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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일 21시 55분 등록
Ⅰ. ‘저자에 대하여’


  제레미 리프킨에 대한 기억은 대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서관에서 ‘엔트로피’ 라는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제목이 거창하여(?) 몇장을 넘겨 보았었다. 하지만 당시 도저히 내수준으로는 버거운 내용인것 같아 책을 그만 덮고 말았다. 이런 아련한 추억의 그가 다시 오늘 내앞으로 등장 하였다.


  저서중의 하나인 ‘유러피언 드림’ 책을 읽노라면 그의 폭넓은 식견과 함께 무엇보다 마음에 들어오는 점은 타인들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성과 자연친화적인 마인드이다. 그래서인지 법정스님의 수필집 ‘먹어서 죽는다’에서도 제레미 리프킨의 `쇠고기를 넘어서`라는 책이 언급되어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美쇠고기 수입 건으로 갑론을박(甲論乙駁)을 겪고 있을때 모신문과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들은 GMO나 미국 쇠고기를 받아들이기 전에 미래에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에 대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을 주기도 하였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3년 1월 26일~ )은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태어났으며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에서 성장하였다. 1967년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에서 경제학 학사학위 취득 및 터프스 대학의 플레처 스쿨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취득 하였다. 여기서 눈여겨 볼점은 그의 학위이다. 즉 그의 전공을 보면 그는 정식적인 과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 그이기에 저작 중 하나인 내가 대학에서 조우 하였던 ‘엔트로피’는 엔트로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역학 제2법칙을 자의적으로 해석 하였다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인해 (열역학을 벗어나 버린 엔트로피) 타임 지에서는 “과학계로부터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경제학자, 미래학자, 환경학자, 운동가, 저술가로써 다양하게 불리워지고 있는 그이지만 평가는 항상 극단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너른 시야로 지구적 구조와 미래를 바라보는 탁월한 사상가이자 활동가로 추앙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앞서 언급한「타임」지의 표현대로 그를 사이비 저술가, 기껏해야 영향력있는 선동가로 본다.

  사실 리프킨의 초기 저작들은 '사이비 과학'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할 정도다. <엔트로피 2>로 번역된 <Algeny>는 영적인 세계관을 역설하여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로부터 "학문으로 가장하여 교묘히 짜집어진 반(反) 지성적 프로파갠다"라 비난받았다. 이후 <바이오테크 시대> 등에서 드러낸 유전자 공학에 대한 반감 탓에 '기술혐오자', '신-러다이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리프킨에 대한 이런 엇갈린 평가는 그의 30여년간의 활동이 언제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열렬한 것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977년~현재 비영리 조직인 'Foundation of Economic Trends (경제조류재단)'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이사장으로 있으며, 1994년~현재 워튼 스쿨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가장 천착하는 문제는 기술이 환경 및 제반 사회구조에 미치는 영향으로, 환경과 경제가 일정하게 통합된 구조임을 역설한 앞서 언급한 ‘엔트로피’는 그의 초기 대표작이자 8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논쟁작 중 하나이다. 이후 리프킨은 광범한 현실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에 매진하여, ‘노동의 종말’에서는 정보화로 소수 엘리트를 제외한 인간의 노동이 서서히 제거되어 나갈 것이라는 노동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바이오테크 시대’에서는 산업시대와 비견될만큼 중요한 ‘유전자의 시대’가 인간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을, ‘소유의 종말’에서는 문화마저 자본에 잠식되어 모든 경험과 시간이 상품화되는 '접속 시대'의 그림을, ‘육식의 종말’에서는 육식의 팽배가 얼마나 생명권을 파괴하는지를 고발한다. 또한 부인 캐롤 그룬왈드 리프킨과 함께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는 채식운동과 녹색생활운동도 그의 활동 궤적에서 빼놓을 수 없다.


