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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6일 23시 16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신영복

그는 나로 하여금 인생에 대한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사람이다.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간이나 감옥 안에 있었으면서도 희망의 포기나 절망 대신, 학문의 길을 선택하여 꾸준히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그를 통해 인간의 삶에서 모든 것을 빼앗을 지언정 마지막 하나 삶에 대한 태도를 빼앗지는 못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63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학부를 65년에는 대학원을 졸업했다. 숙명대학교와 육군 사관학교에서 가르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이 되었고 20 20일 만인 1988 8 15일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 후1989년부터 2006년까지 성공회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을 하였고 현재는 같은 대학에서 석좌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88년)
엽서(1993년)
나무야 나무야 (1996년)
더불어 숲 1 (1998 6월)
더불어 숲 2 (1998 7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증보판 (1998 8월)
더불어숲-개정판 합본 (2003 4월)
신영복의 엽서 (2003 12월)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2004 12월)

역서
외국무역과 국민경제(1966년)
사람아 아!사람아(1991년)
루쉰전(1992년)
중국역대시가선집(1994년)

 

II.    내 마음을 무찔러든 글귀

[6]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디딤돌이면서 동시에 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짐이기 때문에 지혜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것을 지혜로 만드는 방법이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고전 독법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면서 동시에 미래와의 대화를 선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장 서론

[18] 나의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감옥에서 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고 시작되었으며 또 교도소의 현실적 제약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23] 유럽 근대사의 구성 원리가 근본에 있어서 '존재론'임에 비하여 동양의 사회 구성 원리는 '관계론'이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25] 과거는 그것이 잘된 것이든 그렇지 못한 것이든 우리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미래를 향해 우리와 함께 길을 가는 것이지요.

 

[33] 오늘날의 주류 담론인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세계화 논리는 한마디로 거대 축적 자본의 사활적 공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34]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에 소용이 없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실주의란 한마디로 살아가는 일의 소박한 진실입니다.

 

[43] 동양적 구성 원리에는 과학과 종교 간에 나타나는 그러한 모순이 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동양 사상의 내부에 모순 구조가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동양적 구성 원리에서는 그러한 모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화와 균형에 대하여 대단히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2장 오래된 시와 언

 

[52]이 사실성과 진정성의무제는 오늘날의 문화적 환경에서는 매우 주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소위 상품미학은 진실한 것이 아닙니다. CF가 보여주고 약속하는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광고 카피는 허구입니다. 진정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이버 세계 역시 허상입니다. 가상공간입니다. 이처럼 여러분의 감수성을 사로잡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는 본질에 있어서 허구입니다.

 

[56]문학의 길에 뜻을 두는 사람을 두고 그의 문학적 재능에 주목하는 것은 지엽적인 것에 갇히는 것입니다. 반짝 빛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문학 본령에 들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역사적 관점에 대한 투철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 시대와 그 사회의 애환이 자기의 정서 속에 깊숙이 침투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58]공자는 시경의 시를 한마디로 평하여 사무사라 하였습니다. ‘사무사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사특함이 없다는 뜻은 물론 거짓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인의 생각에 거짓이 없는 것으로 읽기도 하고 시를 읽는 독자의 생각에 거짓이 없어진다는 뜻으로도 읽습니다. 우리가 거짓 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 시를 읽는다는 것이지요.

 

75) 노르웨이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인 메기를 넣는 것이 관습이라고 합니다. 천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무일'편을 통해 불편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씹어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3. '주역'의 관계론

[87] 생각한다는 것은 바다로부터 물을 긷는 것입니다.

[88]이건 여담입니다만, 나는 점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점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약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스스로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람을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면 된다는 부류의 의기 방자한 사람에 비하면 훨씬 좋은 사람이지요. ‘나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못 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는 겸손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실은 강한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스스로 약한 사람으로 느끼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101]어쨌든 개인에게 있어서 그 자리가 갖는 의미는 운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에 처하는 경우 십중팔구 불행하게 됩니다. 제 한 몸만 불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불행에 빠트리고 나아가서는 일을 그르치게 마련입니다.

