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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9일 00시 17분 등록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 For Those I Loved
마르틴 그레이/ 김양희 옮김, 21세북스(2009)


저자소개

저자 마르텐 그레이(Martin Gray) 는 1922sus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장갑공장을 하던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후 10대 소년이었던 마르틴은  전쟁의 와중에서 숱한 시련과 고초를 겪는다.
110여명에 달하는 그의 일가친척은 독일의 유대인 멸절 수용소로 알려진 트레블린카 수용소에서 모두 죽임을 당한다.  그는 수용소에서 탈출하여 저항 운동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싸운다. 아버지 마저 보는 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폴란드 지하 저항단체에 합류해서 파르티잔으로 싸운다. 
소련군에 가담하여 중위로서 계속 전쟁에 참여하다가 독일이 항복한 후의 베를린과 근동에서 전범 색출작업에 참여하지만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전쟁에 대한 복수와 증오심의 회의로 독일을 떠나 미국의 외할머니에게 간다.
미국에서 외삼촌의 도움을 받아 생활을 시작하여 단기간에 골동품을 수입하는 도매무역회사를 세워 큰 성공을 거둔다. 마르틴 그레이는 디나 그레이와 만나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지만 가뭄속에서 마을 뒷산에서 일어나 산불로 또다시 전가족이 몰살당하는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그는 자살 충동을 이기고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인권, 환경, 문화관련 운동과 저술작업에 전념한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때로는 단어가 가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지요,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배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집니다. 전쟁 동안 나는 수천 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 말들을 들었어요 반면에 희망의 말, 내 생명을 살리는 말도 들었습니다. 가령, 손을 내밀고” 이리와요, 빵 한 덩이 줄께요.”같은 말이지요.
그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내부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생명력이 있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나는 조그만 예지요.” 라고 말한다.
나의 생각으로
그는 훌륭한 작가가 아니라 훌륭한 인간으로서 존중되어져야 할 것 같다.  전쟁의 와중에서 그리고 전쟁의 종료되는 혼란스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비참함을 경험하고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 사람으로 세계인의 존중과 본받음의 귀감이었다고 생각된다.
마르틴 그레이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한 공로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유러피언 메리트 재단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한 사람에게 주는 유러피언 메리트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파리의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명예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 다그 함마르셀드 상도 수상하였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들어온 글귀

p5  “ 그것은 이 책 속의 단어들이 ‘희망은 살아있다’ 라는 것을 긍정하는 지혜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나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에 나이를 느끼지 않습니다.  ….. (중략) 바로 삶의 비밀이 희망의 힘에 있다는 것입니다.“ 

p12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지요,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집니다. 전쟁 동안 나는 수천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 말들을 들었어요, 반면에 희망의 말, 내 생명을 살리는 말도 들었습니다. 가령, 손을 내밀고 “이리 와요, 빵 한 덩이 줄게요” 같은 말이지요.

=> 왜, 자꾸 눈물이 나는가…  이런 문장들… 글로는 표현되어 질 수 없는 그 절박함과 그 간절함이 묻어있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이해는 되지만 정말은 알 수 없는…

p12-13  “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내부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생명력이 있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나는 조그만 예지요, 나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이라고 성공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내부에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너무도 자주 억누르는 이 에너지를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자기 내부에 있는 사랑의 욕구를 나타낼 용기를 찾아내, 충만함과 부유함, 창의력과 용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삼을 살기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  생명의 본질 그 살고자 하는 힘과 그 힘의 방향성으로서 생명력

p16-17 내가 생존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는 자기 생각을 감히 인정하지 못하고, 또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바르샤바, 짐프로프, 바아위스토크에서 왜 수십만 명이 죽었는지,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들이 왜 계속 투쟁하고 있으며,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다. 그에게는 그런 일들이 불가능해 보이고 상스러워 보인다.

=> 유대인에 대한 태도와 반응들이 아직 …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p25 거리는 이미 짐승처럼 변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는 인간다운 인간이란 게 어떤 건지 안다. 그러나 인간이란 종은 사라진 것 같았다.

p26 나는 유대인처럼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거리마다 증오가 가득 차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알았다. 항상 경계를 단단히 하면서 여차하면 도망갈 차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p28 소금에 절인 커다란 프클을 씹으면 잇몸이 얼얼했다. 그렇지만 더는 배고프지 않았기에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미니도 피클을 먹었다. 그날 밤, 우리 가족 모두가 복통을 일으켰고 구토도 했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다.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p34 “ 절대로 잡히지 마라, 하지만 만일 그들에게 잡혔을 때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해라, 탈출하는 것, 네가 옴짝달싹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해도 탈출해라, 그들에게 잡혀 있으면 기회가 없다. 탈출하고 나면 늘 희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절대로 기다리지 마라, 청 번째 기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최고의 기회다”.

p36 11월  말부터 유대인들은 적어도 2,3 센티미터 크기의 푸른색 다윗의 별이 그려진 와장을 오른팔 아래쪽에 차도록 돼 있었다. 그 완장은 ‘이 자는 당신이 약탈하고 때리고 죽여도 되는 사람이다 ‘ 라는 걸 의미했다.

p42 살다 보면 주먹으로 벽을 치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바로 그때가 그랬다. 왜 우리는 아무 짓도 못했던 걸까? 왜 그들은 그렇게도 강했을까? 왜 그들은 주인처럼 군림하고 우리는 노예처럼 순종해야 했던 걸까? 왜 모두가 그대로 순순히 받아들였던 걸까?  거리에서 그 하시딤(경건한 자들이라는 뜻, 정통파 유대교인)에게 원숭이처럼 춤추도록 군인들이 시켰을 때 지나가던 행인들은 왜 웃었을까?  왜 우리는 이렇게 증오 받으며, 왜 아무데서나 살해당해야 하며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걸까?

p48 나는 한 남자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힘을 발견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아무 불평없이 죽을 수 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살아 남을 수도 있다.

