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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2일 16시 26분 등록

 칼리 피오리나?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 지음/ 공경희 옮김/ 해냄

 

1. 저자에 대하여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로스쿨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나는 샤워실에서 나와 부모님을 실망시키러 갔다.(중략)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 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가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에 도달하니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그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 선택을 하면서 외로웠고 결과가 두려웠지만, 잘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했다.”[35, 36]

저자가 로스쿨을 중퇴하기로 결정하게 된 장면이다. 내가 대학 중퇴를 결정할 때 갈등하고 고민하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무언가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이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과 비슷한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흔히 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결정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한 결정이라면 저자의 말대로 잘한 선택이다. 그리고 사람은 이런 힘든 결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 같다.


“그날 밤 나는 냉정을 잃었다. 보잉 사 임원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 그는 계속해서 내게 남편에 대해 물었다. 그의 직업이 뭔지,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됐는지. 결국 나는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에서 혼자 울었다.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운다는 게 화가 났다. 무엇보다도 또다시 과소평가 당했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졌다. 이런 꼴을 당할 줄은 몰랐는데. 다시 식사 자리로 돌아가니, 보잉 사 임원은 미적지근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저녁 내내 멍하니 딴 생각을 했다.(중략)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105]

그녀는 여성으로서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편견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날 밤 그녀는 이런 편견을 뛰어 넘겠다고 결심 한다. 그리고 정말 자신의 결심대로 그것을 뛰어넘었다. 그것도 HP라는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되면서 말이다.

“그래요. 우리는 실수를 할 것입니다. 나도 실수를 할 거고 여러분도 실수하겠지요.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가 없습니다. 실패하거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실수를 하면,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얻어 전진할 겁니다. 바로 그게 승자가 취하는 방법입니다.”[275]

그녀는 많은 것을 성취했다. 그 과정 중에 실패도 했고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다.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얻어 전진’했다. 그녀는 승자가 취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그대로 실행했다.

“HP는 ‘친절함’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우리는 정직해야 했다. 나는 경영진을 비롯해 더 많은 조직과 진실을 말할 필요성에 대해 의논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진실을 보며, 진실을 말하고, 진실에 맞춰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어떤 사람의 실적이 표준에 못 미치면, 그렇다고 말해야 했다. 사람들에게 개선할 기회를 줄 의무가 있었지만,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조치를 취해야 했다. 진실에 맞서서 행동하는 데 실패한다면, 실제로 기여하고 있는 직원들이 피해를 입는다.”[315, 316]

그녀는 진정성, 솔직함을 자신의 장 큰 무기로 삼았던 것 같다. 이 솔직함은 잭 웰치, 안철수 등 10월에 읽은 CEO 모두가 강조했던 점이다.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 하기 힘든 말이라도 핵심에 바로 접근한다는 것. 어렵다고 회피하지 않는 용기....  모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세상을 정직하게, 바르고 효과적으로 사는 중요한 방법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녀는 지금 미국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주요 참모로 대통령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아직 젊은 나이(1954년생)이고, 능력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그녀를 세상 사람들은 그냥 놔두지 않을 것 같다. 솔직한 사람, 용감한 사람, 쉬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인 저자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 출판사 저자소개 >>

1999년부터 2005년까지 HP의 CEO였으며,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HP에 부임하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AT&T와 루슨트테크놀러지에서 일하면서 고위직 임원의 자리에 올랐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중세역사와 철학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했고,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MIT의 슬론 경영대학에서 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레볼루션 헬스케어 그룹,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프롤로그 : 내 영혼은 나의 것이다


결국 이사회는 나를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이사들은 내게 감사 인사도,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결정 사항이나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았다. 견해를 구하거나 변화에 개입할 것인지도 묻지 않았다..... 회의실에는 통보할 사람으로 지목된 이사 둘과 변호사 한 명만 남아 있었다. 지명관리위원회의 의장은 “칼리, 이사회는 최고위직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어요.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새 의장은 내가 이 소식을 ‘홍보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내린 결정이라고 발표해야 된다는 것이 이사들의 생각이라고 했다.[13, 14]


난 어떤 상황에서든 진실이 최선의 대답이라고 믿는다. 2시간이 안 되어, 새 의장에게 진실대로 말하겠다고 전갈을 보냈다. 이사회가 날 해고했다고 밝히겠다고 말이다. 발표할 때 나는 간단히 말했다. “이사회와 내가 전략을 실행하는 데 이견을 가졌던 것이 유감스럽지만, 그들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HP는 훌륭한 기업이며, HP 직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14]


사임 발표가 큰 뉴스거리가 되리라는 것은 알았다. 난 여성이었고, 그것도 대담한 타입이었다. 내게 쏟아진 비난은 부풀려 되돌아올 터였다. “겉만 번지르르한 여자야.” “과대평가되고 있어.” “지나치게 지배적이야.” “홍보에 혈안이 된 여자지.” “합병은 그 여자의 아이디어였는데, 잘못된 일이었지.” “오만하고 복수심이 많아서 직원들이 그 여자를 싫어했다지.” 그런 비난은 수업이 많을 테고, 사실이나 나의 헌신, 그간 생긴 긍정적인 변화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내용일 게 뻔했다. 추한, 그리고 인신공격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법했다.[14]


나도 마음에 상처를 받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더 가슴 아파했다. 외로웠지만, 지난 6년간보다는 덜 쓸쓸했다. 그동안 알고 신뢰했던 동료 이사들이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진실을 말해 주는 정도의 존중심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몹시 서글펐다. 이사회의실 밖에서 발언을 한 이사들이 그들 서로의, 그리고 나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생각하자 배신감이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을 느꼈지만, 두려움에 젖어 평생을 살아온 터라 두렵지 않았다. 난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내가 믿은 것에 모든 것을 바쳤다. 실수도 있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한 선택과 그 결과를 평온하게 받아들였다. 내 영혼은 여전히 내 것이었다.[15]


1. 부모님께 받은 선물


시간이 많이 흘러 후에 직장을 옮겨 다닐 때도, 이것이 훌륭한 경영수단임을 알았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 질문함으로써 존경심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잘 들음으로써 단단한 결속을 얻게 된다.[26]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 말은 할 수 있다. 나는 높은 기대치의 힘을 경험했다. 나에 대한 기대가 적었다면 많이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는 두려움과 결핍감이 있었기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것을 알았다. 살면서 마주치는 두려움과 불확실성 때문에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부모님이 본보기가 되어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변화가 어렵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번 이탈이나 상실과 함께 큰 모험이 찾아왔다.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효과를 깨달았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가르쳐줄 것이 있으며 나눠주고 싶어 하니까.[28]


2. 이방인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 시절이 특히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 시절은 진지한 시기였다. 모두 나보다 훨씬 똑똑한 것 같아서 따라가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또 숙식비를 벌기 위해 사흘씩 일해야 했다. 심한 단핵증(單核症)에 걸려서 1년간 병과 사투를 벌였다. 재미있게 지낸 기억은 없다. 늘 공부하고 일한 기억밖에 없다.[34]


부모님은 재능과 열정에 맞는 일을 열심히 추구해야 한다는 것만 강조하셨다.[34]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로스쿨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나는 샤워실에서 나와 부모님을 실망시키러 갔다.[35]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가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에 도달하니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그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 선택을 하면서 외로웠고 결과가 두려웠지만, 잘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했다.[36]


3. 다른 직장을 생각지 말라


마커스&밀리챕에서의 안내원 생활은 그 후 커리어에 관련된 조언을 하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다음 업무에 대해생각하지 말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라. 각 업무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을 찾으라.[41]


4. 새로운 두려움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들이 그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리더십이 있는 행동이다.[45]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손자병법)[46]


회의실이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두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은 관리자가 할 일은 두려움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리더가 할 일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는다.[48]


