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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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자서전
피터 드러커 지음 | 이동현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Ⅰ. 저자에 대하여
"나는 대학교수 혹은 컨설턴트로 불리고, 때로는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경영학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기본은 문필가다." 이 말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자신을 두고 한 말이다.
피터 드러커는 1909년 11월 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라면서 예술과 학문 분야에서 부흥을 누리고 있던 빈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 시기의 음악가, 미술가, 소설가, 정치가, 경제학자와 직접 만나면서 19세기의 사상을 20세기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에게 직접 경제학을 배웠다. 최초로 기업가정신을 주창한 조지프 슘페터는 아버지의 친구였다. 어린 시절 당시 대가들을 접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는 피터 드러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터는 주어진 길보다는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개척하기를 원했다. 피터 드러커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 등 역사의 질곡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경영학을 최초로 정립하고도 자신은 경영학을 창시한 적이 없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피터 드러커는 당시 경영학이 정통성에 위배된다는 기존 경제학자들의 비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기업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더 연구에 매진했다. 100년 가까운 생애 동안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보고 느끼며 사색하고 스스로 지식근로자의 모범을 보여 주었던 피터 드러커는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피터드러커를 최후의 경영르네상스인이라고 부른다. 이는 드러커가 195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경영자는 경영을 해야 한다"(Management Must Manage)를 기고한 이래 (1999년 8월 현재) 35회나 기고하였고, 경영학·경제학 관련 저서 또한 3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화에 대한 평론집과 소설을 두 권이나 썼다. 그의 학문적 업적 즉 논문이나 저서는 그 깊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수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그의 업적들을 살펴 볼 때 그는 20세기의 마지막 경영르네상스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드러커는 시대를 한발 앞서가는 전망과 미래적인 안목을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제공해왔던 학자였다. 평생 학습하는 습관을 가장 중요시했으며, 90세가 넘은 나이로 은퇴하기 전까지 무서운 열정의 소유자이다.
그의 저서로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미래의 결단’, ‘경영인의 조건’, ‘지식경영’, ‘미래의 조직’, ‘21 세기 지식경영’, ‘비영리단체의 경영’, ‘지식자본주의 혁명’, ‘성과측정’, ‘미래경영’, ‘next society’,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 평전’, ‘변화 리더의 조건’, ‘이노베이터의 조건’ 등이 대표적이다. 20세기 초에 태어나 21세기 초에 사망할 때까지 세계적 기업들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조언해주었다. 기업들의 흥망성쇠의 과정들을 지켜보고 분석하여 수많은 책들로 대중들에게 경영학에 대한 많은 교훈들을 남겨주었다
Ⅱ. 내 맘에 무찔러 든 글귀
1부 사라진 제국 아틀란티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다양성에 매료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아니면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지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결국 개별적인 존재다." p.11
구경꾼은 자신만의 역사가 없다. 그들은 무대 위에 있지만 연극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관객의 역할도 하지 않는다. 연극과 거기에 참여한 모든 배우의 성공은 관객들의 반응에 달려 있지만, 구경꾼의 반응은 연극의 성공과 전혀 관계가 없다. p.21
“하지만 할머니, 그 창녀에게 기침약을 갖다 줬잖아요.”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다. “너희는 언제나 그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옮기는 끔찍한 성병만 걱정하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나 역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하지만 나는 적어도 그녀가 젊은 남자에게 감기를 옮기는 일은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데도 화가 안 났어요?” “물론 화가 났지. 하지만 내가 정부를 두지 않는 남자를 만나려고 했다면 결코 결혼하지 못했을 거야. 그런 남자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거든.” p.42
“하지만 할아버지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 “조금도 안했지. 할아버지 는 저녁 식사 때는 늘 집에 돌아왔단다. 나는 그저 멍청한 늙은 여편네에 불과했지만 남자
에게는 위장이 성기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 정도의 머리는 있었지.” p.45
헤메와 게니아 : 경영의 귀감으로 삼은 괴짜 부부
나는 항상 추상적인 관념보다는 인간에게 관심이 더 많았고, 관념이란 철학자들이 범주화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내게 흥미롭고 다양성을 가진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관념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대상이었다. 그들은 발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변화를 일으키면서 무엇인가로 바뀐다. p.72
