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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일 08시 25분 등록
 

내 인생의 첫 책쓰기

오병곤, 홍승완 지음/위즈덤하우스


1. ‘저자에 대하여‘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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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첫만남은 재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변경연이라고 하는 곳에 써포터즈(지금의 변경사모 함성)를 통해 오프모임상으로는 처음으로 발을 디디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얼마 지나니 않아 서울에서 초아선생님의 북세미나가 열렸었는데, 그때 뒷풀이에서 저자 오병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나와 동갑이며, 그해 연초에 첫 책인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를 냈다는 것뿐. 생김새가 어떠했는지 어떠한 사람인지 잘 모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첫만남에서는 명함만 교환하고 얼굴만 대면하는 짧은 순간으로만 지나쳐 갔었다.


그리고 그해 초겨울. 내가 9월에 꿈벗 프로그램을 다녀오고 몇 달 후, 꿈벗 14기 몽정기간에 저녁자리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꿈벗동기인 지연씨가 지리산 단식원에서 단식할 때 며칠 같이 있으면서 알게된 ‘줌마’ 경숙씨도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저녁시간 약속 장소에 한사람씩 한사람씩 동기들이 모이고, 모처럼 만나는 얼굴들에 반가움이 일었다. 손을 잡고, 덕담을 나누고 분위기는 금새 화기애애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경숙씨가 도착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옆에 누구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바로 ‘남편’ 오병곤이었다.


모처럼만의 아내의 외출에 외조를 하기 위해, 그리고 어두운 밤길 에스코트를 위해 같이 참석한 것이었다. 그도 꿈벗 출신이라 우리는 꿈벗이라는 선후배의식 속에 금새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저자와 나는 그날 동갑이라는 이유로 말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주치는 술잔과 더불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구본형사부님은 제자인 그를 ‘성실한 독종’이라고 표현한다. 나 또한 그 의견에 동감한다. 그는 성실하며, 꾸준한 독종이다. 모케이블 TV에 등장했을 때 나온 제목처럼 ‘자기계발의 달인’이기도 하다. 1년여의 기간을 투자해 기술사 자격증을 따낸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자기계발, 목표의식에 몰입하는 지 알수 있다. 그는 리더 기질이 있다.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빠르며 실행력 또한 강하다. 그러다 보니 일을 추진함에 있어 힘이 있다. 책임감이 있으며, 맡은 바 일에 있어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한다. 또한 맏형으로서의 역할도 잘 하고 있다. 부서장을 맡게 되면, 자신의 부하들을 최대한 챙기려고 노력한다. 이야기를 경청하며 조언을 해주며, 때에 따라서는 인생 선배로써의 앞으로의 길에 대한 상담까지 해 줄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부하들을 대한다. 그러다 보니 그를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바쁘다. 1주일에 최소 2,3일은 술을 마셔야 한다. 본인이 술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 혹은 자신이 사람들을 찾아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는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그런 자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몇 년 후 자신만의 회사 하나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바디숍처럼 영적이고 미라이공업처럼 유쾌하며, IDEO처럼 창의적이고 유한킴벌리처럼 사람을 중시하는 가족 같은 공동체’ 같은 그런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회사의 구성원 각자가 1인 기업의 CEO가 되어 프로젝트 단위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객의 영혼을 움직이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회사 자체가 삶의 큰 희망이고 기쁨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몇 년 후 그 모습을 볼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길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장벽이 비록 높고 힘들어 지금 미래의 희망을 바로 현실로 가져오기 어렵지만, 이 척박한 현실에 그가 바라고 원하는 회사의 모습이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지고 있음은, 그의 성격이나 인품 그리고 ‘성실한 독종’으로 살아오는 그의 삶 하나하나를 뜯어 보더라도 조금도 의심할 필요가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의 건투에 박수를 보낸다.



홍승완


지금으로부터 3년전 처음 본 저자의 모습은 말 그대로 ‘애송이’같아 보였다. 그의 글에서 느껴지던 성숙미와 원숙미는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희멀건한 얼굴을 가진, 다소 날티까지도 나보이는 그런 젊은 애의 모습이 바로 저자의 모습이였다.


변경연의 스타이자 사부님의 애제자라는 감히 쳐다보기 힘든 타이틀을 가진 그는 첫만남의 장소에 다소 늦게 도착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 맥주를 홀짝거리며 담배를 계속 피워대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주타겟은 이쁘고 젊은 여자들과의 대화였다. 다소 소심하고 수동적이지 못한 나는 그와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는 나에게 제대로 된 눈길 한번 주지 않았었다. 나는 그에게 나 나름대로의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첫인상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다.


그 전 그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실 몇가지는 감성이 풍부하여 눈물이 많고(박승오와 더불어 ^^), 어리지만 글쓰기의 깊이와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아는 그런 괜찮은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선입관은 그를 실제로 대면하자마자 단박에 박살나고 말았다. 색깔있는 안경에 다소 내리깔은 듯해 시건방져 보이는 듯한 눈매(?), 맺고 끝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불안정한 말투와 안정적이지 못한 어톤. 담배를 피울 때의 거들먹거리는 듯한(?) 자세까지 그는 내가 그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그에 대한 좋았던 선입관을 일시에 깡그리 사라지도록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만남에 대해 올린 후기에서 나는 그러한 나의 마음을 속이고 말았다. 그 당시 후기에 쓴 저자 홍승완의 부분만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홍승완님 : 홈페이지에서 생각하고 있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달라도 엄청 다르신 분. 배반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글과 형상이 다르신 분. 그.러.나 가슴의 열정과 뿜어져 나오는 햇살은 그 배반까지 잊어버리도록 해 주신 분. 헤어지는 순간의 포옹은 그리고 ‘재우형’하고 부르던 한마디는 그의 진실함이 가식이 아니란 걸 절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담부턴 내가 으스러지게 안아주마. (2007. 4. 16일 작성)


그 만남 이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시간도, 나도 그리고 그에게도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우리는 같이 성장했으며, 진화하였고 좀 더 성숙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그에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찾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다소 건방져 보이며, 눈을 반쯤 내리깔고 과히 듣기 좋지 않은 목소리로 크게 말을 한다. 여전히 그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그는 변경연에서만큼은 나의 대선배이다. 1기 연구원이니까. 나는 까마득한 4기일 뿐이고.


작년말 저자의 이 책 <내 인생의 첫 책쓰기>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책을 구입하여 저자에게 싸인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역시나 당시도 그는 꽤나 거들먹거리며 싸인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반드시 모사이트에 서평을 올리라고 ‘명령’을 했던 것도 같다. 나는 어설픈 반감 때문에 서평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에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선배의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꽤나 시간이 늦어졌지만 이제야 리뷰를 올리게 된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은 거의 없지만, 선배로써의 그에게는 다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한마디 꼭 하고 싶다.


