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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8일 23시 49분 등록

2부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들

ü  독자들은 이 책에서 힘을 얻었다. 이 책은 내게 희망을 주었고 자신감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이 책 속의 단어들이 희망은 살아 있다라는 것을 긍정하는 지혜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나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에 나이를 느끼지 않습니다. .. 그것은 바로 삶의 비밀이 희망의 힘에 있다는 것입니다 (마르틴 그레이).

 

<저자와의 인터뷰: 생명의 힘>

ü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텅 비어버린 것 같았어요. 하지만 자살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소. 자살을 고려해 보기는 했지요. 하지만 내 가족의 죽음이 헛되이 묻히게 할 수는 없었소.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내 인생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 책을 쓰면서 죽음에 대해 깨닫게 되고 내 삶에 새로운 방향이 생겼지요 (11).”

ü  독자들이 내 운명과 삶에서 진실을 알고 용기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내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들에게 잠재된 용기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독자들은 편지에서 자신들의 심정을 들려주면서 내가 준 것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내게 돌려주었습니다. 독자들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오자 나의 정신적 에너지도 커져 갔습니다. 내가 살면서 남에게 주었던 것들이 몇 배로 커져서 돌아오는 걸 경험했어요. … 나는 이 책을 나와 내가 사랑한 사람과의 사이를 잇는 고리를 만들기 위해 썼는데, 이 책은 내가 사랑한 줄도 몰랐던 수백만 명과 연결시켜주었지요 (12).”

ü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지요.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집니다 (12).

ü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요 (12).”

ü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내부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생명력이 있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나는 조그만 예지요. 나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이라고 성공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내부에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너무도 자주 억누르는 이 에너지를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자기 내부에 있는 사랑의 욕구를 나타낼 용기를 찾아내, 충만함과 부유함, 창의력과 용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삶을 살기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13).”

 

< 1 : 생존>

1장 나는 전쟁에서 태어났다

ü  거리는 이미 짐승처럼 변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는 인간다운 인간이란 게 어떤 건지 안다. 그러나 인간이란 종은 사라진 것 같았다 (25).

ü  그날 밤 우리 식구들은 배불리 먹었다. … 그날 밤 우리 가족 모두가 복통을 일으켰고 구토도 했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28).

ü  사람들은 어쨌든 살아가야 하는 법이다. … 나는 배고픔조차 잊어버렸지만 가족들을 먹일 수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29).

 

2장 한 사람이 지닌 내면의 힘

ü  하지만 내겐 생각에나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려면 싸워야 했다 (31).

ü  어디서나 사람들은 서로를 고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자기들과 같은 사람들을 유대인이라고 부르면서 줄 밖으로 쫓아내고 있는 남녀의 얼굴들을 머릿속에 깊이 새기려고 애썼다 (32).

ü  그런 것이었다. 이를 악무는 수밖에 없었다 (33).

ü  아버지는 확신에 차서 모든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절대로 잡히지 마라. 하지만 만일 그들에게 잡혔을 때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해라. 탈출하는 것. 네가 옴짝달짝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해도 탈출해라. 그들에게 잡혀 있으면 기회가 없다. 탈출하고 나면 늘 희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절대로 기다리지 마라. 첫 번째 기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최고의 기회다 (34).”

ü  나는 입을 다물었다.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11월말부터 유대인들은 적어도 2,3 센티미터 크기로 푸른색 다윗의 별이 그려진 완장을 오른팔 아래쪽에 차도록 돼 있었다. 그 완장은 이 자는 당신이 약탈하고 때리고 죽여도 되는 사람이다라는 걸 의미했다. … 사람에게서 나를 보호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36).

ü  저항해 봤자 소용없었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였다 (37).

ü  힘이 있는 자들은 내게 무슨 짓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나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삶에 대처해가는 건 내게 달린 일이었다 (37).

ü  굴복해야만 할 때도 더러 있었다. … 필사적으로 도망칠 작정이었다. 느낌이 그랬다. 그래야만 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 절대 기다리지 말라. 절대 잡히지 말라. … 위험한 일이었지만 먹어야 사는 법이니까. 나는 들키지 않았고 그래서 내 장사도 계속 됐다 (38).

ü  그러나 그 벽에는 두 팔을 여전히 위로 쳐든 채 한 남자가 짓뭉개져 벽에 붙어 있다. 우리는 모두 그곳을 떠나 개미들의 행렬처럼 거리를 걸어다니고 길마다 떼지어 모여 다니며 평소처럼 자기 사는 데만 골몰한다 (39).

ü  젊은 폴란드인들은 거리에서 유대인 없는 폴란드 만세! 우리는 유대인 없는 폴란드를 원한다!”고 외치고 다녔다 (40).

ü  이제 우리 집은 우리 삶을 그대로 비쳐주는 것 같았다. 차갑고 거칠며 텅 비어 있는 삶. 내가 좋아했던 널따란 푸른색 카펫, 청동상, 기다란 은제 촛대들이 다 없어졌다 (41).

ü  살다보면 주먹으로 벽을 치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바로 그때가 그랬다. 왜 우리는 아무 짓도 못했던 걸까? 왜 그들은 그렇게도 강했을까? 왜 우 그들은 주인처럼 군림하고 우리는 노예처럼 순종해야 했던 걸까? 왜 모두가 그대로 순순히 받아들였던 걸까? 거리에서 그 하시딤 (경건한 자들이라는 뜻. 정통파 유대인)에게 원숭이처럼 춤추도록 군인들이 시켰을 때 지나가던 행인들은 왜 웃었을까? 왜 우리는 이렇게 증오 받으며, 왜 아무데서나 살해당해야 하며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걸까? (42).

ü  만날 때마다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3).

ü  몇 달 만에 인생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44).

ü  그게 그들의 논리였다. 그들은 잔인하게 행동하는 걸 즐겼다. … 밤이 됐다. 아마 이제 우리는 죽을지도 몰랐다. 언제든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이상한 때였다 (45).

ü  그렇게 얌전한 사람이 사람을 죽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ü  그 군인들 중 한 명도 우리를 눈여겨보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는 돌이었고 물건이었으며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46).

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숨이란 그런 것이었다. 목숨이란 게 말 한 마디에 달려 있었다. 청어 몇 마리보다 하찮은 게 목숨이었다. 우리는 그걸 깨달았다. 목숨에 집착할 이유가 뭔가? (47).

ü  나는 전쟁이 일어난 뒤 최초로 무서움을 느꼈다. 이성을 잃고 사람들을 죽이는 증오심을 만났던 탓이었다. 그 장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도 나를 죽이고 싶어했다. 그가 삽으로 그 소년을 때려 죽이면서 보고 있던 건 나였다. 그가 죽이고 있는 건 나였던 것이다. 나는 몇 주 동안 내 마음 속 깊이 쌓여 갔던 두려움에 뿌리를 둔 격한 공포를 치유하기 위해 나 자신을 달래야 했다 (48).

ü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승리했다는 걸 깨달았다. … 나는 한 남자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힘을 발견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아무 불평 없이 죽을 수 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살아남을 수도 있다. 이름도 모르는 그 빨간 머리의 친구에게 감사한다. 그는 우리를 위해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죽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48).

ü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법이었다 (49).

ü  하지만 운을 믿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인생이란 장애물 경기다. 처음 장애물을 뛰어넘었더라도 그 너머에는 더 높은 장애물이 또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더 가깝고, 더 어려운 장애물이 또 다가온다. 숨을 돌릴 짬도 없다. 우리는 나쁜 소식들로 의기소침해졌다 (50).

ü  라이다크, 너도 유대인이냐?” 그 말을 하고 나니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 그 고양이 역시 전쟁을 겪으며 살아남았고 나도 고양이 같은 존재였다 (50~1).

ü  문득 고양이 라이다크가 떠올랐다. 만약 그 녀석이 잡힌다면 어떻게 할까? 잠자코 있다가 도망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자 힘이 났다 (53).

ü  가족이란 이상하다. … 가족은 온전한 하나의 세계였다. 그러나 이제는 독일군들 때문에 그 세계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54~5).

ü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내게는 독한 술과도 같았다. 나는 알아야 했고 이 잔인한 세계를 눈과 내 마음에 기록해서 언젠가는 내가 본 모든 것들, 우리가 받았던 모든 고통들을 말해줘야만 했다. 그러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랐다 (58).

ü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건 학살자와 희생자가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군중들 때문이었다 (59).

ü  하지만 우리는 또 한번 목숨을 건지게 됐다. 다시 한 번 (61).

ü  나는 아버지에게 내가 경험한 최초의 대탈출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르틴, 부주의했구나. 언제나 그렇게 운이 좋은 것만은 아니란다 (64).”

 

3장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

ü  확실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런 때에는 법도, 말도, 인생도 모두 불확실하다는 것을 이미 배웠지만 아직도 더 배우는 중이었다. 폴란드인이건 유대인인건 우리 모두는 운명과 기회의 지배를 받는 피조물일 뿐이다 (67).

ü  나는 그 속에 감금되기 싫었기에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싶었다. 나는 군중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속으로 거듭 다짐했다. “잡히지 말자.” 기분이 좀 좋아졌다. … 준비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라이다크였다. 비슬라 강둑에서 만났던 그 고양이 라이다크는 자기를 가두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68).

ü  모두가 자기 재산을 보호하려고 자기가 누렸던 삶에 매달리면서 몇 시간 동안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68).

ü  다윗의 별 표시가 있는 하얀 완장을 차고 독특한 벨트에 부츠를 신은 유대인 게토 경찰들이 따라왔다. 게토의 치안을 맡을 사람들이 그들인 까닭에 나는 궁금했다. 우리에게 우호적일까, 적대적일까? (69).

ü  나는 그들의 법을 우롱하고 공포로부터 벗어났으며 감옥에서 탈출해서 살아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71).

ü  나는 게토를 벗어났다. 나는 인정 있는 사람을 만났던 것이다 (71).

ü  내 목숨이 위태로워진 건 틀림없었지만 나는 그들의 법을 어겼기 때문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들이 나를 죽인다 해도 자유로운 나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 점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72).

ü  나는 탈출이라는 행위로 게토라는 감옥에 저항한 것이다. 나는 그 살육자들보다 더 강했다. 나는 그들이 있어도 그들에게 저항하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72).

ü  자신의 힘과 생각을 정확하게 아는 건 좋은 일이다 (72).

ü  나는 전차를 타는 도박을 했고 독일군과 폴란드 경찰에게 도박을 했으며 내 인생까지 걸고 도박을 했는데도 모두 이겼다. 이 돈은 내가 받은 상품이었다. 나는 소리내 웃었다 (77).

ü  내 생명을 걸고 도박을 했기에 새로 얻은 즐로티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것은 내가 받은 상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일 뿐이었다 (77).

ü  행복감과 공포와 확신이 한꺼번에 소용돌이 쳤다. 나는 내 생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차분하게 정리해야 했다. 나는 도박을 했고 한 번 뿐일지는 몰라도 살육자의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도 인정이 있다는 걸 알았고, 또 자기를 증오하는 사람에게도 뇌물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니 도박에서 이긴 셈이다. 그 사람들도 비슬라 강둑에 있는 진흙처럼 내 마음대로 빚어 만들 수 있는 진흙과 같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이긴 것이다 (77).

ü  별것 아니었지만 내가 자유롭게, 사는 듯이 살기로 결심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삶도 조금은 도와주어야 했다. 자기만을 위해 산다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78).

ü  하지만 아버지, 살아남으려면 먼저 우리는 먹어야 해요. 저는 그 일에 신경을 쓰려고 해요 (80).”

ü  아버지가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 나는 매일매일 밀수꾼 노릇을 했다. 전차에서 뛰어내리고 올라타면서 완장을 셔츠 안에 숨겼다가 다시 찼다가 하면서, 뇌물을 받고 협력해줄 사람들을 알아보고, 팔 만한 물건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팔고, 비용과 이익을 계산했다. 그런 일들이 이제 내 생활이 되었다 (80).

ü  하루에 몇 번이고 내 생명을 걸고 도박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는 기분이었고 자유로웠다. 매번 나들이를 할 때마다 일하는 방법이 더욱 완벽해졌고 새로운 계획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 때면 두뇌가 더 빨리 작동하는 법이다 (80).

ü  그들은 굶주림과 추위와 노동, 그리고 잔인함을 통해 우리를 멸종시키려 했다 (81).

