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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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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3일 20시 41분 등록
 

어른들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

우라야마 아키토시 지음/구혜영 옮김/베텔스만


1. ‘저자에 대하여‘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 4. 2 ~ 1875. 8. 4)


Constantin_Hansen_1836_-_HC_Andersen.jpg

덴마크의 동화작가이자 소설가이다.


안데르센은 덴마크의 오덴세에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은 안데르센이 루터교회에서 세례받을때, 대부모(代父母, 세례대상자나 견진대상자의 후견인)가 붙여준 이름이다. 안데르센의 집안은 할머니가 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안데르센의 성장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독실한 루터교회 신자인 어머니는 안데르센에게 순수한 기독교 신앙을 심어주었고, 아버지는 인형극과 독서를 통해 안데르센에게 상상력과 교양을 심어주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가장의 자리가 비게 되자 안데르센 소년은 어린나이에 공장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빨래를 대신해주는 일을 했다.


1819년에는 연극배우의 꿈을 품고 코펜하겐으로 갔으나, 감기로 목소리가 탁해지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더구나 가난때문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서 문법과 맞춤법이 엉망인 그의 연극대본은 극단주에 의해 반송되었기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마음의 고통에 시달렸다. 다행히 그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알아본 국회의원 요나스 콜린의 충고와 후원으로 라틴어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안데르센이 시를 쓰는 것을 싫어하는 교장과의 갈등 때문에, 5년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1828년 코펜하겐대학교에 입학하였다. 몇 편의 희곡,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드러낸 안데르센은 <즉흥시인>(1834년작)으로 문학계의 호평을 받았다. 1835년부터 본격적인 동화 저작에 들어갔는데, 어른들도 읽을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일부 문학비평가들은 “<즉흥시인>을 쓸 정도로 뛰어난 작가가 어린이를 속이는 이야기나 쓴다”는 가혹한 비난을 하기도 했다. 1872년까지 발표한 총 160여편의 동화 작품은 모두 유명해져서 연금수령, 안데르센의 그림이 들어간 우표 발행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그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는 그 장례식에 덴마크 국왕과 왕비가 참석하였다.


2005년 4월 2일에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0주년 기념 웹사이트가 개설되기도 했다. 안데르센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루터교회에서 견진성사를 받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1995년 한국루터교회에서 선정한 ‘세계를 빛낸 10인의 루터교인’ 중 한명이기도 하다.


(출처 : 위키백과)



우라야마 아키토시 浦山明俊


동경 아사쿠사에서 태어나 국학원대학을 졸업하고 논픽션 작가로 활동중이다. <주간 아사히> 기자로서 시사, 사회,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폭넓은 활약을 하고 있다. 현재 미디어 기획 오피스 'IN-STOCK'의 이사로 있는 그는 종합과학 잡지를 시작으로 각종 잡지에 취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고전문학과 민속학에 조예가 깊으며 고전이나 우화가 생활습관에 미친 영향을 오랜 기간 연구하고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엄지공주


롤리타 콤플렉스가 그린

순수하기에 잔혹한 여인


<엄지 공주>하면 작고 깜찍한 여자 아이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주 작게 태어난 여자 아이가 두꺼비에게 끌려가고 두더지에게 잡혀가서 고생을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상처 입은 제비를 간호해 주어서 마지막에는 자기처럼 작은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였던가? 분명 개구리?쥐?제비 등 동물이 잔뜩 등장해서, 강물에 떠내려가기도 하고 두더지 동굴에서 생활하기도 하고 제비 등에 올라 하늘 위로 여행하기도 하는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해서 왕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는 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도대체 엄지 공주는 왜 모험을 하게 되었을까? 또 엄지 공주는 왜 그저 귀엽기만 한 여자 아이였을까? 안데르센은 왜 이러한 이야기를 썼을까?(10P)


안데르센이 어린 소녀를 사랑한 이유는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공격(압박)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었다.(39P)


안데르센은 남성다움이 부족하고 기가 약한데다 자의식이 극단적으로 강했다. 게다가 여성을 만나면 사랑의 대상으로 의식한 나머지 긴장해 버리는 타입이었다. 여자 어른과 사랑을 나누기에는 맞지 않는 타입이었던 것이다.(39P)


안데르센의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에는, 소녀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그려져 있다.


