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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교
구본형의 자아 경영 프로젝트/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1. 저자에 대하여
♣저자에 대한 기록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리뷰를 쓰면서 그와의 일화가 떠올랐다.
2006년도, 그를 강연가로 초빙한 자리에서 사회를 진행하던 내가 그를 소개하게 되었다. 평시에 무대체질이라던 내가 그를 본 순간, (사실 예상치 못한 나의 반응에 스스로도 당혹스러웠다) 잠시 그를 바라 보다 고작 한말은 “여러분 명사인 구본형 선생님은 다 아시지요. 강단으로 모시겠습니다.” 란 한 마디뿐이었다.
해야 할 말을 다 잊고, 상기된 목소리로 연사를 한마디로 소개하고 만 그날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돌아보니 사람보다는 자연에 기대어 살던 내가 사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스승이란 뜻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것은 그날부터였다. 그를 세 번째 만난 그날, 명성으로만 알고 있던, 공식적인 구본형이란 이름을 사적인 영역으로 구체화하게 되었다. 후일 내가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이 되어 두 번째 오프 수업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을 때 스승이 된 그는 그날의 일화를 기억해 말씀 하셨다. 발표를 하며 내가 얼마나 긴장할까 은근히 걱정하신 눈치였다.
사람은 관찰하되, 사람에게 잘 깃들지 않는 야성의 습성을 가진 나는 일대일보다 일대 다수, 외려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날이 흔치않은 경우였다는 것을 사부는 모르셨을 것이다.
그와의 첫 만남은 방송국의 모 프로, 진행자의 추천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 당시 잡지사에 몸담고 있던 나의 요청으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이루어졌고, 그 뒤 2006년도에는 이미 명사가 된 그에게 강연을 의뢰하기 위해서 만났다. 그를 만나기전에 막 시인을 만나고 온 직후였는데, 그는 시인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일인 기업가라거나 ‘변화’라는 말을 마치 시어처럼 은유로 표현했다. 적어도 자기 계발가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어야 하며, 따라서 얼마쯤은 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나였다.
그의 어눌한 말씨는 무던해 보였고 외양은 길거리 모퉁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사십대 남성과 다르지 않았다. 일의 특성상 수많은 명사를 만나왔던 내가 그를 인터뷰 하면서 받은 첫 이미지는 그가 내걸고 있는 ‘변화’와 그의 이미지가 상반 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개혁’이나 변화를 부르짖는 이의 특징은 목소리가 크고 적당히 권위를 무기 삼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때까지 나의 선입감이었다.
때문에 나의 예상은 얼마쯤 빗나가 있었다. 또한 눈여겨보게 된 그의 태도는 외국계 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일정패턴이 느껴졌다. 그것은 그가 코리아니티에서 지적하고 있는 ‘미국의 보편성’에 부합하는, 절대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나, 정도 이상의 친절을 타인에게 베풀지도 않는, 그러나 기분 좋을 만큼의 배려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는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이런 글이 실려 있다.
‘혹자는 변화하는 것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러나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변화 경영 철학의 시작은 그 상황들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시간이 상황을 불러 오고, 새롭게 펼쳐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능동적 사고로 진보한 것이 변화경영 철학의 시작이 된 것. --중략--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위해 건물을 나서자 제주도의 쪽빛바다를 연상시키는 바람이 불어왔다. 카메라를 위해 포즈를 취하는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연구소 소장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가 부러워졌다. 그는 그가 바라던 것들을 불과 몇 년 만에 다 이뤄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중략- ’
♣그의 이력
그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공부하다 접게 되며, 이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다. 이후 그는 누구나 함께 일하길 선망하는 IBM에서 이 십여 년간 일했으며, 스스로를 고용해 일인 기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었다. 사무실운영의 형태 또한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화 된 홈 오피스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예술가, 전문가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게으름 때문인데 그는 일간지의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하고, 연구소를 운영하며 사 십 여 명의 제자들을 가르쳤다. 매해 여러 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꿈 벗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십여 권에 가까운 책을 출간했다. 또한 그는 매해 백 권의 책을 통해 백 명의 스승을 만나고, 그 공부를 재산으로 백 명의 제자와 노년의 '일상의 황홀'을 꿈꾸는 사람이다.
어떤 이는 한 명도 낳지 못하는 자녀를 그는 다산했으며, 쓰지 않고 살 수 없는 그는 앞으로도 산고의 고통을 겪은 그의 자녀들을 사람들에게 선물할 것이다.
