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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5일 23시 50분 등록
Ⅱ.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이 책에 수록된 회고랄까 추억은 듬성듬성하다. 간혹 잊어버린 일도 있다. 바로 그런 게 인생이다. 우리는 듬성듬성 꿈을 꾸기 때문에 힘든 삶을 견뎌 낸다.

-. 회고록을 쓰는 사람의 회상과 시인의 회상은 다르다. 회고록을 쓰는 사람은 치열한 삶보다는 생생한 삶을 그리려 하기 때문에 지난 일을 상세하게 재현한다. 반면 시인은 자기 시대의 불꽃과 어둠 속에서 명멸하는 환영들을 보여 준다.

나는 어쩌면 내 자신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 내 인생은 시인의 여러 경험으로 이루어진 삶이다.


1. 시골 소년

(1) 칠레의 숲(p16)

-. 식물 왕국을 지배하는 법칙은 침묵뿐이다.

-. 칠레의 숲 속에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은 이 세상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나느 그 땅에서,그 흙에서, 그 침묵에서 태어나 세계를 누비며 노래했다.

(2) 유년기와 시

-. 나는 이 땅에서, 칠레의 ‘서부’와 같은 개척지에서 삶에 눈을 뜨고, 대지에 눈을 뜨고, 시에 눈을 뜨고, 비에 눈을 떴다.(17)

-. 1904년 7월 12일 내가 태어났고, 그로부터 한 달 후인 8월, 오래전부터 결핵을 앓던 어머니는 세상을 버리셨다.(19)

-. 아버지는 자갈 기차 기관사(19)

-. 나는 브로아의 자연에 흠뻑 빠져들었다. 새, 풍뎅이, 메추리 알을 보고는 넋을 잃었다. 그런 깊은 골짜기에서 엽총 총신처럼 까맣고 반들거리는 곤충을 발견하다니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20)

-. 어머니 사진도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갸날픈 몸매의 여인이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어머니가 시를 썼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 시를 본 적은 없다. 내가 본 것은 오직 저 아름다운 사진뿐이었다.

  아버지는 재혼하셨다. 신부 이름은 트리니다드 칸디아 마르베르네. 내 계모이다. 유년기 내 수호천사였는데 이제 와서 계모라고 부른다는 게 마뜩찮다. 아무튼 새어머니는 부지런하고 온화한 분이었다.(22)

-. 나이가 들면서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버팔로 빌의 무용담이나 살가리의 모험담을 읽으면서 내 정신은 꿈의 세계로 확장되었다. 첫사랑, 지극히 순수한 사랑은 철물점 딸 블란카 윌슨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그녀에게 푹 빠진 친구가 나에게 연애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할 수 없으나 그 편지가 아마도 내 처녀작일 것이다.(24)

-.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여러 가지 일이 뒤섞여 혼동을 일으킨다. 내 첫 연애 사건도 이상하게 자연과 뒤섞여 있다. 아마도 사랑과 자연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 시의 근원이었던것 같다.(25)

(2) 비의 예술

-. 신비로운 바다를 향해 산자락을 끼고 미지의 넒은 강을 항해하는 것보다 더 열다섯 살 소년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없었다.(29)

-. 그 집, 울퉁불퉁한 길, 미지의 사물, 먼 바다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소리, 이 모두가 내게는 신비였다.(30)

-. 난생처음 바다 앞에 섰을 때 나는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다.(30)

-. 테무코에서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이곳 해안 지방에서 여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성장했고 책을 읽었고 사랑에 빠졌고 또 글을 썼다.(32)

-. 울창한 산림과 끝없는 해변에서 생활하는 동안 내 영혼, 바꿔 말해서 내 시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땅 사이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벌써 아득한 옛날 일이 되었다. 그러나 그때 시작된 교류, 그때 얻은 깨달음, 그때 땅과 맺은 약속은 지금까지도 내 삷 속에 남아 있다.(33)

(3) 처녀작

-. 그때 백조는 죽을 때 노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34)

-. 언제 처음으로 시를 썼는가? 난생처음 시심에 사로잡힌 때는 언제인가? 지금까지 이런 질문들을 수없이 많이 받아 왔다.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보겠다. 아주 오래전, 어릴 적 일이다. 글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강렬한 감정이 북받쳐올라 몇 자 적었다. 운율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일상 언어와는 다른 것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깨끗한 종이에 정서할 때에도 설렘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전에는 느껴 보지 못한 깊은 불안, 일종의 고뇌와 슬픔에 사로잡혔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였다. 다시 말해서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어머니, 어린 시절 항상 포근하게 나를 감싸 준 천사 같은 새어머니에게 바치는 시였다. 첫작품이 어떤지 도무지 판단할 수가 없어서 부모님께 들고 갔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식당에 앉아서 낮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를 확연하게 갈라놓는 대화 내용이었다. 나는 시적 영감이 채 가시지 않아 조금 떨고 있었다. 부모님 앞에 종이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건성으로 받아 들고 대충 훏어본 후에 되돌려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어디서 베꼈니?’

  그리고 다시 목소리를 낮춰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와 중요한 문제를 의논했다.

  내 기억으로 첫 시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무책임한 문학 비평의 쓴맛을 보았다.

