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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4일 10시 08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앨빈 토플러 & 하이디 토플러

홈페이지 http://www.alvintoffler.net/

앨빈 토플러는 1928년 10월 3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함께 살던 숙모가 건네준 ‘유의어 사전(Thesaurus)’을 끼고 살면서 7살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다. 작가가 되는 것이 힘들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뉴욕대 영문과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뉴욕대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있는 아내 하이디를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대학 졸업후 그는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립공, 용접공, 프레스공 등 공장노동자로 일한다. 같은 기간 그의 아내 하이디 역시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했으며 노동조합의 간사를 맡기도 했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노조의 지원을 받는 신문에서 일하게 되는데 이 경험은 이후 그의 행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그는 공장노동자로서의 경험으로 ‘경영자들의 어리석음과 무정함, 육체 노동자를 다루는 사무직원들의 사악함과 건방진 태도도 목격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고양’을 표방하는 좌익 지식인들의 어리석음과 교만함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1957년 이후 펜실바이아 데일리 지의 워싱턴 지국에서 일하게 된 토플러는 3년 동안 미국 의회와 백악관을 맡아 출입했다. 1959년에서 1961년까지 3년에 걸쳐서는 <포춘>지의 부편집장을 지내는데 이 기간동안 토플러는 노동관계 칼럼을 쓴다. 이때부터 경제와 경영, 기술과 기술에 의한 영향 등에 관한 관심사를 넓혀갔고 저술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그는 <미래의 충격>을 저술하기 시작했으며 1970년에 <미래의 충격>을 내놓는다. 이 책으로 인해 그는 작가이자 강사로서의 경력을 본격 시작하게 된다.

1996년에는 톰 존슨과 함께 토플러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하였으며 이 회사를 통해 그가 가진 아이디어들을 실현화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 밖에도 코넬대 객원교수 및 록펠러 재단. 미래 연구소 AT&T 회사의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한국과의 깊은 인연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만 가 보아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의 대중 연설이 서울에서의 2008년 11월 강연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이들 부부가 락스타가 되었다는 뉴스가 가장 최근 클리핑해온 한국 영자신문의 뉴스다. 12장 밖에 없는 그의 Gallery 사진 중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 최초의 복제견 스너피와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만큼 한국에서 그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01년 6월 7일 토플러는 김대중 대통령 정부 시절, 한국정부(정확히는 KISDI,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만든 보고서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비전’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한국이 선택의 기로에 서있으며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라고 하며 세계경제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종속국으로 남을 것인가 경쟁력을 갖춘 선도국이 될 것인가의 빠른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고 혁신을 간헐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이를 잘 대우하며 보상하는 문화를 갖출 것을 제시하였으며 생명공학과 정보통신의 두 가지 강력한 추진력을 서로 융합하여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외 굴뚝경제시대의 교육체제를 개혁하여 지난 세기의 제2의물결식의 산업체제로 길러지는 학교의 교육시스템을 보다 유연하고 지식기반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인재를 길러주는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주요저서
<미래쇼크(Future Shock)>, 1970년
<에코스파즘(The Eco-Spasm Report)>, 1975년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1980년
<권력이동(Powershift: Knowledge, Wealth and Violence at the Edge of the 21st Century )>, 1990년
<전쟁과 반전쟁(War and Anti-War)>, 1995년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 2006년

1970년대부터 저술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책을 내는 간격은 거의 5~10년 주기로 띄엄띄엄하다. 그만큼 자신의 저서에 철저히 충실하려는 저자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는 듯하지만 그의 통찰에 목마른 독자들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내가 저자라면