나는 런던에서 한 여성을 알게 됐고(그 여성은 결국 내 아내가 되었다), 그녀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그녀 곁에 있고 싶어 한다는 사실과 그녀가 사는 곳에서 나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확실해졌다. p.75
“지금 네가 빈을 떠나겠다는 것도 전적으로 옳은 결정이다. 이곳은 과거 속에 있고 이미 끝난 도시니까. 하지만 피터, 일단 떠나기로 했으면 떠나야 해. 떠날 사람은 작별인사 따위는 필요 없는 법이다. 게니아에게 키스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라.” 그러더니 나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집으로 가서 짐을 싸. 런던으로 가는 기차는 내일 정오에 출발한다. 너는 그 기차를 타야 해.” 그는 거칠게 나를 문 밖으로 끌어내더니 계단 밑으로 밀어버렸다. 그리고 외쳤다. “직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세상에는 직장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게다가 네가 여기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자리도 많아. 나중에 직장을 잡거든 엽서나 한 장 보내다오. 우리를 완전히 잊지는 말란 말이야.” p.77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지. 다루기 힘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러니까 누군가 겁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에 그건 전부 헤매의 일이 됐지. 그리고 그는 언제나 기대에 부응했어. 그는 문제의 핵심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기꺼이 불쾌한 상황과 대면할 수 있는 배짱도 있었으니까.” p.96
하지만 게니아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언제나 최고의 인사에게 바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정확하게 어떤 조치를 원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기를 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마라. 항상 그들에게 할 일을 지시하라.” 이것이 그녀의 좌우명이었다. “만약 그것이 잘못됐거나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들은 그 사실을 지적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해 주지 않으면, 그들은 행동보다는 연구에 몰두할 것이다.” p.119
게니아가 매섭게 쏘아붙였다. “그것이 인간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원칙이란 내게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이야.” 이는 절대주의의 세기에는 대단히 위험한 이단이다. 교육과 심리, 환경, 경제, 정치, 심지어 인종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이상적인 미래나 ‘절대 다수를 위한 선’이라는 망상을 위해 인간이 희생해야 한다는 사상이 판을 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p.146
'선생 관찰‘을 통해 처음에 도달했던 결론에 따르면, 선생들은 어떤 유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유일하게 옳은 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르치는 능력은 재능이고, 좋은 선생은 그 재능을 타고났다. 그것은 베토벤이나 루벤스, 아인슈타인이 자신만의 재능을 타고 났던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가르치는 능력은 일종의 개성이지 기술이나 숙련이 아니다. p.193
선생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자신의 재능 가운데 가르치는 재능이 포함돼 있는 선생이 있는가 하면, 학생에게 학습을 프로그램해서 넣는 방법을 알고 있는 교육자가 있다. 선생은 타고난다. 그리고 타고난 선생은 자신을 향상 시키고 더 좋은 선생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자는 가르치는 방법을 갖고 있고, 그것은 학습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어떤 사람이든 그 방법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타고난 선생은 자신의 재능에 교육법을 추가함으로써 아주 쉽게 더 훌륭한 선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 뒤에 그는 만능선생이 되는데, 여기서 만능선생이란 대규모 강연장이든 소규모 교실 수업이든, 초보자든 석사과정이든 어떤 조건에서도 뛰어난 교육효과를 거두는 선생을 의미한다. p.198
교육자는 학생들의 깨달음에 같이 도취됨으로써 열정을 얻는다. 학생의 얼굴에 떠오르는 깨달음의 미소는 어떤 마약이나 약물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교실에 만연된 무시무시하고 학생을 고사시키는 전염병에 교사의 권태감을 치유하는 것이 바로 이 열정이다(교사의 권태감은 가르침과 학습을 완벽하게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p.200
진정한 선생과 진정한 교육자에게 게으르다거나 열등하다거나 멍청한 학생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선생이 잘했거나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p.201
프로이트 : 프로이트에 대한 프로이트적 분석
내가 프로이트에게 소개된 것은 여덟 살인가 아홉 살 때였다…오늘 일은 잊어선 안 된다. 넌 방금 오스트리아에서, 아니 아마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만난 거야’ 라는 말을 부모님이 내게 했기 때문에 이때의 일만은 생생히 기억한다. “황제보다 더 중요한 사람인가요?” “그래, 황제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야.” p.204
당시에도 유대인들을 비롯해서 돈을 추구하는 의사들은 많이 있었다. 당시 이런 이들은 ‘칼 쓰는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칼 쓰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경멸감이 담겨 있었다. 아주 악명 높은 ‘칼 쓰는 사람’조차도 병원의 원장이나 대학 임상학과의 부서장이 되어 빈곤한 환자들을 돌보곤 했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탐욕 때문에 바라는 것 없이 베푼다는 치료사로서의 전통적 윤리를 어긴 셈이었다. 하지만 그런 윤리를 경멸한 프로이트는 가장 심층적이고 가장 중요시되는 치료사라는 유대인 전통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는 의학을 ‘장사’로 만들었다. 게다가 프로이트가 옳을 수도 있다며 동조하는 의사들이 생겨났다. 적어도 감정이나 정신장애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료비를 요구하는 것이 치료효과가 있을 수 있고, 대가 없는 치료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p.211