  어쨌거나 나는 지식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었다.(36)


2. 도시의 방랑자

(1) 학생연맹

-. 과두 지배 계급이 조직한 황금청년단이 학생연맹 본부를 습격한 것이다. 식민 시대부터 지금까지 부유층을 위해 봉사해 온 공권력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감옥에 집어넣었다. 촉망받던 젊은 시인 도밍고 고메스 로하스는 고문을 당한 후 정신질환에 시달리다가 감방에서 죽었다. 이 사건이 칠레라는 작은 나라에 몰고 온 파장은 후일 스페인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가 그리나다에서 암살당한 사건에 견줄 만큼 심각했다.(60)

(2) 겨울의 기인들

-. 로하스 히메네스 얘기를 하다 보니 생각난 것인데 광기와 시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성적인 사람은 시인이 되기가 무척 어렵듯이 시인 또한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가 무척 어렵다.(66)

-. 당시 우리의 투쟁 대상은 그 시대의 닉슨이라고 할 수 있는 히틀러였다. 세계대전이 임박해 있었다. 나는 동료 문인들과 함께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파시즘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 방법이란 책을 통해 임박한 위험을 알리자는 것이었다.(69~70)

-.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장소나 명예가 중요하지 않다네. 솔직하게 말해서 저 아름다운 그림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내가 진정으로 아쉬워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잘 알지도 못했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는 거라네. 저 감자 때문에 서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세상에서 그냥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라네.(72)

-. 나라는 사람은 너무나 단순하다. 이것이 내 장점이자 약점이다.(72)

-. 아무튼 나는 누구를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믿는다.(72)

-. 나는 적들과 함께 다니면서 내 자신이 오염될까 두려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왜냐하면 오직 민중의 적만이 내 적이기 때문이다.(72)

(3) 초기 시집

-. 첫 시집! ‘작가의 작업은, 적어도 시인의 작업은, 신비하거나 비극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작업, 대중을 위한 작업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해 왔다. 시와 가장 유사한 것은 빵이요 질그릇이요 서투른 솜씨로나마 정성껏 깍은 목각품이다.’(77)

-. 판을 거듭할수록 더욱 완전하고 아름다운 책이 되고, 시인의 언어는 향기를 품고 노래하는 포도주처럼 다른 언어라는 술잔에 옮겨서 지구 곳곳을 누비겠지만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빳빳한 새 책이 모습을 드러낸 저 순간, 날개를 활짝 펼치고 훨훨 날아가는 듯한 저 황홀한 도취의 순간. 높은 봉우리에 올라섰을 때 첫눈에 들어오는 꽃봉오리를 응시하는 그런 환희의 순간은 시인의 일생에서도 단 한 번밖에 없다.(77~78)

-. 우리 시인들은 작품 가운데 단 한 편만이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알레르기가 돋는다. 이러한 알레르기는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반응이다. 앞서 말한 독자들의 애착은 시인을 특정 순간에서 못 빠져나오게 만든다. 창작이란 부단한 연찬을 통해, 비록 참신성과 자발성은 떨어질지언정, 안정적으로 회전하는 바퀴와 같은 것이다.(78)

-. 사바트 에르카스티의 편지를 받고 장시를 쓰겠다는 야망을 접었다. 내가 제대로 천착할 수 없는 웅대한 시와는 담을 쌓았다. 의도적으로 문체와 표현을 낮추었다. 한결 소박한 표현과 내 고유의 조화로운 세계를 추구하면서 연애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는 목가적이고 또 고통스러운 시집이다. 이시집에는 고뇌에 찬 청년 시절의 정열과 칠레 남부지방의 거친 자연이 혼합되어 있다. 번뜩이는 우수에도 불구하고 실존의 기쁨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내가 아끼는 시집이기도 하다.(80)

-. 정치는 내 시와 삶의 일부를 차지했다. 시를 쓸 때 젊은 시인의 가슴을 적시는 사랑, 삶, 기쁨, 슬픔을 외면할 수 없듯이 나는 길거리 일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83)

(4) 말

  말은 이 야만적인 정복자들의 장화 밑바닥에 박혀 있던 조약돌처럼 수염에서, 투구에서, 편자에서 떨어졌습니다. 지금 그 빛나는 말이 여기 남아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언어입니다. 우리는 패자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승자였습니다. 저들은 황금을 가져가기도 했지만 황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갔지만 모든 것을 남겨두고 갔습니다. 우리들에게 말을 남겨 놓은 것입니다.(85)


3. 세계의 길

(1) 발파라이소의 방랑자

-. 한참 앞뒤 없이 살던 그 시절, 우리는 항상 갑자기, 항상 새벽에, 항상 밤을 꼬박 세웠을 때, 항상 호주머니에 돈 한 푼 없을 때, 삼등 열차에 몸을 실었다. 스무 살 남짓한 시인이자 화가인 우리들은 어떻게든 발산시키고 폭팔시켜야 할 객기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발파라이소라는 별은 매혹적인 손길로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그때와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부른다는 느낌이 들었다.(87~88)

-. 집집마다 내걸린 빨래와 끊임없이 늘어나는 맨발의 아이들은 벌집 같은 판자촌에서도 사랑은 식지 않았다는 증거이다.(91)

-. 발파라이소의 작은 세계는 위협적이고 폐쇄적인 각자의 바다이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소리이며,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려 버리는 고독한 몸짓이다.

  나는 발파라이소 괴짜들의 삶에서 힘겨운 항구 생활과 아울러 어떤 통일성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저 위 산동네에서는 빈곤이 만발했다. 역청도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덩달아 기쁨도 부글부글 끓어오른는 동네였다.(94)

-. 발파라이소의 계단을 전부 돌아다니면 세계를 한 바퀴 돈 셈이 된다.(96)

-. 발파라이소 항구는 안데스 산맥에서 빠져나온 지맥과 바다 사이의 투쟁이다. 그러나 이싸움의 승리자는 인간이었다.