5. 숙녀가 일어날 때까지는


 그 1년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추진하는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능력을 총동원하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기회만 쫓으면 초라해지기만 한다는 것도 배웠다. 더 힘겨운 도전이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종류의 도전에는 팀 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그리고 프랭크를 만났다.[58]


7. 얼굴 마담


승진한 사람은 분명히 다른 사람보다 뛰어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리자들 중 일부는 똑똑했고, 일부는 아니었다. 정직한 사람들도 있었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초급 관리자 중에서 더 뛰어난 관리자가 될 것 같은 이들이 있었고, 관리자가 되지 말았어야 할 것 같은 중간관리자들도 있었다.[69]


8. ‘할 수 있다’ 와 ‘하겠다’


어떤 문제가 생길지 스스로 공부해서,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과정에서 훌륭한 선생님이라면 다 아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뭔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봐야 한다.[75]


나는 이번에도 일을 시작할 때마다 취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내 밑에서 일하게 된 팀원들을 만나서 질문을 퍼부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78]


임시 직원들이 질 높은 업무를 하게 하려면, 그들이 하는 일의 가치와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모두에게 찾아낸 돈의 액수를 밝혔다. 누구나 동기 부여가 되면 일을 더 잘하는 법이다. 그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동기를 부여받았다.[81]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는 것은, 그가 더 출중해서가 아니다. 상사가 책임을 더 많이 지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직원들을 대신해서 나서고, 그들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이들을 막아주는 것도 상사가 감당할 책임 중 하나이다.[85]


뒷감당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으름장을 놓을 수밖에 없다면, 정말로 중요한 일은 협박이라도 해서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86]


9. 눈물을 아껴요


정면 돌파는 쉽지 않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 마음을 다져야 하고, 매번 고민에 빠진다. 팀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한 팀이라는 동지애를 발휘하는 편이 낫다. 정면 돌파가 필요할 때는, 정직하고 투명하며 존중받게 대처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그 자리를 떠나라고 요구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통고를 받는 사람도 그랬겠지만, 통고하는 나도 아팠다. 또 매번 그 일을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잘한 일이라고 두둔해 주었다. 그들이 용기가 없거나 솔직하지 못해서 미리 말 못하긴 했지만.[98]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한 법이다.[99]


이것은 새로운 팀이 결성될 때 흔히 생기는 양상이다. 우리가 전략을 중심으로 배열해서 서로 어떤 식으로 작업할지 정할 때까지는 모든 게 느릿느릿 굴러갔다. 답답한 일이었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 나중에 빠르게 진행하려면 처음에는 천천히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시간 여유를 갖고, 더 크고 잘 조화된 팀을 만들어가야 했다. 그래야 나중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터였다.[102]


그날 밤 나는 냉정을 잃었다. 보잉 사 임원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 그는 계속해서 내게 남편에 대해 물었다. 그의 직업이 뭔지,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됐는지. 결국 나는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에서 혼자 울었다.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운다는 게 화가 났다. 무엇보다도 또다시 과소평가 당했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졌다. 이런 꼴을 당할 줄은 몰랐는데. 다시 식사 자리로 돌아가니, 보잉 사 임원은 미적지근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저녁 내내 멍하니 딴 생각을 했다.(중략)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 물론 남이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짓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리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만한 이유가 있는 옳은 일에 매진하리라.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혹은 하면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니, 많을 거야.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이 다시는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하리라.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 마음 역시 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휴렛패커드에서 위임장 다툼을 벌이는 동안 하마터면 울 뻔했다. 또 휴렛패커드를 떠날 때는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1986년 이후로 나는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눈물을 아꼈다. 가족, 아름다운 자연, 베토벤, 사랑하는 친구, 사람들의 선의, 그들의 지혜, 그들의 슬픔과 승리, 그런 것들을 위해서.[105, 106]


10. 성공의 본질


지금도 연설을 할 때면 매번 시작 전에는 초조하다. 그러다 일단 무대에 서면 한 사람과 대화를 해나간다는 생각에 집중한다.[112]


12. 정면충돌과 이해


비즈니스, 정치, 때로는 인생에서도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일의 실제 본질이 아닌 권력이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런 양상이 훤히 드러나고, 어떤 때는 파악하기 몹시 힘들 뿐이다.[135]


내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날 존중하지 않는다. 또 자존감은 내게 어떤 경우라도 부적절한 언어폭력은 참지 말라고 요구했다.[137]


어느 조직 심리학자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정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말을 6번은 들어야 한다.” 문외한은 ‘변화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굴러가는 것을 보게 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138]


효과적인 협상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상대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을 존중함으로써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신뢰를 쌓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신뢰와 존경은 성공적인 협의의 토대이며, 합의하지 못하는 동안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한데 엮어주는 토대이다.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함께 술을 마시면 신뢰와 존경이 쌓인다. 사무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서 맑은 정신이 흐트러지면, 누구나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그러면 상대의 스태미너와 끈기, 판단력을 가늠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아시아 국가들의 술 마시는 관습은 아주 두드러졌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141]


13. 힘의 결과


인간에게는 동기 부여를 해줄 목표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는 자존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조직은 인간들로 이루어지므로, 조직에도 그런 요소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리더의 임무는 조직의 기술과 능력을 키워서 큰 성과를 이루어낼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편 가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수행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도 리더의 임무이다.[147, 148]


사람은 이성과 감정, 두 가지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149]


이틀 후 그는 해고당했다. 내 밑에서 일하지 않았으나, 나는 그의 상관을 설득해서 조치를 취하게 했다. 조직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 일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했다. 결과가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며, 부정직함과 부패에는 참지 않으리라는 것. 가치관은 결과를 일궈낸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때, 행동을 이끄는 것은 바로 가치관이다. 우리가 지켜보거나 감시하지 않을 때 그가 청렴하게 처신할 것 같지 않았다.[152]


사람들은 타인의 힘과 성공을 높이 평가하거나 분개한다. 성공한 강한 사람들은 존경받고 동시에 공격당한다. 타인의 성공에서 고무되는 사람들도 있다. 목적을 혼자서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목적과 세부 지침이 마련되면 강한 사람들에게 달라붙는다. 똑같이 강하고 성공적인 사람들은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경우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상대의 성공이 본인의 부족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미워한다. 자기보다 더 성공한 사람들을 질투하기도 한다. 질투와 미움은 열등감이나 부족함의 감정이고, 그런 감정들은 반항심과 불공정한 싸움을 벌이고 싶은 본능을 일으킨다.[153]


14. 변화하려는 마음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과 비슷하다. 새로운 운동 습관, 새로운 식이요법, 새로운 골프스윙, 새로운 일. 처음에는 무척 어렵다. 부자연스럽고 노력이 많이 요구된다. 때로는 포기하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히 해나가면, 시간이 흐르면서 새 습관이 점점 수월해지다가 결국 몸에 배게 된다. 나는 변화에 익숙했다. 변화를 겪을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음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변화에 당면하면 기회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내 동료들은 변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도 어려워 보였기 때문에, 익숙한 방식을 견지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변화가 불러올 상황이 두려웠다.[172]


그날 나는 대단히 중요한 것을 배웠다. 미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잘 아는 불만스러움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은 두려우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변하며, 그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중요한 사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173]


19. 그거, 아르마니 슈트인가요?


