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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일 20시 00분 등록

● 저자에 대하여

미치 앨봄(Mitch Albom)

1958년 5월 23일생으로 브랜다이스 대학교를 거쳐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APSE 스포츠 편집자로 일했고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에 글을 기고했다. 저명한 방송인이자 스포츠 전문 칼럼니스트이다. APSE가 뽑은 스포츠 칼럼니스트 1위에 10차례 뽑혔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고 2000년 작가로서 에미상을 수상한 뒤에는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 모든 일을 접고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6권의 책을 집필했고 현재 미시간에서 아내 제닌과 함께 살면서 모리가 들려준 강의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모리 교수의 죽음 이후로는 여러 자선단체의 이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에디의 천국’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단 하루만 더’ 등의 책을 집필했다.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1916년 12월 20일 태어나 1995년 11월 4일까지 살았다. 미국의 사회학자로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9년부터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사회학 강의를 시작해 1994년 병으로 더 이상 강의할 수 없을 때까지 가르쳤다. 그는 공황기 착취 공장을 본 후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기로 맹세하고 가르침의 길을 택한다. 루게릭 병을 앓으면서 쓴 아포리즘을 계기로 ABC TV의 ‘나이트라인’에 출연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또 방송을 계기로 20년 전 제자 미치와 재회하게 되면서 이 책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시작된다. 현재 그는 웨스턴 뉴턴 근교의 언덕 위 나무 밑,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잠들어 있다.


● 마음에 들어 온 글귀

그는 삶과 죽음, 그 좁은 여정을 잇는 마지막 다리를 걸어가리라, 결심했다. [25]

“이런 부질없는 일이 어디 있담. 거기 모인 사람들  모두 멋진 말을 해주는데, 정작 주인공인 어브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하니 말야.” [27]

회사원 생활을 했던 삼촌은 다람쥐 쳇바퀴 같다면서 그 생활을 정말 지겨워했었다. 나는 삼촌처럼 인생을 마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32]

아내에게는ㅡ그리고 내 자신에게도ㅡ언젠가는 그녀가 그렇게도 원하는 가족다운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코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이렇게 살면 내 앞에서 비참히 죽어간 외삼촌처럼 병들어 죽기 전에, 행복의 마지막 조각까지 다 끼워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므로. [33]

하지만 그는 ‘절망’이란 말을 거부했다. 대신 아이디어의 피뢰침이 되었다. 메모지와 봉투, 서류철, 스크랩북 등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메모해나갔다. 매일매일 죽음의 그림자를 껴안고 살아가는 삶에 대한 단상들을 써내려갔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등등 [35]

“테드, 이 모든 게 시작됐을 때 난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이 세상에서 그대로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보람 있는 삶을 살 것인가?’ 하고 말이요. 난 원하는 대로 살기로ㅡ아니 최소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기로ㅡ결정했어요. 위엄있게, 용기있게, 유머러스하게, 침착하게.
테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은 후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아침이면 울고 또 울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는 날도 있어요. 또 어떤 날 아침에는 화가 나고 쓸쓸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아요.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난 이렇게 말해요. ‘난 살고 싶다.” [39]

“사실은 이런 이유 때문이야. 사람들은 나를 다리로 생각해. 난 예전처럼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죽은 것도 아니야. 뭐랄까 …. 그래, 난 일종의… 그 중간쯤에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어.”
“난 지금 마지막 여행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내게 어떤 점을 챙겨야 하는 지 듣고 싶어하지.” [52]

내가 어떻게 된 걸까? 난 스스로에게 물었다. 모리 선생님의 귀에 익은 목소리는 날 대학 시절로 데려갔다. 그 시절 난 부자는 나쁜 사람이며,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죄수복이라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 어디든 떠날 자유, 오토바이를 몰고 바람을 맞으며 파리의 뒷골목을 누비고 티벳에 들어갈 자유가 없는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던 내가 어찌된 걸까?
80년대가 흘러갔다. 그리고 90년대도 흘러가고 있다. 그 사이 죽음과 질병, 비만, 머리가 벗겨지는 일들이 일어났다. 또 많은 꿈들을 두둑해진 월급 봉투와 맞바꿔버렸다. 그러면서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53]

