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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0일 10시 14분 등록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 21세기북스


1. 저자에 대하여

직(職)이 아니라 업(業)에 목숨 건 사람. 그래서 교수나 논설위원이라는 직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업을 중시하는 사람. 스스로 ‘완벽에의 충동’으로 무장한 채 한편의 글이라도 오십 번 이상의 퇴고를 거쳐 스스로를 울리지 않으면 아예 글을 내놓지 않는 사람. 날마다 차이를 만들고 차이의 지속을 삶의 모토로 삼아 치밀한 강의 준비로 청중들을 매료시키는 탁월한 스토리텔러.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동(同)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8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지냈으며, 문민정부 초기에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2년간 일했고, KBS-TV , SBS-Radio <정진홍의 SBS 전망대> 등 여러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사회자로도 활약했다. 현재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매주 <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주요저서로 『완벽에의 충동』, 『감성 바이러스를 퍼뜨려라』, 『아톰@비트』, 『커뮤니케이션 중심의제 시대』 등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CEO에서 "정진홍의 감성리더십" 코너를 최장기간 진행하며 변화와 혁신 그리고 창조의 ‘감성리더십’ 분야를 개척한 그는 최근에는 CEO를 위한 인문학 조찬특강 ‘메디치21’의 리딩멘토로 활약하며 ‘인문경영’의 새 장을 열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우리는 왜 인문학에 새삼 주목하는가? 다름 아닌 ‘통찰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통찰은 ‘통찰(洞察)’이면서 동시에 ‘통찰(通察)’이다. 통찰(洞察)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을 말한다. 인사이트(insight)다. 아울러 통찰(通察)은 곧 통람(通覽)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훑어 두루 살펴보는 것이다. 오버뷰(overview)다. 결국 통찰의 힘은 바로 통찰과 통람의 융합이며 인사이트와 오버뷰의 시너지다.[6]


우리가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할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통찰의 힘을 요청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 디지털 사회로 속진(速進)하면서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정신없어졌다. 예전에는 간단히 결론짓고 결정할 수 있을 법한 일들이 이젠 너무 많은 변수와 씨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각각의 일들에 대한 분석적인 전문가들은 많아졌지만 정작 그들의 의견을 모두 모아 책임지고 판단하며 총괄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사람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분석의 힘은 커졌는지 모르지만 통찰의 힘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분석과잉, 통찰결핍’인 셈이다.[6, 7]


사람경영, 자아경영, 가족경영, 학교경영, 기업경영, 국가경영, 세계경영 등 그 어떤 분야의 경영에서든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것은 통찰의 힘이다. 그런데 그 통찰의 힘을 기르는 데 최고의 자양분이 바로 인문학(人文學), 즉 ‘후마니타스(humanitas)'다.[7]


이 책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하나다. 인문학의 자양분을 섭취해 저마다의 삶의 밑동으로부터 통찰의 힘을 키우자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그것을 키울 수만 있다면 이 책은 불쏘시개가 되어도 아깝지 않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감히 주창하는 슬로건은 ‘인문경영’이다. 인문학에 바탕한 인생 경영으로부터 기업경영, 국가경영까지 망라한 삶의 모든 경영이다. 나는 경영학을 따로 공부해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인문학을 대학의 커리큘럼처럼 진공포장해 따로 떼어서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인문경영을 내세운다. 이유는 하나다. 그것이 살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전공이 아니라 열정과 확신이다.[8]


결국 현실의 팽팽한 긴장감을 상실한 채 더 이상 결단할 필요도, 행동할 이유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안주해버린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위기일는지 모르지만, 날마다 살고 죽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절감하며 오늘도 절벽 낭떠러지 끝에서 새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기업현실에서는 그 인문학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이다.[10]


얼 쇼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빈민은 열악한 환경과 불운이라는 포위망에 둘러싸인 사람들이다. 포위망에 갇히면 할 수 있는 일이란 생존을 위한 즉각적 대응밖에 없다. 하지만 즉각적 대응 대신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삶이 달라진다. 인문학을 통해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사고를 시작하고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클레멘트 코스를 통한 인문학 교육의 목표다.”

