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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6일 23시 32분 등록
Ⅱ.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들어가는 글 : 사랑이라는 말

1. 창턱에 유리 프리즘을 놓고 햇빛이 프리즘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게 하면 무지개 같은 색채 스펙트럼이 바닥 위에서 춤춘다. 우리 눈에 보이는 ‘백색광’은 사실 좁은 공간에 여러 가지 다채로운 빚깔들이 합쳐져 있는 것이다. 프리즘은 합쳐져 있던 빛들을 분리해준다. 사랑은 감정의 백색광이다.(p8~9)

2. 예술은 사랑의 감정들을 풀어헤치고, 하나 또는 몇 가지 사랑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흐름을 쫒아가는 프리즘이다. 예술이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풀어내면, 사랑은 그 뼈대를 드러낸다.(9)

3. 영어 단어 ‘love’의 어원을 조사해보면, 이 단어가 산스크리트어 lubhyati(‘그가 욕망한다’)에서 유래했다는 애매모호한 이력이 있다.(10)

4. 우리는 사랑이란 것이 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지 고양시켜주는 긍정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10)

5. 이처럼 훤히 드러나고 다들 좋아하는 이 사랑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사랑에 관해 의문이 많았기 때문이고, 처음부터 그 해답을 찾아내리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14)

6.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로맨틱한 감정을 묘사할 때 똑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풍속, 문화 그리고 취향은 변하지만, 사랑 자체 그 감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15)

7. 이 책에서 역사적 내용을 다룰 때 나는 사랑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발견된 곳은 중동(이집트)의 문화를 주목.(15)

8. 20세기에 사는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에는 현대의 삶이 반영되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먼 옛날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정서가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16)

9. 인간과 동식물이 진화를 거치며 이루어낸 신기한 과업들을 보며 나는 종종 경탄하곤 한다. 삶이 수행하는 모든 일 중에서, 그리고 우리를 사로잡는 모든 신비 중에서, 나는 사랑이 제일 좋다.(18)


1부 오랜 욕망 : 사랑의 역사

1. 이집트 : 감상적이고 로맨틱한 사랑

(1) 만세의 연인, 교활한 여왕

-.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를 만나러 타르수스로 갔을 때, 그녀는 자줏빛과 황금빛깔이 어우러린 향기로운 배를 타고, 아프로디테 여신(관능적 사랑의 그리스 여신)같은 차림으로, 부채질을 해주는 어린 소녀들을 큐피드처럼 대동했다고 한다.(23)

-.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는 그녀가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조작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적수인 로마인들은 그녀가 사악한 요부라는 신화를 꾸며냈고,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진정 신성함을 부여받은 존재라고 믿었을까?(25)

-. 내 직감으로는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자신들이 둘 다 신성한 사명을 부여받은 존재라고 여기며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관계였던 것 같다.(27)

-. 각 문화권마다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도덕률에 따라 클레오파트라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클레오파트라의 그 대단한 적수 로마에 의해 형성되어 이어진 것이다.(27)

(2) 고대 이집트의 예술

-. 역사는 합의에 따라 기록된 허구이다.(28)

-. 한 민족의 내면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은 바로 예술이며, 고대 이집트는 예술이 대단히 발달한 나라였다.(28)

-. 예술은 강한 위력을 지닌 것이었다. 예술은 물질을 변모시키고, 시간을 넘나들고, 죽음을 면하게 할 수 있었다. 예술에는 주술적 목적도 있었다.(30)

-. 사랑(‘사랑하다’라는 동사가지 포함해서)을 뜻하는 이집트의 상형문자 단어는 땅을 가는데 쓰는 괭이, 사람의 입, 그리고 입에 손을 넣은 남자 형상의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30)

-. ‘사랑한다’를 나타내는 그 표시는 원래 ‘원하다, 선택하다 또는 욕망하다’는 의미였는데, 그 글자에는 지속의 개념, 즉 오래도록 내내 원한다, 말하자면 ‘사랑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31)

(3) 상형문자로 쓰인 연애시

-. 쓰인 지 3천 년도 더 지났지만 이 시들에는 오늘날의 연애시에서 볼 수 있는 동일한 주제, 근심거리와 벅찬 기쁨 등이 어우러져 있다. 그 시들은 고대 이집트의 연인들이 중요하게 여긴 것(그리고 아직까지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그 시들에는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담겨 있다.

① 사랑의 연금술, 즉 변화를 일으키는 사랑의 힘.

  사랑을 통해 우리는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법을 배우게 된다.

② 사랑하는 연인을 자연에서 빌려온 이미지로 형상화하기.

③ 노예를 자청하는 사람

④ 사랑으로 인한 무기력함

⑤ 부모에게 감추는 사람

⑥ 감각을 강화시키는 사랑(35~40)

(4) 나의 누이, 나의 신부

-. 옛 이집트의 풍속 중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근친상간이다.(41)

-. 불안정한 세상에서는 영리한 것들만 살아남는다. 진화는 혈통이 섞임으로써 이뤄지고, 그 결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후손이 태어나게 된다. 다양성은 그저 삶에 흥취를 더하는 양념이 아니라 진화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결정적 요소인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과,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숱한 공포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유전자의 다양성이 꼭 필요하다.(42)

-. 근친 간 짝짓기가 저지되지 않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그 대표적 사례를 오늘날 동물의 세계에서 볼 수 있다. 바로 곤경에 처한 치타의 신세다. 야생 치타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서 개체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근친교배를 해옴. 그 결과 치타 개체군에는 유전적 변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음. 그들은 생김새가 똑같고, 한 마리 치타를 치료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치타도 치료할 수 있다. 반면 다음 세대 치타에게 이어질 새로운 형질이나 강점은 하나도 없다. 한 치타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다른 치타 전부에게도 치명적. 동물의 왕국에서는 잡종이 더 튼튼하고 새끼를 더 많이 낳으며 수명도 더 길다.(42)

-. 여자들도 재산을 상속받을수 있었기 때문에, 근친혼은 가족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실용적인 방편이었다. 근친혼은 허물없는 친밀감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 근거한 풍습이었던 셈. 가족이란 각자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지고, 상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일종의 작은 도시국가와 흡사(43)

(5) 오랜 욕망, 달콤한 재난

  이집트 시인들 덕분에 우리는 고대에도 사랑이 한창이었다는 것,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에 별로 개의치 않는 현대식 사랑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집트 시인들도 오늘날의 연인들이 겪는 달콤한 재난을 똑같이 느꼈던 것이다.(45)

2. 그리스 : 아름답고 조화로운 사랑

(1) 시민이 자유로웠던 세계

-. 사랑은 결혼과 아무 관계가 없었고, 결혼이란 아이를 낳기 위한 방편이었다.(50)

-. 여자들은 농업, 즉 씨를 뿌리고 작물을 거둬들이는 논밭을 연상하게 했다. 남자는 이성과 문화를, 여자는 남자들이 길들여야 하는 자연의 야성적 힘을 대변(50)

(2) 여성들의 세계

-. 그리스어로는 아르테미스라 불리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여자사냥꾼’ 디아나 여신은 관능과 활력을 발산하고 있다.(50)

-. 그리스의 결혼세계에서 하이라이트는 신부가 처녀들의 수호여신 아르테미스와 결별하고, 농업과 기혼여성의 수호신인 테메테르에게 충실할 것을 서약하는 순간이었다.(51)

-.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들은 두 가지 특별한 축제를 즐겼다. 아테네의 점잖은 부인들은 연례적으로 테스모포리아 제전을 염. 고급매춘부, 창녀 그리고 그들의 애인들은 테스모포리아에 대항하는 축제로서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도니스를 기리는 질탕한 축제를 공개적으로 즐겼다.(51)

(3)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 교육은 남자들의 사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는 아테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친 스파르타적 이념의 일부이다. 나이든 남자의 사랑을 받고 고무된 젊은이는 그 성숙한 어른을 본받으려 할 테고, 이는 체험 교육의 핵심이다.(53)

-. 키츠는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것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그대들이 이 세상에서 아는것 전부이고, 알아야 할 것은 이뿐이다.”(55)

(4) 가족, 사랑의 신

-. 임신한 여성은 자연의 힘을 품고 있었고, 가슴에서 별을 가득 쏟아냈다.(56)

-. 호메로스에 따르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프로디테가 헬레네를 두고 장난을 쳤기 때문이었다.(58)

(5)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관한 그리스 신화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59)

-. 오르페우스의 음악은 생명체는 물론 사물의 세포와 원자에까지 속속들이 파고들어가 그들 내부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아르고 원정대의 일원으로 항해에 나섰을 때 오르페우스는 노를 젓는 원정대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 덕택에 동료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들을 흘려 죽음으로 몰아넣는 세이렌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59~60)

