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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9일 08시 36분 등록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 | 마르틴 그레이 지음| 김양희 옮김 | 21세기 북스


Ⅰ. 저자에 대하여


『살아야한다 나는 살아야한다』는 최악의 시대에 태어나 100명이 넘는 일가친척을 잃고 홀로코스트에 홀로 살아남은 마르틴 그레이가 자신의 고통, 자신이 치뤘던 전쟁, 비극, 박해, 생존에 대한 투쟁 이야기다. 현재 마르틴 그레이는 생명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1922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그는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할 당시 14살의 마르틴은 나치 독일의 점령 하에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유대인 소년이었다. 전쟁의 폭염 속에서 유대인들은 점령국인 독일인들은 물론이고 패전국인 폴란드 사람들에게서조차 멸시와 박해를 받는 비참한 존재들이었다. 독일인들의 눈, 폴란드인들의 눈, 게다가 같은 동포인 유대인경찰들의 눈을 피해 살아야하는 인간 사냥감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길거리에서 붙잡혀 총살을 당하고 게토에 격리되었다. 홀로코스트의 전조들이 감지되고 있을 무렵, 마르틴은 어머니와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돈과 음식을 구해온다. 마르틴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폴란드 건달들까지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감시병들을 매수하면서까지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줄이 될 경제활동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붙잡혀 가는 가족들을 따라 자진해서 수용소로 가는 트럭에 올라 탈 수밖에 없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모두 잃고 수많은 동포들이 학살당하는 처참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일가친척 110명은 홀로코스트로 모두 죽임을 당했지만 그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유대인 멸절 수용소로 알려진 트레블린카 수용소에서도 ‘살아남으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이를 악물고 탈출에 성공한다.


반복되는 필사의 탈출과 이후 바르샤바로 돌아와 게토 봉기에 참여하여 독일에 대항하여 투쟁하고, 복수를 위해 러시아-폴란드 지하 저항단체에 합류해서 파르티잔으로 싸운다. 저항군에서 다시 소련군 신분으로 나치 독일과 투쟁해온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미국에 살고 있던 외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기회의 땅인 이곳에서도 필사적으로 살아온 결과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된다. 마르틴 그레이는 미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지만 마을에 일어난 산불로 또다시 전 가족이 몰살당하는 고통을 겪으며, 그의 세계는 다시 한 번 산산조각이 난다. 그러나 그는 자살함으로써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인권·환경·문화 관련 운동과 저술 작업에 전념한다.


마르틴 그레이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한 공로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유러피언 메리트(유러피언 메리트 재단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파리의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영향력 있고 고무적인 저술 활동과 디나 그레이 재단의 사업성과를 인정한다.”는 표시로 명예 인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국제연합 다그 함마르셸드(2대 유엔사무총장을 역임, 사후 노벨평화상 수상)상을 수상했다.


Ⅱ.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내게는 여러분에게 들려줄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이 땅에 살기 시작한 때부터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피하려고 애썼습니다. 젊음의 속성인 힘과 믿음, 신뢰, 희망을 읽을까 두려워서였지요. 나는 35년 전에 내가 썼던 이 책이 젊음의 샘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p.5


“때로는 단어가 그냥 단어가 아니고 음절이 단순한 음절이 아닐 때가 있지요. 말들이 다른 영역에서 올 때, 깊은 곳, 마음에서, 피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올 때는 그 말은 예기치 않은 힘을 가집니다.”  p.12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요. 내가 예전에 보고 겪었던 모든 불공평함과 잔학 행위들이 불행하게도 오늘날에도 나를 쫓고 있지만, 그때마다 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계속 지니게 되지요.“  p.12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내부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생명력이 있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나는 조그만 예지요. 나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이라고 성공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내부에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너무도 자주 억누르는 이 에너지를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자기 내부에 있는 사랑의 욕구를 나타낼 용기를 찾아내, 충만함과 부유함, 창의력과 용기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삶을 살기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p.13