이처럼 ‘새롭게 시작하기를 근본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결국 인문학이다. 사람이 삶의 새 지표를 찾는 데 인문학의 힘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얼 쇼리스가 거듭 강조해 말한 것처럼 인문학은 자유로워지기, 일상을 새롭게 생각해보기, 과거에 짓눌리지 않기를 시작하도록 사람들을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문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무기력의 포위망’에서 벗어나 일상을 자율적이고 자신감 있게 새로 시작하도록 이끌어주는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13]


예로부터 ‘문(文), 사(史), 철(哲)’이라 했다. 문장과 역사와 철학이다. 먼저, 문장은 사람의 마음이고 영혼이다. 더불어 역사는 포폄(褒貶)이다. 역사라는 거울에 비추어 스스로를 반성하고 나아갈 바를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철학은 단지 관념의 퇴적이나 사념의 유희가 아니다. 그것은 생각과 넓은 조망을 통해 삶의 진정한 원리를 발견해가는 살아 있는 운동이다. 이 문, 사 철이 바로 인문학의 본령이다. 문, 사, 철은 세간에서 흔히 오해하듯이 결코 박제화된 관념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혼(魂)의 운동이다.[13, 14]


그렇다. 인문학은 살아 있다. 그것은 피가 흐르고 땀으로 젖어 있다. 삶의 끈끈하고 처절한 몸부림과 절규가 녹아난 것이 인문학의 진짜 모습이다. 내가 인문학 강의에서 전쟁을 다루고, 극한의 탐험과 모험을 다룬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살아 있는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인문학은 ‘훈고학’으로만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활성화된 ‘변화의 학’이며 지속하는 ‘삶의 고투’에서 응어리져 빚어진 빛나는 결정체이기 때문이다.[15]


진실로 인문학은 살아 있다. 숨을 쉰다. 거기에는 인간의 욕망과 감각적 돌기들, 그리고 꿈이 버무려져 있다. 그래서 욕망, 감각, 꿈이야말로 인문학의 영원한 주제이다. 사실 그 어떤 통찰도 인간의 욕망, 인간의 감각, 그리고 인간의 주체할 수 없는 꿈을 아우르고 꿰차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15]


인문학, 즉 후마니타스는 말 그대로 사람의 학문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형성되는 존재이지 결코 완성되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휴먼(human)’이 아닌 ‘휴먼 빙(human-being)’인 것이다. 사람이 인간의 꼴을 내외적으로 형성해가려면 후마니타스, 즉 사람의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의 세례’가 꼭 필요하다. 아울러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영원한 숙제 그 자체다. 결국 인문학의 숨은 힘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이다. 이제 우리도 사람이 되어보자. 살아있는 인문학을 통해서...[16]


1장 역사, 흥륭과 쇠망의 이중주_흥륭사


어떻게 강희제는 15만 명 남짓한 변방의 소수민족으로 1억 5000만 명이 넘는 한족을 268년 동안이나 이끌어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강희제의 믿기지 않는 리더십의 원천에는 무엇보다 인재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23]


위기가 닥쳤을 때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은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진정한 리더십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명료하게 풀어내는 힘에서 발휘되기 때문이다.[36]


2장 창의성,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힘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대표적인 창의적 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창의성을 관리할까? 그들은 창의적인 회사를 만들 창의적 인재 선발에 항상 고심한다. 아예 처음부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인터뷰 때마다 이들이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왜 맨홀은 둥근가?”

전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 봐도 네모지거나 삼각형 형태의 맨홀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각형은 말할 것도 없다. 왜일까? 도대체 왜 맨홀은 둥근 걸까?

사실 정답은 없다. 설사 상식적인 수준의 정답이 있다 해도 이 질문은 정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름의 솔루션을 듣기 위한 것이다. 애초부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에 어떤 발상과 논리로 자기만의 솔루션을 펼치는가를 보겠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다운 창의적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모든 면에서 정답만을 요구한다. 이 세계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훨씬 많은데도 말이다. 우리가 겪는 난관들 자체가 사실상 정답 없는 질문과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실패를 장려하고, 실패의 이력을 중시한다.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 한 번의 실수나 실패도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들이 직원들로부터 이른바 ‘실패 리tm트’를 받는 것도, 실패하는 것은 시도에 따라오는 결과고,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67, 68]


창의적인 사람은 어린아이 같은 감수성을 체화하고 풍부한 상상력, 모험심, 새로운 가능성을 펼치려는 ‘호기심으로 가득 찬 존재’다. ‘다섯 살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진정한 창의성은 그처럼 때 묻지 않은 흥미와 호기심에서 나온다.[70]


그렇다면 흥미와 호기심을 배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크레이징 데이(crazing day)'를 만들어야 한다. 뭔가에 미치는 날이 있어야 한다. 열정을 분출하며 무엇엔가 몰입하라는 뜻이다. 우리는 죽은 사람에게는 창의를 기대하지 않는다. 즉 날마다 살아서, 날마다 스스로 놀라야 한다. 놀랄 일이 없다는 것은 오감이 죽었다는 말과 다름 없다.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은 작은 것에 잘 놀란다. 단, 놀라는 데서 그치는 대신 이 놀람을 기록하고, 이야기하며 재창조한다. 이것이 진정 창의적인 사람이다. 즉 놀람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놀람을 실제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창의적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은 종종 괴팍하고 오만하며 이기적이고 몰인정할 수 있다.[70]


