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최코치
  • 조회 수 274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9년 2월 15일 20시 05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찰스 핸디 Charles Handy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글을 쓰고 강연하는 것뿐이어서 나의 앞날은 그야말로 막막하고 불확실했다. "

그는 참 솔직한 사람이다. 경영 컨설턴트이면서도 누구나 읽기 쉬운 글을 쓰는 그의 재주는 어쩌면 이런 솔직함 때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는다. 뭔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굳이 애쓰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직업인 작가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병역 기피나 권력에 복종하려는 경향 등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까지 서슴없이 밝힌다. 솔직하지 못하면 글은 어려워진다. 하나의 거짓말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자신마저도 알아보기 힘들어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자신의 말을 자신이 뒤집고, 자신의 파놓은 함정에 자신이 빠지는 일이 생긴다.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솔직함은 가장 쉽고 편하지만,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부여해준다. 찰스 핸디는 그 단순한 진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다. 단순한 것이 얼마나 강한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는 피터 드러커와 톰 피터스, 짐 콜린스 등과 함께 세계를 움직이는 사상가 50인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그 50인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인터넷 사이트 The Thinkers 50 (http://www.thinkers50.com)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로 불리운다. 단순한 경영컨설턴트가 아닌 매니지먼트 사상가라니 참 생소하다. 아마도 세계적인 그의 영향력을 제대로 드러내주는 타이틀일 것이다. 아무튼 그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뜻이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그 역시 1인 기업가의 삶을 살기 전에는 직장인에 불과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평범한 직장인 이상의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다국적 석유회사 셸에서 근무했으며, 런던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가르쳤고, 이후 윈저성에 있는 세인트조지 하우스 학장, 왕립예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BBC 라디오 방송 <투데이>의 '오늘의 사색'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특히 코너는 진행할 때는 매니지먼트와 삶에 대한 그의 남다른 견해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찰스 핸디는 작가로서 <올림포스 경제학> <헝그리 정신>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코끼리와 벼룩>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 몇 권을 남겼다. 그는 경영서의 모습을 갖추지 않은 독특한 경영서를 쓰는 것으로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1장. 정말입니까?

13) 요즘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360도 업적평가라는 것은 과연 한 사람에 대한 총체적 진실을 보여줄까? 아마도 이 또한 진실의 일부분만을 보여주리라.

20) 우정과 일은 서로 중복되지 않을 때 가장 잘 돌아가는 법이다. 그래야 자신이 누구인지, 즉 정체성에 혼란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21) 우리의 최선은 조하리의 창에서 A부분을 가능한 많이 개방하고 미지의 영역인 C를 탐험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 정직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25) 내게 있어 진짜 문제는 초기 반평생 동안 맞지 않는 일에 종사했던 것이 아니라, 하는 일에 충분한 열정을 느끼지 않았다는 데 있다.

27) 지금 생각해보면 삶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진정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지를 끝내 모른 채 죽는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삶이란 정체성이라는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이고, 우리는 사다리를 오르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발견해간다.

29) 우리네 인간이 할 수 있는 하찮은 일이 거대한 세상에서 의미를 가지리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쩌면 교만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교만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쓴 책들은 모두 버려져 재활용되고 생각들은 망각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쓰고 가르친다. 왜일까? 창의 빈 곳을 메우고 싶기 때문에, 그리하여 죽기 전에 나의 모든 면모를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9) "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당도하는 일이며, 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일"

2장. 아일랜드에서의 시작

39) 내 과거를 돌아보며 사람의 유년기 환경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한다. 세상을 보는 방법이 하나뿐이라고 믿으며 성장하고, 이를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쉬운가도 깨닫기 시작했다.

3장. 그리스인의 지혜

50) 요즘 가르치는 학생들한테 너무 이른 나이에 붙은 꼬리표, 옳은지 그른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무심코 붙여주는 꼬리표를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54) 영국인들은 오랫동안 사업은 낮은 신분의 직업이라고 간주했고 군복무에 비해 결단코 열등한 직업이라고 보았다.

