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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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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3일 11시 09분 등록
사마천 <사기열전 상>, 김원중 역, 민음사

1. 저자 소개

사마천과 이 책이 나온 경로

사마천은 집안 대대로 왕을 보좌하며 왕실에 관련한 제사를 받드는 일(태사령)에 종사하였다. 그의 아버지 사마담 역시 같은 일을 하였는데 한무제가 천제에 제사를 드리는 봉선 의식을 하러 가는 곳에 따라가지 못해 늘 수치로 생각하고 있다가 죽음에 이르러 태고 이래의 역사를 꼭 후세에 남기라는 말을 아들 사마천에게 유언으로 남긴다. 사마천은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무렵 흉노족과의 전쟁에서 한나라 장수 이릉이 흉노에 사로잡혀 항복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무제는 노해 이릉의 문제를 어떻게 할지 대신들에게 물었다. 모두 황제의 뜻을 받들어 이릉의 가산을 몰수하고 가족을 멸족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사마천만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의 이릉을 변호하게 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마천은 한무제의 화를 입어 궁형에 처해진다.

궁형을 받은 대다수의 사람은 수치심에 자살을 했다. 그러나 사마천은 자살을 하지 않고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사기를 쓰는데 더욱 전념한다. 임안이라는 관리가 사마천을 딱히 여겨 가끔 편지로 안부를 묻곤 하였는데 나중에 임안은 태자 반란사건에 휘말려 사형을 당한다. 사형을 당하기 전 사마천은 한번도 답장을 하지 않았던 임안에게 자신의 심정을 술회하는 긴 편지를 쓴다.

“저도 사람인지라 목숨이 아깝습니다만 적어도 부끄러움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침에 문밖을 출입할 때 누가 저를 보는 것 같아 그들과 눈을 마주치기도 두렵고 그럴 때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죽고 싶지만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제가 죽음으로 인해 이 문장에 후세에 전해지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더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쓰고 있습니다.”

한무제는 대단한 정치가여서 업무가 많았다. 과중한 업무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환관들은 대체로 무식해서 글자도 읽을 줄 몰라 유능한 관료들 중에 환관을 삼을 방도를 구했다. 그것이 궁형이었다. 죽음을 내릴지언정 수치를 주지 않는다 하여 관료 출신에게는 궁형을 잘 내리지 않는 게 관례였지만 한무제 때부터 관료들에게 궁형을 많이 주었다. 이런 정치적 배경으로 사마천은 궁형에 처해지고 아버지의 유언과 자신의 깊은 한을 따라 사기의 집필에 몰두하게 되었다.


<사기>의 역사적 의미

사마천은 중국 최초의 대 역사가이며, 최대의 역사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 <사기> 130편은 상고시대부터 자신의 당대까지 2 천년에 걸쳐 그가 알 수 있었던 범위의 중국과 이민족의 역사서이다. 지금까지 이 책은 중국의 모든 역사서 중에서 가장 널리, 가장 감명 깊게 읽히는 책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체재는 후세기 정사(正史)의 모범이 되었다. 헤로도투스(Herodotas)가 그리스, 로마 세계의 사서 전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처럼 사마천은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사서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5대 왕주(하,은,주,진,한)와 무수한 봉건 제국을 망라하고 있는 사마천의 역사는 변화의 과정을 기록한 가장 뛰어난 역사서이다. <사기>에 기록된 2 천년 중국 역사의 흥망성쇠를 통해 사마천은 ‘과거의 행위를 궁구하고 그 성공과 실패, 흥기와 쇠망의 배후에 가로놓인 원리를 탐구’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 책 <사기 열전>

이 책은 중화서국에서 간행한 사마천의 <사기> 중에서 61권 <백이 열전>에서부터 130권 <태사공자서>에 이르는 열전 70편을 상하로 나누어 완역한 책의 상편이다.

열전(列傳)의 사전적 의미는 敍列人臣事跡傳於後世(인신의 사적을 서술하고 열거하여 후세에 전한다)이다. <사기>하면 열전을 떠올릴 정도로 <사기 열전>은 <사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되어 있고 분량도 제일 많다. 사마천의 명성을 빛내게 한 불후의 역작이 바로 <열전>이다. <열전>은 시간적으로 첫 편에 나오는 백이와 숙제로부터 한무제까지 각양 각층의 인물군이 망라되어 있다. 귀족, 관료, 장군, 유세가, 자객, 토호, 은자(隱者)와 군왕의 총애를 받았던 여인에 관한 열전도 있다. 뿐만 아니라 흉노, 조선 등 중국을 둘러싼 이민족의 풍속과 교화도 포함되어 있어 중국전체의 광범위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사마천은, 열전의 전(傳)이 의미하는 전기(傳記)가 생애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통상적인 의미와는 달리, 해당인물에 대한 특징적인 면모를 골라 기록했다. 이는 자신이 처한 특수한 입장에서 해당 인물을 선정하고 자신의 역사관과 가치관에 따라 평가하고 해석한 독특한 인식에 기인된 것이다.


