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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1일 10시 36분 등록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휴머니스트

I. 저자에 대하여

4번째 같은 저자에 대하여 쓰게 되었다. 앞선 글과 좀 다르게 표현하려다 보니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건드리게 될 것 같다. 이미 저자에 대한 이력과 그의 저서 그리고 그를 소개하는 미디어의 반응을 소개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아주 최근에 있었던 변경연 연구원 오프라인 수업에서의 보여준 저자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졌다.

7월 오프수업을 위해 변경연 4기 연구원들은 한 번의 사전 미팅과 여러 번의 이메일을 통해 그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오프 수업을 하기로 한 이틀전날 아침 변경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도착하는 편지를 받아 보았는데 그 내용이 심히 걱정되는 것이었다. 변경연 편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부님 즉 저자 구본형이었다. 그런데 편지를 쓰고 있는 자세가 힘들어 보이셨다. 그도 그럴 것이 맹장수술로 인하여 정상상태가 아니신 몸이 아닌가. 우리 연구원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수업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연구원이 있었는가하면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 오프수업을 잘 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연구원도 있었다. 그날 밤 늦도록 우리는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 작전을 감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국을 일거에 잠재운 분이 계셨으니 그분은 다른 이가 아닌 저자였다.
“내 생각은 하지 마라 오프수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익산으로의 1박 2일은 어렵겠지만 서울에서 하는 것이면 참석하는데 문제없으니 그대로 진행하도록 해라.” 이 말이 저자가 연구원들에게 한 말이었다.

아니 아직 수술 후 마취기운도 가시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나 우린 걱정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원 오프수업은 꽤 긴 시간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고 거기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자리다.

모든 걱정을 잠식시키시고 사부님은 약속된 시간에 자리에 앉으셨다. 모든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그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더군다나 30분을 이야기하셨던 강연은 한 시간을 넘기셨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수업은 저녁 8시가 되어서 끝났다. 그 하루 종일의 시간에 사부님의 흔들리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아픈 몸의 투지는 올림픽과 같은 운동경기에서 가끔 보는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를 바로 옆에서 봤다. 사부님의 드라마의 주인공이셨다.

II.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개정판 서문
과거를 기록하면서 미래를 얻었다는 점이 이 책을 쓰면서 얻어낸 최고의 수확이다.

프롤로그
이 책은 놀이며 유희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이고 욕망에 대한 절제다. 못 가본 삶에 대한 질투이다. 그동안 배운 학습의 노트이며, 읽었던 책들의 주석이다. 자전적 소설이고, 소설적 자전이다. 지나간 삶에 대한 파괴고, 앞으로 살 삶에 대한 창조이다. 나의 운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려는 실험이다. 16p

1장 지난 10년

내 마음을 흔들고 불안하게 하며 허무하게 하는 감정들이 있었다. 뜬금없는 과거의 잔상들로 마음이 분열되다 어떤 장면에 그때의 감상이 되살아난다. 나는 느닷없이 잊었던 길을 걷기 시작한다. 22p

불면은 내게 또 다른 고독을 즐기게 해주는 방법이다. 단지 나 스스로 불면을 찾아가지는 않는다. 이놈이 찾아오면 맞아줄 뿐이다. 25p

훌륭한 작품은 그것이 어떤 표현 방식을 가졌든 인생에 대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현실보다 극적이고, 현실보다 교훈적이며,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현실만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때려주고 싶다. 그들이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 역시 한때의 꿈보다 더 영속적이지 못하다. 인생은 결국 짧은 꿈이었다는 것을 모두 죽어가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31p

당혹스러움은 과거와의 연속성이 깨짐에 따라 생겨난다. 아침에 한 것을 금방 생각해낼 수없기 때문에, 그 당연한 기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거와 나 사이에 순간 구멍이 뚫리게 된다. 34p