p66 마지막 시한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런 때에는 법도, 말도, 인생도 모두 불확실하다는 것을 이미 배웠지만 아직도 더 배우는 중이었다.

p71 전차가 멈추었을 때 한 독일군이 보였지만 나치 친위대는 아니었다. 그도 승강구로 올라오다가 나를 보았다. 그 여위고 나이 든 얼굴, 그 숱 많은 회색 눈썹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가 나를 보고 눈을 찡긋했다. 전차가 다시 불발했다. 나는 게토를 벗어났다. 나는 인정 있는 사람을 만났던 것이다.

p77 나는 도박을 했고 한 번뿐일지는 몰라도 살육자의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도 인정이 있다는 걸 알았고, 또 자기를 증오하는 사람에게도 뇌물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p77-78 머리를 땋은 어린 소녀가 앞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길을 건너가 그 소녀의 무릎에 케이크 두 개를 놓아주었다. 별것 아니었지만, 내가 자유롭게, 사는 듯이 살기로 결심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삶도 조금은 도와주어야 했다. 자기만을 위해 산다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p80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 때 두뇌가 더 빨리 작동하는 법이다. 이제는 연줄도 생겼고 거래처도 생겼으며, 바르샤바의 아리안 구역에서 정식으로 물건을 공급해주는 사람과 단골도 생겼다. 위조문서들도 만들었다. 위조한 통행증 덕분에 무사했던 적도 벌써 서너 번이나 됐다. 그 통행증에는 내가 아리안 구역에 살며 순수한 폴란드 인의 피가 흐르는 젊은이라고 보증돼 있었다.

p108 두 번째 기회란 결코 없었다. 때로는 운을 믿고 덤벼야 했다. 운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얻어맞으면서도 조용히 소망하며 운이 오길 기다려야 했다. 때로는 모든 일이 오리무중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돌진해 나가서 운을 거머쥘 힘이 있어야 했다. “나는 피투성이가 됐어, 기다려, 다시 숨을 돌리려면 몇 분 더 있어야 해,” 라고 속삭일 시간이 없다. 그러면 너무 늦는다. 기회는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죽는 수밖에 없다. 나는 젊고, 빈틈 없었으며, 운을 믿고 덤벼 기회를 잡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운이 더디게 더디게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p140  나는 갈비뼈 몇 대가 부러졌고 코가 부러졌고 이가 몇 개 부러진 상태였다. 팔을 똑바로 펼수도 없었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바깥 마당에는 4월의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었고 공기는 맑았다.

p149 모두가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데 혈안이 됐다. 내 목숨을 구하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일은 다반사였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때였다.

p150 사람이 어떤 존재로든 별할 수 있다는 걸 배운 게 그때였다.

p156 독일인들이 운영하는 어느 작업장에서 나는 토끼처럼 공포에 질린 어린 소녀들을 보았다. 얼굴은 분을 짙게 바르고 입술을 붉게 칠한 그 소년들은 취업허가증을 받을 자격이 잇는 성인 여자들처럼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젊어 보이려고 머리를 염색한 노인들도 있었다. 우리가 왜 이런 꼴이 되었는가? 우리가 왜 이런 소름끼치는 비극 속으로 곤두박질쳤는가? 어떤 악마를 위해 우리는 얼굴에 칠을 했는가?

p167 나는 기억하는 일도 포기했다. 매일매일이 그 전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미지의 시간이 됐다. 탈출했던 일도 뒤죽박죽으로 기억됐다. 우크라이나인, 나치 친위대, 밀수, 파비아크 감옥 등이 모두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 일들이 바로 전날 일어 났다해도 그건 과거의 일이었으며 과거란 무의미할 뿐이었다.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해서 내일까지 견디는 게 중요했다. 뒤돌아보면 죽는다. 어제를 생각하는 것, 인간이 인간이었을 때를 생각하는 것, 조피아를 생각하는 일 혹은 세나토르스카 가를 드로쉬카를 타고 달리던 일을 생각하는 것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어머니는 그 병에 걸렸다. 지쳐서 두 손을 무릎에 얹고 두 눈이 텅 빈 채 어머니는 ‘지난 날’을 추억했다.

p180 목이 말랐다 남자들은 쇠창살이 쳐진 채광창으로 가까이 가려고 서로 다퉜다. 한 모금의 신선한 공기를 위해서는 살인도 할 수 잇는 사람들이었다.

p180 트레믈린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목소리, 다른 단어들이 필요하다. 단어 하나 하나마다 사라진 수천 명의 삶을 추모해야 하며, 그 삶과 함께 사라진 기쁨과 인생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기려야 한다. 나는 어떻게든 어머니의 표정과 나를 붙잡고 잇떤 동생들의 손가락, 기차에서 내리면서 구타당하는 와중에 여자와 아이들의 긴 행렬에 섞여 멀리 떠나가던 리브카의 머릿결을 되살려내야 한다. 그 행렬 속에 내 어머니와 동생들과 리브카가 있었다. 잘 가라, 내 식구들,

p185 그것이 내가 트레블린카에서 맞는 첫 아침이엇다. 이미 과거는 물러갔다. 게토에서의 시간은 이미 ‘지난 날’이 됐다. 전쟁전, 내가 태어나기 이전처럼 과거가 됐다. 이튿날에는 나는 트레블린카에서의 삶과 죽음을 알아냈다. 나는 ‘클랩수드라’ 즉 얼굴을 얻어 맞아 상처가 생긴 사람들을 보았다. 그 매질 자국은 죽음의 낙인이었다. 그들은 죽에서 끌려나가 병원이라 불리던 격리 병동으로 옮겨졌다. 나는 수감자들이 삽에 맞아 죽는 것을 보았다. 개들이 수감자들을 공격하는 것도 보았다. 나는 왜 고개를 숙이며 걸어야 하는지, 애 항상 뛰어야 하는지, 더 잘하고, 더 빨리 가야 하는지 알았다. 나치 친위대와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를 재촉하기 위해서 살인을 했기 때문이다. 