-. 나는 이 상처 난 언덕에서, 이 향기로운 언덕에서 살았다. 트럼펫처럼 이리 휘고 저리 구부러진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삶이 고동치는 언덕이었다.(99)

-. 이곳 언덕의 이름은 모두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언덕들만 둘러본다 해도 끝없는 여행이 된다. 발파라이소 여행은 땅이나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99)

(2) 알바로

-. 어디를 가든 내 꿈은 식물처럼 사는 것이다. 한곳에 눌러앉아 그곳에 뿌리를 내리려고 한다. 그래야 생각할 수 있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기에......(118)

-.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궤뚫어 보는 당돌한 푸른 눈, 섬세한 감수성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고 있으니......(119)


4. 빛나는 고독

(1) 밀림의 이미지

  시인은 민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삶은 내게 이런 경고를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얻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명예가 있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형제애가 있고 어둠 속에서 꽃피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교훈이었다.(127)

(2) 아편

-. 아편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아편을 경험하고 그 맛을 알 필요가 있었다.(137)

-. 아편은 뜬소문처럼 이국 취향에 함몰된 사람들이 향유하는 천국이 아니었다. 착취 당하는 사람들의 도피처였던 것이다.(137)

(3) 실론

-. 매일 저녁 턱시도를 차려입는 영국인들과 내가 범접할 수도 없는 광대한 세계를 형성한 힌두교도 사이에서 나의 선택지는 고독뿐이었기에 그 시절이 일생에서 가장 외로운 때였다. 그러나 나는 그때를 가장 빛나던 시기로 기억한다. 마치 어마어마하게 밝은 번갯불이 창문 밖에 머물면서 내 운명의 안팎을 속속들이 비춰 주는 것 같았다.(139)

-. 나무에 묶인 코끼리는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러나 사냥꾼들은 코끼리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동안 굶도록 내버려두었다가 코끼리가 자유롭게 밀림을 돌아다닐 때 즐겨 먹던 식물의 순이나 여린 줄기를 코앞에 들이밀었다. 코끼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 음식을 먹었다. 이제 길들여진 것이다. 지금부터는 고된 노동을 배우게 될 것이다.(146)


5. 가슴속의 스페인

(1)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 우리는 깜짝 놀랄 만한 행사를 기획했다. ‘알알리몬’ 연설을 준비한 것이다.

  ‘투우사 두 명이 망토 한 장을 같이 들고 투우와 싸우는 경우가 있지. 투우에서 가장 위험한 도전 방식이라 자주 볼 수는 없어. 백년에 두세 번 밖에 안 하거든. 그리고 투우사 두 명이 형제이거나 최소한 피가 섞인 친척일 때만 그런 경기를 하는 거야. 이것을 알알리몬 투우라고 하는데 우리 둘이 연설에서 한번 시도해 보자는 거야.’

  말을 주고받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연설처럼 보이도록 준비했다.(170)

(2) 그라나다의 범죄

-. 로르카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그는 이미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만날 수가 없었다. 로르카는 또 다른 교살자를 만났던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스페인 내전은 한 시인의 실종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곧이어 내 시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186)

-. 시란 정태적인 물건이 아니라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시를 창작한 사람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허다합니다. 시란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요소,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로 형성됩니다.(188)


6. 쓰러진 사람들을 찾아서

(1) 라파엘 알베르티

-. 시는 언제나 평화적인 행위이다. 밀가루가 있어야 빵을 만들 수 있듯이, 평화가 있어야 시인도 있다.

  불장난을 좋아하고 전쟁을 즐기는 승냥이 같은 인간들은 시인을 태워 죽이고 찔러 죽이고 물어뜯어 죽인다.(210)

-. 스페인 시의 정수가 알레르티의 시라는 크리스털 잔에 녹아있는것(211)

-. 알베르티는 서사시적인 성격의 소네트를 창작하여 막사와 전선에서 낭독했을 뿐만 아니라 시적 게릴라, 즉 반전시라는 시적 게릴라를 창조했다. 포성 속에서 날개가 돋아나고 나중에는 전 세계를 날아다니게 된 노래를 창조했다.

  순수한 시의 혈통을 이어받은 알베르티는 세계적인 위기의 순간에 시는 유용한 공공재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이 점에서 마야코프스키와 유사. 유용한 공공제로서 시는 힘, 애정, 기쁨, 진정한 본질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갖지 못한 시는 소리야 나겠지만 노래하지는 못한다. 알베르티 시는 항상 노래한다.(212)

(2) 칠레의 나치

<칠레의 여명>이라는 잡지의 편집자로 일할 때는 문학적 무기(다른 무기는 없었다)를 총동원하여 이 나라 저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는 나치를 겨냥했다.(213)

(3) 이슬라네그라

-. 스페인 내전을 경험한 덕분에 나는 훨씬 강해지고 성숙해졌다. 이제 우울한 시는 쓸 수 없었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의 우수에 찬 주관주의나 ‘지상의 거처’에 담긴 고통스러운 예상은 막을 내렸다. 두 시집을 형성하는 광맥은 지하 암반에서 캐낸 것이 아니라 온갖 책갈피 속에서 찾은 것처럼 보였다. 시가 우리 인간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을까? 지금껏 시는 비합리적이고 부정적인 영역을 실컷  걸어왔다. 이제는 걸음을 멈추고 휴머니즘의 길을 찾아야 한다. 비록 휴머니즘이 현대 문학에서 추방되었다고는 하나 인간 존재의 염원에 깊이 뿌리를 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의 노래’를 집필하기 시작했다.(214)

