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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3일 09시 55분 등록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1. 저자에 대하여

파울로 코엘료. 참 흥미로운 작가다. 1947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출생.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십대 때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청년 시절에는 브라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반정부 활동을 하다 두 차례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감옥에서 나온 후에는 히피문화에 심취하여 록밴드를 결성하고 120여 곡의 음악을 만들었으며, 히피, 저널리스트, 록스타, 배우, 희곡작가, 연극 연출가 그리고 TV 프로듀서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거친 걸 보면 그는 창의적 열정이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한결 같이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을 거부하고 항상 새로운 삶과 희망을 희구하며 길을 떠나는 사람이다. 그는 1982년 떠난 유럽여행에서 만난 J라는 인물의 이끌림에 따라 1986년 서른여덟 살 때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이라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그는 순례의 경험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인 1987년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작품은 브라질의 작은 출판사에서 초판 900부를 찍었지만, 이십 년 후 전세계 3000만 독자가 읽은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브리다』(1990) 『피에트라 강가에 앉아 나는 울었네』(1994)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998)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가히 코엘료 신드롬이라 할 만한 현상을 낳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휴가중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쌓아놓고 원 없이 읽는 것"을 꼽았을 만큼 광범위한 독자층으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브라질에 ‘코엘료 인스티튜트’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빈민층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산하 ‘영적 집중과 상호문화 교류’ 프로그램의 특별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2007년부터 유엔 평화대사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의 삶에 영감을 주고 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연금술이란 무엇일까?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신비로운 작업을 가리키는 걸까? 이 작품은 아니라고 한다. 진정한 연금술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며, 마침내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이다. 마음은 늘 우리에게 말한다. “자아의 신화를 살라”고.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는 마음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자신의 보물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보물을 찾기까지 그의 험난한 여정은 고로에서 진행되는 실제 연금술의 과정과 신비와 감동을 더한다.

그렇게, 그는 지난한 여정을 통해 만물과 대화하는 ‘하나의 언어’를 이해하며 마침내 영혼의 연금술사가 된다. 그러나 사실은 꿈을 찾아가는 매 순간이 만물의 언어와 만나는 순금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그 점에서 산티아고가 도달한 연금술의 환희는 꿈을 잊지 않으려는 모든 이들의 것이기도 하다.[표지말]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31]

지극히 단순한 것이 실은 가장 비범한 것이야. 현자들만이 그런 것을 알아볼 수 있지.[37]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47]


그는 그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무언지 알고 싶었다....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그저 떠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그런 것인가요? 양털 가게 주인의 딸과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도요?”

“아무렴. 보물을 찾겠다는 마음도 마찬가지야. 만물의 정기는 사람들의 행복을 먹고 자라지. 때로는 불행과 부러움과 질투를 통해서 자라나기도 하고. 어쨌든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47]


지난주에는 어떤 보석 채굴꾼에게 돌의 형상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 채굴꾼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었다. 에메랄드 하나를 캐기 위해 오 년 동안 강가에서 99만 9천 9백 99개의 돌을 깨뜨렸다. 마침내 그는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순간은 그가 에메랄드를 캐기 위해 돌 하나만, 단지 돌 하나만 더 깨뜨리면 되는 그런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자아의 신화, 그 중대한 기로에 서 있었다. 노인은 그의 삶에 개입하기로 했다. 오 년 동안의 보람 없는 노동에 한껏 화가 나 있던 채굴꾼은 그 돌을 집어 멀리 던져버렸다. 그가 던진 돌은 날아가 다른 돌과 세게 부딪혔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메랄드를 내보이며 깨어졌다.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게 바로 세상이지.” 노인은 씁쓸한 눈빛으로 말했다.[50]


산티아고는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틀 후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할 것이다. 그녀에겐 모든 날들이 다 똑같을 것이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똑같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55]


레반터가 세게 불어와 그의 얼굴을 때렸다. 바로 이 바람을 타고 무어인들이 쳐들어왔다. 사막의 향기와 얼굴을 베일로 가린 여인들도 이 바람에 묻어왔다.

