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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4일 08시 17분 등록

I.       저자 소개

 

제임스 엘킨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학부에서 영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회화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학부시절부터 키워온 미술사에 대한 열정으로 전공을 바꿔 시카고 대학에서 미술사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고 현재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 외 저서

 

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회화란 무엇인가

당신의 눈을 사용하는 법

이미지 영역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들어오는 글귀

1장 단지 색깔 때문에 울다.

 

23 또한 로스코는 20세기 주요 화가들 중에서 사람들이 자기 그림 앞에서 울 수도 있다고 인정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1957년에 한 인터뷰에서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들은 내가 그 그림을 그릴 때 겪은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38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지나치게 밝은 빨강과 노랑으로 칠한 화려한 캔버스들이었다. “나는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꼼짝 못하고 자리에 않아만 있었어요”라고 그녀는 당시를 회상했다. “말 그대로 몸이 덜덜 떨렸됴.” 그녀에게 그 그림들은 “죽음을 말하고”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갤러리 직원에게 가서 “누군가가 그를 잡아 줘야만 해요”라고 말했다. 로스코는 열 달을 계속 그렇게 지내다가,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38 색깔들 사이에서 어슬렁 거리던 관람자들은 갑작스런 계시가 내리지 않으면 결국 자기 내면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 그 텅 빈 형태들과 모호한 색죠,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형체들을 보며 마치 그것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양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43 한 방문자가 쓴 대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받는 완전한 고통”을 느꼈다. 그림 속의 모호한 형체들은 내가 곰곰히 생각해볼 수도 있도록 자신을 내보였다. 어떤 것들은 멀게 느껴져서 나는 그것들을 풍경 속의 머나먼 산들을 보듯 바라보았고, 어떤 것들은 멀게 느껴져서 나느 그것들을 풍경 속의 머나먼 산들을 보듯 바라보았고, 어떤 것들은 코앞에 있는 듯 아주 가까워 보였다. 나는 내가 보았다고 생각한 형체들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 그림에 집중했다가 잠시 눈을 풀고 다시 집중 하기를 반복하면서 계속 예배당을 들러보았다. 나는 유연하지만 만져지지 않는 부드러움 속에서 진이 다 빠져버린 것 같았고 거의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장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울음

 

46 눈물을 강요하는 것. 눈물을 강요하는,눈물을 만들어 내는, 눈물을 듣게 하는, 눈물을 떨어뜨리는, 눈물을 흘리는, 눈물을 닦는,…..눈물로 세례를 받는, 눈물 자국이 난, 눈물이 맺힌, 눈물이 뿌려진, 눈물로 시야가 가려진, 눈물 섞인, 눈물로 이루어진, 눈물이 이슬처럼 맺힌, 눈물을 경멸하는, 눈문방울 떨어진, 눈물에 빠진, 뭄눌로 가득한, 눈물로 충만한, 눈물로 깨끗이 씻겨나간, 눈물 겆은, 눈물에 지친, 눈물을 뒤어짠,……눈물을 품은 …눈물처럼 맑은, 눈물 같은, 눈물 모양의, 눈물에 굶주린…….

-옥스퍼드 영어 사전 ‘눈물’으 뜻

 

49 때로 철학은 무질서한 생각들의 범람을 막는 제방 구실을 한다. 철학자들은 그 제방을 언제나 잘 손질해두는데, 그들이 우는 일이 드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이 간혹 흘리는 눈물은 둑에 막 생기기 시작한 미세한 금 같아서, 간혹 한 번씩 한 방울 새어나올 뿐이다. 철학의 입장에서 로스코 예배당은 분명 위험한 장소이다. 정돈된 사고와 예측들은 끊임없이 압박을 받다가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 부서지고 분해된다.

 

50 리뉴 공 샤를 조제프도 그 중 한 명 이었는데, 그는 울음 같은 사소하고 ‘여성적이며’ 무의미한 감정들을 섬세한 감성으로 받아들였다. 프랑스 문학게에서 ‘감수성’이라고 부른 그의 이런 특성은 대단히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 되었다.

