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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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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1일 22시 15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구본형

사부님에 대해서, 벌써 몇 번째 저자 소개글을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한 권을 더 읽게 될 터이니 한 번 더 쓰게 될 것이다. 여기선 이 책과 관련해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볼까 한다.

그는 1인기업가이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운영한다. 이름은 연구소이지만 사실 그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령회사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사무실이 없을 뿐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다른 사람에게 사무실이 없다는 말을 하면, 다들 놀라는 눈치를 보인다고 한다. 그 반응 나도 안다. 나 역시 실체 없는 회사를 운영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내가 변경연의 연구원임을 아는 사람들은 그것을 나의 직업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보고 묻는다. 그 연구소는 어디에 있냐고? 아마 그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연구소 위치가 어디냐고. 어쨌든 그는 1인 기업가이고, 변화경영전문가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1인 기업가로는 상당히 성공한 사람이고 유명인이다. TV에도 가끔 출연해서 연구원로서 왠지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그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을 직업으로 만든 사람이다. 사무실도 없이 그가 가는 곳이 사무실이고,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특별히 뭐 거창한 것이 없다. 내가 들은 바로는 창업을 할 당시에 투자한 비용은 노트북과 등이 편한 의자를 사는 데 든 비용이 전부였다고 한다. 어떻게 그는 그렇게 철저하게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어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나 역시 궁금했었다. 나는 그저 자신의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이고 이를 믿고 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변화경영전문가라는 타이틀답게 그는 진짜 전문가이다. 한없이 편안한 인상과 털털한 웃음 속에서 문득 문득 비치는 프로로서의 면모는 가끔씩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저렇기 때문에 인정을 받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돈을 얼마나 버는 줄은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아주 당당하다. 그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받을 가치가 있는 만큼 당당하게 요구한다. 그리고 그만한 가치를 고객에게 되돌려 준다. 그는 신뢰가 가는 비즈니스 맨이다.

그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두 시간씩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유명한 사실이다. 매일 두시간, 1년에 약 700시간을 투자한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바쁜 것처럼 보이지만 꼬박꼬박 1년에 한 권의 책이 나오는 것은 그의 그런 성실함 때문이다. 그는 매일 그렇게 두 시간씩의 글쓰기를 즐긴다. 일을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자기 자신을 직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책 한 권이 나왔다. <The Boss>라는 낯선 제목의 그 책은 특이하게도 부하직원이 상사를 다루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그는 참 자유로운 사람이다. 생각도 자유롭고, 행동도 자유롭고, 사는 것도 자유롭다. 책에서 그의 생각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 자유로움에 넋을 잃게 될 때가 있다.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현재로, 동양에서 서양으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사람의 마음 속에서, 바깥 세상으로, 바깥 세상에서 마음 속으로 자유롭게 넘나든다. 삶속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마음이 가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자신이 일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다. 무엇에건 얽매이며 살지 않는다. 그는 참 자유롭다.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1장. 떠나야 할 곳에서 떠나라

남아서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미련 없이 떠나야 할 때도 있다. 이 곳을 놓치면 등이 떠밀려 나와야 한다.

19) 변화는 본질적으로 감정을 다루는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7) 유능함은 재능에서부터 온다.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없는 영역에 너무 오래 있게 되면 무기력해질 뿐이다.

2장. 감정을 경영하지 못하면 두려움을 넘어설 수 없다.

이직 혹은 실업의 두려움은 우리를 꼼짝 못하게 한다. 시커먼 우물 같은 그 두려움을 공격해야 한다. 감정은 이성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감정을 경영할 수 없으면 지금에서 벗어날 수 없고, 미래 속에서 빛을 찾을 수도 없다.

46) 분노는 살아가면서 품게 되는 불가피한 감정이다. 적절한 표현은 건강한 반응이다. 그러나 사건이 부여하는 진정한 의미를 놓치게 되면 비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56)감정은 개인적으로 해석하는 의미의 산물이다. 개인적 의미 부여가 달라지면 감정도 변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감정은 이성적 판단과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둘은 같이 손잡고 붙어 다닌다. 결국 감정은 개인에게 적용되는 그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적절하게 관리되고 경영될 수 있다.

