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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7일 08시 15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천상병

1930년 1월 29일 일본에서 2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 2학년 재학 중 해방을 맞아 귀국하여 마산에 정착한다. 마산 중학교 5학년 재학 시절 당시 담임 교사였던 시인 김춘수의 주선으로 시 '강물'이 <문예>지에 초회 추천되었다. 영어를 잘했는지 약 6개월간 미국 통역관으로 근무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1951년에는 부산에서 서울 상과대학에 입학하여 송영택, 김재섭 등과 함께 동인지 <처녀지>를 발간한다. 이후 <문예>지에 평론 '나는 거부하고 저항할 것이다'를 전재함으로써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 '갈매기'가 <문예>지에 추천되기도 하였다.

1967년 7월에는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가난·무직·방탕·주벽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그는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인생의 비통한 현실 등을 간결하게 압축한 시를 썼다. 1971년 심한 음주로 인한 영양실조로 거리에서 쓰러진 그는 행려병자로 오해받아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된다. 그의 문우들은 그의 생사를 알 수 없어 그의 유고시집을 <새>를 발간한다. 이는 살아있는 시인의 유고시집을 발간하는 웃지 못할 일화를 남기게 되었다.

1972년에는 친구 목순복의 누이동생 목순옥과 결혼을 하였다. 이후 시집 <주막에서>,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구름 손짓하며는>, <저승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을 발간했으며,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또는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으로 불리던 그는 1993년 지병인 간경변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막에서>, <귀천(歸天)>,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등의 시집과 산문집 <괜찮다 다 괜찮다>, 그림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 등이 있다. 미망인 목순옥(睦順玉)이 1993년 8월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라는 글모음집을 펴내면서 유고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를 함께 펴냈다.

중광

그는 자신을 그 어떠한 틀에도 가두지 않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미치광이 괴짜로 밖에 볼 수 없었다. 속명은 고창률(高昌律)로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유별난 행동으로 유명했으며, 자신 스스로를 '걸레스님', '미치광이 중'이라 부르며 그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은 파격적인 삶을 살았다. 1960년 26세에 경상남도 양산의 통도사로 출가하여 구하스님의 제자가 되었으나, 불교의 계율에 얽매이지 않는 기행 때문에 1979년 승적을 박탈당하였다.

그는 선화(禪畵)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여 명성을 얻었고,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높게 평가받았다. 그가 승적을 박탈당한 1979년애는 미국 버클리대학교 랭커스터 교수가 펴낸 책 <The Mad Monk>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며, 그로부터 '한국의 피카소'라는 칭송을 받기도 하였다. 그의 그림은 미국 뉴욕의 록펠러재단과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대영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그의 삶은 김수용 감독의 영화 <허튼 소리>(1986)로 만들어졌고, 이두용 감독의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1990)에는 직접 출연하기도 하여, 대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는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의 삶은 외국에서도 화재가 되어 미국, 영국, 일본의 TV에서 방영이 되기도 하였다.

막걸리통에 소주를 담아 마시는 등 과도한 음주와 줄담배로 건강이 나빠지자, 1998년 강원도 설악산에 있는 백담사로 들어가 수행하며 달마 그림에 몰두하였다. 2000년부터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의 '벙어리 절간'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달마도 그리기에 열중하였다. 2000년 10월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중광 달마전: 괜히 왔다 간다〉를 열었으며, 이는 그의 마지막 전시회가 되었다. 그는 2002년 3월 9일 타계하였다.

이외수

1946년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난 그는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학교를 옮겨다녀야만 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과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홍익대 미대에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의 그림 실력은 그의 책에 실린 삽화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가끔씩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1972년에 춘천교육대학 중퇴하고, 강원일보 신춘문예 <견습어린이들>이 당선됨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이후 강원도 인제 남국민학교 객골분교 소사, 춘천 세종학원 강사, 원주 원일학원을 강사를 거친 후 모든 직장을 포기하고 창작에만 전념한다. 그는 작품뿐만 아니라 기인으로 유명하다. 개집에 들어가 잠을 자는가 하면, 지붕에 올라가 술을 마시기도 하고, 자기 집에 철문을 달고 스스로 옥살이를 자처하며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단순한 기행이 아닌 모두 작품을 위한 것이었다. 또한 그의 가난했던 시절의 일화들은 그가 얼마나 처절한 삶을 살아왔는가를 느끼게 해준다.

