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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4일 09시 27분 등록
수소혁명
제러미 리프킨 지음, 이진수 옮김, 민음사


I. 저자에 대하여

제러미 리프킨 책 제목은 유독 ‘종말’이란 단어를 즐겨 쓴다. 즐긴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엔트로피』(1989) 이후 『육식의 종말』(1993)을 펴내면서 본격적인 종말 시리즈를 선보였다. 『노동의 종말』(1995), 『소유의 종말』(2000) 그리고 『수소혁명』(2002)과 『노동의 종말』(2005)에 이르기 까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엔트로피』에서 이야기한 에너지의 소멸이다.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연료는 가까운 미래에 바닥을 들어낼 것이니 보다 효율 좋은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트로피 법칙은 그가 뒤이어 쓰게 되는 모든 책에 사상적 기반이다. 어쩌면 종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원론을 갖고 출발한 것이다.

그는 여러 미래학자 중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원론적인 자료의 많은 부분 또한 비관적인 학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는 엘 고어와 괘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그가 『육식의 종말』(1993)을 펴내면서 주장했던 내용을 잠시 보자.

“현재 지구상에는 12억 8천만 마리의 소들이 있다. 소들은 지구 땅덩이의 거의 2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수억의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의 곡물을 소비하고 있다. 소들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지구 전체 인구가 차지하는 무게를 능가한다. 축산업은 지구환경과 인간의 건강과 우리 문명의 경제적 안정성에 유례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축산업은 세계의 굶주림과 오염과 삼림벌채와 사막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며, 야생 생물의 멸종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짐승들은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방출하는데, 이것은 지구온난화의 관건적 요인이다. 글자 그대로 축산업은 지구의 장래를 위협하고 있다.”
- 쇠고기를 넘어서

결론적으로 소를 기르기 위해 쓰는 에너지가 그 소가 주고 가는 에너지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고, 환경까지 피폐하게 만든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은 NGO들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해주어 사회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그는 육식의 종말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육식이 지배하는 세상은 앞으로도 선택받은 소수와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한 다수 간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어느새 현실이 되어 우리 눈앞에 다가올 것이다."

2008년 5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쇠고기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인류는 건강을 놓고 룰렛 게임(Roulette Game)을 하고 있다. 한국이 무턱대고 GMO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면, 결국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엔트로피’,‘육식의 종말’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63) 미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이사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들은 GMO나 미국 쇠고기를 받아들이기 전에 미래에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에 대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테크 시대』(1998)를 선보이면서 그는 생명공학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에 경각심을 환기시켰다. 이후 『소유의 종말』(2000)에서 ‘소유의 시대’는 가고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종합적인 사고와 신선한 시각으로 세계의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리프킨이 ‘혁명적인 수소 에너지’ 시대를 예고하면서 『수소 혁명』을 펴냈다. 이 책은 경제, 정치, 사회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소 에너지 체계의 미래를 진단하고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가 핵에너지를 포기했을 때 신문에 다음과 같이 인터뷰 했다.

“리프킨은 '핵에너지가 21세기에 실용 가능한 선택'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그 비용과 안전 문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반대를 분명히 했 으며, 수소가 햇빛이 비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에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라고 보고 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의 확보가 가능해질 때 그 에너지의 일부는 물에서 수소를 얻는데 사용하게 되고, 그렇게 얻은 수소는 에너지전지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 할 수 있다고 리프킨은 덧붙였다.“

다음 글은 리프킨의 최근 저서 『노동의 종말』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듣게 된 그의 기조연설문이다.

제레미 리프킨 ‘ 노동의 종말’ 저자 기조연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날, 수 억 명이 전세계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거나 불안전 취업 상태에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향후 몇 년간도 이런 전망이 나아질 기운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겪고 있는 이 고용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겪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실업률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 할 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취해왔던 해결, 방법은 더 많은 생산을 하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상황은 최근 몇 년간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생산은 크게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그만큼 창출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입니다.

한 가지 예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나라에서는 많은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이 늘 불만을 토로합니다, 많은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가 중국사람에게 돌아간다, 생산의 많은 부분을 중국 사람들이 담당을 한다는 불만을 갖습니다. 물론 중국의 생산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흥미로운 통계수치가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 공장 근로자의 15%를 지난 7년간 감축했습니다. 자동화 기기로 대체했고 또 첨단기술로 대체가 됐던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장 일자리의 11%가 지난 7년간 없어졌습니다. 현 추세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공장근로자, 공장일자리 자체가 21세기 중반쯤 가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화이트 칼라와 서비스 산업에도 비슷한 추세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어떤 지능화된 기술들이 거의 한 부문씩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우리 근로자들의 능력을 배양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정보화 시대의 일자리에 맞는 새로운 면모를 갖추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컴퓨터 엔지니어, 과학자, 교육자, 컨설턴트 그리고 테크니션 들을 키워내자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모든 근로자들의 능력을 다 배양시킬 수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새로운 지식, 일자리를 위한 적합한 면모를 갖췄다고 한 번 가정 해봅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의 젊은 사람들이 새로이 사회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일자리가 충분치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역사상의 전환기에 와 있다고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200년 전 산업혁명의 예와 비교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산업혁명은 노예 근로를 없앴던 사건이었습니다. 그 당시로 돌아가 보면 노예를 없앴던 이유는 어떤 노예 한 명을 먹여 살리기보다는 스팀 엔진에 석탄을 실어 나르는 것이 훨씬 더 쌌기 때문에 노예가 없어졌던 것입니다.

