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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1일 10시 52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1943년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태어났다.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대학(Polytechnique), 파리고등정치학교(Science Po), 프랑스 최고 지도자 양성 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의 소수 정예 엘리트들이 모이는 그랑제콜에서 공학, 토목학,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대학 위의 대학’이라 불리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거친 그를 두고, 시험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단연 자크 아탈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농담이 프랑스인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다.


자크 아탈리는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했고, 미테랑 대통령 집권 당시 대통령특별보좌관(1981-1989)으로 국가 경영을 기획했다. 그 시절 언론으로부터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방대한 지적 데이터를 갖춘, 세계 상위 초특급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1900년에는 유럽부흥개발은행 초대 총재(1990-1993)를 지냈으며, 현재 프랑스 정부 국정 자문역, 컨설팅 회사인 ‘아탈리 아소시에(A&A)' 대표, 1998년부터는 빈민구제 국제기구 ’플래닛 파이낸스‘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크 아탈리는 지금까지 문학, 사회과학, 경제학, 미래학 분야에 걸쳐 40여 권의 책을 펴냈다. <21세기 사전>, <인간적인 길>, <합리적인 미치광이>,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전기>, <미테랑 평전>, 그의 모든 지식과 정보, 고뇌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미래의 물결> 등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30여권의 저서가 20여개 언어로 번역돼 300만부 이상 팔렸다. 그의 저작들은 학문의 지평을 넓혔고 미래사회를 여는 예리한 통찰력은 새로운 화두를 생산해내고 있다.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인문학, 경제학, 정치학, 문학, 철학, 공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과 깊고 방대한 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해 왔다. 특히 그는 국제 사회를 전망하는 담론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이전부터 세계의 지정학적 중심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으며, 기상 이변, 금융 거품 현상,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노마디즘의 부상, 휴대폰과 인터넷을 비롯한 유목민적 상품object nomade의 만능 시대 등을 예고했다. 정치, 경제, 인문, 예술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와 저작으로 ‘파우스트에 가장 근접한 유럽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 방위적인 지적 데이터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회의 변화를 예리하게 전망하는 자크 아탈리의 이름에는 항상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리고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자크 아탈리는 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서문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6)


시장은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여, 포착 불가능하고 전 지구적이며, 사업적 부와 새로운 소외현상들, 극도의 부와 극도의 빈곤을 만들어 낼 '하이퍼 제국hyper empire'을 형성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자연은 체계적으로 초토화된다. 인류가 이전 시대의 소외현상들로부터 채 벗어나기도 전에 미래 앞에서 주저앉거나 세계화의 흐름을 폭력으로 끊어 버린다면, 우리는 퇴행적 야만과 파괴적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 때는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무기들이 동원된 가운데 국가나 종교단체, 테러집단, 해적들이 서로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나는 이때의 양상을 ‘하이퍼 분쟁’이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 이 하이퍼 분쟁으로 인해 인류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화가 완전히 거부당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선에서 절제되고, 시장이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며, 민주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세계가 하나의 제국에 의해 통치되는 일이 멈춘다면, 그때는 자유와 책임, 존엄성, 극기, 타인 존중 등의 새로운 무한성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내가 바로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이름 붙이고자 하는 국면이다. (7)


이후로는 미래의 세 가지 물결이 하나씩 차례로 몰아닥칠 것이다.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의가 바로 그 세 물결이다. 순리로 볼 때, 앞의 두 흐름은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으며, 세 번째 흐름은 독자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필연적으로 이 세 가지 미래의 흐름은 서로 얽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도 이 세 물결은 서로 엮여있다. 하지만 나는 2060년경 인류의 우월한 조직 양식이자 역사의 궁극적 원동력인 하이퍼 민주주의가 결국 승리하리라고 믿는다. 자유가 승리하리라는 뜻이다. (8)


미래를 예견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미래와 관련된 고찰이라는 것은 대체로 현재를 이리저리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사회의 초기부터 거론되어 온 미래에 대한 담론이란, 결국 천체의 회귀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수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국한되었다. (10)


미래에 관한 이야기의 대부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에 이미 진행 중인 경향들을 극단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11)


모든 문제는 인구 폭발에서 시작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늙어갈 것이다. 인구의 증가와 감소 이외에도 중대한 변화가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 중 몇 가지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다. 역사는 아주 오랜 기간을 두고 관찰해 보면 일정한 하나의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2)