아이가 넘어졌을 때는 안타까워도 그대로 내버려두라. 넘어진 사람은 언젠가 땅을 딛고 일어서게 마련이다. 대신 끝까지 그것을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 서른, 마흔이 되어 처음으로 넘어져본 사람은  다시 일어나기가 힘들다. 아니, 아예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고난과 역격은 창의를 담금질하는 좋은 도구다. 물과 빛과 바람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삶의 낭떠러지에서 비로소 절정의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즉 창의성은 역경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72, 73]


미국 남가주 대학교 총장 스티븐 샘플(Steven B Sample)은 “창의적 리더가 되려면 고정관념의 교실로부터 탈출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고정관념을 벗어난 창조적 상상력을 체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30대 70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는 자기 시간의 30퍼센트는 실질적인 업무에 쏟되 나머지 70퍼센트는 재충전과 여가 혹은 남들 눈에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73, 74]


사실 초보 경영자와 노련한 경영자의 차이는 바로 이 30 대 70의 공식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에 달려 있다. 언뜻 반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부재(不在)경영’이라는 말도 있듯 스티븐 샘플은 이 느림의 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위임할 수 있는 결정은 결코 직접 내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보 경영자는 당장의 현안에 매달려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1 - 2년을 보내고 나면 아무리 재능 있는 경영자라도 계속 방전만 한 배터리처럼 소진된다. 반면에 노련한 경영자는 30 대 70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지치지 않고 10년, 20년을 롱런한다.[74, 75]


둘째, 400년 이상 된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 최근 나오는 책들과 자료는 경쟁자도 읽는다. 하지만 400년 이상 된 고전을 읽는 경영자는 여간해서 드물다. 즉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려면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의 것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물론 꼭 시간적으로 400년 이상 묵은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이것은 사람들의 시선이 비껴가고 있는 지점을 살피라는 의미다. 물론 고전이란 본디 옛것인 만큼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고전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깊이가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고전들은 바로 그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75]


인문학의 바다를 항해하는 일도 그렇다. 경제, 경영서는 기법적인 측면에서 창의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창의성은 이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문학이라는 길고 지루해 보이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창의를 의식 쪽으로 밀어내기 위해서다.[75]


셋째, 몰입의 즐거움을 배워야 한다. 창의적 인물들은 몰입의 즐거움을 안다. 퀴리부인은 엄동설한에 난로도 없이 실험 결과를 기다리며 파리의 연구실을 지켰다. 또 무수히 많은 시인들이 비좁은 골방에서 위대한 시를 썼다. 미켈란젤로는 무려 15년간이나 시스틴 성당 천장에 매달려 <천지창조>를 그렸다. 언뜻 미친 짓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치지 않으면 창조도 없다. 미쳐야 몰입할 수 있고 몰입해야 뭔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이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며, 그래서 몰입을 하고, 그 몰입 상태를 많이 경험할수록 더 큰 행복을 느낀다.[76]


< 창의성의 족쇄를 푸는 법 >

첫째, 창의성의 족쇄를 풀어라. 고정관념을 깨고, 당연하다는 사고방식을 버려라. 생각을 물구나무 세우고,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또한 연상 작용을 극대화해 생각의 울타리를 넘는 동시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둘째, 생각을 줄 세우지 말라. 선형적으로 읽지 말고 입체적으로 읽어야 한다. 또 그에 대한 메모 또한 입체적으로 실행해 생각의 거인을 깨워야 한다.

셋째, 야생의 사고를 자극하라. 내면에 잠들어 있는, 길들여지지 않은 생각인 야생의 사고가 활보할 수 있도록 내 안에 밀림 같은 놀이터를 만들고, 생각들이 서로 싸우고 뒹굴게 해야 한다.

