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2009년 6월 28일 22시 56분 등록
Ⅰ. ‘저자에 대하여’


  1939년 9월. 하인리히 히믈러가 폴란드를 침공함으로 유태계인 마르틴 그레이 가족은 그들이 꿈꾸어 왔던 삶과는 달리 다른 형태로의 궤적으로 치닫게 된다.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나(마르틴 그레이)는 아버지의 반저항 운동으로 인해 대신 집안을 먹여 살이는 가장으로써의 역할을 수행 하지만, 삶이 그것도 전쟁에서의 상황이었기에 냉혹한 현실의 하루하루가 이어져 나간다. 때론 식량마저 떨어지면 살기위해 먹고 마시기 위해 남들처럼 짐승처럼 싸우는 법을 익혀 나가야 했었다.

  참혹한 현실속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는 가까운 이웃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느날 청어 몇 마리보다 하찮은 게 목숨이란걸 깨달은 순간 목숨에 집착할 이유에 대해 의문도 가지게 되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위험한 밖에 나가지 말라고 간곡하게 말했지만 나는 내 눈으로 현장을 보고 싶었다. 물건을 팔려는 생각보다는 현장을 보고, 모든걸 빨아들이고, 알아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내게는 독한 술과도 같았다. 나는 알아야 했고 이 잔인한 세계를 내눈과 내 마음에 기록해서 언젠가는 내가 본 모든 것들, 우리가 받았던 모든 고통들을 말해줘야만 했다. 그것이 나의 삶이고 존재의 운명 같았다.

  게토의 장애물 속에서도 나는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나아가 원초적인 자유의 본능을 위해서 룰렛 게임을 하듯 생존과 죽음의 선을 끊임없이 나다녔다. 목숨이 위태로운건 틀림없었지만 나는 침략자인 독일인 그들의 법을 어기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런점에서 만약 그들이 나를 죽인다 해도 자유로운 나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 점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탈출’이라는 행위로 게토라는 감옥에 저항한 것이다. 나는 그 살육자들보다 더 강했다. 나는 그들이 있어도 그들에게 저항하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나는 매일매일 밀수꾼 노릇을 했다. 전차에서 뛰어내리고 올라타면서 완장을 셔츠 안에 숨겼다가 다시 찼다가 하면서, 뇌물을 받고 ‘협력’해줄 사람을 알아보고, 팔 만한 물건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팔고, 비용과 이익을 계산했다. 그런 일들이 이제 내생활이 되었다.

  

  끔찍한 현실은 계속 되었다. 나는 지붕위를 뛰어 다니며 나만의 자유를 누리고 다녔지만 사람들은 시체들 위에서 잠을 잤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기다렸다가 공중에서 그들을 새처럼 겨누어 쏘아 맞추며 웃어댔다.

  위험에 처할때마다 나는 항상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 하였다.

  “마르틴, 살아남아야 한다. 기억해. 오늘은 물론 언제까지나.‘


  나는 자신이 있었다. 매번 탈출할 때마다 힘을 얻었고 내가 살아남을 것이며, 그 의지가 굳건하다면 운명을 내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트레블린카의 삶은 비참 하였다. 인간의 끝이 있다면 이곳이리라 생각했고 세상의 끝이 있다면 이곳이리라 여겨졌다. 밤마다 남자들이 어둠 속에서 울었다. 상자가 뒤집히는 소리에 이어 죽음의 단말마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기도를 시작했다. 자살이었다. 나는 생명을 스스로 끊지 말고, 비겁하게 죽음을 받아들이지는 말기로 결심했다. 나는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려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런 와중에 나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내마음 속에 외치는 ‘나아가, 마르틴. 계속 가라. 미에테크. 그곳에 삶이 있다. 나아가라.’라고 내 안에서 말하는 어떤 힘이었다.

  나는 날마다 그 절망적인 흐름에 맞서 싸웠다. 내가 의지할 건 내게 계속 말을 거는 방법뿐이었다.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 복수를 하고 세상에다 대고 트레블린카가 죽음을 뜻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얼마후 나는 유대인 시체 처리반이 되었다. 바로 이곳이 밑바닥이었다. 인생의 밑바닥이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살기위해 움직이고 뛰어다녔다. 어떤 날은 목숨이 아직 끊어지지 않은 유아들이 왔으나 나는 살기위해 그들의 목을 나의 손으로 조아야 했다. 나는 살아야 했다. 매시간 살아 있다는 것만이 내가 가진 패였고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사실이 힘을 주었다. 나는 무덤 구덩이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거기서 나는 달리고, 치과의사 앞에서 조급하게 발을 옮겨가며 기계처럼 일했다. 나는 죽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견뎌내야 한다.

  드디어 기회를 엿보던 나는 오른 손에는 독이 든 캡슐을 움켜쥐고 왼손에는 칼을 쥔채로 탈출에 나선다. 기차는 환성을 질렀다. 삶을 향한 우리의 환성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그중 나의 일가친척 100여명이 죽어 나갔다. 거기에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 사랑하는 동생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 1945년 4월 27일. 나의 생일날 베를린에서 독일의 항복을 눈앞에서 본만큼 나는 반드시 내가 살아온 우리의 역사를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 나는 반드시 가족을 이루어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패라고 할수 있는 외할머니를 찾으러 나는 새로운 세계인 미국행 배를 탔다. 도착한 통로 끝에 검은 옷을 입은 외할머니가 지갑을 손에 쥔 채 몸을 꼿꼿이 세우고 서 있었다. 혼자 몸이 된 내가 처음으로 외할머니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여위었지만 꼿꼿한 자세인 외할머니가 통로 끝에 서 있었다. 외할머니의 모습에서 내 어머니와 율레크 펠트와 닮은 눈 모습과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삶에 있어 새로운 기쁨을 느꼈다. 외할머니를 통해 유일한 기쁨이자 커다란 기쁨이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란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와중에서도 나는 나만의 요새를 건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였다. 기다린다는것, 내일이 있다는 것은 나에겐 사치였다. 내일이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나의 삶이 그러하였고 내가 자라온 바르샤바에서의 하루하루가 그러하였다.

  세일즈 일을 하게 되었다. 손수건, 스카프, 블라우스를 차에 싣고 호텔 등을 다니며 팔았다. 호텔 식당일도 하였다. 주문을 받으면 그 주문대로 실행한다는 게 내 좌우명. 일주일 후, 나는 정식 웨이타가 돼서 테이블 여덟 개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와중에 저녁에는 손님들의 옷가방을 들어주려고 다가서는 벨보이 노릇을 했다. 그러다가 도박 허가증을 사서 카드를 대여해주고 주전부리와 소소하고 잡다한 물건들을 팔았다. ‘멘들, 멘들.’ 호텔 주인 베르크는 이제 나의 또다른 이름을 깊이 신뢰했다. 인생은 달리기 경주다. 미에테크, 너는 달려야 해, 나는 더 열심히 일했다. 카드 게임, 판매일, 쇼 등 가릴것 없이 뭐든 열심히 하면서 돈을 갈퀴로 긁어모았다.

  절친한 골드먼은 ‘삶을 좀 즐기도록 해봐. 자네는 늘 싸우고 있어.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보라고. 자네는 아직도 몰라.’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갈길이 멀다. 내 가족과 꿈꾸는 요새를 꾸리기 위해서는 더욱 달려가야 한다.

  첫 기회를 잡으라고 늘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나는 골동품을 보자 내게 굴러 들어온 기회임을 즉시 알아보았다. 나는 나의 특유의 스타일대로 매달렸다. 나는 도자기에 관한 책을 사서 내용을 깡끄리 외웠다. 호텔주인 베르크 씨가 자기 호텔 경영에 참여하라고 제안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나는 멋진 패를 들고 일을 벌려 보려는 참이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성공했고 내가 원하는만큼의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고 끊임없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나는 이처럼 20년 동안 달려왔다. 곡식 한 자루를 얻고, 내 생명을 지키고, 내 가족의 복수를 하려고 달렸고, 브롱크스의 층계참마다 돌아다니며 스카프와 손수건을 팔려고 달렸으며 뉴욕에서 파리로, 베를린에서 런던으로 돈을 벌려고 달렸다.... 그런 와중에 나는 드디어 그토록 꿈에도 그리며 염원해 왔던 내 인생의 반려자인 디나를 만났다. 디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뱃속에서 웃음이 끓어올라 가슴과 목으로 물결치듯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생명과 대면하는 중이었다.

 ‘내가 말했다. 내가 없을 때, 내가 사는 곳을 가보고 싶을지도 모르겠군요.‘

  도박이었다. 전부를 얻든가 아니면 전부 다 잃든가.

  나는 그녀에게 내 주소를 알려주고 집 열쇠를 주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당신 같은 남자의 아기를 갖고 싶어요.’라고 불쑥 말하고는...‘


  1960년 11월 27일, 딸 니콜이 태어났고 아들을 내손으로 직접 받는 등 그후 정말 꿈같은 시간들이 흘러갔다. 나에게 주어진 나날들은 영원하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행복의 패는 내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서운 산불이 나는날 나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식구들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외치고 다녔다. 다시 트레블린카에 온 것 같았다. 절대 끝나지 않는 전쟁이었다. 부서진 차를 보고 흩어진 가족들의 옷가지를 보고 나는 총으로 내머리를 쏘아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 없었다.