-. 역사적 사건, 지리적 환경, 우리 민중들의 삶과 투쟁을 모두 아우르는 총괄적인 시를 반드시 써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슬라네그라의 거친 해변과 대양의 사나운 물결 덕분에 나는 이 시의 창작에 몰두할 수 있었다.(215)

(4) 스페인 사람들을 데려오시오

-. 칠레 인민전선 정부는 나를 프랑스로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임무를 완수하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포로가 된 스페인 사람들을 칠레로 데려오는 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내 시는 빛줄기처럼 아메리카에서 뻗어나가 누구보다도 더 영웅적이고 고초를 겪은 저 사람들 사이로 퍼지게 될 것이다.(215~216)

(5) 장군과 시인

-. 내전에서 패배하고 포로 생활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눈물과 웃음과 고독과 낭만이 묻어나는 소설감이었다.

-. 안달루시아 출신의 시인 페드로 가르피아스의 경험담(222~223)

-->술집 주인은 경건하게 경청하고 있었다. 물론 가르피아스의 말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외로운 두 사람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가슴에 묻어 둔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에 우정을 다지게 되었다. 매일 저녁 서로 만나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가르피아스, 그 사람이 어떤 얘기를 했다고 생각해?’ 나는 여러 차례 이렇게 물어보았다.

  ‘글세,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어. 하지만 그 사람 얘기를 듣고 있으면 다 이해가 되었지. 아니, 그런 느낌이었어. 그 사람도 내 이야기를 틀림없이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다네.’

(6) 위니펙 호

-. 2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시점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행해 온 그 일은 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내가 내민 손은 박해받는 망명자들에게는 구원이나 다름없었고, 조국 칠레의 포용력과 투쟁 정신을 한눈에 보여 주는 사례였다. 그런데 이런 희망이 대통령의 전문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224)

-. 모두 배에 승선했다. 그들은 어부, 농부, 노동자, 지식인들로서 힘과 영웅심과 노동의 표본이었다. 나의 시는 투쟁을 통해 그들에게 조국을 찾아 주는데 성공했다. 한없는 자부심을 느꼈다.(226)

(7) 긴 여행

-.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가장 가까이 있던 것, 가장 근원적인 것, 가장 강렬한 것, 가장 소중한 것이 길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세상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인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인간의 마음을 탐구했을 뿐이다.인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도시를 바라보았으니 텅 빈 도시만 눈에 들어왔다. 비참한 모습의 공장을 둘러보았으나 지붕 밑에서, 길거리에서, 정류장에서, 도시와 농촌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한 것이다.

  최초의 탄환이 스페인 기타를 관통하고 거기서 음악 대신에 피가 솟구쳐 나오자 내 시는 인간의 절망이 널브러진 길 한가운데서 유령처럼 서성거렸고, 시에서는 무수한 뿌리가 생겨나고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 그때부터 내 길은 다른 사람들의 길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고독이라는 남쪽에서 민중이라는 북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내 보잘것 없는 시는 민중에게 칼이 되고 손수건이 되어, 무거운 고통으로 흘린 땀을 닦아 주고 빵을 위한 투쟁의 무기가 되기를 열망했다.

  그러자 세상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영원해졌다. 이제 우리는 대지 위에 당당히 발을 딛고 서 있다. 우리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무한정 소유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 어떤 신비도 찾지 않는다. 우리들이 바로 신비이기 때문이다. 내 시는 끝없이 광활한 세상의 일부가 되고, 바다 속과 지하 세계의 일부가 되고, 놀라운 식물 세계로 들어가고, 대낮에도 유령과 대화를 나누고, 땅속 깊은 곳에 숨겨진 광물을 탐색하고, 가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다시 맺어 주고 있다.(228~229)


7. 멕시코, 꽃과 가시의 땅

-. 나는 지상의 다양성과 지구 곳곳에서 생산되는 다채로운 산물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233)

-. 멕시코의 찬란한 업적에서, 그리고 어마어마한 실책에서조차 우리는 원대한 포용력, 뿌리 깊은 생명력, 무궁한 역사,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233)

(1) 멕시코 화가들

남녀 병사들, 마름의 총에 맞고 쓰러진 농민들, 끔찍한 십자형을 당한 사람들을 그린 오로스코의 작품은 우리 아메리카 회화의 불멸의 역작이며, 우리의 잔혹함을 폭로하는 증거로 남으리라.(235)

(2) 왜 네루다인가

내가 열네 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노골적으로 문학을 못 하게 막았다. 당신 아들이 시인이 되는 게 너무나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시를 발표할 때 아버지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필명을 사용했다.(245)

(3) 잡지 <아라우카니아>

-. 인간 종족이라는 나무에 지성이라는 수액이 타고 올라감으로써 다양한 색깔의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란것(251)


8. 암담한 조국

(1) 마추픽추

-. 나는 고향 땅이 아니고는 살 수가 없다. 내 땅에 발을 딛고, 내 땅을 만지고, 내 땅의 소리를 듣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내 땅의 물소리와 그림자를 느끼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내 땅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자양분을 흡수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러나 칠레로 돌아가기 전에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내 시는 한 층 더 두터워졌다.(255)