국내에서 출간된 앨빈 토플러의 최신작인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4년 전인 1975년, <에스콰이어 Esquire>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엮은 책이다. 1975년은 제1차 오일 쇼크 직후의 시기라고 한다. 1974년 7월 다가올 불황에 대한 심층 기사를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은 그는 <에스콰이어>의 요청을 수락한 이후 8월부터 10월까지 아내인 하이디 토플러와 함께 미국 각지와 뉴질랜드, 호주, 싱가폴, 베이루트, 로마, 코펜하겐, 런던 등 전세계 여러 도시들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강연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기고했던 기사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어 미래학자 존 매케일에게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불황에 대해서만 말한다.”는 따끔한 지적을 받게 된다. 때문에 토플러는 존 매케일의 지적이 옳다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반응으로 기고했던 심층기사를 기반으로 분량을 크게 늘려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원제는 <The Eco-Spasm Report>였으며 1999년 번역 출간 시에도 <에코스파즘>으로 나왔지만, 이번 개정판에서는 <불황을 넘어서>라는 우리말 제목에 맞게 <Beyond Depresssion>이라는 이름을 붙여 책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2009년 2월, 한국의 다급한 독자층을 잘 겨냥한 제목인 듯하다.

먼저 이 책에서 토플러는 경제위기가 오게 된 다섯가지의 요인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즉,
1. 진부해진 경제모델
2. 지식의 역할증대
3. 가속화와 탈동시화
4. 증대되는 복잡성
5. 국경의 소멸
이라는 것이다.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개념일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기는 1930년대이다. 대공황 당시의 경제 위기를 통해 1970년대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대로 짚어 내려는 특별기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오늘날의 위기에 대한 분석서로도 이 책은 손색이 없다. 1930년이라는 말을 1970년대라고 바꾸어 놓으면 감쪽같을 것이다.

이 책은 그가 1970년 펴낸 처녀작 ‘미래의 충격’과 1980년에 발행된 ‘제3의 물결’의 사이에 나온 책이다. 하지만 이 두 책들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는 못했는지 현재 미국에서 구입 가능한 도서 목록에도 들어 있지 않다. 또한 이 책을 다시 펴내게 된 동기를 회고하는 그의 말에서 흠칫 놀랐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와의 대화는 매우 간단했다. 그는 나에게 1975년에 출간된 나의 책 <불황을 넘어서 The Eco-Spasm Report>를 최근에 다시 읽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그 책을 출간한 이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디 저스토는 자신이 그 책을 최근에 읽어보았는데 그 내용이 정말로 놀라웠다면서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책에 나와 있는 내용과 지금의 경제상황이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14)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썼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그리고 디 저스토가 장담했던 것처럼 정말로 스스로 놀랐다. 비록 내가 쓴 책이기는 하지만, 오래 전에 썼던 그 책에 들어 있는 소제목들은 마치 지금의 신문 헤드라인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15)

미래에 집중하는 대가라지만, 자신이 쓴 책을 출간 이후 한 번도 다시 읽어보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놀라웠다. 미래학자라면 자신이 예측한 미래상 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그런 유혹에서 초탈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는 앞으로의 경제위기를 에코스패즘(eco-spasm)이라 칭한다. 에코스패즘이란 ‘경제’와 ‘경련(spasm)’의 합성어로 발작적 경제위기, 즉 강력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위기를 말한다. 고도로 공업이 발달한 국가 경제의 경우 전쟁이나 혁명 등이 발발하게 되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책 후반부의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슈퍼인플레이션과 불황시나리오, 경제위기 시나리오는 읽는 내내 암울하다. 그만큼 우리가 겪어온 현실에 가까이 닿아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경제위기 극복대안으로 서비스분야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다국적기업에 대한 통제를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국경을 초월한 세계인들에게 주어진 숙제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또한 맞아떨어진 예측이라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중앙정부의 역할 축소와 관련한 부분은 지방정부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에 초점이 맞추어진 듯하여 아쉬웠다.


그는 미래학자이다. 미래학자의 신용도는 그가 지난 시대에 집필한 서적이 현재 우리에게 어떻게받아들여지느냐일 것이다. 읽으면서 내내 놀라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앨빈 토플러의 30년 된 이 책은 그래서 소중하다.

다만 책의 구성은 아쉽다.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아놓아서인지 연속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앞뒤 장의 내용을 구분한 뚜렷한 이유도 없는 듯하고, 접착력이 떨어진다.

