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정야
  • 조회 수 3308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9년 9월 7일 06시 02분 등록

천 개의 사랑 (Natural History Of Love) - 우리가 알아야 할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

 

저자에 대하여

 다이앤 애커먼 Diane Ackerman

dackerman-330-Da-jpg1500x2400.jpg

다이앤 애커먼은 1948 10월 생.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교수 이자 작가이다.

책을 읽으면서 더욱 더 그녀의 얼굴이 궁금했다. 예리한 통찰력이 느껴져서가 아니라 거침없고 사랑의 속성이야기에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머리카락 부분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인해 겪은 고충을 적었기에 머리스타일은 어떤지도 궁금했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모발을 가지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코넬대학에서 미술 석사학위와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코넬대학, 컬럼비아대학 등에서 영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가르쳤으며, 자연과 인성(人性)에 관한 섬세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에세이를 《내셔널지오그래픽》《뉴요커》《뉴욕타임스》《스미소니언》《퍼레이드》 등에 기고했다.

 

존 버로즈 자연문학상, 미국시인협회에서 수여하는 라반 시문학상을 받았고, 특히 2008년에는 『미친 별 아래 집』으로 앨런 와이즈먼의 문제작 『인간 없는 세상』을 제치고, 매년 최고의 생태주의 작품에 수여되는오리온 북 어워드를 수상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국립예술기금, 록펠러재단 기금, 국립인문학기금을 받았으며 뉴욕 대학, 리치먼드 대학, 컬럼비아 대학 등을 거쳐 현재 코넬 대학에서 영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문체는 시인의 감성과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한다. 다이앤 애커먼은 자신의 과학적 지식과 사례를 제시함에 있어 결코 단조롭거나 딱딱하지 않다. 그녀가 택한 언어는 시인과 같이 부드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져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섬세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또한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표면적이나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색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해박한 지식이 담긴 글을 과학적이지만 감성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그녀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다. ‘경계 없는 글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는 극찬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감각의 박물학』을 비롯하여

지은 책으로 『미친 별 아래의 집』, 『뇌의 문화지도』,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 『내가 만난 희귀동물』 등이 있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들어가는 글 : 사랑이라는 말

§ 사랑은 더 없는 불가사의 한 신비이다.[8]

§ 미친 듯 열광하다 차분해지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평온해지고, 녹초가 되었다가 기운을 차리며, 벌컥 화를 내다 수그러드는. 이처럼 다양한 검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사랑이다

§ 사랑은 감정의 백색광이다. 사랑에는 많은 감정이 들어 있는데 간단한 단어 하나에 담아버린다. 예술은 사랑이 감정을 풀어헤치고, 하나 또는 몇 가지 사라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흐름을 쫓아가는 프리즘이다. 예술이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풀어내면, 사랑은 그 뼈대를 드러낸다. 그러나 사랑은 계산될 수도, 측량될 수도 없다. [9]

§ 사랑이 근사하고 꼭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 사랑이 제아무리 고생한 개념이라 해도, 사랑을 설명하기에 너무 비속한 이미지는 없다.

§ 사랑love. 그토록 굉장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이 단어는 얼마나 간단한가!

§ 영어 단어 ‘love’의 어원을 조사해보면, 이 단어가 산스크리트어 lubhyati(‘그가 욕망한다’)에서 유래했다는 애매모호한 이력이 있다. 사랑은 먼 옛날부터 존재했던 황홀경이자 문명보다 더 오래된 욕망이며, 그 뿌리는 미개한 원시시대에 까지 내어 뻗어 있다.[10]

§ 사랑은 진실과 마찬가지로 공격이 여지를 차단하는 방패이다. “사랑이 세상을 굴러가게 한다는 말을 처음으로 한 사람이 누구든(익명의 프랑스인이었다), 그는 천체역학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삶의 흐름 속에 깃들어 세대를 이어가며 지속되는 과정을 생각했을 것이다.

§ 우리는 사랑이란 것이 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을 어떤 식이로든 고양시켜주는 긍정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 사랑에 대한 취향은 개인의 소양, 가정교육, 세대, 종교, 시대, 성별 등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 우리는 때때로 사랑을 궁극적인 하나로 생각하지만 얄궂게도 사랑은 한결같지도 늘 일정하지도 않다.[11]

§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의 유명한 소네트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요?>를 쓰면서 사랑을 쟀던것은 산수에 특별한 흥미를 느껴서가 아니라, 영국 시인들이 원래 늘 사랑에 대한 사적인 표현을 열심히 탐구했기 때문이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구요?

엘리자벳 배릿 브라우닝

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헤아려 봅니다.
내 그대를 사랑합니다 내 영혼 닿을 수 있는 깊이, 넓이, 높이까지
보이지 않게 내 영혼이 존재의 목적, 더할 나위 없는 은총을
찾아 헤맬 때에 도달 할 수 있는 그런...
내 그대를 사랑합니다 해가 있는 동안이나 촛불 가에서나
매일의 삶이 소리 없이 요구하는 것 만큼...
내 그대를 사랑합니다 마치 정의를 위해 싸우듯 아낌없이
내 그대를 사랑합니다 마치 칭찬을 외면하듯 순수하게
내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난 날 슬픔에 쏟았던 격정과 어린 시절의 신앙만큼...
내 그대를 사랑합니다 성인들을 잃을 때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랑으로
-
내 그대를 사랑합니다 내 모든 인생의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

그리하여 만일 하나님의 뜻이라면,
내 그대 더욱 사랑하리 죽음 이후까지도

 

§ 사랑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싸움과 죽음까지 불사하며 지키고자 하는 열정인데도,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되도록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 보충 어휘를 쓰지 않고는 사랑에 관해 제대로 옮게 말할 거니라 생각할 수도 없다.[12]

§ 미움이라는 감정의 미묘한 편차까지 나타낼 수 있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love를 대체할 만한 동의어는 찾기 힘들다. 그 덕분에 상상력이 풍부하게 발휘된 예술작품들이 창작되었다.

§ <벼룩>이라는 시는 존 던(1572-1631, 영국 시인 겸 성직자, 연애시를 많이 남겼다)은 자신과 애인의 팔에서 피를 빠는 벼룩을 바라보고는 두 사람의 피가 벼룩의 뱃속에서 혼인했다는 사실을 기뻐한다.

§ 우리는 사랑은 정명으로 맞닥뜨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사랑을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 같은 것으로 여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모호함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결국 사랑은 우리를 극도로 취약하게 만든다.

§ 어떤 시대 어떤 지역의 사랑이라도 사랑의 현상을 누구나 이해한다. 마치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어떤 작곡가의 음악에는 본능적으로 끌리지만 다른 작곡가의 음악에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음악이 뭔가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음악의 매력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 이별은 달콤한 슬픔 이상의 것이다. 이별은 꼭 달라붙어 있던 두 사람을 떼어 놓는다. 그것은 굶주림의 고통과 비슷하며, 그래서 우리는 이별의 고통을 말할 때 나 굶주림의 고통을 말할 때 격통이라는 단어를 쓴다.[14]

§ 사랑은 유익한 폭력이다. 출산처럼 흔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진귀해 보이고, 항상 사람들 앞에 불쑥 출현하며, 매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사랑을 새롭게 발견하고, 커플들은 제각가 사랑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며, 부모들은 각기 나름대로 사랑을 다시 새롭게 만든다. 사람들은 사라의 사막의 모래 언덕 아래에 있는 잃어버린 도시, 쾌락이 최고의 법이고, 거리마다 화려한 비단쿠션이 늘어서 있으며, 해가 절대로 지지 않는, 그런 꿈의 대상인 것처럼 사랑을 추구한다.

§ 사랑에 관한 숱한 어휘와 연인들이 쓰는 비유적 표현은 수 천년 동안 변하지  이어져 내려와왔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로맨틱한 감정을 묘사할 때 똑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풍속, 역사, 그리로 취향은 변하지만, 사랑 자체 그 감정적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15]

§ 동물은 인간의 로맨틱한 습성에 관한 많은 것을 알려준다. 동물과 인간은 닮은 점이 많다.

§ 사랑의 역사는 사다리를 한 단씩 위로 착착 올라가는 것처럼 수직으로 상승하는 과정이 아니다.

§ 사랑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랑에 관한 연구가 이토록 빈양한 이유가 무엇일까? 사랑이란 입증 불가능한 억측이 많은 주관적인 분야처럼 보이고 사회과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듯 보이기 때문은 분명 아닐 것이다. 사랑 그 자체를 연구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겠다.[17]

§ 사랑이 결핍되고 좌절되고 왜곡되고 또는 사랑이 아예 없을 때 일어나는 현상들을 자주 연구한다.

§ 삶이 수행하는 일 중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모든 신비 중에서, 나는 사랑이 제일 좋다.[18]

 

1부 오랜 욕망 : 사랑의 역사
이집트 : 감상적이고 로맨틱한 사랑

만세의 연인, 교활한 여왕

§  트로이의 헬레네를 최고 미녀로 꼽으며 한숨지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정말 파고들어 이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클레오파트라이다.[21]

§ 우리는 클레오파트라를 인간 미약, 즉 온몸으로 관능을 풍기는 여인으로 상상한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클레오파트라가 사망한지 100년이 훨씬 지난 뒤에 쓰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수록된 내용인데, 그것은 클레오파트라를 직접 보았거나 만났던 사람들의 회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22]

§ 그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클레오파트라는 예쁘진 않았지만, 대단히 매혹적이며 개성이 강하고 현악기가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를 지녔다고 한다.

§ 재위기간에 이집트 주화에 새겨진 그녀의 초상이 실물보다 더 어여뻤을 것은 당연하다. 주화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초상은 큰 매부리코, 마른 얼굴, 뾰족한 턱, 큰 눈, 그리고 약간 좁은 이마를 한 여인의 옆모습이다.

§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에게는 남달리 고혹적인 스타일이 있었다. 매혹적이면서 자기 연출에 능했던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단독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려한 행렬을 보여주었다. 비단과 향수, 베일과 보석, 이국적인 화장과 미려한 머리장식, 수족처럼 움직이는 노래, 근육질 몸매의 무용수, 이 모두가 클레오파트라를 돋보이게 하도록 동원된 소품들이었다.[23]

§ 이집트 백성이나 이집트를 방문한 로마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할 때, 클레오파트라는 육지와 해상에서 성대한 예식을 마련하고,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하고 나타나서는, 인상적인 장면을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 그녀의 선택은 극적인 방식을 도입한, 몸으로 쓰는 상형문자, 즉 아무 말도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소통방식이었다.

§ 클레오파트라는 화려했고, 대담했으며, 세속적인가 하면 양성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25]

§ 클레오파트라는 정말 남자들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요부였을까? 그녀의 최고 매력은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부유한 왕국인 이집트 자체였으며, 세계 제패를 염원하는 로마인이라면 누구든 그녀의 권력, 해군, 재력을 필요로 했다.[26]

§ 클레오파트라가 더 없이 매력적이긴 했지만,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그녀에게서 추구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권력이었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6년 동안 함께 또는 떨어져 지내면서 연인관계를 유지했다.

§ 악티움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했을 때 그들은 동반 자살했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패배한 적들을 거리로 끌고 다니면서 굴욕과 고문과 조롱을 당하게 하는 로마의 관례를 알고 있었다. 게다가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이며 결국은 이시스 여신으로 환생하여 내세에서 귀하게 환대 받으리라고 믿었다.

§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죽음마저 용의주도하게 연출하여, 이시스 여신처럼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순금의 침상에 누워 있는 모습으로 발전되도록 사전 점검까지 했다.

§ 그녀는 유달리 재치가 뛰어났고 교묘한 속임수에 탁월했으며 남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늪처럼 깊이를 알 수 없고 수정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관능적 매력이 있었을 것이다.[27]

§ 수정은 남자를 언제까지고 수중에 꼼짝 못하도록 가두어놓는 차디찬 요부이며, 100개의 얼굴을 가진 여인이었다. 수정은 의지나 욕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수정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여인에 대한 사랑은 천연광물 같은 사랑, 내부 깊은 곳에서부터 배어 나오는 매혹의 힘에 넋을 빼앗기는 사랑이었다.

§ 옥타비우누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무찌르고 이집트를 로마제국의 영토로 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 나머지, 서기 전 27년에 자신을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라고 선언했으며 자신의 칭호 아우구스투스를 8August의 명칭으로 삼았다.

 

고대 이집트의 예술

§ 한 민족의 내면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은 바로 예술이며, 고대 이집트는 예술이 대단히 발달한 나라였다. [28]

§ 고대 이집트에서는 무용수들이 바람의 움직임이 되고, 탁 트인 하늘이 되고 태양이 되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 신들과 파라오들을 찬미했을 뿐만 아니라, 나일강을 찬양했고, 정원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즐겼으며, 도시민과 시골사람들의 생활을 기록으로 남겼다.

§ 이집트 예술에는 매우 심오한, 때로는 삶과 죽음의 문제와 직결되는 또 다른 면이 있었다. 예술은 물질을 변모시키고, 시간을 넘나들고, 죽음을 면하게 할 수 있었다. 예술에는 주술적 목적도 있었다.[30]

§ 사랑(‘사랑하다라는 동사까지 포함해서)을 뜻하는 이집트의 상형문자 단어는 땅을 가는 데 쓰는 괭이, 사람의 입, 그리고 입에 손을 넣은 남자 형상의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31]

§ 사랑한다를 나타내는 그 표시는 원래 원한다, 선택하다 또는 욕망하다라는 의미 였는데, 그 글자에는 지속의 개념, 즉 오래도록 내내 원한다, 말하자면 사랑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 사랑을 의미하는 그 단어에 내포된 뜻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 고대 이집트에서 정원은 로맨스를 위해 자주 이용된 곳이었고, 많은 시들이 정원의 풍광과 향기를 노래했다.[32]

상현문자로 쓰인 연애시

§  이집트 학자들이 파피루스와 꽃병에 쓰인 서기 전 1300년경의 작자미상 연애시 55편을 발견했다. 그 시들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괴로워하는 심리상태와 불타오르는 가슴을 묘사하고 있다.[33]

<들에 나간 연인의 즐거운 노래>[ 34]

나의 사랑, 나의 임, 당신 사랑이 내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지요.

이제 내 말을 들어보세요.

나는 새들이 모여 있는 들판에 나왔답니다.

한 손에 미끼를, 다른 손에는 올가미와 창을 들고 왔지요.

푼트(아프리카의 홍해 연안 지역)에서 달콤한 향기를 싣고 날아 온 새들이

이집트 땅에 사뿐히 내려앉는 것을 보았어요.

첫 번째 새가 와서 내 손에 있는 미끼를 덥석 물더군요.

그 새에게서는 아름다운 향내가 났는데

갈고리발톱으로 향료를 움켜잡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임이여, 당신을 위해서,

나는 그 새를 놓아줄 거랍니다.