p186 나는 검은 소나무가 줄지어 있는 그 아름다운 가로수길, ‘하늘로 가는 길’로 향하는 그 길을 내려가 사람들이 흘린 물건을 주워 올렸다. 그 길이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멋져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죽음의 신이 우리가 모여 선 줄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거둬갔다. 일을 느리게 하면 죽음, 너무 가벼운 짐을 옮겨도 죽음, 음식을 조금 씹어도 죽음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공포에 질려 있기를 원했다. 우리는 그들의 힘이 불가사의한 신들에게서 오는 듯 우리를 압도하는 걸 느꼈다. 그들은 우리의 운명이었다.

p189 여자들이 막사에서 처음으로 옷을 벗고 대충대충 가위질 몇 번으로 머리를 깎이고 나면 내가 머리카락이 담긴 자루들을 옮기기도 했다.  여자들은 그런 후 검은 소나무가 늘어선 가로수 길, 즉 ‘하늘로 가는 길’로 내려 갔다. 나는 물건들로 무더기를 만들었다. 모든 물건들은 종류대로 분류했다. 바르샤바에서 혹은 유럽의 끝에서 온 유대인들이 지녔던 도자기 그릇, 만년필, 아이들 사진들이었다. 나는 내 어머니의 것 같은 그 많은 옷들을 쌓았다. 내 동생들을 닮은 사진들도 부지기수였다. 물건 하나하나가 슬픔을 안겨 주었다. 기쁨과 희망의 미로를 거쳐 온 생명, 죽은 목숨들, 오직 살아남아서 복수하고, 살아서 트레블린카의 정체를 폭로할 힘이 있는 사람을 통해서만 그 생명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터였다.

p190 위장한 탓에 숲에는 수십만 명의 생명이 사라져 간 개간지는 보이지 않고 대신 누런 모래밭을 헤치고 있는 기계만 보였다. 나는 ‘하는 가는 길’과 막사들, 기차역을 도로 담당 부대와 함께 청소했다. 그리하여 나는 격리병동으로 끌려가는 일을 모면했다.

p191 그들이 공포와 폭력으로 만든 덫과 피로 때문에 빨리 판단하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다가온 기회를 놓쳐버렸다. ‘아버지 같으면 그 기회를 잡으셨겠지요.

p197-198 공포심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이 새 가스실을 가동시킬 때면 우리는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그들이 최초로 실험하는 재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이나마 쉴 수 있었다. 때로는 한 치과의사와 공모한 엉뚱한 사람들이 들것을 든 우리를 멈추고 조사하는 척만 하고는 그냥 통과시키기도 했다.

p198 온기가 남아있는 시체들 가운데서 살아 있는 아이들을 발견할 때도 더러 있었다. 어머니의 시체에 달라붙어 있는 아직 목숨이 붙어 잇는 어린 아이들, 우리는 구덩이로 던지기 전에 우리 손으로 그 아이들의 목을 졸랐다. 그럼으로써 시간을 낭비했기에 우리는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p199 내게 가득 찬 수치심, 구역질, 아직도 살아 있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나를 홀리게 했던 살고자 하는 충동, 살아서 내가 본 것, 그들이 한 짓, 그들이 우리에게 강제로 시킨 일들을 표현하려면 나는 다른 목소리, 다른 단어들이 필요했다.

p208 나는 트럭 아래로 뛰어들었다. 차 밑의 굴대들과 웅퉁불퉁한 표면을 찾아 보고는 허리띠를 굴대 위 틈으로 넣어 걸고 몸 아래로 내려온 허리띠로 몸을 굴대에 묶어 고정시켰다. 그런 다음 쇳덩이를 손으로 붙잡고 얼굴을 그 금속에 딱 붙인 후 내 모든 의지, 내 모든 생애를 걸고 거기 매달렷다. 그 트럭은 나의 피부였으며, 방패였고 어머니였다. 나는 거기 두 바퀴 사이, 죽음만이 나를 떼어낼 수 있는 자궁과도 같은 그곳에 매달려 있었다.

p209 거기에는 사람도 없었고, 개들도 없었고 저주받은 민족도 없었고, 다만 살육자가 된 인간들, 살육자를 훈련시킨 자들, 그리고 아마 다른 사회보다 더 많은 살육자를 배출한 사회가 있을 뿐이었다.

p261 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들도 만났지만 자기들이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게 빵을 주고 잠을 재워주고 눈비를 피하게 해준 사람들도 만났다.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희망을 계속 간직할 수 있었다.

p270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모두 수백 년 전 다른 생에서 있었던 일 같았다 (중략…)
 모든 것이 잿빛으로 흐릿했다. 나는 슬프고 쓰라린 심정이었다. 내 주위를 불공평함, 이기심, 냉정함, 무지함이 둘러싼 느낌이었다.

p271 dl 무관심,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이 태도가 당신 같은 사람들을 두 번 죽이고 트레블린카에서 보다 더 깊은 곳으로 매장하고 있었다. 그러니 뉴욕이나 더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관심이나 기울이겠는가?

p279 “동지들, 이 엄폐호들은 우리의 심장, 우리의 생명과도 같소, 단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한 것이라는 걸 그들도 마땅히 알아야 하오, 이 엄폐호들이 있으니 일주일 동안 버텨서 우리의 목소리가 수세기 동안 전해지도록 하는 일이 우리에게 달렸소, “

p280 우리 주위에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모두 우리의 사정에 공감하고 자신들의 가족을 떠올리며 울었다.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울음이었다. 그러더니 그들은 우리 둘만 남겨두고 떠났다. 우리는 공터 가운데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그대로 잇었다. 동지들은 떠나면서 나와 아버지와 악수를 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듯 언젠가는, 아마도 전쟁이 끝나면 그들 역시 게토의 공터에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하듯이…

인생이 무의미하며 죽은 것들이 남아 있고 사랑하던 것들이 모두 죽은 까닭에 세상이 의미를 가질 자격이 없어졌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었던 트레블린카에서의 나날과 아버지가 물어보고 싶었던 숱한 질문들을 감히 입밖에 내지 못한 채, 우리는 서로 의 어깨를 부여 잡고만 있었다.

p281 나는 아버지에게 기대고 울었고 아버지도 울었다. 실컷 울고 나서야 서로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나는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다 말했다. 그 때쯤 에는 우리 둘 다 울지 않았다. 마루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p285 전쟁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사람들이 빈곤과 불평등 같은 악에서 벗어나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이기심이라는 저주에서 자유로워져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자신의 문제에 관심을 쏟을 그런 사회였다.