과거와의 연결, 심지어 미래와의 연결도 가끔 끊어버리고, 이 돌연한 시간적 격리를 휴가로 즐길 수 없다면 바보이다. 35p

과거가 사라진 상태에서 미래조차 만들어낼 수 없다면 갈 곳이 없다. 이것이 어쩌면 내 불면의 원인이었는지 모른다. 37p

2장 마흔 살

이 호흡만 풀리면 되는데...... 다시 한 번 숨을 쉴 수만 있다면, 그러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텐데, 이 숨길이 터져야 하는데. 나는 물 속에서 기다렸다. 가슴은 심한 통증으로 깨지는 듯 아팠다. 숨조차 쉴 수 없는 무력함 속에서 마냥 기다린다는 것은 암흑보다도 더 어두운 일이었다. 42p

마흔이 넘어 나타나는 창조성은 ‘발작적 불꽃’이 진화하고 성숙하여 하나의 습관과 태도로 변한 일종의 믿음직한 기술로 바뀌게 된다. 이때 에디슨의 말이 적용된다.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이란 말은 중년의 창조성에 대한 명언이다. 마흔 살 너머의 창조는 학습과 훈련과 가벼운 정신적 태도의 산물이다. 55p

똑같은 실력을 가지고 후반전을 뛰어본 들 또 한 번의 고배와 비웃음을 자초할 뿐이다. 1막에서 엑스트라였던 사람이 2막에서 돌연 주연으로 바뀌는 연극을 본 적이 있는가? 마흔 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연극의 지루한 2막이 아니다. 오히려 연극을 끝내고 진짜 현실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파괴와 창조, 죽음과 재생이라는 이미지와 직결되며, 죽어야 살 수 있다. 이 치열한 반전을 사람들은 일부러 잊으려고 하는 것이다. 59-60p

3장 직장 생활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가지고 평가하게 마련이다. 그들에게 내 과거는 초라한 것이었다. 나는 나보다 유능한 세일즈맨들 사이에서주류가 아닌 작은 샛길에 불과했다. 70p

나는 혁명사를 전공하고 싶은 역사학도였다. 왜 혁명사를 전공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혁명이라는 단어는 내게 감동과 전율을 주었다. 그 말처럼 매력적인 단어는 없었다. 왜 그렇게 그 단어가 연인처럼 다가왔을까? 아마 가난 때문이 아니었을까. 71p

'짧은 체류, 여러 번의 전직‘이 새로운 현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나는 이 현상을 조용하고 냉정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나에게, 내 미래에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78p

글이 실패한 곳에서 성공할 수 없다면 내 비즈니스도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을 거리로 몰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84p

모든 위대한 리더는 유혹에 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을 포장하든지, 크고 부드러운 젖가슴으로 지그시 눌러 이성을 질식시키든지, 위대한 사상을 통해 혼을 빼앗거나 달콤한 꿈속으로 사람들을 몰고 간다. 매력이 없는 리더란 없다. 86p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나를 알리는 것이었다. 나의 존재, 나의 콘텐츠, 그리고 나의 가능성을 알려야 했다. 어떻게? 이것이 고민의 핵심이었다. 86p

나는 글을 써본 적이 별로 없었지만, 언젠가 책을 한 권 내는 것은 오래된 욕망이었다. 내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86p

첫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독자에게 가는 선물이라기 보다는 나에게 주는 메시지였다. 책은 잘 팔렸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잡지들은 세상에 내가 있다는 것을 광고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변화경영 전문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87p

과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그물로 된 항아리 속에 물을 담으려는 발상이다. 반대로 미래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바닷물 속에서 식수를 찾는 것과 같다. 온통 가능성의 물로 채워져 있지만, 아직 한 컵의 마실 물도 되지 못한다. 89p

죽지 않고 새로워지는 것은 없다. 죽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새로워질 수 없는 것이다. 91p

