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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7일 13시 31분 등록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책 문

-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책문이란 ?>

조선시대의 과거의 형식은 부, 표, 책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 중에서 대책이라고 하는 책은 ‘책략’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시험으로 나온 문제에 대해 ‘대책과 정략’을 진술하는 글이다. 시험문제는 왕이나 왕을 대리한 관리의 명령으로 제출되고, 답안은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형식으로 쓴다. 질문과 대답의 주제는 당시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방면에 두루 걸쳐 있다.

책문이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이 되는 시험을 말합니다. 대과를 거친 인재들 가운데 33명이 남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탈락하지 않습니다. 다만 등수만 결정될 뿐입니다. 이들이 왕 앞에서 치르는 최종 시험이 책문입니다. 왕은 절박한 심정으로 인재를 뽑기를 원했기에 그 시대의 가장 절실한 물음을 던지고 과거에 응시한 사람 역시 목숨을 걸고 시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질책하며 답합니다.

<소감>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한 형태인 책문에 대해 시대의 물음인 책제가 나와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여러 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책문에 대한 요약과 부연 설명으로 이뤄져 있다.

당면했던 시급한 문제에 대해 왕이 던진 질문에 대해 대책을 제시한 학자들은 때로는 죽기를 각오한 비장함까지 엿보인다. 이들은 시대의 현상을 정확히 견지하고 있었고 이를 지적하는 날카로운 관찰력을 겸비하고 있었으며 이상적으로 다스려지던 평화로운 시대의 사례를 들어 왕께 소신 있는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의 경험이며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시대를 다스렸던 요, 순, 우, 탕, 문, 무왕의 언행을 기록한 서경, 시경, 춘추를 주로 인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물음에 대한 답은 어쩌면 이처럼 과거에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대책을 진술한 학자의 삶 뿐 만아니라 책문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상세하게 소개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한층 잘 돕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책문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지만 대책을 제시한 여러 인물들의 배경도 알게 되어 책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소개된 13개의 책문 모두 좋았지만 역시 제일은 단순히 좋은 문장력으로 과거에 합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시대의 물음에 죽기를 각오하고 필력을 펼쳤던 임숙영의 첫 번째 책문과 세종대왕이 제시한 하나의 책제에 대해 3명의 서로 다른 학자들이 제시한 대책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책문이었다.

끝으로 작가는 시대마다 그 시대의 물음이 있고 우리 시대에는 우리 시대의 물음이 있으니 독자에게 우리 시대의 책문을 요구한다. 덧붙여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문화적 전통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려는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우리 시대 개개인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나아가서는 나라에 당면한 절박한 물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언제든지 그에 대답할 준비를 해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오늘부터라도 일주일에 하나씩 책문을 작성해보자. 일 년이면 54개의 책문이 생길 것이고, 이를 잘 엮으면 매년 자기만의 책문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을 담아두자. 그곳에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목소리를 담아두자. 두고두고 생각의 주름을 새기고 밝혀, 긴 삶의 여정에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 뒤 문득 우등으로 채택된 대책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대책까지도 궁금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책문 가운데 8개의 주제에 대해 일부분만 추려 책을 내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한 시대에서도 특정 임금의 책문이 많았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이긴 하나 저자의 다음번 책문을 기대해보기로 한다. 일반 대중에게 책문을 소개하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 저자의 오랜 노력과 정성에 고마움을 느낀다. 저자의 책들이 좋다. 친절하고 따뜻하다. 그의 책제목처럼 죽비처럼 다가온다.


<본문요약>

1. 책문: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_광해군

踈菴 임숙영

나라가 안정되고 어지러워지는 원인을 묻고는, 시국현안을 네 가지 거론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해결책을 묻는 광해군에게 임숙영은 그의 대책에서 먼저 위아래가 합심하고 서로를 존중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간단하게 한다.

“작은 일보다 큰일을 먼저 처리하고, 가벼운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며, 천천히 해도 될 일보다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국가의 존망과도 결부된 시급한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한다. 춘추의 경구를 인용하며 당시대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였으며 아울러 합리적인 대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 시급한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임금 스스로가 힘써 수양하면서 부지런히 정치를 수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곧 다스림이 융성하지 않은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화되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교화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질문의 요지를 벗어난 임숙영의 이 답변으로 광해군은 크게 노하여 그의 이름을 삭제하는 삭과파동을 명했으나 많은 학자들의 주청으로 무마되었다.

