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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일 00시 48분 등록

2부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들

 

<1: 자본주의의 새로운 프론티어>

1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ü  근대 이후로 재산과 시장은 줄곧 동의어로 쓰였다. 실제로 자본주의 경제는 재산을 시장에서 교환한다는 발상 위에서 성립한 것이다. <시장>이라는 단어가 영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2세기였다. … 18세기 말이 되면 시장이라는 용어는 공간적 지시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서 물건을 사고 파는 추상적 과정을 묘사하는데 쓰이기 시작한다 (9).

ü  이 세상은 상품을 교환하고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재산을 누려보겠다는 원초적 충동에 의해서 굴러 간다.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서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진 생각이다 (10).

ü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며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는 추세다. … 새로운 경제에서 재산을 장악한 공급자는 재산을 빌려주거나 사용료를 물린다. 또는 입장료, 가입비, 회비를 받고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근대 경제의 중요한 특성이었던 판매자와 구매자의 재산 교환은 네트워크 관계로 이루어지는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단기 접속으로 바뀐다 (11).

ü  네트워크 경제에서 기업은 물적 재산이건 지적 재산이건 교환하기보다는 접속하는 쪽을 택한다 (11).

ü  반면 지적 자본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다. 새로운 경제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가 실리를 가져온다. 부는 이제 물적 자본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에서 나온다 (11~12).

ü  이미 기업은 소유보다는 접속으로 궤도를 수정하고 저만큼 나가 있다. 부동산을 팔아치우고 재고를 줄이고 시설을 빌리고 아웃 소싱을 맹렬히 추진하고 있다 (12).

ü  예전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장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주역이다. … 경제 활동의 기본 구도가 달라짐에 따라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의 성격도 당연히 달라진다. …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가치 있는 지적 자본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 장땡이다 (12).

ü  접속 중심의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13).

ü  접속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인간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14).

ü  산업 생산 시대가 가고 문화 생산 시대가 오고 있다. 앞으로 각광을 받을 사업은 예전처럼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다양하고 광범위한 문화적 체험을 파는 사업이 될 것이다 (14).

ü  접속의 시대에는 놀이의 상품화가 그 특징이다. 제의, 예술, 축제, 사회 운동, 영성 수련과 공동체 활동, 시민적 참여를 개인적 오락으로 유료화 하는 것이다. 놀이의 내용과 접속권을 놓고 문화 영역과 상업 영역은 앞으로 치열한 대결을 벌일 것이다 (15).

ü  우리는 경제학자들이 <체험>이라고 부르는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개개인의 삶은 사실상 하나의 시장이 되어버린다 (15).

ü  세계 교역과 무역에서 문화 생산은 물질 생산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16).

ü  이제 상업 영역은 서비스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강조점이 바뀌는 중요한 변환기에 있다. 문화 생산은 더 많은 인간의 활동을 상업 부문으로 끌어 들이는 것을 핵심적 사명으로 삼아온 자본주의 생활 방식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16).

ü  2050년이 되면 성인 인구의 불과 5퍼센트만으로도 기존의 산업 영역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17).

ü  공간과 재료의 상품화에서 시작된 자본주의의 여정은 인간의 경험과 생활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끝난다 (17).

ü  문화적 시간은 기울고 인류는 영리적 고리를 통해서만 문명을 지탱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탈근대 사회의 위기이다 (19).

ü  다가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정부와 문화 영역이 크게 축소되고 상업 영역만이 인간 생활의 으뜸가는 매개 고리로서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문명이 살아남겠느냐>하는 것이다 (19).

ü  문화 영역과 상업 영역의 적절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어쩌면 접속의 시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인지도 모른다 (21).

ü  상품화된 문화 체험에 점점 무게 중심이 놓이는 지구 네트워크 경제에서 문명의 생명수라 할 수 있는 풍요로운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끌어올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새로운 세기의 으뜸가는 정치적 숙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21~22).

ü  21세기의 인간은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의 교점이라는 의식으로 살아갈 것이고… (22).

ü  아직은 소수이지만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젊은이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중 인격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23).

ü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격차도 크지만 연결된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욱 크다 (24).

ü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에테르 속에 떠 있는 그 공간은 대지를 덮은 제2의 지표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4).

 

2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

ü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의 핵심은 연결성이다. 전자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국경선과 장벽은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32).

ü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 집단의 힘을 이상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호 관계의 네트워크 안에 자기 회사를 단단히 박아두어야만 각 기업은 그만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에서 말하는 윈윈 전략이다 (33).

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하이디 토플러에 따르면 상상을 초월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새로운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속도의 경제로 바뀌고 있다> (37).

ü  제품 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소비자의 주의 집중 기간이 그만큼 짧아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37).

ü  소유라는 발상은 이런 초경쟁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할부금을 다 갚기도 전에 구닥다리가 될 기술이나 제품을 구태여 왜 소유하겠는가? (37).

ü  할리우드 문화 산업은 오래 전부터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조직을 운영해 온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의 여타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직 개편 운동이 본받아야 할 전범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40).

ü  오늘날 대형 영화사들은 자체 제작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은 물주 노릇을 하면서 독립 제작사들에 종자돈을 대주고 그 대가로 완성된 작품을 극장에 까는 배급권과 텔레비전, 비디오 판권을 확보한다 (43).

ü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며 제품 수명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은 위에서 자금과 배급망만 장악하고 유형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부담은 소기업에게 떠넘긴다 (44).

ü  전자 상거래가 주도하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기업은 변신에 능해야 한다 (46).

ü  접속의 시대에 기업의 가장 큰 불안은 경제적 기회를 낳는 거미줄 같은 상거래망에 끼여들지 못하는 것이다 (46).

ü  음반업, 예술계, 텔레비전, 라디오를 아우르는 문화 산업은 물리적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경험을 상품화하고 포장하고 마케팅한다 (46).

ü  우리는 시간과 정신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가 상품으로 판매되는 지적 자본주의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47).

ü  경제 활동의 중심부에서는 인간의 경험이 판매되고 구입될 것이다 (47).

 

3 무게 없는 경제

ü  전자상거래가 성행하는 무게 없는 세계에서 탈물질화되는 것은 제품만이 아니다. 부동산도 줄어들고 있다 (49).

ü  자본주의 체제의 모든 영역, 모든 단계에서 재산 형태의 물리적 자산은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있다. 재고만 하더라도 그렇다. 기업은 원자재를 쌓아두기 위해 거대한 창고를 운영했다. 하지만 지금은 물건이 소매점에서 판매되면 즉시 재주문 정보가 공급자에게 온라인으로 입력되고, 제조업자는 몇 시간에서 길어야 2,3일 안에 물건을 소매점에 공급한다. 창고는 불필요하다 (52).

ü  일본의 한 자전거 생산업체는 저스트인타임 재고 관리 시스템보다 한 발 더 나가 아예 주문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52).

ü  많은 소매점들은, 재고나 부동산 같은 물리적 자산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어 총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가상 점포와 경쟁하는 데 점점 애를 먹고 있다. 무게 없는 상거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온갖 유형의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많은 소매점에 점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53~4).

ü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더 싸고 편하기 때문이다 (56).

ü  부동산이 일부 업종에서는 짐이 되고 줄이거나 없애야 할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리적 시장에 기반을 둔 시대>에서 <사이버스페이스의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시대>로 변하는 추세의 중요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56).

ü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돈도 물질성을 잃어버린다 (56).

ü  새로운 사이버스페이스의 경제에서는 돈의 탈물질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56).

ü  돈의 탈물질화가 진행되면서 저축은 감소하고 개인 부채는 증가한다 (58).

ü  신용카드는 미국인이 시장과 관계 맺는 방식에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60).

ü  사유 재산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개인 저축은 많은 소비자가 신용 카드를 믿고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계속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61).

ü  중요한 것은 미국인이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소비자도 점점 그런 추세로 나아가고 있지만 돈을 버는 족족 써버리고 모아놓은 돈 없이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 카드를 쓸 수 있는 한, 사람들은 굳이 수입을 저축이라는 형태의 재산으로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62).

ü  재산과 돈의 탈물질화, 사무실 공간을 축소하고 재고를 없애고 부동산을 털어내려는 안간힘, 개인 저축의 소멸, 이런 것들과 함께 나타나는 훨씬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의 형태이며 자본주의를 떠받쳐온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적 자본 자체가 많은 산업에서 부차적 지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63).

ü  빠르게 움직이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자본 설비를 보유해 보았자 재미를 못 본다소유에 집착하면 점점 체중이 불어나서 기업의 발빠른 변신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강조한다.

ü  기업들이 구입보다 리스를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장 상황의 변화에, 그리고 기존의 설비가 쓸모없어졌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67).

ü  한국은 신규 자본 설비의 23퍼센트가 리스로 이루어진다 (68).

ü  리스 안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판매 후 리스 계약이다 (68).

ü  <지금 소유한 자본을 몽땅 다시 임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조언한다. 판매 후 리스를 통해 <굶주린 시장에 고정 자산을 팔아넘기고 남은 돈으로 유연하게 리스를 하라>는 것이다 (69).

ü  모든 분야, 모든 업종의 기업이 자신의 핵심 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자산을 앞다투어 과감하게 처분하고 있다 (69).

ü  새롭게 부상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 아웃소싱은 거의 종교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다 (69).

ü  아웃 소싱 연구소에 따르면 아웃 소싱은 <기업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독자적이며 울타리로 둘러 싸인 낡은 기업 관념은 복수의 파트너들이 업무적으로 깊숙이 얽히고 공식, 비공식의 상호 관계를 맺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ü  기업들이 꼽는 아웃소싱의 장점은 여러 가지이다 (71).

n  첫째, 아웃 소싱을 하면 기업은 돈을 버는 데 집중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긴 하지만 수익 창출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지원 기능을 외부 지원업체에 맡길 수 있다.

n  둘째, 아웃소싱을 하는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업체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n  셋째, 값비싼 설비를 구입하거나 기업의 수익 창출에 직결되지 않는 주변적인 업무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

n  끝으로, 리스처럼 아웃소싱도 상품의 주기가 점점 짧아짐에 따라 정신없이 바뀌는 시장 상황에 기업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71).

ü  아웃 소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야는 누가 뭐래도 제조업이다. … 불과 10년도 못되어 세계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공장과 부동산을 처분하여 생산을 외부 하청업체에게 맡기고 디자인실과 유통 본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72).

ü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 사고 파는 것은 아이디어와 이미지이다. 이런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물리적 구현물은 경제 과정에서 점점 부차적 존재로 밀려난다. 산업 시대의 시장에서는 물건을 교환했다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물리적 형태 안에 담겨 있는 개념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한다 (73).

ü  나이키는 광고와 마케팅 업무도 과감히 아웃 소싱했다. … 나이키는 개념을 판다 (74).

ü  아웃 소싱 열풍은 새로운 유형의 기업이 전문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75).

ü  댈러스에 있는 EDS c20 인터넷 컨설팅 서비스 부서는 <로드 앤드 트랙>, <트래블 홀리데이>같은 잡지를 발행하는 아셰트 필리파키 매거진의 전자 상거래 웹사이트를 관리해 주는 3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르면, 뉴욕에 있는 이 출판사가 부담해야 하는 돈은 별로 없다. EDS는 자동차 부속물, 여행 상품, 요리책 등의 온라인 판매로 얻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나중에 받게 된다. 종래의 아웃 소싱과는 약간 개념이 달라서 공동 소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아셰트와 EDS의 거래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앞으로 주류로 부상할 새로운 네트워크 관계를 예감케 한다 (76).

ü  이런 공동 소싱 계약에서 각자는 공급자가 되면서 동시에 상대측 자산의 사용자가 된다. 두 기업의 주특기를 하나로 융합하여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한 것이다 (76).

ü  네트워크에 바탕을 둔 사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경제 활동의 공유라고 할 수 있다 (77).

ü  불과 40년 만에 소유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물리적 자본의 임대와 업무의 아웃소싱이 대세를 점하게 되었다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77).

ü  이 새로운 논리를 네트워크 경제에서 몸소 실천에 옮기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다른 첨단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도 무형자산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78).

ü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선의, 아이디어, 재능, 경험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에 있다는 점이다. 작가이며 언론인인 프레드 무디는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공장 자산은 직원들의 상상력이다>라는 말로 핵심을 찔렀다 (78).

ü  유형 자산에서 무형 자산으로 가치가 이동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78).

ü  기업의 무형 자산은 비록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업의 미래를 훨씬 정확하게 예측 할 수 있는 길잡이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79).

ü  부와 성공을 물리적 자본의 소유만으로 측정하던 경제에서, 눈에 안 보이는 지적 자본의 형태로 된 아이디어를 얼마나 날 관리하고 있는가가 성공을 가늠하는 경제로 바뀌면서 기존의 회계 방식도 흔들리고 있다 (80).

ü  기업들의 가치는 상당액이 무형 자산이므로 회계상으로는 정확히 나타내기 어렵다 (81).

ü  21세기의 경제는 정보과학과 생명과학, 즉 컴퓨터와 유전자가 함께 이끌어나갈 것이다 (81).

ü  새로운 시대는 비물질적이고 사색적이다. … 산업 시대의 인간이 물질을 축적하고 가공하는 데 빠져들어 있었다면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정신을 관리하는 데 훨씬 관심이 많다 (84).

ü  산업 시대가 우리의 물질적 생활을 키워주었다면 접속의 시대는 우리의 마음과 감정, 영혼에 양식을 준다. … 새로운 경제에서는 생각을 관리하고 파는 능력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84).

 

4 지적 재산의 독점

ü  자본주의는 시장을 등지고 네트워크 형태로 스스로를 개조하고 있다 (86).

ü  지난 30년 동안 자본주의에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체인점의 눈부신 성장이다. … 체인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 지는 벌써 한 세기가 넘었지만 사업 방식을 체인화한다는 획기적 사고 방식은 이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며 오랜 역사를 가진 소유 중심의 경제보다는 접속의 경제와 잘 어울린다는 전제 하에서 움직인다 (88).

