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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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영웅들 (Heroes of History)
윌 듀런트(Will Druant) 글/안인희 옮김/황금가지
1. ‘저자에 대하여‘ - 저자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
Will Durant 윌 듀런트(1885.11.5∼1981.11.7)
■ 그는 누구
“내게 있어서 역사란 철학의 한 부분이다. 철학은 광범위한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삶과 현실의 광범위한 전망을-당신의 태도를 현실이나 삶의 특정한 부분을 향해 이끌어가는 광범위한 전망 말이다. 역사는 시간 속의 사건들을 탐구함으로써 철학적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결론적으로 나는 자신이 역사를 쓰는 철학자라고 생각한다.” 10p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월 듀란트를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스스로가 말한 대로, ‘역사를 쓰는 철학자’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그에게 있어 역사란 철학의 한 부분이며, 철학은 삶과 현실에 관한 광범위한 전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역사란 전쟁과 평화, 방종과 도덕, 파괴와 건설처럼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사실 사이를 오고 가는 진자의 운동, 그 이상의 것이다. 듀란트 재단 홈페이지에 역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언급한 부분이 있다.
“과거가 죽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이야말로 현재에 가장 확실히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 현재라는 것은 단지 과거를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압축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 또한 당신의 과거이며; 흔히 당신의 얼굴이 당신의 자서전이다; 당신은 현재 지금의 당신 자신이다. 왜냐하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당신이었던 것이 바로 당신이고, 또한 잊혀진 세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이 바로 당신이며;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모든 환경적인 요소가 당신이고, 지금까지 만나 온 모든 남성과 여성이 당신이며, 지금까지 읽어왔던 모든 책이 당신이며,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모든 경험이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당신에게 쌓여서 당신의 기억, 신체, 특성, 영혼 속에 녹아 있다. 이 원리는 사람뿐 아니라 도시나, 나라나, 민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과거 없이는 우리는 그 어떤 도시도, 나라도 민족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도 우리가 가진 현재의 비관주의는 아마도 경제적인 삶에서의 개인간에, 정치적인 그룹 중에서 정치 그룹간에, 종교들 간의 교의간에, 전쟁시에 국가간에 일어나는 격한 분쟁으로 우리의 역사를 보는 우리 자신의 경향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볼 수 있고, 독자나 역사가들의 눈길도 더 많이 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증오로 불타오르고 피로 얼룩진 전쟁의 긴 강으로부터 방향을 틀어서 강둑을 본다면, 좀 더 조용하지만 고무적인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여성들이 아이들을 기르고, 남성들은 집을 짓고, 농부들은 땅으로부터 식량을 거둘 것이며, 장인들은 편리한 삶의 도구들을 만들고, 정치가들이 때때로 전쟁대신 평화를 조성하고, 선생님들은 야만을 문명으로 전환을 시킬 것이고, 음악가는 우리의 마음을 조화와 리듬으로 달랠 것이며, 과학자들은 지식을 쌓을 것이고, 철학자들은 진실을 모색할 것이고, 성자들을 인류의 지혜에 대해 보여줄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는 너무나도 자주 핏빛나는 그림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문명의 역사는 강둑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록이다.“
출처 : 듀란트 재단 홈페이지 번역 인용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항상 낙관의 편에 서 있다. 이 책에 무수히 등장하는 시가 더욱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그의 여유로운 눈길과 넓은 가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는 가운데서도 초연하게, 수 많은 역사속 영웅들의 이야기를 읊조리던 그의 모습을 책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린 그와 한 시대를 살았음에 감사드려야 할 일이다.
■ 그의 생애
미국 메사츄세스 노스 아담스 태생으로, 프랑스-캐나다계 퀘백으로부터 이민 온 프랑스계 캐나다인 Joseph Durant와 Mary Allard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뉴저지주 커니(Kearny)의 카톨릭 교구 부속학교에서 수녀들에게서 수업을 받았으며, 1900년 저지 시의 성 베드로 학교(St. Peter's Academy and College)에 입학했다. 그의 부모들은 그가 독실한 종교인으로 사제의 길을 걷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그는 1903년, 저지 시의 도서관에서 다양한 철학자 및 무신론자들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그때까지 확신하고 있었던 종교에 대한 믿음과 헌신에 상처를 입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종교인으로서의 길을 갈 수 없음을 깨달았고, 결국 부모의 희망을 버리고 사회주의쪽으로 전향하게 된다. 마침내 1905년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그리고 1907년 졸업하였다. 졸업 후 그는 Brisbane의 뉴욕 이브닝(New York Evening Journal)에서 일주일에 10달러를 받고 리포터로 일하기도 했다. 거기서 그는 성범죄에 대한 몇 개의 기사를 썼다.
그 해 가을, 그는 뉴저지, 사우스 오렌지(South Orange)의 세톤 홀 대학에서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와 기하학 등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09년, 같은 대학의 부속 신학교에서 그의 비밀 조직과 함께 토마스 아퀴나스와 칼 마르크스를 통합하려는 연구를 시작한다. 이 때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 위대한 사상가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철학자 ‘스피노자’였다. 스피노자의 대표작 ‘에티카(Ethics Geometrically Demonstrated : 기하학적으로 증명된 윤리학)’는 그에게 철학자로서의 앞으로의 삶을 예견해 주었다.
신학교를 떠난 후 맨하탄에서 그 시대의 급진적인 물결을 헤쳐나가기로 결심한 그는 같은 해, 자유 교육 실험학교인 페레르 근대학교(the Ferrer Modern School)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유주의 교육을 실험하게 된다. 알덴 프리먼(Alden Freeman)은 그의 서포터로서 역할을 하였는데, 그의 유럽 여행을 도왔다. 그 유럽 여행에서 그의 제자이자, 13살 연하인 에이리얼(Ariel)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Chaya Kaufman 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결혼 후 그녀와의 사이에서 에덜(Etherl)을 낳았고, 루이스(Louis)라는 아들을 입양하게 된다.
젊은 날의 그는 역사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브리즈반(Brisbane)의 인간의 과거를 철학적으로 이해하려는 가르침에 따라 영국의 역사가, 버클(Henry Thomas Buckle)의 책 ‘Introduction to the history of civilization in England’를 접하게 된 그는 이에 깊은 감동을 받고, 버클이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과업을 자신이 마저 수행하기로 결심한다.
1917년, 그는 첫번째 저서 ‘Philosophy and the Social Problem’을 내고, 박사 학위를 따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지만, 1차 세계대전으로 수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자신의 자리를 사임한다. 동시에 그는 한 교회(Labor Temple)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철학, 문학, 과학, 음악, 예술의 역사에 대한 강좌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훗날 그의 ‘철학 이야기’와 ‘문명 이야기’의 밑거름이 된다.
1921년, 유명한 ‘Little Blue Books’ 시리즈의 발행인인 줄리어스(E. Haldeman-Julius)가 우연히 그의 수업을 듣게 되고, 그의 강의를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다른 일들로 바빴던 듀란트은 처음에 이 제안을 거절하지만, 줄리어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에게 선금을 주며 철학자 한 명씩에 대한 소책자를 쓰게 만들었고, 이렇게 11권의 소책자가 모여 1926년 마침내 ‘철학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성공으로 경제적인 자유를 얻게 된 듀란트는 버클의 책을 읽은 뒤 가슴에 품고만 있었던 문명의 역사에 대한 저술을 마침내 시작할 결심을 한다. 또한 ‘철학 이야기’로 명성을 얻은 그는 잡지 등에 기고를 하게 되고, 이런 에세이들을 묶여 나중에 ‘The Pleasures of Philosophy.’란 이름으로 재출간되는 The Mansions of Philosophy’ (1929)를 출판한다.
이후, 그는 아내 에이리얼과 함께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 이야기인 ‘문명 이야기’의 집필에 집중하고, 1935년, 출판된 첫 번째 책인 ‘Our Oriental Heritage’에서 시작해서 1975년, 11번째 책인 ‘The Age of Napoleon’으로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약 50년의 세월 동안 그의 긴 여행은 계속된다. 그 중 제10권, ‘Rousseau and Revolution(1967)’은 그에게 퓰리처 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으며, 1977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포드 대통령으로부터 ‘자유 훈장(Medal of Freedom)’을 수상한다.