이 바람에는 미지의 것들과 황금과 모험, 그리고 피라미드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의 꿈과 땀냄새가 배어 있었다.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양들, 양털 가게 주인의 딸, 그리고 안달루시아의 평원은 그에게 단지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가는 과정들에 불과했다.[56]


“참 놀라운 일이었어요. 제 친구가 그 자리에서 제 양들을 모두 샀거든요. 자기는 줄곧 양치기를 꿈꿔왔다면서 이번 일이 자기에게 좋은 기회라는 거예요.”

“항상 그런 거라네. 그것을 ‘은혜의 섭리’라고 부르지. 만약 자네가 처음으로 카드 놀이를 하게 된다고 치세. 자넨 틀림없이 따게 돼. 바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거지.”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죠?”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면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일세.”[57, 58]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표지(標識)를 따라가야 한다네. 신께서는 우리 인간들 각자가 따라가야 하는 길을 적어주셨다네. 자네는 신이 적어주신 길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야.”[58]


“우림과 툼밈이라네. 검은 것은 ‘예’를 뜻하고 하얀 것은 ‘아니오’를 뜻하지. 표지들을 식별하기 어려울 때 도움이 될 걸세. 하지만 언제나 분명한 질문이어야 하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자네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게.”


“만물이 다 한가지라는 것을 명심하게. 또한 표지가 말하는 것을 잊지 말게. 특히 자네 자아의 신화의 끝까지 멈추지 말고 가야해. 자네가 길을 떠나기 전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네.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네. 그 젊은이는 사십 일 동안 사막을 걸어 산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성에 이르렀지. 그곳 저택에는 젊은이가 찾는 현자가 살고 있었어....”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네. 그제서야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62]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73]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야.’ 혼곤한 잠 속에 빠져들면서 그는 생각했다.[76]


“그걸 ‘은혜의 섭리’라고 부르지. 바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거야. 그런 행운이 따르는 건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길 원하기 때문일세.”[90]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자네는 양이나 피라미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걸 실현하길 원하지. 그런 점에서 자넨 나와 달라. 나는 오직 메카만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벌써 수천 번 사막을 가로질러 성스러운 반석이 있는 광장에 도착하고, 율법에 따라 그 바위를 만지기 전에 광장을 일곱 바퀴 돌고 있는 나 자신을 눈앞에 그려보았지. 나는 이미 내게 일어날 일이며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94]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

늙은 왕이 말했었다. 산티아고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찾은 보물은 이 낯선 땅에 오게 된 것, 도둑을 맞아 빈털터리가 된 것, 그리고 다시 한푼도 축내지 않고 양떼를 두 배로 불리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크리스털 그릇을 사고파는 일, 무언의 언어 그리고 표지들 같은 중요한 것들을 배웠으니 말이다.[97]


“난 내 삶에 무척 익숙해져 있네. 자네가 오기 전에 나는 내 친구들이 파산도 하고 가게를 키우기도 하며 변화하는 동안 그저 같은 장소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항상 우울했지. 그러나 지금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 알게 됐어. 지금의 이 가게가 내가 바라던 꼭 그만큼의 가게라는 걸 알게 된 거지. 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모르고, 또 달라지고 싶지도 않네. 난 지금 이대로의 내 상황이 만족스러워.”.....

“자네는 내게 복을 가져다주었어. 그리고 이제 나는 새로운 한 가지를 알게 되었네. 모든 복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야. 난 인생에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네. 하지만 자네는 내가 까맣게 잊어버렸던 부와 미래를 보게 만들었지. 내게 여러 가지 큰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하지만 이전의 내 상태보다 더 좋게 느껴지지가 않아. 내가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정작 그것들을 원하지 않으니 말일세.”(중략)

“마크툽.” “그게 무슨 말이죠?”

“구지 번역하자면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지.”  상점 주인은 담뱃불을 끄면서 산티아고에게 크리스털 잔에 차를 담아 손님들에게 팔아도 좋다고 했다.[99, 100]


“난 자네가 자랑스럽네. 자네는 이 크리스털 가게에 생기를 가져다주었어. 하지만 나는 메카에 가지 않을 거야. 자네도 그걸 잘 알고 있겠지. 자네는 또한 자네가 양을 사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누가 그러던가요?” 산티아고가 놀라서 소리쳤다.