55) 나는 '왜?'라는 질문을 서너 번 계속하면 결국 상대방의 동기-상대방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동기까지 포함하여-를 밝혀낼 수 있다던 말을 떠올렸다.

60)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좋은 삶이란 바로 에우다이모니아에 다름 아니었다. 이 복잡한 그리스어는 흔히 '행복'이라고 번역되지만 아리스토텔레스한테는 다른 의미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복이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었다. 와인과 책을 들고 해변에 누워있거나, 꿈에 그리던 이성과 질펀한 섹스를 즐기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에우다이모니아는 '번영' 또는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63) 지금도 기억력은 썩 좋지 않지만 이제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요즘은 나쁜 기억력이 오히려 창조적 발상을 촉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며, 어떤 아일랜드 사람이 했다는 말을 종종 인용한다. "내 말을 들을 때까지도 나도 내 생각을 모른다니까." 나는 혼자 하는 공부보다 대화와 토론에서 더욱 많은 것을 배웠으며 때로 대화와 토론 과정에서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4장. 보르네오에서 얻은 교훈

80) 나는 새로운 청중이나 독자를 위해 강연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보다 내가 더 많이 배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81) 훗날 런던경영대학원에 있을 때였다. 레스토랑 사업을 하겠다며 떠난 동료를 6개월 뒤에 만나서 물었다.
"어떤가? 효율적인 기업운영에 대한 각종 지식을 실제상황에 적용해보는 것은 분명 신나는 일일 텐데."
"있잖아. 사람만 제대로 고르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 그것만 충족되면 다른 것들은 다 필요 없다네. 사람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면, 다른 것이 다 있어도 소용없는 노릇이고."

5장. 황금의 씨앗

89) 최근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동자의 72%가 회사에 불만이 있으며, 19%는 적극적으로 회사업무를 방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102) 힘들여 번 돈은 자랑해야 할 대상이지 결코 부끄러워할 대상이 아니었다. 돈은 개인의 노력과 창조성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답일 뿐 아니라, 가장 손쉬운 사회환원의 방법이기도 했다. 박애는 시간과 돈을 유익하게 쓴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세련된 방식이었다.

6장. 경영을 가르치는 학교

115)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실은 알고 있었음을 깨닫는 것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다.

116) 자신감은 내 교육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교육의 목적이란 결국 사람들에게 자기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116) 경험과 학습은 같은 기간에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경험에 앞서 개념만 주입하는 것은 훗날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면서 머릿속 창고 안에 지식을 쌓아두는 행위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창고에 쌓아둔 지식은 아주 빠른 속도로 부패한다. 막상 사용해야 할 시점에는 창고 안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7장. 안티고네의 고전

129) 타인의 전문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결국에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넘겨주는 꼴이 된다.

130)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판단에서 안이하고 나태한 태도를 보여준다. 전문가를 상징하는 흰색 가운을 입었거나 그럴듯해 보이는 신분증을 찬 사람이 시키는 일이면 따져 묻지 않고 요청받은 대로 하는 식이다.

138) 사다리의 다음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우리는 시선을 들어 멀리 볼 생각도, 여행할 때처럼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하지 못한다. 길이 어디로 항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오로지 눈앞의 다음 계단만을 바라본다.

141) 경험, 그중에서도 특히 실수한 경험을 돌아보는 일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된다. 경험을 곱씹어보는 일은 유년시절부터 계속되는 가장 중요한 학습방법이다.

8장. 아버지의 죽음

147) 나는 바쁜 일상에 빠져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가 되려면 먼저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가치관과 야망을 결정하는 대신, 남의 가치관과 야망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잘못된 것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151) 너무 편안하고 삶이나 일이 마음대로 된다 싶으면, 만족감 때문에 본인이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방심하기 쉽다. 그러므로 성공에 안주하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 개인의 삶에서든 사업에서든.
파티가 한창일 때 판을 깨고 일어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어떤 확실한 자극이나 충격이 필요한 것이다.