사기열전의 독특한 서술방식, 기전체

사마천은 <서기>를 저술함에 있어 손쉬운 편년체 대신 까다로운 기전체를 서술 방식으로 택했다. 이는 ‘역사는 결코 지배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그의 역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사기 열전>에는 적잖은 주관적 서술이 엿보인다. 그는 각 편 뒷부분에 ‘태사공은 말한다’를 두어 각 편을 쓰게 된 정황을 멋스럽게 설명한다. 사료를 분석하는 그의 비판 능력이 그의 주관적 생각과 어우러져 더욱 생생한 역사 서술 체계로 구축되었다. 그의 혼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서술 방식으로 인해 이 시대의 거장들의 냉정한 숨결과 인간적인 번민들이 행간마다 잘 녹아 들었다.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겪는 인간적인 고총은 거의 모든 인물들이 겪는 일반적인 고충이다. 대립과 갈등, 배반과 충성, 이익과 손실, 물질과 정신, 도덕과 본능, 탐욕과 베풂의 양자 택일 기로에 선 인간들의 갈등 자체의 모습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사기 열전>을 생명력 넘치는 산 역사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인간 ‘본위’를 보게 만든 사마천의 위대한 작가적 역량 때문이다. 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많은 인간 군상들을 이 시대로 끌어내 우리에게 큰 감흥을 주는 것이다.


2. 마음에 들어오는 글귀

24. <사기 열전>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다양한 해답을 제시한다. 사마천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겪는 고충을 거의 모든 인물이 똑같이 겪었음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말해 준다. 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는 교훈 역시 적지 않다….이러한 열전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사마천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대립과 갈등, 배반과 충정, 이익과 손실, 물질과 정신, 도덕과 본능, 탐욕과 베풂 등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인간을 제시하고, 그런 갈등 자체가 인간이 사는 모습임을 강조한다.

64-65. “흔히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고들 하지만 백이와 숙이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덕망을 쌓고 행실이 깨끗한 사람들이었으나 굶어 죽었다. 또 공자는 일흔 제자 중에 안연만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하였지만 안연 역시 늘 가난해서 술지게미와 쌀겨 같은 거친 음식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끝내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최근에 보면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 일삼으면서 한 평생을 호강하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 번 걸음을 내딛는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고,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이 당혹스럽다. 만약 이런 것이 하늘의 도리라면 이것이 과연 옳은가.”
65. 파리도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 리 길을 갈 수 있다.
길이 다르면 서로 도모하지 않는다.

66. 같은 종류의 빛은 서로 비추어 주고, 같은 종류의 물건은 서로 어울린다.

73.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며,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임금이 법도를 실천하면 육친이 굳게 결속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네 가지 강령 즉 예의, 정의, 깨끗함, 부끄러움이 펼쳐지지 못하면 나라는 멸망한다.

74.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게 정치의 비책이다

76. “안자라는 분은 키가 여섯 자도 채 못 되는데 제나라 재상이 되어 제후들 사이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그분이 외출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품은 뜻이 깊고 늘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키는 여덟 자나 되건만 겨우 남의 마부 노릇을 하면서도 아주 의기양양해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소첩이 헤어지자고 하는 까닭입니다.”
76. 석보가 안자에게 “군자는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자에게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자신에게는 뜻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78. 포숙이 관중을 추천하며 “당신이 제나라만을 다스리고자 하면 고혜와 숙아가 있으면 됩니다. 당신이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한다면 관이오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이오는 어느 나라에 있든 그 나라에서 소중히 여길 인물이니 잃어서는 안 됩니다.”

87. 이와 반대로 상대방이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높은 이름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상식이 없고 세상 이치에 어둡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속으로는 큰 이익을 바라면서 겉으로는 높은 이름을 원할 대 높은 이름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겠지만 속으로는 멀리할 것이며, 만약 큰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속으로는 의견을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그를 꺼릴 것이다.

88. 말을 꾸미지 않고 간결하게 하면 아는 게 없다고 할 것이며, 사실에 근거하여 이치에 맞는 의견을 말하면 소심한 겁쟁이라 말을 다 못한다고 할 것이고, 생각한 바를 거침없이 말하면 버릇없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 버릴 줄 아는 것이다.

111. “어지럽게 엉킨 실을 풀려고 할 때는 주먹으로 쳐서는 안 되며, 싸우는 사람을 말리려고 할 때도 그 사이에 끼어들어 주먹만 휘둘러서는 안 됩니다. 급소를 치고 빈틈을 찔러 형세를 불리하게 만들면 저절로 물러날 것입니다.”

115. 오기는 장수가 되자 신분이 가장 낮은 병사들과 똑같이 옷을 입고 밥을 먹었다. 잠을 잘 때에도 자리를 깔지 못하게 하고 행군할 때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고 자기가 먹을 식량은 직접 가지고 다니는 등 병사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었다.

121. 옛말에 ‘실천을 잘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하였다.