그날 밤 우리 가족 모두가 복통을 일으켰고 구토도 했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다. 산다는 것은 다 그런 것이다.  p.28


제2장 한 사람이 지닌 내면의 힘


절대로 잡히지 마라. 하지만 만일 내가 그들에게 잡혔을 때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해라. 탈출하는 것. 네가 옴짝달싹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해도 탈출해라. 그들에게 잡혀 있으면 기회가 없다. 탈출하고 나면 늘 희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절대로 기다리지 마라. 첫 번째 기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최고의 기회다.“  p.34


제3장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


나는 ‘탈출’이라는 행위로 게토라는 감옥에 저항한 것이다. 나는 그 살육자들보다 더 강했다. 나는 그들이 있어도 그들에게 저항하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p.72


나는 도박을 했고 한 번뿐일지는 몰라도 살육자의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도 인정이 있다는 걸 알았고, 또 자기를 증오하는 사람에게도 뇌물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니 도박에서 이긴 셈이다. 그 사람들도 비슬라 강둑에 있는 진흙처럼 내 마음대로 빚어 만들 수 있는 진흙과 같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이긴 것이다.  p.77


나는 사람들이 어떤지 파악해가고 있었다. 내게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보였다. 늙었건 젊었건, 어떤 옷을 입었건 상관없이 그들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나는 알았다. 그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그 점을 지적하면 그들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행동했다. 오로지 그들보다 더 빨리 생각하고 그들보다 먼저, 그들을 위해 결심만 하면 되었다.  p.85


제4장 살육자들이 말했다



제5장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


미에테크,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항의하고, 사실을 말하고, 복수를 해서 우리 민족이 너를 통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p.187


그렇지만 죽음이 기웃거리는 가운데 막사들과 지형을 관찰하고 아래쪽 수용소를 눈여겨 봐두었다.  p.188


죽어간 내 민족들을 위해 내 삶은 달라져야 했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붙잡고 들것에 실어가 던졌던 그 수천 구의 시체들을 위해.  p.197


그래서 나는 숨을 골라가며 이를 갈면서 뛰어다녔다. ‘살아라, 마르틴, 살아서 그들을 죽여라.’ 그 말들이 내 눈, 내 입, 내 머리를 채웠다. 그 말들이 내게는 약이요, 음식이었다. p.197


옷 꾸러미를 실은 기차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놓쳐버린 첫 번째 기회가 아쉬웠다.  p.205


제6장 이주의 광장, 가축운반용 화물차 그리고 무덤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해, 마르틴.”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아버지 자신도 살고 싶어 했다. 아버지도 반드시 살아 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나는 아버지도 나처럼 계속 투쟁하고 복수하기 위해 트레블린카를 탈출했으리라는 확신이 커져갔다.  p.224


"미에테크, 우리를 위해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요. 가서 싸워요. 우리의 복수를 해줘요.“  p.237


아버지와 트레브린카가 가르쳐준 교훈을 잊고 머뭇거렸던 것이다. 남들이 나에 대한 결정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지만 인간의 법정에서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p.243


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짐승들도 만났지만 자기들이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게 빵을 주고 잠을 재워주고 눈비를 피하게 해준 사람들도 만났다.  p.261


그들은 비아위스토크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껏 유지해 오던 생활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일에 대비하지 않았으며, 자기들의 선택폭이 좁아졌다는 것을 깨달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게릴라로 싸우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레브린카로 가서 죽거나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p.262


제7장 우리의 생명은 돌과 같은 저항력을 지녔다


나의 도시, 나의 거리, 나의 과거인 바르샤바, 동부 역이 있었고 프라가와 내가 장갑을 팔던 시장, 내가 뛰어다니던 거리들, 비슬라 강, 포니아토프스키 다리, 부두도 그대로였다.  p.270


