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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일 09시 52분 등록

소유의 종말 (The Age of Access)

저자에 대하여

제러미 리프킨 Jeremy Rifkin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과학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리프킨은 1945년 1월 26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나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성장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플라스틱 백 제조업자였고, 어머니는 자선사업으로 맹인들을 위해 책을 낭독해 녹음한 오디오북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제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이어 터프츠대 법과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반전운동을 하면서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을 설립해 현재까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1994년부터 모교인 와튼 스쿨의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엘리트 코스를 차곡차곡 밟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리프킨은 베트남 반전운동에 참여하면서 그의 사상적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그는 적당한 정도를 넘어서서 시위대의 선두에 서서 반전 시위를 이끌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시위의 경험으로 인생의 가치관이 달라진 리프킨은 안정적인 길을 버리고, 워싱턴 DC에 진을 치고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법률소송, 불매운동, 게릴라식 시위, 저서, 신문투고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그의 저서
15권의 책을 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생명권 정치학>, <바이오테크 시대>,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등 6권이 번역 출간되었다.

영향력
전세계 8개국 대통령과 지도층 인사들의 자문역을 맡을 정도로 리프킨은 미국과 세계 각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한다. 수많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으며 환경과 기술 분야의 많은 분야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LARRY KING LIVE>, <ABC NIGHTLINE> 등 미국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일간지와 주간지에 기고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그는 <NATIONAL JOURNAL>이 선정한 <연방정부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150명> 중의 한 명으로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엇갈리는 평가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폭넓은 시야로 지구적 구조와 미래를 바라보는 탁월한 사상가이자 활동가로 추앙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그를 사이비 저술가, 기껏해야 영향력있는 선동가로 본다. 그런 그에게 <TIME>지는 ‘과학계에서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라는 별명은 선사해 줬다. 리프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의 과학적 엄밀성을 문제삼고 있다. 리프킨은 경제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을뿐 정식적인 과학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틀 안에 갇힌 사람과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각도로 이를 객관적으로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의 시각 차이는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비 과학도인 나는 든다.



내가 저자라면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금세 읽힌다. 학부시절 커뮤니케이션을 복수전공했던 나의 이력 때문에 이런 내용과 전개방식이 익숙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주장을 수긍하며 따라가다 보면 술술 읽히게끔 논리적으로 탄탄한 바탕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 태클을 걸어가면서 읽자면 분명 지나친 자신감으로 논리적 비약이 심한 부분도 있겠지만, 일단 얌전한 수용적인 독자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훌륭하게 읽어지는 책이다. 그가 내놓는 책마다 성공을 거둔 비결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비전공자가 읽어도 쉽게 읽혀지는 설득적인 문체.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그 덕분에 세상은 참 많이도 변한 것 같다. 내가 꿈꾸는 ‘학문을 현실세계로 데리고 내려와 쉽게 설명해주는 그 탁월한 능력’을 그는 ‘바로 이렇게 하는 거야’라며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매우 구체적이며, 현재 우리의 실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금은 어언 2009년. 책이 2001년 출판된 것을 감안해 볼 때 상당한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내가 평생의 업으로 학문을 해야겠다고 결심할 만큼 인상적인 교수님의 강의가 있었는데, 그 교수님이 이 리프킨의 책에서 무척 큰 감명을 받아 이 책에 나온 여러 주제를 토론의 주제로 던지고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았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됐다. 그 강의에서 관심있게 다루었던 기호학 등이 오랜만에 나를 자극하여 이와 연관된 칼럼을 쓰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6년 동안 집필되었다고 한다. 350권의 책과 1000여 편의 참고 논문, 5만 장의 색인 카드와 약 2000개의 주석이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색인 카드’라는 구시대적 방식을 고수해 만들어진 책 치고는 내용이 너무 앞서가 웃음이 나기도 했다. (최근엔 졸업논문을 쓰는 학생들조차 EndNote 등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예전의 Index Card를 대체하고 있기에) 6년 동안 한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없이 업데이트하고 고민하며 이 책을 썼을 저자의 노력에, 30년 동안 쉼 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세상에 전달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그의 열정과 성실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저서 중 소유의 종말을 선택한 이유

제목만 얼핏 보고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비판이 들어있는 책인 줄 알았다. 몇 해 전 <육식의 종말>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해서 서슴없이 이 책을 선택했는데, 1장부터 읽어나가면서 내가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에 착각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본주의의 대안 찾기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미디어의 상업화, 문화의 상업화에 관심을 돌리게 해 주어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소유의 종말

1부 자본주의의 새로운 프론티어

1.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시장>이라는 단어가 영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2세기였다. (9)

시장이 잘 굴러가면 우리의 생활도 잘 굴러가는 것 같다. 시장이 건강하면 우리 마음도 밝아진다. 시장이 맥을 못 후면 우리는 상심한다. (10)

한때 인간을 이념 투쟁과 혁명, 전쟁으로 몰고 갔던 체제가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경제 현실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11)

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주며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는 추세다. 기업과 소비자는 판매자와 구매자로서 시장에서 재산을 교환하던 근대 경제의 기본 구도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재산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재산은 엄존한다. 하지만 재산이 시장에서 교환되는 빈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새로운 경제에서 재산을 장악한 공급자는 재산을 빌려주거나 사용료를 물린다. (11)

네트워크 경제에서 기업은 물적 재산이건 지적 재산이건 교환하기보다는 접속하는 쪽을 택한다. 물적 자본의 소유권이 한때는 산업 사회의 근간이었지만 이제는 점점 주변적 지위로 밀려난다. 기업은 물적 자본을 자산이 아닌 단순한 경상비로 취급하게 된다. 가급적 소유하지 말고 빌리자는 인식이 뿌리내린다. 반면 지적 자본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다. 새로운 경제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가 실리를 가져온다. (11~12)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확확 바뀌는 21세기 경제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진 생각이다. 시대 착오적 발상이다. 생산에 필요한 것은 대부분 빌려 쓰는 추세로 이미 세상은 변하고 있다. (12)

기업들은 이제 서로에게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집합 자원을 공유하여 광범위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 경영을 선호한다. (12)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가치 있는 지적 자본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 장땡이다. (12)

접속 중심의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시장에서 그때그때 팔아치우는 물건의 양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13)

요즘은 후속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겠다는 계산으로 상품을 아예 공짜로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13)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변화밖에 없는 세상에서, 소유하고 보유하고 축적하는 태도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간다.
접속의 시대를 지배하는 경영학적 전제는 시장의 시대를 지배하던 전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새로운 세계에서 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주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뀐다. 사실상 모든 것이 접속된다. (14)