“생명은 신성하다, 마르틴, 우리가 지금은 사람을 죽여야 하지만 부디 생명을 기억해라, 마르틴, 생명을, 너는 생명을 탄생시켜야 한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네가 어떤 결정을 할 때는 남자다운 남자가 되는 쪽을 선택해라, 살아남아라, 마르틴, 나는 네가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우리 쪽 사람들이 이기게 되면, 아이들을 갖기 바란다. 그런 후에 그 아이들에게 네 자신을 통째로 내주어라, 그 생명들은 신성하단다.

p290 그들이 끝내 이기겠지만 우리에게 승리란 그들이 후퇴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며 우리의 투쟁은 저항을 지속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우리는 이제 더는 머리를 수그린 채 도축장으로 끌려들어가는 짐승들이 아니었다.

p301 나는 그 폐허 속에서 그 뜨거운 돌에 얼굴을 대고 내 동족, 내 가족, 그리고 트레블린카와 짐브로프와 비아위스토크에 있는 유대인 동족, 그리고 여기 함께 있던 내 동료들 모두에게, 내가 사는 한 내가 생각할 힘이 남아 있는 한, 매일 아침마다, 그들의 생명을 다시 불러내겠다고 맹세했다. 매일 아침 동이 틀 때마다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나의 일부가 돼서 내 삶을 공유하게 하겠다고 맹세 했다. 폐허 속에서 나는 그렇게 맹세했다. 

=> 약속을 잊으면 안되지…  후일의 재앙은 그랬을 것이다.

p307-308 투쟁을 해 봤다, 우리 모두가 투쟁했었다. 목숨만 부지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살아 있었다. 이제 나는 승리하고 싶었다. 우리가 승리하면 살육자들은 죽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도망가는 것을 보았고 피를 흘린 채 시체가 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나는 승리하고 싶었다. 지금은 게토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p313 나는 웃고 또 웃으며 손바닥이 부서져라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불럿다. 나, 미에테크! 너무도 오랜 세월 동안 인생이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숲의 고요함과 바람 소리, 새가 잎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잊고 있었다.
숲의 고요함과 바람 소리, 새가 날아오르느라 잎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잊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불이 탁탁거리며 타오르는 소리, 수류탄 터지는 소리, 벽 무너지는 소리, 살육자들의 고함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p320 이전에는 바르샤바의 게토, 길거리들, 지붕 위, 하수도가 내 터전이었지만 이제는 앞에 펼쳐진 숲이 내 활동 영역이 됐다. 우리에게 적대적인 마을인지, 독일군이 있는지, 농부는 누구 편인지를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암호문으로 된 전갈을 외운후  혼자 길을 나섰다.

p329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탈출했던 러시아인들은 그들의 군대에 다시 합류할 것이고, 폴란드인들은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터였다. 내가 갈 곳은 어딘가? 내 가족들은 어디에 있는가?  뉴욕에 있는 외할머니 한 분? 나는 외할머니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죽엇다. 살육자들이 나를 나무가 쓰러지고 불타버린 황폐한 숲에 홀로 남은 나무 같이 만들어 놓았다. 나는 그기 그냥 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언가를 해야 했다.  

p333 나는 이름을 또 바꾸었다. 나는 마르틴도, 미에테크도 아닌 미샤였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은 언제나 변치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내가 겪은 모든 일들, 아무도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그런 경험들과 끝까지 버티겠다는 나의 결심은 그대로 였다. “그게 남자란 거다 마르틴,” 아버지는 그 때 그 곳ㅇ 게토에서 그 말을 해 주었다.

p340 9월 하순쯤이었음이 분명하다. 나는 트럭에 탄 군인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 차는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뜨끈한 하얀 먼지를 날렸다. 금발인 젊은 군인이 노래를 했다. 나는 그들과 같은 나이였지만 휠씬 어른스러웠다. 나는 백 년도 넘게 산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희미해진 꿈들을 너무도 많이 지니고 있는 자였다. 그들은 내게 담배를 건네 주기도 하고 내 폴란드 악센트가 재미있어 웃어대기도 했다 검은 빵과 신선한 크림이나 묽은 죽이 든 군용식기를 나눠 주는가 하면 마음에서 우러나서 등을 두들기기도 했다.

p341 게토와 바르샤바, 루블린에 있는 하고많은 사람들이 살육자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복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육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 사람들은 급류에 떠밀려가는 나무 조각들 같아서 강에 있는 바위밖에는 그들을 멈출 수가 없엇다. 살육자들의 범죄를 알고 복종하기를 거부했던 내 아버지, 율레크 펠트, 아뉴시 같은 사람들은 저항했다. 우리들이 바로 나무 조각들을 잡아주는 바위였다. 우리는 끝까지 버텨야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은 늘 본보기가 되는 법  아버지가 없었다면 아버지에게 의지할 수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죽음을 향해 떠내려가는 나무 조각에 지나지 않았을 터였다.

p347 나는 고문받고 목을 매달렸던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공포를 배워갔다. 나는 그들의 죄를 찾아내려 했지만 복수라는 행위 역시 하나의 광기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

p359 그자를 전쟁 포로로 취급하라 대령이 결론을 내렸다.
젊은이는 밖으로 끌려갔다. 지난 날, 짐브로프 사령부의 감방 앞에서 통역장교가 말 볓 마디로 내가 즉결 처형을 받지 않게 해주었었다. 나는 그 빚을 갚은 셈이었다.