우리는 인간다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싸웠으며, 우리의 승리는 적과 싸우는 그 자체이지 적을 패배시키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우리는 적에게 포위된 하나의 섬일 뿐이며 무덤이고, 무관심과 증오에 둘러싸인 게토에 있기 때문이며, 수중에 무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p.283


마르틴, 나는 네가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우리 쪽 사람들이 이기게 되면, 아이들을 갖기 바란다. 그런 후에 그 아이들에게 네 자신을 통째로 내주어라. 그 생명들은 신성하단다.  p.286


"율레크는 무슨 일이든 끝까지 버텨냈지. 남자란 끝까지 버텨야하는 법이다. 마르틴.“  p.287


거기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고개를 든 채 두 손을 이마 높이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기적을 기다렸다. 나는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다시 회벽에 머리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죽음의 장면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마주보아야 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사랑한 모든 이들을 위하여 나중에 말할 수 있어야 했다.  p.300


제8장 안녕하시오, 동지


목숨만 부지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살아 있었다. 이제 나는 승리하고 싶었다. 우리가 승리하면 살육자들은 죽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도망가는 것을 보았고 피를 흘린 채 시체가 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나는 승리하고 싶었다. 지금은 게토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p.307


나는 확신했다. 내가 그때까지 경험한 것들은 끔찍한 장애물로 가득한 길고도 높은 오르막길이었으며 그 오르막을 오르는 데 성공해 이제는 정상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적들의 패배를 눈앞에 그려볼 수 있었다. 우리의 승리와 복수까지도.  p.309



제9장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살아남은 우리들, 수용소의 무덤을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승리는 승리였다. 승리는 트레블린카와 바르샤바의 하수도에서 죽은 자들의 것이기도 했다. 아버지, 저는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1945년 4월 27일, 금요일,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열아홉 살에 나는 베를린에 입성했다.  p.356


자, 다왔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주위에 쌓아 놓았던 벽들을 깨부쉈다. 그들이 우리의 무덤 주위에 감아놓은 철조망을 끊었다. 우리는 가축운반용 화물차의 문들을 열어젖혔고 그들이 우리의 시체 위로 쏟아 붓던 두터운 누런 모래층을 흩어버렸다. 폐허가 된 그들의 수도에 우리가 살아서 왔다. 아버지, 제가 여기 있어요.  p.361


제10장 복수는 쓰다


얼간이가 되는 쪽과 살육자가 되는 쪽에서 양자택일을 해 본 적이 있는가?  p.371


그는 손짓 한 번으로 내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나는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지는 않았다. 이제 내 마음 속에는 다른 꿈이 영글어가고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p.380


"미샤, 기본적으로 슐츠는 그냥 일개 기회주의자이지 전범이 아니라네. 자네들 유대인들에게는 범죄자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러시아인들은 다르지. 자네도 이해하겠지만. 그자는 여기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그런 게 인생이라네. 미샤, 정치이기도 하고.“  p.382


제3부 신세계


제11장 언젠가 나는 나만의 요새를 새우리라


게토에서처럼, 파비아크 감옥이나 트레블린카에서처럼 운명에 굴복한 사람들도 있을 테고, 운명을 앞지르고 지배한 사람들도 있을 터였다.  p.397


돈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자유를 준다는 걸 나는 이미 게토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요새를 건설할 작정이었지 구매 대리인의 무뚝뚝한 지시를 들으며 일하려는 건 아니었다.  p.401


게토에서처럼 담을 뛰어넘어서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고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했다.  p.402

이 도시는 숲처럼 광대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곳이어서 나는 자유를 만끽했다. 행인들과 지하철 승객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태도나 눈에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보았다. 그들의 삶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남들이 자기들을 이끌도록 내버려두었으며 시간표와 장소에 얽매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만의 법을 만들고 나만의 지도를 만들 작정이었다. 나는 도시의 파르티잔이었으며 있을 법하지 않은 곳에 불쑥 나타나곤 했다. 나는 내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구속만을 받으며 자유로운 상태로만 살아갈 것이다.  p.403