ü  사업 방식의 체인화는 비교적 역사가 짧다. 여기서 체인으로 묶이는 것은 사업 개념이다. 모기업은 자신이 보유한 개념과 상표 같은 무형의 자산이 산하 체인점의 공장, 시설, 기계, 원료 같은 유형 자산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맥도널드만 하더라도 <햄버거를 파는 것보다 햄버거 매장을 파는 것>이 훨씬 짭짤한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특히 서비스업체는 자신의 영업술과 상표를 하나로 묶어 지역 사업가에게 빌려주고 매출의 일정액을 로열티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상품의 대량 생산이 아니라 개념의 대량 생산 시대가 열린 것이다 (89).

ü  지방 점포 하나하나는 본사의 판박이처럼 운영된다. 모든 지역에서 본사와 똑 같은 이미지로 포장되고 운영된다. 체인에 가입한 점포는 본사에 보통 1 2천 달러에서 10만 달러의 라이선스료를 내다. 본사는 별도의 돈을 받고 해당 점포에게 설비, 교육,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건물 임대료, 시설비, 보험료와 각종 공과금, 인건비는 모두 가맹점이 부담해야 한다. 체인 가맹점은 또 총매출의 5~12퍼센트를 모기업에 내야 한다 (89).

ü  체인화가 시작되면서 대기업은 소기업을 지역의 대리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 업체가 되었고 서로가 합의한 계약 내용에 따라 엄격하게 정의된 네트워크 안에 묶이게 되었다. 지방의 소기업은 대기업의 경쟁력이 뛰어난 분야에 참여하는 대가로 자율성을 포기했다 (90).

ü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체인화되고 있다. … 불과 몇 십 년 만에 체인은 20세기 초엽 현대적 주식회사가 등장한 이후 새로 등장한 가장 중요한 사업 조직 형태가 되었다 (90)>

ü  체인 열기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전통적 소규모 점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91).

ü  체인 산업은 지방의 소규모 자영업자를 21세기의 새로운 기업가로 치켜세우면서 부지런히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91).

ü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소유주들은 프티 부르주아 즉 소규모 자영업자와 매니저 사이의 모순된 지위에 있다. 그들은 독립 자영 생산자로서의 자격 요건을 모두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거대 자본주의 기업의 일개 직원처럼 되어 버렸다 (92).

ü  체인 가맹점은 사업체를 사들인 것이 아니라 공급자와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사업체에 단기간 접속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데 불과하다 (92).

ü  체인점 계약의 핵심은 접속의 합의이지 소유권의 양도가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유형의 자본주의이다 (93).

ü  체인 가맹점은 주식회사가 될 수 없다. 브랜드의 소유자는 본사이지 체인 가맹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권은 모기업이 동의할 때만 제3자에게 팔 수 있다. 가맹점은 사업을 하기 위해 구입한 물리적 자산만 팔 수 있을 뿐이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사업권을 끊임없이 갱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93).

ü  체인 관계는 네트워크 경제의 새로운 조직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체인망은 뿔뿔이 흩어진 독립 소기업을 강한 흡인력으로 꾸준히 모아들여, 막강한 공급자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에 편입시킨 후 접속만을 공유하는, 독립성을 상실한 임차인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종래의 독립 자영업자가 누리던 자율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94).

ü  유형자산보다는 무형 자산이 중시되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노하우, 개념, 아이디어, 두뇌, 운영 기술을 가진 사람이 실질적 소유권자다 (96).

ü  체인점이라는 새로운 사업 형태는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나타난 혼성체라 할 수 있다 (96).

ü  자본주의 체제의 기둥이었던 소규모 독립 사업체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변화로 인해 역사의 뒤안으로 빠른 속도로 밀려난다. 이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사업체는 막강한 공급자 네트워크에 점점 더 의존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특징을 구현하고 있다 (97).

ü  업계에서는 수억 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생물이 진화하면서 공동으로 축적해 온 유전자 암호의 상당수가 앞으로 25년 안에 분리되고 규명되어 지적 재산권의 형태로 포장된 뒤 소수의 거대 다국적 생명과학 기업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100).

ü  특허를 얻은 종자는 판매되지 않는다. 다만 한 해 농사를 지을 동안만 빌려주는 것이다 (102).

ü  씨앗을 모아놓았다가 이웃과 나누어 가지면서 근근이 농사를 지어가는 전 세계 대다수의 농민더러 소수의 다국적 생명과학 기업에게 일일이 접속료를 지불하라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를 바 없다 (104).

ü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었던 생물 종자의 소유권이 몇몇 기업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농업의 역사에서 일대 분수령이 될 만한 사건이다 (104).

ü  세스 슐먼은 <미래의 소유>라는 책에서 <우리는 지식 경제에서 반독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109).

 

5 서비스 세상

ü  자동차가 사람의 생활 방식, 경제, 자의식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시대에, 자동차를 가지는 것에서 빌리는 것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경제 관계의 구조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짐이다 (111).

ü  돈 주고 산다면 감히 꿈도 못 꿀 비싼 자동차를 리스 덕분에 <차지>해서 몰고 다닐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 리스를 할 경우 자기가 실제로 사용하는 가치분에 대해서만 돈을 낸다는 사실이다 (112).

ü  자동차 대리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임대는 고객과의 장기적 유대를 공고히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113).

ü  메르세데스 벤츠는 임대의 개념을 한 차원 발전시켜서 영국에서 <가변> 임대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고객은 임대 계약 조건이 허용하는 범위 안의 가격대에서 원하는 자동차를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싫증이 나면 다른 모델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113).

ü  자동차를 대하는 우리의 의식이 제품 구입에서 서비스 접속으로 바뀌는 것은, 상품 생산에서 서비스 수행과 경험 창출 경제로 변모하는 더욱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 구조 변화의 일부분이다. 소유에 대한 우리의 뿌리 깊은 집착은 느슨해지고 있다 (114).

ü  앞으로 경제 생활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다. 소유권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접속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115).

ü  재산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역사와 함께 변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산은 고정 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통용되는 특정한 시대와 장소의 기호와 변덕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유동적 개념이 된다 (116).

ü  재산이라는 것은 개인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 되었다. 복속 관계가 소유 관계로 바뀌면서 인간 관계 자체도 달라졌다 (120).

ü  로크의 관심사가 인간이 어떻게 재산을 만드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었다면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재산이 어떻게 시장에서 교환되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 (120).

ü  상속은 소유를 세대에서 세대로 양도할 수 있다는 생각, 즉 소유의 교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정착시켰다. 상속이 일반화되면서 소유는 계급을 가르고 유지하는 데 요긴한 역할을 하는 권력의 한 형태가 되었다 (121).

ü  어떤 물건이 재산인가? (121)

n  자기가 배타적으로 점유하거나 보유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n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언제까지 자기가 선택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n  3자에게 양도하거나 파는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재산이다.

ü  시장에서는 이 세가지 기준 중에서 마지막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양도할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서 재산을 시장에서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능력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이다 (121~2).

ü  일괄 처리 공정이 처음 도입된 1880년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대량 생산된 상품은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를 지배했다 (123).

ü  1950년대와 1960년대로 접어들어 사람들이 교외로 밀려가기 시작하자 하이웨이 문화가 열렸고, 하이웨이를 따라 늘어선 대형 상점은 소비를 거의 물신 숭배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소유 관계는 절정에 달했다.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물건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보유하는 데 있다는 인식이 비공산권 세계 전체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123).

ü  서비스 산업은 이미 제조업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북미와 유럽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부상했다. “서비스라는 말은일반적으로 상품이나 건설이 아니고, 일시적인 것, 다시 말해서 그 자리에서 생산되면서 소비되는 것,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125).

ü  산업의 중심축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기업이나 개인도 소유를 예전처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126).

ü  서비스 경제에서 상품화되는 것은 인간의 시간이지 장소나 물건이 아니다. 서비스는 사람과 물건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호소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과 사람의 접속도 점점 금전을 매개로 한 관계로 바뀐다 (127).

ü  인간 관계의 구조가 소유물의 생산과 상업적 교환에서 상품화된 서비스의 관계로 탈바꿈하는 것은 본질적 변화라 할 수 있다 (127).

ü  물품은 제품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진화를 거듭하는 서비스로 탈바꿈한다 (128).

ü  이제 기업은 제품을 고정된 특징과 일회적 사용가치를 지닌 고정된 품목이 아니라 온갖 유형의 업그레이드와 부가 가치 서비스를 실어 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여긴다. 새로운 제조업의 풍토에서 중시되는 것은 서비스와 업그레이드이다. 플랫폼은 이런 서비스를 실어 나르는 통에 불과하다 (129).

ü  제품이 수명을 다하는 동안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기업은 플랫폼을 싸게 공급한다 (129).

ü  브리태니커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모든 데이트 베이스를 무료로 개방했다. 이제 이 회사의 주수입원은 광고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각 항목에 어울리는 광고를 끼어넣는 것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물질성을 벗어던지고 명실상부하게 순수 서비스로 변신했다 (131).

ü  이제 우리는 그 동안 우리가 만든 모든 제품을 앞에 놓고 사람들이 이 물건을 정말로 사는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물건 자체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그 물건의 기능이 필요한 건가? (133).

ü  절감분 공유 계약이 많은 분야로 퍼져나가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137).

ü  한 산업 분야에 너무 많은 공급자들이 있어 한정된 숫자의 고객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가격은 떨어지고 이익도 덩달아 줄어든다. 제품의 질도 기업간에 큰 차이가 없고 동일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해야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방법은 판매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라고 많은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137).

ü  공급자는 고객에게 제품을 거저 제공해야 다가설 수 있다. … 고객의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여 실적과 수익을 개선시키고 거기서 남는 차익을 공유하는 길뿐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급자는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는 고객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와 식견을 빌려줄 뿐이다. 고객은 사실상 클라이언트, 파트너가 된다 (137).

ü  약을 판매하던 데서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엘리 릴리 같은 제약 회사는 가치의 연결 고리를 확대시키려고 한다 (138).

ü  제너럴 일렉트릭의 존 웰치 회장은 새로운 산업의 주류는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감지하고 이렇게 말한다. <더 많은 제품을 팔려고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설치한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관리하는 쪽에서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140).

ü  점점 많은 기업들이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제품을 그냥 주고, 제품의 유지, 보수, 업그레이드에서 돈을 벌어 들인다 (140).

ü  결국 문제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제품의 생산비가 제로에 육박하여 이윤을 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이 돈을 벌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 답은 제품을 공짜로 주고 제품에 수반되는 복잡한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142).

ü  가치라는 것은 처음 개발한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만 창출될 수 있다 (142)”

ü  세상 만사가 서비스화된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상품을 교환하는데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에 접속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이런 점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물질의 차원보다는 시간의 차원이 훨씬 중요하다 (143).

ü  이제 우리는 서로의 시간과 식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필요한 것을 빌린다. … 자본주의는 물질에서 출발했지만 물질성을 벗어던지고 점점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개별적 사건으로 나아가고 있다 (143).

 

6장 인간 관계의 상품화

ü  현대 자본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삶의 다양한 국면을 상업 관계망 안으로 강제 편입시켰다는 점이다 (144).

ü  개인이든 집단이든 사방에서 밀고 들어오는 <상업화>의 노예가 된다 (145).

ü  접속의 시대는 한 마디로 모든 인간 경험의 상품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이다 (145).

ü  소유 중심의 자본주의 시대에는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 경제에서는 물건과 서비스의 상품화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인간 관계의 상품화다 (145).

ü  앞으로 생산 중심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판매 중심에서 관계 구축 중심으로 궤도 수정을 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145).

ü  새로운 경제에서 모든 기업은 <고객과 항구적 관계를 맺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145~6).

ü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시장을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고객을 얼마나 사로잡느냐이다. … <한 종류의 제품을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팔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고객에게 이런저런 다양한 제품을 평생에 걸쳐서 최대한 많이 팔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한다 (146).

ü  기업들이 한번에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것을 포기하고 개별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곧 개인이 일평생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상품화될 수 있다는 잠재성에 주목함을 뜻한다 (147).

ü  중요한 것은 평생 고객으로 묶어둘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147).

ü  적절한 컴퓨터 분석 기법만 개발되면 개인에 대한 이런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할지 예측하여 아주 정교한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149).

ü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서 상업적 관계의 장기적 구축으로 기업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마케팅이 전면으로 부각되었다. …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마케팅이 중심에 오며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상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152).

ü  새로운 세기에 소비를 조직하는 것은 지난 세기에 생산을 조직하던 것만큼 중요하다 (153).

ü  소비자를 관리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소비자가 갖는 생활 경험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한다는 것을 뜻한다 (153).

ü  대리인은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글로벌 시장과 바깥 세상에 연결시키는 공급과 분배의 다양한 통로를 관리한다 (156).

ü  많은 기업이 제조업자와 생산업자에서 대리인과 배급업자로 변신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 결국 제품이라는 것은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155).

ü  아마존과 나이키처럼 메드코는 순수 마케팅 회사에 가깝다 (156).

ü  가장 큰 자산은 고객에 접속할 수 있는 힘, 최종 사용자와 장기적으로 상업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다. 마케팅 관점이 제조 방식보다 우위에 올라서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156~7).

ü  1950년대는 판매자가 시장을 주도했다. … 그러나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자 시장에서 물건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 기업은 새로운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 과잉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157~8).

ü  고객은 사업의 기초이며 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고객만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 기업의 목표는 고객을 창출하는 데 있으므로 모든 기업은 오직 두 가지 기능, 마케팅혁신에만 전념하면 된다. 마케팅은 제품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특이한 사업 기능이다. …. 모든 사업을 최종 결과의 관점에서, 다시 말해서 고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소명이 모든 사업 부분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158).

ü  경영 컨설턴트는 기업에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생산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한다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 계획을 세워야지 생산자의 관점에서 사업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158).

ü  모든 최신 마케팅, 경영 이론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불연속적 매출의 확대라는 협소한 목표에 연연하는 것보다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159).