조직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도 리더의 임무 중 하나다. 리더가 조직을 과소평가하면, 조직의 업무 수행력은 떨어진다. 리더가 조직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면, 조직은 리더를 실망시킨다. 리더가 할 일은 정확히 평가하고, 기술과 팀과 자신감을 키워 조직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것이다.[232]


리더는 팀에게 어떤 이유로든 ‘못 하겠다’란 말을 들을 때마다,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또 그런 대화를 통해서 팀을 키워야 한다.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려고 함께 노력할 때, 팀은 성장한다. 팀은 효과적인 협동을 통해 크는 것이다.[233]


나는 평생토록 리더십은 직위나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리더십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더십은 청렴한 인품, 능력의 크기, 사람들과의 능률적인 협동과 관계된 것이다. 누구든, 언제, 어니서든 이끌 수가 있다. 높은 자리뿐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233]


나는 HP에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실리콘밸리 지역의 이야깃거리였고, 보통은 ‘골빈 여자’나 ‘암캐’로 불렸다.(찰스 쿠퍼, ‘업계는 여자들이 뜨개질이나 계속하길 원한다.’ : 2006. 3. 10. 금요일, CNET - 저자 주) 너무 연약하다거나 너무 강하다고 했고, 게다가 뻔뻔하다고까지 했다. 물론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난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CEO 타입이 아니었다. 내성적인 리더가 전형인 곳에서, 나는 외향적이었다. 실리콘밸리는 대충 입는 것을 선호하는 곳이었지만, 나는 잘 차려입기를 좋아했다. 그곳의 리더들은 테크놀러지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말했지만, 나는 테크놀러지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말했다.[240]


나는 일하는 내내 성과와 성취로 평가받으려고 분투했고, 결국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런데도 내 성별, 외모, 인격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취급받곤 했다. 그런 점이 몹시 실망스럽다. 난 언제나 말보다 행동이 더 크게 소리난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항상 ‘켜진(ON)' 상태이고, 늘 정보와 연결되어 사실과 허구와 의견이 같은 무게를 가지는 새 시대에, ‘말보다 행동’이란 신념은 틀린 것 같다. 나에 대해 말과 글로 표현된 것들이 내 인생과 일을 말할 수 없이 힘들게 몰아간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나의 행동보다는 나를 규정하는 남들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또렷이 각인되는 듯싶다. 내가 이 책을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241]


CEO로서 내가 할 일은 새로운 자신감과 포부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나 본인이 아는 것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HP가 다른 사람들이 파악하는 것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241]


20. 천 개의 부족들


CEO 업무에도 새로운 일이 주어질 때 쓰는 접근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최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었다. 회사의 매출액과 기획안들을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서 공부했다. 먼 곳까지 출장을 다니면서 고객들, 제휴 파트너들, 직원들과 만났다.[243]


어느 날 밤, 나는 집에 있다가 전체 그림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HP의 재도약에는 전체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이것은 MIT에서 공부했던 복잡한 시스템의 문제였다. 할 일이 하도 많고 위태로워서, 조직의 업무 수행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하나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이에 직선 4개를 그려 사각형을 만들었다. 사각형에 ‘HP 리더십 틀’이라고 적었다. 사각형의 맨 위 직선에는 ‘전략과 포부’라고 썼다. 회사의 전략은 자원을 어떻게 투자하느냐를 결정하며, 회사의 포부는 투자를 하는 이유와 목적을 반영한다. 시계 방향으로, 오른쪽 세로선에 ‘구조와 과정’이라고 적었다. 이는 회사가 어떻게 조직하고 운용해서 목표를 달성하는가를 말한다. 아래 가로선에는 ‘보상과 평가’라고 썼다. 회사는 평가하는 것에 가치를 두며, 가치 있는 것을 평가하고, 사람들은 보상받는 것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보상은 실적을 이끌어낸다. 마지막 세로선에는 ‘문화와 행동’이라고 적었다. 매일의 행동 양식과 회사의 습관과 개성은 형식을 갖춘 조직 구조와 규칙의 형태로는 나타낼 수 없지만 강력한 요소들이다..... HP가 성공하려면, ‘리더십 틀’의 4가지 축 모두를 바꾸어야 했다. 5년도 더 지나서 내가 HP를 떠날 때까지, 우리는 이 ‘리더십 틀’을 길잡이로 이용하고 있었다.[254, 255]


21. 리더가 되겠다는 선택


그들은 같은 회사에 오래 근무해서 서로 잘 알았지만, 결코 한 팀은 아니었다. 한 번도 협동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들은 다정하지만 단체는 아니었다. 예의 바르지만 솔직하지 않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았고, 다들 소극적 공격성(Passive-aggressive, 적대감과 공격심을 현저하게 느끼면서 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 - 옮긴이)을 보였다. 모두 내게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견해를 밝히곤 했다. 하지만 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들은 경악했다. 이런 종류의 논의는 일대일 만남에서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코치’를 받았다. AT&T에서도 목격한 현상을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진짜 성과를 내려면 솔직함이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들이 있을 때는 단도직입적인 화법이 필요하다.[260]


대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그것은 모든 시장에서 1위나 2위가 돼야 한다는 의미였다.[261]


22. 변화의 전사


실제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충분히 속도를 내어 움직여야 했다. 점진적인 변화가 더 안전해 보이지만, 점진주의는 때로 관성과 저항을 이기는 데 필요한 힘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멈칫거리면 실패하고 만다. 일단 변화가 시작되면 후퇴는 치명적이다. 배수진을 쳐야 되는 상황이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270]


과정이 견고하면, 누구나 아는 대로 정확한 사실이라면, 내린 결정들이 최선의 옵션이라면, 리더는 눈도 깜빡하면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도전받았다고 주저하면, 다음에 선택하고 결정할 능력을 잃고 만다. 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리더는 다시는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가 없다. 눈을 깜빡하면, 지금껏 협조적이었던 이들의 지지를 잃게 된다. 불확실과 위험부담과 역경에 직면했을 때 리더가 당당히 버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버티지 않는다. 지연시키거나 우유부단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상 유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일 때, 리더들은 행동을 선택한다.[272]


필요한게 뭔지 머리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지원을 받거나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 후퇴하는 편이 훨씬 나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계속 끌고 나간다는 불굴의 정신이 필요하다. 변화를 이끌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변화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러 계층에서 많은 이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많은 변화의 전도사들이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리더가 눈을 깜빡하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274]


내가 그 관리자에게 대답했다. “그래요. 우리는 실수를 할 것입니다. 나도 실수를 할 거고 여러분도 실수하겠지요.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가 없습니다. 목표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란 과정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시의적절하게 불완전한 결정을 시행하는 것이 너무 늦게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실수는 저지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실수에서 배워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하거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실수를 하면,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얻어 전진할 겁니다. 바로 그게 승자가 취하는 방법입니다.” 그 후 5년간 나는 이 말을 하고 또 했다.[275, 276]


나는 직원들에게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했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HP 직원들이 동료들에게 전하기 좋고 쉽고 강력한 어구였다. 변화는 나쁜 게 아니고, 필요한 것이다. 멈춰 서 있는 것은 위험하다. 적응하지 않는 종은 멸종하게 된다. 배우기를 멈춘 사람은 때를 맞이하기 전에 늙어버린다. 적응과 배움을 멈춘 기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고, 다시는 과거의 영광을 얻지 못한다.[277]


항해하는 배는 나아가는 추진력과 충분한 힘을 얻어야 하지만,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항로가 결정되면 배는 지그재그로 나아가며, 변하는 바람과 파도와 날씨에 따라서 돛을 움직인다. 여정의 끝에 성공적으로 안전하게 도착하려면 융통성이 필요하다.[278]


이야기와 비유는 간단하고 기억하기 좋기 때문에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특히 기업 전체 구조의 조직적인 변화에는 진솔하고, 분명하며, 꾸준하고, 지속적이며, 어디에나 통하는 의사소통이 요구된다. 사람들은 경쟁적인 메시지를 듣거나, 메시지에 반항하거나, 전혀 듣지 않기 때문에, 나는 원래 계획한 의사소통 양의 10배를 쏟아야 진정한 변화를 이룬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들어야 했지만, 한편으로 나를 신뢰해야 했다. 그러므로 의사소통은 진솔하고, 포부와 위험 요소가 균형 잡히고, 현실적이며, 소소한 부분을 갖춘 큰 아이디어가 담겨 있어야 했다. 의소소통은 반복해서 말한 다른 것들과 일관성이 있어야 했다. 또 모든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변화는 필요하고 가능하며 우리는 선택한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278]


자주 있는 일이지만, 비평하는 집단은 그 수가 적어도 옹호자들보다 목소리가 크기 마련이다.[282]


“좋은 리더는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나쁜 리더는 직원들의 경멸을 받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는 사람들이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라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283]


23. 영락없이 똑같다니까


“당신 말이 맞소. 우린 당신 편이오.” (딕이 말했다.)