산업 생산에서 문화 생산으로 탈바꿈하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노동 의식이 유희 의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이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접속의 시대에는 놀이의 상품화가 그 특징이다. 제의, 예술, 축제, 사회운동, 영성 수련과 공동체 활동, 시민적 참여를 개인적 오락으로 유료화하는 것이다. 놀이의 내용과 접속권을 놓고 문화 영역과 상업 영역은 앞으로 치열한 대결을 벌일 것이다. (15)

개인의 삶 속에서 유료로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양이 많아지면서 문화적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는 분야에서 많은 고용 창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17)

타인의 시간, 타인의 배려와 애정, 타인의 공감과 관심을 돈으로 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오락과 놀이를 사들이고, 예의 범절과 호의를 사들이고, 이 둘 사이의 모든 것들을 사들인다. (18)

문화적 의식, 공동체 행사, 사회적 모임, 예술, 운동, 게임, 사회운동, 시민적 참여가 모두 상업 영역에 의해 야금야금 잠식되어 가고 있다. (19)

재산관계, 시장교환, 물질 축적에 바탕을 둔 과거의 제도는 서서히 허물어지고, 문화가 가장 중요한 상품 자원이 되고 시간과 관심이 가장 귀중한 소유물이 되고 개개인의 삶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시장이 되어버리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

사람들의 일상 경험이 대규모로 소통되는 이 전자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것은, 사람들이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통신선을 장악하고 탈근대 세계에서 구매되는 경험의 바탕이 되는 문화적 내용을 상당 부분 장악한 소수의 막강한 다국적 미디어 기업들이다. 통신이 이렇게 철저하게 장악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거대 미디어 복합 기업들과 이들 산하의 콘텐츠 제공자들은 수억 명의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조건과 약정에 따라 서로에게 접속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문지기>의 역할을 한다. (20)

문화 영역이 상업 영역으로 흡수되면 인간 관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이것은 사회의 앞날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1)

그런데 상업 영역이 문화 영역을 삼키기 시작하면 상업적 관계를 낳는 사회적 토대 자체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문화 영역과 상업 영역의 적절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어쩌면 접속의 시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인지도 모른다. (21)

심리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이른바 <닷컴> 세대에 속하는 젊은이들의 정신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벌써 주목하고 있다. (23)

한편으로는 상업주의의 힘이 너무나 막강하고 그 흡인력이 강해서 이미 수많은 닷컴 세대를 문화 생산의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연대감과 유대감에 눈을 뜬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삐 풀린 상업성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노력중이다. 문화 상업주의의 힘이 결국 득세할지 아니면 새로운 활력을 얻은 문화 영역이 적절한 균형을 되찾을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24)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격차도 크지만 연결된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욱 크다. 세계는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 두 개의 뚜렷이 구별되는 문명으로 급속히 갈라지고 있다. (24)

인류는 디지털이라는 경계선을 중심으로 두 부류로 나뉜다. 이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단절이다. (중략) 접속의 문제는 심각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과 이 새롭고 강력한 존재의 영역에 결코 접속하지 못할 사람들 사이에 거대한 골이 파일 것이다. 우리가 경험할 정치적 분쟁의 상당수는 바로 이런 골을 중심으로 전개돌 것이다. (25)

접속의 시대는 상거래와 정치 참여의 방식은 물론 의식의 가장 깊은 차원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25)

사람들은 접속이란 말을 들으면 가능성과 기회로 가득 찬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구멍을 연상한다. 접속은 전진과 개인의 자아 실현을 약속하는 입장권이 되었고 몇 세대 전의 민주주의라는 말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것은 울림이 큰 말, 정치적으로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이 되었다. (26)


2.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

현대 과학 기술은 상거래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바로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네트워크 방식>의 경제활동이다. (28~29)

지리적 공간에서 사이버스페이스로 상업의 중심 무대가 이동하는 것은 인간 조직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의 하나다. 이런 변화는 인간의 의식과 생활 방식의 성격도 크게 바꾸어놓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소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29)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의 핵심은 연결성이다. (32)

그러나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 집단의 힘을 이상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호 관계의 네트워크 안에 자기 회사를 단단히 박아두어야만 각 기업은 그만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에서 말하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33)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매체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은 영화계는 영화 제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42)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네트워크 방식의 조직 운영으로 영화 산업에서 소기업의 수가 늘어났지만, 대형 영화사와 연계 기업이 풍부한 자금 동원력과 배급망을 통해 아직도 막강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4)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의 핵심을 적절히 요약한다. 피터스에 따르면 앞으로 <파편화된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2, 3년 동안 시장의 기회를 활용하면서 존속하다가 해체되어, 다시는 똑 같은 네트워크를 재현하지 않을 것이다>. (46)


3. 무게 없는 경제

접속의 시대에는 종료에게 거리낌없이 바로 다가갈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50)

인터넷 상거래는 이미 미국의 소매점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많은 소매점들은, 재고나 부동산 같은 물리적 자산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어 총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가상 점포와 경쟁하는 데 점점 애를 먹고 있다. (54)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더 싸고 편하기 때문이다. (56)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돈도 물질성을 잃어버린다. (56)

돈의 이동성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물질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56)

돈의 탈물질화가 진행되면서 저축은 감소하고 개인 부채는 증가한다. 20세기 내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자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기 위해 신용 판매 부문에서는 수많은 혁신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세기 말의 미국인은 20새기 초의 미국인보다 저축을 훨씬 덜하게 되었다. (58)

이미 1920년대 중반부터 미국인은 외상으로 인한 부채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59)

10년 전만 하더라도 할부 구입이라는 말만 들어도 펄쩍 뛰었던 중산층의 상당수가 새로운 금융 제도에 넘어가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세척기를 월부로 척척 사들였다. (59)

소비자 부채는 1950년대에 신용 카드가 등장하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1949년 엘프레드 블루밍데일은 다이너스 클럽 카드를 만들었다. (60)

제품 주기가 단축되고 제품의 회전율이 빨라져 갈수록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수많은 소비자들은 신용 카드로 빚을 내어 덥석덥석 물건을 사들였다. (60~61)

사유 재산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개인 저축은 많은 소비자가 신용 카드를 믿고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계속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61)

중요한 것은 미국인이 돈을 버는 족족 써버리고 모아놓은 돈 없이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 카드를 쓸 수 있는 한, 사람들은 굳이 수입을 저축이라는 형태의 재산으로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62)