♣ 그의 저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떠남과 만남. 그대스스로를 고용하라.
사자같이 젊은 놈들. 내가 직업이다. 나, 구본형의 변화경영이야기. 일상의 황홀.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코리아니티. 사람에게서 구하라. 세월이 젊음에게.
♣저자에 대한 생각
그를 강연장에 소개할 때 할 말을 잊었던 것처럼 그의 리뷰를 쓰게 된 지금도 한마디로 그를 표현 하고 싶다. 그때와는 분명 다른 의미이지만, 이미 여러 그를 상징하는 말들이 있는바 그것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그는 제자들이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는 절대동기를 지니고 있다. 그 동기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내딛고, 선험한 것이다. 그의 명성을 앞서는 그의 걸음에 그의 말은 일간지를 장식하고, 그의 어록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직장을 그만두며 식솔의 앞날이 걱정스러워 거액의 생명 보험을 들었던, 그는 이제 많은 이들이 그에게 배우고 싶을 만큼 본을 보이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독주가 아닌 더불어 삶을 완성하는 것에 우선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는 말과 글, 행동이 삼위일체가 되도록 자신을 정갈히 가꾸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그를 깊이 보고자하며, 기꺼이 그를 사부라 부른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책을 펴내며- 평범한 사람들의 '밑으로부터의 이야기', 이것이 위대한 인물과 힘 있는 자들의 역사와 함께 또 다른 역사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 역사의 가장 자리에 존재했던 무수히 작고 개별적인 인간들이 증발해서 사라져버린 역사학, ‘인간이 없는 인간에 대한 기술’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프롤로그
p.15. 모든 좋은 것들은 웃는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걷는 것을 보라.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는 자는 춤을 춘다. ? 니체
p.16. 이 책은 놀이며 유희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이고 욕망에 대한 절제다. 못 가본 삶에 대한 질투이다. 그동안 배운 학습의 노트이며, 읽었던 책들의 주석이다. 자전적 소설이고, 소설적 자전이다. 지나간 삶에 대한 파괴고, 앞으로 살 삶에 대한 창조이다. 나의 운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보려는 실험이다.
p.17. 과거는 늘 엄격하고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적 감옥이기도 했다. 과거가 날 만들었으니, 과거를 버리고 벗어나는 것이 또한 내 미래의 과제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였다. 살면서 나는 여러 번 죽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다시 태어나야 한다.
1장. 지난 10년
p.21. 마흔 살은 오래 끓어 걸쭉해지기 시작한 매운탕이다. 바야흐로 인생의 뼛속 진국이 우러나오는 시기다.
p. 24. 나는 오히려 불면을 즐겼다. 불면 역시 주어진 것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결코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찾아오면 싸우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이 상책이다.
예를 들어 번잡함이 주위에서 서성거리면 나는 조용히 혼자 있는 방법을 취한다. 방송이 나를 괴롭히면 출연에 응하지 않는다. 모임이 나를 괴롭히면 나가지 않는다.
원고를 써야 하는 강박감을 느낄 때는 언제고 거절한다. 어쨌거나 고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p.27. 40대가 천천히 지나가면 청춘도 지나간다.
p. 30. 자유는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확실한 것, 굳건히 서 있는 것들의 질서 안에서 자유는 끝나고 만다. 절실하게 바라지만 자유가 주어지면 우리는 자유를 두려워한다.
p. 31. 현실은 늘 죽음 앞에서 무력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모든 자제와 절제를 현명함을 불렀던 그 어리석음은 또 어떻게 하랴.
p. 32. 늙은 독수리처럼 대머리가 되고 털이 숭숭 빠진 거대한 탐욕의 새처럼 마흔 살은 죽음의 냄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젠가 어디선가 느닷없이 죽음은 검은 외투에 검은 모자를 쓰고 모퉁이 앞에서 흘끗 나타난다. 저게 뭔가 보려는 순간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간 검은색 긴 외투 자락과 암흑 속에서 섬광처럼 쏘아붙인 그 섬뜩한 눈초리의 잔영을 지우지 못한다.
p.37. 40대는 이제 특별한 사회적 상징을 담은 단어가 되었다. 그것은 가장 정력적인 나이에 버려진 나이다. 40대의 10년 가운데 어딘가에서 버려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너무 쉽게 버려졌고, 성장의 문턱에서 거부되었으며, 왕성한 상태에서 퇴출되었다. 남아 있어도 그들은 이미 사라지는 사람들이 되었다. 마흔은 앞으로 길게 남은 인생을 책임질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20대 또는 30대에 준비한 인생으로는 마흔 너머의 인생을 꾸려갈 수 없게 되었다. 마흔은 이미 서산에 지는 해가 되었다.
