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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7일 11시 46분 등록

“천 개의 사랑” – 다이앤 애커먼 지음/ 송희경 역/ 살림

 

 

저자에 대하여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 Oct 7, 1948)은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 자연주의 학자로서 1948년 일리노이주 와우케간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다이앤 핑크(Diane Fink)이다. 그녀는 펜 스테이트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코넬 대학원에서 미술로 석사 학위를, 영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우주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던 방송 ‘코스모스’의 진행자 칼 세이건 박사가 그녀의 박사 논문 지도교수라는 점이다. 시와 역사, 비교적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을 잘 섞어서 감각적이면서 읽기 쉬운 글을 써서 미국에서 자연주의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 받고 있다. 그녀는 구겐하임 펠로우쉽, 존 버로즈 자연문학상, 미국시인협회의 라반 시문학상, 오리온 북 어워드 등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저술 중 가장 유명한 책이 바로 ‘감각의 박물학’으로 국내에서 번역된 ‘A Natural History of Senses’이다. 예술과 철학, 인류학과 과학을 넘나들면서 여섯 가지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탐구한 이 책은 1990년 미국에서 출간된 즉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인간의 정신과 행동의 비밀을 밝힌 독보적인 20세기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 책을 기반으로 5시간 짜리 TV 다큐멘터리가 PBS에서 방영되었는데, 그녀가 직접 사회를 맡았다. 본 책 ‘A Natural History of Love’는 전작과 비슷한 구성으로 1994년 출판되었는데, 감각이 아닌 사랑에 대해 역사, 과학, 예술, 문학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기술하고 있다. 최근인 2008년에는 실화인 ‘The Zookeeper’s Wife: A War Story’(국내에서는 ’미친 별 아래의 집’이란 제목으로 출판됨)으로 ‘오리온 북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하였다.그녀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존재하면서 번성해 왔지만 기실은 우리 자신이 자연이며, 자연의 어떤 부분도 위대한 꿈을 가진 작고 조그마한 두 발 달린 영장류(인간)에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들어가는 글 : 사랑이라는 말

 

사랑은 감정의 백색광이다. 사랑에는 많은 감정들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게으르고 혼란스러운 나머지 그 감정들을 사랑이라는 간단한 단어 하나에 담아 버린다. 예술은 사랑의 감정들을 풀어 헤치고, 하나 또는 몇 가지 사랑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흐름을 쫓아가는 프리즘이다.[9]

 

사랑은 우리에게 가장 멋진 춤을 추게 만든다.[9]

 

사랑, 그토록 굉장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이 단어는 얼마나 간단한가![9]

 

우리는 때때로 사랑을 궁극적인 하나로 생각하지만, 얄궂게도 사랑은 한결같지도 늘 일정하지도 않다.[11]

 

사랑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싸움과 죽음까지 불사하며 지키고자 하는 열정인데도,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되도록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12]

 

삶이 수행하는 모든 일 중에서, 그리고 우리를 사로잡는 모든 신비 중에서, 나는 사랑이 제일 좋다.[18]

 

 

1부 오랜 욕망 : 사랑의 역사

 

이집트 : 감상적이고 로맨틱한 사랑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전설은 사실 그녀에 대해서보다는 우리가 꿈꾸는 환상과 동경이 무엇인지를 더 많이 알려준다.[21]

 

그녀가 선택한 것은 극적인 방식을 도입한, 몸으로 쓰는 상형문자, 즉 아무 말도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소통 방식이었다.[23]

 

그녀의 최고 매력은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부유한 왕국인 이집트 자체였으며, 세계 제패를 염원하는 로마인이라면 누구든 그녀의 권력, 해군, 재력을 필요로 했다. 이집트와 동맹을 맺음으로써 최강의 군사력도 확보할 수 있었다.[26]

 

내 직감으로는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자신들이 둘 다 신성한 사명을 부여받은 존재라고 여기며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관계였던 것 같다. [27]

 

옥타비아누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무찌르고 이집트를 로마 제국의 영토로 삼은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 나머지, 서기 전 27년에 자신을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라고 선언했으며 자신의 칭호 아우구스투스를 8월의 명칭으로 삼았다. 최대 난적이던 클레오파트라, 만세의 연인인 교활한 여왕과 싸워 승리한 때가 바로 8월이기 때문이었다.[27]

 

역사는 합의에 따라 기록된 허구이다.[28]

 

한 민족의 내면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은 바로 예술이며, 고대 이집트는 예술이 대단히 발달한 나라였다.[28]

 

고대 이집트에서 정원은 로맨스를 위해 자주 이용된 곳이었고, 많은 시들이 정원의 풍광과 향기를 노래했다. 고대 사막지대에서는 오아시스를 떠올리는 것보다 더 영혼을 흠뻑 적셔주는 것은 거의 없었다. 무미건조한 삶 속에 감춰져 있는 정원은 일찍부터 사랑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쓰였다.[32]

 

쓰인 지 3천 년도 더 지났지만 이 시들에는 오늘날의 연애시에서 볼 수 있는 동일한 주제, 근심 거리와 벅찬 기쁨 등이 어우러져 있다. 그 시들은 고대 이집트의 연인들이 중요하게 여긴 것이 무엇인지 말해 준다. 그 시들에는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담겨 있다 :

l       사랑의 연금술, 즉 변화를 일으키는 사랑의 힘

l       사랑하는 연인을 자연에서 빌려온 이미지로 이상화 하기

l       노예를 자청하는 사랑

l       사랑으로 인한 무기력함

l       부모에게 감추는 사랑

l       감각을 강화시키는 사랑

 

옛 이집트의 풍속 중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근친상간이다.[41]

 

진화는 혈통이 섞임으로써 이뤄지고, 그 결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후손이 태어나게 된다. 다양성은 그저 삶에 흥취를 더하는 양념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결정적 요소인 것이다.[42]

 

여자들도 재산을 상속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근친혼은 가족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실용적인 방편이었다. 근친혼은 허물없는 친밀감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 근거한 풍습이었던 셈이다.[43]

 

시는 한 민족의 심장이 뛰는 모습을 기록한다. 이집트 시인들 덕분에 우리는 고대에도 사랑이 한창이었다는 것,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에 별로 개의치 않는 현대식 사랑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45]

 

그리스 : 아름답고 조화로운 사랑

 

아테네는 단단히 결속되어 있으면서도 경쟁을 즐기는 도시였다. 그리스인들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체와 정신을 겨루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아테네 인들은 시민권자를 중심으로 움직였고, 시민의 권리를 신성 불가침 한 것으로 떠받들었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시민이라는 지위가 허락되지 않았다. 여자들은 자치정치처럼 중차대한 책임을 맡은 만한 이성과 강한 의지를 갖추지 못한 존재로 치부되었다.[47,48]

 

전형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광경을 상상해 보자면, 교양과 학식을 갖추고, 성 경험도 있으며, 정치 참여에도 적극적인 중년의 남편이, 바깥 세상과 격리된 무식한 열 여섯 살짜리 아내가 있는 집으로 귀가하는 모습이었다. [49]

 

남자들이 젊은 남자 애인이나 고급 매춘부를 사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었다. 남자 애인과 매춘부는 섹스를 나누는 상대였을 뿐만 아니라 친구 같은 상대였다. 정숙한 여성들은 사교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결혼과 아무 관계가 없었고, 결혼이란 아이를 낳기 위한 방편이었다.[50]