당신이 먼 곳에 가 있을 때

그 새의 노랫소리를 듣기 바라니까요.

신비로운 향을 풍기는 그 새의 노래를요.

가슴이 온통 사랑으로 벅차 오를 때

들판에 나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요!

거위가 큰 소리로 우네요.

미끼를 덥석 문 거위가

올가미에 걸렸거든요.

, 그런데 사랑 때문에 정신이 팔려서

나는 거위를 놓치고 말았어요.

올가미는 그만 접어야겠네요.

하지만 어머니에겐 뭐라고 해야 할까요?

날마다 새를 잡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가서 말이죠.

올가미를 잘못 놓았다고 말해야겠어요.

당신 사람의 올가미가 나를 덮쳐버렸으니까요.

 

§ 쓰인 지 3천 년도 더 지났지만 이 시들에는 오늘날의 연애시에서 볼 수 있는 동일한 주제, 근심거리와 벅찬 기쁨 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 시들은 고대 이집트의 연인들이 중요하게 여긴 것(그리고 아직까지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35]

§ 이 시들에는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담겨있다.

1.       사랑의 연금술, 즉 변화를 일으키는 사랑의 힘.

-         서글픈 일이지만, 인간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

-         진회에 관한 얄궂은 농담 중 하나는, 인간이 두뇌를 꾸준히 진화시켜 온 결과 두뇌는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완벽한 경지까지 상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중요성은 이데아가 정말 존재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이데아처럼 완전무결 한 것을 소망한다는 점에 있다.

-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완벽함을 별로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바라는 게 많다.

-         사랑의 연금술의 또 다른 특징은 향상이라는 개념이다. 자신의 소질이나 재능 또는 활력이나 침착함이 좀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아마도 인생 경험의 많은 부분이 생각, 혼잣말, 그리고 꿈의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         사랑은 통해 우리는 사랑스러움을 배운다.

2.       사랑하는 연인을 자연에서 빌려온 이미지로 이상화하기[37]

-         연인들은 상대방의 신체를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 묘사할 때면 해와 달, 여러 가지 식물과 아담한 언덕 등을 빗대어 열광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청금석 처럼 반짝이고, 그녀의 팔은 거룩한 신상처럼 황금빛이라네.” 사랑은 이처럼 절대적으로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는 자연이 만들어낸 것이거나 신의 손길로 생겨난 것뿐이다.

3. 노예를 자청하는 사랑.[38]

         -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기꺼이 포로가 된다. 사랑은 인간을 노예로 만들 뿐 아니라 포고문과 지령까지 내린다. 사랑은 말을 하고 지령까지 내린다.

         - 우리는 사랑의 신전과 사랑의 성지를 만들어 세우고, 간절한 소원을 빌기 위해 그곳에 들어가사 사랑이란 것이 개개인의 구세주와 성직자를 돕는 시종과 의례를 두루 갖춘 종교이기라도 하듯 사랑을 실천하다.

       4. 사랑으로 인한 무기력함 (39)

         -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힘을 북돋아주기도, 무기력에 빠뜨리기도 하는 감정이다.

         - 사랑하는 연인이 마치 정신을 집중해 외우는 주문이기라도 하듯,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온통 연인에 대한 생각에 집중한다.

-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때때로 혼란스러워하고, 명확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잃기도 하며, 위통을 겪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몇 시간씩 공상에 잠기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질병의 증상이다.

       5. 부모에게 감추는 사랑.[40]

        -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대치될 것이다.

       6. 감각을 강화시키는 사랑.

        - 사랑은 공감과 현상을 일으킨다. 감각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 세상을 새롭고 신선하게 경험하게 된다. 사랑이 이렇게 우리 안에 내재된 어린아이다운 감성을 드러나게해 주는지 진부한 생각에 몰두할 때가 있지만, 사랑은 정반대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 사랑을 하게 되면 속을 태울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 말하자면, 음식, 따뜻한 온기, 보살핌, 애정 등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부모님께 완전히 의존하던 시절로 되돌아가게 된다.

  나의 누이, 나의 신부

§ 옛 이집트의 풍속 중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근친상간이다.[41]

§ 시대를 막론하고 근친상간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고 천벌을 받을 반인륜적인 금기이다.

§ 진화는 혈통이 썩임으로써 이뤄지고, 그 결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후손이 태어나게 된다. 다양성은 그저 삶에 흥취를 더하는 양념이 아니라 진화과정에 없어서는 안될 결정적 요소인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과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숱한 공포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유전자의 다양성이 꼭 필요하다.[42] 

§ 분명한 사실 하나는 머나먼 옛날에는 인구수가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인간이 계속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근친상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 부족의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종 유전자끼리 결합할 확률도 놓아졌다. 레이 탄나힐이 <성의 역사>에서 상기시켜주듯이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은 서로 모르던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43]

§ 근친혼은 가족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실용적인 방편이었다. 근친혼은 허물없는 친밀감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 근거한 풍습이었던 셈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남매 간의 결혼은 있었어도 부모 자식 간의 결혼 이야기는 없다.

§ 가족이란 각자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지고, 상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일종의 작은 도시 국가와 흡사하다.

 

그리스 : 아름답고 조화로운 사랑

시민이 자유로웠던 세계

§ 옛 이집트의 서기 전 5세기의 아테네도 1960년대의 세계처럼 격동, 사회변화, 앞날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는 분위기이지 않았을까? 잦은 전쟁과 특수한 정치 체제로 인해 시끌 벅적한 민주주의라는 급진적 개념이 생겨났고, 그런 성향에서 시민은 아무리 기발한 견해도 발표할 수 있었고, 민회에서 자기 의사를 투표로 교시할 수 있었다.[47]

§ 아테네 시민이 된다는 것은 신분과 지위, 경제적 부를 얻을 기회(시민권자만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귀한 혈통(양친이 둘 다 아테네인 이어야 시민이 될 수 있었고, 서기 전 4세기에는 아테네인이 다른 지역 출신과 결혼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임을 의미했다.[47]

§ 여자들이란 천성이 원래 비이성적이고 신경질적이며 탐욕스럽고, 술에 쉽게 추하며 섹스에 집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여자들은 자치정치처럼 중차대한 책임을 맡을 만한 이성과 강한 의지를 갖추지 못한 존재로 치부되었다.[48]

§ 이는 남자나 여자나 서로 사랑하고 애정을 쏟을 대등한 이성을 만나지 못했음을 뜻한다.[49]

§ 남자들이 젊은 남자 애인이나 고급 매춘부를 사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었다. 남자 애인과 매춘부는 섹스를 나누는 상대였을 뿐만 아니라 친구 같은 상대였다. 정숙한 여성들은 사교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50]

§ 부부가 결혼하고 나서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랑은 결혼과 아무 관계가 없었고, 결혼이란 아이를 낳기 위한 방편이었다.

§ 남 자는 이성과 문화를, 여자는 남자들을 길들여야 하는 자연의 야성적 힘을 대변했다.

여자들의 세계

§ 아테네 점잖은 부인들이 연례적으로 테르모포리아 제전을 열었는가 하면 고급 매춘부, 창녀 그리고 그들의 애인들은 테스모포리아에 대항하여 축제로서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도니스를 기리는 질탕한 축제를 공개적으로 즐겼다.[51]

§ 지적이고, 세련되고, 여흥을 즐기며, 그러한 취향에 자부심을 느끼는 아테네의 활달한 여성들은 고급매춘부가 되는 길은 택했다.[52]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 로맨스와 후견이 어우러진 관계는 사회에서 축복으로 인정되었으며, 철학과 예술에서도 칭송되었다. [52]

§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운 청년이 훌륭한 소년이다. 교육은 남자들의 사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는 아테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친 스파르타적 이념의 일부이다. 나이든 남자의 사랑을 받고 고무된 젊은이는 그 성숙한 어른을 본받으려 할 테고, 이는 체험 교유의 핵심이다.[53]

§ 어쨌든 이론적으로는 남색이 소년 교육에서 고급 과정의 하나였으나 교육이 늘 그처럼 순진하게만 진해되지는 않았다.

§ 존 티츠,<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송가>“아름다운 것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그대들이 이 세상에서 아는 것 전부이고, 알아야 할 것은 이뿐이다.”

§ 아테네에서는 잘 생긴 사람이 도덕적으로도 선하다고 여겨졌다. 그리스에서는 외모가 준수한 남자가 도덕적으로도 고결했다. 즉 내면의 선함은 아름다움으로 표출되게 마련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남자간의 사랑은 종교적 열정의 면모를 띨 수 있었고 보편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 이런 사랑이 영혼을 적시는 헌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으며, 이런 두 사람의 종교를 우리는 로맨틱한 사랑이라고 일컫는다.

가족, 사랑의 신

§ <의식의 기원>에서 줄리언 제인스는 오늘날 우리가 의식또는 생각이라고 하는 것을 먼 옛날 사람들은 신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소리로 들었고, 그것을 신이 그들에게 내리는 지시로 받아들였다는 견해를 제시한다.[58]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관한 그리스 신화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단적으로 모여준다.

§ 오르페우스의 음악은 생명체는 물론 사물의 세포와 원자에까지 속속들이 파고 들어가 그들 내부 조직을 변화 시킬수 있었다. 에우리디케는 림프였다. 님프는 어린 처녀의 모습으로 숲과 동굴에 사는 존재로, 꾸밈없는 자연계의 자유로운 영혼이자 대지의 딸이었다.[60]

§ 오르패우스와 에우리티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릴 기회가 거의 없었다. 에우리디테는 호색한인 아리스타이오스오 마주쳤고 그는 그녀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공격에 혼비백산한 나머지 햇살을 받으며 길 한구석에서 자고 있던 뱀을 보지 못했다. 밤은 그녀의 발목을 칭칭 휘감고 발 뒤꿈치를 깨물어 결국 그녀를 죽이고 말았다.

§ 애끓는 슬픔에 잠긴 그는 죽음의 지하세계로 내려가 신부를 되찾아 데려오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 동굴 속을 깊이깊이 들어가면서 오르페우스는 감미로우면서도 구슬픈 음악, 그이 가슴속 대장가넷 배려낸 음악을 연주했다. 그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죽은 이들을 기쁘게 했고 징벌ㅇ르 당하며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그이 세레나데를 들으 수있도록 하루동안 자유가 주어졌다.

§ 오르페우스의 음악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이 생각을 뛰어넘고 냉혹한 가슴을 스르르 누그러뜨리게 했다. 그래서 황은 인간에게 한 번도 허용되지 않았던 특혜를 오르페우스에게 베풀어 신부 에우리디케를 빛의 세계로 다시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했다.[64]

§ 저승의 왕 하데스는 이렇게 경고했다. “한가지 명심해야한다. 너느 절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 네 신부는 너를 따라 지상으로 올라가도 좋다. 하지만 만일 너희 들이 빛의 세계에 완전히 발ㅇ르 들여놓기 전에 네가 한 번이라도 신부를 뒤돌아보면 너는 영영 신부를 잃고 말것이다.”

§ 마침내 그는 동굴 입구 꼭대기에 다다랐고 햇빛이 쏟아지는 동굴 밖으로 껑충뛰어 올랐다.  기쁨에 차서 에우리티케를 향해 몸을 돌린 순간, 오르페우스는 자신이 너무 일찍 뒤를 돌아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쳤다. 그녀는 순식간에 뒤로 넘어져 어둠 속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안녕히하고 외치며 동굴 협곡으로 사라졌다.

§ 이 시나리오는 뒤를 돌아본 것이 오르페우스의 운명이었고, 오르페우스가 최대한 멀리, 최종 단계까지 밀고 나가서 그 자신이 마침내 승리했다고 여기도록 한 것은 신들의 가학적이 쾌락이었다.

§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아마 자신의 본분을 알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말하자면 감히 신을 능가하려 하다가는 이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경고인 셈이다.

§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지 간에 이 이야기는 그리스인들의 가슴과 머리를 사로잡았으며, 이후 세세 대대 후손들에게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 팔다리를 잘리는 것과 죽음까지도 마다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견디는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었다.[65]

§ 이 신화는 사랑이란 생명을 소생시키려는 힘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한 검정이라는 것과 아울러, 믿음이 확고하다면 사랑의 힘으로 저승 깊숙이 들어갔던 사람도 다시 끌어내올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66]

 

로마 : 더욱 대범해지는 사랑의 힘

딸들의 악몽

§ 경계선은 양쪽에서 똑 같지만, 자기한테서 가장 가까운 곳은 탄생르 이를 때처럼 시작이라고 하고, 가장 먼 곳은 죽음을 이를 때처럼 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가 무엇이든 시작과 끝을 구분하는 이유는 시간과 인생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67]

§ 신생아, 특히 여자 아기를 유기하는다시 말해 거친 들판에 내다버리는 것이 아버지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아기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는 뜻을 우리가 쓰는 소유욕이 강하다possessive)’라는 말에는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달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그 말은 로마인들이 자기 재산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잘 반영하고 있다. [71]

§ 남자는 소유한 모든 것을 그의 위상을 높여주어 더 넉넉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남자는 노예, 토지, 가축, 값진 물건, 아내를 취득함에 때라 세상에서 더욱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 남자들은 자신이 취득한 것들을 통해 자신의 육신이 확장될 수 잇고 따라서 세상의 더 많은 부분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여겼던 듯하다.

§ 아니면 아이의 죽음을 끔찍한 변고가 아니라 숙명적인 재탄생의 과정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농작물과 가축을 기르는 이들은 자연의 순환 과정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자연의 섭리를 쉽게 받아들이는 법이다.[71]

§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서사시 <아이네이스>-17세기 영국 극작가 헨리 퍼셀의 <디오와 아이네아스>는 가슴 저린 감동을 주는 훌륭한 오페라이다. 이 작품은 발라드와 마드리갈 형식의 소박한 선율로 비극적인 사랑을 깊숙이 파헤친다.- 에서 숨막힐 듯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디와 아이네아스

§ 트로이가 멸망한 수, 트로이의 영웅 아이네아스는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항해를 떠난다. 아프리카 해안을 표류하다 카르타고에 닿게 된다. 카르타고의 디도 여왕에 의해 한창 건설중인 도시였다.[73]

§ 여왕은 아이네아스에게 여지없이 반하고 만다.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던 미망인인 디도는 지극히 열정적인 여성으로 이런 맹세를 한 바 있었다. <내 첫 남편인 그이가 죽었을 때, 그이는 내가 사랑할 권리도 가져가버렸으니, 그이가 그것을 무덤 속에서 영원토록 간직하기를.>[74]

§ 왕년이 불꽃. 세포 하나하나에 깃든 보이지 않는 원초적 이며, 그 불은 더욱 찬란하게 타오른다는 것을. 사랑은 육체라는 진지에 무수한 횃불을 지핀다.