어느 가정집 모임에 당시 목사를 지원하며 평론을 쓰고 있던 사람과 내가 함께 초대되었다. 그는 거침없이 내 시 한 편 한 편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때 그곳에 있던 여섯 살 난 소녀가 내 시를 비난하고 깍아내리는 그의 말을 놀라움 속에서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책을 내려놓고 잠깐 침묵이 흐르는 사이, 소녀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고 책을 펼치더니 그 안의 글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아직 혼나지 않은 작은 글자가 있어요…….”


이러한 소녀에게 안데르센은 점점 애착을 느끼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40P)



인어공주


실연당한 자신을 위한

힐링 스토리


바다의 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린 인어 공주의 슬픈 이야기. 그런데 안데르센의 원전에는 그 다음 이야기도 들어 있다. 그림책과 동화 전집에서는 대개 생략된 <인어 공주>의 진짜 결말은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 어떤 여성이 말했다.

 “잔혹한 이야기로군요. 인간의 발을 얻는 대신 목소리를 빼앗기다니요.”

어른이 되어 사랑을 알았을 때, 그녀는 어린 마음에 새겨져 있던 인어 공주의 고통이 마음 속에 되살아났다고 한다.

 “한 남자를 사랑하기 위해서 여자는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버린다.”

동화 <인어 공주>는 어른을 위한 이야기였다고 그녀는 확신했다. 사랑을 할 때, 당신은 어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는가? 그 사랑에 대한 보상을 받았는가?(42P)


처음에 안데르센은 동화 작가를 꿈꾸지 않았다. 코펜하겐으로 상경한 목적은 가수가 되려는 것이었고, 보이소프라노 소리가 나오지 않아 꿈이 깨지자 배우를 꿈꾸었다. 어쨌든 안데르센은 무대에 서서 갈채를 받고 싶었다.(85P)


안데르센의 꿈은 존경받고 주목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왕립극장 학교에서 제적되자 안데르센은 극작가가 되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써놓은 각본을 왕립극장에 제출했지만 각본이 내동댕이쳐지는 수모를 겪었다. 절망한 안데르센에게 더 심한 말이 들렸다.

 “라틴어 학교에 입학해서 공부를 다시 하고 오시오!” (85-86P)


<인어 공주>는 루이스 콜린과의 실연의 아픔이 바탕이 되어 써진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주인공 인어공주는 열다섯 살 소녀로 묘사되고 있지만 안데르센 자신을 투영한 것이고, 왕자는 안데르센이 사모했던 여성들이 모델이 되고 있다.(87P)


사모했던 여성들……. 안데르센에게 연애는 비장한 괴로움이었다. 명작의 대부분이 안데르센이 사랑했던 여성들을 향한 동경과 실망에서 탄생한 것이다. 연애라는 세계에서만큼은, 안데르센은 이단자였다.(87P)


안데르센의 첫사랑은 스물다섯 살에 찾아온 동급생의 누나인 리보이 보이쿳이었다. 하지만 리보이는 약혼자인 약사 남성과 결혼했고, 연애에 실패한 안데르센은 극단적인 두려움에 괴로워하며 폭언을 쏟아붓는 등 정신적으로 혼란 상태에 빠졌다.(87P)


‘내 자서전을 읽어주시오.’

안데르센은 자서전을 써서 자신의 후원자 요나스 콜린의 둘째딸인 루이스 콜린에게 보냈다.