2. 책문: 술의 폐해를 논하라_중종

自菴 김구

김구는 이 대책에서 술의 폐단은 정신적인 폐단인 만큼 술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폐단이 문제이며, 술은 폐단과 함께 쓰임새도 많으므로 무조건 없앨 수 없다고 하였다.

“몸을 지키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은 몸을 지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지, 여섯 기운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수양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해는 마음을 수양하지 못해서 당하는 것이지, 술 때문에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술만 탓하고 마음을 탓하지 않거나, 사물의 폐단만 근심하고 정신의 폐단을 근심하지 않는다면, 결국 성품을 잃어버리고 몸을 망치며 병을 불러들여 재앙을 초래하고 말 것입니다.”

나라에서는 금주령으로 술의 폐해를 막아보고자 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에 김구는 지도자가 마음을 바로잡고 교화해야만 아랫사람들도 뜻을 따르고 분수를 지켜서, 술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한다.

“참으로 위에 있는 사람이 올바른 마음으로 그 폐단을 구제한다면, 아래에 있는 사람도 마음을 바르게 세워 습관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3. 책문: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왕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_명종

玉溪 노진

이 책문의 시대적인 배경을 보면 중종에서 명종 초에 이르는 시기는 왕위계승을 둘러싼 공신과 척신간의 권력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이 권력다툼이 사화로 발전하면서 국가의 정기를 뒤흔들어 놓았던 시기였다.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치란과 안위의 원인이 군자와 소인을 가려서 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책문은 시의적절하면서도 당시의 상황을 깊이 통찰한 것이다. 노진은 그의 대책에서 임금님께 군자와 소인을 가려 나라를 튼튼하고 융성하게 다스리는 근원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진리를 탐구하지 않고서는, 정당하게 사람을 쓰거나 버릴 수가 없습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노력을 다하고서, 현명한 사람과 간사함 사람을 분별하는데 실패한 적은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학문을 강론해 사리가 밝아지고, 진리를 탐구해 본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 신하들의 간사함과 정직함을 분별하고, 안위의 근원을 살피셔야 합니다. 또한 날마다 처음 마음먹었을 때처럼 신중하게 하셔서, 털끝만큼도 하자나 얽매임이 없이, 밝고 순수하게 다스리셔야 합니다.”

4. 책문: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_광해군

白洲 이명한

대책에서 이명한은 세모 풍습의 유래를 역사적 사례나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밝히고,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는 감회가 단순히 늙는 것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덕을 닦지 못하고 학문에 통달하지 못한 데 있음을 진술하였다.

“어느 날인들 아깝지 않겠습니까마는 유독 섣달 그믐날에 슬픔을 느낍니다. 그것은 하루 사이에 묵은해와 새해가 바뀌니, 사람들이 늙음을 날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해로 따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날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사실 그 해가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고, 그 해가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늙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입니다.”

“세월은 이처럼 빨리 지나가고, 나에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죽을 때가 되어서도 남들에게 칭송 받을 일을 하지 못함을 성인은 싫어했다. 살아서는 볼 만한 것이 없고 죽어서는 전해지는 것이 없다면, 초목이 시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무지한 후진을 가르쳐 인도하고, 터득한 학문을 힘써 실천하며, 등불을 밝혀 밤늦도록 꼿꼿이 앉아, 마음을 한 곳에 모으기를 일평생하자. 그렇게 하면 깊이 사색하고 반복해서 학습하게 되어, 장차 늙는 것도 모른 채 때가 되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니, 마음에 무슨 유감이 있겠는가?”

5. 책문: 그대가 공자라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_중종

靜菴 조광조

조광조는 올바른 정치수행을 위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적용되어 온 도리를 전제하고 이를 위해 몇 가지 대책을 제시한다.

