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희산
  • 조회 수 275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9년 6월 29일 00시 34분 등록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 마르틴 그레이 지음/ 김양희 옮김 / 21세기북스

 

 

저자에 대하여

 

마르틴 그레이는 1922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초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였을 때 그레이는 1939년 8월 1일부터 1945년 1월 17일에 걸쳐 소위 나찌 독일군이 창안해 낸 게토(Gehtto), 즉 유대인 거주 지역에서 50만 유대인들이 집단 학살과 중노등 그리고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광경을 목격하였고, 1943년 초 그레이는 그의 엄마와 두 동생과 함께 트레블린카로 집단 이동되었는데, 그곳은 인종 청소 지역으로서 그의 가족들은 도착과 함께 죽임을 당했다. 그레이는 작업을 위해 선택되어 생명을 몇 주 정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그는 기회를 보다가 기적적으로 나치 친위대 트럭 밑에 달라붙어 탈출할 수 있었다. 트레블린카에서 약 백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죽임을 당했는데 그 곳에서 탈출한 사람은 아주 소수였다. 탈출 후 그레이는 바르샤바의 게토로 돌아와 그의 아버지와 재회했다. 그 해 5월 그레이 부자는 바르샤바 게토 봉기에 함께 참여했는데, 이 때 그의 아버지는 독일군 병사의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레이는 게토를 떠나 소련군에 합류하였으며, 소련군 장교로서 베를린으로 진격하게 된다. 벌써 그 나이에 소련군의 최고 훈장을 받을 정도로 소련군에 대한 충성이 대단했으나 그들에게서마저도 나찌 독일군과의 유사성을 간파하자 즉시 결별하였다.

 

1946년 그레이는 그의 외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이후 호텔 보이와 옷팔이 행상을 거쳐 갖은 노력 끝에 미국 도착 10년 만에 미국과 캐나다, 큐바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최고의 골동품상이 된다. 사업에 몰두하던 중 디나 쿨트라는 네덜란드 여인을 만나 결혼하였으며, 부부는 평소에 그리던 남 프랑스의 바롱 고원지대로 이주하여 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였다. 그러나 1970년 11월 3일 타느롱 산악 지대에 발생한 산불로 아내와 네 아이를 잃게 된다. 그 후 그레이는 두 번 더 결혼하였으며 다섯 아이를 더 낳았다.

 

순식간에 가족과 자기의 모든 것을 잃어 버린 그에겐 이제 죽음과 같은 절망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이러한 불행이 자신만의 불행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처참한 것이었다. 과거에 겪었던 숱한 불행과 현재의 불행으로 말미암아 그는 이러한 불행들이 비단 그 혼자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이러한 모든 불행을 기록해야 할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전쟁과 산불로 가족 모두를 잃는 극심한 불행을 겪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첫 책이자 자서전 For Those I love를 저술하였으며, 그 이후 그레이는 모두 12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그는 두 권의 자서전을 썼는데 첫번째 자서전 For Those I Loved는 전쟁과 1970년 산불 사고까지를, 두 번째 자서전 Life Arouse out of Night 1970년부터 1977년까지의 자신의 삶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레이의 비극적인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의 영화는 미니시리즈로 80년대 유럽에 방송되었다. 두번 째의 극장판 버전은 Seeking Martin Gray DVD로 출시되었다.

 

 

내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저자와의 인터뷰 : 생명의 힘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내 인생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 책을 쓰면서 죽음에 대해 깨닫게 되고 내 삶에 새로운 방향이 생겼지요.[11]

 

내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들에게 잠재된 용기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독자들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오자 나의 정신적 에너지도 커져 갔습니다. 나는 이 책을 나와 내가 사랑한 사람과의 사이를 잇는 고리를 만들기 위해 썼는데, 이 책은 내가 사랑한 줄도 몰랐던 수백만 명과 연결시켜 주었지요.[12]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지요.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집니다.[12]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요.[12]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내부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생명력이 있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은 내부에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너무도 자주 억누르는 이 에너지를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자기 내부에 있는 사랑의 욕구를 나타낼 용기를 찾아내, 충만함과 부유함, 창의력과 용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삶을 살기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이 곳에 왔습니다.[13]

 

프롤로그 : 머리가 터지기 전에

 

베테랑이 더 낫다. 그들은 고통이 무엇인지, 인생과 죽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14]

 

나의 인생, 우리의 인생이 어땠는지를 들려주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자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우리의 삶,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지속시켜야 하므로.[17]

 

1 부 : 생존

 

1장 나는 전쟁에서 태어났다.