마흔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던지지 못하는 황혼의 여생이 되고 말았다.
2장. 마흔 살
p.45. 누군가의 칭찬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무엇인가 정말 괜찮은 것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p.47.마흔 살은 늙지도 젊지도 않다. 대부분 결혼을 했으며 살기 위해 일한다. 마흔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지치게 된다. 일상의 걱정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어 가장 필요한 내적 성찰이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개인적 시도와 실패, 직장에서의 갈등, 결혼생활의 무관심, 아이들과의 씨름이 이때 가장 잘 드러나는 문제이다. 아마 조금 더 젊었더라면 전직을 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다른 모색을 했을지 모르지만 마흔 살이 되면 문제를 끼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적이다. 그러니까 빼도 박도 못하는 시기다.
p.49. 이상과 비전으로 상징되는 젊음의 마법이 사라진 후에 다가오는 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이다. 일만이 생산적인 것이고, 지루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탈출구이다. 이리하여 일은 일상과 실제의 삶이 된다.
p.50. 마흔 살은 당나귀의 삶이다. 젊은이들의 자유를 포기한 채 두 어깨에 가득 짐을 지고 홀로 사는 짐승이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을 자초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위대한 화가나 음악가가 되고 싶어하기도 하고, 백만장자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면 아직 해보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해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일 뿐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57. 융 학파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이 쓰고 있던 사회적 가면, 즉 페르소나는 중년이 되면 붕괴한다. 그리고 내면을 향해 들어가도록 강요한다. 중년의 과제는 각 개인의 내면에서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치료이며 재생을 위한 내적인 힘이다. 대체로 이러한 갱생의 힘은 절망과 고통 속에 감추어져 있다.
p.58. 마흔이 되면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젊은 시절의 끝없는 희망을 대신한다.
p.62. 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듯 살아가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푼돈을 들여 복권을 사면서 허망한 기대 속에서, 실제로는 복권의 당첨금보다 더 많은 돈을 쪼개며 평생을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위험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잃어도 좋은 푼돈만 투자했다.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한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p.63. 마흔이 넘어서 바쳐야 할 목숨도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으며,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이것은 비참한 일이었다. 푼돈 서푼짜리 인생이었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3장. 직장생활
p.67. 삶의 방식을 바꾸기 전에는 병이 낫지 않는다. ? 니체
p.69. 자신의 미래를 위한 R&D로서 현재의 일부를 투자할 수 없었다. 변화는 한가한 사람들의 과제였을 뿐이다. 변화는 바쁘지 않은 사람들의 일이었다. 변화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진 불행한 자들, 또는 불행을 인식하는 자들의 과제였다.
p.70.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가지고 평가하게 마련이다.
p.73. 개선과 혁신, 그것은 혁명이라는 단어의 현실적 대체 용어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IBM에서 가장 하고 싶은 유일한 일이 그 일이라는 것은 나는 뼛속부터 알고 있었다.
p.78. 필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늘 그 처신에 특별한 공유점이 있다. 온갖 종류의 구조 조정에도 상관없이 한 조직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 성장하고 싶다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락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둘째, 그들은 적절한 휴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 그들은 늘 학습한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한다.
p.80. 어떤 분야든 자신을 불사르지 않고서는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p.83.나 역시 앞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굉장한 여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긴 여행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양식을 챙겨 떠난다 하더라도 곧 바닥이 날 것이었다. 결국 나는 여행을 하며 양식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불안은 오히려 나를 흥분시켰다. 이 여행이 나만의 여행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데리고 떠나는 가족여행이라는 것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그래서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
p.84.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괴로운 과정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 성과를 돌려줄 뿐이다.
p.86. 1997년, 마흔세 살이 되는 여름 어느 날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p.89. 경영 컨설팅은 사기와 진실의 경계를 걷는 것이다. 끝없이 학습하는 사람은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계속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든 사기꾼들처럼 '달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나는 내가 '경계선을 걷는 사람(edge walker)'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p.90. 마흔이 넘어서는 그 위험한 시기에 나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중략-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바칠 만한 것을 찾고 싶었다. 관성에 따라 굴러가는 하루 말고, 전혀 새로운 뜨거운 하루를 가지고 싶었다.
p.91.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78년 4월 어느 날 오후에 야구를 보러 갔다. 외야 쪽 스탠드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타자가 첫 볼을 2루타로 쳐냈다. 그때 문득 소설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갑작스런 계시같은 것이었다. 이유도 설명할 방법도 없다.'