-. 에우리디케는 ‘님프’였다.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그는 타니나론 곶에 있는 한 동굴이 지하세계로 통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눈물 많은 뱃사공 카론은 그를 나룻배에 태워 저승을 흐르는 스틱스 강을 건너가게 해주었다. 하데스의 왕국에 다다르자 그는 온 땅에 자신의 목소리가 스며들 때까지 노래했다.(61)

-. 왕은 인간에게 한 번도 허용되지 않았던 특혜를 오르페우스에게 베풀어 신부 에우리디케를 빛의 세계로 다시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저승의 왕 하데스는 이렇게 경고.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너는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향해 몸을 돌림(62)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연만큼 자주 되풀이 이야기되고 각색되는 신화는 흔치 않다. 오르페우스는 왜 뒤를 돌아보았을까? 나는 종종 그 점을 의아하게 여겼다.(64)

-.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아마 자신의 본분을 알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말하자면 ‘감히 신을 능가하려 하다가는 이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경고인 셈이다. 그게 아니라면 성 역할의 규정에 관련된 사회적 교훈을 주는 것일까? 음악가로서 오르페우스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직관적인 성품을 지닌 인물이었는데 그런 성격은 사회통념상의 남자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쩌면 오르페우스의 비극은 에우리디케가 그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운명을 지녔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일지 모른다.(65)

-. 이 신화는 사랑이란 생명을 소생시키는 힘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한 감정이라는 것과 아울러, 믿음이 확고하다면 사랑의 힘으로 저승 깊숙이 들어갔던 사람도 다시 끌어내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신화의 단순한 교훈은 아마 사랑에는 되돌아가기란 없다는게 아닐까?(66)

3. 로마 : 더욱 대범해지는 사랑의 힘

(1) 딸들의 악몽

-. 우리가 무엇에든 시작과 끝을 구분하는 이유는 시간과 인생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67)

(2) 가족, 동반자로 만드는 사랑

-. 신부는 요즘 신부들이 반지를 끼는 것과 같은 손가락에 반지를 꼈다. 아울루스 겔리우스(2세기에 활동한 고대 로마의 작가)는 그 손가락이 반지를 끼는 손가락으로 간택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집트인들이 하는 방식대로 인체를 절개해서 해부를 해보면 아주 섬세한 신경이 그 손가락에서 시작해 심장까지 이어져 있음을 볼수 있다. 따라서 그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들을 제치고 결혼반지를 끼는 손가락으로 뽑히는 영광을 부여받은 이유는, 인체의 중심기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여긴 막연한 추정 때문인 것 같다.’

  결혼 예식 절차에 따라 신랑은 신부의 ‘손’을 넘겨받았고, 반지가 끼워진 손은 신부가 신랑에게 주는 신부의 가장 내밀한 자아를 상징했다. 부부끼리 손을 접촉할 때마다 그들은 심장을 접촉하는 셈이었다. 혼인 예식에는 신성한 규율과 인간적인 규율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다. 즉, 영적인 요소와 세속적인 요소가 모든 면에서 총체적으로 융화되어 있었다.(80)

-. 결혼의 목적은 아이를 낳고 유리한 인맥을 형성하고 혈통을 잇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혼생활에 새로운 규범이 생겨났다. 남편과 아내가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지내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싹텄던 것이다. 행복은 결혼이라는 협약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쾌락도 마찬가지였다. 섹스는 아이를 낳기 위한 것이었다.(82)

(3) 사나이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 남근을 형상화한 것은 그들의 예술품에서 섹스는 물론 힘, 지배력, 보호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마법’을 의미하는 라틴어 파시눔fascinum은 남근신(男根神) 파시누스와 연관이 있었다.(83)

-. 당차고 원숙한 사포는 여자 애인드에 대해 너무도 달콤한 시를 썼기 때문에, 동성애 여성을 뜻하는 ‘레즈비언’이란 용어가 사포의 고향마을 이름 레스보스Lesbos에서 유래했을 정도(85)

(4) 오비디우스와 사랑의 기교

-. 그의 시는 권태로운 삶과 전면전을 치르고 있던 그 시대 로마 상류사회의 어지러운 도덕률을 반영하고 있다.(85)

-. 그는 시시콜콜한 내용이 담긴 ‘여성을 유혹하기 위한 지침서’ <사랑의 기교>를 씀으로써 로마의 부도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었다.(86)

(5) 여가 보내기

-. 그리스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신체를 최대한 가꾸고자 애썼던 반면, 로마인들은 여가생활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애썼다.(90)

-. 정부는 질서가 잡혀야 제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사랑은 무질서하다. ... 사랑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 마음을 흐트러뜨려 치밀한 계획, 한정된 진로, 분명한 목표에서 우리를 이탈시킨다.(91)

4. 중세 : 궁정풍 연애의 탄생

(1) 기사도의 탄생

-. 고상하고도 현세적인 분위기에서 이른바 기사도chivalry라고 하는 격식화된 예의규범이 생겨났다. 전쟁과 교회에 공동의 적을 내세워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생겨난 규범이었다.(94)

-. 좀더 중요한 사실은 여성들이 생각의 자유를 더욱 많이 누리게 된 점이었다. 그와 더불어 여성들이 사랑에 대해 공상을 펼치고 음유시인을 고용하고 연애행각을 벌이는 일도 생겨났다.(97)

(2) 사랑에 관한 책들

-. 플라톤의 저작이 가장 인기 있었던 이유는 플라톤이 물질계의 가치를 깍아내리고 육신의 즐거움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했기 때문. 육신을 불신하고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점이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98)

-. 부부의 의무는 섹스를 안전판으로 삼아 아이를 낳는것. 이혼은 금지(100)

(3) 음유시인,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

-. 아키텐 공작 기욤 9세(1071~1127)는 실패로 끝난 십자군 원정을 지휘하다 돌아온 후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노래를 짓기 시작. 그가 지은 노래들은 음유시인이 부른 것으로는 최초의 사랑노래라고 인정(101)

(4) 마음의 반란

-. 중세의 큰 변화중 하나는 일방적인 사랑에서 쌍방의 사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105)

-. 궁정풍 연애가 사회에 번져가자 교회의 통제력은 약화되었고 권력도 귀족들의 수중에서 빠져나가기 시작. 사랑에 대한 이런 새로운 개념이 자리 잡자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방식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개인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개념이 생겨난다는것.(106)

(5) 궁정풍 연애의 기원

-. 역사적으로 왜 하필 그 시점에 그런 격식화된 사랑이 생겨났을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십자군 원정 기간에 기사들은 사회를 더 유연한 시각으로 보게 되었고, 여성을 매우 존중하는 문화를 접했다.(113)

-. 남자들이 너무나도 쟁취하고 싶어 하는 것은 여성의 인격이 아니라 덕행임을 주목하라. 기사가 추구하는 것은 덕으로 덕을 정복하는 것이다.(115)

-. 궁정풍 연애는 여성과 많은 기사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고, 개개인에게는 운명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했으며, 남녀끼리 주고받는 애정을 촉진했고, 연인들이 다정하게 지내며 서로 존중하도록 유도했다. 연인들은 서로 상냥한 벗으로서 상대에 대한 친밀감과 존경심으로 뿌듯해했고, 자신들의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려고 애썼다. 덕분에 그들은 사랑에 걸맞은 존재가 되었다. 사랑이 그처럼 강한 호소력을 지녔었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119)

(6)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 중세 때 또 하나의 쓰라린 사랑은 성직자들 사이에서 싹텄다. 성직자들은 교회와 자기감정 사이의 갈등으로 괴로워했다. 그 사랑의 결말은 대개 비참.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소용돌이 같은 사랑이 대표적인 예. 중세의 모든 사랑 이야기 가운데서도 격정과 희망, 절망과 고통으로 얼룩진 그들의 모험담은 특히나 비극적이어서 두고두고 후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121)

-. 아벨라르는 노트르남수도원 학교의 교장을 임명. 학생들이 그의 수업에 몰려들면서 그 학교는 유럽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는 명석 박식 청중을 사로잡는 달변가에다 매력적. 마흔 살에 아벨라르는 이웃 사람의 열일곱 살 난 조카딸인 엘로이즈를 처음 만났다.(121)

-. 엘로이즈에게 사랑은 더없는 위안으로서 평화와 행복과 자유를 얻게 해주는 것이다. 아벨라르에게는 사랑이 진리와 구원을 향한 길을 위태롭게 하는 장애요소. 사랑은 엘로이즈의 철학이면서 아벨라르의 철학에 걸림돌이 된다.(126)

