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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9일 21시 18분 등록
 장자 멘토링/ 위단 지음/ 김갑수 옮김/ 삼성출판사


1. 저자에 대하여

현 베이징 사범대학교 예술·미디어 대학 주임교수로, 2006년 10월 중국 중앙방송 CCTV의 '백가강단(百家講壇)'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일주일간 논어 강의를 하면서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되었다. 위단은 일주일 동안 천지인의 도(道), 마음의 도, 처세의 도, 군자의 도, 인생의 도 등을 현대인의 생활과 접목해 쉽고 재미있게 논어를 강의했고, 방송이 나간 후 입소문을 타고 '위단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위 교수의 강의를 바탕으로 엮은 책 『위단의 논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베이징 최대 도서빌딩인 중관춘(中關村) 투슈다샤(圖書大廈)에서 열린 출판기념 사인회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위단은 중국 고대문학 석사 학위와 영상매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대학에서 '중국고전문학', '영상매체학 개론', 'TV이론 사조'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베이징사범대학교 영상예술학과 기초 교재』시리즈와 『중국 영상미학 총서』등의 교재 편찬 사업에 참여했으며, <중국사회과학>, <문예연구>, <현대미디어> 등 주요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기고했다. 또한 그는 유명한 영상미디어 기획자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CCTV의 「동방시공」, 「오늘의 포커스」, 「예술인생」 등 50여 개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지금은 CCTV에서 뉴스 및 과학교육 채널 총고문과 베이징TV 수석 기획고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이미지·브랜드 경쟁력』, 『위단의 논어심득』 등이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저자 서문

“선비는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맡은 일이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바다가 끝나는 곳에 하늘은 벼랑을 만들었고 산 정상에 올라 나는 봉우리가 된다.”

“천지는 위대한 아름다움이 있어도 굳이 말하지 않고 사계졀은 분명한 법칙이 있어도 말하지 않으며 만물은 완전한 이치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태산의) 앞산과 뒷산, 두 산은 자연의 조화로움을 통해 내게 완성된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었습니다. 비유컨대 앞산은 유가의 길이었습니다. 그것은 내게 사명을 부여하고 사회적 인격체로서 자아를 실현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뒷산은 도가의 길이었습니다. 그것은 내게 날개를 빌려주고 자연적 인격 속에서 자아를 초월하고 소요의 경지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3]

내가 하고자 한 것은 <<장자>> 원전 강의도, 철학 해설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내가 깨달은 것을 전달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감동과 깨달음이, 본성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기를 희망했습니다. 나아가 개개인이 장자를 통해 화려하고 기개 넘치는 꿈을 되찾아, 세속적인 성공의 희생물이 되는 대신 <<장자>>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인 곤붕鯤鵬이 되어 천지자연 속에서 거침없이 헤엄치고 날개짓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4]


역자 서문

모두 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마음 다스리기입니다. ‘수양’, 곧 마음 다스리기는 동양 철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유가에서는 자기 한 몸은 물론이고 국가나 세계를 통치하는 거창한 일도 결국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서 출발한다고 보았습니다.

세속적인 일을 뛰어넘은 장자 역시 마음 다스리기를 중시했으나, 유가처럼 도덕규범을 내세우기보다 개개인이 마음의 안정을 통해 천지자연과 하나 되어 행복하게 하는 일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5]

위단은 장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다만 위단 자신이 장자를 통해 깨달은 것, 마음을 가꾸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진솔하게 전함으로써 과도한 물질문명과 황폐해져가는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우리들이 장자의 날개를 달고 마음껏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바랄 뿐입니다.[5]


1. 봉황은 썩은 쥐를 탐하지 않는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낳고 ==> 삶이 힘들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종종 반문합니다. ‘이렇게 힘든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때마다 매우 고상한 대답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등등.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보다 근원적인 동기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화려하고 거창한 핑계거리로 명예욕과 재물욕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노라면 명성과 재물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자기도 모르게 한 발씩 끌려 들어가고, 어느새 하찮은 일로 바쁘게 돌아가는 삶의 쳇바퀴에 빠져저린 자신을 발견합니다.[31]

세상 사람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바쁘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합니다. 겉으로 어떠한 이유를 내세우든 사실 그들 마음은 재물과 명성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이 경계선을 무너뜨리기만 하면 우리도 자유와 소요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33]