§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람에 단 둘이서 동굴에 피신하게 된 그들은 그곳에서 사랑을 나누며 서로 맹세도 한다. 변덕스러운 신들이 아이네아스 운명을 일깨운다. 이탈리아로 가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여 잃어버린 조국을 재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아이네아스가 떠날 계획이라는 소문이 디도에게 알려지자, 디도는 비통한 나머지 정신이 혼미해진다. 강력하고, 유능하며, 전권을 지닌 여왕이 돌연 곤궁하여 초라해진 느낌이 든 것이다. 여왕은 정신의 나침반을 잃어버리다. 사랑이 없으면, 삶은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사막의 밤과 마찬가지다. 그 어떤 소송 당사자가 사랑에 빠진 여인 만큼 간절하며, 그 어떤 변호사가 사랑에 빠진 여인만큼 열변을 토할까?

§ 그 어떤 호소에도 아이네아스가 마음을 바꾸지 않고 자신을 정말 떠나리라는 것이 분명해지자, 디도는 노여움에 겨워 그에게 불운, 푹풍우, 재앙이 내리기를 빈다.

§ 디도는 장작더미 위에 올라가서 아이네아스의 검 위로 쓰러져 죽는다. 아이네아스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저승으로 가던 길에 숲 속을 헤매는 디도의 유령을 만난다. 연민의 정으로 가득한 아이네아스는 디도에게 용서를 구하며, 그녀를 버리고 떠난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신들의 명령이라는 거역 못할 지시 때문이었다고 밝힌다. 유령은 그의 호소에 꿈적도 하지 않고 그를 용서하지 않은 채 여전히 그를 증오하며황급히 떠나 버린다.

 

가족, 동반자가 만드는 사랑

§  로마인들의 삶은 이런 꿋꿋한 열정이나 맹목적인 사랑 이야기와 상반되는 매우 엄격한 규율이 재배하고 있었다.  엄정함과 금욕 그리고 유혹을 배격하는 것은 이상적인 아버지상의 주된 요건이었다.[78]

§ 그렇다면 악습의 유혹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고된 일을 통해서였다. 덕성은 육신이 지쳐 쇠약할 때 더 키우기 쉬운 법이다.

§ 결혼뿐만 아니라 입양도 가문 간의 신의와 재산을 든든하게 보장하는 수단으로 이뤄졌다. 자식은 언제든지 돈이나 권력과 맞바꿀 수 있는 동산이었으며, 부모는 종종 자녀를 보모나 하인에게 맡기는 것으로 사랑을 베풀었다. 더욱이 교육은 정신을 가꿔주어서가 아니라 위신을 세워준다는 이유로 높이 평가되었다.

§ 젊은 남자는 내키는 대로 동성연인과 즐기거나 매춘부를 찾아 다니고, 또는 정부와 동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한 남자는 방종했던 시절을 잊고 한 집안의 품행 단정한 가장이 되어야 했다. 로마의 법체계에서 묘한 점은 아들이 나이 또는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전권을 지닌 아버지를 통제를 받으며 살도록 규정되었다는 것이다.[79]

§ 사랑으로 이뤄지는 결혼생활이 될 수 없었다. 결혼의 목적은 아이를 낳고 유리한 인맥을 형성하고 혈통을 잇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혼 생활에 새로운 규범이 생겨났다. 남편과 아내가 친구가 되어 사이 좋게 지내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싹텄던 것이다.[81]

§ 시인 오비디우스는 로마에서 추방되었을 때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우리를 동반자로 만드는 사랑에 관해 쓴 적이 있다 그는 종종 가정 밖에서 연애상대를 찾았고 애인을 사귀기도 했지만 그는 결굴 사랑을 확인한 것은 가정이었다.[82]

사나이다워 한다는 강박관념

§ 로마인들은 페니스를 아름다움이나 헌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로마 남자들은 사나이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다. 사랑에 있어서도 노예처럼 처신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 사랑은 우리를 예속시킨다. 제아무리 자발적으로 족쇄를 찬다고 해도 예속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랑은 로마시민을 꾀어내서 민중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게 했기 때문에 그것은 사회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었다.

§ 사랑은 반역행위이다. 이성에 대한 반역, 신체 역학이 내란, 개인적인 반란이다. 영화 <아라비아으 로렌스>의 원작인 T.E. 로렌스의 <지혜의 일곱 기둥>에서 아랍인 추장은 이렇게 선언한다. “내 부족들에게 나는 강이오.” 시대를 불문하고 시인들은 감정을 실어 나르는 강이 되어서 농장의 일꾼과 도시 거주자들을 이어주고, 연인들에게 자양분을 준다.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교

§ 오비디우스기 하필 아우쿠스티누스 황제의 재위기간 중에 <사랑의 기교>를 발간한 것은 액운이었다. 그전 까지 간통은 심각한 일이긴 했지만, 사사로운 가정 내 문제였다. 그런데 아우구스투스는 간통 문제를 법정으로 다루게 함으로써 사적인 부정행위로 인식되던 사안을 공공질서 문란 행위로 비하시켰다.[87]

§ 아우구스투스의 의도는 가정을 안정하게 지키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혼율이 급등했던 것이다.[88]

§ 오비디우스의 글은 순수한 흠모에서부터 사악한 공모까지 담고 있어서 가히 사랑의 편람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 보내기

§ 상류계층의 여성들의 외모 치장하기에 집착했다.[90]

§ 정부는 질서가 잡혀야 유지된다. 그런데 사랑은 무질서하다. 사랑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 마음을 흐트러뜨려 치밀한 계획, 한정된 진로, 분명한 목표에서 우리를 이탈시킨다.

§ 아우구스투스가 도덕 규범을 아무리 법으로 강화하려고 애썼다 해도 그는 인간의 불온한 열정과 씨름한 것이었고 그 열정이 인간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므로 결국 자연과 전쟁을 치르는 있었던 셈이다.[91]

§ 로마인들은 누구나 사랑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이해하고 있었으며 사랑은 성난 강줄기처럼 갖은 고초와 징벌, 또는 죽음마저 불사하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중세 : 궁정풍 연애의 탄생

기사도 탄생

§ 그 당시 사람들은 초월적인 것을 갈망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소망하는 하늘나라에서 피곤이 찌든 일상을 떨쳐버렸다. 그 시대에는 위대한 영성이 깃들어 있었다. 이렇게 고상하고 현세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른바 기사도 라고 하는 격식화 된 예의규범이 생겨났다. [93]

§ 전쟁과 교회에 공동의 적을 내세워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생겨난 규범이었다.[94]

§ 기사도 규범은 기사들이 일반시민을 대할 때 예의 바르고 친절해야 한다고 규정했다.[95]

§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재산 관리는 종종 여자들의 몫이 되었다. 여성들은 재산관리 일을 침착하게 처리함으로써 자신들의 이미지와 자부심을 드높였다. [96]

§ 새로운 결정권자로서 여성들을 당연히 행동의 자유를 더 많이 누리게 되었는데, 좀 더 중요한 사실은 여성들이 생각의 자유를 더욱 많이 누리게 된 점이었다. 그와 더불어 여성들이 사랑에 대해 공상을 펼치고 음유시인을 고용하고 연애행각을 벌이는 일도 생겨났다.[97]

§ 그리스도교는 전통적으로 에로틱한 사랑은 위험한 것이고 지옥으로 통하는 함정이라고 훈계했는데 심지어 남편과 아내 사이의 애로틱한 사랑도 용인되지 않았다.[97]

§ 그 대신 부부는 함께 살면서 사업파트너처럼 서로에게 애정을 품고 정답게 지내며 어쩌다 아이도 갖게 되는 관계로 지내는 것이 옳다고 여겨졌다.

사랑에 관한 책들

§ 플라톤의 저작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육신을 불신하고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점이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딱 들어 맞았던 것이다. 플라톤과 키케로는 둘 다 남자들 간의 에로틱하지 않은 고상한 사랑을 높이 평가했고 그 점이 독신 성직자들의 마음에 들었다.

§ 베르길리우스의 <아니네이스>를 통해 학생들은 사랑이란 이성을 잃은 열정이며, 사람에는 더 없는 기쁨과 위험천만함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배웠다. 오비디우스의 글에서 저자가 여성들에게 느꼈던 애틋한 사랑에 대한 내용도 보았다.

§ 학생들은 그리스도인 저자들이 쓴 사랑을 베푸는 자비로운 하느님에 관해 배웠다. 성경의 가르침에 의하면 하느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며, 아낌없이 애정을 쏟는 어버이가 배푸는 은사이다.[99]

§ 그러나 신약성경에서는 섹스가 에로틱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금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억눌린 욕정은 간음이나 음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남자는 여자를 두고 모든 여자는 남편을 두십시오라고도 했다.

§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금욕서약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 내 영혼은 추잡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근질근질한 육욕을 긁어 없애려 몸부림치느라 겪던 심각한 번뇌에서 벗어났다.”이는 기개 있는 자기희생이었다.[101]

음유시인,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

§ 아키텐 공작 기욤(1071-1127)은 실패로 끝난 십자군 원정을 지휘하다 돌아온 후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노래를 짓기 시작했다. 그는 무어인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되는데, 무어인 작가들은 사랑이란 인간을 고귀하게 만드는 힘이며 여성들은 비범한 여신이라고 노래했다.[101]

§ 안달루시아의 시인 리븐 하즘이었는데 그는 대표작<비둘기의 목걸이>에서  영혼의 결합은 육체이 결합보다 천 배나 더 아름답다.”고 썼다. 그 관점은 이슬람적일 뿐 아니라 플라톤적이기도 했는데, 사랑하는 이와 하나될 필요가 있다고 말할 때 그런 특성이 더욱 두드러졌다.[102]

§ 사랑하는 사람과 일치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요구이며 모래알처럼 평범한 일이고 라듐처럼 강력히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 왜냐하면, 우리 두 영혼-태초에 존재했던 동일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가 훗날 물리적 우주가 형성될 대 분리된 의 재결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이븐 하즘은 또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하는 이의 영혼은 끊임없이 다른 한쪽의 영혼을 찾고 얻으려 애쓰며, 다시 해후하길 열망하고, 철이 자석에 이끌리듯 그 영혼에 이끌린다.”

§ 아름다움은 미끼다. 영혼은 아름다우며 육체적 아름다움에 끌린다. 그러나 만약 섹스만이 유일한 매력 요인이라면 영혼이 그 아름다운 대상을 오래도록 꼭 붙들어서 사랑을 이루기란 불가능하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향이 같은 영혼을 찾아내려는 끈기가 필요하다.

§ 상대방의 감각에 푹 빠지는 것이 근사하긴 하지만 욕정이란 저속한 감정이라고 주장하면서 사랑을 하는 남자를 사랑 받는 여자의 노예, 즉 애인을 샤이디(나리)또는 마울리야(주인님)라고 불러야 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변화되어 더욱 강인해지고 용감해지며 점잖아지고 너그러워진다. 동양의 심미적인 세계는 프랑스 사회에서 향수에 못지않게 환영 받았다. [103]

§ 음유시인은 대부분 평민계급이었고 오늘날에 대중가수에 해당하는 중세 시대의 가수였다[104]

마음의 반란

§ 중세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일방적인 사랑에서 쌍방의 사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랑을 둘이 함께 할 수 있으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열정적인 관심과 갈망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너무 급진적이고 위험해 보였다.[105]

§ 그 전까지는 남녀간의 사랑이란 죄를 짓는 것이며 비속한 것으로 생각했다. 사랑은 가끔은 광기를 일으켰고 늘 위신을 깎아 내렸다. 때문에 남녀간의 사랑은 존엄한 것이며 추구해야 할 이상으로 묘사한 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 성적인 욕망이 사랑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 일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만했지만, 총체적인 사랑의 감정은 그보다 정신적이며 강력한 일체감이라는 생각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가르침에 맞지 않았다. 요컨대 그리스 비극에서 사랑은 고통의 원인, 즉 처참함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무서운 것이었다.

§ 궁정풍 연애가 사회에 번져가자 교회의 통제적은 약화되었고 권력도 귀족들의 수중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랑에 대한 이런 새로운 개념이 자리 잡자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방식에도 급격히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개인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개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106]

§ 사랑의 토너먼트를 활짝 꽃피운 것은 아키텐 엘레오노르 왕비(기욤9세이 손녀)와 그녀의 딸 마리의 궁정에서였다. 음유시인들은 귀부인들에게 찬사와 흠모의 꽃다발을 바쳤다, 그들은 음악과 시와 순수한 갈망을 솜씨 좋게 버무려 하나의 예술 양식을 빚어냈다.

§ 궁정풍 연애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것은 이를 모호하게 해석되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구애는 궁정에서 전개되었는데 그것은 일종의 게임이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인기 있던 게임 중 하나는 사랑의 법정으로 소송 사건처럼 논쟁을 벌이는 게임이었다.

§ 그들만의 매혹적인 동아리의 범위를 넘어서 궁정풍 연애는 육신으로 배제하는 다소 특이한 행로로 나아갔다. 기사는 아름답고 가까이 가기 어려운 결혼한 귀부인을 점 찍어서 자기 마음대로 한껏 이상화했다.

§ 서구에서 쿠션이 처음 등장한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귀부인 앞에 무릎을 꿇는 시골 기사에게는 푹신한 바닥이 필요했고 그런 기사가 나타나리라고 기대하는 귀부인은 항상 쿠션을 손 닿는 곳에 준비해두었다.

§ 담력 있는 기사는 독립심, 성적 욕망, 자존심 등 사나이로서의 괄괄한 속성을 근절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기사는 감정을 억제 하기 위해 분투하면서 연인을 소요하지 않고 사랑해야 했다. [109]

§ 음유시인들을 매료시켰던 것은 사랑의 첫 단계,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정이 미료하게 흔들리고, 두 사람이 서로 꼼짝없이 반해서 상대에게 깊이 빠져들지만 불확실함 때문에 초조해하는, 연애가 시작될 때의 떨리는 순간이었다.[111]

§ 음유시인들이 선호했던 것은 이런 것들이다. 밤에 연인과 나란히 누워 깨어 있기,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길, 은밀한 암호, 여인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물건들, 정표,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공상, 연인의 베개에 다고 탄식하기, 발각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고통, 활홀감을 듬뿍 맛 보고 난 다음의 절망적인 시간

§ 연인들은 진정한 사랑이 미친 짓이 아니라 훌륭한 일이자 도덕적으로도 선한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무쇠처럼 단단한 의지로 무장하고 군림하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궁정풍 연애는 불경에 가까운 모험행위, 즉 교회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혁명에 가까운 길로 나아갔다.[112]

궁정풍 연애의 기원

§ 어떤 이들은 궁정풍 연애가 단순히 그 시대의 경제 형편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기사가 귀부인을 섬긴 방식은 가신이 주군을 섬기는 거나 인간이 하느님을 섬기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하다.[113]

§  십자군 원정 기간에 기사들은 사회를 더 유연한 시각으로 보게 되었고 여성을 매우 존중하는 문화를 접했다. 기사들은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됨으로써 그들이 고국을 떠나 있는 동안 이미 프랑스 국내에서 진행 중이던 사회적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113]

§ 궁정풍 연애의 근원은 아랍 국가에서 일부가 수입되었다. 프랑스 남부의 음유시인들이 아랍 시문학의 양식과 정서에 큰 호감을 가졌던 것이 계기였다.[115]

§ 기사가 추구하는 것은 덕으로 덕을 정복하는 것이다. 귀부인은 기사의 영혼을 깨어 있도록 할 수 있으며 그 대가로 자신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보상을 받는다.