“하늘과 사람은 근본이 같으므로, 하늘의 이치가 사람에게 유행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임금과 백성은 근본이 같으므로, 임금의 다스리는 도가 백성에게 적용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도는 마음이 아니면 깃들어 있을 곳이 없고, 마음은 성실이 아니면 작용할 수가 없습니다. 내 도와 마음이 성실한 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이 나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습니다. 근본을 바로 잡는 것이 우회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효력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말단에 매달리는 일이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근본이 바르면, 말단을 다스리는 문제는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군주를 하늘에 신하를 계절에 비유해보겠습니다. 하늘이 혼자 돌기만하고 계절이 바뀌지 않는다면, 만물이 자라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군주가 혼자 정치의 책임을 떠맡고 대신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정치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늘이 혼자 돌거나 군주가 혼자 책임을 진다면, 만물이 자라지 않고 정치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하늘은 하늘이 되지 못하고 군주는 군주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6. 책문: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구제하려면_광해군

素翁 조위한

광해군은 7년간의 이어진 전란을 수습하고 나라를 새로이 재건해야 할 책임을 맡은 군주였다. 오랜 전란으로 피폐한 민생을 다시 일으켜야할 절박한 처지에 있는 광해군은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을 찾기 위해 이 책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조위한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정치적 기강을 확립해 중흥에 성공한 경우와, 직무를 게을리 해서 실패한 사례를 제시한다. 그리고는 군주가 자신을 수양하고 유능한 사람에게 일을 맡겨서 전란이후의 현실적 폐단을 해결하고 중흥을 이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중흥의 대책은 반드시 성실을 바탕으로 삼아야한다고 했다.

“위태로울까 걱정하는 사람은 자리를 편안히 지킬 수 있습니다. 망할까 걱정하는 사람은 나라를 지키는 원리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어지러울까 걱정하는 사람은 정치의 원리를 지닐 수 있습니다.”

“정책은 요령을 얻는 것이 중요하고 정치는 시무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혜를 가지고 일에 착수하되, 지금 시대에 맞는 규범을 정하십시오. 그래서 온 나라 사람들이 눈을 비비고 보고, 귀를 기울여 듣게 하십시오.”

“자신을 수양하더라도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수양할 수 없습니다. 또 남에게 일을 맡기더라도 믿음으로써 하지 않으면, 임무를 제대로 이룰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건,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7. 책문: 정벌이냐 화친이냐_선조

竹川 박광전

책문은 적을 대하는 방법으로 정벌과 화친을 제시하면서, 적으로부터 모욕도 당하지 않고 분쟁도 일어나지 않게 할 방도를 묻고 있다. 이에 대해 박광전은 정벌의 원칙은 힘에 있고, 화친의 원칙은 형세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다. 따라서 힘을 헤아려 대처하면 이길 수 있고, 형세를 살펴서 대처하면 상대방의 침략의도를 사전에 분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힘과 형세를 살펴서 화친할 만하면 화친을 하고, 정벌을 할 만하면 정벌을 해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덕을 쌓아 적이 저절로 귀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병사를 운용하는 것은 장수이기 때문에, 적절한 인재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벌의 원칙은 힘을 따져보는데 있고, 화친의 요령은 형세를 살피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힘을 잘 헤아려 대처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이치가 생기며 형세를 잘 살펴 대처하면, 상대방은 반역하고 항거할 뜻이 사라질 것입니다.”

“상대방을 정벌할 빌미가 없고 이쪽에서도 이길 만한 힘이 없다면, 화친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재앙을 일으킨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있고, 이쪽이 화친을 해야 할 형세라면 화친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재앙을 일으킨 것을 후회하지 않고 이쪽이 신뢰를 펼칠만한 세력이 없으면, 화친해서는 안 됩니다.”

“투항하거나 반역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 저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병사를 운용해야 할 큰 임무는 장수에게 달려 있습니다. 병무는 언제나 임기응변하는 지혜를 가지고 공격과 방어의 형세를 살필 줄 아는 장수를 얻는 일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8. 책문: 6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_명종

省菴 김효원

책문은 6부의 의미와 6부의 관리들의 역할을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김효원은 6부의 관직이 자연의 운행과 질서를 인간사회에 적용한 시스템이라고 전제하고, 각 부서에서 자기 책임을 다해서 사회 전체의 안정과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오늘날 재상의 역할은 옛날과 비슷하지만, 그들이 나아가고 물러가며 등용하고 내치는 정치를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육경이 자기 직분을 이렇게 다하지 못하니, 재상이 알맞은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것입니까? 아니면 재상은 제대로 얻었지만, 권한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까? 오늘날의 폐단은 필시 여기에 있습니다.”