일례로 많은 기업들은 이제 자봄 설비를 구입하기보다는 필요한 물리적 자본을 빌려 쓰고 단기 비용이나 경상비로 처리한다. 현재 미국 기업에서 쓰는 기계, 설비, 운송 수단의 약 1/3은 빌린 것이다. (65)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임대는 자본 투자의 변방으로부터 중심부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종래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를 느낀 기업가들은 리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66)

기업들이 구입보다 리스를 선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장 상황의 변화에, 그리고 기존의 설비가 쓸모없어졌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67)

한국은 신규 자본 설비의 23퍼센트가 리스로 이루어진다. (68)

미국을 대표하는 전기, 가스, 상하수도 회사들도 판매 후 리스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생산 시설 전체를 다른 기업에 판 다음 다시 리스하고 있다. (69)

모든 분야, 모든 업종의 기업이 자신의 핵심 사업에 필요하지 않은 자산을 앞다투어 과감하게 처분하고 있다. 기업인들을 지배하는 새로운 사고 방식은 <의심스러우면 밖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69)

그러나 아웃소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야는 누가 뭐래도 제조업이다. 물리적 자본을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느냐가 성공의 척도였던 제조업에서도 자본주의의 법칙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72)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 사고 파는 것은 아이디어와 이미지이다. 이런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물리적 구현물은 경제 과정에서 점점 부차적 존재로 밀려난다. 산업 시대의 시장에서는 물건을 교환했다면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물리적 형태 안에 담겨 있는 개념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한다. (73)

일반인들은 나이키를 운동화 제조업체로 알고 있지만 사실 나이키는 정교한 마케팅 원리와 유통망을 갖춘 연구 디자인식이라고 보아야 옳다. (73)

나이키는 개념을 판다. 이 회사는 동남 아시아에 있는 무명의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그 개념의 물리적 형태를 생산한다. (74)

불과 40년 만에 소유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물리적 자본의 임대와 업무의 아웃소싱이 대세를 점하게 되었다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77)

지금 세계를 주름 잡는 기업들의 Q비율은 엄청나게 높은데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런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다. 기업의 무형 자산은 비록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업의 미래를 훨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길잡이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79)

대부분의 금융 분석가, 회계사, 매니저들은 기업 평가에 무형 자신의 기여분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회계 절차를 도입하는 데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무형 자신의 평가라는 것이 워낙 주관적이어서 오해와 오용을 낳을 수 있고 부실한 재무 구조를 위장하는 분식 수단으로 악용되어 외부 감사를 받게 되거나 주주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제학자와 경기 예측 전문가들은 새로운 회계 방식의 가능성을 서서히 모색하고 있다. (82)

회계 방식을 새롭게 만들려는 노력은 물리적 힘이 중요했던 시대에서 정신적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시대로 변하는 사회 전반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83)

물질적 재산을 최대한 많이 소유하여 자신의 육체적 존재를 부풀리는 것은 재산을 가진 모든 인간의 갈망이었다. 마돈나의 말을 인용할 것도 없이 <물질이 판을 치는 세계>였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는 비물질적이고 사색적이다. 그것은 플라톤이 말한 형상의 세계, 이데아의 세계, 이미지의 세계, 원형의 세계다. 개념의 세계, 픽션의 세계다. 산업 시대의 인간이 물질을 축적하고 가공하는 데 빠져들어 있었다면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정신을 관리하는 데 훨씬 관심이 많다. (84)

우리는 빵과 포도주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이디어와 사고도 중요하다. 산업 시대가 우리의 물질적 생활을 키워주었다면 접속의 시대는 우리의 마음과 감정, 영혼에 양식을 준다. (84)

새로운 경제에서는 생각을 관리하고 파는 능력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84)

상업권에서 아이디어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인간의 생각이 그렇게 중요한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면, 중요하지만 상업성이 없는 사유는 어떻게 되는가? 자기 인생의 길잡이가 될 만한 생각을 상업의 영역에서 가져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문명에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관점, 의견, 관념, 개념이 존립할 수 있는 여지가 과연 있을까? 온갖 유형의 아이디어가 거대 기업들이 관리하는 지적 재산권의 형태로 얽히고 설켜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집단 무의식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미래의 사회적 담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85)


4. 지적 재산의 독점

지난 30년 동안 자본주의에 가장 괄목한 만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체인점의 눈부신 성장이다. (88)

모기업은 자신이 보유한 개념과 상표 같은 무형의 자산이 산하 체인점의 공장, 시설, 기계, 원료 같은 유형 자산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맥도널드만 하더라도 <햄버거를 파는 것보다 햄버거 매장을 파는 것<이 훨씬 짭짤한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89)

체인화가 시작되면서 대기업은 소기업을 지역의 대리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90)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체인화되고 있다. (90)

불과 몇십 년 만에 체인은 20세기 초엽 현대적 주식회사가 등장한 이후 새로 등장한 가장 중요한 사업 조직 형태가 되었다. 현재 미국 소매점 총매출의 35퍼센트를 체인점이 차지하고 있다. (90)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현재 독립적으로 소유되고 운영되는 소규모 사업체 중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체인점으로 바뀌는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96~97)

3대 생명과학 기업인 듀폰, 몬산토, 노바티스가 한 해에 종자 판매로 벌어들이는 돈은 45억 달러에 이른다. (100~101)

종자 생식 세포에 대한 세계적인 지배와 특허의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석기 시대의 농업 혁명 이후 지금까지 농부들이 항상 자신의 종자를 소유해 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수천 년 동안 농부들은 수확을 한 다음 내년 농사를 위해 씨앗을 따로 모아두었다. 씨앗은 대가족 안에서 또는 이웃과 나누어 가졌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물건과 바꾸기도 했다. 농부와 씨앗의 이러한 근본적 관계가 처음으로 깨져나가고 있다. 특허를 얻은 종자는 판매되지 않는다. 다만 한 해 농사를 지을 동안만 빌려주는 것이다. (101~102)

현존하는 종자에 남김없이 특허를 냄으로써 생명과학 기업은 세계 농업 생산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102)

앞으로는 자기 몸 안에 있는 DNA, 세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믿기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다. (105)

우리는 네트워크 사업 방식으로부터 어떤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고 또 이런 문제들을 공공 정책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아직 논의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소유에서 접속으로 변화하는 추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모든 나라가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109)


5. 서비스 세상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자신을 내세우고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확인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111)

