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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6일 20시 30분 등록

2부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들

<들어가는 글: 사랑이라는 말>

ü  사랑은 더없이 불가사의한 신비이다 (8).

ü  그런데 사랑은 어떤 상태의 꿈일까? 미친 듯 열광하다 차분해지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평온해지고, 녹초가 되었다가 기운을 차리며, 벌컥 화를 내다 수그러드는.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랑이다 (8).

ü  사랑은 감정의 백색광이다. 사랑에는 많은 감정들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게으르고 혼란스러운 나머지 그 감정들을 사랑이라는 간단한 단어 하나에 담아버린다. 예술을 사랑의 감정들을 풀어헤치고, 하나 또는 몇 가지 사랑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흐름을 쫓아가는 프리즘이다. 예술이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풀어내면, 사랑은 그 뼈대를 드러낸다. 그러나 사랑은 계산될 수도, 측량될 수도 없다. 사랑이 근사하고 꼭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9).

ü  우리는 사랑이란 것이 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지 고양시켜주는 긍정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10).

ü  우리는 때때로 사랑을 궁극적인 하나로 생각하지만, 얄궂게도 사랑은 한결같지도 늘 일정하지도 않다. 무늬와 색상이 각양각색인 바틱 원단처럼 사랑의 감정도 가지각색으로 변할 수 있다 (11).

ü  그런데 사회라는 집단 안에서의 우리는 사랑을 당혹스러워한다. 사랑이 마치 외설인 양 취급하며,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꺼린다 (11).

ü  사랑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싸움과 죽음까지도 불사하며 지키고자 하는 열정인데도,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되도록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 (12).

ü  우리는 사랑을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사랑을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 같은 것으로 여긴다. 사랑은 잔인함보다도, 폭력보다도, 증오보다도 더 우리를 겁나게 하는 감정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모호함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결국 사랑은 우리를 극도로 취약하게 만든다 (13).

ü  고대부터 현재까지 가치관, 풍습, 격식은 다를지 모르지만 사랑의 위엄은 동일하다 (14).

ü  연인과 결별할 때 가슴에서 엘리베이터가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 이별은 꼭 달라붙어 있던 두 사람을 떼어놓는다. 그것은 굶주림의 고통과 비슷하며, 그래서 우리는 이별의 고통을 말할 때나 굶주림의 고통을 말할 때 격통이라는 단어를 쓴다. 큐피드가 화살통을 메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이유도 사랑이 때로 가슴이 찔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기 때문일 것이다 (14).

ü  인류 최초의 기록에도 로맨틱한 사랑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 …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로맨틱한 감정을 묘사할 때 똑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풍속, 문화 그리고 취향은 변하지만, 사랑 자체 그 감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15).

ü  동물적인 매력.’ 우리가 때때로 쓰는 말이다. … 사실, 동물은 인간의 로맨틱한 습성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 준다. 동물과 인간은 닮은 점이 많다 (15).

ü  20세기에 사는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에는 현대의 삶이 반영되어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먼 옛날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정서가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16).

ü  삶이 수행하는 모든 일 중에서, 그리고 우리를 사로잡는 모든 신비 중에서, 나는 사랑이 제일 좋다 (18).

 

<1: 오랜 욕망>

이집트: 감상적이고 로맨틱한 사랑

ü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전설은 사실 그녀에 대해서보다는 우리가 꿈꾸는 환상과 동경이 무엇인지를 더 많이 알려준다 (21).

ü  클레오파트라가 더없이 매력적이긴 했지만,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그녀에게서 추구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권력이었다 (26).

ü  그녀에게는 늪처럼 깊이를 알 수 없고, 수정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관능적 매력이 있었을 것이다 (27).

ü  각 문화권바다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도덕률에 따라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27).

ü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클레오파트라의 그 대단한 적수 로마에 의해 형성되어 이어진 것이다 (27).

ü  한 민족의 내면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은 바로 예술이며, 고대 이집트는 예술이 대단히 발달한 나라였다. 이집트에 가본 사람들은 이집트가 음악, 무용, 재담, 노래 방면에서 얼마나 풍요로운 나라인지에 대한 많은 소감을 털어놓았다 (28).

ü  이집트 사람들은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고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그러나 이집트 예술에는 매우 심오한, 때로는 삶과 죽음의 문제와 직결되는 또 다른 면이 있었다.

ü  예술은 강한 위력을 지닌 것이었다. 예술은 물질을 변모시키고, 시간을 넘나들고, 죽음을 면하게 할 수 있었다. 예술에는 주술적 목적도 있었다 (30).

ü  고대 사막지대에서는 오아시스를 떠올리는 것보다 더 영혼을 흠뻑 적셔주는 것은 거의 없었다. 무미건조한 삶 속에 감춰져 있는 정원은 일찍부터 사랑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쓰였다 (32).

ü  쓰인 지 3천 년도 더 지났지만 이 시들에는 오늘날의 연애시에서 볼 수 있는 동일한 주제, 근심거리와 벅찬 기쁨 등이 어우러져 있다 (35).

ü  그 시들에는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담겨 있다 (35~40).

n  사랑의 연금술. 즉 변화를 일으키는 사랑의 힘.

n  사랑하는 연인을 자연에서 빌려온 이미지로 이상화하기.

n  노예를 자청하는 사랑: 자신이 마치 꼭두각시 인형인 양 그들로 하여금 우리 행동을 지시하고 우리 운명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n  사랑으로 인한 무기력함: 역설적이지만 사랑은 힘을 북돋아주기도 무기력에 빠뜨리기도 하는 감정이다. … 그들은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평상시 일들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마치 정신을 집중해 외우는 주문이기라도 한 듯,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온통 연인에 대한 생각에 집중한다. … 연인들은 넋이 약간 나간 상태로 지낸다. 그런 사람들을 두고 무엇에 홀렸다거나 마법에 빠졌다고 하기도 한다. …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때때로 혼란스러워하고, 명확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잃기도 하며, 위통을 겪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몇 시간씩 공상에 잠기기도 한다.

n  부모에게 감추는 사랑: 사랑에 빠진 사람은 슬그머니 다른 가족에게 넘어가 아웃사이더들에게 헌신을 서약할 것이다.

n  감각을 강화시키는 사랑: 사랑은 공감각 현상을 일으킨다.

ü  분명한 사실 하나는 머나먼 옛날에는 인구수가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 따라서 당시에는 인간이 계속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근친 상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42).

ü  이집트인들은 사랑에 대해 감상적이면서 로맨틱하다. 사랑을 일컫는 이집트어 단어는 오랜 욕망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44).

ü  시는 한 민족의 심장이 뛰는 모습을 기록한다. 이집트 시인들 덕분에 우리는 고대에도 사랑이 한창이었다는 것,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에 별로 개의치 않는 현대식 사랑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5).

 

그리스: 아름답고 조화로운 사랑

ü  지난 1960년대 후반을 돌이켜보면 사회를 개혁해보려고 안달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히피들의 러브인love-in (1960년대 말 미국 히피 평화주의자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지는 모임), 환각제, 베트남 전쟁으로 대표되는 세대인 우리는 소요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살았다. 이와 더불어 냉소주의와 이상주의가 우리와 함께했다 (46).

ü  서기전 5세기의 아테네도 이렇지 않았을까? 1960년대의 세계처럼 격동, 사회변화, 앞날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는 분위기이지 않았을까? 잦은 전쟁과 특수한 정치 체제로 인해 시끌벅적한 민주주의bustling democracy라는 급진적 개념이 생겨났고그런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는 서양 문명의 원천이 되는 사상을 창안한 사상가와 작가들을 다수 배출했다. … 아테네는 단단히 결속되어 있으면서도 경쟁을 즐기는 도시였다 (47).

ü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남자들만 즐기는 자극제였다. 여성에게는 시민이라는 지위가 허락되지 않았다 (48).

ü  전형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광경을 상상해보자면, 교양과 학식을 갖추고, 성 경험도 있으며, 정치 참여에도 적극적인 중년의 남편이, 바깥세상과 격리된 무식한 열여섯 살짜리 아내가 있는 집으로 귀가하는 모습이다 (49).