마음이 복잡했다. 딕이 나에게 솔직했을까, 아닐까?  그날 제이 키워스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내가 조언을 해도 괜찮겠소? 딕을 살살 달래요. 딕을 살살 달래라고요”라고 말했다. 아주 이상한 말처럼 들렸다.[[286]


나와 다른 경영진은 나쁜 제안과 좋은 제안을 선별하느라 긴 시간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게 좋은 법이고, 개방적이고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은 위험부담보다 이익이 더 컸다. 나는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해가 생기고 의사소통이 곡해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제휴와 신뢰는 투명성과 공통된 정보, 정직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경영진은 하나가 되어야 했고, 이사회도 마찬가지였다.[289]


휴렛팩커드의 원래 회사 목표 중에는 “사회의 향상은 몇몇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공유할 책임이다.”라는 항목이 있다. 데이브 팩커드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우리의 목적이 이윤이라고 오해한다. 이윤은 다른 목적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빌과 데이브는 기술자들에게 단순히 발명하지 말고, 유용성과 의미를 모두 가진 것을 발명하라고 격려했다. 발명품은 진정한 목적에 부합한다는 의미에서 유용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면에서 의미 있어야 했다. HP는 소수 특권층이 아닌 다수를 위해 발명하는 회사가 되어야 했다.[291]


21세기를 여는 새벽, 네트워크화된 정보 기술이 내게는 현대판 르네상스로 보인다. 내가 중세사을 공부했던 이유는, 인간성이 어둠과 두려움의 시기를 빠져나와 인간 잠재력을 깊이 믿고 낙관하는 것으로 진보하는 데 매혹됐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인터넷은 개방적이고 민주적이며, 즉각적이고, 계급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을 창출했다. 디지털, 모바일, 가상적이고 개인적인 세상이 하나가 되었다. 그 속에서 시대와 지리, 부, 권력, 지위라는 전통적인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잠재력이 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디어의 힘, 지식과 정보와 그것들이 연결되는 힘으로 정의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놀라운 아이디어를 가진 똑똑한 이들이 세계 어디에나 살고 있다.

강력한 기업은 전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그러므로 세계에 대해 책임을 진다. 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 단체 100군데 중 기업이 52군데나 차지한다. 기업은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도 있고, 또 만들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이 테크놀로지가 사람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사조를 깊이 신봉하기 때문에, 휴렛팩커드는 내게 크게 만족스런 곳이었다. 회사는 가치관이 반영된 올바른 문화를 갖고 있었다. HP는 기업, 정부 고객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열린 시스템과 표준형에 기초한 테크놀로지에 주력하는 올바른 능력을 갖고 있었다. 정부, 학교, 지역공동체 리더들과 협력한 역사도 있었다. 어디서든 HP 사람들의 선량함과 욕구를 격려하고 축하하며, 활기를 띠게 하고 지지해서, 지역사회에 헌신하게 만든 것이 나로서는 무엇보다 자랑스러웠다.[291, 292]


24. 큰 아이디어, 소소한 세부사항


수평적인 협동은 수직적인 명령과 자원 통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책임을 받아들이고, 책임과 정보를 나누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HP는 조직 간의 경계 안에서 팀을 구성하는 것보다는 경계를 허물고 협동하는 새로운 습관을 익혀서 적응해야 했다. 리더의 임무는 능력과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다. 또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법을 익힐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리더가 할 일이다.[297]


HP 직원들은 그때까지 단일 비즈니스나 주제별 전문성에 토대를 둔 업무 내에서 승진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 깊고 좁은 경험은 관리자의 역량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었지만, 리더가 되기에는 불충분했다. 사실 주제별 전문성이 일부 HP 직원들에게는 리더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300]

☞ 토요타, 안철수 연구소와 다르다. 반대로 가고 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가?


2000년 6월 우리는 ‘리더십 틀’을 HP의 고참 관리자들에게 정식으로 도입했다. 이것을 소개하면서 나는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우리 힘으로 해냈다’라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중국 철학을 인용했다. 회사의 리더는 조직을 위해 올바른 틀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했다. 우리가 세운 전략에 맞게 자원을 배치하고 있는가? 전략이 건재한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고 있는가? 제대로 평가하고 있으며, 실적은 받아들일 만한가? 그렇지 않다면, 조직의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필요한 가치와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할 모델을 해내고 있는가? 올바른 정신 상태와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능력을 가르치고 있는가? 이것들이 21세기 리더들이 던져야 할 질문들이었다. “명령과 통제”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틀을 만들고 사람들을 풀어놓으라” 라는 명제를 채택했다. 리더가 할 일은 그를 따르는 직원들이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고, 그들이 일하는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효과를 낼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300, 301]


내 경험으로 볼 때 리더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리더십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배우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HP의 재도약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관리자들을 리더로 키우는 것이었다.[302]


리더는 인품, 능력, 협동성으로 정해진다. 안토니오와 캐롤린이 효과적으로 협동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두 사람은 떠나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따라올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사임하라고 요구하기란 쉽지 않지만, 리더라면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소수에게 아픔을 주기도 한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경쟁력과 인격을 겸비한 사람은 적고, 다른 사람들과 효율적으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적다.[302]


나는 CEO가 분기별 수익을 관리하거나 주가를 관리해야 된다고(2가지가 같은 것일 경우도 많다) 믿지 않는다. CEO의 임무는 회사를 관리하는 것이다. 올바른 선택을 하고 필요한 능력을 키우며,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고, 뛰어나고 책임감 있으며 윤리적인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회사를 잘 경영해 나가야 한다. 주가는 저절로 조정되어야 하며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된다.[305]

☞ 아주 이상적인 경우다. 노후 설계에서도 이런 게 통하지 않을까? 돈을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돈이 따라오게 만드는 방법. 은퇴 후 제 2의 직업을 갖음으로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입을 창출하는...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실수가 일어나는 부분마다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각각의 실수는 개선할 기회이다.[305]


실적이 저조했던 분기마다 고통스러웠다. 그때마다 변화의 전사들이 용기를 잃었다. 변화에 저항했던 이들은 힘을 얻었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에게 조직이 시도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안심시켜야 했다. 우리의 포부와 잠재력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반복해서 일깨워야 했다. 내가 HP 직원들에게 말할 때는, 우리를 지켜보고 우리에게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말하는 셈이었다. ‘항상 ON인 상태의’ 세상에서, 의사소통은 사람들에게 모두 전해진다. 내 말을 ‘순진하다’거나 비즈니스의 세부사항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나는 어려운 점이나 난관뿐만 아니라, 세부사항에 대해 똑똑히 알고 있었다. 완벽이 아니라 전진이 목표라는 점을 알았고, 가장 큰 위험은 우리가 가다가 멈추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실수하거나 잘못해서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간직하고 움직이면 됩니다.”