긴 머리에 깡마른 몸. 외모에서도 언제나 기인의 풍모가 느껴지는 소설가 이외수는 문단의 이단아로 불리우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사람이다. 요즘은 그가 인터넷과 TV를 넘나들며 많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도 하다. 가끔 영화에 출연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의 남다른 삶을 살짝 보여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코메디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여 온 국민을 제대로 한 번 웃겨주기도 했었다. 지금은 강원도 화천의 감성마을 촌장으로 근무(?) 중이다.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천상병

13)
歸 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및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17)
행 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21)
微 笑
-새

입가 흐뭇스레 진 엷은 웃음은,
삶과 죽음 가에 살짝 걸린
실오라기 외나무다리

새는 그 다리 위를 날아간다.
우정과 결심, 그리고 용기
그런 양 나래 저으며....

풀입 슬몃 건드리는 바람이기보다
그 뿌리에 와 닿아주는 바람
이 가슴팍에서 빛나는 햇발.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풀밭 길에서
입가 언덕에 맑은 웃음 몇 번인가는...

햇빛 반짝이는 언덕으로 오라
나의 친구여.

언덕에서 언덕으로 가기에는
수많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지만

햇빛 반짝이는 언덕으로 오라
나의 친구여....

26)
날 개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나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같이 가난한 놈은
旅行이라고는 新婚旅行뿐인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 성취다.
하나님이여
날개를 주소서....

34)
좋은 일도 만나면 더 기쁘고
좋이 않은 일로 만나면 슬프고 괴롭다.
그리고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죽어서 헤어짐보다
괴로운 만남이 더 값지지 않을까?
살아있는 사람은 언제나 어느 곳에 있든
만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기고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보람을 갖지만,
죽어서 저 세상으로 가 버린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그리워하고 찾아 헤매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만남과 헤어짐의 차이가 아닐까.

35)

가도가도 아무도 없으니
이 길은 無人의 길이다.
그래서 나 혼자 걸어간다.
꽃도 피어 있구나.
친구인 양 이웃인 양 있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꽃은 生態여-
길은 막무가내로 자꾸만 간다.
쉬어 가고 싶으나
쉴 데도 별로 없구나.
하염없이 가니
차차 배가 고파온다.
그래서 음식을 찾지마는
가도가도 無人之境이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참 가다가 보니
마을이 아득하게 보여온다.
아슴하게 보여진다.
나는 더없는 기쁨으로

37)
강 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43)
편 지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

배부른 내가
그것을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53)
나 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중광

63)
나는 걸레

나는 걸레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三千大千世界는
산산이 부서지고

나는 참으로 고독해서
넘실 넘실 춤을 추는 거야

나는 걸레

南漢江에 잉어가
싱싱하니

獨酒 한통 싣고
배를 띄워라

별이랑, 달이랑, 고기랑
떼들이 모여 들어
별들은 노래를 부르오
달들은 장구를 치오
고기들은 칼을 들어
고기회를 만드오.

나는 탁주 한잔
꺾고서
덩실 더덩실
신나게
춤을 추는 게다.

나는 걸레

71)
그릇대로 가져 가라

나는 말을 주지 않는다
다만
말할 뿐이다

가져 가고
안가져 가고는
당신의 自由다
自由!
그릇대로 가져 가라.

지혜 있는 사람은
지혜의 칼로 가져 가라.

衆生의 눈은
衆生의 눈으로
가져 가라.

74)
出 家

죄는 무게가 있어
무거운 것이 아니외다.
유명지간에 다짐을 받는 데서
내 죄가 한없이 무거웠던 것이외다.

죄가 울어 운 것이 아니외다
피눈물의 참회가 내 죄에
나를 울린 것이외다.

죄가 죄를 아니 짓겠다고
한 것이 아니외다
내가 있기에 다시는 내가 죄를
아니 짓겠다고 한 것이외다.

78)
세상은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 저것 다 거치고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우리는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늙습니다. 참회하고, 사랑하며, 용서하며,
수백번 변하며 고쳐가며 죽어갑니다.
크게 아는 것은 죽는 그날에 세상을 알고 '
그날 끝이 나는 것입니다.

82)
벼루에 물을 넣고 먹을 간다. 마음을 간다.
좋은 성질 나쁜 성질 다 간다.
희비애락을 다 간다.
부처도 조사도 다 갈아 버린다.
먹물속에서 소를 찾아 산실을 헤치면서
달도 가끔 건져낸다.
10년을 갈다 보면 구름도 건져낸다.

이외수

108)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이 부드러운 것이고
부드러운 것을 이기는 것이 고요한 것이다.