[101]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0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 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102] 자기의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동양학에서는 그것보다는 먼저 자기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체의 능력은 개체 그 속에 있지 않고 개체가 발 딛고 있는 처지와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고 하는 생각이 바로 '주역'의 사상입니다. 어떤 사물이나 어떤 사람의 길흉화복이 그 사물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주역'의 사상입니다.

[103]아무튼 주역에서는 중간을 매우 좋은 자리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가장 힘 있는 자리로 칩니다. 마상 가장 위에 있는 제 6효인 상효는 물러난 사람에 비유합니다.

[105]집이 좋은 것보다 이웃이 좋은 것이 훨씬 더 큰 복이라 하지요. 산다는 것은 곧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보면 응의 문제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직장의 개념도 바뀌어서 최근에는 직장 동료들이 좋은 곳을 좋은 직장으로 칩니다. 위가 소유의 개념이라면, 응은 덕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저변에서 지탱하는 인간관계와 신뢰가 바로 응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9]천지는 서로 교통하지 못하고 막혀 있다. 군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유덕함을 숨김으로써 난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관록을 영광으로 생각하여 벼슬에 나아가서는 안 된다.

[120]주역은 이처럼 어떤 괘를 그 괘만으로 규정하는 법이 없고 또 어떤 괘를 불변의 성격으로 규정하는 법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존재론적 관점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대성괘 역시 다른 대성괘와의 관계에 의하여 재해석되는 중첩적 구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4]박괘는 늦가을에 잎이 모두 져버린 감나무 끝에 빨간 감 한 개가 남아 있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모든 잎사귀를 떨어버리고 있는 나목입니다. 역경에 처했을 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잎사귀를 떨고 나목으로 서는 일입니다. 그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가지를 지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품을 걷어내고 화려한 의상을 벗었을 때 드러나는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127]실패한 사람이 다시 시작할 수 잇는 가능성은 인간관계에 있다는 것이지요. , 즉 인간관계를 디딤돌로 하여 재기하는 것이지요. 작은 실수가 있고, 끝남이 없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 상태 등등을 우리는 이 단전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130] 계사전에서 요약하고 있는 '주역' 사상은 한마디로 '변화'입니다. 변화를 읽음으로써 고난을 피하려는 피고취락의 현설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주역'에는 사물의 변화를 해명하려는 철학적 구도가 있으며 그것이 사물과 사건과 사태에 대한 일종의 범주적 인식이라고 하였습니다.

[133]80년 전에는 저것이 나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저것이로구나.

4.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149]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개념은 사유의 차원에서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는 것은 결코 객관적 실체에 의한 구분일 수가 없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하나의 통일체입니다.

[150] 스승이란 비판적 창조자여야 하는 것이지요.

[151]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효율화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가는 전문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전문화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자본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것이지요. 자본가는 어느 한 분야에 스스로 옥죄이기를 철저히 거부해왔던 것이지요. 오늘날의 대자본이 벌이고 있는 사업 영역을 점검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크게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으로 작게는 다각적 경영, 문어발 확장이 그런 것이지요.

[152]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는 전문성 담론이 바로 2천년 전의 노예 계급의 그것으로 회귀하는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논어의 이 구절을 신자유주의적 자본논리의 비인간적 성격을 드러내는 구절로 읽는 것이 바로 오늘의 독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163]따라서 군자화이부동의 의미는 군자는 자기와 차자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타자를 지배하거나 자기와 동일한 것으로 흡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반대로 소인동이불화의 의미는 소인은 타자를 용납하지 않으며 지배하고 흡수하여 동화한다는 의미로 읽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화의 논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논리이면서 나아가 공존과 평화의 원리입니다. 그에 비하여 동의 논리는 지배, 흡수, 합병의 논리입니다. 동의 논리 아래에서는 단지 양적 발전만이 가능합니다. 질적 발전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화의 논리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64]”극좌와 극우는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말입니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 격동기를 도처에서 확인되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나는 극좌와 극우가 다 같이 동이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67]사실 건강은 실생활에 있어서 미모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더구나 백범처럼 풍찬노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운동가로서는 더욱 그러하였으리라고 짐작됩니다.

