

124. 중년의 위기는 창조적인 남자들 사이에 훨씬 더 뚜렷하다. 1장에서 언급한 대로 엘리엇 자크는 위대한 미술가, 작곡가, 작가들의 삶을 연구했다. 이들 대부분은 남자들이었는데 3,40대에 전형적으로 위기를 겪었고 이때 창조적인 작업 역시 중단되었다. 모차르트 같은 이들은 사실상 그 시기에 죽음을 맞이했다. 다행히 대부분은 보다 깊어진 창조성을 지니고 그 위기를 빠져 나온다.

제3부 서른 이후, 운명을 받아들이다

1. 중년에 바라보는 죽음(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 - 중국)

135.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남아 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139. 개인이 자기 본위의 관심에만 쌓여 있는 한 죽음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죽음은 자아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만약 개인이 사적인 관심을 초월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초월한 것에 스스로를 위임하게 된다면 - 예를 들어 아이들이나 사회적 활동 - 죽음은 덜 위협적이게 된다. 개인은 죽어야만 되나 아이들이나 사회적 이상은 계속 살아나간다.

141. 다음 세대를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남겨놓고자 하는 소망이다.

143. 중년에게 죽음이란 엄연한 현실이며 단호하고 불가피한 것이며 영광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의 문제인 것이다.

145. 중년의 남녀는 일에 몰두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하면서 죽음의 불가피성을 부정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청춘의 감각을 되살리려고 나이 어린 연인들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노력 중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152. 역설적으로 죽음은 삶에 대한 실질적인 지혜를 제공한다

143. 젊은이와 여성은 사랑과 진실과 정의를 위해 기꺼이 죽는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죽음은 단지 추상적인 것일 뿐이다. 중년의 남녀는 이런 환상은 버린다. 중년에게 죽음이란 엄연한 현실이며 단호하고 불가피한 것이며 영광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의 문제인 것이다.

144. 유머는 자기 초월을 키운다.

2. 죽음과 중년의 내면 여행(죽고 싶지 않은 남자 - 일본)

145. ‘나는 언젠가 죽고 말거야! 그렇지만 영원히 살고 싶어!’그 순간부터 그는 정신적 혼란에 빠져들었습니다.

146. 「바보 같으니라고!」신은 백만장자를 꾸짖었습니다. 「너는 인생을 그리 쉽게 살고 있으면서 단지 네 자신만을 위해 어떻게 생명의 영약을 찾기를 기대하느냐?」

148. ‘집과 가족에게로 돌아가거라. 너의 몫에 만족하거라. 신이 너에게 지혜의 책을 내리셨다. 그 충고를 따르도록 해라. 성실히 일해라. 아이들을 잘 길러 미래를 준비시켜라. 그리고 너의 이웃을 도와라. 그러면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149. 백만장자는 영원한 생명의 땅으로 가는 기회를 얻지만 끝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존재에 싫증을 느껴 평범한 죽음을 열망한다. 그는 모순점을 발견하다. 죽음은 삶을 가치 있고 흥미롭게 만든다. 그리고 죽음은 휴식을 약속해 주며 삶의 무거운 짐으로부터 도피처를 제공한다.
153. 여성들은 죽음에 관해 충분히 의식의 영역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죽음을 다루는 동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출산 때마다 죽음의 위험에 직면했다.
여성들은 죽음에 관해 충분히 의식의 영역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죽음을 다루는 동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출산 때마다 죽음의 위험에 직면했다. 남성은 전쟁에서 주로 죽음과 직면했고 평화시에는 그들의 죽음을 부정할 수 있었다. (중간 생략) 여성은 젊을 때 여러 형태의 사회적 압력을 경험한다. 고통과 상처에 직면해 보았기 때문에 죽음이란 요소는 그들에게 덜 위협적이다.

154. 죽음은 여성들에게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준다. 죽음은 남성에게도 같은 통찰을 가져다 주는데, 남성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의 역할이 더 작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좀 다르다.

156. 프로이트는 꿈이 금지된 소망을 숨기고 수용되지 못하는 충동이 의식 세계로 나오는 것을 가려주거나 제외시킨다고 주장한다. 융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꿈은 억압에 대항하고 개인이 회피하는 문제를 끄집어냄으로써 무의식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프로이트는 대개 젊은이들과 함께 일했고 그들로부터 그의 이론을 이끌어내었다. 그러나 젊은 남녀는 전형적으로 고통스런 문제를 부정하고 회피하며, 그들의 꿈은 이런 억압을 반영한다. 반면 융은 노년층과 함께 일했고 그때에 젊은 시절 억압했던 문제들이 무의식으로부터 나타났다. 그래서 융과 프로이트의 꿈이론은 인생의 다른 단계에 적용되는 한 모순되지 않는다.

3.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중년(운명의 신 - 달마시아)

165.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에 의해 계획된 것과 같은 운명을 거부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연과 행운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중년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는 종종 단순한 불운인 반면, 성공은 일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적기적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168. 성숙함은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이것은 종종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직관을 향한 변화와 관련된다.