“선배님, 선배님께서 이해하세요. 그러게 선배님께서 평소에 잘 이끌어 주셨어야죠~ ^^”



하지만 이러한 과거의 인연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 홍승완을 좋아한다. 저자 홍승완의 완벽함보다도 다소 어설픈 건달 같은 약간 모자란 인간 홍승완이 나는 좋다. 왜일까? 그는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을 하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단 하나의 매력이란 바로 그가 '소심'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나와 같은 과(科)였던 것이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선배인가~!! ^^; 소심한 선배여~, 우리 소심한 사람끼리 함 뭉쳐 소심하게 소주한번 빨자~!! ㅎㅎ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추천사 나는 쓰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내들은 마흔에 함몰당한다. 의미의 소멸에, 지금의 초라함에,인생이 저물고 있다는 초조감에, 그리고 이렇게살 수 없다는 각오레도 불구하고 어쩌지 못하는 현실에 절망하며 무릎을 꿇게 된다. 그 역시 마흔이라는 나이의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5P)


독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스승들에게 배우는 작업이다.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하고 따라하게 한다. 독서가 글을 소비하는 것이라면, 쓰기는 글을 창조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문명의 시작이다. 글을 씀으로 인류의 문명에 참여하는 것이다.(6P)


전업작가만 쓰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가 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일 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유명한 사람들이야 대신 써 줄 사람이 줄 섰지만 평범한 사람은 자기 외에는 써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쓰기는 사라지느냐 남느냐의 문제다. 쓰면 남을 것이고, 쓰지 않으면 잊혀질 것이다.(6P)


나는 작가로서 혁명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좋다. 마치 속을 홧홧거리게 하는 독주위 맛과 같다고나 할까 나는 늘 혁명의 일부이기를 바랐다...모두들 달려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써댈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다른 삶들이 만들어 낸 지식을 소비하는 것만으로는 만족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 그것의 바탕이 바로 쓰기다.(6P)


쓰기는 지식의 창조작업이다. 창조의 시대에는 쓰기를 하지 않고서는 주류가 될 수가 없다. 미술과 음악 역시 언어다. 어떠한 이야기를 물감과 악기라는 도구를 사용해 형상과 선율로 표현하는 것이 미술과 음악이다. 즉 이야기라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리든지 연주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자는 누구나 쓰고 싶어한다.(7P)


아마추어 작가들의 시대, 누구나 자신의 책 한 권쯤 갖고싶어하는 시대, 누구나 지식의 창조에 참여하는 시대,나는 그런 혁명적인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 책이 그런 창조의 시대를 여는 트럼펫이 될 것이다.(7P)



프롤로그 나의 길을 찾고 나를 구원하는 책쓰기


책은 누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쓰고자 하는 욕망과 이를 뒷받침할 성실성이 바탕에깔려 있어야 한다. 책을 쓰기로 결심 했다면 날마다 조금씩 이라도 꾸준히 써야 한다. 그래야 책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딸 수 있다.(10P)


책은 집필한 사람의 영혼과 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므로 내가 가진 것들을 남김없이 쏟아부을 각오로 써야 한다.(11P)



1장 가치찾기

왜 책을 써야 하나


변하지않는 진실은 누구도 지속적으로 글을 쓰지 않고는 책을 출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왜 책을 쓰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분명하고 단호한 이유가 없다면 결코 책을 쓸 수 없다.(17P)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 Paul Johnson은 책을 쓰는 것이란 “어떤 주제를 체계적이고 목표 지향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축적해가면서 학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영?정조 대의 실학자이가 문장가인 이덕무도 후학들을 위해 만든 수양서인 《사소절 士小節》에서 “글이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한 번 써보는 것이 백배 낫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반드시 마음이 따라오므로 20번을 읽고 외운다 해도 공들여 한 번 써보는 것만 못하다.”라고 이른다.(18P)


책쓰기는 어떤 학습방법이나 과정과 결합되어도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왜냐하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책을 읽고 자료를 모아 분석하는 등 지난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거의 매일 읽고 생각하고 써야 한다. 때문에 한 권을 쓰려면 강한 의지와 체력, 그리고 끈기가 필요하다. 이보다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학습방법은 없다.(19P)


책쓰기는 최고의 자기계발 도구이며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는 발판이다. 책을 쓰는데글쓰기 능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책은 손이 아니라 생각과 발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19P)


경영의 그루 피터 드러커 Peter F. Drucker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전문가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자신의 성장을 휘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우수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우수한 능력을 갖추는 것은 스스로 만족감과 성취감을 갖도록 한다.”(20P)


책을 집필한다는 것은 자신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21P)


책쓰기와 전문가의 핵심역량의 상관관계


?전문가는 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책을 쓰면 인생에서 커다란 업적을 쌓게 된다.(성과달성)

?전문가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기계발을 한다. 많이 알기 때문에 책을 쓰지만 책을 쓰면서 많이 배우기도 한다.(학습)

?전문가는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책을 쓰면서 다양한 책을 읽게 되므로 자연히 문제해결력이 커진다.(문제해결)

?전문가는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책을 쓰면 핵심을 요약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향상된다.(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자기 분야를 대표하는 강력한 퍼스널 브랜드를 갖고 있다. 책쓰기를 통해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한다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브랜딩)

?전문가는 확고한 비전과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책을 쓰면 자신의 비전과 소명을 찾게 된다.(비전 수립) (21-22P)


풍부한 지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 이외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도 필요하다. 평생학습이 전문가의 핵심조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철학자 에릭호퍼 Eric Hoffer는 “급변하는 시대에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은 미래를 물려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과거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며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24P)


샐러리맨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긴급구호 전문가로 변신한 한비야는 늘 이렇게 다짐한다.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당장 시작한다. 그것뿐이다. 중요하 것은 일의 결과보다는 과정이고, 무엇보다 오늘,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과 책쓰기를 실행에 옮겼고, 그 책을 통해 오늘날 그녀 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29P)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에릭호퍼는 7세때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시력 또한 상실했다. 8년간의 실명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한 후에는 언제 시력을 다시 잃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독서에 매달렸다. … 8년간의 실명 상태,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 방랑, 자살미수, 등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은 파란만장한 것이었다. 실명의 경험이 그를 지독한 피관주의자로 내몰았지만 그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단순한 떠돌이의 노동자로 살 수도 있었지만 그를 독특한 사회철학자로 성장시킨 것은 언제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독서열과 저술, 아울러 떠돌아 다니며서 만난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길 위의 철학자’로 불러주었다.(30P)


인생의 절반은 일이 차지한다. 자신의 일과 방식을 계발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게 되고, 일보다는 돈에 전전긍긍하게 된다. 자신의 강점과 방식으로 일하고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들이 바로 고유한 브랜드, 즉 시장에서 불리는 자신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다.(31P)


우리가 살면서 자신에게 계속 물어야 할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들었거나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자기 분야를 대표하는 고유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책을 쓰는데 도전해보라. 책은 당신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데 튼튼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31P)


책쓰기는 자신의 묵은 고민과 어려움을 푸는 문제해결 과정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내입 안에 박힌 가시를 먼저 빼내야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첫책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구원하는 방편으로 삼는 것이 좋다.(32P)


책을 쓴다는 것은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고도의 지적 작업이다.(32P)


중국작가 루쉰은 “나는 생각했다. 본래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34P)


공지영은 사현수들의 자서전을 읽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연필로 마구 휘갈겨 글씨도 엉망이고 몬장도 형편없지만, 다섯 권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사형수들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느낄수 있었어요. 글이 주는 힘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해보면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그 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행복도 있고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아픔도 있다. 만약 잊지 못할 고통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직도 어둠 속에 갖혀 있다면 자신의 인생사를 써보길 바란다. 울고 웃고 아파하면서 남김없이 글로 쏟아내봐라 이는 버리기 위한 단순 행위가 아니라 창조적 배설 작업이다. 자신을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진정으로 보살피는 일이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그것을 내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글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새살이 돋는 방법이다.(35-36P)


쓴다는 것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하여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이다. 글쓰기는 자신만의 고립된 공간에서 대중을 향해 끊임없이 소통의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38P)


소설가 황석영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를 마치며 다음과 같이 소회를 털어놨다.