“마크툽.” 늙은 크리스털 상인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산티아고를 축복해주었다.[104]


“절대로 꿈을 포기하지 말게. 표지를 따라가.” 늙은 왕이 말했었다.... 그는 일 년여를 힘들게 일했고, 표지들은 떠날 순간이 왔음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예전의 내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야지. 양들은 여전히 아랍어를 가르쳐주지는 못할 테지.

산티아고는 생각했다.  물론 양들은 그에게 중요한 다른 한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세상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바로 그 언어를 통해 지금까지 가게를 키워올 수 있었다. 그건 사랑, 열정, 무언가를 바라고 믿는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감동의 언어였다. 이제 탕헤르는 더 이상 낯선 도시가 아니었다. 이 도시를 정복했듯이 이 세상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늙은 왕은 이런 말도 했었다.[107]


‘하지만 난 지금 다시 양을 치기 위해 내가 잘 알고 있는 초원으로 가고 있는 거야.’

그는 눈앞에 다가온 귀향을 새삼 되새겼다. 그런데 그 순간 자신의 결정이 더 이상 기쁘지 않았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거의 일 년을 꼬박 일했다. 그런데 꿈은 매순간 조금씩 그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느닷없이 그 꿈이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109]


‘난 내가 왜 양들에게 돌아가기를 원하는지 알아. 난 양들을 알아. 양들은 내게 많은 일을 요구하지 않고, 난 양들을 좋아하지. 사막도 좋아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엔 나의 보물이 숨겨져 있어. 설사 보물을 찾지 못한다 해도 언제고 집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 거야. 내 인생이 내게 또 한번 이렇게 충분한 돈을 주었고, 필요한 시간도 있는데, 못 할 게 뭐 있겠어?’  순간, 그는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그는 언제든지 양치기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크리스털 장수가 될 수도 있었다. 이 세상엔 어쩌면 다른 보물들이 더 많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왕을 만났었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카페를 나왔다.[110]


그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아직도 어느 정도 의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결정이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이 한 가지 결정을 내리면 그는 세찬 물줄기 속으로 잠겨들어서, 결심한 순간에는 꿈에도 꿔보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보물을 찾으러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만 해도 크리스털 상점에서 일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지. 마찬가지로 이 대상들을 따라 사막을 건너기로 한 것도 내가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야.’[116, 117]


그때 대상의 무리가 출발했다. 영국인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게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게 무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로 그 사슬이 산티아고로 하여금 양치기가 되게 하고, 똑같은 꿈을 계속 꾸게 하고, 아프리카에 가까운 도시로 가게 하고, 광장에서 늙은 왕을 만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리게 하고, 크리스털 상인을 만나게 하고, 그리고....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 산티아고는 이제 무언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124]


“나는 내가 이룬 모든 것들이 물살에 파괴되는 것을 보고 놀라 몸을 떨었소. 어찌할 도리가 없었소. 땅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건 모두 사라졌고, 나는 무엇이든 다른 생존 수단을 찾아야 했다오. 그래서 낙타몰이꾼이 된 거지. 하지만 나는 그 일을 통해 알라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었소. 누구나 자기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미지의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낙타몰이꾼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같은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130]


영국인은 청년이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게 된 후로 그 가게가 하루가 다르게 번창하기 시작했다는 얘기에 특히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그것이 바로 만물을 움직이는 원리야. 연금술에서는 그것을 ‘만물의 정기’라고 부르지. 사람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랄 때 만물의 정기에 가까워지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힘이지.” 영국인은 그 정기가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광물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그저 단순한 생각이든 모두 정기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 이 지구는 살아 있는 존재니까. 정기를 가진 땅덩어리란 얘기야. 우리는 그 정기의 일부분이고. 아주 가끔은 우리도 그 정기가 우리에게 작용하고 있음을 느끼곤 하지.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자네가 그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 크리스털 그릇들 역시 자네의 성공을 위해 애를 썼을 거라는 거야.”[134]


“난 대상 행렬이 사막을 건너는 것을 쭉 지켜봤어요. 대상 행렬과 사막은 같은 언어로 이야기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막은 대상 행렬이 자신을 건너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겠지요. 사막은 대상 행렬이 자신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나는 곳마다 끊임없이 시험을 해요. 만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면 대상 행렬은 오아시스가 있는 곳까지 가게 되겠지요. 우리들 중 누군가가 아주 대단한 용기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이러한 사막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여행은 시시각각 엄청난 고난의 연속일 거예요.”[134]