  디나와 아이들이 산불로 죽은 후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살을 하지는 않았다. 내 가족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게 중요했던 까닭이다. 나는 디나 그레이재단을 설립해서 아이들과 가족들을 산불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그래서 다른 이들이 나처럼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는 자서전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를 출판했고 그 책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나의 책을 일고 힘을 얻고 용기를 가지게 되었으며 다시 희망을 가지고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독자들의 편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큰 힘을 받게된 것은 나였다.그들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면서 점점 커져가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Ⅱ.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저자와의 인터뷰 생명의 힘

1. 자살을 고려해 보기는 했어요. 하지만 내 가족의 죽음이 헛되이 묻히게 할 수는 없었소.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내 인생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 책을 쓰면서 죽음에 대해 깨닫게 되고 내 삶에 새로운 방향이 생겼지요.(p11)

2. 독자들이 내 운명과 삶에서 진실을 알고 용기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내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들에게 잠재된 용기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독자들은 편지에서 자신들의 심정을 들려주면서 내가 준 것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내게 돌려주었습니다. 독자들의 에너지가 부메라랑처럼 내게 돌아오자 나의 정신적 에너지도 커져 갔습니다. 내가 살면서 남에게 주었던 것들이 몇 배로 커져서 돌아오는 걸 경험 했어요. 그게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란 책이 이루어낸 기적이죠.(12)

3.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12)


제1부 생존

제1장 나는 전쟁에서 태어났다.

-. 1939년 9월(하인리히 히믈러가 폴란드를 침공했다)은 내가 진정 하나의 인간으로 태어난 때(21)

-. 왜 그들은 우리의 삶을 파괴하려고 하는가? 왜 그들은 유대인을 증오하는가?(24)

-. 그런 후 식량마저 떨어졌다. 나는 참호를 파러 교외에 나가던 일을 그만 두었다. 우리는 살아야 했다. 먹고 마시기 위해 짐승처럼 싸우는 법을 익혀야 했다.(25)

-. 나는 강하다. 나는 내가족 몫을 얻으려고 버티면서도 돌아가는 상황을 잘 이해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자기 한 몸이나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싸워도 되는건가? 모두들 누가 누구인지 구태여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26)

제2장 한 사람이 지닌 내면의 힘

-. “절대로 잡히지 마라. 하지만 만일 그들에게 잡혔을 때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해라. 탈출하는 것, 네가 옴짝달싹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해도 탈출해라. 그들에게 잡혀 있으면 기회가 없다. 탈출하고 나면 늘 희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절대로 기다리지 마라. 첫 번째 기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최고의 기회다.”(34)

-. “아버진 꼭 나치 같아 보여요.”나는 소리내 웃었다.

   “나를 따라 해라. 그들을 속여, 그리고 살아남아라.”

-. 11월 말부터 유대인들은 적어도 2, 3센티미터 크기로 푸른색 다윗의 별이 그려진 완장을 오른팔 아래쪽에 차도록 돼 있었다. 그 완장은 ‘이 자는 당신이 약탈하고 때리고 죽여도 되는 사람이다’라는 걸 의미(36)

-.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삶에 대처해가는 건 내게 달린 일이었다.(37)

-. 목숨이란 그런 것이었다. 목숨이란 게 말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 청어 몇 마리보다 하찮은 게 목숨이었다. 우리는 그걸 깨달았다. 목숨에 집착할 이유가 뭔가?(47)

-. 나는 전쟁이 일어난 뒤 최초로 무서움을 느꼈다. 이성을 잃고 사람들을 죽이는 증오심을 만났던 탓이었다.(47~48)

-. 나는 몇 주 동안 내 마음 속 깊이 쌓여 갔던 두려움에 뿌리를 둔격한 공포를 치유하기 위해 나 자신을 달래야 했다.(48)

-. 나는 한 남자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힘을 발견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아무 불평 없이 죽을 수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살아남을 수도 있다. 이름도 모르는 그 빨간 머리의 친구에게 감사한다. 그는 우리를 위해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죽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48)

-. 가족이란 이상하다. 그때까지는 가족이 내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 게슈타포는 나를 고문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버지를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가 어머니를 때렸을 때 나는 꼼짝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비명을 지르며 미칠 듯한 기분이었다. 가족은 온전한 하나의 세계였다. 그러나 이제는 독일군들 때문에 그 세계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나는 언젠가 나만의 세계인 새로운 가족을 꾸려갈 방법을 밤마다 생각했다.(55)

-. "너는 정말 남자답다. 그들에게 잡혀놓고도 도망치다니. 그런데도 내가 있는 곳을 불지 않았다지.“

  나는 사는 데 애착이 생겼다. 아버지 말을 들으니 힘이 솟은 기분이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말 한마디로 나를 이렇게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힘을 줄 수 있을까? 언젠가 내가 낳아 기를 아이들에게?(55)

-. 어머니는 나더러 밖에 나가지 말라고 간곡하게 말했지만 나는 내 눈으로 현장을 보고 싶었다. 물건을 팔려는 생각보다는 현장을 보고, 모든걸 빨아들이고, 알아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내게는 독한 술과도 같았다. 나는 알아야 했고 이 잔인한 세계를 내눈과 내 마음에 기록해서 언젠가는 내가 본 모든 것들, 우리가 받았던 모든 고통들을 말해줘야만 했다. 그러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랐다.(58)

-.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우리의 생사가 달려있는 천 조각을 움켜쥐었다. 손톱으로 천을 조각조각 찢고는 입에 넣었다. 스타시에크도 따라했다. 우리는 천 조각을 씹어삼키고는 마당에 줄지어 서 있는 죄수들 끝에 가서 섰다.(61)

제3장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

-. 준비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라이다크였다. 비슬라 강둑에서 만났던 그 고양이 라이다크는 자기를 가두게 내버려두지 않았다.(68)

-. 아버지는 늘 말했다. “지금 필요한 건 연대의식이야.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68)

-. 그들을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나는 바깥, 폭력이 난무하는 거리로, 다른 사람들이 살고 죽어가는 곳으로 나가야 했다.(69)

-. 나는 그들의 법을 우롱하고 공포로부터 벗어났으며 감옥에서 탈출해서 살아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71)

-. 전차가 바르샤바 서쪽을 향해 가는 동안 나는 유대인 완장을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내 목숨이 위태로워진 건 틀림없었지만 나는 그들의 법을 어겼기 때문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들이 나를 죽인다 해도 자유로운 나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 점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72)

-. 하지만 나는 거기에 구걸하러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탈출’이라는 행위로 게토라는 감옥에 저항한 것이다. 나는 그 살육자들보다 더 강했다. 나는 그들이 있어도 그들에게 저항하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72)

 -. 자신의 힘과 생각을 정확하게 하는건 좋은 일이다. 나는 달리고 싶었다. 나는 바깥에 있었다. 이제 들어가고 싶었고 다시 나오고 싶었다. 그러면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낄 것 같았다.(73)

-. 도박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건드리고는 지폐 몇 장을 슬며시 쥐어주었다. 그는 지폐를 구기더니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73)

-. 행복감과 공포와 확신이 한꺼번에 소용돌이 쳤다. 나는 내 생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차분하게  정리해야 했다.

  나는 도박을 했고 한 번뿐일지는 몰라도 살육자의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도 인정이 있다는 걸 알았고, 또 자기를 증오하는 사람에게도 뇌물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 그러니 도박에서 이긴셈. 그 사람들도 비슬라 강둑에 있는 진흙처럼 내 마음대로 빚어 만들 수 있는 진흙과 같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이긴 것이다.(77)

-. 나는 길을 건너가 그 소녀의 무릎에 케이크 두 개를 놓아주었다. 별것 아니었지만 내가 자유롭게, 사는 듯이 살기로 결심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삶도 조금은 도와주어야 했다. 자기만을 위해 산다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78)

-. ‘난 누가 내 목을 조르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난 빵을 가져올 거예요. 우리는 그냥 앉아서 굶어죽진 않을 거예요.’(79)

-. 아버지는 더 설명했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 우리는 싸우고 인내해야 하고 굴복하지 말아야 하지만, 필요하다면 속이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귀 기울였다. 아버지가 말하는 내용이 바로 내 계획이었고 내 계략이었다.(79)

-. 나는 매일매일 밀수꾼 노릇을 했다. 전차에서 뛰어내리고 올라타면서 완장을 셔츠 안에 숨겼다가 다시 찼다가 하면서, 뇌물을 받고 ‘협력’해줄 사람을 알아보고, 팔 만한 물건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팔고, 비용과 이익을 계산했다. 그런 일들이 이제 내생활이 되었다.(80)

-. 하지만 나는 도박을 했다. 하루에 몇 번이나 게토의 담을 넘어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하루에 몇 번이고 내 생명을 걸고 도박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는 기분이었고 자유로웠다.(80)

-. 나는 가끔 물건을 팔고 내 배를 채우는게 부끄러웠고 행인들에게 들러붙는 시체같은 아이들이나 죽어가는 거지들, 화장을 덕지덕지한 여자들이 손을 내밀며 억지로 웃는 모습들을 볼 때 부끄러웠다. 이런 상황에 어떤 도움도 안 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가끔 나는 인도에 드러누워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게 마땅하다는 기분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죽기를 바랐지만 적어도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생명을 뺏어가지는 못할 터였다. (82)

-. 나는 나대로의 방식으로 그들의 의도대로 이루어지는 걸 막기 위해 몸부림쳤다. 게토의 생활이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은 담을 넘어 다니는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방에 밀수꾼들이 있었다.(82)

-. 내가 점점 이기적으로 변했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멈추지 않고 길을 계속 갔다는 말은 사실이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나는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피려고 멈춰 서지 말아야 했다.