“광장은 방이 없다면 성립되지 못합니다. 방은 내밀한 곳이며 개인적인 공간이고 광장은 그런 개인이 소통하기 위해 나오는 공간입니다. 광장이 없다면 개인은 자폐되고 맙니다. 개인과 광장은 그야말로 모닥불과 장작의 관계죠. 묘하게 툭 터진 이 광장에 모여든 개인들은 저마다 개인의 언어를 가지고 소통을 시작합니다. 소통하는 동안 이해의 따뜻한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저는 이번 작품을 쓰면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무수한 광장의 벗들과 대화하면서 동시대의 글쓰기에 대해 오랜만에 신명을 느꼈습니다. 글 쓰고 덧글 다는 ‘폐인’이 되면서 나는 다른 이들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야말로 얼마나 큰 공부가 되며 상상력과 창조의 원동력이 되는 지를 경험했지요. 글쓰기란 최종적으로 세상과 대화하기 위한 행위니까요.”(39P)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 Michel Tournier는 “한 권의 책이 살아서 날 수 있게 되려면 바로 이 가벼운 새가 독자의 심장에 내려 앉아 그의 피와 영혼을 빨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한다.(39P)


글은 말보다 강하다. 글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다. 말은 내뱉는 순간 바로 사라지지만 글은 기록으로 오래 남는다. 내가 쓴 글이 책으로 엮여서 사람들의 책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 진다. 내 글이 읽는 사람에게 한 줌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마음이 환해진다. 내 책이 읽는 사람의 가슴에 메아리를 남길 수 있다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는 그런 책을 써야 한다.(40P)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 한 권을 읽음으로써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던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ou, 미국의 사회사상사- (40P)


때때로 소명은 밤하늘의 별처럼 다가온다. 깜깜한 밤에 별을 볼 수 있듯이 암흑 속에서 자신의 소명과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을 겪으면서 암흑 속에서 소명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 소명은 배움을 통해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소명은 삶의 어느 순간 전혀 기대하지 않을 때 불현듯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 소명은 인생의 전환점이자 변곡점으로 우리의 인생을 바꾼다.(43P)


책쓰기는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자 발견하는 열쇠다. 책을 씀으로써 우리는 삶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자신의 꿈과 소명을 발견 할 수 있다. 책을 쓰면 관심을 갖는 대상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긴밀한 만남과 공명이 시작되는 것이다.(43P)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의 꿈과 소명에 눈뜨고, 그것을 향한 설렘과 흥분을 일상으로 연결하는 것보다 위대한 일은 없다. 그리하여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고 어제의 나보다 발전된 오늘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꿈과 소명을 따르면 내일은 신화가 되고 내일의 나는 영웅이 될 것이다.(44P)


마흔을 목전에 두고 더 이상 이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엄습해왔다. 당시 나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개척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무언가 탁월하게 성취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 떠오른 것이 책을 내는 것이었다.(49P)


책을 내고나서 내 삶이 180도로 확 바뀐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내 위치가 한 단계 도약했고 많은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게 되었다. 무엇보다 값진 열매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이었다. 간절히 원하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다른 꿈들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50P)



2장 원칙 세우기 

어떻게 책을 써야 하나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매일 써야 한다. 책을 쓰는 것은 즐거움과 괴로움이 뒤섞인 과정의 연속이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때나 자기만의 원칙을 가슴에 품은 채 꿋꿋하게 나가야 한다. 자기만의 원칙은 책쓰기의 핵심이다.(57P)


책읽기와 책쓰기의 관계는 듣기와 말하기의 그것과 유사하다. 듣지 못하면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읽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책읽기와 책쓰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58P)



좋은 책이란 우리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에 변화를 주는 책이다.그런 책을 읽지 않으면 시간낭비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 John Ruskin은 “인생은 짧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책을 읽을 수는 없다”고 했다.(60P)


책쓰기를 위한 독서는 천천히 읽으며 음미하고 곱씹어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흡수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61P)


책을 쓸 때 주제와 관련된 도서는 최소한 정독해야 한다. 그냥 맛만 보는 것은 속독이고 위장에서 소화시키는 것이 정독이다. 편견을 버리고 스스로 그 책의 저자가 되어 역지사지를 하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프랑스 신학자 베르나르 디 클레르보 Bernard de Clairvaux는 사색없는 독서는 위태롭고 독서 없는 사색은 방황하게 만든다고 말한다.(62P)


책을 잘 읽고 잘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핵심을 이해하라. 책을 읽고 핵심 내용을 이해하고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독서의 기본이다. 둘째, 재미있고 좋은 사례를 찾아라. 좋은 사례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여 이해를 돕고 핵심을 명쾌하게 전달해준다. 셋째, 의미를 되새겨보고 발전시켜라. 책은 재료이지 완성된 음식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독서는 해석과 표현이 중요하다.(63P)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사색볼펜을 사용한다. 먼저 가슴을 후비는 문장이나 객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검정색으로 밑줄을 친다. 그중에서 특별히 인용하고 싶은 구절에는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나만의 단어목록에 추가하고 싶은 매력적인 단어는 초록색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과 저자 입장에서 생각한 점들을 파란색으로 빈 공간에 적어둔다.(64P)


독자는 또 다른 저자다.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또 다른 한 권의 책이 독자에 의해 쓰인다. 책은 독자의 수만큼의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65P)


책읽는 요령


?많이 읽어라. 많다는 것의 기준은 따로 없으며 한 달에 2권 이상 읽으면 된다.

?좋은 책을 골라 매일 같은 시간에 읽는다. 매일 꾸준히 읽는 것보다 좋은 독서법은 없다.

?책의 성격과 독서 목적에 따라 읽는 속도를 달리한다. 좋은 책은 반드시 정독한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이력과 이제까지 쓴 책, 이 책을 썼을 당시의 상황을 미리 파악해둔다.

?책을 읽고 반드시 독서노트를 기록한다. 중요한 내용과 가슴에 와닿은 구절을 발췌해 두고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 둔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질문은 따로 정리해둔다.

?매력적인 단어는 따로 표시해뒀다가 파일에 가나다순으로 정리한다. 이것은 나중에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글쓰기는 단어가 기본요소다.

?책 리뷰를 스크랩해뒀다가 출퇴근시간을 활용하여 읽고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해본다. 아주 좋은 공부이며 내공을 쌓는 지름길이다.

?평소에 가졌던 질문 목록에 책을 읽으면서 얻은 답들을 끼워넣는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글쓰기 주제로 삼는다.