  리프킨은 전세계 20개국 500여개 대학에서 강연했으며, 미국정부의 각종 환경.경제정책 방향에 입김을 넣고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추종자나 비판자 모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중설득가로서의 그의 역량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바람을 일으켰던 앞선 '종말' 시리즈를 비롯한 그의 책은 새롭지 않은 주장을 풍부한 실례로 뒷받침해 인상깊게 제시한다.

  이런 그이기에 전세계 8개국 대통령과 지도층 인사들의 자문역을 맡을 정도로 제도권에서도 인정을 받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만의 행보로써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제레미 리프킨. 오늘도 그는 세상과의 교류를 위한 가교(架橋) 역할을 하기위해 진보중이다.



 

Ⅲ. ‘내가 저자라면’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는 인물중 하나인 자크 아탈리는 ‘미래의 물결’ 저서에서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과 함께 국가의 존재를 넘어선 하이퍼 제국이라는 것을 등장시키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역시 ‘유러피언 드림’ 저서에서 자국인 미국보다는 영토와 국가라는 지역적 영역과 공간을 넘어선, 새로운 “언덕 위의 도시”[city upon a hill:청교도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갈 때 품었던 이상적 세계관을 상징하던 표현] EU라는 제국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사에서 유럽이라는 등장의 단순한 의미성을 넘어 전방위적인 탐구(문화, 사회, 건강, 식품, 경제, 역사, 과학, 종교, 교육, 환경, 정신분석, 철학 등)와 폭넓은 시각으로써 그에따른 당위성과 전망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책은 크게 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구세계’에서 얻는 새로운 교훈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의 퇴색에 따른 배경 및 유럽의 등장을 시사한다. 2장 “현대”의 형성에서는 20세기를 지배했던 모더니티와 개인주의, 사유 재산, 민족국가를 설명하고 있다. 3장 다가오는 글로벌 시대에서는 본격적인 유럽 “합중국”의 등장에 따른 역할 및 딜레마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보편화를 제시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아래와 같이 다섯 개의 항목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의 배경 & 한계성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위치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라크의 침공 및 자국만을 위한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앞으로의 상황의 추세들을 보아도 이점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한때 전세계의 수호자로 칭하였던 미국이 이렇게 변하게된 요인이 무엇일까?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용어는 역사가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가 ‘미국의 서사시’라는 책을 펴내면서 처음 사용한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하기 위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무한한 기회를 강조한다. 미국인들에게 성공이란 주로 물질적인 부를 의미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리스크, 다양성, 상호 의존성이 증가하는 세계에 걸맞은 더 넓은 사회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것은 개척 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은 케케묵은 꿈으로 오래전에 폐기돼야 했다. 아마 이점이 20세기를 넘어 세계화가 진행되는 21세기의 미국의 위상에 빨간불을 켜지게한 요인으로 볼수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아메리칸 드림은 그것이 처음부터 미국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전 세계가 공유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식될 수 있는 꿈이 아니었다. 그 힘은 보편주의가 아니라 배타주의에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땅에서만 추구될 수 있는 꿈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적인 맥락에서만 적용된다는 점이 그것을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들었으며, 미국이 성공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 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은 그런 배타성 때문에 시대에 뒤지게 되고 외면받게 된 것이다.


2.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의 태동 및 성격

  저자는 본능적으로 자국인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을 지탱하는 요소중 하나인 개인 책임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매료되어 왔다. 그러나 그런 그도 미래에 대한 희망 때문에 사회적 집단 책임과 세계화 의식을 강조하는 유러피언 드림 쪽에 끌리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처음 유럽 공동체가 생겨난 계기는 2차 대전 후 유럽의 동/서 블록화와 그에 따른 냉전이었다. 따라서 그 원래의 임무는 소련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경제적, 정치적 방호벽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EU 헌법의 비공식 별명이 “다양성 속의 조화”듯이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동화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 보존을 염두에 둔 지속 가능한 개발을, 무자비한 노력보다 온전함을 느낄 수 있는 “심오한 놀이deep play"(완전한 몰입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활동)를, 재산권보다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 일방적 무력 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강조한다.