 

51”하지만, 눈물은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요! 그것은 흔한 감정이고, 대상도 알 수 없는 감수성의 분출입니다. 수많은 생각이 서로 만나고 있는 이 순간, 나는 슬픈도 없이 울고 있습니다.”

 

54 인간 외에 이런 우는 습성을 지닌 생명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감정적으로 혼란을 느낄 때 우는 것은 일부 영장류와 코끼리와 비버뿐이라고 한다.

 

54 반면 인간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두고 운다. 양파를 까다가도 울고, 우유를 엎질렀다고 울고, 바늘에 실이 꿰어지지 않아 짜증을 내며 울기도 한다. 너무 심하게 웃다가, 혹은 너무 피곤해져서 울기도 한다. 다른 누군가가 우는 소리를 듣다가 따라 울 때도 있다. 우리가 울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공포와 좌정감 때문에 울고, 기쁨과 슬픔 대문에, 너무 적게 또는 너무 많이 자서, 참을 수 없는 슬픔이나 단순한 따분함 때문에, 미래에 대한 생각과 과거의 기억 때문에도 운다. 운다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어서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또는 어떤 것이든 의미가 될 수도 있다.

59 한 프랑스인은 자신의 아내와 함께 터너의 수채화를 보기 위해 런던으로 여행 간 일을 써서 보냈다. 그들이 함께 테이트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을 때 아내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아내는 전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며칠간 런던에서 지낸 것 행복해했고, 터너의 작품을 좋아하긴 했어도,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죠.” 그녀이 뱜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아내에게 뭐가 문제냐고 물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나도 몰라요”밖에 없었다.

 

60 나는 그녀가 끝까지 모르길 바랐다. 그 편지는 그대로도 완벽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부조리한 설명보다 더 경이롭고 불가해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녀에게는 팔이 없었지만 키는 정말 컸다.” 그렇게 난해한 문장만 아니었다면 이 책의 제목으로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로빈은 “아름답고,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무엇, 비록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작지만 완벽한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자신의 야심이라고 말했다. 나는 승리의 여신상을 묘사한 그 문장에서, 그녀가 그 일을 해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61정말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눈물 자체가 아니라(나는 눈물의 역사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론과 논점을 제시할 수 있다). 울음에는 항상 아주 조금이나마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승리의 여신이 팔이 없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플 것까진 없다. 그러나 로빈에게 그녀는 키까지 컸기 대문에 그 앞에서 우는 것이 당연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이지만, 한편으론 말이 되기도 한다. 엄청난 사고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사람이 들려주는, 조금은 혼란스런 얘기와 같다.

 

64눈물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순, 하나의 부조리이다.

 

66 우리에게 격한 좌절감으로 두 손들게 만들고, 어떤 미심쩍은 이론의 가지 위로 황급히 기어오르게 한다. 눈물이 논리적이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받은 편지들 중에는 울음에 대한 정교한 이론을 제시한 편지들도 있었다. 어떤 것들은 온갖 용어와 정의와 흔들림 없는 확신들이 한 페이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런 편지를 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신비로운 조화, 내적인 리듬, 감정적 경제성, 감춰진 친화력 같은 개념들로 가득한 듯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설명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기이하고 말없는 눈물을 철학 이론으로 설명해보려는 욕망에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69 나 역시 사람이나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딱히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그 대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셉, 스셉’하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이상은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71 그림이 아름다워서 울었다고 내게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름다움’이란 단어는 달콤하게 들리긴 하지만 거의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스셉’이든 ‘모이’이든 ‘아름다운’이든, 모두 나름의 향기를 지니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세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3장 색채의 파도에 휩쓸려 울다

 

80 “만약 내가 진짜가 아니라면,” 모든 게 너무도 우스꽝스러워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가볍게 웃어 보이며 앨리스가 말했다. “울 수가 없었을 거야.”

