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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1일 11시 55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그는 살아 있는 역할 모델이다. 때문에 그의 말은 일간지를 장식하고, 그의 어록은 많은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촉망받는 예술가, 또는 전문가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첫 번째가 게으름 때문인데 그는 일간지의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하고, 연구소를 운영하며 사 십 여 명의 제자들을 가르쳤다. 또한 꿈벗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해마다 한권씩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말과 글, 행동이 삼위일체가 되도록 자신을 정갈히 가꾸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그를 깊이 보고자 노력하며, 기꺼이 그를 사부라 부른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책을 펴내며- 평범한 사람들의 '밑으로부터의 이야기', 이것이 위대한 인물과 힘 있는 자들의 역사와 함께 또 다른 역사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 역사의 가장 자리에 존재했던 무수히 작고 개별적인 인간들이 증발해서 사라져버린 역사학, ‘인간이 없는 인간에 대한 기술’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프롤로그
p.15. 모든 좋은 것들은 웃는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걷는 것을 보라.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는 자는 춤을 춘다. – 니체

p.16. 이 책은 놀이며 유희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이고 욕망에 대한 절제다. 못 가본 삶에 대한 질투이다. 그동안 배운 학습의 노트이며, 읽었던 책들의 주석이다. 자전적 소설이고, 소설적 자전이다. 지나간 삶에 대한 파괴고, 앞으로 살 삶에 대한 창조이다. 나의 운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보려는 실험이다.

p.17. 과거는 늘 엄격하고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적 감옥이기도 했다. 과거가 날 만들었으니, 과거를 버리고 벗어나는 것이 또한 내 미래의 과제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였다. 살면서 나는 여러 번 죽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다시 태어나야 한다.

1장. 지난 10년
p.21. 마흔 살은 오래 끓어 걸쭉해지기 시작한 매운탕이다. 바야흐로 인생의 뼛속 진국이 우러나오는 시기다.

p. 24. 나는 오히려 불면을 즐겼다. 불면 역시 주어진 것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결코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찾아오면 싸우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이 상책이다. 예를 들어 번잡함이 주위에서 서성거리면 나는 조용히 혼자 있는 방법을 취한다. 방송이 나를 괴롭히면 출연에 응하지 않는다. 모임이 나를 괴롭히면 나가지 않는다. 원고를 써야 하는 강박감을 느낄 때는 언제고 거절한다. 어쨌거나 고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p.27. 40대가 천천히 지나가면 청춘도 지나간다.

p. 30. 자유는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확실한 것, 굳건히 서 있는 것들의 질서 안에서 자유는 끝나고 만다. 절실하게 바라지만 자유가 주어지면 우리는 자유를 두려워한다.

p. 31. 현실은 늘 죽음 앞에서 무력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모든 자제와 절제를 현명함을 불렀던 그 어리석음은 또 어떻게 하랴.
p. 32. 늙은 독수리처럼 대머리가 되고 털이 숭숭 빠진 거대한 탐욕의 새처럼 마흔 살은 죽음의 냄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젠가 어디선가 느닷없이 죽음은 검은 외투에 검은 모자를 쓰고 모퉁이 앞에서 흘끗 나타난다. 저게 뭔가 보려는 순간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간 검은색 긴 외투 자락과 암흑 속에서 섬광처럼 쏘아붙인 그 섬뜩한 눈초리의 잔영을 지우지 못한다.

p.37. 40대는 이제 특별한 사회적 상징을 담은 단어가 되었다. 그것은 가장 정력적인 나이에 버려진 나이다. 40대의 10년 가운데 어딘가에서 버려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너무 쉽게 버려졌고, 성장의 문턱에서 거부되었으며, 왕성한 상태에서 퇴출되었다. 남아 있어도 그들은 이미 사라지는 사람들이 되었다. 마흔은 앞으로 길게 남은 인생을 책임질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20대 또는 30대에 준비한 인생으로는 마흔 너머의 인생을 꾸려갈 수 없게 되었다. 마흔은 이미 서산에 지는 해가 되었다. 마흔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던지지 못하는 황혼의 여생이 되고 말았다.