p360 또 다른 밤이 찾아왔고, 단독으로 움직이는 저격수들이나 베어볼프들이 폐허 쪽에서 총질을 햇다. 탱크 대열이 브란덴부르크 문에 이르렀다. 군인들이 브란덴부르크 문의 제일 높은 아치에 올라가 붉은 소련기를 꽂았다. 나는 화제로 인한 연기와 폭발음이 연이어 들리는 가운데 탱크 뒤에서 다른 군인들과 함께 국회 의사당으로 진격했다. 몇 사람이 붉은 기를 휘두르며 포탄 자국이 난 국회 의사당으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그들은 자동소총이 불을 뿜고 수류탄이 터지는 건물의 잔해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더니 그 건물의 꼭대기에 다시 나타나서 깃발을 흔들었다. 나는 아래쪽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고함을 질렀다. 그 함성이 총소리를 간단히 늘렸다. “만세, 만세!” 나는 고함을 치고 또 쳤다. 나는 이 함성을 외치기 위해 너무도 머나먼 길을 왔다. 유레크가 내게로 뛰어왔다. 우리는 춤을 추었다.
  
자 다 왔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주위에 쌓아놓았던 벽돌을 깨부쉈다. 그들이 우리의 무덤 주위에 감아놓은 철조망을 끊었다. 우리는 가축운반용 화물차의 문들을 열어 졌혔고 그들이 우리의 시체 위로 쏟아 붓던 두터운 누런 모래 층을 흩어버렸다. 폐허가 그들의 수도에 우리가 살아서 왔다.
아버지, 제가 여기 있어요

p363 소련 군인들은 사람들을 난폭하게 떠밀고 자전거를 탄 사람을 강제로 내리게 하고는 자전거를 징발했다. 정찰병들은 행인들을 멈춰 세우고는 거리 청소를 시켰다. 그러한 장면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곳 게토에서 본 것들과 똑같았다. 이번에는 승자로서 그 광경을 본다는 게 달랐을 뿐이었다.

p363-364 내 복수는 쓰디썼다. 내 주위 사람들의 공포가 느껴졌다. 사람들은 눈길을 내리깐 채 나를 흘끔거렸고, 물을 조금 얻으려고 줄을 지어 기다리던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자 갑자기 말문을 닫고 얼어붙었다.  나 역시, 물을 얻고자 바르샤바의 바슬라 강둑에서 줄을 서 봤고, 그때의 나 역시, 절대 권력과 새로운 법률과 동의어였던 군복차림의 이방인이 내게로 오는 걸 그런 눈길로 바라봤었다.  굶주리고 겁에 질린 검은 옷차림의 늙은 여인들은 물을 받아갈 그릇을 든 채 꼼짝없이 서 있고, 남자들은 구부정한 자세로 잔해만 남은 땅을 바라보았다. 죽은 도시, 내게 익숙한 광경이었다. 나는 살육자들과 희생자들을 구별할 줄 알았다. 살육자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했고 희생자들은 방관하기만 했다. 그런 후 살육자는 그들을 방패처럼 전선에 밀어 넣었다. 이제는 당신들 차례다 그리고 우리 편에도 살육자가 잇다.

p366 양처럼 순한 자들만으로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걸 자네도 알지 않나? 평화를 불러올 수도 없고 말이지, 자기들이 졌다는 걸 깨닫도록 해야 해, 중위, 그래서 전쟁을 다시 시작하려는 열망을 영원히 제거해야 한다고 . 우리가 그들을 훈련할 거네.”

p371 얼간이가 되는 쪽과 살육자가 되는 쪽에서 양자택일을 해 본 적이 있는가?

p374-375  약한 자들에게는 모든 일이 불가능해 보이는 법이다. 민족 전체를 멸종시키려는 계획을 세울 능력도 없고, 게토나 ‘이주의 광장’, 트레블린카를 계획할 능력도 없으며, 트레블린카에서 탈출할 능력도 없고 짐브로프 수용소로 강제 이송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하수도 안에서 싸울 능력도 없을 터였다. 내 인생은 그런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안 다녀본 것이 없었지만 어디에서나 “불가능하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나는 여기 나는 살아 있지만 그들은 죽었다. 나는 언제나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나는 발터를 믿었다. 발터의 생각대로 그 용의자가 진짜 보르만이 아닐 건 또 뭔가? 왜  안되는가? 정말 거짓말 같은 시대였다. 하지만 소심하고 자만에 차 있는 대령과 같은 부류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일뿐이었다.

p376 나는 복수를 하려고 살아왔지만 그들은 그 욕구를 좌절시켰다. 그들은 내가 복수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터였다. 오히려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자기만을 위해서 살 수는 없잖아, 유레크 그럴 순 없지.”
유레크가 팔레스타인에 잇는 집단 농장인 키부츠에 대해 설명했다. “뭐, 어쨌든, 너는 연락할 사람이라도 있으니까.” 라고 유레크가 마무리 지었다.

p394 전쟁 때문에 우리는 지탱하던 정신적 지주를 놓쳐버리고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었다.

p401 돈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자유를 준다는 걸 나는 이미 게토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요새를 건설할 작정이었지 구매 대리인의 무뚝뚝한 지시를 들으며 일하려는 건 아니었다.

p402-403  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게토에서 처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게토에서처럼 담을 뛰어 넘어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고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했다.
나는 저녘마다 청소 일을 하고 낮에는 도시를 걸어 다니며 길을 익혔다. 지하철 노선을 살피면서 아무 역으로나 들어가서 업 타운으로 가서 주변을 답사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돌아오곤 했다.  이 도시는 숲처럼 광대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곳이어서 나는 자유를 만끽했다. 행인들과 지하철 승객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태도나 누네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보았다.  그들은 삶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남들이 자기들을 이끌도록 내 버려두었으며 시간표와 장소에 얽매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만의 법을 만들고 나만의 지도를 만들 작정이었다.
나는 도시의 파르티잔이었으며 있을 법하지 않은 곳에 불쑥 나타나곤 했다. 나는 내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구속만을 받으며 자유로운 상태로만 살아갈 것이다.

