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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9일 07시 3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마르틴 그레이 (Martin Gray, 1922- )

1922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39년 9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후, 10대 소년이었던 마르틴은 혼란스러워진 세상에서 숱한 고초를 겪기 시작한다. 일가친척 110명은 홀로코스트로 모두 죽임을 당했지만 그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겁 없이 바르샤바의 유대인 거주구역(게토) 담을 넘어다니며 식품 밀수로 살아가던 그는 결국 바르샤바 인근의 트레블린카 수용소에 갇히고 만다. 유대인 멸절 수용소로 불리던 트레블린카 소용에서도 그는 어머니와 두 동생을 잃고 시체들을 무덤 구덩이로 나르는 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명을 부지하다 ‘살아남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이를 악물고 탈출에 성공한다.


바르샤바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와 재회하지만 1943년,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낸 바르샤바 게토 봉기에서 아버지를 잃은 뒤 복수를 위해 파르티잔이 되어 싸운다. 소련의 붉은 군대에 입대한 그는 베를린에 입성, 러시아와 폴란드 지하 저항단체에 합류해 나치 잔당 제거 작업에 나선 어느 날 '나 자신이 살육자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국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골동품 도매 무역회사를 세워 큰 성공을 거둬 미국에서 결혼도 하고 가정을 이루지만 그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아내를 비롯해 네 자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1970년 10월 3일 뜻하지 않은 마을의 산불로 또 다시 전 가족이 몰살을 당하는 비운을 겪으며 그의 세계는 다시 한번 산산조각이 난다. 모든 것을 포기한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는 자살함으로써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아내의 이름을 따서 디나 그레이 재단을 설립해 어린이들과 사람들을 산불의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앞장섰다. 인권・환경・문화 관련 운동과 자신의 경험을 글로 남김으로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저술 작업에 전념한다. 또 책 인세와 영화에 대한 권리는 인권 단체와 환경단체에 모두 기부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그레이는 말한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서라도 살아야 한다고.


그의 책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의 원제는 <For Those I Loved>로 1972년,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요약판으로 실리기도 했다. 또한 이 책은 26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에서 300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그의 책을 읽었다.


마르틴 그레이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한 공로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유러피언 메리트(유러피안 메리트 재단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금메달을 수상했으며, 파리의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영향력 있고 고무적인 저술 활동과 디나 그레이 재단의 사업성과를 인정한다.”는 표시로 명예 인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 다그 함마르셸드(2대 유엔사무총장을 역임, 사후 노벨 평화상 수상)상을 수상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저자와의 인터뷰 - 생명의 힘

내 가족의 죽음을 헛되이 묻히게 할 수는 없었소.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내 인생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 책을 쓰면서 죽음에 대해 깨닫게 되고 내 삶에 새로운 방향이 생겼지요. (11)


“독자들은 편지에서 자신들의 심정을 들려주면서 내가 준 것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내게 돌려주었습니다. 독자들은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오자 나의 정신적 에너지도 커져 갔습니다. 내가 살면서 남에게 주었던 것들이 몇 배로 커져서 돌아오는 걸 경험했어요. 그게 <살아아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란 책이 이루어낸 기적이죠. 이 책은 다른 책과는 다릅니다. 나는 이 책을 나와 내가 사랑한 사람과의 사이를 잇는 고리를 만들기 위해 썼는데, 이 책은 내가 사랑한 줄도 몰랐던 수백만 명과 연결시켜주었지요." (12)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은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요. 내가 예전에 보고 겪었던 모든 불공평함과 잔학 행위들이 불행하게도 오늘날에도 나를 쫓고 있지만, 그때마다 언제나 나를 도우려는 손길 역시 있다는 걸 늘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계속 지니게 되지요." (12)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내부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한 생명력이 있다는 걸 깨닫기 바람니다. 조그만 예지요. 나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이라고 성공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내부에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너무도 자주 억누르는 이 에너지를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자기 내부에 있는 사랑의 욕구를 나타낼 용기를 찾아내, 충만함과 부유함, 창의력과 용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삶을 살기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13)


제1부 생존

"절대로 잡히지 마라. 하지만 만일 그들에게 잡혔을 때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해라. 탈출하는 것, 네가 옴짝달싹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해도 탈출해라. 그들에게 잡혀있으면 기회가 없다. 탈출하고 나면 늘 희망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절대로 기다리지 마라. 첫 번째 기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최고의 기회다." (34)