아내의 죽음을 노래하는 장자 ==> “아내가 막 눈을 감은 순간 나라고 왜 고통스럽지 않았겠나? 그러다 문득 생명의 근원을 생각해보았네. 생명은 맨 처음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하늘과 땅을 가르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경계선에 기가 모여들었을 테고 그것이 점점 변해 몸이 되었겠지. 몸은 생명을 탄생시켰고 그 생명이 다시 죽음으로 변했네. 생로병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와 같지 않은가? 내 아내는 변화의 길을 따라갔네. 지금 이 순간 아내는 하늘과 땅 사이에 고요하고 편안하게 잠들어 있네. 내가 소리 내어 울거나 눈물을 찔끔거린다면 생명의 이치를 너무 모르는 행동 아니겠나?”[34]


나 죽거든 광야에 누우리(열어구편) ==> 장자의 임종이 다가오자, 제자들이 모여 성대한 장례를 의논했습니다. 그러자 장자가  “내가 죽으면 하늘과 땅을 속관과 겉관으로, 해와 달을 연벽(蓮壁, 부장품으로 넣는 한 쌍의 구슬)으로, 별들을 주기(珠璣, 부장품으로 넣는 둥근 보석)로, 만물을 재송(齎送, 죽은 이에게 바치는 예물)으로 쓰도록 해라. 그리하면 광대한 천지가 곧 내 관이 되고 일월성신이 부장품이 되며 천하 만물이 내 주검에 바치는 예물이 되지 않겠느냐?” 당황한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하면 까마귀나 매가 시신을 쪼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아무래도 관을 마련해 땅에 묻어야 할 듯합니다.” 장자가 말했다. “나를 광야에 내다 버리면 까마귀나 매가 뜯어 먹을 테고 땅에 묻으면 개미가 파먹겠지. 너희는 까마귀나 매의 식량을 빼앗아 개미에게 먹이려 하니, 어찌 그리 편애가 심하냐?”[36, 37]


2. 소요유의 날개로 핵심 경쟁력을 키워라


장자는 큰 지혜를 가진 사람입니다.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작은 기교는 결코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장자가 가르쳐주는 것은 바로 경지와 안목입니다.[48]


쓸모없는 나무가 오래 산다. ==> 나는 아무 쓸모가 없기에 오랜 세월 나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나에게는 큰 쓸모 아니냐?[51]


깨달음, 자기 마음을 보는 것 ==> 진짜 영웅은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기 마음에 따라 자기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경지가, 깨달음의 세계가 열립니다.[55]


우리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깨달음이 아닙니다. 자기의 마음을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55]


소요유, 즐겁게 사는 것 ==> 촉씨와 만씨라는 두 나라가 있었습니다. 두 나라는 서로 땅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여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피가 강물처럼 흘러 방패가 떠내려갈 정도였습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 백성들은 한시도 마음 놓고 살 수가 없었습니다. 두 나라는 대체 얼마나 넓은 땅을 놓고 그토록 오랫동안 싸웠을까요? 장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는 달팽이의 왼쪽 뿔에, 다른 하나는 달팽이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였다고.[57]


3. 담백한 마음으로 만난 세계


삶을 위해 외로움을 남겨두라 ==> 옛 사람들의 한가한 산보, 담담한 마음, 양보하는 자세를 떠올려봅니다. 그들은 왜 그런 방식으로 살았을까요? 옛 사람들은 삶을 위해 외로움을 남겨둘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삶으로 하여금 스스로 역동성을 넓혀 나가도록 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외로움이 곧 고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외로움이란 정지해 있는 시간입니다. 홀로 외로움과 마주하고 있을 때 뜻하지 않은 경지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69]


똥이나 오줌에도 도가 있다 ==> “눈 속에 티끌이 들어 있으면 삼계三界도 좁고, 마음에 걱정이 없으면 침상 하나도 넓다.” 선종에서 자주 쓰는 말입니다. 삼계란 전생, 현생, 내세를 말합니다. 눈 속의 먼지만큼이나 작은 일 하나만 해결되지 않아도 우리는 걱정에 사로잡혀 현재의 삶은 물론이고 전생과 다음에 다가올 세상마저 저당 잡히고 맙니다.