4장. 얼굴-페르소나
p.97.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방황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네.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을 얼굴을 하고 있었네. - 메이 사턴(May Sartonp,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중에서
p.115. 개인은 각자 그 안에 자신의 역사를 안고 산다. 부끄러움도 있고 후회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도 있고 당당하고 장엄한 순간도 있게 마련이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재료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그저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애쓰다 아파트 한 채를 남기고 일흔 여섯의 나이로 죽었다.'라고 기록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p.116. 어떤 행위가 칭찬받게 될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그 무엇이라도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이다.
p.117. 자기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은 실천의 철학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p.118.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 길은 ‘오랜 세월과 수많은 공간’을 지나야 한다.
5장. 가족
p.124.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p.125. 나는 갈등에 대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갈등은 마음이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나침반이 북쪽을 찾고, 그곳을 가리키는 순간 부르르 떨리는 것, 이것을 나는 갈등이라고 부른다.
p.126. 모든 새로운 것에는 갈등이 따라다닌다. 흥분과 두려움 속에서, 세상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 사이에서, 이익과 마땅함 사이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편함과 배려 사이에서 우리는 늘 잠시 망설이게 된다.
p.130. 우리는 기쁨을 위해 산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늘 섞여 있었다. 작은 수고들은 이런 기쁨을 위해 동반되는 선물의 포장지거나 아름다운 포장 끈이거나 리본 같은 것들이다.
p.140. 나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수많이 많은 길이 있다. 현실이란 그저 ‘지금의 상황에 대한 남들의 생각’, 즉 다른 사람들의 견해일 뿐이다. 나는 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에머슨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이 그 사람의 성격임을 종종 잊고 지내는 것’ 같다.
p.147. 삶의 어둠을 견디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고통 역시 개인의 몫이다. 각자에게는 자신의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있고 나눌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것은 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6장. 자연
p.163. 곽박의 시에 "숲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라고 했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변화에 대한 묘사는 찾기 어렵다. "밖으로 자연의 조화를 본받고, 안으로 마음의 근원을 체득해야 한다."는 것은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둘 충고이다.
p.164. 자연과 하나임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노자의 말은 곧 나의 말이다.
p.166.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인생을 오래된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는 것도 수없이 보아왔다.
p.173.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하나의 씨앗처럼 날려 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생각인지, 나의 생각을 가장한 다른 사람의 생각인지는 잘 알 수 없다. 오리지널이 어디에 있든지, 분명한 진실은 나의 것이 된 생각들, 즉 이미 ‘내게 귀화한 생각’들이라는 점이다.
p.174.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쓰일 곳을 마음대로 배분하며, 그 일의 가치가 빛나는 일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즐겨라. 삶 자체가 유혹이 되게 하라. 로댕의 말을 잊지 말라. ‘사랑하고 감동하고 전율하면’ 그 삶은 매혹적인 것이다. 날마다 그렇게 살아라.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 좋은 인생이다. 그러므로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변화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7장. 건강
p.184. 죽음은 생명과 함께 시작된다. 또한 생명은 죽음과 함께 다시 시작한다. 이것이 생명의 순환이다. 죽음 없이는 생명도 없다. 마치 변하지 않는 것 없이는 변하는 것도 없고, 어둠 없이는 밝음도 없는 것과 같다.
p.189. 역사가 인류의 시간적 기록이듯이 개인의 역사 역시 그 삶의 시간적 기록이다.
p.191. 자연과 함께 자연을 따라 떠나는 것이다. -중략- 생명을 길게 연장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순간순간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p.199. 마흔은 죽음이 삶과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영적인 나이의 시작이다.
8장. 길에서
p.205. 세상의 아름다움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 아름다움은 사라질 것이기에. 비 내리는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불멸을 꿈꾸니. 이 오후 시간을 즐겨라. 어차피 가져갈 수도 없는 시간이니. 하루의 질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예술이다.
p.207.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든 일 역시 과거만큼 분명한 꿈이다.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비현실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일 뿐이다. 나는 꿈을 또 다른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p.209. 지금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도 과거에 갇혀 있는 나를 미래의 빛을 따라 아름답고 화려하며 자유로운 이야기 속으로 데려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p.220. 우리는 불행을 만들며 산다. 누가 불행을 원할까마는 결국 우리의 불행은 우리가 만든 것일 뿐이다.