넷째, 브레인스토밍을 하라.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어떠한 내용의 발언이라도 그에 대한 비판을 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엉뚱하기까지 한 의견을 출발점으로 해서 아이디어를 전개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마인드 맵핑(mine mapping)을 하라.[84, 85]


3장  디지털, 그 감각의 제국을 지배하라


느끼며 상상하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릴 것이다. 맡지 못했던 냄새를 맡게 될 것이며,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전까지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촉각으로 새로운 땅, 새로운 시장, 새로운 세계를 만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눈앞에 펼쳐진 ‘감각의 제국’ 앞에서 도전하지 말라고 해도 도전하게 될 것이며, 머물라고 해도 머물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충만한 오감의 세계에서 느낌, 감성, 감각으로 승부하는 ‘뉴 프론티어’만이 감각의 제국의 주인인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110]


그렇게 속도를 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느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로 이 느림 속에서 오감을 열고 한 단계 높은 가치를 꿈꾸며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해야 진짜 승부가 난다. 느림을 확보하지 못하는 속도는 진정한 속도가 아니다. 단지 조급증의 발로일 뿐이다. 테제베나 이체 혹은 X-2000 같은 초고속 열차를 타듯이, 속도 안에서 느림을 구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림을 통해 오감을 활짝 열고 새로운 가치를 잉태하며 산출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감성 리더가 갖추어야 할 제1의 덕목이다.[111]


스스로를 낯설게 하고, 낯선 것과의 만남을 즐길 줄 알아야 느낌과 감성, 감각의 돌기도 되살아난다. ‘그 나물에 그 밥’을 피하고 다른 것 혹은 잡종들과 접하는 것이다. 친숙한 것, 친숙한 사람과의 만남은 나를 병들게 한다. 매너리즘도 일종의 병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와는 다른 것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나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본래 만남 속에서 성장하지 않던가. 따라서 낯선 이들을 만나고 낯선 곳을 여행하고, 그로 인해 낯선 것이 내게 질문을 던지게 하고, 동시에 그 낯섦 속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의 느낌, 감성, 감각들은 충분히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114]


변화를 외치며 쫓다보면 금세 지치고 만다. 대신 함께 어울려 놀 때 그 변화도 내 것이 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변화와 함께 할 수 있는 감각의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거창하게 놀아야만 노는 것이 아니다. 진짜 논다는 것은 자신의 감각에 솔직해지고, 오감을 옥죄지 않는 것이다. 자기 느낌, 감성, 감각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삶의 재미를 찾고 자기 감각에 솔직해지자. 그리고 그 놀이터에서 변화와 함께 놀 수 있는 사람만이 결국 시장을 점령하고 미래를 이끈다.[117]


정보화사회의 태양이 지고 있다.

우리가 그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기도 전에 말이다.

이제 또 다른 형태의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드림 소사이어티다.

이것은 신화와 꿈, 이야기(story)를 바탕으로 감성의 시장을 형성하는 새로운 사회다.[120]


4장 스토리, 미래 사회를 사로잡는 힘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는 <<헤리포터>>나 <<다 빈치 코드>> 등이 가진 영향력만 봐도 알 수 있다. 인간의 정보 흡수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객관적인 정보를 계속해서 날로 우겨넣다보면 머리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흥미로운 이야기에 담아 전달하면 거의 무한대의 흡수가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 내러티브 파워(narrative power)다. 그러므로 드림 소사이어티의 CEO에게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지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서의 스토리텔링이란 꿈과 감성이 버무려진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다.[125]


산업 시대의 최고 우상은 포드 자동차를 만든 헨리 포드였다. 정보화 사회의 최고 우상은 빌 게이츠였다. 그렇다면 드림 소사이어티의 최고 우상은 누가 될 것인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스티븐 스필버그를 꼽는다. 꿈과 감성 그리고 이야기가 주도하는 드림 소사이어티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콘텐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굳이 스필버그가 아니라도 누구나 드림 소사이어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칼이나 총 같은 하드웨어가 중요했다. 또 얼마 전까지는 그것을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스토리를 만들고 내러티브를 생산해내는 콘텐츠웨어가 지배하게 될 것이다. 즉 문화 전쟁, 이야기 전쟁이 총, 칼, 폭탄의 전쟁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139]


5장 욕망, 결코 포화되지 않는 시장


왜 경영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음’에 마음을 쓸까? 이유는 단순하다. 마음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마음의 장, 공감의 장임을 발견한 아담 스미스에게는 ‘경제학의 비조(비조)’라는 호칭이 붙어 있다. 그의 발견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뉴턴의 만유인력의 발견만큼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는 <<도덕 감정론>>에서 시장은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고,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143]