 

우리는 살아야 했다. 먹고 마시기 위해 짐승처럼 싸우는 법을 익혀야 했다.[25]

 

2장 한 사람이 지닌 내면의 힘

 

하지만 내겐 생각에나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살아 남아야 했다. 그러려면 싸워야 했다.[31]

 

나는 웃었다. 무서우면서도 화가 나서. 어디서나 사람들은 서로를 고발하고 있었다.[32]

 

절대로 잡히지 마라. 하지만 만일 그들에게 잡혔을 때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해라. 탈출하는 것. 네가 옴짝달싹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해도 탈출해라. 그들에게 잡혀 있으면 기회가 없다. 탈출하고 나면 늘 희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절대로 기다리지 마라. 첫 번째 기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최고의 기회다.[34]

 

그래. 그들이 언젠가 너를 잡으러 오면 발바닥에 불이 붙도록 잽싸게 도망가라. 그 표현은 우리가 자주 쓰던 것이어서 아버지와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34]

 

나를 따라 해라. 그들을 속여. 그리고 살아 남아라.[35]

 

힘이 있는 자들은 내게 무슨 짓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나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삶에 대처해가는 건 내게 달린 일이었다.[37]

 

그들은 너보다 더 힘이 세. 살아 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그 사람들 앞에서 네가 성질을 부려서는 안 돼. 나중에, 마르틴, 나중에.[41]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숨이란 그런 것이었다. 목숨이란 게 말 한 마디에 달려 있었다. 청어 몇 마리보다 하찮은 게 목숨이었다. 우리는 그걸 깨달았다. 목숨에 집착할 이유가 뭔가?[47]

 

나는 한 남자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힘을 발견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 빨간 머리의 친구에게 감사한다. 그는 우리를 위해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죽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48]

 

인생이란 장애물 경기다. 처음 장애물을 뛰어넘었더라도 그 너머에는 더 높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더 가깝고, 더 어려운 장애물이 또 다가온다. 숨을 돌릴 짬도 없다.[50]

 

너는 정말 남자답다. 그들에게 잡혀 놓고도 도망치다니. 그런데도 내가 있는 곳을 불지 않았다지. 나는 사는 데 애착이 생겼다. 아버지 말을 들으니 힘이 솟는 기분이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말 한마디로 나를 이렇게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힘을 줄 수 있을까? 언젠가 내가 낳아 기를 아이들에게?[55]

 

나는 알아야 했고 이 잔인한 세계를 내 눈과 내 마음에 기록해서 언젠가는 내가 본 모든 것을, 우리가 받았던 모든 고통들을 말해줘야만 했다. 그러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지도 몰랐다.[58]

 

3장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

 

폴란드인이건 유대인이건 우리 모두는 운명과 기회의 지배를 받는 피조물일 뿐이다.[67]

 

그들을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나는 바깥, 폭력이 난무하는 거리로, 다른 사람들이 살고 죽어가는 곳으로 나가야 했다.[69]

 

내 목숨이 위태로워진 건 틀림 없었지만 나는 그들의 법을 어겼기 때문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들이 나를 죽인다 해도 자유로운 나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 점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72]

 

나는 탈출이라는 행위로 게토라는 감옥에 저항한 것이다. 나는 그들이 있어도 그들에게 저항하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72]

 

행복감과 공포와 확신이 한꺼번에 소용돌이 쳤다. 나는 도박을 했고 한번 뿐 일지는 몰라도 살육자의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도 인정이 있다는 걸 알았고, 또 자기를 증오하는 사람에게도 뇌물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니 도박에서 이긴 셈이다. 그 사람들도 비슬라 강둑에 있는 진흙처럼 내 마음대로 빚어 만들 수 있는 진흙과 같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긴 것이다.[77]

 

내가 자유롭게, 사는 듯이 살기로 결심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삶도 조금은 도와주어야 했다. 자기만을 위해 산다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78]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 우리는 싸우고 인내해야 하고 굴복하지 말아야 하지만, 필요하다면 속이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79]

 

생명이 위험에 처했을 때면 두뇌가 더 빨리 작동하는 법이다.[80]

 

내가 점점 이기적으로 변했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멈추지 않고 길을 계속 갔다는 말은 사실이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나는 살아 남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피려고 멈춰 서지 말아야 했다. 이기심은 그들이 내게 심어준 무기였다. 나는 그것을 거머쥐고 이용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하여.[83]

 

그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그 점을 지적하면 그들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행동을 했다 오로지 그들보다 더 빨리 생각하고 그들보다 먼저, 그들을 위해 결심만 하면 되었다.[85]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돈을 먼저 따로 떼어놓았다. 지폐 한 장 한 장이 내게는 승리를 의미했다.[85]

 

비가 내렸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공터에 신발도 없이, 가진 걸 모두 빼앗긴 채 앉아서 분노와 모욕감으로 울었다. 살육자들이 설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했다. 냄새를 맡고 쫓아오는 악당들까지 있었다. 그들이 내게 처음으로 패배감을 느끼게 만들었다.[87]