그는 ‘문명 이야기’를 통해 ‘통합된 역사’를 보여주기를 원했다. 단지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기술된 역사가 아닌, 전문가의 관점이란 이름으로 각각의 부분으로 쪼개어진 역사가 아닌 그 당시 존재했던 그대로의 ‘전체적인 그림’으로서의 역사를 담아내고자 했으며, 이 글을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은 지금까지 접할 수 없었던 철학적 관점, 문화적 관점의 새로운 역사서, 영웅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 가족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는 이 책 ‘역사 속의 영웅들’의 초입에 공자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가르침을 길게 인용하며 ‘개혁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따뜻한 가장이요, 한 사람의 남편으로 평생을 아내 에이리얼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였다. 삶의 동반자, 이상적 동료,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역사가 불가피하게 가질 수 밖에 없는 어두운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저작에서 유머와 재치 그리고 낙관적 시선을 유지하게 해 주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이 책 ‘역사 속의 영웅들’의 작업에는 장성한 딸까지 합세하여 일가족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듀란트의 애초 계획은 이 책을 총 23개의 장으로 구성하는 것이었지만, 21장을 완성한 시점에 그의 아내 에이리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저자 자신도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으며, 1981년 10월 25일 아내가 세상을 떠난지 13일 후인 11월 7일 96세의 나이로 아내를 따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들은 살아서 그랬던 것처럼 죽어서도 같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해 서둘러 생을 마감한 것이다. 현재 그는 아내와 함께 나란히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Westwood Village 기념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다.
■ 그의 저서
철학 이야기 The Story of Philosophy (1926)
Transition (1927)
The Mansions of Philosophy (‘철학의 기쁨 The Pleasure of Philosophy’으로 재출간) (1929)
The Case for India (1930)
Adventures in Genius (1931)
The Pleasures of Philosophy (1953)
그의 아내 Ariel과의 공동저서
The Lessons of History (1968)
Interpretations of Life (1970)
A Dual Autobiography (1977)
The Story of Civilization
The Story of Civilization(1935~ 문명이야기 1권 간행)
The Life of Greece (1939),
Caesar and Christ (1944),
The Age of Faith (1950),
The Renaissance (1953),
The Reformation (1957),
The Age of Reason Begins (1961),
The Age of Louis XIV (1963),
The Age of Voltaire (1965),
Rousseau and Revolution (1967; Pulitzer Prize, 1968),
The Age of Napoleon (1975).
그의 사후에 출판된 책
The Greatest Minds and Ideas of All Time(2002)
역사 속의 영웅들 Heroes of History : A Brief History of Civilization from Ancient Times to the Dawn of the Modern Age(2001)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들어가는 말 월 듀런트가 남긴 마지막 유언
내게 있어서 역사란 철학의 한 부분이다. 철학은 광범위한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삶과 현실의 광범위한 전망을-당신의 태도를 현실이나 삶의 특정한 부분을 향해 이끌어가는 광범위한 전망 말이다. 역사는 시간 속의 사건들을 탐구함으로써 철학적 전망을 얻으려는 시도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결론적으로 나는 자신이 역사를 쓰는 철학자라고 생각한다.(10P)
듀런트는 명성보다는 명료성을 위해 싸운 철학자였다. 눈부시고 힘찬 산문으로 글을 썼으며, 또한 인류는 충분한 영감을 받기만 하면 신들과 동일한 위대성의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여겼던 사람이다. 니체와 똑같이 <모든 철학은 역사에 (그 힘을) 빼앗겼다>고 느꼈던 듀런트는 현재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공부하는 것이라 생각했다.(12P)
이것은 미래 세대의 도덕적 함양과 이익을 위해 과거의 유산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13P)
제1장 문명이란 무엇인가
인류의 흔적은 대략 기원전 1백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 농업의 흔적은 기원전 2만 5천 년 이전으로는 올라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인류는 땅을 경작하는 농부로 정착 생활을 한 것보다 40배나 긴 세월을 사냥꾼으로 살았다. 97만 5천 년의 이 세월 동안 인류의 기본적인 성향이 만들어졌고 아직도 그대로 남아 매일 문명에 도전하고 있다.(15P)
남자는 대단히 빛나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따지면, 자궁이며 인간 종족의 주류인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다.(16P)
남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로, 마지못해 부분적으로만 문명화되었다. 남자는 천천히 여자에게서 사회적 특질을 배워 익혔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절(친족과 가까워지는 것), 절제, 협동, 공동체 활동 등이다. 이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자질이 미덕이 되었다. 내 생각에 이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다. 즉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17P)
가족, 교회(종교), 학교, 법, 대중의 의견(여론) 등이 이 복잡한 도덕 규범의 형성을 도왔다. 농업시대에 가족은 협동과 상호 협조가 쓸모 있고 편안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19P)
도덕적 계율은 모든 것을 굽어보고 보상하거나 벌을 주는 신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종교는 그런 계율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다.(19P)
부모와 교사들의 권위는 20세기가 되기 전까지는 종교와의 연결을 통해 강화되었다. 법은 조직된 힘을 이용해 도덕적 규범 대부분을 뒷받침해 주었다. 대중의 의견은 형용사와 모욕적인 취급을 통해 부도덕을 억제하고, 칭찬과 장려와 권력을 통해 좋은 행실을 격려해 주었다.(19P)
문명이란 문화적 창조를 격려하는 사회 질서다. 만일 질서와 문명을 위해 만들어진 힘이 보조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가족을 농토에 함께 묶어두던 공도의 노동이 사라지면서 가족의 끈이 약해졌다.(20P)
부(富)와 도시들이 커지면서 종교가 약해졌다.(20P)
법은 지나친 증식과 그 편향성을 통해 그리고 입법자들을 매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그 권위를 잃었다. 대중의 의견(여론)은 분열과 두려움과 무관심 그리고 부(富)에 대한 보편적인 숭배에 의해 그 힘을 잃었다.(20P)
이렇게 되면서 옛날의 본능이 사슬에서 다시 풀려나고 범죄, 도박, 부정부패, 양심 없이 돈만 밝히는 것, 성적인 문란 등이 난장판을 이루게 되었다. 성(性)이 곧 사랑이 되는 이런 성적인 문란 속에서 성은 남자에게는 공짜가 되었고, 종족에게는 위험스러운 것이 되었다.(21P)
무능한 사람들의 생산성은 밑바닥에서 종족을 번식시키고, 지적인 사람들의 불임은 정상급에 있는 종족을 시들게 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의 이교적인 방종이야말로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증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방종은 보통 그 반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연속 장면의 한 가지는 이교적인 방종의 시대에 이어 청교도적인 억제와 도덕적 규율의 시대가 뒤따라온다는 것이다.(21P)