169. 그 불쌍한 형은 밀리자와 결혼함으로써 그의 고통을 회피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이 구제한 남성이라는 친근한 주제를 갖게된다. 밀리자는 여기서 아니마(남성 속의 여성성)의 역할을 하며 이 아야기는 극적인 방법으로 그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4. 중년기의 오이디푸스 갈등(운명을 이기려는 왕 - 인도)

182. 실제 삶에서 대부분의 엄마와 딸은 상대적으로 서로서로 가르치는 관계를 즐긴다. 그러나 말없는 경쟁 관계가 남아 있어서 주기적으로 관계가 깨지게 된다. 종종 어머니가 중년에 들어서면 그러하다. 어머니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상실할까 봐 애쓰는 만큼 여성스러움을 중요시하게 되고, 달은 그때 활짝 피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질투와 부러움을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또한 제약을 받고 자란 나이 많은 어머니들은 딸의 자유와 기회를 부러워할 이유를 갖게 된다.

182. 아버지는 대개 아들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지만 또한 질투와 경쟁 관계도 느낀다. 이런 오이디푸스적 갈등은 중년에 심해진다. 아버지가 신체적으로 나이가 먹었음을 처음 느끼게 될 때, 아마도 정력과 기민함이 하향 곡선을 그을 때 그의 아들은 신체적 힘의 정점에 달할는지 모른다. 유사한 문제가 선생님과의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스승은 그의 제자가 성공하기를 돕고 싶어하나 또한 후배에 의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갖는다. 결과적으로 종종 폭발적인 갈등이 일어난다

185. 운명은 그것 자체로는 중년의 질투를 해결하지 못한다. 운명이 부여하는 것은 다소 비극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이다. 인간의 통제력을 능가하는 힘의 수용이다. 중년의 비극적 통찰의 발전은 남녀가 인생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186. 오이디푸스는 그의 삶에서 운명의 힘을 깨달으면서 죄의식에서 자신을 해방시킨다. 그는 죄와 자책감보다는 운명과 비극의 관점에서 그의 삶을 이해한다. 삶의 이러한 비극적 비전을 갖는 것은 젊은이의 심리에서 성숙의 심리로의 결정적인 전환을 나타낸다.

187. 그러나 중년의 남녀는 운명이나 숙명의 힘을 깨닫고, 그들은 단지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제한된 통제력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통제하지 못한다 해도 어떤 책임도 없으며 어떤 자책감이나 비난도 없다. 냉정하지만 그 통찰력은 궁극적으로 자유스럽게 해주며 남녀가 과거의 후회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중년은 불운과 실수에 대해 그들 자신을 용서하게 된다.

187. 이상적으로 그들은 또한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특히 그들의 부모를 용서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제4부 서른 이후, 삶을 깨닫다

1. 젊음의 추상적 이성 & 중년의 실리적 지혜(현명한 대답 - 러시아)

194. ‘그러면 지구는 얼마나 깊으냐?’
’몇 년 전에, 저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는 그를 땅에 묻었습니다. 그는 결코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것이 지구의 깊이임에 틀림없습니다.’

197. 젊은 남녀는 가상의 도덕적 딜레마와 같은 추상적 문제가 나타나면 전형적으로 교양적이고 윤리적인 원칙에 호소한다 반대로 노년의 남녀는 개인적 경험과 구체적 예를 들기 쉬우며 대학생들보다 아이들에게 더욱 전형적인 유형인 좀더 단순한 유형의 논리를 사용한다. 군인은 그렇다라고 대답할 만큼 현명하다.

199. 중년에 은유는 장식이라기보다는 도구와 같이 변하다. 내가 '동화는 선천적으로 은유적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요점은 동화가 단순히 흥밋거리나 시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그것들은 매우 실용적이며 중년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201. 다른 사람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개인은 다른 사람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상상해야만 한다. 이것은 타인의 복잡한 인격의 유형을 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공감과 과학은 관련된 똑같은 추상적 사고를 사용하여 단지 사물과 사고보다는 사람과 감정을 다룬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202. 비트겐슈타인이 결론 내리기를, 철학은 그가 초기에 믿었듯이 영원한 진리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 철학은 단지 실용적 도구이고 그것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과 의사 소통하는 데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복잡한 사고를 명확히 해주는 것이다. 즉 <철학은 실용적이다>라는 것이다. (p. 202)

203. 전통적으로 남성은 로고스로 시작하여 에로스를 포용하는 반면, 여성은 에로스로 시작하여 그 다음에 그들의 삶에서 로고스와 통합한다. 남녀 모두에게 있어 성숙이란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의 이성적 유형의 조화를 요구한다.

205. ‘그들 모두에게 영혼을 하나 주세요. 아주 작은 걸로!’

2. 악마의 도전에 대한 중년의 방어(솔로몬의 충고 - 이탈리아)

207.「새 길을 가려고 옛길을 버리지 마시오」 「다른 사람의 일에 끼여들지 마시오」「그 다음날까지 분노를 참으시오」

210. 심리적으로 젊은 남녀는 악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할 뿐 결코 그들 자신 안에 악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어려운 악, 즉 자기 자신 안에 내재한 악을 산뜻하게 회피한다.