세기를 거듭하면서 인류는 개인의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최우선에 놓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역사는 권리는 지닌 개인, 즉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만큼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개인의 출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기존의 권력자들보다 훨씬 거대하며 기동성 있는 또 하나의 지도자 계급인 상인들이 부를 분배하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고안해냈다.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의 탄생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서 이 두 가지 방식의 영향력은 범세계적으로 퍼져 있으며, 미래 세계의 현실을 좌지우지할 것도 바로 이 시장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13)


좋은 의도에서였든 강요에 의한 것이었든 좌우지간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상품화된 서비스’ 로 바꾸어 놓더니, 이윽고 이들 서비스를 대량생산이 가능한 규격화된 제품, 다시 말해서 개개인의 자율성 진작을 위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도구로 자리매김시켰다. (14)


원칙적으로 시장과 민주주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사실상 시장과 민주주의를 장악하는 권력은 점진적으로 기동성 있는 신흥 엘리트 계급, 즉 자본과 지식을 움켜준 이들에게 집중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새로운 불평등의 골이 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과 정치적인 면에서 기진맥진한 미국은 앞선 역사상의 제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경영하는 일에서 손을 뗄 것이고, 세계는 잠정적으로나마 열 개 남짓한 지역 중심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다중심적 체제’로 개편될 것이다. (15)


2050년 무렵이 되면 태생적으로 국경이라는 개념과는 무관한 시장이 시장과는 달리 한정된 영토에 국한되는 제도인 민주주의에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 이후로 국가는 점점 약해질 것이다. 자가 감시는 자유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군림하게 될 것이며,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이 자유를 제한하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다. (16)


자원은 고갈될 것이며, 로봇들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시간은 아주 내밀한 시간까지도 대부분 상품을 사용하는 데에 할애될 것이다. 각 개인은 스스로를 고치고, 자기 자신을 위한 보철을 생산하는가 하면, 언젠가는 스스로를 복제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가공물을 소비하는 가공물, 인간가공물을 먹는 인육동물, 극단으로 치달은 유목사회의 병폐가 낳은 희생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17)


환경, 윤리, 경제, 문화, 정치적으로 매우 긴박한 상황에 처한 제국에서는 보편적이고 박애의 정신을 지닌 새로운 힘이 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18)


새로운 경제, 이른바 관계의 경제relational economy라고 하는 경제 활동, 즉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가 한동안 시장경제와 병행해서 발전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제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다. 요약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앞에서 말한 것들은 상당히 희화적이며, 단정적인 동시에 임의적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들이 가장 개연성 있는 미래의 모습이며, 그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의 목적은 내가 원하는 미래상을 보여 주는 데 있지 않다. 나는 미래가, 내가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멋진 잠재적 가능성들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한다. 이를 돕기 위해서 이 책을 쓴다. (19)


나는 그런 이야기들이 화제로 오르기 훨씬 이전부터 나의 이전 책들에서 지정학적 중심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할 것이며, 자본주의에 있어서 금융의 불안정성, 기후의 이상변동, 금융 거품현상,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노마디즘의 부상, 휴대폰과 PC , 인터넷을 비롯한 유목민적 상품object nomade 만능 시대의 도래, 무상 거래와 맞춤형 거래의 부상, 시계의 다양성 속의 예술, 특히 음악의 역할 강화 등을 예고했다) -중략-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사실 '내 생각'이라는 게 완전한 형태를 갖춘 채로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미래에 관한 모든 예언이란 것이 무엇보다도 현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듯이 이 책 또한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다. (20)


아주 긴 이야기

과거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며, 과거는 역사의 구조로 작용함으로써 다가올 몇 십 년 후가 어떤 식으로 조직될지 예측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의 무리는 언제나 부와 언어, 영토, 철학, 우두머리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이때 세 가지 권력이 항상 공존했다. 기도 시간을 정하고 농사의 리듬을 결정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장하는 종교 권력, 사냥과 방어, 정복을 결정하는 군사 권력, 그리고 생산과 자금을 관장하며 노동의 결과를 상업화시키는 상업 권력이 바로 그것이다. (26)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치체계의 연속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종교가 실질적인 권위를 갖는 제례적 체계, 군대가 최우선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제국적 체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는 상업적 체제, 이렇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체제는 신학적 이상을 추구하며, 두 번째 체제는 영토의 확장, 세 번째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으뜸가는 이상으로 추구한다. (27)