사람에게서 나를 보호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36)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삶에 대처해가는 건 내게 달린 일이었다. (37)


나는 걸어갔지만 아버지의 발자국이 뒤에서 따라오는 걸 들을 수 있었따. 마치 서로 모르는 여느 행인들처럼 우리는 걸어갔다. 그러더니 아버지가 나를 따라잡고는 나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우리는 복수할 거다. 마르틴. 결국 우리가 더 강한 자가 될 것이다.” (41)


우리 집은 우리 삶을 그대로 비쳐주는 것 같았다. (41)


목숨이란 그런 것이었다. 목숨이란 게 말 한 마디에 달려있었따. 청어 몇 마리보다 하찮은 게 목숨이었따. 우리는 그걸 깨달았다. 목숨에 집착할 이유가 뭔가? (47)


나는 한 남자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힘을 발견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아무 불평없이 죽을 수 있다. 그가 원한다면 그는 살아남을 수도 있따. 이름도 모르는 그 빨간 머리의 친구에게 감사한다. 그는 우리를 위해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죽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48)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법이었다. (49)


운을 믿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인생이란 장애물 경기다. 처음 장애물을 뛰어넘었더라도 그 너머에는 더 높은 장애물이 또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더 가깝고, 더 어려운 장애물이 또 다가온다. (50)


가족이란 이상하다. (54)


가족은 온전한 하나의 세계였다. (55)


물건을 팔려는 생각보다는 현장을 보고 모든 걸 빨아들이고, 알아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게는 독한 술과도 같았다. 나느 알아야 했고 이 잔인한 세계를 내 눈과 내 마음에 기록해서 언젠가는 내가 본 모든 것들, 우리가 받았던 모든 고통들을 말해줘야만 했다. 그러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랐다. (58)


나는 도박을 했고 한 번뿐일지는 몰라도 살육자의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도 인정이 있다는 걸 알았고, 또 자기를 증오하는 사람에게도 뇌물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니 도박에서 이긴 셈이다. 그 사람들도 바슬라 강둑에 있는 진흙처럼 내 마음대로 빛어 만들 수 있는 진흙과 같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이긴 것이다. (77)


별것 아니었지만 내가 자유롭게, 사는 듯이 살기로 결심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삶도 조금은 도와주어야 했다. 자기만을 위해 산다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78)


이기심은 그들이 내게 심어준 무기였다. 나는 그것을 거머쥐고 이용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하여. (83)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를 걱정하면서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83)


"마르틴은 열정이 넘쳐서 그러는 거야." (85)


아버지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해봐라, 내 아들, 해봐, 성공해라. 네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잘 해봐라."라는 뜻이었다. (97)


나는 그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게 나의 힘이었다. (100)


이 사람들이 나에게 충성하기 하려면 내가 먼저 그들에게 충성심을 보여야 했고 그들이 나를 존경 해야 했다. 존경이란 내가 먼저 그들에게 겁을 준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한 일, 내가 얻은 것들 때문에 내가 존재했고 내 존재가 의미가 있었다.  (102)


내 방식대로 싸우는 일을 멈추는 건 존재하기를 멈추는 일일 터였다. (104)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바꾸고 이름을 바꾸고 성격을 바꾸고 언어까지 바꾸었지만, 국외 거주 독일인이나 불량배 노릇을 할 때면 스스로를 관찰하며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적이 행동을 취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정하기 위해 적들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거울 앞에서 연기하는 나를 보듯 두 개, 심지어 세 개의 인격을 가지는 법을 익혔다. 나는 혼자서 말하고 들었다. 한 인격의 몸짓을 하면서도 이미 속으로는 다른 인격의 몸짓을 준비했다. 무언가를 보면서도 보지 못한 척 꾸미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탓이다. (107)


나는 방금 아버지의 권위를 결정적으로 깨뜨렸다. 에제 나는 아버지와 대등했다.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려면 나도 같은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 (119)


시간은 무정했다. 구하지 않으면 갖지 못하는 것이다. 연기해서는 안되는 것들이었다. (123)


이익이 많이 나는 계획들이 으레 그렇듯 내 계획은 단순했다. 나는 게토의 담인 ‘표적’은 이용하지 않고 게토로 들어가는 정문을 이용하기로 했다. (132)