ü  마케팅 관점이 전위로 떠오르고 생산이 마케팅 과정의 한 기능으로 전락한 것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생산 공정에서 일어난 기술 변화 덕분이었다 (159).

ü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주문 생산 능력을 갖게 되면서 사업은 고객에서 시작하여 공장으로 돌아가는 활동이 되었다. … 이제 소비자는 개인적 욕구를 공급자에게 알려주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개성화된 제품을 제공받는 추세로 나아간다 (159).

ü  대량 생산이 소량 맞춤 생산으로 바뀌는 조짐은 1980년대부터 나타났다. … 한 분야에 너무 많은 공급자가 있었고 이 회사 제품과 저 회사 제품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가격을 떨어뜨려 이윤을 줄이는 것이었다. …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제품을 내놓는 것만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160).

ü  개별 고객의 필요와 욕구에 부응하는 주문형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경쟁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한다. …. 요컨대 주문 생산은 서비스에 가까운 성격을 띠게 되었다 (161).

ü  이미 마케팅 세계에서는 특정한 분야에 대해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경영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는 이른바 <취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고객의 관심을 끌어 평생토록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61~2).

ü  관심사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들려면 결국 고객이 모일 수 있는 행사나 집회, 활동을 마련해야 한다 (163).

ü  물건의 판매에서 관계의 상품화, 공동체의 구축으로 상거래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사업 방식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 (165).

ü  앞으로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접속이 되는 시대가 온다 (165).

ü  인간 관계의 상품화는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 공간과 물자의 상품화가 인간의 경험과 시간의 상품화로 바뀌는 현상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166).

ü  모든 노력이 상업적 서비스로 변질될 때 우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일종의 시간의 덫에 빠져들 위험성이 있다 (166).

ü  이제까지의 역사에서 인간이 지금처럼 시간에 쫓기며 산 적도 없었다. 이것은 시간과 노동을 절약하는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우리 주위에서 상품화되는 활동의 다양성과 속도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167).

ü  우리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이 유료 활동으로 바뀌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그 자체도 상품이 되어버리고 상업적 영역은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권을 쥐게 된다 (168).

 

7 삶으로서의 접속

ü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169).

ü  <CID (common-interest developments 공동 관심 단지)>라는 주거 공동체가 미국 전역에서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런 주거 단지는 보통 담과 울타리, 대문이 있고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171).

ü  공동 관심 단지는 해마다 4, 5천 개씩 늘어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늘어날 경우공동 관심 단지는 기존의 지방 자치 단체를 대체할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미국 내무부 소속의 경제학자 로버트 넬슨은 지적한다 (171~2).

ü  CID는 전적으로 상품화된 생활 공간이다. … CID에서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사람들이 CID를 선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172).

ü  CID는 단순히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활 방식을 파는 것이다. 집 그 자체는 독특한 생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네트워크 안에 끼어 넣어져 있는 것이다 (172).

ü  CID 19세기 말에 처음 등장했다. … 20세기 전반기 동안은 CID가 그리 널리 퍼지지 못했다. … 1962년에도 미국에는 CID5백 개 미만이었다. … 1960년대 말부터 … CID가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175).

ü  많은 사람들이 CID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은 CID가 제공하는 편의 시설과 서비스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화된 생활 경험을 얻는 대신 소유권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176).

ü  우선 CID를 지배하는 정관과 약관은 과거 주택 소유자가 누렸던 권리보다 훨씬 미약한 재산 소유권을 주민에게 인정한다. … 부동산 개발업자가 헌법을 정하고 부칙과 약관까지 제정한다 (176~177).

ü  CID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가치관, 감수성, 라이프 스타일이 엇비슷한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끼여드는 대가로 개인 재산의 권리 일부를 기꺼이 포기한다 (179).

ü  근대의 토대는 사유 재산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공 재산의 틀과 나란히 발전했고 광장으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리와 맞물려 있었다. 요컨대, 사유 재산은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결코 헤게모니를 누리지는 못했다 (181~2).

ü  CID공동체 전체가 상업적 영역으로 변질되다는 것,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182).

ü  결국 CID에 거주한다는 것은 회사의 일부가 되어 회사의 규칙에 따라 산다는 것이다. … 기업적 가치관이 사회전체로 확산되는 추세를 CID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82).

ü  이제 공동체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의 가치관이 미국인의 가정 생활 안으로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는지를 시사한다 (182).

ü  CID는 재산 투자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것 못지않게 생활 경험의 상품화가 주는 매력을 내세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CID는 과도기적 주거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183).

ü  <새로운 세입자>의 색다른 점은 과거에는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세를 살았지만 상승 지향적인 집단은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방편으로 소유보다는 임대를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184).

ü  지금까지 미국인들이 주택 소유에 매력을 느껴온 이유의 하나는 투자 가치가 높다는 점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주택 가격은 꾸준히 올라갔다 (185).

ü  이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미국인들이 점점 신경을 쓰는 것은 주택이 갖는 투자가치가 아니라 주택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다 (185).

ü  어느 모로 보나 재고가 가장 부족한 상품은 시간이다… (185).

ü  그러나 이처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데는 시간을 절약한다는 이유 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고용 방식의 변화이다 (186).

ü  최근 노동 시장에서 일고 있는 변화는 사람들이 한 집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 이동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임대나 구입의 결정 시점이 그만큼 자주 돌아온다는 뜻이다. … 구입보다는 임대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187).

ü  CID와 주택 임대의 급증은 접속에 비중을 둔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 좀 더 근본적 차원으로 내려가 보면, 지리와 공간적 동일성에 늘 바탕을 두고 있었던 귀소 본능은 단기적 시간 경험으로 생활 공간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의식에 밀려나고 있다 (188).

ü  일부 회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특정한 부동산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팔기 시작했다. 점수는 일종의 시간 공유 화폐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의 단위가 대체 가능한 화폐로 바뀌는 추세는 자원의 희소성보다는 시간에, 소유보다는 접속에 중점을 두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음을 의미한다. 고객은 점수를 산다. 점수는 시간 단위를 나타낸다 (191).

ü  렌트, 시간 공유 콘도 구입, 점수 구입은 모두 <시간화>사업의 다양한 방식이다 (191).

ü  요컨대 사람은 세계 안에서 자기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니 소유의 시대를 다른 시대와 구별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소유의 자부심>이었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한 것이다 (193).

ü  다시금 강조하지만 접속의 시대에는 공간이 시간에게 밀려나며, 기업들이 더 많이 차지하려고 눈독을 들이는 것은 물리적 자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이다 (194).

ü  미디어 역사학자이며 평론가인 조슈어 마이로위츠는 전자 미디어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역사적 지리> 감각을 뒤흔들어 놓는다고 주장한다. … 사이버 스페이스는 이 말이 딱 들어맞는 세계이다. 그 곳에서는 어떤 지리적 준거점도 없는 상태에서 점점 많은 시간을 관계의 뒤얽힘 속에서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195).

ü  우리의 더욱 원초적인 본능은 시간성뿐 아니라 지리에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 영토는 단순한 사회적 관습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존재의 상태이기도 하다. … 집을 소유함으로써 우리는 장소에, 영토에, 우리의 기원에 맞닿아 있다는 원초적 감정을 경험한다 (196).

ü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곧 땅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상징한다는 이 심오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생활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적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가 가져다주는 좀 더 편리한 시간적 가치가 그 자리를 메운다 (197).

ü  우리의 생활 공간을 소유에서 접속으로 어느 정도까지 탈바꿈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21세기를 어떤 식으로 살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감수성의 우열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198).

 

<2: 문화를 고갈시키는 자본주의>

8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화

ü  지난 수백 년 동안 물리적 자원을 소유권이 부여되는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역점을 두어온 우리는 이제 유료로 제공되는 개인적 경험과 오락으로 문화적 자원이 전환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01).

ü  우리는 디지털 통신 기술과 문화 상업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둘은 실제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강력한 쌍두마차이다 (202).

ü  상업화된 전자 통신 기기와 온갖 종류의 문화 생산과 상품에 의해 점점 지배당하는 글로벌 경제에서는 경험 세계에서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03).

ü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의 말대로 문화라는 것이 인간이 자기 주위에 엮어나가는 <의미망>이라면, 커뮤니케이션- 언어, 미술, 음악, 무용, , 영화, 음반, 소프트웨어-우리 인간이 이 의미망을 해석하고 생산하고 유지하고 변형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이론가 리 데이어는 말한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인간 문화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뜻이며, 어떤 인간 문화 안에 있다는 것은 그 문화를 매일매일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보며 알고 세계와 소통한다는 뜻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커뮤니케이션이 문화의 핵심, 아니 생명 그 자체의 핵심>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과 문화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문화는 소통>이라고 작고한 인류학자 에드먼드 리치는 말했다 (203).

ü  반면에 인류학자는 의사 소통을 텍스트의 전달을 통한 사회적 의미의 생산으로 이해한다 (204).

ü  구조주의자는 언어, 신화 같은 상징 체계가 공동의 사회적 경험에 의미를 불어 넣는 데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관심을 쏟는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문화를 표현하고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을 표현한다는 말이 성립한다 (204).

ü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 (공동체)의 철자가 비슷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커뮤니티는 공동의 의견과 공동의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있어야 성립한다 (204).

ü  인류학자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티나 문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 사정이 이렇고 보면,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상품화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요체인 문화도 필연적으로 상품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5).

ü  문화- 인간의 삶에 의미를 주는 공동의 경험-는 미디어 시장으로 인정 사정없이 끌려 들어가서 상업적으로 개조된다 (205).

ü  <인간이 가진 창조성을 표현하는 이런 기본적 요소를 집단적 공동체적 기원으로부터 자구만 분리하여 돈을 내는 사람에게만 팔아먹으려는 시도가 파죽지세로 확산되고 있다 (205)>.

ü  문화 산업이라는 용어는 1930년대에 독일의 사회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와 막스 호릌하이머가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문화 산업이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5).

ü  문화 생활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경험이기 때문에 늘 접속과 포함의 문제에 직결된다. 사람은 공동체와 문화의 일원으로 의미와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권리를 누리든지 배제당하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공동체가 공유해 온 문화가 네트워크 경제에서 자꾸만 파편화된 유료 경험으로 쪼개지면서 접속권도 자연히 사회적 영역에서 상업적 영역으로 이동한다 (206).

ü  산업 자본주의가 문화 자본주의로, 소유권이 접속권으로 변모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206).

ü  다니엘 벨은 현대 문명을 분명히 구분되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세 가지 권역으로 나눈다. 그것은 경제, 정치, 문화이다 (207).

n  경제 영역의 핵심적 원리는 자원 이용의 효율화라고 벨은 주장한다.

n  정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다.

n  문화 영역에서 제일로 치는 것은 자기 실현자기 고양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정치 영역과 문화 영역의 가치는 경제 영역으로 포섭되어 끊임없이 상품화되었다.

ü  문화는 물질적 가치만이 팽배한 세태를 경고하던 비판자들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도피처로서의 구실을 한동안은 했다. 낭만주의자들과 뒤이어 나타난 보헤미안들은 자연과 예술 속에서 자기 실현을 꿈꾸었다. 그들은 물질로 오염되지 않은 진보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208).

ü  사회 비평가들은 단순한 물질적 풍요보다는 자기 변신을 갈망했다. 그러나 자기 실현을 위한 갈망은 점점 상업적 영역으로 흡수되었다 (208).

ü  처음에는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보였던 소비 윤리와 자기 실현의 윤리가 20세기의 자본주의 시장에서 서서히 공동의 토대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상업의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하고 흥미 깊은 사건이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이 두 가치를 하나로 묶은 힘은 문화적 기준을 전달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이었다 (208).

ü  예술은 인간을 표현하는 가장 정교한 수단으로 문화의 가장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예술은 경제나 정치라는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보다 인간 정신의 심층을 더욱 깊게 파고드는 방식으로 사회적 경험을 조직하고 전달한다 (208).

ü  예술가는 저항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와 19세기의 낭만주의 시대부터였다 (209).

ü  이런 예술의 저항적 자세를 1920년대에 들어와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 같은 곳에서 활동하던 새로운 세대의 보헤미안 예술가와 지식인이 받아들였다 (209).

ü  그들의 감수성은 자본주의라는 지배 체제를 거부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그것은 생산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변하는 과도기의 경제에서 이상적인 자극제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210).

ü  과거의 생산 지향 자본주의가 창조성, 자기 충족, 쾌락과 유희를 추구하는 욕망을 억누루기에 급급했다면 새로운 소비 지향 자본주의는 이 억눌린 심리적 욕구를 예술이라는 분출구로 해방시켜 거대한 소비 문화를 창출한다. 새로운 소비자 지향의 시장은 예술을 문화적 영역으로부터 시장으로 끌고 나왔다 (210).

ü  1920년대부터 <소비자 문화>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광고 회사는 재능이 뛰어난 젊은 작가, 화가, 지식인을 영입하여 상품을 문화적 기호로 포장하는 임무를 맡겼다 (210).

ü  이제 전자 매체를 통해 원하는 만큼 누릴 수 있게 된 문화는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현장감은 덜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문화적 경험의 공유로 대중을 결속시키고 있다 (211).

ü  예술과 예술가를 시장에 빼앗긴 문화는 공유하는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고 생산하고 창조할 수 있는 강력한 목소리를 상실했다. 이런 문화적 고사 상태의 의미를 사람들이 처음으로 절감하게 된 것은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 한때는 시장이 추구하는 가치에 강력한 반기를 들었던 예술이 이제는 시장이 내세우는 가치의 가장 중요한 전달자, 가장 충실한 하수인이 되었다 (211).

ü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살 것이 없다>는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의 말은 바로 이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212).

ü  바로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는 완전한 문화적 자본주의를 향한 최후의 변신을 시도한다. … 미래의 기업은 사람의 생활 전체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점점 더 떠맡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미래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212).

ü  살아 있는 체험은 상품 구체화의 최종 단계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살아 있는 체험은자본 순환에서 최종 상품이 되었다 (212).