5. 르네상스와 근대 : 다시 낭만에 대하여

(1) 천사와 마녀

-. 중세에는 여성은 아버지의 딸, 남편의 아내, 아들의 어머니와 같이 남자와의 관계에 의해 얽메이고 정체성이 규정(130)

-. 중세가 저물어가면서 상류층과 중산층의 교류도 빈번해졌으며 대로는 두 계층 간에 혼인이 성사되기도 했다. 어느 한 계층으로 태어나면 평생 그 계층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신분제 사회의 늪이 사라지고, 대신 총명한 사람들이 앞날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시원한 대지가 펼쳐졌다.(131)

-. 보티첼리와 티치아노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은 동정 마리아를 그 시대의 아프로디테 여신, 곧 그시대 최고 미인의 모습으로 묘사하곤 했다.(133)

-. 남자들은 여자들을 경멸하는가 하면 흠모했으며, 여자들이 성스러우면서 비속하다고, 말하자면 천사이자 매춘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성은 르네상스 시대에 특히 더 두드러졌다. 그 시기에는 여성의 육체가 주의 깊게 관찰되고 예찬되어야 할 완벽한 미의 전당으로 묘사되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마녀들이 숱하게 욕설과 고문을 당하고 공개적으로 처형당했다.(134)

-. 가능한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이 그들의 의무였다. 마르틴 루터가 말했듯이 ‘여자들이 출산으로 지쳐가 완전히 녹초가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여자들의 존재이유다.’

-. 여자아이는 그저 상품에 불과했고, 결혼은 오히려 거래 계약에 가까웠다. 딸은 남편감을 고를 때 발언권이 없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딸이란 중요한 재산 목록 중 하나로서 가족이 장차 신분상승, 소득, 상속자를 얻기 위해 간직해두는 하나의 거래 물품이었다. 임신은 여자의 생활이자 생업. 이혼은 불가능(136)

(2) 로미오와 줄리엣

-. 내 생각에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사랑의 감정이란 얼마나 무모하고 불안정하고 덧없는가, 더욱이 나이든 어른들의 신중한 사랑과 비교할 때 젊은이들의 사랑에서 그런 점이 얼마나 더 두드러지는가 하는 것이었을 듯싶다.(140)

-.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주요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것은 사랑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는 점이다.(141)

-. ‘로미오와 줄리엣’은 르네상스 시대 부르주아 계층 사이에 퍼져가던 전향적 사고방식, 즉 로맨스와 결혼생활이 양립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선보인 사례에 불과. 그 극은 여러 차원에서 여러 계층의 마음을 끌었는데, 한 가지 이유로는 가정생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남자들이 나가 싸울 전쟁은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남자들의 일터는 집에서 멀지 않아 남편과 아내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므로, 부부들이 기분 좋게 화합하는 혼인생활을 바랐을 것은 당연하다. 부르주아 계층은 궁정풍 연애의 짜릿한 기쁨에 푹 빠져보길 바라면서도 죄의식은 느끼고 싶어 하지 않았다.(143~144)

(3) 사랑받기 위해서, 카사노바의 세상

-. 18세기 들어 낭만적 감정 표현에 대한 반동으로 세련됨과 예의범절이 중시되는 신고전주의 사조가 퍼지면서 종교에 대한 확신은 약화된 반면, 이성, 과학, 진리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었다.(145~146)

-. 사람들은 종종 돈 후안과 카사노바라는 이름을 함께 거론하는데 그 두 인물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즉 둘 다 어린 시절에 자신을 원치 않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4세기의 인물 돈 후안은 자신이 정력 왕성한 남자임을 확인하고 싶어서 여인들과 잠자리를 했던 반면, 카사노바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상대라는 점을 입증하고 싶은 욕구가 더컸다.(150)

-. 카사노바는 모든 여자들이 자신과 사랑에 빠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막상 여자들이 자기를 사랑하면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듯이 그 여자들을 버렸다. 그가 처음으로 사랑한 여인인 어머니는 그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혔고, 그는 평생토록 다른 여인들에게서 어머니의 그림자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막상 어머니의 그림자를 붙잡았을 때 실제로는 자기 손에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놀랐다.(151)

-. 카사노바 그를 지탱했던 비장의 무기는 상처 입은 가슴에서 우러난 언어였고, 그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그 무기를 이용해 어떤 말과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은 부질없는 환영이고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였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한판 신나는 여정이었다. 말년에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152)

(4) 다시 궁정풍 연애로

-. 합리주의자들의 감정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은 세상에 대한 섬세한 감응, 즉 때로는 허약한 육체, 염세주의, 또는 절망으로까지 유도한 심미적 감수성을 소중하게 여겼다.(162)

-. 사랑은 두뇌를 비롯해 모든 근력을 동원시켜야 할 만큼 큰 노고를 필요로 하는 스포츠이다.(164)

-. 낭만적 사랑은 중산계층의 새로운 꿈들을 통해 걸러지면서 가정적이고 간소화되고 단정해졌으며 섹스와는 무관하게 되었다.(166)

(5) 낙원 같은 가정

-.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사람들은 가족 자체를 살아 있는 전원으로 숭배하고 가정을 자유와 안정의 터전으로 의지함으로써 평안을 찾았다. 그와 같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에서 여성은 가족들에게 도덕관념을 심어주고, 선을 수호하며, 영성을 키워줌으로써  가족을 교화시키는 책임을 떠맡았다.(166)

-. 낭만주의는 여성을 자애롭고 정숙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이상화했다. 따라서 여성과 섹스를 하는 것은 근친상간과 같고 사악하며 추잡한 일이 되었다.(167)

-.여성들을 굴레에 가두어놓고 연인들의 한숨을 막아버린 장본인은 청교도들이기보다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꾸며낸 ‘행복한 가족’이라는 허구 속에서는 아버지가 집안을 다스리고, 매사에 감사하는 어머니가 안주인 노릇을 하는데, 그 같은 허상은 후에 영화산업에 도입됨으로써 사회적 이상으로 자리 잡아 20세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169)

(6) 현대의 사랑

-.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데 기여한 것 중 하나는 인구의 꾸준한 증가이다. 인구가 늘어남으로써 사람들의 신분이 일일이 노출되지 않아 익명의 존재로 남아 있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 적어도 사생활에서는 도덕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던것(171)

-. 머지않아 신혼부부들은 ‘자기들 둘만 함께 있기’를 바랐다. 그것은 새롭게 얻어진 프라이버시 의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개념이었다.(171)

-. 인쇄술의 발명은 연인들을 거들고 부추겼다. 글을 많이 접하고 유식해지면서 사람들은 책을 들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책을 읽고 사색에 잠겼다. 독서는 사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고독한 명상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낭만적이고 에로틱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적어도 어떤 일을 상상할 수 있는지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생각들을 감히 할 수 있었고, 아무에게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는 동지들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어딘가에 보존되어야 했고, 서재의 등장과 함께 서재에 틀어박혀 홀로 내밀한 생각에 몰입하는 호젓한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172)


■ 2부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 사랑에 관한 견해들

1. 플라톤 : 완벽한 합일

-. 신화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던 세상에서, 플라톤은 자시의 생각을 밝히기 위해 종종 신화를 알레고리로 이용해 합리적으로 설명하곤 했다. ‘향연’엔 나타난 플라톤의 사랑에 대한 탐색은 사랑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최초의 시도이다. ‘향연’에서 플라톤은 사람들에게 성적인 충동뿐만 아니라 사랑을 주고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자제하라고 충고한다.(176)

-. 에로스를 찬양하기 위해 마련된 ‘향연’의 잔치에서 아리스토파네스의 발언 차례가 되자 그느 우화 한 편을 들려주는데, 그 우화는 이후 수천 년간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태초에 인간의 성별은 세 가지,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녀양성을 지닌 자웅동체로 구분. 이 원시적 존재에게는 머리가 둘, 팔이 넷, 생식기가 둘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잠재력에 위협을 느낀 제우스가 이들을 각각 반으로 갈라서 레즈비언, 호모 그리고 이성애자가 생겨나게 했다. 그런데 각 사람마다 잃어버린 반쪽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그 반쪽을 찾아 헤매고 추적한 끝에 마침내 서로 껴안고 하나가 되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에 관한 놀라운 정의도 도출해낸다.