 

남자들은 고급 매춘부들의 재능을 칭찬하면서 자기 아내들이 그런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금했다. 아테네는 그처럼 모순이 가득한 도시였다. 민주주의를 열렬히 옹호하면서도 시민들은 노예를 예사로 부렸고, 때로는 노예를 쾌락의 상대로 삼기도 했다.[52]

 

사랑의 관계는 성인 남자와 십대 소년들 사이에서도 태어났다. 로맨스와 후견이 어우러진 관계는 사회에서 축복으로 인정되었으며, 철학과 예술에서도 칭송되었다.[52]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운 소년이 훌륭한 소년이었다. 나이든 남자의 사랑을 받고 고무된 젊은이는 그 성숙한 어른을 본받으려 할 테고, 이는 체험 교육의 핵심이다. 젊은이의 아름다움을 탐하는 성인 남자는 젊은이를 더 훌륭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서 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 않고 할 것이다. [53]

 

“아름다운 것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그대들이 이 세상에서 아는 것 전부이고, 알아야 할 것은 이뿐이다.”[55]

 

그리스에서는 외모가 준수한 남자가 도덕적으로도 고결했다. 즉 내면의 선함은 아름다움으로 표출되게 마련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여자는 품행이 단정치 못하고 무분별하다고 여겨졌다. 반면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면, 사랑하는 이의 모습에 열중하며 육체와 덕을 동시에 찬미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단이나 마찬가지였다.[55]

 

오늘날 우리가 ‘의식’ 또는 ‘생각’이라고 하는 것을 먼 옛날 사람들은 신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소리로 들었고, 그것을 신이 그들에게 내리는 지시로 받아들였다는 견해를 제시한다.[58]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관한 그리스 신화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59]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아마 자신의 본분을 알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말하자면 ‘감히 신을 능가하려 하다가는 이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경고인 셈이다.[65]

 

이 이야기는 그리스인들의 가슴과 머리를 사로잡았으며, 이후 세세대대 후손들에게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 팔다리를 잘리는 것과 죽음까지도 마다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견디는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었다.[65]

 

이 신화의 단순한 교훈은 아마 사랑에는 되돌아가기란 없다는 게 아닐까?[66]

 

로마 : 더욱 대범해지는 사랑의 힘

 

로마시대에는 여자아이는 살아 남기만 해도 행운이었다. 신생아, 특히 여자 아기를 ‘유기하는’, 다시 말해 거친 들판에 내다버리는 것이 아버지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그 관행은 끔찍스럽게 들리지만, 나로서는 로마인들이 그것을 자연의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정당하게 여겼으리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아기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 것이었다.[71]

 

아이는 아버지가 한 핏줄임을 인정함으로써 안전을 보장해주어야 항구에 머물 수 있었다.[71]

 

로마인들의 삶은 매우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고 있었다. 법률과 사회관습이라는 족쇄에 매여 있었기 때문에 로마인들은 일부일처제, 효율, 자기절제를 칭송하면서도 육욕, 폭음 그리고 여타 은밀한 향락에 탐닉했다. 그렇다면 악습의 유혹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고된 일을 통해서였다.[78]

 

결혼 뿐만 아니라 입양도 가문 간의 신의와 재산을 든든하게 보장하는 수단으로 이뤄졌다. [78]

 

교육은 전신을 흠뻑 젖게 해야 한다고 믿었던 그리스인들과 달리, 로마의 학생들은 스포츠에 그들의 시간을 절반도 할애하지 않았다. [78]

 

로마의 법체계에서 묘한 점은 아들이 아니 또는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전권을 지닌 아버지의 통제를 받으며 살도록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아들은 성인이 되더라도 사회적으로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79]

 

결혼 예식 절차에 따라 신랑은 신부의 ‘손’을 넘겨 받았고, 반지가 끼워진 손은 신부가 신랑에게 주는 신부의 가장 내밀한 자아를 상징했다. 부부끼리 손을 접촉할 때마다 그들은 심장을 접촉하는 셈이었다. 이런 결혼식 풍경이 꽤 친숙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이런 혼인 예식 절차의 상당 부분이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교회가 전통적 풍습들을 가능한 한 많이 유지시킨 것은 현명한 처사였다.[80,81]

 

결혼의 목적은 아이를 낳고 유리한 인맥을 형성하고 혈통을 잇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가 친구가 되어 사이 좋게 지내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81]

 

로마 남자들은 사나이다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중요한 점은 수동적으로 굴지 않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근원적인 계급의식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서열을 따질 때만이 아니라 사고방식에서도 나타났다.[84]

 

지배력 행사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문화에서 사랑은 남자의 지배력을 약화시켰으므로 나쁜 속성을 지닌 것이었다.[84]

 

아우구스투스는 간통 문제를 법정에서 다루게 함으로써, 사적인 부정 행위로 인식되던 사안을 공공질서 문란행위로 비화시켰다. 아우구스투스의 의도는 가정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혼율이 급등했던 것이다. 이혼이야말로 법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애놀음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었기 때문이다.[88]

 

로마의 번영은 영토의 확대와 문화의 다양성, 그리고 민중의 상상력 확대를 수반했고, 이에 따라 사랑으로 가는 길들도 대폭 늘어났다. 그렇게 된 부분적인 이이ㅠ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일종의 여가 활동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신체를 최대한 가꾸고자 애썼던 반면, 로마인들은 여가 생활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애썼다. 로마 여성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됨에 따라 전에 없던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었다.[90]

 

로마 여성들은 강박적이라 할 만큼 외적인 매력을 가꾸는 일에 열중했다. [90]

 

정부는 질서가 잡혀야 제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사랑은 무질서하다. 사랑은 우리 마음을 흐트러뜨려 치밀한 계획, 한정된 진로, 분명한 목표에서 우리를 이탈시킨다. 사회 질서에 대한 로마인들의 비전은 커졌지만, 사랑의 왕국 또한 커졌다.[91]

 

중세 : 궁정풍 연애의 탄생

 

기사도는 전쟁과 교회에 공동의 적을 내세워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생겨난 규범이었다. “교회로 하여금 전사들을 너그럽게 용서하게 하고, 전사들에게는 영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게 할 도덕적인 구실이 필요했다.” 전사들은 주군을 섬기는 기사가 되어 진리, 선, 경건함 그리고 교회를 위해 싸웠다. 엄숙한 봉헌예식에서 기사는 고해성사를 통해 영혼을 정화하고 나서 성체를 받아 모셨으며, 신성한 서약을 했다. 그리고 나면 이제 그는 거룩한 대의명분을 위해 살육을 마음대로 저지를 수 있었다.[94]

 

중요한 사실은 여성들이 생각의 자유를 더욱 많이 누리게 된 점이었다.[97]

 

하느님이 사랑을 베풀고 자비로운 분이란 것이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당연시 되었지만 옛 사람들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생각이었다.[98]

 

구약성경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이 때로는 현실적이고, 매우 물질적이며 감미롭고도 감각적이다. 그러나 신약성경에서는 섹스가 에로틱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금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100]

 