이런 전례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자녀의 손자들이 청교도가 되리라고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저 볼테르와 기본(Gibbon)의 비관적 결론, 즉 역사는 <인류의 범죄와 어리석음의 기록>이라는 결론에 동의하지 않겠다.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생명의 흐름을 이끌어온 것은 평범한 가족의 건강함과, 남자들과 여자들의 노동 그리고 사랑이다.(22P)
이 소란스럽고 더러운 강 위에, 부조리함과 고통 한가운데에 진짜 신의 도시가 감추어져 있다. 이 도시에서는 과거의 창조적 정신이 기억과 전통의 기적에 의해 아직도 살아서 작용하고 모습을 다듬고 형태를 만들고 노래를 부른다.(22P)
제2장 공자와 추방당한 신선
디데로는 1750년에 중국에 관해 이렇게 썼다. <이들은 고대의 문물, 예술, 지성, 지혜, 정책 그리고 철학적 감각이라는 면에서 어떤 아시아 사람들보다 우수하였다. 아니 어떤 저자들의 판단에 따르면 그들은 이런 일들을 놓고 오늘날 가장 계몽된 유럽인들과도 우열을 다툰다.> <고대의 현자들>에 관해 말하면서 예수보다 약 5백 년 전에 살았던 공자를 찾아내는 것은 얼마나 뜻 깊은 일인가.(25P)
전설은 우리에게 반고이야기를 전해준다. <그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목소리는 천둥이 되고, 핏줄은 강물이, 살은 땅이, 머리카락은 풀과 나무가, 땀은 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 붙어 있던 벌레들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되었다.> <사람들은 짐승과 같았다. 몸에 두른 옷이라고는 자신의 가죽뿐이고 날고기를 먹고 어미는 알지만 아비는 알지 못하였다.>(26P)
복희씨는 기원전 2852년경 사람들에게 결혼, 음악, 글, 그림, 그물로 물고기 잡는 법, 짐승 및 남편 길들이는 법 그리고 비단을 짜기 위한 누에를 치는 법 등을 가르쳐 주었다. 그의 뒤를 이은 신농씨는 농사를 시작하고 쟁기를 발명하였다. 그리고 약초에서 의약품을 만드는 법을 발전시켰다. 황제(黃帝)는 자석을 발견하고 관측소를 세우고 달력을 정확하게 만들고 땅을 재분배하였다. 부를 재분배하는 통치 행위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다. 전설은 이렇듯 역사가(家) 카알라일처럼 역사를 영웅들의 연속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수많은 세대에 걸쳐 끈질기게 이루어진 발전을 몇몇 뛰어난 개인의 업적이라고 서술하였다. 이 황제 시대는 걸왕(桀王)의 사악함으로 인해 끝이 났다. 그는 젓가락을 발명하고 사람들에게 방탕과 폭력의 난장판을 허용하였다.(27P)
노자에 따르면 올바른 길이란 지적 활동 및 거짓을 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이나 옛날 관습, 사고와 조화를 이루어 고요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29P)
자연이란 자연의 활동성이며 전통적 사건의 고요한 흐름이고, 계절과 하늘의 웅대한 행진이며 질서다. 그것은 모든 시내와 바위와 별에 새겨져서 드러나는 <길[道]>이다. 그것은 공평하고 인간적이지 않으며 합리적인 사물의 질서다. 우리가 지혜를 지니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행동의 법칙은 바로 이 질서를 따라야 한다(스피노자도 주장한 것). 이 사물의 법칙은 바로 우주의 도(道), 즉 길이며 행동의 법칙은 삶의 도, 즉 길이다. 노자에서 두 길은 하나가 된다. 탄생, 삶, 죽음의 리듬을 지닌 인간의 삶은 우주 리듬의 일부다.(29P)
자연에서 모든 사물은 소리 없이 작용한다. 이들은 존재 속으로 들어오지만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이들은 그 기능을 모두 완수하지만 아무런 요구도 없다. 모든 사물은 똑같이 자기 맡은 바 일을 다하고 물러난다. 사물은 절정에 도달하면 모두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원래 온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휴식, 혹은 사명의 완수를 뜻한다. 이런 귀환은 영원한 법칙이다. 이 법칙을 아는 것이 곧 지혜이다.(29P)
철학적인 비활동 상태인 무위(無爲)는 사물이 나아가는 자연의 흐름에 개입하지 않음을 뜻한다. 이 무위는 모든 분야에서 지혜로운 사람의 표지(마크)이다.(30P)
중국인의 사유는 성자가 아니라 현자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선의가 아니라 지혜를 주로 이야기한다. 중국인들의 이상(理想)은 경건한 헌신이 아니라 성숙하고 고요한 마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심지어 도(道)와 지혜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지혜란,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모범과 경험으로만 전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아는 것이 많을 경우 그는 이것을 감추려 한다. <그는 자신의 명석함을 완화시키려 하며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몽매함과 같아진다. 그는 학식 있는 사람보다는 단순한 사람들과 더 마음이 맞으며 초심자의 모순을 보고 화를 내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부나 권력에 가치를 두지 않고, 불교에서 말하는 최소의 수준으로 소망을 줄인다.(31P)
공자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던 서른다섯의 나이로 노자를 찾아가 역사의 몇 가지 세부 사항에 대해 충고를 구하였다. <늙은이>는 거칠고도 신비롭고 짤막한 말로 대꾸하였다.
네가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뼈까지 진흙이 되고 말았다.…… 너의 자부심과 야망을 없애라, 애착과 극단적인 목적들을 다 없애라. 네 품성은 이것들로부터 얻을 것이 없다.(31P)
공자
공자는 대략 기원전 551년에 봉건 제후 국가의 하나인 노나라에서 태어났다.(31P)
그의 기본 철학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널리 교육을 펼쳐서 도덕성과 사회 질서를 회복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이라 불리는 책에 있는 이 두 구절은 제자들이 그의 가르침을 요약해 놓은 것이다.
제국(온 세상)에 최고의 미덕을 펼치기 원했던 옛사람들은 먼저 자기 나라의 질서를 잘 잡았다. 나라의 질서를 잘잡기 원하면서 그들은 먼저 자기 가족을 단속하였다. 가족을 단속하기 원하면서 그들은 먼저 자기 자신을 다스렸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를 원하면서 그들은 먼저 자기 마음을 바르게 하였다. 마음을 바르게 하기를 원하면서 그들은 먼저 생각을 신중히 하였다. 생각을 신중히 하기를 원하면서 그들은 먼저 지식을 최대한 넓혔다. 지식을 넓힌다는 것은 사물을 탐구하는 것이다. 사물을 탐구하자 지식이 완전해졌다. 지식이 완전해지자 생각이 신중해졌다. 그들의 생각이 신중해지자 마음이 바르게 되었다. 마음이 바르게 되자 그들은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을 다스리게 되자 가족을 단속할 수 있었다. 가족을 단속하게 되자 나라가 바르게 통치되었다. 나라가 바르게 통치되자 온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되었다.(33P)
제3장 붓다에서 인디라 간디까지
우파니샤드
우파니샤드는 스승과 제자사이에서 이루어진 종교 철학적 대화이다. 기원전 300년경에 기록되었는데 인도철학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것이다.(42P)
<우파>는 <가까이>, <샤드>는 <앉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하나 혹은 여러 명의 학생들이 구루, 곧 선생님 앞에 앉는다는 의미다. 가르침은 이해와 깨달음의 세 단계를 보여준다. 첫 번째 단계는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내면을 관찰하는 일이다. 어떤 형태나 내용이나 개체성을 가진 것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내면을 들여다보라. 마침내 그런 조작들 뒤에 숨어 있는 마음 자체를 느낄 때까지 그리고 의식 자체의 의식을 느낄 때까지 계속해라. 이것이야말로 모든 현상들―모든 지각과 따라서 모든 사물들 ―이 토대로 삼는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실체다. 구루들은 이러한 근원적인 실체를 아트만(자아)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영어의 <혼(Spirit)>, <영감(inspire)>등과 마찬가지로 <숨결>을 뜻했던 말로 보인다.
두 번째로 모든 사물에는 우리 자신의 내면과 마찬가지로 내적이고 생명이 있고 비물질적인 힘의 숨결이 있다. 이들 살아 있는 모든 힘의 총합이 브라마(범천)이다. 브라마는 삼라만상 모두에 스며들어 있는 정수(精髓)로 비물질적이고 성(性)의 구별이 없고, 비개인적이며 만질 수 없는 것이다.