[172] 정치란 그 사회의 잠재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바로 인간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적 잠재력의 극대화는 '인간성의 최대한의 실현'이 그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적 잠재력과 인간성이 바로 인간관계의 소산인 것은 다시 부연할 필요가 없지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정치란 신뢰이며 신뢰를 중심으로 한 역량의 결집이라는 사실입니다.

[175]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애정 없는 타자와 관계없는 대상에 대하여 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187] 세상 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88]욕심이 없어야 겸손할 수 있으며 욕심이 없어야 지혜가 밝아질 수 있는 것이지요.

[188] 그러나 무욕과 무사에서 우리의 논의를 끝낸다면 그것은 너무나 상투적인 윤리학에 갇히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무욕과 무사를 설파하는 것보다 모든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과를 불문하고 아무리 교묘한 방법으로 그것을 치장하더라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192] 내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감옥을 하나의 마을로 치자면 그 마을에는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기준이 물론 문제이긴 합니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느 곳에나 다수로서의 민중은 존재하는 법이며 다수는 항상 선량하다는 사실입니다.

5. 맹자의 의

[212] 많은 연구자들의 일치된 견해는 공자의 인이 맹자에 의해서 의의 개념으로 계승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중심 사상이 인에서 의로 이동했다는 것이지요. 인과 의의 차이에 대해서 물론 논의해야 하겠지만 한마디로 의는 인의 사회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29]공자의 성상근 습상원과 같은 의미입니다. 본성은 서로 차이가 없지만 습관에 따라 차츰 멀어진다고 하고 있습니다.

[245]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채운 다음에 앞으로 나아가는 법이지요. 건너뛰는 법이 없습니다. 건너 뛸 수도 없는것이지요. 첩경에 연연하지 말고 우직하게 정도를 고집하라는 뜻입니다. 무슨 문제가 발생하고 나면 그제야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원칙에 충실하라고 주문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건너뛰었다는 뜻이지요.

6. 노자의 도와 자연

[264]노자 철학에 있어서 무는 제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인식을 초월한다는 의미의 무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의 의미는 무명과 다르지 않습니다. 유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인간의 인식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식물의 경우도 잡초가 가장 자유로운 식물이라는 것이지요. 이름이 붙여진 경우는 인간의 지배 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무와 무명은 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유와 유명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명을 붙여서 읽거나 무명을 이름 붙이기 전으로 해석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섣부른 절충도 피해야 겠지만 지나치게 차이에 주목하는 것도 옳은 태도는 못 됩니다. 논의의 핵심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지요.

[269] 이러한 담론을 통하여 우리가 발겨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양적 삶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인성의 고양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인성의 내용이 바로 인간관계이며 인성을 고양한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성은 이웃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며 그 시대의 아픔을 주입함으로써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좋은 사람은 좋은 사회, 좋은 역사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임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지요. 인성의 고양은 그런 뜻에서 바다로 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바라도 가는 겸손한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274]미와 선은 지역이나 시대에 갇혀 있는 사회적 개념입니다. 미와 선의 그러한 특성을 한마디로 인위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282]무리하게 하려는 자는 실패하게 마련이며 잡으려 하는 자는 잃어버린다는 것이 노자의 철학입니다. 자연의 법칙을 존중하는 무위의 방식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84] 노자가 물을 최고의 선과 같다고 하는 까닭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
둘째는 다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셋째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287]물이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처한다는 뜻이며, 도 가장 약한 존재임을 뜻합니다. 가장 약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293]이 장으로부터 무소유의 철학을 이끌어 내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소유의 예찬은 자칫 사회의 억압 구조를 은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300]가장 중요한 원칙 문제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있어서는 구태여 고집을 부리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작은 일에 매달리고 그 곧음을 겉으로 드러내게 마련이지요. 어떤 분야든 최고 단계는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좁은 틀을 시원하게 벗어나 있게 마련이지요.

[302]말을 더듬고 느리게 이야기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불일치를 조정할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지요.

7. 장자의 소요

[320]’생명 없는 질서보다는 생명 있는 무질서를 존중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반 생명적인, 반자연적인, 그리고 반인간적인 모든 구축적 질서를 해체하려는 거시 장자사상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차적으로 정신의 자유입니다. ‘우물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328]도를 깨닫는 것은 이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지요. 정서적 공감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331] 일과 놀이와 학습이 통일된 형태가 가장 바람직한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기계를 바로 이 통일성을 깨트리는 것이지요. 노동은 그 자체가 삶입니다.

