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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7일 12시 21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루스 베네딕트 Ruth benedict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이지만, 그녀의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에 비유한다. 1887년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외과의사였던 아버지를 급작스럽게 잃으면서, 그녀의 순탄치 않은 인생은 시작된다. 이후 외가집에서 살던 그녀는 열병으로 한쪽의 청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과부가 된 어머니는 딸을 정신적으로 괴롭혔으며, 그로 인해 그녀는 어린 나이부터 조울증을 앓게 되었다.

1905년 그녀는 미국의 명문 여자대학인 배서대학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한다. 그녀의 불운한 생활과는 달리 학교에서는 우등생으로 졸업을 한다. 이후 교사로 일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14년에는 스탠리 베네딕트라는 젊은 생화학자를 만나 결혼한다. 스탠리 베네딕트는 뉴욕시 코넬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 후에도 자기정체성 확립이라는 문제를 두고 남편과 많은 갈등을 빚게 된다. 또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번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1919년 그런 그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일이 생긴다. 뉴욕의 '사회연구를 위한 뉴스쿨'에 등록한 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류학 강의를 듣고 나서, 그것이 아주 흥미로운 학문임을 알게 된다. 그녀는 평생토록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2년 뒤 34살에 컬럼비아 대학의 인류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프란츠 보아즈 교수를 만나 본격적으로 인류학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이후 1923년에 아메리카 인디언 종족들의 민화와 종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루스 베네딕트는 또한 마거릿 미드와의 관계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녀는 모교인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던 중에 인류학 전공의 학부생이었던 마거릿 미드를 만나게 된다. 당시에는 미국에서도 동성애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생존 당시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녀의 성정체성에 대한 부분 역시 그녀의 인생을 매우 독특하게 만든 것 중의 하나였다. 그녀는 미드와의 동성애 체험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1934년에는 <문화의 패턴 Pattern of Culture>를 출간하였으며, 그 책에서 문화의 상대성과 문화가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데에 썼다. 1940년에는 <종족 Race: Science and Politics>을 출간하여 미국 인류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로 자리매김한다. 1943년에 미국 전시정보국의 해외정보국에 부임하여, 1944년에는 미 국무부로부터 일본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아 1946년 명저 <국화와 칼>을 출간했다. 단 한 차례의 일본 방문도 없이 이루어진 이 연구는 학문적 연구에서 그 대상을 직접 목격하거나 체험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엄밀한 검토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일본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세계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했다.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역자서문

5) 저자 자신은 일본을 방문한 적인 단 한 번도 없다. 학문의 연구에서 그 대상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보다 엄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 저서는 입증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부분적 체험은 전체적인 방법론을 망쳐 놓기 쉬운 것이다.

제1장. 연구 과제 - 일본

10)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배우과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를 가꾸는 데 신비로운 기술을 가진 국민에 관한 책을 쓸 경우, 동시에 이 국민이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린다는 사실을 기술한 또 다른 책이 그 국민의 성격을 보충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든 모순이 일본에 관한 책에서는 날줄과 씨줄이 된다. 그러한 모순은 모두가 진실이다. 칼도 국화와 함께 한 그림의 일부분이다. 일본인은 최고도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얌전하며, 군국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탐미적이며, 불손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성이 풍부하며, 유순하면서도 귀찮게 사달림을 받으면 분개하며,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며, 용감하면서도 겁쟁이이며,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

14) 전쟁중에는 적은 나쁘다고 철저하게 깎아내리는 일은 용이하지만, 적이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보는가를 적 자신의 눈을 통해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14) 나는 그들이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을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문제로 바라보아야 했다.

16) 많은 다른 동양인들과는 달리 일본인은 자기 자신을 그대로 기록해 두는 강한 충동을 가지고 있다.

16) 일본에 관해 연구하는 일본인은 그가 호흡하는 공기처럼 흔하며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참으로 중요한 문제를 빠뜨리고 만다. 미국인이 미국에 관해 쓸 경우도 마찬가지다.

17) 소설의 경우 마찬가지로 내가 파악한 의미와 일본에서 자란 사람들이 파악하는 의미 사이에는 눈에 뜰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

20) 인류학자는 평범한 사실을 연구할 수 있도록 특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21) 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고립된 어떠한 행동도 서로 체계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21) 그들은 자기의 행동에 어떤 공통된 근거와 공통된 동기를 마련한다. 어느 정도의 일관성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적인 체계가 산산이 무너져 버린다.

24) 우리가 사물을 볼 때에 반드시 그것을 통해 보는 안구를 의식하기는 어렵다.