나의 나, 나의 세계, 나의 꽃을 피워야 했다. 그것은 겨울보다 더 추운 봄이었다. 그러나 꽃 터지는 봄은 왔다. 피워야 할 꽃, 만들어야 할 세계가 생긴 것이다. 92p

4장 얼굴 - 페르소나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길들게 마련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서로에게’라는 말이다. ‘나에게 길들게’ 하면, 그것이 목적이 되면, 함께 살수 없다. 103p

거울 앞에서 얼굴을 마음대로 변형시켜본다는 것은 내게도 익숙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나도 날 무서워했고, 밀실에서도 내 의식은 같혀 있었다. 112p

내 속에는 불꽃이 있었다. 그 불꽃은 처음에는 그저 어둠 속에 숨어 있고 싶어했다. 그래서 자신을 가능한 작게 만들어 숨기려고 했다. 불꽃은 너무 작아서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어둠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두려움이 결국 불꽃으로 하여금 무엇인가 하게 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불꽃은 더 이상 숨어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13p

평범한 사람들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 나는 이것을 인류의 미시적 역사라고 생각한다. 115p

5장 가족

이탁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124p

나는 갈등에 대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갈등은 마음이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나침반이 북쪽을 찾고, 그곳을 가리키는 순간 부르르 떨리는 것, 이것을 나는 갈등이라고 부른다. 갈등 없이 판단이란 반복하여 익숙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새로운 것에는 갈등이 따라다닌다. 흥분과 두려움 속에서, 세상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 사이에서, 이익과 마땅함 사이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편함과 배려 사이에서 우리는 늘 잠시 말설이게 된다. 126p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면 잘 되지 않는다.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제 자식을 가르치는 일이다. 감정이 격해지고 더듬거리며 장황하게 된다. 아이는 아비가 답답하고 요령부득이라고 생각하고, 아비는 아이가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내 포기하게된다. 131p

아이의 지적 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야말로 가장 훌륭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132p

나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고 나의 세계를 즐기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 조급한 세상에서 가장 먼 그림을 그려보려고 하는 자인지도 모른다. 나는 멀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 133p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나는 집에 있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시간이 있을 때 나는 늘 그들과 함께할 시간이 있다. 나는 언제고 함께 놀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 다행스럽게 아이들은 나를 좋아해준다. 136p

나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길이 있다. 현실이란 그저 ‘지금의 상황에 대한 남들의 생각’, 즉 다른 사람들의 견해일 뿐이다. 나는 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에머슨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이 그 사람의 성격임을 종종 잊고 지내는 것’ 같다. 누구의 삶이든 그것은 늘 그 주인을 닮게 마련이다. 140p

친구들 사이에는 이해가 끼면 안 된다. 친구와 비즈니스를 같이하는 것은 안 좋다. 비즈니스는 그저 전문성을 나눌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하면 된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예의를 지킬 수 있는 믿을 수 잇는 사람들이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이다. 나이가 들어 돈벌이를 하게 되면 친구들에게는 결코 아쉬운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 또한 친구들에게는 절대로 잘난 척해서도 안 된다. 친구의 성공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다. 순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친구의 성공 속에는 늘 ‘그동안 나는 뭘 했나.’ 하는 자신에 대한 문책이 숨어 있기 대문이다.
삶의 어둠을 견디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고통 역시 개인의 몫이다. 각자에게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있고 나눌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지고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147p

6장 자연

땅은 빨래와 같다. 언 것을 해동하며 물이 질펀해지면 바람으로 날려버려야 한다. 그러면 따뜻하고 약간 촉촉하거나 고슬고슬한 봄 땅이 만들어진다. 154p