[331]장자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미리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기계로 말미암아 인간이 비인간화된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338] 세상에서 도를 얻기 위하여 책을 소중히 여기지만 책은 말에 불과하다. 말이 소중한 것은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뜻이 소중한 것은 가리키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은 그 뜻이 가리키는 바를 전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눈으로 보아서 알 수 있는 것은 혀와 색이요 귀로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은 명과 성일 뿐이다.

[345] 9만 리 장공을 날고 있는 붕새의 눈으로 보면 장주와 나비는 하나라는 것이지요. 장주와 나비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는 개별적 사물은 미미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요.

[346]모든 사물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 조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지요.

[352] "지혜란 무엇인가?"
"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를 여는 도둑을 막기 위하여 사람들은 끈으로 단단히 묶고 자물쇠를 채운다. 그러나 큰 도적은 궤를 훔칠 때 통째로 둘러메고 가거나 주머니째 들고 가면서 끈이나 자물쇠가 튼튼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세속의 지혜란 이처럼 큰 도적을 위해 재물을 모아주는 것이다."

8.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372]유가와는 달리 숙명론을 배격하고 인간의 실천의지, 즉 힘을 강조합니다.

[378] 열 명, 백 명을 살인하는 것이 아니라, 수만 명을 살인하는 전쟁에 대해서는 비난할 줄 모르고 그것을 칭송하고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고 있다는 것이지요. 묵자는 이것을 개탄합니다.

[383] '묵자' '비공'편은 전쟁 일반에 대한 잘못된 의식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시대에 만연하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우리들의 허위허식을 반성케 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현재성을 갖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386]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드러내놓고 싸우는 사람은 알아준다.

[388]비단 실만 물드는 것이 아니라 나라도 물드는 것이다.

[388]인간의 행동은 욕구로부터 나오며 욕구는 후천적으로 물들여지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391]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구조를 어떻게 짜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요.

[392]우리의 사유는 사실판단의 기초 위에서 가치판단을 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사실판단의 기초가 되는 지각과 경험이 없으면 그 주장이 망상에 빠지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 가치판단이 없는 지각과 경험만으로는 사실을 일컬을 수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393]묵자 사상의 근본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9.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404]일반적으로 유학은 객관파와 주관파로 나누어집니다. 사회질서와 제도를 강조하는 순자 계통이 객관파로 분류되고, 반대로 개인의 행위를 천리에 합치시키고자 하는, 다시 말하자면 도덕적 측면을 강조하는 맹자 계통이 주관파로 분류됩니다.

[408]순자는 인간의 느동적 참여를 천명합니다. 천이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413]성악설은 인성론이 아니라 순자의 사회학적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417]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에 대한 불신이나 절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순자는 모든 가치 있는 문화적 소산은 인간 노력의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인문 철학자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420]순자 사상은 실제로 유가의 예치 사상으로부터 법가의 법치 사상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421]순자의 예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를 곧 법과 제도의 의미로 발전시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론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425]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보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에게서 훨씬 더 깊이 있는 인간주의를 발견하는 것이지요. (중략)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그러한 인간주의가 감상적으로 피력되지 않고 냉정하게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0. 법가와 천하 통일

[433] 법가의 가장 큰 특징은 이처럼 변화를 인정하고,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현실성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43] 범죄 행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매우 가혹한 것임에 반하여,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더없이 관대합니다.

11장 강의를 마치며

 

[474]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한 시간과 무변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드넓은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는 그 순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저마다 찬란한 꽃이 됩니다. 아무리 보잘것 없고 작은 미물이라고 찬란한 꽃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475]불교에서 깨닫는다는 것, 즉 각이란 이 연기의 망을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갇혀 있는 좀은 사고의 함정을 깨닫는 것입니다. 개인이 갇혀있는 분별지를 깨달아야 함은 물론이며 한 시대가 닫혀 있는 집합표상, 즉 업을 깨닫는 일입니다.