9. 책문: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_중종

潛庵 김의정

책문은 중국에 사신을 파견하고 외교관계를 맺는 데 사신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사신의 자질과 역할을 논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의정은 사신의 자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덕이라고 전제하고, 사신을 파견할 때는 작위의 차례에 따라 선발할 것이 아니라 덕이 있고 유능한 사람을 사신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 나라의 실정을 잘 알리는 방법은 말을 올바로 잘 하는데 있고, 자기 나라의 외교적 방침을 전하는 데는 덕이 가장 중요합니다. 덕이 부족한데도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말이 바르지 않은데도 뜻을 잘 전하는 경우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덕이 근본이고 말은 지엽적인 것입니다. 춘추시대에 사신의 능력을 따진 것도 덕을 숭상하는가, 언어능력을 숭상하는가 하는 차이에 달려 있었습니다. 상황을 잘 주선해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서, 임금의 명령을 욕되지 않게 할 사람을 얻기를 원한다면, 덕과 행실을 숭상해야 합니다. 재능은 평상시라면 쓸 수 있지만, 비상시에는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덕은 비상시나 평상시나 일관되게 쓸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신을 파견할 때는 덕을 숭상해야지 말재주만 숭상해서는 안 되며, 행실을 보아야지 재능만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10. 책문: 교육이 가야할 길을 무엇인가_명종

大笑軒 조종도

책제는 없고 대책만 있는 책문이다. 대책으로 유추해보아 인재를 양성하고 선발하여 쓰는 원칙에 대한 책제로 이에 대해 조종도는 과거로 인재를 뽑기 때문에 오로지 과거의 요령만 익힐 뿐 덕을 닦고 학문을 수양하는 풍조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임금부터 마음을 바로잡고 교화를 해서 정치가 융성하고 풍속이 아름답게 이루어진 후에, 학교에서 뛰어난 학자를 모셔서 인재를 올바르게 길러야 한다고 진술한다.

“학교행정은 교육법과 교육제도가 확립되지 못한 게 문제가 아니라, 학문의 진리가 마음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마음을 밝히는 학문을 추구해야 한다.”

11. 책문: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_세종

私淑齎 강희맹

책제는 인재를 등용하고 양성하며 분별하는 방법에 관해 논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희맹은 군주가 교화를 숭상하여 현명한 사람을 불러 밝은 마음으로 인재를 분별할 것, 자신을 비우고 인재를 등용할 것, 인재를 기용할 때는 재능에 따라 적합한 자리에 맡기고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할 것, 정치를 바르게 하여 인재를 양성할 것 등을 주장한다.

“세상에 인재가 있었던 적이 없다고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구하면 항상 남아돌아갑니다. 또한 세상에 인재가 없었던 적이 없다고 하지만, 인재를 구하는 올바른 방법을 잃어버리면 늘 부족합니다.

“임금이 인재를 알아보지 못할 때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인재가 임금과 맞지 않을 때 통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온 세상에 인재는 한없이 많습니다. 그러니 임금은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인재를 존중해야 합니다. 세상에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은 없지만, 적합한 자리에 기용한다면 누구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만 찾아서는 안 됩니다. 장점을 취하면 누구라도 쓸 수 있습니다. 아주 어리석은 사람을 완전히 뜯어 고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점만 보완하면 누구라도 쓸 수 있습니다.”