61) 인간은 자신이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무능력해지지 않는다.

61) 퇴출은 나를 위한 기회다. 역사는 과거에도 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퇴출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그들을 내몰았던 현실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62) 역설적이게도 퇴출이란 제2의 직업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보편적인 형식의 기회다. 그것은 우리 마음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게으름을 쫓아 내기위한 아픈 채찍이고, 변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극약 처방이다. 내가 지나치게 머뭇거렸기 때문에 그들이 내 등을 떠밀어버린 것이다. 이제 나는 허공을 떨어져 내리고 있다. 이제 적당한 곳에서 패러슈트를 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는 스카이다이버가 되어 새로운 세계를 유유히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등에 진 패러슈트를 펼 수 없다면 나는 땅에 부딪혀 박살이 날 것이다. 그들이 나를 죽인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나를 죽인 것인가?

3장. 어리석은 일관성을 버려라

은행에 다니던 사람이 은행을 떠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교를 떠나고, 군인이 군대를 떠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마찬가지로 직장인이 직장을 떠나면 할 수 있는 일이 막연하다고 생각한다. 천만에 말씀, 어리석은 일관성, 그게 바로 스스로 판 함정이다. 우리는 지금 매일 그토록 버리려고 했던 바로 그 일을 집어던지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에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70) 우리는 삶의 어느 순간이라도 전과는 다르게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어떠한 절박한 순간에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자유, 즉 주어진 상황에 대하여 자기만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만은 박탈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73) 내 생각에는 이 세상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실패가 있다./

첫 번째 유형의 실패는 싫어하는 분야에서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의 실패는 좋아하는 것에서 실패하는 것이다./

세 번째 실패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75) 무실패의 반복은 그 수동성으로 인해 우리는 인생으로부터 퇴출시킨다.

75) 인생을 살며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그 때마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 이유들이 바로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보잘 것 없이 나이 들고 마땅히 갈 곳도 없는 늘 현실에 매인 초라한 그를 만들어냈다.

76) 현실에 매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 우리의 생각과 태도가 결국 우리의 인생 전체를 최선이 아닌 길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79) 적은 현실이 아니다. 적은 직장의 상사나 불경기나 불합리한 조직, 혹은 경쟁자로서의 동료가 아니다. 적은 바로 자신이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것에서 실패한 것이다.

80) 새로운 직업에 대한 모색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오랫동안 따라 다니는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90) 사람들은 날 때부터 자신의 몫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한다.

90) 생계를 꾸리기 위해 창업하면 생계조차 꾸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존심은 상하고, 퇴직금은 날리고, 경제적으로 압박받게 될 것이다.

91) 생긴 대로 살면 후회가 없다. 누구나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즐거운 것이다. 왜 그렇게 살 수 없단 말인가? 내가 원하는 것, 타고난 대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해 늘 이의를 제기하고 저항하고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것에 사람들은 왜 인색한 것일까? 세상은 아름답고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지 소리쳐 보아라.

91) 돈은 빌리면 된다. 사람도 얻으면 된다.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기질과 취향이다.

4장. 유망 직종은 없다

전직을 결심한 사람들, 혹은 창업하려는 사람들의 첫 번째 질문은 거의 예외가 없다. '뭐, 좋은 것 없을까". 그래서 모든 창업가이드는 유망 직종을 다룬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맞는 유망 직종은 없다. 유행 직종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생직업이다. 따라서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유망 직종은 무엇인가?" '자신'을 주어로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

98) 페루치오 페라가모는 12살에 창업자인 아버지 살바토레 페라가모로부터 구두 만드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으로 구두를 만들지 마라. 실패한다. 좋은 구두를 만드는 것은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서 출발해야 한다."

99) 유망 직종이란 없다. 단지 무엇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처방과 비법이라는 전문성과 지식이 바로 경쟁력의 핵심이다.

103)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유망 직종은 무엇일까?' 우리는 유망 직종에 관한 질문 속에 그 동안 주어가 빠져 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라고 하는 주어 말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바로 나의 유망 직종인 것이다.

5장. 가장 까다로운 고객, 아내를 동지로 삼아라.