세 번째로 아트만과 브라마는 원래 하나다. 우리 속에 들어 있는, 혹은 나무나 돌 안에도 들어 있는 비개체적 영혼 혹은 힘은 세계의 비인격적 영혼과 동일한 것이다.(43P)
붓다
그는 탄생이 바로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46P)
어째서 탄생은 그치지 않는가? 카르마(업)의 법칙이 새로운 탄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영혼은 새로 얻은 삶에서 전생의 악행을 보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완전한 정의와 지치지 않는 인내와 모두에게 친절한 삶을 살 수가 있다면, 또 영원한 일에 생각을 결부시키고, 시작되고 소멸되는 일에 마음을 두지 않으면 어쩌면 재탄생을 면제받을 수도 있다. 즉 악의 원천 자체가 말라버리게 된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모든 소망을 접고 오직 모두에게 좋은 일만 할 수 있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망상인 개체성(나 자신이라는 의식)은 극복되고 영혼은 마침내 의식이 없는 무한성과 합쳐질 수 있게 된다.(46P)
행복이란 이교도들이 믿듯이 이승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믿듯이 저승에서도 가능하지 않다. 평화는 열망이 없는 냉정한 평온함에서만 가능하다. 그것이 해탈(니르바나)이다.(46P)
정신이란 총체적으로 이루어진 활동을 이르는 추상적 용어이다.(48P)
죄라는 것은 이기심과, 개인적인 이익이나 쾌락을 찾는 일이다. 영혼이 모든 이기심에서 자유로워질 때까지 영혼은 되풀이해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해탈이란 이기심을 극복한 고요한 상태이다. 붓다의 말에 따르면 마지막에 우리는 도덕적 개인주의와 심리적 개이주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 욕심에 시달리는 우리의 자아는 실제로는 분리된 존재나 힘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강물 위에 이는 순간적인 잔물결이고, 바람에 날리는 운명의 올가미 속에 얽혔다 풀어졌다 하는 작은 매듭일 뿐이다. 우리 자신의 전체의 일부라는 것을 본다면, 우리의 개인적인 실망과 패배, 비탄과 고통, 피할 수 없는 죽음 등이 더는 이전처럼 우리를 슬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무한성의 넓이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의 분리된 자아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면 마지막에 우리는 해탈, 곧 이기적이지 않은 평화를 찾을 것이다.(48P∼49P)
제4장 피라미드에서 이크나톤까지
파라오들
세계 미술사가인 엘리 포르는 이렇게 썼다. <이집트는 그 예술품의 견고함과 통일성과 훈련된 다양성 그리고 그 성과물의 엄청난 지속성과 보존 능력으로 지구상에 나타났던 문명들 중에서 가장 거대한 문명의 장관을 제공하고 있다.>(55P)
헤로도토스는 쿠푸(기원전 약 2590년경)가 카이로 교외 기자(giza) 근처의 사막을 장식하고 있는 많은 피라미드 중에서 가장 오래된 피라미드를 세운 일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한 이것은 인간이 세운 단일 건축물로는 가장 큰 것이다.l 그것은 넓이가 13에이커에 달하고, 높이가 448피트(약 134미터)에 이른다. 그 공간 안에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성 파울 교회 그리고 피렌체 성당과 밀라노 성당을 모조리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다.(57P)
피라미드에ㅐ는 야만적으로 원시적인 요소가 있다. 그토록 난폭하게 엄청난 크기를 만들어낸 일과 영원성을 향한 공허한 갈망이 그것이다. 역사에 부풀려진 채 이들 건축물을 위대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마도 구경꾼의 추억과 상상력일 것이다. 분명 사진은 이집트 건축물을 지나치게 고상한 것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흙먼지 말고는 무엇이든 다 잡아낼 수 있고, 대지와 하늘의 고귀한 원경을 이용해 인간이 만든 건축물을 웅장하게 만들 수 있다. 기자의 일몰이 피라미드보다 더 위대하다.(59P)
시인 왕
아톤은 지상의 모든 종족을 먹이고 통치한다. 그것은 살아 있는 신성(神性)의 개념으로 모든 사물을 살아나게 만드는 창조적인 힘이다. 태양신의 열기는 생명의 따뜻함이고 사랑의 열정이다. 그것은 모든 식물을 먹이고 열매맺게 하고 모든 동물에게 힘을 주고 <여자 속에서 남자―아이를 만드는> 존재다. 태양신은 모든 종족과 모든 형태의 성장을 위한 신이다.(70P)
제5장 구약성서의 철학과 시
한 민족의 탄생
이 책의 의도는 문명의 역사를 한정된 지면에 요약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남겨진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는 것이다.(73P)
메시아란 다윗의 후손 중에 <기름 부음을 받은 자>를 뜻하는 말로 다윗 왕이 통치하던 시대의 영광과 행복을 다시 만들어낼 것을 소원한다는 뜻이었다.(77P)
다윗은 풍부하고 다채로운 요소들을 지닌 놀랍고도 확실한 남자이며, 내면에 많은 야만성의 면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또한 문명의 모든 약속을 보여주는 남자이다. 그의 아들이며 후계자는 솔로몬이었다. <평화>를 뜻하는 <샬롬>이란 말에서 온 이름이다.(77P)
철학자들
칼라일은 욥기를 가리켜 <역사상 기록된 가장 위대한 문헌의 하나다. >…… 성서나 혹은 성서 바깥에 이와 동일한 문학적 가치를 지닌 글이 쓰인 적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라고 하였다.(83P)
<불의가 그토록 자주 승리한다면 어떻게 이 세상을 정의와 사랑의 신이 다스리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83P)
그는 지상의 존재란, 피할 길 없는 죽음을 매일 연기하는 것이라고 여겼다.(83P)
철학은 전체의 빛 속에서 부분을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주 큰 전체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사실이 그 최초의 교훈이다. 부분과 전체의 조화라는 것은 아마도 건강, 아름다움, 진실, 지혜, 도덕성, 행복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가 될 것이다.(85P)
시인들
시인들은 두가지 답변을 내준다. 하느님과 그리고 우주와 화해하라. 또한 사랑으로 너의 삶을 밝게 만들어라.(86P)
<진실한 사랑에서는 영혼이 육체를 감싸안는다>-모파상-(90P)
모든 것 중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은 에고를 가장 많이 넓혀주고, 살아 있고 평화로운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과 팔을 활짝 여는 일이다. 영혼이 행복하면 그 사랑도 커진다.(91P)
제6장 페리클레스에 이르는 길
지리적 확장
-헤라클레이토스
두 가지 생각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변화가 보편적이라는 것과 에너지는 파괴할 수 없이 영속한다는 생각이었다. 지속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 모든 것은 언제나 현재의 존재이기를 중지하고 새로운 다른 것으로 된다. <모든 것은 흘러간다> 그리고 <흐르는 강의 동일한 물 속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쉬지 않고 중지하는 <과정>이다.(95P)
개별적인 영혼은 생명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꽃의 일시적인 혀일 뿐이다. 인간은 이 불꽃 속에 변하는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불을 붙여 밤에 내놓은 촛불과 같다>. 신은 영원한 불이고, 유동적인 세계의 어디에나 존재하는 에너지이다. 이런 보편적인 변화 속에서 무엇이든 시간이 흐르면 정반대의 것이 될 수도 있다. 선은 악이 될 수 잇고 악이 선이 될 수도 있다. 삶은 죽음이 되고 죽음은 삶이 된다. 이러한 대립은 동일한 사물의 두 가지 측면이다. 힘은 대립하는 두 요소의 긴장이다. <싸움(경쟁)>은 <모든 것의 아버지이며 모두의 동족이다. 싸움이 만들어낸 일부는 신이 되고, 또 일부는 인간이 된다. 그것은 어떤 존재를 노예로, 또 어떤 존재를 자유롭게 만든다.> 마지막에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싸움은 정의다.>(95∼96P)
-피타고라스
그는 처음으로 <세계에 코스모스라는 이름을 부여한> 인물이다. <코스모스>란 질서라는 뜻이고, 이것이 피타고라스의 핵심적인 단어이다. 우리의 소망이 질서를 이룬 것 그리고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질서를 이룬 것이 곧 미덕이다. 그리고 국가 안의 질서가 유지되면 그것이 곧 올바른 정부이다.(99P)
솔론
솔론의 평화로운 혁명은 역사상 용기를 주는 하나의 기적이었다.(104P)
<나는 항상 배우는 가운데 나이가 들었다.>-솔론-(107P)
제7장 아테네의 황금 시대
페리클레스
1820년경 셸리는 이렇게 썼다. <페리클레스의 탄생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죽음 사이에 들어 있는 시대는……세계 역사상 가장 기억할만한 시대이다.>(109P)
아테네는 한 국민의 역사에서 정치 지도력, 예술, 과학, 철학, 문학, 종교, 도덕 등이 책의 여러 페이지에 흩어져서 각가 따로따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상을 지닌 하나의 직물로 짜여져 나타난 시대였다.(112P)
아테네 사람들은 너무나 똑똑해서 선량해지기 어려웠다. 그들은 악덕을 싫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성을 멸시하였다. 어떤 민족도 이보다 더 큰 상상력이나 혹은 더 생생한 혀를 가진 적이 없었다.(115P)
페리클레스 시대의 미술