9장. 윈저성을 집 삼아.

169) 토양이 맞으며 우리가 뿌린 씨앗은 정말로 발아하기도 한다. 나는 결코 결과를 알지 못하더라도 부디 다른 씨앗들도 그렇게 발아하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이 모든 교사들도 분명 같은 생각일 터.

171) 내가 벼룩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들 중 다수는 포트폴리오 노동자다-를 모두 합치면 등록된 영국 노동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174) 내가 보기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일과 생활이 별개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사고방식에는 대부분의 생활이 일이며 어떤 것은 따분하고, 어떤 것은 돈이 되고, 어떤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아니라 '일의 균형'이다.

10장. 성 마이클과 성 조지

182) 여러분은 얼마나 먼 미래를 보고 있는가?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런 행동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187) 이야기는 내가 쓰는 용어로 말하면 '낮은 수준으로 정의된' 개념을 전달한다. 이야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정확하게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특정 개념에 희미한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다.

11장. 포트폴리오 인생

203) 진정으로 원치 않는 뭔가를 제안하지 마라. 그리고 칭찬이나 확인을 에둘러 유도하지 마라. 얻는 것이 없으리니.

210) <관리의 신들>은 현직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평론가들의 반응이 영 별로였다. "찰스 핸디가 이끄는 조직에서 일하는 악운이 없기를 바란다. 그라 말하는 그런 세상을 볼 일도 없기를." 어떤 이는 이렇게 평햇다.

211) 나는 포트폴리오 노동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일감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때까지 7년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13) 자유는 당연히 좋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묻는다면 대답이 쉽지 않았다. 서서히 사업적인 성공보다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자유가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14) 요즘 포트폴리오 노동자들을 보면 다른 프리랜서들과 느슨한 연합체를 구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프로젝트에 본인의 전문 분야 이외의 다른 역량이 필요할 때 서로 돕는 식이다.

214) 지금 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면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중요한 진리를 깨우쳤다.

216) 어쩌면 돈은 일을 해야 할 다른 아무런 명분이 없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222) 행복에 관한 조사를 보면, 지역에 상관없이 뚜렷한 일관성이 나타난다. 평균소득이 1인당 연간 1만 달러 이하인 곳에서는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평균소독이 1만 달러 이상인 곳에서는 돈이 많다고 해서 평균적인 행복지수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226) 끊임없이 질문하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면 세상에 우리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한테 맞춰 돌아가게 할 수 있는데도, 그저 안절부절못하고 헤매거나 익숙한 예전 방법과 습관을 따르고 만다.

12장. 부동산과 소유권

238) 비즈니스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더욱 큰일 또는 더욱 훌륭한 '뭔가'를 위해 돈을 버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이유, 즉 목적은 바로 '뭔가'에 있다. 주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투자자들은 그저 자기 몫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13장. 주방과 서재

246) 원칙은 중요하다. 우리는 공간을 우리의 필요에 맞춰 사용하려 했다. 공간에 우리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집에 맞춰서 불편을 감수하고 사는 친구들을 보면 놀랍고 황당했다.

14장. 어린이 사육장

273)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학교의 목적 자체가 인간 본성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충분히 원하면 어떤 것이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믿음이다. 문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부분이 우리의 흥미나 학습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76) 부모의 태도와 기대가 연금술사를 만드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린아이에게 맞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실험을 통해 본인의 호기심을 시험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실수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변화가 흥미롭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이런 것들이 모두 연금술사가 될 수 있었던 초기 씨앗들이었다.

16장. 경영 구루가 되어

304) 피터스와 워터맨의 공로는 경영이론을 대학 교실에서 대중적인 장으로 끌어낸 것이다.