한 분기에 에널리스트들의 예상 실적에 미달하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 아니었다. 변화와 포부로부터 몸을 돌렸다면 그게 바로 치명타가 됐을 것이다.[307]


25. 사슬톱 칼리


2001년 초반 무렵, 나는 경기 침체를 넘어서는 뭔가를 보고 있었다. 우리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히 주기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이것은 구조적인 변화였다. 우리 고객들은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테크놀러지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엉뚱한 물건에 투자했으며,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했다고 느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테크놀로지에 돈을 쓸 의향이 없었고, 돈을 쓸 때는 더 많은 것을 기대했다.[310]

☞ 장석준 이사장님이 돈잡아먹는 하마 얘기 할 때가 이즈음이다. 그 분은 이 조류를 알고 느끼고 계셨던 거다.


경제적으로 불황일 때는 회사의 모든 단점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 침체는 회사 경영상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한때 숨겼던 문제들을 더 이상 못 본 체할 수가 없어진다. HP는 ‘친절함’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우리는 정직해야 했다. 나는 경영진을 비롯해 더 많은 조직과 진실을 말할 필요성에 대해 의논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진실을 보며, 진실을 말하고, 진실에 맞춰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어떤 사람의 실적이 표준에 못 미치면, 그렇다고 말해야 했다. 사람들에게 개선할 기회를 줄 의무가 있었지만,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조치를 취해야 했다. 진실에 맞서서 행동하는 데 실패한다면, 실제로 기여하고 있는 직원들이 피해를 입었다.[315, 316]

☞ 안철수가 했던 말과 똑 같은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건가? 아니면 고민을 통해서 체득 한 건가?


나는 저녁 식사에서 아버지와 토론하며 자랐다. 나는 10년 동안 완고하고 전투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스와 루슨트에서 일한 사람이었다. 내 의견을 테스트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코너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그들의 신념을 테스트한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강하게 방어하는지를 본다. 도전을 받으면 뒤로 빠지는가, 아니면 견해를 더욱 주장하면서 버티는가? 압박을 받았을 때 더 풍부한 데이터를 제시해서 견해를 보강하는가, 아니면 목소리만 키워서 같은 말을 반복하기만 하는가? 그런 것을 보고 판단한다.[316]


HP에서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파악했다. 나는 몇 가지 기법을 동원해서 정직한 토론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르치려고 했다. 경영진과 이사회 모두가 이것을 배워야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말해 주려고 애썼다.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하기 위해 많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내가 여러분을 밀어붙이거나, 여러분의 의견에 반대되는 말을 하거나, 여러분이 의견을 낼 때 질문하는 것은 꼭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내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문제를 모든 각도에서 검토해서 토론했는지 확인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316, 317]


☞ 잭 웰치, 안철수도 똑같은 말을 했다. 정직성. 진실성. 직접화법의 대화.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조직발전을 위해서나 그 얘기를 듣는 상대방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것을 귀찮아하거나 방조하는 것을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건 게으름이고 태만이고, 관리자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직무유기이다.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최고위급 경영진과 일부 이사회 멤버는 지식과 분별력 있는 견해를 내놓고, 그것을 옹호하는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 하지만 모두 자기 견해를 잘 개진하는 것은 아니다.[317]


2000년 후반기에 우리는 관리자들에게 원래 의도 그대로 업무 평가 제도를 시행하라는 어려운 요구를 했다. 평가 결과가 종 모양의 그래프를 나타내야, ‘불만족’이나 ‘개선 요망’의 점수를 받은 직원들을 구별해서 처리할 수 있었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직원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야 했다. 모두 같은 등급을 받고 조직 전체가 똑같이 급여를 받던 관행에서 벗어나야 했다.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성과를 정직하게 평가해서 의견을 개진해야만 했다. 한 단계씩 능력 위주의 사회로 변해 가는 법을 익혀갔다.

무엇을 다시 만든 게 아니었다. 다만 있는 제도를 제대로, 원래의 취지대로 적용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일은 논란이 많았다. 이사회 멤버들뿐 아니라 여러 관리자들은, 평범하게 일하는 직원들까지 건드린다면서 난색을 표시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내가 직원들에 대한 연민이 부족하고 HP 방식을 훼손한다는 증거였다. 또 이일은 논란의 여지가 많았기 때문데, 몇몇 관리자들은 결정대로 밀고 나가려 하지 않았다. 내가 물러서지 않으리란 것을 알자, 그들은 매사를 “칼리가 그러는데.....” 로 설명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내가 HP에 새로운 실적 평가 제도를 ‘도입’했으며 창업자들에 대한 존중감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내가 냉정하고 연민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했다.[318, 319]


누군가의 인생과 직업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HP의 경우,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문자 그대로 이런 상황에 접근하는 법을 잘 몰랐다. 경험 부족은 감정 때문에 더욱 힘들어졌다. 대부분의 경우 작업팀은 여러 해 동안 같이 일했다. 관리자들과 직원들은 업무상의 동료일 뿐만 아니라 친구고 이웃이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나란히 일해 왔고, 직장 밖에서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직원들은 솔직함보다는 따뜻한 우정을 선호했다. 그런 우정이 회사의 실적에는 악재였지만, 모두의 삶을 수월하게 해주었다.[319]


경제나 어떤 거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휴렛패커드의 경영진은 실적과 생산성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확립해야 했고, 직원들의 눈을 응시하면서 실적이 떨어진다거나 해고되리란 사실을 말해 줄 수 있는 능력도 아주 중요했다. 그것은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하다.[320]


나는 고통을 미루는 것이 조직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믿지 않는다. 직원들을 해고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알려줘야 한다. 공연히 소문만 무성해서 사람들이 해고 대상자일지 아닐지 걱정하고 고민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굴욕을 주는 게 싫다. 직원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들려서 사무실 밖으로 내보낼 필요는 없다. 누구나 위엄을 누릴 자격이 있고, 모두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회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라도 저마다 회사에 기여했다. 그 기여가 더 이상 필요치 않거나 기대 수준에 못 미쳤긴 하지만.[320]


누구든 존중받아야 하고, 그런 존중은 연민하는 태도로 진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종이쪽지에 나쁜 소식을 적어주는 게 존중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인생의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 데 필요한 도구와 시간을 주는 것 또한 존중의 일부이다. 그해 여름, 나는 해고를 신속하고 품위있게 처리하기 위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리는 외부 회사를 고용해서,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똑바로 대면하고, 회사를 떠날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조언과 직업적인 원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떠날 직원들에게는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주었고, 떠나기 전에 심리적인 확고함을 얻게 해주었다. 계약 해지에 따른 보너스도 넉넉히 지급했다.[320, 321]


많은 사람들은 너무 쉽게 그런 상황을 신임 CEO의 잘못으로 돌리고 ‘사슬톱 칼리’라는 새 별명을 붙여주었다. 창업자들의 아들들이 컴팩 합병에 반대하는 싸움을 시작하자, 이 별명은 더욱 확고해졌다. 일자리를 줄이려는 것이, 그들에게는 부친의 유산을 훼손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참 후에 내가 해고된 이유가 인원을 줄이지 못하고 비용을 삭감하지 못해서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구에게는 내가 너무 거칠고, 누구에게는 너무 무르게 보였던 모양이다.[321]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서 필요한 일과 가능한 일에 주력하게 만드는 것 또한 CEO가 해야 될 일이다. 리더가 할 일은 남들보다 앞서 기회뿐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고, 기회와 위험에 잘 적응하도록 조직을 이끌어 가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은 강해지고 성숙해질 것이었다.[321]


“저는 확실하게 하고 싶습니다. 시장은 이번 합병을 싫어할 것입니다. 다들 이 계약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에게 보상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양사의 주가가 떨어질 겁니다. 우리가 옳은 일을 했다는 점을 그들에게 확신시켜야 하고,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월스트리트는 이쪽 업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직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326]


26. 최악의 더러운 싸움


아무리 힘든 시기라도 웃을 거리는 있는 법이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므로, 힘든 시기에는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또 사람들은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을 찾게 되면, 결속하기 시작한다. 그날 밤, 단일팀이 조성되기 시작했다.[333]