질서와 균형 비율, 형태와 리듬, 정밀성과 명료성에 대한 감각은 그리스 문화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116P)
그리스 예술은 이성을 눈에 보이게 만든 것이다. 그리스 회화는 선으로 이루어진 논리학이고 그리스 조각은 균형의 숭배이며 그리스 건축은 대리석으로 된 기하학이다.(116P)
사물의 본질을 잡아내고 형태와 생명의 이상적인 가능성을 그려내는 것이 목적이었다.(116P)
그리스 사람들은 예술이란 삶에 종속된 것이며, 삶은 모두 중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이라고 생각하였다. 실용성이 없는 아름다움에 반대하는 건강한 공리주의 성향을 가졌다.(117P)
그리스 예술은 빌려온 경외심으로 명상을 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사람들의 진짜 관심과 기획을 위한 것이었다. 예술가는 작업장에 파묻혀 보통 사람과 다른 언어로 작업하는 무능력한 은둔자가 아니었다. 예술가는 공공연하고 지적인 직책을 맡아 온갖 등급의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장인이었다.(117P)
인간과 다른 모든 종은 생존 경쟁을 통해 진보한다.-엠페도클레스-(120P)
모든 것은 입자일 뿐이며, 생각이란 특별히 섬세하고 부드러운 입자들이다.-데코크리토스-(120P)
물질은 오로지 정신을 통해서만 알 수 있으므로 물질주의란 논리적으로 보면 비논리적이다.-제논-(120P)
우주는 약간 물리적인 <누스(nous, 정신)>에 의해 활력을 받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큰 덩어리이다. 이 누스는 우리 자신 안에 있는 생명과 운동의 원천과도 비슷한 것이다. 모든 유기체는 원래 흙, 습기, 열기 등에서 만들어진 것이다.-아나사고라스-(120P)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프로타고라스-(121P)
그리스 연극
보통 한 시대의 철학은 다음 시대의 문학이 된다. 한 세대 동안 사색이나 탐구의 영역에서 논쟁이 이루어진 사상이나 문제들은 이어지는 세대에 가서 연극, 허구, 시 문학의 배경이 되곤 한다.(122P)
황금 시대는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더불어 끝났다. 아테네는 몸과 영혼이 다 지쳤고, 한 세대 동안이나 계속된 싸움을 통해 품성이 타락한 것을 느꼈다.(131-132P)
제8장 플라톤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전쟁 이후
철학은 시민의 성실한 마음을 찾아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고, 지성을 함양해서 신의 계율과 사람들의 마음을 감독하는 신성(神性)에 대신하게 하였다.(136P)
필립 왕과 데모스테네스
필립은 신체와 의지력이 강하고, 스포츠에 뛰어나고, 잘생긴 사람으로서 문명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강력하고 훌륭한 짐승이었다.(137P)
플라톤
<남성과 여성 중에서 최고인 사람은 가능한 한 자주 최고의 상대와 맺어져야 한다. 열등한 사람은 열등한 사람끼리 결합한다. 그들은 한 종류의 결합에서 태어난 후손들을 양육하고 다른 종류의 결합이 만든 후손은 양육하지 않는다. 이것만이 대중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플라톤-(146P)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과는 더불어 논다면 아리스토텔레스와는 더불어 일을 해야 한다.(148P)
「영혼에 관하여」는 영혼을 <섭취, 성장, 소멸을 하도록 해주는 유기체의 힘>으로 규정하였다. 신을 제1원인으로 본 것, 아니면 어디에나 있는 기본 에너지로 파악한 것은, 세계란 움직이는 에너지라고 여기는 현대의 관점과 일치한다.(150P)
행동의 목적은 행복이지만 행복의 비결은 미덕에 있다. 그리고 최고의 미덕은 지성이다. 이것은 현실, 목표, 수단에 대한 조심스런 관찰이다. 통상적으로 <미덕>이란 두 극단 사이에 있는 황금의 중간(황금률)을 뜻한다. 정치란 한 사회를 구성하는 계층들간의 타협의 기술이다. 모든 사람은 불평등하게 만들어졌다.(150P)
알렉산드로스
정력이란 천재의 절반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통제의 능력이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는 온통 정력이었다.(155P)
제9장 로마 공화국
사람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한다. <그 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판관들은 이탈루스가 오이노트리아의 왕이 되었을 때, 그곳 사람들이 자신들을 이탈리아 사람(이탈루스 사람)이라 불렀다고 보고한다.>(158P)
로마 사람들의 가장 깊은 경건함과 가장 진지한 숭배는 생명의 어머니이고, 죽은 자들의 고향이며 솟아나는 씨앗 속에 감추어진 마법의 힘인 대지를 향하였다.(161P)
아이가 의심하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신앙심은 규율, 의무, 예의 등을 그의 성격 안에 만들어 넣었다. 종교는 가족에게 신의 보장과 후원을 보내주었다. 또한 부모와 자식들에게 절대로 스러지지 않는 상호 존경심과 경건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애국심은 역사상 알려진 다른 어떤 사회보다 더 강한 정열이 되었다.(162P)
<이런 승리를 한번만 더 했다가는 우리가 망할 판이다. - 피루스의 승리>(166P)
한니발은 신체가 어려움을 견디고, 입맛은 곤궁을 견디고, 생각은 사실을, 혀는 침묵을 견디도록 자신을 훈련하였다. 적군(로마)의 역사가인 리비우스에 따르면 그는 <전쟁터에 맨 먼저 뛰어들고 맨 마지막에 떠나는> 사람이었다.(168P)
영혼(아니마)이란 <생명의 호흡>이다. 이것은 신체 곳곳에 아주 섬세한 물질처럼 퍼져 각 부분을 움직이게 해준다. 그것은 몸과 더불어 성장하고 나이를 먹다가, 몸이 죽으면 그 원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생명은 자유로이 간직하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임시로 빌린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잇는 한 그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 우리의 힘을 다 쓰고 나면 우리는 잔칫상에서 일어나는 손님처럼 우아하게 감사를 표시하면서 생명의 식탁을 떠나야 한다.(176P)
죽음 자체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 오직 저승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죽음을 두렵게 만든다. 그러나 저승이란 없다. 지옥은 이승에서 고통을 받는 것으로, 그것은 무지, 정열, 싸움을 좋아함, 욕심에서 온다. 천국은 이승의 <현명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신전>에 들어 있다.(176P)
미덕이란 신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나 즐거움을 조심스럽게 피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에 의해 인도된 능력과 감각이 함께 조화롭게 활동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진정한 부는 마음의 평화를 지니고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176P)
역사는 국가와 문명이 일어나고, 번성하고, 시들고, 죽는 과정이다. 그러나 각 국가나 문명은 거꾸로 관습, 도덕, 법, 예술 등 문명의 유산을 전달해 준다. <달리면서 생명의 램프를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달리기 선수들처럼.>(177P)
동과 서의 끝없는 싸움, <부드러운 마음>과 위안을 주는 신앙 대 <거친 마음>과 유물론적 과학의 끝없는 싸움 속에서 루크레티우스는 거의 혼자 자기 시대의 갈등을 가장 멀리까지 밀고 나갔다. 물론 그는 철학자 시인ㄷ르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178P)
제10장 로마의 혁명
행복한 사람, 술라
이런 남자(술라)는 화학적으로 보면 고향에서는 혁명을 억누르고 해외에서는 반란을 억누르는 데 필요한 특질들로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187P)
<술라 펠릭스 - 행복한 사람 술라>(189P)
<내게 봉사한 어떤 친구도, 내게 못된 짓을 한 어떤 적도 내게 충분히 보상해 주지 않은 경우란 없다.>(술라의 묘비명)(189P)
제11장 로마 제국(기원전 27년 ~ 180년)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통치
아우구스투스는 항거하기 힘든 선행을 수없이 베풀었다. 또한 변화에 단계를 두고 예의를 다함으로써 변화를 쉽게 만드는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였다.(208P)
시인의 시간
예술은 예술가와 그 수용자의 감정을 전제로 한다. <나를 울게 하려면 당신 자신이 먼저 슬픔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예술은 감정만은 아니다. 그것은 훈련된 형식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다. <평온함 속에서 기억된 감정>인 것이다.(214P)
제12장 네로와 아우렐리우스
철학자 왕들
에드워드 기본의 판단을 들어보기로 하자. <누구든 세계 역사에서 인류의 조건이 가장 행복하고 번성했던 시대를 꼽으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아마도 지체 없이 네르바 황제의 등극(96년)에서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죽음(180년)까지의 시대를 꼽을 것이다. 이 황제들의 통치 기간은 아마도 대규모 국민의 행복이 통치의 확고한 목적이 되었던 역사상 유일한 시대일 것이다.>(226P)
르낭의 말을 빌면 안토니누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았더라면 경쟁자 없이 최고의 통치자라는 평판을 얻었을 것>이다.(231P)