p404 살아남아서 자기만의 요새를 세우려면 지금은 그들의 공법자가 되지도 말고 그들과 맞서는 것조차 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워야 했다. 모든 도시의 중심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느 곳에나 인간다운 인간과 살육자를 갈라 놓은 전선이 형성돼 있었다.

p409  “단신은 물건을 팔 권리가 없소” 판사가 말을 시작했지만 내가 끼어들었다.
“저는 살아갈 권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지요”

p412 가족이 살아 있을 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제정신이 아닌 일이었다. 죽음이 가족을 앗아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이 바로 미친 짓이었다.

p417 “맨들, 맨들, 너는 미국과는 천생연분이구나, 너는 돈을 많이 벌 거다. 네가 달러를 갖고 싶어하니 꼭 가지게 될 거야. 너무 그렇게 기를 쓰고 하지마, 너는 필사적으로 일하는구나” 몇 달러를 버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지어야 할 요새가 있었고 그것도 빨리 지어야 했다. 내가 몇 년이고 평화로운 생활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서두르며 살아야 하는 팔자였다. 그 친구들은 학위가 있고 희망찬 미래가 있었고 시간도 넉넉했다. 그들은 정규군의 군인들이었고 보호받고 있었으며 행동 반경에도 위험요소가 제거되고 계획된 진로대로 진행됐다. 그들은 파악되지 않는 세계로 뛰어 들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파르티잔 같이 사는 사람이었다.

p422 “삶을 좀 즐기도록 해봐, 자네는 늘 싸우고 있어,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보라고, 자네는 아직도 몰라.”

p424 첫 기회를 잡으라고 아버지는 늘 말했었다.  처음으로 다가온 기회는 꼭 잡아야 하는 법이다. 아이디어는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날 저녁, 나는 호텔 손님 두명과 몇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3번 가에서 일하는 골동품상인 잭과 조 엘리스였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그냥 호텔 직원인 맨들일 뿐이었다. 그들은 유럽에서 실어 오는 상품들은 어떤 것이고 고객들은 얼마나 열성적인지를 이야기해주었다.

대서양은 새로운 게토의 담이었으며 유럽은 바르샤바의 아리아인 지역이고 미국은 게토와도 같았다. 그리고 미국이란 게토에서는 주머니에 달러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곡식이 아니라 오래 된 도자기를 가족 싶어했다.

p427 바람이 고가 철로 위에 있는 기차 위로 소용돌이치는 먼지를 불어 올렸고 값싼 커피와 구운 고기 냄새를 실어 왔다.

p428 나는 도자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지언정 황금을 열망하는 인간의 탐욕만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일어섰다.

p429-430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거리를 두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아버지가 게토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그들의 사랑과 욕망 때문에 나를 품안에 묶어두려 했다.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p433 나에게 인생은 람블로프 숲에서 공격할 때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넘는 것이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행동하며, 전부 다 얻거나 전부 다 잃거나 양단간의 선택을 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p434 나는 다시 외로움과 무력감에 빠졌다. 답 없는 질문들과 잃어버린 세월, 잃어버린 얼국들 그리고 악몽에 대처해야만 했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도망치고 시간이 흐르는 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시다가 구토를 하고는 잠이 들었다.

p437 물건을 구하려면 언제나 원산지로 가야 하는 법이다.

p438 “너는 나치를 찾아다니든 잉크스탠드를 찾아다니든 언제나 똑같구나 미에테크, 널 변화시킬 것은 아무것도 없어, 너는 뭐든 죽도록 열심히 하는구나”

p440 그는 망설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망설였다. 바르샤바의 게토나 짐브로프 그리고 뉴욕에서까지 나는 언제나 그들이 행동하도록 다그치는 사람이었다. 매번 나는 그들이 억지로 결정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가 힘없이 말했다. “좋소, 이번 한 번만 해봅시다.”

p441 나는 가격을 가지고 승강이하는 일은 그만두었다. 니 원칙은 빨리 사고파는 것이었다. 발리다매가 결국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건들이 속속 도착했다. 베를린은 그저 뉴욕에서 좀 떨어진 교외처럼 생각됐고 비행기는 전차처럼 여겨졌다.

p446 나는 사람들에게 고평하게 대하고, 내가 빚진 것을 갚고, 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다. 내가 원한 것은 오로지 사람다운 사람들 편에 서는 것이었으며, 사람다운 사람들은 전선을 가운데 두고 어디에나 있었다. 살육자들도 마찬가지 였지만 …

p447 언제나 첫 단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첫 단계를 뛰어넘으면 그 후에는 모든 게 쉬워졌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 힘든 일을 하지만 그런 건 일상사였다. 나는 커다란 장애물을 돌아왔고 위험한 파도를 헤쳐 왔으며 이제는 물살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됐다.

p455 외할머니의 죽음이 또다시 모든 무덤들을 열어젖혔다. 또다시 내 가족, 내 동족의 죽음들이 기억났고 그 죽음들이 나를 그들에게로 이끌었다.

p456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길을 따라 끊임없이 기어가는 개미들 같이 그저 할하루 계속 살아가는 일 뿐이었다. “아버지, 저는 끝까지 버텨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목표를 잃어버렸네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고, 살아남았으며 투쟁했고 아버지의 원수도 갚았어요, 외할머니도 만났죠, 잘은 못했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는 외할머니를 도왔지요, 요새를 지을 돌들을 쌓아놓았고 이제는 준비가 됐답니다. 하지만 마음속은 비참하기 짝이 없고 제 주위에는 공허함뿐이네요, 요새를 짓다니요, 누구를 위해서요? 무엇 때문에요? “

p468 이제껏 나는 신음소리로 가득 찬 거친 세계에서 살아왔다. 다른 삶의 모습, 인간다운 인간들이 있으리라 믿고 도박을 했다. 나는 화가 나서 던진 돌처럼 돌진하며 살았다. 이제 아침에 그녀가 일어나면 토스트와 커피냄새가 났다. 디나가 내 곁을 지나가면 나는 주저 없이 그녀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디나는 겁내지 않았다. 트래블렌카에 가본 적도 없었다. 그녀가 지나쳐갈 때면 나는 언제나 그녀를 만져보며 그녀가 거기 있다는 걸 확인하고 그녀의 나긋나긋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실감했다. 그녀가 말할 때면 나는 그 입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도 그녀만의 불행을 겪었다. 난민이었던 전 남편과 그녀는 잘 지내지 못했지만 그를 위해 네덜란드를 떠났었다. 결국 갖은 고통을 겪은 후, 이혼하고 모델 일을 하며 외롭게 살아왔으며 유럽에 대한 향수에 시달리며 독서, 음악, 아이들 그리고 숲이 있는 단순하고 조용한 삶을 그리워했다. 그녀도 그녀만의 요새를 꿈꾸어 왔던 것이다.