아담 스미스 사망 200여 년 후, 디지털 시대는 아담 스미스가 발견했던 ‘공감의 장, 마음의 장으로서의 시장’을 현실화시켰다. 아담 스미스 생존 당시와 그 후의 200여 년간은 국가와 정부의 개입이 빈번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오늘날 전세계 자본시장을 휘감고 있는 디지털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조 원이 왔다 갔다 하는 감각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나 정부의 개입에도 한계가 생겼다. 이제 시장은 디지털망에 연결된 이름 모를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클릭에 의해 움직이며, 엄청난 돈들이 측정할 수 없는 속도로 그 감각의 네트워크를 휘돌고 있다. 즉 아담 스미스가 생각했던 그 ‘마음의 장, 공감의 장’이 디지털 시대에서야 비로소 현실화되었고, 때문에 시장을 제대로 읽는 일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심리학’이 되었다.[144, 145]


<<이끄는 마음(Leading Minds)>>에서 하워드 가드너는 ‘스토리텔러로서의 리더’를 강조한다. 리더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와 느낌 등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한 마디로 리더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도구는 다름 아닌 이야기다. 즉 모든 리더는 스토리텔러여야 한다. 때문에 가드너는 “진정한 리더가 되려거든 스토리텔러가 돼라!” 고 말한다.[156]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극적인 구성을 가져야 한다. 즉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하고, 기억하기 쉬워야 하며, 다채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진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시행과 실천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실행과 실천 없는 이야기는 공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권위 있는 상급자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즉 자신을 그 상급자와 동일시하거나 대등한 위치에 두고 생각하며, 그러므로 그들과 대면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형적인 리더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반대 이야기를 제압하며, 끊임없이 미래의 이야기를 탐구한다. 그러다가 돌연 새로운 창조적인 이야기를 내 놓는다. 전형적 리더가 창조한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것은 무엇보다 정체성(identity)에 관련된 이야기다. 여기서는 특히 자신만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한 가지 핵심 이야기를 지속해서 밀고 나가면 그만큼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며, 그 이야기는 다섯 살 아이의 교육받지 않은 마음을 닮아 진솔하고 순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159, 160]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에서 이렇게 말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책이 어느 날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이 있다. 이 같은 신기한 한순간의 변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마음 변화의 ‘사회적 전염’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상품과 메시지와 행동은 바이러스처럼 전파된다. 티핑 포인트의 세계는 이처럼 예기치 못한 일들이 한순간 폭발하듯 번져가는 바로 그 지점을 일컫는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사실 마음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세상을 얻게 된다.[171]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이 말했듯 “필요는 충족된 수 있지만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다.” 소비 사회를 진단한 바 있는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또한 “상품은 그 물질성이 아니라 ‘차이’를 그러내면서 소비된다”고 말했다.[173, 174]


제1산업부터 제4산업까지는 사람들의 필요에만 주목한 산업이었다. 그러나 제5산업인 마음산업은 사람들의 욕망에 주목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전혀 새로운 차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바야흐로 ‘마음산업시대(the age of mind industry)'가 도래한 것이다. 이 같은 마음산업시대의 승자가 되려면 가장 먼저 개인과 조직의 ’마인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175]


조직은 스티리텔링이 강한 ‘감성CEO’를 원한다. 시장은 감성 바이러스가 넘치는,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원한다. 그러니 마음을 뒤집어보라. 그리고 마치 아담 스미스가 시장을 발견했듯이, 차별화시킬 자신만의 무언가와 사진만의 감성 바이러스를 발견해내라. 나아가 그것을 자신의 삶에 담아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라. 어눌해도 좋고, 서툴러도 좋다. 다만 자기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여야만 거기에 시장이 열리고 미래가 펼쳐진다. 기업의 CEO는 마음 산업을 이끌만한 ‘감성 리더십’을 갖추고, 기업은 강력한 감성 바이러스가 담긴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이 마음산업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의 주인이 될 것이다.[175, 176]


6장 유혹, 소리 없는 점령군


클레오파트라의 진정한 유혹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상상을 넘어선 쾌락’이었다. 근 100일 간 계속된 나일강 여행을 통해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에게 ‘상상을 넘어선 쾌락’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유혹은 본질적으로 쾌락을 무기로 삼는다. 그것은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조정하고, 욕망을 자극하고, 혼돈을 조성하며, 심리적인 굴복을 얻어낸다. 클레오파트라는 그 쾌락을 상사의 벽을 넘어 펼쳐 보였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클레오파트라가 사용했던 그 방법들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193]


엘리자베스 1세 리더십의 핵심은 다름 아닌 ‘균형 잡힌 유혹’이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토렌스 교수( E. P. Torance)는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최고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순간은, 여성의 감수성과 남성의 강인함이 결합될 때다.” 엘리자베스1세는 이 2가지를 매우 적절하게 결합시킨 대표적인 리더였다. 엘리자베스 1세는 연민, 동정, 인내, 그리고 경청의 태도 등 여성적 특성과 동시에, 대담하고 결단력 있고 야심찬 남성적 특징까지 고루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절묘하게 결합된 여성상과 남성상으로 영국, 더 나아가 유럽을 유혹했다. 그리고 그 유혹은 그녀와 그녀의 왕국을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도록 만들었다.[198, 199]