‘우리는 저마다 둘로 쪼개져서 넙치처럼 한쪽 면만 있는 반쪽 인간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늘 다른 반쪽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177)

-. 우리 각자에게는 오직 하나뿐인 상대가 있고, 그를 만남으로써 우리가 완전해진다는 것이다. 완벽한 파트너라는 이 로맨틱한 이상형은 플라톤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다.(178)

(1) 사랑하는 사람과 한 몸이 된다는 것

-. 종교적 엑스타시와 연인이 느끼는 엑스터시에는 공통점이 많다.(180)

2. 스탕달의 연애론

(1)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일곱 단계

-. 첫째는 감탄이다. 다름으로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기를 소망한다. 소망과 감탄이 합해질 대 사랑이 탄생. 다음 단계가 그의 핵심중 하나인데, 그가 ‘결정작용’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그 단계는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이 다른 누구보다 더 훌륭하고 더 고귀하다고 상상하며 대상을 이상화하는 성향을 말한다.

  결정작용 단계가 지나면 의혹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두려움에 찬 불안이 파고든다.

  의혹의 단계를 극복하게 되면 ‘두 번째 결정작용 단계“에 접어들어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의 증거라고 상상하게 된다.(187~188)

-. 스탕달은 사랑이란 고독한 감정이며 상대의 응답이 있든 없든 존재하는 감정이라고 주장(191)

3. 드디 드 루즈몽 : 사랑과 마법

(1) 트리스탄과 이졸데, 오래된 사랑 이야기

(193~196 참고)

(2) 우리에게는 열정이 필요하다

-. 열정을 일컫는 영어 ‘passion'에는 원래 고통 또는 수난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열정은 본질적으로 재난인 것이다.(197)

-. 트리스탄 신화는 12세기 유럽의 관심사를 반영. 당시 사람들은 도덕적 모순과 냉엄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씨름하고 있었다.(198)

-. 상이하고 상충되는 여러 가지 의무사항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느 편에 충실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트리스탄 신화가 제기하는 질문(198)

-. 우리는 죽어서야 비로소 고통과 투쟁 그리고 저항을 멈춘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런 소멸의 순간에 우리는 감각을 활짝 열어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201)

4. 마르셀 프루스트와 기다림의 에로틱함

-. 기다림의 본질은 기다림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열정이 생겨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207)

-. 요즘은 남자나 여자 모두 ‘인연’, ‘운명,’ ‘하늘의 뜻’을 기다리거나 또는 세속의 신이 적당한 배필을 보내주기를 기다림. 큐피드의 화살이 아니라, 시간의 화살을 기다리는것.(208)

(1) 머나먼 밤의 나라

-. 일단 기억이 떠오르자 그는 기억 하나하나를 조그만 영원, 지칠 줄 모르는 탐구의 소우주, 감각의 회전목마로 바꾸어놓았다.(212)

(2) 그녀는 죽었지만, 계속 존재한다

-. 프로이트가 승화된 성욕을 사랑의 근원이라고 믿는 반면, 프루스트는 뒤틀렸거나 위장되었거나 재구성된 성적 충동을 사랑으로 여기지 않는다. 프루스트에게 섹스가 사랑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인 이유는 섹스가 친밀감을 촉진시키기 때문(216)

-. 우리가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사랑을 느끼려면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일뿐(218)

-. 사랑은 합의된 고통을 전제로 벌이는 기분 짜릿한 한판 승부. 사랑이 쑥쑥 커가기 위해서는 시련이 꼭 필요하고, 고통이 사랑의 동력원이니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사랑은 서로의 고문이다.’ 프루스트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연인들은 가여울 정도로 자신감이 없고 상대에게 매달리며 마조히즘적 성향을 보이는데, 프루스트 자신도 그랬다. 그들은 고통을 회피하려고 연애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자신에게만 특별히 허락된 고통의 상태이다. 우리 모두가 그런 고통을 추구한다고 프루스트는 말한다. 그 고통이 우리를 주술사로 만들어 삶이 내재된 숭고한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219)

-. 사랑에 대한 프루스트의 견해는 너무 부정적이고 자학적. 결국 그는 예술에 대한 사랑만이 온 마음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론짓는다. 말년에 그가 맹목적이고 만족을 모르는 정념을 승화하려 애쓴 것이 바로 그런 방식(222)

-.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그것이 자전적 소설이며, 소설의 화자와 알베르틴과의 얽힌 관계는 프루스트와 그의 연인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여긴다.(222)

-. 사랑에 관해 비관적 견해를 보였음에도 프루스트는 우리가 사랑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 그는 사랑을 둘러싼 관계의 패턴을 탐지했고, 우리가 ‘현재의 고통과 과거 모든 시기의 고통을 나란히 동일선상에 둠으로써’ 새롭게 마음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과거에 겪었던 마음의 고통이 어떻게 함께 울려퍼지는지 보여주었다.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그는 주장한다.(222)

-. 우리가 안전하게 정박할 만한 곳이 거의 없는 듯 보이는 세상이지만, 자연과 인위적인 사물들 덕분에 우리는 세상에 닻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감상에 젖어 그리고 애정어린 태도로 그 세상 안으로 들어가 점점 더 튼튼해진다. 실제로 인간은 자신의 자아를 벗어나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으며, 유력하고 혜안을 갖춘 기쁨 넘치는 예술가도 될 수 있다.(223)

-. 베르길리우스가 ‘전원시Eclogues'에서 썼듯이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다. 마음까지도.‘(223)

5. 프로이트 : 욕망의 근원

-. 우리에게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고, 스스로를 겨눈 장전된 권총이 있다는 것이다. 몇 시간 또는 몇 해 동안의 상담 대화를 하고 나면 사연은 마침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고 총도 내려놓을 수 있다.(224)

-. 프로이트는 사랑에 관련된 문제와 씨름했고, 그의 직관은 기존의 뿌리 깊은 지론에 한바탕 충격을 주었다.  프로이트 이전 시대에는, 사랑이란 신체가 이성교제와 짝짓기에 부산하게 눈을 뜨는 시기인 사춘기에 싹트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 프로이트는 사랑의 실마리를 전혀 예기치 않는 - 금기시까지 한 - 유아기에서 탐색. 도발적이고 충격적이며 큰 영향을 미친 그의 상당수 학설은 유아기 성욕이라는 개념을 근거로 했다.(225)

-. 프로이트가 말하는 이미지를 어머니의 젖가슴에서 어머니의 다른 여러 속성들로 확대한다면 ‘모든 발견은 재발견이다’라는 그의 통렬한 결론은 현대의 정신분석학적 사고방식으로 볼 때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이는 플라톤의 사상 또는 프루스트의 생각과 매우 흡사. 사랑은 과거에 겪은 일들의 기억이고, 잃어버린 행복의 재발견.(227)

-. 부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아이는 사랑할 다른 사람을 찾을수 없다. 프로이트는 두 가지 극단적인 문제, 즉 과도한 성적 경향은 성도착으로, 억압된 성적 경향은 신경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을 보았다.(227)

-.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시의 귀한 가치를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 즉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로 간주하는 사람에게 이입시킨다. 그러면 사랑받는 사람은 자신이 더욱 귀중하고, 고상하고, 훌륭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228)

(1) 쓰라린 개인적 체험

-. 프로이트 이론의 일부는 쓰라린 개인적 체험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고, 여성에 대한 19세기의 가치관이라는 맥락, 그리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거의 20년간 지속된 문화와 사상의 세기말 혁명이라는 정황에서 탄생(229)

-. 인간의 인식은 상대적이며 세계는 개개인의 시각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상대주의적 평결은 사회 전반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프로이트의 결정론적인 견해를 뒷받침(230)

-. 부모, 형제자매, 이복형제 그렇게 대가족으로 형성된 복잡하고 다소 혼란스러운 관계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예술적 창조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이론들의 토대가 되었다. 용감하게도 프로이트는 자신을 원 자료로 활용(230)

(2) 마음에 관한 방대한 기록

-. 골동품은 프로이트의 집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물품으로서 그에게 인간의 영혼을 원초적으로 파고드는 그의 작업을 일깨워주었다. 그는 유물들이 상혼 때문에 더욱 신비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과거의 앙금을 통해 마음속을 켜켜이 파고들어 마음속의 잃어버린 도시로 깊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여겼다.(234)

-. 그의 분석은 환자에게 주목할 만하고 값진 어떤 것, 곧 한 개인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서 의미가 있다는 자각을 선사해주었다. 마음속의 모든 망상과 주춧돌을 정면으로 다루려고 시도한 것은 프로이트의 공로(235)

-. 최종 분석에서는 아이가 어렸을 때 어떤 보살핌을 받았는지가 그의 애정생활에 결정적으로 작용. 남자는 사랑에 빠졌을 때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집니다. 사랑의 비이성적인 면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추적해보면, 유년기로 귀착되는 걸 알 수 있다. 사랑의 충동은 유아다운 것(235)