ü  경제 예측가와 컨설턴트들이 떠드는 새로운 체험 산업과 체험 경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던 용어이다. … 미래학자 제임스 오길비는 이렇게 지적한다. <체험 산업의 성장은 산업 혁명이 생산한 물건의 효용성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이제 소비자는 내가 아직 안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 뭔가?라고 묻지 않고, ‘내가 아직 체험하지 못한 것 중에서 체험하고 싶은 것이 뭔가?라고 묻는다 (213)>.

ü  경영 컨설턴트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기업들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체험 경제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기억을 만든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13).

ü  새로운 체험 경제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은 관광 산업이다 (214).

ü  <관광Tourist>은 원래 19세기 초반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 전에 견문을 넓히기 위해 3년 동안 유럽을 유람하던 영국의 젊은 귀족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215~6).

ü  관광을 어엿한 산업으로 발전시킨 주역은 토머스 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쿡은 관광을 패키지로 만들고 여행을 유료 체험으로 전환시킨 최초의 인물이다 (216).

ü  쿡이 문화 체험을 패키지 상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통신과 수송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216).

ü  쿡은 헨리 포드가 50년 뒤에 자동차 생산에 도입한 방법처럼 표준화와 대형화를 통해 관광을 중산층과 서민층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다 (218).

ü  쿡은 체험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단순한 서비스의 판매와는 전혀 다른 발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 그는 문화 생산의 아버지로서, 체험 자본주의를 처음으로 도입한 실천가로서 당연히 인정받을 만하다 (218).

ü  쿡의 관광은 시장을 문화에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문화가 시장에 도입되고 있다 (218).

ü  쿡의 사업은 계몽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지만 체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관광 회사들은 재미와 놀이와 모험까지도 제공한다. 1950년 제라르 블리츠와 질베르 트리가노라는 두 유럽 청년이 클럽 메드라는 회사를 차렸다 (220).

ü  자연 경관, 성당, 박물관, 궁전, 공원, 의식, 축제 같은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 영역이 점점 시장으로 흡수되어서 여유 있는 사람의 오락과 정서 함양을 위한 문화 상품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222).

ü  과거의 산업 자본주의가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할 목적으로 자연 자원과 노동력을 포획하고 이용했다면, 새로운 문화 자본주의는 문화 생산을 위해 문화 자원을 징발한다 (222).

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전 세계의 20퍼센트의 인구가 소득의 점점 많은 부분을 문화 소비와 살아 있는 체험을 위해 지출하는 한, 21세기에도 관광 산업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223).

ü  살아 있는 체험을 상품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사회와 나라의 자연 유산과 문화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산업 생산을 위해 두 세기가 넘도록 자연 자원을 착취해 온 나라들이, 이제 적어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은 자연 경관을 약탈하는 것보다는 체험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들의 관심은 자연으로부터 물건을 만드는 데서 자연 자체를 즐기는 쪽을 바뀌었다 (224).

ü  부자들은 자연 자원을 가만히 두어 때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체험하고 싶어한다. 그들에게는 땅을 일구는 것보다 땅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225).

ü  문화의 집결지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았던 공공의 광장은 그러나 불과 30년도 못 되는 사이에 거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226).

ü  공공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활동은 쇼핑몰 안으로 흡수되었고 판매를 위한 상품이 되었다. 쇼핑몰은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새로운 건축 공간을 창조했다. 그 상업화된 세계에서 문화는 상품화된 체험의 형태로 존재한다. 쇼핑몰은 이런 점에서 현대의 관광 산업과 일맥 상통하는 면이 많다 (227).

ü  전체 소매점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 쇼핑몰 안에서 이루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시간을 보내는 곳도 이 곳이라는 사실이다. 1980년대 중반이면 벌써 미국 청소년은 집과 학교 다음으로 쇼핑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몰은 새로운 영역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활동을 한다 (228).

ü  몰은 문화의 다양한 부분들을 상업화된 형태로 모사하여 재현하기 위해 설계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몰은 인공의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첨단의 전자 기술을 총동원한다 (228).

ü  몰에서 벌어지는 문화 활동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살아 있는 체험을 물건과 오락물의 구입이라는 형태로 상품화하는 중요한 소임을 돕기 위해 옆에서 들러리를 서는 데 불과하다 (229).

ü  오늘날 몰은 소비라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연극 공간내지는 정교한 무대가 되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몰을 지을 때 할리우드의 착상을 대거 따온다 (229).

ü  몰은 시간을 넘어선 공간이다 (229).

ü  TV와 몰은 시청자고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여 제품이나 서비스, 아니면 길이 기억될만한 사건 같은 상품화된 체험을 팔기 위해 정교하게 연출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똑같이 매체라고 할 수 있다 (231).

ü  게르메지온은 자신의 사업은 문화의 모방물이 아니라 문화의 대용물이라고 주장한다. 몰은 일종의 지역 사회라 할 수 있고, 사교, 오락, 놀이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232~3).”

ü  미래의 새로운 몰은 궁극의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불린다 (233).

ü  접속의 시대에는 메가몰과 테마가 있는 대형 오락 센터가 상품화된 새로운 문화의 문지기 노릇을 한다 (234).

ü  문화 경제에 누구를 집어 넣고 누구를 뺄 것인가 하는 문제는 21세기에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236).

ü  문화는 체험의 고유다. 서로 비슷한 가치 아래 사람을 모아들이는 것이다. 반면 문화 상품은 문화를 잘게 토막내어 분할하는 것이고 상업화된 오락물로 개별 판매하는 것이다 (236).

ü  “20세기 말, 미국을 이끌어가는 사업은 더 이상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오락이다. 개블러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 산업은 점점 전통적 오락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삶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236).

ü  미국인은 자동차, 의료, 의복, 구두, 주택, 각종 공과금보다 연예 오락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237).

ü  많은 역사가들은 19세기 후반 그래픽 분야에서 일어난 혁명을 오락 경제의 시발점으로 본다 (237).

ü  다색 석판 인쇄가 대중 문화 생산의 초석을 깔았다면 얼마 뒤에 등장한 영화는 문화 생산을 자본주의 시장의 무시 못할 주역으로 정착시켰고 상업적 오락물을 미국 사회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영화와 함께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는 소비 문화로 변모했고 문화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239).

ü  영화는 많은 이민자,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에게 미국이 당연히 제공할 것 같은 이상적모습을 보여주었다 (239).

ü  영화관은 문화 체험의 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피처였다 (240).

ü  유인은, 세실 데밀을 비롯한 유명한 감독들이 섹스, , 사랑을 영화에 가미하여 영화를 새로운 상업 문화에 걸맞은 욕망의 채널로 발전시켰다고 강조한다 (240).

ü  즐겁고 의미 있는 체험을 유료로 만끽하는 것은 특히 전 세계의 중산층에게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241).

ü  경제는 거대한 공장에서 거대한 극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41).

ü  경영서의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른 책들의 제목부터가 벌써 심상치 않다. <사업은 공연 예술이다: 어지러운 변화의 세계를 헤쳐가는 새로운 사고>, <즉흥 연주: 창조적 경영의 원리와 비결>, <체험 경제: 일은 연극, 사업은 무대>, <오락 경제: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거대 미디어의 위력> (241).

ü  독립 하청업체와 뛰어난 예술가의 재능을 하나로 결집하여 문화를 상품의 형태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42).

ü  경영 컨설턴트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체험 경제>라는 책에서 연극적 비유를 한층 심도 있게 밀고 나가 새로운 문화 생산의 시대에는 기업의 전 조직을 공연 예술을 전범으로 삼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242).

ü  제조업 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산출량이 중요하지만 문화 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연기가 중요하다.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모든 사람이 연예 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말해도 절대로 과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피터스는 자문을 요청해 온 기어들에게 사업의 성패는 고객의 머리에 감동적 드라마를 얼마나 많이 집어 넣느냐에 좌우된다고 조언한다. 이제 사람들에게는 신화, 상상, 환상같은 단어가 먹혀 들어간다 (242~3).

ü  새로운 시대의 주역은 근면이 아니라 창조이며 사업은 일보다는 유희에 가까워진다. 문화 사업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창조성과 예술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기업이 조직 환경을 재구축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243).

ü  업무 환경은 실체험의 마케팅과 문화적 연기를 중시하는 유희 환경으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다 (243).

ü  경영에 연극적 기법을 도입한다는 지적 발상은 실은 사회학에서 상당 부분 빌려온 것이다 (243).

ü  1980년대에 일부 비판가들은 미국 시장을 미키 마우스 경제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미국의 오락 및 문화 관련 상품 수출은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캐나다 총리를 역임한 킴 캠벨은 문화 생산은 세계의 미국화를 주도하는 첨병이라고 지적한다 (246).

ü  문화 생산은 21세기의 고부가 가치 산업을 선도할 것이다. 접속의 시대에 문화 생산은 경제 생활의 제1열로 부상하고 정보와 서비스는 2열로, 제조업은 3열로, 농업을 4열로 내려 간다. 이 네 개의 열은 소유 관계에 바탕을 둔 체제를 접속에 바탕을 둔 체제로 꾸준히 탈바꿈시킬 것이다. 그리고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통합한 네트워크 관계 안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이다 (246).

 

9 문화의 광맥을 찾아서

ü  우리는 가상의 전자 미디어에 에워싸여 있다. 우리의 체험이 인공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인간이 살아온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247).

ü  이제 대부분의 선진국 국민이 미디어에 소비하는 시간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시간 다음으로 많다 (248).

ü  전자 통신은 현실을 재현하기 위해 현실을 모사한 미디어 환경이다. 전화,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은 모두 감각을 기만하고 우롱하려고 한다 (248).

ü  마찬가지로 영화와 텔레비전도 시간, 공간, 현실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보기 좋게 농락한다 (248).

ü  이 막강하고 새로운 통신 수단은 문화적 체험에서 알짜배기 상징을 뽑아내서 감쪽같이 디지털 이미지와 형태로 변형시킨다 (248).

ü  포스트 모던 철학자와 미디어 컨설턴트는 사이버 스페이스안의 이런 의사 체험을 하이퍼 현실 체험이라고 부른다 (249).

ü  책과 라디오는 말한다. 무대와 영화는 보여준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육화한다. … 극작가와 감독이 어떤 체험의 관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사이버 스페이스 연출가는 체험 그 자체를 전달하려고 애쓴다. 사이버 스페이스 연출가는 관객이 그 안에서 직접 연기할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한다. 관객은 흥미로운 현실을 체험하고 있다고 단순히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직접 체험한다 (250).

ü  사이버 스페이스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문화 상품이 앞으로 공연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무대이다 (251).

ü  인공 환경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의 삶 자체가 상품으로 바뀐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삶을 만들어주고 우리는 그것을 구입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소비자가 되어 버린다 (251).

ü  우리의 일상 체험 중에서 점점 많은 부분이 인공 전자 환경 안에서 일어나리라는 사실이다 (251).

ü  마케팅은 문화라는 공공재로부터 가치 있는 문화적 의미를 캐낸 다음 예술적 조직을 거쳐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품화된 체험으로 변형시키는 수단이다 (252).

ü  생산 지향에서 마케팅 지향으로 관점이 이동하는 것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252).

ü  마케팅은 문화적 규준, 관습, 활동을 상품 형태로 번역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기술이다. 예술과 의사 소통 전략을 동원하여 마케팅 전문가는 상품, 서비스, 체험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우리의 구매 행위에 문화적 의미를 불어 넣는다 (252).

ü  이 새로운 마케팅 현실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이름이 박힌 최고급 상품의 세계다 (253).

ü  고급 상표가 붙은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그 디자이너가 창조한 가치와 의미의 세계에 자기도 끼여든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53).

ü  마케팅의 기능은 그 동안 많이 달라졌다. 제품을 파는 것에서 체험을 파는 것으로 강조점이 달라진 것이다 (253).

ü  이제 마케팅 산업에서 문화 노동자의 일차적 임무는 대중 문화로부터 의미의 단편을 뽑아내고 음악, 영화, 디자인, 광고 같은 예술의 힘을 빌려 특정한 문화적 범주에 어울리는 정서적 반응을 소비자에게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제품을 포장하는 것이다 (254).

ü  문화 생산이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제품은 점점 무대의 소도구와 같은 성격을 띠게 된다. 제품은 정교한 문화적 의미가 그 위에서 공연되는 발판 내지는 배경이 된다. 제품은 물질적 의미를 상실하고 상징적 의미를 띤다. 제품은 물체로서의 성격을 점점 잃고 체험의 공연을 지원하는 도구에 가까워진다 (254).

ü  점점 확대되는 마케팅의 새로운 역할은 문화 상품의 기획자로서의 역할이다. 마케팅 전문가는 현대 문화 여기저기서 단편적으로 끌어온 조각들을 짜맞추어 정교한 환상과 허구를 창조하고 그것을 체험으로 판매한다. 마케팅은 하이퍼 현실을 제조한다. 마케팅의 성패는 현실을 대체하거나 능가하는 인공의 세계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54~5).

ü  문화 상품은 체험에 흥분을 불어 넣는다. 본전 생각이 나지 않도록 어떻게 해서든 짜릿한 감동을 주려고 애를 쓴다 (255).

ü  마케팅 전문가는 정서적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주제를 찾아 문화의 숲을 누비고 다닌다. 심지어는 문화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빌려온 파격적인 이미지로 상품을 판매한다 (255).

ü  저항 문화는 마케팅 전문가가 특히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환경 문제, 여성 문제, 인권 문제, 빈부 문제, 이 모든 것이 이미 마케팅에 동원되었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에 상품과 서비스를 동화시킴으로써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에 기존 질서에 도전하고픈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대의에 개인적으로 동참하는 상징적 행위로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도록 유도한다 (256).  

ü  피라트와 벤카테시에 따르면 새로운 경제에서 소비자는 점점 문화의 소비자가 되고 문화는 점점 시장에서 파는 상품이 된다 (256).”