소유가 임대의 형태로 바뀌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형 자동차의 출고 가격이 오르면서 비싼 할부금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112)

처음에 임대는 거액의 자금이 소유권에 묶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상류층 고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112)

제품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끊임없는 혁신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점점 많은 운전자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임대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113)

이보다 더 발전한 것이 바로 유럽 자동차 공유 네트워크이다. 여기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유럽 전역에 흩어진 3백여 개의 도시에서 24시간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공유 자동차>는 시티카글럽CityCarClubs을 통해 임대된다. (114)

로크의 관심사가 인간이 어떻게 재산을 만드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었다면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재산이 어떻게 시장에서 교환되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 (120)

근대로 넘어오면서 재산은 물건을 소유하고 사용하고 시장에서 처분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뜻하게 되었다. (121)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이런 추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금까지는 여성이 집에서 자녀를 키우고 노인을 모시고 식사를 준비하고 건강을 보살피고 가족들의 머리카락을 잘랐지만 이제는 이런 활동이 시장으로 넘어가 유료 서비스로 제공되었다. (124)

물품이 점점 정보 집약화, 쌍방향화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물품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물품은 제품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진화를 거듭하는 서비스로 탈바꿈한다. (128)

브리태니커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모든 데이터 베이스를 무료로 개방했다. 이제 이 회사의 주수입원은 광고이다. (중략) <브래태니커 백과사전>은 물질성을 벗어던지고 명실상부하게 순수 서비스로 변신했다. (131)

캐리어는 고객이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명 시설의 교체, 방열 유리창 설치와 같은 부대 서비스도 제공한다. (133)

여기서 나오는 결론은 자명하다. <나한테 물건을 팔겠다면서 유지비는 고스란히 나더러 부담하라는 건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136)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애프터서비스는 물건에 자동적으로 첨부되어 있었다. (중략) 이제는 그런 관계가 뒤집어지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점점 많은 기업들이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제품을 그냥 주고, 제품의 유지, 보수, 업그레이드에서 돈을 벌어들인다. (140)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무료 배포는 정보 기술 회사에게는 특히 효과적인 전략이다. 한 회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연결된 사람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여기에 참여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아지고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익성도 올라간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141)


6. 인간 관계의 상품화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보니 나라고 하는 인간의 모든 국면이 돈으로 얽혀 있고 나의 생활 자체가 결국 돈을 주고 산 경험으로 채워져 있다고 상상해 보라. (144)

접속의 시대는 한마디로 모든 인간 경험의 상품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이다. 온갖 유형의 상업 네트워크가 인간 생활을 거미줄처럼 사방에서 에워싸서 살아 있는 경험의 모든 순간은 상품으로 자리매김된다. (145)

적절한 컴퓨터 분석 기법만 개발되면 개인에 대한 이런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할지 예측하여 아주 정교한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정보과학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이제는 <관계relation 기술>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정보 기술 대신 <R-기술>이란 말을 쓰자고 제안하는 사람까지 있다. (149)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서 상업적 관계의 장기적 구축으로 기업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마케팅이 전면으로 부각되었다. (152)

이제 소비자는 서서히 주도권을 잃을 위험성에 직면해 있다.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상업 관계의 촘촘한 그물망으로 편입되고, 자신이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좀처럼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업 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154)

자산 운용 설계만 하더라도 그렇다. 지금까지는 많은 투자 회사가 단순히 주식과 채권을 거래하고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던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총체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시스템 통합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154)

마케팅의 진화는 기업과 고객이 1대 1로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준 새로운 정보와 통신 기술에도 힘입은 바 크지만 소비자의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157)

<마케팅 근시Marketing Myopia>라는 중요한 논문에서 하버드 경영 대학원 명예교수 시오도어 레빗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쏟는 정성에 비해 고객에게 쏟는 정성은 너무나 부족하다고 기업을 질타했다.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 계획을 세워야지 생산자의 관점에서 사업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158)

구독자, 회원, 클라이언트가 된다는 것은 재산을 소유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해진다. 앞으로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재산을 소유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해진다. 앞으로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접속이 되는 시대가 온다. (165)

인간 관계의 상품화는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166)

모든 것을 삼키는 상업 관계망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 빨려든다면 과연 인간은 어떻게 될까? (166)

우리가 가진 시간 중에서 조금이라도 남아도는 시간은 금세 모종의 상업적 연결 고리로 채워진다. 그래서 시간 자체가 가장 희귀한 자원이 되어버린다. (166)

시간 그 자체를 사고 팔고, 삶이라는 것이 한낱 계약과 금전적 도구에 의해서 결합된 상업적 거래의 연속에 불과한 것으로 변질될 때, 애정, 사랑, 헌신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전통적 상호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167)

더욱 걱정되는 것은 내부에 상업적 덫을 가지고 있는 이런 대리적 사회 영역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사회 전체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것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비판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이 유료 활동으로 바뀌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그 자체도 상품이 되어버리고 상업적 영역은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권을 쥐게 된다. (167~168)


7. 삶으로서의 접속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떠받들어 온 모든 경제적 토템은 하나둘 허물어지고 있다.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서는 것은 역사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상업적 우상이다. (169)

전통 공동체에서는 사람, 물자, 서비스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CID에서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사람들이 CID를 선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CID는 단순히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활 방식을 파는 것이다. (172)

많은 사람들이 CID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은 CID가 제공하는 편의 시설과 서비스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화된 생활 경험을 얻는 대신 소유권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중략) CID 주민은 소유권과 재산권을 교묘하게 박탈당하고 접속 생활 공간에서 장점을 누리는 한편 그에 수반되는 함정까지도 감수하면서 점점 단순한 점유인으로서 위상 변화를 겪는다. (176)

CID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가치관, 감수성, 라이프 스타일이 엇비슷한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끼여드는 대가로 개인 재산의 권리 일부를 기꺼이 포기한다. (179)

워싱턴 디시에 있는 코츠 앤드 재럿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최근 미국 다가구 위원회와 미국 아파트 협회 앞으로 낸 연구 보고서는 부유층과 젊은 세대가 아파트를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는 시간 절약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음식 배달 서비스, <세련된> 가전용품, 애완동물을 위한 공간, 단지 내 탁아 시설, 첨단 컴퓨터 및 통신 시설 등 많은 서비스와 설비를 과감히 도입하여 아파트 생활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5)

아직은 주택 소유가 대세를 점유하고 있지만 앞으로 사회 전체가 접속의 시대로 나아가는 추세에 발맞추어 젊은 세대가 소유보다는 접속을 선택할 경우 주택 임대가 서서히 주류로 부상할 것이다. (188)