-. 우리가 애인을 물색할 때 부모를 연상시키는 상대를 찾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별개로, 사랑 자체는 서로 합의하에 유년시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너무도 그리워하는 나머지 파격적인 행동으로 서로 힘을 합치고, 시간을 거슬러 가서 각자가 서로 상대방의 아이가 된다는 것. 이 탐색 여정에서 사랑이란 어린 시절의 황금기를, 관심의 중심이 되는 더없이 행복한 전횡을,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관계를 추구하는 행위(235~236)

6. 애착이론

  사랑이란 사랑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미개척지이며, 사랑을 가로질러가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신천지

(1) 사랑하는 것과 슬퍼하는 것

-. 요즘 많이 알려진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은 사랑을 진화론적 배경에 기대어 설명. 영국의 정신과의사 존 보울비는 유아와 아이들의 행동을 연구하다가 어린 새들과 새끼 원숭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던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와 해리 할로우의 연구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보울비는 어린아이와 새끼 동물의 행동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놀랐다. 새끼동물들은 대부분 첫째 ’보육자caregiver'(대개 어미)와 끈끈한 애착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각 개체가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려면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강력한 유대감을 느껴야 한다.(238~239)

-. 유아가 엄마와 떨어지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반응. 상실감은 진화를 거듭해온 인간의 과거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잡초와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잃어버린 사랑 또는 불충분한 사랑을 애통해하는 하나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240)

-. 진료를 하면서 20년 이상 사람들을 관찰했던 보울비는 정신장애 성인과 어린 시절 애착관계의 단절 사이에 적지 않은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 보울비의 주장을 요약하면, 애정으로 강한 유대를 맺는 것이 소위 ‘사랑에 빠지는 것’이며, 그런 유대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소위 ‘사랑하는 것’이며, 그런 유대가 깨지는 것 또는 어떤 식으로든 사랑의 파트너를 잃는 것의 결과가 이른바 ‘슬퍼하는 것’이다.(240)

-. 갈등이란 삶의 다른 모든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맨스에서도 정상적인것. 갈등을 잘 다스림으로써 사랑이 피어나고 가정과 사회가  형성. 정신질환자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상충되는 감정을 조절할수 없는 이들(241)

(2) 어머니와 아이의 유대

-. 애착은 생존을 위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어린 시절에 가장 강하다.(242)

-. 메리 솔터 에인스워드는 4년에 걸쳐 우간다에서 아이들을 관찰 연구한 결과 그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단출한 탐험에 나섰다가 돌아올 때면 저마다 자기 엄마를 홈 베이스로 삼는다는 사실을 발견. 에인스워드는 볼티모아에서 미국 아동을 대상으로 한 비교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녀는 애착유형이 세가지로 나타나는 점을 확인. 만일 보육자caregiver가 접촉과 안정을 바라는 아이의 욕구에 응하면, 아이는 행복하게 주위 세계를 탐험하고 자립심을 지닌 성인으로 자라나게 된다. 보육자가 가까이 다가가려는 아이의 시도를 퇴짜 놓으면, 아이는 보육자와 거리를 두게 되고 비사교적인 활동에 빠져 주의가 산만해지며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은 믿지 않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보육자의 반응이 일관적이지 않을때, 즉 어떤 때는 아이의 욕구에 응했다가 또 다른 때는 아이의 욕구를 무시하거나 욕구 충족을 방해하는 경우, 아이는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집착이 심해지고 심통을 더욱 성마르게 부리며, 결국 주변을 탐험할 수 없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는 부모에 대한 신뢰와 매우 긴밀하게 연관. 말하자면, 부모에 대해 두터운 신뢰를 지닌 아이는 부모를 안전한 피난처로 삼으며 좀 더 안정되고 자신을 신뢰하는 성인으로 자라난다.(242)

-. 그렇게 상처 입은 아이가 구제될 수는 없을까? 다수의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어린 시절 단 한 사람의 보육자라도 지속적으로 아이와 교감한다면 심각한 정신 장애자나 누구도 가까이할 수 없을것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최소한도로 요구되는 것은 믿을 만한 수호천사 한 명이다. 그저 누군가가 언제나 가까이 있으면서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물러났을 때나 홈런을 날렸을 때나 변함없이 더그아웃에서 응원을 해주면 된다.(245~246)

-.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신디 헤이즌과 그녀의 동료들은 어린 시절 애착의 여러 단계와 성인기의 로맨틱한 사랑 사이의 직접적인 병렬관계를 도표화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발견한 사실은 어린 시절의 체험이 훗날 형성되는 애정 관계를 유발시키고, 때로 그 관계를 굴절시키거나 왜곡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246)

-. 정신치료 작업의 원동력은 사랑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들 거의 모두가 사랑하는 데 이런 저런 장애를 지니고 있으며, 각자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246)


■ 3부 사랑, 마음의 불길 : 사랑의 본질

1. 사랑 장애인

(1) 사랑할 수 없는 불구

-. 인간에게 닥치는 많은 장애 중에서 사랑을 느낄 수 없는 것보다 더슬픈 장애는 드물다.(251)

-. 인간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며, 사랑을 비롯한 여러 감정에 구석구석 반응하는 육체를 지닌다는 것이다.(254)

(2) 이크 족의 참상, 사랑이 사라지다

-. 인류학자 콜린 턴블이 이크 족에 대해 느끼는 비통함에는 만일 우리가 이크 족과 똑같은 궁지에 몰리면 우리도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내재(259)

-. 사랑은 세상의 무자비함을 차단하는 보호막을 제공. 이크 족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사랑이 잘려나가고 본능만 남았을 때 인간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하는 사실(261)

-.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를 뜻하는 ‘심장들 중의 심장에서in my heart of hearts'라는 말을 하면서 우리는 심장 속에, 즉 감정의 미궁 속에 있는 가장 깊숙한 동굴 속에 마트료시카 인형을 만들어낸다.(262)

2. 뇌줄기 소타타 : 사랑의 신경생리학

-. 신경회로가 어떻게 발달하는지는 아기가 태어난 후 첫 몇 해 동안 아기가 어떤 일을 겪는지에 달려 있다.(263)

-. 신경생리학자 게리 린치는 정서와 깊이 관련된 사건이 평범한 사건보다 뇌세포를 더 크 게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 뇌의 신경세포들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 민감해진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신경세포들은 더욱더 민감하게 반응. 경험이 반복될 때마다 효소가 더 많은 감각수용체들에게 시냅스로 모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정보가 오가기 때문. 이런 사실이 왜 ‘꾸준한 연습이 제일‘인지,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오래도록 전념하면 왜 외국어 또는 치과의술을 배울 수 있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것(264)

-. 안토니 월시의 지혜로운 지적

  ‘뇌에 있는 ’사랑의 오솔길‘이 어린 시절에 바르게 잘 다져져 있어야 한다. 뇌에 깊이 새겨진 사랑의 오솔길은 훗날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배려와 연민, 그리고 자신감을 갖고 세상에 대등할 수 있도록 돕는 중대한 요인이 된다.(264)

-.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받은 적이 있어야 한다.(265)

-. 쓰다듬어주고 애정을 기울여주면 정상적으로 발육하고, 그런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인 면에서  발육이 지체된다는 것이다. 음식을 충분히 먹은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사랑의 손길이 닿지 않을 때는 소위 ‘심리적 영양불량증’을 겪을 수 있다.(265)

-. 아이가 튼튼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자신이 소중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야 하는데, 그런 정보는 주로 껴안고 뽀뽀하는 등의 친밀한 신체접촉을 통해 전해진다.(266)

(1) 사랑 없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 35년에 걸쳐 94명을 관찰한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어린 시절 행복했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했고, 불행했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불행(267)

-. 어린 시절에 무심코 체득한 올바르지 않은 가르침을 잊게 하는 것이 정신치료 전문가에게 가장 힘든 일인데, 그릇된 정보가 뇌 속에 자리 잡은 방식 때문에 그 일은 더더욱 어렵다.(268)

3. 사랑의 진화

-. 진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로 ‘선택’됨으로써 인간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것(270)

-. 사랑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생물학적 책무이다. 진화는 직립인간을 선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느끼는 인간을 선호. 사랑이 생존에 매우 유익했기 때문(270)

-.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사랑하는지는 생물학적인 문제이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사랑하는지는 또한 경험의 문제이기도 하다.(272)

(1) 새 시대의 감성파 사나이들

  진화는 인간에게 강력한 평화 유지군을 선사. 우리가 지닌 사랑하는 능력이 자멸할 위험에서 우리를 구해주었다.(278)

(2) 남성과 여성의 대결

-. 남자와 여자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고, 짝을 짓고, 아이를 낳도록 예정되어 있다면 남녀가 노상 싸우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들의 생물학적 어젠더가 다르기 때문(280)