습득한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일은 진보의 필요조건이다. (30)


이들은 2백만 년 동안 배우고 익힌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어 왔다. 미래의 우리 모습도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34)


유목민과 정착민의 대결을 통해 인류는 힘과 자유를 얻는다. (39)


문자가 발명됨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전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40)


제국이란 스스로를 방어하고 남을 공격할 만큼의 잉여생산이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을 때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리고 전략적인 통로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잉여분을 축적하지 못했을 때 막을 내린다. (41)



자본주의의 짧은 역사

미래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경이로움을 선사할지 이해하고 싶다면, 그에 앞서서 과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경이로움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능한 것과 변화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를 안다는 것은 역사가 지닌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46)


오늘날까지도 역사서들은 여전히 상인들보다는 왕들에게 훨씬 관심이 많고, 수천 년 동안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제국의 흥망이 아닌 다른 곳, 즉 개인적인 체제, 인권을 절대적인 이상향으로 삼는 체제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체제는 앞서 존재한 다른 어느 체제보다도 확실하게, 스스로 세운 이상향을 쉴 새 없이 바꾸어 가면서 지속적으로 부를 생산할 것이다. (47)


이들은 역사상 최초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는 일이 신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마침내 하나의 이상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이 이상은 후에 서구의 이상, 더 나아가서는 모든 상업적 체제의 이상이 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왔으나, 이것이 이른바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이다. (49)


자유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윤리적 규율을 준수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부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며, 가난은 일종의 위협이다. 개인적 자유와 상업적 체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이 두 가지는 오늘날까지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50)


아시아에서는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반면, 서구는 인간에게 자신이 가진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라고 부추긴다. 한쪽은 세계를 일종의 환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세계만이 유일한 행동의 장이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한쪽은 영혼의 윤회를 말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영혼의 구원을 이야기한다. (52)


'거점'이 어떤 형태가 되었든, 각각의 '거점'은 지출 과다로 파산 지경에 이르면 경쟁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쟁자는 '거점'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경쟁이 계속되는 동안 창조적인 계급, 새로운 자유, 새로운 잉여 수입원, 에너지나 정보통신과 관련한 신기술, 오래 지속되어 온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산업제품으로 대체하는 등의, 다른 종류의 문화와 다른 종류의 성장 동력을 창조해낸 제 3자일 경우가 많다. (69)


‘거점’은 스스로 발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간파하고 모방하며 이를 실용화시킨다. (79)


분리 활자의 이용이야말로 앞으로 자료의 전달 속도를 증가시킬 목적으로 행해진 역속적인 진보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로써 글은 재생산하는 비용이 거의 한 푼도 들지 않는 첫째가는 부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책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최초의 유목민적 상품이 되었다. (84)


권력의 중앙집권을 용이하게 하리라고 믿는 새로운 통신기술이 실상은 그와 반대로 기존 권력을 분산시키는 막강한 적이다. (86)


13세기부터 벌써 제노바의 사업가들은 정치권력이란 그저 모든 골칫거리의 씨앗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래서 그들은 비스콘티와 스포르차라고 하는 두 집안을 선정해서 이 성가신 정치권력을 맡긴 다음 무역과 금융에 집중했다. 제노바에서 회계는 앤트워프의 인쇄술, 베네치아의 대형 무역선에 해당하는 비책으로, 도시 조직 전체의 근간을 이루는 혁신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모름지기 철학이란 찬성과 반대를 재는 기술이듯, 회계란 이익과 손실을 재는 기술이다. (89/90)


이렇듯 세상이 바뀌는 방식은 언제나 같다. 상업적 공간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그에 따라 산업화의 장도 넓어지고, 이렇게 되면 금융과 기술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학에 따라 새로운 부류의 창조적 계급, 즉 자유로우면서도 통제적인 집단이 광대한 농지와 해양 산업지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현대적인 항구도시에서 해군력과 상선들을 지휘해서 권력을 잡게 된다. 이들은 금융가, 선박 제조업자, 상인, 혁신가, 모험가들을 도시로 끌어들인다. 이 도식에 따르면, 서서히 봉급생활자들의 권익이 향상되며 강제 노동은 사라진다. 또한 천연자원과 시장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관리된다. (93)


어째서  ‘유목민적 상품’인가? 잘 알려진 대로 유목민들은 태곳적부터 자기들이 유목 생활에 필요한 물건만을 지니고 다닌다.