212. 고상한 이유로 젊었을 때 목숨을 거는 사람은 전형적으로 중년에 개혁을 포기한다. 생계를 꾸려가고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 필요성이 우선하는 것이다.

214. 중년의 단체는 지옥으로 내려가고 점점 더 무서운 악마의 형태와 직면하다가 결국 사탄을 만난다. 그러나 모든 단계에서 단테는 지옥의 거주자와의 대화를 그만둔다. 그가 비록 사람들이 삶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 끔찍스럽게 여길지라도 그는 고통받는 죄인들과 인간으로서 동류인 것이다.

214. 악에 대한 관용은 중년의 미덕이다.

216.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솔로몬의 충고는 중년들이 종종 느끼는 유혹, 즉 자신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상충된다. 솔로몬의 충고는 권의 극점에 있는 남녀에게 세상에는 그들이 이해하고 관장할 수 없는 많은 상황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213. 옛길을 고수하라는 솔로몬의 충고는 유일하게 중년과 관련이 있다. 상인은 즐거운 여행자들의 무리와 함께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이와 같은 일탈은 중년에 항상 존재하는 유혹이다. 솔로몬의 충고는 너무 자주 새로운 로맨스나 일자리를 찾고자 하여 자신의 길에서 지나치게 멀어져 방황하는 것에 대한 경고가 된다.

3. 중년의 유머와 기지(밀고자 - 일본)

222. 유머란 그거 웃어넘기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지혜인 것이다. 유머는 중년의 여성과 남성이 인생의 비극적인 면을 다루는데 큰 힘이 된다.

226. 바람 피우는 중년의 남녀에 관한 고정관념은 사실에 근거한다기보다는 공포의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런 공상은 매우 깊숙한 의식의 밑바닥을 관통하는 것이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만큼 강렬하기도 하다.

227. 심리학자들은 농담이 적개심을 중화하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농담과 기지는 참을 수 없고 폭력적인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로 바꾸어 놓는다.

228.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머는 대처 능력 중 가장 고귀하고 성숙한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228. 유머는 성숙의 징표이다….유머는 깊은 공감력, 자기 확신, 그리고 창조적 재능과 비례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머는 대처 능력 중 가장 고귀하고 성숙한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228. 한사람의 심리적인 행복감이 클수록 유머 감각도 늘어난다.

229. 유머는 특히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하다. 젊은 남녀가 좌절감을 느끼게 되면 그들은 <멍청한> 권위에 대해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반항을 하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상황을 피해서 유유하게 걸어나가면 그만이다. ..... 그러나 중년에게는 그런 호사를 누릴 여유가 없다. 그들은 무능한 권위체제에 분노를 표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231. 유머는 인간에게 죽음의 불가피성을 극복하고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죽음조차도 농담의 재료로 만드는 것이다.

234. 거리 감각의 중요성은 특히 자신을 비난하는 농담에 있어서 명확히 나타난다. 오직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소재로 농담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과는 상관없는 상황을 볼 때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너무 완전히 상관하지 않을 때는 무관심과 냉정한 객관성만을 지닐 수 있을 뿐이지 유머가 나오지는 않는다.

234. 아이러니란 두 관점을 동시에 견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성숙한 개인은 불확실한 것이나 파라독스를 견딜 힘이 있다.

4. 중년의 고통과 치유(돌무덤 - 모로코)

237. 젊은이들을 치료되지 않는 상처도, 낫지 않은 고통도 있다는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보려고 애쓰지 않는다. 반면에 중년들은 인간 조건들의 비극적인 차원을 경험하고 나서야 보다 깊은 동정심을 배우게 된다. 이는 중년들이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게 하는 덕목이 된다.

243. 중년 이야기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치유의 능력을 남용하지 않는다. 치료란 힘이나 영광의 수단이 아니라 역경과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치류란 영웅주의를 극복한다.

245. 보다 깊이 들어가면 고통은 자기 성찰과 자기 변형의 과정을 통해 치유로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45. 질병이란 각 개인들이게는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그들의 어두둔 부분인 잘못과 단점, 악덕들을 반성하게 한다.

245. 자기 반성과 재생이라는 치유의 과정은 사실 정화의 경험이다.

246. 신탁은 처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변환을 지향하고 있다. 어떤 인간은 정욕을 사랑으로 바꾸고 다른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탐욕을 지혜에 대한 욕망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정화하는 힘의 경험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엔 건강하지 못하게 지나친 맹목적인 본능을 잘 다룰 수 있게 한다.

246. 융학파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페르소나는 일단 중년이 되면 붕괴된다.