만약 가슴이 탁 트이고 근심 걱정이 없다면 집안의 침대 위에 앉아서도 천지가 비할 데 없이 넓음을 느낍니다. 천지와 더불어 소요하는 경지에 이르고자 하면 먼저 안목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76]


4. 포정의 칼로 인생을 요리하라


어부의 아들이 고기를 못 잡는 이유 ==> “당신의 세 아들이 훌륭한 어부가 되지 못한 이유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당신이 미리미리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경험을 얻었습니다. 그 대신 몸소 고기를 잡으면서 깨달았어야 할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곁을 떠난 적이 없고 어떤 일도 직접 실천해보지 못했습니다. 실패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법입니다. 당신의 경험은 교훈들로부터 얻어낸 총체입니다. 그러나 당신 아들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규칙에 지나지 않습니다.”[96, 97]


소 잡는 백정과 영혼의 칼날 ==> “저는 도를 좋아합니다. 기술보다 앞서는 것이지요. 처음 소를 잡을 때만 해도 제 눈에 보이는 것은 온전한 소였습니다. 3년이 지나자 비로소 소의 몸뚱이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눈이 아닌 영혼으로 소를 보는 법을 체득한 것입니다. 이제 저는 소를 잡을 때 영혼이 인도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소가 생긴 본래 모습과 결에 따라 뼈와 뼈 사이의 큰 틈새에 칼을 찌르고 큰 구멍에서 움직이니 힘줄이나 질긴 근육에 닿거나 큰 뼈에 부딪치는 일 없이 힘들이지 않고 해체할 수 있습니다.” 포정은 계속 말했습니다. “보통 백정은 한 달에 한 번씩 칼을 바꿉니다.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백정은 일 년에 한 번씩 칼을 바꿉니다. 힘줄과 살을 자르기 때문입니다. 제 칼은 19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새것 같습니다.” “비결이 무엇이냐?” 문혜군이 놀라 물었습니다. 포정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을 틈사이로 집어넣기 때문입니다.”[99, 100]


5. 콤플렉스, 온몸으로 부둥켜안기


6. 삶도 죽음도 흐르는 강물처럼


인생은 초고층 아파트 ==> 인생이 꽃필 무렵에는 누구나 의기양양합니다. 등에 맨 배낭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이상과 꿈과 오색빛 희망이 들어 있습니다. 길이 험난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첫 계단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20대에 이를 즈음이면 사회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부담스럽지만 마음은 이미 지쳐 있습니다. 등에 멘 꿈과 이상의 배낭이 슬슬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래. 잠시만 내려놓자.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적인 지위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 다시 가져가도 늦지 않을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꿈과 이상을 내려놓고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생활은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습니다. ‘그래, 이런 게 사는 거야.’ 꿈과 이상의 배낭은 까맣게 잊은 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40세가 넘어 재산이 많아지고 명성과 지위가 올라갈수록 경쟁은 오히려 심해지고 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마음을 초조하게 합니다. 모든 것을 바쳤는데 돌아온 것은 배신뿐이라는 원망마저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60세 고개를 넘어서면 어느덧 지치고 기운이 빠져 젊은 시절의 기세등등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제는 조용히 살면서 아름답고 편안한 말년을 보내리라 마음먹습니다. 이때가 공자가 말한 ‘이순耳順’의 시기입니다. 남을 원망하지 않고 현신 변화에 순응하며 80세까지 걸어갑니다.

마지막 지점에 서 있노라면 문득 진한 슬픔이 가슴 가득 밀려듭니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꿈과 이상과 오색빛 희망을 20세의 배낭 속에 두고 온 것이 그제야 생각난 것입니다. 한번 펼쳐보지도, 날려보지도 못한 꿈! 공연히 제 한 몸뚱이만 이끌고 어느새 인생의 종착역에 와버린 주름진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이 흐르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인생은 일방통행이기 때문입니다.[125, 127]


무심히 왔다, 무심히 갈뿐 ==> 유가와 도가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하지만 두 사상 모두 삶을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합니다. 장자는 ‘대종사’ 편에서 진인을 찬양했습니다.