143. “원한 맺힌 사람이 끼치는 해독은 정녕 무섭구나! 임금이라도 신하에게 원한을 사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끼리야 어떠하겠는가? 일찍이 오자서가 아버지 오사를 따라 함께 죽었다면 하찮은 땅강아지나 개미와 무슨 차이가 있었겠는가? 그는 작은 의를 버리고 큰 치욕을 씻어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겼으니 그 듯이 참으로 비장하구나!”

145. 그는 정치가로서의 삶에는 실패했지만 무관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교사로서의 역할에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공자는 교육의 중요성을 부르짖고, 그의 나이 서른 살을 전후로 하여 제자를 모아 수업을 했는데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자가 30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교육관을 ‘유교무류’에 두었다.

148. 자기의 사사로운 욕심을 이기고 바른 예로 돌아가면 세상 사람들이 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153. “군자는 의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군자가 용맹함만을 좋아하고 의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세상을 어지럽히게 되고, 소인이 용맹함만을 좋아하고 의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도적이 된다.”

164. “용맹스러운 사람은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곤경에 빠진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놓치지 않고, 왕은 다른 나라의 후대를 끊지 않음으로써 의를 세웁니다.”

152. 자화가 공자의 대답이 다른 것을 의아해하며
“감히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같은 질문에 달리 대답하십니까?”
“염구는 머뭇거리는 성격이므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용감하므로 제지한 것이다.”

153. “자로는 나보다도 용맹을 더 좋아하지만 그것을 적절히 쓰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로는 제명에 살다가 죽기 어려울 것이다.”
"해진 솜두루마기를 걸치고서 여우나 담비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자와 함께 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자로일 것이다."

160. 자공이 물었다. “부유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는다면 어떻습니가?” 공자가 대답했다. “괜찮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165. 자공이 월나라 왕 구천에게 “남에게 보복할 뜻이 없으면서도 그런 의심을 받는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고, 남에게 보복할 뜻이 있는데 이것을 알아차리게 한다면 이는 위태로운 일입니다. 또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새어나간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이 세가지는 일을 꾀하는데 큰 걱정거리입니다. ”

170. “그림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이 있은 뒤에 색을 칠해서 다듬는다는 뜻이다.”

171. 자공이 물었다 “사와 상 중 누가 더 낫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사는 지나친 데가 있고, 상은 미치지 못하는 데가 있다.”. “그렇다면 사가 더 낫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공자가 자하에게 말했다. "너는 도에 힘쓰는 군자의 선비가 되어야지, 명성을 좇는 소인의 선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

173. 그것은 명망이지 통달이 아니다. 대체로 통달한 사람은 질박하고 정직하여 의를 좋아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표정을 잘 살피며,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을 낮춘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통달하게 된다. 그러나 명망 있는 사람은 겉으로는 어진 척하지만 실제 행동은 완전히 어긋나면서도 그러한 것에 물들어 조금도 의심 없이 행동한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이름을 얻게 된다.

171.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너는 도에 힘쓰는 군자의 선비가 되어야지, 명성을 좇는 소인의 선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

174. 나는 말 잘하는 것으로 사람을 골랐다가 재여에게 실수하였고, 생김새만을 보고 사람을 가리다가 자우에게 실수하였다.

176. 나라에 도가 제대로 시행되는데도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다만 녹이나 먹고 있고, 나라에 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데도 벼슬자리에 연연하여 녹이나 먹고 있는 것이 바로 부끄러움이라는 것이다.

178. 네 뜻을 말해보라는 공자의 말에 증점이 말했다. “봄 옷이 새로 만들어지면 젊은이 대여섯 명과 어린아이 예닐곱명 데리고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기우제를 지내던 누대)밑에서 바람을 쐰 다음시를 읊조리며 돌아오고 싶습니다”.

184. 인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지란 사람을 하는 것이다.

187. 신하는 임금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199. 의심스러워하면서 행동하면 공명이 따르지 않고, 의심스러워 하면서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200. 지혜로운 자는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예법의 통제를 받으며, 현명한 자는 법을 고치고, 평범한 자는 예법에 얽매입니다.

206. 사람의 마음을 잃는 자는 망한다.

207. 천 마리의 양가죽은 여우 한 마리의 겨드랑이 가죽만 못합니다. 천 사람의 마부는 한 사람의 올바른 직언만 못합니다. 주나라 무왕은 신하들의 올바른 직언으로 일어났고, 은나라 주왕은 신하들이 입을 다물어서 망하였다.

217. 새도 깃털이 자라지 않으면 높이 날 수 없다.

231. ’처음에 싹을 자르지 않아 무성해지면 어떻게 하나? 터럭같이 작을 때 치지 않으면 결국 도끼를 써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미리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는데..


241.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들은 화를 복으로 바꾸고 실패를 기회로 삼아 성공했다고 합니다.

