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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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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11시 53분 등록
p.303. 남자와 여자가 더 이상 젊게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때, 또한 남성성과 여성성, 선과 악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할 때, 그러나 나를 혼란시키는 와중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 세계의 4분의 3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그 시점에서 또 다른 제 5의 방향을 발견하게 되어 이 모든 것을 함께 쥐려고 할 때,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중심에 깊이 존재하는 시원적인 인생의 원천과 마주하게 되고 이런 신성한 내적 자원이 또 다른 중심으로 새롭게 변해 보다 긴 여행의 첫 디딤돌로 작용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통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역자후기
p.307. 즉 다름 아닌 자신에 대한 고백 없이는 정직한 책이 아니라는 점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책 곳곳에 곁들였는데 바로 그 점이 이 책에 따뜻한 생명을 불어놓았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완벽한 성인이나 교사처럼 중년이라는 인생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설교를 들어야 하는 지루함 대신 마치 친구나 동료가 자신의 체험을 고백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p.308. 아키타입 Archetype 은 <원형>으로, 이마고 Imago 는 <원형 이미지>로 번역하거나 그대로 아마고라고 쓰기도 한다.

p.309-310. 이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면 베풂의 미덕이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국 <나와 남에게 베푸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베풂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중년의 가장 큰 과제가 결국 저네러티비티라고 생각하는 저자도 나이가 들수록 나눔과 베풂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번역자의 번역에 동의해 주리라 혼자 짐작해 본다.

3. 내가 저자라면
우선 저자가 주목한 중년의 문제를 풀어 놓는 방식이 이책의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의 장점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중년인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마법에 걸려 결혼한 청춘이 현실이란 덫에 걸려 마법이 풀린 그 후에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차분히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읽고 있는 동안 독자의 현재의 위치가 아주 분명하게 도드라져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해야 한다’는 명령문 대신 ‘그들은 옛이야기 안에서 그렇게 했다더라’의 이야기체는 이 책이 거부감 없이 이입되는 까닭이다. 칼 융의 분석 심리학에 기댄 임상경험을 토대로 중년이 되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갈등과 번민을 구체적 사례를 들고 있다.

이 책의 특징
저자는 한가지의 이야기를 세 가지의 다른 형식으로 반복해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옛이야기- 2심리학적 분석- 3 현재 중년의 예시

이상의 3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책의 독자는 가볍게 옛이야기에 이입되어 편하게 읽게 되고, 심리학적 전문적 분석에 신뢰하게 되며, 현재축인 중년에의 예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점진적 되새김구조이다.
예컨대 옛이야기의 모호성에, 실험 검증이 되지 않으면 논할 수 없는 과학적 사고의 심리학을 장치하여 논거성을 확립하고, 우리삶 도처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년의 임상사례를 예시하여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강성으로 주장하지 않아도 독자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의 배경이다.

♣ 마법 이후
‘왕자와 공주가 만나서 결혼했다’의 그 이후를 다루고 있는 주제 선정도 탁월했다. 목차를 살펴보면 제목부터 당김이 있다.

제1부 서른 이후,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다

1. 젊음의 마법을 상실하는 중년(요정과 구두장이 - 독일)
2. 중년기에 잃은 젊음의 이상들(마술 주머니 - 한국)
3. 젊음의 마법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어부와 언어 - 웨일즈)
1부에서는 마법에 어떻게 걸리고, 마법이 젊음과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년인 독자의 삶을 대비해보게 된다.

제2부 서른 이후, 남자가 가는 길과 여자가 가는 길

1. 중년 남녀의 성역할 바꾸기(고집쟁이 남편과 아내 - 페르시아)
2. 중년기의 여성 해방(왕이 된 부인 - 중국의 위구르 문화권의 이야기)
3. 중년의 남자와 여자(피리 부는 왕비 - 러시아 민담)
역할이 바뀌는 여러 모습을 사례로 들며 남,녀의 고정관념을 비판하고 있다. 굳이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시원해지는 대목들이 있었다.

