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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30일 12시 14분 등록



3) 내가 저자라면..




그 동안 내 영혼은 나의 것이 아닌 때가 많았다. 밥상에서조차 맛있는 반찬을 가장 마지막에 먹었던 나는 수많은 차선택들에 가려져 영혼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살지 못했다. 부족할 것 없는 인생이었지만, 그다지 만족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나는 우울했다.

칼리 피오리나의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나는 내가 그전과 많이 달라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변화하고 싶어 하는 내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내 편을 늘 들어주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었다. 성취에 관해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자신뿐이었다. 실제로 인생을 사는 것은 나였다. 내 인생이니까 더 멋지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손자병법>


-훌륭한 지도자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맛보기처럼 경험 했던 많은 실패들과 그녀의 힘든 순간들이 자주 겹쳐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위기를 대하는 자세였다. 비열하고 골치 아프고 유쾌하지 않은 사건들이 해일처럼 몰려오면 나는 그 높은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몸을 움츠리고 덜덜 떨면서 고개를 숙였다. 누구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위기의 상습적인 피해자였다. 매 맞는 아내였다.

그러나 칼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파악했다. 그리고 실행했다. 두려웠을지라도 그녀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늘 정면으로 당당히 맞섰다. 리더가 버티지 않으면 아무도 버티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그녀가 실패를 향해 흘러가버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칼리는 현상유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일 때, 리더들은 행동을 선택한다고도 했다. 그녀가 진정한 리더였다.

칼리의 또 다른 강점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칼리는 질문이 많은 소녀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답하는 것을 진지하게 경청해서 들었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가 자신에 대해 물어보면 좋아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주 즐겁다. 칼리가 CEO라는 자리를 얻게 된 것도 그녀의 이런 자세에서부터 성취 된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녀는 한 번 묻고 듣기만 하는 말없는 소녀가 아니었다. 끝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비즈니스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결정했다. 듣지 않으면 혀가 굳는 법이다. 그녀가 리더로서 내게 보여준 것은 내가 갖추어야만 하는 기본 자질들이었다.


-나쁜 지도자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나는 특히 그녀의 책에 반복해서 나오는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계속 생각난다. 그러면서 가슴 한구석이 싸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나쁜 지도자였던 적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내가 의욕이 없는 것도,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단지 내가 어느 위치에 있든지 누구와도 싸우거나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내게 너무나 피곤하고 두려운 일이었다.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내게 설득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자기주장이 확실해서 내 말을 절대로 듣지 않을 것만 같았다.

칼리는 그녀의 평소 모습처럼 그런 나에게 질문했다. ‘과연 그럴까?’ 그리고 그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지연시키거나 우유부단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나를 꾸짖었다. 그녀의 온 삶을 다해 아주 열정적으로 말이다.

타인의 인생에 두드려 맞은 기분이다. 사슬톱 칼리는 그런 면에서 유명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기분은 상쾌했다. 그 동안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칼리는 꽤 잔인한 단어 ‘나쁜 지도자’와 ‘우유부단’을 사용했지만, 그와 함께 내가 똑같은 상황 속에 다시 놓이더라도 해결해 나아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과격하긴 해도 좋은 선생님이었다.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9월 1일부터는 다시 학교에 나간다. 내가 저질렀던 실패 때문에 나를 경멸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런 과정들을 단순히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기 싫은 순간으로서 기억의 쓰레기장으로 내다버리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가졌던 고뇌가 없었더라면 칼리의 글을 읽겠다는 아이디어도 없었을 테니까. 그녀의 책이 단순히 감동적인 전직 HP CEO의 자서전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 변화될 나의 방향을 끊임없이 그려보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사회학자인 벤저민 바버(Benjamin Barber)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 그리고 배우는 자는 영원히 나쁜 지도자에 머무르지 않는 법이다.






-위대한 지도자


위대한 지도자에 대해 그녀가 손자병법에서 인용한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라는 어구는 아주 멋졌다. 그리고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에게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위대한 지도자의 면모도 좀 찾아볼 수 있었다. 어쨌든 칼리는 HP의 직원들이 공통의 비전을 향해 전략적으로 실행해 나아가도록 인도하고, 그들의 입에서 ‘칼리, 우리가 해냈어요!’라고 말하도록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위대한 지도자란 큰 아이디어의 소소한 세부사항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다시 말해 칼리 피오리나가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하나뿐인 오솔길을 헤치고 나아간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위대한 지도자의 길을 포기할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나는 그녀처럼 될 수 없다. 이사회가 나에게 HP의 CEO를 시킨다고 해도 나는 사슬톱 해언이 될 수 없다. 최악의 더러운 싸움을 HP 창업자의 가족들을 상대로 끌고 나갈 수도 없다. 더 많이 고민하고 괴로워하겠지만 나는 그녀와 다르다. 칼리 피오리나가 나보다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똑같지 않다. 우리는 심지어 비슷한 부류의 사람조차 아니다. 내가 그녀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다면, 혹은 그녀의 밑에서 일했다면 분명히 회사를 뛰쳐나왔을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의 리더십은 그 세부사항에서 이처럼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나만의 위대한 리더십은 도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의 칼럼을 써내려가면서 나는 계속해서 이것을 고민했다. 책 속에 드러나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문제는 늘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위대한 리더십의 시작도 분명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부분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대학(大學)의 8조목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다. 자신을 수신한 연후에 제가를, 제가한 연후에 치국을, 이윽고 천하를 평온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수신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내 영혼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싶어 하는지, 어떤 선택을 내려야 가장 마음이 편한지를 부단히 묻고 물어야 한다.

칼리는 성취지향적인 여인이었다. 나 역시 그렇지만, 성취를 위한 과정이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그들을 해고하고, 그들을 채찍질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런 성취는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비즈니스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영업을 하기엔 내성적이고, 마케팅을 하기엔 현실을 보지 않고, 재무를 하기엔 숫자에 약하다.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해야겠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오히려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에게 적합한 것 같다. 칼리의 표현에 따르면 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이 소소한 세부사항을 세우는 것보다 나의 기질과 잘 맞는다. 위대한 지도자의 정의가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해냈는지에 대해서는 칼리와 나는 다른 길을 갈 것이다.

리더의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위대한 지도자의 정의를 정확히 해내었던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때만큼 행복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내가 살아있음이 감사했고 이런 기회가 와주었던 것이, 귀중한 친구들을 만난 것이 너무 소중했다. 위대한 리더십이 힘든 길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가장 먼저 구제해 줄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나의 영혼은 나의 것이기 때문에 위대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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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9.01 14:25:28 *.247.80.52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을 읽기전에
먼저 이곳의 리뷰들을 읽습니다. 자칫 내 안에 갇혀서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오고, 이런 고민과 답을 불러 오는 구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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