252. 그러나 비록 이와 같을지라도 지혜로운 자는 일을 처리할 때 화를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꿉니다. 제나라 사람들의 자주색 비단은 질이 나쁜 흰색 비단을 물들인 것이지만 그 값은 열 배나 비싸고, 월나라 왕 구천을 일찍 회계산으로 쫓겨났지만 오히려 강대한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제패하였습니다. 이러한 것은 모두 화를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일입니다

265. 작은 이익을 탐내면 큰 뜻을 이루지 못한다.

275. 신이 듣건대 깃털도 많이 쌓으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물건도 많이 실으면 수레의 축이 부러지며, 여러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이고, 여러 사람의 비방이 쌓이면 뼈도 녹인다고 합니다.

286.달콤한 말은 나라를 망친다.

329. 잃는 게 없는 싸움을 하라.

334. 천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

363. 사욕은 혼란의 시작이다.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일찍이 <맹자>라는 책을 읽다가 양(위)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구절에 이르러 책 읽기를 멈추고 ‘아! 이익이란 진실로 혼란의 시작이로구나’라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공자가 이익에 대해서 거의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그 혼란의 근본 원인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다’라고 했던 것이다 천자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이익을 좋아하는 데서 생긴 폐해가 어찌 다르겠는가?”

390.군주가 이익에 눈멀면 백성은 떠난다.

397.살아있는 것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멋이 적어지는 것은 일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405. 세 치 혀가 군사 백만 명보다 강하다.

410. 한단의 백성은 땔감이 없어서 죽은 사람의 뼈를 때고, 먹을 것이 없어서 서로 자식을 바꾸어 먹고 있으니 위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후궁은 백여 명을 헤아리고, 노비들까지 무늬 있는 비단 옷을 입으며 쌀밥과 고기가 남아돕니다. 백성은 굵은 베옷조차 제대로 입지 못하고 쌀겨나 술지게미 조차 배불리 먹기 못합니다….당신이 부인과 아랫사람들을 사졸 사이에 끼워 넣어 같이 일하게 하고 가진 것을 다 풀어서 사졸들을 먹이면, 위태롭고 고통스런 처지에 놓인 사졸들은 군주의 은혜에 쉽게 감격할 것입니다.

427. 어진 사람을 얻으려면 정성을 다하라.

431. 굶주린 호랑이에게 고기를 던져 주지 말라.

436. “세상일에는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고, 또 잊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이 공자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공자께서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시기 바랍니다.”
439. 비방 한마디가 인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445.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다 지치면 개도 못 이긴다. 신은 “사물이 한쪽끝까지 가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겨울과 여름은 서로 바뀌게 마련이다. 쌓인 것은 극에 이르면 위태롭다. 바둑돌을 쌓아 올리면 무너지게 마련이다.” 라고 들었습니다.

447. 시작이 없는 것은 없으나 끝이 좋기란 드문 일이다. – 시경
여우가 물을 건너가려면 꼬리를 적시게 마련이다. - 역경

448. 병사를 잘 다스리는 이는 멀리까지 가서 징벌하지 않는다…이리저리 날뛰는 토끼도 사냥개를 만나면 잡힌다. – 시경

459. 복과 불행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461. 마땅히 결단해야 할 것을 결단하지 못하면 도리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465. 군주가 의심하면 잠시 떠나 때를 기다려야 한다.

491. 대체로 모든 일은 평소에 준비하지 않으면 급박할 경우에 대처할 수 없소.

498. 성인은 예의를 만들어 욕심을 누르고,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데도 한도를 두었고, 백성을 부리는 데도 농사철이 아닌 때를 골라 일을 시키는 등 제한을 두었습니다. 생각은 지나치지 않고 행동은 교만하지 않으며 언제나 도를 지켜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천하 사람들이 그를 끊임없이 본받아 이어 갔던 것입니다..

503. 역경’에 ‘높이 올라간 용에게는 뉘우칠 날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오르기만 하고 내려갈 줄 모르며, 펴기만 하고 굽힐 줄을 모르고, 가지만 하고 돌아올 줄 모르는 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509. 충신의 반역자가 되는 것은 하루아침이다.

516. 옛 군자는 사람과 교제를 끊더라도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더라도 자기 결백을 밝히려고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

517.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떠나라.

520. 연나라 소왕은 즉위하자마자 곽외에게 천하의 어질고 현명한 선비들을 연나라로 모여들게 할 좋은 방법을 물었다. 곽외는 먼저 자신을 정성껏 대우해 달라고 하였고, 소왕은 그에게 큰 집을 마련해 주고 스승으로 모셨다. 그러자 악의와 추연 같은 유명한 선비들이 몰려들었다.

532. 만일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어울려서 싸우면 결국은 둘 다 살지 못할 것이오. 내가 염파를 피하는 까닭은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하기 때문이오.”

535. 쥐구멍 안의 싸움에서는 용감한 쥐가 이긴다.

537. 아버지와 자식은 마음 씀씀이부터 다르다.