 

그 돈이면 그 사람들의 목숨을 며칠 정도 연장할 수 있었다. 불량배들은 그걸 마시고 있었다.[88]

 

그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 강도 짓을 했다. 좋다, 그들에게 마실 것을 주면 될 것 아닌가![89]

 

속으로는 기쁨이 넘쳐 흘렀다. 승리의 기쁨이었다. 이제 새로운 장벽을 넘게 될 터였다. 나는 도망 다니는 젊은 유대인일 뿐이었지만 여기 지하 세계의 남자들, 악당들,이 강도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92]

 

혼자 하던 수공업에서 여럿이 하는 사업으로 바꾸어야 했고,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환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돈을 주어야 하는 직원이 생겼고, 그들을 계속 거느리고 싶으면 그들에게 계속 임금을 주어야 했으니 거래량도 늘려가야 했다. 톱니들이 서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나는 성장해야 했고 그러지 못하면 죽을 터였다.[95]

 

나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가능했다. 한 시간에 열 살을 먹을 수도 있었다. 한 순간만 방심해도 죽음의 신에게 먹히는 시대. 운명이 자기 앞길에 예비한 나치 친위대원의 변덕에 따라 발에 차여 죽을 수도 있는 시대였다. 가능하다불가능하다는 단어는 이제 바르샤바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었다.[98]

 

그들은 웃었다. 나는 그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게 나의 힘이었다.[100]

 

우리는 다른 불량배 패거리 중 제일 강한 자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우리를 게슈타포에게 밀고할 것이다.[101]

 

이 사람들이 나에게 충성하려면 내가 먼저 그들에게 충성심을 보여야 했고 그들이 나를 존경하게 해야 했다. 존경이란 내가 그들에게 겁을 준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한 일, 내가 얻은 것들 때문에 내가 존재했고 내 존재가 의미가 있었다. 한마디만 불면 사라질 터였다. 창의적인 의견, 이익금, 우정으로 불량배들을 통솔해야 했지 공포를 조장하는 방법은 쓸 수 없었다. 겁을 먹은 사람은 나였다.[102]

 

나는 적이 행동을 취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정하기 위해 적들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두 개, 심지어 세 개의 인격을 가지는 법을 익혔다. 나는 혼자서 말하고 들었다. 한 인격의 몸짓을 하면서도 이미 속으로는 다른 인격의 몸짓을 준비했다. 무언가를 보면서도 보지 못한 척 꾸미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야만 살아 남을 수 있었던 탓이다.[107]

 

어떨 때는 찰나의 순간만 운이 허락되기도 했다. 바로 그 찰나에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됐다. 두 번째 기회란 결코 없었다. 때로는 운을 믿고 덤벼야 했다. 운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얻어맞으면서도 조용히 소망하며 운이 오길 기다려야 했다. 때로는 모든 일이 오리무중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돌진해 나가서 운을 거머쥘 힘이 있어야 했다.[108]

 

나는 매일 그들을 이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죽이는 것 말고는 모든 짓을 다 했었다.[115]

 

나는 방금 아버지의 권위를 결정적으로 깨뜨렸다. 이제 나는 아버지와 대등했다.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려면 나도 같은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119]

 

그러다가 조피아를 보자 근육이 풀어진 듯 웃음이 쉽게, 저절로 나왔다. 마치 지친 몸을 따뜻한 물에 담그는 듯한 기분이었다.[121]

 

그래, 나도 너를 전부터 알았던 것 같은 기분이야. 그녀가 말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조피아를 만났을 때 그녀가 말했다. 두 사람이 늘 알던 사이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이 진짜 사랑인지도 몰라.[123]

 

마지막까지 몸조심해야 한다. 우리에겐 목숨밖에 없어. 너 같은 젊은이들이 우리의 생명이야. 몸조심해라.[127]

 

생사를 건 도박이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우리의 목에 드리운 올가미를 죄어 왔고 우리는 더욱 더 숨통이 막혔다. 내 역할은 그 숨통을 조금 틔워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위험 부담은 커져만 갔다.[131]

 

젊음은 내편이었다. 며칠이 천천히 유쾌하게 지나갔다. 나는 일이 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140]

 

마르틴, 첫 번째 기회를 잡아야 해. 항상 첫 기회를 잡아야 한다. 두 번째 기회란 건 결코 없어. 아버지의 말이 기억 났다.[142]

 

나는 그 모습을 전부 내 눈으로 기록했다. 내일이면 내게도, 내 가족에게도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탈출하기 위해, 이기기 위해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 두어야 했다.[147]

 

모두가 자기 목숨을 유지하는 데 혈안이 됐다. 내 목숨을 구하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일은 다반사였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때였다.[149]