또한 2009년에 토플러가 덧붙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글씨체나 특별한 표시로 차별화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중간에 (2009년 토플러)라는 부분이 한 군데 있기는 하였지만 어느 문장부터가 첨가된 내용인지 알기 어렵게 되어 있었다. 경제위기에 ‘팔릴 것 같아’ 급조된 책이 아니라면, 그의 2009년 수정된 생각을 좀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책으로 더욱 보완되길 한 사람의 독자로서 바라 본다.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한국어판 서문

그와의 대화는 매우 간단했다. 그는 나에게 1975년에 출간된 나의 책 <불황을 넘어서 The Eco-Spasm Report>를 최근에 다시 읽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그 책을 출간한 이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디 저스토는 자신이 그 책을 최근에 읽어보았는데 그 내용이 정말로 놀라웠다면서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책에 나와 있는 내용과 지금의 경제상황이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14)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썼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그리고 디 저스토가 장담했던 것처럼 정말로 스스로 놀랐다. 비록 내가 쓴 책이기는 하지만, 오래 전에 썼던 그 책에 들어 있는 소제목들은 마치 지금의 신문 헤드라인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15)

오늘날에 이르러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의 개발과 생태보호는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로 인식되고 있고, 각국의 최고 정치지도자들까지 나서서 이 추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불황을 넘어서<에서 이미 30년도 더 전에 다루어진 주제이다. (16)

물론 정치분야의 예측 중에는 틀린 것도 몇 가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한 명의 사람이 30년 전에 예측했던 것들이 전부 다 현실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나는 이 책이 그리고 있는 미래상의 상당부분이 현실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끼고 있다. 신기하면서도 놀랍다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17)


프롤로그 –미래의 불황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기침체

나의 주된 관심사는 미래의 정치에 관한 연구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분야로 점차 관심이 옮겨졌다. 수십 년에 걸쳐 확고하게 형성된 경제적 풍요로움과 여가생활, 무한 성장에 관한 개념들이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에 완전히 뒤집히는 광경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23)

나는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 현재의 위기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미래학자의 관점에서 최대한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글을 쓰려고 했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25)

 

제1장 도박판이 된 세계경제

런던 금융가의 재무전문가인 짐 슬레이터는 다가올 금융시스템의 재앙적인 붕괴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개인은 생존을 위해 정어리 통조림, 자전거, 황금, 자동소총 같은 비상용품을 소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31)

우리는 지금 또 한 번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참으로 순진하게도 우리는 역사가 그 자체로 반복된다고 믿고 있다. 이와 같은 믿음으로 인해 과거와 똑 같은 비극이 다시 재현될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순진한 믿음은 그 자체가 비극이다. 지금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은 1930년대 대공황의 재현이 아니다. (32)

실제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경제적 위기가 아니다. 기존의 경제적 관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훨씬 더 심오하고 복잡한 현상이다. (32)


제2장 에너지 자원과 공포심

오늘날 산업국가에서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단 하나의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석유이다. (55)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회시스템이 정보, 에너지, 돈을 빠르고도 정확하게 순환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시스템은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부정확한 것이다. (66)

수많은 사회구성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택 자체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구성원들이 지니고 있는 이와 같은 심리상태는 그대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70)

 

제3장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경제관념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경제는 닫혀 있는 시스템 혹은 폐쇄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77)

나는 언제나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온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이라고 주장해왔다. (77)

근로자의 업무를 아무리 좁은 범위로 좁힌다 하더라도 근로자들은 최소한 두 가지 서로 다른 성격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나는 근로자에게 부여된 고유업무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관여하는 다른 사람과의 연락업무이다. (78)

그런데 사회의 다양성이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이 두 가지 성격의 업무 사이에 유지되던 균형도 변하기 시작한다. 연락업무의 비중이 더 커지는 것이다. 오늘날 서류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 예컨대 일반 사무원, 영업사원, 업무지원 담당자, 기획 담당자, 과장이나 부장 같은 중간 관리자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79)