ü  남자 애인과 매춘부는 섹스를 나누는 상대였을 뿐만 아니라 친구 같은 상대였다. 정숙한 여성들은 사교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50).

ü  부부가 결혼하고 나서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랑은 결혼과 아무 관계가 없었고, 결혼이란 아이를 낳기 위한 방편이었다 (50).

ü  완벽한 아내란 가꾸어진 황무지 같은 존재였다. 어느 한 때 일시적으로 개간되어 곡물을 생산해내는 토지와 흡사했던 셈이다. 남자들의 사회적, 지적, 문화적 그리고 로맨틱한 욕구는 모두 다른 곳에서 충족되어야 했다 (51).

n  왜 그랬을까?

ü  지적이며, 세련되고, 여흥을 즐기며, 그러한 취향에 자부심을 느끼는 아테네의 활달한 여성들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요 사안에 관해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면 고급 매춘부가 되는 길을 택했다. 비록 그들의 삶은 불안정하고 때로 타락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며, 적어도 그 여성들은 아테네의 풍요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다. … 남자들은 고급 매춘부들의 재능을 칭찬하면서 자기 아내들의 그런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금했다. 아테네는 그처럼 모순이 가득한 도시였다 (52).

ü  단순히 성적인 접촉만이 아닌 사랑의 관계는 성인 남자와 십대 소년들 사이에서도 생겨났다. 로맨스와 후견이 어우러진 관계는 사회에서 축복으로 인정되었으며, 철학과 예술에서도 칭송되었다 (52).

ü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운 소년이 훌륭한 소년이다. .. 어쨌든 이론적으로는 남색이 소년 교육에서 고급 과정의 하나였다 (53).

ü  플라톤의 <향연symposium>(술을 함께 마시는 친구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에서는 생각과 의견만이 아니라 감각의 연회까지 제공했다 (54).

ü  아테네에서는 잘생긴 사람이 도덕적으로도 선하다고 여겨졌다. 대칭과 균형, 조화를 중시하는 세계에서는 당연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역시 무의식적으로 그런 틀린 방정식을 믿고 있지 않은가? (55).

ü  사랑을 표현하는 여자는 품행이 단정치 못하고 무분별하다고 여겨졌다. 반면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면, 사랑하는 이의 모습에 열중하며 육체와 덕을 동시에 찬미했다 (55).

ü  남자들은 물론 자기 아내와도 섹스를 즐겼을 것이다. … 그러나 서로 만족하는 부부, 즉 서로의 욕구를 거의 다 충족시키는 부부라는 개념은 그들에게 생소했고… (55).

ü  그리스의 어린 아이들은 하렘과 비슷한 여자들의 구역에서 자라면서 자기 아버지를 보는 기회가 드물었다. 따라서 사회생활에서 소외된 채 살던 어머니가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틀림없다 (56).

ü  수확에 집착하는 농경 국가 그리스에서 어머니는 대지의 여신, 즉 영예와 마법을 지닌 존재에 가깝게 부각되었다 (56).

ü  남자에게 적법한 상속자가 태어나면 부인들은 여러 모로 다소 자유로워졌다. … 아테네 여성들이 혼전성관계나 혼외정사를 갖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여자들은 망측하고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57).

ü  여자들 중에는 매우 재치 있고 감각적인 서정시를 쓴 여류시인 사포를 따라 레즈비어니즘또는 트리바디즘이라고 일컫는 여성 간의 동성애 관계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었다 (57).

ü  결혼 생활은 그다지 대단한 행복은 아니었으며, 남편과 아내를 굳건하게 맺어주는 사랑이 중심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남자들은 공공연하게 연애 상대를 찾아 구할 수 있었지만 여자들은 은밀하게 궁여지책을 마련해야 했다 (58).

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관한 그리스 신화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59).

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연만큼 자주 되풀이 이야기되고 각색되는 신화는 흔치 않다. 오르페우스는 왜 뒤를 돌아보았을까? (64).

ü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아마 자신의 본분을 알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말하자면 감히 신을 능가하려 하다가는 이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경고인 셈이다 (65).

ü  이 신화는 사랑이란 생명을 소생시키는 힘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한 감정이라는 것과 아울러, 믿음이 확고하다면 사랑의 힘으로 저승 깊숙이 들어갔던 사람도 다시 끌어내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신화의 단순한 교훈은 아마 사랑에는 되돌아가기란 없다는 게 아닐까? (66).

n  사랑뿐일까? 인생 자체가 그러한 것을

 

로마: 더욱 대범해지는 사랑의 힘

ü  지난 주 코넬리아에게 홀딱 반한 다섯 살짜리 사내아이 네이던이 애정의 표시로 코넬리아의 발목을 몇 번 찼고, 몹시 화가 난 코넬리아는 네이던에게 이제부터는 친구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연모하는 상대에게 절교 선언을 듣고 크게 상심하던 네이던은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69).

ü  퍼시스는 딸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코르넬리아 그라쿠스가 살던 시대에 그런 생각은 터무니없는 기대였다. 여자 아이는 살아남기만 해도 행운이었다. 신생아, 특히 여자아기를 유기하는’, 다시 말해 거친 들판에 내다버리는 것이 아버지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70).

ü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는 뜻으로 우리가 쓰는 소유욕이 강하다possessive’라는 말에는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달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그 말은 로마인들이 자기 재산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잘 반영하고 있다. … 남자는 토지, 노예, 가축, 값진 재물, 아내를 취득함에 따라 세상에서 더욱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 (71).

ü  로마인들의 삶은 이런 꿋꿋한 열정이나 맹목적인 사랑 이야기와 상반되는 매우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고 있었다. 법률과 사회관습이라는 족쇄에 매여 있었기 때문에 로마인들은 일부일처제, 효율, 자기절제를 칭송하면서도 수백 년 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상류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육욕, 폭음 그리고 여타 은밀한 향락에 탐닉했다. 엄정함과 금욕 그리고 유혹을 배격하는 것은 이상적인 아버지상의 주된 요건이었다 (78).

n  인간이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가지 못할 때, 늘 그 곳에서 반대극의 현상이 일어나고는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ü  그렇다면 악습의 유혹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고된 일을 통해서였다. … 이따금 관대함을 보이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78).

ü  젊은 남성은 내키느대로 동성연인과 즐기거나 매춘부를 찾아다니고, 또는 정부와 동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한 남자는 방종했던 시절을 잊고 한 집안의 품행단정한 가장이 되어야 했다 (79).

ü  신랑은 신부에게 반지를 주었고, 신부는 요즘 신부들이 반지를 끼는 것과 같은 손가락에 반지를 꼈다. 아울루스 겔리우스 (2세기에 활동한 고대 로마 작가)는 그 손가락이 반지를 끼는 손가락으로 간택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80).

n  이집트인들이 하는 방식대로 인체를 절개해서 해부를 해보면 아주 섬세한 신경이 그 손가락에서 시작해 심장까지 이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ü  이윽고 신랑신부가 첫날밤을 맞게 되는데, 역사학자 폴 벤느는 로마시대의 결혼 첫날밤이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먼 사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81).

n  결혼 첫날밤을 치르는 것은 합법적인 겁탈의 양상이었다.

ü  이런 식으로는 사랑으로 이뤄지는 결혼 생활이 될 수 없었다. 결혼의 목적은 아이를 낳고 유리한 인맥을 형성하고 혈통을 잇는 것이었다 (81).

ü  사회 질서에 대한 로마인들의 비전은 커졌지만, 사랑의 왕국 또한 커졌다. 아우구스투스가 도덕규범을 아무리 법으로 강화하려고 애썼다해도, 그는 인간의 불온한 열정과 씨름한 것이었고, 그 열정이 인간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므로 결국 그는 자연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셈이다. 로마인들에게 사랑은 결혼을 위한 충분 조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로마인들은 누구나 사랑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이해하고 있었으며, 사랑은 성난 강줄기처럼 갖은 고초와 징벌, 또는 죽음마저 불사하게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91).

 

중세: 궁정풍 연애의 탄생

ü  중세의 프랑스는 숱한 모순으로 들끓고 있었다. … 자연도 사람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대적 감각의 문명이 유럽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92).