ü  점점 많은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 제품, 서비스를 문화 활동이나 행사에 연결시키고 있으며 때로는 비용을 모두 떠맡고 직접 행사를 관장하기도 한다 (256).

ü  기업은… “고객의 생활에 끼어들어서고객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258).

ü  이제 기업은 문화계 어디에나 얼굴을 내민다. 기업의 도장을 찍지 않은 순수 문화 공간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258).

ü  라이프 스타일 행사 마케팅이 목표는, 기업이 문화의 적극적인 후원자이며 주역이라는 인식을 지역 사회와 소비자 단체에 심어주어 우호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쌓아나가는 데 있다. 슈라이버는 접근하고 싶은 사람의 생활에서 무시 못할 비중을 찾지하는문화 활동이나 제도에 투자하라고 기업에 충고한다 (259).

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후원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 다시 말해서 목표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259).

ü  마케팅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서민의 구체적인 삶 속으로 파고드는 행사나 활동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59).

ü  <비즈니스 위크>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산 채로 광고의 수렁에 매장당한 상태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260).

ü  광조주는 이제 대중을 단순한 제품의 소비자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상징의 소비자로 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자연히 광고는 문화적 의미를 해석하는 역할을 떠맡게 된다. 광고는 개인이 스스로 떠올리는 삶의 줄거리를 사회 전체를 구성하는 좀 더 원대한 줄거리로 끊임없이 이어주는 교량의 역할을 한다 (260).

ü  광고는 소비자에게 문화에 대해서 한 수 가르쳐주고 무엇을 사야만 그럴듯한 문화적 함의와 체험을 누릴 수 있는지를 일러준다. 따라서 고도 자본주의의 본질은 단순한 제품의 생산도 아니고 서비스의 수행도 아니고 정보의 교환도 아니다. 그것은 정교한 문화 상품의 창조다 (261).

ü  관문은 네트워크들, 병존하는 세계들, 이런저런 가상 현실들로 들어가는 다양한 통로와 경로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다. “문지기는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사회에 누구는 들여보내고 누구는 막을 것인가 하는 입장과 통제의 조간과 규칙을 결정하는 기관과 개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261~2).

ü  소유 관계도 접속 관계도 결국은 포함과 배제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262).

ü  접속 관계는 안에 있는 사람과 바깥에 있는 사람을 구별한다. 접속 관계는 그 사람이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의 수라고 하는 양적 조건과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는가라고 하는 질적 조건으로 측정된다 (262).

ü  접속 관계에 바탕을 둔 사회에서는 그 누구건 커뮤니케이션 회로를 소유하고 네트워크에 이르는 통행로를 장악한 사람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262).

ü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관문을 장악하면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선 인터넷 서비스와 검색 엔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단 로그온을 해서 들어간 진입 사이트에서 좋건 싫건 광고를 보아야 한다 (263).

ü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와 검색 엔진 회사는 인터넷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로 고객을 유도할 경우 활동 수당을 받게 된다. 관문을 지키는 데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다 (263~4).

ü  문지기가 된다는 것은 상품과 뉴스와 사람이 오가는 통로의 전략적 요충을 장악한다는 뜻이고, 이것은 곧 그 통로로 들어갈 수 있는 것과 들어갈 수 없는 것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264).

ü  문지기는 이 네트워크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조건을 정한다 (264).

ü  접속의 시대에는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이 모든 사회 활동의 전제 조건이다. … “네트워크 안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이 무한히 열리지만 네트워크 밖에서는 점차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몰린다 (264).”

ü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은 문지기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이 바뀌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문지기의 결정은 어느 정도는 이데올로기에 의존한다. 즉 무엇이 좋은지혹은 나쁜지를 결정하는 가치와 신념의 체계에 의존한다 (265).

ü  문지기는 무엇을 사회 과정 안으로 받아들이고 무엇을 막을지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를 정의하는 방식은 크게 보면 이런 문지기가 내린 결정의 산물인 것이다 (266).”

ü  산업 시대에 문화 영역을 지배하고 가치관의 기준을 정한 것은 기업을 소유한 부르주아 계급이었다. 이제 자본주의가 문화의 생산 단계로 이행하고 체험의 상품화가 진전되면서 새로운 엘리트 계급이 정치 영역과 시민 사회에서 공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고 있다. 문화의 중개자로 불리는 이 새로운 계급의 실력은 지식과 창조성, 예술적 감수성과 기획력, 전문가적 식견과 마케팅 안목 같은 무형 자산에서 발휘된다. 그들은 예술가와 지식인, 광고의 귀재와 홍보의 달인, 그리고 대중과 문화 상품을 체험이라는 거미줄로 결합시키기 위해 기업이 동원하는 스타와 유명 연예인이다 (268).

ü  접속을 통한 체험이 재산의 소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새로운 문화의 중개자는 개인과 문화 체험 사이에서 문지기 노릇을 한다 (268).

ü  하나의 사회 집단으로 정의하자면 그들은 끝없이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중 문화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려내서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의 형태로 가공한다 (269).

ü  1990년대 중반 새로운 문화 중개자 집단이 탄생했다. “유행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주로 젊은 남녀들로 젊은이 문화의 샛길을 배회하면서 포장하고 가공하여 상업 시장에서 팔아먹을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유행을 찾아다닌다 (269).

ü  대기업은 젊은이 문화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고 최신의 문화적 추세를 엿보기 위해 이런 유행 추적 회사에 거액의 요금을 지불한다. 문화적 유행을 남보다 한 발 앞서 예측하여 재빨리 상품으로 만들어야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69).

ü  문화 상품의 세계 무역 규모가 불과 10년 만에 3배로 늘어나면서 지구 문화의 동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동질화 과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언어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있으며, 그 빈 자리에 영어가 새로운 문화 상품의 표준어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272).

ü  현재 전 세계 인구의 20퍼센트 이상이 영어를 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전 세계의 문화 상거래를 주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1세기 안에 영어는 세계 구석구석으로 파고들 것이다 (272).

ü  글로벌 문화를 특집으로 다룬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웨이드 데이비스는 언어가 사라지면 문화도 소멸한다고 지적한다. 이 세상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아득히 먼 옛날부터 인류가 쌓아온 지적 성취와 살아 있는 지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데이비스는 언어의 소멸이 급속히 진행되는 현실을 개탄한다 (272~3).

ü  새로운 시대에는 지역 문화와 세계 문화에 대한 접속의 문제, 상업화된 형태로 문화적 내용을 담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회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쟁탈전이 점점 전면으로 부각된다. 다국적 기업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문화 중개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접속이 체험의 유일한 통로가 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지기의 노릇을 하게 된다 (273).

10 탈근대

ü  새로운 인간형이 탄생하고 있다. …. 심리학자 로버트 리프턴은 이 새로운 세대를 변화 무쌍한인간이라 부른다 (274).

ü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며 성찰적이라기보다는 찰나적이다. … 근면하다는 말보다는 창조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 더 뿌듯해한다. … 아주 유연하고 순간적인 삶을 추구한다. 이념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이고 글자보다는 이미지로 생각하는 쪽이다. 작문 실력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전자 데이터를 처리하는 실력은 한 수 위다. 분석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이다. … 이들의 세계는 경계가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다 (275).

ü  세계는 하나의 무대이며 삶은 공연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단계단계마다 새로운 생활 양식을 과감히 받아들이면서 자기를 끊임없이 바꾸어나간다. 이 변화 무쌍한 남녀를 끌어당기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스타일과 패션이다.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도모한다. 정신없이 바뀌는 이들의 생활 공간에 습속, 관행, 전통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276).

ü  이 새로운 남녀는 이제 막 소유 세계의 바깥으로 첫 발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더 큰 변화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들의 세계는 점점 가상의 행사와 순간적 경험으로 채워진다. 그것은 네트워크와 문지기와 연결의 세계다. 이들에게 접속은 생명이다. 접속이 끊긴다는 것은 곧 죽음이다. 이들은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가 말한 대로 탈근대 세계를 처음으로 살아가는 세대다 (276).

ü  탈근대와 근대가 이토록 다른 원인은 무엇일까?그것은 바로 시간, 문화, 실체험의 상품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탈근대와 맞물려 있는 반면, 근대의 자본주의는 토지와 자원의 상품화, 노동력의 고용, 제품 생산, 기본적 서비스의 제공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276).

ü  일반적으로 서양에서 근대라고 하면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 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를 가리킨다 (277).

ü  근대인이 가졌던 믿음 혹은 신념은 무엇일까? 세계는 인간이 알아낼 수 있고 인간 생활을 개선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불변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이었다. 근대인은 신앙을 버리고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다 (277).

ü  근대인은 진보의 관념을 받아들였다. … 신의 섭리가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의지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새로운 지상 낙원을 건설할 수 있다고 믿었다 (278).

ü  이렇게 새로운 자신감의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은 인간이 알 수 있는 객관적 현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었다. 과학은 객관적 현실의 원리를 탐구하는 것, 기술은 객관적 현실의 결과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사유 재산은 정복에서 얻은 전리품을 분배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279).

ü  이런 근대인의 감각은 사유 재산에 바탕을 둔 인간 관계와 잘 맞아 떨어졌다. 자연은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총명함과 근면함으로 자연을 상품과 인공물로 변형시킨 사람이 그 동안 흘린 땀의 대가로 열매를 차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것이 바로 존 로크가 재산의 노동 이론에서 주장한 내용이었다 (279).

ü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중세인의 사고 방식을 깔아뭉갰다 (280).

ü  탈근대가 현실을 보는 눈은 다르다. 근대와는 전혀 다른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런 가정은 소유에 대한 근대인의 가정을 허물어 뜨리고 인간 관계를 접속 원리를 중심으로 하여 재구성한다 (281).

ü  우선 탈근대 이론가들은 고정되고 인식 가능한 현실이라는 (281).

ü  물리학자들은 원자가 결코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원자는 지금까지 물리학에서 말해 온 그런 물질이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힘들의 집합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영향 관계는 시간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다. … 관계는 운동의 리듬이 생길 만큼 충분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282).

ü  하나하나의 원자가 시간 속에서 성립하는 관계의 집합이라면 특정한 순간에 하나의 원자는 관계로서의 특징을 전혀 갖지 않게 된다 (283)”

ü  새로운 물리학은 존재와 운동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지 상태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사물은 시간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해서만 존재하게 된다 (283).

ü  새로운 물리학에 따르면 물질은 에너지의 한 형식이고 에너지는 순수 활동이다. “공간 관계의 정지된 틀안에 존재하는 딱딱한 실체라고 하는 양적 관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283).

ü  자연은 부단히 이것에서 저것으로 바뀌고 있으며 따라서 시간과는 동떨어져서 존재할 수가 없다 (283).

ü  그렇다면 재산은 어떻게 되는가? 물리학자들은 근대 세계의 딱딱한 물리적 현실을 해체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힘을, 활동의 패턴을, 시간 속의 관계를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283).

ü  이제 사람들은 자연을 불변의 법칙에 바탕을 둔 현실이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나오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어어지는 창조적 행위의 연속으로 이해한다. 자연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놀라움을 모든 고비에서 드러내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스스로의 현실을 창조한다 (284).

ü  물리학, 화학, 수학에서 나온 새로운 관념이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분야는 인문학이다. 고정되고 인식 가능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가 경험하고 그 세계에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개별적으로 현실들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현실을 모두 포괄하는 관점, 저 높이 우뚝 솟은 곳에서 현실을 내려다보는 관점은 존재할 수가 없다. 탈근대론자에 따르면 세계는 인간의 구성물이다 (284~5).

ü  진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과 시나리오로 엮여 있다. … 언어, 의미, 은유는 시간 속에서 달라질 수 있고 또 실제로 달라진다. 현실은 우리가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 소통을 통해 지어내는 것이다 (285).

ü  오르테가가 대신 내놓은 것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독특한 삶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무수히 많은 현실들이었다. 그는 현실에 대해 새로운 탈근대적 사유 방식을 나는 나와 주변 상황의 합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285).

ü  과학적 탐구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하이젠베르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자연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질문 방식이 노출시킨 자연이다. 물리학에서 이루어지는 과학 연구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가진 언어로 자연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결국 현실이라는 것은 우리가 현실을 설명하고 묘사하고 현실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와 함수 관계에 놓여 있다는 뜻이 된다. 햄릿의 말을 빌리자면 현실은 , , 이다 (285~6).

ü  탈근대 세계에서 이야기와 공연은 사실과 수치만큼이나,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는 상징과 기호를 연구하는 기호학에 열광한다. … 진리를 과학적으로 탐구해야 한다는 집념은 더 이상 학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제 학자를 움직이는 힘은 의미를 발견하기 위한 개인적, 집단적 탐구이다. 의미를 캐는 열쇠는 언어가 쥐고 있다. 우리가 생각과 느낌을 남과 주고받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 바로 언어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버그퀴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언어는 탈근대 세계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생활 영역의 으뜸가는 현실이 되었다” (286).

ü  근대가 목적을 추구했다면 탈근대는 유희를 추구한다. … 반면에 창조적 무질서는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권장하는 쪽에 가깝다. … 역사를 만드는 것보다는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더 관심을 보인다 (286).

ü  전통과 유산 앞에서 사람들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중요한 것은 순간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개인 생활에서도 사회 생활에서도 절정감과 카타르시스는 효율성과 생산성보다 윗자리에 놓인다. … 지금은 쾌락 원칙이 군림한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유희와 쾌락의 추구가 판을 친다 (287).

ü  탈근대 사회과학자도 인간의 행동을 통일적으로 설명하려는 근대의 노력은 계급론, 인종주의, 식민주의 같은 이데올로기만을 낳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탈근대 사회학은 다원주의와 이중성을 중시하고 인간의 경험을 구성하는 수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너그럽게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누구나 열망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상적 사회 체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타당성을 모두 갖는 수많은 문화적 실험이 있을 뿐이다 (288).

ü  새로운 시대는 모호하고 다양하며, 재미와 유머를 추구하며, 어수선하고 너그럽다. 절충을 중요하게 여기며 권위를 우습게 여긴다. 이데올로기, 만고 불변의 진리, 절대로 어겨선 안 되는 철칙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고 대신 그 자리에서 온갖 유형의 공연이 펼쳐진다 (288).