“잘 다스려지는 시대에 현명한 사람이 많은 것은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대의 추세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어지러운 시대에 간사한 사람이 많은 것은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대의 추세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12. 책문: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란_중종

沖齋 권벌

마음을 보존하여 근본을 세우고, 도를 응용하여 정치에 이용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는 마음을 끝까지 한결같이 유지하여, 위대한 제왕들의 선례를 본받고 실패한 왕들을 거울삼아 정치의 결실을 거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음을 보존해 근본을 세우고, 도를 응용해 정치에 잘 이용한다면, 시작을 잘하고 끝을 잘 맺을 수 있습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붙잡으면 간직되고 놓으면 없어지며,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며 가는 곳을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시작을 잘하는 사람은 마음을 잘 보존할 수 있고, 끝에 가서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을 잃어버립니다. 마음을 간직하고 잃어버리는 것이 선악과 결부되어 있으니 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마음이 싹트기 전에 간직하고 기르며, 싹 텃을 때 반성하고 살펴, 사물과 몸에 예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쉬울 때 어려움을 생각하며, 작은 일에서 시작해 큰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마칠 때를 생각하고, 시작을 잘 했으면 끝마무리도 잘 해야 합니다. 마음을 간직하는 요령은 경건에 있고, 경건의 요령은 혼자 있을 때 조심하는 것에 있을 뿐입니다.”

13. 책문: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_세종

梅竹軒 성삼문

모든 변화는 마음에서 일어나고 모든 정치는 마음에서 이루어집니다. 법에 앞서 마음을 간직하는 것으로 정치의 근본을 삼아야 합니다. 나라는 한 사람을 주인으로 삼고, 임금은 마음을 주인으로 삼습니다. 아직 밖으로 표현되기 전에 마음을 간직하고 길러야 하며, 마음이 싹틀 때 잘 성찰해야 합니다. 모든 일은 임금의 마음이 주관해야 할입니다. 마음은 잡으면 간직되고 놓으면 없어지기 때문에 간직하고 기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保閑齋 신숙주

법의 폐단을 구제하는 방법은 오로지 사람을 임용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법에 폐단이 없을 수 없으니, 그것은 마치 요성육률에도 음탕한 음악이 들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근본은 반드시 인재를 얻어서 일을 맡기는데 있습니다. 적합한 인재가 있는데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그 말을 따르지 않거나, 그 말을 따르더라도 그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비록 법을 하루에 백번 바꾼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언로를 널리 열러 직언을 받아들인 후에 날마다 대신들과 함께 폐단을 구제할 방도를 강구해 행하십시오.

樗軒 이석형

시대는 옛날과 오늘날의 차이가 있지만, 이치는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옛사람이 지켰던 득실의 원인을 관찰하면 오늘날에 검증해볼 수 있고, 앞 세대에 있었던 치란의 자취를 관찰하면 후세의 거울을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잘 다스려진 때의 행정을 살피고, 그것을 본받아 어지러운 것을 제거하며, 오늘날의 상황에 비추어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을 더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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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7 14:58:21 *.36.210.11
“세월은 이처럼 빨리 지나가고, 나에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죽을 때가 되어서도 남들에게 칭송 받을 일을 하지 못함을 성인은 싫어했다. 살아서는 볼 만한 것이 없고 죽어서는 전해지는 것이 없다면, 초목이 시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무지한 후진을 가르쳐 인도하고, 터득한 학문을 힘써 실천하며, 등불을 밝혀 밤늦도록 꼿꼿이 앉아, 마음을 한 곳에 모으기를 일평생하자. 그렇게 하면 깊이 사색하고 반복해서 학습하게 되어, 장차 늙는 것도 모른 채 때가 되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니, 마음에 무슨 유감이 있겠는가?” - 白洲 이명한

“하늘과 사람은 근본이 같으므로, 하늘의 이치가 사람에게 유행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임금과 백성은 근본이 같으므로, 임금의 다스리는 도가 백성에게 적용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도는 마음이 아니면 깃들어 있을 곳이 없고, 마음은 성실이 아니면 작용할 수가 없습니다. 내 도와 마음이 성실한 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이 나뉘는 것입니다.” - 靜菴 조광조

“위태로울까 걱정하는 사람은 자리를 편안히 지킬 수 있습니다. 망할까 걱정하는 사람은 나라를 지키는 원리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어지러울까 걱정하는 사람은 정치의 원리를 지닐 수 있습니다.”

“정책은 요령을 얻는 것이 중요하고 정치는 시무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혜를 가지고 일에 착수하되, 지금 시대에 맞는 규범을 정하십시오. 그래서 온 나라 사람들이 눈을 비비고 보고, 귀를 기울여 듣게 하십시오.”