2장. 마흔 살
p.45. 누군가의 칭찬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무엇인가 정말 괜찮은 것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p.47.마흔 살은 늙지도 젊지도 않다. 대부분 결혼을 했으며 살기 위해 일한다. 마흔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지치게 된다. 일상의 걱정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어 가장 필요한 내적 성찰이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개인적 시도와 실패, 직장에서의 갈등, 결혼생활의 무관심, 아이들과의 씨름이 이때 가장 잘 드러나는 문제이다. 아마 조금 더 젊었더라면 전직을 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다른 모색을 했을지 모르지만 마흔 살이 되면 문제를 끼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적이다. 그러니까 빼도 박도 못하는 시기다.

p.49. 이상과 비전으로 상징되는 젊음의 마법이 사라진 후에 다가오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이다. 일만이 생산적인 것이고, 지루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탈출구이다. 이리하여 일은 일상과 실제의 삶이 된다.

p.50. 마흔 살은 당나귀의 삶이다. 젊은이들의 자유를 포기한 채 두 어깨에 가득 짐을 지고 홀로 사는 짐승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을 자초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위대한 화가나 음악가가 되고 싶어하기도 하고, 백만장자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면 아직 해보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해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일 뿐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57. 융 학파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이 쓰고 있던 사회적 가면, 즉 페르소나는 중년이 되면 붕괴한다. 그리고 내면을 향해 들어가도록 강요한다. 중년의 과제는 각 개인의 내면에서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치료이며 재생을 위한 내적인 힘이다. 대체로 이러한 갱생의 힘은 절망과 고통 속에 감추어져 있다.

p.58. 마흔이 되면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젊은 시절의 끝없는 희망을 대신한다.

p.62. 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듯 살아가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푼돈을 들여 복권을 사면서 허망한 기대 속에서, 실제로는 복권의 당첨금보다 더 많은 돈을 쪼개며 평생을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위험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잃어도 좋은 푼돈만 투자했다.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한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p.63. 마흔이 넘어서 바쳐야 할 목숨도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으며,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이것은 비참한 일이었다. 푼돈 서푼짜리 인생이었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3장. 직장생활
p.67. 삶의 방식을 바꾸기 전에는 병이 낫지 않는다. – 니체

p.69. 자신의 미래를 위한 R&D로서 현재의 일부를 투자할 수 없었다. 변화는 한가한 사람들의 과제였을 뿐이다. 변화는 바쁘지 않은 사람들의 일이었다. 변화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진 불행한 자들, 또는 불행을 인식하는 자들의 과제였다.

p.70.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가지고 평가하게 마련이다.

p.73. 개선과 혁신, 그것은 혁명이라는 단어의 현실적 대체 용어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IBM에서 가장 하고 싶은 유일한 일이 그 일이라는 것은 나는 뼛속부터 알고 있었다.

p.78. 필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늘 그 처신에 특별한 공유점이 있다. 온갖 종류의 구조 조정에도 상관없이 한 조직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 성장하고 싶다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락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둘째, 그들은 적절한 휴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 그들은 늘 학습한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한다.

p.80. 어떤 분야든 자신을 불사르지 않고서는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p.83.나 역시 앞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굉장한 여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긴 여행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양식을 챙겨 떠난다 하더라도 곧 바닥이 날 것이었다. 결국 나는 여행을 하며 양식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불안은 오히려 나를 흥분시켰다. 이 여행이 나만의 여행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데리고 떠나는 가족여행이라는 것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그래서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

p.84.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괴로운 과정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 성과를 돌려줄 뿐이다.

p.86. 1997년, 마흔세 살이 되는 여름 어느 날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p.89. 경영 컨설팅은 사기와 진실의 경계를 걷는 것이다. 끝없이 학습하는 사람은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계속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든 사기꾼들처럼 '달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나는 내가 '경계선을 걷는 사람(edge walker)'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p.90. 마흔이 넘어서는 그 위험한 시기에 나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중략-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바칠 만한 것을 찾고 싶었다. 관성에 따라 굴러가는 하루 말고, 전혀 새로운 뜨거운 하루를 가지고 싶었다.

p.91.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78년 4월 어느 날 오후에 야구를 보러 갔다. 외야 쪽 스탠드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타자가 첫 볼을 2루타로 쳐냈다. 그때 문득 소설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갑작스런 계시같은 것이었다. 이유도 설명할 방법도 없다.'


4장. 얼굴-페르소나
p.97.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방황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네.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을 얼굴을 하고 있었네. - 메이 사턴(May Sartonp,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중에서

p.115. 개인은 각자 그 안에 자신의 역사를 안고 산다. 부끄러움도 있고 후회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도 있고 당당하고 장엄한 순간도 있게 마련이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재료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그저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애쓰다 아파트 한 채를 남기고 일흔 여섯의 나이로 죽었다.'라고 기록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p.116. 어떤 행위가 칭찬받게 될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그 무엇이라도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이다.

p.117. 자기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은 실천의 철학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p.118.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 길은 ‘오랜 세월과 수많은 공간’을 지나야 한다.