ü  교회에 뾰족탑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그 시기는 온통 뾰족탑이 상징하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 뾰족탑은 지상과 천상,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을 이어주었다 (93).

ü  그들은 자신들이 소망하는 하늘나라에서 피곤에 찌든 일상을 떨쳐버렸다. 그 시대에는 위대한 영성이 깃들어 있었다 (93~4).

ü  이처럼 고상하고도 현세적인 분위기에서 이른바 기사도chivalry라고 하는 격식화된 예의규범이 생겨났다. … 전사들은 주군을 섬기는 기사가 되어 진리, , 경건함 그리고 교회를 위해 싸웠다 (94).

ü  12세기의 첫 30년 동안 프랑스 기사의 절반이 영국과 스페인의 기사들과 함께 십자군에 가담했다…. 성지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기사들은 정복 영웅이었다 (96).

ü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재산 관리는 종종 여자들의 몫이 되었다. … 그렇다고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급격히 상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성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사회접촉의 폭이 넓어졌으며, 법적 지위도 높아졌다 (96~7).

ü  중요한 사실은 여성들이 생각의 자유를 더욱 많이 누리게 된 점이었다. 그와 더불어 여성들이 사랑에 대해 공상을 펼치고 음유시인을 고용하고 연애행각을 벌이는 일도 생겨났다 (97).

ü  무어인 작가들은 사랑이란 인간을 고귀하게 만드는 힘이며, 여성들은 비범한 여신들이라고 노래했다. 당시 아라비아와 스페인 두 나라는 외교사절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었고, 그 예술가들의 작품은 프랑스 남부로 유입되었다 (101).

ü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는 안달루시아의 시인 이븐 하즘이었는데, 그는 대표작 <비둘기의 목걸이 1022>에서 영혼의 결합은 육체의 결합보다 천배나 더 아름답다고 썼다. 그의 관점은 이슬람적일뿐만 아니라 플라톤적이기도 했는데,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할 때 그런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치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런 요구이며 모래알처럼 평범한 일이고 라듐처럼 강력히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사랑은 두 영혼- 태초에 존재했던 동일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가 훗날 물리적 우주가 형성될 때 분리된-의 재결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븐 하즘은 또 이렇게 말한다. 사랑을 하는 이의 영혼은 끊임없이 다른 한쪽의 영혼을 찾고 얻으려 애쓰며, 다시 해후하길 열망하고, 철이 자석에 이끌리듯 그 영혼에 이끌린다 (102).”

ü  아름다움은 미끼이다. … 그러나 만약 섹스만이 유일한 매력 요인이라면, 영혼이 그 아름다운 대상을 오래도록 꼭 붙들어서 사랑을 이루기란 불가능하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향이 같은 영혼을 찾아내려는 끈기가 필요하다 (102).

ü  음유시인들은 대부분 평민계급이었고, 자기가 지었거나 다른 사람이 지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이곳저곳으로 다니는 오늘날 대중가수에 해당하는 중세 시대의 가수였다 (104).

ü  로맨스 소설도, 가십 잡지도, 스릴러 영화도 없던 시절이었다. 연속극처럼 재미있는 이야기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무용담을 들려주는 재주꾼 가수는 환영받는 손님이었다. 음유시인들 덕분에 연애사건은 시적인 모험담의 단골 주제가 되었고, 그 결과 러브 스토리가 유럽의 문학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영웅적 행동의 범주는 확대되었고, ‘커플’, 즉 둘로 이뤄진 한 쌍이라는 개념이 사회를 애태우기 시작했다 (105).

ü  중세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일방적인 사랑에서 쌍방의 사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랑을 둘이 함께 할 수 있으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열정적인 관심과 갈망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너무 급진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다 (105).

ü  성적인 욕망이 사랑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일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만했지만, 총체적인 사랑의 감정은 그보다 정신적이며 강렬한 일체감이라는 생각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가르침에 맞지 않았다 (106).

ü  여성이 사랑의 대등한 동반자이며 사랑에 의해 고귀해지기까지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남자는 군주를 섬기고 여자는 남자에게 충실해야 하는 봉건사회의 본래 질서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106).

ü  궁정풍 연애가 사회에 번져가자 교회의 통제력은 약화되었고 권력도 귀족들의 수중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랑에 대한 이런 새로운 개념이 자리 잡자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방식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개인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개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106).

ü  스포츠 게임이 경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궁정풍 연애는 성곽이라는 좁은 세계 안에서 진행되었다 (107).

ü  봉건 사회에서는 농노들이 군주에게 머리를 조아렸는데, 이제 기사가 귀부인의 농노가 되고 귀부인이 기사의 군주가 된 셈이었다 (109).

ü  기사는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분투하면서 연인을 소유하지 않고 사랑해야 했다. … 따라서 궁정풍 연애의 진수는 오래 지속되는 설렘, 즉 간절한 열망으로 인한 일종의 황홀한 떨림이었다 (109~110).

ü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어느 누구를 섬기는 남자, 특히 여자를 섬기는 남자를 경멸했다. 그런데 궁정풍 연애가 성행하면서 섬기기가 거의 예술의 경지로 격이 높아졌고, 기사들은 사랑 때문에 굴욕을 겪기를 바랐다 (110).

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남자의 자발적인 순종에는 의미심장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전까지 남성들이 여성과의 서로 주고받는 사랑에 대한 충동을 억눌렀던 것은 그들에게 뿌리 깊은 여성 혐오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궁정풍 연애가 그 출발점으로 남성 권력의 굴욕을 상징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111).

ü  궁정풍 연애의 가치관과 그런 연애가 무성하던 사회의 현실과는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중세 프랑스의 생활은 야만스럽고, 폭력적이고, 경박하고, 저속하며, 터무니없는 전쟁놀이로 얼룩져 있었다. 반면에 연인들은 겸손하고, 성실하고, 품위 있어지고, 온화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연인들은 진정한 사랑이 미친 짓이 아니라 훌륭한 일이자 도덕적으로도 선한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112).

ü  프랑스는 예술적, 지적, 정치적 생활의 중심지였으므로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는 새롭고 급진적인 개념은 유행이 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프로방스 지방에서 남하해 이탈리아로 흘러간 그 개념은 단테에 의해 다듬어지고 순화되어 그의 그리스도교 신앙과 충돌하지 않았다 (112).

ü  역사적으로 왜 하필 그 시점에 그런 격식화된 사랑이 생겨났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어떤 이들은 궁정풍 연애가 단순히 그 시대의 경제 형편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기사가 귀부인을 섬긴 방식은 가신이 주군을 섬기거나 인간이 하느님을 섬긴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112).

ü  중세의 혼인은 사랑이라든가 서로 매력을 느끼는 것과는 거의 무관했다. 결혼이란 하나의 거래 계약이었다 (116).

ü  다수의 남자들이 전쟁에 나가 있는 기간이 많았으므로 여성들이 궁정 생활을 주관하는 일이 잦았다. 따라서 영향력이 큰 부인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밀통에 목마르고 사랑에 굶주려 있었으며, 남자들은 그 부인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아부함으로써 그들의 환심을 샀다 (116).

ü  C.S 루이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1세기 프랑스 시인들은 영국 시인들이 19세기에도 여전히 소재로 삼고 있는 로맨틱한 열정의 양상들을 발견 또는 창조했거나 최초로 표현했다 (118).

ü  주인님께, 아니 아버지께, 남편에게, 아니 오빠에게, 여종으로부터, 아니 딸로부터, 아내로부터, 아니 누이로부터, 아벨라르에게 엘로이즈가.” 엘로이즈의 마음 속에서 아벨라르가 너무 여러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녀는 그를 한 가지 호칭만으로 부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벨라르는 하느님을 숭배했지만, 엘로이즈는 아벨라르를 숭배했다 (125).