꽃은 작고 소박하지만 향기는 끝없는 유혹이다.
오죽하면 천리향이라 부르랴.
천리를 흐르는 유혹이다. 155p

곽박의 시에 “숲에는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 163p

나는 또한 해마다 새로운 자신을 분만시킨다. 수없이 자신을 탄생시킨다. 사는 법은 죽은 법에 있다. 자라는 방법은 스스로를 죽이고 다시 탄생하는 과정이다. 죽지 못하면 다시 태어남도 없다. 죽음과 삶을 반복하는 것이다. 파괴와 생성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다. 이것이 나이테다. 그 외의 방법은 없다. 늘 자신의 시체를 내다버릴 수 있어야 한다. 나무는 그 일을 아주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169p

스스로 좋은 나무가 되는 것은 좋은 씨앗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 한다.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쓰일 곳을 마음대로 배분하며, 그 일의 가치가 빛나는 일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즐겨라. 삶 자체가 유혹이 되게 하라. 174p

7장 건강

영원히 스승의 빛에 가려진 제자는 결국 스승을 욕보이게 한다. 뒷물이 앞물을 뛰어넘으려고 해야 비로소 강물이 힘차게 흐를 수 있다. 제자가 잘나야 스승이 위대해진다. 183p

생명을 길게 연장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순간 순간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191p

마흔은 죽음이 삶과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영적인 나이의 시작이다. 인간관계를 따르지 않는 또 다른 방식의 이해력이 우리의 마음에 스며들게 되는 시기라는 뜻이다. 199p

8장 길에서

때때로 또 갈림길 앞에 서서 망설일 것이다. 어쩌면 길인지 조차 분명치 않은 희미한 길 앞에서 되돌아가야 한다는 어둠속의 속삭임 때문에 당황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끝없이 항해하는 오디세우스처럼 외칠 것이다. 216p

나는 책을 쓰는 것이 좋다. 글스기가 무엇보다 즐거운 취미인 셈이다. 그해 발간된 책은 일 년 동안의 내 관심사였다. 책 한 권이 나오면 내 일 년 동안의 정신적 여정이 정리된 것이다. 217p

여든이 되어 물어보자. ‘삶이 나에게 요구한 것’, 즉 내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었을까? 망막에서 빛이 사라질 때, 내 삶의 순간들이 필름처럼 넘어갈 때, 나는 그 속에서 사소한 일상을 보개 될 것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어떤 찰나의 눈빛, 그녀와 남긴 어떤 대화의 뉘앙스, 그리고 어떤 웃음, 그리고 또 어떤 분노, 아내의 손, 친구의 엉클어진 머리카락, 젊었을 때의 어떤 고뇌, 창문으로 보이는 한 그루의 나무, 그 뒤의 하늘...... 바로 이런 것들이 내 삶이었다. 219p

길은 없다. 이것이 길이다. 하루가 길이다. 하루가 늘 새로운 여정이다. 오늘 새롭게 주어진 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이 되지 못한다면 어디에 행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변화란 불행한 자의 행복 찾기 아니겠는가. 223p

9장 집, 공간

나는 하루를 숨쉴 수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을 원해왔다. 나무가 있고 꽃이 있고 창문을 열면 신선하고 상쾌한 바람이 밀려드는 그런 공간을 원해왔다. 커다란 창이 있고 그 창너머 하늘이 보이는 공간을 원해왔다. 그리고 마흔여덟에 북한산 아름다운 언덕 위에 내가 바라던 공간으로 이사 올 수 있었다. 나는 운이 좋았다. 255p

10장 학습

책을 읽다가 “두려움은 곧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고 무엇이랴.”라는 칼릴 지브란의 글을 발견했다. ‘씨팔’. 어쩌면 말을 이렇게 잘한단 말인가? 욕! 그거 참 좋은 것이다. 속에 콕 막혀 있다가 가래처럼 올라오는데 뱉고 나면 후련하다. 260p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팔’과 ‘퍼크 유’는 설명이 필요없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투명하기 그지없는 통렬한 동물적 으르렁거림이다. 하고 나면 어쨌든 가슴이 후련해지지 않는가! 261p