이제 20세기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노동력이 싼 근로자가 우리가 새로이 개발하는 첨단 기술 보다는 그래도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하고요,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기술의 발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기회도 줄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인간이 필요 없어지는 그런 상황이 되면 인간은 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해야 될지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첨단 기술이 인간을 대체해 나가는 이 시기에 이러한 문제를 생각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본 생방송이 끝난 후에 한 시간 동안의 강연에서 저는 몇 가지 제안을 내 놓을 것입니다.

일단 근로 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전력, 에너지 인프라 자체를, 수소 에너지 등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시키면서 환경도 보호하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어떤 대안적인 고용을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시민사회에서 수 백 만개의 일자리를 제3의 부문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요, 우리가 더욱더 많은 대화를 통해서 이런 새로운 변화를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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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은 세계 각국의 500여 개 대학교에 초청되어 과학 기술의 새로운 조류와 그것이 세계의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했다. 1994년부터 워튼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부의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행사할 뿐 아니라 유수 기업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비영리 조직인 ‘경제 교륙 재단 Economic Trends'을 설립하여 사회의 공공 영역을 수호하기 위한 계몽 운동 및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II.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 두 개의 현실 사이에서

21세기 중반쯤이면 현재 투입되고 있는 인간 노동력 가운데 극히 일부만으로도 모든 인류가 쓸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시장에서 더 이상 노동할 필요가 없을 때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8p

시간 자체가 가장 귀하고 값진 자원으로 등장한 사회에서 공급자는 자산 소유권을 갖고, 소비자는 상품 및 서비스 접속 시간에 대해 돈을 지불한다. 9p

본질상 상업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아니면 사회적인 것이든, 과거 두 세기 동안 이뤄진 모든 진보는 화석 연료이용으로 촉발된 동력의 엄청난 급증과 어떤 식으로라도 연관돼 있다. 10p

세계화를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라는 관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15p

앞으로 수년 안에 컴퓨터, 통신 혁명이 수소 에너지 혁명과 융합되면서 21, 22세기의 인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강력한 혼합물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수소는 적절히 이용만 하면 고갈 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인류가 ‘강한 힘’ 을 얻게 되면서 수소는 사상 초유의 진정한 민주 에너지로 등장할 전망이다. 17p

이제 최종 소비자가 에너지 소비자임과 동시에 생산자로 등장하고 있다. 18p

2. 미끄러지는 허버트의 종형(鐘形) 곡선

내노라하는 많은 지질학자와 전문가는 EIA의 주장과 전혀 다른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들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생명줄인 값싼 원유 생산은 오는 2010년, 늦어도 2020년 이전 결정을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서 ‘절정’이란 ‘최종적으로 회수 가능한 석유의 추정 매장량’ (EUR) 가운데 반 정도가 생산됐을 때 나타난다. 24p

노련한 지질학자 장 H. 라에레르는 매장량의 정의를 둘러싸고 온갖 용어가 난무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들로 하여금 정치적, 상업적 목적에 따라 수치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과 맞아떨어지는 수치를 제시하기 위해 모호한 정의가 동원되는 기득권”에 대해 꼬집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석유는 돈이다. 매장량은 은행, 다시 말해 계좌 감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깊은 지하 은행에 예치된 돈이다.” 26p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요 숫자 세 가지가 있다. 세계적으로 일반유가 지금까지 얼마나 채굴됐는지 알 수 있는 누적 생산량, 세계 석유 매장량 추정치, 회수 가능한 미발견 석유량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셋이 종합돼야 최종적으로 회수 가능한 석유의 총량을 파악할 수 있다. 27p

석유의 황금기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소규모 유전이 앞으로 발견되지 않으리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소규모 유전이 새로 발견된다 해도 계속 줄어드는 확인 매장량만큼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33p

새로 발견되는 석유량이 날로 줄고 확인 매장량도 점차 감소한다는 것은 향후 20년에 걸쳐 예상되는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를 놓고 볼 때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인구가 현재의 62억에서 오는 2020년 75억으로 증가할 판에 석유 비축을 둘러싼 압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인구 증가는 도시화 과정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는 운송, 난방, 전력 생산, 농업 생산, 산업 생산에 필요한 석유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인구 폭발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35p