309) 집필을 시작한 초기에 '포그지수 fog index'라는 것도 우연찮게 알게 되었다. 포그지수를 구하려면 한 페이지에 사용된 단어를 모두 센 다음, 그 수를 마침표의 개수로 나눈다. 이걸 보면 평균문장의 길이를 알 수 있다.

309) 청중이 주제에 정통한 사람들이라 해도 포그지수가 20을 넘어서면 그 내용이 과연 현장에서 청중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311) 재능에는 연령제한도 없고, 인종차별도 없으며, 장애자도 개의치 않는다.

319)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삶은 삶이다. 나도 처음에는 다양한 기업 연구사례에서 소개를 끌어냈다. 하지만 독자나 청중이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끌어낸 이야기가 훨씬 쉽게 다가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일상생활의 교훈을 직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나의 과제로 삼게 되었다.

322) 나의 목표는 사람들을 대신해 세상을 해석해주는 것이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인생에 대해, 조직 운영방법에 대해 내가 당사자들보다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잘 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지능과 독립심을 모욕하는 것이리라.

326) 지금 우리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선택을 위한 좋은 기준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므로 기업 중역들로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17장. 일을 겸한 여행

340)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보면 나는 국가가 과거를 인정하고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18장.

345)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어떤 개인적인 유산을 남기고 싶은가?

351) "지금 있는 자리에서 지금 하는 일을 하게, 자네는 사제들이 결코 만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위치를 활용해서 옳은 일을 하게. 자네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359) "내가 하는 일은 중요성을 따지면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무한히 중요하다."


III. 내가 저자라면

그의 책 중 가장 최근(?)에 읽은 <코끼리와 벼룩>과 느낌이 흡사하다. 사실 내용상으로는 굳이 다른 책이라고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두 책의 분위기는 비슷하다. 두 책의 분위기가 비슷 하다기보다는 찰스 핸디, 그의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 <코끼리와 벼룩>과 별 다를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책이라고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분위기가 참 비슷하다는 것 뿐이다. 역시 이 책의 표지에도 그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 타이틀, "매니지먼트 사상가"라는 문구가 빨간색 글씨로 박혀있다. 책 속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정작 본인은 이 타이틀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언제봐도 '매니지먼트 사상가'라는 타이틀은 꽤나 근사하고, 그에게 어울려 보인다.

책에서 그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꽤나 시시콜콜해 보여서 '경영의 구루라고 불리는 사람이 뭐 이런 것들까지 책에 적어 놓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면이 바로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매력이기도 하다. 마치 한 노인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는 물론이며, 경영에 대한 이야기,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의 방식으로 들려준다. 사람들에게 세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닌, 사람들을 대신해서 세상을 해석해 주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말하며, 이를 충실히 따른다. 다른 경영의 대가들처럼 이렇게 하라, 이렇게 하면 성공할 것이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모르면 잘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평생을 살아보니 이게 맞는 것 같다. 그가 말하는 방식은 이렇다. 왠지 세계적인 사상가답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는 항상 뭔가 있는 듯하면서도, 아닌 것 같고, 아닌 것 같으면서도, 뭔가 있는 묘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가 책 속에서는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식이 아닌, 오랜 삶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얻은 지혜이다.

이 경영의 구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 즉 그가 포트폴리오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가 매니지먼트 사상가로 불리우는 만큼, 보통의 경우라면 그는 앞으로의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이니, 그에 맞추어 살기 위해서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아야 한다 라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마저도 져버리고, 그는 이것을 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포트폴리오 인생이란 것이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어떤 사람이고, 진정으로 어떤 일에 재능이 있는지를 알아내 이에 맞게 살아가는 삶이라고 말한다. 책의 초반부에 이와 관련하여 비유를 한, 조하리의 창이란 것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자신이 인식하는 자신과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 그리고 남이 인식하는 자신과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을 기준으로 나누어 본 자신의 4가지 모습은 그가 말하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삶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려주었다.