“자신을 수양하더라도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수양할 수 없습니다. 또 남에게 일을 맡기더라도 믿음으로써 하지 않으면, 임무를 제대로 이룰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건,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 素翁 조위한

“정벌의 원칙은 힘을 따져보는데 있고, 화친의 요령은 형세를 살피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힘을 잘 헤아려 대처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이치가 생기며 형세를 잘 살펴 대처하면, 상대방은 반역하고 항거할 뜻이 사라질 것입니다.”

“상대방을 정벌할 빌미가 없고 이쪽에서도 이길 만한 힘이 없다면, 화친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재앙을 일으킨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있고, 이쪽이 화친을 해야 할 형세라면 화친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재앙을 일으킨 것을 후회하지 않고 이쪽이 신뢰를 펼칠만한 세력이 없으면, 화친해서는 안 됩니다.”

“투항하거나 반역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 저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 竹川 박광전

“자기 나라의 실정을 잘 알리는 방법은 말을 올바로 잘 하는데 있고, 자기 나라의 외교적 방침을 전하는 데는 덕이 가장 중요합니다. 덕이 부족한데도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말이 바르지 않은데도 뜻을 잘 전하는 경우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덕이 근본이고 말은 지엽적인 것입니다. 춘추시대에 사신의 능력을 따진 것도 덕을 숭상하는가, 언어능력을 숭상하는가 하는 차이에 달려 있었습니다. 상황을 잘 주선해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서, 임금의 명령을 욕되지 않게 할 사람을 얻기를 원한다면, 덕과 행실을 숭상해야 합니다. 재능은 평상시라면 쓸 수 있지만, 비상시에는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덕은 비상시나 평상시나 일관되게 쓸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신을 파견할 때는 덕을 숭상해야지 말재주만 숭상해서는 안 되며, 행실을 보아야지 재능만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 潛庵 김의정

“학교행정은 교육법과 교육제도가 확립되지 못한 게 문제가 아니라, 학문의 진리가 마음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마음을 밝히는 학문을 추구해야 한다.” - 大笑軒 조종도

“온 세상에 인재는 한없이 많습니다. 그러니 임금은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인재를 존중해야 합니다. 세상에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은 없지만, 적합한 자리에 기용한다면 누구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만 찾아서는 안 됩니다. 장점을 취하면 누구라도 쓸 수 있습니다. 아주 어리석은 사람을 완전히 뜯어 고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점만 보완하면 누구라도 쓸 수 있습니다.” - 私淑齎 강희맹

“마음을 보존해 근본을 세우고, 도를 응용해 정치에 잘 이용한다면, 시작을 잘하고 끝을 잘 맺을 수 있습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붙잡으면 간직되고 놓으면 없어지며,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며 가는 곳을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시작을 잘하는 사람은 마음을 잘 보존할 수 있고, 끝에 가서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을 잃어버립니다. 마음을 간직하고 잃어버리는 것이 선악과 결부되어 있으니 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마음이 싹트기 전에 간직하고 기르며, 싹 텃을 때 반성하고 살펴, 사물과 몸에 예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쉬울 때 어려움을 생각하며, 작은 일에서 시작해 큰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마칠 때를 생각하고, 시작을 잘 했으면 끝마무리도 잘 해야 합니다. 마음을 간직하는 요령은 경건에 있고, 경건의 요령은 혼자 있을 때 조심하는 것에 있을 뿐입니다.” - 沖齋 권벌

시대는 옛날과 오늘날의 차이가 있지만, 이치는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옛사람이 지켰던 득실의 원인을 관찰하면 오늘날에 검증해볼 수 있고, 앞 세대에 있었던 치란의 자취를 관찰하면 후세의 거울을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잘 다스려진 때의 행정을 살피고, 그것을 본받아 어지러운 것을 제거하며, 오늘날의 상황에 비추어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을 더할 뿐입니다. - 樗軒 이석형



썽이리 님, 좋은 글귀를 나누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잘 읽었고 새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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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이리
2008.07.09 13:25:41 *.48.246.10
써니님, 좋은 양식을 나눌 수 있었다니 저도 기쁩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두 마음이 아니라, 어지러운 시대 살아있는 지식인의 한 마음이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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