최초의 물체는 아마도 쪼아서 벼린 돌과 부적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차츰 불씨, 의복, 신발, 연장, 무기, 장신구, 섬유물, 악기, 말, 파피루스 등이 첨가되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책이 등장했을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사물을 축소하거나 원래 붙박이 상품으로 생산되었던 것들 중에서 휴대가 가능해진 물건들이 첨가된다. 즉, 손목시계, 사진기, 라디오, 전축, 캠코더, 카세트 재생장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정보처리를 위한 다른 도구들도 차차 등장한다. (133)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

기나긴 인류의 역사는 몇 가지 아주 단순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이 출현한 이래로 모든 진화는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요컨대 세기를 거듭할수록 정치적 자유가 일반화되며, 욕망이 상업화한다는 사실이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농부들은 도시로 이주한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시장민주주의의 총집합체는 하나의 임시 ‘거점’을 중심으로 하여 점점 더 거대해지는 하나의 시장으로 모여든다. (158)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이렇게 11개 나라가 새로운 경제적, 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164)


세계는 아시아가 지배할 것이다. 세계 무역의 3분의 2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만 지나면, 아시아의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다. (165)


지속적인 세계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화는 가속화될 것이며, 시간을 상품화하는 추세 또한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173)


노동과 소비, 이동, 오락, 교육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이들을 구분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맞춤상품’을 실시간에 공급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업의 상품 기획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175)


두 가지 종류의 산업이 상품화된 시간을 지배적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다. 바로 보험 산업과 오락산업이다. 이 두 가지 산업은 지금 이미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79)


누구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연결이 되어 있으므로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은 2030년 무렵 극단적인 감시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185)


희귀성중에서 앞으로도 늘 희귀한 상태로만 남아 있을 뿐, 결코 극복하지 않을 희귀성이 있으니, 바로 시간이 지닌 희귀성이다. (208)


우리는 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유일한 희귀재임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도 시간을 생산할 수 없으며, 아무도 자기가 가진 시간을 팔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시간을 축적할 수 없다. (210)


미래의 첫 번째 물결 : 하이퍼 제국

다중심적 체제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시장이란 본질적으로 정복을 지향한다. 따라서 영역을 한정 짓거나 남과 공유하고 정전사태를 유지하는 것은 시장의 본질에 부합되지 않는다. (237)


시장은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즉 교육이나 의료, 환경, 국가주권 등의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들은 이 같은 기능을 상업화하고,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소비재로 변모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소비재는 상업적 체제가 시작할 때부터 지속되어 온 기술 발전의 역학 속에 완벽하게 동화될 것이다. (238/239)


개인과 집단이 정체성이나, 인생관, 국가주권, 지식, 권력, 문화, 지정학 등과 맺고 있던 관계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앞으로 다가올 반세기 동안 우리가 당면하게 될 가장 혁명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감시자라는 개념은 상업적 체제가 추구하는 경제적 필요, 즉 기존 물체들을 생산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네트워크의 역량을 최대화시키며 집단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시간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욕망과 요구를 사업적 부로 환원시킨다는 긴박한 필요에 부응하는 개념인 것이다. (242)


국가의 부재를 틈타서 기업들은 점점 더 소비자위주의 정책을 펴게 되고, 이 같은 정책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소득은 점차 감소될 것이다. 자가 감시 기술은 공공 서비스의 사용자보다는 기술의 소비자 위주의 정책을, 노동자 임금보다는 주주들의 이익을 우위에 놓음으로써 이러한 시스템을 조직화하고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험회사, 오락회사, 자가 감시기 생산자들의 권력은 점점 더 강화된다. (253)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그 어느 정당도 교육이나 의료, 치안, 보험 등의 점진적으로 민영화되는 흐름을 막을 수 없으며, 이러한 서비스들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대세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254)


시민들의 창의력과 사회적 동화, 이동성을 인정하고 이를 장려한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몇몇 국가나 규모가 아주 작은 국가들은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생존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여기에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다. (255)


여기에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다. 하이퍼 제국의 도래와 더불어 우리는, 과거 상업적 체제가 태동할 무렵처럼, 도시국가로의 회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256)