 

무슨 일이건 방법을 배우게 되는 법이다. 심지어 죽음을 피하는 방법까지도.[157]

 

나는 이제 강했다. 나는 매질에 단련돼 있었고 그들이 지졌던 손, 그들이 으스러뜨렸던 손가락은 목을 조이는 데 익숙했다. 내 손은 내 증오만큼이나 강했다.[162]

 

그들이 죽지 않으면 우리가 죽었다. 전쟁에는 죄책감 따위가 끼어 들 자리는 없었다.[166]

 

나는 기억하는 일도 포기했다. 매일매일이 그 전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미지의 시간이 됐다. 그 일들이 바로 전 날 일어났다 해도 그건 과거의 일이었으며, 과거란 무의미한 것이었다.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해서 내일까지 견디는 게 중요했다. 뒤돌아보면 죽는다. 어제를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인 질병이었다.[167]

 

그들은 우리 마음 속에 비겁함의 씨앗을 심어 놓았다. 그들은 우리를 파멸시키고 타락시키길 원했다. 안녕, 파벨, 내 친구 파벨, 그들이 벌써 너를 죽였구나.[172]

 

아버지는 내게 힘을 주었다. 내 뜻이 곧 아버지의 뜻이었다.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반쪽이었으므로 우리 중 하나가 살아 있다면 다른 한쪽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살게 해 줘서 고마워요.[174]

 

나는 말을 멈추고 어머니와 리브카의 어깨를 잡고 두 팔로 감쌌다. 동생들은 우리 다리를 잡고 가까이에 있었다. 어머니는 조용하게 흐느꼈다. 눈물이 내 손에 떨어졌다. 나는 식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바싹 껴안으며 몸을 지탱했다.[178]

 

5장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

 

나는 내 부드러움과 내 모든 힘을 그들도 느낄 수 있도록 내 팔을 통해 전해주려 애썼다. 그들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179]

 

안녕, 내 식구들. 나는 식구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며, 더 이상 내가 식구들을 죽음에서 벗어나게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목이 메어왔다. 죽음이 그들을 데려갈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도 이 곳에 왔는지도 모른다.[181]

 

나는 생각을 해 보고 그래서 굴복하는 대신 내 운명을 스스로 택하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181]

 

나는 생명을 스스로 끊지 말고, 비겁하게 죽음을 받아들이지는 말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다. 그건 우리의 목숨이 보석처럼 값지다는 뜻이었다.[184]

 

나는 살아 남기로 결정했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하여.[185]

 

자살은 일종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자의 반항이었다. 미에테크,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항의하고, 사실을 말하고, 복수를 해서 우리 민족이 너를 통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187]

 

나는 그 절망적인 흐름에 맞서 싸웠다. 내가 의지할 건 내게 계속 말을 거는 방법뿐이었다.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이해 살아야 한다. 복수를 하고 세상에다 대고 트레블린카가 죽음을 뜻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188]

 

기쁨과 희망의 미로를 거쳐 온 생명, 죽은 목숨들. 오직 살아 남아서 복수하고, 살아서 트레블린카의 정체를 폭로할 힘이 있는 사람을 통해서만 그 생명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터였다.[189]

 

나는 첫 번째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내 생명을 남의 손에 맡겼다. 그래서 나는 졌다.[194]

 

죽어간 내 민족을 위해 내 삶은 달라져야 했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붙잡고 들것에 실어가 던졌던 그 수천 구의 시체들을 위해.[196]

 

그래서 나는 숨을 골라가며, 이를 갈면서 뛰어다녔다. 살아라, 마르틴. 살아서 그들을 죽여라. 그 말들이 내 눈, 내 입, 내 머리를 채웠다. 그 말들이 내게는 약이요, 음식이었다.[197]

 

내게 가득한 수치심, 구역질, 아직도 살아 있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나를 홀리게 했던 살고자 하는 충동, 살아서 내가 본 것, 그들이 한 짓, 그들이 우리에게 강제로 시킨 일들을 표현하려면 나는 다른 목소리, 다른 단어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야만스러워질수록 나는 그들이 패배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199]

 

여기 트레블린카에서 그들이 죽이는 건 유대인들만이 아니었다. 살육자들은 인류 전체를 파멸시키기를 원했다. 유대인이라고 알려진 민족부터 그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을 뿐이었다. 살육자들과 그들의 개들만이 살아 남았다.[214]

 

6장 이주의 광장, 가축 운반용 화물차 그리고 무덤

 

몇 년 동안 내 삶은 대개가 어둠 속에서 뛰어내리는 일로 채워졌었다. 그 정도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220]

 

트레블린카의 죽을 자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나는 사람처럼 사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고 트레블린카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지금은 오히려 잊어야 했다.[222]