<마음의 평정>(안토니누스의 최후의 암호)이란 <보편적 자연(본성)에 의해 너에게 할당된 것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모든 것은 <나와 조화를 이루고 그대 우주(전체)와 조화를 이룬다. 나에게 있어 그 어떤 것도 너무 빠른 것도 너무 늦은 것도 없으며 그것은 그대 우주(전체)에 적합한 시간이다.>(234P)
<어떤 사람이 네게 나쁜 일을 했다면, 그 자신이 해를 입는다.…… 그를 용서해라.>(234P)
……너는 부분으로 존재하였다. 이제 너는 여기서 떠나 너를 만든 그것 속으로 돌아간다. ……이 또한 자연이 바라는 바이니……그렇다면 이 작은 시공(時空)을 통과해서 편안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만족하면서 너의 여행을 끝내라. 올리브 열매가 익으면 떨어지면서 자신을 만들어낸 자연을 축복하고, 자기가 자란 나무에 감사하는 것처럼.(235P)
제13장 인간 그리스도
역사적 출전
그(예수 그리스도)가 생각한 혁명은 훨씬 더 깊은 종류의 혁명이었다. 그런 혁명이 없었다면 모든 개혁은 오로지 표피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이기적인 욕심, 잔인성, 정욕 등을 없앨 수만 있다면 유토피아는 저절로 올 것이다. 이것이 모든 혁명 가운데 가장 깊은 혁명이 될 것이고, 이런 혁명에 견주어 보면 다른 혁명은 단순히 계급간의 쿠데타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에 그리스도는 이런 영적인 의미에서 보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가였다.(245P)
제14장 기독교의 성장
어두운 측면
유럽의 도덕적, 정치적 정부라고 자처하고 있던 교회는, 국가가 국가 배신자를 보듯이 이단을 보았다. 즉 사회 질서의 기초에 대한 공격이라고 여긴 것이다.(265P)
국가와 교회는, 그들 생각에 사람들이 도덕적, 정치적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법과 도덕의 복합적인 구조를 무너뜨리려 하는 이단자들에 대한 무시무시한 공격에서 서로 힘을 합쳤다. 위기에 몰린 정부는 거의 모든 종교 재판 관청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국가에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의견이나 행동에 대해 종교 재판과 동일한 형벌을 내렸다. 자유는 안전이 만들어 내는 사치품이다.(266P)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지혜를 향한 첫 번째 열쇠는 자주 부지런히 질문하는 것이다. ……의심을 통해 우리는 탐구에 이르고, 탐구를 통해 진리에 도달하기 때문이다.>-아벨라르-(272P)
중세의 업적
중세의 영혼은 자라나는 세포처럼 두 가지 역사적 유기체로 발전하였다. 남부 유럽에서는 고전적, 에피쿠로스적, 이교적 르네상스이고, 북부 유럽에서는 초기 기독교적, 스토아적, 청교도적 종교 개혁이다. 중세의 영혼은 이제 두 개의 강력한 문화가 되었다. 그들을 통해 문명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중세의 역사적 업적은 완성되었다. 그 죽음이 곧 완성이었다.(275P)
제15장 르네상스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중심으로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
르네상스는 발생 초기부터 이미 죽은 다음 천국의 불확실한 즐거움 대신 이 세상에서의 즐거움과 모험을 선택학 있음을 알 수 잇다. 르네상스는 고대의 문학만을 복원시킨 것이 아니라 그 쾌락주의적 자유로움도 똑같이 복원시켰다.(281P)
돈은 문명의 뿌리다.(282P)
자유로워진 감각은 자연, 여자, 남자, 예술에 드러난 아름다움에서 노골적인 즐거움을 얻었다. 새로 얻은 자유는 놀라운 1세기 동안(1434년 - 1534년) 그들을 창조적으로 만들고 나서 도덕적 혼란, 통합되지 않은 개인주의 그리고 민족의 굴종 등으로 그들을 파멸시켰다. 르네상스는 두 가지 규율(중세와 종교 개혁) 사이의 막간극이었다.(282P)
르네상스란 시간상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과 사유의 방식이다. 그것은 상업, 전쟁, 사상의 통로를 통해 이탈리아에서 유럽으로 퍼져나갔다.(284P)
-폴리치아노의 시대
애국적인 바르키는 <이탈리아의 모든 언어 중에서뿐 아니라 오늘날 알려진 모든 언어 중에서 가장 달콤하고 가장 풍부하고 가장 세련된 언어>라고 말했다.(293P)
<나는 너를 천상의 존재도 지상의 존재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네가 너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되고 스스로 극복하는 존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너는 짐승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신과 비슷한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피코-(298P)
인간은 자기가 되고자 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이것은 신의 최고의 선물이요, 인간이 받은 최고의 놀라운 축복이다. (중략) 하느님 아버지는 인간에게만 탄생의 순간부터 모든 가능성과 모든 삶의 씨앗을 주셨다.(298P)
-로렌초의 죽음
모든 <폭군> 중에서 그는 가장 신사적이고 가장 훌륭한 사람이었다. 나폴리의 페르디난트 왕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는 충분히 오래 살았지만 이탈리아를 위해서는 너무 짧게 살았다.>(302P)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는 너무 빨리 한 가지 일이나 주제에서 다른 것으로 넘어갔다. 그는 너무 많은 일들에 관심이 있었다. 그에게는 하나의 통합하는 목표, 주도하는 이념이 없었다. 이 <보편인(universal man)>은 빛나는 부분들을 이어 붙여놓은 사람이었다. 그는 너무 많은 능력들을 지녔기에 그들을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307P)
그의 기본 원칙은,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은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베끼기 보다는 자연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 화가여, 보라, 그대가 들판에 나가거든 여러 사물에 주의를 돌리고 차례로 하나씩 자세히 바라보고 별 가치가 없는 것들 중에서 여러 가지를 골라내라.> <언제나 인물이 그 머리를 가슴과 같은 방향으로 향하지 않게 만들라.> <인물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게 만들어라.>(308P)
예술가의 가장 중요한 일은 실행이 아니라 구상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천재적인 사람들은 일을 가장 적게 할 때 가장 많이 일한다>(310P)
레오나르도는 과학의 기본 원칙 하나를 생동감있게 표현하였다. <수학이나 수학에 기초한 그 어떤 요소를 적용할 수 없을 경우 확실성이란 없다>. 그리고 그는 당당하게 플라톤의 말을 흉내냈다. <수학자가 아닌 사람은 내 작품의 어떤 부분도 읽지 말 것.>(318P)
레오나드로 다 빈치는 물질에서 정신을 보았고, 영혼을 믿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영혼은 오로지 물질을 통해 그리고 변경시킬 수 없는 법칙과 조화를 이루어야만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구절에서는 겸손과 열렬함으로 신에게 말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신을 자연, 자연의 법칙, <필연성>과 동일시하였다. 마지막까지 신비적인 범신론이 그의 신앙이었다.(320P)
<하루를 잘 보내면 그 잠이 달다. 그렇듯이 인생을 잘 보내면 그 죽음이 달다.>(321P)
제16장 르네상스Ⅱ 로마
마키아 벨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가장 정직하고 부도덕한 책이다. 명료하고 솔직하게 국가는 자신의 시민들에게 권고하는 도덕률을 실천할 필요가 없으며 실천해서도 안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347P)
마키아벨리는 고대 로마의 규칙인 <국민의 안녕이 최고의 법>이라는 말을 국가의-곧 국민의 조직-안전이 최고의 법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평화라는 기독교의 이상은 시민의 기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이따금 전쟁을 하는 것이 국민에게는 강장제가 되고 규율과 통일성이 기운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로마 공화국에서 미덕이란 겸손이나 온화함이 아니라 정력과 지력으로 무장한 남자다움, 강함, 용기 등이었다. 국민을 강하게 하는 전쟁은 좋은 것이다. 한 국가가 팽창을 멈추면 곧 죽기 시작한다.(347P)
제17장 르네상스Ⅲ 베네치아의 일몰
베네치아와 그 영토
베네치아 문화는 역사상 알려진 것 중에서 가장 색채가 화려하고, 값 비싸고, 감각적으로 매혹하는 문화이다.(362P)
- 이탈리아의 잔영
우리는 미켈란젤로에게 찬사를 바친다. 길고 고통스런 생애 동안 그는 계속해서 창작하였고, 미술의 모든 주요 영역에서 걸작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이 이른바 살과 피를 찢고 나온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의 정신과 마음에서 터져나온 것으로 한 가지를 완성한 다음이면 그는 출산의 고통으로 약해진 시간을 견디곤 했다. 그것들이 수십만 번의 망치질과 끌과 연필과 붓을 움직여서 형태를 얻은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것들은 불멸의 주인처럼 하나씩 아름다움이나 중요성의 지속적인 형태들 가운데 자기 자리를 차지하였다.(371P)
제18장 종교개혁Ⅰ 위클리프와 에라스무스
존 위클리프
위클리프는 교황이, 사도 요한이 예고한 반(反)그리스도이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알리는 묵시록의 짐승이라고 하였다.