“그래, 많이 배웠나?” 영국인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이 세계에는 어떤 정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정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사물의 언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숱한 연금술사들이 자아의 신화를 살아냈고 끝내는 ‘만물의 정기’와 ‘철학자의 돌’ 과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해냈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에메랄드 판 하나에 새길 수 있을 만큼 아주 간단한 진리라는 사실이에요.”[141]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요.”[144]


“사람들이 내게 점을 치러 올 때, 그건 내가 미래를 읽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야. 미래는 신께 속한 것이니,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네. 그럼 난 어떻게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까? 그건 현재의 표지들 덕분이지.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 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미래를 잊고 율법이 가르지는 대로, 신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네. 하루하루의 순간 속에 영겁의 세월이 깃들어 있다네.”[171, 172]


“그대의 용기를 시험해본 것이네.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 그 순간 산티아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먼 길을 걸어왔다 해도, 절대로 쉬어서는 안 되네. 사막을 사랑해야 하지만, 사막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돼. 사막은 모든 인간을 시험하기 때문이야. 내딛는 걸음마다 시험에 빠뜨리고, 방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안겨주지.”..... 산티아고는 방금 전에 연금술사를 만났던 것이다.[183]


“제게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아닐세. 그대는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이미 알고 있어. 나는 다만 그대의 보물이 있는 방향으로 그대가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따름이지.”[189]


“저는 이미 보물을 얻었습니다. 낙타 한 마리와 크리스털 가게에서 번 돈, 그리고 금화 오십 개. 고향으로 돌아가면 부자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 중 어느 하나도 피라미드에 가까이 있지 않네.”

“제게는 파티마가 있습니다. 제가 얻어낸 어떤 것들보다도 더 큰 보물이지요.”

“그녀 또한 피라미드에 가까이 있지 않아.”(중략)

“마시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게.” 청년이 조금씩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연금술사가 말했다.

“병사가 전투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듯 그대도 쉬게. 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190]


“그대를 오아시스에 머물게 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대 자신의 두려움이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럴 즈음, 표지들은 그대의 보물이 영원히 땅속에 묻혀버렸다는 걸 알려줄 것이네.

사 년째 되는 해, 표지들은 그대를 떠날 것이네. 그대가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부족장들은 그걸 알아차리고 그대에게서 고문의 자리를 빼앗아갈 걸세. 그때쯤 그대는 아주 부유한 상인이 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대는 밤이면 사막의 야자나무 숲을 서성거리며 번민하게 될 걸세.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했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아프게 깨달으며 말이지.

명심하게.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말하는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197]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일 뿐, 사랑에 이유는 없어요.”

“내가 그대를 사랑하게 된 것은 내가 꿈을 꾸었고, 어느 늙은 왕을 우연히 만났고, 크리스털을 팔았고, 사막을 건너왔고, 부족들이 전쟁을 선포했고, 연금술사를 찾아 그 우물가에 갔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모든 천지만물의 섭리가 나를 그대에게 이르도록 했기 때문이에요.”....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200]


“나는 연금술사이기 때문에 연금술사일 뿐이네. 난 내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연금술을 배웠고, 내 아버지의 아버지는 다시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배웠고, 이렇게 태초로 거슬러올라가네. 그 시절 ‘위대한 업’은 에메랄드에 단순 명료하게 기록될 수 있었어.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단순한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책을 쓰며 해석학이나 철학 연구로 나아갔지. 그러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길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 시작했네.”....


“에메랄드 판은 오늘날에도 계속 살아 있네.”  “에메랄드 판에는 무엇이 씌어 있나요?”

연금술사는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에메랄드 판에 새겨진 것이라네.”.... “암호로군요. 영국인의 책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해요.”


“아닐세. 이것은 저 두 마리 매들의 비행과도 같아. 단순히 논리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네. 에메랄드 판은 만물의 정기로 통하는 지름길일세.

현자들은 이 세상이 다만 하나의 영상이요. 천상계의 투영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네. 이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세상보다 더 완벽한 세상의 존재를 보증해주는 것이지. 신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당신 영혼의 가르침과 당신의 경이로운 지혜를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세상을 창조하셨네. 그것이 바로 내가 ‘행동’이라고 부르는 것일세.”