545. 죽음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솟아나게 된다. 죽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566. 조나라의 평원군은 노중련에게 봉지를 내리려 했지만 노중련은 여러 차례 사양하고 끝내 받지 않았다….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걱정거리를 덜어 주고 재앙을 없애 주며 다툼을 풀어 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부상을 받는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행위입니다. 저는 이런 짓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567. 제가 듣건데 지혜로운 자는 때를 거슬러 유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용감한 자는 죽음을 겁내어 명예를 훼손시키지 않으며, 충성스러운 신하는 자기 한 몸을 앞세워 군주를 뒤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569. 또한 제가 듣건데 작은 예절에 얽매이는 사람은 영화로운 이름을 이룰 수 없고, 작은 치욕을 마다하는 사람은 큰 공을 세울 수 없다고 합니다.

571. 잠시 개인적인 울분과 원한을 버리고 영원히 빛날 수 있는 이름을 세웠으며, 원망에 사로잡힌 작은 절개를 버리고 대대로 전해질 수 있는 공을 세운 것…

571. 노중련은 달아나 어느 바닷가에 숨어 살며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부귀로우면서 남에게 얽매여 사느니 차라리 가난할 망정 세상을 가볍게 내 맘대로 살리라!”

572. 여러 사람 입은 무쇠도 녹인다.

573. 속담에 “젊을 때부터 흰머리가 되도록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듯한 이가 있는가 하면, 길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이야기하고도 옛날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바로 상대방의 마음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입니다.

575. 여자는 예쁘든 못생겼든 궁중으로 들어가면 질투를 받고, 선비는 어질든 어리석든 조정으로 들어가면 시샘을 받게 마련입니다.

586. 하늘은 사람의 시작이며 부모는 사람의 근본이다. 사람은 곤궁해지면 근본을 돌아본다. 그러므로 힘들고 곤궁할 때 하늘을 찾지 않는 이가 없고, 질병과 고통과 참담한 일이 있으면 부모를 찾지 않는 이가 없다.

622. “소문이란 겉으로는 인덕을 좋아하는 듯 하지만 실제 행동은 오히려 그렇지 못하고, 스스로 어진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면서도 그에 대한 의혹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관리가 될 때도 거짓으로 명성을 취하고, 집에 있을 떄도 거짓으로 명성을 취한다.” - <논어> ’안연’ 편

661. 이사는 초나라 상채 사람이다. 그는 젊을 때 군에서 지위가 낮은 관리로 있었는데, 관청 변소의 쥐들이 더러운 것을 먹다가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자주 놀라서 무서워하는 꼴을 보았다. 그러나 이사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거기에 있는 쥐들은 쌓아놓은 곡식을 먹으며 큰 집에 살아서 사람이나 개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사는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구나.”

666.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이 나고 나라가 크면 인구가 많으며 군대가 강하면 병사도 용감하다. 태산은 흙 한줌 양보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높아질 수 있고 하해는 작은 물줄기 하나도 가리지 않으므로 그렇게 깊어질 수 있다. 왕은 어떠한 백성이라도 물리치지 않아야 자신의 덕을 천하에 밝힐 수 있다. 그러므로 땅에는 사방에 구분이 없고 백성에게는 다른 나라의 차별이 없으며 사계절이 조화되어 아름답고 귀신은 복을 내린다.

676. 조고가 이사에게 말했다. “성인은 변하여 정해진 태도가 없으며 변화에 따르고 시대에 호응하며 끝을 보고 근본을 알며 지향하는 바를 보고 귀착되는 바를 안다고 합니다. 사물이란 본래 이런 것입니다. 어찌 변하지 않고 고정된 법칙이 있겠습니까.…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일과 꽃이 지고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게 되면 만물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필연의 법칙입니다.”

683. 신불해 (법가 계열에 속함)는 “천하를 차지하고도 자기 뜻대로 행동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천하를 질곡 (차꼬와 수갑)으로 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다른 뜻이 아니라 신하를 잘 꾸짖지 못하면서 도리어 천하의 백성을 위해 자기 몸을 괴롭혀 요 임금과 순 임금처럼 그렇게 하면, 그것이 바로 질곡이라는 말입니다.

690. 신이 듣건데 “신하의 권력이 그 군주의 권력과 비슷해지면 위태롭지 않은 나라가 없으며, 첩의 세력이 남편의 세력과 비슷해지면 위태롭지 않은 집안이 없다.”라고 합니다.

717. 명분이 있어야 도울 수 있다.

728. 이익 앞에서는 친구도 원수가 된다.

763. 천하를 다스리는 데 어찌 썩은 선비를 쓰랴.

783. 싸움에서 진 장수는 무용을 말하지 않는다.

788. 병법에는 죽을 곳에 빠뜨린 뒤라야 반드시 살릴 수 있고 망할 곳에 둔 뒤라야 비로소 멸망하지 않을 수 있다 했소.

789.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 실수가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은 얻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798. 귀하게 되느냐 천하게 되느냐는 골상에 달려 있고, 근심이 생기느냐 기쁨이 생기느냐는 얼굴 모양과 빛깔에 달려 있으며, 성공과 실패는 결단력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것을 참고하여 판단하면 만의 하나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801.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남의 우환을 몸에 지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남의 근신을 제 마음에 품으며 남의 것을 먹으면 그의 일을 위하여 죽는다.

