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수희향
  • 조회 수 273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9년 5월 25일 04시 40분 등록

 

1부 저자에 대하여


생애

저자는 1943년 미국이 팬셀베니아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3세때 저자는 피아노 연주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한 때는 음악을 커리어로 삼을지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1961년 하버드 대학에 진학하면서 역사를 전공으로 삼고자 했으나 에릭 에릭슨 (참조: 미국의 저명한 사회 과학자) 의 영향으로 전공을 사회학, 심리학 및 인류학을 아우르는 사회 과학 쪽으로 변경한다. 특히 임상 심리는 그의 최대 관심 분야였다.

 

그러나 저자는 인지 심리학자인 제롬 브루너와 장 피아제의 저서를 접한 뒤 인지 심리학 쪽으로 관심 분야를 돌린다.

 

1971년 역시 하버드 대학에서 아동 심리로 박사 학위를 취득 후 넬슨 굿만과 함께 제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제로 프로젝트는 예술, 인문 및 과학 분야에서의 창의력이 어떻게 길러지는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다중 지능 (Multiple Intelligences)

저자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저자의 이론 다중 지능이다. ‘다중 지능이란 사람들이 분야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지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개인은 분야에 따라 인지 능력이 다르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83 <마음의 틀 Frames of Mind: The Theory of Multiple Intelligences>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기타 저서로는 <20세기를 움직인 11인의 휴먼 파워>, <다중지능 이론>, <다중 지능: 인간 지능의 새로운 이해>, <비범성의 발견>등이 있고, 현재 하버드 대학의 교육심리학 교수이자 보스턴 의과대학의 신경학 교수이기도 하다.

 

3부 내가 저자라면

 

3-1 주제 및 구성

이 책의 주제는 무엇인가? 7명의 다양한 분야의 천재라 불리우는 사람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들간의 공통점, 즉 어떻게 하면 천재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생각하는 창조성은 단일한 것이 아니고 다원적 이기 때문에 그 어떤 개인이라도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창조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천재들의 공통점을 통해 밝히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자는 현대라는 동시대를 겪은 인물들을 선정하였는데 이는 연구에 필요한 풍부한 자료 취합, 동 시대를 산 천재들의 공통점 취합에의 용이성뿐만 아니라 현대라는 시점 자체를 재정리하면서 포스트 모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독자들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좀 더 가깝게 느끼고자 하는 바램이었다.

 

그렇다면 위의 주제를 펼쳐가기 위해 저자는 어떻게 이끌고 있는가?

 

일단 대략 19세기 말에 태어나고 20세기 초중반을 거치며 거장 혹은 천재의 반열에 오른 7인을 선정하였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엘리엇, 그레이엄 그리고 간디.

 

다음으로 7인을 세 분류로 나누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가며 분석하고 있다.

 

1: 과학 분야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

2: 예술 분야 ?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엘리엇

3: 행위 혹은 퍼포먼스 분야 ? 그레이엄과 간디  

 

그리고 각 장 끝에 간주곡을 집어 넣어 자신의 생각을 요약 정리하고 있다.

물론 앞, 뒤에 이 책의 취지 및 결론과 함께.

 

구성 자체만 놓고 보면 참으로 깔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사 그레이엄과 마하트마 간디를 같은 부에 편성한 것은 아무리 그레이엄이 행위 예술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딘지 억지스럽다.

 

차라리 마사 그레이엄도 2부에 편성을 하던지 아니면 3부 인물을 다른 사람으로 대처하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여자 천재 한 사람쯤을 억지로 끼어 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물 선정이었다.

 

또 한가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것이 인물 선정즉 저자가 말하는 천재들의 분야일 것이다.

 

현대의 특징이 무엇일까? 아무래도 20세기 초중반을 관통하는 가장 역사적 사건은 1,2차 세계대전일 것 같다. 이에 따라 전 인류의 역사가 소용돌이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인데, 과연 이 책에서 다루는 7인으로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을까?