5. 재생과 지하 세계(뼈 맞추는 사람 - 일본)

261. 치유란 약간의 힘을 요구하고 좋은 일뿐 아니라 나쁜 일도 하기 때문에 그 같은 힘은 사람을 고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261. 인생에 있어 공포스럽고 위험하지만 궁극적인 치료의 원천들과의 접촉은 중년의 중심과제인 듯 싶다.
264. 악마적인 것에 대한 관용은 각 개인이 악마로 나타나는 것들 뒤에 숨어 있는 원시적 생명력을 발견해 내는 것을 도와준다. 악마로부터 도망치거나 거부하는 것은 원시적인 치유력과의 조우를 알려주는 전주곡이다. 그러나 그런 만남은 동시에 매우 위험하다. 관습적인 선악에 대한 관념을 버린다는 행위는 니체의 철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팽창시키는 동시에 독약을 먹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는 사라들이 도덕을 뛰어넘는 초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64. 중년의 개인들은 오랫동안 고통받아야 한다는 자신의 몫을 기억하고 성숙의 생성을 위해 젊은 시절의 영웅주의를 버림으로써 이런 자아 팽창과 원시성을 피한다. 정말로 젊은이들은 무의식의 원시적인 에너지들과 직면할 때 에고가 대개는 압도되어서 정신병이 생기기도 한다. 대개는 중년이 되어 확고한 에고를 확립한 이후가 되어야 사람들은 자기 안에 있는 원시적 생명과 안전하게 접촉할 수 있다.

6. 인생의 샘(황금나무 - 인도의 유대인 전설)

270. 이상하게도 노인은 자기가 만든 물건을 절대로 내다 팔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완성된 물건들을 모두 녹여 버리고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273. 나무는 황금의 샘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황금의 물이 녹아 내리면서 가지를 만들었고 방울이 떨어지면서 이을 만들었습니다. 그 모양은 끊임없이 변했습니다만 항상 나무의 모양을 한 채로 남았습니다.

274. 「나는 내 꿈에 나타난 나무에 다가가 황금가지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기쁘지가 않군요. 왜냐하면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여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황비가 그 말을 듣고 그의 남편의 눈에 담긴 슬픔을 본 순간 그녀는 앞으로 나서서 베일을 벗었습니다.

278. 꿈속에서 그는 황금가지와 그가 사랑하는 왕비의 영상을 한꺼번에 보았다. 이는 물질적인 이득과 인간 관계 사이에서 선택을 하라는 상징이기도 하다.

283. 부적과 황금의 나무는 현실과 꿈, 또는 사실과 공상사이에 존재하는 구별을 깨고 있다. 그래서 황금의 나무는 지혜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이는 바로 생명 그 자체가 되어야 하는데 생명이란 지혜란 지식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287.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자기 내부의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다 발전시켜야 이상적이다.

285. 한 사람의 믿음이나 역할 그리고 행동들은 얼마나 인간 생황을 풍부하게 했느냐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

291. 내가 예측하기에 대부분에게 생명의 나무는 단 하나의 극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보다는 생명력과 재생의 여러 원천인 가족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우정 등의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

292. 이야기는 상상력이나 시원적 샘물과 인간 영혼의 창조성이라는 보다 깊은 실재로부터 솟아났다. 그리고 이는 중년을 병들게 하는 전복과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통찰과 재생 그리고 치유가 기다리고 있다는 중년 이야기들의 궁극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 중년의 길

293. 중년이란, 짐을 잔뜩 싣고 가는 당나귀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이때 조금 더 어렵고 깊이 있는 전복이 일어난다. 짐만 싣고 살아야 하는 당나귀와는 달리, 인간은 두 번째 인생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297. 중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극이 악한 사람들뿐 아니라 덕을 갖춘 사람들에게도 일어난다는 사실과 죽음이 모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대부분의 남녀 모두를 가장 진지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 자신이 희생자일 뿐 아니라 악한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고 악함이 남들 뿐 아니라 그 자신의 마음에도 존대한다는 점을 배우는 일이다.

300. 중년의 목표는 어린 시절의 문제들을 단순히 풀어버린다든가, 사적인 고통들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때에 이르러 완전한 인간으로서 전통적인 사회역할에서 벗어나 밝음과 어두움, 남성성과 여성성이 통합된 생을 껴안도록 요구된다. 그리고 이것은 대개 각 개인들이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힘과 지혜를 갖추어 그 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때 가능하다.
300. 중년이 되면 남성과 여성 모두 젊은 시절에 무시했던 과제를 다루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젊은 시절에는 그들이 보수적인 사람이건 진보적인 사람이건 간에 힘과 성취에 관해서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중년이 되면 유약함이나 한계 그리고 관계성에 대해서도 잘 다루어야만 한다. 또한 양육과 친밀함을 초기에 강조했던 사람들은 그들의 보수나 진보 성향에 관계없이 또 다른 면인 자신감과 자발성 그리고 권력에 대한 심리적 특성이 도드라진다. 균형과 변환이 중년에는 보다 진지한 과제가 된다.

301. 아이러니지만 나의 중년 이야기에 관한 연구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지적인 작업이었지만 나중에는 곧 가슴과 영혼에 관한 문제가 되었다. 중년의 이야기는 내가 갖고 있는 여성적인 면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중간 생략) 중년의 이야기들은 변화를 요구한다.