“그 눈물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트위들덤이 심한 경멸이 단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저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난 알아.” 앨리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우는 건 바보짓이란 것도’ 그래서 앨리스는 눈물을 훔쳐내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_루이스 캐럴, ‘거울 나라의 앨리스’

 

84 “그러다가 그 그림의 찬란함을, 그 빛을 보기 시작한 겁니다. 심장을 너무 혹사시키고 있었는지,당장 쓰러지기라도 할 것처럼 아주 피곤했죠. 눈이 피곤해서 였는지, 어쨌든 나는 색깔들이, 색깔들이 파도가 나를 향해 밀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바로 그때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걸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든 내가 그 그림 너머를 볼 수 있다는, 그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눈은 눈물로 가득차 초점도 제대로 맞출 수가 없었고요.”

 

85 관광객들이 처음 프란츠와 같은 경험을 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820년대부터 였다. 그들은 울기도 하고 떨기도 했으며, 기절도 하고 괴성고 지르고, 열이 오르거나 환각도 보았다. 이런 히스테리의 가장 유명한 예는 소설가 스탕탈의 경우인데, 그는 1817년 1월에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 일종의 신경쇠약을 앓았다. “나는 일종의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라고 그는 털어 놓았다. “나는 예술과 열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천상의 감각을 경험했다. 베를린 사람들이 ‘중추’라고 부르는 산타 크로체를 떠날 때 내 심장은 지나치게 빨리 뒤고 있었고 몸에서 생기가 거의 다 빠져나가버린 것 같았다. “

 

90 셸링에서 키츠까지, 리뉴공에서 콜리지까지 낭만주의 작가들은 체계적인 지식에 맞서 개인의 강렬한 경험을 중시했고, 의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정도까지 천재 예술가 숭배를 조장했다.

 

97 스탕달 신드롭을 앓아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미술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감정적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헐떡거림을 멈추지 못하고, 또 어떤 이는 맥박이 빨라지는 일 같은 건 전혀 경험하지 못한다. 이 둘은 거울에 비친 상처럼 정반대이다. 이들은 양쪽 모두 정상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서로 반대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99 트웨인을 알았다면 아주 좋아했을 일이다. 스탕달 신드롭에 감염되어 고통받고 있다면 트웨인 두 알을 복용하세요. 당장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미국식 실용주의를 복용하면 유럽에서 옮은 문화 바이러스는 깨끗이 치료된답니다 .

 

101 스탕달 신드롭과 트웨인 질환의 역사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그림 앞에서 겪게 되는 기이한 경험들도 사물에 대한 인간의 반응의 일종이므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프란츠나 브리기테나 카밀과 함께 여향한다면 편안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볼 떄 반드시 자신을 완전하게 통제해야만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102 그림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일이 꼭 쉬워야 할 이유는 없다. 그림들은 우리를 자꾸 잡아당기고, 세상에서 조금씩 벗어 나도록 끌어당기는 특수한 물건이다. 그리은 내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나를 내버려두지만 그 앞에 멈춰 서서 어느 정도 그 속에 빠져들도록 자신을 내버려둔다면 어떤 이링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카라바조는 프란츠를 성적인 발작 상태로 몰아넣었다. 경건한 피렌체인들 중에서도 특히 온화했던 프라 안젤리코는 브리기테에게 현기증을 일으키고 심장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들었다. 마사초는 카밀을 속수무책의 웅덩이 속으로 빠뜨렸다. 그들은 분명 당황스러웠겠지만, 그것은 진정을 다해 뭔가를 바라보는 행위에 따르게 마련인 위험인 것이다. 우리 가운데 (마크 트웨인을 제외하고) 어떤 그림도 우리를 감동케 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확신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또 우리 중에 예술에서 아무런 영향도 받고 싶지 않아고 말한 만큼 피상적인 사림이 있을까? 현실 속의 우리를 충격에 빠뜨릴 힘이 없다면, 그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뭔가를 본다는 행위는 해내기 어려운 일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102나는 암스테르담에서 편집자이거나 번역자로 일하고 있는 로브 클링켄베리가 보낸 편지도 받았다 그는 알젤름 키퍼의 암울한 풍경화들을 보면서 운 적이 한 번 있다고 말해 주었고, 그림이 어떤 종류의 주의를 요하는가에 대해 열힌 마음과 예민한 눈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키퍼와 로스코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는 좀처럼 울 것 같지 않고, 오히려 한 번은 박수를 치고 싶은, 거의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103 “그 그림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거기에 바싹 다가서서 손을 따뜻하게 데우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치켜들었어요. 박수를 치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곧 바로 같은 짓이라는 여겨져 그만뒀습니다. 손뼉 소리는 그림과는 썩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103 그래, 그건 미친 짓이다. 그림 앞에서 박수를 치는 것. 그런데 정말 그런가? 스탕달 신드롬의 역사를 살펴보면 눈물이 절절한 만남을 증명하는 유일한 리트머스 테스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너무나 제멋대로이다. 로브는 박수를 치는 일에 확신이 없었고, 나역시 그렇다. (그랬다면 분명 경비원들의 주의를 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잠결에 누군가에게 응시당하고 있는 듯한 그 느낌,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리는 것 같은 기분,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 이런 것들은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확실한 징조이다.