  이기심은 그들이 내게 심어준 무기였다. 나는 그것을 거머쥐고 이용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을 위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싸우는 일에 능란해져 갔다.(83)

-. 나는 속으로 웃었다. 나는 사람들이 어떤지 파악해가고 있었다. 내게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보였다. 늙었건 젊었건, 어떤 옷을 입었건 상관없이 그들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나는 알았다. 그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그 점을 지적하면 그들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행동을 했다. 오로지 그들보다 더 빨리 생각하고 그들보다 먼저, 그들을 위해 결심만 하면 되었다.(84)

-. ‘그들은 또 하나의 장벽이야. 우리는 게토의 담을 넘었을 때처럼 그 장벽도 넘어야 해. 그런데 그건 더 어려울게 분명해.‘(89)

-. 좀이 쑤셨지만 나는 고양이 라이다크를 떠올리며 참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라이다크는 내가 고기 덩이를 던져주었을 때 고기를 보고도 몇 분이나 꼼짝 않고 기다리다가 단숨에 먹이를 낚아챘었다. 나도 그들이 술에 취해서 얼근해질 때까지 내버려두어야 했다. 그러면 내게 유리할 터였다.(90)

-.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일이었다. 위험과 지옥, 그 후의 몇 시간은 대단히 중요했다. 나는 문제를 정리하고 성공시켜야 했다. 혼자 하던 수공업에서 여럿이 하는 사업으로 바꾸어야 했고,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환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돈을 주어야 하는 직원이 생겼고, 그들을 계속 거느리고 싶으면 들에게 계속 임금을 주어야 했으니 거래량도 늘려가야 했다. 톱니들이 서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나는 성장해야 했고 그러지 못하면 죽을 터였다.(95)

-. 그들이 질이 안 좋은 게 무슨 상관인가? 나는 그들이 필요했다. 우리 모두 그들이 필요했다. 아버지, 코르차크 의사의 고아들, 거리에 떠도는 사람들, 기도에 열중하는 하시딤들,  파벨이 내게 보여주고 폴라가 나누어주었던 작은 지하 신문을 인쇄하는 지식인들, 모두에게 그들이 필요했다.(96)

-. 그들은 웃었다. 나는 그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게 나의 힘이었다.(100)

-. 자루에 든 부드럽고 따뜻한 곡식이나, 밀가루, 설탕의 감촉을 느끼면서 내가 느낀 기쁨과 자부심이 어땠는지 누가 알겠는가? 그 자루들은 내 민족, 게토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100)

-. 이 사람들이 나에게 충성하게 하려면 내가 먼저 그들에게 충성심을 보여야 했고 그들이 나를 존경하게 해야 했다. 내가 한 일, 내가 얻은 것들 때문에 내가 존재했고 내 존재가 의미가 있었다.(102)

-. 게토의 담을 넘어가고 살육자들에게 도전하고 그들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 예전보다 더 커져서 삶의 전부가 되었다. 나는 목숨을 걸고 그 일을 했지만 게토의 생명줄인 곡식자루 들을 나르는 일을 그만 둬야 한다면 나는 죽는 편이 나았다. 내 방식대로 싸우는 일을 멈추는 건 존재하기를 멈추는 일일 터였다.(104)

-. 나는 거울 앞에서 연기하는 나를 보듯 두 개, 심지어 세 개의 인격을 가지는 법을 익혔다. 나는 혼자서 말하고 들었다. 한 인격의 몸짓을 하면서도 이미 속으로는 다른 인격의 몸짓을 준비했다. 무언가를 보면서도 보지 못한 척 꾸미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탓이다.(107)

-. 그 군인의 목을 죄었을 때 그의 헬맷이 내 코에 상처를 냈지만 내가 계속 죄면서 손톱으로 그의 목을 후벼파자 그 살육자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나는 다시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대가는 컸다. 왼쪽 눈을 잃었기 때문이다.(126~127)

-. 살육자들은 우리끼리 연민을 갖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우리 민족에 대한 이미지대로 우리를 만들어가려 했다.(128)

-. ‘마르틴, 첫 번째 기회를 잡아야해. 항상 첫 기회를 잡아야 한다. 두 번째 기회란 건 결코 없어.‘ 아버지의 말이 기억났다.(142)

제4장 살육자들이 말했다

-. 나는 그 모습을 전부 내 눈으로 기록했다. 내일이면 내게도, 내 가족에게도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탈출하기 위해, 이기기 위해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두어야 했다. (147)

-. 모두가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데 혈안이 됐다. 내 목숨을 구하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일은 다반사였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때였다.(149)

-. 사람들은 시체들 위에서 잠을 잤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기다렸다가 공중에서 그들을 새처럼 겨누어 쏘아 맞추며 웃어댔다.(150)

-. 나는 허리춤에 밧줄을 감고 다녔고 칼과 돈을 늘 가지고 다녔다. 밀수꾼이었던 경험으로 나는 내 협력자들이었던 유대인 경찰들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존경했고 두려워했으며 내 재력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도와주었다.

  잡히고, 뇌물을 먹이고, 도망가고, 또 잡히고, 하는 일이 매일 계속됐다. 그게 내 생활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듣지도 보지도 말아야 했다.(151)

-. 밀라 가 23번지에 이르자 아버지는 내 팔을 꽉 쥐었다.

   “마르틴, 살아남아야 한다. 기억해. 오늘은 물론 언제까지나.‘(155)

-. 나는 자신이 있었다. 매번 탈출할 때마다 나는 힘을 얻었고 내가 살아남을 것이며, 그 의지가 굳건하다면 운명을 내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158)

-.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탈출하는 길뿐이었다.(160)

-. 지붕은 자유를 의미했다.(166)

-. 그 일들이 바로 전날 일어났다 해도 그건 과거의 일이었으며, 과거란 무의미할 뿐이었다.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해서 내일까지 견디는 게 중요했다. 뒤돌아보면 죽는다. 어제를 생각하는 것, 인간이 인간이었을 때를 생각하는 것, 조피아를 생각하는일, 혹은 세나토르스카 가를 드로쉬카를 타고 달리던 일을 생각하는 건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어머니는 그 병에 걸렸다. 지쳐서 두 손을 무릎에 얹고 두 눈이 텅 빈 채 어머니는 ‘지난 날’을 추억했다.(167)

-. 나는 지붕위로 도로 올라갔다. 그들은 우리 마음속에 비겁함의 씨앗을 심어놓았다. 그들은 우리를 파멸시키고 타락시키길 원했다. 안녕, 파벨, 내 친구 파벨. 그들이 벌써 너를 죽였구나.(172)

제5장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

-. 트레블린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목소리, 다른 단어들이 필요하다. 단어 하나 하나마다 사라진 수천 명의 삶을 추모해야 하며, 그 삶과 함께 사라진 기쁨과 인생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기려야 한다. (180)

-. 어머니의 회색 머리, 리브카의 금발, 동생들의 곱슬머리를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식구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며, 더 이상 내가 식구들을 죽음에서 벗어나게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목이 메어왔다. 죽음이 그들을 데려갈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도 이곳에 왔는지도 몰랐다.

  나는 생각을 해보고 그래서 굴복하는 대신 내 운명을 스스로 택하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181)

-. 나는 ‘나아가, 마르틴. 계속 가라. 미에테크. 그곳에 삶이 있다. 나아가라.’라고 내 안에서 말하는 어떤 힘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182)

-. 남자들이 어둠 속에서 울었다. 상자가 뒤집히는 소리에 이어 죽음의 단말마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기도를 시작했다. 자살이었다. 나는 생명을 스스로 끊지 말고, 비겁하게 죽음을 받아들이지는 말기로 결심했다.(184)

-. 내 동족들은 죽었다. 나는 그들의 삶까지 짊어지고 있다. 그들은 과거와, 그들의 미래, 그리고 그들이 알던 기쁨과 슬픔을 나에게 물려주었다.(184)

-. 나는 살아남기로 결정했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하여.(185)

-. 일을 느리게 하면 죽음, 너무 가벼운 짐을 옮겨도 죽음, 음식을 조금 씹어도 죽음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공포에 질려있기를 원했다. 우리는 그들의 힘이 불가사의한 신들에게서 오는 듯 우리를 압도하는 걸 느꼈다. 그들은 우리의 운명이었다.(186)

-. 나는 제자리로 가서 드러누운 채 또다시 상자가 뒤집히고 몸이 흔들리는 소리, 숨이 끊기는 끔찍한 소리를 들었다. 침묵이 찾아왔다. 자살은 일종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자의 반항이었다. 미에테르,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항의하고, 사실을 말하고, 복수를 해서 우리 민족이 너를 통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187)

-. 트레블린카에서 살면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트레블린카는 다른 종류의 시간을 만들어냈다.(188)

-. 나는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려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나는 그 절망적인 흐름에 맞서 싸웠다. 내가 의지할 건 내게 계속 말을 거는 방법뿐이었다.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 복수를 하고 세상에다 대고 트레블린카가 죽음을 뚯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188)

-. 물건 하나하나가 슬픔을 안겨주었다. 기쁨과 희망의 미로를 거쳐 온 생명, 죽은 목숨들, 오직 살아남아서 복수하고, 살아서 트레블린카의 정체를 폭로할 힘이 있는 사람을 통해서만 그 생명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터였다.