“옛날 진인은 삶을 즐거워할 줄도,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랐다. 이 세상에 나옴을 기뻐하지 않았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감을 거부하지 않았다. 무심히 왔다 무심히 갈 뿐이었다. 시작된 곳을 잊지 않고 끝나는 곳을 알려 하지 않았다. 생명을 받고 태어나 즐겁게 살다 때가 되면 잊고 원래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를 마음으로써 도를 손상시키지 않고 인위를 자연에 덧붙이지 않는 것이라 한다. 이런 사람이 진인이다.”[136]


장자는 진인을 통해 죽음에 대한 태도를 밝혔습니다. 첫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결코 죽음을 자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유가사상과 상당히 다릅니다. 유가에서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의를 실현할 것을 요구합니다.

삶이라는 긴 강물에 대해서 유가와 도가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입니다. 유가는 대의를 위해 생명을 거는 열사烈士, 도가는 세속에 물들지 않은 고사高士의 모습입니다. 유가는 시간과 다툼을 벌이면서 유한한 시간을 끌어내 무엇인가 만들어가고 도가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일분일초를 놓치지 않고 삶을 즐깁니다.

두 가지 다른 인생관이 최종적으로 만나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바로 삶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치의 판단은 영원히 같아질 수 없습니다.[138]


죽음을 맞이하는 두 모습(굴원과 사마천) ==> 왜 사마천은 치욕을 참으면서 구차하게 살아남으려 했을까요? 그에게는 반드시 끝내야 할,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던 까닭입니다. 그것은 중국 역사와 문화사 연구에 일대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사기>>를 완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사마천은 결심했습니다. “내 비록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지라도 하늘과 아버지로부터 주어진 소임을 완수하고 말리라!”[140, 141]


7. 본성을 잃지 말고 변화에 순응하라


바꿔야 할 것과 바꿔서는 안 될 것 ==> 장자는 ‘지북유’ 편에서 공자의 입을 빌려 말했습니다. “옛 사람들은 겉모습은 바꾸지만 속마음은 바꾸지 않았다. 지금 사람들은 속마음은 바꾸면서 겉모습은 바꾸지 않는다.”[144]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까닭은 마음속에 바뀌지 않는 자기만의 것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때로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를 맞이해 우리 밖에 펼쳐진 끝없이 넓은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바꾸지만 속마음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이러한 바깥 세계의 변화에 대해서는 통달하고 순응해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타고난 본성을 간직하고 세파의 흐름을 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145]


공자, 죽음 앞에서 거문고를 타다 (추수편)==> “자로야, 나를 자세히 보아라. 나는 오래전부터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왔다. 나는 언제나 앞길이 활짝 열리기를 희망해왔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시운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요순시대에는 세상에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혜가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정치가 맑고 투명했던 까닭이다. 걸주시대에는 어느 누구도 제 뜻을 펴지 못했다.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폭군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공자는 말을 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용기가 있다. 혼자 물길을 헤치고 나아가며 거대한 교룡蛟龍을 피하지 않는 것, 이것은 어부의 용기다. 홀로 땅위를 걸으며 코뿔소나 호랑이를 피하지 않는 것, 이것은 사냥꾼의 용기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칼날 앞에서 죽음을 삶처럼 볼 수 있는 것, 이것은 열사의 용기다. 막히고 통하는 도가 천명과 시운에 따름을 알고 난국에 직면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것은 성인聖人의 용기다.”

내면이 안정되고 용기를 잃지 않으면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146, 148]


천국과 지옥은 똑같다, 다만 사람들이 다를 뿐 ==> 장자는 ‘인간세’ 편에서 공자의 입을 빌려 말합니다. “세상에는 많은 규칙이 있다. 그 가운데 두 가지 계율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나는 운명이요, 다른 하나는 의리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것, 그것이 운명이다. 신하가 군주를 모시는 것, 국가에 충성하는 것, 그것이 의리다. 운명과 의리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의무다.”[152]


하느님의 사자가 천당과 지옥을 둘러보러 갔다.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굶주려 얼굴이 누렇게 뜨고 몸이 비썩 말라 있었다. 사자가 지옥을 지키는 간수에게 물었다.

“지옥에서는 먹을 것을 주지 않나요?”

“아닙니다. 주기는 합니다만, 숟가락이 아주 불편합니다. 1미터나 되는 긴 숟가락으로 저마다 음식을 가득 떠 자기 입에 넣으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하지만 절대로 먹지 못하지요. 눈앞에 음식을 두고도 먹지 못하니, 그 고통이 오죽하겠습니까?”