4장 번개에 맞아 울다.

 

107 서부에 있는 한 대학의 영문학 교수는 자기 아내가 그린, 아무도 없는 정리되지 않은 침대 그림에 대해 써 보냈다. 그 그림을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다른 남자와 연애를 했다고 한다. 어느 말 교수는 침실에 혼자 있었다. 침대 옆에 서서 우연히 그 그림을 쳐다보게 된 그는 마침내 그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그의 아내가 저버린, 그들 부부의 침대였던 것이다. 그는 울기 시작했다.

 

109 신경과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한나 파즈더카-로빈슨은 내게 자신이 갖고 있는, 말들이 “핏빛배경을 뒤로하고 달려가는”모습이 담긴 그림에 관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그림은 한동안 그녀의 침대 위에 걸려 있었다. 그녀가 약혼가와 헤어지지 한 달쯤 전인 어느 날 아침, 그녀는 그 그림을 응시하면서 “정말로 꼼꼼하게 그림을 뜯어보고 있는”자신을 발견했다. 갑자기 그녀는 울기 시작했고, “몇 분 동안 멈출 수 없었”다

 

111한나와 영문학 교수 두 사람 모두 사람이 아니라 그림에 반응하고 있었고, 둘 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던 중에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훗날 한나는 그 그림의 ‘핏빛’배경에 대해 곰곰히 생각 해보았다. “사실 애초에 내 관심을 끈 것은 바로 그 그 배경”이었다고 그녀는 썼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명확히 그려볼 수 있는 건 해질 무렵 산을 배견으로, 붉은 사막을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백마의 모습뿐입니다.”그것은 분명 매우 극적인 장면이었을 것이고, 제리코나 들라쿠루아의 낭만주의 회하에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112 침ㅂ실에 걸린 그림들에 대한 이 두 사람의 편지 읽고 나는, 그림 앞에서 울었다는 이야기라면 거의 어떤 종류의 것이든 그 사람의 사생활뿐 아니라 실제로 그림 자체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핏빛 배경에 질주하는 말을 그린 그림이면 어느 것이든 격정적이고 ‘다소 위험하게’보일 것이다. 정리가 안된 침대를 그린 그림이 외로움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게 마련인 것처럼, 이들은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단지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뿐이다. 덕욱이, 그러면 안 될 이유는 또 뭔가? 결국 자기 침실에 걸려 있던 그림들인데.

 

117 한 사람은 내게 자신을 울게 만든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보내기도 했는데,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내가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약 20분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또 나는 인도의 카일라사 사원 근처의 성스러운 샘을 보았을 때도 울었고, 남근상 제단 앞의 회당에서도 울었으며, 토리노의 성의 예배당에서는 올라가는 계단에서, 그리고 회색 예배당의 정교한 돔 아래에서도 울었고, 프놈펜의 자야바르만 7세의 초상화를 보면서도 울었습니다.”

 

119

1. 평균적인 반응이 극단적인 반응보다 낫다.

2. 잘 우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렵다

3. 운다는 것은 사실 전혀 보는 것이 아니다.