그러나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 서게 되면서부터 무협지를 읽지 않게 되었다. 시간의 낭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는 무협지를 즐기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나는 공부하고 생각하고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창조적이어야 했고, 더 열심히 학습해야 했다. 나 이외의 다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를 보호해줄 아무런 울타리도 없었다. 262p

나는 읽고 쓰는 것이 의무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했으며, 이것이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263p

미래는 지도에 그려져 있지 않은 세계다. 그저 내적으로 감응하는 나침반 하나 달랑 들고 떠난다. 이때는 내 발자국이 곧 지도이다. 완성될 수 없는 지도, 때때로 잘못된 지도, 방황과 위험이 도처에 숨어 있는 지도가 만들어 진다. 그리고 그것이 곧 내가 살아온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69p

'스승을 욕보이는 제자는 바로 영원히 스승을 빛나게 하는 자‘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허물을 벗을 줄 모르는 뱀은 죽어버린다. 생각을 바꿀 수 없도록 방해하는 인간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정신들은 이미 정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는 가장 자유로운 미친놈이었다. 277p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혁명도 없다. 자신만의 하루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를 가질 수 없다. 만일 하루를 춤추듯 보낼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다. 매일 그럴 수 있으면 자신의 행복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283p

나는 늘 새벽에 일어난다. 그리고 새벽에 쓴다. 두 시간쯤 쓰면 지친다. 이 피곤이 나를 살게 해준다. 284p

나는 경영학과 인문학을 하나의 공간에 배치시킴으로써 훌륭한 휴식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목욕탕을 만들고 싶다. 286p

11장 일

인생을 파괴하지 않는 직업, 삶을 빛내는 직업만이 훌륭한 직업이다.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인가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눈부신 삶을 살게 하는 일, 그 일 때문에 삶을 즐기 수 있는 일, 그것이 위대한 직업이다. 297p

너저 나에게 적용할 것. 반드시 성공할 것.
그 다음 상이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할 것,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나누어주려는 잘못을 범하지 말 것. 298p

모방의 또 하나의 요령은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이다.’라는 노회한 충고를 기억하는 것이다. 많이 보고 많이 감동하는 것은 사업가이든 글스기든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한 근면한 배움이 요결이다. 300p

글을 쓰기 위해서는 늘 읽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야 한다. 정리된 강력한 핵심 개념들을 연결함으로써 미래를 현실적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해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상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이야기가 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304p

나는 개인에게 있어 ‘변화라는 것은 본래의 자기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306p

"유일한 사람이 되어라. 이것은 최고가 된다는 뜻이다. 유일한 자만이 최고로서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최고가 된다는 것은 무자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인생을 모두 버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잘하는 매력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성곡은 늘 한 길로 간 사람들의 것이다. 적어도 나는 한 길을 가기에도 숨이 차다. 다른 것들을 넘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나는 그저 내 일만 해도 저녁에 이미 탈진한다.“ 311-312p

나는 글을 통해 사람들이 지루한 일상을 하염없이 반복하는 무료와 절망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인생의 재료로 삼는 것을 도와야 한다. 318p

강연은 쏟아내는 작업이다. 쏟아내는 것이 들어오는 것보다 많으면 이내 밑천이 딸리게 마련이다. 이것은 치명적 결함이다. 지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너무 바쁘면 안 된다. 319p

"모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목표여서는 안 된다. 내 목표는 그 이상이다.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표, 그것은 반드시 청중 속의 누군가를 움직여 스스로 자신의 고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331-332p

자신의 꽃을 뿌리는 것,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신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심어주는 것, 이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나는 조용한 선동가이다. 343p

꽃씨와 불씨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하는 비즈니스이다. 내가 자연으로부터 배운 방식이다. 343p

세 개의 에필로그

지칠 때까지 일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일에 대해 늘 ‘아니오’라고 말할 자세가 되어 있다. 일은 늘 내일 해도 좋은 것이다. 일이란 놓치면 ‘다시 튀어오르는 공’ 같은 것이다. 나는 삶이 일종의 예술이길 바란다. 나의 일상은 안정과 질서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미래를 정하고 계획에 따라 엄격하게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나는 그 일을 아주 잘할 수 있을 때까지 매일 나를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356p