 

나는 큰 소리로 말하리라. 그러나 잡히지는 않으리라. 그들이 내 말을 듣기를 거부한다면, 나라도 살아남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혼자라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복수를 해줄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남게 될 터였다.[233]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 선량한 사람들로서는 살육자들의 잔인하고도 미친 짓거리를 알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이기심, 이성, 실용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살육자들은 그들을 절멸하기를 원했다.[234]

 

자기가 옳다는 것을 알고, 확신하면서도 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그들을 위해 말하는데도 그들이 눈앞에서 귀를 막아버리는 것을 보고, 자기의 말이 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본다는 건 너무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렇게 무력한 기분을 느끼게 되다니 정말 악몽이 따로 없었다![236]

 

나는 정면으로 다가갔다. 위험을 제거하는 방법의 하나는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라는 걸 바르샤바 게토와 트레블린카에서 배운 나였다.[238]

 

나는 내가 배신할 것이라는 그들의 생각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해야 했다. 트레블린카아 게토에서 죽은 자들, 그리고 곧 무덤에 눕게 되겠지만 아직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남는 편을 택해야 했다.[257]

 

안녕, 형제들이여. 우리의 삶은 숱한 작별 인사로 채워져 있었다.[263]

 

가라, 미에테크. 가거라. 네 말이 맞다. 네 색깔을 결코 숨겨서는 안 된다. 네 정체도.[267]

 

7장 우리의 생명은 돌과 같은 저항력을 지녔다

 

이 무관심,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이 태도가 당신 같은 사람들을 두 번 죽이고 트레블린카에서보다 더 깊은 곳으로 매장하고 있었다. 그러니 뉴욕이나 더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관심이나 기울이겠는가?[271]

 

하지만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구나. 너희 민족들도 지금 싸우고 있잖아. 그들은 사자처럼 용감해졌더군.[273]

 

우리는 마치 한 몸처럼 팔을 서로에게 두르고 가슴과 가슴을 맞닿은 채 서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짠 눈물을 들이켰고 내 눈물은 내 뺨을 부여잡은 그의 손으로 흘렀다. 우리는 서로 껴안은 채 조용히 교감을 나누며 울었다.[279]

 

마르틴, 너는 투쟁해야 한다.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지.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죽을 거야. 너는 반드시 살아 남아야 한다. 살아 남아라, 마르틴. 우리는 모두를 위해 살아 남아.[282]

 

우리는 인간다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싸웠으며, 우리의 승리는 적과 싸우는 그 자체이지 적을 패배 시키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283]

 

생명은 신성하단다, 마르틴. 우리가 지금은 사람을 죽여야 하지만 부디 생명을 기억해라, 마르틴, 생명을. 너는 생명을 탄생시켜야 한다. 아버지가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네가 어떤 결정을 할 때는 남자다운 남자가 되는 쪽을 선택해라. 살아 남아라, 마르틴. 나는 네가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우리 쪽 사람들이 이기게 되면, 아이들을 갖기 바란다. 그런 후에 그 아이들에게 네 자신을 통째로 내 주어라. 그 생명들은 신성하단다.[286]

 

내가 이 말을 왜 네게 하는지 모르겠구나. 너는 이미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데 말야. 몇 번이나 버텨냈지. 너는 남자다, 진짜 남자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랬어. 아버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287]

 

항복이라고? 어머니들이 무덤 속으로 던져지는 것을 본 우리가, 형제들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난 걸 본 우리가, 아버지가 총에 맞는 걸 본 우리가 항복을? 항복이라니! 살육자들을 믿으라고?[294]

 

아버지는 게토의 돌 사이에 또 하나의 돌이 되어 누워 있었다. 잘 가세요, 아버지. 내 뺨을 간질이던 아버지의 무성한 회색 턱수염과도, 단호하면서도 부드럽던 아버지의 목소리와도 이제는 헤어져야 하는군요. 내 어깨를 잡던 아버지의 손이여, 안녕, 아버지의 이야기도 안녕, 안녕. 아버지는 고통에서 벗어난 인간이나 정의로운 사회를 결코 보지 못하시겠군요. 나를 남자로 만들어주신 아버지,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 아버지.[300]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투쟁을 계속해야 했다. 나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죽음을 피하려는 시도는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어중간한 상태에서 죽기는 싫었다.[304]

 

2 부 복수

 

8장 안녕하시오, 동지

 

나는 확신했다. 내가 그 때까지 경험한 것들은 끔찍한 장애물로 가득한 길고도 높은 오르막길이었으며 그 오르막을 오르는 데 성공해 이제는 정상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적들의 패배를 눈앞에 그려볼 수 있었다. 우리의 승리와 복수까지도.[309]