4. 잘 우는 사람은 자기 중심적이며 자신의 일이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5. 그림 앞에서 울었다면 그건 운 사람의 잘못이다.

6. 울음은 대부분의 화가가 감상자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아니다.

7. 냉철한 고찰이 그림에 대한 가장 좋은 반응 유형이다.

8 감정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9. 외국어처럼 그림은 배워야 하는 것이다.

10. 그림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술사 교과서를 읽는 것이다.

 

나는 이 불평들을 하나씩 잘 들어볼 것이다. 지금은 그중 하나만 살펴볼텐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수준의 오해라고 할 수 있다.

 

121 미술사학자 E.H. 곰브리치는 내게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렘브란트의 그림 ‘눈멀게 되는 삼손’이 너무 폭력적이어서 자기로서는 참고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림 속에서 사나운 병사는 삼손의 눈에 칼을 찔러 넣고 그 고통 떄문에 삼손의 발가락은 동그랗게 구부러져 있다). 현대회화 중에는 고의로 반감을 유도하는 그림들도 있다. 코펜하겐에 있는 루이지애나현대미술관은 90년대 중반 에드키엔홀츠의 조각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었다. 사람들이 그 조작을 볼 때마다 구토를 하는 통에 상설전시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포스트 모더니즘 작품들 중에도 본질적을 웃기는 작품이 많다. 그중 하나만 예로 들어 보면,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쓴 카드를 든 손을 찍은 바바라 크루거의 사진이다. 어떤 경우든 사람들을 웃고 창백하게 질리고 구토를 하게 만들 것은 바로 미술 작품 그 자체였다.

 

122 생각해 보면 미술관은 우리를 울릴 만큼 슬프거나 기이하거나 강렬한 그림들로 가득하다. 옛 거장들의 전시관에 가면 성모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그리스도의 죽음 앞에 울고 있는 십자가 책형을 그린 그림들을 볼 수 있고, 현대 미술 전시관에는 궁핍한 가족들과 앓거나 죽어가는 사람들(나는 지금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을 떠올리고 있다)의 그림들이 있다. 또 많은 그림이 덜 명시적이지만 슬픔을 담고 있다. 폐허와 활량한 풍경과 시들어가는 꽃과 썪어가는 과일들, 외로운 사람들을 그린 그림들도 있다. 목록을 뽑아 볼 필요도 없다. 어느 미술관이든 찾아가보면 굉장히 많은 그림이 행복 이외의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공연하게 우스꽝스럽거나 외설적이거나 공포를 유발하는 그림들은 지국히 소수에 불과하다. 다른 많은 그림이 우리게게 가능한 한 강한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123 갑작스런 충격이라는 개념은 나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생각해 보면 교수는 번개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충격은 갑작스럽게, 난데없이 찾아 왔다. 그림을 보고 있느 사람의 정신 속에서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는 기분과 생각들은, 폭풍우의 예측 불가능한 비바람과 매우 닮아 있다. 강렬한 그림은 뇌우가 일 때의 변화무쌍한 바람처럼 격력한 감정과 예기치 못한 기분을 야기한다. 강력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이 우리 색각을 이쪽 저쪽으로 마구 몰아대는 듯 강타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125 아마도 우는 것, 또는 갑작스런 충격을 받는 것 자체가 회화하는 기상 체제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불안정함을 느끼고 그림이 당신의 생각을 밀거나당긴다고 느끼는 것은 바람을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 당신이 울기 시작한다면 구름들이 마침내 부서지고 비가 쏟아지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면, 그것은 벼락을 맞은 것과 같다. 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 번개를 맞는 것은 더욱더 드문 일이다. 그러나 비와 바람과 천둥과 번개는 회화라는 거대한 기후 체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다. 눈물은 느닷없이, 그림의 의미와 전혀 무관하게 흘러내리는 것이 나이다. 그것은 바로 폭풍우의 중심에서 오는 것이다.

 

126 나 역시 그림에서 이상한 바라밍 불어오는 것을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지만, 그때마다 해설을 읽거나 다음 그림으로 넘어감으로써 덧문을 닫아 걸었다.