?책 리뷰에 대한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간단하게 기록한다. (65-66P)



책읽기는 그 자체로도 유용하지만 책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읽지 못하면 쓸 수 없다. 쓰지 않으면 깊어질 수 없다. 깊어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66P)


‘근육학습 mussel learning’이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일종의 체화를 말하는데, 근육학습은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근육학습의 특징은 한 번 배우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동을 통해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 근육학습은 몸으로 익히는 수련 과정의 하나다. 수련에는 훈련, 자기규율, 지속성이 필요하다.(68P)


수련은 시간이 가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사고와 행동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요한다. 그렇게 때문에 수련에는 자기규율이 필수적이다.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스타인 Anton Grigoryevich Rubinstein은 “하루 연습하지 않으면 자기가 알고, 이틀 연습하지않으면 동료가 알고, 사흘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고 했다. 수련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자기자신이다. 수련에 성공하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69P)

매일 쉬지 않고 지속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련방법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그 일을 유일한 것으로 믿고 계속해야 한다.(69P)


글쓰기는 매일 꾸준히 해야 실력이 는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 중 글쓰는 시간을 따로 정해두는 것이 좋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글만 쓸쑤 있는 시간을 따로 정해 매일 꾸준히 써야 한다.(71P)


매일 글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글 쓰는 시간을 정한다. 둘째, 의자에 앉아서 쓴다. 셋째, 시간을 채울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넷째, 매일 반복한다. 이상 끝.(72P)


글쓰기에도 예열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글을 쓰는 것은 창조적인 동시에 자율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물러서거나 미루거나 포기하기가 쉽다. 때문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의식, 즉 자동적이면서도 단호한 행동방식을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77-78P)


글쓰기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에너지를 모은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에너지를 모으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전투에 임하는 각오로 에너지를 끌어 모은다. 어떤 행동이든 일단 의식으로 받아들이면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의식이 습관화 되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 거지?“라는 의문은 말끔히 사라진다. 의식은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생각할 여지를 없애준다.(78P)


글쓰기 엔진에 시동을 걸어주는 이런 의식들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어야 한다. 다른 누군가가 활용한 의식을 가져오거나 남이 만들어준 것은 효과가 없다. 둘째, 단순해야 한다. 시작의식은 기도, 명상과 참선, 자기암시와 같이 다양한 얼굴을 가질 수 있다. 어떤 행위든 시작의식은 실행에 옮기기 쉬워야 한다.(79P)


글쓰기 엔진에 시동을 걸어주는 자신만의 의식을 만들어 보자.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시작의식을 만들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우리는 이미 시작할 준비를 마친다. 글 쓰기를 하려면 자신만의 시작 의식이 필요하다.(79P)

글쓰기의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소법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 나탈리골드버그가 활용한 방법)


?짧은시간 (10분 혹은 20분)을 정한다.

?머리에 떠오른 첫 생각을 쓴다.

?펜을 놓지않고 계속 쓴다.

?편집하지않고 떠오르는 대로 쓴다.

?오탈자나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다.

?마음을 통제하지 않는다. 쓰는것이 목적이다.

?이런 과정을 매일 여러번 반복한다. (82P)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만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 마음이 통할 때 경계심을 허물고 마음을 움직인다. 웃으면서 글을 쓴 사람은 읽는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고,글을 쓰면서 울어본 사람은 읽는 사람을 울릴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전달하기란 어렵다. …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행위다. 내가 느낀 것, 생각한 것, 관찰한 것, 그리고 내 안에 있는 것을 솔직하게 그려보는 것이다.(85P)


《마지막 수업》의 작가 알퐁스 도데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묘사하는 인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야 한다.”(86P)


감정이입에 도움이 되는 좋은 훈련법을 소개한다.

첫째, 내면을 들여다 본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느낄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의 내면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중 자신이 무엇에 민감하고 무엇을 활용하는지 파악해둔다. 감각은 나와 환경 사이에 놓인 다리다.

둘째,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되어 본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 사람의 속마음은 어떤지 끊임없이 헤아리게 된다.

셋째, 문학작품을 많이 읽는다. 문학작품은 감정이입에 접근하는 손쉬운 통로를 제공한다.(87P)


글을 쓰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가슴에 맴돌던 생각이 명쾌하게 표현될 때의 기쁨, 딱 들어맞는 사례나 빈 곳을 절묘하게 채워주는 인용구를 발견했을 때의 환희, 시간을 잊은 몰입과 그 속에서 느끼는 에너지, 내가 글을 쓰는지 글이 나를 수단으로 삼는 것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글이 터져나오는 황홀경, 자신이 써놓고도 ‘어떻게 내가 이런 글을 썼을까?’ 하고 감탄하는 순간,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 그리고 내 이름이 박힌 따끈따끈한 책을 손에 쥐었을 때의 떨림, 이런 것들이 글쓰기의 즐거움이죠.(91P)


글쓰기는 불확실함과의 처절한 싸움입니다. 첫 문장의 부담감, 책상에 앉기 까지의 머뭇거림, 진부한 도입부, 튼실하지 못한 구성, 어딘가에 꽉막혀 전진할 수 없는 상태,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 뭔가를 쓰고 싶지만 고갈된 소재,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된 듯한 끔찍한 슬럼프, 몇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고쳐쓰기의 괴로움, 수시로 찾아드는 ‘내 주제에 무슨 책을 써’하는 자괴감, 과연 책으로 출간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 그리고 몇번씩이나 겪게 되는 출판거절, 이런 어려움은 책을 쓰는 거의 모든 사람이 겪는 일입니다.(92P)



글쓰기는 개인적인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천차만별이고 그만큼 글 쓰는 방법도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글쓰기를 헤파이스토스(노동의 신)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즉 글쓰기는 힘겨운 노동이라는 뜻이다. 또 어떤 이는 글쓰기를 뮤즈(예술의 신)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영감으로 가득 찬 놀이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즐겁다. 글쓰기는 괴롭다. 글쓰기는 놀이다. 글쓰기는 노동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글쓰기는 괴로운 일이자 즐거운 놀이다.(92P)


첫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를기대하기보다는 좋은 책을 쓰는데 주력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풀어놓는 일이 먼저다. … 첫 책을 쓰고 후회가 남아서는 안 된다. 내일 죽더라도 이것만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써야한다.(93P)


“쓰는 사람도 무엇을 쓰는지 모르고 쓰는 그런 ‘차원 높은(?)’ 원고 말고, 여기저기서 한줄씩 뜯어다가 오려붙인 그런 ‘누더기’말고, 마음의 창을 열고 읽으면 낡은 생각이 묵은 껍질을 벗고 새롭게 열리는 너와 나, 마침내 우리를 더불어 기쁘게 하는 땀으로 촉촉히 젖은 그런 정직한 책.” -어느 출판사의 사명- (95P)


좋은 책은 마음의 눈을 밝혀주고 너와 내가 한마음이 된다. 시공을 초월한 공간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첫책을 쓰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때 마다 우리는 이 글(어느 출판사의 사명)을 읽고 또 읽었다.(95P)


저명한 소설가 시드니 셀던 Sidney Sheldon은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 정복》에서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글감을 택하라.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글감을 발전시켜라.

?모든 단어들이 빛을 발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써라.

?그 다음에는 손톱을 깨물고 숨을 죽인 채 열심히 기도하라. (96P)


욕망은 진화한다. 처음 욕망은 ‘책을 내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욕망은 ‘좋은 책을 내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아직도 욕망을 담금질한다. -안상헌- (101P)



3장 구상하기

무엇을 쓸 것인가


좋은 글감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관찰자, 사냥꾼, 수집가가 되어야 한다. 예민한 관찰자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노련한 사냥꾼은 자신에게 온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 부지런한 수집가에게는 굴감이 우물처럼 흘러넘친다. 글감을 포착하고 사냥하고 수집하라.(103P)


《생각의 탄생》의 저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Robert Root-Bernstein과 미셸 루트번스타인 Michele Root-Bernstein은 13가지 생각이 도구 중 ‘관찰’을 첫번째로 꼽으면서 관찰은 ‘수동적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 보기’라고 강조한다. … 온몸으로 관찰하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의미심장하고 획기적인 어떤 것을 발견한다.(106P)



관찰하는데 꼭 필요한 조건은 시간, 관심, 인내,그리고 혼자여야 한다. ‘시간’을 들여 ‘혼자’서 충분한 ‘관심’과 ‘인내’를 가지고 관찰을 해야 한다.(108P)


영감을 마중나가는 두 가지 방법


첫째, ‘작게 시작하기’로 이 방법의 장점은 글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영감이 떠올라서 쓰는 경우보다 쓰다보면 영감이 떠오르는 경우가 더 많다.