p469 그로시, 야코비 등 브래히트와 같은 시기에 나치 독일에서 탈출해 헌팅턴이나 롱아일랜드에서 조용히 살고 잇는 베를린 지식인들이 많았다. 나는 그들을 눈여겨보면서 인간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다. 그들은 세상을 폭력과 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관념을 만들어냈고 또 관념에서 자양분을 얻었다 끊임없이 바흐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림에 대해 대화하는 그들 패거리 중 야코비의 곁에 디나는 자주 앉았다. .

p470 나는 남에게 빚지기 싫었으며 남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싫어했다. 폴란드의 숲에서 파르티잔으로 싸울 때도 나는 혼자 작전을 나갔고 나중에 소련 붉은 군대에 있을 때도 개인적으로 전투를 했다. 그러나 디나와는 모든 것을 공유했다.  우리는 사업은 물론 모든 일을 함께 했다.

p475 우리는 담배도 끊었다. 우리는 행복하고 강해졌고 서로 일심동체가 되었다. 우리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었고 함께 인생의 묘미를 발견해 갔다. 우리는 서로 확실히 교감하기 위해 그 동안 각자가 혼자만 누렸던 사소하고 외로운 쾌락을 기꺼이 희생했다. 고기와 소금 먹기를 포기했고 견과류와 자몽, 바나나를 먹고 살았다.

p478 내가 살아남은 게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살아 있었던 증거입니다. 이전 죽어간 당신들의 기적입니다. 이건 당신들의 생명입니다. ‘

p480 눈과 발이 닿는 곳에 부유한 도시 칸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 도시의 소음과 풍광을 굽어볼 수 있는 그들의 땅에 남아 있었다.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p486 니콜과 쉐잔느는 칸에 있는 로젤리아 하이타워에게서 무용 교습을 받기 시작했고, 딸들의 진도를 따라가려고 디나도 같이 교습을 받았다. 나는 디나를 사랑했다. 그 많은 아가씨들 속에 있어도 디나는 제일 젊어 보였고 제일 아름다웠으며 제일 생기발랄했다.

p488 그렇게 몇 년이 흘러갔다. 행보한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는 법이다. 집 주위와 들판, 화단에는 복숭아나무가 자랐고 길 양쪽에 심은 삼나무들은 둥치가 두터워지고 튼실해졌다.

p491 “언제나 나는 저기 당신 가까이에 있을 게요, 당신을 보기는 하겠지만 방해하지는 않을 거예요” 

p495 1970년 10월 3일 토요일, 북서풍인 미스트랄이 불어왔다. 건조한 바람이 과수원을 헤집고 복숭아나무들을 흔들고 누런 색을 띠기 시작하는 풀들을 바싹 마른 땅으로 눕혔다. 멀리 우중충한 바다에는 하얀 포말이 즐지어 일어섰다.

p502 왜, 왜 나인가? 왜 내 가족을 뺏어갔는가? 그것도 두 번이나? 내가 인류 혹은 운명에게 진 빛을 다 갚지 못했단 말인가.? 이유가 뭔가?  라는 질문만 되뇌던 단계도 지나갔다.

p503 나는 이제 말을 한다 내 인생을 하나하나 상세히 얘기하면서 광기와 기회의 사슬을 이해하고 나를 짓누르는 불행을 이해하려 한다.

나를 괴롭히는 건 나의 슬픔이 아니다. 나는 슬픔이 어떤 건지 안다. 슬픔은 내 아이들인 니콜, 쉬잔느, 샤를, 리샤르의 것이다. 그 아이들이 삶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는가?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그 아이들이 태어날 때 내 손으로 받아냈다.

나는 기나긴 잔인한 세월을 살아왔고 “안녕, 내 가족이여.” 라고 소리치며 여기 이렇게 아직도 살아 있다.

p505 나는 행복함과 잔혹함, 삶과 죽음을 다 경험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살육자들과 인간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잇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성취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장벽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잇다. 게토 한군데를 파괴하고 나면 다른 게토가 생겨난다.

p506 바르샤바 게토에서 아버지가 끝까지 버텨내는 남자가 진짜 남자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람이란 무슨 일을 하는가에 따라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게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말이었다.

p507 나는 살아가고 일을 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나는 트레블린카를 탈출해서 살아남았으며 나만의 요새를 건설했었다. 

나는 그 모든 얼굴들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합친다. 
그들이 만들어 준 나, 그들이 내게 준 것을 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보답함으로써만 존재 이유를 갖는다.

내 아내, 내 아이들이 보고 있다. 내가 타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의미가 어디 있겠는가?

인간이 살아가는 한 누군가가 남아서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그 이야기를 전하고 증인이 돼 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p509 나는 우리가 바탕은 모두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의 에너지는 독자들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면서 점점 커져갔다. 내가 삶에 기여한 모든 것이 곱절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이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책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p510 그들은 내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 인간이 스스로에게 수천년 동안 던졌던 질문들을 내게 던졌다. 결국은 죽을 텐데 우리는 왜 사는가? 왜 살인자와 희생자가 생기는가? 왜 행복과 불행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는 운명, 운, 하느님이 있는가? 나는 나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그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다. 내 삶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나는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사랑과 고통, 그리고 운명에 대해 쓰면서 나의 사랑, 나의 고통, 나의 운명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다.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진다. 전쟁중에 나는 수천 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 말들을 들었다. 또한 희망의 말, 내 생명을 살리는 말도 들었다. 가령, 손을 내밀고 “이리와요, 빵 한 덩이 줄께요,”깉은 말이다.