-중략-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건만 행복한 사람이 드문 것은 행복해지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p.221. 다른 사람이란 결국 왜곡된 거울에 불과하다. 늘 자신에게 비추어 자신을 발견하려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일 년에 한번쯤 흔들의자에 앉아 마치 다 산 것처럼 인생을 돌아보면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 ‘나는 어떤 일을 이루고 싶었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이 질문의 답이 찾아지면 인생은 목표를 가지게 될 것이고, 결국 그 길을 갈 것이니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p.222. 나에게 주어진 구체적인 삶, 이 유일무이한 구체성이 바로 내 삶이고, 따라서 그 의미 역시 나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것이다.
9장. 집, 공간
p.237. 아름다움으로, 꽃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는다. 참다참다 참지 못하고 터지는 것이 바로 꽃이다.
p.243. 무엇인지 정체를 잘 모르는 식물이 자라나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처럼, 나도 잎만 가지고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p.244. 멀리 두고 그리는 마음은 그리움이고 가까이 두고 만질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그리워하고 또 볼 수 있으니 이처럼 다행일 수 없다.
p.249. 노동 자체가 참선이고 수련이다. 다만 전혀 수련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는 정신적 수련이다.
10장. 학습
p.263. 의무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의무란 재미없는 것이다. 의무감이란 일상화되는 것이고, 아무런 생명도 살 수 없는 무덤이기 때문이다.
p.264. 나는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와 느낌과 생각을 내 일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찾아내고 표현해 보려고 했다.
p.265. 우리는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다가 죽는다. 한 번도 살기 위해 일을 버린 적이 없다. 놀기 위해 산 적도 없다. 그래서 살기 위해 산 적이 없는 것이다.
p.270. 나는 내가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p.271. 교육이란 '어떻게 배우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지적은 옳다. 학습이란 지식의 습득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습의 하위 기능일 뿐이다. 학습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 답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답은 이 탐험의 끝에 나타나는 보물이다.
p.273. 학습은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획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늘 버리고 늘 떠나는 것이기도 하다. -중략- 나는 배움이란, 이해와 인식으로부터 시작할지 모르지만, 그 너머에 있는 다른 차원의 무엇인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지만 맛있게 부르는 사람이 있다.
p.274. 학습은 어느 순간 이질적인 삶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p.276. " 여보게, 레지날드. 나는 더 이상 쓸 수 없다네. 이제와서 생각하니 지금까지
저술한 것들이 죄다 휴지같이 느껴진다네."
스승은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인도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불을 끄고 칠흙 같은 암흑 속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되길 바란다. 제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별빛을 보게 하는 스승만이 위대한 스승이다.
‘스승을 욕보이는 제자는 바로 영원히 스승을 빛나게 하는 자’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허물을 벗을 줄 모르는 뱀은 죽어버린다. 생각을 바꿀 수 없도록 방해하는 인간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정신들은 이미 정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는 가장 자유로운 미친놈이었다. 스물네 살에 바젤 대학의 교수가 되었지만 서른 살에 경력 쌓기를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자신과의 최초의 결별이었고, 자기 자신으로의 추락이었다. 그는 모든 가치를 열정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p.277. 전기작가로 유명한 스테판 츠바이크의 표현을 빌리면 니체는 ‘불꽃처럼 게걸스럽게 스스로를 불사르고 스러지고’ 싶어했다. 불꽃이야말로 바로 그였다. 그의 본질은 넘실대는 불꽃같은 변화였다. 그에게 있어 완성에 이르는 길은 살인적인 자기파괴와 가지고 있던 믿음의 상실, 자기해체로부터 생겨났다. ‘자기처형’없이는 새로운 자기가 있을 수 없다.
단순한 자기변화로부터 스스로에게 반대하고 자신의 적이 되려는 데서 그의 기쁨이 생겨났다.
p.278.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상과 나의 것을 접속하여
사생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들뢰즈의 취미였다는 것이다.
p.283. ‘새로운 장르의 일상적 삶을 창조하는 것’, 이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실천적 개혁이고 혁명이었다.
p.288.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서의 자아경영 철학.’ 이것이 바로 내 학습의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한 줄기를 이룬다.