그러나 살아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었다. 잠든 것 같이 죽은 어린 소녀를 위해서라도 나는 살아야 했다. (143)


“당신이 나를 죽이면 아무것도 얻는게 없어요.” 나는 침을 뱉었다. 그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연발 권총을 든 채 일어섰다. 그는 머뭇거렸다.내가 그렇게도 자주 시험했던 내 행운이 올지 말지 모르는 상황이었다.(139)


나는 그 모습을 전부 내 눈으로 기록했다. 내일이면 내게도, 내 가족에게도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탈출하기 위해, 이기기 위해 먼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두어야 했다. (147)


모두가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데 혈안이 됐다. 내 목숨을 구하려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일은 다반사였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때였다. (149)


“마르틴, 살아남아야 한다. 기억해. 오늘은 물론 언제까지나.” (155)


나는 자신이 있었다. 매번 탈출할 때마다 나는 힘을 얻었고 내가 살아남을 것이며, 그 의지가 굳건하다면 운명을 내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158)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탈출하는 길뿐이었다. (160)


며칠을 못 만난다 해도 마음속으로 나는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 잇었고 아버지도 나와 함께 잇었다. (161)


아버지는 내게 힘을 주었다. 내 뜻이 곧 아버지의 뜻이었다.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반쪽이었으므로 우리 중 하나가 살아 있다면 다른 한쪽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살게 해줘서 고마워요. (174)


나는 내 부드러움과 내 모든 힘을 그들도 느낄 수 있도록 내 팔을 통해 전해주려 애썼다. 그들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180)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목소리, 다른 단어들이 필요하다. 단어 하나 하나마다 사라진 수천 명의 삶을 추모해야 하며, 그 삶과 함께 사라진 기쁨과 인생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기려야 한다. (180)


나는 생각을 해보고 그래서 굴복하는 대신 내 운명을 스스로 택하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181)


나는 ‘나아가, 마르틴. 계속 가라. 미에테크. 그곳에 삶이 있다. 나아가라.’라고 내 안에서 말하는 어떤 힘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182)


나는 살아남기로 결정했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하여. (185)


자살은 일종의 반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자의 반항이었다. 미에테르,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항의하고, 사실을 말하고, 복수를 해서 우리 민족이 너를 통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187)


나는 그 절망적인 흐름에 맞서 싸웠다. 내가 의지할 건 내게 계속 말을 거는 방법뿐이었다.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 (188)


그래도 내가 공포에 맞서 결심을 굳건히 유지한다면 기회는 있었다.(189)


기쁨과 희망의 미로를 거쳐 온 생명, 죽은 목숨들, 오직 살아남아서 복수하고, 살아서 트레블린카의 정체를 폭로할 힘이 있는 사람을 통해서만 그 생명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터였다. (189)


내 생명을 남의 손에 맡겼다. 그래서 나는 졌다. (194)


죽어간 내 민족을 위해 내 삶은 달라져야 했다. (196)


내게 가득한 수치심, 구역질, 아직도 살아 있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나를 흘리게 했던 살고자 하는 충동, 살아서 내가 본 것, 그들이 한 짓, 그들이 우리에게 강제로 시킨 일들을 표현하려면 나는 다른 목소리, 다른 단어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야만스러워질수록 나는 그들이 패배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들의 죽음의 왕국이 인간들의 왕국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더 확신했다. 그들의 재앙과도 같은 괴롭힘은 언젠가는 끝날 터였다. 나는 목 졸린 그 아이들을 위해 증인이자, 판관으로서 거기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시체가 무거울 땐 힘들어하며 달렸다. 그들의 무게에서 우리는 그 이름 없는 시체가 굶주림이 없던 지역, 유대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편안히 살다가 체포되는 지역에서 온 사람임을 짐작했다. (199)


나는 자신을 격려하고 힘을 얻기 위해 그 말들, 그 결심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탈출을 한다 해도 혼자 해야 했다. 믿을 건 나 자신 밖에 없었다.(205)


나는 기다렸다. 매시간 살아 있다는 것만이 내가 가진 패였고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사실이 힘을 주었다. 나는 무덤 구덩이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거기서 나는 달리고, 치과의사 앞에서 조급하게 발을 옮겨가며 기계처럼 일했다. 나는 죽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견뎌내야 한다.(206)


