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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1일 20시 22분 등록

I.       저자 소개

 

소피 칼

 

 사진 작가, 설치 미술가, 개념 미술가 ? 이것들이 세상에서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로는 그녀를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사진 ? 소설의 형식으로 엮어 출판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술과 문학, 사진 등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그녀가 하는 일이다. 이런 장르간의 구분을 없애는 작업을 하는 그녀를 세상은 현대예술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195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소피 칼은 예술 작업과 관련된 정규 교육을 받을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독학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20대 초반에는 중국의 모택동 사상과 페미니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여러 사회 운동 단체에 참여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운동 단체의 세계에 염증을 느끼고 여러 가지 직업으로 변신을 하며 세계 곳곳을 여행 했다고 한다.

 

26세 때 처음으로 사진을 배우게 된 그녀는 1979년에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구상을 하게 되는데,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일상을 카메라로 추적을 하는 것이 그녀의 첫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그 다음해에 쟝 보드리야르의 설명글과 함께 베니스에서의 추적이라는 책으로 출판이 된다.

 

첫 작품 이후에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계속한 그녀는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잠자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으로 자신의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그녀의 작품은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고 평론가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2003년 현대 미술의 전당인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아직 살아있는 그녀의 회고전을 열었을 정도로 그녀의 작품 세계는 현대 예술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책 진실된 이야기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풀어가는 사진 ? 소설 형식의 현대 예술 작품이다.  

 

II.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그녀의 가슴이 한 권의 책처럼 열렸다.

 

나는 한 남자와 7년 전부터 함께 살았다. 그가 떠났다. 완전히. 얼마 후 내 친구 카티가 바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다. 그녀는 그 남자가 내 맘에 들거라 생각했다. 그에게 주소를 물어보아 내게 선물로 주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내 삶에서 가장 소설고도 같은 에피소드 하나를 제공해 주었다.

 

15 우리가 열한 살 때였다. 아멜리와 나는 매주 목요일 오후 2~5시 사이에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쳤다. 이런 짓을 하며 한 해가 흘러갔다. 우리를 수상쩍게 여긴 아멜리의 엄마가 경찰이 집에 왔었다는 이야기를 꾸며냈다. 경찰이 우리의 정체를 알아냈지만,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한번 기회를 주겠노라고 말했다고 했다.

 

17내가 열네 살이었을 때, 조부모님은 내 얼굴과 몸의 불완전한 부분들을 고치길 바라셨다. 내 코를 다시 만들어주고, 엉덩이에 있는 피부를 가져다 왼쪽 다리에 있는 흉터를 감추고, 하는 김에 삐쭉 튀어나온 귀를 머리 쪽으로 붙이자고까지 했다.

 

19 열다섯 살 때 나는 남자들을 무서워했다. 어느 날 식당에서 나는 이런 이름의 디저트를 골랐다. ‘처녀의 꿈’. 종업원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나를 놀라게 하기 위해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몇 분 후 그는 껍질이 벗겨진 바나나 하나와 둥근 공모양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두 개가 담겨있는 접시는 내 앞에 놓았다. 모두 침묵하고 있는데, 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몇 년 귀 내 앞에서 처음으로 한 남자가 옷을 벗었을 때처럼 그렇게 눈을 감아 버렸다.

 

36 그건 내 침대였다.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 나는 그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 후 엄마는 세를 준 방에 그 침대를 놓았다. 1979 10 7, 세입자가 그 위에서 자다가 불에 희생되었다. 그는 죽었다. 소방관들이 침대를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그 침대는 건물의 안마당에 9일 동안 널브러져 있었다.

 

42 식사 후 그는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집 앞에서 몸을 기울여 내 입술을 찾았다. 나는 그를 밀쳐내며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당신은 뭘 믿고 내가 당신과 키스하길 원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쨌든, 당신은 돼지처럼 먹었쟎아요!” 몇 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 후에도 그의 이 선고는 나를 괴롭히곤 했다. 나는 이 남자에 대한 모든 것을 잊었지만, 여전히 그는 내 식탁에 않아 있다.

 

46 내가 서른 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내게서 입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직접 나를 진찰하지 않고, 우연히 알게 된 한 일반의와 예약을 잡았다. 나는 그곳에 갔다. 도착해서 그의 태도를 보고, 내가 정신분석가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정신 분석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적대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나의 당혹감을 말했다.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저한테 입냄새가 난다고 생각하셨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가보라고 한 곳은 일반의 병원인데요그 정신분석가는 이렇게 반문했다. “당신은 아직도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합니까?” 그래서 나는 그이 환자가 되었다.

 

59 나는 누가 나 대신 결정해 주는 것을 늘 좋아한다. B와 함께 게임의 규칙을 정하였다. 짝수 날에서는 그가 결정을 하고, 홀수 날에는 내가 했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자신을 대신할 주사위 하나를 내게 선물했다.

 

59어느 날, 미술 전람회 개최식에서 한 젊은 남자가 내게로 다가와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B와 성이 같았다. 나는 흔하지 않은 이름인데도 그와 내 애인의 이름이 철자가 비슷한 데 놀라워 했다. 그는 나를 유혹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이름이 같은 두 남자가 당신을 좋아하는 군요. 다음날 그는 내게 침대를 같이 쓰자고 제안했다. 나는 주사위에 나의 결정을 맡겼다. B는 선물을 통해, 자신의 후임자에게 동의했다.