겨우 스물일곱 살에 자신의 반생을 이야기하려는 안데르센의 뻔뻔함도 놀랍지만, 사랑을 고백하는 수단으로 책 한 권에 달하는 원고를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읽히려 했던 것도 대단하다.(89P)


안데르센은 평생 세 번이나 자서전을 썼다. 그 가운데 안데르센이 살아 있는 동안에 출판되어 나온 자서전은 마흔한 살 때 쓴 <나의 인생 이야기>다.(92P)


연애는 비장한 괴로움……. 안데르센에게는 그랬다. 첫사랑인 리보이를 사랑했을 때 안데르센은 그녀를 동경한 나머지 실신을 하기도 했었다. 그녀가 자신을 찾는 환각을 보기도 하고, 환청을 듣기도 했다. 그 정도로 좋아하는 리보이를 만날 때에도, 안데르센은 그녀의 남동생에게 누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소심했다. 정열적이면서도 극단적으로 겁쟁이인 안데르센은 남자답게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다.(93P)


안데르센은 한 장의 종이를 접어 작은 가죽 띠에 끈으로 묶고, 죽을 때까지 그 가죽 띠를 목에서 빼지 않았다. 리보이에게서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였다……. 이것을 작가다운 로맨틱한 행위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집착이 강하다고 생각해야 할지, 어쨌든 안데르센에게 사랑의 추억이란 이런 것이었다.(94P)



장난감 병정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장애가 있는 여성


주석으로 만든 장난감 병정이 무희 인형에게 사랑을 느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콤플렉스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장난감 병정은 무슨 모험을 경험했을까? 병정과 무희가 라스트신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었던가? 아니면 슬픈 결말로 끝났던가? 두 가지 다 정답이다. 시련을 견디며 무희를 생각하는 마음을 지켜왔던 병정이었는데…….

어째서 안데르센은 이런 결말을 준비했을까. 도대체 무희 인형은 병정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전혀 모른 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을까. <장난감 병정>이 씌어진 배경에는 평생 안데르센을 지지해 준 두 여성이 있었다. 둘 다 신체에 결함이 있는 여성이었다.(96P)


<장난감 병정>은 안데르센이 상류 계급의 아가씨인 소피 외르스테드를 사랑했을 때 쓴 이야기다.(106P)


안데르센이 만약 사랑하는 소피에게 프러포즈를 했다면 거절당했을 지도 모른다. 안데르센은 거절당하면 죽어버릴 거라고 괴로워하며 망상에 시달렸다.

안데르센에게 연애는 괴로운 일이었다. ‘거절당하는 일이 두려워서 나는 먼저 프러포즈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명이 호전되어 소피가 날 받아준다면 결혼할 수 있을 텐데’하고 끙끙거리기만 했던 것이다.(107P)


안데르센은 콤플렉스 덩어리였다. 하층 계급 출신, 광기의 가족사, 못 생긴 외모, 가난 등등. 그런데 안데르센이 연모의 감정을 품었던 여성은 대개 상류 계급의 미인들이었다. 그녀들의 화려함에 지레 겁먹은 안데르센은 제대로 된 연애조차 하지 못했다.(111-112P)


코펜하겐에서 안데르센은 유명한 사람들을 약속도 하지 않고 느닷없이 방문하여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퍼포먼스를 반복했다. 불프 장교(해군 장교로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덴마크어로 번역하는 것으로도 알려진 문학가)도 이런 유명인 가운데 하나였다. 안데르센이 이런 식으로 방문하는 것은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한 행위였다. 콜린도, 외르스테드도, 불프도 상류계급에 소속된 사람조차 좀처럼 볼 수 없는 초일류급 인물이었다. 세 사람 모두 덴마크 왕국의 VIP였던 것이다.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가.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114P)



미운 오리 새끼


마지막 연애 상대에게 보낸

러브레터


<미운 오리 새끼>가 좋은 이야기였나? 아기 오리는 다른 오리와 닭, 칠면조 등쌀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을 뿐 운명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곤란한 일을 만나면 달음질치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자신의 신세 타령만 할 뿐이다. 정말 한심한 스토리 아닌가.

<미운 오리 새끼>를 ‘아무리 괴로워도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나뿐일까.