경제 전문지 <<포춘>>은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 대국이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들 경우 “하루 필요로 하게 될 석유는 1억 1900만 배럴일 것” 이라며 “이는 2000년 세계 전체 수요량보다 50퍼센트 많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36p

새로운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세계 석유 생산은 오는 2010년에서 2020년 결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2010년 이전 절정에 이룰 것이라고 주장한 연구 결과도 더러 있다. 다시 말해 그 기간 안에 EUR 가운데 반은 이미 생산될 것이라는 뜻이다. 세계 석유 생산이 결정에 이르면 국가, 기업, 소비자들은 남아 있는 반을 두고 서로 다툴게 뻔하다. 그 결과 유가는 거침없이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 앞으로 석유 파동이 다시 일어날 경우 원인은 석유가 진짜 모자라서일 것이다. 38p

하버트는 1971년 그와 똑같은 모델을 이용하여 세계 석유 생산량 가운데 80퍼센트 정도가 인간의 일생보다 짧은 58년에서 64년 안에 생산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40p

셸 석유 연구소에서 석유 엔지니어로 일한 바 있는 케니스 S. 디페이예스는
오늘날 어떤 요수가 새로 가미된다 해도 석유 생산이 절정에 이를 연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카스피 해에서 어떤 탐사 작업이 이뤄지고, 남중국해에서 어떤 유정 굴착 작업이 진행된다 해도, 어떤 레저용 차량(SUV)으로 교체한다 해도, 어떤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해도, 석유 확보 전쟁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43p

세계 석유 생산이 일찍 절정에 이를 경우 국제 사회가 겪게 될 고통을 우려하고 있는 디페이예스는 “그나마 핵탄두가 아닌 돈으로 치러지는 전쟁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수밖에......” 라며 말끝을 흐렸다. 43p

오랫동안 대표적인 석유 공급국으로 군림하면서 1950년대까지 세계 생산량의 반 이상을 차지했던 미국은 1970년 이래 석유 생산이 꾸준히 감소해 왔다. 미국의 석유 생산이 절정에 이른 해가 바로 1970년이다. 1970년 이래 미국의 석유 수입략은 점증했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소비국이다. 48p

EIA는 앞으로 수년 안에 미국의 대외 석유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에서 수입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48p

매장량이 아무리 부풀려졌다 해도 현재 남아 있는 세계 일반유 매장량 가운데 2/3가 중동에 있다는 점은 모두 공감한다.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6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50p

현재의 증산계획이 예상되는 향후 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해도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동에서 석유 생산이 절정에 이르기 훨씬 전 유가는 껑충 뛰게 될 듯싶다. 미국 의회조사국에서 근무한 바 있는 조지프 리바는 이렇게 경고한다.
현재의 석유 증산 계획으로....... IEA가 전망한 2010년 세계 석유 수요를 반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의 증산 계획에 들어갈 비용만 1000억 달러를 웃도는 데다 점증하는 세계 석유 수요까지 충족시키려면 걸프 만 지역 정유 시설 개선 및 확장에도 따로 200억 달러가 투입돼야 한다. 현재의 계획 범위를 뛰어넘는 석유 증산에는 베럴당 기준으로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남아 있는 석유를 찾아내는 일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52-53p

비관론자들은 세계가 지금 험난한 파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세상은 향후 사태에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닥칠 석유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것으로 우리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듯싶다. 그러 인한 영향은 미래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53p

3. 에너지와 문명의 흥망성쇠

화이트는 에저니 이용과 문화 진화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간단한 잣대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문화의 ‘진보’ 수준을 측정하는 데는 세 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첫째 ‘1인당 연간 에너지 사용량’, 둘째 ‘에너지를 현실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기술 수단의 효율성’, 셋째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재화와 서비스 생산량’이 바로 그것이다. 59p

아인슈타인은 열역학 법칙으로 눈을 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나의 이론이 깊은 인상을 남기려면 전제가 단순해야 한다. 전제가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그것이 설명하는 사물의 종류는 다양하며 응용 범위도 넓다. 고전 열역학은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줬다. 확신컨대 고전 열역학은 보편적 개념 내용으로 이뤄진 유일한 물리학 이론이다. 기본 개념의 응용이라는 틀 안에서 고전 열역학 이론은 결코 폐기되지 않을 것이다. 63p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 총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한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이 일정하다는 열역학 제1법칙을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에너지가 새로 생성되거나 소모될 수 없다는 뜻이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시간이 시작된 이래 변함 없었으며 시간이 종말을 고할 때까지도 벼치 않을 것이다. 63p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항상 한 방향으로만 변형된다. 뜨거운 것에서 차가운 것으로, 응집에서 분산으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움직이다. 65p

소디는 열역학 법칙이 “궁극적으로 정치 체계의 흥망성쇠, 민족의 자유나 예속, 상거래와 산업의 움직임, 부와 가난의 근원, 인류의 물질적 복지를 통제한다.”고 주장했다. 67p