303. 남자와 여자가 더 이상 젊게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때, 또한 남성성과 여성성, 선과 악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할 때, 그러나 나를 혼란시키는 와중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 세계의 4분의 3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그 시점에서 또 다른 제5의 방향을 발견하게 되어 이 모든 것을 함께 쥐려고 할 때,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중심에 깊이 존재하는 시원적인 인생의 원천과 마주하게 되고 이런 신성한 내적 자원이 또 다른 중심으로 새롭게 변해 보다 긴 여행의 첫 디딤돌로 작용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303.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통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304.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통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307. 솔직히 고백하자면 번역을 한 나 자신이 융 분석 심리학을 온전히 공부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의 심리학적 분석이나 접근 방법이 과연 얼마나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할 자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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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의 구성: 잘 짜인 한 편의 이야기

이 책의 제목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은 한국 편집자가 단 제목이지 원래의 제목은 아니다. 원래의 책 제목은 이다. 우리 동화가 ‘예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것처럼 영어 동화도 마찬가지다, ‘옛날 옛적에’의 영어 표현은 ‘Once upon a time’ 이다. 저자는 이 책 제목을 ‘Once upon a midlife’ 로 삼아서, 마치 이 책이 동화책 분위기가 나도록 의도하였다. 물론 이야기는 중년에 관한 것들이라는 것을 부제를 통해 밝히고 있다. 16편의 동화와 옛날이야기를 주제별로 배치하고 엮어가는 저자의 빼어난 구성력은 책 속에 들어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마치 ‘중년’이라는 한 권의 동화책을 구성하는 요소들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중년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각각의 특성을 젊음의 마법을 상실하는 시기(1부), 남녀의 성역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시기(2,3부), 그리고 중년의 위기에서 지혜와 치유의 힘을 발견하고 삶 속에 필요한 실제적인 통찰력을 얻는 시기(이 시기는 죽음과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삶을 이해하는 시기이기도 한다)(4부)로 나누어 각 시기별로 주제에 적합한 이야기들을 3-4편, 많게는 6편(4부)씩 소개하고 있다. 1,2,3부에 비해 거의 배에 가까운 이야기를 소개하는 4부는 할애한 비중 만큼 저자에게 중요해 보인다. 그러므로 4부에서 그가 주장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목차에 등장하는 16편의 동화가 이 책에서 다루는 동화의 전부는 아니다. 저자는 필요할 경우 비슷한 이야기들을 부가설명의 예로 첨가하고, 자신의 환자들의 사례나 자신의 이야기를 보태서 설명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앞에 잠시 언급했지만 이 책은 기획이란 측면에서 매우 뛰어난 책이다. 일단 캠벨식의 어수선함은 없다. 그는 글을 어떻게 구성해나가야 하는지 아는, 매우 조직적인 사람이다. 누구나 겪는 중년의 위기를 ‘이야기’라는 아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갔다는 것은 알랜 치넨 만의 독특한 업적이다. 중년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고민과 갈등들을 단계적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매우 설득력있게 자신의 해석을 펼쳐나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더구나 특별한 이야기 하나를 세세한 부분까지 과잉 해석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 ‘노아의 방주의 법칙’을 자신의 해석의 법칙으로 내세운 것도 높이 살 만하다. 그 법칙은 이 책에 들어갈 이야기로 선별되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권 나라들에서도 그와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칼 융의 입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 횡문화적 유사성은 바로 각 나라의 문화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인류 보편의 원형적인 중년의 문제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이 바로 이 책이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가가 쓴 글임에도 우리가 반감을 갖지 않고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주제로 더 논의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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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속에서 건지는 원형적 통찰

이 책의 서문을 써준 로저 굴드 박사가 지적한 대로 중년기는 청년기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지만, 중년의 문제들은 너무나 사적이고 세밀하며 동시에 사회구조적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경직된 방법론에 의해 학술적으로 명료하게 설명되기 힘든 면이 있다.

그 동안 많은 정신과 의사나 작가들이 옛날이야기를 인간 정신의 훌륭한 회화로 변형시켜 그들의 치료와 작품에 응용하였다. 이 책의 인상적인 점은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페르샤, 독일, 모로코와 같은 세계 각국에 전해오는 이야기(한국의 ‘마술주머니’라는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음)를 통해 중년의 문제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분석심리학자이기도 한 저자가 칼 융으로 대표되는 현대 정신 분석학의 상징 해석을 기반으로 세계의 옛날이야기 속에서 중년의 ‘원형적’(archetype) 통찰들을 건져낸다는 점은 자못 흥미롭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급격히 변화했고, 가부장제 전통에서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오늘날 여성들은 그들이 갖는 경제력과 함께 자신들의 힘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야기 속에 흐르는 본질적인 통찰은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다. 이곳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적이 없는 상이한 문화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매우 유사한 주제를 담고 있다. 바로 그 점에 알랜 치넨은 주목한다. 우리가 그가 이야기에서 뽑아내는 원형적인 통찰에 신뢰를 얹어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는 젊은 시절,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힘과 성취에 초점을 맞추는 삶을 산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인간이 갖는 본질적인 유약함이나 한계,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게 되고, 균형과 변환을 진지한 과제로 삼는다. 때문에 중년 이야기에 나오는 상징들은 우리들의 꿈, 공상을 통해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고, 이야기 속의 통찰이 우리의 가슴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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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읽기
마법의 상실은 단지 중년의 통과의례다?