1960년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어느 날, 케네디는 재향군인들을 대상으로 연설할 기회를 맞게 되었다. 물론 재향군인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케네디가 어뢰정의 리더로서 보여줬던 용감한 행동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케네디는 자신의 무용담은 일절 빼고 함께 배를 탔던 동료 전우들 이야기만 했다. 그런 모습은 그를 진짜 영웅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케네디만의 매력이자 유혹의 기술이었다. 자기 스스로를 부각시키는 것은 사실 하수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진짜 고수들은 자기가 아닌 동료들을 부각시키면 결국은 자신이 부각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206]


달나라로 가는 새턴 로켓은 케네디 사후 6년이 지나서야 달에 도달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이미 1961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새로운 목표’라는 이름의 로켓을 쏘아 올린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매혹적인 목표에 생생한 유혹의 숨결을 불어넣음으로써 안주한 채 목표와 방향을 잃고 헤매던 국민들을 매료시켰고, 그 같은 케네디만의 유혹은 그의 사후에도 하나의 신화로 남았다.[208]


그녀(에바 페론)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꿈이 실현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내 꿈을 접었습니다. 나는 내 영혼을 내 민족의 제단 앞에 기꺼이 바칠 것입니다. 나는 온몸을 바쳐 여러분 모두를 미래의 행복으로 이끄는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나를 밟고 지나가세요. 새로운 조국의 웅장한 미래를 향해서요.”[209]


하버드 대학교의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낸 조지푸 나이(Joseph S. Nye, Jr)는 자신의 저서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프트 파워란 강제나 보상보다는 마음을 이끄는 힘, 즉 유혹의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파워는 한 나라의 문화와 그 나라가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 제반정책 등의 매력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소프트 파워는 곧 유혹의 힘이고, 유혹의 힘은 다름 아닌 매력이다. 유혹하는 힘, 즉 매력이 경쟁력이고 국력인 시대다. 국제 정치적인 면뿐만이 아니라 국내외 시장에서도 소프트 파워는 계속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녀 문제, 기업 문제, 정치 문제, 심지어는 학교가 학생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도 유혹의 전략은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매력이 있어야 팔리기 때문이다. 결국 매력 있는 기업, 매력이 넘치는 나라를 만드는 일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진정한 나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의 소프트 파워는 무엇인가? 나의 말랑말랑한 힘은 무엇인가? 를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일이다. 기업은 시장에 대해, 상품은 고객에 대해, 학교는 학생에 대해, 나라는 국민에 대해 상대가 싫증나지 않게 쉼 없이 유혹해야 한다.[214]


7장 매너,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진정한 매너는 어떤 법칙이나 형식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감수성을 온몸으로 익혀야 가능해진다. 사람에게는 인격이, 회사에게는 사격이, 나라에는 이른바 국격이라는 게 있듯이 매너에도 품격이라는 게 있다. 매너를 익히되 그 품격이 갖추어질 때만이 감성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21세기에는 매너가 곧 실력이다.[238]


8장 전쟁, 먼저 사람을 얻어라


“진정 위대한 지휘관은 모든 난관을 극복해야 함을 기억하십시오. 전투는 단지 극복되어야 하는 어려움의 연속일 뿐입니다. 장비 부족, 식량 부족 등 무엇 무엇이 부족하다는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승리함으로써 자기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입니다.”<조지 마셜, 포트베닝 간부 후보생 1기 졸업식 연설에서>[253]


일본의 대대적인 진주만 공습과 연이은 파상공세 속에서 태평양 지역 최고 사령부가 있던 필리핀 바탄 섬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맥아더는 이렇게 고백했다. “필리핀은 태평양 통제권을 향한 열쇠입니다. 저는 감히 그 열쇠를 잃는 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세계의 미래가 이곳을 사수하느냐 못하느냐에 다려 있습니다. 난 결코 실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작전상으로도 바탄 철수가 불가피함을 강조하며 맥아더를 압박했다. 결국 맥아더는 바탄의 사령부를 포기하고 철수해야 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치욕은 오히려 그를 더 강하게 일으켜 세웠다.  맥아더는 당시의 패배를 잊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자신의 사령부와 전용기에 ‘바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눈만 뜨면, 아니 잠을 자면서도 바탄 회복을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바탄 섬을 되찾고 태평양 전쟁의 전세를 뒤집었다. 마침내 바탄을 장악했을 때, 맥아더는 본대보다 15마일이나 앞서 나가고 있었다. 참모들이 사방에 저격수들이 있으니 자칫 심장이 뚫릴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는 오히려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 3년 동안 내 심장이 아팠던 것보다 더 아프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는 바탄에서 구출된 변사들에게 달려가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우리 역시 때로는 실패와 좌절을 겪는다. 치욕적인 순간도 겪는다. 하지만 명심하라. 리더십이란 것은 바로 그 치욕을 뒤집어 패배를 패배시킬 수 있는 힘이란 것을.[256]