113)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살에는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물살에는
선잠결에 스쳐가는
실낱같은 그리움도
어느새 등넝쿨처럼 내 몸을 휘감아서
몸살이 되더라
몸살이 되더라

떠나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세상은 왜 그리 텅 비어 있었을까

날마다 하늘 가득
황사바람
목메이는 울음소리로
불어나고
나는 휴지처럼 부질없이
거리를 떠돌았어
사무치는 외로움도 칼날이었어

밤이면 일기장에 푸른 잉크로
살아온 날의 숫자만큼
사랑
이라는 단어를 채워놓고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샆더라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살에는

120)
훌륭한 화가는 내가 어떤 것을
그려낼 수 있다는 자부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것을
그려낼 수 없다는 열등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124)
계 란

비록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죽은 것은 아니었어요
날개없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멎은 채로 가슴 안에 키우는 꿈
푸른 하늘이지요
당신은 겨우 나를 프라이팬에 튀겨
김밥 속에 쑤셔놓고 있지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가슴 안에는
작은 아침 해 하나
금빛 꿈으로 들어앉아 있었다구요

134)
화선지(畵宣紙)

새 한 마리만 그려 넣으면
남은 여백 모두가 하늘이어라


III. 내가 저자라면

삶의 본체란 어떤 모습일까?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그걸 훔친 당대의 가장 큰
도적놈 셋이서
드디어 만났다.
세 사람은 시와 그림과
그들의 시상이 들어 있는
글을 뽑아서 우리에게
거리낌없이 휙 던지고 있다.

시집을 읽고서도 '내가 저자라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왠지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림을 보고서 내가 화가라면 저렇게 그렸을텐데 라고 생각한다면 좀 웃기는 일이 아닐까? 이 시집 '도적놈 셋이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기인 3인방이 모여서 낸 시집이다. 그들은 기인답게 스스로를 '도적놈 셋'으로 표현했다. 이들 중 한명만으로도 그 독특함에 클 것인데, 이들 셋이 뭉쳤으니 오죽하겠는가? 언제 샀는지도 모를 만큼 오래되긴 했지만, 지금도 난 시집하면 이 독특한 시집을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시와 그림을 함께 담고 있는 시화집이다. '한국의 피카소'라는 칭송을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미술 솜씨를 지닌 중광의 작품들과 글솜씨 만큼이나 그림솜씨도 만만치 않은 이외수의 그림들로 책을 가득 메우고 있다.

책의 첫 장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그들 셋이 찍은 사진 한 장은 이 책의 분위기를 한 눈에 보여주는 듯하다.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젊어보이는 이외수와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띠고 있는 천상병, 독특한 모자와 복장의 중광스님이 방 안에서 모여 웃고 있다. 이 세 명의 도적놈은 자신들이 훔친 세상에서의 삶과 인간에 대해 시를 주고 받으며 신명나게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 뿐만 아니라, 개성만점의 그림은 이들의 놀이가 정말 즐거운 것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 책의 주인공 두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들 셋이 어떻게 뭉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들을 이렇게 한 권에 책 속에서 만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이 세 도적놈들은 도대체 무엇을 훔친 것일까?

이 세 사람은 모두 일반인들이 보기엔 약간씩 미친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항상 기인이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 그런데 이 시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그들은 삶은 그 어느 누구의 삶보다 행복해 보였다. 즐겁고 신명하는 듯 보였다. 아마도 그들은 자유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본래 그렇게 자유로운 존재이거늘, 우리 스스로 자신을 수많은 벽속에 가두면 사는 것 아닌가? 시는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의 시는 모두 자유롭다. 도적놈 셋이 모여 훔친 것인 이 세상 그 누구도 훔치지 못하는 완벽한 자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IP *.70.18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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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11.24 01:12:14 *.51.218.167
지환씨가 위에 써둔 중광 스님 시를 읽다가
나는 걸레/반은 미친 듯/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하는 글귀에 걸려버렸다.
코끝이 아리고, 눈물이 핑 돈다.
이미 세상 것에서 많이 자유했던 미친 놈 중광은
뭔가 깨달아서 그렇게 반은 성한 듯, 반은 미친 듯 살았다지만
자유롭지도 못한 나는 왜 가끔 반은 미친 듯, 실성하게 되는 걸까.

다른 경우지만 내게도
반은 성하고 반은 미친 것 같은 기분으로 
참혹한 시간을 견디는 때가 많았었다.

내가 희망한 건 정말 사소한 것, 특별날 게 없는 것이었는데도
그 희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결국 '희망하기'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가끔 춤을 미친 듯 추고싶다. 
아마도 너무 외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엇도 가 닿지 못할 외로움의 땅이
저 안에 그대로 버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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