이런 약점을 고칠 방안으로 위클리프는 모든 재물과 권리를 교회로부터 빼앗아야 하고 사제들은 사도의 빈곤 속에서 살라고 제안하였다.(379P)
제19장 종교개혁Ⅱ 루터와 공산주의자들
테첼
<돈이 궤짝 속에 떨어져 딸랑거리기만 하면 영혼은 연옥의 불에서 뛰쳐나온다>(407P)
제20장 카톨릭 종교 개혁(1517년-1563년)
대륙의 재세례파와 영국의 퀘이커 혹은 미국의 침례교파 사이에 어떤 명료한 제휴의 흔적은 없다. 그러나 전쟁과 맹세를 거부하는 퀘이커들의 태도와 어른이 된 다음 세계를 받는 침례교의 주장은 어쩌면 재세례파가 스위스, 도이칠란트, 네덜란드 등지에서 만들었던 것과 동일한 행동 지침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439P)
제후들은 자신들이 종교를 선택할 권한을 가졌다. 그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종교는 시민들에게는 의무였다.(441P)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영국은 르네상스(셰익스피어), 종교 개혁(엘리자베스), 계몽주의(베이컨) 등이 하나로 합쳐져 천재와 역사가 폭발적으로 집약된 시대였다.(463P)
그 문체의 행복한 화려함 속으로 거의 시니컬한 고통의 외침이 터져 나온다. '뜻대로 하세요'(1600) 같은 가벼운 희극에서도 그렇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말하면서 (466P)
세계란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정원이 자라 씨앗을 맺는 것, 사물들은 소유라는 자연 속에 사납게 우거져 있을 뿐 - 햄릿, 1막 2장 (466P)
삶에 대해 이보다 더 쓰라린 판결이 있을까. 있다. '아테네의 티몬'을 생각해보라...돈을 잃고 친구들도 하룻밤 새 다 사라진 걸 안 그는 문명의 먼지를 발에서 툭툭 털어내고 숲의 고독 속으로 은둔한다. 그곳에서 그는 '가장 불친절한 야수도 인간보다 친절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티몬'을 설명하면서 (467P)
지친 배우 겸 극작가(셰익스피어)는 런던의 소모적인 무질서와 군중 속의 외로움을 떠나 스트랫퍼드 집의 푸른 풀밭과 가족의 사랑으로 돌아가서 강인한 남자로서의 삶에 대한 사랑을 다시 얻는다.(469P)
(프란시스 베이컨을 소개하며) 감정은 지성에 종속되고, 패배는 희망에 극복되고 삶의 흥망성쇠는 인간 정신의 승리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전망 속에 파묻혔다. 그토록 압도적인 패배를 뚫고 이와 같은 낙관주의가 살아남은 적이 있었던가.(472P)
그(베이컨)의 기민한 정신은 굶주린 듯이 지식을 받아들였다. 그의 박식함은 그 광활하던 시대에 기적들 중의 하나였다...(부탁해둔 일자리를 기다리며 베이컨은 말한다) "내 나이의 불리함은 내 양복이 길이와 함께 점점 닳아질 것이다".(473P)
어떤 보석도...여러분의 사랑보다 내가 더 좋아한 것은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높이 들어 올리셨지만 그래도 나는 여러분의 사랑과 더불어 통치했다는 것을 내 왕관의 영광으로 여깁니다...왕이 되어 왕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쓴 사람 보다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영광스러운 일입니다...이 옥좌에 나보다 더 강력하고 더 지혜로운 왕들이 과거에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이 있겠지만 그러나 여러분을 더 사랑한 왕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 엘리자베스 1세 '황금의 연설'(1601년 11월 30일)에서 (477-478P)
제21장 셰익스피어와 베이컨
학문의 대혁신
철학은 이미 오래 전부터 베이컨에게 있어서 비밀의 사랑이며, 가장 행복한 성향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직책으로부터의 피난처였다.(483P)
<깊고도 참된 사색의 도움으로……인간의 삶의 질서를 더 낫게 만드는 것, 이것이 내가 목표로 삼는 일입니다.>-베이컨-(483P)
과학에는 마법의 모자란 없다. 마법의 모자에서 나온 모든 것은 관찰이나 실험에 의해 우선 그 안으로 집어 넣어져야 한다. 단순히 우연한 관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료의 <단순한 열거>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험을 통해 찾아진……경험>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488P)
경험의 진짜 방법은 우선 촛불을 켜는 것이다(가설). 이어서 촛불을 수단으로 삼아 길을 비추고, 비로소 적절한 경험을 시작해서……그것으로부터 공리를 이끌어낸다(<첫번째 결실>,잠정적 결론). 그리고 이렇게 확정된 공리로부터 다시 새로운 실험을 하고……실험자체가 판정을 내려야 한다.-베이컨-(488P)
<(기술과 자연의) 경쟁에서 기술이 자연에 대해 승리하리라는 편에 나는 모든 것을 걸겠다.>-베이컨-(489P)
정치가의 철학
<자연에는 나뉠 수 없는 입자들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확정된 법칙에 따르면 그렇다.> 혹은 <자연 탐구는 물리학으로 시작해서 수학으로 끝날 경우에 최선의 결과를 낸다.>(490P)
<한 국가의 청년기에는 군대가 번성한다. 한 국가의 중년기에는 학문이 번성한다. 그리고 군대와 학문이 잠시 함께 번성한다. 국가가 쇠퇴하는 시기에는 상술과 상인들이 번성한다.>(492P)
무엇보다도 좋은 정책이란 국가의 재물과 돈이 소수의 손길에 모이지 않게 하는 일이다. ……돈은 (옮겨 심은 나무를 위한) 뿌리 덮개 같은 것이어서 골고루 펴서 뿌리지 않는다면 좋은 것이 아니다.-베이컨-(493P)
<인간의 오성은 메마른 빛이 아니라 의지와 감정으로부터 어떤 주입물을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과학은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의 과학’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참이라고 믿으려 하기 때문이다.>(498P)
옮긴이의 글 귀 있는 이여, 들어보라
경구(警句)를 지닌 힘차고 간결하고 사색적인 언어가 이 거대한 내용을 담아낸다. 어차피 복잡하기 짝이 없는 발전 과정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여기 없지만 절대로 짧지 않는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따라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걸으면서 몇 마디 말로 예리하게 각 시대의 핵심을 찌른다. 이미 역사의 수많은 흥망성쇠를 관찰했던 이 눈길은 인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나 절망을 넘어 담담한 관찰자의 냉정함을 보인다.(500P)
어마어마한 학문의 역사를 포함하는 서양사를 단순히 정치, 사회의 역사가 아니라 사상과 예술의 흐름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의 관찰은 유연하고 매력적이다. 바로 문화사를 읽는 눈길이다.(501P)
그는 사회 변혁의 핵심적인 이유의 하나로 부(富)의 편중 문제를 꼽고 있다. 부가 지나치게 한편으로 쏠리면 반드시 혁명의 기운이 생겨난다.(501P)
여기서 역사는 영웅의 역사이다. 영웅이란 역사상 위대한 정치가나 장군만이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가, 시인까지 포함한다. 이 모든 영웅들은 한결같이 위대함과 더불어 인간적인 약점을 지녔다. 듀런트는 이들의 위대성을 깍아 내리지는 않지만 슬그머니 미소를 띤 채 약점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501P)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의 배경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윌 듀란트가 죽기 전 마지막 불꽃을 태워 작업한 책이다. 원래 오디오 강의 시리즈를 위한 19개의 대본을 수정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바쁜 현대 독자들에게 위압으로 다가오는 큰 책들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동시에 책을 즐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던 듀런트는 <문명이야기>의 오디오 강의인 <미니 토크> 시리즈를 먼저 제작하는데, 이를 위해 그는 독자에게 흥미와 유익을 가져다 줄 영웅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명단은 공자에서 시작해 이태백, 붓다, 알렉산더 대왕에서 아우렐리우스, 그리스도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익스피어에서 베이컨까지 이르는 것이었다(아쉽게도 마지막 두 장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50년에 걸쳐 완성된 그의 대작 <문명의 이야기 the Story of civilization> 11권을 토대로 한 이 책은 부제(A Brief History of Civilization from Ancient Times to the Dawn of the Modern Age)가 말해 주듯 고대에서 근대의 여명기까지 윌 듀런트의 눈으로 본 문명의 역사에 대한 서술이다.