마셜, 맥아더, 아이젠하워, 패튼 등은 지구상에 있었던 가장 큰 전쟁에서, 지휘관으로 혹은 참모총장으로 절정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들의 리더십은 바로 그들 자신의 인격에 기초하고 있었다. “리더십이란 성실하고 고결한 성품 그 자체다. 리더십이란 잘못된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고, 잘된 것에 대한 모든 공로는 부하에게 도릴 줄 아는 것이다.”(아이젠하워 장군)

“포화에 꿋꿋이 만설 수 있는 장교, 거만하지 않고 현명하게 자신의 양심을 지켜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장교, 그리고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않는 사람,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을 들어주는 사람에게서는 인격을 발견할 수 있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장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부하들로부터 어떤 사랑과 존경도 받을 수 없다.”(위드마이어 장군) [277]


맥아더의 참모는 맥아더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최고의 사령관이었다.” 또 아이젠하워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치료 불가능한 낙관론자다.” 그렇다. 낙관적인 사람만이 미래를 이끌 수 있다.[278]


여기서 고(故) 이병철 회장의 말을 잠시 보자. “사람은 능력 하나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운을 잘 타고나야 한다. 때를 잘 만나고,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일종의 둔한 맛과, 운이 트일 때까지 버텨낼 수 있는 끈기, 즉 근성이다.” 앞에서 얘기한 4명의 장군들에게는 이와 같은 ‘운, 둔, 근(運, 鈍, 根)’이 있었다. 어쩌면 운은 둔한 맛이 있는 사람에게, 끈기를 갖고 근성으로 버티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또 하나의 실력’인지 모른다.[280]


9장 모험, 패배 앞에 무릎 꿇지 마라


새클턴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비록 남극 횡단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그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 다름 아닌 27명의 생명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1914년 8월 1일 영국을 떠난 지 760여일 만에, 그리고 1914년 12월 5일 사우스조지아 섬을 출발한지 635일 만에 문명 세계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절망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환은 결국 위대함은 절망하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이라는 진리를 전 세계에 공표한 것과 다름없었다.[306]


< 새클턴의 리더십 >

첫째, 그는 대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주인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그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불평과 불만, 불안의 바이러스들을 제거하려면, ‘당신들이 바로 탐험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들은 새클턴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었다. 자고로 주인은 불평불만이 없는 법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307]


일곱째, 그는 끝까지 책임졌다.

새클턴 리더십의 완성은 바로 이 ‘끝까지  책임진다’에 있었다. 그는 엘리펀트 섬에 도착하자 22명의 대원들을 남겨 놓고 5명만 데리고 보트를 띄웠다. 끝까지 희망의 돛대를 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처럼 사우스조지아 섬의 서쪽 해안에 닿았으며, 다시금 섬의 산 정상을 넘어 섬 동쪽에 있는 포경 기지에 닿았다. 마침내 그는 생환했다. 하지만 새클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엘리펀트 섬으로 되돌아갔다. 어쩌면 영영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르는 그 악몽 같은 바닷길을 다시 거슬러 간 것이다. 그것은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그는 엘리펀트 섬에 남아 있던 22명의 잔류 대원 모두를 살려냈다. 인간이란 책임지는 만큼 존재한다. 그리고 리더의 역량은 어디까지를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309, 310]


10장 역사, 흥륭과 쇠망의 이중주_쇠망사


1930년대 초 미국의 한 보험회사의 관리감독자였던 하인리히(H. W. Heinrich)는 각종 사고들을 분석하다가 ‘1대 29대 300’의 법칙을 발견했다. 한 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게 마련이고, 그 주변에 또다시 300번 이상의 징후가 나타난 바 있다는 내용으로, 현재는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불린다.