내 전 생애, 그리고 죽은 내 민족들이 나를 보호했다. 나는 해내야 했기에 성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트럭 아래로 뛰어들었다. 차 밑의 굴대들과 울퉁불퉁한 표면을 찾아보고는 허리띠를 굴대 위 틈으로 넣어 걸고 몸 아래로 내려온 허리띠로 몸을 굴대에 묶어 고정시켰다. 그런 다음 쇳덩이를 손으로 붙잡고 얼굴을 그 금속에 딱 붙인 후 내 모든 의지, 내 모든 생애를 걸고 거기 매달렸다. 그 트럭은 나의 피부였으며 방패였고 어머니였다. 나는 거기 두 바퀴 사이, 죽음만이 나를 떼어낼 수 있는; 자궁과도 같은 그 곳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 몸이 두려웠다. 근육이 경련했고 허리띠가 목과 다리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굶주렸는데도 내 몸이 이렇게 무겁다니! 고통스러운 기다림이었다. (208)


그들이 내 말을 듣기를 거부한다면, 나라도 살아남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혼자라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복수를 해줄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남게 될 터였다. (233)


자기가 옳다는 걸 알고, 확신하면서도 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그들을 위해 말하는데도 그들이 눈앞에서 귀를 막아버리는 것을 보고, 자기의 말이 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본다는 건 너무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렇게 무력한 기분을 느끼게 되다니 정말 악몽이 따로 없었다! (236)


그들 대부분에게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큰 공포가 없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250)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았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에테크, 그들은 질 거야. 나는 어떤 역경이든 살아남을 거다. (258)


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들도 만났지만 자기들이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게 빵을 주고 잠을 재워주고 눈비를 피하게 해준 사람들도 만났다.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희망을 계속 간직할 수 있었다. (261)


“가라, 미에테크. 가거라. 네 말이 맞다. 네 색깔을 결코 숨겨서는 안된다. 네 정체도.” (267)


“마르틴, 우리는 계속 견뎌야 한다.”

“마르틴, 너는 투쟁해야 한다. 우리의 의무이기 때문이지.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죽을 거야. 너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라, 마르틴. 우리 모두를 위해 살아남아.” (281/282)


우리는 인간다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싸웠으며, 우리의 승리는 적과 싸우는 그 자체이지 적을 패배시키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283)


“생명은 신성하단다. 마르틴. 우리가 지금은 사람을 죽여야 하지만 부디 생명을 기억해라, 마르틴, 생명을. 너는 생명을 탄생시켜야 한다. 아버지가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네가 어떤 결정을 할 때는 남자다운 남자가 되는 쪽을 선택해라. 살아남아라. 마르틴. 나는 네가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우리 쪽 사람들이 이기게 되면, 아이들을 갖기 바란다. 그런 후에 그 아이들에게 네 자신을 통째로 내주어라. 그 생명들은 신성하단다.“ (286)


거기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고개를 든 채 두 손을 이마 높이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기적을 기다렸다. 나는 차마 그 모습을 볼수 없어서 다시 회벽에 머리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죽음의 장면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마주보아야 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사랑한 모든 이들을 위하여 나중에 말할 수 있어야 했다.

아버지는 게토의 돌 사이에 또 하나의 돌이 되어 누워 있었다. 잘 가세요, 아버지. 나를 남자로 만들어주신 아버지,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 아버지. (300)


나는 그 폐허 속에서 그 뜨거운 돌에 얼굴을 대고 내 동족, 내 가족, 그리고 트레블린카와 잠브로프와 비아위스토크에 있는 유대인 동족, 그리고 여기 함께 있던 내 동료들 모두에게, 내가 사는 한, 내가 생각할 힘이 남아 있는 한, 매일 아침마다, 그들의 생명을 다시 불러내겠다고 맹세했다. 매일 아침 동이 틀 때마다 그렇게 해서 당신들이 나의 일부가 돼서 내 삶을 공유하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폐허 속에서 나는 그렇게 맹세했다. (301)


제2부 복수

나는 확신했다. 내가 그 때까지 경험한 것들은 끔찍한 장애물로 가득한 길고도 높은 오르막길이었으며 그 오르막을 오르는 데 성공해 이제는 정상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적들의 패배를 눈앞에 그려볼 수 있었다. 우리의 승리와 복수까지도. (309)