마법의 상실은 슬픈 게 아니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 뿐이고 이를 거절할 때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상실이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뿐이다. (p. 61)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불편했다. 사부님이 도대체 이 책을 왜 우리에게 읽게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처음, 나는 이 책에 대해 상당히 심한 오해를 했다. 그것은 이 책을 사부님이 추천했다는 사실과, 제목이 암시하는 분위기만 보고 ‘이런 책이겠구나’ 단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원제가 아니라 ‘에필로그’의 내용에서 따온 한국판 제목)은 마치 중년을 맞는 이들에게 인생의 후반부(Second Half)를 새로운 여행의 시작으로 알고 용기있게 맞으라고 응원하는 책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목에 가시처럼 걸린 한 문단은 끝까지 내 방식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알랜 치넨, 그의 방식대로 해결이 되어 버렸다. 내 목에 걸린 가시 같은 문장은 위에 인용한 문장이다. 이 책은 세상의 다른 중년처럼 살지 않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40대의 나와, 나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연구원들과, 아직 자신을 중년의 카테고리에 넣는 게 편안하지 않을 30대의 다른 연구원들 모두에게 어느 정도는(아니 어쩌면 심하게) 불편한 책이 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마법을 잃는 것을 중년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해석한다. 중년이 되면 삶의 중심은 나라는 것에서 가족과 사회로 이동시킨다고 본다. 그러므로 아직 내적인 관심이 나라는 존재에 머물러 있다면 그는 젊은이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중년은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며, 아직 노년에는 도달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알렌 치넨의 말대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 만의 인생 시간표가 있기 때문에 중년을 꼭 나이로만 규정할 순 없다. 그러나 책의 정황 상, 중년은 나이 대로는 30대 이후에서 50대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역시 저자는 정신분석학자요 의사다운 시각에서 중년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한다. 그 해결 방법은 16가지의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통찰에서 빌려온 것들이다. 그는 젊음의 마법에서 벗어나 중년의 법칙에 순응하기를 권하고, 중년 이후에 일어나는 성 역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또 죽음과 운명에 대해서도 화해하고 순응하라고 가르친다.

중년의 위기를 못 이기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가슴이 진정되고 다시 삶을 직면할 용기를 얻게 될 것 같다. 물론 책을 읽는 동안 알랜 치넨이라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심리치료’를 성공적으로 받게 된다면 그렇다. 그의 치료는 ‘중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중년에 대한 긍정과 수용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 방법으로는 치료될 수 없는 나 같은 부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젊은 시절에 잃어버린 마법을 다시 찾고 싶고,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 중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영원히 중년을 거부하고픈 나 같은 중년도 있는 법이다. 나 같은 부류는 알랜 치넨의 방식으로는 절대 치료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은 오히려 마법의 상실을 중년의 자연스런 통과의례로 보는 것을 거부한다. 그 병은 잃어버린 마법을 찾을 때에야 비로소 치유될 수 있는 병이다. 그러므로 그렇고 그런 답을 주는 이 책은 나 같이 불온한 40대가 읽기에는 시종 답답한 책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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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기

꿰맞추기 오류

알랜 치넨은 머리말에서 민속연구가인 알란 던즈의 말을 요약하며 분명히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옛날 이야기에 대한 심리학적 토의들은 먼저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해석부터 하려고 했기 때문에 자기들의 대수롭지 않은 이론들에다 이야기들을 억지로 꿰맞춰 나가려고 애쓰는 점이 없지 않다’고 운을 뗀 알렌은 ‘이는 마치 신데렐라 원본에 나오는 것처럼 맞지 않는 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 발가락을 자르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주장은 어느 면에서 거꾸로 자신을 찌르는 것이 되어버렸다.

알렌은 오랫동안 스스로 작업해온 내용으로 일단 중심주제인 ‘중년’을 정한 후, 그 중년을 풀어갈 방법으로 세계 각국의 옛날이야기(혹은 동화)를 선택하고 그 이야기들을 폭넓게 수집한다. 그리고 그의 입장을 지지할 만한 이야기들을 4부로 나눈 주제에 따라 분류한다. 최종적으로 가장 적합한 16가지 이야기를 추려서 책의 구조를 짜고. 그것을 근간으로 이 책을 쓴다. 16개에 속하지 않은 이야기 중의 일부는 다시 책 속에 등장하여 그의 주장을 공고히 하는데 활용된다. 요는 결론을 먼저 내놓고 거기에 맞는 사례를 모아서 연역적으로 자기 결론을 주장하는(사례들을 먼저 모아놓고 거기서 유사점을 찾아 서술하는 캠벨의 귀납적 방법과는 전혀 다르게) 알랜 식의 방법론은 자칫하면 특수한 것을 너무 일반화시키거나, 본인이 그렇게 우려해 피하고자 했던 함정, 즉 자신의 대수롭지 않은 주장에 이야기들을 억지로 꿰맞추는 오류에 빠질 수가 있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이 책은 이야기 자체의 비중보다 ‘이야기에 대한 해석’의 비중이 너무 크다. 알랜은 노스롭 프라이나 로버트 펠톤 같은 민속학자의 규칙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듣는 것’의 중요성을 이 책의 서문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해석하려고 들기 이전에 우선 귀를 활짝 열고 그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서문을 읽을 때 나는 그의 이 말에 강하게 끌렸다. 더구나 그가 ‘이야기의 힘’을 알고 그것을 자신의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사용해온 심리학자라는 것을 저자 소개를 준비하며 알게 되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다. 그런데 정작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기대가 많이 무너졌다.