언젠가 한번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스스로 설계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깨끗하고 빛나는 옷을 입고, 햇빛 가득한 산을 넘고 들을 건너 아름다운 인생 하나를 건설해야 했다. 아름다운 그날 하루를 내 삶의 국경일로 정하고, ‘눈에 보이지 앟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아름다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결국 자신의 주인을 닮게 되어 있다.


III. 내가 저자라면

연구원 과정을 통해 자서전을 몇 권 읽고 정리했다. 이번 책은 좀 색다른 자서전이다. 이전의 자서전은 그 주인공들이 이미 저세상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번 책의 주인공은 아직 팔팔하시다. 더군다나 나는 그분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저자라면을 통해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와 기존에 읽었던 파블로 네루다와 김구선생님의 자서전과 다른 점을 집어보고자 한다.

사건 중심이 아닌 느낌 중심의 자서전
파블로 네루다와 김구선생님 자서전의 공통점은 수많은 사건이 소개된다는 것이다. 그들 주위의 인물과 국가적인 상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자들은 있었던 결과에 대한 사실과 회환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는 어디를 보아도 이런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와 가장 가까운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일에 대한 자신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데 까지 일관되게 표현되었다. 지극히 한 인물의 심적인 면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있다.

자서전 이라기보다는 변화에 대한 단상이 더 어울릴 듯
파블로 네루다와 김구선생님 자서전의 처음 부분은 그분들의 어린 시절을 먼저 그리고 있다. 자서전의 특성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한 인간의 개인사를 펼쳐 보이는 것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에서는 저자의 어린 시절은 물론 혈기왕성한 대학 시절도 등장하지 않았다.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20년의 직장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1인 기업가로 다시 태어나는 그 시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자서전 이라기보다는 저자가 그의 인생 테마로 선택한 변화에 대한 그 자신의 실험이자 기록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단상들이 직장인이었을 때는 시도해 보기 힘든 시간적 공간적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공간적 상황을 극복한 것은 오로지 그 스스로를 변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자서전
파블로 네루다와 김구선생님의 자서전은 앞으로 더 볼 수 없다. 그러나 저자 구본형의 자서전은 앞으로 몇 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 그 스스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린 10년마다 그의 지난 10년의 자서전과 미래의 자서전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또한 변화다. 그는 변화에 대한 자기 자신의 실험을 넘어 점점 더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본 책은 자기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아마도 앞으로의 이야기는 좀 더 폭넓은 문화에 대해 집중적인 조명이 시작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책을 읽는 내내 뇌리를 맴돌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던가. 나는 책 속에서 그 첫 번째 단추가 아주 잘 들어맞은 모습을 확인했다. 자서전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책으로 출판되면 그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나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필요성과 그 처절한 절감을 몸소 느끼게 해주 저자의 자서전은 더더욱 파장이 클 것이다. 그래서 일까 저자는 수신과 제가에 초반부를 전부 할애하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사실 이 책은 내가 사부님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그날 사게 된 책이다. 4년이 지났다. 그 때는 구본형 이라는 저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던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경외감이 들었었다. 그리고 나와는 거리가 먼 종족이구나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나도 내일 모래면 40대에 접어들 나이가 되었다. 더군다나 지금 당장 그동안의 울타리를 넘어서겠다는 다짐을 한 상태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구구 절절히 내 패부를 도려냈다. 많이 아파하며 책을 읽어야 했다. 나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의 40대를 비춰볼 책이 있구나. 가까운데 두고 가끔씩 나를 돌아보는 잣대가 되어 줄 책이 내 손에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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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7.27 17:17:55 *.179.68.77
파블로 네루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자서전과 그런 차이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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