804. 공이란 이루기 힘들고 실패하기란 쉬우며 때란 얻기 어렵고 잃기는 쉽습니다. 때는 오지 않습니다.

837. 독사에게 손을 물리면 손을 자르고 발을 물리면 발을 자릅니다. 자르지 않으면 몸뚱이마저 해치기 때문입니다.

850. 번쾌가 항우에게 말했다. “신은 죽음도 사양하지 않았는데 어찌 술 한 잔을 사양하겠습니까.”



3. 내가 저자라면


울분이 삭아서 탄생한 명저

사마천은 이릉이 어쩔 수 없이 투항했다고 변호한 것밖에 없는데 가장 치욕스런 궁형을 받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자 억울하고 참담했다. 가난하여 속량 받을 돈(50만전)도 내지 못했고 사귀던 벗들 중에 구해주러 나선 사람도 없었으며 가까운 친지들조차 말 한 마디 해 주지 않았다. 사마천은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속으로는 득실을 따지는 선비들의 이중성을 통절히 깨달았다. 그는 절망했고 그 절망에서 끝내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사기 열전’의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했다.

그는 자신을 위무하기 위해, 욕된 삶을 견뎌 끝내 뜻한 바를 이룬 역사의 인물들을 찾기 시작했다. 문왕은 갇힌 채 ‘주역’을 풀었고, 공자는 횡액을 만나 ‘춘추’를 지었고, 굴원은 쫓겨나서 ‘이소’를 지었고, 좌구명이 실명하자 ‘국어’가 새겨졌고, 손자는 다리가 잘린 뒤 병법을 정리했으며, 한비자는 감옥에 갇혀 ‘세난’과 ‘고분’을 지었다. ‘시경’의 3백편 시도 성현들이 억울함 속에서 지어낸 것이다. 그들이 오욕을 참고 물러나 문장으로 비분을 풀어낸 것은 후세에 자신의 뜻과 존재를 나타내고자 함이었다. 사마천 역시 그러했다.

“저는 천하의 산실된 구문(舊聞)을 수집하여 행해진 일을 대략 상고하고 그 처음과 끝을 정리하여 성패 흥망의 원리를 살려 모두 130편을 저술하였습니다. 저는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일가(一家)의 말을 이루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초고를 다쓰기도 전에 이런 화를 당했는데 나의 작업이 완성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이 여긴 까닭에 극형 당하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저는 진실로 이책을 저술하여 명산(名山)에 보관하였다가 내 뜻을 알아줄 사람에게 전하여 촌락, 도시에 유통되게 된다면 이전에 받은 치욕에 대한 질책을 보상할 수 있을 것이니 비록 만번이나 주륙을 당한다 해도 어찌 후회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지혜로운 사람에겐 말할 수 있지만 속인에겐 말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마지막 편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을 당한 것은 목숨을 부지하지 위해서가 아니라 글을 지어 후세에 남기기 위한 그의 자발적 선택이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부여한 소명이었다. 그렇게 해서 <사기>가 완성되었고 오늘 수많은 이들이 ‘그의 뜻을 알고자’ 무시로 사마천과 밀어를 나눈다. 그는 발분의 억울함을 이기고 마침내 그것을 창조의 힘으로 전환시킨 위대한 작가다.


<백이 열전>을 서두에 붙인 이유- 공평치 않은 세상에 대한 질문


사마천은 <백이열전>을 열전 서두에 올려놓고 자신의 논설과 심경을 대변하고 있다. <백이 열전>에서 그는 백이와 숙제가 이 세상에 알려진 건 ‘인을 구하여 그것을 얻었다’는 공자의 칭찬 덕인 것을 언급하며, 그 칭찬에 회의한다.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굶어 죽은 것으로 볼 때 오히려 두 사람은 원망으로 가득차 있었던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흔히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고들 하지만 백이와 숙이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덕망을 쌓고 행실이 깨끗한 사람들이었으나 굶어 죽었다. 또 공자는 일흔 제자 중에 안연만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하였지만 안연 역시 늘 가난해서 술지게미와 쌀겨 같은 거친 음식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끝내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최근에 보면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 일삼으면서 한 평생을 호강하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 번 걸음을 내딛는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고,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이 당혹스럽다. 만약 이런 것이 하늘의 도리라면 이것이 과연 옳은가.”(64-65pp)

이렇게 사마천이 천도시비의 질문을 제기하는 것은 백이와 숙이의 입장이 마치 자신과 같다는 데서 오는 동류의식을 반영한다. 그에게 치욕을 견디고 이름을 떨친 사람들은 그래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관중이나 오자서, 경포 등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그들의 전기를 따로 마련한 것도 바로 그의 그런 마음의 반영이다. 그러므로 <백이열전>은 단순히 수양산에서 굶어 죽은 백이와 숙제의 행적을 적었다기 보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 곳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의문을 자신의 입장에 빗대어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문에 사마천은 종국에는 이런 명서로 스스로 답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더 할 수 없이 훌륭하다

이 책은 매우 실리적으로 편집되어 있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 상당히 고민하고 편집한 출판사의 노력과, 이 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 역자의 독자를 배려한 노고가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나처럼 이 방면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독자라도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게한다.