 

63나의 할머니의 이름은 발랑틴이다. 할머니는 1888 2 4일에 태어나셨다. 96세가 되었을 때, 그녀는 사는 일에 피곤함을 느꼈다. 그러나 한 가지 목표를 정하였다. 100세가 되는 것. 100세가 며칠 남지 않은 임종을 앞둔 순간에 할머니는 의식을 되찾고 이런 질무을 하셨다. “며칠이나 남았지?” “6일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혼잣말을 하셨다. “난 해낼 거야. 해낼 거라고.” 할머니는 1988 2 4일에 돌아가셨다. 그녀는 자신의 부고장에 적을 성서의 한 구절을 미리 선택해 두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였도다.”

 

93 내 삶에서 가장 진실된 이야기를 거짓 결혼식으로 마무리했다.

 

97”소피, 나는 당신이 내 삶 속으로 들어 왔다고 늘 생각해.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나는 그의 말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믿는 척하기로 했다. 10월이면 그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99 환상 속에서 나는 남자다. 그렉은 그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아마도 그래서 그는 어느 날 나에게 오줌을 누여 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사이에서 일종의 의식이 되었다. 나는 그의 뒤에 꼭 붙어서 보지 않은 채 바지를 내리고 그의 페니스를 잡아 적당한 위치에 놓고, 조준을 잘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무심하게 그것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앞을 닫았다. 별거를 한 지 얼마 후에 나는 그렉에게 이 의식을 기념할 만한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그는 수락했다. 그래서 브루클린의 한 스튜디오에서 카메라의 눈을 앞에 두고 플라스틱 양동이에 그의 오줌을 누여주었다. 이 사진 촬영을 핑계로 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성기 위헤 손을 올려 놓을 수 있었다. 바로 그날 나는 이혼을 받아들였다.

 

105 선택은 시청, 죽음, 감방이다. 평범하거나 비극적이거나 급진적이어야 한다. 10 7일 나는 그래도 한번 드레스를 입어보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결혼식을 단념하기 위해 그를 따라 공항에 나갔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돌아왔다. 예상했던 대로.

 

107 병원에 다녀왔다. 300 여개의 질문이 담겨 있는 6페이지에 달하는 질문자에 대답을 해야 했다. 단 하나를 빼고 모든 질문에 나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풍진, 천연두, 수두, 콜레라, 파상풍, 결핵, 황열병, 성홍열, 혹은 티푸스 ……. 에 걸린 것이 있었나요? 현기증이 잘 일어나나요? 콜레스테롤, 당뇨, 혈압, 두통, 심장병, 위장병이 있나요? 아이가 있나요? 알레르기, 결석이 있나요? 심장이 두근거리나요? 갑자기 얼굴까지 열이 오르나요? 심장에, 치아에, 혹은 청각에 문제가 있나요? 근육에 발작이 일어난자든지 간질, 요통, 어지럼증이 있나요? 기절을 한 적이 있나요? 소화불량인가요? 장에 이상이 있나요? 시력장애가 있나요? 그런데 갑자기 질문들의 홍수 속에서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긋 이런 질문이 나타났다.

당신은 슬픈가요?”

 

III.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소피 칼이라는 예술가의 예술 작품이다.

 

소피 칼과 그녀의 미술 작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약간의 친절을 베풀자면, 이 책은 소피 칼이라는 한 시각 예술가의 작품을 책으로 엮어서 낸 것이다. 짧은 스토리들로 구성된 글들은 그녀의 시각 예술의 한 부분이며 이런 글들의 사이사이에 그녀의 사진, 그림 등의 시각적인 요소들이 함께 들어 있다.

 

자신의 작품을 스토리로 구성해 나아간다는 면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그녀의 작품을 획기적인 현대 미술 작품이라고 분류한다.

 

처음에는 매우 낯선 형태의 이 작품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 새 그녀의 삶을 훔쳐 보는 입장에 서게 된다. 그리고 진실과 허구가 얽힌 이 어처구니 없는 그녀의 스토리들에 빠져들게 된다. 그녀의 스토리들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는 것처럼 매우 부조리하다.

 

이 부조리함이 소피 칼에게는 인생으로 비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부조리함 속에 가끔

아주 뾰족하고 날카로운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삶이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녀의 이야기가 더 이

상 공상이나 망상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프랑스에서 자라고 서

구 사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는 저자의 문화적 배경도 함께 고려하길 바란다.

 

우리에게 진실이란 무엇인가?

 

소피 칼의 이야기에는 진실과 허구가 공존한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할 수 없다. 이야기를 구성한 그녀에게도 진실과 허구의 한계는 명확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진실된 이야기’ ? 그러나, 실제로는 괴이하고 평범치 않은 이야기 ? 를 따라가다 보니, 진실이라는 게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존재하게 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진실은 우리가 현상을 대면하는 순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감정이나 느낌이 아닐까? 그래서 그 감정이나 느낌을 위주로 우리의 진실을 구성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객관성이라던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은 한계를 긋기에 얼마나 모호한 영역이란 말인가?

 

내가 아는 한, 소피 칼, 그녀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스스로 느끼는 감각을 오롯이 믿는 데에서 비롯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는 괴이하게 보이고, ‘표준과 같은 기준에서 약간 벗어나는 이야기라 할 지라도 그 순간 자신에게 느껴지는 모든 것을 믿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진실이다.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금기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 하다.

 

나는 그녀가 금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야기들이 전혀 진실일 것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녀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에 반대를 할 수가 없다. 참으로 유머러스한 방법이다. 가령, 그녀의 이야기들에는 가부장제에 대한 비웃음이나, 타부시되는 성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들이 실제 일어난 일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에게 반대를 할 수 없다. 어쩌면 그녀가 하는 방식의 유머러스 하고모호한 비웃음들은 그 어떤 강력한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나 자유 연애 주의자의 주장보다도 강력한 방법일 수가 있다. 그 점이 나를 매우 웃게 만들었다.

 

유머의 힘이라고 할까? 이러한 고도의 유머를 사용하는 것은 슬픔이나 고통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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