시간 공유제에 관심을 갖는 호텔 체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호텔보다 마진이 크기 때문이다. 고급 회원제 숙소의 경우 마진이 25퍼센트나 된다. 일반 호텔의 두 배에 이른다. (190)

그렇지만 사실상 모든 것이 접속으로 바뀌는 사회에서, 소유에 수반되는 개인적 자부심, 책임감, 의무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기 충족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독립적이라는 뜻이다. (중략) 그런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고 접속만 하게 될 때 우리는 타인에게 훨씬 더 의존하게 된다. 우리가 자꾸 남들과 연결되고 상호 의존적이 되면 우리의 자기 충족감은 약화되고 외부의 압력에 쉽게 허물어지는 것일까? (194)

물론 집과 부동산을 소유하는 데서 자연스럽게 싹터 온, 지리에 뿌리를 두고 내 땅과 네 땅을 구분하는 의식은 소멸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인류의 역사는 영토를 지키고 빼앗기 위한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희색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197)

하지만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는 접속의 시대에는 우리 존재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적, 생물학적 토대와의 깊은 교감을 잃어버리고 방향 감각을 상실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이들도 있다. (197~198)

문제는 결국 이렇게 정리된다. 시간적 네트워크 안에 편입하는 것은 장소에 뿌리를 둔 삶의 충분하고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지리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가, 아니면 지나간 시대의 주변적 찌꺼기에 불과한 것인가? 지리는 좌표이고 제약인가 아니면 고려해야 할 수많은 요소 중의 하나에 불과한가? (중략) 우리의 생활 공간을 소유에서 접속으로 어느 정도까지 탈바꿈시킬 것인 것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21세기를 어떤 식으로 살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두 가지 감수성의 우열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198)


2부 문화를 고갈시키는 자본주의

8. 자본주의의 새로움 문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역사의 커다란 변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슬금슬금 사회로 번져나간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구닥다리가 된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던져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느 날 불현듯 깨닫는다. 깨달음은 늦게 온다. (201)

마찬가지로, 20시기 초반부터 서서히 무르익어 온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는 이제 비로소 산업 자본주의를 앞지르려 하고 있다. (201)

새로운 문화 자본주의 시대에는 상업 활동에서 소유보다는 접속이 훨씬 중요해진다. (202)

수천 년 동안 반독립 영역에서 존재해 왔고 때에 따라서는 시장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단 한번도 시장에 흡수당한 적은 없었던 문화 —인간이 공유하는 경험—가 이제 새로운 통신 기술이 일상 생활을 지배하는 추세 속에[서 점점 경제 영역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202~203)

정보 전문가와 공학자는 커뮤니케이션을 메시지의 전달이라는 협소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204)

반면에 인류학자는 의사 소통을 텍스트의 전달을 통한 사회적 의미의 생산으로 이해한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와 미국의 철학자 찰스 샌더스 피어스가 선구적으로 개척한 기호학은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의미를 확립하고 공동의 가치를 생산하며 사람을 사회적 관계로 묶는지에 주로 관심을 기울인다. (204)

산업 자본주의가 문화 자본주의로, 소유권이 접속권으로 변모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이 변화의 뿌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6)

다니엘 벨은 현대 문명을 분명히 구분되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세 가지 권역으로 나눈다. 그것은 경제, 정치, 문화이다. (207)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소비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던 단어였다. 소비는 낭비, 약탈, 탕진, 고갈을 의미했다. 영어로 소비를 뜻하는 <consumption>은 이 당시에는 폐병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207)

반면에 문화는 물질적 가치만이 팽배한 세태를 경고하던 비판자들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도피처로서의 구실을 한동안은 했다. 낭만주의자들과 뒤이어 나타난 보헤미안들은 자연과 예술 속에서 자기 실현을 꿈꾸었다. (208)


자본주의가 발전한 처음 100년 동안은 저축, 자본 형성, 생산 양식의 조직, 노동력의 훈련에 무게 중심이 두어졌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발전은 20새기 초반으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난제를 던졌다. 무수히 많은 조립 라인과 컨베이어 벨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상품의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기업가는 자본주의적 생활 방식을 비판하기 위해 예술가가 썼던 바로 그 저항적 가치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과거의 생산 지향 자본주의가 창조성, 자기 충족, 쾌락과 유희를 추구하는 욕망을 억누르기에 급급했다면 새로운 소비 지향 자본주의는 이 억눌린 심리적 욕구를 예술이라는 분출구로 해방시켜 거대한 소비 문화를 창출한다. 새로운 소비자 지향의 시장은 예술을 문화적 영역으로부터 시장으로 끌고 나왔다.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소임을 맡았던 예술은, 이제 광고 회사와 마케팅 전문가의 볼모가 되어 <생활 양식>을 파는데 동원되었다.
1920년대부터 <소비자 문화>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광고 회사는 재능이 뛰어난 젊은 작가, 화가, 지식인을 영입하여 상품을 문화적 기호로 포장하는 임무를 맡겼다. (210)

광고 회사는 석판 인쇄, 전기, 영화, 판화, 라디오 같은 다양한 매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대중의 심리적 에너지를 문화적 영역으로부터 상품 시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중략) 이제 전자매체를 통해 원하는 만큼 누릴 수 있게 된 문화는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현장감은 덜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문화적 경험의 공유로 대중을 결속시키고 있다. (211)

예술과 예술가를 시장에 빼앗긴 문화는 공유하는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고 생산하고 창조할 수 있는 강력한 목소리를 상실했다. 이런 문화적 고사 상태의 의미를 사람들이 처음으로 절감하게 된 것은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앤디 워홀이 캠벨 사의 수프 통조림 같은 상품을 그려서 예술 작품이라고 내놓았을 때 전통 문화는 벌써 소비 문화로 이행한 지 오래였다. 한때는 시장이 추구하는 가치에 강력한 반기를 들었던 예술이 이제는 시장이 내세우는 가치의 가장 중요한 전달자, 가장 충실한 하수인이 되었다. (211)

문화 체험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각광을 받고 있다. 새로운 체험 경제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은 관광 산업이다. 불과 반세기 전의 경제 활동의 가장자리에서 슬며시 등장한 이 문화 상품은 이제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산업의 하나가 되었다. 관광업은 문화 체험의 상품화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분야다. (214)