ü  지금은 두 사람의 유해가 다른 연인들의 유골들과 더불어 파리의 페르 라 셰즈 공동 묘지에 잠들어 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는 둘 다 진정으로 사랑을 믿었다. 특히 내색하지 않고, 결혼이라는 것에 얾매이지 않으며 탐색과 시험으로 가득 찬 은밀한 교제인 궁정풍 연애를 믿었다. 그래서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의 아내보다는 정부로 여겨지길 더 좋아했다. 중세에는 정부가 훨씬 더 고상한 호칭이었다 (127).

 

르네상스와 근대: 다시 낭만에 대하여

ü  중세에는 사람들이 사회구조에 좀 더 긴밀하게 얽혀 있었다. … 여성은 아버지의 딸, 남편의 아내, 아들의 어머니와 같이 남자와의 관계에 의해 얽매이고 정체성이 규정되기 때문이다 (130).

ü  중세가 저물어가자전쟁을 벌이거나 사업을 하려는 귀족들에게는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인, 제조업자, 금융업자 계층의 지원이 꼭 필요했다. 여러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이 사업상의 거래를 순조롭게 해주었기 때문에, 상류층과 중산층의 교류도 빈번해졌으며 때로는 두 계층 간에 혼인이 성사되기도 했다. 어느 한 계층으로 태어나면 평생 그 계층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신분제 사회의 늪이 사라지고, 대신 총명한 사람들이 앞날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시원한 대지가 펼쳐졌다 (131).

ü  여성의 지위는 중세에 약간 향상되었다. …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성에 대한 혐오감도 그 어느 시대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여성들이 마녀로 낙인 찍혀 고문을 당하고 죽은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133).

ü  20세기에는 남자들이 성욕에 굶주린 짐승, 즉 천성적으로 탐욕스럽고 성호르몬이 분출하면 통제가 불가능하고 섹스가 폭력을 억제할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었다. … 그런데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여성들이 그런 존재로 평가 받았다 (134).

ü  남자들은 여자들을 경멸하는가 하면 흠모했으며, 여자들이 성스러우면서 비속하다고, 말하자면 천사이자 매춘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성은 르네상스 시대에 특히 더 두드러졌다 (134).

ü  임신은 여자의 생활이자 생업이었다. 이혼은 불가능했다. 그 점은 태산처럼 흔들리지 않는 진리였다. 그러나 사회가 부정행위를 눈감아주지는 않지만 떳떳치 못한 짓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는 것을 당시 여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136).

ü  그렇지만 결혼 생활이 정서적인 사막이 되는 경우가 흔했고, 남편과 아내는 각자 다른 곳에서 정서적 자양분을 얻으며 그 사막을 엇갈려 지나갔다 (136).

ü  중매결혼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재래의 관습이었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자 놀랍게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에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137).

ü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남녀 주인공은 셰익스피어 이전에 이미 여러 문화권과 장르에서 다룬 고전적 캐릭터이다 (137).

ü  그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부모에게 숨겨야 한다는 것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던 설정이며, 고대 이집트 연애시에 아름답게 표현된 주제이기도 하다. 사랑해서는 안 될 낯선 이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 역시 역사가 오래된 테마이다 (138).

ü  여기서 사랑의 속성으로서 이탈이라는 개념이 생겨난다. , 사랑은 가족, 과거, 친구, 심지어 이웃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도록 작용하는 힘을 지녔다는 개념이다. 사랑을 일종의 광기로 여기는 것도 먼 옛날부터 있었던 생각이며, 사랑하는 연인이 걸친 옷가지가 되고 싶어 하는 페티시즘 성향 역시 십 수세기 전에 쓰인 고대 이집트 연애시의 그녀의 손에 끼워진 징표, 그녀의 반지가 되고 싶어라는 구절을 상기시킨다 (139).

ü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새롭게 쓰면서 중요한 사항을 바꾸었다. 줄리엣의 나이를 열 네 살로 했던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각색한 작품에서는 여주인공의 나이가 그보다 많았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는 줄리엣과 로미오가 서로 알고 지낸 것은 7월의 나흘 동안에 불과하다 (139).

ü  셰익스피어는 왜 그 커플의 나이를 그토록 어리게 설정하고, 그들의 사랑이 그토록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것으로 설정했을까? 그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쓴 것은 대략 서른 살 전후였는데, 그가 쓴 절묘한 소네트들이 보여주듯이 그는 사랑의 쓴맛 단맛을 잘 알고 있었다 (139).

ü  내 생각에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사랑의 감정이란 얼마나 무모하고 불안정하고 덧없는가, 더욱이 나이든 어른들의 신중한 사랑과 비교할 때 젊은이들의 사랑에서 그런 점이 얼마나 더 두드러지는가 하는 것이었을 듯 싶다 (140).

n  동의 할 수 없음.

ü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은 결혼을 작정했다는 뜻이다. … 희곡은 결혼과 죽음, 또는 결혼 아니면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것이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연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 연인들은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그 사람이 없이는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극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 궁정풍 연애를 하지만, 한 가지 주요한 차이가 있다. 그들이 애타게 바라는 것은 상대를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결혼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141).

ü  <로미오와 줄리엣>은 르네상스 시대 부르주아 계층 사이에 퍼져가던 전향적 사고방식, 즉 로맨스와 결혼생활이 양립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선보인 사례에 불과하다. 그 극은 여러 차원에서 여러 계층의 마음을 끌었는데, 한 가지 이유로는 가정 생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남자들이 나가 싸울 전쟁은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남자들의 일터는 집에서 멀지 않아 남편과 아내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므로, 부부들이 기분 좋게 화합하는 혼인생활을 바랐을 것은 당연하다 (143~4).

ü  이 시대 귀부인들은 멀리서 흠모만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재치 있고, 예절 바르고, 독서도 많이 하고, 정치와 시사 문제에 식견이 있는, 한마디로 유쾌한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 (144).

ü  18세기 들어 낭만적 감정 표현에 대한 반동으로 세련됨과 예의범절이 중시되는 신고전주의 사조가 퍼지면서 종교에 대한 확신은 약화된 반면, 이성, 과학, 진리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었다 (145~6).

ü  진실한 감정을 감추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고, 가면 무도회가 일대 유행했다. 본심을 숨기는 것은 고상한 스타일이었고, 우아한 척 꾸미는 말투는 저마다 유행을 따르며 서로 거리를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146).

ü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자를 유혹하고 도박과 모험을 즐기는 무뢰한의 삶을 산 카사노바가 당당하고 멋진 인물로 부상했다 (147).

ü  그는 (카사노바) 사랑 받고 인정받고 존중 받기를 평생 희구했던 학대 받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147).

ü  사람들은 종종 돈 후안과 카사노바라는 이름을 함께 거론하는데 그 두 인물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즉 둘 다 어린 시절에 자신을 원치 않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 훗날 마릴린 먼로가 보인 행적과 매우 흡사하다 (150).

ü  카사노바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상대라는 점을 입증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랑, 존중, 가족, 소속감을 간절히 바라면서 그는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를 허세와 혈기 방장함으로 위장했다. 그는 어머니 같은 용모에 끌린다는 사실, 그리고 부자와 귀족들을 갈취한 것은 가난한 아이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감추려 애썼다 (150).

ü  그가 처음으로 사랑한 여인인 어머니는 그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혔고, 그는 평생토록 다른 여인들에게서 어머니의 그림자를 쫓아다녔다 (151).

ü  세월이 흐른 후 대중의 견해라는 부메랑이 유럽을 이리저리 떠돌면서 사회 분위기는 또다시 삶과 사랑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합리주의는 퇴조하고 낭만주의가 힘을 얻었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성장한 중산층은 고귀한 혈통으로는 자신들의 가치를 과시할 수 없었다. 대신 그들은 혈통이나 출신 계층과는 무관하게 각 개인이 저마다 가치 있는 존재라고 선언했다 (157).

ü  영국 군주제의 위세는 전에 비해 약화된 듯했고, 철학자들은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에 열을 올렸으며, 프랑스와 미국에서 일어난 혁명은 세상을 새로운 이상에 불타게 했다 (157).

ü  사랑을 보드게임처럼 즐기는 것은 더 이상 시대 분위기에 맞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철저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다감하고 예민한 낭만주의자들은 사랑을 되살아나는 황홀경, 즉 해일처럼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강한 힘으로 느꼈다 (158).