사자는 이번에는 천당에 가보았다. 그곳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생기가 돌고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놀랍게도 천당의 숟가락 역시 1미터나 되는 긴 것이었다.

어떻게 천당 사람들은 지옥 사람들처럼 굶주리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을까? 비밀은 단 한 가지, 긴 숟가락으로 자기가 먹으려고 애쓰는 대신 상대방을 먹여주는 것이었다.

널리 알려진 이 이야기는 우리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손에 1미터나 되는 긴 숟가락을 쥐고 있습니다. 그것은 외부 세계가 우리에게 부여한, 피할 수 없는 규칙입니다. 긴 숟가락을 들고 지옥 사람들처럼 개개인으로 분열되어 굶주릴지, 천국사람들처럼 관계 속에서 풍요롭게 살지는 오직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153, 154]


말하기, 제대로 말하기 ==> 세상에서 무엇보다 좋은 것이 될 수도,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는 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혀가 교묘한 말을 꾸며대지도, 거짓된 말을 지껄이지도, 나아가 온갖 재난의 원인이 되지도 않게 할 수 있을 까요? 바로 그 비결은 성실한 태도로 진실만 전달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데 있습니다.[157]


깨달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단계 (대종사편) ==> 한 노인이 살았습니다. 나이는 꽤 많았지만 얼굴은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젊어 보일 수 있나요?” “도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성인의 도를 깊이 깨닫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곱 단계가 있습니다.” 노인은 일곱 단계를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천하를 도외시하는 단계’로 자신을 얽매는 모든 것을 잊어야 합니다. 예컨대 집이 안락한가, 음식이 맛있나 따위처럼 내 몸 밖의 일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사회규범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함한 외부 것을 일체 마음 밖으로 밀어내면 속세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고, 자신을 속박하던 여러 규범과 제도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사물을 도외시하는 단계’로 물질세계를 깨끗이 벗겨내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맛있는 음식, 멋진 차와 집 등 물질에 대한 욕심을 잊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삶을 도외시하는 단계’로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명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 질서에 순응하면서 느긋하고 자유롭고 소박하고 즐거운 태도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아침 햇살이 비치듯 환히 깨닫는 단계’로 심경이 밝고 맑아지는 단계입니다. 집 안이 텅 비어야 하얀 햇살이 우산살처럼 비쳐 들어오듯, 외부의 것을 완전히 비우면 정신은 비로소 ‘텅 비어 신비로운’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따스하고 기쁨이 넘치는 경지입니다.

다섯 번째는 ‘하나를 보는 단계’입니다. ‘하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대도大道입니다. ‘하나를 보는’ 것은 천지만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정신세계를 말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세상의 혼란스러운 온갖 것은 이미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일을 더 이상 고립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며 생각은 보다 맑고 분명해집니다.

여섯 번째는 ‘옛날과 오늘이 없는 단계’입니다. 옛날과 오늘이라는 긴 강을 관통할 수 있다면 시간상의 거리나 한계가 없어집니다.

일곱 번째 단계는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단계’로 삶의 영원함을 추구합니다.


장자가 제기한 “겉모습은 바꾸지만 속마음은 바꾸지 않는다.”라는 원칙은 정신을 차츰 비우고 잡념을 없앰으로써 마음 밑바닥의 본성을 잘 지키는 한편, 밖으로는 넉넉한 마음과 밝은 통찰에 뿌리를 두어 어떤 상황 변화에도 편안함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순간순간을 보다 즐겁게 살 수 있고 흘러가는 인생의 모든 시간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복잡한 분쟁, 혼란스러운 모순은 사라지고 마침내 도와 천지자연에 맞는 드높은 삶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161]


8.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행복


장난꾸러기 홍몽 노인의 가르침(재유편) ==>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그냥 놀아. 무엇을 추구하는지도 몰라.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뿐이야.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라. 복잡하고 번거로운 세상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몰면서 천지 만물을 관찰할 따름이야. 사물이나 세상 이치 따위 알 게 뭐야?”

“먼저 마음을 길러라. 너 자신의 사지와 육신을 잊고 네가 가진 지혜를 버려라. 외부의 것을 보두 잊고 사물의 이치도, 사물 그 자체도 잊어라. 자연에 몸을 맡기고 대자연이 준 것을 몸으로 느껴라. 진심으로 자연을 따르며 마음이 날아오르도록 풀어주면 그것이 곧 ‘마음과 정신을 풀어놓는 것’이다.”