(내가 쓴 열두권의 책)은 기적을 위한 처방이 아니다. 삶 그 자체가 내게는 유일한 기적이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우리는 힘을 찾아내야 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일이 가능해진다.

나는 비극을 여러 번 겪었던 까닭에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사람들이 무한한 힘과 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활력은 사람의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내면에 존재한다. 사람은 스스로 그 활력의 존재를 인정해야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잇다. 나는 내 삶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우리의 경험과 운명이 우리 스스로를 인도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를 전진하게 하고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운명말이다.

p511 만약 내가 손을 내밀어 남을 돕지 않는다면 내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내가 겪고 목격한 수많은 부당함과 위선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나는 늘 나를 도와주려 내민 손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런 도움을 여러 번 받은 덕택에 나는 여전히 인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복잡하고 개성적인 한 명의 인간은 인간 공동체라 불리는 전체의 더 없이 귀중한 일부분이다. 나는 한 때 인간 공동체라는 개념이 새로운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로마 황제이자 철학가 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121-181 A.D) 의 사상이 담긴 책을 읽던 중에 이런 말을 발견했다.
“인간 공동체를 받들어야 하고 모든 인간의 복지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은 공공의 이익이 돼야 하고, 상호의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이 돼야 한다는 것은 자연이 정한 원칙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유대감이 있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태초부터 종교적인 사람들, 철학자들, 그리고 현자들은 이 인간공동재가 언제나 희망의 원칙을 지니고 있다는 저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는 이렇게도 말한다.
”곧 당신은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다. 곧 모든 이들은 당신을 잊게 될 것이다.”

“ 깨지기 쉬운 기적 “

p514  나는 한 남자가 하늘을 쳐다보며 휘파람을 불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본다. 이 단순한 행동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기적이다.  기쁨은 세상의 색깔이다.
바로 나를 생존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만약 내가 분노로 일어선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내기쁨을 저지하거나 사랑을 잊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그 어떤 힘도, 어떤 정권도 인간의 행복에 대한 추구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나는 파괴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반항한다. 당신도 그래야 한다.


내가 저자라면

현대에 와서 인간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비인간적인 행동들에 대해 많은 심리학적 실험사례들이 발표되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의 행동이 선천적인 유전인자나 개별적인 특성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상황과 위계적 구조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잔인함과 인격의 붕괴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가 제 2 차 대전을 배경으로 자신의 체험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전모를 통해서 우리는 여러가지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15살의 소년이 전쟁의 와중에서 어떠한 이유 없이 죽음과 대면하며 살아 남기 위해 변화해가고 있는 여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상당히 많이 정리되어 있으며 언어 선택, 표현정도, 그리고 기술방식에 있어서 굉장히 치밀하게 검토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공포와 죽음, 인간들의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 적절한 단어와 개념들을 통해서 상황의 비극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수없이 많은 의심이 들지만 내용의 사실 진위여부를 떠나서 그가 기술하고 있는 내용으로 보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미사여구나 문학적 개념이 아니라 보다 사실적이고 싶어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작가가 아니다. 글쓰기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훌륭한 주제가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미래 지향적인 태도가 글 속에 잘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 그것은 이 책 속의 단어들이 ‘희망은 살아있다’ 라는 것을 긍정하는 지혜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나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에 나이를 느끼지 않습니다.  ….. (중략) 바로 삶의 비밀이 희망의 힘에 있다는 것입니다.“ (p5)

희망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은 많지만 가장 큰 희망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며 가장 구체적인 희망은 배고픔으로부터 해방되는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지요,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집니다. 전쟁 동안 나는 수천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 말들을 들었어요, 반면에 희망의 말, 내 생명을 살리는 말도 들었습니다. 가령, 손을 내밀고 “이리 와요, 빵 한 덩이 줄게요” 같은 말이지요.(p12) 


살아있다는 자체가 희망이며 그로 인해 하루와 세상 속의 사람들의 상태는 마굿간에 말을묶고 올 때 쯤이며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생명을 담보로 게토 바깥 쪽을 오갔다. 무엇이 그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는가… 그것은 바로 생명의 본질이며 그 살고자 하는 힘과 그 힘의 방향성이다.
 “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내부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생명력이 있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나는 조그만 예지요, 나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이라고 성공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내부에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너무도 자주 억누르는 이 에너지를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자기 내부에 있는 사랑의 욕구를 나타낼 용기를 찾아내, 충만함과 부유함, 창의력과 용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삼을 살기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p12-13)

그는 삶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극을 여러 번 겪었던 까닭에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사람들이 무한한 힘과 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활력은 사람의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내면에서 존재한다. 사람은 스스로 그 활력의 존재를 인정해야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나는 내 삶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우리의 경험과 운명이 우리 스스로를 인도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를 전진하게 하고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운명 말이다. (p510)
그는 기쁨을 세상의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쁨을 찬양한다. 생존의 힘, 그 원천이 분노가 아니고 기쁨이라고 본다.    분노는 기뻐할 수 없으며 사랑을 잊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기쁨에 찬 삶, 즉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에 대해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아무도 그 어떤 힘도, 어떤 정권도, 인간의 행복에 대한 추구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나는 파괴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내놓고 반항한다. 당신도 그래야 한다. “(p514)

이 책은 화려한 미사여구도 어려운 개념이나 사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즉 우리가 끊임없이 묻고 있는 “왜” 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참혹함을 견디고 난 그가 거의 대부분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에게 있어서 삶은 끝없는 시도며 열정이다. 
나의 글쓰기에 있어서도 기술(記述)의 관점에서 그러한 면을 잘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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