§ 중세 후기에 접어들면 기사와 귀부인의 관계가 좀 더 관념적으로 바뀌었다.

§ 열정적인 헌신 가능했던 이유는 연인이란 존재가 관념적인 욕망이 대상이었고. 연인들의 사랑은 금지된 타부이자 색다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연인들 사이의 친밀함은 한참 훗날에 생긴 개념이며, 중세분위기에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남몰래 교재 해야 했던 연인들이 압박감으로 인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다. [117]

§ 서로 상대방의 눈에 빠져들고 몸짓으로 이야기하고, 쪽지로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그들은 암호에 예식을 완벽히 갖춘 비밀조직, 거룩한 십자군, 두 연인이 신봉하는 종교를 만들어냈다.

§ 사랑을 소재로 삼는 유행은 11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118]

§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저 바라볼 수만 있다면 죽거나 눈이 멀어도 좋다고 하면서 고통과 번민을 무릅쓰겠다고 하는 단단한 각오는 죽음의 유혹에 바로 굴복할 만큼 죽음에 바짝 다가서 있었다.[119]

§ 궁정풍 연애는 여성과 많은 기사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했고, 개개인에게는 운명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했으며, 남녀끼리 주고받는 애정을 촉진했고, 연인들끼리 다정하게 지내며 서로 존중하도록 유도했다. 연인들은 서로 상냥한 벗으로서 상대에 대한 친밀감과 존경심으로 뿌듯해했고, 자신들의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려고 애썼다. 덕분에 사랑에 걸맞은 존재가 되었다. 사랑이 그처럼 강한 호소력을 지녔었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119]

아벨라즈와 엘로이즈

§ 중세 때 또 하나의 쓰라린 사랑은 성직자들 사이에서 싹텄다. 성직자들은 교회와 자기감정 사이의 갈등으로 괴로워했다. 아벨라자와 엘로이즈의 소용돌이 같은 사랑은 대표적인 예이다.[120]

§ 인간의 지성 중에는 오묘한 점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모든 일이 운명 지워졌다즉 인간은 운명의 포로라는 믿음은 아주 이상하면서도 널리 통용된다.

§ 아벨라즈와 엘로이즈는 자유롭게 자신들의 운명을 선택했고, 스스로 운명을 선택함으로써 그들의 비극은 두배가 되었다. 그들은 지극한 선의와 지극한 사랑으로 인해 파멸을 자초했다.

§ 피에르 아벨라즈는 노트르담수도원 학교의 교장(오래 전부터 운명적을 자신에게 예정된)으로 임명되었고 학생들이 그의 수업에 몰려들면서 그 학교는 유럽에서 대단히 인기를 끌었다. 마흔 살에 아벨라즈는 이웃 사람의 열 일곱 살 난 조카딸인 엘로이즈을 처음 만났다.[121]

§ 두 연인이 주고받는 편지들은 너무도 열정적이고 다정다감하면서도 크나큰 고뇌가 담겨 있고 솔직해서 수세 독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엘로이즈에게 사랑은 더 없는 위안으로서 평화와 행복과 자유를 얻게 해주는 것이다. 아벨라즈에게는 사랑이 진리와 구언을 향한 길을 위태롭게 하는 요서이다. 사랑은 엘로이즈의 철학이면서 아벨라즈의 철학에 걸림돌이 된다. [126]

§ 아벨라즈와 엘로이즈 둘 사랑이란 자기희생을 통해 가장 잘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어설픈 경제학에서는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126]

§ 아벨라즈와 엘로이즈는 둘 다 진정으로 사랑을 믿었다. 특히 내색하지 않고, 결혼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탐색과 시험으로 가득 찬 음밀한 교제인 궁정풍 연애을 믿었다. 그래서 엘로이즈는 아벨라즈의 아내보다는 정부로 여겨지길 더 좋아했다. 중세에는 정부가 더 고상한 호칭이었다.[127]

 

르네상스와 근대 : 다시 낭만에 대하여

천사와 마녀

§ 중세가 저물어가자 마을 인구가 연못이 넘쳐흐르듯 늘어났고 대도시들이 생겨나면서 모든 사람의 행적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려워졌다.[131]

§ 예술작품은 균형미와 고전적 형태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고, 2차적 평면을 착시에 의해 3차원적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교묘한 재간인 이른바 원근법을 이용했다.[132]

§ 남자들은 여자들을 경멸하는가 하면 흠모했으며, 여자들이 성스러우면서 비속하다고, 말하자면 천사이자 매춘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성은 르네상스 시대에 특히 더 두드러졌다.[134]

§ 천사 같은 여성의 이미지는 훌륭한 예술품들에 표현되었는데, 그런 예술품에 본질적으로 담겨 있는 것은 왕성한 생산력을 숭상하는 그 시대의 정신이었다.[135]

§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지참금 액수가 정해졌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결혼 적령기 여성이 넘쳐났다.[135]

§ 이런 생황에서 여자아이는 그저 상품에 불과했고, 결혼은 오히려 거래 계약에 가까웠다. 임신은 여자의 생활이자 생업이었다. 이혼은 불가능했다. [136]

§ 결혼 생활이 정서적으로 사막이 되는 경우가 흔했고 남편과 아내는 각자 다른 곳에서 정서적 자양분을 얻으며 그 사막을 엇갈려 지나갔다.[136]

로미오와 줄리엣

§ 중매결혼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재래의 습관이었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자 놀랍게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에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는 결혼 상대를 선택할 권리를 둘러싼 충돌과 연애 결혼을 선호하는 커플들이 늘어 놓는 불평이 가득하다.[137]

§ 사랑은 한숨과 기운으로 만들어진 연기라고 말하고 이어서 사랑은 부드럽지 않고 너무나 거칠과, 시끄럽고, 난폭한 데다 가시처럼 콕콕 찌르기까지 한다.”고 단언한다.[138]

§ 사랑해서는 안될 낯선 이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 역시 역시가 오래된 테마이다. 상대가 적진의 캠프에 속해 있거나 혹은 찢어지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더라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에 빠져드는 것이다. 여기서 사랑의 속성으로서 이탈이라는 개념이 생겨난다. 즉 사랑은 가족, 과거, 친구 심지어 이웃으로부터 덜어져 나가도록 작용하는 힘을 지녔다는 개념이다.[139]

§ 셰익스피어 극 속이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 궁정풍 연애를 하지만 한 가지 주요한 차이가 있다. 그들이 애타게 바라는 것은 상대를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결혼하는 것이라는 점이다.[141]

§ 두 주인공의 사랑이 얼마나 눈부신지, 그리고 삶이란 어둠 속에서 한 순간 현란하게 타오르다 금세 사그라지는 불꽃처럼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계속 상기 시켜준다.[143]

§ <로미오와 줄리엣>은 르네상스 시대 부르주아 계층 사이에 퍼져가던 전향적 사고방식, 즉 로멘스와 결혼생활이 양립될 수 있다는 생각을 선보인 사례에 불과하다. 남자들이 나가 싸울 전쟁은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남자들의 일터는 집에서 멀지 않아 남편과 아내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므로, 부부들이 기분 좋게 화합하는 혼인생활을 바랐을 것은 당연하다. [143]

§ 이 시대의 귀부인들은 멀리서 흠모만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재치 있고 예절 바르고 독서도 많이 하고 정치와 시사문제에 식견이 있는, 한마디로 유쾌한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145]

§ 사랑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에 몰입하는 것을 의미했으므로 고상한 일로 옹호되었다. 남녀가 자주 만나 서로 가까워지고, 로맨스에 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육신에 욕망을 느끼는 것이 장려되었지만 성관계로 급진전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았다.[145]

사랑 받기 위해서, 카사노바 세상

§ 18세기 들어 낭만적 감정 표현에 대한 반동으로 세련됨과 예의 바름이 중시되는 신고전주의 사조가 퍼지면서 종교에 대한 확신은 약화된 반면 이성의 과학, 진리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었다. 자연과 인간 본성이 냉정한 신에 의해 시계태엽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우주 질서의 일부라면 인간, 즉 작은 신에게는 그 위치에 합당한 자제력을 발휘할 의무가 있었다. 진실한 감정을 감추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고 가면 무도회가 일대 유행했다.[146]

§ 자제심이람 말이 상투적일 만큼 자주 입에 오르내리면서도 이따금 잔혹한 행위가 예사롭게 벌어졌다.[146]

§ 당시 사교계는 돈 후안 테노리오 라는 인물의 전설에 매료되어 있었다. 돈 후안 테노리오는 14세기의 스페인 귀족으로 냉혹하고 잔학함을 즐기며 여성들의 평판을 교묘하게 유린한 인물로 부각되었다.

§ 이런 부위기 속에서 여자를 속이고 도박과 모험을 즐기는 무뢰한의 삶을 산 카사노바가 당당하고 멋진 남자로 부상했다. 카사노바는 자신이 이처럼 인정받는 것을 알았다면 매우 흡족해했을 것이다. 그는 사랑 받고 인정받고 존중 받기를 평생 희구했던 학대 받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 카사노바의 재능이란 어느 전기 작가의 말대로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잃어갈 때에도 위트와 발기능력만큼 유지했던점에 있었다.[149]

§ 사실 그에게는 마음이 곧 재산이었다 그는 존중 받기를 바라면서 속임수를 쓰고, 비위를 맞춰가며 상류사회로 진입하는 길을 닦았다.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던 그는 영리하게 요령껏 대로 시기행각을 벌였고, 숱한 여인들의 치맛자락 속으로 파고 들었다.[149]

§ 14세기의 인물 돈 후안은 자신이 정력 왕성한 남자임을 확인하고 싶어서 여인들과 잠자리를 했던  반면, 카사노바는 자신이 사랑 받을 만한 상대라는 점을 입증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150]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이룬 프랭클린의 연애

§ 프랭클린은 아메리카와 유럽을 넘나들면서도 가정적인 남자였고, 자신의 서자와 그 서자의 서자에 대해서 특히나 헌신적인 부성애를 보였다. 그는 세상을 보는 안목과 아울러 단단한 체격을 갖춘 인물이었고,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잘 이룬 전인적 인간이었다.[153]

§ 그는 나이와 신분에 상관없이 여성의 권리, 존엄성, 아름다움, 소중한 가치를 평생 옹호했다.[155]

§ 불장난하듯 연애를 하면서 밀고 당기는 심리의 기복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프랑스 여자들은 프랭클린이 연애에 통달한 고수임을 알아차렸다. 여인들은 그가 관심을 보여 주기를 희구했고, 솔직하고 진심 어린 편지에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를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했다.[156]

§ 되살아난 낭만적 감성

§ 합리주의는 퇴조하고 낭만주의가 힘을 얻었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성장한 중산층은 고귀한 혈통으로는 자신들의 가치를 과시할 수 없었다. 대신 그들은 혈통이나 출신 계통과는 무관하게 각 개인의 저마다 가치 있는 존재라고 선언했다.[157]

§ 낭만주의자들은 이제 실험도 각 개인의 반응도 너그럽게 포용하는 자유로운 사회를 원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머리 보다는 가슴을 따르도록 권장했고, 인간의 손질이 미치지 않은 자연을 에덴동산처럼 하나님의 은총이 주어진 곳으로 찬미했으며, 예술가들에게는 작품 속에 내밀한 고백을 담도록 부추겼다.

§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철저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다감하고 예민한 낭만주의자들은 사랑을 되살아 나는 황홀경, 즉 해일처럼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강한 힘으로 여겼다.[158]

베토벤, 그대를 향한 그리움

§ 자기 시대의 열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뛰어났던 작곡가는 베토벤이었다. 전통 음악의 엄격한 틀 때문에 속박을 느꼈던 그는 자신의 분노와 번민과 치열한 몸부림을 음악에 담아냈다.[158]

§ <비창>은 그가 머지않아 자신이 귀가 멀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두려움에 휩싸였을 때 쓴 곳이고, <열정>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창조적 분노로 자기 운명에 맞서 싸우겠다고 결심했을 때 쓴 곳이다.[159]

§ <월광>소나타를 자신의 줄리엣인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헌정했다. 그러나 <열정>소나타르 쓰도록 그의 가슴에 불을 붙인 것은 줄리에타의 사촌 테레제였다.[161] 베토벤 사후 그의 비밀서랍에서 발견된 편지에서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이라고 칭했던 여인이 발 그 테레제일까? 그는 이렇게 썼다. “그대를 향한 눈물 겨운 그리움, 그대, 나의 생명, 나의 모든 것! ...나를 계속 사랑해주오. 그대를 사랑하는 나의 충실한 마음을 부디 잘 헤아려주오. 영원히 그대의 영원히 나의- 영원히 서로의.”[161]

다시 궁정풍 연애로

§ 이 시기(19세기 낭만주의) 번성한 연애시는 외설적이거나 재기가 넘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수줍은 혼이 깃들어 있었으며, 정열적인 마음, 육체 관계를 배제한 정신적 사랑의 환희를 한껏 표출했다.[162]

§ 감정 표현이 의례적이었고 선한 것과 진실한 것이 덕과 아름다움의 이름으로 대결을 벌였던 중세에 심취한 시인들은 다시 한번 궁정풍 연애를 되살려냈다.[162]

§ 궁정풍 연애는 실상 일종의 꾸밈이며, 꾸며지는 것은 육체적 욕망이다. 되풀이 된 경험을 통해 후세대들은 궁정풍 연애가 육욕에서 성적인 끌림을 씻어내는 수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162]

§ 왜 우리는 관능을 교묘하게 감출까? 왜 관능을 정화하려 할까? 왜 우리는 정욕 때문에 부끄러워하고 당혹스러워할까?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정욕은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사랑은 두 사람이 벌이는 일종의 공모인데 이따금 배신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164]

§  사랑의 게임을 여전히 우리 마음을 끌어당길 것이다. 사랑의 게임이 우리의 정신력을 테스트하고 어린시절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사실 연애게임은 어른들이 나아가는 주된 행로이다.[164]

§ 바이런과 셸리는 자유연애와 더불어 순간적인 기분, 찰나, 삶에 대한 개인의 독특한 반응의 효용성을 주창하면서 19세게 문인들을 자극했다. 그러나 다수의 유력한 중산층은 이미 그 이전에 종교, 경제, 도걷은 물론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등등 삶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 이미 자신들의 독자적인 생각을 정립시킨 상태였다.[165]