둘째, ‘적극적으로 아이디어 찾기’로써 크고 좋은 아이디어는 작고 사소한 아이디어가 진화하여 탄생되는 경우가 많다.(114-115P)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은 책이다. 새로운 책보다는 읽었던 책 가운데 특히 가슴을 뛰게 했던 책이나 큰 도움이 됐던 책을 다시 보라. 자세히 보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훑어 보는 것이 좋다. 밑줄을 치면서 읽는다면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도 좋다. 쓰려고 하는 주제와는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것 또한 좋다. 창의성은 기존의 아이디어나 개념을 새롭게 조합하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115P)


쓸거리를 찾기 위한 글을 쓸 때, 중요한 것은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손의 감각만을 이용해서 써내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쓰다보면 마음에 드는 그 무엇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쓸거리다. 그것에 관해 써보는 것이다.(118P)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글은 생각하고 쓰는 것이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쓰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자판을 두들기다가 마침내 살아남는 단 한가지의 그 무엇데 대해 쓰면 된다.”

글은 샘물과 같다. 많이 퍼낼수로 더 많이 솟는다. 또한 글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지금 당장 아무거나 휘갈겨보자. 당신의 손길에 신의 은총이 함께할 것이다.

자료는 무궁무진하다. 책, 신문, 길거리의 간판, 지하철 안의 사람들, 점심시간의 대화, 어디에나 있다. 필요한건 독수리 같은 눈매와 메모하는 습관이다. 메모는 순간을 기록하는 고귀한 작업이다. …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노트를 마련하여 순간일지를 기록해보자. 1차적인 목적은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보다 더 큰 목적은 매 순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서다. 일상을 기민하게 포착할 수 있다면 쓸거리에 대한 부담은 줄어 들 것이다.(119P)


《메모의 기술》의 저자 사카토 켄지가 말하는 핵심적인 메모의 기술


?언제 어디서든 메모하라.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바로 그 자리에서 기록한다. 늘 지니고 다니는 것, 항상 보이는 곳에 메모한다.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라. 일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따라한다. 다른 사람들의 말하는 내용, 사고방식, 언어습관 등을 기록한다.

?기호와 암호를 활용하라. 자신에게 쓰기 편하고, 보기 편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방법을 찾는다.

?중요한 사항은 한눈에 띄게 하라. 중요한 사항은 밑줄, 동그라미, 색깔 볼펜을 활용한다.

?메모 시간을 따로 마련하라. 출퇴근시간, 명상, 여행 등 자기만의 메모 시간을 만든다.

?메모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라.

?메모를 재활용하라. 메모한 것을 버리지 말고 일정 기간 보관한 후 다시 읽어 본다. (120P)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일상은 사냥터이고 순간은 사냥감이다. 순간을 붙잡는 좋은 방법은 메모다. 사소한 메모에서 영원히 남을 글 한편이 나온다. 사람의 기억은 짧다. 1년도 아니고 한달도 아니다. 사람은 오직 순간만을 기억한다.그러니 순간을 놓치지 마라.(120P)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좋은 자료에서 나온다. 자료 자체는 과거의 흔적일 뿐이지만 자료가 쌓이고 숙성이 되면 새로운 생각과 글이 익는다. 많은 자료를 모으고 그 안에서 좋은 씨앗을 골라내어 새싹을 틔워라.(124P)


책을 쓰려고 할 때 이 주제를 책으로 쓸 수 있을까? 과연 좋은 주제일까? 이런 의문이 들면 세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라. 첫 번째 질문은 꼭 쓰고 싶은 주제인가, 가슴을 뛰게 하는 주제인가를 묻는다. 두 번째 질문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 기술, 인맥 등을 동원하여 잘 쓸 수 있는 주제인가를 묻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질문은 자신이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주제인가를 묻는다.(128P)


책을쓴다는 것은 어렵고 고단한 일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곧 열정이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지치거나 뒤로 물러섰을 때 다시 솟아오르게 하는 힘의 열정이다.(132P)


열심히 연구하고 치열하게 쓰자. 연구가 배움이고 글로 정리하는 것은 더 깊은 배움이다.(133P)



4장 기초 다지기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핵심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쉽게 쓰고 스토리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글쓰기능력은 훈련과 기술에 좌우된다.(139P)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른 존재와 공명을 한다. 뭔가를 서로 주고 받으며 깊은 울림을 느낀다. 인간관계도 알고보면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공명이다. 공명을 하지 못하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대화와 책에는 가슴을 울리는 말과 글이 있다.(140P)


죽은 글과 살아있는 글을 가르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공명이다. 글과 독자가 얼마나 공명하는지에 따라 글의 가치가 결정된다. 독자와 공명하지 못하는 글은 죽은 글이다. 독자와 공명하는 글은 여운과 감동을 준다. 좋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 그것을 움직인다. 감동과 여운을 주는 글은 읽고 나서 무언가를 다시 읽거나 쓰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싶거나, 무엇인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다.(142P)


우리말 연구가이자 《우리글 바로쓰기》 저자인 이오덕 선생은 좋은 글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

?읽을 맛이 나는 글

?읽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 (143P)


마케팅 전문가 신병철은 《쉽고 강한 브랜드 전략》에서 브랜드 전략의 핵심으로 ‘낯섦과 공감대의 결합효과’를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낯섦’과 ‘공감대’의 결합효과는 좋은 스토리를 발굴하는 데도 유용하다. 좋은 스토리는 독자에게 처음에는 물음표(호기심, 흥미유발)를 전지고 느낌표(깨달음, 교훈, 통찰)로 마무리한다. 어떤 스토리를 읽고 처음에는 “어?”라고 하다가 마지막에 “아하!”라는 느낌이 들면 그 스토리는 대부분 좋은 스토리다.(152P)


천재화가 피카소는 “내가 나 자신을 반복해서 흉내낼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과거는 더 이상 내게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을 모방하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157P)


좋은 글은 모방에서 나온다. 글을 많이 읽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독서는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아는 것 역시 중요하다. 창조는 창의적 모방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드는 것이 창조다.(158P)


창조적 모방을 하는 요령


첫째, 좋은 작품을 있는 그대로 가져오기 보다는 창의적으로 가공해야 한다.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창조’라고 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모방이 창조적 작업으로 승화될 수 있다. 평범한 작가는 있는 것을 그대로 빌리지만 훌륭한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창의적으로 가공한다.

둘째, 많은 것을 모방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깊이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글에서 우리가 진정 배워야 할 것은 표현의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직함과 솔직함이다.

마지막으로, 모방하고 싶은 좋은 본보기를 찾아야 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필사하면 문장력이 향상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저 좋은 방법은 훌륭한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다.(158-159P)


훌륭한 스승들의 몇가지 공통점


첫째, 훌륭한 스승은 배움과 가르침 사이에 구분이 없다.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친다.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다 보면 배움의 깊이는 두 배가 되고 가르침은 한층 영글어진다. 제자보다 열심히 배우지 않는 스승은 좋은 스승이 아니다.