ü  가끔 나는 인도에 드러누워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게 마땅하다는 기분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죽기를 바랐지만 적어도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생명을 뺏어가지는 못할 터였다 (82).

ü  사람들마다 배고품과 추위, 절망으로 울부짖었다. 우리는 살아남으려고 광분하는 개미떼와도 같았다 (82).

ü  그들은 우리가 죽기를 바랐다. 나는 나대로의 방식으로 그들의 의도대로 이루어지는 걸 막기 위해 몸부림쳤다 (82).

ü  내가 점점 이기적으로 변했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멈추지 않고 길을 계속 갔다는 말은 사실이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나는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피려고 멈춰 서지 말아야 했다. 이기심은 그들이 내게 심어준 무기였다. 나는 그것을 거머쥐고 이용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싸우는 일에 능란해져 갔다 (83).

ü  나는 사람들이 어떤지 파악해가고 있었다. 내게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보였다. 늙었건 젊었건, 어떤 옷을 입었건 상관없이 그들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나는 알았다. 그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그 점을 지적하면 그들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행동을 했다. 오로지 그들보다 더 빨리 생각하고 그들보다 먼저, 그들을 위해 결심만 하면 되었다 (84).

ü  우리는 저녁이면 그날 벌어들인 이익을 계산했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돈을 먼저 따로 떼어놓았다. … 지폐 한 장 한 장이 내게는 승리를 의미했다 (85).

ü  나는 도망 다니는 젊은 유대인일 뿐이었지만 여기 지하세계의 남자들, 악당들, 이 강도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92).

ü  나는 내 계획을 대강 말해주었다. 그들이 나를 보호해주는 대가로 내가 매일 정기적으로 돈을 준다는 계획이었다 (92).

ü  강도에 불량배였으며 악당들이었지만 사람을 속이거나 겉과 속이 다르지는 않았다 (94).

ü  혼자 하던 수공업에서 여럿이 하는 사업으로 바꾸어야 했고,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환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돈을 주어야 하는 직원이 생겼고, 그들을 계속 거느리고 싶으면 그들에게 계속 임금을 주어야 했으니 거래량도 늘려가야 했다. … 나는 성장해야 했고 그러지 못하면 죽을 터였다 (95).

ü  나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가능했다. 한 시간에 열 살을 먹을 수도 있었다. 한 순간만 방심해도 죽음의 신에게 먹히는 시대. 운명이 자기 앞길에 예비한 나치 친위대원의 변덕에 따라 발에 차여 죽을 수도 있는 시대였다 (98).

ü  나는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게 나의 힘이었다 (100).

ü  그는 맞서느니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좋을 사람이었다 (101).

ü  이 사람들이 나에게 충성하게 하려면 내가 먼저 그들에게 충성심을 보여야 했고 그들이 나를 존경하게 해야 했다. 존경이란 내가 그들에게 겁을 준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한 일, 내가 얻은 것들 때문에 내가 존재했고 내 존재가 의미가 있었다 (102).

ü  창의적인 의견, 이익금, 우정으로 불량배들을 통솔해야 했지 공포를 조장하는 방법은 쓸 수 없었다 (102).

ü  나는 거울 앞에서 연기하는 나를 보듯 두 개, 심지어 세 개의 인격을 가지는 법을 익혔다. 나는 혼자서 말하고 들었다. 한 인격의 몸짓을 하면서도 이미 속으로는 다른 인격의 몸짓을 준비했다. 무언가를 보면서도 보지 못한 척 꾸미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탓이다 (107).

ü  허세도 부리지 않고 반항도 안 한다면 살맛이 없지 않은가? (110).

ü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려면 나도 같은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 (119).

ü  조피아를 보자 근육이 풀어진 듯 웃음이 쉽게, 저절로 나왔다. 마치 지친 몸을 따뜻한 물에 담그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커지는 것 같았고 충분히 쉬고 깨끗해져 새로워지는 듯했다 (121).

ü  조피아는 내 유년 시절의 일부 같았고, 전부터 알던 사이 같았으며 우리 집에서 내 남동생들과 어머니가 웃으며 찍은 사진 속에 조피아도 있는 듯한 친숙한 느낌을 주었다 (122).

ü  그 당시는 무슨 일이든 기회만 오면 바로 실천해야 하는 때였다. … “ 두 사람이 늘 알던 사이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이 진짜 사랑인지도 몰라. … 시간은 무정했다. 구하지 않으면 갖지 못하는 것이다. 연기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122~3).”

ü  그녀의 웃음, 부드러움, 그녀가 내게 보여주었던 모든 것, 늑대 같은 잔인함을 벗어버린 진짜 삶을 그들이 내게서 뺏어갔다 (124).

ü  우리는 이기심, 부패, 냉정함, 무기력에 찌들어 있었다. … 살육자들은 우리끼리 연민을 갖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그들이 만들어 낸 우리 민족에 대한 이미지대로 우리를 만들어가려 했다 (128).

ü  이익이 많이 나는 계획들이 으레 그렇듯 내 계획은 단순했다. 나는 게토의 담인 표적은 이용하지 않고 게토로 들어가는 정문을 이용하기로 했다 (132).

ü  외로움이 실은 가장 마음 아팠다 (138).

ü  자살을 할까 신중히 생각해봤지만 나는 겨우 열일곱 살이었고 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상대로 다른 도박을 해서 약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138).

 

4장 살육자들이 말했다

ü  나는 탈출하기 위해, 이기기 위해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두어야 했다 (147).

ü  인간다움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시기였다. … 모두가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데 혈안이 됐다. 내 목숨을 구하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일은 다반사였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때였다 (149).

ü  어머니와 자녀가 헤어진들 무슨 대수랴? 우리들 가축들은 광장에서 바로 분류되기도 했다 (150).

ü  사람이 어떤 존재로든 변할 수 있다는 걸 배운 게 그 때였다 (150).

ü  방마다 오물과 배설물이 널려 있었다. 사람들은 시체들 위에서 잠을 잤다 (150).

ü  밀수꾼이었던 경험으로 나는 내 협력자들이었던 유대인 경찰들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존중했고 두려워했으며 내 재력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도와주었다. 잡히고, 뇌물을 먹이고, 도망가고, 또 잡히고, 하는 일이 매일 계속됐다. 극 내 생활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듣지도 보지도 말아야 했다 (161).

ü  우크라이나인들과 유대인 경찰들이 떠나기도 전에 비어 있는 아파트로 들어가기도 했다. 나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강간당하고 살해된 여자의 시체를 밀어젖혀야 할 때도 있었다. 아기가 방안에 혼자 남겨져 울고 있었다. 나는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탓이다 (151).

ü  정말로 굶주렸기에 빵과 잼을 목숨보다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 부모들은 자식과 헤어지지만 않는다면 무슨 일이든 할 태세였다 (152).

ü  나는 다시 이주의 광장이라는 사악한 세계에 와 있었다. 인간들이 부끄러움 속에 죽어가는 곳이었다 (157).

ü  무슨 일이건 방법을 배우게 되는 법이다. 심지어 죽음을 피하는 방법마저도 (157).

ü  나는 자신이 있었다. 매번 탈출할 때마다 나는 힘을 얻었고 내가 살아남을 것이며, 그 의지가 굳건하다면 운명을 내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158).

ü  나는 뒤에서 뛰어나가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나는 이제 강했다. 나는 매질에 단련돼 있었고, ‘그들이 지졌던 손, 그들이 으스러뜨렸던 손가락은 목을 조이는데 익숙했다. 내 손은 내 증오만큼이나 강했다 (162).

ü  나는 하루 종일 은신처에 숨어서 쉬다가 저녁 해가 진 후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곳은 시원했다. 푸르고 평온한 하늘이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유혈사태와 소음, 더위, 공포가 지나간 뒤에 나는 그곳 지붕 위의 굴뚝 옆에 누워 있었다. 양철 지붕은 아직도 따듯했다. 얼굴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느끼며 나는 졸았다. 그 지붕 꼭대기가 내 새로운 활동영역이 됐다 (163).

ü  이미 나는 거리 구석구석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나는 전차 속도가 어떻든 뛰어올라 탈 수 있었고 폴란드 경찰의 겉모습만 보고도 협력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지붕 위에서 새로운 생활 방식을 익히고 있었다 (164).

ü  그가 총을 겨누기도 전에 나는 폴란드어, 독일어, 러시아어로 같은 내용의 질문을 했다. “황금이 갖고 싶은가요?” 나는 그 마술 같은 단어인 황금이란 말을 되풀이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강도들이었으며 나는 유대인이기에 황금을 갖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았다. 나는 무기가 없었다. 그에게 불리할 건 없었다. “어디야?” 나는 아직 지지 않았지만 아직 이긴 것도 아니었다. … 내 얼굴은 너무도 순진해 보였고 눈은 흐리멍덩 했으며 허약하고 겁 많아 보였을 터였다.  (165).

ü  그들이 죽지 않으면 우리가 죽었다. 전쟁에는 죄책감 따위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166).

ü  나는 기억하는 일도 포기했다. 매일매일이 그 전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미지의 시간이 됐다. … 그 일들이 바로 전날 일어났다해도 그건 과거의 일이었으며, 과거란 무의미할 뿐이었다.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해서 내일까지 견디는 게 중요했다. 뒤돌아보면 죽는다. 어제를 생각하는 건치명적인 질병이었다 (167).

ü  어머니는 그 병에 걸렸다. 지쳐서 두 손을 무릎에 얹고 두 눈이 텅 빈 채 어머니는 지난 날을 추억했다. … 어머니는 추억을 타고 지난날 행복한 때로 가 있었다 (167).

ü  몇 달간 경계를 하고 다니다 보면 육감이란 게 발달되는 법이다. 나는 거기 살아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게 겁에 질려 있었기에 나보다는 약한 존재라 판단했다 (167).

ü  , 나와 함께 가자.” 그건 그리 지각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 현명한 일도 아니었다. … 그러나 나 자신 또한 살육자가 된다면 살아남을 이유가 뭔가? (168).

ü  우리가 살아 있었기에 그 날은 또 다른 하루, 기분 좋은 하루였을 뿐이다 (170).

ü  그들은 우리 마음 속에 비겁함의 씨앗을 심어 놓았다. 그들은 우리를 파멸시키고 타락시키길 원했다. 안녕, 파벨, 내 친구 파벨. 그들이 벌써 너를 죽였구나 (172).

ü  서로를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그 몇 해 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진했으며 언제나 다시 만났었다. 아버지는 내게 힘을 주었다. 내 뜻이 곧 아버지의 뜻이었다.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반쪽이었으므로 우리 중 하나가 살아 있다면 다른 한쪽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살게 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거기 몸을 웅크리고 손가락을 깨물며 견딜 수 없이 비통한 추억을 되씹었다. 마음이 아팠다. 나는 울었다 (174).

 

5장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

ü   나는 내 부드러움과 내 모든 힘을 그들도 느낄 수 있도록 내 팔을 통해 전해주려 애썼다. 그들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179~180).

ü  한 모금의 신선한 공기를 위해서는 살인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180).

ü  물질적인 공포의 냄새인 배설물의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미쳐버렸다. 새벽에 나는 한 여자가 자기 얼굴을 할퀴는 모습을 보았다 (180).

ü  나는 식구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며, 더 이상 내가 식구들을 죽음에서 벗어나게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목이 메어왔다. 죽음이 그들을 데려갈 것이다 (181).

ü  나는 생각을 해보고 그래서 굴복하는 대신 내 운명을 스스로 택하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181).

ü  나는 나아가라, 마르틴. 계속 가라, 미에테크. 그 곳에 삶이 있다. 나아가라라고 내 안에서 말하는 어떤 힘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182).

ü  남자들이 어둠 속에서 울었다. 상자가 뒤집히는 소리에 이어 죽음의 단말마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기도를 시작했다. 자살이었다. 나는 생명을 스스로 끊지 말고, 비겁하게 죽음을 받아들이지는 말기로 결심했다 (184).

ü  내 동족들은 죽었다. 나는 그들의 삶까지 짊어지고 있다. 그들은 과거와 그들의 미래, 그리고 그들이 알던 기쁨과 슬픔을 나에게 물려주었다 (184).

ü  나는 살아남기로 결정했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하여 (185).

ü  그것이 내가 트레블린카에서 맞는 첫 아침이었다. 이미 과거는 물러갔다. 게토에서의 시간은 이미 지난 날이 됐다 (185).