“제가 에메랄드 판을 이해해야 합니까?”  산티아고가 물었다.

“만일 그대가 어느 연금술 실험실에 있는 거라면, 아마도 지금이 에메랄드 판을 연구하기에 가장 적절한 순간일 것이네. 하지만 그대는 지금 사막에 있으니, 차라리 사막 속에 깊이 잠겨보게. 사막이 그대에게 깨달음을 줄 걸세. 사실 이 땅 위에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그대에게 깨달음을 주겠지만 말이지. 사막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네. 모래 알갱이 하나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속에서 천지창조의 모든 경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니.”

“사막 속으로 깊이 잠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208]


“어째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제 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꿈을 꾸는 듯하다가도 동요하고, 이제는 사막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마음은 이것저것 물어대며 숱한 밤을 잠 못 들게 합니다.”

“좋아.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네. 마음이 그대에게 말하려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사흘 동안, 산티아고의 마음은 두려움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음은 그가 만물의 정기로부터 들은 얘기와,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났으나 끝내 찾지 못한 사람들의 얘기를 해주었다. 때로는 보물에 이르지 못하거나 사막에서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그를 두려움에 빠뜨렸다. 그러다가, 이미 사랑을 만났고 수많은 금화를 얻었으므로 자신은 지금 이대로 만족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제 마음은 참으로 간사합니다.” “마음은 제가 이대로 계속 가는 걸 원치 않아요.”

“바로 그걸세.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세. 그대가 마침내 얻어낸 모든 것들을 한낱 꿈과 맞바꾸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제가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없기 때문이라네. 아무리 그대가 듣지 않는 척해도, 마음은 그대의 가슴속에 자리할 것이고 운명과 세상에 대해 쉴새없이 되풀이해서 들려줄 것이네.”

“제 마음이 이토록 저를 거역하는 데도요?”

“거역이란 그대가 예기치 못한 충격이겠지. 만일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대의 마음도 그대를 그렇게 놀라게 하지는 않을 걸세. 왜냐하면 그대는 그대의 꿈과 소원을 잘 알고, 그것들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도 알 것이기 때문이네.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211]


그는 사막의 길을 가는 내내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부리는 술책과 꾀를 알게 되었고,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두려움이 가시고,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어느 날 오후, 마음이 이제는 행복하다고 그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이나 잘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던 순간들, 어쩌면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영원히 모래 속에 묻혀버린 보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아주 고통받을 테니까.’ 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212]


“내 마음은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연금술사는 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무언가를 찾아가는 매순간이 신과 조우하는 순간인 거야. 내 보물을 찾아가는 동안의 모든 날들은 빛나는 시간이었어. 매시간 보물을 찾고자 하는 꿈의 일부분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보물을 찾아가는 길에서, 나는 이전에는 결코 꿈꾸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어. 한낱 양치기에게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 그래 그런 것들을 감히 해보겠다는 용기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들을 말이야.’ 그는 자기 마음에게 말했다.[213]


다음날 눈을 뜨자, 그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로부터 나온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모든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은 속삭였다. 연금술사가 말했던 것처럼, 행복이란 사막의 모래 알갱이 하나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했다. 모래 알갱이 하나는 천지창조의 한순간이며,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온 우주가 기다려온 억겁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했다.[213]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마음이 그에게 속삭였다.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그날부터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마음에게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꿈에서 멀어지려 하면, 자신을 가슴속에 꽉 붙잡아두고 경적의 신호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마음의 신호가 들릴 때마다 꿈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겠노라고 맹세했다.[213, 215]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 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 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사막의 언어로 말하면 ‘사람들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목말라 죽는다’는 게지.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산티아고는 자기 고향의 오랜 속담 하나를 떠올렸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 뜨기 직전’이라는.[215, 216]


“제정신이세요?”..... “어쩌자고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대에게 아주 간단한 세상의 법칙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네.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218]


“하지만 저는 바람으로 변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자아의 신화를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저는 실패가 두려운 게 아닙니다. 단지 저 자신을 바람으로 변하게 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에요.”