  힘내, 마르틴. 나아가라. 미에테크. 살아남으라고!(189~190)

-. 나는 유대인 시체 처리반이 된 것이다. 이곳이 밑바닥이었다. 인생의 밑바닥이었다.(195)

-. 우리 주위에는 시체와 살인자들만 가득했다. 그러나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195)

-. 우리는 증인이 돼야 했다. 가스에 질식돼 모래땅에 묻힌 탓에 침묵하게 된 그 수천 명의 목소리에서 내 목소리는 힘을 얻을 것이다.(196)

-. 온기가 남아있는 시체들 가운데서 살아 있는 아이들을 발견할 때도 더러 있었다. 우리는 구덩이로 던지기 전에 우리 손으로 그 아이들의 목을 졸랐다.(198)

-. 내게 가득한 수치심, 구역질, 아직도 살아 있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나를 흘리게 했던 살고자 하는 충동, 살아서 내가 본 것, 그들이 한 짓, 그들이 우리에게 강제로 시킨 일들을 표현하려면 나는 다른 목소리, 다른 단어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야만스러워질수록 나는 그들이 패배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들의 죽음의 왕국이 인간들의 왕국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더 확신했다. 그들의 재앙과도 같은 괴롭힘은 언젠가는 끝날 터였다. 나는 목 졸린 그 아이들을 위해 증인이자, 판관으로서 거기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시체가 무거울 땐 힘들어하며 달렸다. 그들의 무게에서 우리는 그 이름 없는 시체가 굶주림이 없던 지역, 유대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편안히 살다가 체포되는 지역에서 온 사람임을 짐작했다.(199)

-. 나는 자신을 격려하고 힘을 얻기 위해 그 말들, 그 결심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탈출을 한다 해도 혼자 해야 했다. 믿을 건 나 자신 밖에 없었다.(205)

-. 매시간 살아 있다는 것만이 내가 가진 패였고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사실이 힘을 주었다. 나는 무덤 구덩이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거기서 나는 달리고, 치과의사 앞에서 조급하게 발을 옮겨가며 기계처럼 일했다. 나는 죽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견뎌내야 한다.(206)

-. 내 전 생애, 그리고 죽은 내 민족들이 나를 보호했다. 나는 해내야 했기에 성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트럭 아래로 뛰어들었다. 차 밑의 굴대들과 울퉁불퉁한 표면을 찾아보고는 허리띠를 굴대 위 틈으로 넣어 걸고 몸 아래로 내려온 허리띠로 몸을 굴대에 묶어 고정시켰다. 그런 다음 쇳덩이를 손으로 붙잡고 얼굴을 그 금속에 딱 붙인 후 내 모든 의지, 내 모든 생애를 걸고 거기 매달렸다. 그 트럭은 나의 피부였으며 방패였고 어머니였다. 나는 거기 두 바퀴 사이, 죽음만이 나를 떼어낼 수 있는; 자궁과도 같은 그 곳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 몸이 두려웠다. 근육이 경련했고 허리띠가 목과 다리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굶주렸는데도 내 몸이 이렇게 무겁다니! 고통스러운 기다림이었다.

  나는 버텼다. 고마워요, 목맨 동지들이여, 고마워, 모이쉐, 그리고 우물 손잡이를 나 대신 눌러준 낯선이여. 아브라멜레, 감자를 많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이제 손목과 손가락의 힘도 고맙다. 고마워요, 내 가족들. 고마워요, 무덤 구덩이 안의 시체들이여... 가라, 마르틴, 힘내, 미에테크.(208)

-. 내가 이겼다. 나는 아래쪽 수용소의 심연 같은 밑바닥을 벗어났다.

  나는 위쪽 수용소에서 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무덤들과 ‘공장’을 알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들은 결코 가지 않는 그 최후의 장소에서 나왔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했다. (211)

-. 언젠가 그들은 짐승의 운명을 받아들이느냐, 인간의 삶을 살 것이냐,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트레블린카에서는 유대인이건 비유대인이건 상관없이 오직 인간만이 존재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내가 밖에서 폭로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215)

-. 나는 오른 손에는 독이 든 캡슐을 움켜쥐고 왼손에는 칼을 쥐고 있었다.(217)

-. 그 기차는 환성을 질렀다. 삶을 향한 우리의 환성.

제6장 이주의 광장, 가축운반용 화물차 그리고 무덤

-. 하루 낮과 그 다음 날 밤 동안 트레블린카 수용소, 어머니, 동생들, 리브카, 그리고 입을 벌리고 있는 무덤들을 기억했다. 그래야 나의 세상이 그들과 나란히 회복될 수 있고, 내가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트레블린카 수용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복수하며 살아가리라. 트레블린카의 죽은 자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나는 사람처럼 사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고 트레블린카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지금은 오히려 잊어야 했다.(221~222)

-. 바르샤바에서 보냈던 나날처럼 살육자들은 교활하게도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덫을 안겨주며 유혹(232)

-. 그들은 왁자하게 웃으며 양손을 비비고는 어슬렁어슬렁 떠났다. 나는 또다시 실패했다. 자기가 옳다는 걸 알고, 확신하면서도 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그들을 위해 말하는데도 그들이 눈앞에서 귀를 막아버리는 것을 보고, 자기의 말이 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본다는 건 너무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렇게 무력한 기분을 느끼게 되다니 정말 악몽이 따로 없었다!(236)

-. ‘미에테크, 죽어서는 안 돼요.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당신은 우리 모두의 기억을 안고 있어요.’(237)

-. 그때 누군가를 찾는 듯한 유대인 경찰이 보였다. 직감이었을까? 나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위험을 제거하는 방법의 하나는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라는 걸 바르샤바 게토와 트레블린카에서 배운 나였다.(238)

-. 그들 대부분에게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큰 공포가 없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250)

-. 나는 화장실에 몸을 숨겼다. 그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배설물이 쌓인 지독한 수렁이 있었다. 나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허리높이까지, 그리고 드디어는 목까지 수렁 속에 집어넣었다. 코를 마비시키는 메스꺼움에 배가 뒤틀렸다. 아무 생각 마, 미에테크. 살아남아야지, 미에테크. 군인 한 명이 화장실로 들어왔다. 그의 배설물이 내 등에 떨어졌다. 그런 후 다른 군인이 뒤따라 판자에 올랐다. 똥이 더 떨어졌다.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았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에테크, 그들은 질 거야. 나는 어떤 역경이든 살아남을 거다.(258)

-. 바르샤바와 잠브로프의 유대인들처럼 눈 멀고 귀 먹은 채, 자기들이 독일군에게 유용한 존재이며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확신했다.(261)

-. 그들은 이제껏 유지해 오던 생활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일에 대비하지 않았으며, 자기들의 선택폭이 좁아졌다는 것을 깨달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게릴라로 싸우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레블린카로 가서 죽거나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었는데도.(261~262)

제7장 우리의 생명은 돌과 같은 저항력을 지녔다

-. 이 무관심,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이 태도가 당신 같은 사람들을 두 번 죽이고 트레블린카에서보다 더 깊은 곳으로 매장하고 있었다. 그러니 뉴욕이나 더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관심이나 기울이겠는가?(271)

-. 두 사람 중 한 명이 말을 시작했다.

  ‘동지들, 이 엄폐호들은 우리의 심장, 우리의 생명과도 같소. 단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한 것이라는 걸 그들도 마땅히 알아야 하오. 이 엄폐호들이 있으니 일주일 동안 버텨서 우리의 목소리가 수세기 동안 전해지도록 하는 일이 우리에게 달렸소.’

  나는 감정을 배제한 냉정하고 급박한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돌아보았다. 그(아버지)는 살아있었다.(279)

-. 아버지가 내 손을 꼭 쥐었다.

  ‘마르틴, 너는 투쟁해야 한다.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지.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죽을 거야. 너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라, 마르틴. 우리 모두를 위해 살아남아.’(281~282)

-. 우리는 인간다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싸웠으며, 우리의 승리는 적과 싸우는 그 자체이지 적을 패배시키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283)

-. 우리는 이제 더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주위에, 우리 마음속에 있었으며 우리의 투쟁을 통해 생명을 얻고 있었다.(285)

-. ‘아버지가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네가 어떤 결정을 할 때는 남자다운 남자가 되는 쪽을 선택해라. 살아남아라. 마르틴. 나는 네가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우리 쪽 사람들이 이기게 되면, 아이들을 갖기 바란다. 그런 후에 그 아이들에게 네 자신을 통째로 내주어라. 그 생명들은 신성하단다.’(286)

-. 그러자 먼지로 뒤덮인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나타나 양손을 들어 올리고 나치 친위대를 향해 걸어갔다.

  거기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고개를 든 채 두 손을 이마 높이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기적을 기다렸다. 나는 차마 그 모습을 볼수 없어서 다시 회벽에 머리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죽음의 장면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마주보아야 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사랑한 모든 이들을 위하여 나중에 말할 수 있어야 했다.