ü  근대의 핵심이 근면이라면 탈근대의 핵심은 유희다. … 유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에서는 공연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문화적 접속에 대한 상업적 접속이 인간 활동의 목표가 된다 (288).

ü  물리적 자원을 가공, 변형하는 데 주력하던 경직된 시대는 지나갔다. 탈근대는 부드럽고 가볍고 느낌과 태도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시대다. 그것은 거꾸로 된 세계이다. … 성적 욕망, 몽상, 환영에 이끌리는 무의식이 전면에 나서서 사실상의 현실이말하자면 하이퍼 현실이 된다. … 이제 텔레비전은 세계를 해석하거나 극화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이 바로 세계이다” (289).

ü  MTV는 아무런 맥락이 없는 체험이다. 그래서 무의식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온갖 종류의 환상이 화면 위로 거품처럼 솟아올랐다가 이내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시간을 초월한 영역이다. … MTV는 문화의 자투리를 가지고 수많은 젊은이에게 일종의 꾸며진 체험을 자극적으로 제공하는 환상으로 재포장한다. MTV는 탈근대 세계의 이상적 상징물이다 (291).

ü  탈근대론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이 가장 강력한 경험으로 다가오느냐이다. … 우리는 도처에서 이미 현실의 미학적환각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292).

ü  탈근대 학자와 사회 비평가는 닷컴세대라는 말을 곧잘 한다. 닷컴 세대는 상업화된 가공의 세계에서 자라나는 첫 세대이다. … 이 새로운 인간은얼마나 생생한 경험을 많이 했고 얼마나 많은 관계에 접속할 수 있는가에 흥미가 있다 (292).

ü  부르주아지는 자본으로 사업을 벌이고 자본을 축적했다. 국가주의와 시장 확대를 부르짖었다. … 그들은 서서히 신학을 버리고 이념을 택한 계급이었다. 천국의 구원보다는 지상의 낙원을 추구한 계급이었다. 그들은 유물론이라는 복음을 사방에 전하고 사유 재산의 미덕을 찬양했다 (293).

ü  물질 생활의 내부화는 의식의 내면화를 수반했다. 인간이 처음으로 자아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도 부르주아 시대로 들어오면서부터였다. … 자기 점검과 자기 반성은 취미이면서 동시에 집착으로 자리 잡았다. … 자화상과 전기는 인기 있는 문화 형식이 되었다(293~4).

ü  후기 빅토리아 시대부터 부르주아지는 본격적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 그들은 재산으로 자신을 에워쌌고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는 모든 형태의 경계선을 만들었다. 소유라는 개념은 심지어 그들의 의식 안으로 철저히 내면화되었다 (294).

ü  중세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내세에서 안전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량한 그리스도교도라면 누구나 덕을 쌓고 싶어했다. …. 그러나 근대로 들어와 사회가 점점 생산 지향적으로 움직이면서 덕은 변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부르주아지는 덕보다는 양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295).

ü  양식은 무엇보다도 자기 절제와 자기 통제라는 관념을 연상시켰다. … 그것은 프로테스탄트의 노동 윤리에 담긴 정신을 세속화시키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와 사유 재산 체제를 앞으로 밀고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생산자 정신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말이었다 (295).

ü  그러나 1920년대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운 자아의 개념이 처음에는 자아를 향상시키는 요령을 가르치는 책에서 나타나더니 나중에는 대중 문화로까지 침투한다. 당시 이 방면의 전문가들은 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95).

ü  매력 있는 인간을 묘사하는 데 동원되는 단어는 양식 있는 인간을 묘사하는데 쓰이던 단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 나 자신이 되자”, “나의 개성을 표현하자”, “자기 확신을 가지자같은 구호가 시대를 풍미했다. 이런 구호는 저축과 생산 중심의 사회를 지출과 소비 중심의 사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고안된 마케팅 기법과 국가 차원의 선전을 위한 심리적 재료가 되었다 (296).

ü  19세기의 부르주아지는 재산과 부를 축적하기는 했어도 인생에 대해서는 금욕적 태도를 고수했다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1920년대로 접어들면 미국에서는 물건이 남아돌기 시작한다. 자연히 소비 생활에 거부감을 갖지 않는 새로운 인간형이 필요해졌다 (296).

ü  마케팅 전문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적절한 조언을 제공했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 그래서 세련되고 현대적이고 전위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 주장을 하고 자기만의 매력을 가시적으로 발산하는 길이었다. 현대 마케팅과 매력 예찬론이 손을 잡고 새로운 인간을 창조했다. 이 새로운 인간에게 자기 충족은 자기 제어 못지 않게 중요했다. 양식이 매력으로 바뀌는 기나긴 여정에서 사유 재산은 여전히 사회에서 가장 으뜸가는 지위를 차지했지만 강조점은 서서히 생산에서 소비로 이동했다 (297).

ü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에서 체험의 소비로 다시 한 번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는 오늘날, 인간의 본성도 다시금 변화를 겪고 있다 (297).

ü  지난 세대의 사람은 자신을 양식 있는 인간으로, “매력 있는 인간으로 여겼다. 거기에는 생산 중심의 가치관, 소비 중심의 가치관이 각각 반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새대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문화라는 장터를 이루는 수많은 드라마에서 연기하면서 각본과 무대 사이를 경쾌하게 옮겨다니는 창조적 공연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297).

ü  20세기는 도시화의 세기였다. … 인적 교류가 이렇게 활발해진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297).

ü  사람과 사람의 소통 방식이 질적으로 달라지면서 변화하는 환경, 새로운 상황, 시시각각 바뀌는 기대에 기민하게 적응할 수 있는 좀 더 유연한 인간이 필요해졌다 (298).

ü  철학자 게오르크 지멜은 20세기의 가속화하는 도시 세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간형에 대하여 성찰하면서 삶 자체의 본질이 불안정해졌다고 말한다. 인간 활동의 속도가 워낙 빨라지다 보니 고정된 형태가 자리 잡기 어려워졌다 (298).

ü  19세기만 하더라도 사람은 고정된 자아관을 가지고 있었다. … 그러나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인생은 무언가를 부단히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과정존재를 압도하게 되었다 (298).

ü  이제 자아는 만들어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자아는 끊임없이 갱신되고 재편집되는 이야기의 전개로 여겨진다 (299).

ü  소유라는 비유가 퇴색한 데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다. 바로 학자들이 지적하는 역사 의식의 붕괴와 심리 치료의 부상이다. 18세기, 19세기, 그리고 20세기 초반의 부르주아지는 역사적 맥락 안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찾았다. … 그 드라마의 종착점은 세속의 유토피아라고 믿었다 (299).

ü  자본가도 사회주의자도 소유 관계야말로 역사의 원동력이라고 똑같이 믿었고 개개인의 인간은 거대한 역사극 안에서 일역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299).

ü  20세기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역사 의식은 쇠락하고 심리 치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역사적 사명감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인사를 훨씬 비중 있게 생각했다 (300).

ü  인생은 역사나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각성이 움튼다. … “역사를 지향하는 인간은 현재를 희생하고 미래를 위해 살아가지만 치료를 지향하는 인간은 현재를 위해 살아가며 거창한 역사적 사명감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300).

ü  래시는 이것은 역사적 시간 감각의 소멸이다, 라고 말한다 (301).

ü  인간의 의식을 바꾸어놓은 데 기여한 요인의 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 기술이 인쇄에서 컴퓨터로 바뀐 것이다 (301).

ü  근대의 여명기에 구두 문화와 필사 문화가 인쇄 문화로 바뀐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인간 의식의 성격이 결정적으로 변했다 (301).

ü  민족주의가 발달하고 국민 국가가 성립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도 인쇄였다 (303).

ü  컴퓨터 통신은 직선으로 전개되지 않고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순서와 인과는 밀려나고 그 자리에 연속적이고 통합된 활동의 총체적 장이 들어선다. … 전자 통신은 인쇄 기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조직한다 (305).

ü  책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책은 완전하다. 하이퍼 텍스트는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 않다 (306).

ü  하이퍼 텍스트는 인쇄 문화의 중요한 특성 하나를 잠식한다. 그것은 바로 책에 씌여진 생각이나 단어는 개별 저자의 소유라는 발상이다 (306).

ü  하이퍼텍스트는 프랑스 문학 이론가 롤랑 바르트가 말한 저자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아울러 근대 정신과 사유 재산 체제의 틀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배타성과 독립성도 사라진다 (306~7).

ü  이렇게 되면 개인 표현과 집단 표현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진다. 아니 경계선을 긋는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하임은 텍스트가 한 개인의 저작이라는 의식이 희박해지면 자연히 창조활동을 하는 저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추세가 강해진다고 말한다 (307).

ü  새로운 자아는 섬처럼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관계를 지향하는 자아이다 (307).

ü  인쇄가 자율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관념이 싹트는 것을 도왔던 것처럼 컴퓨터는 관계를 중시하는 새로운 의식의 탄생을 북돋운다 (308).

ü  그러나 요즘 세대를 지배하는 것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다 (308).

ü  우리는 무수히 많은 관계에 둘러싸여 있다. 그 중에는 현실적 관계도 있지만 가상 공간 속의 관계도 있다 (309).

ü  우리는 서로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붙들어 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309).

ü  우리는 시대가 그 때 그 때 요구하는 대로 우리의 유한한 정신 자원을 잘게 쪼개어가면서 필사적으로 부응한다. 이렇게 끝없이 짧게짧게 이어지는 단편적 연결의, 미로같이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서서히 잃어갈 위험성에 봉착한다 (310).

ü  거건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이 자아 관념의 파편화는 조리가 없고 일관성이 없는 관계들의 복수성과 맞물려 나타난다. …. 그래서 알아볼 수 있는 윤곽을 가진 진정한 자아는 점점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완전히 포화상태에 이른 자아는 더 이상 자아가 아니다 (310).

ü  서양 역사에서 지난 수백 년 동안 한복판을 차지해 온 자아는 밀려나고 그 빈 자리로 관계가 밀고 들어온다 (311).

ü  심리학자와 사회학자는 올려 말하기라는 이런 말투가 유행하는 데 주목하면서, 이것은 자아의 성격이 자율성에서 관계성으로 변모하는 징후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311).

ü  우리는 더 이상 주체로서 존재하지 않고 복수 네트워크들의 단말기로서 존재한다 (312).

ü  탈근대 시대가 낳은 처음 세대에서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중 인격을 가진 젊은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312).

ü  리프턴에 따르면 복수의 인격을 가지는 것은 현실을 극복하는 수단이다. 하이퍼 현실, 탈근대 사회의 점증하는 요구 앞에서 영혼이 대처하는 방식이다 (313).

ü  변화 무쌍함은 한편으로는 외부 상황에 맞추어 자기 모습을 바꾸어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응집하고 강화하는 노력이라고 리프턴은 말한다 (314).

ü  복수의 인격을 실험하면서 사는 사람은 남들에 대한 이해와 아량이 깊어질 것이고 남들과 어울릴 때도 상대적으로 개방적일 가능성이 높다. 연극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탁 트인 생각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통설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315).

ü  문화 상품과 체험을 파는 데 골몰하는 경제에서 개개의 영혼이 복수의 인격으로 파편화된다는 것은 문화 시장의 수가 앞으로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할 따름이다. 사람이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체험의 양이 곧 문화 상품의 시장 규모를 의미한다면 개개인이 여러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316).

ü  접속의 시대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 것은 연극성이다 (316).

ü  문화 생산과 체험의 소비가 사회 구조의 근간을 이루는 시대에는 자연이 공연을 위한 거대한 잠재 공간으로 받아들여진다. 변신에 능할수록 더 다채로운 각본을 추구할 수 있다 (316).

ü  인간이 생산 활동을 하는 노동자에서 창조 활동을 하는 공연자로 변신하는 것은 사회 관계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316).

ü  인간은 끝없는 변신의 과정을 밟는다 (317).

ü  탈근대에서 말하는 연극성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적어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연극성을 전보다 강하게 의식한다는 점, 같은 연극이라도 예전에 비해 상업성이 짙어졌다는 점이다. … 자신의 인생을 미완의 예술품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317).

ü  마사 스튜어트는 인물 조형이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아마 가장 성공을 거둔 사람일 것이다 (318).

ü  우리는 종국에 가서는 그 안에서 살 수도 있을 만큼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설득력 있고 너무나 실감이 나는 환각을 만들어낸 최초의 인간이 될 위험성이 있다 (319).”

ü  만일 인생이 일련의 개인적, 집단적 사회극을 연기하는 것이라면 사람이 파묻혀 살아가는 경제적, 사회적 네트워크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개개인이 연기를 요청받는 역할의 종류도 그만큼 다양해질 것이다 (319).

ü  존 로크는 자아가 개인의 사유 재산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리에게 가르쳤지만, 인간 행동을 연출적 관점에서 파악하면 이제 자아는 더 이상 개인의 사유 재산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어빙 고프먼이 말한 대로 자아는 그가 공유하기를 갈망하는 사람에 의해 한 인물에게부여된 감각에 가까워진다 (319).

ü  자아는 실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과 소통이 야기하는 일종의 허구적이고 구성적이며 교감으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는 특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들에게 접속하여 관계와 관계로 얽힌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을 때만 사람은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320).

ü  연출적 관점은 통신을 인간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자아를 관계의 중심으로 재정의하며, 체험 자체를 연극적 활동으로 만들고, 재산을 상징으로 변형시킨다 (321).

ü  시장 전문가, 광고 전문가, 문화의 중간 상인은 관문 앞에서 버티고 있으면서 입장료를 받고 온갖 유형의 새로운 문화 상품과 체험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들은 캐내서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참신한 문화 체험의 편린을 찾아서 지역 문화를 샅샅이 훑고 다닐 것이다 (321~2).

ü  각자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현실이라는 생각을 찬양할 것이고 각 개인이 입장권을 내고 들어올 수 있는 가상 체계를 창조할 것이다 (322).