참되고 강력한 브랜드는 회사의 로고나 마케팅 슬로건보다 중요하다. 정신을 점유하지 않으면 시장 점유는 이룰 수가 없다. 그러므로 시간을 두고 브랜드에 투자하고 이를 키워야 한다. 그럴듯하게 꾸민 브랜드는 가치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참되고 강력한 브랜드는 어떤 모습이 되겠다고 말한 대로 실행하는 약속이고, 그 약속을 일깨워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싸워서 지키려는 HP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신뢰, 존경, 윤리였다. 이런 가치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가 힘겨울 때조차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공정한 싸움을 했고, 더러운 비방을 하지 않았다.[344]


증인석에 선 첫날, 나는 참을성 있고 공손했다. 거기 앉아 있자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깨달음이 이 책을 쓰게 된 근본적인 동기가 되기도 했다.[346]


다른 시기와 장소에, 즉 컴퓨터 부문의 초창기에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Grace Murray Hopper)라는 여성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지혜를 줍니다.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는 미국 최초의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미 해군 소장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왜 안전하게 정박된 배에 있지 않고, 바다에서 작전하는 것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정박해 있으라고 배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HP는 항구에 느긋하게 앉아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경쟁의 파도가 아닌 흔들림이 없는 잔잔한 물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라고 휴렛팩커드가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350, 351]


(나는) 내 마음속의 나침반을 신뢰하려 했다. 나침반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하늘이 어두울 때에도 틀리는 법이 없으니까, 옳은 이유가 있는 옳은 일이라고 믿는 바를 내가 아는 최고의 방법으로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 사람들에 대한 신뢰에서 힘을 얻곤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하고 지각이 있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과 정보만 준다면, 그들은 선하고 지각 있는 선택을 한다.

진보의 힘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딛고 늘 승리할 것이다. 또 역사의 행보는, 다수가 소수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HP는 회사의 장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회사이다. HP는 자리를 보존하거나, 제 주머니를 챙기거나, 과거를 보존하는 데 연연하는 소수를 위한 회사가 아니다. 나는 이것을 위해 싸웠다. 우리가 승리할 줄 알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351]


27. 채택해서 밀고 나가기


통합 과정을 겪으면서 대학 시절 철학 리포트를 쓰던 때가 떠올랐다. 핵심을 이해하고 뽑아낼 수 있지만, 그것은 먼저 모든 세부 사항을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훌륭한 선생님은 특별한 부분까지 깊이 이해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원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리더는 직원들이 실제로 운용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이해해야만,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 직원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356]


가치관은 규칙이 명확하지 않고 안내자가 없을 때 사람들의 행동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다. 목적과 수치는 달성해야 하는 일이고, 가치관은 그런 일들을 해내는 방법이다. 모든 조사를 마친 결과, 『HP 방식』에 나왔던 핵심 가치관과 똑같은 항목들이 추려졌다. 신뢰, 존중, 윤리, 고객에 대한 열정, 팀워크, 협동, 혁신, 헌신, 거기 새롭게 더해진 것은 ‘속도와 민첩성’이었다.[358]


28. 모든 것이 가능하다


나는 ‘차고’(HP를 처음 시작한)의 첫 번째 규칙은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믿어라”여야 하고, 마지막 조항은 “우리 함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음을 믿어라”여야 한다고 주장했다.[361]


“모든 것이 가능하다(Everything is possible)"는 새로운 HP의 구호가 되었다.[361]


21세기는 정보의 완전한 민주화를 가져오고 있다. 시간, 거리, 부라는 전통적인 장벽이 깨지고, 완벽한 투명성의 토대가 마련된다. 디지털, 모바일, 가상과 개인의 시대는 어디든, 그가 누구든 기관이 아닌 개인들에게 큰 책임을 맡긴다.[363]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누구라도 선도할 수 있는 시대다. 물론 불의와 편견과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리더십은 지위나 돈, 권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리더십은 성별이나 피부색과 관계가 없다. 육체적인 재능이나 출신과도 관계가 없다. 적절한 지원과 기회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언제 어리서든 선도할 수가 있다. 리더십은 인품에 대한 선택이며, 긍정적인 헌신을 하기 위한 선택이다. 다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진 리더십을 알아보고, 협동력과 테크놀러지를 통해서 그것을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이 리더이다.[365]


29. 권력 정치


그저 ‘융통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치를 위할 수는 없다. 조직 개편은 언제나 분열을 일으키고, 따라서 분열의 대가를 초월하는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개편을 해서는 안 된다. 의자를 재배치하면 도면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조직에 큰 혼란이 일어난다.[289]


신뢰는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이다. 어떤 이사회나 경영진도 신뢰 없이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390]


30. 내 영혼을 가졌다는 것


그들은 날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그들은 내게 감사 인사도,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정 사항이나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이취임에 관련해 의견이나 개입을 요청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사 둘을 제외한 전원이 떠난 상태였다. 나는 해고당했음을 직감했다. 보브 놀링이 “이사회는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어요, 정말 유감입니다. 칼리”라고 말 했을 때, 나는 그가 내 축출을 반대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사회는 이번 일이 내 결정이라고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내가 ‘옮길 때’가 되어서 그런 결정을 했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언제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진실이 최선의 해답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회의실을 떠난 지 2시간이 안 지나서, 나는 신님 의장인 패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사회가 날 해고했다는 진실을 밝힐 거라는 내용이었다.[405]


인생은 항상 공정하지 않다. 나는 말 그대로 ‘빅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맡은 일을 완수했다. 실수도 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와 내가 믿는 것에 내주었다. 나는 힘든 선택을 했고,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갈 수 있었다. 잃어버린 사람들과 목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내 영혼을 잃었다는 슬픔은 없다.[410]


에필로그 :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다


해가 뜨고 지는 관경을 보는 게 참 좋다. 일상사에서 위안을 느끼고,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니 경이로움이 밀려온다. 느리고 자연스런 생활의 흐름이 좋다. 밤에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게 좋다. 언제든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 그 일을 하는 게 좋다. 1시간쯤 매나 딱따구리나 벌새를 지켜보는 게 좋다. 오늘처럼 특별히 할 일도, 특별히 갈 곳도 없이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는 게 좋다.

나는 평생 축복 받았다고 믿는다. 오늘도 축복 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기회와 경험을 누리는 축복, 걸어온 여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축복, 상상도 못할 정도의 재정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축복,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축복, 나는 살면서 ‘난 두렵지 않아’란 말을 여러 번 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되뇌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외쳐보았다. 그리고 오늘, 정말 그렇다는 걸 안다. 내 영혼은 나의 것이며, 나는 평온하다.[413]




3. 내가 저자라면

책의 전반부를 읽으면서 조금 지루한 감을 느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실명의 이름들,  복잡하게 전개되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는 구체적 사건의 내용들....  자기가 겪은 어려움에 대한 극복 사례가 조금은 자화자찬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책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칼리 피오리나라는 인간에게 빠져들었다.

컴팩과의 합병으로 주제가 넘어가면서 내용이 긴박해지고 흥미진진해졌다. 기업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사회원들, 창업자 가족들의 다양한 또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회사를 이끌어가려는 저자의 노력이 곳곳에서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 해고당하고 만다. 이 장면은 아주 극적이다. 마치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보는 것 같은 감동을 준다. 이런 대우를 받은 칼리가 불쌍하고 애처롭게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에는 조직생활, 리더십, 기업 경영, 성차별, CEO로서 겪게 되는 고독감 등 독자들이 기억하고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싶을 만한 교훈적, 교육적인 내용들이 많다. 저자가 생각하는 훌륭한 사고방식, 행동 양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는 아직 나이가 젊다.(1954년생) 우리 나이로 55세이다. 아직도 사회활동을 한참 더 할 수 있는 창창한 나이다. 이런 부류의 자서전은 대게 자신의 다음 활동을 위해 이전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를 담는 자서전인 경우가 많다. 이 책도 그런 의도에서 기획된 것 같다. 그리고 그 의도를 충분히 만족시킬만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마디 변명도 하지 못하고 CEO자리에서 쫓겨난 그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창구로서의 역할도 크다고 본다.