 

나는 웃고 또 웃으며 손바닥이 부서져라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불렀다. 나, 미에테크! 너무도 오랜 세월 동안 인생이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313]

 

살아라, 미에테크. 그래서 저들을 죽여야지. 그게 원칙이었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조준하고 발사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살려면 죽여야 했다.[328]

 

9장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나는 이름을 또 바꾸었다.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은 언제나 변치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내가 겪은 모든 일들, 아무도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그런 경험들과, 끝까지 버티겠다는 나의 결심은 그대로였다.[333]

 

한 사람의 인생은 늘 본보기가 되는 법. 아버지가 없었다면, 아버지에게 의지할 수 없었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죽음을 향해 떠내려가는 나무 조각에 지나지 않을 터였다.[342]

 

나는 그들의 죄를 찾아내려 했지만 복수라는 행위 역시 하나의 광기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347]

 

폐허가 된 그들의 수도에 우리가 왔다. 아버지, 제가 여기 있어요.[361]

 

10장 복수는 쓰다

 

내 복수는 쓰디 썼다. 내 주위 사람들의 공포가 느껴졌다.[363]

 

우리의 복수는 온건했다. 그들을 가두는 담도 없었고, 이주의 광장도 없었으며 단지 자기들의 도시를 위해 일하는 것 뿐이었다.[364]

 

빚은 모두 청산해야 했다. 남자란 끝까지 가야 하는 법이다.[368]

 

내 인생은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안 다녀본 곳이 없지만 어디에서나 불가능하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나는 여기 살아있지만 그들은 죽었다. 나는 언제나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리라고 믿었다.[375]

 

사람이란 모름지기 사태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계획을 수정하려고 애쓰며,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배워야 하는 법이다.[382]

 

그러니, 내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원수를 완전히 갚는 일에 실패했다. 그리고 내가 복수를 했더라도 그대들의 생명을 되살려 놓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실패했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오로지 새로운 생명만이 그 죽음이 잊히게 할 것이다. 새로운 다른 생명들. [382]

 

3 부 신세계

 

11장 언젠가 나는 나만의 요새를 세우리라

 

나는 우리 주위의 소모적이고 맹목적이며 무의미한 생활에 결코 익숙해질 수 없다. 삶이란 소중한 것이다.[390]

 

나는 언제나 계획을 짰고,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 앞서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럼으로써 일이 되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면서 그들을 이용하려고 했다.[392]

 

여기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이해해야 했다. 이곳에도 남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자기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선구자들도 있을 터였다. 운명에 굴복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 운명을 앞지르고 지배한 사람들도 있을 터였다.[397]

 

유일한 기쁨이자 커다란 기쁨이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었다.[399]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바깥 공기 속에서 행동하기를 원했다.[402]

 

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게토에서처럼 담을 뛰어넘어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고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했다.[402]

 

그들은 삶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남들이 자기들을 이끌도록 내버려두었으며 시간표와 장소에 얽매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만의 법을 만들고 나만의 지도를 만들 작정이었다.[402]

 

나는 내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구속만을 받으며 자유로운 상태로만 살아갈 것이다. 절대로 굴복하지 마, 미에테크.[403]

 

당신은 물건을 팔 권리가 없소. 판사가 말을 시작했지만 내가 끼어 들었다. 저는 살아갈 권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지요.[409]

 

가족이 살아 있을 때 해 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제정신이 아닌 일이었다. 죽음이 가족을 앗아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이 바로 미친 짓이었다.[412]

 

자네는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고 모험하는 걸 좋아하지 않나. 도전도 즐기지. 자네가 살아남기 원했기에 살아남은 것이야. 이제는 부자가 되길 바라고 있지.[422]

 

사실, 나도 정말 기대한 건 아닐세, 멘들. 자네는 자기 길을 직접 찾는 부류지. 아주 먼 옛날의 나처럼 말일세.[423]

 

12장 나는 앞만 바라보며 밀고 나갔다

 

그러나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거리를 두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429]

 

그들은 몰랐다. 그들은 자신만의 위험한 수렁에 빠진 채 끝까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인생이라. 나에게 인생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넘는 것이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행동하며, 전부 다 얻거나 전부 다 잃거나 양단간의 선택을 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433]

 

물건을 구하려면 언제나 원산지로 가야 하는 법이다.[437]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세요, 멘들. 언제나 달려가는군요.[442]

 

언제나 첫 단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첫 단계를 뛰어넘으면 그 후에는 모든 게 쉬워졌다.[447]

 

13장 만남

 

나는 지쳤다, 미에테크. 썩은 나무처럼 언제나 서 있구나. 나무 껍질은 튼튼해 보이지만 나무 둥치 속은 비어 있는 썩은 나무. 나는 너무 외롭고 너무 슬퍼서 토할 지경이었다.[456]