“글쎄…, 무엇보다도 우리의 문화는 우리 인간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네. 우린 거짓된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구. 그러니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쓰지는 말게. 그것보단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하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네. 그래서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불행해. 이런 상황에 처한 나보다도 말야.” [56]

“사랑이 이기지.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네.” [61]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조차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구.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헌신해야 하네.” [65]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소곤거리는 듯 낮아졌다.
“사랑을 받아들이라구. 우리 모두는 ‘난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없어’라고 생각하지. 또 사랑을 받아들이면 너무 약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레빈(생활 속의 진리를 전하는 명상 철학자이자 시인. <우가 죽는가?>, <삶과 죽음으로의 치료>라는 저서가 있다)이란 현명한 사람이 제대로 지적했네. ‘사랑이야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다’라고 말야.” [75]

“필요하면 한바탕 시원하게 울지. 하지만 그 다음에는 내 인생에서 여전히 좋은 것들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네. 나를 만나러 와줄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내가 들을 이야기에 대해. 그리고 만약 그날이 화요일이라면, 미치 자네에 대해. 왜냐면 우린 화요일의 사람들이니까.” [81]

“봤지요, 이 학생은 눈을 감았어요. 그게 여러분과 다른 점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믿게 만들려면, 여러분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둠 속에 있을 때조차도 말입니다. 여러분이 뒤로 넘어지고 있을 때에도….”[86]

“미치, 우리의 문화는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놔두지 않네. 우리는 이기적인 것들에 휩싸여 살고 있어. 경력이라든가 가족, 주택 융자금을 넣을 돈은 충분한가, 새 차를 살 수 있는가, 고장난 난방장치를 수리할 돈은 있는가 등등. 우린 그냥 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해 수만 가지 사소한 일들에 휩싸여 살아. 그래서 한발 뒤로 물러서서 우리의 삶을 관조하며, ‘이게 다인가?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인가? 뭔가 빠진 건 없나?’ 하고 돌아보는 습관을 갖지 못하지.” 선생님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누군가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하네. 혼자선 그런 생각을 하며 살기는 힘든 법이거든.” 나는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우리 모두 평생의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내 스승은 바로 내 앞에 앉아 계셨다. [91]

그날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노란 편지지에 우리 모두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슈들과 의문 사항들을 적어 내려갔다. 행복, 나이먹는 것, 자식을 갖는 것, 죽음까지. 물론 이런 주제들을 다룬 책은 얼마든지 많았다. 또 케이블 방송의 토크쇼에서도 그런 주제들을 다루었고, 시간당 90달러만 내면 전문가와 면담을 할 수도 있었다. 미국은 그야말로 ‘자립하는 방법을 파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92]

“죽게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지.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텐데.” “자기는 안 죽을 거라며 자신을 속이지요.” [110]

“미치,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네.”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말하면, 일단 죽는 법을 배우게 되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되지.”  [111]

“우리가 이야기한 어떤 주제보다도 가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 사실, 가족이 없다면 사람들이 딛고 설 바탕이, 안전한 버팀대가 없겠지. 병이 안 이후 그 점이 더 분명해졌네. 가족의 뒷받침과 사랑과 애정과 염려가 없으면, 많은 걸 가졌다고 할 수 없겠지. 사랑이 가장 중요하네. 위대한 시인 오든이 말했듯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네.”  [123]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그냥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라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가장 아쉬워했던 게 바로 그거였어. 소위 정신적인 안정감이 가장 아쉽더군. 가족이 거기서 나를 지켜봐주고 있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정신적인 안정감이지. 가족 말고는 그 무엇도 그걸 술 순 없어. 돈도. 명예도.” [123]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야 되느냐 낳지 말아야 되느냐 물을때마다, 나는 어떻게 하라곤 말하지 않네. ‘자식을 갖는 것 같은 경험을 대신할 만한 것은 없어. 친구랑도 그런 경험은 할 수 없지. 애인이랑도 할 수 없어.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125]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얼마나 외로운가. 어떤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쓸쓸하지만, 울어선 안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혹은 상대에게 사랑이 솟아남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말하면 관계가 변할까봐 두려워서 입을 꼭 다물어 버린다. 모리 선생님의 접근법은 완전히 반대였다.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감정으로 세수를 한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두려움이 안으로 들어오게 내버려두면, 그것을 늘 입는 셔츠처럼 입어버리면, 그러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좋아, 이건 그냥 두려움이야. 요놈이 날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둘 필요는 없어. 요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자구.”
외로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풀어놓고 눈물을 흘리고 충분히 느껴라. 그러면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좋아. 그건 내가 쓸쓸함을 느끼는 한 순간일 뿐이었어. 난 쓸쓸함을 느끼는 게 두렵지 않아. 하지만 지금은 옆으로 밀어 놓고, 이 세상에 있는 또 다른 감정을 맛봐야겠어. 다른 것들도 경험해봐야지.”
난 놀란 얼굴을 하고 그를 쳐다본다. “벗어나라구.” 모리 선생님은 다시 말했다.  [139]