5장. 가족
p.124.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p.125. 나는 갈등에 대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갈등은 마음이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나침반이 북쪽을 찾고, 그곳을 가리키는 순간 부르르 떨리는 것, 이것을 나는 갈등이라고 부른다.

p.126. 모든 새로운 것에는 갈등이 따라다닌다. 흥분과 두려움 속에서, 세상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 사이에서, 이익과 마땅함 사이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편함과 배려 사이에서 우리는 늘 잠시 망설이게 된다.

p.130. 우리는 기쁨을 위해 산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늘 섞여 있었다. 작은 수고들은 이런 기쁨을 위해 동반되는 선물의 포장지거나 아름다운 포장 끈이거나 리본 같은 것들이다.


p.140. 나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수많이 많은 길이 있다. 현실이란 그저 ‘지금의 상황에 대한 남들의 생각’, 즉 다른 사람들의 견해일 뿐이다. 나는 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에머슨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이 그 사람의 성격임을 종종 잊고 지내는 것’ 같다.

p.147. 삶의 어둠을 견디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고통 역시 개인의 몫이다. 각자에게는 자신의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있고 나눌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것은 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6장. 자연

p.163. 곽박의 시에 "숲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라고 했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변화에 대한 묘사는 찾기 어렵다. "밖으로 자연의 조화를 본받고, 안으로 마음의 근원을 체득해야 한다."는 것은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둘 충고이다.

p.164. 자연과 하나임을 깨닫게 될때, 비로소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노자의 말은 곧 나의 말이다.

p.166.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인생을 오래된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는 것도 수없이 보아왔다.

p.173.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마음 속으로 하나의 씨앗처럼 날려 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생각인지, 나의 생각을 가장한 다른 사람의 생각인지는 잘 알 수 없다. 오리진이 어디에 있든지, 분명한 진실은 나의 것이 된 생각들, 즉 이미 ‘내게 귀화한 생각’들이라는 점이다.

p.174.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쓰일 곳을 마음대로 배분하며, 그 일의 가치가 빛나는 일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즐겨라. 삶 자체가 유혹이 되게 하라.
로댕의 말을 잊지 말라. ‘사랑하고 감동하고 전율하면’ 그 삶은 매혹적인 것이다. 날마다 그렇게 살아라.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 좋은 인생이다. 그러므로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변화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7장. 건강
p.184. 죽음은 생명과 함께 시작된다. 또한 생명은 죽음과 함께 다시 시작한다. 이것이 생명의 순환이다. 죽음 없이는 생명도 없다. 마치 변하지 않는 것 없이는 변하는 것도 없고, 어둠 없이는 밝음도 없는 것과 같다.

p.189. 역사가 인류의 시간적 기록이듯이 개인의 역사 역시 그 삶의 시간적 기록이다.

p.191. 자연과 함께 자연을 따라 떠나는 것이다. -중략- 생명을 길게 연장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순간 순간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p.199. 마흔은 죽음이 삶과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영적인 나이의 시작이다.


8장. 길에서
p.205. 세상의 아름다움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 아름다움은 사라질 것이기에. 비 내리는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불멸을 꿈꾸니. 이 오후 시간을 즐겨라. 어차피 가져갈 수도 없는 시간이니. 하루의 질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예술

p.207.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든 일 역시 과거만큼 분명한 꿈이다.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비현실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일 뿐이다. 나는 꿈을 또 다른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p.209. 지금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도 과거에 갇혀 있는 나를 미래의 빛을 따라 아름답고 화려하며 자유로운 이야기 속으로 데려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p.220. 우리는 불행을 만들며 산다. 누가 불행을 원할까마는 결국 우리의 불행은 우리가 만든 것일 뿐이다. -중략-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건만 행복한 사람이 드문 것은 행복해지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p.221. 다른 사람이란 결국 왜곡된 거울에 불과하다. 늘 자신에게 비추어 자신을 발견하려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일년에 한번쯤 흔들의자에 앉아 마치 다 산 것처럼 인생을 돌아보면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 ‘나는 어떤 일을 이루고 싶었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이 질문의 답이 찾아지면 인생은 목표를 가지게 될 것이고, 결국 그 길을 갈 것이니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p.222. 나에게 주어진 구체적인 삶, 이 유일무이한 구체성이 바로 내 삶이고, 따라서 그 의미 역시 나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것이다.