제3부 서른 이후, 운명을 받아들이다

1. 중년에 바라보는 죽음(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 - 중국)
2. 죽음과 중년의 내면 여행(죽고 싶지 않은 남자 - 일본)
3.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중년(운명의 신 - 달마시아)
4. 중년기의 오이디푸스 갈등(운명을 이기려는 왕 - 인도)
이 목차에서는 죽음과 독자의 입장을 정리하는 계기를 주며, 때문에
나는 여기서 오래 활자를 곱씹으며 서성거렸다.

제4부 서른 이후, 삶을 깨닫다

1. 젊음의 추상적 이성 vs. 중년의 실리적 지혜(현명한 대답 - 러시아)
2. 악마의 도전에 대한 중년의 방어(솔로몬의 충고 - 이탈리아)
3. 중년의 유머와 기지(밀고자 - 일본)
4. 중년의 고통과 치유(돌무덤 - 모로코)
5. 재생과 지하 세계(뼈 맞추는 사람 - 일본)
6. 인생의 샘(황금나무 - 인도의 유대인 전설)
3부와 목차가 바뀐구성이었어도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유일하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황금가지’에 저자가 무게를 실어주었다는 것은 알겠지만 괜찮은 구성이 깨지는 느낌이 왔다.

♣마치는 말.
책장을 덮고 나서 내가 정말 중년에 이르렀다는 실감을 하게 되었다. 쉽게는 읽히고, 공감또한 여러부분 되었지만, 모양 없이 늘인 긴 글을 싫어하고, 중복은 더더욱 싫어하는지라 나라면 여러부분 덜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위치를 가늠해보고 저자가 우려하는 중년의 모습 중의 내 모습과 저자가 또한 넌지시 제시하고 있는 바람직한 중년의 상을 그리게 되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당나귀일지라도 위트를 잃지 않는 나의 중년을 가리라 다짐해 보는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3.기억하고 싶은 글귀.
p.15. <사람들에게 사실이나 이념들을 들려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그러면 그들의 영혼과 맞닿을 것이다.>
p.21. 중년의 이야기는 이미 인생이라는 여행을 거쳐 생존한 사람들에 의해 그려진, 중년이라면 거쳐야 할 통과의례, 장애물이나 오아시스, 위험들, 그리고 기쁨들이 어디 있는가에 대한 지도와 같다.

p.33. 그들은 젊은이나 아이들의 무심한 영혼을 의인화시킨 것이다. 마법의 정령들이 사라진 것은 성인들이 <일> 때문에 <놀이>를 포기하고 <책임> 때문에 <순수>를 버리게 될 수 밖에 없는 경험을 상징하고 있다.

p.34.남편은 아내를 몰래 훔쳐보다 그녀가 요정임을 알게 되는 순간 부인을 잃게 된다. 그의 지식으로 마법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비슷하게, 구두장이 이야기에서도 요정은 황새 이야기처럼 자연으로부터 만들어진 마술적인 존재다. 요정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드러났다는 것을 알게 되고 떠난다. 자의식이라는 비슷한 주제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난 다음에 벌어지는 성경 이야기에서도 나온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는 순간 에덴에서 쫓겨나고 천국의 마법을 잃어버린다.