<관광객tourist>은 원래 19세기 초반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 전에 견문을 넓히기 위해 3년 동안 유럽을 유람하던 영국의 젊은 귀족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215~216)

관광을 어엿한 산업으로 발전시킨 주역은 토머스 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관광 여행 산업의 아버지로 사람들은 선뜻 이 사람을 꼽는다. 쿡은 관광을 패키지로 만들고 여행을 유료 체험으로 전환시킨 최초의 인물이다. (216)

쿡은 또 당시로서는 처음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광고를 했고 마케팅 전략을 짰으며 특수 판촉 활동을 벌이면서 고객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217)

미리 정해 놓은 요금을 한꺼번에 받고 쿡은 교통, 식사, 숙소, 관광, 환전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다. 정액 요금을 받고 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현대의 의료 보험 체계도 따지고 보면 쿡이 창안한 영업 방식의 골격을 모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그는 문화 생산의 아버지로서, 체험 자본주의를 처음으로 도입한 실천가로서 당연히 인정받을 만하다. (218)

클럽 메드가 추구하는 것은 <현금을 안 갖고 다니는 여행>이다. 고객의 온갖 변덕과 요구에 부응하고 고객이 클럽 메드의 울타리에 머물러 있는 동안은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 클럽 메드의 목표다. (221)

수백 년 동안 광장은 공동의 문화 재산으로 여겨져 왔다. (226)

전통적으로 상업과 교역 활동이 공공 광장에서 벌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은 어디까지나 조연으로 남아 있었다. (중략) 잘살든 못살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광장이었다. (중략)
문화의 집결지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았던 공공의 광장은 그러나 불과 30년도 못 되는 사이에 거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226)

수백 년 동안 시장 활동은 문화 활동의 조역이었고 파생물이었지만 이제는 이런 관계가 뒤집어졌다. 공공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활동은 쇼핑몰 안으로 흡수되었고 판매를 위한 상품이 되었다. (227)

쇼핑몰은 온갖 종류의 살아 있는 체험에 접속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27)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시간을 보내는 곳도 이 곳이라는 사실이다. 1980년대 중반이면 벌써 미국 청소년은 집과 학교 다음으로 쇼핑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몰은 새로운 영역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활동을 한다. (228)

몰은 문화의 다양한 부분들을 상업화된 형태로 모사하여 재현하기 위해 설계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228)

물론 가장 큰 차이는 쇼핑몰은 접속과 관련된 규칙과 규제가 적용되는 사유지라는 점이다. 보도, 벤치, 가로수가 늘어선 시원시원한 공간은 몰을 광장처럼 보이게도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몰에서 벌어지는 문화 활동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살아 있는 체험을 물건과 오락물의 구입이라는 형태로 상품화하는 중요한 소임을 돕기 위해 옆에서 들러리를 서는 데 불과하다. (228~229)

미국인은 열흘에 한번꼴로 몰을 찾고 평균 1시간 15분 동안 그 곳에 머문다. 이렇게 뻔질나게 몰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서이다. (231)

몰에 누가, 어떤 조건 아래 들어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열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35)

문화는 체험의 공유다. 서로 비슷한 가치 아래 사람을 모아들이는 것이다. 반면 문화 상품은 문화를 잘게 토막내어 분할하는 것이고 상업화된 오락물로 개별 판매하는 것이다. (236)

이미지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부유층은 고급 문화를 타락시켰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38)

영화관은 문화 체험의 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피처였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사람들은 초라한 일상사를 잠시 접어두고 좀더 거창하고 화려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일주일 중에서 그 순간만큼은 단조로운 생활을 초월하여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 수 있었다. (240)

새로운 시대의 주역은 <근면>이 아니라 <창조>이며 사업은 일보다는 유희에 가까워진다. (243)

경영에 연극적 기법을 도입한다는 지적 발상은 실은 사회학에서 상당 부분 빌려온 것이다. (243)


9. 문화의 광맥을 찾아서

1998년에 나온 영화 <트루먼 쇼>는 완전히 가상으로 꾸며진 텔레비전 환경 안에서 성장하는 허구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갇혀 지내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간다. 마침내 자기가 처한 현실을 깨달은 주인공은 밀폐된 텔레비전 무대의 바깥에 있는 <현실 세계>로 도망쳐 나오려고 발버둥친다. 트루먼은 자신의 인공 세계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어쩐 일인지 우리는 그 반대편 방향으로 휘파람을 부르며 나아가고 있다. (247)

이제 대부분의 선진국 국민이 미디어에 소비하는 시간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시간 다음으로 많다. 일본에서는 가구당 하루에 평균 8시간 17분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248)

사이버스페이스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문화 상품이 앞으로 공연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무대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공연이 그렇듯이 여기서도 접속을 하기 위해서는 표를 사고 회원으로 가입하고 회비를 내야 한다. 그러나 종래의 극장과는 달리 여기서 말하는 공연은 입장권을 내고 들어온 사람 하나하나의 체험이다. (251)

앞으로 우리의 삶 중에서 어느 만큼을 물리적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어느 만큼을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살아가게 될지 아직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 체험 중에서 점점 많은 부분이 인공 전자 환경 안에서 일어나리라는 사실이다. (251)

마케팅은 문화적 규준, 관습, 활동을 상품 형태로 번역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기술이다. (252)

이때부터 기업은 단순히 돈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에 끼여들어서…… 고객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258)

이제 기업은 문화계 어디에나 얼굴을 내민다. 기업의 도장을 찍지 않은 순수 문화 공간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258)

1947년 사회심리학자 커트 레빈은, 문지기 역할을 처음으로 사회학적 개념을 이용하여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중략) 그는 가족 중에서 관문을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어떤 종류의 식품이 구입되고 그 식품이 어떻게 요리되고 섭취되는지를 중심으로 가정 안에서 식품에 관한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을 추적했다. 레빈은 문지기는 어떻게 선발되고, 문지기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문지기의 심리적 성향은 무엇이고, 문지기의 개인적 동기가 식품을 결정하는 데 어떤 효력을 미치는가 하는 역동적 과정에 관심이 있었다. (264~265)

소유와 재산권의 문제는 민족과 국가가 벌이는 쟁패의 본질이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대로 새로운 시대에는 지역 문화와 세계 문화에 대한 접속의 문제, 상업화된 형태로 문화적 내용을 담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회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쟁탈전이 점점 전면으로 부각된다. 다국적 기업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문화 중개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접속이 체험의 유일한 통로가 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지기의 노릇을 하게 된다. (273)