-. 여성의 최대 관심사는 곁에 머무르면서 자기 아이를 부양하는 것을 도와줄 누군가를 고르는것. 생물학적으로 볼 때 남성의 최대 관심사는 여성을 가볍게 사랑하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것(281)

-. 여자는 성내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남자를 한두 번 용서하거나 모르는 척 눈감아준다. 그런데 남자는 여자의 잘못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만일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남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지 않은 아이의 부양을 중단할것.(282)

-. 남자들이 모이면 모임의 취지와 무관하게 늘 미묘한 경쟁심과 아울러 탐나는 자리와 권력을 취하기 위한 암투가 일어난다. 여자들이 모이면 모임의 취지와 무관하게 늘 연고를 맺고 긴밀한 유대을 이루려는 미세한 분위기가 형성(283)

-. 남자와 여자는 살아가는 전략이 다르고, 생물학적 여정도 다르다. 남자의 정자는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고, 여자의 난자는 한곳에 안착해야 한다. 이렇게 다른 데도 남자와 여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자와 여자의 대결에서 사랑은 여러 가지 치유책을 제공. 남녀 양측에게 모두 안전한 중립지대, 경계를 넘나드는 전령, 의혹의 늪에 솟아난 더없는 기쁨의 샘이 바로 대표적인 치유책(284~285)

4. 사랑의 화학작용

(1) 포옹 물질

-. 출산 중에 진통과 자궁수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어머니의 사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옥시토신을 ‘포옹 물질’이라고 부르기도함(291)

-. 옥시토신의 여러 효능증 하나가 모성본능 유발(291)

-. 옥시토신은 연인들의 포옹을 부추기고, 성행위의 쾌감을 증대시키는 호르몬으로서 로맨틱한 사랑에서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하다. 그 호르몬은 평활근육을 자극하고 신경을 예민하게 하며, 성적으로 흥분할 때 급속도로 불어난다.(291~292)

-. 여자들은 옥시토신의 정서적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 이유는 옥시토신이 어머니로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것(292)

(2) 도취적 사랑의 화학작용

-. 두 사람이 서로 매력을 느끼면, 두 사람의 뇌에서 페닐에틸라민이라고 하는 신경세포 간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게 하는 물질이 분출되면서 둘 다 몸을 떨게 된다.(295)

(3) 애착의 화학작용

  결혼생활을 오래한 유부남들과 연애로 얽힌 ‘내연의 여자들’이 터득한 바와 같이, 그 유부남들은 자신의 결혼생활이 아무리 평범하더라도, 내연의 여자에게 무슨 약속을 하더라도, 그 여자와 아무리 열렬히 사랑한다고 진정으로 느끼더라도, 아내와 이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298)


■ 4부 꼭 필요한 열정 : 사랑의 에로틱한 속성들

1. 육체의 불길 : 섹스는 왜 진화했을까?

-. 두 사람에게 섹스를 나눌 만큼 충분한 감흥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로맨스가 있어야 한다.(315)

-. 스페인어에서는 이째서 의자를 지칭하는 단어는 여성이고 소파를 지칭하는 단어는 남성일까?

2. 얼굴

-. 얼굴을 뜻하는 영어 단어 face의 어원은 아마 만들다 또는 형태를 이루다는 뜻의 라틴어 facere와, 조정하다 또는 맞추다는 뜻의 인도-유럽어족 단어의 어원 dhe-k-에서 유래했을것.(323)

(1) 얼굴의 진화

-. 증거들로 유추해볼 때 우리의 상식과 우리의 과학 그리고 옛사람들의 지혜가 말해주는 바는 인간은 각자가 처한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제각기 나름대로 서로 다른 ‘외양’을 진화시켜왔다는것.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은 멜라닌 색소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 색소가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열대의 살인적 태양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327)

3. 가장 가벼운 열망 : 섹스와 비행

-. 날아다닌다는 것은 신화, 종교, 예술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다뤄왔던 주제이자, 인류가 말을 하기 시작하던 초기 시절부터 썼던 단어의 하나이며, 땅에 발붙이고 사는 모든 생물들의 부단한 동경이다. 게다가 날아다니는 것은 종종 관능성과 결부(347)

-. 무엇보다도 비행은 우리 몸과 우리가 사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사고방식을 융통성 있고 신속하게 바꾸어놓았다.(349)

-. 섹스는 공중에서 알몸으로 날아다니는 것과 흡사(350)

4. 아프리카를 날다

-. 마크햄이 ‘아프리카를 날다’를 쓸 때 앙트완 드 생 텍쥐페리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생 텍쥐페리는 할리우드에서 지낼 때 한동안 마크햄의 연인이었다.(353)

(1) 쓸쓸하고 슬픈 말년

-. 항공기 조종사로서 선구자격인 마크햄은 1936년 9월에 대서양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단독 비행한 최초의 인물

5. 남자와 인어

(1) 인어의 품에 에로틱하게 안겨

-. 인어에 대한 욕망과 관련해 가장 오래된 신화는 물고기신 이야기에서 비롯 되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존재가 셈족의 월신 아테르가티스.(364)

6. 특이한 성적 취향 : 유행으로서의 성도착

(1) 각양각색의 에로틱한 풍경

-. 문제는 왜 사람들이 사도마조히즘, 노출증, 관음증, 그리고 소위 성도착이라고 하는 다른 여러 행위들에 마음이 끌리는가 하는 점이다.

  아마도 그런 풍조는 일정 부분 우리가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규범으로 무턱대고 회귀하려는 경향에서 비롯되었을것(375)

-. 아주 노골적인 일부 성적 행위들은 섹스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고 오히려 권력, 분노 그리고 지배 욕구와 관련이 있다. 강간은 극단적인 사례다.(377)

(2) 사랑에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

-. 여자가 기분 나빠하고 비난하는 것, 경찰이 달려오는 것, 행인들이 놀라움과 분노로 씩씩대는 것, 굴욕적인 체포, 법정 출두, 자기 가족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 실직의 위험 등. 그런 것들이 플래셔flasher(성기노출광)로 하여금 성기를 노출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페니스를 사람들 앞에 내보여서 사람들을 대경실색하게 하고 충격을 주고 소동을 일으킴으로써 그는 자신의 페니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스스로에게 입증한다. 자신은 결국 대단한 남자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것(382~383)

-. 통상적으로 노출증 환자는 어린 시절 심한 굴욕감을 느낀 적이 있고, 성장한 후에는 타인,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지배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 사람이다. 성도착은 친밀한 교제에 실패한 사람들이 의지하는 수단(383~384)

7. 키스

-. 키스를 하며 우리는 하나로 호흡하고, 굳게 닫힌 우리 몸을 연인에게 열어준다. 우리는 키스의 따스한 그물 아래 숨고, 서로의 입에서 샘물을 들이마신다. 우리는 상대의 몸을 키스로 유람하고, 손끝과 입술로 새로운 지대를 헤아려보며, 젖꼭지의 오아시스와 허벅지의 둔덕과 등뼈의 굽이치는 강줄기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키스는 우리를 욕망의 신전으로 인도하는 촉각의 순례여정이다.(386)

(1) 키스의 갖가지 방식

-. 키스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우정이나 사랑의 마음으로 상대의 기분과 건강상태를 살피기 위해 상대 얼굴을 냄새 맡는 행위에서 키스가 진화했다고 믿는다.(389)

-. 동물학자의 예리한 눈으로 수십 년간 사람들을 관찰해온 데스먼드 모리스는 프렌치 키스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흥미로운 - 나에게는 타당해 보이는 - 설명을 한 여러 권위자 중 한 명이다.(391)

‘엄마들은 아기가 젖을 땔때 음식을 씹어서 아기 입에 넣어주었고, 이때 입술과 입술이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혀도 서로 닿게 되고 입과 입이 서로 지그시 눌리게 되었다. 인류는 백만 년 넘게 아기를 그런 방식으로 길렀고, 오늘날 성인들의 에로틱한 키스는 그런 습관에서 비롯된 유산임이 거의 확실’

-.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입술은 여성의 음순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 이유는 입술이 자극을 받을 때 붉어지고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고, 여자들이 립스틱을 발라 항상 입술을 더 붉어 보이게 만드는 것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때문이라고 한다.(384)

-. 적어도 인류학적으로는 입에 하는 키스, 특히 혀를 집어넣고 서로 타액을 교환하는 키스는 성교의 또 다른 형태. 따라서 키스가 몸과 마음을 찬란한 감각으로 들썩이게 만드는 것은 놀랍지 않다.(395)

8. 시각적 이미지의 관능

-. 눈이 즐거워하는 것을 기억은 애지중지한다.(396)

-.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은 우리가 어떤 사건을 직접 경험하든지 혹은 그저 상상만 하든지 아무 차이 없이, 뇌의 동일한 부분이 자극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397)

-. 세상을 눈으로 사랑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눈을 손으로 사용한다. 세상을 생각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눈으로 사용한다.