둘째, 훌륭한 스승은 제자의 실력보다는 잠재력을 본다. 그 사람이 이미 이뤄낸 성과보다 내면에 숨겨진 재능을 살핀다.

셋째, 훌륭한 스승은 제자에게 좋은 롤모델이 된다.

넷째, 훌륭한 스승은 글이 아닌 삶 그 자체로 가르침을 준다. 이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며 뿌리가 깊어지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양명학의 태두인 왕양명은 “앎은 행위에서 시작되고, 행위는 앎의 완성이다.”라고 말했다. 삶이 곧 모범이자 가르침인 인물이 최고의 스승이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다음 세 가지 질문을 품으면 훌륭한 스승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하는가? 좋아하는가? 믿을 수 있는가?”가 그것이다. (159-160P)


《독서의 기술》의 저자 모티머 J. 애들러 Mortimer Jerome Adler 교수는 사람들이 연애 편지를 다음과 같이 읽는다고 말한다.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한마디 한마디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의 견지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의 견지에서 부분을 읽는다. 콘텍스트와 애매성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깔과 문장의 냄새와 절의 무게를 알아차린다. 심지어는 구두점까지도 고려한다.”

이처럼 연애편지를 읽듯이 집중해서 읽고, 깊이 음미하고, 치밀하게 생각하면 책의 정수를 빨아들일 수 있다.(165P)


구본형의 글을 잘 쓰는 비법, 매년 쉬지 않고 책을 낼 수 있는 비결


우선, 나는 책의 끝(end of story)을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책을 시작하는 첫머리, 즉 서문에 담는다. 끝을 알고 있는 저자가 끝을 모르는 독자를 이끌고 간다. 중간지대는 나도 모른다. 온갖 모험과 진통과 위험 속에서 이야기는 제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간다. 이것이 묘미다. 이야기의 등에 올라탄 나는 고삐를 쥔 채 이야기가 제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가게 놓아둔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곳으로 빠져드는 흥분에 몸을 맡긴다. 서문과 목차를 이정표와 고삐로서 먼저 정해두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수없이 내용을 고쳐 쓸 때 내 책의 맛은 조금씩 점점 깊어진다. 생각해봐라. 책이야말로 내 마음대로 빠져들 수 있는 세상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것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또 나는 내가 늘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한다. 아이가 놀이를 선택하듯 나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출판사의 기획물을 다뤄본 적이 없다. 내가 고르고 내가 쓴다. 그래야 글 쓰는 작업이 의무나 일이 되지 않는다. 내게는 마감도 없고, 조르는 사람도 없고, 다그치는 사람도 없다. 내가 모든 것을 조율한다. 그러면 자유롭다. 작가는 자유직이라는 것, 이것이 최고의 매력이다. 따라서 첫 책은 자기가 쓰고 싶은 책을 쓰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유의 맛, 그 맛을 핥아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177P)



5장 기획하기

어떤 전략을 세울까


책을 쓰기 위한 전략은 요리로 따지면 레시피와 같다. 콘셉트, 제목, 문체, 독자, 목차가 전략의 주요 재료다. 이런 재료들이 따로 놀면 좋은 책을 쓸 수 없다. 맛있는 책은 차별화된 콘셉트와 그것의 정수를 담은 제목이 단단히 손을 붙잡은 채로 문체와 독자가 함께 춤추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튼튼한 목차 안에서 이뤄진다.(179P)


좋은 책은 콘셉트가 좋다. 콘셉트란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것이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아이디어라면, 그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고 숙성시킨 결과물이 콘셉트다. 쉽게 말하면, 아이디어는 창의적 산물이며 콘셉트는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182P)


우리가 공저라는 방법을 택한 이유는 책의 콘셉트를 잡고 책 전체를 꿰는 오병곤의 능력과, 좋은 사례를 수집하고 이것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정리하는 홍승완의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184P)


콘셉트는 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이자 비전이다. 콘셉트를 잘 잡아야 책이 술술 써진다. 콘셉트는 책의 뼈대인 목차를 세우는 지침이 되고 책의 내용을 좌우한다. 먼저 콘셉트를 차별화하라. 그것이 당신 책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187P)


광고계의 대부 데이비드 오길비 Daivd MacKenzie Ogilvy는 《광고 불변의 법칙》에서 헤드라인의 중요성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헤드라인은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평균적으로 헤드라인을 읽는 사람이 바디카피를 읽는 사람보다 다섯 배는 많다. 따라서 헤드라인을 제대로 뽑지 못하면 여러분은 광고주의 돈을 80퍼센트나 낭비한 셈이다.”(189P)


제목을 잘 짓기 위한 비결 중 하나는 신문의 헤드라인이나 광고카피를 필사하는 것이다.(190P)


글쓰기에서 문체가 중요하다면 책쓰기에서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콘텐츠를 구성하는 능력은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다. 책을 하나의 건물로 본다면 목차는 건물의 설계도이자 구조물이다.(195P)


목차는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잇는 요충지다. 다산 정약용은 목차의 중요성을 ‘선정문목 先定門目’이란 말로 표현했다. 구체적인 작업을 들어가기 전에 문목, 즉 목차를 먼저 정하라는 말이다. 이 과정을 급하게 처리하면 부실시공이 된다.(196P)


목차를 구성할 때는 개요나 핵심 메세지를 함께 기록하여 내용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목차에 집필 일정을 기록하여 진행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최종 완성된 목차는 출력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보고 고쳐야 한다. 자주 들여다 볼수록 목차는 정교해지고 책의 내용은 튼실해진다. 다른 책의 목차를 유심히 보고 재구성하는 연습을 하라. ‘나라면 이렇게 목차를 만들텐데’라는 마음으로 목차를 고쳐라 (201P)


책은 저자의 창조물이지만 독자가 수용할 때 생명력을 갖는다. 따라서 책을 쓸 때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독자를 설정해야 한다. 지금 자기 앞에 있는 단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205P)


문체는 글의 스타일이자 맛이다. 글을 쓴 사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문체는 곧 그 사람이다.”라는 뷔퐁의 말처럼 문체에는 작가의 인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글을 쓴다. 문장이 옷이라면 문체는 옷의 색깔과 모양이다. 문장이 악보라면 문체는 리듬과 화음이다.

자신만의 문체가 있어야 생명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자기 목소리가 있어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는 “걸작은 일종의 외국어로 씌어진다.”라며 문체의 중요성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207P)


첫 책을 쓸 때는 문장을 최대한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다. 여기서 간결하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토막내는 것이 아니라 함축해서 표현한다는 의미다. 긴 문장은 글을 모호하고 산만하게 만든다. 만연체는 호흡이 느리고 반복이 잦다. 문체는 독자에게 낯설어야 하기에 진부해서는 안된다. 참신한 표현과 독특한 어투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개성이다.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창의적인 문체를 찾아라.