§ 그러나 낭만파 연인들의 사랑은 섹스와 무관하고 순결하며 진실해야 했다.[165]

낙원 같은 가정

§ 빅토이라 여왕시대이 사람들은 가족 자체를 살아 있는 정원으로 숭배하고 가정을 자유와 안정의 터전으로 의지함으로써 평안을 찾았다. 그와 같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에서 여성은 가족들에게 도덕관념을 심어주고, 선을 수호하고, 영성을 키워줌으로써 가족을 교화시키는 책임을 도맡았다.[166]

§ 낭만주의는 여성을 자애롭고 정숙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상화 했다. 따라서 여성과 섹스를 하는 것은 근친상간과 같고 추악하며 추잡한 일이 되었다.[167]

§ 남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죄의식을 갖게 하는 팜므 파탈이라는 개념은 스윈번(1837-1909,영국의 시인)지옥에서 갓 나온 미녀라고 풍미 있게 표현했듯이, 집에 있는 순종적인 여성, 즉 거룩한 모성의 본보기인 여성과는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169]

§ 사람의 관능을 억제하는 태도를 묘사할 때 우리는 청교도적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여성들을 굴레에 가두어 놓고 연인들의 한숨을 막아버린 장본인은 청교도들이기보다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었다.[169]

§ 요즘에는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과거 수백년 동안은 사람들이 사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170]

§ 우리는 사랑을 귀하게 여긴다. 사랑은 갈증을 풀어주는가 하면, 애를 태우고, 우리를 인도하는가 하면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사랑은 나날의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든다. 우리의 열정을 살찌우고 우리의 화상을 충족시키고, 예술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는다.[170]

현대와 사랑

§ 개인의 자유가 얻어지기까지는 무척 오래고 더딘 세월이 걸렸는데,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키는데 기여한 죽 중 하나가 인구의 꾸준한 증가이다. 인구가 늘어남으로써 사람들의 신분이 일일이 노출되지 않아 익명의 존재로 남아 있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171]

§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라는 수준까지 선택권을 범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2부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 사랑에 관한 견해들

플라톤 : 완벽한 합일

§ 로맨틱한 사랑과 신비주의자들의 종교적 황홀경의 핵심 중 하나는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이다.[175]

§ 플라톤에 의하면 연인한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찾고 있는 퍼즐 조각의 불완전한 반쪽이다. 연인이란 두 약체가 하나로 뭉쳐 이뤄진 강체인 것이다. 어떤 지점에 이르면 연인은 누구나 자기 자신은 없어지고 상대와 합쳐져 하나의 통일체가 되기를 바란다.[176]

§ <향연>에서 플라톤은 사람들에게 성적인 충동뿐만 아니라 사랑을 주고 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자재하라고 충고한다. 인간은 더 차원 높은 목표에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런 강력한 본능을 다른 방면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힘겹게 분투해야 한다는 것을 플라톤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힘겨운 분투가 심각한 내면의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176]

§ 사랑이란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라는 것이다. 즉 사랑이란 단지 상상력이 빚어낸 지고한 개념이 아니며, 일시적 변덕이나 광기도 아니고, 개개인이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 아리스토파네스의 우화, 태초에 인간의 성별은 세 가지.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녀양성을 지닌 자웅동체로 구분돼 있었다. 이 원시적 존재에게는 머리가 둘, 팔이 넷, 생식기가 둘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잠재력에 위협을 느낀 제우스가 이들을 각각 반으로 갈라서 레즈비언, 호모 그리고 이성애자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데 각 사람마다 잃어버린 반쪽을 간절히 그리워하며 그 반쪽을 찾아 헤매고 추적한 끝에 마침내 서로 껴안고 하나가 되었다. [177]

§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되고 융합하여 두 몸이 아닌 한 몸이 되는 건 자기가 오래 전부터 소망하던 바라고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하나로 온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전한 것을 욕망하고 추구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178]

 

사랑하는 사람과 한 몸이 된다는 것

§ 떨어지지 않는 한 몸이 된다는 생각이 왜 그토록 강렬하게 마음을 잡아 끌까? 사랑은 인가 정서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온갖 현상을 변화 시키며 실제의 것과 있음직한 것 사이의 경계선도 새로 그린다.[179]

§ 성인들은 종종 그런 식으로 묘사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감각적으로 인식하여 오르가슴과 흡사한 상태에 이른다. 종교적 엑스터시에는 공통점이 많다. 갑작스러운 깨달음, 신의를 다짐하고 서약하기, 몸과 마음에서 타오르는 불길, 지극한 행복으로 끄는 의례, 그리고 일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신의 몸과 피를 상징적으로 먹고 마심으로써 이루는 신과의 욕적인 일치 등이 그것이다.

§ 사랑에 빠지는 상채가 반신반인이든 신이든 우리는 그 상태가 우리를 한 몸이었던 태초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고 따라서 우리 내부의 전기 회로가 총 가동되어 마침 내 글 상대와 내가 온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느낀다.[180]

§ 두 사람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생각은 도무지 이치에 닿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나서 인간 정신의 심층지대인 무의식의 세계에 깊이 뿌리를 내라고 있음이 틀림없다.[180]

§ 오로지 잘 성숙한 인격만이 유기체들이 하나의 욕망, 하나의 싸움, 하나의 운명이 되기 위해 간직하는 경계선을 우리가 넘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181]

스탕달의 연애론

§ 정신가 감정의 내력에서 특별한 아이러니는 현명한 사람들이 실제 삶에서 항상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182]

§ 하지만 나는 위대함이라는 것이 다른 상황에서라면 평균적인 보통 사람도 다다를 수 있는 경지라고 생각하다. 영웅들이 비범한 재능이 그들과 나머지 사람들을 구분 시키기는 하지만, 두 집단의 차이라고는 비범한 재능밖에 없다.[183]

§ 스탕달은 사신이 쓴 소설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꿰뚫어보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를 노리개 취급했을 뿐만 아니라 여자를 향한 사랑에 깊이 빠져들었다. 1818년 스탕탈은 정신을 못 차릴 만틈 사랑에 푹 빠졌다. 마텔데는 그의 감정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델테는 서른 다섯에 세상을 떠났다. 그 후부터 스탕달은 평생토록 그녀를 그리워하며 그녀와 관련된 글을 썼는데, 특히 그녀를 향한 그의 불우한 사랑을 다룬 내용이 엄청나게 많다.[184]

§ 스탕달은 자신의 열정을 꼼꼼히 분석하고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애써야만 자신을 꽁꽁 옭아매는 사람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악령을 몰아내려면 먼저 악령의 정체를 알아야 하는 법이므로.[184]

§ 스탕달은 책의 첫머리에 사랑에는 네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 취미로 하는 사랑, 육체적인 사랑, 과시적인 사랑, 그리고 가장 고상한 정열적인 사랑이 있는데, 낭만적이고 격렬히 타오르며 죽음마저 불사하는 정열적 사랑은 스탕달이 너무도 익숙한 감정이다.[184]

§ 스탕달은 고독과 번민을 오가는 그 위태로운 줄타기를 마음 편안하게 여겼을 것이다.[187]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일곱 단계

§ 늘 무엇이든 유형별로 분류하기를 즐기던 스탕당을 사랑에 삐진 상대를 일곱 단계로 설명한다. 첫째는 감탄이다. 소망과 감탄이 합쳐질 때 사랑이 탄생하여 사랑하는이를 만지고 보고 사랑하는 이와 이야기하는 기쁜에 눈뜨게 된다. 그 다음이 결정작용의 단계는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이 다른 누구보다도 더 훌륭하고 더 고귀하다고 상상하며 대상을 이상화하는 성향을 말한다.[187]

§ 결정작용 단계가 지나면 의혹이 살며시 고개을 들고 두려움에 찬 불안이다. 의혹의 단계를 극복하면 두번 째 결정작용에 접어들어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라의 증거라고 상상하게 된다. 아 단계에서 사랑하는 상태의 정반대는 죽음이다[188]

§ 스탕탈은 무의식적인 기억의 역할에 대해서도 세세히 열거한다. 어떤 사물이나 감각이 사랑하는 이를 예기치 않게 생생히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인과 함께 있을 때 우리의 정신은 한 곳에 너무 쏟고 들뜬 나머지 주변을 인식할 수 없고, 대신에 온통 감각들만 의식하기 때문이다.

§ 삶에는 오직 두 가지 불행이 있다. 대가 없는 열정으로 인한 불행 그리고 완전한 공허에서 오는 불행.

사랑할 때면 나는 허황된 꿈을 넘어서는 한없는 행복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고 느낀다. 말 한마디 또는 미소한 번으로 실현될 행복이. 열정이 사라지면……나는 어디에서도 행복을 찾지 못하고, 나를 위해 비축된 행복이 있기는 있는지 의심하기에 이른다.[189]

§ 그는 자꾸만 빠져들게 하며 활력을 되살려주는 사랑의 힘, 삶에 신비롭고 성스러운 빛을 더해주는 그 힘에 관한 얘기로 되돌아간다. “열 여섯은 사랑에 목말라하지만, 마실 음료에 대해서는 별로 까다롭게 굴지 않는 나이다. 집요한 공략은 남자를 굴욕스럽게 하지만 여자에게는 명예를 더해 준다. 눈길을 주는 것은 정숙한 교태의 큰 무기이다. 한번 바라보는 것으로 무엇이든 전달할 수 있다.”

§ 우리는 무의식 중에 이상을 품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그 이상에 들어맞는 사람을 만난다. 결정작용으로 인해..우리는 오래도록 꿈꿔왔던 것을 운명의 지배자들에게 헌납한다.”

§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절재 상대를 똑 같이 사랑하지 않는다. 정열적인 사랑에는 단계가 있어서 먼저 한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한다.”

§ 사랑이 이뤄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과감하게 사랑에 뛰어들게 마련이다.”

§ 여자의 힘은 연인을 벌 주어서 그를 얼마나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만 있다.”

§ 스탕달에게 사랑의 본질은 환상이. 그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낸 신이나 여신과 사랑에 빠진다. 우리는 전혀 그들을 명확하게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거침없이 빠져들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그들은 사랑하게 된다. 실제로 연인을 선택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이뤄지며, 이미 만들어져 있는 틀에 맞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일 것이다.[191]

§ 두려움 역시 사랑에 결정적이다. 신뢰, 친숙함, 충족감 이 모두가 우정과 호의가 깃든 유쾌한 인간관계를 유도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열띤 모험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 후대에 많은 사상가들이 사랑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정서적인 사건으로 보는 것과 달리, 스탕달은 사랑이란 고독한 감정이며 상대의 응답이 있든 없든 존재하는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 비록 이루지 못한 짝사랑이었지만 사랑은 그에게 야망과 상상력, 활기를 보답으로 주었다. 사랑은 그의 공상을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그의 끔찍한 악몽은 가능성의 장막 뒤로 감춰둠으로써 그에게 날마다 모험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드니 드 루즈몽 : 사랑과 마법

§ 우리에게는 열정이 필요하다.

§  운명적인 사랑은 오래 전부터 노래와 전설로 자주 다룬 주제이다. 드니 드 루즈몽(1906-1985,프랑스에서 활동한 스위스 출신의 작가)이 트리스탄 신화에 관한 그의 유명한 연구 <서구에서의 사랑>에서 지적하듯이, 시인들은 행복하고 휘 바람이 절로 나오는 아무 풍파 없는 사랑에 대해 시를 짓지 않는다, 역사는 늘 행복하기만 한 연인들의 사연을 굳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197]

§ 로맨스는 사랑이 치명적이고 위태롭고 불운할 때만 싹트며…..사랑에 대한 만족감이나 안정된 커플의 흡족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사랑의 열정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열정은 고통을 의미한다.”

§ 열정이란 우리가 꿈꾸는 것이며, 우리 아이들이 품기를 바라고, 다른 사람들이 보여주면 환호하고, 눈부신 빛을 발하는 감정이 보석이라고 경탄하며, 은밀히 갈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정이 필요하다.

§ 그런데 왜 우리는 열정을 귀하게 여길까? 근심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우리에게 좀 더 생생하게 살아 았는 느낌을 주고, 전율, 충격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열정은 우리를 극도의 흥분 상태로 몰아 넣기 때문에 열정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우리는 열정을 갈망하게 된다.

§ 열정적인 사랑은 우리를 고양시키는가 하면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리고 육체의 짜릿한 떨림-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태양이 늘 정오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하며 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는-으로 인해 우리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 트리스탄 신화는 공공의 윤리라는 땅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랐다. 신화는 사람들의 사회에서 지켜야 할 바람직한 행동 규범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인 경우가 많지만 금기시하는 생각과 사람들이 은근히 두려워하는 바를 표현하기도 한다. 당시 사람들은 도덕적 모순과 냉엄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씨름하고 있었다.[198]

§ 상이하고 상충되는 여러 가지 의무 사항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느 편에 충실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트리스탄 신화가 제기하는 질문이다.[198]

§ 드 루즈몽은 트리스탄 신화에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있는 두렵고 은밀하며 고약한 갈망, 너무 무서워서 입 밖으로 내기 조차 어려운 나머지 상형문자처럼 해독하기 어려운 감정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갈망도 숨어 있다고 말하다.[200]

§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 욕구의 상징으로서 아득히 먼 시대의 연인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차마 말할 수 없는 진실은 우리가 죽음을 동경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죽어서야 비로소 고통과 투쟁 그리고 저항을 멈춘다. 죽어서야 이성의 훼방, 정치와 종교의 심리전, 인간적인 불안과 골칫거리들을 내던지고 본질적이며 매우 유기적인 차원에서 삶의 일부가 된다. 사랑의 힘마저 증발해 버린 그런 궁극적인 상태에서 감각은 사라져 갈 때 최고조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런 소멸의 순간에 우리는 감각을 활짝 열어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201]

§ 열정적인 사랑은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햇살 가득한 삶을 어둠의 권세에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202]

§ 열정적인 사랑이란 고난을 남몰래 소중히 여기는 것, 죽음을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환영하는 것, 깊숙이 자극 받는 에로틱한 만족이라는 특별한 광맥을 찾기 위해 고통과 시련을 파내는 것을 의미한다.

§ 열정과 죽음이 그토록 긴밀하게 연관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죽음이 바로 앞에 다가왔다고 느낄 때, 살아 있음을 더없이 생생히 느끼고 의식이 또렷해지며 그것을 에로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202]

§ 죽음이 다가오는 것은 관능을 자극한다. 그것은 말 그대로 욕망을 한층 가중시킨다.”