그는 너무 친절한 저자였다. 이야기가 끝나는 즉시 달려들어 이야기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는 것이다. 너무 친절한 나머지, 무시를 당하는 기분 마저 들게 한다. 독자가 이야기 자체에 빠져주길 기대한 그의 바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야기가 주는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이어지는 그의 유려한 해설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 이야기 속에서 그토록 많은 통찰과 메시지를 건져 올리는 그의 학자적 능력에 놀라면서도 ‘그런 설명이 다 필요한 걸까’ 하는 의심을 거둘 수는 없었다. 이런 이유로 그의 바램과는 달리 독자들은 소개된 이야기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을 가지기가 힘들 수도 있다.
(칼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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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르게 만든다면

1. 아예 알랜이 이 책에서 다룬 중년의 문제와 통찰을 담은 소설책을 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은 동화적인 구조를 가진 아름다운 책이어야 한다. 이야기가 갖는 상징과 은유의 힘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동화적인 구조라 함은 자기애, 오디푸스적 갈등, 형제자매의 경쟁, 독립성, 자의식, 도덕적 의무감과 같은 다양한 심리적 갈등과 문제들을 동화적 요소로 버무려, 무거운 나이를 통과하는 중년의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독자는 현재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는 중년의 주인공에게서 자신을 동일시 할 수 있다. 또한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각을 정리함으로써 자신을 긍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2. a)이 책의 구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설명을 반으로 줄이고(모든 상징을 다 설명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중언부언하지 않으면 가능하다) 설명하기 이전에 질문 항목들을 두어서 읽은 내용을 정리해볼 기회를 주는, 반은 이야기 반은 워크북 수준의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b)아니면 아예 별도로 간결한 워크북을 만들 수 있다. 16개 스토리만 묶어서 각 이야기가 끝나면 그 이야기가 주는 느낌과 여운을 그대로 글로 남길 수 있는 란을 마련하고, 점차로 통찰에 이르도록 단계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들은 철저히 ‘나의 통찰’이 되도록 구조화한 좋은 질문이어야 한다. 이 경우, ‘두번째로의 여행’은 워크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통찰과 전문가의 통찰을 견주어 볼 수 있는 메인 텍스트로서의 가치를 그대로 가진다.

알랜의 책은 일상의 책임과 현실적인 걱정에 둘러싸인 중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고 내면을 성찰하기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책이다. 융의 분석법에 많이 기대고는 있지만 신화학, 민속학, 성인인지론, 중년 연구의 최근 동향 등에 대해 알렌의 시각이 편협하지 않아 여러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마음에 부딪혀오는 영감들을 지속적으로 끌고가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이끌어가는 힘은 부족하다. 그래서 제3의 다른 책을 구상하게 된다. 중년을 겨냥하여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책들이 40대의 문제를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이 때에 아래와 같은 책을 시도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도 같다.

3. 나라면 전혀 새로운 책을 하나 낼 것이다. 기획과 구성은 이 책을 유용하게 참고하되 중년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방법은 전혀 다른 책을 내는 것이다. 체제에 순응하는 중년이 아니라 <마법을 되찾는 중년>(부제: 나는 영원히 철들지 않겠다) 란 제목이면 좋을 것이다. 당연히 이야기들도 그런 주제를 지지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야 할 것 것이다. 캠벨 책에서 많이 보았던 상징적인 그림들도 첨가하여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지지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책 디자인도 지적인 아우라를 잃지 않으면서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디자인이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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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슈

숫자 5가 갖는 상징
지금까지 3이나 4, 7과 같은 숫자가 갖는 상징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지만 5라는 숫자에 대해서는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5라는 숫자가 매우 많이 등장하며, 저자는 5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설명한다. 이 책에서 숫자 5는 중년에만 나타나는 숫자로 주로 넘침, 물질적 관심과 연관된다. 힌두교의 전토에서는 다섯이 오감과 연관되고 다시 그것은 물질적인 것과 연관된다. 안락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버는 중년에게는 이상보다는 물질이 더 실제적인 과제이며 그런 점에서 숫자 5는 중년의 숫자이다. 또한 숫자 5는 과도함과 통합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중년의 유의미한 숫자로 등장한다. 이 책 덕분에 숫자 5에까지 관심이 확대된 셈이다. 그러나 숫자 5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착 달라붙지 못하고 여전히 어색하다.