이곳에서도 나는 지지 않기 위해, 기계에 묶이지 않기 위해 싸워야 했다.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그 음울한 작업장과 먼지 나는 창고에서 벗어나려면 싸워서 이겨야 했다.  p.405


나는 도시의 자유로운 파르티잔이 될 참이었다.  p.405


가족이 살아 있을 때 해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제정신이 아닌 일이었다. 죽음이 가족을 앗아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이 바로 미친 짓이었다.  p.412


그 사람들은 휴가 여행을 와 있으므로 여윳돈이 있을 것이니 그 돈을 내게 쓰도록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달러가 내 주머니로 들어오게 해야 했다.  p.416


첫 기회를 잡으라고 아버지는 늘 말했었다. 처음으로 다가온 기회는 꼭 잡아야 하는 법이다. 아이디어는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p.424


대서양은 새로운 게토의 담이었으며, 유럽은 바르샤바의 아리아인 지역이고 미국은 게토와도 같았다. 그러고 미국이란 게토에서는 주머니에 달러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곡식이 아니라 오래 된 도자기를 갖고 싶어 했다.  p.424


제12장 나는 앞만 바라보고 밀고 나갔다


나는 그들의 흐릿한 눈과 축 쳐진 어깨에서 공포와 슬픔을 보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남자들은 주말의 자유를 누리려고 이 방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한 주를 시작하며 브롱크스로 돌아갔다. 그들은 몰랐다. 그들은 자신만의 위험한 수렁에 빠진 채 끝까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인생이라……. 나에게 인생은 람블로프 숲에서 공격할 때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넘는 것이며, 끝까지 버티는 것이며,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행동하며, 전부 다 얻거나 전부 다 잃거나 양단간의 선택을 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p.433


언제나 첫 단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바르샤바에서도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해 매달려야 했을 대, 승강구에 있는 폴란드 경찰이 어떻게 행동할지 몰랐을 때, 게토의 담을 한 번도 넘어보지 못했을 때, 그런 때가 가장 어려웠다. 첫 단계를 뛰어넘으면 그 후에는 모든 게 쉬워졌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 힘든 일을 하지만 그런 건 일상사였다. 나는 커다란 장애물을 돌아왔고 위험한 파도를 헤쳐 왔으며 이제는 물살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됐다.  p.447


제13장 만남


“저, 이사 왔어요.” 방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나는 집다운 집을 갖게 된 것이다.  p.464


제4부 행복


제14장 드디어 평화와 기쁨이


나는 20년 동안 달려왔다. 곡식 한 자루를 얻고, 내 생명을 지키고, 내 가족의 복수를 하려고 달렸고, 브롱크스의 층계참마다 돌아다니며 스카프와 손수건을 팔려고 달렸으며 뉴욕에서 파리로, 베를린에서 런던으로 돈을 벌려고 달렸다.  p.467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살아 있었던 증거입니다. 이건 죽어간 당신들의 기적입니다. 이건 당신들의 생명입니다.‘  p.478


제15장 그래서 나는 새로운 생명을 내 두 손으로 받았다


나는 바르르 떠는 새 생명을 내 두 손으로 받아냈다. 나는 아기의 첫 움직임을 손가락으로 느끼고 첫 울음소리를 들었다. 내 가족 모두의 얼굴이기도 한 갓 태어난 작은 얼굴을 보았다. 5월 그날, 나는 내 두 손으로 직접 새 생명을 받았다.  p.483


제5부 운명


제16장 안녕, 내 가족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었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나는 나와 그들을 위해 소리쳤다. “안돼! 그럴 리가!” 그렇게도 오랜 세월 동안 “안녕, 내 가족이여, 내 식구들이여, 안녕.”이라는 말을 해온 그 목소리들을 이제 그만 그치게 하고 싶었다.  p.501