§ 쓰라린 시련을 겪고 살아나는 것만큼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별로 없다. 정신은 자기가 겪었던 장애물들을 어루만지고 공포와 희망이고 불안이 동시에 일어나던 순간을 음미하면서 감각의 기억을 온갖 세세한 것들로 채색한다.[203]

§ 시인 윌리스 스티븐스(1879-1955,미국시인,<시집>으로 퓰리쳐상을 수상했다)는 이렇게 썼다. “생각에 잠긴 사람…….그는 독수리가 날아오르게끔 한다/ 그에게는 알프스산맥 전체가 하나의 둥지이다라고.[204]

§ 장애물이 없으면 정신은 날아오르지 않으며, 열정의 비상도 있을 수 없다. 열정에 이르는 최고의 길 중 하나는 불륜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불륜의 매력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관한 고대 신화와 금지된 사랑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에서 빛을 발한다.[204]

마르셀 프루스트와 기다림의 에로틱함

§ 기다림. 늑골이 가슴 벽을 지그시 누르는 느낌. 이어지는 아련한 통증은 마치 누군가가 둥그런 뱃속을 두드릴 때 같은 감각이다.[206]

§ 기다림의 본질은 미래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는 소멸될 수밖에 없는 본래의 한계를 넘어 지속하게 된다. 기다림의 스릴은 돌이킬 수 없는 경계선들을 허물어버린 것처럼 가장하는 데서 생긴다.[209]

§ 기다림은 종종 사랑의 감미로운 전주곡이 되곤 한다. 두 사람이 허둥지둥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를 하며 재회할 때와 같이.[209]

§ 머나먼 밤의 나라

§ 그는 작고 도톰한 과자의 맛을 다시 느끼고, 향긋한 홍차 향기도 다시 맡는다. 기억의 둑이 열리자 촉감과 분위기, 풍경과 소리까지 담긴 강물이 세차게 흘러나온다. 거의 사진처럼 정확한 기억력과 정밀한 세세함에 대한 열정을 타고난 그는 자신의 감각을 독자들의 마음에 너무도 강력하게 채색해 놓는다.[212]

§ 육감적 애니미스트animist(자연,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인 프루스트는 기억이 귀신이나 요정처럼 사물 속에 숨어 있다고 믿었다. 어느 날 뭔가 특별한 것을 맛볼 때, 도는 어떤 나무 앞을 지나갈 때, 아니면 어떤 나비넥타이를 볼 때, 불현듯 특정한 기억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그처럼 튀어나온 기억은 그 기억 언저리의 모든 기억들을 가두었던 문의 자물쇠를 연다. 그리고 감각들의 난투가 벌어진다.[213]

§ 우리 모두가 느끼는 문제-우리가 얼마나 홀로 외로우며 개별적인 존재인가-는 그 무엇으로도 풀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214]

그녀는 죽었지만, 계속 존재한다.

§ 모든 얼굴들이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모둔 사물들이 폭발할 듯 고통스러운 기억을 터져 나오게 하는 뇌관이다. 그녀의 육신을 사라졌지만 그녀는 계속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사랑에 관한 프루스트의 요점이다.[214]

§ , 사랑이란 사랑하는 실제 그 때의 시간이 아니라 사랑을 기대하는 시간 또는 기억하는 시간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낙원은 잃어버린 낙원이다. 사랑은 부재, 장애물, 부정, 질투, 속임수, 새빨간 거짓말, 거짓 화해, 울화, 그리고 배신을 필요로 한다.[215]

§ 한편 연인들은 안달복달하다가 희망을 품고,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꿈을 꾼다. 고통은 연인들을 채찍질해 좀 더 놓은 차원의 감정으로 끌어올리고, 그런 정신적 거품에서 사랑이 생겨난다.

§ 사랑은 생물학적 본능이 아니며, 진화를 위한 필수 과정도 아니고, 시련을 자영분으로 해서 쑥쑥 자라나는 상상력이 빚어낸 위업이다.

§ 사랑에 관한 프루스트의 대체적인 견해는 프로이트와 크게 다르다. 프로이트가 승화된 성욕을 사랑의 그원이라고 믿는 반면, 프루스트는 뒤틀렸거나 위장되었거나 재구성된 성적 충돌을 사랑으로 여기지 않는다.[216]

§ 프루스트에게 섹스가 사랑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인 이유는 섹스가 친밀감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 자체의 필요에서 솟아난다.

§ 사랑은 누구로부터 물려 받는 것이 아니며, 추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 사랑은 왜 소중할까? 우리로 하여금 살아 있음의 모든 양상들, 사람들과 사물들, 동물들과 도시들과 교감할 수 있게 해 주는 위대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조화로움을 느끼기 위해, 우리 삶이 펼치는 풍요로운 풍경의 한 부분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 그래서 화자가 자연의 세계를 깊이 음미할 때,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도 갈망하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을 동시에 갈망함으로써 그는 그 둘 다에 대한 열정을 고조시킬 수 있다.

§ 열정은 그의 감각이 활발하게 제 구실을 하도록 하며, 주의를 기울이도록 세차게 자극하고, 그의 주위를 둘렀고 있는 미료한 차이들 하나하나에 대해 초강력 감수성을 발휘하게 만든다.

§ 숲은 결코 단조롭지 않지만,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숲은 더욱 다채로운 색체와 음향으로 울렁인다. 우리가 살아하는 사람은 그러한 숲의 화신이며, 우리는 성적 에너지, 헌신, 순수한 황홀감을 그 숲 자체에 전이시킬수 있다.

§ 성적 흥분은 우리가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지 쓸 수 있는 두뇌의 경화(언제든 금이나 다름 화폐로 바꿀 수 있는 화폐)같은 셈이다.

§ 엑스터시는 누구나 희구하는 것으로, 사랑도 섹스도 아니며, 피가 뜨거워지고 공중으로 붕 뜨는 몰입이 경지다. 그 상태에서는 살아 있다는 것이 곧 기쁨이요, 떨리게 된다. 그런 도취감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없다면 삶이 무의미하게 보인다.

§ 이러한 현상은 습관이 기만 때문에 빚어지는데, 습관은 열정을 질시시키고 사랑을 파묻어버리는 아주 음흉한 자객이다. 습관은 우리에게 자동조종기능을 가동하게 한다.[217]

§ 우리가 드디어 누군가를 소유하게 되면 그를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고 열정도 이내 시들해지고 만다. 가까이 하기 어렵고 붙잡기 어려운 것들만이 진정을 마음을 끌어당긴다.

§ 누구에게나 사랑과 실연에 습관적인 패턴이 있다. “여러 여자에게 버림받는 남자들은 거의 항상 같은 방식으로 버림 받는다. 그들은 성격 때문에 그리고 늘 똑같아서 충분히 예항할 수 있는 어떤 반응 때문에 버림 받는다. 남자들에게 제각각 나름대로 배신당하는 방식이 있다.”

§ 프루스트에게 인간의 사랑은 신의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한 보조 물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삶의 모든 면에서 뻗어나가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을 이루는 행위이며, 온전한 정신에 의한 매우 창조적인 행위이다.

§ 알베르틴은 화자를 확장시키는 수단, 그의 감수성을 확대하여 연마하는 확대경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아무 편견 없이 사랑하지 않는다.[218]

§ 그와 정반대로, “우리는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에 맞추어 사랑하는 대상을 끊임없이 수정한다.(…) 그들은 우리의 애정이 뿌리 내리는 거대하고 막연한 장소일 따름이다.(…) 우리에게 그들은 우리 마음속에 수집되어 있는 쉽게 소멸해버리는 것들을 담아둔 진열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비극이다.”

§ 우리가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사랑을 느끼려면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일 때이다.

§ 사랑은 서로의 고문이다그 고통이 우리를 주술사로 만들어 삶에 내재된 숭고한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219]

§ 프루스트는 보들레르가 사랑에 관해 권태의 사막에 있는 공포의 오아시스라고 한 정의에 대해 틀림없이 동의했을 것이다.[222]

§ 하지만 프루스트는 마음속에서 사랑을 육감적을 재연했고 펜으로 사랑의 기억들을 애무했다.

§ 사랑에 관해 비관적 견해를 보였음에도 프루스트는 우리가 사랑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사랑을 둘러싼 관계의 패턴을 탐지했고, 우리가 현재의 고통과 과거 모든 시기의 고통을 나란히 동일선상에 둠으로써새롭게 마음의 고통을 느낄 때까지 과거의 겪었던 마음의 고통이 어떻게 함께 울려 퍼지는지 보여주었다.

§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그는 주장한다.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깊은 슬픔이 우리 삶 구석수석으로 스며든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충분히 오래 기다린다면 슬픔은 망각될 것이다.

§ 우리는 어떻게 기다려야 할까? 세상 그 자체에 대한 열정, 시적이며 과학적인 환희를 발현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실제로 인간은 자신의 자아를 벗어나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으며, 유력하고 혜안을 갖춘 기쁨 넘치는 예술가도 될 수 있다. 특히 슬픔이 망각으로 변하기를 기다리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다. 마음까지도.” –베르길루우스,<정원시>

프로이트 : 욕망의 근원

§ 사랑은 과거의 겪은 일들의 기억이고, 잃어버린 행복의 재발견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랑하려면 부모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어야 하는데, 열정적인 사랑을 할 때라면 다른 곳에서 상대를 찾아야 하다.[227]

§ 재발견한다는 프로이트의 착상은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랜드마크, 고대의 표상들, 기본법 그리고 애착의 대상을 믿고 싶어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이 면모이다.[228]

§ 프로이트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어린아이 같은 상태로 퇴화하여 어렸을 때 부모를 이상화했던 것과 같은 식으로 상대를 이상화한다고 말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자존감은 상태의 손에 다려 있다.

§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귀한 가치를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 즉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로 강조하는 사람에게 이입시키다. 그러면 사랑 받는 사람은 자신이 더욱 귀중하고, 고상하고, 훌륭하기는 느낌을 갖게 된다.

§ 프로이트에 앞서 니체는 남자들은 모두 자기 어머니에게서 끌어온 여성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 이미지에 따라 여성을 존중하거나 경멸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고 썼다.[229]

§ 아이디어들을 확장하고 그 아이디어의 토대가 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일반적 결론을 도출하고, 그런 결론을 근거로 효과적인 치료법을 고안해낸 인물이 프로이트였다.

마음에 관한 방대한 기록

§ 골동품은 프로이트의 집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물품으로서 그에게 인간의 영혼을 원초적으로 파고드는 작업을 일깨워주었다.[233]

§ 절친한 친구와 미운 적대자는 나의 정서적인 삶을 위해 언제나 꼭 필요한 존재였다.”[234]

§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서로 어린시절의 애칭을 부릅니다. 남자는 사랑에 빠졌을 때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집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비이성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랑의 비이성적인 면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추적해보면, 유년기로 귀착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의 충동은 유아다운 것입니다.

§ 우리가 애인을 물색할 때 부모를 연상시키는 상대를 찾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별개로, 사랑자체는 서로 합의하에 유년시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35]

§ 말하자면,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너무도 그리워하는 나머지 파격적인 행동으로 서로 힘을 합치고, 시간을 거슬러 가서 각자가 서로 상대방의 아이가 된다는 것이다.

§ 이 탐색 여정에서 사랑이란 어린 시적의 황금기를, 관심의 중심이 되는 더 없이 행복한 전횡을,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관계을 추구하는 행위이다.[236]

애착이론

§ 사랑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자신으로부터 쏜살같이 도피하는 것,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요란하며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이는 사랑이란 학습된 무방비상태라고 단언하며 사랑에 관해 듣지 않았지만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있다.”고 한 프랑수아 드 라로슈프코의 말을 동의한다.[237]

§ 그런가 하면 사랑이란 온통 자기기만이며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 사랑이 행동인지 아니면 태도인지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238]

§ 사랑이란 사랑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미개척지이며 사랑을 가로질러가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신천지이다.[238]

사랑하는 것과 슬퍼하는 것

§ 요즘 많이 알려진 애착이론은 사랑을 진화론적 배경에 기대어 설명하다.[238]

§ 상실감은 진화를 거듭해온 인간의 과거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잡초와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잃어버린 사랑 또는 불충분한 사랑을 애통해하는 하나의 양상이라고할 수 있다.[240]

§ 보올비의 주장을 요약하면, 애정으로 강한 유대를 맺는 것이 소위 사랑에 빠지는 것이며, 그런 유대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소위 사랑하는 것이며, 그런 유대가 깨지는 것 또는 어떤 식으로든 사랑의 파트너를 잃는 것의 결과가 이른바 슬퍼하는 것이다.

§ 보올비는 또한 사랑할 때 특히 구애를 할 때의 갈등은 건전할 뿐만 아니라 진화의 관점에서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동물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충동, 예컨대 공격하고 싶고, 날고 싶고, 성적인 교접을 하고 싶은 욕구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 갈등이란 삶의 다른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맨스에서도 정상적인 것이다. 갈등을 잘 다스림으로써 사랑이 피어나고 가정과 사회가 형성된다. [241]

§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는 부모에 대한 신뢰와 매우 긴밀하게 연관된다. 말하자면, 부모에 대해 두터운 신뢰를 지닌 아이는 부모를 안전한 피난처로 삼으며 좀 더 안정되고 자신을 신뢰하는 성인으로 자라난다.[242]

§ 보올비는 애착에 대한 어린아이의 욕구는 전폭적인 것이고, 음식과 거이 무관하며, 훗날 아이가 자랐을 때 사랑의 상대를 찾아 나서도록 이끄는 것과 똑 같은 본능적 욕구라고 주장한다.[243]

§ 로맨틱한 사랑은 생물학적인 무용극이다. 그것은 섹스파트너들의 만남과 짝짓기,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식과 건강을 위해 필요한 보살핌, 자식이 나름대로 사랑이 애착관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일 등이 반드시 이뤄지게 하는 진화론적 방식이다.[244]

§ 인간이 두뇌는 너무나 복잡하고 정신은 너무도 교묘해서 생물학과 경험이 함께 보조를 맞추어 나간다. 사람들은 홀딱 반하고, 심취하고, 사랑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유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다.

§ 우리는 슬픔을 표현하는 법을 어떻게 배울까? 사회는 풍습과 관례를 제공하지만 슬픔은 우리 몸이 가슴으로 안다.[244]

§ 어린 시절 애착의 여러 단계와 성인기의 로맨틱한 사랑 사이의 직접적인 병렬관계를 도표화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발견한 사실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훗날 형성되는 애정 관계를 유발시키고, 때로 그 관계를 굴절시키거나 왜곡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3
부 사랑, 마음의 불길 : 사랑의 본질
사랑 장애인

§ 이크족의 참상, 사랑이 사라지다.