 

즉 여기서 다루고 있는 천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인문학적 측면에서 다룬다면, 한 사람을 놓고도 수십 권의 책이 나올 수 있을만한 거장들이지만, 만약 그들을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어떤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응당 표본 집단의 양과 질을 재분석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이 부분은 지금 이 순간도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토론은 이쯤에서 접기로 하겠다. 다만 이와 유사한 <생각의 탄생>을 접할 때보다 조금 더 느긋한 마음으로 그러나 좀 더 생각할 여력을 갖고 이 책을 대하게 된 것이 기뻤다.

 

3-2. 감동적인 장/절들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논하기에 앞서 우선 어쩐지 친숙할 것 같지만 그래서 더욱 알지 못했던 20세기 현대 예술계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 짧지만 강력하게 정리해 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을 정도이다. 현대 예술계의 거장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천재의 요건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을 떠나 또 하나의 책을 읽는 매력이었다. 특히 한 장, 한 장 전개될수록 서로서로의 연계성과 차이점을 통하여 현대 예술계를 들여다 본 것은 또 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었다.

 

타겟 독자: ‘우리 아이 천재 만들기에 골똘한 엄마들

들어가며를 읽으며 이 책이 많이 팔렸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책 맨 앞을 살펴보니 1 12쇄였다. 대단한 판매량이 아닐 수 없다. 2008년에 12쇄를 찍었으니 올해도 판매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

 

우리 나라 엄마들이 이 책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 같다. 현명한 마케터라면 이러한 책의 타켓 독자는 당연히 교육열 높은 우리나라 엄마들이 아니고 누구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은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이 책을 덮고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그 즉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부터 멈췄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이 책값 2 8천원과 이 책을 읽는데 들인 시간만 날린 것이다. 여기서 내게 왜?라고 묻는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다시 책을 읽어보라 할 수도 없고

 

당신은 아이가 없으니까 그렇게 편한 말을 할 수 있다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이 책에서 엘리엇은 분명히 그에 대해 답을 하고 있으니까. 미국 출신으로 영국에 정착한 엘리엇은 영국 작가들보다 더 영국을 대변하는 시인으로 자리 잡으며 자신은 경계인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영국을 바라 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아이가 없기 때문에 아이를 향한 본능 자체가 차단된 상태에서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저자가 말하는 우리 아이 천재 만들기프로젝트와 그에 대한 나의 의견을 종합 정리해 보기로 하자.

 

천재들의 유아기: 신동일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재들이 유아기 때 꼭 신동일 필요는 없다. 이 책에 나오는 7인 중에서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던 것은 피카소가 유일하다. 물론 프로이트 같은 경우 학습 성적도 뛰어나고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분야가 분야인 만큼 자신의 천재성을 유아기 때부터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다. 안심이다. 내 아이가 어릴 때 특출하지 않아도 천재가 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희소식은 없겠다.

 

하지만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기에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들은 어릴 때 누구라도 자신이 지닌 고유의 능력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가 너무 많은 장막을 드리우면 어찌 될까? 아이의 고유한 그러나 아직은 연약한 능력이 그 장막을 뚫고 나올 힘이 없다면 말이다.

 

대개 부모들은 아이를 위한,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아이 스스로 개척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판단하여 아이에게 좋은 분야를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그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천재에서 평범한 아이로 더 나아가서는 전혀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성인이 되어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쩔쩔매게 될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내 아이를 천재로 만들고 싶다면, 우선 관찰하라”. 지시하지 말고 관찰하라, 제발! 그 아이가 무엇에 흥미를 나타내는지, 어떠한 능력을 내비치는지 관찰하고 그 아이가 지닌 고유 영역을 개발하도록 도움을 주도록 하라.

 

천재들의 청년기: 습득-모방-창조

사회와 부모의 기대감으로부터 자신의 천재성을 지키고 이제 성인이 된 아이가 진정 자신의 꽃을 피우려고 한다. 과연 어떤 경로를 거쳐 천재는 탄생하는 걸까?