-. 저 험준한 봉우리에서 영욕의 세월을 거친 유적을 돌아보며 나는 추후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시집 ‘마추피추 산정’은 이렇게 태어났다.(256)

(2) 초석 산지

-. 내 시는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시 덕분에 고단한 삶을 사는 동포들과 한데 어울릴 수 있었고, 그들은 나를 둘도 없는 형제처럼 받아 주었다.(257)

-. 사막은 의사소통이 불가능. 나는 사막의 언어, 다시 말해서 침묵을 이해할 수 없었다.(259)

-. 내 시와 삶은 아메리카 대룩의 강처럼 흘러갔다. 남반구의 깊은 산속에서 발원하여 쉼 없이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칠레의 거친 물결처럼, 내 시는 그 물살에 떠내려가는 어느 것 하나도 배척하지 않았다. 열정을 흡수하고 신비한 세계를 천착하며 민중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 주었다.

  고통받으며 투쟁하고 사랑하며 노래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세상에 나누어주는 것이 내 몫이었다. 빵도 맛보고 피도 맛보았다. 시인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눈물에서 입맞춤에 이르기까지, 고독에서 민중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시 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시를 위해 살아왔고, 시는 내 투쟁의 밑거름이었다. 내가 받은 제일 큰 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멸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받기 어려운 그런 상이다. 어려운 미학적 연찬을 거치고 수많은 언어의 미로를 통과한 끝에 민중시인이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내가 받은 상이다.(262~263)

-. 노동자들은 칠레의 바람과 밤과 별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네아픔을 생각해 주는 시인이 있어.’(263)

(3) 찢겨진 육신

-. 우리 시인들은 본래부터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연기를 내뿜는 불길이다. 이러한 불길로 나는 창작에 전념했다. 내가 경험한 일을 고대 아메라카 역사와 결부시켰다. 도망다니며 숨어 지내던 바로 그해, 가장 중요한 내 시집 ‘모두의 노래’를 탈고 했다.(266)

(4) 원시림의 길

-. 이어 왱 하고 톱날이 돌아가며 거목의 몸통을 동강 냈다. 땅이 북을 울리며 거목이라는 신을 받아들인 직후, 윈시의 바리올린처럼 날카로운 금속성을 뽑아 내는 톱질 소리는 신화적인 분위기, 신비의 분위기, 우주적 공포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원시림이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원시림의 통곡에 마음이 무거웠다. 마치 마지막 절규를 내뱉는 원시림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여기에 온 것 같았다.(273)

(5) 안데스 산맥

-. 이 모두는 신비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이면서 동시에 갈수록 심해지는 추위와 눈과 추적의 위험을 뜻했다. 고독, 위험, 정적, 절박한 심정이 한꺼번에 우리를 엄습했다.(278)

-. 춤을 추는 우리 일행을 곁에서 바라보던 나는, 어렴풋하나마 낯선 사람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비록 멀리 외따로 떨어져 있으나 서로 부탁하고 응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280)

-. 우리를 접대한 것, 그뿐이다. ‘그뿐이다’라는 이 말은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같은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281)

(6) 파리 여행과 특권

-. 문득 머릿속에 세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논쟁이 떠올랐다. 세익스피어 작품은 세익스피어가 쓰지 않았다는 복잡하고도 터무니없는 논쟁에 끼어든 마크 트웨인은 이런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 그 희곡을 쓴 사람은 윌리엄 세익스피어가 아니라 다른 영국인입니다. 다만 우연히 세익스피어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나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죽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 이름 또한 윌리엄 세익스피어였습니다.’

  ‘기자 양반, 이렇게 쓰세요. 나는 파블로 네루다가 아니가 다른 칠레인입니다. 하지만 그는 시를 쓰고, 자유를 위해 싸우며, 이름 또한 파블로 네루다라고요.’(286)

(7) 뿌리

-. 내 시는 개척지 땅에 뿌리 내렸고 한 번도 그 땅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내 인생도 긴순례였다. 항상 돌고 돌아 칠레 남부의 숲으로, 무성한 밀림으로 되돌아왔다.(290~291)

-. 나무 뿌리는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시간과 습기와 이끼와 부단한 소멸의 과정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렇게 지상에서 상처 입고 불에 탄 뿌리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이런 뿌리는 오솔길을 가로막고 우리에게 나무가 자라는 땅 속의 비밀을 들려주고, 나뭇잎이 무성하게 우거질 수 있는 신비를 보여 주며, 식물 왕국을 일으켜 세운 근육을 자랑한다. 무성한 이끼에 덮여 비극적인 생을 마치는 뿌리에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만들어낸 조각품,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이 바로 뿌리이기 때문이다.(291)


9. 망명의 시작과 끝

(1) 소련 방문

-. 이렇게 해서 오물을 견뎌내고 순교자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나짐 히크메트가 이야기를 끝마쳤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당신은 우리 모두를 생각하고 노래한 것입니다. 이제 그 점은 확실하므로,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 모두는 언제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297)

-. 문학의 궁극적 목적을 논의할 때 이런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학에서 새로운 형식, 즉 기존 형식의 혁신은 관습적인 틀을 넘어서거나 깨뜨려야 한다. 하지만 문학이 어떻게 철저하고 광범위한 혁명과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정치, 경제, 사회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민중들이 경험한 승리, 갈등, 인간적인 문제, 풍요, 진보, 성장을 핵심적인 주제에서 제외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잔인한 침략자들에게 짓밟히고 집요한 식민주의자들과 온갖 종류의 우민화를 자행하는 세력에게 포위된 저 소련의 민중들과 연대하지 않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과연 문학이나 예술이 이처럼 본질적인 사안을 외면하고 공허한 자율성만을 고집해도 된다는 말인가?(298)