ü  자살은 일종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자의 반항이었다. 미에테크.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항의하고, 사실을 말하고, 복수를 해서 우리 민족이 너를 통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187).

ü  트레블린카에서 살면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트레블린카는 다른 종류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188).

ü  절망감이 우리 모두를 휩쓸고 있었다. 나는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나는 그 절망적인 흐름에 맞서 싸웠다. 내가 의지할 건 내게 계속 말을 거는 방법뿐이었다.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 (188).

ü  그 되풀이되는 말들은 돌무더기처럼 쌓여 공포와 절망, 포기에 맞서는 장벽이 돼 주었다 (188).

ü  이제까지 내가 있던 위쪽 수용소 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이 밑바박이었다. 인생의 밑바닥이었다. …. 우리는 유대인 시체 처리반이었으며 역시 죽은 목숨이었다 (195).

ü  우리 주위에는 시체와 살인자들만 가득했다. 그러나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 수용소 안의 수용소인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이곳 막사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연이어 나왔고 나는 저녁마다 그들을 말리려고 애썼다 (195~6).

ü  죽어간 내 민족을 위해 내 삶은 달라져야 했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붙잡고 들것에 실어가 던졌던 그 수천 구의 시체들을 위해 (196).

ü  나는 숨을 골라가며, 이를 갈면서 뛰어다녔다. ‘살아라, 마르틴. 살아서 그들을 죽여라.” 그 말들이 내 눈, 내 입, 내 머리를 채웠다. 그 말들이 내게는 약이요, 음식이었다 (197).

ü  내게 가득한 수치심, 구역질, 아직도 살아 있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나를 홀리게 했던 살고자 하는 충동, 살아서 내가 본 것, 그들이 한 짓, 그들이 우리에게 강제로 시킨 일들을 표현하려면 나는 다른 목소리, 다른 단어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야만스러워질수록 나는 그들이 패배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들의 죽음의 왕국이 인간들의 왕국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 더 확신했다. 그들의 재앙과도 같은 괴롭힘은 언젠가는 끝날 터였다. 나는 목 졸린 그 아이들을 위해 증인이자, 판관으로 거기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199).

ü  나는 기다렸다. 매시간 살아 있다는 것만이 내가 가진 패였고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사실이 힘을 주었다. .. 나는 죽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견뎌내야 한다 (206).

 

6장 이주의 광장, 가축 운반용 화물차 그리고 무덤

ü  그들은 살육자들이 정한 법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따랐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들이 내 대신 대가를 치르리라.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죽을 운명이었으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나와 함께 도망치지 않으면 잠브로프 수용소에서 죽거나 아니면 트레블린카에서 죽게 될 터였다. 안녕. 형제들이여 (257).

ü  그의 배설물이 내 등에 떨어졌다. 그런 후 다른 군인이 뒤따라 판자에 올랐다. 똥이 더 떨어졌다.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았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에테크, 그들은 질 거야. 나는 어떤 역경이든 살아남을 거다. 그리고 아무도 내가 탈탈출한 대가를 치르지 않게 될 거다. 그들이 내가 탈출했다는 사실을 블로흐 사령관 앞에서 인정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네가 이겼다. 미에테크. 등에 그들의 똥이 떨어지고 몸이 온통 똥으로 둘러싸였다 한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견뎌내라, 미에테크, 살아남아라 (258).

ü  나는 훔치는 일과 희망에 의지해 살았다 (260).

ü  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들도 만났지만 자기들이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게 빵을 주고 잠을 재워주고 눈비를 피하게 해준 사람들도 만났다.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희망을 계속 간직할 수 있었다 (261).

ü  그들은 이제껏 유지해 오던 생활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일에 대비하지 않았으며, 자기들의 선택폭이 좁아졌다는 것을 깨달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261).

ü  우리의 삶은 숱한 작별 인사로 채워져 있었다 (263).

ü  아버지가 살아 있다면 사람들이 벌써 투쟁을 하고 있는 바르샤바에 있을 것이다. 내가 있을 자리는 거기였다. 내 동족들이 있는 곳. “가라, 미에테크. 가거라. 네 말이 맞다. 네 색깔을 결코 숨겨서는 안 된다. 네 정체도.” 우리는 서로 껴안았다. 이틀 후, 나는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267).

 

7장 우리의 생명력은 돌과 같은 저항력을 지녔다

ü  이 무관심,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이 태도가 당신 같은 사람들을 두 번 죽이고 트레블린카에서보다 더 깊은 곳으로 매장하고 있었다. 그러니 뉴욕이나 더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관심이나 기울이겠는가? (271).

ü  그래, 마르틴. 힘내라. 마르틴. 우는 걸 겁내면 안 돼.” 나는 아버지에게 기대어 울었고 아버지도 울었다. 실컷 울고 나서야 서로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281).

ü  우리는 둘이서만 하루 종일을 보냈다. 그런 어려운 시절에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더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꾸물거릴 수가 없었다 (282).

ü  우리는 이제 더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주위에, 우리 마음 속에 있었으며 우리의 투쟁을 통해 생명을 얻고 있었다 (285).

ü  생명은 신성하단다, 마르틴. 우리가 지금은 사람을 죽여야 하지만 부디 생명을 기억해라. 마르틴. 생명을. 너는 생명을 탄생시켜야 한다 (286).

ü  그들이 끝내 이기겠지만 우리에게 승리란 그들이 후퇴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며 우리의 투쟁은 저항을 지속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우리는 이제 더는 머리를 수그린 채 도축장으로 끌려들어가는 짐승들이 아니었다 (290).

ü  아버지가 내 근처에 있다가 손을 흔들며 아침 인사를 했다. 그러니 우리가 대화를 하지 않은 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우리는 나란히 옆에 있었다. 우리가 떨어져 있은 들 무슨 문제이겠는가? 우리를 갈라놓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294).

ü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기적을 기다렸다. 나는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다시 회벽에 머리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죽음의 장면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마주보아야 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사랑한 모든 이들을 위하여 나중에 말할 수 있어야 했다 (300).

ü  나는 기었다.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땅에 내 몸을 가까이하고 싶어서였다. 내 땅, 내 가족을 데려간 땅. 나는 혼자였다.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 율레크 펠트, 모두 가버렸다. 내 주위에는 게토와 다를 바 없는 사막 같은 황량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나는 그 폐허 속에서 그 뜨거운 돌에 얼굴을 대고 내 동족, 내 가족, 그리고 트레블린카와 잠브로프와 비아위스토크에 있는 유대인 동족, 그리고 여기 함께 있던 내 동료들 모두에게 내가 사는 한, 내가 생각할 힘이 남아 있는 한, 매일 아침마다, 그들의 생명을 다시 불러내겠다고 맹세했다. 매일 아침 동이 틀 때마다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나의 일부가 돼서 내 삶을 공유하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폐허 속에서 나는 그렇게 맹세했다 (301).

ü  그래서 나는 거기 회벽과 콘크리트, 돌더미에 몸이 반은 덮인 채 밤이 될 때까지 누워 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게토의 일부였으며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었다. 밤이 되자 나는 기어가기 시작했다 (303).

ü  저 아래에는 사람들이 여전히 투쟁하고 있겠지만 나는 살아남아서 이기고 싶었다. 저 아래쪽에 있는다는 건 마지막을 의미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투쟁을 계속해야 했다. 나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죽음을 피하려는 시도는 해본 적이 없지만, 어중간한 상태에서 죽기는 싫었다 (303~4).

ü  매일 밤 네가 오길 기다렸어.” 그가 말했다. 나는 그의 두 손을 꼭 쥐었다. “그들은 나를 잡지 못했어. 모코토프.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싸워야 하거든. 내 가족들의 복수를 하고 싶고, 내 민족들의 복수 말이야.” / “알아. 미에테크. 너는 고집쟁이지.” 나는 그의 두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란 좋은 것이었다. 훌륭한 것이었다 (304).

 

< 2부 복수>

8장 안녕하시오, 동지

ü  아버지가 죽은 후 나는 그냥 단순히 싸우고만 싶지는 않았다. 투쟁은 해봤다. 우리 모두가 투쟁했었다. 목숨만 부지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살아 있었다. 이제 나는 승리하고 싶었다 (307~8).

ü  나는 확신했다. 내가 그때까지 경험한 것들은 끔찍한 장애물로 가득한 길고도 높은 오르막길이었으며 그 오르막을 오르는 데 성공해 이제는 정상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적들의 패배를 눈앞에 그려볼 수 있었다. 우리의 승리와 복수까지도 (309).

ü  나는 할머니를 안아주었다.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었고, 가족들을 사방으로 영원히 갈라놓은 이 광기를 증오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311).

ü  그는 자기 가족들이 강제 수용됐던 잠브로프 수용소에 대해 샅샅이 알고 싶어했다. 내가 그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려 애쓰자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는 그들이 너무 심한 고통을 당하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야.” 바랄 수 있는 건 그 정도뿐이었다. 가족들이 가능한 짧게 고통을 겪는 것 (312~3).

ü  누군가가 아코디언을 가지고 와서 연주하자 노랫소리가 더 커져갔다. 볼레크도 내 곁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 쌀쌀했지만 우리를 둘러싼 나무들이 요새의 담처럼 믿음직했다. 우리는 노래를 불렀고 노래와 함께 힘도 솟아올랐다. 내 가슴에도 생기가 감돌고 내 목소리에도 경쾌한 활기가 넘쳤다 (313).

ü  감옥을 탈출해 파르티잔이 된 러시아인 몇 명이 춤을 추자 우리는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어 주었다. 그들 중 하나가 열성이 지나쳐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서는 더 요란하게 춤을 추자 나는 소리 내 웃었다. 나는 웃고 또 웃으며 손바닥이 부서져라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불렀다. , 미에테크! 너무도 오랜 세월 동안 인생이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숲의 고요함과 바람 소리, 새가 날아오르느라 잎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잊고 있었다 (313).

ü  나는 남자들의 노래, 남자들의 건강함, 잠브로프 숲과 광활한 푸슈차 비아워비에스카 숲의 나무들과도 같은 이 나무들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으며 도망자 신세도 아니었다. 나는 동지들을 얻었다 (314).

ü  저는 복수를 하기 위해 싸우고 싶습니다.” 말은 간단했지만 내 삶이 굴러가는 궤도를 말한 것이었다. 나는 복수하고 싸우기 위해 살아남았다 (314).

ü  소련은 우리의 막강한 동맹국이다. 히틀러는 파시스트 자본주의자다. 사회주의 폴란드가 곧 출현할 것이며 우리는 폴란드의 붉은 군대 (옛 소련군 soviet army의 공식 명칭)이다 (315).

ü  나는 가난한 사람들, 굶주린 사람들, 거지, 희생자의 편에 서 있었다. 나는 귀로는 들었지만 생각할 시간은 별로 갖지 못했다 (316).

ü  나는 그들을 믿었다. 그들도 나처럼 살육자들을 파멸시키고 싶어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316).

ü  다른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난로 주변에서 자는 일은 드물었다. 나는 조심성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살아서 승리하고 싶었으므로 차라리 추운 쪽을 택했다 (320).

ü  그 옅은 색 눈동자와 천박한 미소, 빈정대는 듯한 목소리에서 젬바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임을 나는 알아보았다 (322~3).

ü  나는 우리 편 사이에 앉아 위장할 필요도 없이 동료들의 친근한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편안함을 만끽했다 (325).

ü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는 결코 원수를 갚을 수 없었다. 살육자들을 죽인다고 죽은 가족들이 다시 살아나는 건 아니었다. 복수란 언제나 쓰디썼다 (326).

ü  나는 동료들과 함께 조준하고 발사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살려면 죽여야 했다 (328).

ü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탈출했던 러시아인들은 그들의 군대에 다시 합류할 것이고, 폴란드인들은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터였다. 내가 갈 곳은 어딘가? 내 가족들은 어디 있는가? 뉴욕에 있는 외할머니 한 분? … 살육자들이 나를 나무가 쓰러지고 불타버린 황폐한 숲에 홀로 남은 나무같이 만들어 놓았다. 나는 거기 그냥 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언가를 해야 했다 (329).

ü  나는 보드카를 들이키며 어두운 기분을 떨어버렸다. 볼레크의 말이 옳았다. 산에 다시 나무가 울창하게 만들려면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충분했다 (329).