“영혼의 결합은 육체의 결합보다 천 배나 더 아름답다.” [102]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향이 같은 영혼을 찾아내려는 끈기가 필요하다.[102]

 

이븐 하즘에 따르면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변화되어 더욱 강인해지고 용감해지며 점잖아지고 너그러워진다. [103]

 

중세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일방적인 사랑에서 쌍방의 사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랑을 둘이 함께 할 수 있으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열정적인 관심과 갈망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너무 급진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다. 교회는 그런 사랑이 오직 하느님께만 합당하다고 가르쳤으며, 쌍방의 사랑이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여겼다.[105]

 

음유 시인들은 서로 열렬한 사랑을 느끼는 한 쌍의 연인을 영예로운 존재로 표현했다. 그 전까지는 남녀 간의 사랑이란 죄를 짓는 것이며 비속한 것으로 생각했다.[106]

 

궁정풍 연애가 사회에 번져가자 교회의 통제력은 약화되었고 권력도 귀족들의 수중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랑에 대한 이런 새로운 개념이 자리 잡자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방식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개인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개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계급제도가 지배하던 세계에서 개인은 가장 먼저 하느님께, 다음으로 군주에게 충성을 바쳐야 할 의미가 있었다. 사랑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노골적인 항거 행위, 즉 개개인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의 도덕률을 거스르는 반항이었다.[106]

 

기사는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분투하면서 연인을 소유하지 않고 사랑해야 했다.[109]

 

고조된 감정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이런 게임을 하려면, 감각을 단련해야 했고 인내심과 수완을 발휘해 정욕을 억제해야 했기 때문에, 그저 조급한 섹스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탈락할 수 밖에 없었다.[110]

 

기사와 귀부인과의 사랑에서는 ‘섬기는 서비스’가 핵심이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어느 누구를 섬기는 남자, 특히 여자를 섬기는 남자를 경멸했다. 그런데 궁정풍 연애가 성행하면서 섬기기가 거의 예술의 경지로 격이 높아졌고, 기사들은 사랑 때문에 굴욕을 겪기를 바랐다.[110]

 

음유 시인들은 매료시켰던 것은 사랑의 첫 단계, 즉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정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두 사람이 서로 꼼짝없이 반해서 상대에게 깊이 빠져들지만 불확실함 때문에 초조해 하는, 연애가 시작될 때의 떨리는 순간이었다. 육체 관계는 그런 이야기를 끝장내 버렸고, 부부의 사랑은 음유 시인들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다.[111]

 

연인들은 ‘진정한 사랑’이 미친 짓이 아니라 훌륭한 일이자 도덕적으로도 선한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는 새롭고 급진적인 개념은 유행이 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112]

 

십자군 원정 기간에 기사들은 사회를 더 유연한 시각으로 보게 되었고, 여성을 매우 존중하는 문화를 접했다.[113]

 

남자들이 너무나도 쟁취하고 싶어하는 것은 여성의 인격이 아니라 덕행임을 주목하라. 기사가 추구하는 것은 덕으로 덕을 정복하는 것이다.[115]

 

기사가 사귄 귀부인은 완전히 낯선 인물, 즉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어여쁜 여인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목표는 남편 있는 여자들과 멋지고 다정하게 로맨스를 벌이는 것이었다. 그런 로맨스는 사랑 없는 따분하고 쓸쓸한 결혼생활과는 확연히 달랐다. 위험은 자극제였다.[117]

 

열정적인 헌신이 가능했던 이유는 연인이란 존재가 관념적인 욕망의 대상이었고, 연인들의 사랑은 금지된 타부이자 색다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117]

 

궁정풍 연애는 여성과 많은 기사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고, 개개인에게는 운명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했으며, 남녀끼리 주고 받는 애정을 촉진했고, 연인들이 다정하게 지내며 서로 존중하도록 유도했다. 연인들은 서로 상냥한 벗으로서 상대에 대한 친밀감과 존경심으로 뿌듯해 했고, 자신들의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려고 애썼다. 덕분에 그들은 사랑에 걸맞은 존재가 되었다. [119]

 

중세 때 또 하나의 쓰라린 사랑은 성직자들 사이에서 싹텄다. 성직자들은 교회와 자기 감정 사이의 갈등으로 괴로워했다.[120]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는 둘 다 진정으로 사랑을 믿었다. 특히 내색하지 않고, 결혼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탐색과 시험으로 가득 찬 은밀한 교제인 궁정풍 연애를 믿었다. 그래서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의 아내 보다는 정부로 여겨지길 더 좋아했다. 중세에는 정부가 훨씬 더 고상한 호칭이었다.[127]

 

르네상스와 근대 : 다시 낭만에 대하여

 

20세기에는 남자들이 성욕에 굶주린 짐승, 즉 천성적으로 탐욕스럽고 성호르몬이 분출하면 통제가 불가능하고 섹스나 폭력을 억제할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여성들이 그런 존재로 평가 받았다.[134]

 

셰익스피어의 희곡에는 결혼 상대를 택할 권리를 둘러싼 충돌과 연애 결혼을 선호하는 커플들이 늘어놓는 불평이 가득하다.[137]

 

셰익스피어 극 속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 궁정풍 연애를 하지만, 한 가지 주요한 차이가 있다. 그들이 애타게 바라는 것은 상대를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결혼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141]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자를 유혹하고 도박과 모험을 즐기는 무뢰한의 삶은 산 카사노바가 당당하고 멋진 인물로 부상했다.[147]

 

카사노바의 재능이란 어느 전기 작가의 말대로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잃어갈 때에도 위트와 발기 능력만큼은 유지했던” 점에 있었다.[149]

 

돈 후안과 카사노바에게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즉 둘 다 어린 시절에 자신을 원치 않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150]

 

카사노바는 그를 희롱하는 여자, 즉 그를 유혹하되 그에게 굴복하지 않고 그를 한껏 애태우다가 내팽개치고 마는 행태를 일삼는 여자에게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151]

 

벤자민 프랭클린은 세상을 보는 안목과 아울러 단단한 체격을 갖춘 인물이었고,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잘 이룬 전인적 인간이었다. 그는 또한 유쾌한 해결사였다. 그리고 나이와 신분에 관계없이 여성의 권리, 존엄성, 아름다움, 소중한 가치를 평생 옹호했다. 더불어 칠십대의 나이에도 시들지 않는 활력의 상징이 되었다.[153,154]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철저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다감하고 예민한 낭만주의자들은 사랑을 되살아 나는 황홀경, 즉 해일처럼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강한 힘으로 여겼다.[158]

 

현대적 삶의 본질과 우리가 현재 누리는 삶을 가능하게 한 태도 면에서의 변화들을 생각해 볼 때, 나는 선택권, 프라이버시, 책을 떠올리게 된다.[171]

 

 

2부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 사랑에 관한 견해들

 

플라톤 : 완벽한 합일

 

로맨틱한 사랑과 신비주의자들의 종교적 황홀경의 핵심 중 하나는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강력한 열망이다.[175]

 

우리는 저마다 둘로 쪼개져서 넙치처럼 한쪽 면만 있는 반쪽 인간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늘 다른 반쪽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진짜 반쪽을 만나게 되면 그 둘은 사랑과 우정과 친밀감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잠시라도 떨어져 있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자기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분명 그들 각자의 영혼이 원하고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른 무엇, 여자가 불길한 예감으로 짐작하고 있는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되고 융합하여 두 몸이 아닌 한 몸이 되는 건 자기가 오래 전부터 소망하던 바라고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하나로 온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전한 것을 욕망하고 추구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177,178]