중년과 죽음
저자에 의하면 중년은 삶의 일부로 죽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껴안아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 그것은 이어지는 세대에 대한 인식이다. ‘유산’이란 주제가 중년 이후 중요해지는 이유다. 한 개인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수용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세대에게 물려줄 것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된다. 유산은 비단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상속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이슈다. 특히 다음 세대를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놓고 싶은 거룩한 소망이 중년에 싹튼다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에서 교훈하듯이, 중년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남아있는 세월을 생각할 때 시작되는 나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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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제시하는 중년의 미덕들

남성과 여성은 궁극적으로 중년에 이르러 지혜를 얻게 된다. 그 지혜란 숭고하거나 철학적인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일상적인 삶 속에 필요한 실제적인 통찰력을 의미한다. (299)!

이분법을 버린다.
중년의 개인들은 성과 인간의 경험에 대해 보다 깊고 풍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젊은 시절,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부정의에 날카롭게 대응하던 이분법적 태도와 대비된다. 중년에는 ‘삶은 이것이다’ 라고 분명히 정의할 수 없듯이 옳고 그름 역시 분명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과 악, 흑과 백, 미와 추, 등도 마찬가지다. 그 둘 간에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중년은 감정적인 혼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두 가지가 명확히 나뉘지 않는 모호하고 의심스러운 상태를 참을 수가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세상을 향해 가족이 주는 안락함과 한계를 떠나는 것처럼 중년들은 사회의 금기나 확신이 갖는 이분법을 버리게 된다.

도덕적 상대주의
중년은 관습적인 선악에 대한 관념에 변화가 오는 시기다. 젊은이들에게 악은 정복의 대상이고 악한이나 가지는 속성이라 여긴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사람들은 안다. 자신 안에 그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다는 것을. 때문에 중년에는 남녀 모두 젊은 시절의 고지식한 도덕주의를 버린다. 윤리적인 판단은 좀더 복잡하고 모호하며 불확실해진다. 그들은 자신들이 악덕의 희생자인 반면,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안다.

유머가 영웅주의를 대신한다
기지와 아이러니는 중년에 우리가 겪는 일의 피곤함을 잠시 유예시킨다. 젊은이들은 비교적 책임감에서 자유롭게 여러 인생 실험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중년들은 그들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유머는 중년에게 하나의 대안이다. 짐만 잔뜩 싣고 살아야 하는 당나귀와는 달리 사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마술처럼 농담과 이야기들은 짐을 덜어준다. 유머가 영웅주의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마법의 상실
젊음의 마법을 버린다는 것은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것은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현실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마법의 상실은 자신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젊은 시절의 끝없는 희망을 대신한다. 적어도 영웅적인 순수함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어 보려는 시도는 일단 접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양성성의 획득
이야기 중 <고집쟁이 남편과 아내>, <피리부는 왕비>에서처럼 중년에는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에 전이가 일어난다. 이는 이분법을 버릴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한 남녀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에서 겪는 억압을 알고 자신의 재능과 자신감을 키우며 사회적 금기들을 던져버린다. 반대로 남자들은 자신이 오랫동안 억압했던 여성성에 대해 새롭게 탐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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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무 이야기

이 책의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 ‘황금나무’이다. 황금의 나무는 원시적인 삶의 원천을 상징함으로써 중년이야기에 나오는 주요 주제들을 요약해 준다. 황금나무는 기독교 신화인 에덴 동산의 생명 나무의 원형으로 그려진다. 나무는 영원한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를 상징하며, 인간 존재는 황금나무의 가지이자 잎이다. 모든 개인의 신념이나 확신은 황금처럼 빛나는 것처럼 보이나 곧 연못으로 녹아 떨어지고 새로운 신념과 확신으로 대체된다.

황금나무를 저자가 이 책의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는 그것이 이 책의 모든 해석에 대한 은유를 제공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들은 황금나무의 가지처럼 시간과 함께 녹고 다시 형성된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인간의 내면 저 깊숙이 자리한 무의식이라고 하는 시원의 샘물에서 길어 올린 것이다. 중년의 오랜 허덕임은 자신들의 영혼 속에 깊이 숨어있는 이 심원의 원천과 대면할 때 절정에 도달한다. 이것이 황금나무의 메시지다. 재생과 치유, 화해. 선과 악, 남성과 여성, 생명과 죽음, 비극과 성공을 넘어서 생명나무의 근본적인 생명력은 인간존재의 양극성을 통합하도록 도와준다. 이런 신성한 내적 자원이 중년의 두번째 여행의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이 여행은 모험과 행동으로 행운을 얻는 젊은 시절의 첫 여행과는 달리 운명을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순응의 지혜를 얻는 여행이다. 때문에 마법의 상실은 내적 성숙으로 향하는 중년 여행의 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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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7.25 14:41:38 *.247.80.52
저도 두번째 여행이 불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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