책의 구성은 아주 단순하다. 특별한 구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치 일기를 쓰는 것처럼 연대기 순으로 저자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들을 기술했다. 읽기 전에 목차를 보고서 너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서전의 경우 목차나 책의 구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저자의 생각과 저자가 살아온 인생을 얼마나 잘 묘사하고 그를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인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분명히 성공적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그녀가 로스쿨을 그만 두기로 결정한 장면과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으며 이를 극복하는 장면이다. 저자 소개에서 인용했지만 여기 다시 한 번 인용한다.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로스쿨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나는 샤워실에서 나와 부모님을 실망시키러 갔다.(중략)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 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가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에 도달하니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그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 선택을 하면서 외로웠고 결과가 두려웠지만, 잘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했다.”[35, 36]

“결국 나는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에서 혼자 울었다.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운다는 게 화가 났다. 무엇보다도 또다시 과소평가 당했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졌다. 이런 꼴을 당할 줄은 몰랐는데. 다시 식사 자리로 돌아가니, 보잉 사 임원은 미적지근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저녁 내내 멍하니 딴 생각을 했다.(중략)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

깨달음은 이렇게 온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하지만 깨달음이 그냥 얻어 지겠는가? 무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몰입해서 몇 달이고 생각하던 중에 어느 순간 문득 ‘답’이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치열하게 살아가다가 예기치 않은 성차별이란 난관을 만나서 더 할 수 없는 좌절감을 느끼던 중에, 이것을 극복하려는 결심 속에서 또 깨달음이 얻어진다. 결국 깨달음은 치열한 삶 속에서 얻어진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인간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다.

나도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몇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절


결국 이사회는 나를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이사들은 내게 감사 인사도,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결정 사항이나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았다. 견해를 구하거나 변화에 개입할 것인지도 묻지 않았다..... 회의실에는 통보할 사람으로 지목된 이사 둘과 변호사 한 명만 남아 있었다. 지명관리위원회의 의장은 “칼리, 이사회는 최고위직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어요.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새 의장은 내가 이 소식을 ‘홍보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내린 결정이라고 발표해야 된다는 것이 이사들의 생각이라고 했다.[13, 14]


난 어떤 상황에서든 진실이 최선의 대답이라고 믿는다. 2시간이 안 되어, 새 의장에게 진실대로 말하겠다고 전갈을 보냈다. 이사회가 날 해고했다고 밝히겠다고 말이다. 발표할 때 나는 간단히 말했다. “이사회와 내가 전략을 실행하는 데 이견을 가졌던 것이 유감스럽지만, 그들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HP는 훌륭한 기업이며, HP 직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14]


시간이 많이 흘러 후에 직장을 옮겨 다닐 때도, 이것이 훌륭한 경영수단임을 알았다. 그 사람을 알기 위해 질문함으로써 존경심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잘 들음으로써 단단한 결속을 얻게 된다.[26]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 말은 할 수 있다. 나는 높은 기대치의 힘을 경험했다. 나에 대한 기대가 적었다면 많이 성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는 두려움과 결핍감이 있었기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것을 알았다. 살면서 마주치는 두려움과 불확실성 때문에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부모님이 본보기가 되어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변화가 어렵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번 이탈이나 상실과 함께 큰 모험이 찾아왔다.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효과를 깨달았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가르쳐줄 것이 있으며 나눠주고 싶어 하니까.[28]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로스쿨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나는 샤워실에서 나와 부모님을 실망시키러 갔다.[35]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가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에 도달하니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그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 선택을 하면서 외로웠고 결과가 두려웠지만, 잘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했다.[36]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들이 그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리더십이 있는 행동이다.[45]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손자병법)[46]


 그 1년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추진하는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능력을 총동원하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기회만 쫓으면 초라해지기만 한다는 것도 배웠다. 더 힘겨운 도전이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종류의 도전에는 팀 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그리고 프랭크를 만났다.[58]


승진한 사람은 분명히 다른 사람보다 뛰어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리자들 중 일부는 똑똑했고, 일부는 아니었다. 정직한 사람들도 있었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초급 관리자 중에서 더 뛰어난 관리자가 될 것 같은 이들이 있었고, 관리자가 되지 말았어야 할 것 같은 중간관리자들도 있었다.[69]


어떤 문제가 생길지 스스로 공부해서,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과정에서 훌륭한 선생님이라면 다 아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뭔가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봐야 한다.[75]


이것은 새로운 팀이 결성될 때 흔히 생기는 양상이다. 우리가 전략을 중심으로 배열해서 서로 어떤 식으로 작업할지 정할 때까지는 모든 게 느릿느릿 굴러갔다. 답답한 일이었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 나중에 빠르게 진행하려면 처음에는 천천히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시간 여유를 갖고, 더 크고 잘 조화된 팀을 만들어가야 했다. 그래야 나중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터였다.[102]


그날 밤 오랫동안 울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울지 않겠노라고. 물론 남이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짓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리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만한 이유가 있는 옳은 일에 매진하리라.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혹은 하면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니, 많을 거야.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이 다시는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하리라.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 마음 역시 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105]


지금도 연설을 할 때면 매번 시작 전에는 초조하다. 그러다 일단 무대에 서면 한 사람과 대화를 해나간다는 생각에 집중한다.[112]


어느 조직 심리학자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정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말을 6번은 들어야 한다.” 문외한은 ‘변화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듣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굴러가는 것을 보게 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138]


인간에게는 동기 부여를 해줄 목표와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는 자존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조직은 인간들로 이루어지므로, 조직에도 그런 요소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리더의 임무는 조직의 기술과 능력을 키워서 큰 성과를 이루어낼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편 가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수행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도 리더의 임무이다.[147, 148]


사람은 이성과 감정, 두 가지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149]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과 비슷하다. 새로운 운동 습관, 새로운 식이요법, 새로운 골프스윙, 새로운 일. 처음에는 무척 어렵다. 부자연스럽고 노력이 많이 요구된다. 때로는 포기하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히 해나가면, 시간이 흐르면서 새 습관이 점점 수월해지다가 결국 몸에 배게 된다. 나는 변화에 익숙했다. 변화를 겪을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음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변화에 당면하면 기회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내 동료들은 변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도 어려워 보였기 때문에, 익숙한 방식을 견지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변화가 불러올 상황이 두려웠다.[172]


리더는 팀에게 어떤 이유로든 ‘못 하겠다’란 말을 들을 때마다,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또 그런 대화를 통해서 팀을 키워야 한다.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려고 함께 노력할 때, 팀은 성장한다. 팀은 효과적인 협동을 통해 크는 것이다.[233]


나는 일하는 내내 성과와 성취로 평가받으려고 분투했고, 결국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런데도 내 성별, 외모, 인격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취급받곤 했다. 그런 점이 몹시 실망스럽다. 난 언제나 말보다 행동이 더 크게 소리난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항상 ‘켜진(ON)' 상태이고, 늘 정보와 연결되어 사실과 허구와 의견이 같은 무게를 가지는 새 시대에, ‘말보다 행동’이란 신념은 틀린 것 같다. 나에 대해 말과 글로 표현된 것들이 내 인생과 일을 말할 수 없이 힘들게 몰아간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나의 행동보다는 나를 규정하는 남들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또렷이 각인되는 듯싶다. 내가 이 책을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241]