“마음과 정신을 풀어놓으면 만물이 무럭무럭 자라 자기 뿌리로 돌아간다. 뿌리로 돌아가도 알지 못하니, 죽을 때까지 혼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알게 되면 그로부터 벗어날 것인즉, 이름을 묻지 말고 실상을 알려 하지 마라. 사물은 원래 저절로 생겨나 살아가는 법이다.”[166, 168]


우리는 말마다 하는 일을 하나의 직업으로만 여길 뿐입니다. 마음속에 품어왔던 바람이나 꿈을 직업과 연관 짓는 경우는 좀처럼 없습니다. 직업이 꿈을 실어 나르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직업과 생명이 소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직업과 생명은 우리 마음속에 꿈과 바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서로 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와 자기반성, 마음의 수양이 필요합니다.

장자는 ‘응제왕’ 편에서 말합니다.

“마음을 담담한 상태에서 노닐게 하고 기를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에서 있게 하라. 사물의 자연스러움에 따르되 사심이 끼어들지 않게 하면 천하는 저절로 굴러갈 것이다.”[181]


9. 마음가짐이 절대 비법


운명에 맞서지 말라 ==> 장자는 ‘지북유’ 편에서 말합니다. “사람이 천지 사이에 사는 시간은 달리는 흰 말이 문틈 사이를 지나치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186]


장자는 ‘달생편’에서 말합니다. “삶에 통달한 사람은 자기 생명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운명에 통달한 사람은 자기 운명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187]


움켜쥔 것을 놓아야 산다 ==> 아르칼 지방 원숭이들은 몰래 인가로 내려와서 농작물을 망쳐놓았습니다. 주민들은 원숭이를 잡기위해 원숭이 손이 간신히 들어갈 좁은 병에 쌀을 담아 놓았습니다. 원숭이들은 쌀을 쥐고 병에서 손을 빼지 못해 잡혔습니다. 이는 단지 어리석은 원숭이들의 이야기일까요? 손에 쌀을 움켜쥐고 한평생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없을까요?

장자는 말합니다. “생명이 태어남을 막을 수 없고 사라짐 또한 막을 수 없다. 슬프도다.”

우리는 이 세상으로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우리 의지와는 무관합니다. 생각하면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삶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190]


집착은 실패를 부르고 ==> 인생의 목표를 세울 때 어떤 일은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없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장자는 말합니다. “식견과 경험이 능력과 담력을 결정한다.”[190]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노 젓기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물을 잊기 때문일 게다. 수영을 잘하면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 물의 존재를 아예 잊게 되지. 만의 하나 배가 뒤집힌다 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으니 무서워하지 않고 노를 저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 이치도 이와 같다. 식견이 많으면 새로운 기술을 쉽게 습득할 수 있다. 배운 것이 없으면 마음속으로 이럴까 저럴까 안절부절 못하는 법이다.”

“도박을 즐기는 사람을 살펴보아라. 기왓장같이 싼 물건을 걸고 도박을 하는 사람은 태연하고 대범하다. 잃어보았자 어차피 기왓장이기 때문이다. 값비싼 장식품을 걸고 도박을 하는 사람은 한눈에도 매우 조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려움으로 인해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하물며 황금을 걸고 하는 사람은 어떻겠느냐? 두려움이 지나쳐 정신이 혼미한 지경일 것이다. 왜 그렇겠느냐? 외물을 너무 중시하는 까닭이다. 기왓장을 걸 때나 황금을 걸 때나 그 사람의 솜씨는 변함이 없다. 외물을 중시할 때 사람의 마음은 치졸해진다.”[192]


최고의 싸움닭은 싸울 생각을 안 한다? (달생편) ==> 기성자라는 사람이 임금의 싸움닭을 길렀습니다. 임금이 기성자에게 물었습니다.