11장. 일
p.294. 하루가 내 연구의 기본 단위다.
p.297. 어떤 이론도 어떤 조언도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설득하기는 어렵다.
p.300. 모방의 또 하나의 요령은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이다.’ 라는 노회한 충고를 기억하는 것이다. -중략- 창조성이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창의적 발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죽어 있는 정신을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p. 304. 글을 쓰기 위해서는 늘 읽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야 한다.
p.305. 나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의미와 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개인적인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며 믿음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진력을 다한다. 감수성이 강하고 사려가 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능란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그러나 세계를 함께 할 사람들을 고르는 데 까다롭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보일 수 있다.
p.311. 유일한 사람이 되어라. 이것은 최고가 된다는 뜻이다. 유일한 자만이 최고로서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최고가 된다는 것은 무자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일생을 모두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매력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은 늘 한 길로 간 사람들의 것이다. 적어도 나는 한 길을 가기에도 숨이 차다. 다른 것들을 넘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p.312. 유일함을 수련하는 방식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깊숙한 곳에서 잠에 취해 있는 자신을 깨워내는 것이다. 그것은 대개 아주 깊은 산중에서 잠에 빠져 있기 십상이다. 게으르고 잠을 즐기며 눈치를 보고 비겁하고 교활하지만,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견하지도 못하고 발휘할 줄도 모르는 미숙한 영웅이기 때문이다.
p.313. 누구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인물을 얻어야 한다. 그 첫번째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p.317. 일이 사랑이 되지 않으면 그 일은 내 일이 아니다.
p.318. 삶에 대한 하나의 사례로서 나는 내 삶 자체가 매혹적이기를 바란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다는 것, 이것을 나는 매혹적인 삶이라고 부른다.
p.340. 정신적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늘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정신을 새롭게 닦아놓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그러므로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어제의 진실은 오늘은 진실이 아니다. 늘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는 정신은 죽은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 이책은 계발서가 아닌 통찰서이다.
3. 내가 저자라면
나는 그동안 자서전을 기피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자신이 쓴 살아있는 이의 자서전이다.
전 같으면 이 책 또한 우습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곳곳에 밑줄을 그으며 공감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가 내내 생각해 보았더니 진솔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사십대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들을 관통하고 있었다.
♣ 저자가 마흔이 되기까지의 뼈아픈 성찰
‘마흔세살에 시작하다’ 가 독자에게 반향을 일으킨 것은 일기 같은 나르시시즘의 고백이 아니라 지나온 사 십 여 년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교두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마흔이 넘은 독자가 이 책을 읽는 일은 아픈 일이다. 저자가 가능한 부드러운 언어를 구사하려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 온 마흔인 우리를 여지없이 찔러대고 있기 때문이다.
마흔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던지지 못하는 황혼의 여생이 되고 말았다.
p.45. 누군가의 칭찬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무엇인가 정말 괜찮은 것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조금 더 젊었더라면 전직을 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다른 모색을 했을지 모르지만 마흔 살이 되면 문제를 끼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적이다. 그러니까 빼도 박도 못하는 시기다.
p.58. 마흔이 되면 한계에 대한 자각이 젊은 시절의 끝없는 희망을 대신한다.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한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p.67. 삶의 방식을 바꾸기 전에는 병이 낫지 않는다. ? 니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옥죄어 온 넥타이 끈을 스스로 풀거나, 함부로 내쳐지거나 기로에 서 있는 마흔. 그들은 또한 이제껏 자신을 지탱시켜 왔다고 믿고 있는 사회적윤리와 개인윤리의 틀에서 해방되고 싶다. 저자는 일탈을 꿈꾸는 마흔에 매스를 들이대고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p. 30. 자유는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확실한 것, 굳건히 서 있는 것들의 질서 안에서 자유는 끝나고 만다. 절실하게 바라지만 자유가 주어지면 우리는 자유를 두려워한다.
p.244. 멀리 두고 그리는 마음은 그리움이고 가까이 두고 만질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그리워하고 또 볼 수 있으니 이처럼 다행일 수 없다.
저자는 독자를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여지를 준다. 바로 이대목이다.
p.45. 아마 이때 나의 마음은 박남준의 시와 같아 보였다.
‘미루나무가 서 있는 강 길을 걷는다. 강 건너 마을에 하나 둘 흔들리며 내걸리는 불빛들.