인간은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허전함과 고독감을 메우기 위해 점점 소비를 늘리고, 점점 더 스스로를 감시하며, 점점 더 오락을 추구할 것이다. 자가 감시기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되는, 아니 적어도 그런 것처럼 보이는 개인의 자유는 각 개인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공간, 개인적이건 직업적이건 구별없이 오직 그 공간 안에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고 느끼게끔 만들며, 각 개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유일한 규범으로 삼게 된다. (259)


뭔가를 끊임없이 만들고 발명하려는 이들의 욕구는 노동과 소비, 창조, 거리 두기 사이의 경계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경계란 이들의 필요에 의해 사라져버릴 것이다. (270)


이와는 반대로 범지구적인 위기의식을 첨예하게 느끼는 자들도 생기날 것이며, 이들은 일단 재산을 모으게 되면, 인도주의적 활동에 투신하기도 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간혹 공명심이나 한자리를 차지하려는 야욕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이타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관계 위주의 기업들을 이끌어 가거나, 범지구적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미래의 세 번째 물결의 주역이 될 것이다. (272)


특히 4가지 스포츠를 통해서 하이퍼 유목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4가지 스포츠는 모두 이동과 관련이 되어 있고 팀보다는 개인 차원에서 즐기는 운동으로서, 구성원 개개인이 모두 균등한 기회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하이퍼 제국에서의 경쟁을 이상화시킨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거점’ 도시에서 엘리트들이 즐기던 스포츠이며, 노력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발전 가능한 이 4가지 스포츠는 바로 승마, 골프, 요트, 춤이다.

말을 잘 타기 위해서,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 혹은 요트를 요령있게 잘 운전하기 위해서, 또는 춤을 잘 추기 위해서는 여행자의 덕목(민첩함, 직관력, 관용정신, 감사하는 마음, 끈기, 용기, 명철함, 신중함, 나누어 갖는 마음, 균형감각 등)을 갖추어야 하며 그로 인하여 피로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275)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시장이 지탱해 나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몇 기본적인 규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반칙을 일삼는 선수들이 불법적으로 끼어들지 못하며, 힘의 논리가 교류의 논리보다 우선하는 일이 생기지 않으며, 사유재산권이 제한당하는 일이 없다. 또한 시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갖추고 폭력이 사회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279)


미래의 두 번째 물결 : 하이퍼 분쟁

모든 형태의 상업적 체제 말기가 그랬듯이, 국가의 해체, 하이퍼 제국의 형성과 더불어 새로운 전쟁의 조짐도 시작된다. 시장이 일반화되면서 차별성은 점차 사라지고 수준은 평등화되어 간다. 이와 동시에 각자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타인들의 경쟁자가 된다. 국가가 약화되면, 폭력을 한곳으로 모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지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다. (290)


자본주의 대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자는 주장을 폈던 과거의 공산주의 혁명과는 달리, 이들 새로운 시위자들은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이후 시장이나 민주주의 내부에서는 그 어떤 유토피아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304)


미래에 가장 중요한 무기는 적절한 홍보와 통신, 적절한 타이밍에 이루어지는 위협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것이다. (321)


인간의 비극은, 다름이 아니라, 인간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반드시 그 일을 저지르고 만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343)


미래의 세 번째 물결 : 하이퍼 민주주의

벌써 적지 않은 세력들이 물밑에서 하이퍼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고 있다. 앞으로 몇 십 년 후, 이것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게 만드느냐 아니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348)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선한 의도만으로 견고한 무엇인가를 건설하는데 성공한 선례가 없다. (349)


재앙은, 언제나 그렇듯이, 변화를 불러오는 가장 효과적인 변호인이 될 것이다. (350)


각 개인의 행복을 위해 가장 본질적인 상품들(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좋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을 만들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공동 소유품들(여기서는 중지衆智, 즉 집단적 지능이라는 차원이 중요하다)을 개발할 것이다. (352)


미래에 이 창조적 계급 가운데 미래의 역사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개인들이 나타나, 자신의 행복이 결국 타인의 행복에 달려 있으며 인간을 단결하여 평화를 사랑해야만 지속해서 생존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상업화된 창의적 계급에 속하지 않으며, 해적을 위해 일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나는 ‘트랜스휴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며, 다만 세계의 용익권을 가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트랜스휴먼은 정착민들의 덕목(민첩함, 친절, 장기적인 안목)과 유목민들의 덕목(끈기, 기억력, 직관력)을 두루 갖추고 있을 것이다. (353)