모리의 관찰 결과, 환자 대부분이 거부당하고 무시받으며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기 존재를 확인받지 못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들은 연민을 기대했지만 의료진에겐 연민 따윈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개가 부유한 가정 출신이 많았다. 부가 결코 행복이나 만족감까지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이것은 모리 선생님에게 영원이 잊혀지지 않는 교훈이 되었다. [146]

“네… 하지만 나이 먹는 게 그렇게 귀중한 일이라면 왜 모두들 ‘아,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고 말할까요? 누구도 ‘빨리 65살이 되면 좋겠다’라고는 말하지 않잖아요.”
“그게 어떤 것을 반영하는지 아나? 인생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지. 성취감 없는 인생, 의미를 찾지 못한 인생 말야.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 이상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아. 앞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아마 65살이 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걸.”
선생님은 미소 지었다. “잘 들어보게. 자넨 알아야 해. 젊은 사람 모두 알야야 한다구. 늘 나이 먹는 것에 맞서 싸우면, 언제나 불행해. 어쨌거나 결국 나이는 먹고 마는 것이니까.”  [155]

“미치, 늙은 사람이 젊은이들을 질투하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자기가 누구인지 받아들이고 그 속에 흠뻑 빠져드는 것이 중요하지. 지금 자네는 30대를 살고 있지. 나도 30대를 살아봤어. 그리고 지금 나는 78살이 되는 때를 맞이했네.”
선생님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살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지 발견해야 되네. 뒤돌아보면 경쟁심만 생기지. 한데 나이는 경쟁할만한 문제가 아니거든.”  [158]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세뇌 같은 것을 받게 되지. 사람들을 어떻게 세뇌하는지 아나?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는 거야. 이 나라에서도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키네. 물질을 소유하는 게 좋다. 돈은 더 많을수록 좋다. 더 많은 것이 좋다! 우리는 계속해서 그걸 반복하지. 또 그 소리가 우리에게 그것을 반복하도록 하네. 그러다가 결국 아무도 다르게 생각할 수 없게 되네. 보통 사람은 이 모든 것에 눈이 멀게 되지. 그래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네.”
선생님은 내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고 있는지 살피며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사는 동안 어디를 가든 새 것을 움켜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네. 새 차를 사려고 아둥바둥하고, 부동산을 새로 구입하려고 애를 쓰고, 최근에 나온 장난감을 움켜쥐고선. 그들은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알아요? 내가 뭘 샀는지 알아요?’라고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 [162]

“사실 그런 것만으로는 만족을 얻을 수 없네. 자네에게 진정으로 만족을 주는 게 뭔지 아나?”
“뭐죠?”
“자네가 줄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
“꼭 보이스카웃 같네요.”
“돈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구, 미치. 시간을 내주고 관심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해주고  그것이 생각만큼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네. 이 부근에 노인 회관이 있는데, 노인 수십 명이 매일 그곳에 나온다네. 기술이 있는 젊은 사람이 노인 회관에 와서 가르쳐주면 대환영이지. 자네가 컴퓨터에 대해 잘 안다고 하자구. 그럼 거기 가서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게. 대단히 좋아할 거야. 그리고 무척 고마워할 거야. 존경은 그렇게 자기가 가진 것을 내줌으로써 받기 시작하는 거야.”
“그런 건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그렇게 할 만한 곳은 많네. 대단한 재능 따윈 없어도 괜찮아. 병원과 보호소에는 말동무가 필요한 외로운 사람들이 많네. 외로운 노인과 카드 놀이를 하면 새로이 자기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지. 왜냐면 누군가 자기를 필요로 하니까 말야.”
“그렇군요.”
나는 착한 학생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의미 있는 삶을 찾는 것에 대해 얘기한 것 기억하나? 적어두기도 했지만, 암송할 수 있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바쳐라. 자기를 둘러싼 지역 사회에 자신을 바쳐라. 그리고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자신을 바쳐라.”
선생님은 빙긋 웃으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거기엔 돈 따위가 끼여들 틈이 없다는 걸 알겠지?” [164]