1. 판형: 일반 책 사이즈 보다 작고 아담하여 9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장서임에도 소지하고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다. 책을 손에 쥐는 느낌이 좋다.

2. 커버: 곁에 두고 언제라도 열어보고 싶은 고전 중의 고전이어서 하드 카버 장정은 매우 탁월한 결정으로 보인다. 고급스런 재질과 디자인이 소장 가치를 더욱 높인다.

3.역자의 각 열전 해설: 각 열전의 본문에 들어가기 전, 본문과 구분하여 독립적으로 한 페이지를 할애한 역자 가이드는 사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독자나 이미 기본 지식이 있는 독자에게도 본문 이해의 훌륭한 열쇠가 되어준다. 역자의 안목이 잘 드러나는 이 해설 페이지는 단순한 본문 내용의 축약을 넘어, 다른 열전과의 비교, 내용의 진의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이 담겨 있다. 한자가 점점 불편해지는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한자와 한자체를 배제하고 꼭 필요한 단어들만 사용하되, 일러두기에 각주로 처리하여 꼼곰히 설명한 점 등이 돋보인다. 이는 역자가 얼마나 책을 빛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해설까지 덧붙인 본문을 읽으면서도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것은 단편적으로 밖에 그 시대의 역학을 이해못하는 나의 무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4. 이 책에는 독자의 읽기를 배려한 여러 장치들이 있다. 훌륭한 역자의 해제는 물론이거니와 흥미있는 꼭지 제목들, 어려운 단어와 인물, 상황, 용어들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일러두기’, 주요 색인을 책 맨 뒤에 두어 언제든지 관심 사항을 본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찾아보기’, 그리고 깔끔하고 단아한 디자인과 편집 등이 그것이다. 현대는 출판의 얼굴도 변하는 시대이다. 만만한 분량의 아닌 책인 경우 독서는 더욱 위압적이기 쉽다. 그래서 이런 장치들이 더욱 고맙다.

일단 서문에 이어지는 역자의 해제가 이 책에 대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소개가 되어준다. 그리고 이 책은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각 열전마다 안에 내용을 장면 별로 나누고 그 위에 적절한 제목을 달아 놓았다. 원문이 원래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역자가 편의적으로 그렇게 나눈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제목들이 읽는 이의 이해와 흥미를 유발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착한 이가 곤경에 빠지는 것이 하늘의 도인가’, ‘파리도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 리를 간다’, ‘급소를 치고 빈 틈을 노려라’, ‘성공하면 충신이고, 실패하면 역적이다’, ‘사람 성격에 따라 조언도 달라진다’,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랴’,’애첩을 죽여 신의를 지킨다’, 여러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인다’, ‘천하는 마음을 얻는 자의 몫이다’, ‘인생은 흰 망아지가 문틈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짧다’, ‘들새가 들어오고 주인이 나간다’… . 그리고 특별한 건 사마천이 각 열전에 '태사공이 말한다' 편을 마지막에 두어 읽는 독자의 식견을 보강하고 시각을 잡아준다는 점이다. 그의 객관적인 해석과 따뜻한 역사관이 돋보이는 매우 소중한 부분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힘든 것은, 2천 년에 걸친 복잡 다단한 국가간 역학 구조와, 그 속에서 활약한 다양한 인물군들에 대한 독자의 사전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절대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종회무진 달린다. 변화 무쌍하다. 장쾌하다. 다양하다. 아이내믹하다. 모든 인간 군상의 양태가 보인다. 그리고 작가의 역량에 감탄한다. 컴퓨터는 커녕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 시대에 그 많은 사료를 모아 개인 혼자서 이런 책을 저술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다. 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한자 성어, 고사가 여기에 있었네! 아,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양극을 달리는구나. 그런데, 이 엄청난 대작을 쓴 사람도 있는데, 그 책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센서가 작동하여 나를 찌른다. 중국 역사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럼 한국 역사는? 어 찔린다. 그렇지만 나도 이제 동양 역사에 빛나는 한 편의 드라마, 흥미진진한 중국 고전 하나에 입문했고 이는 앞으로 전개될 나의 독서 편력에 꽤나 의미있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이번 독서는 책의 기호에 대한 내 편견을 깨는 계기도 되었다. 나는 삼국지 같은 무협소설이나 환타지 소설, 터무니 없는 픽션이나 미래소설 등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글을 쓴다면 적어도 독서의 경계가 너무 뚜렷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소위 땡기지 않는 책들까지 읽어내야 하는 고역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캠벨과 이 책을 통해 내 독서의 편향은 일종의 편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세계에 한 번도 빠져 보지 못하고 다 아는 것처럼 판단해버리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신화 역시 내 과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신화는 내게 충분히 의미있고 재미있다. 집에 흩어진 신화 책, 심지어는 만화에까지 손이 마구 가는 걸 보고 스스로도 놀란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막연히 생각한 것이 의외로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할 때는 바로 이렇게 편견을 넘어섰을 때이다. 연구원을 처음 시작할 때의 기대도 다르지 않았다. 책의 편식에서 벗어나는 것, 인문학적 깊이를 넓히는 것, 관심 밖 영역도 관심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등이 나의 기대였다.