ü  자기 시대의 열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뛰어났던 작곡가는 베토벤이었다. 그는 장엄하고, 전위적인 음악을 작곡한 격정적이고 반항적인 사나이였다. 전통 음악의 엄격한 틀 때문에 속박을 느꼈던 그는 자신의 분노와 번민과 치열한 몸부림을 음악에 담아냈다 (158).

ü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1770년에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직업가수였는데 술주정이 심해서 가족들을 공포에 시달리게 하고 비참하게 만든 인물이었다 (159).

ü  그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헌신적이었지만 남편의 포악을 견디며 늘 비참하게 지내다가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사망했다 (160).

ü  어린 시절의 애정결핍에 이어 찾아온 청력 상실은 그에게 고문이나 다름 없었다 (160).

ü  난청증세가 심해짐에 따라 그는 더욱더 절박하게 작곡에 매달렸다 (161).

ü  우리는 베토벤에 대해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힘과 열정이 넘치며 가슴 깊이 감동을 주는 음악을 창작한 영웅적 인물이자, 반항아이며 관념주의자라고 기억한다. 베토벤을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고독하며, 자신이 이상화한 여인의 냉대에 괴로워하고 낙담하며, 거절과 무시를 못 견뎌하고, 삶의 감각에 조응하며, 고통스럽게 세상을 등진 침울한 몽상가라고 기억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낭만주의는 이처럼 감수성이 예민한 영혼을 찬미했다 (161).

ü  합리주의자들의 감정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은 세상에 대한 섬세한 감응,   때로는 허약한 육체, 염세주의 또는 절망으로까지 유도한 심미적 감수성을 소중하게 여겼다 (162).

ü  낭만주의는 여성을 자애롭고 정숙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이상화했다. 따라서 여성과 섹스를 하는 것은 근친상간과 같고 사악하며 추잡한 일이 되었다. 18세기 때처럼 남자들과 활발하게 어울리며 사귀는 여자들은 누구나 타락한 여자로 여겼다 (167~8).

ü  따라서 빅토리아 시대에 마조히즘, 성도착, 성병과 함께 매춘과 포르노물이 성행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168).

ü  남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죄의식을 갖게 하는 팜므 파탈이라는 개념은 스윈번 (1837~1909, 영국의 시인, 비평가)지옥에서 갓 나온 미녀라고 풍미 있게 표현했듯이, 집에 있는 순종적인 여성, 즉 거룩한 모성의 본보기인 여성과는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169).

ü  사랑과 관능을 억제하는 태도를 묘사할 때 우리는 청교도적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여성들을 굴레에 가두어놓고 연인들의 한숨을 막아버린 장본인은 청교도들이기보다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꾸며낸 행복한 가족이라는 허구 속에서는 아버지가 집안을 다스리고, 매사에 감사하는 어머니가 안주인 노릇을 하는데,  그 같은 허상은 후에 영화산업에 도입됨으로써 사회적 이상으로 자리 잡아 20세기에도 고스란히 어어졌다 (169).

ü  역설적으로 도덕론자들이 결혼이라는 강장제에 윤활유까지 치고 있던 시기에 여성 투사들은 일터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잠자리에서 동등한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170).

ü  21세기를 앞두고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 볼 때,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것이 모두 정상적으로 보이고, 심지어 전통적인 것이라고 여겨지는 까닭은 우리 부모님 세대 역시 대다수가 경험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170).

ü  요즘은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과거 수 백 년 동안은 사람들이 사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170).

ü  현대적 삶의 본질과 우리가 현재 누리는 삶을 가능하게 한 태도 면에서의 변화들을 생각해 볼 때, 나는 선택권, 프라이버시, 책을 떠올리게 된다 (171).

ü  책들은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거대한 새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고, 사랑의 판타지에 날개를 달아주었으며, 독자들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주었다.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같은 구절을 읽으면서 같은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172).

 

<2: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플라톤: 완벽한 합일

ü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되고 융합하여 한 몸이 되는 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입니다. / 옛날에는 우리가 하나로 온전했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온전한 것을 욕망하고 추구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파네스 (174).

ü  로맨틱한 사랑과 신비주의자들의 종교적 황홀경의 핵심 중 하나는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강력한 열망이다 (175).

ü  사랑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고대 그리스 사상에 기원한다. 플라톤에 의하면 연인은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찾고 있는 퍼즐 조각의 불완전한 반쪽이다. 연인이란 두 약체가 하나로 뭉쳐 이뤄진 강체인 것이다. 어떤 시점에 이르면, 연인은 누구나 자기 자신은 없어지고 상대와 합쳐저 하나의 통일체가 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자주성을 버림으로써 자신들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 (175~6).

ü  향연의 참석자들은 그저 사랑을 찬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심도있게 파헤치고, 사랑의 풍랑 속으로 뛰어들어 사랑의 깊이를 면밀히 헤아려보기 위해 모였다. 그들이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 중 하나는 사랑이란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라는 것이다. 즉 사랑이란 단지 상상력이 빚어낸 지고한 개념이 아니며, 일시적 변덕이나 광기도 아니고, 개개인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176).

ü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에 관한 놀라운 정의도 도출해낸다: 우리는 저마다 둘로 쪼개져서 넙치처럼 한쪽 면만 있는 반쪽 인간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늘 다른 반쪽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 이들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다른 반쪽, 즉 자신의 진짜 반쪽을 만나게 되면…. 그 둘은 사랑과 우정과 친밀감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잠시라도 떨어져 있을 수 없게 됩니다. 그들은 일생 동안 함께 지냅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자기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 헤파이토스가 또 이렇게 묻는다고 가정해봅시다. “너희는 완전히 하나가 되기를, 밤이고 낮이고 늘 함께 있기를 바라느냐? 그것이 너희 소원이라면 내가 기꺼이 너희를 녹인 다음 용접시켜 한 몸으로 살게 해줄 용의가 있다.”… 이런 제안을 들으면 아무도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되고 융합하여 두 몸이 아닌 한 몸이 되는 건 자기가 오래 전부터 소망하고 바라고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하나로 온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전한 것을 욕망하고 추구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177).

ü  우리 각자에게는 오직 하나뿐인 상대가 있고, 그를 만남으로써 우리가 완전해진다는 것이다. 완벽한 파트너라는 이 로맨틱한 이상형은 플라톤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다. 그 개념이 감정적으로 또 이성적으로 큰 호소력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후 수백 년 동안 그것을 믿었고, 요즘도 그렇게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178).

ü  실제로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태초의 인간은 성서 속의 아담만큼이나 외롭고, 아담과 마찬가지로 동반자를 청하며, 자기 몸에서 여자가 만들어지자 기뻐한다 (178).

ü  떨어지지 않는 한 몸이 된다는 생각이 왜 그토록 강렬하게 마음을 잡아끌까? (179).

ü  마침내 우리가 그 정점에 오르면, 우리는 완전함 이상의 것, 즉 무한의 경지를 느끼게 된다 (181).

 

스탕달의 연애론

ü  정신과 감정의 내력에서 특별한 아이러니는 현명한 사람들이 실제 삶에서 항상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이 지어낸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예리하게 간파하는 자질을 타고난 소설가들도 자기 친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그런 직관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182).

ü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절대로 상대를 똑같이 사랑하지 않는다. 정열적인 사랑에는 단계가 있어서 먼저 한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한다 (190).”

ü  스탕달에게 사랑의 본질은 환상이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낸 신이나 여신과 사랑에 빠진다. 우리는 전혀 그들을 명확하게 보지 못한다. 그들에게 거침없이 빠져들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그들을 사랑하게 된다 (191).

ü  두려움 역시 사랑에 결정적이다. … 후대의 많은 사상가들이 사랑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정서적인 사건으로 보는 것과 달리, 스탕달은 사랑이란 고독한 감정이며 상대의 응답이 있든 없든 존재하는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191).

ü  비록 이루지 못한 짝사랑이었지만 사랑은 그에게 야망과 상상력, 활기를 보답으로 주었다. 사랑은 그의 공상을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그의 끔찍한 악몽은 가능성의 장막 뒤로 감춰둠으로써 그에게 날마다 모험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191).