p.36-37. 대부분의 중년들은 자신들을 당나귀의 운명과 동일시할 것이다. 순수와 자발성, 그리고 젊은이들의 자유는 포기한 채 짐만 잔뜩 지고 사는 짐승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거나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성장에서는 분명 슬픔과 비탄의 요소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이행을 거치는 데 실패하거나 그렇게 하기를 거부하는데, 이는 또 다른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피터 팬 신드롬으로 융 학파 사람들은 이를 <퓨어 콤플렉스 Puer Complex>라고 한다. (퓨어는 라틴어로 <아이>란 뜻이다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피터 팬 같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자유와 자발성을 영원히 즐기려고 하고, 직업이나 기타 다른 관계에서 받은 책임을 회피하면서 직장을 갖거나 결혼을 통해 감당해야 할 책무로부터 도망간다.)
이 증후군은 여러 가지 미묘한 형태를 갖는다. 어떤 사람들은 외부적으로는 일단 결혼해서 직업을 갖긴 한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여전히 위대한 미국 소설을 쓰는 꿈을 꾼다던가, 백만장자가 된다던가, 완전한 사랑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꿈이 실현되도록 무언가를 노력하려 들지는 않는다. 그들은 마흔이 되어야 일종의 충격적인 통찰을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이제 그들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39-40. 자크는 창조성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유형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불 속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운 창조적 작업이 있다. 조각이건 소설이건 음악이건 이는 완전히 예술가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젊은 시절의 모차르트로 예로 들자면 그는 귓가에 들리는 새로운 악상을 듣고 이를 악보에 옮겼다. 이런 창조성은 미친 듯한 영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사라진다. 그 다음에야 두 번째 유형이 전면에 나타난다. 이를 자크는 잘 다듬은 창조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술가들은 불완전한 영감으로 일단 일을 시작하지만 그 생각을 갖고 작업에 임하여 또다시 재작업한다. 젊은이들의 특징인 <발작적인 창조적 불꽃>은 계속되는 일의 습관으로 진화해서 성숙하고 기댈 만한 기술로 변하는 것이다. 만약 젊은이들의 창조성을 99퍼센트의 영감이라고 한다면 성숙한 창조성은 99퍼센트의 땀이다. 마법의 요정은 바로 부지런한 구두장이가 되는 것이다.

p. 130. 비록 중년들이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더라도 사회적인 압력과 의무들이 그런 소망을 방해한다. 그러나 여전히 성숙한 사람이라면 성역할에서도 융통성을 좋아할 것이고 중년의 이야기는 이런 이상과 희망을 반영한다.

p.131. 여성의 새로운 경력은 남편이 그의 능력 이상의 것을 더 이상 추구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시작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여 남성들을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는 고통스런 지경에 빠지게 했다. 로저 굴드는 그의 『변형』이란 책에서 많은 부부들이 성인기에 계속되는 발달에 대한 필요를 깨닫지 못한다고 했다. 「피리 부는 왕비」같은 중년의 이야기는 <도전>이란 모두가 같이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이 같이 해야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p.154. 죽음은 여성들에게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준다. 죽음은 남성에게도 같은 통찰을 가져다주는데, 남성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의 역할이 더 작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좀 다르다.

p.168. 이는 중년의 이야기에서 <다섯>이라는 숫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다. 그 석공은 새롭고 넓은 시각을 가지고 옛 직업으로 되돌아온다. 커다란 그림을 흘낏 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작은 자리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중년의 이야기는 운명과 행운의 문제를 결정짓는 것이 이러한 폭넓은 이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러한 통찰력은 지혜이다.

p.173. ……심리 분석가들은 젊음을 부러워하는 것이 젊은이와 자녀들에 대한 중년의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중년의 오이디푸스적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베풂의 미덕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괴로움과 분노로 소모되고 만다.

p.204. 지혜에 관한 이야기가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특징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문제는 남성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남성과 여성은 똑같이 추상성과 실용성을 조화시켜야만 한다.
중년에게 그런 호사를 누릴 여유가 없다. 그들은 무능한 권위체제에 대해 분노를 표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년의 사람들이 상황을 단순히 떠날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화가 난 젊은이들을 포함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그들에게 의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깊이 들어가면 고통은 자기 성찰과 자기 변형의 과정을 통해 치유로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짐만 싣고 살아야 하는 당나귀와는 달리 인간은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정말 마술처럼 농담과 이야기들은 짐을 덜어준다. 유머가 영웅주의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p.309-310. 이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면 베풂의 미덕이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국 <나와 남에게 베푸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베풂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중년의 가장 큰 과제가 결국 저네러티비티라고 생각하는 저자도 나이가 들수록 나눔과 베풂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번역자의 번역에 동의해 주리라 혼자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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