 

여기서 논하고 있는 7인의 천재들 모두 약간의 시간차는 겪지만 거의 대부분 습득-모방-창조 이 세 단계는 공통적으로 거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천재가 되는 가장 기초적인 골격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 우선 자기가 속한 분야와 이웃하는 경계까지 천재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습득한다. 여기서 바로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주장하는 몰입이란 개념이 생성되는 것이, 이 단계에서 천재와 일반인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핵심 요인이 바로 파우스트적 계약까지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 몰입하는 일이고, 이것이야말로 천재성의 근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신의 분야에 미쳐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나의 분야를 좋아하지 않고, 나의 일이 즉 내 삶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미칠 수 있을까? 반대로 괴로워 미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다음 2단계가 모방의 시기이다. 일단 천재들은 자신의 분야를 습득하고 나면 아주 쉽게 그 분야의 거장들을 흉내 낼 수 있게 된다. 피카소가 자신은 12살 때 이미 라파엘로의 그림을 흉내 낼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까지는 선천적 신동과 후천적 천재가 구분되지 않는 시점이기도 하다. 흔히들 신동이라 하면 각 분야의 성공한 어른들이 하는 일을 일찍이 흉내 내는 능력을 지닌 아이들을 일컬을 때가 많은데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영역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물론 모방이 반드시 신동에 한정된 것은 결코 아니다. 성인들 역시 각 분야를 습득한 후 한동안 모방의 시기를 거칠 수 있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각 분야의 거장들을 따라잡았음을 의미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해서는 결코 스스로 천재 혹은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스스로 거장의 반열에 오르고 싶다면 과거를 습득한 후 그 위에 나만의 세계를 창조해야만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7인 모두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했음은 물론이다.

 

글로 요약하면 사실 간단하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피카소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 천 번의 연습을 했었다는 것은 몰랐었다. 마사 그레이엄이 여가 시간조차 없이 작품에만 매달렸던 것도 몰랐었다. 엘리엇이 <황무지>를 완성하기 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그 동안 수천 행에 해당하는 초고를 반복해서 수정했었다는 것도 몰랐었다.

 

신동으로 태어날 수는 있지만 무조건 천재로 클 수는 없다.

 

천재와 평범한 사람들을 구분하는 가장 큰 경계가 무엇일까? 다름아닌 징그러울 정도로 한 분야에 집중하는 일이다.

 

이거다 싶은 분야를 만나게 되면 무서울 정도로 때로는 개인의 삶까지 희생하면서 집중한다. 그들에겐 이미 일상의 먹고 마시는 일은 무의미하고 고립된 인간관계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 빠져들다 보니까 자연히 고립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혹은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의도하며 어떠한 분야를 간다면 이미 천재가 될 확률은 적다고 볼 수 있다. ? 천재들은 결코 이성적으로 자신의 분야를 선택하지 않는다. 오로지 직관에 의해 자신의 분야에 빠져들고 그 경우에만 자신까지도 잊고서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죠셉 캠벨이 말한 천복의 길이다.

 

마사 그레이엄이 인도의 여신 크리슈나의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영혼의 울림, 간디가 열차 안에서 들었던 내면의 소리, 피카소의 계산되지 않은 열정, 프로이트의 자기 세계의 관철.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천복의 길을 걸어간 천재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천재와 나의 차이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용기의 차이, 집중의 차이, 미침의 차이가 아닐까?

 

그들도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었을 때는 신경쇠약이 걸리고 의기소침해지는 인간이었다.  천재라고 해서 굴곡 없이 늘 승승장구했던 것이 결코 아님을 이 책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늘 천재 혹은 거장들은 무언가 특출한 능력을 부여 받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 능력을 세상에 내보이면 살아왔을거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 다가온 느낌은 무섭다,였다. 과연 나같으면 내가 속한 장의 그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데 프로이트처럼 생소한 분야에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을까? 금욕적인 삶까지 이어가면서 말이다. 과연 나같으면 초창기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피카소처럼 노년까지 끝없이 창작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과연 나같으면 여자라는 핸디캡을 딛고서 가정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끝없이 미국적인 현대 무용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지독한 노력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천재들의 제 2의 도약: 10년 주기

저자에 의하면 천재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빛을 발할 때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리고 또 다른 10년이 지나면 제 2의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물론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지만).