“그럼 배워야 하네! 그대의 목숨이 달렸으니.”

“만일 제가 해내지 못하면요?”

“그대 자아의 신화를 살다가 죽게 되는 것이지. 자아의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죽음에 이르렀던 무수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네. 정녕 걱정하지 말게. 대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생명을 더욱 돌아보게 만드는 법이니.”[230]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241, 242]


산티아고는 천지만물을 기록한 그 손을 향해 돌아섰다. 그 순간 그는 온 우주가 침묵 속에 잠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절대 고요 속에 자신을 내맡겼다.

사랑의 격류가 가슴속에서 용솟음쳤다. 그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그것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기도였다. 아무 말도, 아무런 간구도 없는 기도였다. 양떼가 초원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한 감사도 아니었고, 크리스털을 더 많이 팔게 해달라는 간구도 아니었으며, 우연히 만났던 그 여인이 끝까지 자신을 기다리게 해달라는 소망도 아니었다.(중략)


그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자,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 자신의 영혼임을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244]


“나는 미신을 잘 믿는 늙은 아랍인일세. 내가 믿고 있는 이 땅의 속담이 있지.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249, 250]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253]


자리를 뜨며 우두머리는 내뱉듯 그에게 말을 던졌다.

“걱정 마, 넌 죽지 않을 테니.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바보처럼 살지 마. 지금 내가 쓰러져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역시 이 년전쯤 같은 꿈을 두 번 꾼 적이 있지. 꿈속에 스페인의 어떤 평원을 찾아갔는데,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가 아나 있었어. 그곳 성물 보관소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지. 나무 아래를 파보니 보물이 숨겨져 있지 않겠어. 하지만 이봐,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명심하라구.”

산티아고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솟아오르는 기쁨으로 가슴이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제 그는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260]


작가의 말


1981년, 나는 내 운명의 길을 다시 찾게 해준 스승 람을 만났다.... 혹독한 정신감응 훈련을 마치고 난 저녁으로 기억된다. 나는 연금술의 언어가 그토록 어렵고 모호한 이유를 물었다.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네.” 스승의 대답이었다.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그럼 세 번째 부류는요?”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일세.”

아마도 스승은 스스로를 두 번째 부류에 놓고 있는 듯했다. 나는 스승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상징의 언어란 만물의 정기, 또는 카를 구스타프 융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해했다. 자아의 신화, 그리고 그 단순함 때문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신의 표지들도 알게 되었다. ‘위대한 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었다. ‘위대한 업’은 달걀 모양의 어떤 것 혹은 플라스크에 담긴 액체 따위가 아닐 터였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 만나게 되는 ‘하나의 언어’, 그것일 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겠는가.[271, 272]


역자 후기


우리는 단순하게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간혹 별빛이 비치는 오아시스 앞에 앉은 듯한 고요한 순간이 찾아와도 우리는 그것이 우리 삶의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예비해주는 귀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깨달음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고, 남 보기에는 초라한 인생이라도 한 사람의 삶은 그에게는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역사책만큼이나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이 이야기 속에서 시종일관 언급되고 있는 ‘자아의 신화’를 좇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자아의 신화를 올바르게 알고 그것을 온전히 이루어내는 일이란 무척 모호하고 어려운 일로만 느껴진다.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비범한 교훈을 얻어낼 수 있다고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의 눈과 귀가 쓸데없는 것들에 너무 현혹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류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우화나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험과 여정을 따라가며 자아의 신화의 해답을 어렴풋하게나마 발견하고 새로운 힘을 얻곤 한다.[276, 277]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277]




3. 내가 저자라면

파울로 코엘료. 참 흥미로운 작가다. 십대 때 정신병원 신세를 지고, 청년 시절에는 군사독재에 맞서 반독재 운동을 하고, 히피 음악에 심취해서 록밴드를 하고, 저널리스트, 배우, 희곡작가, TV 프로듀서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거친 것을 보면 그의 창의적 열정이 대단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는 젊은 시절 한 동안 연금술에 깊이 빠져있었다고 말한다. 20세기를 사는 젊은이가 중세에나 유행했던 연금술에 빠졌다니. 쉽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나는 젊은 시절 한동안 연금술에 깊이 빠져 있었다. 쇠를 금으로 변하게 하고,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할 수 있다니! 너무도 매혹적인 세계였다.  고백하자면, '불로장생의 묘약' 쪽에 훨씬 마음이 끌렸다."[269]