  그들이 고함을 질렀다. 나도 동시에 고함을 쳤다. 그들은 나치 친위대에 덤벼들었다. 나치 친위대 두세 명이 쓰러지면서 철모와 가죽 코트가 먼지 속에 뒹글었다. 사격이 시작됐다. 더 많은 총소리가 나고 명령 소리가 들리더니 독일군들은 후퇴하면서 수류탄을 던졌다. 흰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정적이 흘렀다. 멀리서 폭팔과 함께 굉음이 났다. 아버지는 게토의 돌 사이에 또 하나의 돌이 되어 누워 있었다. 잘 가세요, 아버지. 나를 남자로 만들어주신 아버지,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 아버지.(300)

-. 나는 그 폐허 속에서 그 뜨거운 돌에 얼굴을 대고 내 동족, 내 가족, 그리고 트레블린카와 잠브로프와 비아위스토크에 있는 유대인 동족, 그리고 여기 함께 있던 내 동료들 모두에게, 내가 사는 한, 내가 생각할 힘이 남아 있는 한, 매일 아침마다, 그들의 생명을 다시 불러내겠다고 맹세했다. 매일 아침 동이 틀 때마다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나의 일부가 돼서 내 삶을 공유하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폐허 속에서 나는 그렇게 맹세했다.(301)


제2부 복수

제8장 안녕하시오, 동지

-. 볼레크가 내 곁으로 왔다.

  ‘우리가 그들의 원수를 갚았어. 미에테크.’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결코 원수를 갚을 수 없었다. 살육자들을 죽인다고 죽은 가족들이 다시 살아나는 건 아니었다. 복수란 언제나 쓰디썼다.

  ‘볼레크, 우리가 그들을 모두 다 죽인다고 해도 내 동생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아.’

  나는 눈 속에 있었다. 트레블린카에 얼마나 많은 시체들이 누워 있었는가? 나는 그들이 우리를 더 죽이지 못하도록 그들을 죽여야 했다. 인간의 탈을 쓴 그 짐승들을 죽여야 했다.

  ‘우리도 사람을 죽이고 있어, 볼레크. 우리도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 달리 무슨 일을 하겠니?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미에테크.’(327)

제9장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 나는 그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일이 끝난후, 나처럼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아내나 자식들을 포옹할 그때에 말이다. 그들이 내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내가 남길 것은 무엇일까?(334)

-. 우리는 끝까지 버텨야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은 늘 본보기가 되는 법, 아버지가 없었다면, 아버지에게 의지할 수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죽음을 향해 떠내려가는 나무 조각에 지나지 않았을 터였다.(342)

-. 나는 고문 받고 목을 매달렸던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공포를 배워갔다. 나는 그들의 죄를 찾아내려 했지만 복수라는 행위 역시 하나의 광기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347)

-. ‘우리는 조심해야 해, 유레크, 이제는 우리가 더 강한 쪽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두 배 더 인간답게 처신해야 한다고.’(351~352)

-. 미에테크, 미에테크, 조심하라! 살육자가 되기란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신중하게 행동하려 애썼다. 내 목표는 일반인들과 싸우는게 아니라 살육자들과 싸우는 거였다.(352)

-. 1945년 4월 27일, 금요일,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열아홉 살에 나는 베를린에 입성했다.(356)

-. 아버지, 율레크 펠트, 모코토프, 그대들을 위해서 내가 베를린에 왔습니다.(356)

-. 나는 이 함성을 외치기 위해 너무도 머나먼 길을 왔다. 유레크가 내게로 뛰어왔다. 우리는 춤을 추었다.(361)

-. 나는 이 함성을 외치기 위해 너무도 머나먼 길을 왔다. 유레크가 내게로 뛰어왔다. 우리는 춤을 추었다.

  자, 다 왔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주위에 쌓아놓아던 벽돌을 깨부셨다. 그들이 우리 무덤 주위에 감아놓은 철조망을 끊었다. 우리는 가축운반용 화물차의 문들을 열어젖혔고 그들이 우리의 시체 위로 쏟아 붓던 두터운 누런 모래층을 흩어버렸다. 폐허가 된 그들의 수도에 우리가 살아서 왔다.

  아버지, 제가 여기 있어요.(361)

제10장 복수는 쓰다

-. 그럼 승리를 거둘 때만 살육자가 된다는 말인가? 패배자가 되면 그렇게도 빨리 결백해진단 것인가? 나는 싸움이 계속됐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모든 것이 너무 간단했다. 이제 진실은 흐릿해졌다.(362)

-. 빛은 모두 청산해야 했다. 남자란 끝까지 가야하는 법이다. 그러나 모니에크가 자취를 감춘 후, 블라데크도 사라져버렸다.(368)

-. 나는 승자였지만 동시에 홀몸에다 모든 것을 빼앗긴 패배자였다.(370)

-. 나는 살아있지만 그들은 죽었다. 나는 언제나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리라고 믿었다.(374)

-. 그렇다. 내게는 연락할 사람이 있다. 그리고 수용소마다 살육자들이 설치고 있다하더라도 나 자신이 살육자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했다. 검은 리무진을 타고 왔던 3거두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내게 맞지 않는다면 나는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 터였다. 나의 조직, 내 가족, 아내와 아이들이 내 주위에서 피와 사랑으로 결속된 요새 안에서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되는 거였다. 나는 그들을 위해 나만의 요새, 나만의 성채를 만들리라.(377)

-. 나는 내 가족, 내 아내, 아이들을 위한 요새를 지을 터였다. 뉴욕에는 내 숲을 이루어줄 나무 한 그루인 친척이 있었다. 거기서 나는 나만의 요새를 건설하리라. 내 가족, 내 민족의 원수를 갚아준다는 건 또 다른 가족을 만들고 신선한 씨앗을 땅에 뿌린 후 키워가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377)

-. 그자(슐츠)는 여기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그런 게 인생이라네, 미샤. 정치이기도 하고.‘(382)

-.  내가 복수를 했더라도 그대들의 생명을 되살려 놓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실패했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오로지 새로운 생명만이 그 죽음이 잊히게 할 것이다. 새로운 다른 생명들.(382)

-. 소음에 둘러싸인 채 나는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었다. 거기서 나의 요새를 건설하는 일은 내게 달린 일이었다.(384)


제3부 신세계

제11장 언젠가 나는 나만의 요새를 세우리라

-.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그의 내부에 있는 미국이었다. 나는 그를 지켜보며 그 두 눈 뒤쪽, 둥근 머리 안에서 무슨 생각이 오가는지 알아내려 애썼다.(387)

-. 미국인들이 알 필요도 없었고 안다 해도 이해하지 못할 터였다. 그들은 나를 과거에 묶어두려 했지만 나는 새로운 세계에서 자유롭게 다시 태어나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388)

-. 나는 기다리는 데 익숙치 못했다. 기다림이란 내게는 죽음이란 의미였다.(388)

-. 나는 우리 주위의 소모적이고 맹목적이며 무의미한 생활에 결코 익숙해질 수 없었다. 삶이란 소중한 것이었다.(390)

-. 그들과 같이 되려면 나도 성공해야 했다.(391)

-. 불행한 시절이 시작되면서부터 나는 언제나 계획을 짰고,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 앞서 생각하려고 애썼다.(392)

-. 나의 이상향을.

  ‘외할머니, 미국, 그리고 일하는 것이 목표야. 그래서 웬만큼 돈을 모으면 아내를 구하고 아이들을 낳고 가족을 이룰 거야. 그런 후에 우리 모두 어딘가에 갈 거야.’(392)

-. 왜 나는 아직 살아서 여행을 하는가? 유레크가 말했듯이 아는 왜 늘 달려가야 하는가? 나는 구토했다.(394)

-. 통로 끝에 검은 옷을 입은 외할머니가 지갑을 손에 쥔 채 몸을 꼿꼿이 세우고 서 있었다. 혼자 몸이 된 내가 처음으로 외할머니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여위었지만 꼿꼿한 자세인 외할머니가 통로 끝에 서 있었다. 외할머니의 모습에서 내 어머니와 율레크 펠트와 닮은 눈 모습과 미소를 볼 수 있었다.(395)

-. 유일한 기쁨이자 커다란 기쁨이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399)

-. 돈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자유를 준다는 걸 나는 이미 게토에서부터 알고 있었다.(401)

-. 다른 사람들 같이 돈 몇 푼을 벌려고 재봉틀 앞에서 일하다가는 내 존재를 알릴 길이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게토에서처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게토에서처럼 담을 뛰어넘어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고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했다.(402)

-. 여기 뉴욕의 심장부에서 그들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살육자들의 핏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나치 친위대의 얼굴을 하거나 폴란드 작은 도시의 시장, 소련군 대령, 또는 도둑질하는 미국인 정육점 주인의 탈을 쓰고 있었다. 그들과  상대하는 건 어떤 대가를 치르든 피해야 했다. 그리고 살아남아서 자기만의 요새를 세우려면 지금은 그들의 공범자가 되지도 말고 그들과 맞서는 것조차 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워야 했다.(404)

-.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그 음울한 작업장과 먼지 나는 창고에서 벗어나려면 싸워서 이겨야 했다. 운전사가 모자를 벗고 하는 인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 생명을 만들고 가족을 보호할 능력을 가지려면 빨리 갈 길을 정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405)

-. 팔리는 손수건 한 장, 한 장이 내 요새를 지을 돌이 되고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디딤대가 되어줄 터였다.(408)

-. ‘당신은 물건을 팔 권리가 없소.’ 판사가 말을 시작했지만 내가 끼어들었다.