 

128 나는 루빈의 심리 분석이 전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그림 속에는 남자의 아내가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어떤 기억들을 교란시키는 뭔가가 숨어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방식으로 그림에 반응한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지만, 동시에 루빈과 남자의 아내 모두 (그들 각자의 몹시 상이하지만 똑같은 정도의 개인적인 방식으로)그림 속의 불안한 ‘텅 비어 있음’에 반응한 것은 사실이다. 남자의 아내는 그것을 통렬하게 느끼고 울지만, 루빈은 역사가로서 자신이 느낀 것을 이론화한 것이다.

 

129 미술사학자는 미심쩍을 정도로 침착하고, 이는 마치 허리케인의 중심에 자리잡은 기분 나쁜 고요함 같다. 반대로 여인은 의아할 정도로 평정을 잃고 있고, 마치 다른 사람은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폭풍우 속에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129 앞에서 언급했듯이 눈물은 먼나라에서 돌아온 여향자들과 같다. 사람들이 강한 무언가를 느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감정이 충분히 고조가 되었을 때 내달리면 어떤 감상자라도,”실제 세계와 모순된다 해도 그 자체의 규칙을 강요하는”또다른 세계 속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베르트랑은 말했다.

 

131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든, 눈물을 흘린 사람들은 그 그림을 경험했고, 그것에 반응했으며, 한순간이든 일 분이든 그 그림 속에서 살았다 따라서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대 그들이 하는 말은 충분히 가치 있고 또 진실한 것일 수 있다.


III.    내가 저자라면

 

주제 의식이 있는 책 그러나

 

그림과 눈물. 이 책의 저자는 그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혹은 어느 때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풀어가고 있다. 그림에 대해서 이렇게 한 가지의 감정(?) 혹은 반응 눈물에 대해 풀어간 점. 쉽게 말하자면 주제 의식이 있는 책이라는 것은 상당히 좋은 책 쓰기 방식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러나, 저자는 명확한 주제에 대해서 썩 잘 풀어간 사람은 아닌 듯 하다. 그것은 아마도 주저리주저리 늘어 놓는 식의 학자풍의 글쓰기 스타일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할 말이 너무 많았고 미술사학자로서 지식도 너무 많았다.

 

할 말이 너무 많은 책은 독자를 강하게 이끌지 못한다. 이것이 이 책이 흡인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다.

 

내가 저자처럼 그림과 눈물에 대한 책을 쓴다면 이보다 훨씬 간결하게 쓰고 싶다. 그리고 미술사학적인 지식 보다는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강렬한 느낌에 대해서 더 자세히 써 보고 싶다. 필시 저자는 그림을 너무 많이 연구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것도 머리로만.

 

       감성적인 주제에 대한 이성적인 연구 ? 미술사학

 

저자의 읽어 가면서, 저자에 대한 연민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매우 감성적인 주제 혹은 분야인 미술사학. 그림을 보며 그 그림의 뜻을 연구하는 자로서 살아가면서 그는 그림에 대한 순수한 감정  -- 여기서는 눈물 ?을 점점 잃어가는 삶을 살고 있는 듯해 보인다. 유추컨대, 그가 처음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을 택해서 공부를 시작할 때 미술 작품에 대한 태도는 순수한 감성적인 면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점점 그 순수한 감성을 잃어 버리고 머리로만 읽는 미술사학자가 되어 버린 게 아닐까 싶다.

 

이런 면에서 일반 독자들은 미술사학이라는 공부를 하는 전문가의 글들이 난해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가장 감성적이어야 할 주제를 이성적으로 풀이를 하는 것이 일반 독자들에게는 먹혀들 수가 없어서 일 것이다.

 

미술에 대해 책을 쓰고 싶은 나로서는 이 점을 잘 활용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술 먹는 자리에서 이 책을 생각해 내고서 그 다음날 내게 보내 준 친절한 재엽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을 통해 주제 의식에 대해서 배웠고, 감성적인 대상- 미술작품-을 풀어가는 면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은혜에 보답하려면 책을 잘 써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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