트랜스휴먼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것에 대항하는 것이 삶의 규칙이고, 당돌한 낙천주의가 윤리이며, 형제애는 이들의 야심이 될 것이다. 트랜스휴먼은 타인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데서 기쁨을 얻으며, 특히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는 깊은 책임의식을 느낄 것이다. (354)


트랜스휴먼은 타인이 있음으로 자신이 말을 할 수 있고, 아는 것을 전할 수 있으며, 아량을 베풀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며, 자기를 뛰어 넘을 수 있고, 자기 혼자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창조할 수 있으며,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랜스 휴먼들에 의해서 타인과의 경쟁을 종용하는 시장경제와 병행해서, 서로가 지닌 재능을 무료로 교환하거나 대중을 위한 공공서비스 등이 무료로 제공되는 이타적인 경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가 관계의 경제라고 부르는 이 같은 형태의 경제는 희소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가령 지식은 나누어 준다고 해서 그 지식을 주는 사람의 지식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55)


시장을 움직이는 주역들이 점점 더 희귀해지는 천연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체를 만들었듯이, 트랜스휴먼들은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원료들을 이용하는 관계 위주의 기업을 이끌 것이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의 운명을 좀 더 나은 쪽으로 이끄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동원해서 시장의 세계화가 지나치게 극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에서 이익은 기업 스스로가 존재하기 위한 방편일 뿐, 결코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 (356)


관계를 상업화하는 기업들은 저장된 시간보다 실제로 산 시간을 더욱 값지게 생각할 것이며,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보다 서비스를 우선으로 여길 것이다. 이 기업들은 저장된 시간을 활용한 공연은 점차 무료화하고 살아있는 생생한 공연만 유료화할 것이다. 가령, 영화는 무료화될 테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연극무대에서 보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식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마찬가지 이치로 음악파일은 무료화될 테지만, 음악가들의 실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음악회에 가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책과 신문은 무료화될 테지만 작가나 기자의 강연을 듣거나 그들과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편집자들에게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인생의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무료라는 개념이 정착될 것이다. (365)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후, 공기, 자유, 민주주의, 문화, 언어, 지식 등의 모든 요소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불려 마땅하다. 인류 공동의 재산은 시장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국가의 소유물도 될 수 없으며, 다자간 합의에 의해 소유가 결정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공동의 재산은 어디까지나 초국가적이어야 한다. -중략-한 집단의 집단적 지능은 그 집단 구성원의 지식을 더한 것이 아니며, 그 집단 구성원들의 사고하는 자세를 더한 것도 아니다. 집단적 지능은 고유한 지능으로, 집단 구성원 각자가 독자적인 방식으로 사고할 때 얻어지는 지능이다. (367)


집단 지능은 개별적인 지능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교량 같은 지능을 가리킨다. 이 지능이 있어야만 개별적인 지능들이 모여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 (368)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하이퍼 지능에서는 인간도 지극히 작은 하나의 구성원에 불과하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하이퍼 지능은 따라서 인류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이퍼 민주주의는 인간 개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 시장만을 바라보아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목표, 즉 본질적인 재산을 이루게 해 준다. 특히 시간은 대표적인 본질적인 재산에 해당된다. 나는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존귀하게 만들기 위해, 또 공동의 재산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권리를 본질적 재산이라고 부른다. 이 본질적 재산에는 지식, 주거공간, 음식, 의료, 일거리, 물, 공간, 치안, 자유, 평등, 존엄성, 네트워크, 유소년기를 누릴 권리,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 한 장소에서 살다가 다른 장소로 옮기거나 그 장소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권리, 연민이나 고독을 느낄 권리, 여러 사람을 동시에 공개적으로 혹은 비밀리에 사랑할 권리, 말년에 홀로 죽지 않을 권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369/370)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재산은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시간'일 것이다. 좋은 시간이란 각자가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삶을 사는 시간을 말한다.  각자는 좋은 시간을 누리는 동안 자기가 원하는 성공모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자신이 지닌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퍼 민주주의의 두 프로젝트, 즉 개별적 프로젝트와 집단적 프로젝트는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상승작용을 한다. 인류의 보편적 지능은 각자가 누리는 좋은 시간과 더불어 향상될 것이며, 역으로 보편적 지능은 각자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인류의 보편적 지능은 각자가 누리는 좋은 시간과 더불어 향상될 것이며, 역으로 보편적 지능은 각자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그러므로 하이퍼 민주주의는 본질적인 재산을 누릴 수 있는 자들 사이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인류의 본질적 재산은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본질적 재산을 누릴 수 있을 때 훨씬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가령 하나의 연구소에서 여러 명의 연구원들이 연구할 때 근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과 같고, 하나의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같은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면 많을수록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고, 하나의 가정은 가정의 구성원들이 최대한 행복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가장 인간적인 존엄성을 느낄 수 있고 가장 자유스럽게 느낄 수 있으며 건강할 때 자기도 행복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인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삶을 행복하게 느낄 때 전체적으로 행복해진다. 이타심은 각 개인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모름지기 트랜스 휴먼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 (371/372)