 

1 도약과 비교했을 때 제 2의 도약의 차이점은 1단계에 비해 좀 더 포괄적이거나 원숙미를 보여준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이미 천재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창작 활동 시기를 가늠해 주는 단계라 할 수 있겠다.

 

천재들이 노년: 지속적으로 창작열을 불태우려면

먼저 베풀라는 진리가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는 일이 여기서도 벌어진다. 즉 천재들도 역시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제 아무리 평생을 희생하여 도약의 단계까지 거쳤다고 해도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 아닌 젊은 세대에게 자신들이 세계를 나누어주고 역으로 그들로부터 새로운 창작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 자존심을 넘어 자만심에 젖어 있을 수 있는 천재들에겐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단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피카소 같은 거장은 역시나 이 부분에서 그다지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만약 그가 젊은 여자들이 아니라 젊은 화가들과 활발할 교류를 나누었다면 그의 말년의 작품도 훨씬 더 작품성 높은 또 다른 창작품이 나왔을까?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것이 저자의 조심스런 예측이고, 저자는 이를 스트라빈스키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일생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면서는 창작열에 불타오르던 엘리엇의 경우, 말년에 안정된 재혼 생활을 누리면서는 오히려 작품의 세계에서 창조성은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천재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습득-모방-창조의 단계를 거쳐 제 2의 도약을 하고, 마지막까지도 창작열을 불태우는 천재들이 자칫 시들어버리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

 

예술가들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두 가지: 관객/독자와 의 지지

관객 없는 배우를 상상할 수 있을까? 객석이 비어있는 무대에 올라가 연기하는 배우는 그 사람의 연기력이나 작품성을 떠나서 상상할 수가 없다. 관객이란 그런 존재이다.

 

비평가들은 어떠한가? 작품에 따라서 비평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대중은 외면하는 경우도 있고, 대중은 호응했지만 비평가들로부터는 호된 평가를 받는 작품도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문화예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중의 하나이다.

 

그런가 하면 동시대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다가 수십 년 혹은 심지어 백 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인정받는 작가나 예술가도 있다. 이런 순간에 늘 떠오르는 예술가로 고갱을 빼 놓을 수가 없겠다.

 

당신은 어떠한가? 나는 두렵다. 가장 먼저 밥을 굶게 될까 두렵고 그 다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 두렵다.

 

하지만 고갱은 안 그랬을까? 그의 삶을 극화한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에서는 좀 더 의연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실질적 삶을 추적해보면 그 역시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그러나 보다 안정된 삶을 선택하는 또 하나의 갈림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 어떻해야 할까? 이쯤에서 연구원 생활을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밥벌이를 찾아 나서야 할까? 참으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누구나 겪는 고통스러운 번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내 자신 안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최종적인 해법을 논하기에 앞서 천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요건은 아니지만 나름 중요한 공통 사항 세 가지를 잠시 언급하고 다시 돌아오기로 하자.

 

혼자만의 시간, 느낌 표현하기 및 경계인으로서의 삶

이 책에 등장하는 7인의 천재들이 겪는 예외 없는 모습 중의 하나가 홀로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린 어떠한가?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있을까? 자고 나면 사건 사고가 터지고 오늘의 트랜드가 내일이면 변하는 바쁜 세계 속에 나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을까?

 

홀로 창작에 몰두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내면의 나와 대면할 기회고 갖지 못한 체 외부의 트랜드만 쫓는다는 것은 나만의 작품을 창조한다기 보다는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상품만 양산할 뿐이다.

 

둘째, 마사 그레이엄은 사람들은 모두 느낀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비밀은 그 느낌을 객관화하여 표현하는데 있다라고 말했다. 절묘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가 느낄 수 없다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여기서 바로 나의 예술세계와 현실 세계와의 괴리감이 생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느낀 것을 상대도 느낄 수 있게 표현하는 것. 예술가의 비밀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또 하나의 공통점은 경계인으로서의 삶이 있겠는데 이것은 조금 논란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분야에 따라서 다양성을 체험하고 포괄적인 관점을 가진다는 충분조건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경계인이 아닌 주류들이 천재가 될 수 없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경계인이 된다는 것을 다양성을 경험하고 거기에서 좀 더 객관화된 시각을 취할 수 있다라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자 이제는 다시 위에서 던진 어떻게 해야 흔들림 없이 창조자의 길을 갈 수 있을지를 정리하며 감동적인 장과 절을 마치도록 하겠다.