《논어》의 <옹이>편에 ‘사야 史野’라는 말이 나온다. 바탕이 문체보다 승하면 거칠고 문체가 바탕보다 승하면 사치스럽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용이 형식을 지배하면 투박하고,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면 덧칠한 화장처럼 천박하다는 얘기다. 내용과 형식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좋은 글이 된다.(208P)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써라 그러면 이해 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 미국의 신문 경영자)- (209P)


글을 쓰려면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혀야 하는데 기본은 간단해요. “주어와 서술어를 일치시킨다. 조사를 정확하게 사용한다. 긴 문장은 단문으로 나눠 쓴다. 같은 단어나 표현을 반복하지 않는다. 수동태는 피한다. 호흡이 가빠지거나 소재가 바뀌면 문단을 나눈다.” 등이에요.(211P)



6장 집필하기

이제 한번 써볼까


책의 주제와 전략을 정했다면 남은것은 쓰는 일뿐이다. 서문은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원고 한 절 쓰기는 책쓰기 전체 과정의 축소판이다. 서론은 유혹적이어야 하고 결론은 여운이 남아야 한다. 초고는 말타고 내달리듯이 한 걸음에 쓰고, 고쳐쓰기는 소가 발을 갈듯이 천천히 해야 한다.(217P)


서문은 책의 첫인상이다. 서문은 공을 들여 인상적으로 써야 한다. 독자의 노리에 확고하게 각인될 수 있도록 강렬하게 써야 한다. 그러니 압축적인 문장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충동질하라.(219P)


첫 문장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것은 기교나 방법이 아니라 용기에요.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떤 글도 쓸 수 없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 쓰는 사람을 ‘전사 戰士’라고 표현했어요. 용기야말로 글을 시작하는 최고의 자세가 되는 거지요.(223P)


 

대부분 책 쓰기를 “컨셉트 잡기 → 서문쓰기 → 목차잡기 → 초고쓰기 → 퇴고하기"의 직선적인 과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고를 쓴 퇴고를 하면서 책의 컨셉이 바뀌기도 하고 서문과 목차가 수정되기도 하고 원고는 조금씩 발전한다. 피터 드러커는 책을 쓸 때 원고를 빠르게 세 번을 썼다고 한다. 처음 원고를 바탕으로 두번째, 세번째 원고를 썼다고 한다. 다시 말해 세번째 버전이 완성된 책인 셈이다.(230P)


“<복수는 나의 것>의 경우에는 20시간 만에 초안을 완성했다. 그런 다음 시나리오를 몇 달 동안 손질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여섯 달 동안 그 작업을 했다. 결국 이야기의 윤곽을 잡는 것은 제트기의 속도로 하고 시나리오 초안은 스포츠카, 그리고 시나리오 수정 작업은 오후 산책처럼 느긋하게 한다는 말이다.” -박찬욱감독- (231P)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 “초고는 가슴으로 쓰고 재고는 머리로 써야 한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책의 완성도는 초고를 기반으로 얼마만큼 숙성을 시키고 첨삭을 했느냐에 좌우된다. 그러니 초고에 너무 뜸을 들이지 마라. 초고는 최종원고가 아니다. 책은 초고 이후의 작업을 통해 빛나기도 하고 사장되기도 한다. 초고를 쓸 때 가장 유념해야 할 원칙은 일단 써야 한다는 것이다. 포기하지말고 뚝심을 가지고 마침표를 찍어라.(232P)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은 좋지 않다. 화려한 등장은 환영하지만 꼬리가 긴 퇴장은 사양한다. 마땅히 갈 곳에 가고 마땅히 그칠 곳에서 그쳐라.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좋은 기억으로 남듯이 마무리가 잘된 글이 좋은 글이다.(240P)


초고를 쓰는 일이 아이를 낳는 출산과 비교된다면 초고를 고치고 다듬는 고쳐쓰기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나 책을 많이 낸 저술가일수록 고쳐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는 말로 고쳐 쓰기를 강조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를 200번이나 고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247P)


고쳐 쓰기를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고쳐 쓰기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고쳐 쓰기를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글쓰기 생각하기》의 저자인 윌리엄 진서는 “글쓰기가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했다.(248P)


초고를 쓸 때는 창작가이자 예술가가 되어야 하고, 고쳐 쓰기를 하는 동안은 비평가이자 편집자가 되어야 한다.(250P)


소설가 안정효는 《글쓰기 만보》에서 초고는 집짓기에, 고쳐 쓰기는 실내 장식에 비유했다. 그는 “실내 장식은 터 닦기나 골격 만들기보다 조금도 쉽지 않다. 장식하기에는 짓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정성과 세심한 공이 들어 간다.”고 말했다. 고쳐 쓰기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251P)



7장 출판하기

어떤 출판사가 좋을까


책과 독자사이에 인연이 있듯이 저자와 출판사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 능력있고 믿을 수 있는 출판사를 만나면 출판 과정에 수반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출판사를 고르는 눈을 가져야 한다.(255P)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세종연구원의 조현철 편집장은 편집자의 역할과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편집자는 숨어 있는 또 다른 저자이자 세상에서 저자를 책으로 읽는 첫 독자다. 편집자는 숨어 있는 존재이기에 저자와 책의 배경으로 산다. 있는 듯 없는 듯 드러나되 도드라지지 않는 그늘이 편집자다. 그러나 편집자는 책을 세상에 출가시키는 날까지 허리를 곧추세우고 늘 칼날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잠깐이나마 긴장의 끈을 놓아버릴 때 칼날은 일호의 가차도 없다.”(272P)


“독자가 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 하나를 만들어라. 그 이유가 분명할수록, 그리고 많을수록 그 책의 성공 이유도 분명해진다.” -고세규대표- (299P)



에필로그 책읽기를 넘어 책쓰기에 도전하라


어떤 방법으로 책을 쓰든지 간에 반드시 돌파해야 할 세가지 관문이 존재한다. 그 첫번째 관문은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는 일이다. 두번째 관문은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 한 편의 글을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하는 일이다. 세번째, 책을 내기 위해 컨셉과 목차를 잡고 원고를 쓰는 일이다.(300P)


책을 쓰기 위해서는 내 책을 출간하겠다는 확고한 다짐이 필요하다. 책쓰기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껴안고 인생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책을 쓰는 동기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반드시 굳은 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301P)


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이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면서도

이 실은 변하지 않아.

그대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모두 궁금해하니

그대, 이 실이 무엇인지 설명해야겠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오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윌리엄 스태포드 William Stafford,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The Way It Is> (302P)


이 책을 읽은 당신의 가슴 속에 글을 쓰겠다는 씨앗이 심어지기를 기대한다. 당신의 손으로 첫 페이지를 쓰기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 첫걸음이 당신의 첫책을 구워내는 불씨가 되어 줄 것이다. 작은 꽃씨가꽃밭을 이루고 미약한 불씨가 장작불이 되는 날, 당신의 첫 책이 세상에 환한 불티를 날리면서 뜨겁게 등장하리라 믿는다.(303P)


모든 인간의 삶은 저마다 한 편의 놀랍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삶은 관조하거나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써나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인생에서 독자가 아니라 저자다. 책 한권을 써내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써내는 행위다.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도약할 수 있는 창조적인 투자다. 당신 인생에서 무엇을 남기려는가 평생에 책 한권은 써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에게 책 한권을 선물해보고 싶지 않은가? (303P)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이 책은 어떤 종류의 책이라고 말해야만 할까? 몇 년 전에 글을 쓰고 싶어 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당시는 외국에서 나온 서적 외에 국내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그에 비해 지금은 글쓰기에 대한 여러 관점의 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 편이라서, 그 갈증은 많이 풀려진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또 하나의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고 봐야할까? 저자는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봐야 할 책쓰기에 대한 책이라고 말한다. 글쓰기와 책쓰기. 어떻게 보면 교집합의 관계처럼도 느껴진다. 책 안에 당연히 글이 들어가는게 맞을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점이 인다. 저자는 왜 이 책을 쓰려고 했을까? 저자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독자가 책을 쓰고 싶도록 강렬하게 유혹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이 책은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 가느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왜 직장인들이 책을 써야 하는가와 실제로 책을 쓰는데 있어서의 동기를 강조하는 책이다. 책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는 불씨를 끄집어 내어 석유를 붓고 바람을 일게하여 그 불씨가 불꽃이 되고, 장작불이 되어 결국 온 몸을 불싸지르도록 도발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주 목적이다.