더욱이 사회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의 생활도 빠르게 변했고, 이로 인해 제품주기도 더욱 빨라졌다. 전보다 더 많은 제품들이 버려지고 있고, 서비스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고, 부품의 호환성과 모듈화가 강조되고 있고, 새로운 유행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다. 제품주기가 짧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자주 상점에 들러 뭔가를 구입하고 있으며, 이 역시 화폐의 순환속도를 높이는 주된 요인이다. (84)

미래의 경제학은 돈, 사람, 아이디어, 문화 등의 국가 간 이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에너지 자원과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전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회계시스템도 만들어내야 한다. (85)

이제는 자녀양육 및 교육 그리고 가사일 같은 요소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한 필요가 있다. (85)


제4장 슈퍼 인플레이션 시나리오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원료가격으로 인해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각 기업협회들은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이게 될 텐데, 이번에는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를 억제하는 캠페인이 될 것이다. 이때부터는 ‘디마케팅’ 전문가들의 일이 늘어날 것이다. (92~93)

슈퍼 인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집과 직장을 잃게 될 것이다. 연금생활자, 은퇴자, 공무원, 교사 등과 같이 소득이 고정되어 있는 사람뿐 아니라 평소 체계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오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축적해놓았던 금융자산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경제적 파탄을 겪게 될 것이다. (97)

조지타운 대학의 윌리엄 플린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겪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니고 있던 성향 가운데 어느 하나의 성향이 과장되어 표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과도하게 공격적이 되고, 어떤 사람은 결벽증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계산적이거나 신중해지고, 어떤 사람은 우울증에 빠지고, 또 어떤 사람은 희생양을 찾아 자신의 분노를 폭발시킨다는 것이다. (98)

금융시스템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 이 시대의 극단적인 비관론자들이 말하듯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화폐가 한낱 휴지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누구도 그와 같은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없다. (100)


제5장 일반적인 불황 시나리오

심지어 아시아 독감 같은 대규모 질병도 불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04)

심각한 경기침체의 발생 가능성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아니면 경제에 대해 맹목적인 신앙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105)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책임자들이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정보가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지급능력으로는 전체 은행예금의 1퍼센트만을 지급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107)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보지 못하는 곳, 바로 월스트리트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공황이 시작될 것이다. 대통령의 특별담화가 시작되자마자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할 것이고, 바로 몇 분 후부터는 대규모 주식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108)

1930년대 대공황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은 많은 액수의 자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비관과 분노의 감정이 순식간에 온 나라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114)


제6장 경제 대재앙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경제위기는 과거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위기가 될 것이고, 그 정도 또한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앞으로의 경제위기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 불황, 일시적인 폭등, 일시적인 폭락, 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 등의 현상을 복합적으로 겪게 될 텐데, 그렇기에 나는 지금 진행 중인 경제위기를 ‘에코스패즘(eco-spasm)’이라고 부를 것이다.
에코스패즘이란 단발성 위기 혹은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위기가 아니라 강력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위기를 말한다. (118)

에코스패즘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태, 순사,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서 발생하는 이상 요인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120)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이 손가방만한 핵폭탄을 만들어 시카고나 오사카, 마르세유 같은 대도시에서 터뜨리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141)

 


제7장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나는 경제위기 시나리오가 새로운 차원의 경제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 그것이 여러분이 바라보는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147)

위기가 닥쳐올 수는 있지만 우리도 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진다.
경제위기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데, 현재 시점에서 이를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을 내린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148~149)

이 책을 쓰기 위한 취재와 인터뷰 과정에서 나는 두 가지 원칙을 절실하게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이 원칙을 교훈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정치지도자와 정부관료, 경제전문가 가운데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이 두 가지의 중요한 원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고 있었다. (149)

그 두 가지 원칙 가운데 하나는 “경제학만으로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149)