§ 이들에게는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여러 자질들, 이를 테면 환대, 아량, 애정, 정직, 자비 등이 있다. 실제 우리는 그런 자질들을 높이 평가하므로 미덕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인간답다는 것의 가장 고결한 품성을 규정하려면, 우리는 그 자질을 언급하고 나서 연민, 친절, 이성을 덧붙일 것이다.[256]

§ 턴불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데 이어 경악하고 말았다. 아이, 부모 그리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자질이기는커녕’ ‘풍족하게 살대 누릴 수 있는 피상적인 사치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256]

§ 이 사람들의 삶에는 가족, 정감, 사랑과 같은 사치품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굶주림으로 줄어갈 지경에 있을 때 그런 사치는 바로 죽음을 부를 수 있었다.[259]

§ 풍족한 농작물이 밭에서 썩어가고 있는데도 이크 족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사랑이 없는 비정함이 이미 뿌리를 내리고 독초처럼 펴져서 다른 감정들을 거의 다 밀어내버린 것이다.[259]

§ 이크족의 이야기는 우리를 오싹하게 한다. 한 부족의 삶에서 사랑이 그토록 빨리 사라질 수 있다면 사랑은 분명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이다.

§ 이크족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사랑이 잘려나가고 본능만 남았을 때 인간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하는 사실이다.[261]

§ 사랑하는 능력이 그처럼 파괴될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랑은 물리적 실체를 지녔다고, 즉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은 사람의 몸 어디에 존재할까? W.H. 오든은 그 신비를 두고 이렇게 썼다. “사랑이 굳건해지고 희망이 되살아지는 곳은 화학적인 조화가 이뤄지는 심장 속….”

뇌줄기 소나타 : 사랑의 신경생리학

§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받은 적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절망의 모래수렁에서 허덕이다 가라 앉아버릴 수 있다. 너는 사랑스럽다 하는 메시지는 말로 전해지기보다는 만지기나 쓰다듬기 같은 비언어적 방식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265]

§ 아이를 껴안고, 아기가 안심하도록 충분히 만져주는 것 역시 아이의 발육에 결정적이다.

§ 유아들은 자기 몸으로만 미루어 생각한다. 그들은 느끼기만 할 수 있다.

§ 아이가 튼튼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자신이 소중하고 사랑 받고 있다고 느껴야 하는데, 그런 정보는 주로 껴안고 뽀뽀하는 등의 친밀을 통해 전해진다.

§ 사랑은 모든 유아들이 간절히 바라는 천연영양제이지만, 누군가가 그 아이들에게 먹여야 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은 가르쳐야 한다[268]

사랑의 진화

§ 공룡의 죽음은 인간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 행운의 하나였을 뿐이다. 다른 중요한 행운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랑이었다. 진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로 선택됨으로써 인간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270]

§ 사랑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생물학적 책무이다.[270]

§ 물질은 물질을 이어받는다. 정서, 개성, 욕망 이 모두가 육신의 살과 생체 내 화학물질에서 솟아나온다. 인간이 변환기기들, 감각을 전기로 전환하는 정치들을 다소 발명해낸 것을 놀랄 일이 아니다.[271]

§ 월트 휘트먼이 <나는 몸의 흥분을 노래하네>라는 시에서 몸에 전기가 흐른다고 쓴 것을 옳았다. 우리 모든 세포는 심지어 뇌세포까지도 전기를 띠고 있어 에너지로 파동치고 작은 폭풍우가 일 듯 소용돌이 친다.[271]

§ 우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할 때 전기적 열정이 일어난다.[271]

§ 인간은 개인별 부족 별로 각기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독자적인 전략, 정서, 신념, 습관, 취향을 갖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문화개성이라고 일컬으며, 인간이 문화와 개성을 현상시킨다고 말한다. 적응하고 변하는 능력은 인간의 타고난 비상한 재능이다.[273]

§ 엄마가 갓난아기를 끌어안을 때면 엔도르핀이 아기의 온몸에 흘러 아기로 하여금 행복감과 평화로움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아기는 애정이 즐거움과 연관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275]

§ 진화는 이런 저런 선언을 함으로서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힘을 합치면서 진행되는 법이다.

§ 인간의 과격한 천성이야말로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278]

§ 진화는 인간에게 강력한 평화유지군을 선사했다. 우리가 지닌 사랑하는 능력이 자멸할 위험에서 우리를 구해주었다.[278]

§ 많은 사회에서 일부일처제를 존중한다. 일부 사회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종교적 계율이나 법률로 규정해 두고 있기도 하다. 정서적 차원에서도 그 같은 성격의 규율이 존재한다. 남자와 여자는 단 하나의 진실한 사랑을 부단히 추구하고 그 상대와 상대와 평생토록 유대관계를 유지한다는 규율이다.그럼에도 인간은 배우자에게 매우 불충실하다.[279]

§ 여성은 섹스를 제공하는 대신 맛있는 음식을 얻을 수 있었다. 여성의 배우자가 달아나거나 사망할 경우, 아이들 양육을 도와줄 남성 대체요원을 두는 것은 여성에게 여러 모로 편리 했을 것이다.

§ 남편들에게 충실하지 않은 여자들일수록 아이를 많이 낳아, 그 중 다수 어린이들이 살아 남았고, 따라서 배우자에게 충실하지 않은 성향의 유전자들이 후대로 이어졌다.

§ 남자와 여자는 살아가는 전략이 다르고, 생물학적 여정도 다르다. 남자와 여자의 대결에서 사랑은 여러가지 치유책을 제공한다. 남녀 양측에게 모두 안전한 중립지대, 경계를 넘나드는 전령, 의혹의 늪에 솟아난 더 없는 기쁨의 샘이 바로 대표적인 치유책이다.[284]

사랑의 화학작용

§ 어머니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 어머니의 사랑은 거저 받은 선물이고, 괴로움을 겪는 영혼들이 마지막에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작품이다. 연쇄살인범에게도 그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다.[287]

§ 에리히 프롬은 그런 본능적인 느낌을 <사랑의 기술>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어머니가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은 그들이 자기 자식들이기 때문이지 착하고 고분고분하거나 자기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 아니다.’[288]

§ 아버지의 사랑은 판단하는 사랑이며, 따라서 잃을 수도 있는 사랑이다.[288]

§ 여자들은 아이를 기르고 평화를 유기하려는 욕구를 실현하도록 진화했고 남자들은 싸우고 지배하는 욕구를 실현 하도록 진화했다.[290]

§ 호르몬 작용에 의해 생화학적 희열에 푹 잠긴 예비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왜 어떻게, 언제 사랑해야 하는지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늘은 파랗다.

§ 옥시토신의 여러 효능 중 하나는 모성본능 유발이다.[291]

§ 마음은 뇌에 있지 않다. 마음은 각종 호르몬과 효소들을 타고 끝없이 온몸을 돌아다닌다.[294]

§ 생각과 감정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도 나뉘어 있지 않다. 인간은 하나의 유기체이다.[294]

§ 배우자들은 잠시만 덜어져 있어도 상대의 포옹을 간절히 바란다. 그런 열망이 호르몬 작용 때문일까? 어쩌면 그럴 것이다. 그런 열망은 배우자들끼리 함께 있을 때 분출되며 마음을 달래주는 작용을 하는 엔도르핀에 대한 갈강일 수 있기 때문이다.[300]

 

4부 꼭 필요한 열정 : 사랑의 에로틱한 속성들

§ 육체의 불길 : 섹스는 왜 진화했을까?

§ 인간에게서는 친밀함이라는 마약이 강력한 최면제이자 진정제이다. 우리는 신체접촉을 광적으로 좋아하고, 애착 강박증이 있으며, 애정에 목마른 환자이기도 하다. 참으로 다행이다.[315]

§ 진호는 집단 히스테리가 아니며 단체행동도 아니다. 진화는 하나하나의 개개 유기체별로 일어난다.

§ 두 사람에게 섹스를 나눌 만큼 충분한 감흥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로맨스가 있어야 한다. 그들 몸에는 생명력이 붙어 다닌다.[315]

§ 딜런 토머스가 이해한대로 사랑은 남녀 사이를 이어주고, 한 사람과 다수, 개인과 사회, 외로운 영혼과 삶의 광대한 다원성을 이어준다.[317]

§ 섹스로 인해 변종이 생겨났고, 변종은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서 구제수단이라는 점이다.[318]

§ 인간은 각자가 처한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제각기 나름대로 서로 다른 외양을 진회 시켜왔다는 것이다.[327]

§ 사람들은 매력 있다고 여겨지는 짝을 선택하며, 자기를 닮은 사람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여긴다.[328]

§ 아름다운 얼굴이 사랑에 발동을 걸기에 충분한 요인이라는 것 역시 놀랍지 않다.[333]

§ 사람들은 자기 애인을 묘사할 때 보통 애인의 머리카락 색깔과 길이를 언급한다. 애인의 전부를, 즉 몸과 마음을 다 사랑하겠지만, 머리카락을 유독 페티시(성적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물)가 된다.[334]

§ 인격은 인건 됨됨이를 말해주는 향기이다. 신비롭고 예측이 불가능하면서도 자신들의 식량, 도피처, 그리고 운명을 쥐고 있는 대양을 어부들이 바라보면서, 신들이 바다를 지배한다고 믿는 것은 당연하다.[366]

§ 인어들은 어떤 면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느끼는 갈등을 반영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남자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생명체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또한 남자들을 취약하게 만들고 이성을 잃게 하며 광기에 사로 잡히게 하는 감정들은 유발한다. 그들은 가장 강력한 남자들을 예속시킬 수 있다. 인어는 그런 공포심의 결정체이다.[366]

§ 섹스는 충동적이고, 자연 그대로이고, 진실하고, 순간적인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섹스행위는 아무리 무심코 행한 것이라 해도 하나하나가 복합하게 얽힌 드라마이다.[380]

§ 로맨스의 본질은 불확실성이라고 한 오스카 와일드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사람들이 오고가는 양 극단은 위험함과 안전함이다.[381]

§ 성도착은 증오의 에로틱한 형태이기 때문이다.[382]

§ 키스는 우리를 욕망의 신전으로 인도하는 촉각의 순례여정이다.[386]

§ 애로틱한 것은 활기찬 삶을 향한 우리의 열정이다.[398]


5
부 이상하고 신기한 통과의례 : 사랑의 풍속들

§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썼다.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계속 연주하여라.”[414]

§ 인류 역사 초기에는 결혼이 납치에 의해 이뤄졌다.[417]

§ 진실과 마찬가지로 사랑은 바위처럼 단단한 방어벽이다.[447]

§ 우리는 열정으로 인한 극단적인 행위에 매료되며, 그것이 반드시 통탄할 일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새로운 방식으로 육신을 탐색하고, 구식 스타일에 도전하며 사랑을 재창조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448]

§ 결국 모든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열정으로 금기를 깨뜨린 결과물이 아닐까?[448]


 

내가 저자라면

기대에 못 미치는 뒷심

재미있는 영화는 전체적으로 구성이 탄탄하면서 마지막에 감동적일 때이다. 책의 구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끝을 갈수록 맥이 빠진다. 갑자기 책의 주제가 무엇이었나 하고 책 표지와 목차를 몇 번씩 뒤척이게 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이 난잡하다. 뒷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앞부분의 사랑의 역사, 사랑에 관한 견해 등 좋은 내용도 그 여운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어떤 일이든 기대 수준이 있다. 고객을, 독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찌보면 쉽다. 기대 수준을 낮게 잡도록 유도해서 그 기대 수준보다 더 놓은 만족을 주면 되는 것이다. 그 반대로 혹하는 제목과 그럴 싸는 광고문구로 기대 수준을 올려 놓고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 불만족이 클 수 밖에 없다.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것일까? 천 개의 사랑. 책의 제목부터 잘 못된 듯하다. 신화와 인류의 역사에서 천 개의 사랑이야기로 구성이 된 줄 알았다. 여러 가지 패턴이 사랑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대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의 속성이나 풍속들로 구성된 내용이 실망스러웠다. ‘우리가 알아야 할 사랑에 관한 거이 모든 역사라는 부재가 있지만 책의 구성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를 여러 개를 두다 보니 혼란스럽고 실망스럽게 된다. 사랑은 원래가 원초적인가? 그리고 내가 고리타분 한지, 너무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색적이고 과감한 표현에 그녀의 표현에 맞춘다면 고상한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주제와 아쉬운 전체적인 구성

먼저 이 책의 장르를 생각해본다. 러브스토리만 엮은 소설도 아니고 사랑에 대한 철학서도 아니다. 인문서에 가깝지만(앞부분은 그러하다 할 수 있으나 뒷부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모든 것에 에세이 형식을 덧붙인 크로스오버적인 형식이다.

 

책의 주제는 로맨틱한 사랑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라고 하면 연상하게 되는 남녀의 사랑에 대한 역사적 사건과 진화 과정, 사랑에 대한 철학자, 시인들의 견해를 알아보고자 했다.

구성을 살펴보면

1, 사랑의 역사

2, 사랑에 관한 견해들

3, 사랑의 본질

4, 사랑의 애로틱한 속성들

5, 사랑의 풍속들

6, 사랑의 여러 갈래

이 책은 1,2부가 핵심이며 1,2부로만 구성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부에서 6부까지의 속성들에 대해서는 역사 속의 사랑이야기를 사례로 들고 인문적 통찰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성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인다.

 

역자가 말한 것처럼 로맨틱한 사랑만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타인을 위한 이타적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양상도 알려주고 싶다면 로맨틱 사랑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해 적나라한 언급은 불필요하다 생각한다.

 

솔직히 3부 이후의 내용은 <사랑이 제아무리 고상한 개념이라 해도, 사랑을 설명하기에 너무 비속한 이미지는 없다.>라고 말하지만 미용실에서 들춰보는 여성잡지의 한 챕터인 줄 착각 할 정도였다.

사랑의 속성에 대해, 풍속이 기원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점도 있다. 이러한 것이 사랑을 구성하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러한 성적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은 인류가 사랑을 해 오는 과정에 자연발생적으로 알아지고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러니까 사랑의 근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이 얼굴 때문에, 머리카락 때문에, 키스 때문에 시작되고 발생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은 사랑을 하기 위해, 사랑을 하면서 중요해진 것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이렇게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아지는 것들이 아닐까?

 

서양사가 아닌 한국사의 사랑의 역사

사랑에 대한 취향은 개인의 소양, 가정교육, 세대, 종교, 시대 등과 같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미국 여류작가에 의해 잘 정리된 서양의 역사에서 찾은 사랑의 정의를 보면서 나의 사랑의 방식과 감정의 흐름과 사랑의 표현을 결정짓도록 영향을 미친 한국의 사랑 표현의 변천사는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우리나라 가족의 형성과 여자들의 지위와 사랑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랑에 관한 어휘와 연인들이 감정이 묘사는 수 천년이 동안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오고 어떤 시대와 지역에서도 사랑의 현상은 통한다 하니 우리의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비교하면서 정리할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어원

먼저 우리나라에서 쓰여졌을 사랑의 단어에 대해 사랑해 보았다. 영어의 ‘love’는 어원이 욕망한다는 뜻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젊다면 젊다고 할 수 있는 나도 사랑한다는 말은 입에 올리기에 낯간지러운 일이데 어른들은 오즉하랴. 아마도 연정’ ‘사모’ ‘거시기라는 단어가 쓰여지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사랑해라는 말 대신 자주 쓰는 말은 보고 싶어.” “그냥…” 정도가 되겠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정의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세기의 철학자들도 사랑이 무엇인지 밝히지 못했다. 사랑은 규정 할수 없을 정도로 오묘하고 신비롭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스탕달의 사랑의 정의가 마음에 든다. 스탕달은 사랑의 본질은 환상이고 했다.