생물학계에 따르면 생명은 비평형 열역학의 한 본보기다. 생명은 주변의 넓은 환경으로부터 얻은 자유에너지와 이용 가능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처리한다. 이로써 질서를 유지하고 평형 상태, 즉 죽음과 동떨어진 상태에 머무는 것이다. 68p

진화 수준이 높고 복잡한 사회 조직일수록 조직 지탱에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엔트로피가 생산된다. 이렇게 단순한 사실이 정통 경제 이론과 상충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에 의해 사회와 환경이 짊어져야 할 냉혹한 ‘실제 세계’의 현실들을 조정할 수는 없다. 73p

흔히들 GDP를 한 국가가 연간 창출해 내는 부(富)의 잣대로 생각한다. 그러나 열역학에서 보면 GDP는 이용 가능한 에너지량을 감소시키고 엔트로피만 쌓아 올린 대가로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에 스며든 일시적 에너지 가치의 척도다. 75p

토인비는 위대한 문명들이 붕괴하는 것은 ‘활력의 결핍’, 다시 말해 사회의 기능을 뿌리째 뒤흔드는 장애물 극복에 필요한 인간 에너지가 충분히 동원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78p

테인터에 따르면 집단 구성원 1인당 에너지 수익이 감소하고 단지 복잡한 사회 제도를 유지한답시고 비축 에너지마저 더 소비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성숙한 문명의 붕괴는 시작된다. 79p

문명의 마지막 단계에서 귀중한 에너지 자원은 물론 남은 잉여 식량마저 군대 유지에 동원된다. 그 결과 신민의 분노와 반감만 더 부채질할 뿐이다. 사람들이 흩어져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서면서 붕괴 과정은 촉진된다. 정복이든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이든 새 에너지가 나타나지 않으면 붕괴는 피치 못할 판이다. 81p

흔히들 로마가 몰락한 것은 지배 계층의 타락, 지도자의 부패, 노예들에 대한 착취, 이민족의 탁월한 침략 전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로마 몰락으로 이어진 좀 더 근원적인 원인은 기름졌던 제국의 토양이 황폐화하면서 소출도 줄었다는 점이다. 농업 생산으로는 로마의 인프라와 로마인의 복지를 유지할 만큼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될 수 없었다. 로마의 이용 가능한 유일 에너지 체계가 고갈됐다는 것은 산업 사회의 버팀목인 값싼 화석 연료가 고갈돼 가고 있는 지금 우리 문명에 경종을 울리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83p

4. 화석 연료 시대

세계의 에너지 역사상 화석 연료 문명으로 이행한 속도만큼 빠른 변화는 없었다. 미국의 경우 130년 전만 해도 연료 공급의 총량 가운데 3/4이 목재였다. 목재는 난방용뿐 아니라 기선, 기차의 연료로도 사용됐다. 90p

석탄은 석유, 천연가스보다 접근하고 이용하기 훨씬 쉬운 에너지 형태다. 많은 나라들이 비교적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원에서 발굴과 처리가 다소 어려운 에너지 형태로 옮겨 가는 사이에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는 더 복잡하고 체계적이며 중앙 집중화한 모습으로 변한다. 95p

영국의 정치인 어니스트 베빈은 “천국이 정의로 움직인다면 속세는 석유로 움직인다.”고 말했을 정도다. 100p

2차 대전은 세계 석유 공급량 가운데 86퍼센트를 장악한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105p

흥미로운 것은 미국 기업들이 수익마진 하락의 주된 이유로 늘어난 인건비와 ‘연료 비용’을 꼽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전반에서 에너지 흐름을 통제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들 기업은 산업 구도상 서로 얽혀 있는 다른 기업의 상거래 조건을 결정짓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106-107p

현대식 사업구조는 화석 연료 시대의 산물이다. 현대식 사업구조가 완숙기에 이른 것은 1920년대다.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공장의 동력원이 증기에서 전기로 전환된 시기와 일치한다. 114p

21세기 들어 주요 산업 가운데 많은 부분을 열 개도 채 안 되는 다국적 기업이 장악했다. 경제력 통합과 중앙 집중화는 에너지 흐름의 증가와 더불어 진행돼 왔다. 앞으로 언젠가 세계 석유 생산이 절정에 이를 때까지 이런 경향은 계속될 전망이다. 120p

5. 이슬람의 ‘와일드 카드’

서구인은 이성과 신앙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사회 생활에서 이성을 우선하고 신앙은 사생활 영역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135p

석유금수는 서방 동맹국들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특히 유럽 열강은 아랍 토후들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미국에 비해 유럽의 중동 원유 의존도가 훨씬 높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11월 유럽공동체(EC)는 아랍과 이스라엘 분쟁에서 아랍을 지지한다는 결의안까지 체택했다. 이에 따라 아랍 국가들은 12월 단행할 대(對)유럽 석유금수 조치를 철홰했다.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유럽보다 높은 일본 역시 아랍 국가들을 지지했다. 이로써 일본도 금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가 폭등은 산업 선진국들을 경기 침체의 깊은 늪으로 몰아넣었다. 2차 대전 이래 처음 실업률이 배로 증가하고 국민총생산(GNP)은 하락했다. 145p