“짐의 닭을 시합에 내보낼 수 있겠느냐?” “아니 되옵니다. 닭이 기가 넘쳐 상대를 압도하고 날개를 활짝 펼치며 눈을 부릅뜨면 불꽃이 튑니다. 너무 교만해 가슴속에 살기가 가득합니다.” 열흘이 지난 뒤, 임금이 묻자 기성자가 대답했습니다. “좀 더 기다리셔야겠습니다. 점차 기세가 누그러지고 있습니다만, 다른 닭이 움직이는 기색을 보이면 즉각 반응을 나타내며 싸울 태세를 합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옵니다.” 또 열흘 뒤에도 “아니 되옵니다. 이제 외부의 것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지만 눈에 노기가 남아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다시 열흘이 지난 뒤 임금이 와서 물었습니다. 마침내 기성자가 흡족한 듯 말했습니다.

“이제 시합에 내보낼 수 있겠습니다. 다른 닭들이 슬쩍 건드리며 시비를 걸어와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이 닭은 타고난 본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정신과 본성이 내부로 수렴되어 완전히 내면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나무로 만든 것처럼 꼼짝 않고 서 있기만 해도 다른 닭들이 혼비백산 도망칩니다. 두고 보십시오. 시합에 나가기만 하면 백전백승일 것입니다.”[200]


<<장자>>에 등장하는 다양한 우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싸움닭만 해도 우리는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기세등등하고 적을 당장이라도 무찌를 듯 서슬 퍼렇게 독이 오른 모습을 상상합니다. 장자가 말하는 경지는 우리의 생각과 사뭇 다릅니다. 밖으로 향한 예리한 날을 한 겹씩 벗기고 날카로운 기세를 남김 없이 마음속으로 거두어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투지는 있되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내부로 수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전덕全德’, 즉 본성을 온전히 보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싸움의 의미는 승리를 얻는 데 있습니다. 승리의 비결은 용맹이나 기교가 아닌, 덕성에 있습니다.[200, 201]


달인의 비밀 (달생편) ==> “종 틀을 만들기 전에 저는 정성을 다해 재계를 합니다. 재계의 목적은 ‘정심靜心’, 즉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입니다. 재계는 대략 세 단계를 거칩니다. 재계한 지 3일째가 되면 상금이나 관직 등 사사로운 이익을 잊습니다. 5일째가 되면 비방이나 칭찬, 시시비비 등 다른 사람의 평가를 잊습니다. 7일째가 되면 사지와 육신을 가지고 있음을 잊습니다. 즉 7일째가 되면 저는 자신을 잊는 경지에 이릅니다.”

“그때서야 저는 재계를 마치고 산으로 들어갑니다. 산속에서 저 자신을 잊고 나무를 살피노라면 모양새며 재질이 알맞은 나무가 불현듯 눈에 들어옵니다. 그 순간 완성된 종 틀의 모습이 마치 실물처럼 눈앞에 그려집니다. 저는 그 나무를 베어 산에서 보았던 모습대로 종 틀을 만들 뿐입니다.” 목수 재경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제 일은 어느 것 하나 ‘자연과 자연의 합일’에 의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것이 비밀이라면 비밀입니다.”[203, 204]


목수는 7일 동안 재계하면서 세 가지 단계를 넘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이익을 잊는 단계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세속적인 이익을 얻어야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명예에 대한 생각을 잊는 단계입니다. 뭇사람들의 평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을 잊는 것입니다. 사람은 스스로를 잊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무엇이든 가장 잘 할 수 있습니다.[205]


목수 재경은 우리에게 소박하면서도 오묘한 이치를 일깨워줍니다. 일을 잘하려면 이익을 잊고 이름을 잊고 나를 잊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다면 ‘자연과 자연의 합일’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자연과의 합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속에 태어날 때부터 간직한 질박한 것들을 다시 거두어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이 곧 노자가 말한 ‘타고난 소박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본래의 소박함을 간직한다’라는 것입니다.[205]


10. 쥐락 펴락 내 인생


유가의 발로 땅을 딛고 도가의 머리로 하늘을 날다 ==> 장자는 ‘마제’편에서 말합니다. “도와 덕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왜 인과 의를 취하겠는가? 본성과 마음이 자연에서 떠나지 않았다면 왜 예禮와 악樂을 쓰겠는가?”[223]


유가는 예의를 내세우면서 모든 사람에게 행위 규범을 준수하도록 하고 예의로써 다른 사람을 대하고 사회에 몸 바치게 합니다. 외부의 규범과 준칙으로 세계의 화해를 이루려는 것입니다. 도가는 모든 사람이 내면의 도와 덕을 따르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부의 어떤 형식을 위해서도 애쓸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유가와 도가는 서로 돕고 채워주면서 동양인의 품성을 형성해 왔습니다. 유가는 세상에 들어가 사는 지혜를 일깨워줍니다. 즉 한 사람이 자아실현을 하려면 세상이라는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유가는 그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도가는 세상 밖으로 나가 인격을 초월하는 방법을 깨닫게 합니다. 즉 우리에게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줍니다.