CEO로서 내가 할 일은 새로운 자신감과 포부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나 본인이 아는 것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HP가 다른 사람들이 파악하는 것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241]


그들은 같은 회사에 오래 근무해서 서로 잘 알았지만, 결코 한 팀은 아니었다. 한 번도 협동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들은 다정하지만 단체는 아니었다. 예의 바르지만 솔직하지 않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았고, 다들 소극적 공격성(Passive-aggressive, 적대감과 공격심을 현저하게 느끼면서 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 - 옮긴이)을 보였다. 모두 내게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견해를 밝히곤 했다. 하지만 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들은 경악했다. 이런 종류의 논의는 일대일 만남에서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코치’를 받았다. AT&T에서도 목격한 현상을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진짜 성과를 내려면 솔직함이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들이 있을 때는 단도직입적인 화법이 필요하다.[260]


과정이 견고하면, 누구나 아는 대로 정확한 사실이라면, 내린 결정들이 최선의 옵션이라면, 리더는 눈도 깜빡하면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도전받았다고 주저하면, 다음에 선택하고 결정할 능력을 잃고 만다. 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리더는 다시는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가 없다. 눈을 깜빡하면, 지금껏 협조적이었던 이들의 지지를 잃게 된다. 불확실과 위험부담과 역경에 직면했을 때 리더가 당당히 버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버티지 않는다. 지연시키거나 우유부단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상 유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일 때, 리더들은 행동을 선택한다.[272]


내가 그 관리자에게 대답했다. “그래요. 우리는 실수를 할 것입니다. 나도 실수를 할 거고 여러분도 실수하겠지요. 우리가 실수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가 없습니다. 목표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목표란 과정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시의적절하게 불완전한 결정을 시행하는 것이 너무 늦게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실수는 저지르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실수에서 배워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하거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실수를 하면, 일어나서 먼지를 툭툭 털고 교훈을 얻어 전진할 겁니다. 바로 그게 승자가 취하는 방법입니다.” 그 후 5년간 나는 이 말을 하고 또 했다.[275, 276]


나는 직원들에게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했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HP 직원들이 동료들에게 전하기 좋고 쉽고 강력한 어구였다. 변화는 나쁜 게 아니고, 필요한 것이다. 멈춰 서 있는 것은 위험하다. 적응하지 않는 종은 멸종하게 된다. 배우기를 멈춘 사람은 때를 맞이하기 전에 늙어버린다. 적응과 배움을 멈춘 기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고, 다시는 과거의 영광을 얻지 못한다.[277]


이야기와 비유는 간단하고 기억하기 좋기 때문에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특히 기업 전체 구조의 조직적인 변화에는 진솔하고, 분명하며, 꾸준하고, 지속적이며, 어디에나 통하는 의사소통이 요구된다. 사람들은 경쟁적인 메시지를 듣거나, 메시지에 반항하거나, 전혀 듣지 않기 때문에, 나는 원래 계획한 의사소통 양의 10배를 쏟아야 진정한 변화를 이룬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들어야 했지만, 한편으로 나를 신뢰해야 했다. 그러므로 의사소통은 진솔하고, 포부와 위험 요소가 균형 잡히고, 현실적이며, 소소한 부분을 갖춘 큰 아이디어가 담겨 있어야 했다. 의소소통은 반복해서 말한 다른 것들과 일관성이 있어야 했다. 또 모든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변화는 필요하고 가능하며 우리는 선택한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278]


리더는 인품, 능력, 협동성으로 정해진다. 안토니오와 캐롤린이 효과적으로 협동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두 사람은 떠나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따라올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사임하라고 요구하기란 쉽지 않지만, 리더라면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소수에게 아픔을 주기도 한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경쟁력과 인격을 겸비한 사람은 적고, 다른 사람들과 효율적으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적다.[302]


경제적으로 불황일 때는 회사의 모든 단점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 침체는 회사 경영상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한때 숨겼던 문제들을 더 이상 못 본 체할 수가 없어진다. HP는 ‘친절함’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우리는 정직해야 했다. 나는 경영진을 비롯해 더 많은 조직과 진실을 말할 필요성에 대해 의논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진실을 보며, 진실을 말하고, 진실에 맞춰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어떤 사람의 실적이 표준에 못 미치면, 그렇다고 말해야 했다. 사람들에게 개선할 기회를 줄 의무가 있었지만,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조치를 취해야 했다. 진실에 맞서서 행동하는 데 실패한다면, 실제로 기여하고 있는 직원들이 피해를 입었다.[315, 316]


HP에서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파악했다. 나는 몇 가지 기법을 동원해서 정직한 토론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르치려고 했다. 경영진과 이사회 모두가 이것을 배워야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말해 주려고 애썼다.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하기 위해 많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내가 여러분을 밀어붙이거나, 여러분의 의견에 반대되는 말을 하거나, 여러분이 의견을 낼 때 질문하는 것은 꼭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내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문제를 모든 각도에서 검토해서 토론했는지 확인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316, 317]


☞ 잭 웰치, 안철수도 똑같은 말을 했다. 정직성. 진실성. 직접화법의 대화.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조직발전을 위해서나 그 얘기를 듣는 상대방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것을 귀찮아하거나 방조하는 것을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건 게으름이고 태만이고, 관리자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직무유기이다.


누구든 존중받아야 하고, 그런 존중은 연민하는 태도로 진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종이쪽지에 나쁜 소식을 적어주는 게 존중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인생의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 데 필요한 도구와 시간을 주는 것 또한 존중의 일부이다. 그해 여름, 나는 해고를 신속하고 품위있게 처리하기 위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리는 외부 회사를 고용해서,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똑바로 대면하고, 회사를 떠날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조언과 직업적인 원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떠날 직원들에게는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주었고, 떠나기 전에 심리적인 확고함을 얻게 해주었다. 계약 해지에 따른 보너스도 넉넉히 지급했다.[320, 321]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서 필요한 일과 가능한 일에 주력하게 만드는 것 또한 CEO가 해야 될 일이다. 리더가 할 일은 남들보다 앞서 기회뿐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고, 기회와 위험에 잘 적응하도록 조직을 이끌어 가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은 강해지고 성숙해질 것이었다.[321]


아무리 힘든 시기라도 웃을 거리는 있는 법이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므로, 힘든 시기에는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또 사람들은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을 찾게 되면, 결속하기 시작한다. 그날 밤, 단일팀이 조성되기 시작했다.[333]


다른 시기와 장소에, 즉 컴퓨터 부문의 초창기에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Grace Murray Hopper)라는 여성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지혜를 줍니다.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는 미국 최초의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미 해군 소장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왜 안전하게 정박된 배에 있지 않고, 바다에서 작전하는 것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정박해 있으라고 배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HP는 항구에 느긋하게 앉아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경쟁의 파도가 아닌 흔들림이 없는 잔잔한 물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라고 휴렛팩커드가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350, 351]


해가 뜨고 지는 관경을 보는 게 참 좋다. 일상사에서 위안을 느끼고,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니 경이로움이 밀려온다. 느리고 자연스런 생활의 흐름이 좋다. 밤에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게 좋다. 언제든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 그 일을 하는 게 좋다. 1시간쯤 매나 딱따구리나 벌새를 지켜보는 게 좋다. 오늘처럼 특별히 할 일도, 특별히 갈 곳도 없이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는 게 좋다.

나는 평생 축복 받았다고 믿는다. 오늘도 축복 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기회와 경험을 누리는 축복, 걸어온 여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축복, 상상도 못할 정도의 재정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축복,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축복, 나는 살면서 ‘난 두렵지 않아’란 말을 여러 번 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되뇌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외쳐보았다. 그리고 오늘, 정말 그렇다는 걸 안다. 내 영혼은 나의 것이며, 나는 평온하다.[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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