“미치, 만일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고 애쓰는 중이라면 관두게. 어쨌든 그들은 자네를 멸시할 거야. 그리고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 한다면 그것도 관두게. 그들은 자네를 질투하기만 할 테니까.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열린 마음만이 자네를 모든 사람 사이에서 동등하게 해줄 걸세.”
그는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맞지?”
“네.”
“내가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내 고통과 아픔만으도 충분한 이 마당에? 물론 내 고통만으로도 충분하지. 하지만 타인에게 뭔가를 주는 것이야말로 내게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자동차나 집은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으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해. 내가 그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때, 그들이 이 슬픈 감정을 느낀 후에 내 말을 듣고 미소 지을 때, 그럴 때의 느낌은 건강할 때의 느낌과 거의 비슷하네.”
“그렇군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일들을 하라구. 그런 일들을 하게 되면 절대 실망하지 않아. 질투심이 생기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도 않게 되지. 오히려 그들에게 베풂으로써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들에 압도당할 거야.” [166] 

여기, 숨을 쉬면서 숫자를 헤아리고 쇠락해가는 몸을 느끼며 자기 연민에 빠져 살 수도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보다 훨씬 사소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상대방이 30초가 넘게 이야기를 하면 눈을 딴 데로 돌린다. 벌써 마음속으로는 딴 생각을 한다.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야지, 팩스를 보내야지, 또 애인 생각도 하면서, 그들은 상대방이 이야기를 마칠 때만 관심을 기울이면 서 “그렇지” “그래, 정말이야”라고 거짓으로 관심 있게 듣는 체하는데. [176]

“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진실이라고 할 만한 몇 가지 규칙은 있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그들 사이에 닥칠지도 모른다. 타협하는 방법을 모르면 문제가 커진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인생의 가치가 서로 다르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두 사람의 가치관이 비슷해야 하네.”
“그렇군요.”
“그런데 미치,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뭐라고 생각하세요?”
“그것은 결혼의 ‘중요성’을 믿는 것이라네.” [191]

“대개 사람들은 위협당할 때 형편없어지네. 그런데 우리 문화가 사람들을 협박하거든. 우리 경제도 그렇고. 우리 경제 체계에서는 직장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위협을 느끼지.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니까 걱정이 되어서 말야. 그리고 사람은 위협을 받기 시작하면 자기만 생각하기 시작하네. 돈을 신처럼 여기기 시작하는 거야. 그게 다 우리 문화의 속성이라구.” [198]

“내 말을 믿으라구. 죽어가고 있을 때는 사람은 모두 다 같다는 게 참말임을 알게 되네. 우리 모두 똑같이 시작하지. 출생으로. 그리고 똑같이 끝나네, 죽음으로. 그런데 뭐가 그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거야? 인류 대가족에 관심을 가지라구. 사람들에게 애정을 쏟게. 자네가 사랑하고 자네를 사랑하는 작은 공동체를 세우란 말일세.” [201]

“미치, 복수심이나 고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어 봤자 아무 소용 없어. 그것들이….”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면서 그런 것들이 후회가 돼. 자만, 허영, 왜 우린 그런 일들을 할까?” [211]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가졌던 사랑의 감정을 기억 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진짜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고 죽을 수 있네. 자네가 가꾼 모든 사랑이 거기 그 안에 그대로 있고, 모든 기억이 여전히 거기 고스란히 남아 있네. 자네는 계속 살아있을 수 있어. 자네가 여기 있는 동안 만지고 보듬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222]