  EU는 영토에 근거한 각 회원국의 권한을 초월하는 강력한 규제력을 가진 사상 최초의 범국가적 정부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실 하나만 해도 통치론의 새로운 장이 되기에 충분하다. EU의 정통성은 영토의 지배나 과세 권한, 또는 경찰 및 군 동원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을 기반으로 규정과 법령, 그리고 지방, 지역, 국가, 국제, 세계 차원의 여러 행위자들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 과정에 의해 움직이는 행동 규범에 있다.

  이런 가운데 EU의 일상적인 통치 활동중 점점 더 많은 부분이 매년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로 이관되고 있다. 그리하여 정부의 개념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목표와 지시/통제 메커니즘을 가진 중앙 집권식 상의하달 통치 모델은 수평으로 조직된 네트워크에 적합한 ‘과정 지향적’ 통치 모델에 의해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이 경제에서 이미 그랬듯이 정치적인 변화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카멜레온처럼 스스로 계속 변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EU의 장점으로서 이의정수는 무력을 억제하고 도덕적 양심을 확립함으로써 인간 활동을 관리하는 데 있다.

  

3. 차이점

  생물학계에서는 다윈의 진화론 모델에 이어 독일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이 규정한 생태학이 현대로 갈수록 주목을 받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 모델은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려는 개체들 사이의 투쟁에 중점을 두었지만 생태학은 그 개념을 반박했다. 즉, 생태학의 모델에 따르면 자연은 수많은 공생 관계로 이루어지며, 각 유기체의 운명은 경쟁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상호 관계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다윈의 진화론을 닮았다면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은 생택학의 모델의 범주로 볼수 있다. 이와같은 차이점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① 유러피언 드림은 아메리칸 드림을 거울에 비친 것처럼 대조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둘은 기본적으로 ‘자유freedom'와 ’안전security'에 대한 개념에서 판이한 시각을 보인다. 미국인들은 자유로움의 의미에 대해 부정적인 개념을 견지한다. 오랫동안 미국인들은 자유를 ‘자율autonomy'과 연관지어 생각해 왔다. 자율적인 사람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영역 밖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율적이기 위해서는 재산을 가져야 한다. 부를 많이 축적할수록 더욱 독립적이 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자주적이고 스스로 하나의 고립된 섬이 됨으로써 자유로워진다고 믿는다. 부에서 배타성이 생겨나고, 배타성으로 안전이 보장된다.

  그러나 새로운 유러피언 드림은 자유와 안전을 구성하는 요소에 관해 그와는 다른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유럽인들은 자유가 자율보다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음embeddedness'으로 인해 보장받는다고 생각한다. 자유롭다는 것을 타인과의 수많은 상호 의존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다. 더 많은 공동체에 소속될수록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있는 선택권이 넓어진다. 상호관계에서 포괄성이 생겨나고, 포괄성으로 안전이 보장된다고 여긴다.

② 아메리칸 드림은 경제 성장, 개인의 부, 독립을 중시하지만 새로운 유러피언 드림은 지속 가능한 개발, 삶의 질, 상호 의존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아메리칸 드림이 근로 윤리를 높이 사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여가 활동과 “심오한 놀이deep play"를 선호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의 종교 전통 및 굳건한 신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철저히 종교와 분리되어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동화주의를 표방. 미국인들은 이전의 문화 관계를 탈피하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자주적 행위자free agent'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유러피언 드림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다문화 세계를 수용하는 데 그 기반을 두고 있다.

③ 아메리칸 드림은 애국주의에 집착하는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세계주의적인 색채가 강하다. 미국인들은 중요한 국익으로 인식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세계 어디든 병력을 파견하려 한다. 유럽인들은 군사력 사용을 꺼리며, 주로 외교와 경제 원조를 통해 분쟁을 피하려 하고, 치안 확립보다는 평화 유지 작전을 선호한다. 미국인들은 대개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사람들에서부터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까지 매우 다양한 부류가 뒤섞여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철저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의 복리에 관심이 거의 없다. 그러나 유러피언 드림은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지구 전체의 복리를 좀더 중시하게 된다.