  ‘저는 살아갈 권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살아있지요.’

  나는 차분히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지만 말이 그냥 줄줄 흘러나왔다. 그럼 세상은 우리들이 죽어나가도록 내버려둘 권리가 있었던 건가?

-. 내 마음은 게토에서 지내던 때, 일에 몰두하고 물건을 파는 데 희열을 느끼던 대로 돌아가 있었다. 그 기쁨은 또한 내가 시작한 것을 내가 끝내고, 끝까지 해내는 데서 오는 것이기도 했다.(410)

-. 가족이 살아있을 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제정신이 아닌 일이었다. 죽음이 가족을 앗아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이 바로 미친 짓이었다.(412)

-. 주문을 받으면 그 주문대로 실행한다는 게 내 좌우명. 일주일 후, 나는 정식 웨이타가 돼서 테이블 여덟 개를 담당하게 되었다.(416)

-. 나는 뉴욕으로 돌아가 남은 손수건, 스카프, 블라우스를 차에 싣고 와서 프리미어 호텔 로비에서 팔았다. 그러다가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다시 웨이터 일을 했다. 저녁에는 손님들의 옷가방을 들어주려고 다가서는 벨보이 노릇을 했다. 그러다가 도박 허가증을 사서 카드를 대여해주고 주전부리와 소소하고 잡다한 물건들을 팔았다.

  ‘멘들, 멘들.’ 호텔 주인 베르크는 이제 나를 깊이 신뢰했다.(417)

-. 그러나 과거의 기억이 검은 파도처럼 밀려 왔다. 바르샤바, 내가 자주 다녔던 밀라 가, 레슈노 가, 그리고 ‘이주의 광장’으로 가던 아이들의 행렬, 트레블린카의 누런 모래, 내 가족들의 기억이 몰려올 때면 현재의 새로운 생활과 계획들이 무의미하게 보였다. 내가 살아서 즐기는 것이 마치 내 가족들을 모욕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내 마음속에 살육자들이 심어준 절망이 모든 기쁨과 희망을 죽이는 가운데 몇 시간 동안이나 허탈감에 빠져 있곤 했다. 우울한 밤들이었다.(419)

-. 인생은 달리기 경주다. 미에테크, 너는 달려야 해, 나는 더 열심히 일했다. 카드 게임, 판매일, 쇼 등 가릴것 없이 뭐든 열심히 하면서 돈을 갈퀴로 긁어모았다.(419~420)

-. 호텔에서 일한 지가 몇 달이 넘어갔다. 나는 총지배인이 되었고 호텔 주인 베르크씨는 내게 큰 재량권을 넘겨주었다.(421)

-. ‘삶을 좀 즐기도록 해봐. 자네는 늘 싸우고 있어.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보라고. 자네는 아직도 몰라.’(골드먼). 422

-. 그는(골드먼) 내게 준비된 요새와 아내를 제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돌 하나 하나를 쌓으며 직접 요새를 건설해야 했고 내 편이 돼 줄 여자를 찾아야 했다. 오직 내 손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손을 가진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만났던 조피아나 리브카 같은 여자 말이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423)

-. 첫 기회를 잡으라고 아버지는 늘 말했었다. 처음으로 다가온 기회는 꼭 잡아야 하는 법이다.  아이디어어는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424)

-. 미국이란 게토에서는 주머니에 달러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곡식이 아니라 오래 된 도자기를 갖고 싶어했다. 나는 잭과 조 엘리스의 말을 들으면서 그 새로운 담을 뛰어넘어 곡식보다 훨씬 값비싼 물건을 파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목숨을 위험하게 하는 일도 아니었다.

  나는 도자기에 관한 책을 사서 내용을 깡끄리 외웠다. 호텔주인 베르크 씨가 자기 호텔 경영에 참여하라고 제안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나는 멋진 패를 들고 일을 벌려 보려는 참이었다.(424)

제12장 나는 앞만 바라보며 밀고 나갔다

-. 그(골동품상)가 무엇을 파는지를 보고 그를 통해서 이 골동품 시장을 배우며, 500달러짜리 수표로 지불하는 3번가 손님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알아내야 했다.(428)

-. ‘유럽에 물건들을 모두 두고 와서요. 아버지가 거기서 가게를 했는데 골드먼 씨가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많이 사가셨죠. 골드먼 씨가 사장님의 명함을 주시더군요.’

  노회하고 빈틈없는 그는 은혜를 베푸는 듯 굴었지만 내가 한 수 위였다. 나는 도자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지언정 황금을 열망하는 인간의 탐욕만은 잘 알고 있었다.(428)

-. 나는 그와도 약속했고 3번가의 다른 골동품상들과도 똑같은 약속을 했다. 골동품상들은 한 마디씩 고객들의 취향과 비밀을 알려주었다. 이제 나는 유럽에서 무엇을 사와야 할지 전부 알아냈다.(429)

-.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거리를 두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아버지가 게토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그들의 사랑과 욕망 때문에 나를 품안에 묶어두려 했다.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429~430)

-. 장애물을 하나 넘을 때마다 예기치 못한 더 큰 장애물이 닥쳐왔다.(430)

-. 그들에게는 서류에 한 단어만 쓰면 되는 일이었지만 내게는 기회였고 그 기회의 끝에는 나의 평화, 나의 요새가 걸린 일이었다. 그들이 서로 속삭였다. 나는 마치 한 가지 방법밖에 모르는 듯 모든 일을 이렇게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모험을 감수하며 겪어냈다.(431)

-. 그들은 몰랐다. 그들은 자신만의 위험한 수렁에 빠진 채 끝까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인생이라...... 나에게 인생은 람블로프 숲에서 공격할때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넘는 것이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행동하며, 전부 다 얻거나 전부 다 잃거나 양단간의 선택을 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433)

-. 나는 가격을 흥정해 보면서 골동품상들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갈 방법을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437)

-. 그들(골동품상)은 이익을 염두에 두었지만 나는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었으며 이 여행에 몇 년간의 노력을 걸고 있는 입장이었다. 옛날 게토에서처럼 장벽을 넘어야 했다. (438)

-. 언제나 첫 단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바르샤바에서도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해 매달려야 했을 때, 승강구에 있는 폴란드 경찰이 어떻게 행동할지 몰랐을 때, 게토의 담을 한 번도 넘어보지 못했을 때, 그런 때가 가장 어려웠다. 첫 단계를 뛰어넘으면 그 후에는 모든 게 쉬워졌다.(447)

-.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부자였고 미국 시민이었으며 수입업자인데다 제조업자이기도 했다. 캐나다와 아바나(쿠바 공화국의 수도)에 지점까지 낸 상태였다. 건물도 여러 채 소유했고 주식과 채권도 사 놓았다. 각국의 수도를 돌아다니면서 파리와 베를린을 그저 뉴욕의 외곽 지역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이루었으면서도 그것들을 이용해 이루려고 했던 목적은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나는 혼자였다. 외할머니는 이제 오늘 내일 하는 형편이었다. 달러들, 포장상자들, 상품들 같은 생명 없는 물건들에 둘러싸인 채 나는 혼자였다. 이제는 인생이 변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나는 이 여자, 저 여자를 숱하게 사귀었지만 아무도 나를 괴롭히는 과거의 목소리, 이름들, 얼굴들, 장소들을 잠재우지 못했다.(449)

-. 나는 부자가 됐지만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고 악몽을 몰아내려고 더 많은 일을 했다. 여행도 더 잦아졌다. 유레크가 늘 말했다. ‘너는 도망치려고 전략 질주하는 말 같아, 미에테크. 언젠가는 입게 거품을 물고 쓰러질 거다.’(451)

-. 군대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세력이 나만의 인생을 꾸려가려는 끈질긴 노력을 엉망으로 만들지도 몰랐다. 나는 언제나 안전하고 자유로워질까?(452)

제13장 만남

-. 나는 부엌으로 가서 울음을 터뜨렸다. 울부짖었다. 외할머니와 함께 모든 것이 죽어버렸고 나도 죽은 것 같았다. 나는 부자가 되었지만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살면서 외할머니를 등한시했다.(454)

-. 나는 누구를 위하여 요새를 짓는가? 나는 내 생명을 스스로 끊을 권리는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할 권리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길을 따라 끊임없이 기어가는 개미들 같이 그저 하루하루 계속 살아가는 일뿐이었다. ‘아버지, 저는 끝까지 버텨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목표를 잃어버렸네요...’(456)

-. ‘너는 네 생각만 하는구나. 미에테크. 너는 독재자야. 너는 명령을 내리지. 이제 더는 너와 같이 일을 못하겠어. 이제 끝내자.’

  ‘유레크, 네가 원한다면.’(458)

-. 그녀(디나)가 생긋 웃었다. 우리 둘 다 꼼짝하지 않았다. 나는 뱃속에서 웃음이 끓어올라 가슴과 목으로 물결치듯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생명과 대면하는 중이었다.(461)

-. 내가 말했다. 내가 없을 때, 내가 사는 곳을 가보고 싶을지도 모르겠군요.‘

  도박이었다. 전부를 얻든가 아니면 전부 다 잃든가.