 

나의 길 걸어가기.

어떻게? 어떻게 아무 보장도 없는 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을까?

 

저자의 말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다중 지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은 천재가 되는 능력도 천재가 되는 길도 다양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더욱 이 길은 그 어떤 분석적 툴에 의한 과학적 방법에 의해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읽는 사람마다 7인의 천재에게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다 달랐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우는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로가 가장 다가왔다고 할 수 있겠다.

 

먼저 피카소. 그의 미침이 작품 속의 열정으로 녹아들 땐 한 없는 부러움이 솟아났지만 그의 미침이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이 되어 주변 사람들을 학대하는 부분에 와서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그의 광기는 동시대 그 어떤 경쟁자도 허락하지 않는 열정적인 작품 세계 창조와 주변 사람들을 거의 학대하는 수준의 양극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천재가 아닐 수 없다.

 

유럽에서는 비주류라 할 수 있는 자신의 고국 러시아를 결국 작품 속에 고스란히 살려 둔 스트라빈스키. 그가 내게 크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우리 문화가 현재 이방인의 문화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류의 원형인 제의 의식에서 창작물을 찾아낸다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애쓴 면 등에 있어서 마사 그레이엄은 간디보다 스트라빈스키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레이엄보다 스트라빈스키가 내게 더 다가온 것은 그래도 현대라는 시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국가적 위상 안에서 미국 내에서 장의 지지를 받았던 그레이엄보다는 유럽의 한 복판에서 비주류로서 주류 문화를 이끌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젠 이 모든 것들을 내게 적용하며 마무리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했지만 한 줄기 빛을 따라 용기를 내어 이 길을 갈 수 있는 나의 힘은 어디에 닿아 있는 것일까?

 

세속적으로는 소명의식이요 영적으로는 나의 글 세계가 곧 수행의 여정이라는 믿음이다.

 

다시 피카소로 돌아가보자. 역사적으로 그 어느 천재보다 광기가 번뜩였던 이 천재는 우리를 참 난감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다름아닌 그의 문란한 사생활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뛰어난 천재의 작품 세계가 그의 인간적인 약점으로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면서 피카소가 노년에 젊은 연인을 탐한 것은 끊임없이 창조성을 유지하기 위한 피카소만의 방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걸까?

 

피카소 정도의 천재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동의하고 넘어가면 되는 걸까? 언젠가도 말했지만 우린 히틀러를 영웅이라 말하지 않는다. 반대로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윈스턴 처칠은 역사에서 영웅으로 기록되고 있다.

 

과연 그 차이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결코 능력의 차이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윈스턴 처칠과 히틀러를 구분하는 경계선은 다름아닌 도덕성과 대의명문의 차이이다.

 

피카소에게 그림이 작품이라 한다면 처칠이나 히틀러에겐 군사 행동이 그들만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피카소는 처칠일까? 히틀러일까?

 

우리는 한 국가나 사회의 리더들이 도덕성을 상실했을 때 그 사회나 국가가 얼마나 휘청거리는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다.

 

한편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또 하나의 영웅 혹은 우상 집단이 다름 아닌 대중매체 예술가 즉 연예인 집단이라 할 수 있겠다. 수 많은 미국인들과 전 세계 사람들이 할리우드 배우들의 삶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들의 삶의 행태를 모방하고 있음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전통적인 사회 지도자 계층들과 기존이 예술 세계를 대처하는 대중 매체의 영웅들이 그 옛날 피카소처럼 삶에 대한 그 어떤 진지한 도덕성이나 통찰력 없는 삶을 살아간다면 과연 그러한 이들을 영웅이라고 혹은 천재라고 가슴에 품고 사는 사회 구성원들이 어떠한 삶을 지향할지는 너무도 뻔한 일이 아닐까.