비즈니스의 첫 번째 고객은 자기 자신이다. 두 번째 고객은 아내다. 아내는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다. 아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면 다른 고객들을 설득하기는 오히려 쉽다. 아내를 완벽한 동지로 만들어라.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 가장 어려울 때의 동지를 얻는 일이다. 아내의 재능이 눈에 띄면 아내를 믿고 아낌없이 지원하라. 이것이 가족 기업의 시작이다.

6장. 현장만이 현실이다.

현장만이 현실이다. 현장이 시장이고 고객이다. 모든 발전과 깨달음은 이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 장의 그림이 모호한 비즈니스 기획과 전략은 시작하기 전에 이미 폐업을 예고하는것이다. 철저하게 준비하라. 그리고 현장에서 확인하라.

7장. 비즈니스는 고객이다.

비즈니스는 단 하나의 단어다. 바로 고객이다. 고객이 늘면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것이고, 평생고객이 많아지면 나를 위한 평생직업이 생겨난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들 중 한 가지에서는 반드시 절대 수준에 도전하라. 또 한 가지에는 차별적 수중을 확보하라. 나머지 세 가지에서는 허용 수준을 유지하라. 결코 패하지 않는다.

170) 다른 사람들로부터 차용하는 것을 줄여라. 그리고 자기 자신을 활용하라. 그러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신의 두 발로 일어나는 것, 누구에게도 고용을 의존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로운 평생직업의 힘이다. 그리고 왜 끊임없는 학습이 중요한가에 대한 대답이다.

171) 자신에게 사기를 쳐서는 안 된다. 스스로를 잃게 된다.

179) 제품, 가격, 서비스, 접근성, 체험 등 다섯 가지 요소 중에서 무엇을 '지배 수준'으로 만들지 반드시 결정해야 한다.

181) 자질이 없는 경우,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노력'이다. 노력은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자신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미덕이다. 한편 노력은 또한 평범한 사람이 자신이 익숙하지 못한 분야에서 평범한 '허용 수준' 정도까지는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즉 강점에 더해진 노력은 특별함을 만들어내고, 약점에 투입된 노력은 최소한 평균은 되게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8장. 다른 사람들이 먼저 간 길에는 내 길이 없다.

부유해지는 데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에는 미리 정해진 주인이 없다. 나만의 방식이 없으면 돈과 재물도 없다. 모방과 추종은 유행의 치명적 약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가장 나다운 것만이 무덤까지 함께 가는 유일한 것이다.

202) 미국의 메리어트 호텔도 조그만 식당에서 시작해지금은 세계적 호텔체인으로 컸고, KFC도 시골 마을에서 출발했다.

9장. 자신의 세계에 충실한 '작은 독재자'가 되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자신의 방식대로 살 수 없다면 맛없는 인생이다.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지배하는 작은 세계를 건설하라. 자신에게 충실한 작은 독재자가 되라. 이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기업을 하나 세워라. 그리고 스스로의 운을 믿고 삶을 즐겨라.

226) 사마천은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상대방의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가 많으면 몸을 낮추고, 백 배가 많으면 두려워하고, 천 배가 많으면 그의 일을 하고, 만 배가 많으면 그의 하인이 된다. 이것이 사물의 이치다."

232) 영화감독이 사무엘 골드윈은 '행운이란 기회를 알아보는 감각이며, 그것을 이용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233) 마크 마이어스라는 저널리스트는 '행운을 만드는 법'을 연구했는데 그럴 듯해 보인다.
첫째, 있는 그대로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어라./
둘째, 카리스마를 키워라. 단, 카리스마는 타인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사로잡아 뿌리칠 수 없게 하는 매력이다. /
셋째, 늙어서까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간직하라./
넷째, 다른 사람에게 잘해 주어라./
다섯째,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어라./
여섯째, 인맥을 유지하라./
일곱째,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지 마라./
여덟째, 인생의 밝은 면을 보라./
아홉째,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실패의 책임을 져라./
열째, 쉽게 열받지 마라


III. 내가 저자라면

책은 그야말로 친절하다. 이 책에 상당부분이 구체적인 사례와 예시들로 가득차 있음이 그것을 증명한다. 사례는 저자 자신의 친구부터 시작해,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의 사례를 가리지 않으며, 고전 속의 이야기를 끌어오고, 이곳 저곳 믿을만한 기관의 통계자료를 가져와 들이민다. 이렇게 상황에 딱딱 맞아 떨어지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수집하느라 분주했을 저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뿐만 아니라, 직장을 나와야 하는 자신의 친구에게 말을 하듯 시종일관 따뜻한 말투를 잊지 않는다. 또한 각 챕터의 끝에서 독자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확인시킨다. 마치 자식에게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어미처럼 말이다.