제17장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다른 시련도, 다른 고통도 많았지만 나는 그것들도 다 견뎌냈다. 나는 내 가족들, 내가 처음으로 이루었던 가족을 위해 그 불행들을 참아냈다. 그 화재가 내게 너무도 잔인했기에 현재로서는 이 싸움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p.506


나는 살아가고 일을 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전 세계의 독자들이 내 책에서 희망을 얻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독자들은 내 이야기를 읽고 내 운명과 삶에서 그들 내부에 있는 진실과 용기를 발견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진정어린 마음을 나에게 들려줌으로써 내가 준 것의 수천 배를 내게 돌려주었다. 나는 우리가 바탕은 모두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의 에너지는 독자들의 에너지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면서 점점 커져갔다. 내가 삶에 기여한 모든 것이 곱절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p.509


결국은 죽을 텐데 우리는 왜 사는가? 왜 살인자와 희생자가 생기는가? 왜 행복과 불행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는 운명, 운, 하나님이 있는가? 나는 나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그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다.  p.510


나는 비극을 여러 번 겪었던 까닭에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사람들이 무한한 힘과 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활력은 사람의 내면에서 만들어지고 내면에 존재한다. 사람은 스스로 그 활력의 존재를 인정해야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나는 내 삶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우리의 경험과 운명이 우리 스스로를 인도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를 전지하게 하고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운명 말이다.  p.510


인간 공동체를 받들어야 하고 모든 인간의 복지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은 공공의 이익이 돼야 하고, 상호의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이 돼야 한다는 것은 자연이 정한 원칙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유대감이 있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p.511


그가 이 글을 쓴 지 2000년이 지난 후에 나는 그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 공동체는 엄청난 기억을 소유하고 있다. 죽음은 종말과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모두 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p.512


나는 하늘이

저 멀리

바다의 표류자처럼 길을 잃고

마차의 행렬을 타고 멀리 떠나가 이들의

이름으로 가득차길 기도합니다.

그들을 사랑한 내게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나의 마지막 날까지 그들과 함께 하리라고

나는 기도합니다.

나는 거대한 미지의 바다를 지난 후

우리가 함께 여행하게 되리라고

기도합니다.  p.512



나는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의 결합을 믿는다. 믿지 않는 자라도 인간 공동체가 희망의 원칙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구상에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 인구가 증가한다는 말은 곧 희망의 원칙이 우리 마음에서 너무나 강력해 우리의 사랑으로 태어난 자들이 결국 죽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생명을 잉태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아름다움을 만났기 때문에 희망의 영원성을 믿는다. 아름다움은 여자와 아이들의 얼굴에 있다. 하지만 어떻게 봐야 하는지만 안다면 모든 이의 얼굴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미소나 주름살 뒤에 숨겨 있는 것을 보아야 하고 심지어 추함이란 고통의 표현이자 고독과 몰이해에 대한 항의일 뿐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보는 법을 알아야 한다. 내가 사진작가나 화가들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들이 예술의 경지에 오르면 사람들의 얼굴에서 인간의 진실을 잡아내고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p.513