24) 안경의 경우 안경을 쓴 당사자가 렌즈의 처방을 알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국민이 자기의 세계관을 분석하는 데 기대를 걸 수가 없다.

24) 우리는 사회과학자의 작업이야말로 의심할 바 없이 현대 세계의 여러 나라 국민에 관해 이 안과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24) 나로서는 사해동포를 믿는다고 해서, 왜 생활 방식에서 일본인은 일본인 특유의, 미국인의 미국인 특유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가를 알지 못한다.

25) 국민적 차이의 체계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정신과 함께 어느 정도의 관용이 필요하다.

29) 그들이 국가에 관해 어떠한 관념을 품고 있는가를 알지 못한다면, 그러한 조사로 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제2장. 전쟁중인 일본인

33) 일본에게 불행한 일은 일본 점령하에 있었던 나라들이 대동아의 이상을 일본과 같은 눈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34) 일본은 정신력으로 반드시 물질력을 이긴다고 부르짖었다.

40) 모든 것이 예기되고 모든 것이 충분히 계획된 일들이라는 가정에 서야만 일본인은 일체의 사태는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바란 것이라는 것, 결코 수동적으로 당하고 있지 않다는 그들에겐 필수적인 주장을 계속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41) 일본인은 오히려 미리 계획되고 진로가 정해진 생활 양식에서만 안심을 얻을 수 있으며, 예견하지 못한 일에는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

제3장. 각지 알맞은 위치 찾기

65) 적당한 행동에 의해 끊임없이 서로 인식해야만 하는 계급의 차이-이러한 것들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이것은 단순한 계급적 차이는 아니다. 성별이나 연령, 두 사람 사이의 가족 관계나 종래의 교제 관계 등이 모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69) 일본에서 널리 일반화된 하나의 수수께끼가 있는데, 이를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부모에게 의견을 제출하고 싶어하는 자식은, 머리를 기르고 싶어하는 승려와 같다. 그 까닭은?" 이에 대한 답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4장. 메이지유신

101) 19세기 전반에 겨우 중세에서 벗어난, 오늘날 태국 정도의 약소국이었던 일본이, 어느 나라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비범한 정치적 수완을 필요로 하는, 더군다나 놀라운 성공을 거둔 메이지유신이라는 대사업을 계획하고 수행할 능력을 가진 많은 지도자들을 배출한 것이다. 이들 지도자들의 장점은 물론 또 그 단점까지도 전통적인 일본인의 성격에 깊이 뿌리 박힌 것이었다. 그 성격은 무엇이었고, 또 무엇인가를 논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이다.

제5장. 과거와 세상에 빚을 진 사람

131) 일본의 거리에서 무슨 사고가 일어났을 때 모인 군중들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단지 자발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경찰이 아닌 사사로운 사람이 제멋대로 참견을 하면 그 행위가 그 사람에게 온을 입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제6장. 만분의 일의 은혜 갚음

143) 온이란 부채이기 때문에 갚아야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보은은 온과 아주 별개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제7장. 기리처럼 쓰라린 것은 없다.

175) 일본인은 어떤 사람이 기리를 갚을 수 없을 때, 그 사람은 파산하였다고 여긴다. 더구나 인생에서 모든 접촉은 반드시 이런저런 기리를 초래시킨다고 생각한다.

175) 세상에 대한 일본인의 기리의 관념과 미국인의 빌린 돈을 갚는 관념 사이에는 또 하나의 유사점이 있다. 기리를 갚을 때는 정확히 같은 양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제8장 오명을 씻는다.

187) 모든 종류의 직업상 채무에도 이름에 대한 기리가 수반된다.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누군가가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되고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일본인은 때때로 엄청난 요구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해-화재에 대한 책임은 전혀 없지만-모든 교실에 걸려 있는 천황의 사진이 타 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자살한 교장이 많이 있다. 이 사진을 구해내기 위하여 불타는 학교 건물로 뛰어들다 타 죽은 교사들도 많다.

189) 우리는 경쟁을 '좋은 일'로 생각하고 크게 의지한다. 심리 테스트는 경쟁이 우리를 자극시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자극이 있는 경우는 작업 능력을 향상시킨다. 우리는 혼자서 일을 할 때에는, 경쟁자가 있는 경우만큼의 성적을 올릴 수 없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테스트 결과는 그 반대의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제9장 인정의 세계

229) 동성애 또한 전통적인 '인정'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 구시대의 일본에서 동성애는 사무라이나 승려와 같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공인된 즐거움이었다.