 

언제 어느 때라도 사회의 지도자 계층 혹은 리더들은 공인이 되기에 앞서 투철한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된 내 바램이었다.

 

제 아무리 뛰어난 과학적 방법을 만들어 천재를 키워낸 들 그 어떤 삶에의 통찰력이나 소명의식 없이 그 길을 간다면 사회 전체로 놓고 보았을 때는 오히려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3-3 보완점 평설

첫째 원 제목과 번역 제목간의 차이를 말하고 싶다. 원저는 <Creating Minds>인데 한국어판 제목은 <열정과 기질>이다. 원저를 그대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 아닌 이상 왜 직역을 하지 않았냐는 토론을 벌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열정과 기질>이란 제목만으로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뜻이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내 요지이다. 차라리 천재가 갖추어야 할 마인드, 라든지 하는 식으로 책의 내용을 콕 짚어주는 연관성 있는 제목이 아쉬웠다.

 

다음으로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창조성> 편에서 자신이 천재의 조건을 설명하면서 그 범위를 정서나 종교, 영혼의 문제까지 다루려고 했다고 하지만 그다지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우선 저자 자신이 하버드 대학의 뛰어난 인지 심리학 교수일지는 몰라도 죠셉 캠벨과 같은 학자와 비교했을 때 삶에 대한 성찰 부분에서 많이 부족함이 책이 요소요소에서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저자가 간디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동양 사상이나 정서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지만 이 책의 주제와는 상관없는 부분이어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간디의 활동 영역을 놓고 천재성을 운운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하기 어려웠다).

 

끝으로 감수자나 번역자의 글을 읽어보면 천재를 길러내는 본질보다는 형식적으로만 책을 대하고 있다고 판단되어 그들에 대한 토론자체를 배제하였다.

 

정리하자면 <생각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독자에 따라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수도 있고 책 속에 아니 거장들의 삶 속에 푹 빠져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이상을 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배우고 습득했는가는 전적으로 읽는 이의 몫이겠다. 천재들이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자신들의 삶을 일구었듯이

IP *.12.130.12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72 [8] 열정과 기질 -하워드 가드너 [3] 범해 좌경숙 2009.05.25 2728
1871 열정과 기질-하워드 가드너 김홍영 2009.05.25 3015
1870 열정과 기질(3)-화면 보이질 않아 첨부자료로 재등재 file [1] 서원 이승호 2009.05.25 4214
1869 열정과 기질 - 하워드 가드너 [2] 혜향 2009.05.25 2611
1868 열정과 기질 Creating Minds [3] 백산 2009.05.25 2908
1867 [7]'열정과 기질'-하워드 가드너 희산 장성우 2009.05.25 2680
1866 [8]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인용문 (간디~끝) 수희향 2009.05.25 3056
1865 [8]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인용문 (엘리엇 & 그레이엄) 수희향 2009.05.25 2840
1864 [8]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인용문 (피카소 & 스트라빈스키) 수희향 2009.05.25 3057
1863 [8]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인용문 (처음~아인슈타인) [1] 수희향 2009.05.25 3021
» [8]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저자 및 내가 저자라면 수희향 2009.05.25 2738
1861 [7] 열정과 기질-하워드 가드너 정야 2009.05.25 2874
1860 열정과 기질을 읽고 [1] 혁산 2009.05.25 2706
1859 열정과 기질(1)-저자에 대하여와 내가 저자라면 [2] [1] 서원 이승호 2009.05.24 2923
1858 열정과 기질(2)-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서원 이승호 2009.05.24 3148
1857 [46] 88만원세대-우석훈 2009.03.15 3369
1856 [45] 소심한 사람이 빨리 성공한다 - 일리스 베넌 file [2] [2] 양재우 2009.03.10 5465
1855 [35] The Goal, 엘리 골드렛 [2] 현웅 2009.03.04 4897
1854 [41]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3] 정산 2009.03.03 3689
1853 [44] 내 인생의 첫 책쓰기 - 오병곤, 홍승완 file 양재우 2009.03.02 3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