오일 붐이 이슬람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졌다면 오일 불황은 신세대 무슬림에게 서방뿐 아니라 부패하고 둔감한 내부 독재 정권도 타도해야 할 대상이라는 확신을 심어 줬다. 148p

오일 붐 시대에 중동, 그중에서 특히 중동 석유 가운데 90퍼센트가 매장돼 있는 걸프 지역의 많은 국가는 불로소득 사회로 변했다. 148p

물론 진정한 의미의 ‘공짜’란 없다. 걸프 지역 정부들은 공짜의 대가로 구가에 대한 완벽한고 확고한 충성을 국민에게 요구한다. 현대적 의미의 정치적 이견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한때 많은 중동 국가에서 하나의 정치 세력을 형성했던 노동조합들이 적어도 걸프지역에서 만큼은 불법화됐다.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연방에서 정당 설립은 불법이다. 이라크에서 허용된 정당은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집권 바트당뿐이다. 이라크 방송 매체는 정부의 통제 아래 있으며 신문은 검열 대상이다. 세습 엘리트 집단이 이끄는 걸프 지역 정부들은 정부 입장과 다른 정치적 견해가 방송되거나 공표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없애 버렸다. 149p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니셨고 난 자동차를, 아들은 제트 비행기를 몰고 다니다. 그러나 내 손자는 낙타를 타고 다니게 될 것이다.” 151p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정치 세력과 종교 세력의 연대 때문이다. 두 세력의 연대는 250년 훨씬 전부터 이뤄졌다. 152p

석유는 알라의 선물이며 동시에 저주였던 것이다. 154p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서는 원유 수출 수입으로 점증하는 인구의 사회적,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5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해마다 재정 적자를 면치 못했다. 155p

날로 열악해지는 경제 상황에 분노한 청년 무슬림은 정부의 억압 정책을 가만히 두고 볼 태세가 아니다. 한편 걸프 지역 정부들은 현재 직면한 고질적 경제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그들 정부는 표현의 자유 허용과 미래의 대안 제시를 위한 입장 표명도 꺼리는 것 같다. 156p

서방은 정치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와 연계시키는 반면 이슬람 세계에서 정부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신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신이 아닌 국민이 정부에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신성 모독이다. 다시 말해 노골적인 ‘신권 침해’다. 160p

중동지역 국가들의 운명은 여러 면에서 소외된 빈곤층 청년 수백만 명이 이슬람 부활을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실질적이고도 유일한 희망으로 보느냐 안 보느냐에 달려 있다. 162p

6. 녹아내리는 지구

덩컨은 2000년 미국 지질학회 정상회담 기조 연설에서 미국의 경우 2012년경 천연가스 부족으로 순환 단전 조처가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170p

2020년으로 접어들 즈음 원유와 천연가스 확보 경쟁은 격화할 것이다. 개발도상국, 그중에서 특히 중국과 인도가 선진산업국처럼 이들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면서 확보 경쟁은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171p

석유와 천연가스가 귀해지고 에너지 수요도 늘어 비일반유로 전환하는 시기마저 예상했던 2050년에서 2015년으로 앞당겨질 경우 CO2 방출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기후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173p

중국과 인도의 석유 사용량이 오는 2020년 안에 92퍼센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세계 석유 생산마저 조기에 절정을 이룬다면 석탄은 많은 산업 국가에서 주요 에너지원으로 재 편입될 수 있다. 173p

인간 활동이 지구에 끼친 영향만 놓고 볼 때 지금까지 인류가 저지른 가장 부정적인 해악은 지구 온난화일 듯싶다. 인류는 말 그대로 10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지구의 생화학에 큰 악역향을 미쳤다. 수만 년 뒤 미래 세계가 오늘날을 되돌아 볼 때 지질학적 측면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물려준 유산이라고는 지구 기후에 미친 ‘질적 변화’뿐일 것이다. 179p

IPCC 공동 의장 겸 영국 왕립 환경오염방지위원회 위원장인 존 휴턴 경은 세계 전역의 미생물과 동식물이 특정 기후에 맞게 진화하고 적응해 왔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기후 변화는 많은 종이 지닌 경쟁력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기후 변화라도 시간이 흐르면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185p

고기후학적 기록을 바탕으로 추론컨대 현재 예상되는 것은 온실 가스 농도에 비례한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끊임없는 급변이다. 그 결과 광범위한 지역에 엄청난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다. (.........) 그런 가능성을 부정하거나 과거 기후 급변 사례를 가볍게 봐 넘긴다면 엄청난 대가에 직면하게 대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190p