④ 미국인들의 공공의식을 유발하는 요인 가운데 많은 부분이 개인주의와 종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대다수 유럽 국가의 시민사회는 훨씬 세속적인 목표를 추구하며 “개인의 자선”이라는 기독교 개념보다는 공동체의 복지에 대한 “집단 책임”이라는 사회주의적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⑤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이 일하기 위해 사는 반면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의 37퍼센트는 주 50시간 이상 일하며 남자 근로자의 80퍼센트는 주 40시간 이상 일한다. 또 많은 미국인들의 경우 근로 시간이 계속 늘어나는 반면 유럽에서는 근로 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⑥ 미국인들은 경제적인 성장이 삶의 질을 보장해 준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제적 성장 그 자체는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⑦  옛 아메리칸 드림이라면 누구나 가난을 딛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새 유러피언 드림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삶의 질 증진을 강조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개인의 기회를 중시한다면 유러피언 드림은 사회의 집단적 복지에 초점을 맞춘다.

⑧ 미국인들은 독립적인 공간을 갈망한다. 각자가 자조, 자립을 추구하는것이다. 미국인들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포괄적인 공간을 추구한다. 가족, 친척, 종족 등으로 구성된 넓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는것이다. 따라서 유럽인들에는 프라이버시가 서로 관계를 맺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 또 미국인들에게는 시간이 미래 지향적이며 새 기회를 탐구하는 도구로 간주된다. 반면 유럽인들에게는 시간이 과거 및 현재 지향적이며 서로간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돈독히 하는 데 사용된다.

⑨ 현대 미국의 특징을 형성하고 아메리칸 드림의 원동력을 제공한 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현대식 효율성 개념이다. 효율성은 최소한의 시간, 노동, 에너지, 자본을 들여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생산량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효울성이 하나의 중요한 보조적 특질로만 간주된다. 유럽인들이 개인 생활에 효율성 도입을 혐오하는 이유는 효율성이 본질적으로 보조적인 가치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효울성으로 따지면 기계든 인간이든 모든 활동은 생산을 최대화하기 위한 요소일 뿐이다. 그럴 경우 인간은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⑩ 미국인들은 일을 함으로써 행복을 구한다. 반면 유럽인들은 존재함으로써 행복을 구한다. 미국인들에게 행복이란 개인적 성취, 물질적 성공과 결부되어 있다. 반면 유럽인들에게 행복은 서로간의 돈독한 관계 및 공동체 유대감과 결부된다.

⑪ 아메리칸 드림의 시간적 개념이 오직 미래 지향적이었던 반면 새로운 유러피언 드림의 시간적 개념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의 시간 영역 전체를 단일 형태로 통합한다.

⑫ 미국에서 말하는 자유란 적대적이고 예측 불가한 세계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게 의지하거나 신세를 지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 건국 초기부터 미국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의 중심 사상이다.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자율이 아니라 포괄성을 추구한다.


4. 유로피언 드림의 한계성 

  이같은 많은 가능성들에도 불구하고 유러피언 드림의 실현을 위해서는 몇가지 돌파해 나가야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① 이민 문제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에서는 다음과 같이 유럽연합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있다. “재능을 가진 전 세계의 인재들은 계속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유럽연합의 관용은 원칙적으로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향한 관용이다. 유럽의 관용은 유럽을 통합시키는 전략일 뿐이지, 제3세계의 이민자들을 유럽으로 끌어들이거나 유럽 국가를 미국과 같은 다민족 이민자 사회로 변화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다. 유럽연합의 인기는 전통적인 “이민자 국가”인 호주, 캐나다, 미국의 인기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유럽연합은 외관상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가장 소중한 인적 자본을 세계 전역에서 유인하여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유럽의 문화는 수천 년 동안 같은 지역에 머물러 온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들이 외국 출신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 들어 유럽에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2차 대전 직후였다. 전쟁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자 노동력이 부족해져서 남부 유럽에서 북아프리카에서 값싼 노동력을 수입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1973년 석유수출기구(OPEC)의 석유 수출 제한으로 세계적인 불황이 기세를 떨치며 유럽 전역에 실업자 수가 늘어 갔다. 실업의 두려움은 정치적 국수주의에 불을 붙여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반이민 운동을 태동시켰다.