나는 그 모든 위협에서 살아남았다. 그래서 우리 민족 모두의 이름으로 내가 아직 살아 있다고, 나는 살아 있으며 승리했노라고! (330)


나는 이름을 또 바꾸었다.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은 언제나 변치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내가 겪은 모든 일들, 아무도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그런 경험들과, 끝까지 버티겠다는 나의 결심은 그대로였다. (333)


한 사람의 인생은 늘 본보기가 되는 법. 아버지가 없었다면, 아버지에게 의지할 수 없었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죽음을 향해 떠내려가는 나무 조각에 지나지 않을 터였다. (342)


나는 그들의 죄를 찾아내려 했지만 복수라는 행위 역시 하나의 광기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 (347)


“우리는 조심해야 해, 유레크, 이제는 우리가 더 강한 쪽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두 배 더 인간답게 처신해야 한다고.” (351)


미에테크, 미에테크, 조심하라! 살육자가 되기란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신중하게 행동하려 애썼다. 내 목표는 일반인들과 싸우는게 아니라 살육자들과 싸우는 거였다. (352)


내 복수는 쓰디 썼다. 내 주위 사람들의 공포가 느껴졌다. (363)


우리의 복수는 온건했다. 그들을 가두는 담도 없었고, ‘이주의 광장’도 없었으며 단지 자기들의 도시를 위해 일하는 것 뿐이었다. (364)


빚은 모두 청산해야 했다. 남자란 끝까지 가야 하는 법이다. (368)


나는 살아있지만 그들은 죽었다. 나는 언제나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374)


내 인생은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안 다녀본 곳이 없지만 어디에서나 “불가능하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나는 여기 살아있지만 그들은 죽었다. 나는 언제나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375)


사람이란 모름지기 사태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계획을 수정하려고 애쓰며,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배워야 하는 법이다. (382)


내가 복수를 했더라도 그대들의 생명을 되살려 놓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실패했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오로지 새로운 생명만이 그 죽음이 잊히게 할 것이다. 새로운 다른 생명들. (382)


제3부 신세계

나는 우리 주위의 소모적이고 맹목적이며 무의미한 생활에 결코 익숙해질 수 없다. 삶이란 소중한 것이다. (390)


나는 언제나 계획을 짰고,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 앞서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럼으로써 일이 되도록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면서 그들을 이용하려고 했다. (392)


여기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이해해야 했다. 이곳에도 남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자기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선구자들도 있을 터였다. 운명에 굴복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 운명을 앞지르고 지배한 사람들도 있을 터였다. (397)


유일한 기쁨이자 커다란 기쁨이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399)


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게토에서처럼 담을 뛰어넘어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고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했다. (402)


그들은 삶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남들이 자기들을 이끌도록 내버려두었으며 시간표와 장소에 얽매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만의 법을 만들고 나만의 지도를 만들 작정이었다. (402)


나는 내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구속만을 받으며 자유로운 상태로만 살아갈 것이다.

절대로 굴복하지 마, 미에테크. (403)


“당신은 물건을 팔 권리가 없소.” 판사가 말을 시작했지만 내가 끼어 들었다. “저는 살아갈 권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지요.” (409)


가족이 살아 있을 때 해 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제정신이 아닌 일이었다. 죽음이 가족을 앗아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이 바로 미친 짓이었다. (412)


“자네는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고 모험하는 걸 좋아하지 않나. 도전도 즐기지. 자네가 살아남기 원했기에 살아남은 것이야. 이제는 부자가 되길 바라고 있지.” (422)


그러나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거리를 두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429)


그들은 몰랐다. 그들은 자신만의 위험한 수렁에 빠진 채 끝까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인생이라...... 나에게 인생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넘는 것이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행동하며, 전부 다 얻거나 전부 다 잃거나 양단간의 선택을 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433)


물건을 구하려면 언제나 원산지로 가야 하는 법이다. (437)


언제나 첫 단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첫 단계를 뛰어넘으면 그 후에는 모든 게 쉬워졌다. (447)


나는 지쳤다, 미에테크. 썩은 나무처럼 언제나 서 있구나. 나무 껍질은 튼튼해 보이지만 나무 둥치 속은 비어 있는 썩은 나무. 나는 너무 외롭고 너무 슬퍼서 토할 지경이었다. (456)