  시각적인 이미지는 끈끈하다. 그것들은 의미와 정서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쉽게 잊히지 않는다.(397)

-. 무엇이 에로틱할까? 상상력의 곡예, 우리가 헤엄치는 기억의 바다,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애무하고 숭배하는 방식, 관능적인 장면을 보고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흥분이 에로틱하다. 에로틱한 것은 활기찬 삶을 향한 우리의 열정이다.(398)


■ 5부 이상하고 신기한 통과의례 : 사랑의 풍속들

1. 자연의 패턴

-. 왜 세상의 패턴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걸까? 아마 우리 인간이 엇비슷한 생명체들로 가득 찬 행성에서 살아가는 조화로운 군형체이기 때문일것.  조화로운 모습은 그 존재가 살아 있음을 드러내는 때가 많다.(402~403)

2. 구애

-. 남녀 커플 그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잘 이루어지자, 그들은 같은 리듬에 맞춰 움직이며, 서로 상대의 체스처를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 남자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여자도 앞으로 기울인다. 여자가 음료를 마시자 남자도 마신다.(405~4060

-. 동공의 팽창은 정서적 관심 또는 성적 관심이 있음을 나타낸다.(406)

(1) 암컷이 수컷을 고를 때 고려하는 것들

-. 이것이 이른바 디너 데이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애섭식’이다. 많은 동물들이 구애섭식을 한다. 암컷과 교미하고 싶어 하는 수컷은 먼저 암컷에게 음식이나 다른 선물을 준다. 펭귄도, 원숭이도, 전갈도, 반딧불이도 그렇게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는 목적은 수컷이 식구들을 잘 먹여 살릴 수 있는 훌륭한 부양자이며, 암컷의 요구도 충족시켜줄 수 있음을 암컷에게 입증하는것(406)

-. 암컷이 수컷을 택할 때 고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선택 조건 리스트에서 최고는 건강이다.(407)

(2) 사랑의 양식, 음악

-. 팝송을 들으면서 우리는 사랑에 관한 신화와 이상을 공유한다.(410)

-.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짝짓기에 음악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음악이 최면효과와 유혹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순수한 정서의 언어인 음악은 구애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짝짓기 의식에 음악이 수반된다.(411)

-. 대부분의 사랑 노래에서는 여자가 남녀관계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사랑으로 남자를 미치게 하는 능력은 여자가 지닌 유일한 실질적 권력이다.(412)

-. 전 세계 168개 문화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인류학자 윌리엄 얀코비악과 에드윈 피셔는 전체 중 87퍼센트의 문화권에서 로맨틱한 사랑을 발견. 그런 로맨틱한 사랑에서는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의 일환으로 음식이나 작은 선물을 준다고 한다.(416)

-. 두 사람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바는 ‘커플’이 되는 것, 말하자면 둘만으로 이뤄진 감정의 조각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416)

3. 내 살에서 나온 살 : 결혼

-. 앵글로색슨 어에서 결혼한다는 뜻의 단어 ‘웨드wedd'는 신랑의 결혼서약만이 아니라 신랑이 신부의 아버지에게 지불하는 매입 대금, 그 금액에 해당하는 말, 가축, 또는 여타 재산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따라서 ’웨딩‘은 말 그대로 종족 번식을 목적으로 여자를 사들이는 것으로서 위험요소도 약간 내포하고 있었다. ’웨드‘라는 단어는 도박이나 내기를 뜻하는 어원에서 유래(417)

-. 신혼여행의 기원은 음험한 목적에서 비롯. 신랑이 신부를 납치하거나 매입한 직후, 신랑이 신부와 함께 한동안 자취를 감쳐서 신부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신부를 구출해 가지 못하도록 한 데서 유래했기 때문.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연애결혼이라는 서구적 개념은 뒤늦게 생겨났다.(418)

(1) 서양의 결혼식 장면

-. 결혼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매듭을 묶다to tie the knot'는 표현의 유래는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420)

-.  ‘다이아몬드’라는 단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디무스adamus'에서 유래(421)

-. 원래 반지의 역할은 여성이 남편(반지를 낄 필요가 없던)에게 속박되어 있음을 주지시키고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소동맥 - 라틴어로는 배나 아모리스, 즉 사랑의 동맥 - 이 약손가락에서 심장 쪽으로 흐르고, 따라서 약손가락에 반지를 낌으로써 커플의 심장과 운명이 하나로 합쳐진다고 믿었다.(424)

-. 반지는 바깥세상으로의 여정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결혼한 여자는 남편에게 매여 있다. 그토록 가벼운 물건인 결혼반지가 그 여자의 삶을 무겁게 압박하기 때문. 하지만 연애결혼에서 책임의 순수한 무게는 더없이 통렬한 역설의 하나이다. 사랑은 우리를 무겁게도, 행복하게도 해주기 때문이다. 너무 무거워서 가고 싶은 곳 아무 데나 마음대로 갈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제한받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하므로.(425)

-. 다음은 고대 영어로 쓰인, 신부를 위한 아주 아름다운 축배의 시이다.(427)

‘사랑이여, 신부에게 충실하여라. 삶이여, 신부의 소중한 벗이 되어라.

건강이여, 신부 옆에 머물러라. 기쁨이여, 신부에게 다가가라.

행운이여, 신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라.

신부를 위해 그대의 보물창고를 낱낱이 뒤지고,

신부가 넒은 세상 어디로 가든 함께 따라가며ㅡ

신랑이 언제까지고 신부의 연인이 되게 하라!‘

(2) 밸런타인데이의 유래

-. 수많은 창조설화들이 말해주듯, 물질은 물질로 돌아간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 몸이 되는 유일한 길은(샴쌍둥이가 아닌 이상)어머니와 태아가 되는 것밖에 없다. 결혼에 관련된 모든 풍습은 인간이 아는 단 하나의 완벽한 사랑, 즉 절대적 헌신과 자기희생과 보호를 바탕으로 한 사랑인 어머니와 신생아 간의 사랑을 잠재의식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430)

-. 부부의 결속을 유지시키는 것은 결혼 서약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가 공유해온 많은 습관과 관행, 그리고 함께 겪었던 크고 작은 숱한 일들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배우자들에게는 결혼이 그들 나름의 법체계와 신화와 일과를 갖춘 고국이 된다. 이혼은 고국을 등지는 망명처럼 여겨진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번잡한 도시국가에 거주하는 시민이기 때문이다.(432)

4. 성기를 이르는 말들

-. 영어의 ‘콕cock'이라는 단어는 일찍이 중세 때부터 페니스를 뜻하는 비속어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대부분의 고전학자들은 그 말이 ’꼬끼~오‘하는 수탉의 울음소리에서 유래했을 거라고 생각. 콕은 수탉의 별명이었는데, 의기양양한 페니스를 수탉이라는 별명으로 일컬었다는 것(433)

-. 옛날 중동에서는 페니스를 애둘러 칭하는 말이 ‘무릎’이었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비르쿠birku'라는 단어를 무릎이라는 뜻과 페니스라는 뜻 두 가지로 썼다. 중요한 의식을 치를때 아버지는 아들을 무릎에 앉힘으로써 자기 아들임을 정식으로 인정하곤 했다. 영어에서 진짜라는 뜻으로 쓰는 ’제뉴인genuine‘(’무릎에 놓였다‘는 뜻에서 유래한)은 그런 상징적 행위에서 유래. 비르쿠가 라틴어로는 비르투virtu가 되어 사나이다움, 남자다운 기백, 혈기 왕성함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433~434)

5. 아슬아슬한 사랑 : 간통, 기상천외한 제스처, 치정범죄

(1)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도

-. 전설에 의하면 오디나무의 열매는 원래 흰색이었는데, 퓌라모스와 티스베라는 두 연인의 죽음 이후부터 붉어졌다고 한다.(440 참고)

-. 이 전설이 로미오와 줄리엣 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와 비슷하게 들리는 것은 비극적인 사랑에 관한 많은 옛 이야기에는 동일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441)

(2) 사랑은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어

  결국 모든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열정으로 금기를 깨뜨린 결과물이 아닐까?(448)


■ 6부 사랑의 여러 갈래 : 사랑의 다채로운 양상

1. 이타적 사랑

  사람들은 왜 자기 목숨을 걸고 낯선 이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하는 걸까? 사랑의 온갖 다채로운 양상 중에서 아마 이타적 사랑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울것. 이타적 사랑은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이기심과 상반되는 것 같다.(451)