231) 이상과 같은 일본인의 '인정'관은 몇 가지 중요한 귀결을 수반한다. 그것은 육체와 정신이라는 두 개의 힘이 각자의 생활에서 패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서구의 철학을 근본적으로 뒤엎는다. 일본인의 철학에서 육체는 악이 아니다. 가능한 육체의 쾌락을 즐기는 것은 죄가 아니다. 정신과 육체는 우주의 대립하는 2대 세력이 아니다. 그리고 일본인은 이 신조를 논리적으로 밀고 나가 세계는 선과 악의 싸움터가 아니라는 결론으로까지 가져간다.

234) 불교 철학은 일본에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철저하여, 인간은 누구나 부처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도덕률은 경전 속에서가 아니라 깨달음을 얻은 청정무구한 자신의 마음속에서 발견하는 것에 있다고 설명한다.

제10장. 덕의 딜레마

239) 일본인의 인생관은 그들의 주忠, 고孝, 기리義理, 진仁, 인정人情 등의 표현에 나타나 있는 그대로이다. 그들은 '인간의 의무 전체'가, 마치 지도 위의 여러 지역처럼 명확하게 구별된 몇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242) 저마다의 세계, 저마다의 행동 방침은 그 자체로는 선이다. 만일 만인이 참다운 본능에 따른다고 한다면, 만인은 선인이 될 것이다.

제11장. 자기수양

283) 미국인에게는 자기 희생의 필요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302) 고안은 '문을 두드리는 벽돌'이라고 불리고 있다. '문'은 눈앞에 있는 수단만으로 과연 충분할까 하고 지레 걱정을 하고, 자기의 행동을 혹은 칭찬하고 혹은 비난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감시의 눈을 번쩍이고 있다고 망상하는, 어리석고 우매한 인간성의 주위에 둘러쳐진 벽에 붙어 있다.

308) 일본인의 자기 훈련의 철학은 일본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개개의 일본인의 생활 체험에서 떼어 내어 고찰하는 한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다. 그들이 '보는 나'로 귀속시키고 있는 이 '하지'의 의식이 얼마나 무겁게 일본인을 억누르고 있는가 하는 것은 이미 말한 바와 같지만, 그들의 정신 통어 철학의 참된 의미는 일본의 어린아이 양육법을 설명하지 않는 한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제12장 어린아이는 배운다.

311) 그들이 아이를 원하는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의 부모들이 그런 것처럼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인이 아이를 바라는 것은 그 이유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훨씬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본인이 아이를 원하는 것은 단지 정서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혈통을 잇는 데 있다.

제13장 패전 후의 일본인

367) 일본 문화에서는 심한 강권주의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거의 모든 서구인 관찰자가 느껴 온 것처럼, 서구의 경험 속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의 배려와 사랑으로 자식을 대한다. 일본의 아이들은 아버지와의 사이에 어떤 종류의 참된 우애 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또 아버지를 공공연히 자랑스럽게 여기므로 아버지는 다만 한 번 목청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자기 뜻대로 행동하게 할 수 있다.

해설

387) 중동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젖을 이년간 먹어야 했는데 그 사이에 어머니가 임신을 하면 젖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일부다처제가 필요했다.
임신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출산 후 이년 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아야했고 남자들은 그 사이 새 여자를 맞아들였다.

388) 인간에게는 동물과 구별되는 세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 첫 번째가 근친금혼을 한다는 것이다. / 두 번째는 언어 사용이다. / 세 번째 특징은 불의 발견이다.

396)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그렇게 예의바르고 착하고 겸손하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일본 사람들 속에 무서운 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을 통해 일본 사람들의 이중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400) 동양 사람들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에, 행동의 기준은 다른 사람의 이목이다. 동양의 그런 문화를 셰임 문화라 한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남을 의식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남이 안 볼 때와 볼 때의 행동이 다르고, 길트 문화에서는 남이 보든 그렇지 않든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401) 서양이 셰임 문화이고 동양이 길트 문화라고 반박한 학자도 있었고 궁극적으로 길트와 셰임은 같은 맥락이라고 본 사람도 있었다.

401)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일본의 일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될 수 있을지언정 일본의 종합적인 면을 파악하는 데는 불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서양인의 한계일 것이다.

402) 근대 사회와 봉건 사회의 차이점은 봉건 사회 하에서는 주어진 신분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즉 생득 지위였지만 근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출신 배경이 어떠하든 노력 여하에 따라 지위를 성취할 수 있는, 즉 성취지위라는 점이다.