원본 동화를 읽는 순간 ‘어머나, 이렇게 비참한 이야기였어?’하게 될 것이다. <갈매기 조나단>처럼 멀리멀리 날아가서 정진했다든가, <베이브>처럼 목장의 양을 지키는 개를 흉내내어 목장돼지가 되는 노력을 했다든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안데르센은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116P)


<미운 오리 새끼>는 스웨덴의 아름다운 가희 예니 린드에게 보낸 작품이다. 루이스 콜린에게 자서전을 보냈던 것처럼, 자신을 좀 봐달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쓴 글이다.(137P)


“나는 못 생긴 아기 오리였지만 지금은 성공해서 백조가 된 남자랍니다.”(137P)


안데르센은 가수나 배우 같은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대에 서는 일만큼 갈채와 칭찬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직업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꿈이 무너지면서는 무대 각본가를 지향했고, 그 다음으로는 시인을 목표로 했으며, 소설가로 직업을 바꾸고, 마침내 동화 작가로서 ‘유명한 사람이 되자’는 꿈을 달성한 것이었다.(138P)


안데르센과 같은 시대에 독일에서는 괴테, 하이네, 그림 형제가 활약하고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위고가, 영국에는 바이런과 디킨스가 있었다. 안데르센은 이 사람들 대부분과 만났다. 비평가 프란데스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비평을 남겼다.

 “아이들에게 빵 부스러기나 받으며 만족해하는 것은 좀 한심하지 않은가. 날개를 퍼덕이며 창공을 향해 높이 날아가면 좋을텐데…….” (139P)


“그녀(예니 린드)는 지금 누구를 생각하고 있을까……, 오직 예니를 위해서 베를린까지 왔는데 그녀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는구나.” (1845년 12월 24일의 일기) (147P)


안데르센이 확실하게 프러포즈를 했다면 예니와 결혼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만남에서부터 줄곧 사랑으로 고민해 왔던 10년 세월은 짝사랑의 기억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안데르센은 아주 큰 앨범에 예니 린드에게 받은 편지를 붙여놓고, 평생 그 앨범을 간직하고 다녔다. 그후로 안데르센이 사랑을 했다는 기록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150P)



빨간 구두


발에 대한 페티시즘이 낳은

춤추는 미친 신발


안데르센이 활약하던 시대는 유럽에 발레가 막 퍼지기 시작한 때였다. <빨간 구두>에는 이러한 시대 배경이 있다. 하지만 빨간 구두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카렌이 춤만 추어대고 춤을 멈추기 위해 발을 절단하는 것은 좀 그렇다. 절단된 카렌의 두 발은 어디로 갔을까? 발을 잃은 후 카렌의 운명은? 동화 속에서 안데르센은 집요하게 소녀의 발을 그린다. 발에 이상하리만큼 집착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발에 대한 페티시즘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왜 안데르센은 발에 대한 페티시즘이 생겼을까. 어떤 발을 좋아했던 것일까. (152P)


안데르센은 발과 신을 여러 번 묘사하고 있다. 발에 대해 페티시즘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에 강하게 집착한다.(166P)


안데르센에게 여성의 발은 요염함과 동경을 리얼하게 느끼게 하는 대상이었을 것이다.(170P)


결말에서 카렌은 심장이 터져서 죽고 만다. 안데르센은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 것을 좋아했다. 이 책에 수록한 다른 작품 <인어 공주>, <장남감 병정>, <빨간 구두>, <성냥팔이 소녀>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작품에서 소녀가 죽는다. 동화 외에도 안데르센은 죽음을 갈망하는 시를 쓰거나 극본에서도 등장인물을 죽이는 등 죽음을 탐미하고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171P)


안데르센 동화에서 ‘죽음의 이미지’는 영혼의 구제라는 점에서 공통된다.(172P)



성냥팔이 소녀


알코올 중독으로 죽은

어머니를 위한 진혼곡


이 이야기를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난 일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은 나뿐일까. 원작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니라 송년의 밤이라는 설정이다. 여기에는 안데르센이 슬픈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물을 흘리고 난 후, 행복한 송연의 밤을 보냈다는 체험이 바탕이 되어 있다. 그리고 대개들 장편 동화로 기억하고 있을 텐데, 원전이 이렇게 짧은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그만큼 <성냥팔이 소녀>가 명작이라는 사실이겠지만 말이다.(174P)