젊은 시절에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친구의 선배가 있었다. 대학 졸업 논문을 쓰는 데 논문 제목을 '물로 가는 자동차'로 정했다. 지도교수님이 그 논문은 완성할 수 없을 거라며 말렸지만 그 선배는 기어코 그 논문을 써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그동안 수집한 자료와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했다. 결국 그 선배는 논문을 완성하지 못했고, 제 때 졸업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 얘기를 하면서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선배를 우둔한 사람, 고집통, 몽상가, 외골수 등으로 치부했다. 한마디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그 후로 그 선배 얘기를 듣지는 못했다. 2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물로 가는 자동차'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코엘료가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하기 위해 연금술을 공부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 선배 생각이 났다. 젊은 시절의 호기인가? 그렇다면 그 선배와 코엘료는 무엇이 다른가?

『연금술사』는  꿈, 자아의 신화, 신의 지표, 만물의 정기, 마음 다스리기, 영혼 등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기 쉬운 중요한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나오는 이야기들 속에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교훈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다. 난 책을 읽으며 내 인생과 산티아고의 인생 역정을 비교하곤 했다. 그 내용을 자신과 비교하며 인생의 의미, 자아의 신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책의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은 기대했던 것보다 허무하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낸 보물이 '스페인 옛 금화가 가득 담긴 궤짝'이라니. 결국 '돈'이었다는 결론이다. 이건 뭔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가는 과정 중에 '돈'을 꽤 벌었다. 크리스털 그릇을 팔아서 충분히 잘 먹고 살 만큼 돈을 모았다. 그 때 번 돈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자아의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 모험을 계속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가 찾는 보물은 돈 이상의 것이 되어야 얘기가 된다.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해서 벌은 조금 많은 돈은 '자아의 신화'가 아니고 스페인 금화가 담긴 궤짝의 많은 돈은 '자아의 신화'란 말인가?


내가 저자라면 정신적인 삶의 교훈, 또는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보물 상자' 속에 넣어 두었을 것 같다. 물론 약간의 돈과 함께...

IP *.97.37.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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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9.03.04 10:31:39 *.251.224.209
너무 유명하다는 이유로 이 책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정산님의 리뷰를 통해,
"아, 이 책이 있었지. "  리마인드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참고가 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새삼스레 읽어보려구요.^^

그 선배가 아이템을 바꾸어서 다른 분야에서는 성공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코엘료처럼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나를 찾고 나로서 살아가는 흥미진진한 여행을 할 수는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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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
2009.03.04 22:48:03 *.33.67.35
저는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해 도피 행각을 벌이던 그 언젠가 파울로 코엘료를 인터뷰한 어느 기자의 책을 보았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본 이 작가의 인생은 소설보다도 더 소설적이었답니다. (파란만장 그자체..)그 책을 보다가 문득 그가 인생은 정면으로 승부한다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는 그 어떤 위험의 순간에서도 절대로 회피하지 않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인생을 마주대하고 있었죠. confront(정면승부하다)...그 때 이 영어 단어가 제 가슴에 와서 박혔습니다. 아마도 그 때저는 다시 일어설 결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불끈, 피하지 말고 정면 승부하자! 그러다 지면 그냥 쓰러지자..'  음하하하..그러고 보니 이 소설도 한 세 번쯤은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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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9.03.15 14:09:18 *.5.98.153
한 선배님 반갑습니다.
저도 말로만 듣던 책인데, 오프 수업때 사부님이 몇번 예를 드시는 걸 듣고 읽게 됐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과정 중 생각해 볼 만한 가치들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접한 책이  캠벨의 '신화의 힘'이었는데,
연구원을 수료하면서 읽게된 책이 '자아의 신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관한 이 책이었습니다.
결국 연구원 생활을 신화로 시작해서 신화로 수료하게 되는군요.
연구원이 자기 신화를 만들어가는 '꿈의 과정'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선배님 이제 본격적으로 집필에 들어가신 모양인데, 좋은 꿈 꾸시고 옥동자 순산하시길 기원합니다.
건승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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