-. 작가의 작업도 저 얼음 낚시꾼의 작업과 공통점이 많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작가는 강을 찾아야 한다. 만일 강이 얼어붙었다면 끌로 구멍을 파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혹독한 비판을 견뎌 내고 조소를 이겨 내야 한다. 또한 깊은 강물을 찾아 적절한 낚시바늘을 던지고 끝없는 노력을 경주한 다음에 아주 조그마한 물고기를 낚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낚시를 던지고 추위와 고통을 견뎌 내면 시간이 갈수록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300)

(2) 어설픈 해양학

  이제 망명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오랫동안 바닷물을 응시한다. 나는 이 물을 건너 다른 물로 나아가고 있다. 내 조국의 격랑을 항해하고 있다.(332)


10. 여행과 귀환

(1) 시와 경찰

-. 나는 파문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 역시 그 누구도 파문시키지 않을 것이다. 파스칼 같은 신부에게 ‘당신은 반공주의자이기 때문에 영세를 주어서는 안 되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당신은 반공주의자이기 때문에 당신의 시, 당신의 창작물을 게재할 수 없소.’라는 따위의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일 뿐, 그 외의 어떤 규칙이나 호칭이나 딱지를 붙이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누구나 성당에 들어갈 수 있고, 인쇄소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체포하거나 추방하려고 시장을 면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누구나 웃는 얼굴로 시청을 드나들 수 있기를 바란다. 곤돌라를 타고 도망가던 사람도, 오토바이를 타고 뒤쫓는 사람도 없기를 바란다. 또 대다수 사람들이, 아니 모두가 말하고 읽고 듣고 번영하기를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투쟁이란 모든 투쟁을 끝내기 위한 투쟁일 뿐이며, 강력한 대응이란 모든 강력한 대응을 끝내기 위한 강력한 대응이다. 나는 지금까지 오로지 한 길을 추구해 왔는데, 그 이유는 이 길이 우리 모두를 영원한 사랑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341~342)

-. 이 위기의 순간에도, 이 전멸의 위협 속에서도 사태를 직시하면 서광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 그 어떤 시련도 이런 희망을 꺽을 수 없다.(342)

(2) 두 번째 중국 방문

-. 그런데 땅도 하늘도 광대한 이 혁명 중국에서, 그것도 대낮에, 한 인간을 신화로 만드는 과정을 목격한 것이다. 혁명적 의식을 독점하게 만드는 신화, 즉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새로운 세상의 창조를 한 사람의 손아귀에 맡겨 버리는 신화였다. 나는 이처럼 쓰디쓴 약을 두 번씩이나 삼킬 수는 없었다.(354)


11. 시는 직업이다.

(1) 시의 힘

-. 시를 한 편, 한 편 읽어 나가며 매 목소리가 깊은 우물과 같은 침묵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느꼈을 때, 또 저 노동자들의 검은 눈동자와 눈썹이 점차 내 시에 뻐져들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그제야 진정한 독자를 만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운율에 취하고 또 버려진 영혼들이 시에 젖어 들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나머지 계속 시를 낭독했다.(377)

-. 내 이름과 시의 제목을 듣자마자 그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모자를 벗었다. 정치인들의 뻔한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들이 내 시, 아니 시를 낭독하겠다니까 모자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높은 연단 위에서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는 모자들을 보았다. 잔잔한 바다에서 해일이 일어난 듯 1만여 개의 모자가 일제히 파도를 일으키더니. 무언의 존경을 담은 검은색 포말을 일으키며 아래로 사라졌다.

  나는 시를 낭독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전쟁과 해방을 강조했다.(381)

(2) 시

  시는 이미 독자와 관계가 끊어졌다. 이 관계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 인간의 가슴을 만나고, 여인의 눈을 만나고, 길거리의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또 노을을 쳐다보거나 한밤중에 별을 바라보며 시 한 구절을 읊조리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이렇게 문득 찾아든 시는 우리 시인들이 그동안 읽고 배우느라 투여한 갖은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보람있는 일이다. 우리 시인들은 낯선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낯선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해변에서, 낙엽 속에서 문득 시를 낭송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들이 지은 시를 소중하게 낭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때만이 우리는 진정한 시인이며 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386)

(3) 언어와 함께 살기

-. 언어와 한평생 같이 살다 보면 친근감이 몸에 배어 언어를 잡아당겨 보고, 탐구해 보고, 머리카락과 배를 뒤져 보게 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스페인어를 다루었다. 구어도 색다른 면이 있으나 문어 또한 예상 외로 맛깔스러운 면이 있다. 작가의 개성은 언어를 옷이나 피부처럼 사용함으로써, 소매나 기운 자국이나 땀이나 핏자국을 통해서 드러난다. 이것이 문체이다.(387)

-. 만약 내 시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무한히 펼쳐진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경향일 것이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했다. 그렇다고 또 다른 문화의 틀 속에 가둬 두고 싶지도 않았다. 내 자신이 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고향 개척지 사람들이 땅을 넓혀 갔듯이 나 자신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4) 비평가도 고통을 당해 보라

-.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는 본질적으로 위대한 신문 연재물이다.(389)