 

드니 드 루즈몽: 사랑과 마법

ü  신화의 원전에 따르면 사랑의 묘약이 효능을 발휘하는 기간은 3년이었고, 그 동안은 두 사람이 사랑에 의해 절대적으로 결합되어 마음도, 영혼도, 육신도 결코 떨어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195).

ü  역사는 늘 행복하기만 한 연인들의 사연을 굳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 “로맨스는 사랑이 치명적이고 위태롭고 불운할 때만 싹트며사랑에 대한 만족감이나 안정된 커플의 흡족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사랑의 열정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열정은 고통을 의미한다 (197).”

ü  드 루즈몽이 옳게 지적한 바와 같이 열정을 일컫는 영어 ‘passion’에는 원래 고통 또는 수난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열정은 본질적으로 재난인 것이다 (197).

ü  우리가 차마 말할 수 없는 진실은 우리가 죽음을 동경한다는 것이다 (200).

ü  우리는 죽어서야 비로소 고통과 투쟁 그리고 저항을 멈춘다. 죽어서야 이성의 훼방, 정치와 종교의 심리전, 인간적인 불안과 골칫거리들을 내던지고, 본질적이며 매우 유기적인 차원에서 삶의 일부가 된다. 사랑의 힘마저 증발해버린 그런 궁극적 상태에서 감각은 사라져갈 때 최고조에 달한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런 소멸의 순간에 우리는 감각을 활짝 열어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201).

ü  열정과 죽음이 그토록 긴밀하게 연관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죽음이 바로 앞에 다가왔다고 느낄 때, 살아 있음을 더없이 생생히 느끼고 의식이 또렷해지며 그것을 에로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02).

ü  쓰라린 시련을 겪고 살아나는 것만큼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별로 없다 (203).

ü  바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들에 특별히 잘 어울리는 배경이 되는데, 아마도 바다의 어두운 대기가 무의식의 세계, 부조리가 도사리고 있고 동기가 감춰져 있는 환영의 세계를 연상시키기 때문인 것 같다 (203).

ü  장애물이 없으면 정신은 날아오르지 않으며, 열정의 비상도 있을 수 없다 (204).

ü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몸 속 세포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생생히 느끼고, 가슴 벅차도록 살아 있음을 느끼는 초자연적인 영광을 누리는 경지에 이른다. 그 때 우리는 신들만큼이나 원기 왕성하고 막강하다고 느낄 것이다 (205).

 

마르셀 프루스트와 기다림의 에로틱

ü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이다. 그것도 열심히. 기다림의 본질은 기다림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열정이 생겨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자기 인생에 들어올 이상적인 남자 또는 여자’, ‘오직 하나의 진정한 사랑’, ‘특별한 누구’, ‘소중한 반쪽을 기다리는 것은 늘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사였고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 왔다 (207).

ü  과거에는 사랑을 기다리는 것으로 묘사된 존재가 대체로 여자들이었다 (208).

ü  요즘은 남자나 여자 모두 인연’, ‘운명’, ‘하늘의 뜻을 기다리거나 또는 세속의 신이 적당한 배필을 보내주기를 기다린다. 큐피드의 화살이 아니라, 시간의 화살을 기다리는 셈이다. 그들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전설 같은 사건을 지배하는 마법의 힘을 여전히 믿고 있다 (208).

ü  기다림의 본질은 미래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 기다림의 스릴은 돌이킬 수 없는 경계선들을 허물어버린 것처럼 가장하는 데서 생긴다. 그것은 사후의 생에 내밀하게 관여하는 것과 같다. … 기다림은 종종 사랑의 감미로운 전주곡이 되곤 한다 (209).

ü  그녀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녀는 계속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사랑에 관한 프루스트의 요점이다. 즉 사랑이란, 사랑하는 실제 그 때의 시간이 아니라 사랑을 기대하는 시간 또는 기억하는 시간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214).

ü  사랑은 왜 소중할까? 우리로 하여금 살아 있음의 모든 양상들, 사람들과 사물들, 동물들과 도시들과 교감할 수 있게 해주는 위대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조화로움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화자가 자연의 세계를 깊이 음미할 때,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도 갈망하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을 동시에 사랑함으로써 그는 그 둘 다에 대한 열정을 고조시킬 수 있다 (216).

ü  엑스터시는 누구나 희구하는 것으로 사랑도 섹스도 아니며, 피가 뜨거워지고 공중으로 붕 뜨는 듯한 몰입의 경지이다. 그 상태에서는 살아 있다는 것이 곧 기쁨이요, 떨림이 된다. 그런 도취감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없다면 삶이 무의미하게 보인다 (216).

ü  프루스트에게 인간의 사랑은 신의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한 보조물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삶의 모든 면으로 뻗어나가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을 이루는 행위이며, 온전한 정신에 의한 매우 창조적인 행위이다 (217).

ü  사랑이 쑥쑥 커가기 위해서는 시련이 꼭 필요하고, 고통이 사랑의 동력원이니 어떻게 안 그럴 수가 있겠는가? “사랑은 서로의 고문이다프루스트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 그 고통이 우리를 주술사로 만들어 삶에 내재된 숭고한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잇게 해주기 때문이다 (219).

ü  사랑에 대한 프루스트의 견해는 너무 부정적이고 자학적이었다. 결국 그는 예술에 대한 사랑만이 온 마음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론 짓는다. 말년에 그가 맹목적이고 만족을 모르는 정념을 승화하려 애쓴 것이 바로 그런 방식이었다 (222).

ü  사랑에 관해 비관적 견해를 보였음에도 프루스트는 우리가 사랑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그는 주장한다 (222).

ü  프루스트에게 사랑의 각 단계는 각각의 시간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단계마다 그 나름의 관능으로 채색되어 있다. 특히 슬픔이 망각으로 변하기를 기다리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마지막 단계야말로 가장 반가운 것일 수 있다. 다시 새롭게 감정이 일어날 때까지 온전한 정신을 회복시켜주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베르길리우스가 <전원시Eclogues>에서 썻듯이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다. 마음까지도.” (223).

 

프로이트: 욕망의 근원

ü  아이가 사춘기를 맞아자신이 여지없이 반했던 첫 사랑인 아버지나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택하게 된다. 그 선택은 의식적인 자각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226).

ü  프로이트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어린아이 같은 상태로 퇴화하여 어렸을 때 부모를 이상화했던 것과 같은 식으로 상대를 이상화한다고 말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자존감은 상대의 손에 달려 있다. 상대방의 사랑을 얻게 되면 그는 애지중지 대접받던 어린 시절처럼 의기양양하고, 으쓱하고, 마음 든든한 기분이 되며, 날아오를 듯 지극한 행복에 휩싸인다. 이 이론은 본질상 실리적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귀한 가치를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 즉 자신이 이상적인 자아로 간주하는 사람에게 이입시킨다. 그러면 사랑받는 사람은 자신이 더욱 귀중하고, 고상하고, 훌륭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228).

ü  프로이트에 앞서 니체는 남자들은 모두 자기 어머니에게서 끌어온 여성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 이미지에 따라 여성을 존중하거나 경멸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고 썼다 (229).

ü  최종 분석에서는 아이가 어렸을 때 어떤 보살핌을 받았는지가 그의 애정 생활에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예컨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서로 어린 시절의 애칭으로 부릅니다. 남자는 사랑에 빠졌을 때 어린 아이처럼 유치해집니다. … 사람들은 사랑이 비이성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랑의 비이성적인 면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추적해보면, 유년기로 귀착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의 충동은 유아다운 것입니다 (235).

ü  사랑 자체는 서로 합의하에 유년시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너무도 그리워하는 나머지 파격적인 행동으로 서로 힘을 합치고, 시간을 거슬러 가서 각자가 서로 상대방의 아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 탐색 여정에서 사랑이란 어린 시절의 황금기를, 관심의 중심이 되는 더없이 행복한 전횡을,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관계를 추구하는 행위이다 (235~6).