9장. 집, 공간
p.237. 아름다움으로, 꽃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는다. 참다참다 참지 못하고 터지는 것이 바로 꽃이다.

p.243. 무엇인지 정체를 잘 모르는 식물이 자라나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처럼, 나도 잎만 가지고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p.244. 멀리 두고 그리는 마음은 그리움이고 가까이 두고 만질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그리워하고 또 볼 수 있으니 이처럼 다행일 수 없다.

p.249. 노동 자체가 참선이고 수련이다. 다만 전혀 수련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는 정신적 수련이다.

10장. 학습
p.263. 의무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의무란 재미없는 것이다. 의무감이란 일상화되는 것이고, 아무런 생명도 살 수 없는 무덤이기 때문이다.

p.264. 나는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와 느낌과 생각을 내 일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찾아내고 표현해 보려고 했다.

p.265. 우리는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다가 죽는다. 한 번도 살기 위해 일을 버린 적이 없다. 놀기 위해 산 적도 없다. 그래서 살기 위해 산 적이 없는 것이다.

p.270. 나는 내가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p.271. 교육이란 '어떻게 배우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지적은 옳다. 학습이란 지식의 습득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습의 하위 기능일 뿐이다. 학습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 답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답은 이 탐험의 끝에 나타나는 보물이다.

p.273. 학습은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획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늘 버리고 늘 떠나는 것이기도 하다. -중략- 나는 배움이란, 이해와 인식으로부터 시작할지 모르지만, 그 너머에 있는 다른 차원의 무엇인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지만 맛있게 부르는 사람이 있다.

p.274. 학습은 어느 순간 이질적인 삶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p.276. " 여보게, 레지날드. 나는 더 이상 쓸 수 없다네. 이제와서 생각하니 지금까지 저술한 것들이 죄다 휴지같이 느껴진다네."

스승은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인도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불을 끄고 칠흙같은 암흑 속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되길 바란다. 제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별빛을 보게 하는 스승만이 위대한 스승이다. ‘스승을 욕보이는 제자는 바로 영원히 스승을 빛나게 하는 자’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허물을 벗을 줄 모르는 뱀은 죽어버린다. 생각을 바꿀 수 없도록 방해하는 인간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정신들은 이미 정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는 가장 자유로운 미친놈이었다. 스물네 살에 바젤 대학의 교수가 되었지만 서른 살에 경력 쌓기를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자신과의 최초의 결별이었고, 자기 자신으로의 추락이었다. 그는 모든 가치를 열정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p.277. 전기작가로 유명한 스테판 츠바이크의 표현을 빌리면 니체는 ‘불꽃처럼 게걸스럽게 스스로를 불사르고 스러지고’ 싶어했다. 불꽃이야말로 바로 그였다. 그의 본질은 넘실대는 불꽃같은 변화였다. 그에게 있어 완성에 이르는 길은 살인적인 자기파괴와 가지고 있던 믿음의 상실, 자기해체로부터 생겨났다. ‘자기처형’없이는 새로운 자기가 있을 수 없다. 단순한 자기변화로부터 스스로에게 반대하고 자신의 적이 되려는 데서 그의 기쁨이 생겨났다.


p.278.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상과 나의 것을 접속하여 사생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들뢰즈의 취미였다는 것이다.

p.283. ‘새로운 장르의 일상적 삶을 창조하는 것’, 이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실천적 개혁이고 혁명이었다.

p.288.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서의 자아경영 철학.’ 이것이 바로 내 학습의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한 줄기를 이룬다.

11장. 일

p.294. 하루가 내 연구의 기본 단위다.

p.297. 어떤 이론도 어떤 조언도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설득하기는 어렵다.

p.300. 모방의 또 하나의 요령은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이다.’라는 노회한 충고를 기억하는 것이다. -중략- 창조성이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창의적 발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죽어 있는 정신을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p. 304. 글을 쓰기 위해서는 늘 읽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야 한다.

p.305. 나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의미와 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개인적인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며 믿음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진력을 다한다. 감수성이 강하고 사려가 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능란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그러나 세계를 함께 할 사람들을 고르는 데 까다롭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보일 수 있다.