흔들리며 걷는 것들도 저렇게 반짝일 수 있구나. 그래 불빛, 흘러온 길들은 늘 그렇게 아득하다.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그토록 나는 저 강 건너의 불빛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던 것이구나.
이분법적인 도덕성에서 벗어나고, 실리적인 나이 마흔을 지나며, 흔들리며 걸어 왔다고 생각하는 길. 또한 다시 흔들리며 걷게 되더라도, 이제 흔들리는 것이 잘 못 된 것이 아닌 세상의 이치 중 하나였음을 알게 되었음을, 흔들림을 자책하지 않고 걸어 갈 수 있는 심경을 저자는 박남준의 시를 통해 반사하고 있다.
♣ 붕괴된 폐허에서 빛나는 것들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자각을 한 저자가 자신에게 소속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매일 지나치던 빌딩숲. 책상, 동료, 상사, 매달 이체되던 통장. 그 모든 것, 저자의 표현대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p.83.나 역시 앞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굉장한 여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긴 여행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양식을 챙겨 떠난다 하더라도 곧 바닥이 날 것이었다. 결국 나는 여행을 하며 양식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불안은 오히려 나를 흥분시켰다. 이 여행이 나만의 여행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데리고 떠나는 가족여행이라는 것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그래서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
p.125. 나는 갈등에 대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갈등은 마음이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나침반이 북쪽을 찾고, 그곳을 가리키는 순간 부르르 떨리는 것, 이것을 나는 갈등이라고 부른다.
p.163. 곽박의 시에 "숲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라고 했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변화에 대한 묘사는 찾기 어렵다. "밖으로 자연의 조화를 본받고, 안으로 마음의 근원을 체득해야 한다."는 것은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둘 충고이다.
p.207.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든 일 역시 과거만큼 분명한 꿈이다.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비현실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일 뿐이다. 나는 꿈을 또 다른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새 직업
그는 자신의 새 직업을 찾아가면서, ‘자기처형’없이는 새로운 자기가 있을 수 없다. 는 과정을 거치고, ‘오랜 세월과 수많은 공간’을 지나 비로소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라는 말을 선택한다. 그리고 십 여 년이 넘은 지금, 그 말은 현재의 구본형이 되었다.
p.89. 경영 컨설팅은 사기와 진실의 경계를 걷는 것이다. 끝없이 학습하는 사람은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계속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든 사기꾼들처럼 '달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나는 내가 '경계선을 걷는 사람(edge walker)'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p.117. 자기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은 실천의 철학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오리지널이 어디에 있든지, 분명한 진실은 나의 것이 된 생각들, 즉 이미 ‘내게 귀화한 생각’들이라는 점이다.
p.278.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상과 나의 것을 접속하여 사생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들뢰즈의 취미였다는 것이다.
♣ 제자와 스승
그는 4년 전부터 연구원제도를 두고 제자를 두었다. 이른바 지옥의 레이스 과정이라 부르는 그 과정에서 그가 정해 놓은 고도의 툴을 따라가다 보면, 그야말로 울고 웃으며, 자신을 무장해제 시키게 된다. 오 십 권의 칼럼을 쓰고, 오 십 권의 역사와 미래, 현재, 경영서, 인문서등을 읽다 보면, 교양 배경지식이 취약한 나 같은 사람도 풍월을 읆을 정도가 된다. 그는 왜 이런 일을 하는가? 그가 머문 시간을 적지 않은 보수로 환산할 수 있고, 일 년 일정을 미리 짤 수 있을 정도로 바쁠 수 있는 그가 왜 한 달에 한 번씩 어눌하기 그지없는 눌변의 우리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열 두 시간의 시간을 내고, 각각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해 제자들을 그토록 깊이 보고 있는가?
언젠가 제자들과 예고되지 않은 만남을 가졌던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나는 너희 연구원들이 좋다. 너희가 불러 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거든’ 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그를 ‘사부라고 부를 수 있어 좋다. 이 유리판 같은 세상을 ’사부‘라 부를 수 있는 이의 뒤를 따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말이다.
p.124.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학습이란 지식의 습득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습의 하위 기능일 뿐이다. 학습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 답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답은 이 탐험의 끝에 나타나는 보물이다. 나는 배움이란, 이해와 인식으로부터 시작할지 모르지만, 그 너머에 있는 다른 차원의 무엇인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지만 맛있게 부르는 사람이 있다.