ü  나는 그 모든 위협에서 살아남았다. 그래서 우리 민족 모두의 이름으로 내가 아직 살아 있다고, , 게토에서 도망쳐 나온 나, 트레블린카를 목격한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베를린에서 만인에게 알리고 싶었다. 나는 살아 있으며 승리했노라고! (330).

 

9장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ü  나는 이름을 또 바꾸었다. 나는 마르틴도, 미에테크도 아닌 미샤였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은 언제나 변치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내가 겪은 모든 일들, 아무도 내 마음 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그런 경험들과, 끝까지 버티겠다는 나의 결심은 그대로였다. “그게 남자란 거다, 마르틴아버지는 그때 그곳 게토에서 그 말을 해주었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는 듯했다. 아버지는 내게는 언제나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333).

ü  나무 조각들을 잡아주는 바위였다. 우리는 끝까지 버텨야 했다. 한사람의 인생은 늘 본보기가 되는 법. 아버지가 없었다면, 아버지에게 의지할 수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죽음을 향해 떠내려가는 나무 조각에 지나지 않았을 터였다 (342).

ü  나는 폴란드 경찰에 공식적으로 소속돼 있었다. 싹둑 잘린 미에테크, 건달 왕초 미에테크, 밀수꾼 미에테크가 경찰이 되다니! 나 자신도 놀랄 지경이었다. 지난날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나를 대하는 세상의 얼굴이 바뀐 것이다 (343).

ü  나는 그들의 죄를 찾아내려 했지만 복수라는 행위 역시 하나의 광기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 (347).

ü  우리는 공포에 질린 독일 땅을 더 깊숙이 밀고 들어갔다. 그 지배자 민족은 자부심을 잃어버렸다. 그들은 사방에서 히틀러 타도를 외쳤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게토에 가둬버린다면 그들은 무슨 짓을 할 것이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그들은 모든 일을 받아들이면서도 모든 것을 부정할 터였다 (349).

ü  나는 포스터에 쓸 말을 불러주었다. 내가 생각해본 적도 없건만 어디서 그런 말이 줄줄 나오는지, 마치 게토 시절부터 줄곧 숙고해 왔던 것처럼 멋진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350).

ü  내가 벌인 장난 때문에 희생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 “우리는 조심해야 해, 유레크. 이제는 우리가 더 강한 쪽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두 배 더 인간답게 처신해야 한다고 (352).”

ü  군인들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매 자국으로 부풀어 오른 민간인들이 보이는 듯 했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나치에 복종했던 탓에 희생자가 된 것이다. 미에테크, 미에테크, 조심하라! 살육자가 되기란 어려운 게 아니다 (352).

ü  그래서 나는 신중하게 행동하려 애썼다. 내 목표는 일반인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살육자들과 싸우는 거였다. … 나는 사람들 전체를 쫓는 게 아니라 살육자들만 쫓는 거라고 다짐했다 (352).

ü  강둑에 있는 트럭 한 대가 불타고 있었고 군인들은 부상병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 편에서는 계속 시계를 사고팔고 있었다. 나는 어느 군인의 팔을 잡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부상병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거칠게 팔을 빼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하던 흥정을 계속했다 (355).

ü  장교들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들은 검은 머리를 얼굴에 드리운 채 침묵하고 있는 젊은이를 노려보았다. “그자를 전쟁 포로로 취급하라.” 대령이 결론을 내렸다. 젊은이는 밖으로 끌려갔다. 지난 날, 잠브로프 사령부의 감방 앞에서 통역 장교가 말 몇 마디로 내가 즉결 처형을 받지 않게 해주었었다. 나는 그 빚을 갚은 셈이었다 (359).

ü  우리가 벌이고 있는 전쟁은 거의 파르티잔들의 전쟁과도 같았다. 나는 몽골 인들과 코사크 기병들, 모피 모자를 쓴 군인들과도 마주쳤다. 병사들과 탱크들을 몰고 다니는 붉은 군대 또한 유럽 전역에서 건너와서 여기 베를린에서 집결한 잡다한 이질적인 집단으로 이루어진 군대였다 (360).

 

10: 복수는 쓰다

ü  이들, 패배한 독일제국의 병사들은 말없이 행진했다. … 어느 9월의 아침 바르샤바로 들어오던, 패배를 모르는 거만한 살육자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보였다. … 벌써부터 희생자처럼 눈을 아래로 깔고 있었다. 그럼 승리를 거둘 때만 살육자가 된다는 말인가? 패배자가 되면 그렇게도 빨리 결백해진단 것인가? 나는 싸움이 계속됐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모든 것이 너무 간단했다. 이제 진실은 흐릿해졌다. 생명이 사라진 이 도시는 죽었다 (362~3).

ü  그러한 장면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 곳 게토에서 본 것들과 똑같았다. 이번에는 승자로서 그 광경을 본다는 게 달랐을 뿐이었다 (363).

ü  내 복수는 쓰디썼다. 내 주위 사람들의 공포가 느껴졌다. 사람들은 눈길을 내리깐 채 나를 흘끔거렸고, 물을 조금 얻으려고 줄을 지어 기다리던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자 갑자기 말문을 닫고 얼어붙었다 (363).

ü  죽은 도시, 내게 익숙한 광경이었다. 나는 살육자들과 희생자들을 구별할 줄 알았다. 살육자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했고 희생자들은 방관하기만 했다 (364).

ü  이런 혼란이 없고, 이런 미친 짓이 없었다! 살육자들이 이 세상에 뿌려놓은 독이 계속 번지고 있었다. 심문, 피난민들, 처형, 그것들도 그런 독이었다. 내 주위에는 더 이상 평화가 찾아오기는 글렀단 말인가? (366).

ü  물론 나도 살고 싶었다. 나도 군복과 심문하는 일이 싫었다. 나도 러시아인들 대다수가 우리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저 멀리 뉴욕에는 내 숲을 일구어 낼 마지막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 빚을 지기 싫었고, 게다가 나를 베를린으로 데려와준 나라와 군대에 갚아야 할 빚이 있는 터였다. 빚은 모두 청산해야 했다. 남자란 끝까지 가야하는 법이다 (368).

ü  며칠 후, 나는 판코프를 떠나 포츠담으로 향했다. 그 도시는 이미 계엄 상태였고 3거두 사이의 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368).

ü  3거두: 독일 베를린 교외 포츠담에서 열린 포츠담 회담은 독일 패전 후 유럽의 전후 처리를 협의할 목적으로 1945 7 17일부터 8 2일까지 열렸다. 주요 참석자는 해리. S. 트루먼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요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다 (368).

ü  지하실에 숨어 있던 어느 나치 친위대원을 그 아내가 밀고하기도 했다 (368).

ü  나는 승자였지만 동시에 홀몸에다 모든 것을 빼앗긴 패배자였다 (370).

ü  이리로 이사 오시오. 나는 방 하나만 쓸 테니까. 다른 사람도 아무도 안 올 거요.” 나는 결국 그렇게 대답했다. 내가 양보했다. 나는 얼간이였다. … 얼간이가 되는 쪽과 살육자가 되는 쪽에서 양자택일을 해 본 적이 있는가? (371).

ü  나는 라이프치히에서 큰 목표를 쫓아가고 있었다. 그 도시는 남쪽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남쪽에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 이탈리아가 있었으며 또한 자유가 기다리고 있었다 (371).

ü  그러나 발터는 굽실거리지 않았다. 그를 처음으로 본 그 아침부터 나는 그를 신뢰했다. 짧은 회색머리에 키가 크고 마른 그는 별로 말이 없는 남자였다. “내게 뭘 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부족한 대로 사는 데 익숙해졌죠 (371~2).”

ü  며칠 후 나는 발터와 다시 만났다. .. 그 동료 역시 내가 게토나 수용소, 숲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불굴의 의지를 가진 부류의 사람이었다. 죽도록 학대받아도 그들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무덤 옆에서 본 적이 있다. 척보면 그런 사람을 골라낼 수 있었다 (372).

ü  약한 자들에게는 모든 일이 불가능해 보이는 법이다 (374).

ü  내 인생은 그런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안 다녀본 곳이 없었지만 어디에서나 불가능하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나는 여기 살아 있지만 그들은 죽었다. 나는 언제나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374).

ü  하지만 소심하고 자만에 차 있는 대령과 같은 부류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키느 대로 복종하는 일뿐이었다 (375).

ü  정의를 실천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미에테크하지만 나는 재빨리 따지기를 멈췄다. 따져보는 일은 몇 년 동안 내 본능이 됐다. 나는 따져볼 필요도 없이 그냥 아는 방법을 새로 익혔다. 그 젊은이들이 희생자들이라는 걸 나는 알았다. 되벨른 감옥에 와 보니 내가 또 다른 살육자들의 수용소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376).

ü  나는 밤새 어둠 속에서 비를 맞으며 시골길을 걸어 다녔다. 추위와 쏟아지는 비, 피곤함을 이겨가며 힘들여 걸으니 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377).

ü  나는 무덤 속에 있기를 거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무덤에서 서서히 기어 나왔다. … 수용소마다 살육자들이 설치고 있다하더라도 나 자신이 살육자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했다. 검은 리무진을 타고 왔던 3거두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내게 맞지 않는다면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 터였다. 나의 조직, 내 가족, 아내와 아이들이 내 주위에서 피와 사랑으로 결속된 요새 안에서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되는 거였다. 나는 그들을 위해 나만의 요새, 나만의 성채를 만들리라 (377).

ü  나는 비에 젖은 채 풀 위에 누웠다. 비 따위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나는 내 길을 찾았다. 게토에서 나는 나만의 체계를 세워서 일했다. 트레블린카에서도 나는 아래쪽 수용소를 빠져나오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었다. 그리고 나는 내 가족, 내 아내, 아이들을 위한 요새를 지을 터였다. 뉴욕에는 내 숲을 이루어줄 나무 한 그루인 친척이 있었다. 거기서 나는 나만의 요새를 건설하리라. 내 가족, 내 민족의 원수를 갚아준다는 건 또 다른 가족을 만들고 신선한 시앗을 땅에 뿌린 후 키워가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377).

ü  나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풀밭에서 평화롭게 잠을 잤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칠 때까지 (377).

ü  시간이 흘러가는 데 신경 쓰지 않고 빈둥거리는 일은 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마음껏 활개를 치도록 내버려 두었다. 상상 속의 내 자식들은 남동생들을 닮았고 여자들은 내 어머니, 리브카, 조피아, 소니아를 닮은 모습이었다. 우리 주위에는 푸른 나무들이 서 있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아버지, 어머니, 내 동료들이 모두 나무들 사이에 우리와 함께 있었다 (378).

ü  나는 물건을 사 들였고, 얼마 안 가서 러시아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379).

ü  나는 그들에게 협조했다.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내 행동을 스스로 관찰하며 때를 기다렸다 (379).

ü  나는 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계급장을 떼고 기장과 훈장들이 보이지 않도록 긴 가죽 코트를 걸쳤다. 나는 불굴의 미에테크, 관행에 따르지 않는 미에테크였다 (379).

ü  그는 손짓 한 번으로 내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나는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지는 않았다. 이제 내 마음 속에는 다른 꿈이 영글어가고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 나는 마치 단거리 경주에서 전력질주하기 전 몸을 풀고 있는 육상 선수와도 같았다 (380).

ü  사람이란 모름지기 사태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계획을 수정하려고 애쓰며,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배워야 하는 법이다 (382).

ü  내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원수를 완전히 갚는 일에 실패했다. 그리고 내가 복수를 했더라도 그대들의 생명을 되살려 놓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실패했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오로지 새로운 생명만이 그 죽음이 잊히게 할 것이다. 새로운 다른 생명들 (382).

ü  소련군에 있다는 게 처음에는 내 복수욕을 만족시켰지만 차츰 일이 꼬이면서 복수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았으니 이제 비긴 셈이다 (383).

ü  우리는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자기만의 삶으로, 자기만의 길로 갈라지게 된다. 그대들의 꿈은 내 꿈과는 달랐다 (383).

ü  나는 러시아인의 아니었다. 내 조국, 나의 유일한 조국은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가 도우려 애썼던 게토와 트레블린카의 사람들을 의미했다. 내 민족이 피와 고통으로 점철된 나의 조국이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내가 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383).

ü  나는 간다, 전우들이여. 복수할 시간은 지나갔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고 있다. 그대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 나는 간다, 전우들이여. 우리의 앞길은 서로 다르다. 그대들과 함께 한다면 내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겠는가? 경찰? 군인? 나는 그런 일을 하려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아니다. 내게는 선택할 길이 한 가지 밖에 없었다 (384).