10. 탈근대

새로운 인간형이 탄생하고 있다. 그는 사이버스페이스의 가상 세계 안에서 자기 몫의 인생을 즐기고 네트워크 경제가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알고 물건을 쌓아두는 데는 관심이 없지만 흥미롭고 신나는 체험에는 관심이 많고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고 가짜든 진짜든 눈앞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현실에 자신의 인격을 재빨리 적응시킬 수 있다. (274)

이들에게 접속은 생명이다. 접속이 끊긴다는 것은 곧 죽음이다. (276)

탈근대가 현실을 보는 눈은 다르다. 근대와는 전혀 다른 가정에서 출발한다. (281)

우선 탈근대 이론가들은 고정되고 인식 가능한 현실이라는 관념 자체를 부정한다. (281)

탈근대론자에 따르면 세계는 인간의 구성물이다. 기호학자들은 우리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지어내는 이야기, 우리가 세계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에 의해 이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이 새로운 세계는 객관적이지 않으며 우발적이다. 진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과 시나리오로 엮여 있다. (285)

현실은 우리가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 소통을 통해 지어내는 것이다. (285)

텔레비전은 더 이상 현실의 대용물이 아니라고 보드리야르는 갈파한다. 이제 텔레비전은 세계를 해석하거나 극화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이 바로 세계이다.> (289)

MTV는 새로운 탈근대 정서의 특징을 그 어떤 TV 채널보다 생생하게 드러낸다. (290)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가? 그러나 탈근대론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이 가장 강력한 경험으로 다가오느냐이다. (292)

이 새로운 인간은 얼마나 많이 생산했고 얼마나 많이 축적했는가보다는 얼마나 생생한 경험을 많이 했고 얼마나 많은 관계에 접속할 수 있는가에 흥미가 있다. (292)

소유라는 비유가 퇴색한 데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다. 바로 학자들이 지적하는 역사 의식의 붕괴와 심리 치료의 부상이다. (299)

20세기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역사 의식은 쇠락하고 심리 치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역사적 사명감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인사를 훨씬 비중 있게 생각했다. (300)

<역사를 지향하는 인간>은 현재를 희생하고 미래를 위해 살아가지만 <치료를 지향하는 인간>은 현재를 위해 살아가며 거창한 역사적 사명감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300)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통신 기술에서 마지막으로 일어난 큰 변화는 근대의 여명기에 구두 문화가 필사 문화가 인쇄 문화로 바뀐 것이다. (301)

우선 새로운 인쇄 매체는 사람이 지식을 조직하는 방식을 재정의했다. 머리로 외워서 입으로 전달하는 비생산적인 방법이나 중세의 필사본처럼 베끼는 사람의 주관이 가미되는 방법은 사라지고 지식에 좀더 합리적이고 계산적이며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02)

인쇄는 또 저작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중략) 저작권이라는 개념은 집단의 목소리에 파묻혀 있던 개인을 특수한 지위로 끌어올렸다. (304)

인쇄 혁명은 차분히 성찰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책이란 것은 혼자서 조용히 읽는 것이 제격이었다. 이렇게 해서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관념이 싹텄다. 아울러 자기를 반성하고 내면을 성찰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자기와 세계를 치료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사고 방식으로 발전했다. (304~305)

하이퍼텍스트는 인쇄 문화의 중요한 특성 하나를 잠식한다. (중략) 하이퍼텍스트는 종래의 저자 개념을 불분명하게 만든다. (306)

하이퍼텍스트는 프랑스의 문학 이론가 롤랑 바르트가 말한 <저자의 죽음>으로 귀결된다. 아울러 근대 정신과 사유 재산 체제의 틀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배타성과 독립성도 사라진다. (306~307)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나는 접속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새로운 명제로 바뀌었다. (309)

선진국에서 집안 형편이 넉넉한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는 주목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장 끝을 약간 올려서 말하며 확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잠정적으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중략) 이렇게 끝을 열어두면서 조건문에 가깝게 말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생각조차도 남들의 생각을 통해 끊임없이 확인받아야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심리적 성향을 드러낸다. (311)

세계를 연극 무대로 보는 데 익숙한 새로운 시대의 남녀에게는 상업 세계가 제공하는 대본, 무대, 다른 배우, 청중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끊임없이 사는 것이 자신들이 거느리고 살아가는 다양한 인격을 살찌우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연기를 할 수 있고 변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322)


11. 접속자와 비접속자

21세기에는 과거의 재산권처럼 접속의 문제를 놓고 열띤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접속은 재산권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재산권은 내 것과 네 것이라는 협소한 물질의 차원을 다루지만 접속은 체험 자체를 누가 지배하는가라는 좀더 광범위한 문화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323)

컴퓨터, 통신, 케이블TV, 가전제품, 방송, 출판, 오락이 하나의 종합 통신망 안으로 통합되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인간이 상호 교류하는 방식에 역사상 유례없는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323)

프랑스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는 새로운 포스트모던 세계에서는 <누가 접속권을 소유하느냐가 핵심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324)

오늘날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접속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네트워크 제공사를 통해서 주로 이루어진다. 앞으로는 거대 통신 회사, 방송사, 컴퓨터 회사로 이루어진 <글로벌 기업군>이 이런 서비스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세계 전역의 시장에서 디지털 음성 메시지, 데이터, 비디오 전송로를 장악하는 것이다. (329~330)


수많은 사람들이 교류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신 인프라를 지배하는 것은 물론 포털과 관문에 대한 접속권까지 움켜쥐고, 나아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문화 콘텐츠까지 거머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전무후무한 권력을 누리게 된다. 미디어 비평가이며 역사가인 벤 배그디키안은 이렇게 말한다.
이 기업 집단처럼 사회의 지형도를 흔들어놓을 만한 위력을 가진 세력은 지금까지 없었다. (중략) 거의 모든 남자, 여자, 아이를 통제된 이미지와 단어로 둘러쌀 수 있는 힘, 자라나는 세대의 의식을 지배하는 힘, 국가의 정치적 의제마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이 등장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집단의 영향력은 학교, 종교, 부모, 심지어는 정부 자체의 영향력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다. (330~331)

요컨대, <민간 기업이 국내 인프라와 국제 접속 경로를 모두 장악할 경우 개발도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식민지 속국으로 되돌아가는 꼴이 되어 버린다>고 비판가들은 지적한다. (333)