 

애착이론

ü  보울비의 주장을 요약하면, 애정으로 강한 유대를 맺는 것이 소위 사랑에 빠지는 것이며, 그런 유대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소위 사랑하는 것이며, 그런 유대가 깨지는 것 또는 어떤 식으로든 사랑의 파트너를 잃는 것의 결과가 이른바 슬퍼하는 것이다 (240).

ü  갈등이란 삶의 다른 모든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맨스에서도 정상적인 것이다. 갈등을 잘 다스림으로써 사랑이 피어나고 가정과 사회가 형성된다 (241).

ü  애착은 생존을 위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어린 시절에 가장 강하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물론, 때로 고용주나 선생님처럼 권한을 지닌 인물에게 애착을 갖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세상에 더 잘 대처할 것 같은 어떤 이를 애착의 대상으로 선택한다. … 두렵거나, 아프거나 또는 외로울 때 그런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며,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본능이다 (242).

ü  프로이트는 연인들이 이성을 잃고 행동할 때 드러내는 모습은 어린 시절의 욕구, 불안정함 그리고 집착심으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243).

ü  사람들은 홀딱 반하고, 심취하고, 사랑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유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다. 그들은 매력 있는 애착의 대상을 얻는 방식을 체득하며, 그런 상대의 힘을 뼛속 깊이 세세하게 느낀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생각이 그들의 사고를 온통 조종하며, 사랑하는 이를 위한 헌신의 마음을 잃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 상대편의 중력을 자양분으로 삼고서 정확한 궤도를 이루며 도는 두 개의 별과 같다 (244).

ü  사랑이 틀어진 아이가 일생토록 찾아 헤매는 것은 안전하고 안정된 관계 그리고 천부적 권리인 절대적 사랑을 쏟아줄 사람이다. 어른이 되어서 그런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놓치게 되면 그는 사람들을 모질게 판단하고, 아무도 신뢰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유배시켜 외톨이가 된다 (245).

ü  이상적인 것은 아이로 하여금 양친 중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열렬히 지지하고, 옹호하고, 후원하며, 헌신적 사랑을 퍼붓고, 필요한 것을 조달해주며, 잘되기를 빌어주며, 존중해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그런데 최소한도로 요구되는 것은 믿을 만한 수호천사 한 명이다. 수호천사가 반드시 부모일 필요는 없다 (246).

ü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애착대상들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것들 중 일부가 어린 시절 나쁜 경험들을 희석시켜줄 수도 있다 (246).

 

<3: 사랑, 마음의 불길>

사랑 장애인

ü  인간에게 닥치는 많은 장애 중에서 사랑을 느낄 수 없는 것보다 더 슬픈 장애는 없다 (251).

ü  인간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며, 사랑을 비롯한 여러 감정에 구석구석 반응하는 육체를 지닌다는 것이다 (254).

ü  가뭄과 기근을 3세대에 걸쳐 겪고 나자 이크 족은 적대적이고 이기적이며 비열한 사람들이 되었다 (256).

ü  이 사람들의 삶에는 가족, 정감, 사랑과 같은 사치품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굶주림으로 죽어갈 지경에 있을 때 그런 사치는 바로 죽음을 부를 수 있었다 (259).

ü  이크 족의 이야기는 우리를 오싹하게 한다. 한 부족의 삶에서 사랑이 그토록 빨리 사라질 수 있다면, 사랑은 분명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이다. … 사랑의 견고함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섬뜩하다. 이크 족에게서 사랑이 그처럼 빠르게 사라졌다는 사실이, 그들이 사랑이란 어리석고 위험한 것이자 에너지의 낭비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하지 못했다 (260).

ü  노인들은 요양원에 아이들은 탁아소에 갇혀 있고, 사리사욕이 협동을 대체하고 있으며, 대가족을 동경하는 식으로 말을 하면서도 친구를 일회용품처럼 여기는 서구 사회에도 구와 유사한 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260).

ü  이크 족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사랑이 잘려나가고 본능만 남았을 때 인간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하는 사실이다 (261).

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사랑이 심장에 있다고 여겼다. … 고대 이집트어에서는 사랑을 비롯한 주요 정서들이 심장에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심장을 뜻하는 이집트 상형문자는 춤추는 형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거나 생각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261).

ü  심장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며, 공개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사랑도 마찬가지다 (262).

 

뇌줄기 소나타

ü  어머니는 출산을 위해 엄청난 산고를 견딜 뿐만 아니라 아기를 보살피기 위해 자신의 삶, 건강, 자유, 여가시간까지 희생한다 (263).

ü  자존심에 관한 한 연구에 의하면, 대학생들의 자존심이 얼마나 센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어린 시절 그들 부모의 양육행태였다 (264).

ü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받은 적이 있어야 한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을 아주 낯설게 여기는 경우가 많고, 그보다 훨씬 더 비참한 운명에 빠질 수도 있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절망의 모래수렁에서 허덕이다 가라앉아버릴 수 있따.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기운을 잃고 시들어가다 죽을 수도 있다. 너는 사랑스럽다 하는 메시지는 말로 전해지기보다는 만지기나 쓰다듬기 같은 비언어적 방식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 (265).

ü  행동패턴과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그것은 뇌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뇌를 변화시키는 것은 영혼을 뒤흔드는 과정일 수 있다. 뇌는 유연하므로 당연히 변화하지만, 어렸을 때 변화하기가 훨씬 쉽다 (268).

 

사랑의 진화

ü  진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로 선택됨으로써 인간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270).

ü  우리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할 때 전기적 열정이 일어난다 (271~2).

ü  문화와 개성은 더없이 자연스럽거나 더없이 동물적인 영역이다 (273).

ü  여성의 최대 관심사는 곁에 머무르면서 자기 아기를 부양하는 것을 도와줄 누군가를 고르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남성의 최대 관심사는 여성을 가볍게 사랑하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것이다 (281).

 

사랑의 화학 작용

ü  두 사람이 서로 매력을 느끼면, 두 사람의 뇌에서 페닐에틸라민이라고 사는 신경세포 간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게 하는 물질이 분출되면서 둘 다 몸을 떨게 된다. … 그래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도취감을 느끼고, 원기를 회복하며, 낙천적이 되고, 활력이 넘치며, 밤새워 이야기하거나 몇 시간씩 정사를 벌이면서 행복해하는 것이다 (295).

ü  평온하게 지내고, 불안해하거나 안달할 필요가 없으며, 어린 시절 친구처럼 편안하고 형제자매처럼 때로 성가시면서 서로 속내를 다 알고 부모처럼 세심하고 깊은 애정을 쏟는 헌신적인 배우자, 즉 평생의 반려와 즐겁게 사는 것은 대단히 멋지다 (298).

 

최음제

ü  남자들은 종종 여자들에게 꽃, 초콜릿, 향수, 음악을 선물하거나 기분을 좋게 할 만한 대접을 함으로써 여자들을 로맨틱한 분위기로 유도한다. ‘여자의 감각을 깨우는 게 첫째다이것이 구혼자들의 묵시적인 모토인 모양이다 (303).

 

<4: 꼭 필요한 열정>

육체의 불길: 섹스는 왜 진화했을까?

ü  인간은 다른 영장류처럼 신체접촉과 애착에 집착한다. 우리는 가정이라든가, 우정, 공동체, 애정 깊은 파트너를 간절히 바라는 군집성 동물이다 (314).

ü  인간에게는 친밀함이라는 마약이 강력한 최면제이자 진정제이다 (315).

ü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우리의 욕망, 농작물을 키우는 일이나 사회 생활 등 삶의 모든 면에서 지구의 남정적 힘과 여성적 힘에 뒤엉켜 있다. 단어를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습관도 그런 예의 하나이다 (315).

ü  자유연상기법으로 쓰인 시 <사랑의 마찰이 나를 간질일 수 있다면>에서 딜런 토마스는 사랑에 관한 주장을 펼친다. 만일 자신이 사랑을 하게 되면 모든 연인들처럼 고뇌를 느낀다 해도, 계획과 일정이 온통 엉망이 된다 해도, ‘사랑이 마구 밀고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자신이 생길 거라고 (316).