변화는 감정을 다루는 일

책에서 특이했던 점은 바로 감정을 다룬다는 것이었다. 평생직업과 만나는 원칙을 알려주는 책에서 감정을 다루는 것은 흔치 않는 일이라 여겨진다. 기껏해야 말하는 것은 "자신감을 가져라" 또는 "두려워하지 말라"가 대부분이지 않는가? 이 책에서는 아예 따로 챕터를 할애하여 감정, 특히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느낄 두려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것 역시 앞서 말했듯이 대단히 친절한 부분이기도 하다.

실재와는 상관없이 우리의 생각과 그로 인한 감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실직이나 전직을 앞둔 상황에서 사람들이 흔히 느낄 수 있는 불안, 분노, 수치심, 우울 등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챕터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것이 평생직업을 찾는 일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기보다는 감정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물론 감정을 글로 다룬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감정은 그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내를 동지로 삼아라.

이 책이 친절한 이유 또 하나다. 아내를 동지로 삼으라니. 이것 역시 창업과 관련된 책에서 쉽게 나올 법한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지금 그러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는 말일 것이다. 나 역시 직장을 나와 1인 기업가가 되고자 했을 때,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아내를 동지로 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아내뿐만 아니라, 동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직장을 나와 독립을 하는 것은 대단한 에너지가 요구되는 일이다. 평생 몇 번 하지 않을 일이며,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지지자를 많이 두는 것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거꾸로 가는 책

이 책 역시 어찌보면 창업을 다룬 관련된 책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단지 빨리 돈 벌어 한 몫 챙기는 창업이 아닌 자신을 평생 지켜줄 괜찮은 직업을 찾아 하는 창업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책들과 거꾸로 간다. 유망직종 리스트를 나열하며 그것들을 남들이 하기 전에 빨리 해야 된다고 침을 튀며 이야기 하지 않는다. 오히려, 툭 터놓고 유망 직종은 없다고 말한다. 그래, 사실 따지고 보면 유망직종이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유행하는 직종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어디선가 무엇이 유망직종이라고 듣는 그 순간, 그것은 이미 유망직종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그 단순한 것을 모르고 뛰어들어, 많은 것을 잃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또 친절하기도 하면서, 솔직하다.

아쉬움

이 책은 평생직업을 찾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찾을 때 반드시 알아야할 원칙들을 말한다. 그래서 방법이나 모델이라는 말 대신에 원칙(principle)이라는 말을 썼을 것이다. 대단히 중요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현실이라는 망상에 휩쓸려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들이다. 그래서 일을 크게 그르치게 만드는 것들이다. 앞서 내내 말했듯이 저자는 참 친절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독자들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이를 잘 전해준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면이 있다. 책의 제목 <내가 직업이다>라는 명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은 느낌이다. 직업이 어디선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 독자 자신이 직업이라는 것에 대한 주위환기에서 그쳤다는 느낌이다. 책 전체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포함시켰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자신을 직업화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만을 따로 뽑아 챕터를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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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9.01.17 13:29:57 *.206.243.29
기본과 기능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체육관 사범님이 저에게 하신 말씀이 '머리를 잡으면 몸통은 저절로 따라온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본(원칙)을 충실히 하면 기능은 저절로 익혀지는데 우리의 조급한 마음이 일을 그르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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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코치
2009.01.24 21:32:20 *.70.187.47
맞습니다. 항상 조급함 때문에 건너뛰는 그곳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음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됩니다. 운동이 되었건, 공부가 되었건, 다른 그 무엇이 되었건 기본이 탄탄하면 문제될 것이 없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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