ü  소음에 둘러싸인 채 나는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었다. 거기서 나의 요새를 건설하는 일은 내게 달린 일이었다 (384).

 

< 3부 신세계>

11: 언젠가 나는 나만의 요새를 세우리라

ü  그럼 당신은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거군요. 당신 부친은 어떻게 됐소?” 루블린에 있을 때 어느 소련 장교도 이와 똑 같은 질문을 했었다. 나는 다른 세상에 왔는데도 이곳의 장교도 똑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387).

ü  눈으로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 장교가 바로 미국을 대표했다.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그의 내부에 있는 미국이었다. 나는 그를 지켜보며 그 두 눈 뒤쪽, 둥근 머리 안에서 무슨 생각이 오가는지 알아내려 애썼다 (387).

ü  베를린에는 어떻게 왔소?” … “혼자서 걸어왔습니다. 걸어왔지요.” 붉은 군대에 있으면서 복수를 꾀했던 일은 이미 내게는 과거의 일이었다. 미국인들이 알 필요도 없었고 안다 해도 이해하지 못할 터였다. 그들은 나를 과거에 묶어두려 했지만 나는 새로운 세계에서 자유롭게 다시 태어나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388).

ü  알아봅시다. 기다려야 할 거요.” 나는 기다리는 데 익숙지 못했다. 기다림이란 내게는 죽음이란 의미였다. 미국으로 가기로 결심한 이상 나는 베를린에 묶여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장교를 졸랐다. “저는 홀몸이에요. 외할머니는 제가 살아 있는지조차 모르신답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실는지도 몰라요. 서둘러야 합니다.” 나는 전에는 한 번도 입 밖에 내보지 않은 말들을 꺼내고 있었다. 마치 그 말들이 매일매일 내 마음 속 깊이 쌓여왔다가 표면에 떠오른 듯했다 (388).

ü  당신에게 5분을 더 주기로 하죠. 더는 안 되오.” 5, 그들이 준 시간이에요, 어머니. 5분이 주어졌다. 동생들아, 리브카, 모든 이들이여. 그대들의 죽음과 나의 고통, 나의 권리를 말하는 데 5분이 주어졌다. 나는 장교를 바라보지 않은 채 그들을 위해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나는 이생에서 그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했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미국으로 가야 했다. 장교는 내 말을 가로막지 않았다. 내가 말을 끝내자 긴 침묵이 흘렀다 (389).

ü  당신은 그렇게도 젊은데. 내일 다시 와서 내게 직접 찾아와 물으시오.” 그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장교는 인간다운 인간이었다. 내가 아직도 고삐에 묶인 장님처럼 머뭇거리게 되는 이 새로운 세상에서 나는 만사를 불문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런 내게 그 장교가 도움의 손길을 준 것이다 (390).

ü  나는 우리 주위의 소모적이고 맹목적이며 무의미한 생활에 결코 익숙해질 수 없었다. 삶이란 소중한 것이었다 (390).

ü  나는 죽은 자들에게 책임이 있었다 (391).

ü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복되고 변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황무지에 내 민족이 서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내 민족을 위해 싸웠고 그들과 함께 고통 받았었다. 내가 고통을 받았기에 유대인이라는 존재를 내 뼛 속 깊이 느꼈다. 살육자들의 흉포함과 세상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기에 나는 유대인이라는 게 자랑스럽고 기뻣다. 언젠가는 나도 이스라엘로 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다른 약속도 있었다 (391).

ü  그건 맞는 말이었다. 불행한 시절이 시작되면서부터 나는 언제나 계획을 짰고,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 앞서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럼으로써 일이 되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면서 그들을 이용하려고 했다 (392).

ü  외할머니, 미국 그리고 일하는 것이 목표야. 그래서 웬만큼 돈을 모으면 아내를 구하고 아이들을 낳고 가족을 이룰 거야. 그런 후에 우리 모두 어딘가에 갈 거야.” 조용하고 말없던 남동생들이 생각났다. … 내가 너희들을 다시 태어나게 해줄 테다 (392).

ü  너는 또 다른 담을 넘는구나. 너는 늘 달려야 하지.” … 나는 언젠가는 내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이 땅에 돌아오리라. 나는 이 땅에 피와 죽음, 희망과 투쟁의 끈으로 묶여 있었다. 나는 이 오래되고 파괴됐으며 무덤들로 가득한 땅의 일부였다. 이 땅을 떠나면서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내 가족들이 누워 있는 이 땅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393).

ü  나는 절망감에 빠져 거의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나는 왜 그들을 그곳에 남기고 떠났나? 왜 나는 아직 살아서 여행을 하는가? 유레크가 말했듯이 나는 왜 늘 달려가야 하는가? 나는 구토했다. 바다는 내내 요동치면서 나를 꼼짝 못하게 하고, 나를 과거와 맞붙어 싸우게 하고, 공포와 비참함으로 진땀을 흘리게 하고, 소용돌이처럼 나를 빨아들였다. … 전쟁 때문에 우리는 지탱하던 정신적 지주를 놓쳐버리고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었다 (394).

ü  이윽고 바다가 잠잠해지고 나도 드디어 갑판에 머물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물보라를 맞으면서 이 여행의 종착역인 새로운 세상의 해안선을 살펴보게 됐다. … 우리가 들어가게 될 그 강하고 높은 숲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394).

ü  나는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구경을 시작했다. 또 다른 투쟁이 시작된 셈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내 줏대를 세우고 믿음을 유지해야 했다. 다시 승리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으며 기억을 간직해야 했다. 이 세상에 살아 있지 않는 가족들, 동족들의 신뢰를 얻을 자격을 가지기 위해 나의 요새를 건설하려는 의지를 잊지 말아야 할 터였다 (394).

ü  나는 길게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들과 하늘을 가리며 우뚝 서 있는 건물벽들, 번쩍거리는 불빛을 둘러보며 나를 향해 몰려오는 이 새로운 세상의 법칙을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밀려드는 사람들, 거리들, 소음, 현란한 색깔들, 모든 것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듯했다. 여기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이해해야 했다. 이곳에도 남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자기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선구자들도 있을 터였다. 게토에서처럼, 파비아크 감옥이나 트레블린카에서처럼 운명에 굴복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 운명을 앞지르고 지배한 사람들도 있을 터였다 (397).

ü  내가 네 아내에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마. 그러면 나중에도 이 외할머니가 기억날 거야 (399).”

ü  나는 박해받았기에 증오와 비참함에 익숙했다. 외할머니 집인 워싱턴 하이츠에 있는 부엌에서 나는 비로소 내 공격성과 방어 의지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399).

ü  나는 미국이 두렵지 않았다. 살인이 횡행하던 나라들, 부주의나 피곤함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나라들, 조그만 실수로도 죽어야 했던 나라들을 나는 이미 경험했다. 이 나라는 무섭지 않았다. 나는 이 나라에서 갈 길을 찾아내서 나만의 요새를 세울 참이었다. “저는 준비됐어요.” 나는 외삼촌에게 대답했다.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이 며칠 더 흘러갔다. 그런 호사스러움을 경험해 보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을 터였다. 그런 후 나는 미국에 정면으로 맞붙어보기로 했다 (400).

ü  장차라고? 장차란 건 내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시간의 차원이었다 (400).

ü  돈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자유를 준다는 걸 나는 이미 게토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요새를 건설한 작정이었지 구매 대리인의 무뚝뚝한 지시를 들으며 일하려는 건 아니었다 (401).

ü  나는 탐험되고 정복당하기를 원하는 이 세계를 돌아다니는 모험가 미에테크였다. 이곳에 내가 살아 있는 표시를 남길 것이다 (401).

ü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바깥 공기 속에서 행동하기를 원했다. 다른 사람들 같이 돈 몇 푼을 벌려고 재봉틀 앞에서 일하다가는 내 존재를 알릴 길이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게토에서처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게토에서처럼 담을 뛰어넘어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고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했다 (402).

ü  나는 저녁마다 청소 일을 하고 낮에는 도시를 걸어 다니며 길을 익혔다. 지하철 노선을 살피면서 아무 역으로나 들어가서 업 타운으로 가서 주변을 답사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돌아오곤 했다. 이 도시는 숲처럼 광대하고 길들여지지 않는 곳이어서 나는 자유를 만끽했다. 행인들과 지하철 승객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태도나 눈에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보았다. 그들은 삶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남들이 자기들을 이끌도록 내버려두었으며 시간표와 장소에 얽매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만의 법을 만들고 나만의 지도를 만들 작정이었다. … 나는 내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구속만을 받으며 자유로운 상태로만 살아갈 것이다. 절대로 굴복하지 마, 미에테크 (402~3).

ü  나는 심부름꾼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레스토랑 주방에서 설거지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질문을 해가며 영어를 익혔다. 그리고 흑인들에 대해서도 알아갔다. 나는 서서히 이 도시에 익숙해졌다 (403).

ü  미에테크, 네가 내 가게로 돌아오고 싶다면 아직도 네가 일할 자리는 있단다.” 나는 여전히 도리질을 했다. 외삼촌은 나를 가둬놓고 싶어했지만 나는 탐험하고 배워가고 싶었다. 나는 밤새 걸으면서 마치 바이킹 사단의 나치 친위대원들이 갑자기 쳐들어오기라도 하는 양 경계를 하며 그 동안 배운 단어들을 외웠다. 그렇게 하면서 이 도시 뉴욕과 미국을 나의 일부로 만들었다. 내 마음을 이 도시와 나라에 활짝 열어서 더 잘 느끼려고 애썼다 (403).

ü  그들은 겁쟁이였다. 여기 뉴욕의 심장부에서 그들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살육자들의 핏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404).

ü  그들과 상대하는 건 어떤 대가를 치르든 피해야 했다. 그리고 살아남아서 자기만의 요새를 세우려면 지금은 그들의 공범자가 되지도 말고 그들과 맞서는 것조차 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워야 했다. 모든 도시의 중심부,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느 곳에나 인간다운 인간과 살육자를 갈라놓는 전선이 형성돼 있었다 (404).

ü  저녁이면 기진맥진해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잠시 눈을 붙이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서 브로드웨이의 밝은 불빛에 몸을 드러낸 채 걸어 다녔다. 이 도시, 이 나라를 속속들이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약식 야회복을 입은 남자들과 휘황찬란한 드레스 차림인 여자들이 자동차에서 내리면 플래시가 터지고 운전수가 고개를 숙이고 모자를 벗고 굽실거리는 광경도 보았다. 나는 다시 돌아와서 이 도시에서 차별을 받는 빈털터리들, 흑인들, 푸에르토리코인들이 텅 빈 기다란 길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도 나는 지지 않기 위해, 기계에 묶이지 않기 위해 싸워야 했다.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그 음울한 작업장과 먼지 나는 창고에서 벗어나려면 싸워서 이겨야 했다. 운전사가 모자를 벗고 하는 인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 생명을 만들고 가족을 보호할 능력을 가지려면 빨리 갈 길을 정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 (404~5).

ü  이제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배우는 시기는 끝나고 행동을 할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405).

ü  나는 여전히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일이 좋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작업장에서 재봉틀 기계 앞에 몸을 숙이고 옷감을 박고 있었다. 그들은 자유롭지 않았다. 아마 아이들을 키우거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로 한 때문일 터였다. 나는 물건 값을 일부만 치르고 나머지는 일주일 후에 갚기로 했다 (406).

ü  나는 몇 달러 정도 위험부담을 안았을 뿐이지만 나는 그가 내 어깨를 잡고 눈을 찡긋하며 격려해준 게 고마웠다 (406).

ü  외할머니가 울음을 터뜨렸지만 나는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 나도 한없는 슬픔을 느꼈던 탓이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과거의 기억에 빠지지 않고 다른 일을 생각하려고 애썼다 (407).

ü  너는 성공하게 돼 있어. 마르틴. 그럴 자격이 있지.” 외할머니의 말에 나는 입술을 물었다. 바보같이 울고 싶어졌던 탓이다. 죽은 모든 유대인들, 그 누런 모래 아래 무덤으로 던져졌던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 자격이 내게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고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407).

ü  옷가방에 든 물건들은 꼭 팔아야 했다. 물건을 살 고객들은 그 건물 안에 있을 터였다. 그들이 문을 열어주어야 했다. 그들이 문만 열어준다면 나는 해낼 수 있다 (407).