 

그녀가 생긋 웃었다. 우리 둘 다 꼼짝하지 않았다. 나는 뱃속에서 웃음이 끓어올라 가슴과 목으로 물결 치듯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생명과 대면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디나를 오래 전부터 알았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461]

 

4 부 행복

 

14장 드디어 평화와 기쁨이

 

우리는 서로 껴안았다. 나는 그녀의 아버지였고 그녀는 나의 어머니였다. 또한 남매와도 같았다. 그녀의 머리는 내 어깨에 기대려고 만들어졌고 그녀의 몸 전체를 나를 위한 것이었다.[468]

 

우리는 서로 확실히 교감하기 위해 그 동안 각자가 혼자만 누렸던 사소하고 외로운 쾌락을 기꺼이 희생했다.[475]

 

내가 살아남은 게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살아 있었던 증거입니다. 이건 죽어간 당신들의 기적입니다. 이건 당신들의 생명입니다.[478]

 

15장 그래서 나는 새로운 생명을 내 두 손으로 받았다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 잘 알게 돼요. 그리고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되요.[481]

 

5 부 운명

 

16장 안녕, 내 가족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식구들을 찾아야 합니다.’ 다시 트레블린카에 온 것 같았다. 절대 끝나지 않는 전쟁이었다.[500]

 

17장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나는 행복함과 잔혹함, 삶과 죽음을 다 경험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보면서 살육자들과 인간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성취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장벽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505]

 

나는 그들의 생명을 잃은 일이 경고가 되고 예방 수단이 되기를 원했다. 이것이 내가 벌이는 투쟁이다.[506]

 

에필로그 : 내가 사랑한 것들을 위하여

 

나는 책의 성공을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나에게 말해주는 것으로 판단한다. 독자들은 내 이야기를 읽고 내 운명과 삶에서 그들 내부에 있는 진실과 용기를 발견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진정어린 마음을 나에게 들려줌으로써 내가 준 것의 수천 배를 나에게 돌려 주었다.[509]

 

삶 속에서 우리는 힘을 찾아내야 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일이 가능해진다.[510]

 

나는 비극을 여러 번 겪었던 까닭에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사람들이 무한한 힘과 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활력은 사람의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내면에 존재한다. 사람은 스스로 그 활력의 존재를 인정해야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우리의 경험과 운명이 우리 스스로를 인도한다고 나는 믿는다.[510]

 

인간 공동체를 받들어야 하고 모든 인간의 복지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은 공공의 이익이 되어야 하고, 상호의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연이 정한 원칙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유대감이 있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511]

 

비록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 내 삶에는 활력과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마지막 날에 이 기쁨을 외칠 것이다. 이 기쁨이 바로 나를 생존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515]

 

 

내가 저자라면

 

책의 주제와 구성

 

이 책은 마르틴 그레이의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부터 1970년 화재로 가족을 잃기까지의 자신의 삶을 크게 5단계, 즉, 나치 독일의 유태인 말살에 맞선 살아 남기 위한 생존, 생존 이후 소련군 안에서 독일군에 반격하는 복수, 그리고 소련군에서 독일군과 비슷한 광기를 발견한 후 미국으로 떠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신세계, 그리고 운명적인 여인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며 나가게 되는 행복,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자연 재해로 모두 떠나 보내게 되는 기구한 운명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인생의 부조리와 아이러니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인간이 겪는 절망과 좌절과 고통을 엿볼 수 있으며 다시 한 번 인생의 여러 깊은 면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가 받은 긍정적 영향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2차 대전 시절의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현장에 있었고 살아 남았던 증인의 목소리로 들음으로써 더욱 더 그 참상을 실감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극한의 공포 속에서 느끼게 되는 살아 있음의 의미,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었다.

 

저자의 삶에 대한 자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나찌 독일군에 대해 살인마, 사형집행자 등의 격렬한 어휘들을 사용하면서도 그는 이러한 뿌리 깊은 증오와 원한을 넘어서서 보다 높은 차원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개인적/가족적/민족적 고통을 일 차원적인 복수로 맞대응하지 않고 이를 승화시켜 그 광기어린 폭력을 절대 잊어버리거나 용서하지는 않되 반복 재생산 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새로운 창조적 삶의 의지로 전환시켰는데, 이를 통해 고통의 현실적 승화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쟁 속에 살아 남은 이야기가 인간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감동이라면 그가 미국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출발하여 골동품 부호 상인으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은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두나 눈 여겨 봐야 할 또 다른 흥미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잠깐에 목숨이 오가는 상황을 겪어 봤기에 상대적으로 쉬웠다고는 하지만 그의 신세계에서의 생존/성장기에 숨어있는 몇 가지 그의 장사 기법과 자세는 작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책의 특장점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잘 살려냈다. 특히 자신이 처했던 절박한 상황 및 환경에 대한 기술과 그 안에서 느끼게 되는 죽음의 공포에 대한 심리 묘사가 아주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실제로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책을 읽는 내내 숨이 막힐 정도였다.