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엄청난 상업적 잠재력을 가진 평생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322).

ü  연기를 할 수 있고 변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322).

 

11 접속자와 비접속자

ü  벌써 20년 전에 다니엘 벨은 앞으로 나타날 시대의 성격을 이렇게 진단했다. “통신 서비스에 대한 지배가 권력의 원천이 되고 통신에 대한 접속이 자유의 조건이 된다 (324).”

ü  최근 <베너티 페어>의 편집자들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에서 산업 생산이 문화 생산으로 바뀌는 현상의 역사적 의미를 성찰했다. “미국은 거대 군수 산업국에서 세계의 오락 정보를 장악한 패권국으로 변모했다” (325).

ü  문화 자본주의를 향한 기업의 변신이 가속화된 것은 1996년 미국 의회에서 통신법이 가결되면서부터였다. 지역 전화 회사와 케이블 회사를 포함한 새로운 경쟁자들이 미디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는 점에서 이것은 기념비적인 법이었다 (326).

ü  사업의 성패는 공급선과 콘텐츠를 모두 확보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지역 전화 회사들은 깨달았다. 공급선은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해주고 콘텐츠는 이익을 안겨준다. … “배급은 상품이고 콘텐츠는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다. 이익은 부가 가치가 많은 쪽에서 나온다 (327).”

ü  1997년 세계 60개국의 관리들이 세계 무역 기구의 주도 아래 회의를 열고 통신 시장의 국가 독점을 종식시키는 조약에 서명했다. 이로써 6천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전 세계 통신 시장이 개방되었고 각 나라의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 기업의 투자가 자유화되었다 (328).

ü  현재 통신 시장의 규모는 의료 산업과 금융 산업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통신 시장의 성장율은 세계 경제 성장율의 2배가 넘는다 (329).

ü  인터넷은 상업 광고의 경연장이 되었다 (330).

ü  수많은 사람들이 교류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신 인프라를 지배하는 것은 물론 포털과 관문에 대한 접속권까지 움켜쥐고, 나아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문화 콘텐츠까지 거머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전무후무한 권력을 누리게 된다 (330).

ü  이 기업 집단처럼 사회의 지형도를 흔들어놓을 만한 위력을 가진 세력은 지금까지 없었다. … 거의 모든 남자, 여자, 아이를 통제된 이미지와 단어로 둘러쌀 수 있는 힘, 자라나는 세대의 의식을 지배하는 힘, 국가의 정치적 의제마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이 등장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집단의 영향력은 학교, 종교, 부모, 심지어는 정부 자체의 영향력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다 (330~1).”

ü  세계 통신, 방송망의 규제 완화와 상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민 국가는 자국 영토 안에서 통신을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331).

ü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무역은 이제 국기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통신 시스템을 쫓아간다고 말했다 (331).

ü  전문직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제 지리적 공간보다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리적 주소보다 가상 공간의 주소를 더 많이 쓴다 (331).

ü  일각에서는 이런 정책이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를 조장하며 빈곤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332)

ü  1997년에 체결된 국제 통신 협약은정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333).

ü  이 새로운 시대에 국민 국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정부가 의지한 것은 지리적 기반이었다. … 그러나 인류의 사업 범위와 교제 범위가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비물질적 세계로 이동하게 되면 영토에 기반을 둔 정부의 지위가 점점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 (336).

ü  경제와 사회에서 비중 있는 활동이 상품화된 문화 체험의 형태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일어나는 세계에서, 정부의 역할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사이버스페이스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주파수와 통신 채녈에 대한 관리권을 포기할 경우 정부의 역할은 더욱 왜소해질 것이다 (336).

ü  국민 국가의 쇠락은 무역 분야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 그러나 국민 국가의 현격한 위축을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은 징세 부문이다 (336~7).

ü  인간 활동의 기초가 지리적 공간이었을 때에는 정부의 존재 이유가 분명했다. 하지만 경제 활동과 사회 활동이 점점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중요할까? (338).

ü  장 마리 게노는 <국민 국가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시민과 국가의 관계가 시민이 국가 바깥에 세우는 무한히 많은 연합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338).”

ü  정치는아무튼 주변적 지위로 밀려난다.

n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행위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ü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의 통신 격차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어서 세계가 정보 부국과 정보 빈국으로 급격히 분열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전문가가 상당수에 이른다 (340).

ü  점점 벌어지는 부자와 빈자의 수입 격차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42).

ü  극빈층이 아니더라도 가난한 노동자층과 중하류층은 새로운 전자 네트워크 세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금과 학식과 시간이 부족하다 (343).

ü  전자 네트워크 세계에 접속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하기 위한 필수적 능력이 될 것이라고 <타임>은 내다보고 있다 (343).

ü  통신 분야에서는 오래 전부터 접속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다. … 전화선과 방송 기술을 만인에게 보급하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이냐를 놓고 공익성을 강조하는 진영과 수익성을 강조하는 진영은 자주 갈등을 빚었다그러나 공익성은 얼마 못 가서 수익성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343~4).

ü  케이블 방송이 탄생했을 때도 접속의 문제가 또다시 제기되었다 (345).

ü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매체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다. 이런 매체를 통해야만 문화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접속의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이다. 같은 인간끼리 연락을 주고받고 거래를 맺고 관심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새로운 전자 통신의 힘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346).

ü  앞으로 인간이 영위하는 문명 생활의 상당 부분은 전자 세계에서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접속의 문제는 다가오는 시대가 성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된다 (346).

 

12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향하여

ü  시장 거래가 복잡한 상업 네트워크로 바뀐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347).

ü  소유 대 접속의 문제를 가장 높은 수준의 사유 단계로 끌어올린 학자는 토론토 대학의 크로퍼드 맥퍼슨 교수다 (349).

ü  맥퍼슨은 우리의 머릿속에 지금 들어 있는 소유 개념은 대부분 17세기와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분석을 시작한다.

n  맥퍼슨에 따르면 근대적 소유 개념의 첫번째 특징은 타인을 배제하는 권리다.

n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회는 공공 소유라는 소유의 두번째 범주를 만들어 이 안에 공원, 도시 거리, 공유지, 수로를 집어 넣었다. … 사유 재산과 공공 재산이라는 소유의 두 형태는 사회의 모든 성원이 개별적으로 누리는 재산권의 일부분이었다.

ü  그러나 근대로 넘어오면서 공유 재산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맥퍼슨은 말한다. … 근대적 시장과 산업 자본주의의 부상은 배타적 소유를 경제 관계와 사회 관계의 전면으로 부각시켰다 (350).

ü  접속으로부터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는 시민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의 활발한 전개 덕분에 최근 몇 십 년 동안 상당한 입지를 확보했다 (351).

ü  소유는 물질이 희소하던 세계에서 인간 관계를 구조화하는 요긴한 장치였다는 사실을 맥퍼슨은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351).

ü  오늘날 전세계의 인구 가운데 최소한 1/5은 물질적으로 쪼들리는 단계를 넘어섰고 이들에게 소유는 비물질적수입원, 다시 말해서 삶의 질을 만끽할 수 있는 원천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되어버렸다고 보아야 한다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런 생각은 17세기를 지배하던 소유 관념보다 전통적 소유 관념에 더 가깝다 (352).”

ü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타인을 배제하는 권리로서의 소유는 비중이 줄어들게 마련이라고 맥퍼슨은 지적한다. … 물질의 희소성을 극복한 사회에서는 비물질적 가치가 우위를 점하며, 자기 실현과 자기 변신에 사람들의 관심 쏠린다. 그런 사회에서는 충만한 삶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권리야말로 개인이 보장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소유의 가치가 된다 (352).

n  오쇼의 영적 성장 단계와 일치한다.

ü  그렇기 때문에 달라진 상황에서는 수준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하는 사회 관계 전반에 접속하는 것이 인간 활동의 구조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된다. … 물론 이 정도의 단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직은 요원한 사회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할 것이다 (353).

ü  심지어는 개인적 자유라든지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도 새로운 시대에는 불가피하게 달라진다 (353).

ü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자치와 소유보다는 포함과 접속이 개인적 자유의 더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354).

ü  네트워크 세계에서 자치를 고수한다는 것은 단절과 고립을 의미한다 (354).

ü  정부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의사 소통을 하고 어울리고 상거래를 하고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수많은 네트워크에 모든 개인이 접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점점 확대되는 글로벌 네트워크 세계에서 정부가 과연 누구나 접속의 권리를 누리도록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354).

ü  우리는 탈근대 사회로 이행하는 길목에서 맞닥뜨리게 될 좀 더 근본적인 물음을 아직도 던지지 않고 있다. … 상업적 관계는 문화적 관계의 대용물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 문화 영역을 상업 영역으로 밀어 넣을 때, 어떤 종류의 집단적 반향이 나타나는가? (355).

ü  전통적 관계는 친족, 민족, 지리, 고유하는 정서로부터 탄생한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으로 단단히 결속되어 있다. … 관계와 공동체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356).

ü  반면에 상품화된 관계의 핵심은 그것이 도구적이라는 데 있다. 이런 관계를 유지시키는 유일한 결속력은 쌍방이 합의한 거래 가격이다 (356).

ü  여기서 사회적 계약과 상업적 계약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계약은 더 오랜 시간적 지평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관습에 의해 또 한편으로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내리는 평결에 의해 구속력을 갖는다. … 전통 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은 개인의 행동에 제약을 가져온다 (356).

ü  반면 상업적 계약은 일반적으로 그 유효 기간이 짧다 (357).

ü  금전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복수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빠른 시간 안에 관계를 맺고 끊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안전감을 얻는다 (357).

ü  상품화된 관계에서는 당사자들 사이의 거리가 유지되어야 한다. 돈을 교환하는 것 이상의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고는 처음부터 쌍방이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다 (357).

ü  이제는 도대체 우리가 추구하는 접속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할 차례이다. … 인간 활동의 대부분이 상업 영역으로 옮겨짐에 따라 잃는 것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접속은 그저 상업 영역 안에 끼여드는 행위로 협소하게 정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탈근대가 그토록 찬미하는 자기 실현이라는 목표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 이유를 알려면 공동체 영역과 경제 영역의 판이하게 다른 기능과 두 영역의 역사적 관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358).

ü  문화는 상업 영역보다 먼저 나타났다. 지난 역사를 보더라도 인간은 늘 사회적 공동체를 먼저 세웠다. … 이런 관계를 통해 굳건한 신뢰가 형성된 다음에야 비로서 공동체는 상업적 교역에 나서고 교환을 위한 시장을 만들었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신뢰를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 요컨대 시장은 중심 기관이 아니라 부수 기관이라는 것이다 (358~9).

ü  한 사회의 문화 기구- 교회, 세속 기관, 민간 단체, 상조회, 스포츠 클럽, 예술 집단, 비정부 기구-는 사회적 신뢰의 샘물이다 (359).

ü  문화 기구라는 버팀목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가능하다 (360).

ü  일부 신자유주의자, 신보수주의자, 그리고 대다수 자유 지상주의자는 건강한 경제가 약동하는 공동체를 낳는다고 줄기차게 믿고 있지만 실은 그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한 공동체는 건강한 경제의 전제 조건이다. 강한 공동체만이 사회적 신뢰를 낳기 때문이다 (360).

ü  간단히 말해서 제 3부문 (비영리 단체 혹은 기관들. 1 & 2 부문은 정치와 경제)은 사람들이 인생이 길잡이로서 공유하는 가치를 만들고 닦는 곳이다. 문화가 풍성하게 유지되는 놀이의 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 은행 같은 국제 금융 기구가 문화와 상업의 관계를 이제 겨우 이해하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361).

ü  강한 공동체, 다시 말해서 건실한 문화는 경제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이지 경제 발전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361~2).

ü  자본주의 체제가 앞으로도 계속 문화 영역의 상당 부분을 자기 영역 안으로 흡수할 경우, … 사회 자본이 고갈되면 문화와 상업의 섬세한 균형은 무너져버린다 (362).

ü  문화는 인간 문명이 원할하게 기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또다른 가치의 산실이 된다. 리프턴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으로 들어가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통해 동질성을 확인한다”. 사회적 신뢰는 공감이라는 토대 위에서 형성된다. … 공감은 가장 심오한 인간의 감정에 해당된다. …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울타리 밖으로 넘어가서 타인 안에서 감정의 둥지를 틀고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희로애락을 함께 체험한다는 뜻이다. 그런 감정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를 배우고 서로를 배려하게 된다 (362).

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체험이 문화로부터 떨어져나와 상업 영역으로 미려 들어갈 때 그것은 공감이라는 발상을 허용하지 않는 상품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363).

ü  모사된 세계에서 자라고 문화 상품과 체험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산다는 발상을 낯설게 생각하지 않는 세대는 공감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던지는 사회학자와 심리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363).

ü  서로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세대는 문화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 (364).

ü  문화 체험을 상품화하고 마케팅하는 데 따르는 희생은 만만치 않다. .. 사회적 신뢰와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우리는 상업과 교역을 제대로 해낼 수나 있을까?

ü  결국 상업 영역은 깊은 공동체 의식과 개인적 변신으로 나아가는 관문을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그것은 자기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 경제는 문화와 인간성의 기본틀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와 감정, 다시 말해서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만들어낼 능력은 없다. 상업 영역이 인간 문화와 체험의 조각조각을 닥치는 대로 짜집기하여 제공할 때, 우리가 중요한 인간적 가치와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우물은 독으로 오염될 위험성이 있다 (364).

ü  이러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는 성공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부터 제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365).

ü  시장과 네트워크는 독자적으로 존립할 수 없다 (365).

ü  경제는 또 다른 의미에서 파생적이다. 문화 생산은 언제나 문화 영역에서 빌려오는 것이다. 문화 생산이 상업 영역에서 시작되는 법은 절대로 없다 (365).

ü  전세계에 존재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인간의 경험을 상업 영역이 근시안적 영리 추구를 위해 착취하기만 하고 순환이나 재충전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경제는 결국 문화 생산의 재료가 되는 인간 경험의 방대한 수원지를 잃게 될 것이다 (365).