III. 내가 저자라면

놀라움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놀라움은 바로 이 책을 쓰기위해 저자가 일본을 연구한 방식이었다. 이 책은 일본에 대한 책이다. 그것도 매우 깊이있게 일본의 문화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그런데 저자는 단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이 사실은 나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허를 찔렀다고 해도 좋고,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어 버렸다고 해도 좋다. 일본문화를 연구한 사람이 일본을 한 번도 방문적이 없으며, 그러고서도 세계적인 명저를 내놓았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녀였다면 나는 과연 이것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녀와 같은 방식으로 연구를 하고서도 그 연구결과를 자신있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을까? 평생학습과 연구를 지속해야 하는 나에게 그녀는 내가 또 하나의 벽을 허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무엇인가를 연구한다는 것, 그리고 책을 쓴다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초반에 승부한다.

미국문화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을 마케팅과 연결한 <컬처코드>와 비슷하다. 물론 세상에 나온 순서로 따진다면 <국화와 칼>이 먼저이다. 두 책 모두 1장에 상당히 많은 내용과 중요한 내용을 배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문화나 인류학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1장만 읽고서도 책의 상당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1장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으며, 얻은 것도 많았다. 일본 문화에 대한 분석으로 채워진 나머지 부분을 읽는데에는 때로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책의 내용 그대로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하나는 문화인류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화가 갖는 의미와 그것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기 위한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후자에 중심을 두었다. 그리고 그러한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관점으로 더 깊이있는 내용을 알기 원한다면, 저자의 <문화의 패턴>이라는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인류학과 코칭

책을 읽으면서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과 코칭 사이에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1944년 미국 국무성의 위촉으로 연구를 시작한 저자가 단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이 일본 문화를 연구하여 세계적인 명저를 내놓았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진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은 학문의 연구에서 그 대상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쪽이 오히려 더 엄밀하고 객관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체로 부분적인 체험은 전체를 보기보다는 오히려 전체적인 관찰을 방해하기 쉬운 것이다.

또한 일본에 관해 일본인이 연구하거나, 한국에 관해 한국인이 연구하는 것은 자칫하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채 넘기기가 쉽기도 하다. 마치 우리가 항상 호흡하는데 사용하는 공기의 존재를 늘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안경의 경우 안경을 쓴 당사자가 렌즈의 처방을 알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국민이 자기의 세계관을 분석하는 데 기대를 걸 수가 없다....(중략)...우리는 사회과학자의 직업이야말로 의심할 바 없이 현대 세계의 여러 나라 국민에 관해 이 안과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니 루스 베네딕트가 책을 쓰기 위해 일본을 연구한 방식이나, 문화인류학에 대한 그녀의 정의가 코칭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코치는 고객의 과거나 사생활을 깊이 탐구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고객의 모든 체험을 다시 경험해보려는 것처럼 과거사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다. 현재의 생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라이프 코칭의 경우 고객의 전반적인 삶의 영역을 두로 다루는 것이 원칙이기도 하지만, 이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코치가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가 고객의 모든 것을 느끼고 체험하기 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 고객이 스스로 코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을 방문한 적 없이 철저하게 일본 밖에서 일본을 연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녀 역시 책을 통해 일본의 모습을 마치 거울과 같이 비춰줄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문화인류학자를 안과의사로 비유한 것은 코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코칭의 기본 전제는 고객이 모든 문제의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찾아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안경을 쓰고는 있지만, 자신이 쓰고 있는 렌즈의 처방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코치라는 상호책임의 파트너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처방은 코칭의 과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코칭에서는 처방하지 않는다. 코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고객이 탁월한 셀프코치가 되는 것이다. 코치가 없어도 스스로 자신의 훌륭한 코치가 되기를 바란다. 즉, 코칭고객은 안경을 쓴 안과의사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문화인류학은 연구하는 민족에게서 나타나는 어떠한 독립된 행동도 서로 체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코칭은 주로 판단없는 경청과 강력한 질문을 통해 진행된다. 특히 코칭에서 경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뿐더러, 경청은 모든 다른 기술들의 전제조건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깊은 경청 중에 코치는 고객의 말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것들을 듣게 된다. 말하는 순간의 감정이나 표정, 제스처, 가능하다면 에너지의 흐름까지 모든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경청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 순간 어느 하나도 무의미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서로 관계를 가지고 고객을 드러낸다. 단지 코칭세션 중의 경청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코칭과정 중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되는 모든 정보는 그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여겨질 수 없다. 고객이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접근 방식은 코칭을 결국 통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코칭 초기에 고객이 밝힌 코칭이슈는 물론이며, 고객의 삶의 다양한 분야를 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인간의 삶이란 것이 어느 하나만으로 그 만족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칭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문화인류학은 개인이 모여 이룬 조직,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이다. 개인과 공동체, 그 대상은 다르지만 근본은 역시 인간이다. 그런 면에서 코칭과 문화인류학이 많은 공통점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코칭과의 연관성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책 속에서 코칭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인간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좋은 소스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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