안데르센은 <성냥팔이 소녀>를 한 장의 그림에서 착상했다. 안데르센이 독일의 아우구스텐부르크 공의 성에 머물고 있을 때, 한 편집자가 세 장의 그림을 보내며 그 그림을 소재로 동화 한 편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 그림 가운데 한 장이 손에 성냥을 든 소녀의 뒷모습이 그려진 목판화였다.(182P)


그 목판화에서 안데르센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인 안네 마리는 글을 전혀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었고, 미신을 믿었으며, 교양도 없었다. 하지만 안데르센을 매우 사랑했다.

안데르센은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등교 거부아였던 것이다. 당시 덴마크에서는 옛날 서당처럼 문자 읽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었다. 안데르센도 그곳에 입학했지만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일이 맞지 않아 수업 시간에 딴 짓을 일삼았다. 여교사에게 혼난 안데르센에게 어머니 안네는 학교를 그만두게 했다.(182-183P)


<성냥팔이 소녀>는 1848년, 안데르센이 마흔 세 살 때 쓴 책이다. 성냥이 막 발명된 직후였다. 세계 최초의 성냥은 1827년 영국에서 약제사 J. 워커가 발명했다. 실용적으로 보급된 것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성냥개비 끝에 황린을 바른 성냥이 1831년 등장하고 나서부터다.

그런데 그 무렵 성냥은 오늘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었다. 또 황린에 독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12년 성냥은 세계적으로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즉 성냥팔이 소녀가 손에 들고 있던 성냥은 독성이 강한 물건이었다. 이런 점에서 짐작해 볼 때, 소녀는 성냥의 황린 중독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동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185-186P)


안데르센의 자서전에 의하면, 그의 부모가 결혼했을 때 아버지는 수물 두 살의 구두장이였고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두세살 연상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열다섯 살이나 연상이었다. 게다가 어머니 안네 마리는 결혼 전에 도자기 봇짐 장사를 하고 있던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여 여자 아이를 사생아로 출산했다. 안데르센에게 칸 마리라는 여섯 살 위의 누나가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다른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긴 안데르센은 평생 이 사실을 비밀로 했다.(188P)



안데르센 동화의 숨겨진 진실


희곡가나 소설가로서 평가되기를 바랐던 안데르센은, 동화를 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는 일을 즐길 뿐이었다.(194P)


안데르센은 결점을 지적당하거나 질책을 당하면 심하게 풀이 죽고, 칭찬을 받으면 뛸 듯이 기뻐했다.

자신의 원고를 천천히 객관적으로 읽어보는 평상심은 없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기복이 심했느냐 하면 <아그네스와 인어>의 원고를 여행지에서 자신만만하게 덴마크로 보냈을 때, 에드바르드 콜린은 친구들의 비밀을 편지로 전달했다.

 “이건 대실패작이다.”

이 편지를 받은 안데르센은 한 달 동안이나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그리고 일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아아, 나는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쓸데없이 흘려보냈구나. 오 신이시여, 에드바르드의 죄를 용서해 주소서. (195P)


안데르센이 정확하게 원고를 쓸 수 없었다고 말한 것은, 당시 ‘문학은 라틴어 규범을 따라 표기한다’는 상식에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데르센은 라틴어를 읽을 수는 있어도 잘 쓰지는 못했다. 초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던 대가였다.(196P)


동화라면 틀을 깨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착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안데르센이 지키지 않은 무대 규칙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야기하듯이’ 쓰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구어체로 문자화시킨 것이다. 안데르센은 ‘구어체’, 즉 ‘언문일치’을 멋지게 구사했지만, 그것 자체가 당시의 상식으로 볼 때는 규칙을 크게 위반한 것이었다.(197P)


책을 펼쳐 본 사람들은 인쇄된 문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외국 아저씨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문자였다. 영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덴마크보다 외국에서 안데르센의 독창성이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즉 동화에서는 이것이 효과적인 수법이었다.