Ⅲ. 내가 저자라면



마르틴 그레이의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자신의 불행했던 삶을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로 승화시킨 이 놀라운 이야기이다. 최악의 시대에 태어나 100명이 넘는 일가친척을 잃고 홀로코스트에서 홀로 살아남은 저자 마르틴 그레이의 고통, 그가 치렀던 전쟁, 비극, 박해, 생존을 향한 투쟁에 대해 이야기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전쟁이나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불타는 건물들, 가축처럼 수용소로 끌려가는 사람들, 무의미하고 쉽게 총살당하는 현장에서도 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저항할 때, 그 안에는 돌과 같은 저항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자신의 ‘인생’ 통해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나아가게 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14살부터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일대기를 묘사하고 있다. 1940년, 열네 살 소년시절 바르샤바 게토 안으로 식품을 밀수하면서 ‘첫 번째 기회를 잡아라’라는 생존의 기본 원리를 배우며 빠르게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때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그 악몽에 갇혀버린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는 ‘유대인 멸절’을 시도했던 주요 강제수용소 중 처음으로 생겼던 트레블린카 수용소로 이송된다. 그 후 그는 그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도 가장 밑바닥인 곳에서 가스실을 청소하고 시체들을 무덤구덩이로 나르는 일을 한다. 가스실에서 실낱같은 목숨만 부지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무덤구덩이에서 더 큰 고통을 겪으며 죽어가지 않도록 자기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적도 더러 있었다. 비록 어머니와 두 남동생들이 트레블린카에서 살해되고 아버지는 바르샤바 게토가 봉기했을 때 나치친위대원들에게 총을 맞아 죽었지만 마르틴 그레이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존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트레블린카를 탈출한 그는 파르티잔들과 합류해서 싸우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후, 결국 미국으로 가서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트라우마와 악마들에게 시달리면서도 새로운 삶을 되찾는다. 그 와중에 소중하게 꾸린 가정(부인과 네 자녀)이 산불로 순식간에 조각나는 고통까지 겪는다. 이후 그는 자살의 충동을 이겨내고, 생명과 평화 운동으로 세상에 자신의 희망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자는 한 생명이 가지는 생명의 힘을 서사시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제1부 생존에서는 생명을 가진 것들이 놓이게 되는 상황들과 강한 생명력의 존재를 통해 목숨을 부지해 나가는 것을 보여 준다. 제2부 복수에서는 목숨만 부지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살아 있음과  승리에 대한 강한 확신과 열망을 보여준다. 살육자들에 대한 복수의 열망이 자신만의 요새를 세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변모해 간다. 제3부는 미국이라는 신세계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다시 한 번 생명력을 불태운다. 제4부는 한 여인을 만남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평화와 기쁨 가운데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살리는 데 헌신함으로 가족이라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세계를 만들어간다. 제5부 운명은 또 다시 가족들과 이별하면서 상황에 의해 삶의 희망을 읽어버리지 않고 또 다시 자신의 생명 안에 자신이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살아 있음을 발견하고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을 선택하고 사랑으로 세상을 감싼다.


이러한 테마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비롯해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글루미 선데이’ 최근의 ‘더 리더’에 이르기까지 잘 나타나 있다. 이 영화들 또한 전쟁과 역사가 만들어낸 참혹한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와 더불어 최악에 시대에도 생명의 존귀함과 인간의 희망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혹한 비극의 한가운데서 끝까지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살아남아 모든 절망을 내리 꺾어버린 마르틴 그레이는 자신의 불행했던 삶을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로 승화시키고 우리가 희망의 끈을 놓으려 할 때 희망을 되 살려준다. 그의 삶을 통해 희망은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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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9.06.29 19:13:48 *.246.146.19
친구~ 오랜만에 댓글을 다네. 퇴근을 앞두고 잠시 들렀다. 건강하지?

이 책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는데 연구원들 REVIEW를 보니 느낌이 색다르네. 나는 생뚱맞게도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들이 자꾸 떠올랐다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전쟁은 모든 일상을 새롭게 재편한다는 것에 대한 오래 묵은 생각도 다시 떠오르고,  전쟁이라는 거대한 그러면서도 잘못 발현된 집단 무의식과 개인과의 관계에 대한 절망스러운 추정들. 주인공을 아프게 했던 변심한 이웃들, 그들의 입장에 내가 처했더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를 돌아보기도 하고... 요즘은 책을 보면 왜 이리 잡생각들이 많은지 원.   --;

친구, 만나지 못해도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는 거 알지? 나보다 100배 쯤 성실해 보이는 그대가 친구여서 좋다네. 언제나 열심히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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