ü  층마다 복도를 따라 수많은 문들이 있었다. 그 문 안마다 고객들이 있을 터였다. 팔리는 손수건 한 장, 한 장이 내 요새를 지을 돌이 되고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디딤대가 되어줄 터였다 (408).

ü  나는 수천 개도 넘는 계단을 오르며 수백 번 벨을 눌러댔다. 이틀 만에 사들였던 물건들을 전부 다 팔았다 (408).

ü  나는 몇 주 만에 나를 신뢰하는 판매인들과 단골을 확보했지만 적도 만들었다 (409).

ü  나는 옷 가방 두 개를 들고 법정을 떠났다.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일을 더 완벽하게 해야 할 필요는 있었다. 내 마음은 게토에서 지내던 때, 일에 몰두하고 물건을 파는 데 희열을 느끼던 때로 돌아가 있었다. 그 기쁨은 또한 내가 시작한 것을 내가 끝내고, 끝까지 해내는 데서 오는 것이기도 했다 (410).

ü  기억력이 아주 좋군요검사관이 감탄했다. 나는 이 몸은 말 한마디만 삐끗해도 죽어나갔던 곳에서 온 사람이랍니다라고 속으로 말하며 검사관이 건네 주는 서류를 받았다 (410).

ü  나는 단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더 높은 곳으로 매진하는 사람에 불과했으며 친절한 외할머니는 내 유일한 기쁨이자 내 말을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이었다 (411).

ü  그 때 우리들은 한 손에 달린 손가락들처럼 의기가 투합했고, 목숨을 바칠 각오로 정의로운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희망은 왜 이렇게 작아졌을까? … 왜 나는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한데 고작 가족을 위한 요새를 짓겠다는 결정을 한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게 순리에 맞는 것 같았다 (411).

ü  가족이 살아 있을 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제정신이 아닌 일이었다. 죽음이 가족을 앗아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이 바로 미친 짓이었다 (412).

ü  이제 나는 주말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레이크우드로 달려가서는 여러 호텔의 로비에 진열대를 차리고 바보 노릇을 하면 되는 거였다. … 레이크우드에서는 손수건과 스카프를 팔았을 뿐 아니라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도 노력했다. 그러면서 차차 가격도 올렸다 (413).

ü  나는 그 날 물건을 많이 팔지 못했다. 그들이 내게 전쟁을 선포한 마당이었다. 수위들, 경찰, 그리고 가격 차이가 문제였다. 나는 게토에서처럼 내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았지만 게토에서와 같은 원칙에 따라야만 했다. 나는 완강하게 버티기로 했다 (414).

ü  어는 날, 내 차에 뾰족한 것으로 찌른 자국이 생겼다. 다음 날에는 바퀴 네 개가 다 구멍이 나 망가져 있었다. 머지않아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들이 겁나지는 않았지만 이익이 줄어드는 건 감수해야 했다. 그러니 이런 일을 당하고 있을 이유가 뭔가? … 나는 그 거대하고 칙칙한 아파트 건물들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수천 개의 방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몇 년이고 그 아파트들의 복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고, 내 사업을 일으키고, 우편 주문 시스템을 고안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장기간에 걸친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 나는 전쟁터에 있는 셈이었다 (414).

ü  중요한 것은 더 좋은 사업을 찾는 것이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후에 여러 가지 도박을 벌여보는 것이었다 (414).

ü  나의 요새는 이런 곳처럼 외떨어져 있고 숲에 둘러싸여 있는 곳에 세울 테다.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그런 곳이라면 내 아이들은 인간답게 자라날 것이다 (415).

ü  나는 프리미어 호텔 앞에서 차를 세웠다. 내 생각은 단순했다. 그 사람들은 휴가 여행을 와 있으므로 여윳돈이 있을 것이니 그 돈을 내게 쓰도록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달러가 내 주머니로 들어오게 해야 했다 (416).

ü  나는 바르샤바 태생인데다 건장하고 친절한 호텔 주인에게 끈질기게 졸랐다. “제게 기회를 주세요.” 호텔 주인인 베르크 씨는 내가 경험이 전혀 없고 영어도 서투른 탓에 한참 망설였다. “두고 보시면 아실 거예요.” 나는 또 졸랐다 (416).

ü  주문을 받으면 그 주문대로 실행한다는 게 내 좌우명이었다. 일주일 후, 나는 정식 웨이터가 돼서 테이블 여덟 개를 담당하게 됐다. 주방에 팁을 직접 주면서 내 담당인 음식을 먼저 만들게 했다. 주문을 받으면 어김없이 그대로 음식을 내놓았다. 손님들이 차차 나를 기억하게 됐다. “멘들이 맡는 테이블로.” 손님들은 그런 식으로 나를 찾았다. 멘들이란 바로 나였다. 다시 이름을 바꾼 것이다. … 이제 멘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지만 나는 이루어야 할 목표를 가지고 매진하는 변함없는 원래의 나였다. 일주일이 더 지나자 나는 수석 웨이터가 되었다 (416).

ü  그 친구들은 학위가 있고 희망찬 미래가 있었고 시간도 넉넉했다. … 그러나 나는 파르티잔 같이 사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한바탕 일을 하고 쉴 때는 책을 읽거나 피아노를 쳤지만 나는 돈만 생각했다. 그럴 도리밖에 없었다. … 내게는 시간이 없었다 (417).

ü  호텔 주인 베르크는 이제 나를 깊이 신뢰했다. 그런 정도로 신뢰를 받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배우들을 섭외해 오기도 하고 신문들을 나누어주면서 호텔의 저녁 시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417).

ü  물건을 팔면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가 여러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돈이 굴러들어 왔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내 행복감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제 나를 아는 사람들이 주위에 늘어나서 그들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윙크를 할 정도로 친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돈을 받고 물건을 건네줄 때는 마치 공모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우정이 싹트기도 했다. …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친구들, 손님들 그리고 돈과 일에 둘러싸여 있었다 (418).

ü  내 가족들의 기억이 몰려올 때면 현재의 새로운 생활과 계획들이 무의미하게 보였다. 내가 살아서 즐기는 것이 마치 내 가족들을 모욕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살육자들이 심어준 절망이 모든 기쁨과 희망을 죽이는 가운데 몇 시간 동안이나 허탈감에 빠져 있곤 했다. 우울한 밤들이었다 (419).

ü  빨리 성공해서 외할머니에게 또 다른 기쁨을 안겨주어야 했다. 외할머니는 나와 함께, 나의 숲속 요새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 인생은 달리기 경주다, 미에테크. 너는 달려야 해. 나는 더 열심히 일했다. 카드 게임, 판매일, 쇼 등 가릴 것 없이 뭐든 열심히 하면서 돈을 갈퀴로 긁어 모았다. 저녁이면 기진맥진해서 침대에 쓰러지고 했다. … 몸이 녹초가 돼 잠에 빠지면 악몽도 찾아오지 않았다 (420).

ü  호텔에서 일한 지가 몇 달이 넘어갔다. 나는 총지배인이 되었고 호텔 주인 베르크 씨는 내게 큰 재량권을 넘겨 주었다 (421).

ü  나는 새 이민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유대연합기금에 정기적으로 기부했다. 하지만 이스라엘로 떠나지는 않았다. 그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악몽이 되었다 (421).

ü   그는 내게 이미 준비된 요새와 아내를 제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돌 하나 하나를 쌓으며 직접 요새를 건설해야 했고 내 편이 돼 줄 여자를 찾아야 했다. 오직 내 손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손을 가진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 “사실 나도 정말 기대한 건 아닐세, 멘들. 자네는 자기 길을 직접 찾는 부류지. 아주 먼 옛날의 나처럼 말일세.” … 골드먼 역시 남자다운 남자였다 (423).

ü  자네는 성공할 자질이 있어골드먼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첫 기회를 잡으라고 아버지는 늘 말했었다. 처음으로 다가온 기회는 꼭 잡아야 하는 법이다. 아이디어는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424).

ü  미국이란 게토에서는 주머니에 달러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곡식이 아니라 오래 된 도자기를 갖고 싶어했다. 나는 잭과 조 엘리스의 말을 들으면서 그 새로운 담을 뛰어넘어 곡식보다 훨씬 값비싼 물건을 파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목숨을 위험하게 하는 일도 아니었다 (424).

ü  나는 도자기에 관한 책을 사서 내용을 깡그리 외웠다. … 내가 물건 판매를 계속 하면서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니까 호텔주인 베르크 씨가 자기 호텔 경영에 참여하라고 제안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나는 멋진 패를 들고 일을 벌려 보려는 참이었다 (424).

ü  야누시처럼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창 때 죽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늙어서 죽지만 머릿속에 수많은 추억과 생각들을 품고, 아직도 살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가진 채 떠나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상실감에 젖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425).

ü  조셉 골드먼이 골동품상 멘들에게 행운을 빌며 보낸다골동품상이라는 단어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내가 살아가는 한 골드먼은 내 마음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터였다 (426).

 

12장 나는 앞만 바라보고 밀고 나갔다

ü  나는 도자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지언정 황금을 열망하는 인간의 탐욕만은 잘 알고 있었다 (428).

ü  나는 그와도 약속했고 3번가의 다른 골동품상들과도 똑 같은 약속을 했다. 골동품상들은 한 마디씩 고객들의 취향과 비밀을 알려주었다. 이제 나는 유럽에서 무엇을 사와야 할지 전부 알아냈다 (429).

ü  그러나 대서양이란 장벽을 가로막고 있었다 (429).

ü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거리를 두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 사랑하는 가족들은 그들의 사랑과 욕망 때문에 나를 품 안에 묶어두려 했다 (429~30).

ü  왜 매번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는 그렇게도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내가 시류를 거스르고 싸우는 일을 멈추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라고, ‘이주의 광장과 무덤으로 가는 걸 받아들이라고, 점원이라는 직업을 받아들이라고 유혹하는 걸까? (430).

ü  나는 멍하니 거리를 걸었다. 다시 감방 안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장애물을 하나 넘을 때마다 예기치 못한 더 큰 장애물이 닥쳐왔다 (430).

ü  그들에게는 서류에 한 단어만 쓰면 되는 일이었지만 내게는 기회였고 그 기회의 끝에 나의 평화, 나의 요새가 걸린 일이었다. …. 나는 마치 한 가지 방법밖에 모르는 듯 모든 일을 이렇게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모험을 감수하며 겪어냈다 (431).

ü  내가 이겼다. 싸운 보람이 있었다 (432).

ü  그들은 문 뒤에서 꼼짝도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매일매일, 몇 년이 지나도, 왜 그럴까? 왜 그들은 참는 것일까? (432).

ü  아마 전부가 아니면 차라리 다 잃겠다는 나만의 법칙이 미친 짓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짜 이것이 내가 탈출할 길인지도 모른다. 나는 절대로 가만히 앉아서 쉴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 나는 그들의 흐릿한 눈과 축 쳐진 어깨에서 공포와 슬픔을 보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433).

ü  그들은 몰랐다. 그들은 자신만의 위험한 수렁에 빠진 채 끝까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인생이라나에게 인생은 람블로프 숲에서 공격할 때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넘는 것이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행동하며, 전부 다 얻거나 전부 다 잃거나 양단간의 선택을 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433).

ü  그러나 그 일은 쉽지는 않았다. 혼자 외로이 있어야 할 때가 잦았다. 피로와 슬픔이 언제나 내 곁을 지켰다. 그 감정들은 나를 떠난 적이 없었으며이제 막 대서양 횡단이 시작됐는데 나는 벌써부터 외로움과 뱃멀미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433).

ü  나는 외톨이였고 즐거움과는 담을 쌓은 신세였다. … 나는 다시 외로움과 무력감에 빠졌다. 답 없는 질문들과 잃어버린 세월, 잃어버린 얼굴들 그리고 악몽에 대처해야만 했다 (434).

ü  나는 바르샤바에서 모코토프 일당과 그랬던 것처럼 다시 패거리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뉴욕 3번가의 골동품상에서 눈여겨보았던 물건들을 떠올리며 골동품상들을 찾아다녔다. … 나는 가격을 흥정해 보면서 골동품상들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갈 방법을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골동품상들은 빈틈없고 탐욕스러운 족속이었다. 나는 뒤로 물러서서 그들이 먼저 가격을 제시하게 하고는 그들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말하곤 했다 (437).