  나는 그녀에게 내 주소를 알려주고 집 열쇠를 주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당신 같은 남자의 아기를 갖고 싶어요.’라고 불쑥 말하고는...(463)

-. 지난 몇 달간은 마지막 시험이었는지도 몰랐다. 마치 잠브로프 수용소에서 울타리를 넘어가기를 포기했을 때처럼, 그 때 울타리를 기어 올라가다가 계속 미끄러지는 바람에 포기했다가 문득 발을 디디고 오를 수 있는 판자가 손에 더듬어졌었다. 그 마지막 장애물을 넘고는 숲으로 도망갈 수 있었던 것이다.(463)


제4부 행복

제14장 드디어 평화와 기쁨이

-. 나는 20년 동안 달려왔다. 곡식 한 자루를 얻고, 내 생명을 지키고, 내 가족의 복수를 하려고 달렸고, 브롱크스의 층계참마다 돌아다니며 스카프와 손수건을 팔려고 달렸으며 뉴욕에서 파리로, 베를린에서 런던으로 돈을 벌려고 달렸다....(467)

-. 내가 정말로 더는 나를 억제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려 하던 그 때, 디나가 내 앞에 나타났다.

  넓고 평화로우면서도 당당하고 조용한 강 같은 디나는 내게 진정한 삶을 가르쳐주었다. 그녀가 바로 생명이었다.(468)

-. 그녀는 내게 평화와 생명을 주었다. 나는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았고 삶은 의미를 되찾았다.(469)

-. 그러나 나는 초조했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다.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미소를 닮고 아버지의 강인함을 이어받은 아이들은 죽어간 내 가족의 한을 풀어줄 터였다.(474)

-. 우리는 서로 확실히 교감하기 위해 그 동안 각자가 혼자만 누렸던 사소하고 외로운 쾌락을 기꺼이 희생했다. 고기와 소금 먹기를 포기했고 견과류와 자몽, 바나나를 먹고 살았다.(475)

-. 나는 레 바롱에서의 삶과 그 햇빛과 인간다운 인간으로 자라날 우리 아이들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의미를 생각했다. 나는 38일 동안 단식을 계속 했다.(476)

-. 1960년 11월 27일, 딸 니콜이 태어났다.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은 가장 큰 기적이기도 하면서 삶에서 가장 단순한 행위이기도 했다.(476)

-. 이 아기의 탄생을 통해 내 가족이 다시 생명을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었다.

  ‘따님이예요.’

  ‘고마워, 디나’. 죽은 내 가족들과 내가 보내는 감사의 인사였다.(477)

-. 그들은 나의 분신이었으며 니콜에게는 어머니, 조피아, 리브카, 외할머니의 생명이 깃들어 있었다.(477)

-. 내가 살아남은 게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살아 있었던 증거입니다. 이건 죽어간 당신들의 기적입니다. 이건 당신들의 생명입니다.’(478)

제15장 그래서 나는 새로운 생명을 내 두 손으로 받았다

-. 나는 머뭇거리며 기억을 헤집어서 거칠었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내 아내와 딸이 여기 있지 않은가! 나는 그 살육자들을 이긴 것이다.(481)

-. 이제 내가 흥미를 느끼는 일은 나무를 심고 채소를 거두고 과일을 따는 일뿐이었다.(482)

-. 디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남편이 아기를 받았으면 해요. 혼자 힘으로요.’ 디나가 부탁했다.

  그래서 나는 바르르 떠는 새 생명을 내 두 손으로 받아냈다. 나는 아기의 첫 움직임을 손가락으로 느끼고 첫 울음소리를 들었다. 내 가족 모두의 얼굴이기도 한 갓 태어난 작은 얼굴을 보았다. 죽음과 죽은 자의 기억들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했다. 누런 모래에 무덤을 파는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5월의 그날, 나는 내 두 손으로 직접 새 생명을 받았다.(483)

-. 그렇게 몇 년이 흘러갔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건강했다. 샤를은 나와 씨름을 하고 내 옆에서 달릴 정도로 자랐다. 나는 샤를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그 아이는 내 아들다웠다. 언젠가는 샤를에게 아버지와 율레크 펠트의 이야기를 해주고 우리가 투쟁 했던 일, 돌무더기로 게토를 방어했던 이야기 그리고 트레블린카, 숲 속에서의 파르티잔 생활 등을 해줄 작정이었다. 샤를이 두 팔로 내 허리를 잡고 내 등에 머리를 기대든 게 느껴졌다. 그래, 내 아들. 너는 나를 믿어도 돼. 그래, 아들아, 아빠가 여기 있어.(488)

-. 그 아이들은 부모의 보호 아래 있어 세상에 물들지 않은 상태였다. 언젠가는 그 아이들도 레 바롱이 아닌 세상에서 삶과 대면해야 한다는 걸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집근처의 땅을 그 아이들을 위해 사두었다. 나중에 아이들이 우리 집 근처에서 설계나 건축을 하며 살 수 있을 터였다. 디나와 나는 벌써부터 아이들의 미래, 우리들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490)

-. ‘깜짝 놀랄 걸요.’

  디나는 햇빛이 잘 드는 방에 서재를 꾸며 놓았던 것이다.

  ‘이제 당신이 본 걸 쓰세요. 당신 가족들과 우리를 위해서요.’(491)


제5부 운명

제16장 안녕, 내 가족들

-. 불타는 바르샤바의 게토가 떠올랐다. 그 게토가 여기 있었다. 지옥의 불길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악몽이 되살아났다.(496)

-. 나는 지옥을 떠난 게 아니었다. 지옥은 여기야, 미에테크. 사방이 지옥이야.

-. 숨을 들이쉬다가 갑자기 관자놀이, 가슴, 몸 전체에 쇠고리가 옥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안 돼! 안 돼, 미에테크! 미쳤구나, 미에테크! 마음을 가라앉혀, 미에테크! 그러나 상상속의 쇠고리는 여전히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498)

-.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식구들을 찾아야 합니다.’

  다시 트레블린카에 온 것 같았다. 절대 끝나지 않는 전쟁이었다.(500)

-. 나는 나와 그들을 위해 소리쳤다. ‘안 돼! 그럴 리가!’ 나는 경찰에게서 연발권총을 뺏어 내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쏘아버리고 싶었다. 그렇게도 오랜 세월 동안 ‘안녕, 내 가족이여. 안녕, 내 식구들이여, 안녕.’이라는 말을 해온 그 목소리들을 이제 그만 그치게 하고 싶었다.(501)

제17장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먹기는 했었다. 친구들이 나를 감시했다.(5020

-. 죽고 싶은 충동만이 유일한 위안이던 단계를 넘겼다. ‘왜, 왜 나인가? 왜 내 가족을 뺏어갔는가? 그것도 두 번이나? 내가 인류 혹은 운명에게 진 빚을 다 갚지 못했단 말인가?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만 되뇌던 단계도 지나갔다.

  나는 이제 말을 한다. 내 인생을 하나하나 상세히 얘기하면서 광기와 기회의 사슬을 이해하고 나를 짓누르는 불행을 이해하려 한다.(503)

-. 나는 생명을 부지하고 있지만 입에는 쓰디쓴 모래가 가득한 느낌이다. 죽음의 맛이 나는 모래. 이유가 뭔가?(503)

-. 나는 이해하려고 애쓰며 말하는 중이다. 가족의 죽음이 과거의 모든 무덤을 다시 열어놓았다. 그들은 다시 생명을 얻은 내 옛 가족이었다. 이제 그들이 죽음으로써 내 가족은 또다시 죽었다. (504)

-. 나는 행복함과 잔혹함, 삶과 죽음을 다 경험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살육자들과 인간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성취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장벽을 하나 넘으면 또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게토 한군데를 파괴하고 나면 다른 게토가 생겨난다.(505)

-. 바르샤바의 게토에서 아버지가 끝까지 버텨내는 남자가 진짜 남자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람이란 무슨 일을 하는가에 따라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게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아이들은 결코 듣지 못하게 됐다. 나는 이제 그 아이들, 내 모든 가족들에게 책임이 있다. 때문에 나는 테라스 구석에있는 총으로 자살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살아갈 것이다.

  또다시 나는 마음속의 트레블린카를 떠났다. 나는 다시 투쟁을 시작했다.(506)

-. 그렇다. 나는 내 가족의 시체를 과시했다. 내 가족을 신문과 화면에 보여주었다. 그렇다. 나는 내 슬픔을 공공연히 보여주며 그것을 이용했다. 그거나 나는 디나와 우리 아이들이 헛된 죽음을 맞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잊히는 것도 원치 않았다. 나는 그들의 생명을 잃은 일이 경고가 되고 예방 수단이 되기를 원했다. 이것이 내가 벌이는 투쟁이다.

  다른 시련도, 다른 고통도 많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다 견뎌냈다. 나는 내 가족들, 내가 처음으로 이루었던 가족을 위해 그 불행들을 참아냈다. 그 화재가 내게 너무도 잔인했기에 현재로서는 이 싸움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506)

-. 요새란 모두 무너지기 쉽고 오래 가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기 싫기 때문이다. 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먼 옛날의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그들 때문에 내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 나는 그 모든 얼굴들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합친다. 그들이 만들어준 나, 그들이 내게 준 것을 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보답함으로써만 존재 이유를 갖는다.(507)

-. 몇 달 동안 디나 그레이 재단을 세웠다. 내가 타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의미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 대한 기나긴 이야기를 자세히 늘어놓는다. 살아가고 끝까지 버텨내면 언젠가는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나의 죽음과 내 가족의 죽음을 보상해서, 우리의 생명을 영원히 이어가게 되는 그런 날이 올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누군가가 남아서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그 이야기를 전하고 증인이 돼 줄 그런 날이 올것이다.