 

종교적 엑스타시와 연인이 느끼는 엑스터시에는 공통점이 많다. 갑작스러운 깨달음, 신의를 다짐하고 서약하기, 몸과 마음에서 타오르는 불길, 지극한 행복으로 이끄는 의례, 신과의 육적인 일치 등이 그것이다. [180]

 

스탕달의 연애론

 

정신과 감정의 내력에서 특별한 아이러니는 현명한 사람들이 실제 삶에서 항상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182]

 

아마 스탕달은 자신의 열정을 꼼꼼히 분석하고,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애써야만 자신을 꽁꽁 옭아매는 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악령을 몰아내려면 먼저 악령의 정체를 알아야 하는 법이므로.[184]

 

늘 무엇이든 유형별로 분류하기를 즐기던 스탕달은 사랑에 빠진 상태를 일곱 단계로 설명한다. 첫째는 감탄이다. 다음으로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기를 소망한다. 소망과 감탄이 합해질 때 사랑이 탄생한다. 다음 단계가 그의 핵심 중 하나인데, 그가 ‘결정작용’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그 단계는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이 다른 누구보다 더 훌륭하고 더 고귀하다고 상상하며 대상을 이상화 하는 성향을 말한다. 결정작용 단계가 지나면 의혹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두려움에 찬 불안이 파고든다. 의혹의 단계를 극복하게 되면 ‘두 번째 결정작용 단계’에 접어들어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의 증거라고 상상하게 된다. [187]

 

스탕달에게 사랑의 본질은 환상이다. 두려움 역시 사랑에 결정적이다.[191]

 

드니 드 루즈몽 : 사랑과 마법

 

“로맨스는 사랑이 치명적이고 위태롭고 불운할 때만 싹트며…. 사랑에 대한 만족감이나 안정된 커플의 흡족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사랑의 열정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열정은 고통을 의미한다.” [197]

 

열정은 본질적으로 재난인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열정을 귀중하게 여길까? 근심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좀 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느낌을 주고, 전율, 충격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열정은 우리를 극도의 흥분 상태로 몰아넣기 때문에, 열정으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우리는 열정을 갈망하게 된다.[197]

 

충성과 헌신에는 많은 길이 있다. 상이하고 상충되는 여러 가지 의무사항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느 편에 충실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트리스탄 신화가 제기하는 질문이다.[198]

 

두 연인은 “위험을 위한 위험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위험이 외부에서 오는 한, 위험을 이겨내는 트리스탄의 용감함은 곧 삶에 대한 긍정이다.” [199]

 

우리가 차마 말할 수 없는 진실은 우리가 죽음을 동경한다는 것이다.[200]

 

열정적인 사랑은 자유 의지를 포기하고 햇살 가득한 삶을 어둠의 권세에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열정적인 사랑이란 고난을 남몰래 소중히 여기는 것, 죽음을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환영하는 것, 깊숙이 자극받는 에로틱한 민족이라는 특별한 광맥을 찾기 위해 고통과 시련을 파내는 것을 의미한다.[202]

 

열정과 죽음이 그토록 긴밀하게 연관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죽음이 바로 앞에 다가왔다고 느낄 때, 살아 있음을 더 없이 생생히 느끼고 의식이 또렷해지며 그것을 에로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202]

 

장애물이 없으면 정신은 날아오르지 않으며, 열정의 비상도 있을 수 없다. 열정에 이르는 최고의 길 중 하나는 불륜이다. [204]

 

마르셀 프루스트와 기다림의 에로틱함

 

기다림. 늑골이 가슴 벽을 지그시 누르는 느낌. 이어지는 아련한 통증은 마치 누군가가 둥그런 뱃속을 두드릴 때와 같은 감각이다. [206]

 

기다림의 본질은 미래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를 소망하는 것이다.[209]

 

프로이트가 승화된 성욕을 사랑의 근원이라고 믿는 반면, 프루스트는 뒤틀렸거나 위장되었거나 재구성된 성적 충동을 사랑으로 여기지 않는다. [216]

 

프루스트에게 인간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삶의 모든 면으로 뻗어나가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을 이루는 행위이며, 온전한 정신에 의한 매우 창조적인 행위이다.[217]

 

“우리는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에 맞추어 사랑하는 상대를 끊임없이 수정한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사랑을 느끼려면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218]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자신에게만 특별히 허락된 고통의 상태이다. 우리 모두가 그런 고통을 추구한다. 그 고통이 우리를 주술사로 만들어 삶에 내재된 숭고한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219]

 

사랑 받지 못하면 우리 삶은 마치 텅 빈 해변을 걷는 듯 쓸쓸하며, 세상은 우편 소인만큼이나 밋밋해 보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깊은 슬픔이 우리 삶 구석구석으로 스며든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충분히 오래 기다린다면 슬픔은 망각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기다려야 할까? 세상 그 자체에 대한 열정, 시적이며 과학적인 환희를 발현시키는 것이 최선이다.[223]

 

우리는 감상에 젖어 그리고 애정어린 태도로 그 세상 안으로 들어가 점점 더 튼튼해진다. 실제로 인간은 자신의 자아를 벗어나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으며, 유력하고 혜안을 갖춘 기쁨 넘치는 예술가도 될 수 있다.[223]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다. 마음까지도.” [223]

 

프로이트 : 욕망의 근원

 

우리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고, 스스로를 겨눈 장전된 권총이 있다는 것이다. 몇 시간 또는 몇 해 동안의 상담 대화를 하고 나면 사연은 마침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고 총도 내려 놓을 수 있다.[224]

 

아기들은 성과 관련된 신체 부위에서, 특히 입과 항문 주위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유아기 성욕이 절정에 이를 때는 이른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생길 때, 즉 아기가 부모 중 한 명을 간절히 원하고 라이벌로 보이는 다른 한 명을 죽이고 싶어 할 때이다.[226]

 

어린 시절이 막을 내릴 무렵 다행스럽게도 기억 상실이 일어나서 아이는 성적 감정을 억누르게 된다. 아이가 사춘기를 맞아 근친관계가 아닌 사랑의 동반자를 물색하기 시작할 때는, 자신이 여지없이 반했던 첫사랑인 아버지나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택하게 된다. 그 선택은 의식적인 자각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성년기 연인들은 키스와 애무, 오럴 섹스, 기타 여러 형태의 전희에 탐닉하는데, 프로이트는 그들이 어머니의 가슴을 만지며 젖을 먹었던 때의 쾌감을 도로 찾는 것으로 보았다. [226]

 

사랑은 과거에 겪은 일들의 기억이고, 잃어버린 행복의 재발견이다. [227]

 

부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아이는 사랑할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다. 프로이트는 두 가지 극단적인 문제, 즉 과도한 성적 경향은 성도착으로, 억압된 성적 경향은 신경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을 보았다.[227]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귀한 가치를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 즉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로 간주하는 사람에게 이입시킨다.[228]

 