책을 여는 순간 가장 흥미진진한 인류 역사의 풍경들이 세계사 물결과 함께 펼쳐진다. 듀런트와 함께 역사의 위대한 남녀의 업적과 삶을 들여다보는 여정은 값진 특권이다. 이 작업에 몰입한 저자에게 나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미 90대가 넘은 노인이었지만 아직 신의 창조적인 바람은 여전히 그의 뱃전에 머물렀고, 그는 오히려 죽음 직전에 이르러 더욱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시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니우리로 하여금 오늘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한 윌 듀런트의 꺼지지 않는 창의성과 나이를 잊은 젊음에 감사를 보내야겠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세계사에 대한 향수에 다시금 젖을 것이며, 역사책에 대한 거부감은 한결 누그러져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부활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의 행간에서 우리를 만나고저 의도한 윌 듀런트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의 의도
저자인 윌 듀런트는 왜 삶을 접는 순간까지도 이 책을 쓰기 위해 매달렸을까. 저자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자.
‘이 책의 의도는 문명의 역사를 한정된 지면에 요약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남겨진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는 것이다.’(73P)
그렇다면 옮긴이는 어떻게 말했을까. 책을 번역한 안인희는 ‘이 책은 원칙적으로 서양의 역사를 관찰한다. 책을 쓰는 도중 저자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처음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가 마지막 장이 되었다. 대신 그때까지의 서양사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500P).’ 라고 말하고 있다.
한사람은 책을 쓰고, 한사람은 그 책을 번역했지만 견해는 일부 다르다. 저자는 역사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겠다고 한 반면, 역자는 서양의 역사를 관찰한 책이라고 한다. 일부분은 같은 맥락의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일부분은 상충되는 말이기도 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시선이 더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책 전체의 구성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한 번 둘러본 다음에, 대부분의 내용이 로마시대와 르네상스 그리고 종교개혁에 집중되어 있다. 저자가 철학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아테네에서 발현한 철학들과, 서양문명의 대표적 시기인 로마, 그리고 서양문명을 꽃피운 르네상스, 서양의 모든 역사와 철학과 예술의 뿌리인 기독교를 빼놓고 서양 철학의 흐름을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철학과 문명에만 중심을 두고 있지 않다. 즉, 서양의 철학과 문명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양의 역사를 큰 줄기로 훑는데 한 발을 걸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책은 저자의 말처럼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 하면서, 역자의 말처럼 ‘서양사가 한 눈에 들어오도록 명료하게 정리’ 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보고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사상과 표현에 대한 탐구임과 동시에 서양의 역사를 큰 호흡으로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에게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특징
이 책은 일반적인 역사서가 아닌만큼 여러 가지 특징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책을 더욱 빛내줌과 동시에 우리들에게 재미와 감동, 흥미를 전달해 주고 있는데, 몇 가지 특징들을 같이 살펴보자.
첫째, '역사서를 이렇게 쓸 수도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신선한 충격이다. 유연하고 간결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산문체의 언어로 장대한 역사를 경쾌하게 담아내는 힘. 이 책은 역사의 복잡하기 그지없는 발전 과정을 세밀화로 그리진 않는다. 4대 문명의 발상지부터 고대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 종교개혁을 거쳐 세익스피어와 베이컨 시대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시간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걸으며 몇 마디 말로 예리하게 각 시대의 핵심을 찌른다. 이미 역사의 수많은 흥망성쇠를 관찰했던 노장의 눈길은 관찰자의 냉담함과 관조의 힘을 유지하면서도 역사에 따뜻한 미소를 던진다. 특히 마지막 장(햄릿/베이컨/에섹스/엘리자베스)은 한 편의 문학 보다도 감동적이다.
둘째, 그의 영웅 리스트. 웬지 우리 머리 속에 그려져 있는 영웅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영웅, 즉 한 시대를 풍미한 위인에 대해 정의한 18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의 말을 들어보자.
한 시대의 위인이란, 시대의 의지를 표현하고, 시대의 의지를 전해주고, 그것을 완성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의 행위는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그는 곧 자기 시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 헤겔 -
처음 책 제목만 보고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스터 영웅들’ 중심의 세계사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그의 영웅리스트는 뭔가 달랐다. 그들은 영웅 중심의 역사서들이 흔히 다루는 신격화된 우상들이 아니었다. 전쟁 영웅이나 정치 리더들은 그의 영웅 리스트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윌 듀런트가 리스트에 올린 영웅들은 시대를 이끈 시인, 문학가, 예술가와 철학자, 예수와 붓다, 심지어 공자에 이태백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른다. 그가 살려낸 역사 속의 영웅들은 영웅이되 철저히 인간들이다. 그들은 헤겔의 정의에 부합하는 인물들이면서 더불어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인물들이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이들 영웅을 선택했는지 윌 듀런트의 의도를 알게 되는 순간에 이른다. 이들은 ‘이 세계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을 구성하는 삶의 법칙에 우리가 아주 가까이 가도록 인도해주는’(371p) 그런 인물들이고, 또한 이들은 혼돈에 질서를, 사물에 의미를, 형태나 생각에 고귀함을 부여하는 지적인 의지를 가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카이로 근처 기자(gija)의 피라미드의 위대함을 조목조목 기술하다가 ‘피라미드보다 기자의 일몰이 더 위대하다'(59P)고 읊조리는 듀런트의 감성과 예지가 뽑아낸 인물들인 것이다.
또한 이 영웅들은 완벽하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었으나 자신의 성정은 다스리지 못한’(152P) 알렉산드르 대왕이나, ‘잘생겼지만 머리가 빠져서 고민했던’(195P)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기존에 알고 있던 영웅의 이미지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 바뀌어 짐을 볼 수 있다. 결국 윌 듀런트가 책에서 보여주는 영웅들에 대한 인간적 결점이나 한계는 독자들이 그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그리고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셋째, 문명사에 대한 그의 독특한 시각이다.
‘남자는 대단히 빛나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따지면, 자궁이며 인간 종족의 주류의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다.’(16P)
‘남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로, 마지못해 부분적으로 문명화되었다.’(17P)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뭔가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보였던 남자라는 존재는 기껏해야 인간 종족의 주류인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여자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 친절, 절제, 협동, 공동체 활동 등을 배우면서 겨우 문명화가 된 존재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 사회가 문명화 됨에 있어서 공동체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자질이 미덕이 되었다. 내 생각에 이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다. 즉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17P)
그는 문명의 시작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며, 앞서 남자의 문명화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포함하면, 문명화된다는 것은 결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길들여짐을 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명이란 결국 길들여지지 않은, 마치 짐승과 같은 본능을 지니고 살아가던 인간들(특히 남자들)이 길들여짐으로써 공동체 생활이 가능해진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길들여졌기 때문에 문명생활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 속 혁명을 이끄는 주 원인으로써의 ‘부(富)의 편중’에 대한 주장이나, 저자의 사상적 기반인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사회를 해석하는 점, 현대와 비교해 다를 점이 별로 없는 과거 역사 속의 이야기들 즉, 피임, 제왕절개, 조직 폭력배 동원 등은 이 책을 다른 책들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주요한 특징들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역사와 영웅 이야기와 더불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 시대의 아름다운 시와 문장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여유와 함께 그 시대 사람들의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특권까지 전달해 준 좋은 경험이었다.
아쉬운 점과 마무리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던 고마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먼저 색인도 달지 않고, 각주도 친절하지 않으며 게다가 인용된 시들이 자신의 번역인지 기존의 번역을 가져다 쓴 것인지 언급이 없는 역자의 침묵은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실린 작품들이 이미 원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한국어로 이중 번역된 것이 많아, 원래의 향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다.
내용상 뒷부분으로 진행되면서 글의 긴박감과 재미가 떨어지고, 선택한 사건들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해석이나, 장 간의 연결에 필요한 보다 종합적인 해설이 없었던 점은 보완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한가지만 더 요구하자면 서양사에 대해 다소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한 독자들을 위해 연대표나 지도, 색인 등을 추가하였더라면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윌 듀란트의 사상이나 스타일로 보아서 모든 아쉬움을 다 채운다는 것은 과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이러한 좋은 책을 만날 기회도 많지 않음을 상기한다면, 우리는 이미 저자와 함께 문명의 시작부터 근대까지 매우 좋은 여행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처럼 구수하고, 때로는 퇴역한 장군 할아버지의 영웅담처럼 신나고 짜릿했던 여행을 이끌어 준 저자 윌 듀란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Thanks a lot, grand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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