ü  딜런 토마스가 이해한대로 사랑은 남녀사이를 이어주고, 한 사람과 다수, 개인과 사회, 외로운 영혼과 삶의 광대한 다원성을 이어준다. 사랑은 전령이고, 참견장이이고, 정치가이며, 신탁이다 (317).

 

얼굴

ü  눈을 감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라. 괜스레 미소를 짓기 시작하고,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눈이 가늘게 떠지고, 따스한 기운이 가슴을 꽉 채울 것이다 (320).

ü  결국 얼굴은 평온한 웃음의 일생인지 아니면 고집스런 일생인지를 섬세한 주름살에 기록한다. … 우리는 얼굴로 사람을 알아본다 (322).

ü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이 마음의 움직임이라고 언급한 것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323).

ü  디트리히와 닌 두 사람이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어떤 사람의 성격을 외모로 판단할 때가 자주 있다 (332).

 

머리카락

ü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장난스럽게 헤집는 것은 재미있다 (334).

ü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서 중요한 순간의 하나는 어머니가 딸의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든다고 말할 때인데, 그 시기는 종종 인생의 후반기에 찾아오며 더 큰 차원에서 어머니와 딸 사이에 휴전이 이뤄졌음을 알리기도 한다 (338).

ü  아기를 낳은 후 짧은 커트머리 헤어스타일로 바꾼 새내기 엄마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본질적으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제 나는 내 가족을 돌보는 데 전념하렵니다. 나는 이제 연애놀음 상대가 아닙니다 (338).

 

아프리카를 날다

ü  마크햄은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그 나이 지긋한 남자가 평생 단 한 번의 진지한 사랑이었노라고 말햇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그녀는 죽을 때까지 두고두고 그 상처를 잊지 않았다 (358).

n  그가 떠났기에 잊지 못하는 거 아닐까…?

ü  하지만 결국 마크햄은 길을 잃고 해맨 듯 보인다. 용기, 지략,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뿐 아니라 세밀한 관찰력도 지닌 여서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자질의 강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미모와 젊음을 다 소진할 때까지 자신을 상품화했다. 사고파는 애정이 카사노바 같은 바람둘이들의 거래품목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그녀는 외롭고 비극적인 존재가 되어 점점 더 기억 속의 호화연회장 속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녀는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단독비행을 했지만, 사랑 자체는 그녀를 어떻게든 비껴갔다 (361).

 

남자와 인어

ü  특기할 만한 점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전 세계 남자들이 인어라는 존재를 상상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인어는 어느 한 문화권에서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 아니며… (363).

ü  인어들은 어떤 면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느끼는 갈등을 반영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남자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생명체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또한 남자들을 취약하게 만들고, 이성을 잃게 하며, 광기에 사로잡히게 하는 감정들을 유발한다. 그들은 가장 강력한 남자들을 예속시킬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은 정정당당하게 싸우지도 않는다. 여자들은 미모가 뛰어날수록 파워도 더 커지고, 그들이 그 사실을 알아채고 쌀쌀맞고 도도하게 굴 때면 여간 무서운 게 아니다. 비록 육신은 섬약하다 해도, 여자들은 남자를 파멸시킬 정도로 강하다. 매혹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여자라는 아주 오래된 개념은 숱한 신화와 예술작품을 낳게 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인어는 그런 공포심의 결정체이다 (366~7).

ü  인어에 대한 공상 속에서 남자는 어여쁜 어린 여자에게 깊이 스며들 수 있고, 또한 그 여자를 통해 그 여자가 표상하는 바다 전체로 스며들 수 있다. 남자는 그 여자의 세계에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의 예의범절과 사회에서 비켜날 수도 있다 (369~70).

ü  바다의 사나이들에게 인어란 그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바다의 자기 파괴적 속성과 그들이 남겨두고 온 여인들로 인한 외로움이 결합된 존재이다. 바다의 사나이들은 바다가 생명력 풍부하고, 유려하며, 자궁처럼 아늑하고, 벨벳처럼 보드랍고, 폭풍우처럼 사납기도 하다고, 즉 온통 여성적인 속성을 지녔다고 느낀다. 바다의 리듬은 여성의 생체리듬만큼이나 오래 이어져왔으며 신비롭다. 바다는 달의 인력에 의해 밀물과 썰물이 들고나며, 끝없이 나른하게 움직인다. 바다는 뒤척이며 잠자는 사람처럼 엉덩이를 이리저리 들썩이면서 부드럽게 일렁인다. 바다는 꿈을 꾸고 있는 여자이다 (370).

 

특이한 성적 취향:

ü  사회가 성을 억누르려 하다가 오히려 그것을 표출하고 싶은 갈망을 야기하는 수가 종종 있다 (376).

ü  세기말의 문화 안에서 우리는 도덕관념에 혼란을 겪고 있다. 한 발은 청교도적인 과거에 단단히 뿌리 내린 채, 다른 발은 미래를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376).

 

키스

ü  키스는 우리를 욕망의 신전으로 인도하는 촉각의 순례여정이다 (386).

 

<5: 이상하고 신기한 통과의례>

구애

ü  상대에게 가능한 한 잘 보이려고 서로 애쓰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상처와 꿈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차츰 그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잘 이루어지자, 그들은 같은 리듬에 맞춰 움직이며, 서로 상대의 제스처를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한다. … 두 사람은 마치 무의식적으로 사교춤을 추는 무용수들 같다 (405~6).

ü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나이, 직업, 음악에 대한 취향, 삶에 대한 태도 등에서. 그런데 무엇보다도 둘이 만난 타이밍이 딱 알맞다. 두 사람 모두 사랑을 감행할 태세가 된 결정적인 단계에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사랑할 준비와 의지와 능력을 갖추게 되면, 바로 그 다음에 만난 적당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415).

 

내 살에서 나온 살: 결혼

ü  혼인을 앞둔 남녀가 약혼반지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은 앵글로 색슨 시대의 기록에 나와 있는데, 약혼반지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음이 틀림없다. 이집트 상형문자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동그란 원이나 고리 모양은 늘 영원성을 상징했다 (421).

ü  약혼 반지를 끼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보편적이었지만, 다이아몬드 반지를 특히 선호했던 이들은 중세 이탈리아 사람들이었다. 다이아몬드가 사랑의 불꽃으로 만들어졌다는 속설을 믿었기 때문이다 (421).

ü  서구에서 요즘도 전통으로 지켜지는 흰색 웨딩드레스는 1499년에 안 드 브르타뉴가 프랑스의 루이 12세와 결혼식을 오릴 때 처음 입었다 (423).

ü  성경에서는 흰색이 아닌 파란색이 순결을 상징했고, 신랑신부 둘 다 결혼 예복의 허리 아래 부분에 파란 띠를 둘렀다 (423).

ü  신부의 고운 용모를 직물의 장막으로 감춰버리는 신부의 베일은 정숙과 순종의 표시이다. … 오직 남편만이 신부의 베일을 걷어 올린다 (423).

ü  고대 로마인들은 소동맥- 라틴어로는 베나 아모리스, 즉 사랑의 동맥-이 약손가락에서 심장 쪽으로 흐르고, 따라서 약손가락에 반지를 낌으로써 커플의 심장과 운명이 하나로 합쳐진다고 믿었다 (424).

ü  어느 덧 세월이 흘러 로맨스가 시들어버린 지도 한참이 지났을 때, 부부의 결속을 유지시키는 것은 결혼 서약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가 공유해온 많은 습관과 관행 그리고 함께 겪었던 크고 작은 숱한 일들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배우자들에게는 결혼이 그들 나름의 법체계와 신화와 일과를 갖춘 고국이 된다 (432).

 

<나오는 글: 자연사 박물관에서>

ü  가슴은 하나의 박물관이며, 그 곳에는 평생의 사랑이라는 전시품들이 가득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랑들이 얼어붙고, 멀리서 빛을 발하고, 때로 아주 부자연스러운 빛에 잠겼다가, 보다 아름다운 면을 더 잘 드러낸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525).

ü  가슴은 살아 잇는 박물관이다. 가슴 속 박물관의 전시실이 아무리 좁고 조명이 흐릿하다 해도,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순간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규조류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처럼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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