정보화 사회를 넘어서 지식사회로 접어든 지금, 자신의 확실한 전문분야를 가진 전문인이 아니고서야 세상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기가 어려워 졌다. 바야흐로 샐러던트의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앞을 내다보며 나아가고 있다. 샐러던트의 시대에서 샐러라이터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로써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한권씩 가지게 되는 ‘샐러라이터’의 시대, 바로 이들이 ‘웹 2.0’의 시대를 살아가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시기에 나온 책이 바로 이 책 <내 인생의 첫 책쓰기>이다.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아류가 등장할 것으로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 책을 가지려고 하는 많은 잠재적 독자이자 저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이 책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프리 북페어를 준비하며, 나 만의 첫 책을 준비하며 이 안의 내용들을 적용하고 응용하고 차용하며 생각들을 다듬고 정리해 나가고 있다. 마치 참고서처럼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며, 간지러웠던 부분을 구석구석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공감이 될 수 밖에 없는...


저자 오병곤은 이제 막 마흔이라는 경계를 넘어섰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흔히 그 세대들이 그렇듯 그에게도 성장통이란 무지막지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마흔은 절대 고통없이 마음 편하게 넘어설 수 있는 장벽이 아니다. 모두 그 나이가 되면 좌절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보이는 눈물 이든 가슴 속 흐르는 눈물이든 간에. 그리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쉽지 않다. 여지까지 달려온 관성에 의해 그대로 뛰쳐갈 뿐 방향을 바꾸긴 매우 어렵다. 단순히 마음만 먹는다고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병곤은 마흔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흔을 목전에 두고 더 이상 이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엄습해왔다. 당시 나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개척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무언가 탁월하게 성취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 떠오른 것이 책을 내는 것이었다.(49P)


직장인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매우 열심히 살아왔다하더라도 눈 앞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설혹 결과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절실하게 원하고 바라던 그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은 자신의 마음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리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그 나이 또래라면 모두가 공감되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픈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 오병곤이 일반인들과 다른 이유는 그 시기에 그냥 주저앉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래 이 정도면 할만큼 했지, 대한민국에 기술사가 몇 명이나 되겠어.’라고 스스로를 자위하며 안정에 자신의 힘든 몸뚱이를 눕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타협하길 좋아하는가. 자신을 합리화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안심시키는가! 결국 자신의 스토리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결과는 자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성공 스토리는 자신과 타협하거나,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은 채 더욱 다그치고, 새로운 목표와 꿈을 향해 끝없이 절실하게 갈구하고 행동으로 움직이는 그러한 사람들 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마흔의 갈림길에서 안정대신 ‘책’이란 힘든 길을 택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절심함이 그를 이끌었다. 그리고 작지만 큰 성공의 길을 가고 있다. 아직은 ‘성공’이라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그는 과거의 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게 삶은 더욱 더 아름다울 것이다. 괴롭거나 힘든 모습의 삶이 아니라 희망과 즐거움 그리고 행복의 삶이 그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의 인생 스토리는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가 더욱 화려해 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책을 써야 하는가


글은 말보다 강하다. 글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다. 말은 내뱉는 순간 바로 사라지지만 글은 기록으로 오래 남는다. 내가 쓴 글이 책으로 엮여서 사람들의 책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 진다. 내 글이 읽는 사람에게 한 줌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마음이 환해진다. 내 책이 읽는 사람의 가슴에 메아리를 남길 수 있다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는 그런 책을 써야 한다.(40P)


책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책은 사람들의 길을 인도하는 등대와 같다. 책 한권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켜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 같은 책 한권은 한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잡아 먹을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Best Seller)가 베스트 북(Best Book)은 아니라고 한다. 작가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베스트셀러를 쓰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베스트 북을 쓰려고 최선을 다할 때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느 누구에게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자신의 최고 ‘작품’을 독자들에게 내놓아야만 한다. 그것이 작가의 사명이자 책임이다. 또한 시간이 흘러 자신의 작품을 자신이 다시 읽었을 때도 한점 부끄럼없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썼음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랑스러울 때 저자는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여름, 뉴질랜드 여행을 갔을 때 나는 저자가 자신의 책에 대해 감탄하는 장면을 생생이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의 저자인 이희석과 나는 같은 차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운전을 전담하는 양기사였고, 그는 조수(^^)였다. 그와 나는 일주일의 여행기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나는 평소와 같이 운전을 하고 있었고, 그는 조수석에 앉아 어떤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곁눈질로 힐끗힐끗 보았지만 어떤 책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꽤나 몰입해서 그 책을 읽었으며, 읽는 중간중간 감탄사를 연발하여 책을 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었다.


한시간 후 그는 정신(?)을 차렸다. 나는 어떤 책이길래 그렇게 흠뻑 빠져서 읽느냐고 물었다. 그는 멋쩍은 듯 웃으며, 자신이 쓴 책이라고 밝혔다. 순간 나는 경악했다. 그리고 자신의 책을 읽으며, 마치 불후의 고전명작을 읽는 듯이 감탄하고 놀라워하며 읽느냐고 놀리는 투로 말했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배시시 웃기만 하고 있었다. 그 웃음 뒤로 뉴질랜드의 태양이 환히 비추고 있었다.


그 장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왜냐면 그 순간이 바로 그가 자신이 쓴 책에 대해 ‘자신이 썼음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랑스러워’ 하는 순간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감동받았을 것이다. 자신이 이런 책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아마도 그의 성격상 온 심혈을 기울여 그 책을 썼으리라 장담한다. 그는 일말의 장사속이나 거짓을 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책은 온전히 그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며, 그의 땀과 정신이 흠뻑 배어있는 책일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꼭 한번 읽으면 좋을 베스트 북일 것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내가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일뿐. ^^;




약간, 아주 약간의 아쉬움


저자 홍승완은 지난 달에 있었던 프리 북페어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책은 여러 권 썼지만 잘 팔리는 책은 없는 그런 저자로 자신을 소개했다. 맞는 말이다. 그가 쓴 책을 보면 많이 팔린 책이 없다. 왜 일까. 재미가 없기 때문일까? 그건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사실 큰 재미는 없는 책들이다. 하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기나 유행에 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독자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만을 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책들이 이미 베스트 북임을. 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니 그의 손에 의해 씌여지는 순간 베스트가 되어 출산되는 것임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세상에 보면 베스트 북이면서도 베스트 셀러 또는 스테디 셀러에 오르는 책이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은 조금 이른 시기에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샐러던트의 시대에서 샐러라이터의 시대로 가는 것은 맞긴 하지만, 아직은 그 흐름이 시기상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구성의 탄탄함이나 내용의 완벽함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그런 효과는 없는 듯 싶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책이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그리고 마침내 본격적인 샐러라이터의 시대가 도래하였을 때, 이 책은 반드시 다시 빛을 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은 샐러라이터가 두고두고 꺼내어 다시 보고 싶은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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