제4부 행복

나는 20년 동안 달려왔다. 내 인생은 마치 길게 뻗은 오르막길 같았지만 나는 속도를 더 높여가고 있었고, 그 오르막의 모퉁이들은 점점 더 급하게 꺾이곤 했다. 나는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몰랐다. 멈출 수도 없었다! 멈추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내 삶을 제어하지 못하게 됐다. 내 인생은 나와 함께 질주했고 나는 점점 더 속도를 높여갔다 (467)


내가 정말로 더는 나를 억제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려 하던 그 때, 디나가 내 앞에 나타났다. 넓고 평화로우면서도 당당하고 조용한 강 같은 디나는 내게 진정한 삶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가 바로 생명이었다. (468)


나는 그녀의 아버지였고 그녀는 나의 어머니였다. 또한 남매와도 같았다... 나는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았고 삶은 의미를 되찾았다. (468/469)


그녀는 나의 목자이기도 했다. 내가 다른 세계를 탐험하도록 도왔다. 나는 인류를 위해 쓰여진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음악의 세계에도 눈을 뜨게 됐다. 그녀의 친구들도 알게 됐다.나는 그들을 눈여겨보면서 인간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다. 그들은 세상을 폭력과 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관념을 만들어냈고 또 관념에서 자양분을 얻었다. (469)


디나와는 모든 것을 공유했다. 우리는 사업은 물론 모든 일을 함께 했다. 그녀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도 알았으며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어냈다. 그녀와 함께라면 나는 제국이라도 건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70)


내가 살아남은 게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살아 있었던 증거입니다. 이건 죽어간 당신들의 기적입니다. 이건 당신들의 생명입니다. (478)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 잘 알게 돼요. 그리고 날이 갈수록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되요.” (481)


“이 곳에는 예술적인 분위기가 풍겨야 해요. 품위 있고 넓어야죠. 성채나 예배당처럼 말이에요. 우리는 거장들의 음악을 여기서 듣게 될 거예요.” (481)


이제 내가 흥미를 느끼는 일은 나무를 심고 채소를 거두고 과일을 따는 일 뿐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은 다른 사람들처럼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창안해냈다. (482)


디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했다...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가 다 사랑이 깃든 몸짓이었다. 그녀는 사람과 생물, 무생물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녀 자체가 사랑이었다. (485)


디나는 햇빛이 잘 드는 방에 서재를 꾸며 놓았던 것이다.

“이제 당신이 본 걸 쓰세요. 당신 가족들과 우리를 위해서요.” (491)


제5부 운명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먹기는 했었다. 친구들이 나를 감시했다.

누가 생명을 도로 불러올 수 있겠는가? 누가 내게 생기를 되돌려줄 수 있겠는가? 나는 자살하지는 않았다. (502)


나는 이제 말을 한다. 내 인생을 하나하나 상세히 얘기하면서 광기와 기회의 사슬을 이해하고 나를 짓누르는 불행을 이해하려 한다. (503)


나는 행복함과 잔혹함, 삶과 죽음을 다 경험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보면서 살육자들과 인간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성취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장벽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505)


나는 여전히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기 싫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보답함으로써 존재 이유를 갖는다.

내가 타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의미가 어디 있겠는가?

이것은 나의 운명이다. (507)


에필로그 - 내가 사랑한 것들을 위하여

나는 책의 성공을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나에게 말해주는 것으로 판단한다. 독자들은 내 이야기를 읽고 내 운명과 삶에서 그들 내부에 있는 진실과 용기를 발견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진정어린 마음을 나에게 들려줌으로써 내가 준 것의 수천 배를 내게 돌려 주었다. 나는 우리가 바탕은 모두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 고통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의 에너지는 독자들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면서 점점 커져갔다. 내가 삶에 기여한 모든 것이 곱절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이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라는 책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509)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그냥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다.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진다. (510)


삶 그 자체가 내게는 유일한 기적이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우리는 힘을 찾아내야 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일이 가능해진다. (510)


나는 비극을 여러 번 겪었던 까닭에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사람들이 무한한 힘과 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활력은 사람의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내면에 존재한다. 사람은 스스로 그 활력의 존재를 인정해야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나는 내 삶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우리의 경험과 운명이 우리 스스로를 인도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를 전진하게 하고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운명 말이다. 만약 독자들이 편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쓰는 글이 독자들의 마음에, 전 세계 사람들의 영혼에 연결된다면 그것은 나의 메시지가 나 자신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510)