 

책의 보완점

 

일반적으로 자서전에 꼭 첨부되는 시각적 도구, 즉, 가족 사진이나 당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사진, 혹은 연대별 정리 등이 별로 없이 소설적인 형식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아무 소지품 없이 강제로 수용소로 이주 당했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으므로 그런 기록물을 챙길 수 없었고, 또한 너무도 커다란 슬픔을 겪은 관계로 저자가 그러한 기록을 공개하기를 거부했을 수도 있지만, 시대적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또 그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시각적 도구는 꼭 함께 첨부되어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서전 비교

 

최근까지 4주 연속으로 자서전 혹은 자서전 성격의 책들을 보았다. 이들에 나타난 주요 특징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

 

l       백범일지 : 조선후기부터 한일합방, 독립 투쟁과 남북 분단에 이르기까지의 백범 선생 자신이 겪은 주요 역사적 사건 및 주요 상황과 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가치관, 그리고 이에 기반 한 자신의 의사 결정과 행동에 대해서 자식들에게 교훈을 줄 목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l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 시대의 흐름과 그 안에서 자신이 교류했던 인물들에 맞추어 자신의 시상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서술하고 있으며, 특히 정치적 격변기에 맞추어 자신의 가치관과 행동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시적인 표현으로 기술하고 있다.

l       오쇼 라즈니쉬 자서전 : 그의 제자들이 라즈니쉬의 주요 강연 내용을 그의 일대기에 맞추어 그의 사상을 전달할 목적으로 작성하였으며, 그의 어린시절의 독특한 환경과 경험, 그리고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반증, 그리고 그의 주요 철학을 그의 연대순에 맞추어 제시하고 있다.

l       마르틴 그레이 자서전 : 2차 세계대전 한 가운데에서 가족의 몰살이라고 하는 죽음의 공포를 체험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아주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이를 극복하고 경제적 성공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으나 산불로 가족을 잃은 비극적인 인생에도 불구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극복한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자서전을 기술함에 있어 저술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연도별 순으로 주요 사건과 경험을 기술하는 것은 모든 자서전에 있어 공통적인 구성이겠지만, 저술 목적에 따라, 즉, 자신의 자서전을 자식들의 교육 목적으로 쓸 것인지, 자신의 사상을 정리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주요 경험을 생생히 전달하고자 함인지에 따라 주제별 구성 방법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막상 나의 개인사 50페이지를 자서전 형식으로 쓸려고 생각하니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앨범을 살펴 보고 어린 시절의 사진과 남겨진 기록물들을 보니 조금씩 기억과 경험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서전을 잘 쓰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록물을 잘 챙기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P *.176.68.156

프로필 이미지
2009.06.30 12:02:36 *.12.130.121
그치! 미국에서의 성공 스토리만 따로 떼어도 한 편의 자기 계발서가 나올 듯 하지?
나 역시 앞부분도 대단하다 여겼지만 뒷부분도 상당히 강한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공~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12 [11]오쇼 라즈니쉬 자서전- 길은 내안에 있다 [1] 정야 2009.06.22 3302
3111 살아야 한다. 나는살아야 한다 - 마르틴 그레이 [3] 혁산 2009.06.28 2957
3110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2] 書元 이승호 2009.06.28 2905
3109 [13]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저자 및 내가 저자라면 [2] 수희향 2009.06.28 2855
3108 [13]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인용문 수희향 2009.06.28 2557
3107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 For Those I Loved. 백산 2009.06.29 3075
»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마르틴 그레이 [1] [1] 희산 2009.06.29 2759
3105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 마르틴 그레이 [1] 혜향 2009.06.29 3507
3104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마르틴 그레이 [1] 효인 김홍영 2009.06.29 3140
3103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 file 예원 2009.06.29 5104
3102 [12]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1] 정야 2009.06.29 2826
3101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 마르틴 그레이 숙인 2009.06.29 3345
3100 [13]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21세기 북스 [1] 범해 좌경숙 2009.06.29 2932
3099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숙인 2009.07.05 2568
3098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Now, Discover Your Strengths 백산 2009.07.05 2883
3097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1] 희산 2009.07.06 2359
3096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 혁명 書元 이승호 2009.07.06 5356
3095 [14]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혁명- 청림출판사 범해 좌경숙 2009.07.06 18721
3094 [13]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정야 2009.07.06 2425
3093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혁명 [1] 김홍영 2009.07.06 2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