니체는 “남자들은 모두 자기 어머니에게서 끌어온 여성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 이미지에 따라 여성을 존중하거나 경멸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고 썼다.[229]

 

인간의 인식은 상대적이며 세계는 개개인의 시각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상대주의의 평결은 사회 전반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프로이트의 결정론적인 견해를 뒷받침했다.[230]

 

애착 이론

 

각 개체가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려면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강력한 유대감을 느껴야 한다.[239]

 

보울비는 정신 장애 성인과 어린 시절 애착관계의 단절 사이에 적지 않은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했다.[240]

 

갈등이란 삶의 다른 모든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로맨스에서도 정상적인 것이다. 갈등을 잘 다스림으로써 사랑이 피어나고 가정과 사회가 형성된다. 정신 질환자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상충되는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이들이다.[241]

 

애착은 생존을 위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어린 시절에 가장 강하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물론, 때로 고용주나 선생님처럼 권한을 지닌 인물에게 애착을 갖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세상에 더 잘 대처할 것 같은 어떤 이를 애착의 대상으로 선택한다.[242]

 

메리 솔터 에인스워드는 애착 유형이 세 가지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만일 보육자가 접촉과 안정을 바라는 아이의 욕구에 응하면 아이는 행복하게 주위 세계를 탐험하고 자립심을 지닌 성인으로 자라나게 된다. 보육자가 가까이 다가가려는 아이의 시도를 퇴짜 놓으면, 아이는 보육자와 거리를 두게 되고 비사교적인 활동에 빠져 주의가 산만해지며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은 믿지 않는 강박 관념을 가지게 된다. 보육자의 반응이 일관적이지 않을 때에는 아이는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집착이 심해지고 심통을 더욱 성마르게 부리며, 결국 주변을 탐험할 수 없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는 부모에 대한 신뢰와 매우 긴밀하게 연관된다. 말하자면, 부모에 대해 두터운 신뢰를 지닌 아이는 부모를 안전한 피난처로 삼으며 좀 더 안정되고 자신을 신뢰하는 성인으로 자라난다.[243]

 

보울비는 애착에 대한 어린아이의 욕구는 전폭적인 것이고, 훗날 아이가 자랐을 때 사랑의 상대를 찾아 나서도록 이끄는 것과 똑 같은 본능적 욕구라고 주장한다.[243]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잃어버린 단추들을 찾듯 우리의 힘을 끌어 모아 있음직한 애착의 대상을 다시 한 번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245]

 

사랑이 틀어진 아이가 일생동안 찾아 헤매는 것은 안전하고 안정된 관계 그리고 천부적 권리인 절대적 사랑을 쏟아줄 사람이다.[245]

 

이상적인 것은 아이로 하여금 양친 중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열렬히 지지하고, 옹호하고, 후원하며, 헌시적 사랑을 퍼붓고, 필요한 것을 조달해 주며, 잘되기를 빌어 주며, 존중해 준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이다.[246]

 

 

3부 사랑, 마음의 불길 : 사랑의 본질

 

사랑 장애인

 

인간에게 닥치는 많은 장애 중에서 사랑을 느낄 수 없는 것보다 더 슬픈 장애는 드물다.[251]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불운한 이들이 더러 있다.[251]

 

오직 인간들만이 연민이나 도덕성 또는 사회적 책임과 같은 문제들로 고심한다.[254]

 

인간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며, 사랑을 비롯한 여러 감정에 구석구석 반응하는 육체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잃는 것은 인간성의 전부를 잃는 것이다. [254]

 

이크 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턴불은 경악하고 말았다. 아이, 부모 그리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자질이기는커녕’ ‘풍족하게 살 때 누릴 수 있는 파싱적인 사치’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256]

 

1년 후 그는 다시 한 번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풍족한 농작물이 밭에서 썩어가고 있는데도 이크 족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사랑이 없는 비정함이 이미 뿌리를 내리고 독초처럼 퍼져서 다른 감정들을 거의 다 밀어내 버린 것이다.[259]

 

턴불이 이크 족에 대해 느끼는 비통함에는 만일 우리가 이크 족과 똑 같은 궁지에 몰리면 우리도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내재되어 있다.[260]

 

우리가 대단히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은 원래 인간이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사회라고 하는 인간 생존 전략의 하나에 따른 부산물은 아닐까? 앞의 두 사례에서 우리는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소멸된 사랑, 그리고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 과정에 굴복한 사랑을 보았다.[260]

 

사랑하는 능력이 그처럼 파괴될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랑은 물리적 실체를 지녔다고, 즉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261]

 

뇌 줄기 소나타 : 사랑의 신경 생리학

 

사랑이 어머니와 아이 그리고 남자와 여자를 결속시키는 힘으로 진화하지 않았다면 우리 인간은 존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모든 희생을 값지다고 여기는 것이다. [263]

 

인생의 결정적인 시기인 어린 시절에 아이들의 자기 가치와 사랑스러움에 관해 전달되는 정보는 훗날 그들이 자라서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인지 혹은 가치 없는 존재인지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랑이 평생토록 인간에게 그처럼 엄청나게 중요하다면, 뇌에 있는 ‘사랑의 오솔길’이 어린 시절에 바르게 잘 다져져 있어야 한다. 이것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  훗날 뇌에 전달되는 정보는 비록 내용이 긍정적인 것들이라 하더라도 고거에 형성된 부정적 선로를 따라 전달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64]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받은 적이 있어야 한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을 아주 낯설게 여기는 경우가 많고, 그보다 훨씬 더 비참한 운명에 빠질 수도 있다. 그리고 너는 사랑스럽다 하는 메시지는 말로 전해지기보다는 만지기나 쓰다듬기 같은 비언어적 방식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아이를 껴안고 아기가 안심하도록 충분히 만져 주는 것 역시 아이의 발육에 결정적이다.[265]

 

어린 시절 행복했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했고, 불행했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불행했다.[267]

 

어린 시절에 무심코 체득한 올바르지 않은 가르침을 잊게 하는 것이 정신 치료 전문가에게 가장 힘든 일인데, 그릇된 정보가 뇌 속에 자리 잡은 방식 때문에 그 일은 더더욱 어렵다. 어렸을 때 상처 받은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하다.[268]

 

사랑의 진화

 

공룡의 죽음은 인간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 행운의 하나였을 뿐이다. 다른 중요한 행운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랑이었다. 진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로 ‘선택’됨으로써 인간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270]

 

사랑은 뇌의 신경세포 안에서 발생하며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는 우리가 어렸을 때 그 신경 세포들이 어떻게 길들여졌는지에 달려 있다. 진화는 한 개인의 인생이라는 집을 지을 수 있는 청사진을 제공한다.[272]

 

적응하고 변하는 능력은 인간이 타고난 비상한 재능이다.[273]

 

엔도르핀은 신경 전달 물질의 하나로서 통증을 멎게 하고, 마약처럼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 주거나, 흥분을 가라앉히는 천연 진정제이기 때문에 더욱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엄마가 갓난 아기를 끌어안을 때면 엔도르핀이 아기의 온몸에 흘러 아기로 하여금 행복감과 평화로움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아기는 애정이 즐거움과 연관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275]

 

여성의 최대 관심사는 곁에 머무르면서 자기 아기를 부양하는 것을 도와줄 누군가를 고르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남성의 최대 관심사는 여성을 가볍게 사랑하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것이다.[281]

 

사랑의 화학 작용

 

두 사람이 서로 매력을 느끼면, 두 사람의 뇌에서 페닐에틸라민이라고 하는 신경세포 간의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게 하는 물질이 분출되면서 둘 다 몸을 떨게 된다. … 그래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도취감을 느끼고, 원기를 회복하며, 낙천적이 되고, 활력이 넘치며, 밤새워 이야기하거나 몇 시간씩 정사를 벌이면서 행복해 하는 것이다.[295]

 

평온하게 지내고, 불안해 하거나 안달할 필요가 없으며, 어린 시절 친구처럼 편안하고 형제자매처럼 때로 성가시면서 서로 속내를 다 알고 부모처럼 세심하고 깊은 애정을 쏟는 헌신적인 배우자, 즉 평생의 반려와 즐겁게 사는 것은 대단히 멋지다.[298]

 

 

4부 꼭 필요한 열정 : 사랑의 에로틱한 속성들

 

육체의 불길 : 섹스는 왜 진화했을까?