문명이 기존 에너지 체계의 ‘전환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체제 재정비로 다시 일어서든지 아니면 끊임없이 인프라 노후화와 퇴화로 결국 붕괴되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에너지 체계인 석유 기반 문명이 전환점으로 다가서기까지 이제 수년밖에 남지 않았다. 192p

7. 허술한 틈새

농약은 남아있는 토양마저 파괴한다. 토양에는 지렁이와 절지동물은 물론 수백만 마리의 박테리아, 균류, 조류, 원생 동물이 살고 있다. 토양의 비옥도 구조를 유지하는 게 바로 이들 유기체다. 209p

오는 2020년경 세계 석유 생산이 절정으로 치닫고 유가가 급등할 판에 점증하는 인구를 어떻게 21-22세게로 이끌 것인가. 아직은 비교적 저렴한 석유가 넘쳐나는 데다 농산물 소출도 많지만 영양 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는 10억에 이른다. 211p

정치가, 경제학자, 소비자들은 자동차 연료인 가솔린이 고갈돼 간다는 생각만 해도 괴롭기 그지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석유 생산이 ‘종형곡선’의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작물 경작비마저 치솟아 수억, 아니 수십억 인구가 자신은 물론 가족을 멱여 살릴 식량 조차 살 수 없게 되리라는 점이다. 212p

현대 사회의 붕괴에 대해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전기, 전자 기기 플러그를 모두 뽑아 보는 것이다. 그러면 빛, 열, 동력 모두 사라진다. 현대 문명이 종말을 고하게 되는 것이다. 215p

전기는 다른 주요 에너지 형태와 달리 실질적으로 저장이 불가능하다. 전기는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순간 송전선을 타고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저장 용기가 없기 때문에 송전선 가운데 어느 한 지점이라도 붕괴되면 잃어 버린 전기를 보충할 수 없게 된다. 223p

BP는 1인당 세계 석유 생산이 1979년 절정에 이른 뒤 계속 하향곡선을 그려 왔다고 밝혔다. 그동안 석유 생산이 증가했지만 인구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빨랐기 때문이다. 229p

8. 수소 경제의 새벽

에너지 형태가 무거운 것에서 가벼운 것으로, 물질적인 것에서 빗물질적인 것으로 꾸준히 진보하면서 산업활동의 무게도 가벼워졌다. 234p

석유는 철로로 운송되는 석탄보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더 신속히 움직이며, 가스는 액체인 석유보다 훨씬 가볍고 빠르게 이동한다. 에너지 형태가 고체에서 액체로, 다시 기체로 탈바꿈하는 동안 점차 빠르고 효율적이며 가볍고 빗물질적인 관련 기술, 상품,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235p

앞에서 언급했듯 수소는 도처에 널려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수소는 물, 화석 연료,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 내재하며 에너지 형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출해야 한다. 242p

일반적으로 ‘분산전원’이란 공장, 기업, 공공건물, 주거지 등 최종 소비자가 머무는 지역이나 인근에 위치한 집합 혹은 단독 소형 발전소를 일컫는다. 255p

흥미로운 것은 기존 전력업체들이 최근까지만 해도 분산전원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현재 분산전원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산전원은 최종 소비자의 특별한 에너지 욕구를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 집중식 전원에 의지하는 것보다 훨씬 싸고 효율적이다. 260p

EPRI는 최근 「미래에 대한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분산전원은 컴퓨터 산업의 발전 과정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대형 컴퓨터는 지리적으로 분산된 소형 데스크톱과 랩톱 컴퓨터에 자리를 내줬다. 소형 컴퓨터들은 유연한 통합 네트워크로 한데 연결돼 있다. 전력 산업에서 중앙 집중식 발전소가 앞으로도 변함 없이 주요 역할을 담당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더 작고 깨끗한 분산 발전기가 필요하다. (.......) 에너지 저장 기술이 소형 발전기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첨단 전자식 제어다. 전자식 제어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시스템에 수반될 엄청난 정보량과 전력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 요소다. 263p

기존 전력업체는 새로운 기획 아래 최종 소비자를 서로 연결하고 그들이 잉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유리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일종의 ‘가상 공익업체’로 변모하는 셈이다. 분산적원 시대 전력업체의 주요 업무는 콘텐츠 생산이 아니라 조율이다. 아메리카 온라인(AOL)이야말로 전력업체들의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265p

헨리 포드의 증손자로 포드 자동차 회장인 빌 포드는 “연료전지가 100년 동안 구림해 온 내연기관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269p

새로운 수소 연료전지 시대에 자동차 자체가 20킬로와트의 발전 용량을 지닌 ‘바퀴 달린 발전소’라는 점도 중요하다. 271p

자동차업계가 수소 연료전지 구동 자동차로 전환하는 동안 맞닥뜨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솔린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어떻게 수소를 싸게 생산, 분배, 저장하느냐는 것이다. 271p