고도로 발전한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문명에서 지금까지 공공 재산으로 여겨졌던 주파수를 잃어버리면 사람들은 거대 미디어 기업의 그늘 아래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시대에 국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략) 경제와 사회에서 비중 있는 활동이 상품화된 문화 체험의 형태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일어나는 세계에서, 정부의 역할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336)

인간 활동의 기초가 지리적 공간이었을 때에는 정부의 존재 이유가 분명했다. 하지만 경제 활동과 사회 활동이 점점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중요할까? (338)

극빈층이 아니더라도 가난한 노동자층과 중하류층은 새로운 전자 네트워크 세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금과 학식과 시간이 부족하다. (343)

사이버스페이스는 종래의 장소와는 성격이 다를지 모르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엄연한 사회적 교류의 장이다. 앞으로 인간이 영위하는 문명 생활의 상당 부분은 전자 세계에서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접속의 문제는 다가오는 시대가 성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된다. (346)


12.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향하여

지금까지 사이버스페이스 접속의 문제는 협소한 차원에서 이해되었다. (중략) 사실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21세기에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문명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제 제기라야 한다. (347)

여기서 핵심이 되는 문제는 도대체 <접속>이 무엇을 뜻하는가이다. 이것은 기술이나 데이터에 대한 협소한 차원의 접속이 아니라 좀더 광범위한 맥락의 접속을 뜻한다. (348)

소유 대 접속의 문제를 가장 높은 수준의 사유 단계로 끌어올린 학자는 토론토 대학의 크로퍼드 맥퍼슨 교수다. (중략) 후기 산업 시대의 기술로 인해 승부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그는 일찌감치 통찰했다. (349)

상호 의존성이 높은 복잡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유의 형태는 <사회 전체의 누적된 생산 자원을 이용하거나 여기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을 개인의 권리>이다. (중략) 소유 개념은 <접속으로부터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시키는 쪽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351)

접속으로부터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는 시민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의 활발한 전개 덕분에 최근 몇십 년 동안 상당한 입지를 확보했다. (351)

물질의 희소성을 극복한 사회에서는 비물질적 가치가 우위를 점하며, 자기 실현과 자기 변신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그런 사회에서는 <충만한 삶>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권리야말로 개인이 보장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소유의 가치가 된다. (352)

한때는 개인적 자유의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자치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네트워크 세계에서 자치를 고수한다는 것은 단절과 고립을 의미한다. 반면, 배제되지 않을 권리, 곧 접속의 권리는 개인적 자유를 재는 잣대가 된다. (354)

지금 돈을 주고 접속하는 것의 대부분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짜로 접할 수 있었던 문화물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꾸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중략) 우리의 공공 생활은 상업 공간으로 무섭게 빨려 들어가고 있으며 이것은 장기적으로 문명의 미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355)

문화 기구라는 버팀목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가능하다. 성숙하고 강한 제3부문을 가진 공동체와 나라에서는 자본주의 시장이 번성한다. (360)

상업 영역이 인간 문화와 체험의 조각조각을 닥치는 대로 짜깁기하여 제공할 때, 우리가 중요한 인간적 가치와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우물은 독으로 오염될 위험성이 있다. (364)

문화 생산은 언제나 문화 영역에서 빌려오는 것이다. 문화 생산이 상업 영역에서 시작되는 법은 절대로 없다. (중략) 자연처럼 문화도 자꾸 캐내면 고갈되게 마련이다. 언제까지나 시장을 위해 황금 달걀을 척척 낳아주는 문화는 있을 수 없다. (중략) 전세계에 존재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인간의 경험을 상업 영역이 근시안적 영리 추구를 위해 착취하기만 하고 순환이나 재충전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경제는 결국 문화 생산의 재료가 되는 인간 경험의 방대한 수원지를 잃게 될 것이다. (365)

현대 사회는 점점 양극화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한쪽 끝에는 경제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정부가 있다. 문화라고 하는 제3부문은 무시되기 일쑤이고 어쩌다가 고려의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우선 순위에서는 한참 밀린다. (중략) 그런데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정부가 역사적으로 맡아왔던 역할이 일제히 축소되고 있다. (377)

접속의 시대에는 좌우가 대립하는 정치가 내재 가치와 효용 가치가 갈등을 빚는 새로운 사회 구도에 흡수된다. 내재 가치는 가장 깊은 의미의 문화적 정체성을 뜻한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는 절대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문화 자원, 의식, 활동은 다른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가치다. 그것들은 수량화된 기준으로 환원하거나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 가치에 돈을 결부시키는 순간 그 가치를 낳은 상호 관계는 훼손되어 버린다. 문화가 공동의 거점을 잃고 상업적 오락물로 변질되는 순간 내재 가치는 증발한다. 오로지 효용성만이 시장을 지배한다. (379)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21세기의 중요한 두 사회운동이다. 이 두 운동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략) 문화는 대체로 생명을 긍정한다. 문화는 자연에 우리가 진 빚을 이야기하며 우리를 더 큰 생명의 힘으로 이끈다. 이런 생명의 긍정이 바로 내재 가치의 핵심이다. (380)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되살리기 위해 문화의 복원을 부르짖는 것은 좋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고약한 형태의 근본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중략) 극우 민족주의 정당, 분리주의 집단, 민족 청소운동, 종교 회복운동은 세계화와 탈근대화 추세에 맞서는 대항 운동의 극단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381~382)

놀이는 간단히 말해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사람의 상상력을 해방시켜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384)

인류학자들은 아득한 원시 시대부터 산업 시대 이전까지 인간의 생활에는 일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믿는다. 가령 중세의 그리스도교 달력을 보면 1년의 절반 가까이가 공휴일, 축일, 안식일 명목으로 노는 날이었다. (385)

산업 경제에서 일이 중요했던 것처럼 문화 경제에서는 놀이가 점점 중요해진다. (389)

성숙한 놀이는 수동적 오락과는 달리 언제나 문화 영역에서 일어난다. 사람들이 친목, 시민 활동, 교회, 예술, 운동, 사회 정의, 환경 조직 같은 다양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그들은 성숙한 놀이의 진수를 맛본다. (390)

적절한 제약을 가하지 않을 경우, 시장의 힘은 문화 영역을 집어삼켜 상업적 오락물, 체험, 유료 공연, 금전 관계의 상품화된 파편들로 변질시킬 것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살아 있는 인간 체험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생물 다양성을 잃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화와 상업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은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392)

접속의 시대는 <우리는 타인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관계를 과연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싶어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다. (중략) 21세기에 우리가 만들어나갈 사회의 성격은 이 답변에 좌우될 것이다.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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