일본 도쿄 대학교의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 또한 “한 번의 대실패, 대형사고, 멸망에 이르는 길은 300번의 징후를 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징후를 읽지 못한다. 작은 징후들이 쌓여서 거대한 조직이나 프로젝트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하기 때문이다.[313]


리더는 원칙은 분명하되 누구나 들어왔다 나갈 수 있도록 빗장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335]


에드워드 기번은 동로마와 서로마의 수명 차이가 황제의 자질보다는 국경선의 길이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서로마의 황제는 동로마에 비해 몇 배나 더 긴 국경선을 지켜야 했고, 그만큼 근비로 인한 재정적 압박이 심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참고할 만한 사실이다. 전선도 너무 많이 벌리면 오래가지 못한다.[346]


번영은 쇠망의 원리를 성숙시켰고 정복의 확대에 따라 파괴의 원인이 증가했다. 로마제국은 인과론적으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무게 때문에 내려앉은 것이다.

흥륭의 극점과 쇠망의 개시는 공교롭게도 겹친다. 흥륭의 절정에 도달할 때, 동시에 쇠망의 징조도 나타난다. 흥륭의 이유가 쇠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로마를 번영시킨 사건과 사건이, 그리고 로마를 흥하게 한 국면과 국면의 누적이, 장기지속의 과정 속에서 결국 로마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내러 앉혔다는 역설적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내면의 로마’와 마주치게 될 때, <<로마제국쇠망사>>의 역설은 그 고비고비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348]



3. 내가 저자라면

지난 주 『사람에게서 구하라』를 읽고 나서 인문학 관련 책을 더 읽어보고 싶었다. 오래전에 구입해서 책장에 먼지를 덮어쓰고 있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을 펴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덜했다. 뭔가 부족해 보이는 듯한 느낌. 하지만 잠시 그랬을 뿐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책에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 인문학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할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통찰의 힘을 요청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 디지털 사회로 속진(速進)하면서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정신없어졌다. 예전에는 간단히 결론짓고 결정할 수 있을 법한 일들이 이젠 너무 많은 변수와 씨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각각의 일들에 대한 분석적인 전문가들은 많아졌지만 정작 그들의 의견을 모두 모아 책임지고 판단하며 총괄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사람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분석의 힘은 커졌는지 모르지만 통찰의 힘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분석과잉, 통찰결핍’인 셈이다.”[6, 7]

“사람경영, 자아경영, 가족경영, 학교경영, 기업경영, 국가경영, 세계경영 등 그 어떤 분야의 경영에서든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것은 통찰의 힘이다. 그런데 그 통찰의 힘을 기르는 데 최고의 자양분이 바로 인문학(人文學), 즉 ‘후마니타스(humanitas)'다.”[7]

“‘새롭게 시작하기를 근본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결국 인문학이다. 사람이 삶의 새 지표를 찾는 데 인문학의 힘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얼 쇼리스가 거듭 강조해 말한 것처럼 인문학은 자유로워지기, 일상을 새롭게 생각해보기, 과거에 짓눌리지 않기를 시작하도록 사람들을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문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무기력의 포위망’에서 벗어나 일상을 자율적이고 자신감 있게 새로 시작하도록 이끌어주는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13]

저자는 인문학이 죽었다는 세간의 견해에 대해 “현실의 팽팽한 긴장감을 상실한 채 더 이상 결단할 필요도, 행동할 이유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안주해버린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위기일는지 모르지만, 날마다 살고 죽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절감하며 오늘도 절벽 낭떠러지 끝에서 새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기업현실에서는 그 인문학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진실로 인문학은 살아 있다. 숨을 쉰다. 거기에는 인간의 욕망과 감각적 돌기들, 그리고 꿈이 버무려져 있다. 그래서 욕망, 감각, 꿈이야말로 인문학의 영원한 주제이다. 사실 그 어떤 통찰도 인간의 욕망, 인간의 감각, 그리고 인간의 주체할 수 없는 꿈을 아우르고 꿰차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15]

“인문학, 즉 후마니타스는 말 그대로 사람의 학문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형성되는 존재이지 결코 완성되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휴먼(human)’이 아닌 ‘휴먼 빙(human-being)’인 것이다. 사람이 인간의 꼴을 내외적으로 형성해가려면 후마니타스, 즉 사람의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의 세례’가 꼭 필요하다. 아울러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영원한 숙제 그 자체다. 결국 인문학의 숨은 힘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이다. 이제 우리도 사람이 되어보자. 살아있는 인문학을 통해서...”[16]

이 책에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많은 인용과 예화가 나타난다. 그 다양한 내용이 마음을 찔러 들어온다. 가끔 일간신문에 연재되는 저자의 컬럼을 읽으며 가볍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저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좀 더 “정진홍”과 그의 생각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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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02:42:12 *.180.129.160
정산형, 대단하세요. 인용문 보고 . 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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