한국의 가까운 미래

역사에 의하면, 한국은 단 한 번도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 즉 상업적 체제의 ‘거점’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최소한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를 보자. 과거에 한국은 제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 이동성, 기술혁신, 운송 기술 등보다 농업과 식품산업, 지대와 그 지대에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 해왔다. 뿐만 아니라 권력을 숭배하고 민중의 힘을 두려워했으며 , 철옹성처럼 견고한 관료계급을 떠받들며 과거를 미화하고 과거에 대한 향수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은 오랫동안 해양산업을 소홀히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자력으로 ‘창조적 계급’을 키우거나 외부로부터 이들을 받아들이는데 실패했다. 두 번째로 한국은 오랫동안 해양산업을 소홀히 했다. -중략마지막으로,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자력으로 ‘창조적 계급을 키우거나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 이 같은 ‘창조적 계급’ 대신, 어떻게 해서든지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론가나 관리계급, 다시 말해서 개개의 문제를 종합하고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달인들을 키워냈을 뿐이다. (378)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에 이어 중국을 모델로 하는 체제 변화를 실현한 다음에 비로소 남한과 북한이 점차적으로 하나로 수렴되는 방식을 택하는 길만이 한국이 피해를 입지 않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380)


한국이 그다지 개의치 않았던 미래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 법칙, 이를 테면 관계 위주의 환경을 조성하고, 운명 공동체에 스스로 편입되기를 욕망하며, 창조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거대한 항구, 대규모 금융시장을 건설하며, 공정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교육하고, 미래의 신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지정학적인 위치를 확립하고, 필요에 따라 동맹을 맺는 따위에 필요한 법칙에 순응하느냐 아니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380)


최근 들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사회적 불평등의 가속화로 말미암아 이 같은 힘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양분화와 수득 불평등이 첨예해지고 있으며, 주로 중소기업들이 고용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또는 불법 노동자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382)


교육 개혁은 수업의 양을 줄이면서 노동시장의 현실과 세계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 개혁은 특히 한국의 대학들을 외국에 알림으로써 외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민 정책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은 외국의 재능 있는 인재들에게 국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한국 사람들은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국가 정체성이나 단일성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지 않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개방정책은 실질적인 ‘동북아시아의 관문’ 이 되기 위하여 여러 분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384)


옮긴이의 말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 다가올 50년 후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386)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나 아닌 남도 자유로워야 함을 인정하는 이타적이고 형제애적인 사회, 창의적 계급이 지닌 우수한 재능과 예술적 업적이 고무되고 존중되며 공유되는 미래의 사회를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그는 거듭 강조한다. (388)



3. 내가 저자라면


너무 빨라지고 너무 복잡해진 세계,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는 현재를 설명해주고 미래를 읽어줄 눈 밝은 현자를 갈구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가 트렌드와 패러다임은?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우리에겐 멘토가 필요하다. 경제 위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어떤 인간이 적자 생존할까? 모든 것을 조합해서 나온 미래의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선의 시나리오는 뭘까? 우리는 지금 전 세계는 권위 있는 현자, 미래학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바로 이때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 다가올 50년 후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바로 자크 아탈리이다.


이 책<미래의 물결>에서 그는 미래에 대한 변화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누구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바로 코앞에 있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전 세계의 역사와 미래를 바라보는 자크 아탈리의 시각은 좀 다르다.