ü  그런 후 우리는 다시 흥정을 시작했다. 나는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그들이 가격을 좀 내리게 만들었다. 그들을 나와 싸움을 계속할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익을 염두에 두었지만 나는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었으며 이 여행에 몇 년간의 노력을 걸고 있는 입장이었다. 옛날 게토에서처럼 장벽을 넘어야 했다. 이 장벽은 게토의 그것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438).

ü  나는 수입업자이다. 이 말이 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 그들은 너를 죽이지 못했고 이제 버젓한 수입업자가 되었다 (439).

ü  저는 곡식이나 감자 따위를 수입하는 게 아니라 예술품을 수입합니다나는 바르샤바 게토에서 겪은 일부터 시작해서 내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한 시간 후 그는 내 물건을 담보로 잡는 대가로 세관 통과하는 일, 운송, 창고 하적까지 책임지겠다는데 동의했다. 나는 물건이 팔리면 그에게 비용을 지불하면 됐다. 물건을 파는 건 내 일이었다 (439~40).

ü  물론 고객이야 있지만 요새 경기가 좋지 못해서요.” 그 젊은이의 핑계였다. 나는 따지지 않았다. 장애물은 돌아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440).

ü  그는 망설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망설였다. 바르샤바의 게토나 잠브로프, 그리고 뉴욕에서까지. 나는 언제나 그들이 행동하도록 다그치는 사람이었다. 매번 나는 그들이 억지로 결정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가 힘없이 말했다. “좋소, 이번 한 번만 해봅시다 (440).”

ü  경매가 시작되자 나는 처음으로 손을 올려 입찰가를 불렀다. 그런 후로도 가끔 손을 들어 입찰가를 올려갔다. 전쟁이었다. 내 물건들이 줄을 지어 지나갔다. 사흘, 행운의 사흘 동안 내게 돈이 굴러 들어 왔다. 내 투자액보다 두 배, 때로는 세 배까지 벌었다. 나는 해운회사의 클라크씨에게 빚진 돈을 갚았다 (441).

ü  이틀 후 다시 출국했다. 이제 배를 타는 일은 그만두었다. 장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비행기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가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베를린으로 갔다 (441).

ü  나는 가격을 가지고 승강이하는 일은 그만두었다. 내 원칙은 빨리 사고파는 일이었다. 박리다매가 결국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441).

ü  몇 달 동안 두 대륙을 왕복했다. 그러다가 프랑스 골동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파리도 잠깐씩 들렀다. … 파리의 거리와 하늘이 금방 친숙해졌다. 나는 가격 실랑이를 하지 않고 사들였다 (441).

ü  빠른 속도가 나의 힘이었고 시간은 곧 돈이었다. … 얼마 안 가 런던도 내 경유지에 포함됐다. … 가끔은 지친데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 생각에 술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442).

ü  시간을 내서 정말 사는 것처럼 살아봐요, 멘들. 그렇게 늘 뛰어다니지 말고요.” … 나는 그녀가 말하는 평화로운 삶보다는 일을 더 좋아했다. 아마 언젠가는 바삐 달려가는 내 삶을 늦춰줄 여자가 나타나겠지. 언젠가는 휴식을 음미할 수 있겠지. 나는 오직 그런 여자와만 요새를 지으리라 (442).

ü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세요, 멘들. 언제나 달려가는군요.” 나는 마거릿에게 키스를 하고 방을 나왔지만 그녀가 한 말이 마음 속을 파고들어 잠을 설쳤다. 골드먼이 했던 말도 생각났다. 내가 두 팔을 내리고 쉴 날이 언제 올까? 그러다가 나는 다시 일에 빠져들었다 (442).

ü  내 일은 탄력을 받았다. 뉴욕,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다시 프랑크푸르트, 뉴욕 순으로 움직이며 그 도시들의 거리를 걷고 사람들을 만났다. … 그리고 매일 밤, 죽은 듯 잠을 잤다. 잠이 깨는 아침마다 눈을 감은 채 침대에 그대로 누워 가족들을 생각했다. … 그런 후에는 다시 맹렬히 움직이며 전화를 하고 창고를 왔다 갔다 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트럭에 있는 짐을 내가 직접 3번가에 내려놓기도 했다. … 그렇게 일을 하다가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뉴욕,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그리고 다시 뉴욕 (443).

ü  나는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나는 여기저기 찾아보던 끝에 왕실 도자기 제조업체인 KPM을 발견했다. 금광이 따로 없었다. … “너 제 정신이 아니구나, 미에테크. KPM은 왕이나 대통령들을 위해 물건을 만드는 정부 관할 회사야.” 내가 그 회사의 창립자인 작센 왕보다 못할 바 없었다. 내 민족 모두가 독일의 황제들, 왕자들, 공주들보다 못할 게 없었다. KPM 18세기 초부터 왕족들을 위해 일해 왔다. “KPM은 이제 나를 위해서 일할 거야. 게토에서 온 하찮은 유대인인 나, 미에테크를 위해서 말이야.” 그건 장기간에 걸친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사장을 만나 협상하면서 뇌물도 주었다. 마침내 어느 날 KPM의 거대한 원통형 가마에서 나의 도자기를 굽기 시작했다. 트레블린카에서 탈출한 피난민인 나를 위해서, 그것 역시 일종의 복수였으며 절묘한 솜씨로 이룬 복수였다. KPM에서 만들어내는 골동품자기들은 그야말로 진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돈도 쌓여갔다. 1000달러, 1000달러는 모두 커져가는 나의 요새에 세울 담들이 될 터였다. 그러나 나의 좌우명은 속도였다. KPM의 근로자들은 18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느리게 일했다. 몇 달이 지난 후 나는 또다시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됐다. 다른 해결책을 강구해야 했다 (445~6).

ü  나는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대하고, 내가 빚진 것을 갚고, 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다. 내가 원한 것은 오로지 사람다운 사람들 편에 서는 것이었으며, 사람다운 사람들은 전선을 가운데 두고 어디에나 있었다 (446).

ü  나는 단순한 수입업자나 진품 골동품 제조업자가 아니었고 모방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언제나 첫 단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 첫 단계를 뛰어넘으면 그 후에는 모든 게 쉬워졌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 힘든 일을 하지만 그런 건 일상사였다. 나는 커다란 장애물을 돌아왔고 위험한 파도를 헤쳐 왔으며 이제는 물살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됐다 (447).

ü  뉘른베르크: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도시. 나치 군사 독자 때에는 전당 대회가 열린 곳이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447).

ü  오래지 않아 모셴도르프와 호프에서 제조된 상품들이 도착했다. 상품이 미국 땅에 하역 되자마자 팔려나갔다. 나는 상당한 돈을 모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투자를 하고 주식을 샀다 (448).

ü  나는 부자였고 미국 시민이었으며 수입업자인데다 제조업자이기도 했다. 캐나다와 아바나 (쿠바 공화국의 수도)에 지점까지 낸 상태였다. 건물도 여러 채 소유했고 주식과 채권도 사 놓았다. 각국의 수도를 돌아다니면서 파리와 베를린을 그저 뉴욕의 외곽 지역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이루었으면서도 그것들을 이용해 이루려고 했던 목적은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나는 혼자였다. … 달러들, 포장 상자들, 상품들 같은 생명 없는 물건들에 둘러싸인 채 나는 혼자였다. 이제는 인생이 변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나는 이 여자, 저 여자를 숱하게 사귀었지만 아무도 나를 괴롭히는 과거의 목소리, 이름들, 얼굴들, 장소들을 잠재우지 못했다. 나는 여자들과 겨우 한 번 잠자리를 가질 정도로 밖에 사귀지 않았다. … 나는 그들을 잊어버렸고 나 자신도 잊어버렸다. … 내가 여자와 잠자리를 한 후 누워있을 때조차 뇌리에 떠오르는 얼굴들은 리브카와 조피아, 어머니, 동생들이었으며 누런 모래땅도 떠올랐다. 가슴이 메도록 사무쳤다 (449).

ü  그녀는 좋은 친구였고 동료였지만 너무나도 자주 나를 엄습하곤 하는 비참함의 심연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나는 잠시 그녀 곁에서 눈을 붙이다가 다시 돌아와 내 생활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생명 없는 골동품들에 전념했다. … 나는 파리, 런던, 베를린에서 물건을 사들이는 일을 계속했다. 미술품뿐 아니라 다른 물품도 더 수입했다. 일은 착착 진행되고 돈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여러 가지 제안도 많이 받았다. 유럽의 자동차도 100대 단위로 들여 와 팔았다. … 나는 부자가 됐지만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고 악몽을 몰아내려고 더 많은 일을 했다. 여행도 더 잦아졌다. … 나는 달렸다. 그것도 앞만 바라보며 전력으로 질주했다 (451).

ü  그건 통상적인 일이었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는 힘이 쫙 빠졌다. 언제라도 시기심에 찬 라이벌의 계략으로 정체불명의 세력이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는 일이었다. 군대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세력이 나만의 인생을 꾸려가려고 끈질긴 노력을 엉망으로 만들지도 몰랐다 (452).

 

13장 만남

ü  외할머니는 침대에 있었지만 외할머니에게 나는 아무것도 줄 수 없었다. … 나는 부자가 되었지만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살면서 외할머니를 등한시했다. 외할머니 곁에 머물면서 외할머니와 함께, 외할머니를 위해 살았어야 했다. 외할머니를 돌보고 껴안아주었어야 했다. 외할머니는 그렇게도 여위고 쇠약했는데, 아이와도 같았는데.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 나는 외할머니를 떠나보냈다. … 나는 마거릿의 집으로 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울기 시작했다 (454).

ü  멘들, 멘들.” 마거릿은 그 말밖에 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위안이 되었다. 가끔 나는 나 자신에게서 빠져 나와 다른 사람마냥 내 울음소리, 내 절망의 울부짖음을 들었고, 발을 구르며 숨 막히게 울며 눈물 속에 익사할 듯한 나, 미에테크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나는 다시 나를 추슬렀다 (454).

ü  영원한 고통, 기쁨, 사랑, 지식, 그 모든 것이 일시에 허비돼 무로 돌아가고 영원히 땅에 흩어져버렸다. 나는 결코 죽음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외할머니의 죽음이 또다시 모든 무덤들을 열어젖혔다. 또 다시 내 가족, 내 동족의 죽음들이 기억났고 그 죽음들이 나를 그들에게로 이끌었다 (455).

ü  차분히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살아남으려고, 증인이 되려고, 내 가족들의 복수를 하려고, 그들의 생명이 계속 이어지게 하려고, 요새를 건설하고 아이들을 가지려고 지금껏 발버둥을 쳐왔다. 나는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어가며 앞으로 밀고 나갔다 (455).

ü  이제 나는 완전히 혼자였다. … 나는 지쳤다. 미에테크. 썩은 나무처럼 언제나 서 있구나. 나무 껍질은 튼튼해 보이지만 나무 둥치 속은 비어 있는 썩은 나무. … 외롭고 너무 슬퍼서 토할 지경이었다. 이런 내 인생에 여자를 묶어 놓을 이유가 뭔가? 모든 것이 위협받는 삶을 살면서 왜 자식을 가지려는가? (456).

ü  비와 분을 맞으며 한없이 걸었다. .. 요새를 지을 이유는 뭔가? 누구를 위해서? … 나는 누구를 위해서 요새를 짓는가? 나는 내 생명을 스스로 끊을 권리는 없지만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할 권리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길을 따라 끊임없이 기어가는 개미들 같이 그저 하루하루 계속 살아가는 일뿐이었다 (456).

ü  나는 기계가 됐다. 정확한 시간에 실내 장식가들과 회의하고 클라크에게 전화를 하고 모셴도르프와 호프에 해외 전보를 쳤다. 효율적으로 작업했다. … 사업은 더없이 잘 풀려갔다. 나는 그저 수입업자에다 제조업자였으며 비즈니스 세계의 하찮은 일원일 뿐이었다. …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그러다가 등에 통증이 오고 목덜미가 욱신거렸다. … 악몽도 다시 찾아왔다 (457).

ü  그는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며 나도 그를 속속들이 알았다. 그런데 그는 그 모든 것을 단번에 물리쳐버렸다. .. 나는 놀라움과 슬픔, 피로감 때문에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는 자신을 꾸짖었다. 너무 일에만 파묻혔던 바람에 유레크에게 말을 건넬 시간을 내지 못했다. 우리는 단순히 내 피곤함과 일의 압박감 때문에 서로 소원해졌던 것이다 (458).