  이처럼 미국과는 달리 문화적 태동배경이 다른 유럽에서 이민자들을 받아 들이기는 쉽지않다고 보인다. 저자는 유러피언 드림의 가장 어려운 시험은 이민 문제가 될것이라고 내다본다. 문화의 다양성과 표용성을 말로 부르짖기는 쉽지만 외부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자신들의 공간과 부를 나눠 갖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다인종속에서의 내부적 시너지를 결합시켜 초강대국으로 발돋움 했듯이 이점은 유럽의 앞으로의 고민사항중의 하나일 것이다.

②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문제

  유럽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출산율이 낮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나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유럽은 거대한 양로원이 되어 가고 있다.”고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프랑스의 경우 2006년이 되면 노동력에 새로 유입되는 인구보다 은퇴하는 인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여긴다. 인구 고령화로 21세기 중반까지 유럽은 경제적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식으로 대처하든 유럽의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는 유럽 경제에 점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고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③ 민족성의 극복

  미국인들은 이주민으로서 태생적인 강한 개인적 책임 의식과 희망과 낙관론의 민족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많은 갈등과 분파주의로 인해 유럽인들은 냉소적인 면과 미약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여정에 필히 수반되는 폭풍을 견뎌 낼 수 있을 만큼 개인적 책임 의식이 강하지 않다면 유러피언 드림은 좌초하고 말것이다고 경고를 한다.


5. 또하나의 과제

  중세에 기독교적 영구 구원의 꿈을 활성화시킨 사회적 접착제는 신앙이었다. 근대에 와서는 물질적 진보를 위해 누구나 추구한 것이 이성이었다. 그러나 지금 도래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는 공통된 취약성을 보호하고 세계화 의식을 갖기 위한 수단이 바로 공감이다. 결국글로벌 시대의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신앙, 이성, 공감, 이 세 가지를 상호 보완적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를 한다. 그에따른 가능성으로 관계 및 연결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의 특성을 통해 유러피언 드림을 제시한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점이 공통의 목표 의식으로의 통합인 ‘새로운 합’을 어떤식으로 버무려서 세계인들에게 전달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답의 하나로 칩하스.댄히스의 ‘스틱Stick’에서의 성공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여섯 개의 원칙을 활용할수 있을 것이다.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가 그것이다.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미션의 전달과 공유 그것이 유러피언 드림의 또하나의 과제이다.


  제러미 리프킨. 유러피언 드림에 대한 강조 및 설득의 연계성을 위한 내용의 중복이 없진 않으나, 그의 방대한 지식 섭렵과 그것을 연결하여 풀어내는 책의 내용들에 대해서는 감탄을 금치 못함을 느낀다. ‘유러피언 드림’ 이라는 타이틀로만 접근하였다가 문화적, 철학적, 사회적 각방면에서의 태동배경을 책에서 논의한 덕에 많은 점들을 학습할수 있었다. 그중 가장큰 소득이라면 대한민국의 또다른 롤모델의 방향성 및 EU라는 나라에 대한 조망에 대한 그림을 그려볼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동아시아쪽에 치중된 나의 생각을 유럽이라는 테두리의 영역까지 확대시켜준 ‘유러피언 드림’.

  저자는 ‘꿈은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뒤에 무엇을 남겨 두고 떠나는지 올바로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같은 저자의 언급을 통해 나는 무엇을 남겨 두고 떠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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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 구본형 [6] 숙인 2009.07.19 1835
1956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4] 書元 이승호 2009.07.19 2061
1955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4] 혁산 2009.07.19 2053
1954 나를 명품으로 만들어라 - 리처드 N. 볼스 [1] 혜향 2009.07.14 2325
1953 [15] <나를 명품으로 만들어라> 수희향 2009.07.14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