과거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는 상수들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며, 과거는 역사의 구조로 작용함으로써 다가올 몇 십 년 후가 어떤 식으로 조직될지 예측 가능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이 책에서 그는 아주 긴 이야기부터 자본주의의 짧은 역사까지 과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가까운 과거에서부터 가까운 미래에 걸쳐 있는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까지 과거의 역사를 살펴 예측 가능한 미래의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세계가 있는 데는 ‘그리스-히브리적 이상‘, 즉 중상주의 사상이 바탕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거점(해당 시기에 세상의 중심 도시)’이라는 곳도 돌아보면 모두 상업적인 이유에서 거점 도시가 되었다. 첫 번째 거점인 브루게(최초의 상업체제)에서 시작해서 베네치아(동방 정복), 앤트워프(인쇄술), 제노바(투기), 암스테르담(보급품 수송함), 런던(증기기관), 보스턴(기계), 뉴욕(전자산업)을 거쳐 현재의 거점인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식 노마디즘)에 이르기까지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을 꽃피울 수 있게 해 주었던 상업적 촉매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대, 즉 10번째 상업적 체제의 거점 도시가 어디가 될 것인가를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이어지는 실질적인 미래 예측의 장에서는 세 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의. 현재의 디지털 노마드를 능가하는 하이퍼 유목민. 그들이 곧 세계의 중심이 될 시기가 올 것이며 그곳에는 현재보다 더한 감시체제(하이퍼 감시)와 또 다른 축인 자율 감시가 행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희소성으로 인한 분쟁(석유와 물), 국경 분쟁(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영향력 확대 분쟁(종교 등), 해적과 정착민 사이의 분쟁 등 다양한 형태의 하이퍼 분쟁이 일어나 세상이 어지러워 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하이퍼 민주주의 덕분에 세상은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이 될 거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책에서 놀라운 것은 저자가 한국의 저력과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이 보다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될 정책적, 문화적 사안들을 꺼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으로 세계사에 등장할 수 없었던, 강대국이 될 수 없었던 3가지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

첫째, 제조업보다는 지대와 지대에 얽혀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했던 점,

둘째, 해양산업에 소홀했다는 점,

셋째, 창조적 계급양성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자크 아탈리는 남북의 통일문제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에 이어 중국을 모델로 하는 체제 변화를 실현한 다음, 남한과 북한이 하나로 수렴되는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편, 한국이 물류와 금융허브로서 동북아시아의 관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는 사회 불평등으로 인해 원동력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점에 대해서는 복지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 일본, 중국과의 관계도 진단하고 있는데 이 세 나라가 오래전부터 경제 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 세 나라의 시장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의 잠재적인 경제 능력은 대단하다며, 특히 고도의 기술 인력과 미래과학의 발달은 한국경제의 앞날을 밝게 비추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미래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웃들과 얼마나 통합을 추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들 나라와 일종의 관세동맹 같은 것을 만들면 한국은 대단한 경제대국이 될 수 있고, 한국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항구 역할과 중국의 상업적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미래가 미지의 것, 현재와는 다른 그 무엇을 내포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미지의 것이 과연 완전히 새로운 것인지 아닌지 여부는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분방하고 원칙 없어 보이는 역사도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한 방향성을 있으며, 과거 자본주의의 역사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 자크 아탈리의 <미래의 물결>, 이 책이야말로 전 세계를 다시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경제경영학자들은 하이테크에서 하이터치로 감성 시대를 점치고, 심리학자들은 전체를 보는 통합적 전문가가 되길 절절히 조언하고, 자크 아탈리를 비롯한 미래학자들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통찰해서 미래의 경우의 수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들의 조합은 서로 교집합을 이루기도 하고 정반대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 나 자신도 미래학자의 선견지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래형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지금은 모든 것이 빨리 흐르고 있다. 좋은 것도 빨리 흐르고 나쁜 것도 빨리 흐른다. 따라서 어느 분야에서든 큰 그림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예술과 감성까지 아우르는 하이 컨셉을 위해 공감하고, 사실과 생각의 조각들을 맞춰 결합시키고, 패턴을 찾는 조화의 능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 이를 위해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 것, 바로 이것이 미래의 빠른 물결에 대처하는 나만의 자세가 아닐까? 세계화의 역사와 앞으로의 흐름을 어떤 기준으로 읽어내려 갈 것인지는 오로지 나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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