  이것은 나의 운명이다.(507)


■ 에필로그 내가 사랑한 것들을 위하여

-. 디나와 아이들이 산불로 죽은 후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살을 하지는 않았다. 내 가족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게 중요했던 까닭이다. 나는 디나 그레이재단을 설립해서 아이들과 가족들을 산불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그래서 다른 이들이 나처럼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노력했다.(508)

-. 교육부와 함께 일하면서 나는 ‘어린이 한 명에 나무 한 그루’라는 강력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나무를 심는 아이는 그 나무에 물을 주고 돌보게 될 것이고 결코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509)

-. 나는 자서전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를 출판했고 그 책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책 인세와 영화에 대한 권리는 인권 단체와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나는 책의 성공을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나에게 말해주는 것으로 판단한다. 전 세계의 독자들이 내 책에서 희망을 얻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독자들은 내 이야기를 읽고 내 운명과 삶에서 그들 내부에 있는 진실과 용기를 발견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진정어린 마음을 나에게 들려줌으로써 내가 준 것의 수천 배를 내게 돌려 주었다. 나는 우리가 바탕은 모두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의 에너지는 독자들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면서 점점 커져갔다. 내가 삶에 기여한 모든 것이 곱절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이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라는 책이 만들어낸 기적이다.(509)

-. 내 삶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사랑과 고통, 그리고 운명에 대해 쓰면서 나의 사랑, 나의 고통, 나의 운명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다.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진다. 전쟁 중에 나는 수천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말들을 들었다. 또한 희망의 말, 내 생명을 살리는 말도 들었다. 가령, 손을 내밀고 ‘이리 와요, 빵 한 덩이 줄께요.’ 같은 말이다.(510)

-. 삶 그 자체가 내게는 유일한 기적이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우리는 힘을 찾아내야 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일이 가능해진다.(510)

-. 나는 비극을 여러 번 겪었던 까닭에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사람들이 무한한 힘과 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활력은 사람의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내면에 존재한다. 사람은 스스로 그 활력의 존재를 인정해야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나는 내 삶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삶도 변화시켰다.(510)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내 삶의 숱한 경험과 감정을 중개하는 도구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자들도 알고 있다시피 내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독자들에게서 받는 격려는 내가 운명을 극복할 힘을 준다.

  만약 내가 손을 내밀어 남을 돕지 않는다면 내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511)

-. 내가 경험한 고통 덕분에 더 풍부해졌다면 누가 희망의 원칙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514)

-. 비록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 내 삶에는 활력과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514)

-. 기쁨은 세상의 색깔이다.

  나는 내 기쁨, 사랑, 인류에 대한 나의 신념을 외칠 것이다. 이 기쁨이 바로 나를 생존하데 하는 힘의 원천이다.(515)



Ⅲ. ‘내가 저자라면’


  전쟁의 참혹상을 희극적으로 다루었던 1997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여기에서 아버지 역할인 귀도는 어린 아들 조슈아에게 수용소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놀이이자 게임이라는 타이틀로 바꾸어 이렇게 얘기를 한다.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전쟁의 실상을 이렇게 역으로 회화한 작품이 있는 반면 마르틴 그레이의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직설적인 너무나 정공법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이책은 다섯 개의 큰장으로 되어 있는데 1부 생존 파트에서는 15살의 어린나이임에도 가족과 나아가 유태인의 짐을 짊어진 전사적인 모습으로써 생존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 저서에서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 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고 말한다. 마르틴은 빅터 프랭클의 말대로 이끌리는 삶이 아닌 목숨을 걸고 이끄는 삶을 선택하여 그가 원하는 자유를 누렸다.

  2부 복수편에서는 폴란드를 넘어 독일 베를린으로까지 복수의 일념으로 나아가는 마르틴의 삶이 표현되고 있다. 그의 그런 삶에는 다음과 같은 생전의 아버지의 말씀이 가슴에 항상 새겨져 있다. ‘절대로 잡히지 마라. 하지만 만일 그들에게 잡혔을 때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해라. 탈출하는 것, 네가 옴짝달싹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해도 탈출해라. 그들에게 잡혀 있으면 기회가 없다. 탈출하고 나면 늘 희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절대로 기다리지 마라. 첫 번째 기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최고의 기회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에 처하게 되면 여지없이 인간의 모습과 약탈자의 모습에서 고민하는 중립적인 그의 모습도 표현된다.

  3부 신세계편에서는 마르틴 본인의 어두운 삶을 지배했던 기억에서 탈피하여 그가 가진 하나의 패인 외할머니와의 조우 및, 게토 감옥에서 익혔던 삶의 방식과 처세술을 또다른 세상속에서 펼쳐 나가는 활약상을 보여준다. 그의 삶은 폭주하는 기관차와 같다. 목적지를 향해 계속적으로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그는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요새를 건립하기 위해.

  4부 행복편에서는 그가 그토록 꿈꾸어 왔던 행복한 가정에로의 삶의 모습이 드디어 이루어진다. 전쟁의 광기와 아픈 기억을 안고 있던 마르틴에게 드디어 디나라는 여신이 나타나고 그토록 바라던 아이들이 태어나게 되며 요새를 완성한다.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미소를 닮고 아버지의 강인함을 이어받은 아이들을 통해 죽어간 그의 가족의 한을 풀어줄 그런 행복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5부 운명에서는 또다시 비켜간 그의 아픔이 펼쳐진다. 산불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와 네명의 아이들을 잃게된 마르틴. 하지만 그는 그런 지독한 시련에도 자살이라는 방법보다는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를 찾기위해 노력해 나간다. 그의 이같은 의지의 바탕에는 트레블린카에서도 살아남았던 그만의 다음과 같은 신념이 자리잡고 있어서였다. ‘자살은 일종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자의 반항이었다. 미에테르,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항의하고, 사실을 말하고, 복수를 해서 우리 민족이 너를 통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이를위해 그는 디나 그레이재단을 통한 산불 예방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와 같은 저술을 통한 대화의 창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파하는 메신저로써의 역할을 오늘도 수행하고 있다.

  

00님 : ‘제가 이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정말 고민이 되네요.’

나 : ‘많이 힘든가 봐요. 선택의 기로에 선만큼.’

00님 : ‘네.’

나 : ‘괜찮으면 마르틴 그레이의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책을 주말에 읽어보고 느낀점과 함께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어 봤으면 해요.‘


  금주에 00님이랑 대화를 나눴던 일화이다.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진실한 삶의 체험의 목소리의 힘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영향을 미칠수 있느냐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인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의 내용중 4부와 5부 행복과 운명 부분을 읽었을 때는 나의 가슴속에도 많은 울림을 느낄수 있었다. 저자의 느낌과 기분을 간접적이나마 함께 할수 있었고, 그토록 염원하였던 가족을 신이 거두어갔을 때의 절망과 분노도 동참할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생존에 대한 집념과 애착은 정말 뭐라 말할수 없이 대단한것 같다.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나의 행동의 선택은 과연 어떠하였을까? 부끄러운 현재의 삶에 자연히 고개가 떨구어진다.


IP *.168.110.219

프로필 이미지
혁산
2009.06.29 00:40:36 *.126.231.194
저 역시 누군가가 힘들어 할 때
이 책을 권하고 싶네요. 형님처럼
그리고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다시 꺼내어 읽고 싶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09.06.30 11:51:07 *.12.130.121
그대의 가슴 속 울림이 어떤 메세지를 전달할지 기대가 된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32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 마르틴 그레이 숙인 2009.06.29 2857
1931 [12]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1] 정야 2009.06.29 2374
1930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마르틴 그레이 [1] 효인 김홍영 2009.06.29 2807
1929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 file 예원 2009.06.29 4671
1928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 마르틴 그레이 [1] 혜향 2009.06.29 3134
1927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마르틴 그레이 [1] [1] 희산 2009.06.29 2368
1926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 For Those I Loved. 백산 2009.06.29 2763
1925 [13]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인용문 수희향 2009.06.28 2027
1924 [13]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저자 및 내가 저자라면 [2] 수희향 2009.06.28 2449
»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2] 書元 이승호 2009.06.28 2347
1922 살아야 한다. 나는살아야 한다 - 마르틴 그레이 [3] 혁산 2009.06.28 2610
1921 [11]오쇼 라즈니쉬 자서전- 길은 내안에 있다 [1] 정야 2009.06.22 2867
1920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 [1] 희산 2009.06.22 2768
1919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 - 길은 내 안에 있다 [1] [2] 혜향 2009.06.22 2956
1918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 길은 내 안에 있다. [1] 백산 2009.06.22 2448
1917 [12] <오쇼 라즈니쉬>- 인용문 수희향 2009.06.22 2535
1916 [12] <오쇼 라즈니쉬>-저자 및 내가 저자라면 [4] 수희향 2009.06.22 3685
1915 [12]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태일출판사 [2] 범해 좌경숙 2009.06.22 2915
1914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 - [2] 書元 이승호 2009.06.22 3286
1913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 [3] 혁산 2009.06.21 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