스승은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인도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불을 끄고 칠흙 같은 암흑 속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되길 바란다. 제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별빛을 보게 하는 스승만이 위대한 스승이다.
‘스승을 욕보이는 제자는 바로 영원히 스승을 빛나게 하는 자’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p.305. 나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의미와 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개인적인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며 믿음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진력을 다한다. 감수성이 강하고 사려가 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 능란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그러나 세계를 함께 할 사람들을 고르는 데 까다롭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보일 수 있다.
p.311. 유일한 사람이 되어라. 이것은 최고가 된다는 뜻이다. 유일한 자만이 최고로서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최고가 된다는 것은 무자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일생을 모두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매력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은 늘 한 길로 간 사람들의 것이다. 적어도 나는 한 길을 가기에도 숨이 차다. 다른 것들을 넘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p.174.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쓰일 곳을 마음대로 배분하며, 그 일의 가치가 빛나는 일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즐겨라. 삶 자체가 유혹이 되게 하라. 로댕의 말을 잊지 말라. ‘사랑하고 감동하고 전율하면’ 그 삶은 매혹적인 것이다. 날마다 그렇게 살아라.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 좋은 인생이다. 그러므로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변화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p.340. 정신적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늘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정신을 새롭게 닦아놓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그러므로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어제의 진실은 오늘은 진실이 아니다. 늘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는 정신은 죽은 것이다.
그가 늘 우리에게 이르는 말들이다.
"모든 좋은 것들은 웃는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그가 제자들에게는 부지깽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때문에 제자들은 가끔 보따리 싸가지고, 나가라는 말도 듣는다.
♣ 아쉬운 점
이 책의 리뷰를 쓰기로 결정한 후부터 이 책은 늘 나와 동행했다. 잠들기 전에는 침대 옆,탁자 위에 놓여 있었고, 월드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울산에 가기위해 탔던 기차 안에서도, 재즈페스티벌이 열렸던 자라 섬으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도, 이 책은 내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때마다 만났던 지인들이 책을 읽으며, 줄을 쳐 놓거나 메모를 해 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글은 잘 읽히는데, 실천할 수 없는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옆에서 지켜보는 그의 행동과 글, 말이 같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사람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나 같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지인들에게는 오히려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지인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되었으나 다시 생각해 볼수록, 이해가 되었다. 독자들은 생각은 많으나 실행의지가 약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그 점에서 비범하다. 사고도 깊고, 실행의지도 높은 사람. 때문에 이 책은 저자의 삶에 관심을 가질 때 더 깊이 공명되고, 읽는 이가 벼랑 끝에 다다른 절박한 심정일 때, 그래서 기꺼이 실행하고자 할 때 더 큰 울림을 갖는다. 그러니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도 없다.
♣마치며
미래학자들은 우리나라가 급속히 고령화 될 것이고, 또 오래 살 것이라 전망한다. 나는 변화를 창조란 말로 바꾼 역사를 써온 그가 이순에 자서전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 자신에 대해 쓰다 보면, 해보지 못해 안타까운 일들이 밝혀지고 절실해진다. 이때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은 그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된다. 삶을 바꾸는 실천으로서의 자기 경영’은 바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그를 따라 자신의 자서전을 써 보는 것도 훌륭한 본받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연구원 과정 중 개인사를 쓰면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매 순간 선택해야 하는 지금의 나에게도 이 책은 두고두고 힘이 되어 줄 책이다.
여러 번 읽는 동안, 어느 구절은 아름다워 암송하게 되었고, 어느 구절에선 울음이 차올랐으며, 어느 구절에서는 쓰디쓴 약을 먹은 듯 속이 쓰렸다.
한 사람의 삶이 이렇듯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킨다면, 그는 이제 높이 솟은 해처럼 멀리 갈 사람이다. 그가 흔들리면, 해를 좇아 걷는 많은 이들이 함께 흔들릴 만큼 개인의 삶을 넘어선 영향력으로 사람들을 추동하는 길을 걷고 있다. 먼저 선험 했다고 누구나 선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사고의 깊이로 엮은 '마흔 세살에 다시 만나다.'
패디먼은 ‘좋은 책은 약 처방처럼 당장 효과가 나타나거나 행복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읽어 가는 동안에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 지를 깨닫게 된다. 라고 말했다. 그런 책을 원한다면, 기꺼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를 변화 시킨 원천은 그가 한 시도 ‘황홀함이 없는 곳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에 따른 용기 있는 실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그대, 마흔의 진정한 '황홀'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