3. 내가 저자라면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시대에 사랑하는 가족과 일가친척을 잃고 홀로코스트에 홀로 살아남은 저자 마르틴 그레이가 자신의 고통, 자신이 치렀던 전쟁, 비극, 박해, 생존을 향한 투쟁 그리고 그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가 경험한 이야기, 그래서 그는 말할 수 있다

“나는 행복함과 잔혹함, 삶과 죽음을 다 경험했다. 자신의 눈으로 살육자들과 인간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하나의 게토를 파괴하면 또 다른 게토가 생겨난다. 살아내고 끝까지 버텨내면 언젠가는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나의 죽음과 내 가족의 죽음을 보상해 우리의 생명을 영원히 이어가게 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누군가가 남아서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위해 그 이야기를 전하고 증인이 돼 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505/507P)


참혹한 비극의 한가운데서 끝까지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살아남아 자신의 불행했던 삶을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로 승화시킨 마르틴 그레이, 그 앞에서 절망이라는 단어는 꺼낼 수 조차 없을 것 같다. 홀로코스트를 목격했고 산불로 가족 모두를 잃었던 그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은 살아 남았고,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불타는 건물들, 가축처럼 수용소로 끌려가는 사람들, 무의미하고 쉽게 총살당하는 현장에서도 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저항할 때 그 안에는 오히려 더 강한 저항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자신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나아가게 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와 소설 <로드>

이 책을 읽으면서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가 겹쳐졌다.


소설 <로드>의 배경은 대재앙으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지구. 폐허가 된 그곳을,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끊임없이 이어지는 끝이 없는 길을 걸어간다. 남쪽을 향해가는 그들에게는, 생활에 필요한 얼마 안 되는 물품들을 담은 카트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자살용으로 남겨둔 총알 두 알이 든 권총 한 자루가 전부였다. 아버지와 소년은 밤마다 추위에 떨었고, 거의 매일 굶주렸다. 식량은 늘 부족했고 숲에 만드는 잠자리는 춥고 불안했다. 수일을 굶다가 운 좋게 먹을거리를 만나면 그들은 주린 배와 카트를 채운다.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잇따른다. 인간사냥꾼에게 잡힐 뻔하기도 하고 결국 그 사냥꾼을 향해 아버지는 아껴둔 총알 하나를 사용한다.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은 그 사냥꾼의 시신은 나중에 껍질과 뼈만 그 자리에 남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게 안 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아."


끝내, 아버지는 한 발의 총알로 자신을 마감한다.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간직한채, 험난한 여정에서 아버지는 길 위에 쓰러지고, 아들은 살아남아 새로운 동료를 만나 새 여정을 떠난다.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와 <로드>, 이 두권의 책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죽음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일, 즉 최악의 상황 속에 인간을 밀어 놓고 과연 인간은 어떤 삶을 살 수 있는가를 묻고 있는 듯하다.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을 이 세상에 남겨놓아야 하는 일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두 절망의 극한 상황을 견뎌내고 희망을 말하고 있으며, 살아서 남겨진 자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살아서 할 일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절한 고통을 극복해내고 생명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서 활동하기까지,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의 원동력을 스스로의 삶을 통해 증명하고 있었다. 비극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찾아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아직 살아서 생생한 증언으로 어떤 장애물이나 상처, 좌절에 빠져있더라도 희망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스스로의 인생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나 같으면 이렇게 살다가는 심장이 견디지 못해 지레 죽었겠다 싶은 장면이 많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절박했던 그 시대와 견주어 지금 내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온 힘을 다해, 설사 목숨 걸고 있는 일이 행여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며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전해주는 메시지로 남는다.


상처받은 사람은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하는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마음은 진심으로 살펴주고 위로해 주고 싶은데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마르틴 그레이, 우리가 그의 책을 읽어주고 그의 이야기을 들어주는 것으로 그의 상처는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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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30 12:54:21 *.12.130.121
그러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것만큼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뒤에 남겨두고 떠나는 일도 어려울 거라 생각돼.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다 떠나게 되어 있기에,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주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상처받은 사람에겐 진정한 마음을 나누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로드 안읽었는데 덕분에 대략이나마 느낌이 온다... 오늘 리뷰는 형식을 뛰어넘어 너의 강한 울림이 들려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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