유가가 가르치는 것은 땅위에서 걸어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가 필요합니다. 도가가 알려주는 것은 하늘을 나는 이상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내면의 타고난 도와 덕을 지켜야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가와 도가는 모두 중요합니다. 유가와 도가는 서로 상충되는 면이 있고 어떤 관점은 모순되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응용할 때 두 가지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됩니다.[224]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두 가지 ==> 어느 마을의 추장이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먼 길을 떠나 각자 마음대로 살도록 해라. 사람의 삶이란 두 마디면 족하다. 그중 한 마디를 쓴 쪽지를 나누어줄 테니 세상에 나가 살면서 힘들 때 펴보아라. 나머지 하나는 훗날 너희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 보여주마.”

젊은이들은 작은 쪽지를 하나씩 품속에 간직하고 세상을 향해 나갔습니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면서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젊은이들은 추장이 준 쪽지를 남몰래 펼쳐보곤 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쪽지에 쓰인 이 말은 젊은이들 가슴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불러 일으켜 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젊은이들은 어느덧 중년이 되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도 있었지만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지르거나 길고 험난한 길을 지나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모진 풍상의 흔적을 안고, 혹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온 중년의 젊은이들은 이제는 몹시 늙어버린 추장을 찾아가 나머지 한 구절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추장이 내민 쪽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후회하지 마라.”

인생에서 전반의 삶은 두려워하지 말아야하고 후반의 삶은 후회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도, 후회해야 할 것도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인생이란 없기 때문입니다.[228, 229]


내 삶은 내 손 안에 ==> 한 젊은이가 지혜로운 노인에게 내기를 걸었습니다. 젊은이는 작은 새끼 새 한 마리를 손에 쥐고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지혜로운 이시여,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시니 말씀해주십시오. 제 손 안에 있는 연약한 새가 죽겠습니까, 살겠습니까?”

젊은이는 승리는 자기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노인이 만약 살 것이라고 대답하면 슬며시 새를 눌러 죽이고, 죽을 것이라고 말하면 손을 펼쳐 날려 보낸 작정이었습니다. 어떻게 대답하든 노인은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젊은이는 여유 있는 미소까지 지어 보였습니다.

노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 새 목숨은 자네 손 안에 있네.”


우리 생명도 손 안의 작은 새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자유로운 마음에 의해 결정됩니다. 생명은 유한하며 흐르는 세월은 괴롭고도 짧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은 자연의 대도와 일치합니다. 결국 개인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말은 이 한 구절입니다.

“내 삶은 내 손 안에 있다.”



3. 내가 저자라면

아주 재미나고 잘 읽히는 책이다. 게다가 제목처럼 ‘지금 나에게 힘이 되는’ 우화들이 독자들의 생각과 행동에 바람직한 변화를 주기에 충분하다. 재미난 우화만을 가지고 이런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른 동화나 스토리텔링 형식의 자기계발서를 읽은 적은 몇 번 있지만 다양한 우화만을 가지고 엮은 이런 유형의 책은 처음 접한다.

역자 서문에서 역자가 밝히듯, 저자 위단은 장자의 철학이나 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다만 저자 자신이 장자를 통해 깨달은 것, 복잡한 현대 생활을 살아가는 지혜를 물질문명으로 마음이 황폐해져가는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장자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어렵지 않다. 저자의 부족함으로도 볼 수 있는 이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으로 부각되는 건 재미난 일이다.

이 책에 나오는 우화는 장자에 나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 밖에도 저자는 꽤 많은 현대적 의미의 우화들을 수집해서 장자에 나오는 내용과 함께 보여준다. 장자만을 다루었다면 장자를 배우는 듯 한 느낌을 주면서 좀 지루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변화가 이 책을 좀 더 읽기 쉽게 만들고, 독자를 위한 배려가 깊은 책으로 생각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써야 할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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