물론 어른들을 위한 작품에서는 안데르센도 문어체로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서툴렀기 때문에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언문일치와 구어체의 선두가 된 사실주의 문학이 발전한 것은 안데르센이 죽고 난 후 19세기 말의 일이다. 그런에 이미 50년전에 안데르센은 이야기하듯 글을 썼다.

어느날 안데르센의 일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하루 종일 썼다. 입이 아프다.” (198-199P)


안데르센이 획기적이었던 점은, 동화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없앴다는 데 있다. 그때까지 동화라고 하면 환상 이야기(메르헨)라고 정해져 있었다. 메르헨은 완전히 꾸며진 이야기를 말한다.(199P)


안데르센은 환상을 부풀려서 그 세계를 대범하게 묘사하는 재능이 뛰어났다. 그렇다고 안데르센 동화가 환상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안데르센은 현실 세계도 쉽게 메르헨으로 그렸다.

안데르센 동화는 이야기 속에서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고, 현실 묘사가 아주 자연스레 환상 세계로 슬쩍 변한다.

동화의 세계에서 펜을 굴릴 때, 안데르센은 자유로이 자신의 정신을 해방시켰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반영된 세계가 안데르센 동화다.(202-203P)


안데르센이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작가로서 충동을 느낀 것은, ‘권력자의 횡포에 못 이겨서’도 ‘사회에 파고든 모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어떻게 쓰면 남에게 인정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자기 현시욕 만이 안데르센을 작가로서 글을 쓰게 했다. 그는 타인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러한 태도로는 당시의 작가로서는 수준 낮은 작품 밖에 쓸 수 없다고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가 없지 않았을까. (205P)


자유를 위한 전쟁도 사회의 모순을 추구하는 일도, 신과 인간의 갈등도 주제로 선택하지 않은 안데르센이 오로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안데르센은 항상 자기 마음 속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주위 사람들과 관계했다. 칭찬을 받을 것인가 비판을 받을 것인가. 사랑을 받을 것인가 버림을 받을 것인가. 이러한 작은 세계를 그리는 데 동화라는 문예는 안데르센에게 최적의 세계였다고 할 수 있다.(210P)


나이를 먹어서도 안데르센은 동화뿐 아니라 시와 희곡, 소설을 계속 썼다. 자신은 모든 영역에서 작가로서 인정받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218P)



Epilogue 안데르센 동화의 매력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풍기는 이상한 낌새를 찾기 위해서 나는 안데르센이라는 인물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데, 조사하면 할수록 놀람의 연속이었다. ‘착한 아이를 위한 이야기꾼 아저씨’의 이미지가 산산이 깨지고, 콤플렉스와 성도착증으로 물들여진 공명심과 강한 변태의 실상이 떠올랐다.(221P)


안데르센은 인격의 부정적인 면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정직한 인물이었다. 안데르센이 공명심이 강한 만큼 상대하기 싫은 인물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후원자가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느닷없이 누군가를 방문해서 자신을 소개할 때, 안데르센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늘 서툴고 순수하고 때론 괴짜로 보일 정도로 진지한 안데르센에게 많은 사람들이 끌렸던 것이다.(221P)


공명심과 성도착증은 누구에게나 있다. 어른은 자기 인격의 부정적인 면을 숨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것은 기만이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며 살았다.

 “그건 거짓말을 해서 자신의 과거를 각색하는 일 아닌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데르센은 너무나 순수한 나머지 실연도, 콤플렉스도, 성도착증도, 즉 자신의 모든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작품 활동을 했다. 이것이 바로 안데르센 동화 세계의 진면목이다.(222P)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이 책은 뭐랄까. 안데르센 평전이라고 부르는게 맞을까 아니면 안데르센 동화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책이라 부르는게 맞을까. 정확하게 본다면 2가지를 적당히 잘 묶어 섞은 후 포장한 책이라 보면 맞을 듯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역시 일본 사람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틈새를 발견한 후 파고 들어가 그 안의 적당한 내용들을 캐낸 후 이쁘게 하나하나씩 포장하여 비싼 가격표를 붙여 시장에 내놓는 일본 사람들의 전형적인 상술의 느낌 말이다. 참으로 절묘하다 말하고 싶어 진다. ^^;