“24시간만 건강해지면?”
“24시간만 건강해지면요.”
“어디 보자구…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스위트 롤 빵과 차로 멋진 아침 식사를 하고 수영하러 가겠어. 그런 다음 찾아온 친구들과 맛좋은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그리고 이때 한 번에 한둘씩만 찾아오면 좋겠군. 그래야 그들의 가족과 중요 관심사에 대해 온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 또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모리 선생님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듯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그런 다음 산책을 나가겠어.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가서 여러 가지 나무도 보고 새도 구경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자연에 파묻히겠네.”
“그리고요?”
“저녁에는 모두 레스토랑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싶네. 아니 오리 고기를 먹을까. 난 오리  고기를 무척 좋아하거든. 그런 다음 나머지 저녁 시간 동안 춤을 추고 싶네. 거기 있는 멋진 춤 파트너들과 지칠 때까지 춤을 춰야지. 그런 다음 집에 와서 깊고 달콤한 잠을 자는 거야.”
“그게 다예요?”“그래 그게 다야.”
정말 소박했다. 너무도 평범했다. 사실 난 좀 실망했다. 선생님이 이탈리아로 날아가거나,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하거나, 바닷가를 걷거나, 생각해낼 수 있는 온갖 이색적인 일을 할 걸로 짐작했는데. 이렇게 누워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낸 끝에, 어떻게 그리도 평범한 하루에서 완벽함을 찾을 수 있을 까?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바로 그것이 핵심임을. [224]

“인간관계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네. 양쪽 모두가 공간을 넉넉히 가지면서, 넘치는 사랑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라네. 두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각자의 삶이 어떤지.” [226]

이따금 내 노은사를 다시 찾아뵙기 전의 나를 돌아본다. 난 이전의 그(이전의 미치)에게 말하고 싶다. 무엇을 찾아야 할지, 어떤 실수를 피해야 할지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더 마음을 열라고. 광고로 인해 만들어진 헛된 가치에 유혹되지 말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말할 때는 생애 마지막 이야기인양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241]


● 내가 저자라면

우화나 소설이 이만한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아무리 잘 쓴 우화나 소설도 실화의 힘을 당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다가오는 죽음을 스스로 느끼며 간곡히 말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힘이다. 현실적인 죽음을 마주한 사람의 ‘강의’는 머리가 아닌 가슴을 바탕으로 한다. 책에 쓰인 활자가 아닌 실제 살아온 시간의 역사에서 길어 올린 아포리즘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말보다 진실하고 힘 있는 말은 드물다. 평생 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기에 그렇다.
책은 그다지 강한 포인트가 없다. 흔히 말하는 클라이맥스도 없다.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는 어떠한 시도나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뜨이지 않게 숨겨놓았는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눈치 채기 어렵다. 그래서 책은 심심하다. 그러나 심심한 만큼 담백하고 믿음이 간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까닭에 화려한 맛은 없지만 그것보다 더 깊은 맛이 있기 때문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제목부터 장식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독자들의 눈을 끌려고 일부러 현학적이고 고상해 보이는 제목을 고르지 않았다. 무언가 있어 보이는 그럴듯한 제목도 아니다. 모리교수와 화요일에 함께 이야기 했다. 그래서 제목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다. 아주 단순하지만 그것만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제목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일부러 의미 있는 제목을 붙였다면 되레 책이 담고 있는 가치를 떨어뜨렸을 것으로 보인다. 평범함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 사례이다.
차례는 그렇게 눈에 뜨이는 특징이 없다. 삶의 경구를 담고 있는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차례만 보아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연상하기도 힘들다. 세상, 후회, 가족, 돈, 결혼, 완벽한 하루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차례는 통속적이고 독자의 호감을 끌어내기 어렵다.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는 책들과 차별성이 전혀 없는 것이 그 이유다. 그동안 책이 쌓아올린 지명도가 아니었다면 차례만으로는 책을 선택했을 것 같지 않다. 지금의 차례보다는 ‘첫번째 화요일’ ‘두번째 화요일’ ‘세번째 화요일’로 이어지는 차례의 소제목을 큰 제목으로 하는 게 나아 보인다. 처음과 끝부분의 차례는 유지하는 게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중간의 차례 구성은 단순한 만남의 순서를 써주는 게 담백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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