스탕달에게 사랑의 본질은 환상이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낸 신이나 여신과 사랑에 빠진다. 우리는 전혀 그들을 명확하게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거침없이 빠져들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그들은 사랑하게 된다. 실제로 연인을 선택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이뤄지며, 이미 만들어져 있는 틀에 맞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일 것이다.”[191]

사랑은 환상에서 시작한다. 모든 연인이 상대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눈빛, 말투 등 사실적인 것은 하나가 좋으면 다른 것도 다 사랑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랑하게 된다. 사랑이 이루어져 결혼을 하게 되면 환상은 생활이 되면서 현실이 되는 것이다. 결혼을 해서도 환상으로 있고 싶다면 지혜의 마음을 가지면 된다.

사랑은 온전한 것을 욕망하고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 아리스토파네스의 우화를 알아두는 것도 재미있겠다. 

 

사랑은 왜 소중할까?

이크족의 사례를 보더라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인간은 누구나 부단히 관심 받고 사랑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사랑 받기 위해서는 남을 사랑해야 한다.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남을 배려하도록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랑밖에 없다.

사랑이 아직 뭔지 말 모르지만 남을 측은하게 여겨 보고해 주고 싶은 것, 나의 미소로 상대방도 미소 지을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우리로 하여금 살아 있음의 모든 양상들, 사람들과 사물들, 동물들과 도시들과 교감할 수 있게 해 주는 위대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조화로움을 느끼기 위해, 우리 삶이 펼치는 풍요로운 풍경의 한 부분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클레오파트라의 매력

   클레오파트라는 요즘의 남자들도 이상을 품을 정도의 여인이다. 그녀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니 괜시리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에게는 남달리 고혹적인 스타일이 있었다. 매혹적이면서 자기 연출에 능했던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이 단독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려한 행렬을 보여주었다. 비단과 향수, 베일과 보석, 이국적인 화장과 미려한 머리장식, 수족처럼 움직이는 노래, 근육질 몸매의 무용수, 이 모두가 클레오파트라를 돋보이게 하도록 동원된 소품들이었다 이집트 백성이나 이집트를 방문한 로마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할 때, 클레오파트라는 육지와 해상에서 성대한 예식을 마련하고,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하고 나타나서는, 인상적인 장면을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그녀는 몸으로 쓴 상형문자, 아무 말도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고혹적이고 영리하고 남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자기만의 연출법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매력적인 여인임은 틀림없다. 그런 클레오파트라는 앞으로 나만의 강점으로 나의 일을 찾고 있는 나에게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컨셉으로 무엇을 매혹적으로 연출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누구나 한 눈에 마음을 앗을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무기는 무엇일까?

언젠가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스승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 갖춰진 형식이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다. 무엇을 함에 있어 형식을 갖추면 자세가 따라가고 자세가 따라가면 마음가짐도 따라가게 되어 내용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연출도 전략이다.

 

자연과 연인

이집트 학자들이 발견한 파피루스와 꽃병에는 사랑하는 연인을 자연에 빗대어 묘사하고 이미지로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그때의 연애시를 지금 쓰여진 시같이 사랑의 마음이 통한다.

나의 사랑, 나의 임, 당신 사랑이 내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지요.

이제 내 말을 들어보세요.

나는 새들이 모여 있는 들판에 나왔답니다.

한 손에 미끼를, 다른 손에는 올가미와 창을 들고 왔지요.[34]

나도 예전에, 어렸을 때 자연의 나무와 숲을 보고 내가 좋아했던 그 아이인양 주저리 주저리 말 했었다. 사람보다 나무가 많은 곳이었기에, 들어줄 나무가 거기 있었기에, 보이는 것이 자연 뿐이었기에 그랬었다. 그런 환경이 아니더라도 사랑할 때는 자연과 친하게 되는 것 같다. 바람소리, 풀잎하나가 다 사랑스럽고 우리의 삶과 닮아 있는 자연의 변화에 내 속에 흐르는 감정에 잘 어우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감각이 강화되어 우리 안에 내재된 어린아이다운 감성을 드러나게된다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치해진다. 아이처럼 과장되고 감정에 솔직해 지는 것이다.

 

사랑의 교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들의 사랑은 지고지순하다. 오르페우스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이 연민이 들 정도이다. 사랑이야기 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희생하는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다. 사랑하기에 그토록 생기는 용기, 죽음도 불사하는 주인공의 헌신적인 사랑은 언제든지 감동이다. 사랑 이야기에 역경과 갈등, 아니면 이별이 없으면 재미가 없을까?

 

디도와 아이네아스. 사랑은 늘 오해로 갈등이 생기고, 사실의 왜곡으로 위기를 맞는다. 지겨우리 만치 진부한 전개이다.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정직하게 말하지 않음으로 해서 일어나는 극단적인 사랑의 역경은 안타깝다. 요즘 방영되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의 스토리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말하지 않아 관계가 극으로 치닫다가 우연히, 세월이 지나, 진실을 알게 되고, 후회하고,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고 그렇다. 진부한 사랑이야기.

 

아벨라즈와 엘로이즈. 남녀의 사랑은 운명일까? 무슨 일이, 자신이 불가피하게 어찌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우리는 운명이라고 한다. 우리의 인생사에서 많이 쓰는 운명이라는 말이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에서의 운명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사랑에서 만큼 운명이라는 말로 많이 결론짓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 사랑의 오묘한, 이해할 수 없는 끌림을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사랑의 장면을 떠올리며 내뱉듯이 운명이야라고 하면 우리는 단번에 수긍해 버린다.

 

결혼과 사랑

인류 역사 초기의 결혼은 납치로 이루어졌으며 중세의 결혼은 출산을 위한 것이었으며 부부 사이의 애로틱한 사랑도 허락되지 않았으며 사업파트너처럼 정답게 지내기야 했다. 중세에는 종교가 삶을 지배한, 신이 더 중요한 시절이었다. 그러했기에 종교에서의 가르침은 절대적이었으리라. 성서에는 금욕이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억눌린 욕정은 간음이나 음행을 초래할 수 있었기에 결혼을 권했다. 결혼은 섹스파트너를 갖는 합법적인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중세가 끝나갈 무렵 사랑을 둘이 함께 할 수 있으며 서로에게 열정적으로 갈망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일기 시작했다. 그 이후 가족 자체는 소중하게 여겨졌지만 부부의 사랑은 용납되지 않았다. 여성과 특히 아내와 섹스 하는 것은 추악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사랑으로 결혼할 수 있는 지금이 되기까지 결혼으로 인한 부부의 삶은 고된 역정이었다. 결혼이 사랑이 아니라 자식을 생산하기 위한 해야 했던 그 시대에 결혼은 슬픈 것이었다 생각된다. 남편은 결혼과 사랑은 별개였다. 여자는 오랫동안 출산과 집안일만을 돌보아야 하는 아주 불행한 삶이었다.

 

육체적 사랑 없이 사랑이 이루어질까?

아름다움은 미끼다. 영혼은 아름다우며 육체적 아름다움에 끌린다. 그러나 만약 섹스만이 유일한 매력 요인이라면 영혼이 그 아름다운 대상을 오래도록 꼭 붙들어서 사랑을 이루기란 불가능하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향이 같은 영혼을 찾아내려는 끈기가 필요하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사랑이 오는 것은 먼저 육체가 아니다. 정신적인 교감이 있어야만 육체가 반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혼이 통하는 사랑만이 공허하지 않다. 육체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린, 욕정만을 위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영혼이 통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라 할 수 없다. 서로 사랑하는 교감이 없다면 육체적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이 이루어진 다음, 그러니까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면 육체적 사랑은 저절로 이루어 지리라 본다. 프루스트가 말하기를 섹스가 사랑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인 이유는 섹스가 친밀감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랑이 이루어 진 다음 육체적 사랑이 없다면 이것 또한 오래가지 못하는 사랑일 것이다.

 

간통, 성적 경향의 진화 때문?

사회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존중하고 사회적 규범으로 정하하고 있음에도 배우자에게 불충실하며 다른 짝을 찾아 나간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아직도 간통이 성행하고 있는 현상을 남편들에게 충실하지 않은 여자들일수록 아이를 많이 낳아, 그 중 다수 어린이들이 살아 남았고, 따라서 배우자에게 충실하지 않은 성향의 유전자들이 후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남녀가 짝을 짓는 것을 진화의 방법으로 볼 때 간통은 상습적으로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통을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진화론적 입장에서 풀어낸 것이 흥미롭다.

금기된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누군가가 새로운 방식으로 육신을 탐색하고, 구식 스타일에 도전하며 사랑을 재창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금기의 사랑이 새로운 사랑이 패러다임을 가져올까?

 

내가 선호하는 사랑의 유형은?

서양의 사랑의 역사를 보면 여자의 지위가 조금 생기면서 생긴 사랑이 궁정풍 연애이다 궁정풍 연애의 음유시인들이 선호한 것은 밤에 연인과 나란히 누워 깨어 있기,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길, 은밀한 암호, 여인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물건들, 정표,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공상등이다.

이 기사도를 지키고 행동보다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만 비추는 궁정풍 사랑이 내 취향인 것 같다.

궁정풍 연애는 육체적 사랑을 배제한 사랑이었으므로 그러면 플라토닉 사랑인가? 사춘기 시절에 누군가를 좋아할 때 마음에 일어났던 동요, 사랑이 감정이 이 궁정풍 연애의 형태였던 것 같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이 한 사람의 생에 처음으로 찾아오는 사랑과 인류가 처음 남녀의 사랑을 인식할 때의 사랑의 패턴이 같다는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

에리히 프롬은 어머니가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은 그들이 자기 자식들이기 때문이지 착하고 고분고분하거나 자기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비 엄마는 호르몬 작용으로 의해 자기 아이를 왜 어떻게, 언제 사랑해야 하는지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아가씨 때 어떤 엄마가 될 것인지 정립하고 결혼하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나 막연하기만 했다. 울 그이가 청혼하였을 때도 나는 아직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거절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알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직접 닥쳐봐야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을. 부모가 되어 보기 전에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저절로 모성이 생기고 손끝이 떨리도록 아기가 예뻤다. 그것이 호르몬의 생화학적 작용에 의해서 저절로 되는 것인가 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랑만큼이나 오묘한 것이다.

 

나는 어떤 소설을 쓸 것인가?

드니 드 루즈몽 작가는 시인들은 행복하고 휘 바람이 절로 나오는 아무 풍파 없는 사랑에 대해 시를 짓지 않는다, 역사는 늘 행복하기만 한 연인들의 사연을 굳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로맨스는 사랑이 치명적이고 위태롭고 불운할 때만 싹트며 사랑에 대한 만족감이나 안정된 커플의 흡족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사랑의 열정에서 생겨난다고 알려준다.

이 책에 나온 사랑의 사례도 안정된 사랑은 없다. 그러면 나는 어떤 소설을 쓸 것인가? 독자에게 무엇을 심어 줄 것인가? 현재 우리 사회의 사랑의 형태, 사회적 고민과 모순은 무엇인가? 나는 사랑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은지 깊이 고민해 봐야 문제다.

 

사랑에 관한 재미있는 필체로 쓰여진 책은 쉽게 잘 읽혀졌다. 이 책을 내기 위해 조사하고 공부한 저자의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무엇보다 그 오묘하고 난해한 사랑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읽는 동안 내내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IP *.12.20.193

프로필 이미지
부지깨이
2009.09.07 08:34:50 *.160.33.197


 춘희는 전공이 사랑이어야 하나보자.  
불이 뿜어 나오네.  용가리처럼. 
아바님이 딱 맞는 이름을 지어주셨어.  
다이앤은 책을 앞 절반만 쓸껄
주저리주저리 늘여 붙여
춘희에게 댑다 깨지네. 
'내가 저자라면'이 재미있어지면
공력이 늘은 것이다.  춘희야

 

프로필 이미지
춘희
2009.09.07 11:43:22 *.12.20.193
크하하...제가 좀 로맨틱이 되긴하죠.히히 ..그러나 스승님, 부끄럽사옵니다. -.-;;
사실은 다이앤이 가르쳐 준  그 사랑의 모든 것...엄청 잼나게 읽었답니다....ㅋㅋ

따라쟁이하여 혼날까 어쩔까 걱정하고 있었는데....감사합니다.(철퍼덕)  
뱁새가 황새쫓아가려다 보니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입니다. 그러나 이 질주가 즐겁기만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수희향
2009.09.07 10:51:15 *.66.16.149
우와~ 우리 같은 책 읽은 거 맞어? 책보다 너의 <내가 저자라면>이 훨 더 잼있당!!
너만 몰라. 네가 얼마나 예쁜 나비인지를...
그러난 난 성실히 노력하는 배추벌레 춘희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12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숙인 2009.09.14 2739
2011 영혼이 있는 승부 백산 2009.09.14 2703
2010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혁산 2009.09.14 2763
2009 북리뷰 21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 안철수 [3] 범해 좌경숙 2009.09.09 2689
2008 천개의 사랑 - 다이앤 애커먼 [1] 숙인 2009.09.07 2884
2007 '천 개의 사랑' - 다이앤 애커먼 희산 2009.09.07 2635
2006 천개의 사랑 - 다이앤 애커맨 혜향 2009.09.07 2862
2005 잭 웰치: 위대한 승리 예원 2009.09.07 3565
» 천 개의 사랑 - 다이앤 애커먼 file [3] 정야 2009.09.07 3308
2003 잭 웰치 - 위대한 승리 혁산 2009.09.07 2469
2002 천개의 사랑 [1] 효인 2009.09.07 2629
2001 천개의 사랑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書元 이승호 2009.09.06 3969
2000 천개의 사랑 - 저자에 대하여 & 내가 저자라면 書元 이승호 2009.09.06 3055
1999 [20] 다이앤 애커먼의 <천개의 사랑> - 인용문 먼별이 2009.09.06 2660
1998 [20] 다이앤 애커먼의 <천개의 사랑> -저자 및 내가 저자라면 [1] 먼별이 2009.09.06 2683
1997 위대한 승리 winning [2] 백산 2009.09.06 2531
1996 북리뷰 20 위대한 승리 - 잭 웰치 [2] 범해 좌경숙 2009.09.02 2747
1995 미래의 물결 – 자크 아탈리 정야 2009.08.31 2415
1994 '위기 그리고 그 이후' - 자크 아탈리 희산 2009.08.31 2706
1993 위기 그리고 그 이후 [2] 예원 2009.08.31 2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