ü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땅이 무너지고 내 가족들은 죽어갔고 형제 같은 친구들은 내게서 멀어져 갔다. 폴란드의 숲 속에 있을 때 무섭기 짝이 없던 숲 속 깊은 구덩이 속으로 헛발질해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459).

ü  주말이 오는 게 나는 무서웠다.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다 (459).

ü  그리고 디나를 만났다. 그녀가 생긋 웃었다. 우리 둘 다 꼼짝하지 않았다. 나는 뱃속에서 웃음이 끓어올라 가슴과 목으로 물결치듯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생명과 대면하고 있는 주이었다. 관자놀이를 늘 짓누르던 쇠테가 풀린 후 고통이 사라지는 곳에 이른 기분이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460).

ü  나는 디나를 오래 전부터 알았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에 대해서는 나이는 물론 종교, 이름 등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것들은 죽은 언어였으며 무의미하고 사소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활력이었으며 힘과 기쁨이었고 확신이기도 했다. 그녀를 보자 나는 다시 생명의 활력을 얻었다. 나는 요란한 웃음소리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했다 (461).

ü  그녀는 내 가족이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 같았다. “바쁠 것 없어요.” 내가 말했다. 이제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461).

ü  나는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디나는 가끔 맞장구를 치거나 적절한 질문을 했다. 그녀가 한 두 마디 하면 나는 수문이 열린 듯 또 이야기를 쏟아냈다. … 내 꿈과 내가 지으려는 요새 이야기도 해주었다. .. 그런 후 그녀가 자기 이야기를 했다 (462).

ü  내가 말했다. “내가 없을 때, 내가 사는 곳을 가보고 싶을지도 모르겠군요.” 도박이었다. 전부를 얻든가 아니면 전부 다 잃든가. 나는 그녀에게 내 주소를 알려주고 집 열쇠를 주었다. … 그녀는 당신 같은 남자의 아기를 갖고 싶어요라고 불쑥 말하고는 한쪽 발로 뛰며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462).

ü  아마 나는 고통에서 풀려난 건지도 몰랐다. 지난 몇 달 간은 마지막 시험이었는지도 몰랐다. … 나는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내 앞에 서서 미소를 짓더니 윙크했다. 그녀 뒤쪽으로 못 보던 가구 몇 점이 보였다. “저 이사 왔어요.” 방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나는 집다운 집을 갖게 된 것이다 (463~4).

 

<4부 행복>

14장 드디어 평화와 기쁨이

ü   나는 20년 동안 달려왔다. 내 인생은 마치 길게 뻗은 오르막길 같았지만 나는 속도를 더 높여가고 있었고, 그 오르막의 모퉁이들은 점점 더 급하게 꺾이곤 했다. 나는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몰랐다. 멈출 수도 없었다! 멈추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내 삶을 제어하지 못하게 됐다. 내 인생은 나와 함께 질주했고 나는 점점 더 속도를 높여갔다 (467).

ü  내가 정말로 더는 나를 억제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려 하던 그 때, 디나가 내 앞에 나타났다. 넓고 평화로우면서도 당당하고 조용한 강 같은 디나는 내게 진정한 삶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가 바로 생명이었다. 나는 질리지도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468).

ü  이제껏 나는 신음소리로 가득 찬 거친 세계에서 살아왔다. 다른 삶의 모습, 인간다운 인간들이 있으리라 믿고 도박을 했다. 나는 화가 나서 던진 돌처럼 돌진하며 살았다 (468).

ü  나는 그녀의 아버지였고 그녀는 나의 어머니였다. 또한 남매와도 같았다. … 나는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았고 삶은 의미를 되찾았다. … 나는 그녀와 함께 웃었고, 내 몸은 긴장이 풀리고 진정됐다 (468~9).

ü  그녀는 나의 목자이기도 했다. 내가 다른 세계를 탐험하도록 도왔다. 나는 인류를 위해 쓰여진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음악의 세계에도 눈을 뜨게 됐다. 그녀의 친구들도 알게 됐다. … 나는 그들을 눈여겨보면서 인간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다. 그들은 세상을 폭력과 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관념을 만들어냈고 또 관념에서 자양분을 얻었다 (469).

ü  우리는 조용히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함께 보내는 매일매일이 축제였으니까 따로 거창한 예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469).

ü  디나와는 모든 것을 공유했다. 우리는 사업은 물론 모든 일을 함께 했다. … 그녀와 함께라면 나는 제국이라도 건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70).

ü  하지만 왜죠? 마르틴. 우리는 가질 만큼 가졌잖아요. 이유가 뭐에요?”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뭔가? 돈은 수단일 뿐이었다.내게는 딴 생각이 있었다. 행복이라는 카드를 잡는 일이었다 (470).

ü  우리는 프랑스로 떠났다. 디나와 함께 오니까 파리가 다른 도시처럼 여겨졌다. … 우리는 젊었고 디나는 사치를 싫어했다. … 디나는 바다와 태양을 꿈에도 그리워했다. 나는 말끔하고 정돈된 프랑스의 시골 지역, , 잘 구획된 들판,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 그리고 지중해 (471).

ü  디나는 지치지도 않고 농부들과 안면을 익히고 건축업자를 찾아다니고 설계도를 그려댔다. 하지만 우리는 뉴욕으로 돌아가야 했다. 갑자기 생활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는 법이다. 나는 레 바롱에서 오래도록 살 준비를 해놓아야 했다 (474).

ü  자연 말이에요, 마르틴. 자연을 따라 살기로 해요.” 우리는 담배도 끊었다. 우리는 행복하고 강해졌고 서로 일심동체가 되었다. 우리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었고, 함께 인생의 묘미를 발견해갔다. 우리는 서로 확실히 교감하기 위해 그 동안 각자가 혼자만 누렸던 사소하고 외로운 쾌락을 기꺼이 희생했다. 고기와 소금 먹기를 포기했고 견과류와 자몽, 바나나를 먹고 살았다. … 우리는 서로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디나는 점점 젊어졌다 (475).

ü  나도 내 몸을 바꾸고 싶어졌다. 나도 긴 단식을 시작했다. 눈을 반쯤 감고 누워 있으니 몸이 변하는 느낌이 왔다. 그로스 의사는 나더러 자라고 했지만 머릿속이 전에 없이 활발하게 움직여 잠을 잘 수가 없었다. … 나는 38일 동안 단식을 계속 했다 (476).

ü  나는 다시 태어났다. 몸무게가 17 킬로그램이나 빠졌다. 그렇게 팔팔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도 자주 학대받고 비틀렸던 내 뼈와 근육들이 새 것처럼 유연해졌다 (476).

ü  이 아기의 탄생을 통해 내 가족이 다시 생명을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었다 (477).

ü  내가 살아남은 게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살아 있었던 증거입니다. 이건 죽어간 당신들의 기적입니다. 이건 당신들의 생명입니다 (478).

 

15장 그래서 나는 새로운 생명을 내 두 손으로 받았다

ü  우리는 시골다운 집을 원했고 지붕에는 오래된 기와를 얹고 싶었다. 집이 서 있는 토양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집을 원했던 것이다 (479).

ü  과일과 채소만 먹는 우리는 과수원과 밭을 만들었다. … 동틀 녘부터 해질 때까지 하늘이 변하는 모습도 관찰했다. 우리는 수평선과 주위의 광활한 공간에 마음을 빼앗겼다 (480).

ü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 잘 알게 돼요. 그리고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되요.” 디나가 말했다 (481).

ü  이 곳에는 예술적인 분위기가 풍겨야 해요. 품위 있고 넓어야죠. 성채나 예배당처럼 말이에요. 우리는 거장들의 음악을 여기서 듣게 될 거예요 (481).”

ü  그녀는 생명 그 자체였고 힘있고 건강했다. 맨발로 봄빛을 흠뻑 받아들이며 한 그루 나무처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481~2).

ü  이제 내가 흥미를 느끼는 일은 나무를 심고 채소를 거두고 과일을 따는 일 뿐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은 다른 사람들처럼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창안해냈다 (482).

ü  디나는 이 곳 자연 속에 늘 살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해 이미 일꾼들 사이에서는 전설 같은 존재가 되었다. 숲의 자식인 디나는 과일과 채소만 먹고 살았다. … “믿기지가 않아요. 부인은 고기는 절대 안 드시나요?” “그럼요. 고기는 죽은 거잖아요. 고기를 먹으려면 짐승을 죽여야 하죠.” (483).

ü  디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했다. …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가 다 사랑이 깃든 몸짓이었다. 그녀는 사람과 생물, 무생물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녀 자체가 사랑이었다 (485).

ü  우리가 고기, 소금, 설탕, 지방, 예방 접종, 의약품, 의사와 인연을 끊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은 또 우리가 점심에 허브와 레몬으로만 양념을 한 샐러드를 먹는 것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486).

ü  우리는 살생을 싫어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햇빛을 받으며 맨발로 땅을 돌아다녔고 우리 나무들이 자라는 걸 지켜보았으며 딸기와 복숭아를 따곤 했다. 그러다가 바다로 내려갔다 (486).

ü  디나는 햇빛이 잘 드는 방에 서재를 꾸며 놓았던 것이다. “이제 당신이 본 걸 쓰세요. 당신 가족들과 우리를 위해서요” … 디나가 창 밖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놓인 흰색 안락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언제나 나는 저기 당신 가까이에 있을 게요. 당신을 보기는 하겠지만 방해하지는 않을 거예요우리의 행복한 여름은 끝없이 이어질 듯했다 (491).

 

<5부 운명>

17장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ü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먹기는 했었다. 친구들이 나를 감시했다. … 누가 생명을 도로 불러올 수 있겠는가? 누가 내게 생기를 되돌려줄 수 있겠는가? 나는 자살하지는 않았다 (502).

ü  나는 이제 말을 한다. 내 인생을 하나하나 상세히 얘기하면서 광기와 기회의 사슬을 이해하고 나를 짓누르는 불행을 이해하려 한다 (503).

ü  나는 행복함과 잔혹함, 삶과 죽음을 다 경험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보면서 살육자들과 인간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성취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장벽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505).

ü  요새란 모두 무너지기 쉽고 오래 가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기 싫기 때문이다. … 내가 타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의미가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나의 운명이다 (507).

 

<에필로그: 내가 사랑한 것들을 위하여>

ü  나는 자서전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를 출판했고 그 책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는 건 책이 많이 팔려서가 아니다. 나는 책 인세와 영화에 대한 권리는 인권 단체와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나는 책의 성공을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나에게 말해주는 것으로 판단한다 (509).

ü  나는 우리가 바탕은 모두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의 에너지는 독자들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면서 점점 커져갔다. 내가 삶에 기여한 모든 것이 곱절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이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라는 책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509).

ü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다.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진다. 전쟁 중에 나는 수천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말들을 들었다. 또한 희망의 말, 내 생명을 살리는 말도 들었다. 가령 손을 내밀고 이리 와요, 빵 한 덩이 줄게요같은 말이다 (510).

ü  삶 그 자체가 내게는 유일한 기적이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우리는 힘을 찾아내야 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일이 가능해진다 (510).

ü  나는 비극을 여러 번 겪었던 까닭에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사람들이 무한한 힘과 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활력은 사람의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내면에 존재한다. 사람은 스스로 그 활력의 존재를 인정해야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나는 내 삶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우리의 경험과 운명이 우리 스스로를 인도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를 전진하게 하고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운명 말이다. 만약 독자들이 편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쓰는 글이 독자들의 마음에, 전 세계 사람들의 영혼에 연결된다면 그것은 나의 메시지가 나 자신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510).

ü  만약 내가 손을 내밀어 남을 돕지 않는다면 내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내가 겪고 목격한 수많은 부당함과 위선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나는 늘 나를 도와주려 내민 손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런 도움을 여러 번 받은 덕택에 나는 여전히 인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511).

ü  우리가 본능만 있는 존재인 동물과 다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세상의 비극을 아는 우리지만 그래도 우리는 아직 희망을 믿는다 (513).

ü  추함이란 고통의 표현이자 고독과 몰이해에 대한 항의일 뿐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보는 법을 알아야 한다. 내가 사진작가나 화가들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들이 예술의 경지에 오르면 사람들의 얼굴에서 인간의 진실을 잡아내고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513).

ü  아무도, 그 어떤 힘도, 어떤 정권도 인간의 행복에 대한 추구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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