이 책은 크게 2가지 포인트에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첫째는 안데르센이라는 인물에 대한 탐구다. 안데르센의 출생은 어떻게 되며,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생활을 하였으며,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걸어왔으며, 어떻게 동화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는 지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추가적으로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안데르센의 뒷이야기들을 마치 ‘폭로’하듯이 들려주고 있다. 저자인 우라야마 아키토시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알게 된 안데르센의 인상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풍기는 이상한 낌새를 찾기 위해서 나는 안데르센이라는 인물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데, 조사하면 할수록 놀람의 연속이었다. ‘착한 아이를 위한 이야기꾼 아저씨’의 이미지가 산산이 깨지고, 콤플렉스와 성도착증으로 물들여진 공명심과 강한 변태의 실상이 떠올랐다.(221P)


재미있지 않은가? 나의 경우 안데르센을 ‘소심’ 또는 ‘콤플렉스’의 이미지로 보고 있는데, 저자는 ‘성도착증’, ‘강한 변태’의 자극적 단어들을 통해 그를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또한 다소 일본스럽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안데르센의 동화 이면에 숨겨진 비밀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안데르센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화작가로서 뛰어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동화작가로서 만족한 채 생을 마감했을까? 전세계의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동화를 읽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 했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안데르센 자신은 스스로를 동화작가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였기 때문이다. 안데르센은 비록 동화를 써서 유명해지긴 했지만 스스로를 위대한 작가, 뛰어난 작가라 생각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그의 작품 중에서도 많은 소설과 희곡 등이 있었음은 그가 동화작가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의 수많은 주옥같은 동화들은 그의 창작의 산물이지만, 그 이면을 파고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 그의 가슴 아픈 사랑, 가족간의 아픈 과거에 그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장난감 병정>의 경우 자신과 평생 우정을 나누던 두 여자 헨리에테 핸크와 헨리에테 불프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동화로 알려져 있다. 그 두 여자는 모두 장애가 있는 여성이었다! 또한 <미운 오리 새끼>의 경우는 스웨덴의 아름다운 가희인 예니 린드에게 보내는 사랑의 고백서였다. 비록 그의 애절한 사랑은 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안타깝게 스러져 가긴 했지만, 독자들은 그 덕분에 안데르센의 불타는 열정이 담긴 동화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안데르센, 그의 본 모습은


안데르센은 한마디로 콤플렉스 덩어리였다. 하층 계급 출신으로 어디가서 얘기 꺼내기조차 힘든 가족사에 못 생긴 외모 그리고 타고난 가난까지. 그는 절대 대중 앞으로 나서기 힘든 내적 외적의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서전을 통해 자신이며 자신의 가족사까지 모두 바꾸어 놓았다. 그는 타고난 배경에 대해 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을 보자.


안데르센의 부모가 결혼했을 때 아버지는 수물 두 살의 구두장이였고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두세살 연상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열다섯 살이나 연상이었다. 게다가 어머니 안네 마리는 결혼 전에 도자기 봇짐 장사를 하고 있던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여 여자 아이를 사생아로 출산했다. 안데르센에게 칸 마리라는 여섯 살 위의 누나가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다른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긴 안데르센은 평생 이 사실을 비밀로 했다.(188P)


특히 안데르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연애사이다. 그는 왜 사랑을 이루지 못했을까? 왜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었으며, 평생 독신으로 숨을 거두어야만 했을까.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의 소심한 성격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안데르센은 남성다움이 부족하고 기가 약한데다 자의식이 극단적으로 강했다. 게다가 여성을 만나면 사랑의 대상으로 의식한 나머지 긴장해 버리는 타입이었다. 여자 어른과 사랑을 나누기에는 맞지 않는 타입이었던 것이다.(39P)