2. 아이들에 대한 사랑 : 인터플라스트

  1969년에 창립한 인터플라스트INTERPLAST(저개발국가 빈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성형수술을 해주는 국제 구호단체)는 선천적 기형 때문에 고통을 받는 아이들에게 교정수술을 해주고, 현지 의사들에게 최신 의료기술을 전수해주며, 현지에 화상환자치료실 개설을 지원하려는 목적에서 출발(458)

(1) 웃음 짓는 얼굴의 의미

-. 미소는 다른 이에게 전염되며, 원기를 회복시켜준다. 1906년에 프랑스 내과의사 이스라엘 웨인바움은 얼굴 표정이 우리 기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론을 제시. 그의주장에 의하면 입을 미소 짓듯 움직이기만 해도 뇌로 흘러드는 혈액량이 증가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미소가 두 개강 체온과 신경전달물질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463)

-. 기형아의 출산은 늘 어머니가 나쁜 짓을 했거나 죄를 지었거나 악마와 결탁했기 때문에 받은 벌이라는 생각이 늘 지배적. 중세에는 아이의 기형이 어떤 식으로든 동물과 닮은 모습이면, 엄마가 그 동물과 섹스를 했고, 기형아는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런 아이는 살해되었다. 따라서 아이의 구순열을 교정해주는 것은 어떤 면에서, 가족에게 지워진 초자연적인 고통을 면하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467)

3. 종교적 사랑

(1) 물이 솟아나는 샘

-. 더없이 영적이고 신비로운 경지에 이른 종교적 사랑은 에로틱한 사랑과 아주 흡사하게 들린다.(488)

-. 에로티시즘의 극치를 이를 때 통상적으로 쓰는 말들이 ‘열정’, ‘엑스터시’, ‘결합’이다.(489)

-. 중동에서 시작된 할례 풍습은 원래 여자들의 월경에 해당하는 남자들의 통과의례였는데, 남자아이를 여자아이처럼 치장시키고 시술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남자아이는 자신의 생식능력까지도 하느님께 기꺼이 제물로 바쳐야 했던 것이다. 포피를 잘라내는 것은 그런 헌신적 신앙의 상징이었다.(489)

(2) 만물에 활기를 불어넣는 생명의 근원

-. 아프로디테를 여성의 이상, 즉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관능의 여왕으로 숭배하던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사랑 자체가 곧 종교였다.(490)

-. 중국에서는 도가사상이,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 힘쓰는 여성적 기질과 남성적 기질을 나타내는 음양의 개념을 이미 발전시켰다. 도가에서는 남녀가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우주적 힘의 결합과 연관지었다.(491)

-. 더 많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위해 그리스도교는 여러 이교의 상징물과 의식들을 도입하여 재정비. 여신숭배와 관련된 상징물과 의식들이 특히 많이 도입됨. 그에 따른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모성적 신에서 부성적 신으로의 전환일것. 그 전환은 곧 모든 것을 포용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로 신을 묘사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요구하고 판단하고 벌을 내리거나 상을 주는 아버지로 신을 묘사하는 급진적 변화였다.(492)

-. 사제들과 수도승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종교적 열정을 동성애적인 용어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들의 신비로운 목표는 사랑하는 하느님과 합일하는 초월적 사랑이다.(493)

-. 종교적인 사랑은 우리가 부모님을 사랑하고 숭배하며 부모님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어린 시절로 우리를 되돌아가게 한다.(495)

(3) 낙원에 대한 강렬한 욕망

-. 가톨릭교회의 많은 의식과 상징(십자가, 묵주, 영성체,; 성수 등)들은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숭배에서 차용한것(496)

-. 낙원을 이르는 페르시아 말 ‘pairidaeza'의 원뜻은 생명의 나무가 자라는 정원이고, 낙원을 이르는 히브리말 ’pardes'의 원뜻은 한 남자의 순결한 신부가 순결을 바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의 정원이다.(496)

-. 우리가 그런 낙원을 경험한 때는 사랑받고 보호받으며 어머니의 품에서 더없이 행복하게 젖을 빨던 유아시기 뿐이다. 그런 낙원에 대한 강렬한 욕망은 종교적 사랑이든 에로틱한 사랑이든 모든 사랑의 핵심과 맞닿아 있으며, 어머니 대지, 어머니 교회, 어머니 사랑과 다시 결합하고자 하는 열망이기도 하다.

  종교적인 사랑은 우리의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주며, 가족이 없는 아쉬움, 누군가의 눈에 특별한 존재가 되고, 보호받고, 용서받으며 귀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달래준다. 종교를 이르는 영어 단어 ‘religion'은 묶고 연결한다는 의미이며, 재결합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497)

4. 심리치료사를 사랑한다는 것

-. 심리치료사가 행하는 직무의 또 한 측면은 환자와 돈독하고 안정적이며 수용적인 관계를 진전시킴으로써 환자에게 건전한 애착관계가 어떤 것인지 직접 실례로 보여주는것(500)

-. 심리치료사의 직무는 캐롤 씨한데 불만족스러운 관계를 하나더 보태주는게 아니예요. 캐롤 씨가 불만족스러운 관계를 통해 뭔가 교훈을 얻고 그런 관계를 피하도록 돕는 거죠.(502)

(1) 외부의 적과 내부의 괴물

  심리치료사는 환자에게 성적으로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투철한 소명의식을 입증한다. 심리치료사의 목표는 환자의 자기 내면이라는 단단한 성곽에서 잃어버렸거나 도난당한 것을 복원시키는 것이다.(506)

5. 내 사랑 애완동물

-. 우리는 신화에다 동물들의 이미지를 가득 담아놓았을 뿐 아니라 집안에도 동물의 이미지를 여기저기 들여놓고 있어서, 동물들은 일생토록 우리 곁에 함께 있다.(509)

(1)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

-. 애완동물들이 그렇듯 쉽게 가족의 일원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에게 어린아이들을 생각나게 하고, 그것이 아기 양육에 대한 우리의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 동물생택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인간 행동에 관한 유명한 연구에서 추론했듯이, 우리가 ‘귀엽다’고 하는 동물들의 특성은 인간의 아기에게서 똑같이 볼 수 있다.(514)

-. 아무것도 기대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애완동물을 사랑하고, 그래서 그들은 내내 우리를 즐겁게 한다.(516)


나오는 글 : 자연사박물관에서

-. 원생동물은 기생동물 혹은 공생동물로서 다른 동물들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 생물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김새를 음미하면서, 나는 눈물이 날 만큼 벅찬 기쁨과 감동을 느꼈다. 그 느낌은 어떤 수준의 생명에서든, 즉 도무지 생명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생명체에서라도, 생명의 경이로움과 신성함이 확연히 깃들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종교적 체험이었다.(517~518)

(1) 경이로운 생명들의 숨소리

-. 자연사박물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떠 있는 고요한 오아시스이며, 자연현상을 차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격리시켜 둔 곳이다. 자연사박물관에 수집되고 있는 것은 문화유물들이 아니라 방문객들의 집중된 관심이다. 그것이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관람객들의 마음속에 있다.(519)

-. 박물관은 우리가 우리 마음에 드는 인생관의 상당 부분을  보존해두는 곳이다.(520)

(2) 300만 년 전, 루시의 발자국

-. 고대에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 hlaefdige가 빵을 반죽하는 사람, 집안의 안주인, 빵 만드는 사람, 그리고 숙녀를 뜻했다.(523)

-. 박물관의 목적이 유물을 쌓아놓는 것에 그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박물관의 목적이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라면 다소 미흡하긴 하더라도 성공할 것이다.(524)

-. 우주여행를 하는 사람의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자연사박물관은 지구상의 삶에 대한 돌발적인 샘플을 제공해준다.

  그런점에서 가슴은 하나의 박물관이며, 그곳에는 평생의 사랑이라는 전시품들이 가득하다. 진열장 안에 간직한 사랑은 기념품들이다. 가슴은 감정의 우표를 발행하듯, 그 사랑들을 발행한다. 그 사랑들은 엠블럼 같은 표상이다.(525)

-. 가슴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가슴속 박물관의 전시실이 아무리 좁고 조명이 흐릿하다 해도,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순간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규조류diatom(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처럼 영원히 보존될것.(525)


옮긴이의 말 : 사랑이라는 보물!

  저자는 무엇보다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류의 최초 조상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 속에 깃들어 세대를 이어오며 지속되어 왔음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두 남녀가 맺어져서 사랑의 결실인 아기가 태어나고, 그 아기에게 사랑을 쏟으며 키우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진 덕에 인류가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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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13] 난중일기(이순신/ 노승석) [6] 써니 2007.06.14 3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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