 

[475]우리가 깨닫는 것, 즉 각에 있어서 최고 형태는 바로 세계는 관계라는 사실입니다. 세계의 구조에 대한 깨달음이 가장 중요한 깨달음입니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마저 찬란한 꽃으로 바라보는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477]깨달음의 의미를 지극히 명상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깨달음은 고전 읽기의 시작이며 그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77]연기한 바로 그것입니다. 공간적이고 정태적인 개념이 아니라 시간적이고 동태적인 개념입니다. 그래서 연기를 상생의 개념이라고 합니다. 연하여 일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여기를 보는 것이 바로 법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493]이처럼 대학독법에 있어서는 송대 신유학이 어떠한 학문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주자에게서 그 절정을 발견할 수 있는, 당시 지식인들의 고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듯합니다. 사회적 관심이 매우 촌스러워진 현재의 상황, 개인의 감성을 가장 상위에 두는 문화, 단편적인 이미지에 의하여 그 전체가 채색되고 부분을 확대하는 춘화적 발상이 지배하는 오늘의 사회와 문화를 생각하면 주자의 시대가 당면했던 사회적 과제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개인적 수양에 아무리 정진한다 하더라도, 한 장의 조간신문에서 속상하지 않을 수 없고, 한나절의 외출에서마저 속상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라면 우리는 생각을 고쳐 가져야 합니다. 개인의 수양이 국과 천하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아무리 훌륭한 법과 제도를 완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품성이 그것을 따르지 못하는 한 우리의 삶과 사회가 바람직한 것이 되지는 어렵지요.

[507]체계적인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였을 경우에야 비로소 우리 삶의 도처에 자리 잡고 있는 감염 부위를 수시로 발견한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우리의 시각을 여기의 현재에 유폐시키지 않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친 전체적 조망과 역사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동양고정의 독법에 있어서는 고전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성찰적 관점을 얻었다면 마치 강을 건넌 사람이 배를 버리듯이 고정의 모든 언술을 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로소 고전 장구의 국소적 의미에 갇히지 않고 그러한 관점을 유연하게 구사하여 새로운 인식을 길러내는 장신의 장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오늘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며, 동시에 내일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508]창신 이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임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창신은 재조명과는 다른 창의적 사고가 요구됩니다. 창의적 사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움입니다. 갇히지 않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입니다. 따라서 창신의 장에서는 개념과 논리가 아닌 가슴의 이야기와, 이성이 아닌 감성의 이야기가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515]나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가 많이 열게 할 능력이 없다. 나무의 천성에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할 뿐이다.

III.   내가 저자라면

 

, 서양 시각의 균형을 찾아주는 고전을 쉽게 읽는 책

 

언제부턴가 우리는 서양의 학문만을 학문의 세계로 인정해 왔던 것 같다. 아마 그것은 근대 이후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우리 세대는 더욱 그렇다. 대신, 서양의 사상

이 우리의 것 인양 배워왔다. 영어 원서를 읽는 편이 한문을 읽는 것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했고

이해 하지도 못하는 푸코나 데리다를 읽는 것이 논어나 맹자를 읽는 것보다 더 멋지다고 생각해

왔다. 아니, 오히려 유가, 법가 등의 사상들을 타파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인 양 생각해 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사상의 균형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쩌면 나라는 인간은 외양은 동양인이되 오히려 서양인의 사상을 더 많이 받아들인 불균형적인 인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많고 깊은 동양의 현자들의 철학을 정작 읽어 보지도 않고 피상적으로 아는 척 하며 마치 그들이 너무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런 내게 조근 조근 이야기를 해 준다.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고 주장을 강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는 말하고 있었다. 고전은 우리의 과거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도 비추고 있노라고.

 

피상적인 차이가 아닌 좀 더 구체적인 차이로

 

동양 고전을 읽어 본 적이 많지 않아 그의 책 내용에 대해 논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그의 책은 그 동안 내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상들 간의 차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주었다.

 

예를 들어, 순자가 말하는 성악설이 우리가 흔히 일컫는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 노자 철학에서 일컫는 無가 제로(0)가 아니라 성선설과 성악설의 차이, 묵자가 유가

와는 다르게 숙명론을 택하지 않는 점 등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구분하지 못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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