동양의 기사상으로 본다면 안데르센은 기가 지극히 약했던 사람으로 짐작된다. 소심한데다가 내성적이며, 여자 앞에 서면 제대로 말도 못하며 얼굴까지 빨개지는 그런 류의 위인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안데르센을 알고 지냈던 많은 여인들은 그를 좋은 작가로만 생각했지, 결코 연애 상대로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안데르센이 성급하게 덥벼들 때 여자들은 기겁하고 달아났을 것이다. 연애의 기술도, 여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도, 성숙한 남성미도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연애는 성공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가지 더. 안데르센은 눈이 너무 높았다. 그가 좋아하고 사모했던 상대는 모두 상류층의 아름다운 여인들이었다. 그러다보니 혼자 사랑에 빠져 버리고 헤어나지 못한채 사랑의 늪에서 허우적 대고마는 것이다. 제대로된 프러포즈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저자는 그런 안데르센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사모했던 여성들……. 안데르센에게 연애는 비장한 괴로움이었다. 명작의 대부분이 안데르센이 사랑했던 여성들을 향한 동경과 실망에서 탄생한 것이다. 연애라는 세계에서만큼은, 안데르센은 이단자였다.(87P)


그렇다면 안데르센은 어떻게 귀족이나 부자들에게 후원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후원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의 이름이 알려지고 유명세를 탈 수 있었을까. 그 이유 또한 그의 성격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 하다.


안데르센은 인격의 부정적인 면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정직한 인물이었다. 안데르센이 공명심이 강한 만큼 상대하기 싫은 인물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후원자가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느닷없이 누군가를 방문해서 자신을 소개할 때, 안데르센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늘 서툴고 순수하고 때론 괴짜로 보일 정도로 진지한 안데르센에게 많은 사람들이 끌렸던 것이다.(221P)


결국 그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수많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데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정열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비록 감추고 싶은 가족사, 힘든 성장기를 거치고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한 가엾은 사람이었지만, 그 스스로 그의 재능을 알고 있었으며, 그 재능을 활용하기 위해 타인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남을 자신에게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 대단한 굼벵이다. 역사적으로 길이 남은....



안데르센의 꿈 이야기


안데르센의 꿈은 가수였다. 그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했다. 보다 넓은 곳에서 자신의 끼를 맘껏 내놓고 싶어했다. 무대에 서면 온갖 갈채와 칭찬을 직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겁 없이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으로 올라왔으며, 오디션에 도전하였다. 하지만 오디션 중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그만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가수의 꿈을 접고 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었으나 그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무대 각본가를 지향하였으며, 시인, 소설가 등으로 글쓰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처음부터 그가 동화를 썼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연극 각본과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글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글은 어른으로서의 재능을 갖춘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동화를 쓰게 되고, 그의 성향이 동화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엄청난 대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비로소 그가 원하던 유명인이 된 것이다.


안데르센의 진짜 꿈은 무엇이었을까. 작가였을까. 가수 또는 배우였을까. 그의 꿈은 남의 관심을 받는 것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처럼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었다. 무대 위에서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받는 것이 그의 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 꿈을 이루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다음을 보자.


자유를 위한 전쟁도 사회의 모순을 추구하는 일도, 신과 인간의 갈등도 주제로 선택하지 않은 안데르센이 오로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안데르센은 항상 자기 마음 속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주위 사람들과 관계했다.(210P)


그는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원만하며 적절한 사회관계를 잘 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자기 내면탐구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을 통해 자신을 키워야 하는지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수만가지 방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자신과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으며, 그 재능을 이용해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안데르센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활용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의 재능은 맍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만약 그가 세상과의 관계 개선에 목을 맨 채 밥벌이에만 주력했다면 지금의 안데르센은 역사에 없을 것이 틀림없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찾고,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간 안데르센. 그의 끝없는 도전이 비록 독신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동화작가로서 그의 탄생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기억하게 만들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미운 오리 새끼>를 통해 우리에게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나는 못 생긴 아기 오리였지만 지금은 성공해서 백조가 된 남자랍니다.”(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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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7 10:07:10 *.210.3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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