-. 시인은 고통으로 몸부림쳐야 하며, 절망적인 삶을 살아야 하며, 변함없이 절망적인 노래만 불러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일부 사회 계급의 견해였다. 많은 시인들은 묘비명이나다를 바 없는 이런 관념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390)

-. 우리 시인들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단, 우리가 민중과 강고한 유대를 맺고, 민중의 행복을 위해서 투쟁한다는 단서가 붙을 때만.(391)

-. 나는 앞으로도 내 수중에 있는 소재,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소재로 작업할 것이다. 나는 잡식성이어서 감정, 존재, 책, 사건, 전투 등 무엇이나 삼킨다. 온 땅을 먹고 싶고, 온 바다를 마시고 싶다.(392)

(5) 단시와 장시

-. 모든 결정권은 시를 쓰는 시인에게 있다. 피와 한숨 그리고 있는 지식과 없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결정한다. 이 모두가 시라는 빵에 들어가는 것이다.(394)

-.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도 죽은 시인이다. 비합리주의적인 시인은 자기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데,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오로지 합리주의만을 추구하는 시인은 바보라도 이해할 수 있는데, 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 이런 방정식은 정답이 있은 것도 아니며 하느님이나 악마가 제시한 해법도 없다. 합리와 비합리라는 양극단은 시 내부에서 부단히 다투고 있으며 한번은 이쪽이 승리하고 다음 번에는 저쪽이 승리한다. 하지만 시 자체는 결코 패하는 법이 없다.(394)

-. 우리 시인들은 독자를 찾아나서야 한다. 독자가 있는 곳이라면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가하거나 우주선을 타고 하늘을 비행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시란 인간의 심오한 감성에서 우러나온다. 바로 이런 감성에서 예배와 찬송이 우러나왔고, 나아가서 종교가 탄생했다.(394)

(6) 독창성

-. 탁월한 시인이 되려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고수하고, 자연, 문화, 사회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395)

-. 시는 감정보다 한층 본질적인 영역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서, 통제된 자발성을 믿는다. 이를 위해 시인은, 이를테면 긴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 용품처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품목은 단어, 음성, 비유에 대한 형식적, 실제적 정보이다.(396)

(7) 병 속의 범선과 선수상

-. 2000년의 종소리, 미래의 기쁨, 내일의 평화, 정의로운 세계를 위해 이 시대의 우리 시인들은 노래하고 투쟁했다.(398)

-. 나는 집에다가 크고 작은 장난감을 많이 모아두었다. 모두 내가 애지중지 여기는 수집품이다. 놀지 않는 아이는 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놀지 않는 어른은 자신 속에 살고 있은 아이를 영원히 잃어버리며, 끝내는 그 아이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게 된다. 나는 집도 장난감처럼 지어 놓고, 그안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논다.(399)

(8) 깨진 유리창

-.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번역하고 있었고, 고대 운율에 맞춰 긴 사랑의 노래를 집필하고 있었다.

  사랑의 노래여! 산산조각 난 유리를 헤치고 일어나라. 노래할 시간이 왔도다.

  사랑의 노래여! 균형 감각을 회복하고, 고통을 노래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다오.(406)

-. 나는 여전히 사랑의 가능성을 믿는다. 또한 사람들이 고통을 딛고 일어나, 피와 부서진 유리를 딛고 일어나 서로를 이해하리라고 확신한다.(406)

(9) 비평과 자평

-. 나에게는 리얼리즘이 맞지 않으며, 적어도 시를 논할 경우에는 리얼리즘을 혐오한다. 그리고 시가 리얼리즘 이상이거나 리얼리즘 이하일 필요도 없으나 반리얼리즘이 될 수는 있다. 내가 말하는 반리얼리즘이란 모든 합리성과 모든 비합리성, 다시 말해서 모든 시를 내포한다.(435)

-. 주의하라! 우리는 시인에게 빛과 어둠 속에 있으라고 요구할 뿐만 아니라 거리와 전투 속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라고 요구한다. (436)

-. 나는 내가 가진 것 모두를 바쳤다. 내 시를 링위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종종 시와 더불어 나 자신도 피투성이가 되어 고통을 경험하고 영광을 찬양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해를 사기도 했으나 그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436)

-. 시인이 이처럼 자기만의 신성한 영역을 떠받들고 있는 한, 매수하거나 억누를 필요가 없다. 이런 시인은 하늘에 안주함으로써 스스로를 매수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가 휘황찬란한 길을 가더라도 발 딛고 있는 땅은 흔들리고 있다.(438)

(10) 노벨 문학상

-. 이 땅의 과거가 현재의 우리 모습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변했음에도 불국하고 꽃으로 개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땅만이 본질을 간직한 채 영원히 존재한다.(446)

-. 아직도 미지의 땅인 이곳에서 영웅이 되는 길은 어둠에 묻히는 것이다. 사실, 이 땅에서, 이 땅이 부르는 노래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피와 이름 모를 꽃이다.(446)

(11) 루이스 카를로스 프레스치스

-. 나는 천천히 시를 읽었는데, 한 행을 마칠 때마다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이러한 박수는 내 시에 깊은 반향을 남겼다. 13만 청중 앞에서 자기 시를 낭송한 경험이 있는 시인은 이미 예전의 시인이 아니며, 이전과 똑같은 생각으로 시를 쓸 수도 없다.(465)