책을 읽다보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그는 "내게 있어 진짜 문제는 초기 반평생 동안 맞지 않는 일에 종사했던 것이 아니라, 하는 일에 충분한 열정을 느끼지 않았다는 데 있다"(25p)라고 했다. 열정이 있다면 기질상 어떤 일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그 간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자신에 대해 말한 부분이다. 하지만, 여태껏 그가 말하던 내용과는 오히려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기질과 재능을 타고 난다. 그리고 그것에 사용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때 열정을 느끼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 그가 쭉 주장해 오던 내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열정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니, 자신의 기질과 재능을 활용할 수 없는 일에 어떻게 열정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지 그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 역시 과거의 일이 자신의 기질과 맞지 않았던 일이기에, 열정을 가질 수 없었던 것 아니었던가. 그가 책 속에서 여러번 언급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는 갑자기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원칙은 중요하다. 우리는 공간을 우리의 필요에 맞춰 사용하려 했다. 공간에 우리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집에 맞춰서 불편을 감수하고 사는 친구들을 보면 놀랍고 황당했다" (246p)
마치 찰스 핸디의 친구들처럼, 살면서 집에 맞춰서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일은 너무도 많이 일어난다. 여기서 말하는 집이라는 것을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나 구조로 생각하는 것을 벗어난다면 말이다. 그것은 환경이라고도 할 수 있고,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고,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그것들에 길들여져 묻어간다. 그것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우리는 망쳐놓고 있더라도 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그저 그러려니,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자신을 위로하며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간다. 이 책에서도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직업에 대해서만 생각해 봐도 그렇다. 직업은 어찌되었건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이 어떻건 간에 최종승인은 본인이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불편하게 한다면,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면,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요즘, 위험요소가 많은 만큼, 기회도 많은 시대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아직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어 멋지게 성공할 수도 있는 시대이다. 물론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진짜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찰스 핸디가 40년을 한 집에 살면서 7번이나 주방을 뜯어 고친 것처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고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치지 않으며, 불평을 늘어놓고 한숨을 쉬며 사는 것은 결국 자신을 더 피곤하게 할 뿐이다.

IP *.34.17.10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52 [39] 사람에게서 구하라_구본형 구라현정 2009.03.02 2345
1851 [43]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최코치 2009.03.01 4104
1850 [45]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하루키 [1] 2009.03.01 3136
1849 [62] 인간을 위한 디자인 - 빅터 파파넥(2) file [2] 한정화 2009.02.28 7661
1848 [62] 인간을 위한 디자인 - 빅터 파파넥 file [21] 한정화 2009.02.28 23926
1847 자유로운 책 읽기 [10] 부지깽이 2009.02.25 3598
1846 [34]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정유정 현웅 2009.02.25 4074
1845 [41]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 - 오진탁 / 죽음, 그 마지막 성장 - 부위훈 [3] 거암 2009.02.24 4063
1844 [40]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 정진홍 [2] 정산 2009.02.24 3638
1843 [38]그림과 눈물_제임스 앨킨스 구라현정 2009.02.24 3139
1842 [42] 강점에 올인하라 - 도널드 클리프턴, 폴라넬슨 [2] 최코치 2009.02.23 4169
1841 [44] 내 인생의 글쓰기 2009.02.23 3052
1840 [43] 어른들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 - 우라야마 아키토시 file [1] 양재우 2009.02.23 5082
1839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신미식 file 이은미 2009.02.17 6062
1838 [37]딜리셔스 샌드위치_유병률 [2] 구라현정 2009.02.17 2503
1837 [39] THE BOSS_쿨한 동행 - 구본형 정산 2009.02.16 2715
1836 [40] 이기는 습관 - 전옥표 거암 2009.02.16 4958
1835 죽음의 지대 - 라인홀트 메스너 [1] 소은 2009.02.16 4865
1834 [43] 마지막 강의-랜디 포시, 제프리 재슬로 2009.02.15 4046
» [41] 포트폴리오 인생 - 찰스 핸디 최코치 2009.02.15 2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