그동안 많은 토론, 논쟁, 적잖은 시행 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오는 2010년 안에 내연 기관의 종말과 수소 구동 연료전지 자동차의 새벽을 목격하게 되리라는 게 중론이다. 276p

GM이 수소 구동 연료전지 자동차의 새 전형을 선보인 그 주, 미 에너지부는 고연비 가솔린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체결한 15억 달러 상당의 8개년 공동 프로젝트 대신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77p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에너지 형태, 일각에서 말하는 ‘영구 연료’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문턱까지 이르렀다. 컴퓨터, 휴대폰, 휴대용정보단말기(PDA)처럼 수소 가격도 결국 저렴해질 것이다. 그럴 경우 진정한 에너지 민주화의 길이 열리면서 모든 인류가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280p

9.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재편

수소 생산비가 점차 저렴해져 결국 ‘무료’에 가깝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소 운송용 첨단 에너지 망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면 어찌할 것인가. 수소 시대 초기부터 수소 에너지원의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제도적 틀을 어떻게 짤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290p

분산전원 통합은 20세기 초 노동조합 운동에서 노동자를 결집시켰던 직업과 흡사하다. 당시 관리 계급과 노동 계약 조건을 협상할 때 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만으로 역부족이었다. 모든 산업계를 하나로 묶어야 협상에 필요한 힘이 생길 수 있었다. 집단 ‘파업’은 노동시간 단축, 노동 조건 개선, 임금 인상, 복지 증진에서 노동자의 강력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292p

분산전원 네트워크는 처음에 기존 전력 시스템의 보조 혹은 백업 시스템으로 가능하다. 점차 주요 전력원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296p

협동조합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생산자나 소비자가 한데 뭉쳐야 더 효과적으로 공급자와 흥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8p

협동조합은 분산 에너지 인프라와 더불어 하의상달식 조직 체계는 물론 새로운 수소 시대에 에너지 민주화를 더 용이하게 만들 민주적 관리 형태까지 제공한다. 299p

세계 인구가운데 65퍼센트가 평생 한 번도 전화를 걸어 본 적이 없다. 세계 인구 중 1/3은 전력 등 상업용 에너지를 전혀 접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전력을 접할 수 있는 ‘연결자’와 그렇지 못한 ‘비연결자’의 골은 매우 깊다. 세계 인구는 현재 62억에서 반세기 후 90억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 사이 연결자와 비연결자의 불균형은 더 심화할 듯 싶다. 인구 증가는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303p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절망적 빈곤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현재 6억 인구가 집이 아예 없거나 불안한 주거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세계은행은 오는 2010년 14억 인구가 깨끗한 식수나 위행 시설도 없이 살아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3p

더욱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갑부 358명이 세계 인구 가운데 반의 연간 수입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303p

역사를 통틀어 인류가 단순한 생존 차원 너머로 진보할 수 있는 역량의 잣대는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다. 오늘날 개도국 전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의 1/15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의 1/5이다. 304p

최소한의 일거리와 전력이 일단 확보되면 글 공부, 더 나은 위생, 물리적 안전, 예상 수명 연장 등 ‘삶의 기본적 질’을 추구하게 된다. 304p

1950년 미국인들이 누렸던 1인당 평균 전력 소비량을 해마다 1억 인구에 제공하려면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1000만 메가와트의 용량이 새로 가설돼야 한다. 이는 현재 전력 소비량이 네 배에 해당한다. 305p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와 기술을 사용하면서 수소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고 세계 전역의 지역 사회를 한데 잇는 분산전원 에너지망까지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수십억 인구가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306p

세계의 모든 개인과 지역 사회들이 에너지 생산자로 탈바꿈할 경우 권력 형태에 극적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제 권력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게 이니라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되는 것이다. 311p

인간으로 하여금 안전에 대한 기존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가장 강력한 새 계기는 화석연료 연소에 비롯된 지구 기온 상승이다. 318p

현재 지구는 인류를 이미 써 버린 에너지 안으로 몰아 대고 있다. 이미 써 버린 에너지, 다시 말해 엔트로피는 인류가 근대부터 필사적으로 추구해 온 자율과 이동성 모두를 서서히 손상시키고 있다. 318p

사실 지구가 살이 있는 유기체라면 그 유기체의 생화학적 작용을 방해하는 인간 활동으로 인간과 생물권 전체가 크게 영향 받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간 활동 가운데 가장 좋은 예가 화석 연료 에너지의 대량 소비다. 화석 연료 연소로 지구 기후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데다 모든 생명체를 떠받치는 생물권도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324p

특정 세대에 인간 상호 관계가 주변 세계를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우리에게는 태양 에너지가 있다. 수소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는 약속 어음이다. 그 약속이 실패한 모험이나 잃어버린 기회로 무효화되느냐, 아니면 인류와 모두 생물종을 우해 지혜롭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326p