(12) 순박함의 교훈

-. 마르크스주의의 일반 원칙, 자본주의에 대한 혐오,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을 제외하고 인류의 완고한 모순을 갈수록 이해하기 어렵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인들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은 ‘장미꽃 침대’가 아니었다. 잔혹하고 부당한 전쟁, 지속적인 억압, 자본의 침투와 같은 불의가 갈수록 분명하게 드러난다. 쇠망기에 접어든 자본주의는 조건부 자유, 성, 폭력, 할부 판매를 미끼로 유혹한다.(473~474)

(13) 쿠바인들의 편지

-. 과거에 흘린 피를 위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운동선수, 외교관, 정치가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보다 마음의 국경에서 자유로운 시인도 나서야 한다.(481)

-. 미국에 있는 우리 민중의 적은 바로 미국 민중의 적이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482)


12. 희망과 고난의 조국

(1) 공산주의자들

-. 우리는 주관적인 것, 인간의 본질, 본질의 본질을 걱정하자. 그러면 우리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누린다. 자유란 얼마나 위대한가! 공산주의자는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다.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반면에, 우리는 본질을, 본질의 본질을 걱정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492) 

(2) 시와 정치

-. 내가 채워 나간 노트는 책이 되었다. 마치 변신을 거듭해서 움직이지 않던 것이 움직이는 것으로, 유충이 반딧불이로 변하듯이.(495)

-. 나는 군중에게 인생을 배웠다. 시인의 타고난 수줍음으로, 수줍은 사람의 두려움으로 군중에게 다가가지만, 그 품에 안기는 순간 나는 본질적인 다수의 한 부분으로, 거대한 인간 나무에 매달인 나뭇잎으로 변모한다.

  고독과 군중은 이 시대 시인이 떠맡아야 하는 기본 의무이다. 고독 속에서 내 삶은 풍부해졌다. 칠레 해안에서 바위와 전투를 벌이는 파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바다, 완벽한편대를 이룬 철새, 그리고 눈부시게 부서지는 포말에 사로잡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군중이라는 거대한 물결에서,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정한 눈길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모든 시인이 이런 경험을 할 수는 없으나, 한번 경험한 사람은 이를 가슴에 간직하고, 작품으로 풀어 놓을 것이다.

  단 1분이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다는 것은 시인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슴 뭉클한 경험이다.(496)


옮긴이의 말

1. 이 책은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태어날 때부터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의 삶을 기술한 회고록이다.(533)

2. 한 개인이 일생 동안 겪은 일은 수없이 많을 텐데, 네루다는 그런 개인사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지는 않는다. 성찰의 거울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을 향하고 있다. 복잡한 사생활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보이지 않고, 그가 살아온 시대적 상황과 인물을 회고한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마치 네루다라는 창을 통해 20세기 세계사를 들여다보는 듯하다.(534)

3. 네루다는 이런 망각의 어둠을 배경 삼아 반짝이는 삶의 편린들로 시, 사랑, 혁명을 찬연하게 아로새기고 있다.

  네루다에게 시는 삶의 전부였다.(534)

4. 네루다를 끊임없이 노래하게 만든 영감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거의 모든 비평가가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듯이, 대자연이다. 산과 숲, 벌판과 꽃, 식물과 동물, 하늘과 땅, 비와 바람이다. 그렇기에 네루다 또한 이렇게 고백한다. ‘아마도 사랑과 자연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 시의 근원이었던것 같다.’(534)

5. 네루다는 타고난 보헤미안으로 한곳에 정착하기보다는 쉼 없이 세상을 돌아다녔다. (535)

6. 이 회고록에서 네루다가 특별히 강조한 사랑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민중에 대한 사랑이다.

  계기는 1936년에 시작된 스페인 내전. ‘최초의 탄환이 스페인 거리를 관통하고 거기서 음악 대신에 피가 솟구쳐 나오자’ 비참한 공장의 지붕 밑에서, 길거리에서, 정류장에서, 도시와 농촌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네루다의 말을 직접 들어 보자. ‘그때부터 내 길은 다른 사람들의 길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고독이라는 남쪽에서 민중이라는 북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내 자신을 보게 되었다. 내 보잘것 없는 시는 민중에게 칼이 되고 손수건이 되어, 무거운 고통으로 흘린 땀을 닦아 주고 빵을 위한 투쟁의 무기가 되기를 열망했다.’ 이렇게 사회와 인간에 눈을 뜬 네루다는 한평생 사회적 약자들, 버려진 영혼들,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노래하고 투쟁했다. (535)

7. 따라서 네루다처럼 평화를 사랑하고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사람도 근본적인 체제 변혁 프로그램으로써 공산주의에 경도될수 수밖에 없었다.(535)

8. 네루다에게 공산주의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 책에 따르면, 공산주의는 책상머리에서 이론으로 다가온 게 아니라 스페인 내전이라는 참혹한 현장에서 ‘반파시즘 투쟁과 저항을 지탱해 주는 정신적 힘’으로 다가왔다. 히틀러와 프랑코로 상징되는, 전 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폭력에 대항하는 유일한 저항 세력이 공산주의였던 것이다. 그리고 엘뤼아르와 마찬가지로 네루다에게도 공산주의는 권력이 아니었다. ‘시와 삶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인본주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9. 네루다는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약점이 적지 않은 사람이다.

10. 우리가 회고록을 읽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공식적인 견해보다는 저자의 숨결과 맥박이 스며든 견해를 알고 싶고, 또 그런 견해와 대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온몸으로 정의와 진리의 편에 서려고 했던 한 인간의 진정성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통로이다.(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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