 

우리는 진화라는 근원적 행위에 최신 유행 의상을 입힌다.[314]

 

섹스로 인해 변종이 생겨났고, 변종은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서 구제 수단이라는 점이다. 잡종은 더 튼튼하고 더 건강하며, 유별난 생존 경쟁에 대처할 태세를 더 잘 갖추고 있다.[319]

 

얼굴

 

눈을 감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마음 속으로 그려 보라. 괜스레 미소를 짓기 시작하고,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눈이 가늘게 떠지고, 따스한 기운이 가슴을 꽉 채울 것이다.[320]

 

성격은 그 사람의 안을 들여다봐야 알겠지만, 얼굴은 개인의 신원을 드러낸다. 다른 동물들은 냄새로 친족과 친구를 알아보고 인사할 수 있지만, 우리는 얼굴로 사람을 알아 본다.[322]

 

아이의 귀염성이나 어른의 귀염성 모두 보호 반응을 유발한다. 어른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을 때는 성격도 매력적일 거라고 여겨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329]

 

사람들은 비교적 젊은 여자와 비교적 나이든 남자가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남자들은 출산이 가능한 연령대 여자라면 아이를 낳아 기를 정도로 건강하리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반면, 여자는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보호해 줄 만한 지위와 힘을 갖춘 남자에게 끌리기 때문이다.[330]

 

밤이 이슥할 무렵 나는 그녀의 마력에서 빠져 나왔다. 그녀에 대한 나의 찬탄을 죽여 없애버린 것은 그녀의 말이었다. 그녀의 말, 엄청난 자아 도취에, 거짓되고, 이치에 닿지 않고, 잘난 체하는 말…[332]

 

머리카락

 

사람들은 애인의 전부를, 즉 몸과 마음을 다 사랑하겠지만, 머리카락은 유독 페티시(성적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물)가 된다.[334]

 

예로부터 머리카락은 외모를 꾸며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신비로운 힘을 지녔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미신이 성행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여자의 머리카락을 무섭고 두려운 것과 연관시켰다. 머리카락을 둘러싼 이교도적 미신은 중세에 만연했다.[340]

 

가장 가벼운 열망 : 섹스와 비행

 

우리의 사고 방식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 모든 것이 비행기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행은 인간이 우리의 지구를 상상하는 방식도 시간관념도 변화시켰다. 무엇보다도 비행은 우리 몸과 우리가 사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사고 방식을 융통성 있고 신속하게 바꾸어 놓았다.[349]

 

섹스는 공중에서 알몸으로 날아 다니는 것과 흡사하다. 평범한 것들과의 접촉을 놓아 버리고, 모든 구속을 놓아 버리며 땅과 현실을 꼭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아 버리기 때문이다.[350]

 

아프리카를 날다

 

항공기 조종사로서 선구자격인 베릴 마크햄은 1936년 9월에 대서양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단독 비행한 최초의 인물이었고, 그 비행에 관한 상세한 기술은 머리카락이 쭈뼛 일어설 정도로 놀랍다. 그 비행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느 조종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그녀가 생각해낸 유일한 길이었다.[358]

 

그토록 뛰어난 미모의 여성이 조종 솜씨도 그토록 뛰어난 것은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였다. 사람들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때때로 밤에, 통신기기나 속도계도 없이, 최소한의 장비 만으로 항공기를 조종하면서 숱하게 비행 연습을 해왔다는 사실을.[358]

 

조종사들이 이제 죽을 운명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은 비행기가 험한 땅에 날렵하게 내려앉고 ‘보그’ 잡지의 모델처럼 차려 입은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을 보곤 했다. 마크햄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흰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옅은 색 바지, 목에 두른 실크 스카프, 잘 매만진 머리와 손톱에는 정성스레 매니큐어를 칠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사고를 당한 조종사에게 휴대용 병에 담긴 브랜디를 건네주며 생긋 웃었다.[359]

 

그녀는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단독 비행을 했지만, 사랑 자체는 그녀를 비껴갔다.[361]

 

남자와 인어

 

특기할 점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전 세계 남자들이 인어라는 존재를 상상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363]

 

비록 육신은 섬약하다 해도, 여자들은 남자를 파멸시킬 정도로 강하다.[367]

 

어떤 의미에서 인어는 기괴한 존재이지만 인어의 기괴함은 감미로운 면이 다분해서, 사랑과 흡사하다. 바다의 사나이들에게 인어란 그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바다의 자기 파괴적 속성과 그들이 남겨두고 온 여인들로 인한 외로움이 결합된 존재이다.[370]

 

특이한 성적 취향 : 유행으로서의 성도착

 

사회가 성을 억누르려고 하다가 오히려 그것을 표출하고 싶은 갈망을 야기하는 수가 종종 있다.[376]

 

근래에 들어 더욱 심각해진 무서운 전염병으로 인해 난잡한 성관계에 대해 걱정이 앞서게 되면서, 관음증이 유례없이 성행하고 있다. 가장 안전한 섹스는 금욕이라는 경고도 받았다.[377]

 

성도착이 에로틱한 흥분으로 이어지려면, 도착 행위 당사자인 남자나 여자가 스스로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또한 도덕 규범을 어기고, 누군가 상처를 입거나 굴욕을 당하고, 육체적으로 학대 당하거나 타락하고, 무생물체로 전락해야 한다.[379]

 

성도착은 친밀한 교제에 대한 하나의 방어 기제이다. 성도착은 친밀한 교제에 실패한 사람들이 의지하는 수단이다. [383]

 

키스

 

키스를 하며 우리는 하나로 호흡하고, 굳게 닫힌 우리 몸을 연인에게 열어준다. 우리는 상대의 몸을 키스로 유람하고, 손끝과 입술로 새로운 지대를 헤아려보며, 젖꼭지의 오아시스와 허벅지의 둔덕과 등뼈의 굽이치는 강줄기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키스는 우리를 욕망의 신전으로 인도하는 촉각의 순례 여정이다.[386]

 