단기적인 경제적 이득을 위해 장기적인 사회적, 생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우리가 감수해야 할 사회적, 생태적 손실이 무엇인지 사전에 알
고 있어야 한다.
그전까지 우리는 우리의 경제시스템이 지구상의 다른 많은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직 경제적 발전만을 추구해왔으나, 이제는 경제, 사회, 문화, 생태계 등 많은 것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렇게 하지 못한다면 당장의 경제적 이득이 미래의 심각한 경제적 손실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152)

내가 말하려는 두 가지 원칙 가운데 나머지 하나는 “흘러간 과거를 다시 복원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52)

그러나 과거로 회귀한다고 해서 경제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커다란 위기는 그에 상응하는 커다란 기회를 수반하게 마련이며, 지금보다 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러한 기회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156)

 

제8장 변화를 위한 전략

첫 번째 변화전략: 경제주체의 상실했던 통제력을 되찾아줌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회복한다.

두 번째 변화전략: 무용지물이 된 과거의 경제안정장치들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안정장치들을 만든다.

세 번째 변화전략: 새로운 고용정책을 수립한다.

네 번째 변화전략: 새로운 정책결정방식을 정립한다.

다섯 번째 변화전략: 선제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대응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이념 가운데 하나는 국민들이 자신들의 경제생활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이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국가는 식민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163)

저명한 경제학자 케네스 보울딩은 고대의 대도시들은 외부로부터의 공급이 없더라도 몇 주는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오늘날의 대도시는 고대의 대도시보다 훨씬 더 위기상황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172)

실직자들을 그들이 예전에 하던 일로 억지로 다시 돌려보내려고 할 게 아니라 그들이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175)

사회,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그것을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야 한다. (179)

가족형태의 변화 그리고 고정되어 있던 남녀 성역할의 변화는,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의 결성으로 일반 노동자들이 자본가에 대해 대항력을 갖게 된 일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변화이며, 그런 만큼 시사하는 바도 크다. (183)

중앙정부가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지역화의 흐름이 힘을 얻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187)

과거 산업화시대에 발생하는 경제문제는 단순했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하여 한 국가 내 모든 부분에 적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지방과 산업부문, 사회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성격의 경제문제를 겪게 되는 오늘날에는 중앙정부에서 금리를 대폭 낮추거나 혹은 국가 전체적으로 감세를 하는 것과 같은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정책만으로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190)

그렇다고 해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 전체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핵심적인 역할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남아 있다. (192)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오늘날의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응한다는 것은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2)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장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더 일찍 이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문제가 발생하는 속도가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고, 정책이나 계획과 관련하여 더 먼 미래의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판단을 내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197)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서 대부분의 정책이 결정되고, 개별 지방의 상황들은 무시되고, 일반 시민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중앙집중적인 사회는 해당 사회가 지니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

다가오는 변화로부터 등을 돌린다 해서 미래가 멈추어서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야말로 오직 우리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고, 그러한 능력이 있기에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하고 발전해올 수 있었다. 그러한 능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204)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활용하는 것은 소수 엘리트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권리이다. 게다가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소수 엘리트에 의해서만 행해지고 그것이 대중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큰 파국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204)

우리는 이제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의 것과 똑 같은 경제위기의 재현이 아니며, 산업화시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가 가자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은 산업화시대의 산물이다. 직업, 자산, 권력, 자아관 등을 생각해보라.(205)

혹자는 지금의 위기야말로 해묵은 문제들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비민주적인 정치시스템을 민주적으로 바꾸고, 첨단기술에 인간미를 부여하고, 정치와 사회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발전과정에서 맹목적으로 가지고 있던 잘못된 사고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일반 시민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사람들의 상상력과 열정이 다시금 조명받아야 한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서로 상반되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인식해야 하고, 기업의 문화와 가족의 형태를 새롭게 이해하며, 일과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기나긴 인류 역사의 과정에서 단지 몇 세대에게만 주어졌던 엄청난 임무가 주어져 있다. 바로 새로운 문명의 설계라는 임무이다. (206)

유럽평의회 부의장인 레이먼드 플레처의 말로 이 책을 마치려고 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징후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우리를 두렵게 만들지만, 그것은 죽음의 징후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탄생의 징후일 것입니다.”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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