토마스 만은 프로이트의 여든 살 생일축하 자리의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신분석은 소설이라는 예술에 그 누구보다도 큰 공헌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오랫동안 굳게 닫혔던 영혼에 창을 냈다는 점은 기꺼이 인정한다. p.219
요한 슈트라우스 <박쥐>는 프로이트 시대 빈의 상징이었다. 프로이트가 18살 때 초연된 그 오페라 내용은 연인 교환과 자유로운 성생활이었다. 그런데도 그 작품의 무대는 공상의 네버랜드가 아닌 고상한 오스트리아 황제가 여름휴가를 보내는 휴양지였다. p.221
프로이트 자신은 빈 사회의 ‘성적 억압’ 가능성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런 설명은 훨씬 나중에 나왔으며 미국이 만들어낸 것이다. (성에 대해 개방적이던 당시) 빈 사람이라면 그런 주장에 넘어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p.223
프로이트가 주장한 억압과 신경증을 일으키는 성적 욕구는 문화나 사회적 관습과는 상관이 없다. 그것들은 특정 사회의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성인과 아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프로이트의 저서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제가 성적불안, 성적불만, 성기능 장애이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19세기 말 빈(실제로는 19세기 말의 유럽)의 다른 모든 기록에서 강조됐던 한 가지 신경증이 빠져있다. 바로 ‘금전 신경증’이다. 프로이트 시대 빈에서 억압의 대상이 됐던 것은 성이 아니라 돈이었다. 돈이 이미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상태였지만, 동시에 언급돼서는 안 될 대상이기도 했다. p.224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과학적인 합리성과 비합리적인 내면의 경험이라는 두 세계를 하나의 종합이론에 담으려는 거대한 시도였다. 그것은 계몽시대가 낳은 극단적으로 합리적인 프로이트와, ‘영혼의 어두운 밤’을 꿈꾸는 몽상가이지 시인인 프로이트를 한 개체에 담으려는 거대한 시도였던 것이다. p.230
2부 명멸하는 시대의 사람들
폴라니 가(家) : 새로운 사회를 꿈꾸던 흥미로운 가족
그들은 19세기를 극복하려고 했다. 자유를 추구하되 부르주아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번영을 이루되 경제에 종속되지 않는, 공동체를 지향하되 마르크스주의의 집산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추구했던 것이다. 아버지와 다섯 형제는(어머니까지도)각자 독자적인 길을 갔지만 결국 똑같은 목표를 추구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똑같은 성배를 찾아 각기 다른 방향으로 길을 나선 원탁의 기사를 떠올렸다. p.286
그들은 각자 하나의 ‘답’을 찾았지만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폴라니 가는 세상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가장 성공한, 그러나 자신들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가장 실패한 가족이었다. 그들은 또 가장 생기 있고 호기심과 활력이 충만한 가족이었다. 적어도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네댓 명의 폴라니는 그랬다. p.286
그러나 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삶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품었던 이상과 실패 때문이었다. 폴라니 가의 사람들은 각자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그들은 모두 사회의 구원에 의한 구원을 믿었다. 하지만 그 후에 사회에 대해 단념하고 절망했다. p.309
크레머 : 키신저를 만든 외교정치 고문
비스마르크는 ‘외교할 때는 절대로 영리하게 보이지 말라. 단순하고 정직하라’는 오랜 규칙을 거만하게 무시했다. p.337
카리스마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짜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노력과 헌신으로 이끈다. 모든 것을 자기 손아귀에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을 구성한다. 조종이 아닌 성실성으로 지배한다.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정직하다. p.339
헨슈와 셰퍼 : 나치즘이 불러온 개인의 비극
악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지만 인간은 평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조건으로든 악과 흥정해서는 안된다. 그 조건은 언제나 악의 조건이지 인간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헨슈처럼 악을 자신의 야망에 이용하겠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악의 도구가 된다. 그리고 셰퍼처럼 더 나쁜 것을 막기 위해 악과 손을 잡을 때 인간은 또한 악의 도구가 된다. p.364
가장 커다란 죄는 20세기에 새로 나타난 무관심의 죄, 아무도 죽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오래된 찬송가 구절처럼 "그들이 내 주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증언하길 거부한 저명한 생화학자의 죄가 아닐까? p.364
브레일스포드 : 영국의 마지막 반체제자
찰스 디킨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강하고 어두운 소설인 ‘어려운 시절(1854)’의 주인공이자 반대자인스티븐 블랙풀은 자신이 양심이 권력과 야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의심받고 추방당해 파멸에 이른다. 그의 죽음조차도 실패였다. 그가 죽었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런 동요도 없었으며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디킨스의 19세기형 반대자는 순교자조차 아니었다. 그는 단지 사상가였을 뿐이다. p.395