우리 입술은 매우 부드럽고 민감하다. 입술의 감촉은 대뇌로 전달되는데, 그것은 키스에 큰 혜택이다.[391]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입술은 여성의 음순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 이유는 입술이 자극을 받을 때 붉어지고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고, 여자들이 립스틱을 발라 항상 입숙을 더 붉어 보이게 만드는 것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적어도 인류학적으로는 입에 하는 키스, 특히 혀를 집어넣고 서로 타액을 교환하는 키스는 성교의 또 다른 형태이다. 따라서 키스가 몸과 마음을 찬란한 감각으로 들썩이게 만드는 것은 놀랍지 않다. [395]

 

시각적 이미지의 관능

 

시각적인 이미지는 끈끈하다. 그것들은 의미와 정서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쉽게 잊히지 않는다. [397]

 

무엇이 에로틱할까? 상상력의 곡예, 우리가 헤엄치는 기억의 바다,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애무하고 숭배하는 방식, 관능적인 장면을 보고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흥분이 에로틱하다. 에로틱한 것은 활기찬 삶을 향한 우리의 열정이다.[398]

 

 

5부 이상하고 신기한 통과 의례 : 사랑의 풍속들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계속 연주하여라 – 셰익스피어 [400]

 

자연의 패턴

 

우리는 패턴을 갈망한다. 패턴은 삶이 안정적이고,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한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켜 준다.[402]

 

한 번은 하나의 사례이다. 두 번은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세 번 이상이면 패턴이 된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우리는 친숙한 것을 애타게 바란다. [403]

 

따져보면 규칙들은 아주 오래되고 깊이 뿌리 박힌 우리의 욕구, 즉 세상을 좁은 길들로 채우고, 삶을 디자인으로 채우려는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다.[404]

 

구애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무엇일까? 최고는 건강이다. 암컷은 튼튼한 새끼를 낳게 해 줄 건장하고 정력적인 노래꾼을 원하기 때문이다. 재력 역시 중요하다. 암컷은 새끼를 보호하고 부양할 넉넉한 수컷을 원한다.[407]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짝짓기에 음악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음악이 최면 효과와 유혹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411]

 

내 살에서 나온 살 : 결혼

 

인류 역사 초기에는 결혼이 납치에 의해 이뤄졌다. 납치 결혼은 선사시대에 성행했고, 영국에서는 13세기까지 법적으로 인정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후 매맴에 의한 결혼을 선호하는 전통이 자리 잡았고, 금전을 받고 공공연하게 신부를 팔지 않던 시대에도 신부가 토지, 보유자산, 정치적 동맹, 또는 입신출세와 교환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417]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연애 결혼이라는 서구적 개념은 뒤늦게 생겨났다. 전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는 아직도 납치나 매입에 의한 결혼이 성행한다.[418]

 

동그란 원이나 고리 모양은 늘 영원성을 상징했다. 따라서 두 사람 간에 호의를 표시하고, 계약 문서에 날인하고, 성스러운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반지를 이용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421]

 

아슬아슬한 사랑 : 간통, 기상천외한 제스처, 치정범죄

 

일반적인 치정 범죄에서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랑이 대체 어떻게 자극을 하기에 사람들이 자신을 망칠 것이 명백한 행동을 감행하는가 하는 점이다.[445]

 

우리는 열정으로 인한 극단적 행위에 매료되며, 그것이 반드시 통탄할 일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448]

 

 

6부 사랑의 여러 갈래 : 사랑의 다채로운 양상

 

이타적 사랑

 

우리 인간이 천성적으로 협동심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오래된 자질이고, 그런 유전자가 지금까지 죽 이어져 내려온 이유는, 그 유전자가 인간들 중에서 협동심이 좀 더 강한 이들에게 생존기회를 더 많이 부여했기 때문이다.[454]

 

개미들과 달리 인간은 제휴를 하려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고, 그것은 대단한 희생이다. 그래서 이타심이 더욱 더 훌륭하게 여겨진다.[455]

 

아이들에 대한 사랑 : 인터플라스트

 

인터플라스트는 지난 20여년간 제 3 세계의 가난한 이들에게 재건 수술을 해 줄 자원 봉사 의료진을 파견해 왔다. 그래서 선천적 기형 때문에 고통을 받는 아이들에게 교정 수술을 해 주고, 현지 의사들에게 최신 의료 기술을 전수해 주며, 현지에 화상환자 치료실 개설을 지원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458]

 

의사들은 아주 열악한 조건에서도 수술이 가능한 적당히 건강한 아이들을 택해야 한다. 팀원들이 해외의료봉사에 나서는 동기는 순수하게 이타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최소한의 장비를 가지고 ‘임기응변’으로 수술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동기일 것이다. 또한 책에서나 접해 보았을 법한 힘들고 까다로운 수술에 참여하고, 의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기 이전 시대의 방식으로 투약하고, 아주 적은 의약품으로 능숙하게 응급처치하고, 동일한 악조건에 직면한 다른 의사들에게서 특수한 기법도 배우게 되는 것이다.[460]

 

아이에게 미소는 가장 귀한 재산이다. 아이는 구김살 없는 밝고 환한 미소로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서 어른들이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어른들에게서 사랑을 이끌어내고, 반감을 호의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미소는 다른 이에게 전염되며,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463]

 

아이에게 정상적인 입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얼굴로 하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비언어적 표현을 아이가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예상하는 고정된 패턴에 따라 기분을 드러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464]

 

종교적 사랑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관습은 그리스와 로마에서 차용한 것이 많은데, 인간을 신으로 격상시켜 공경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그런 관습은 중세에 특히 성행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단 한 분의 신이 아닌 좀 더 여러 신을 섬기기를 바랐고, 교회는 성인 명단에 수 많은 이름을 올림으로써 그런 소망을 들어 주었다.[488]

 

더 많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위해 그리스도교는 여러 이교의 상징물과 의식들을 도입하여 재정비했는데, 여신 숭배와 관련된 상징물과 의식들이 특히 많이 도입되었다. 그에 따른 가장 극적인 변화는 모성적 신에서 부성적 신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그 전환은 곧 모든 것을 포용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로 신을 묘사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요구하고 판단하고 벌을 내리거나 상을 주는 아버지로 신을 묘사하는 급진적인 변화였다. [492]

 

종교적인 사랑은 우리가 부모님을 사랑하고 숭배하며 부모님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어린 시절로 우리를 되돌아가게 한다. 부모님들이 행한 기적은 얼마나 대단했던가![495]

 

종교적인 사랑은 우리의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주며, 가족이 없는 아쉬움, 누군가의 눈에 특별한 존재가 되고, 보호 받고, 용서 받으며 귀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를 달래준다. 종교를 이르는 영어 단어 ‘religion’은 묶고 연결한다는 의미이며, 재결합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497]

 

전이에 의한 사랑

 

심리치료사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심리 치료사가 행하는 직무의 또 한 측면은 환자와 든든하고 안정적이며 수용적인 관계를 진전시킴으로써 환자에게 건전한 애착관계가 어떤 것인지 직접 실례로 보여 주는 것인데, 심리치료사는 그런 본보기를 보이도록 애쓰면서 환자가 건전한 애착 관계의 특색들을 잘 인식하여 치료 영역 밖에서 그와 같은 관계를 찾게 되기를 소망한다.[500]

 