그러고보니 캠벨 첫 권을 읽었을 때의 기분이 생생하다.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나 캠벨 책 5권을 읽었을 때는 서서히 안개가 걷혔다. 이 책 역시 아직은 오리무중이지만 몇 번 더 읽고, 관련 서적을 넘나들다 보면 서서히 안개는 걷힐 것이다. 그 동안 부끄럽게도 동양 고전은 아예 손댈 생각도 못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첫 발을 떼고 그 세계 속으로 진입하니 보람이 적지 않다. 삼국유사에 이어 사기열전까지 독서의 영역을 넓히니, 내용의 이해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기쁘다. 역사서를 넘어 인문, 문학, 나아가서는 경영서로서도 꽤나 많은 찬사를 받아온 이 책에서 점차 발견하지 못한 보물들을 캐내고, 그만큼 지적 스펙트럼도 넓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 그럴싸해진다.


창작의 샘물 채우기

이 책은 작년 9월에 1쇄를 찍은 지 불과 3달 만에 3쇄를 찍었다. 이런 책이 그렇게 잘 나간다는 사실이 일단 놀랍다. 이 책의 수요는 단지 역사를 알고자 하는 독자의 순수 의도에 의한 것이기 보다 자기 개발서가 붐을 타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현재의 조직 경영을 비롯, 인간 처세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그야말로 인재 경영의 최고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사부님이 쓴 책 <사람에게서 구하라>가 그 좋은 본보기다. 사부님이 거쳐간 한 장대한 숲에 이제야 겨우 나도 이르렀다는 감회가 새롭다. 내 과가 아니라고 밀쳐둔 책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인문학의 향취를 좀 더 마음에 흡입하게 된 것을 자축한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쓴 성경 전도서는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천명한다. 시대와 시대의 문법은 달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삶의 양태는 반복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은 <사기> 중에서도 가장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만큼 우리가 우리 삶에 대비하여 꺼내다 쓸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좋은 소스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글쓰는 자에게는 중요하다. 글을 쓰면서 가장 괴로울 때는 쓰고 싶다는 갈망에 비해 자신 안에 쌓인 레퍼런스가 턱없이 빈약하다는 것을 자각할 때이다. 어쩌다 좋은 아이디어가 영감처럼 떠올라도 그것을 멋진 글로 엮어낼 역량이 안 된다는 것, 그것이 못내 절망이다. 글쓰는 자에게 창조의 샘물이 말라 있다는 것, 그것처럼 고통은 없으리라. 캠벨을 통해 이제 서서히 빠져들게 된 신화와 이런 고전의 세계를 통해 창작의 샘이 점차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에피소드의 힘

사부님은 사기열전의 인물들에서 영감을 얻어 <사람에게서 구하라>를 쓰셨다. 어떤 주장을 이끌어갈 때 작가의 사변으로만 일관하면 읽는 자들이 피곤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에피소드다. 에피소드가 없는 글은 자연히 설명과 사변이 글을 끌고 가게 되어 있다. 본인의 사변으로만 남을 설득하는 건 좋은 글이 아니다. 독자들은 똑똑하다. 설득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다는데 왜 내 말 안 믿어’ 수준이 되면 그건 이미 강요다. 강요 없이 독자가 내가 의도한대로 이끌리게 되는 것이 에피소드의 힘이다. 이 사기 열전은 그런 에피소드의 보고다. 사부님은 에피소드의 힘을 이미 간파하시고, 영감이 오는대로 싱싱한 현장의 메시지들을 사기 열전에서 건져 올리셨다. ‘춘추전국시대의 고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영웅인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우리의 편린들이다’(사부님의 책 270p).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울림이 오는 것이다. 그 울림이 내게 살아들어오게 하는 것, 그것이 책읽기의 효용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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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2008.05.24 11:43:10 *.75.127.219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꼼꼼하게 챙기면서 딱딱한 책을 깔끔하게 정리
하신 결과물 저한테는 좋은 모델이 됩니다.
원도 없이 거의 무한정으로 전개되는 인간만사를 보면서 무대가
다르긴 하지만 어쩜 그렇게 닮은 꼴인지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하지요.저는 이렇게 정리하면서 주어진 책을 읽고 정리한다는 것은
아직은 엄두를 못내고 그저 따라 읽기에 급급한 사람에게 좋은 뽄을
보여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함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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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6.16 09:22:49 *.127.99.16
관심가지고 꼼꼼히 읽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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