III. 내가 저자라면

지구는 스스로 자기를 조직할 수 있을까?
토마스 쿤은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처음으로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를 썼다. 정상상태에서 그러니까 별 문제가 없는 세상이 지속되다가도 그것이 변하기 시작하는 단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비평형으로 올 수도 있고 또 다른 과학 이론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지구 또는 인류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과학은 그것을 시간이 지난 뒤 뒷받침했다. 아무리 비관적인 미래가 점쳐진다 해도 나는 지구가 스스로 자기를 조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의 존재가 먼지보다도 더 미약한 우주도 스스로 자기를 조직해 나가기 때문이다. 단지 시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엔트로피로부터 수소혁명까지
제러미 리프킨의 수소혁명은 『엔트로피』(1989) 이후 15년 만에 선보인 그의 에너지 철학이다. 나는 1993년 처음 『엔트로피』 접했을 때 꽤나 충격적이었다.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라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을 믿기 싫었다. 또한 책에서 대안으로 이야기한 태양광에너지와 핵융합에너지에 대해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었다. 그야말로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상상하는 것 자체가 암울했다.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 해준 것은 제러미 리프킨의 책은 그 혼자만의 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참고문헌이 등장한다. 진보주의자들 보다는 비관주의자의 해체적이고 치밀한 논문과 정부 및 NGO의 보고서 등 그가 꿴 서말의 진주는 목걸이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훌륭한 세공사다.

그의 예견을 뒷받침 해주는 참고문헌
궁금한 것이 있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고 책을 기획했을까? 아니면 이런 저런 책을 보다보니 이런 미래가 올 것이라고 시간이 흐르면서 느낀 것일까?
『엔트로피』에서 리프킨은 핵융합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손색없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런제 15년이 흐른 후 『수소혁명』에서는 그 이야기가 한자도 나오지 않는다. 『수소혁명』에서는 반대로 『엔트로피』에서 제기한 핵융합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거론하지 않았다. 핵융합의 대안은 이제 가능성이 희박한 것인지 궁금했는데, 책에서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난 이 부분에서 솔직히 그가 핵융합에 대한 최소한의 이야기는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참고문헌의 힘은 대단하다. 그는 그의 제자들이 찾아낸 각종 자료를 논리적으로 구성했다. 리프킨의 과거에 대한 논리는 탄탄하다. 대부분 지나온 것에 대한 확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멀지 않은 장래는 그것으로 예측이 가능했다. 그의 논리는 대부분 인과론적 논리다. 삼단논법식의 결과에 대한 근거를 확실히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것은 과거의 문제와 20년 이내의 가까운 장래에 대해서만 그렇다는 단서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수소혁명』 좀 더 치밀했으면
이 책의 대부분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문제점에 대한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와 더불어 경제, 산업적인 부분까지 상당한 내용의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지난 과거를 정제했다.
차례를 다시 보면
1. 두 개의 현실 사이에서
2. 미끄러지는 허버트의 종형(鐘形)곡선
3. 에너지와 문명의 흥망성쇠
4. 화석 연료 시대
5. 이슬람의 ‘와일드 카드’
6. 녹아 내리는 지구
7. 허술한 틈새
8. 수소 경제의 새벽
9.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재편

총 9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향 후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개괄적으로 표현했다.
2장부터 7장까지 총 6장에 걸쳐 수소혁명이 되리라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생산량이 최고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과 지구 온난화로 야기될 미래의 재앙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계정세 속에서 화석연료의 대부분이 중동지역에 있다는 점은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불안정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동 산유국들의 국가 유지 방식에 상당한 우려를 보내고 있다.
8장과 9장은 수소를 에너지화 하기 위해 대부분 선진국들이 노력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잠시 나온다. 그리고 분산전원을 인터넷 혁명과 비교하면서 아래로 부터의 혁명을 이야기했다.

과학자가 아닌 사회학자로서 리프킨은 수소를 에너지화하려는 실질적인 결과물에 대해서는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 『수소혁명』의 책 속에서 정작 수소에 대한 이야기는 논리적이지 못하다. 2-7장은 상당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접근법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8-9장은 NGO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대안 제시에 논리적 비약까지 보인다.

결국 수소에너지를 통해 에너지의 분산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견한 것인데 아직 수소에너지는 기초적인 개발단계이다. 그의 말대로 에너지가 모든 지배 권력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 수소에너지 또한 그 지배 권력이 그것을 어떻게든 독점하려 들 것이다. 이 부분을 현재의 노동운동과 같은 사회 현상으로 풀어가는 방식의 9장 ‘아래로 부터의 세계화 재편’은 별로 리프킨 다운 발상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 수 십 년 동안 이러한 조직도 최초의 유기체적 발상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관료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방식은 저자의 날카로운 논리적 접근을 끝에 가서 흐린 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튼 『수소혁명』은 앞으로 인류의 큰 숙제를 안겨줬다. 물론 다른 많은 문헌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에너지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더더욱 힘겹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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