ü  칸클리니에 따르면 특히 젊은 세대는 정치, 종교, 국가 배경이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다양한 사회에 의해 수용되는 동질화된 정보와 스타일에 맞추어 문화 생활을 한다 (369).”

ü  <199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보고서>는 문화와 상업의 점증하는 긴장 관계를 유난히 강조한다: 마을, 지역, 국가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동질감을 부여하는 문화적 가치가 글로벌 시장의 무자비한 힘에 압도당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가 지역 문화나 국가 문화, 그리고 이것들을 지탱하는 창조성이 파손되지 않고 보존, 향상되는 방향으로 세계화의 충격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370).

ü  세계 무역과 지역 문화가 점점 적대 관계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최근 요식업 분야에서 확연히 감지할 수 있다 (370).

ü  음식과 문화가 다른 지역보다 유독 강하게 결부되어 있는 유럽에서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과 최근 미국에서 들어온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371).

ü  식품과 요리는 현재 문화와 상업의 대결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371).

ü  문화와 상업이 생태학적으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임무의 하나가 될 것이다. 적절한 균형을 되찾으려면 시장에 나와 있는 문화 상품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 못지 않게 지역 문화를 소생시키는 데도 똑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71).

ü  새로운 상업 네트워크는 새로운 문화 네트워크와 새로운 가상 체험은 새로운 실생활 체험과 새로운 상업적 오락은 새로운 문화적 의식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372).

ü  전자 통신이 매개하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 21세기에는 지리적 공동체 안에서 같은 인간끼리 직접 살을 맞대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들을 모든 나라에서 만들어야 한다. … 결국 인간성을 상실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372).

ü  문화를 소생시켜야 하는 까닭은문화는 다른 이유를 모두 접어두고서라도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생되어야 한다. 인간의 가치를 낳는 유일한 원천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소생하면 시장도 분명히 득을 보겠지만 문화가 단순히 시장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372).

ü  철저한 가공과 순수한 시간성이 지배하는 네트워크 세계에서 지리는 더욱 각별한 뜻을 갖는다. 인간과 인간의 교류는 컴퓨터 전송과 수신, 컴퓨터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깊은 인간의 교류는 언제나 지리적 공간에서 일어난다 (373).

ü  지리적 맥락을 박탈당한 문화 표현은 총체적 체험의 그림자일 뿐이다 (373).

ü  모든 현실 문화는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그러므로 문화를 소생시키고 부활시키려면 적어도 사이버 스페이스에 쏟아붓는 만큼의 관심을 지리적 공간에도 보여야 하고 채팅방에 들이는 만큼의 정성을 현실 공동체에도 기울여야 한다 (373).

ü  미국에서 몇 년 전부터 시민 사회와 저변 문화에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 교육시키는 데 목적을 둔 풀뿌리 교육 혁명이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다. … 시민 교육은 학생이 살아가는 동네와 지역 사회에서 직접 체험하는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기본 가정에서 출발한다 (374).

ü  인터넷에서 해당 정보를 클릭하는 것이 배움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실의 시공간에서 남들과 살을 맞대고 어울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배움의 일부분이다 (375).

ü  시장에서 자기의 노동력을 팔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은 21세기의 교육 이념으로는 지나치게 옹색하다. 이런 교육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가진 균형 잡힌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남에게 팔아 먹을 수 있는 재산쯤으로 치부하는 어른을 양산한다 (376).

ü  교육은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육성하고 타인과의 유대를 권장하며 문화가 문명 생활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가를 학생에게 일깨워주어야 한다 (376).

ü  시민 교육은 문화와 상업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핵심적 도구이다. 그러나 인간 관계에서 문화가 예전에 차지하던 높은 자리를 되찾으려면 더욱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377).

ü  현대 사회는 점점 양극화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한쪽 끝에는 경제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정부가 있다 (377).

ü  그런데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정부가 역사적으로 맡아왔던 역할이 일제히 축소되고 있다. 정부의 많은 기능은 규제 완화와 함께 시장으로 이양되었다. … 아무튼 지역 공동체의 일상 생활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미미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기업은 기업대로 지역색을 벗어던지고 자꾸만 세계화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377~8).

ü  정부처럼 기업도 지역으로부터 점점 발을 빼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지역 공동체로부터 손을 떼는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거대한 제도의 진공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378).

ü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떠나간 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제 3부문과 제4부문이 (비공식 경제, 암시장, 범죄 문화) 세계 각지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3 부문이 우위를 차지하려면 다양한 기구, 활동, 이익을 공동의 사명감 아래 결속시켜 정치 세력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378).

ü  글보벌 경제와 지역 문화 사이의 힘겨루기는 새로운 정치 지형도를 낳는다 (378).

ü  접속의 시대에는 좌우가 대립하는 정치가 내재 가치와 효용 가치가 갈등을 빚는 새로운 사회 구도에 흡수된다. 내재 가치는 가장 깊은 의미의 문화적 정체성을 뜻한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는 절대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379).

ü  최근에 와서는 내재 가치가 효용 가치에 점점 밀려나고 있다. 사회의 준거틀이 자꾸 효용성으로 치우치는 것은 상업 영역이 점점 득세하고 문화 영역이 퇴조하는 시대 추세를 정확히 반영한다 (379~380).

ü  지역 공동체는 사이버 스페이스 안에서 돌아가는 글로벌 상업 네트워크의 위력에 맞서는 저항 세력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사회적 비전을 대변한다 (380).

ü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21세기의 중요한 두 사회운동이다.문화라는 것은 결국 대지와의 친밀한 결속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모든 문화는 자연에 공동의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380).

ü  문화는 대체로 생명을 긍정한다. 문화는 자연에 우리가 진 빚을 이야기하며 우리를 더 큰 생명의 힘으로 이끈다. 이런 생명의 긍정이 바로 내재 가치의 핵심이다. 따라서 문화는 모든 현상이 효용성으로 환원되고 편의와 징발이 행동의 표준으로 수용되는 상업 영역과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380).

ü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정치적으로 각성된 지역 문화는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에 저항하는 힘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의 존립에 필수 불가결한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이다. 문화의 다양성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381).

ü  이런 일이 생기면 그나마 알량하게 남아 있는 자본주의 체제도 제 4부문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다. 지금 러시아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자본주의 체제는 불법화된 암시장 같은 비공식 지하 경제로 그 명백을 이어가고 있다 (381).

ü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 고약한 형태의 근본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근본주의가 떠오르고 있다 (381).

ü  그들은 지역 문화에서 외부 세계의 더러운 오염원을 말끔히 지워내려고 한다. 모든 근본주의운동의 밑바닥에는 포위당했다는 위기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382).

ü  근본주의운동은 늘 지리적 공간과 깊숙이 결부되어 있다. 영토 수호는 사실상 모든 근본주의 신조에 면면히 흐르는 구호이다. …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된 국경 없는 세계에 맞서겠다는 필사적 의지를 볼 수 있다…. 시간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세계에서 그들은 여전히 장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382).

ü  근본주의 운동의 이런 정서는 대다수 시민 사회 조직이 추구하는 이념과 충돌한다. 시민 사회 조직은 지역 문화의 회복을 주장하면서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다른 문화가 존재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의식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국지적으로라는 말은 너무나 남용된 나머지 상투적 구호로 변질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전세계의 제3부문 조직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을 잘 대변한다 (382~3).

ü  많은 시민 사회 조직의 정서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에 집약되어 있다. “나는 사방이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창문을 굳게 닫아놓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 온 세계에서 불어오는 문화를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밖에서 불어온 문화에 덩달아 휩쓸려 가지는 않겠다 (383).

ü  시민 사회 조직이 되었건 근본주의 세력이 되었건 앞으로 지역 문화를 정치적으로 결집하여 동원하는 데 성공하는 집단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383).

ü  글로벌 경제를 옹호하는 세력과 제3부문을 옹호하는 세력은 결국 앞으로 급부상하게 될 놀이라는 새로운 정신을 구성하는 수많은 문화적 범주에 졉속하는 통로를 누가 관리할 것이냐를 놓고 대립할 것이다 (384).

ü  산업 자본주의가 문화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지금, 노동 정신은 놀이 정신에게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놀이는 간단히 말해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사람의 상상력을 해방시켜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놀이는 인간 행동의 가장 근본적 범주에 해당한다. 놀이가 없으면 문명도 존립할 수 없다 (384).

ü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에는 놀이가 세계 경제의 전면에 등장한다 (384).

ü  호이징가는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385).

ü  경제학자들은 놀이를 이렇게 비중 있게 다루는 데 난색을 표할지 모른다. …. 그러나 인류학자들은 아득한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믿는다 (385).

ü  일이 인간 생활을 지배하고 놀이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산업 시대로 들어오면서부터였다 (385).

ü  놀이를 지배하는 전제와 규칙은 전통적으로 일을 지배해 온 전제와 규칙과 크게 다르다 (385).

n  우선 놀이는 신나고 즐겁다.

n  둘째, 놀이는 자발적이다.

ü  진정한 놀이는 살과 살이 맞닿는 친숙한 분위기에서 일어나며 이 때 사람들의 참여도도 높아진다 (386).

ü  놀이는 또 일보다 친밀감을 주고 더 많은 몸놀림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각을 한껏 발현할 수 있다. 고독하게 혼자서 즐기는 놀이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어울리는 놀이가 훨씬 많다. 일과는 달리 놀이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가 아니며 그 자체가 목적이다. 논다는 행위 자체에서 보상을 얻는다. … 놀이가 추구하는 것은 생산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386).

ü  개방과 포용은 놀이 환경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다 (386).

ü  놀이의 시간적, 공간적 차원은 일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일상의 시간이 유보된다 (387).

ü  놀이는 일상 생활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상황에서 펼쳐진다. … 놀이가 그치면 놀이 공간은 내재 가치를 상실한다. 놀이 공간은 사람이 보유하거나 소유하는 영토가 아니라 일시적으로만 공유하는 무대이다. 따라서 놀이는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시공간 차원에서 벌어진다. 놀이는 세속적 차원과 탈속적 차원을 동시에 갖는다. … 놀이를 하는 사람은 놀이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놀이에 빠진다. 놀이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즐거움과 삶의 본능을 긍정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놀이는 일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387).

ü  근대로 넘어오면서 일과 놀이의 비중이 뒤 바뀌었다. … 문화 영역과 상업 영역의 관계가 바뀌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387).

ü  다시 일의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세상이 돌아왔다 (388).

ü  기술의 발전은 제조업, 서비스업, 지식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노동이 인간의 일상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격히 감소할 것이다 (388).

ü  생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생산 원가와 가격이 내려가면서, … 상위 20퍼센트의 인구는 더 이상 살 물건이 없어질 것이다. 이 사람들은 일해서 번 돈을 재산의 형태로 차곡차곡 쌓아두는 데서 얻었던 심리적 만족감을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재산을 축적하는 데는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들이 다시 놀이로 돌아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389).

ü  산업 경제에서 일이 중요했던 것처럼 문화 경제에서는 놀이가 점점 중요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생산되는 놀이는 문화 영역에서 생산되는 놀이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389).

ü  시장에서 누리는 즐거움은 능동적, 집단적 체험이 아니라 수동적, 개인적 체험에 가깝다. 시장의 힘이 놀이를 점령하면 놀이의 문화적 의미는 평가 절하되기 십상이고 놀이 활동에서 탄생하고 자양분을 얻는 문화 영역도 존립 근거를 잃는다 (389).

ü  순수한 놀이는 인간이 누리는 자유의 가장 높은 수준의 표현 형식이다.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795년에 쓴 인간의 미적 교육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프리드리히 실러는 사람은 가장 인간다운 때 놀고, 사람은 놀 때 가장 인간답다라고 썼다. 문화 영역의 순수한 놀이는 인간적 결속의 숭고한 표현이다. 우리는 남과 어울리고 싶어서 놀이를 한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깊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집단적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놀이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잠시 동안 경계심을 접어두고 자기를 내던지면서 남들과 하나가 되는 순간의 희열을 경험한다. … 진정한 놀이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놀이도 희열도 결국은 경험의 공유이다 (389~390).

ü  따라서 자유와 놀이는 토대가 같다. 사람은 문화 영역에서 순수한 놀이를 경험하는 동안 마음을 열고 남과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서로에게 빠져들 때만 진정한 인간이 된다. 인간은 순수한 놀이에 완전히 참여해 보아야 비로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390).

ü  진정한 자유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에서 나온다. 공유하고 공감하고 포용할 수 없으면 사람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 (390).

ü  성숙한 놀이는 수동적 오락과는 달리 언제나 문화 영역에서 일어난다. … 사회적 교류는 사회적 신뢰의 섬을 곳곳에 만들고 풍성한 사회 자본을 끌어낸다. 성숙한 놀이는 사람들을 공동체로 끌어 모은다. 그것은 가장 친밀하면서도 가장 섬세한 인간 교류의 형식이다. 성숙한 놀이는 정치적 성격을 띠었건 상업적 성격을 띠었건 제도화된 권력의 무분별한 횡포에 저항하는 힘이다 (390~1).

ü  문화 영역에서 성숙한 놀이는 씨가 마르고 그 빈 자리를 온통 유료 놀이가 차지할 때 문명은 심각한 와해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391).

ü  새로운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에 대한 접속을 보장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을 건강하고 다양한 지역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안정된 길을 보장하는 것이다 (391~2).

ü  수천 년을 이어온 살아 있는 인간 체험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생물 다양성을 잃는 것 못지 않게 앞으로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화와 상업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은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392).

ü  접속의 시대는 우리는 타인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관계를 과연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싶어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다. 접속이라는 것은 참여의 수준만이 아니라 참여의 유형을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누가 접속권을 얻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유형의 체험과 세계가 과연 접속할 만한 가치가 있고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지는 물음이다. 21세기에 우리가 만들어나갈 사회의 성격은 이 답변에 좌우될 것이다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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