심리치료사의 직무는 캐롤 씨한테 불만족스러운 관계를 하나 더 보태 주는게 아니에요. 캐롤 씨가 불만족스러운 관계를 통해 뭔가 교훈을 얻고 그런 관계를 피하도록 돕는 거죠. 그런 점에서 캐롤 씨하고 성관계를 하는 치료사는 캐롤 씨의 신뢰를 저버리는 셈이 돼요. 그리고 물론 치료를 계속하는 것도 불가능하겠죠.[502]

 

 

나오는 글 : 자연사 박물관에서

 

그 미생물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김새를 음미하면서 나는 눈물이 날 만큼 벅찬 기쁨과 감동을 느꼈다. 그 느낌은 어떤 수준의 생명에서든, 즉 도무지 생명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생명체에서라도, 생명의 경이로움과 신성함이 확연히 깃들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종교적 체험이다. [518]

 

자연사 박물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떠 있는 고요한 오아시스이며, 자연 현상을 차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격리시켜 둔 곳이다. 자연사 박물관에 수집되고 있는 것은 문화 유물들이 아니라 방문객들의 집중된 관심이다. 그것이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관객들의 마음 속에 있다. 박물관의 실제 소장품은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산란한 와중에도 무궁하게 경이로움을 느끼는 마음이다.[519]

 

모든 박물관들은 저마다 우리가 깊이 존중하는 대상들을 모아 두고 보여 주는 곳이다. 박물관 관람은 일종의 순례이며 밤샘 기도이다. 우리의 사랑, 겸손, 숭배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박물관에 간다. 박물관은 우리가 우리 마음에 드는 인생관의 상당 부분을 보존해 두는 곳이다.[520]

 

박물관의 목적이 유물을 쌓아놓는 것에 그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박물관의 목적이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라면 다소 미흡하긴 하더라도 성공할 것이다.[524]

 

그런 점에서 가슴은 하나의 박물관이며, 그곳에는 평생의 사랑이라는 전시품들이 가득하다. 가슴 속 박물관의 전시실이 아무리 좁고 조명이 흐릿하다 해도,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 받았던 순간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규조류처럼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525]

 

 

옮긴이의 글

 

저자는 무엇보다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류의 최초 조상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 속에 깃들어 세대를 이어오며 지속되어 왔음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두 남녀가 맺어져서 사랑의 결실인 아기가 태어나고, 그 아기에게 사랑을 쏟으며 키우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진 덕에 인류가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526]

 

사랑은 그 어떤 대상을 자신보다 더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527]

 

 

 

내가 저자라면

 

 

책의 주제와 구성

 

이 책은 사랑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탐색을 담고 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시대별 사랑에 대한 인식과 풍습, 역사에 드러난 갖가지 사랑의 신화들과 에피소드, 명사들의 사랑에 대한 기술과 견해, 심리학과 생리학 관점에서 살펴본 사랑, 사랑의 상징, 사랑의 본질에 대한 고찰, 사랑의 에로틱한 속성들 등이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알아야 할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사랑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게 되는 질문들, 예를 들면, 사랑할 때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에로틱한 사랑과 그렇지 않은 사랑의 본질은 같은 것일까? 남자와 여자는 성에 관한 의제가 서로 다를까? 사랑의 결핍과 범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랑의 화학작용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것이 천성일까, 아니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 천성일까? 등의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역사, 문학, 생물학, 그리고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내가 받은 긍정적 영향

 

사랑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유명 작가들의 견해, 과학적 사실, 우리가 쉽게 꺼내놓고 얘기하지 않는 은밀한 성적 주제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서술을 너무도 자연스럽고 쉬운 표현으로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특히 역사적 문헌과 과학적 사실, 문학적 감수성을 잘 버무려서 사랑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사랑에 대한 나의 교양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과 고찰

 

사랑은 우리에게 가장 멋진 춤을 추게 만든다.[9]

 

à 사랑의 환희를 가장 짧은 문장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으로 인해 기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몸으로 혹은 마음으로 기뻐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이 가장 첫번째 반응일 때, 나는 진정으로 사랑에 빠진 것일 것이다.

 

삶이 수행하는 모든 일 중에서, 그리고 우리를 사로잡는 모든 신비 중에서, 나는 사랑이 제일 좋다.[18]

 

à 나는 ‘사랑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사랑이다’라는 말을 요새 절감한다. 사랑 없는 삶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세상을 살고자 할 때,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 때 나는 주저 없이 사랑을 고를 것이다. 그와 비슷한 마음을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되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세상을 보는 안목과 아울러 단단한 체격을 갖춘 인물이었고,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잘 이룬 전인적 인간이었다. 그는 또한 유쾌한 해결사였다. 그리고 나이와 신분에 관계없이 여성의 권리, 존엄성, 아름다움, 소중한 가치를 평생 옹호했다. 더불어 칠십대의 나이에도 시들지 않는 활력의 상징이 되었다.[153,154]

 

à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과 과학적인 발견에만 국한되어 있던 벤자민 프랭클린에 대한 나의 시각을 사랑의 분야로 확장해서 전인적인 성격과 예리한 지식, 그리고 사랑의 발랄함을 함께 가진 사람으로서 존경하고 참조할 수 있는 좋은 예시였다고 생각한다. 그의 삶에 대해 좀 더 연구하고 나의 현재와 비교하여 나의 발전을 위한 좋은 참조 모델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종사들이 이제 죽을 운명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은 비행기가 험한 땅에 날렵하게 내려앉고 ‘보그’ 잡지의 모델처럼 차려 입은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을 보곤 했다. 마크햄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흰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옅은 색 바지, 목에 두른 실크 스카프, 잘 매만진 머리와 손톱에는 정성스레 매니큐어를 칠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사고를 당한 조종사에게 휴대용 병에 담긴 브랜디를 건네주며 생긋 웃었다.[359]

 

à 그녀의 애정 행각과 상관 없이 의리 있고 멋 있는 여성 조종사로서 마크햄에 대한 이 설명은 너무도 멋지고 짜릿하다. 삶에는 반드시 의리의 ‘멋’과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장면 소개는 상상만으로도 그러한 멋스러움이 넘쳐 나서 읽으면서 가슴 그득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 점에서 가슴은 하나의 박물관이며, 그곳에는 평생의 사랑이라는 전시품들이 가득하다. 가슴 속 박물관의 전시실이 아무리 좁고 조명이 흐릿하다 해도,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 받았던 순간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규조류처럼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525]

 

à 사랑은 가슴 속에서 기억되고 보존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단지 보존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위해 용기 있게 떨쳐 나설 수 있는 새로운 힘이 그 안에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비판적 시각과 교훈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도입과 통합적 요약/고찰의 부재 부분이다. 책을 구성함에 있어 사랑과 관련된 역사적 고찰, 유명인사의 견해, 본질적 속성, 에로틱한 요소, 풍속과 기타 고려 사항들을 주제별로 잘 나열하였지만, 각 주제들이 어떻게 상호 연결될 수 있는지 혹은 이러한 주제들을 어떻게 연결하여 파악하면 좋을지에 대한 전체적 소개 혹은 자신의 견해를 도입 챕터의 형태로 사전에 제시하여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마지막 장을 통해 제시된 주제들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사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통합적 고찰 부분 역시 제시되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 생각에는 ‘나오는 글’ 부분을 보다 확대하여 이와 같은 용도의 마지막 장으로 구성하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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