p.311. 유일한 사람이 되어라. 이것은 최고가 된다는 뜻이다. 유일한 자만이 최고로서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최고가 된다는 것은 무자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일생을 모두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매력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은 늘 한 길로 간 사람들의 것이다. 적어도 나는 한 길을 가기에도 숨이 차다. 다른 것들을 넘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p.312. 유일함을 수련하는 방식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깊숙한 곳에서 잠에 취해 있는 자신을 깨워내는 것이다. 그것은 대개 아주 깊은 산중에서 잠에 빠져 있기 십상이다. 게으르고 잠을 즐기며 눈치를 보고 비겁하고 교활하지만,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견하지도 못하고 발휘할 줄도 모르는 미숙한 영웅이기 때문이다.

p.313. 누구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인물을 얻어야 한다. 그 첫번째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p.317. 일이 사랑이 되지 않으면 그 일은 내 일이 아니다.

p.318. 삶에 대한 하나의 사례로서 나는 내 삶 자체가 매혹적이기를 바란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다는 것, 이것을 나는 매혹적인 삶이라고 부른다.

p.340. 정신적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늘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정신을 새롭게 닦아놓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그러므로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어제의 진실은 오늘은 진실이 아니다. 늘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는 정신은 죽은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나는 그동안 자서전을 기피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자신이 쓴 살아있는 이의 자서전이다. 전같으면 우습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곳곳에 밑줄을 그으며 공감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가 내내 생각해 보았더니 진솔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사십대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들을 관통하고 있었다.

‘ 자신에 대해 쓰다 보면, 해보지 못해 안타까운 일들이 밝혀지고 절실해진다. 이때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은 그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된다.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서의 자기 경영’은 바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깊은 공명이 가는 대목이다. 사십대인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 내가 가졌던 절박함을 저자는 차분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점이 독자를 설득시키는, 바로 구본형의 힘이다.

매순간 결정때문에 고민을 하고,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지금의 나에게도 이 책은 힘이 되어 줄 책이다.
개정판을 내면서 저자는 자신의 그 후 삶을 다시 한 번 정리했을 것이다.
후일 자서전을 쓸 때 우리 제자들이 그 자서전을 정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부님은 우리에게 다음주 과제로 자신의 개인사를 50페이지로 늘릴 것을 주문 하셨다. ‘이십대에 썼다면 자신의 삶을 더 잘 정리했을 것이라는 사부님의 말씀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사부님의 사십대의 자서전을 읽고, 나 자신의 개인사를 정리하려니 어쩐지 더 힘이 들 것 같은 예감이다.



사부님의 강연후 답문을 올려 두며 글을 마친다.

E: 강연 중에, 성공적인 직업을 찾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의 ‘기질’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어떤 ‘기질’이 소장님을 현재의 모습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하세요?


K: 저는, ‘내성적’인 기질을 타고 났다고 하겠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는 힘이 강해요,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적극적’인 기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죠. ‘내향적’임에도 ‘창조적’인 사람인 것이죠. 저는 저에게 감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감수성을 발휘하여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즐거워하는 이런 기질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네요.


E: 소장님은 20년을 일하셨던 직장을 떠나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세우는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도 탄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소장님이 설계하신 미래의 모습을 듣고 싶습니다.


K: 40대가 저에게는 직장인에서 작가로 탈바꿈하는, 개인적인 전환의 시기였습니다. 50대가 되자 저는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14년, 60이 되었을 때 바라는 풍경을 그려 보며 10년을 설계해 보았습니다. 십년 뒤 제가 이룩하고 싶은 열 개의 꿈을 저는 ‘십대풍경’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개인대학 만들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중요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저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들 대학이란, 연령, 학벌, 직업 등을 전혀 따지지 않고 10명의 연구원을 모집하여 1년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연구소를 수료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하는 것입니다. 졸업 논문처럼, 수료할 때 반드시 책 한권씩을 출판해야만 하는 것이죠. 지금 저의 연구소에는 이러한 연구원들이 뽑혀 자기 계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E: 오늘 강연은 사회 생활을 준비하는 예비 직장인들에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설명회에 참가한, 새내기로 2008년을 맞이하는 학생들에게도 한 말씀 해 주신다면.

K: “‘연애’를 많이 해라.”입니다. 이성과의 연애도 좋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에 미치는 겁니다. 여러 가지 일을 통해 소질을 발견하는 과정을 저는 ‘연애’라고 부르겠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새내기 여러분을 기다릴 많은 일들이 있을 겁니다. 그 모든 것들과 열심히 ‘연애’하십시오.

[출처] 구본형-'기질'을 발견해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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