일단 상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사가 효과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 하급자로서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자 해결방안은 아주 간단했다. 나는 프리트베르크의 휴지통을 비우지 말고 다음 날 아침에 내가 점검할 때까지 뇌두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3일도 안 돼 회계상의 혼선이 없어졌다. p.417
“소매에는 오직 두 가지 원칙만 있네. 첫 번째 원칙은 ‘2센트 에누리에 안 넘어오는 고객은 없다’이고, 두 번째 원칙은 ‘진열해 놓지 못한 상품은 팔 수 없다’는 거지. 나머지는 모두 노력이야.” 또는 “어리석은 고객은 없어. 단지 상인이 게으른 거지. 고객이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어리석다고 말해서는 안 돼. 고객을 ‘재교육’ 시키려고 해서도 안 돼. 그건 상인이 할 일이 아니거든. 상인이 할 일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들이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것이지. 만일 고객이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 같다면, 밖으로 나가 고객의 입장에서 상점과 상품을 살펴보는 거야. 그러면 그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 단지 그들의 성실이 상인의 현실과 다를 뿐인 거야.” p.424
"이번에 그 체인에서 10여 명의 구매자들과 얘기를 해보았다. 그들은 아주 영리하더구나. 하지만 다들 회사를 위해 싸게 구매하고 있었지. 고객을 위해 싸게 구매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잘못된 일이야. 고객을 잃고, 매출을 잃고, 수익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헨리 베른하임 p.427
메뚜기처럼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예를 들면 스타킹에서 단추로, 또는 한 실험에서 다른 실험으로) 옮겨 다니기만 할 뿐 일반화나 개념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상인만큼이나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예술가나 좋은 과학자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좋은 상인의 마음은 헨리 아저씨의 마음이 움직이는 식으로 가장 분명하고 가장 구체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일반화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p.428
우리는 지금 서양에서 체계적인 분석과 사고가 막 시작됐을 때 플라톤이 자신의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두 개의 대화편, 즉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 파이드로스와의 대화를 담은 <파이드로스>와 소크라테스가 죽는 날 아침에 나눈 대화를 담은 <크리톤>에서 가르친 것을 망각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 두 개의 대화편은 우리에게 논리의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웅변'이 아니라 잡담이며, 경험의 시험을 거치지 않은 논리는 '논리'가 아니라 부조리라고 가르친다. p.431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할 때 가장 순수하다.- 새무얼 존슨 p.448
3부 순수 절정기
헨리 루스 : <타임>, <포춘>, <라이프> 잡지 왕국의 제왕
루스와 <경제인의 종말>에대해 이야기할 때 옆에서 지루해하던 루스의 부인 클레어(브로드웨이 최고 극작가)가 하는 말, “드러커씨 경제인 다음에는 육체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p.469
좋은 편집자는 관대하지 않다. 그들은 동료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들은 ‘신문이 해야 할 일’을 하게 만든다. 위대한 편집자는 말할 것도 없고 좋은 편집자는 인정사정없는 지독한 독재자다. 그는 모든 기사가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할 때까지 쓰고 또 쓰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 p471
풀러와 맥루안은 외향적인 모든 면에서 무척 다르지만, 기술의 시인이며 전도사라는 점에서 이 둘은 매우 흡사하다. 풀러는 전쟁 시기에도 기하학적인 곡선 하나로 세계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측했으며, 맥루안은 기술을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확장’으로 보고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로 텔레비전의 출현을 예고했다. 지금은 이들이 테크놀로지 시대의 선각자로 평가받지만 당시에는 엉뚱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여기서는 시대를 앞서 일상의 틀에 박힌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두 사람과 드러커의 유쾌한 만남이 펼쳐진다. p.506
맥루안에게 기술이란 인간의 자기완성이며, 인간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켜 완성해 가는 수단이다. 다시 말하면, 동물이 자연적인 진화를 통해 특정 기관을 새롭게 발달시켜 다른 동물이 되는 것처럼, 인간은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다른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p.508
맥루안의 가장 중요한 통찰력은 ‘미디어는 메시지다’가 아니라, 기술은 ‘인간의 주인’이 아니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킨 바로 그만큼 인간과 인간의 본성,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을 변화시켰다. p.521
맥루안의 가장 중요한 통찰력은 “미디어는 메시지다”가 아니라, 기술이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확장’이라고 본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주인’은 아니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킨 바로 그만큼 인간과 인간의 본성,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을 변화시켰다. p.524
한 가지에만 전념하는 사람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은 길도 없는 황무지에 자신의 하얀 뼈만 남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하나의 사명 대신 다양한 관심을 지닌 나머지 우리는 분명히 실패하고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p.526
앨프레드 슬론 : 절대적 권위로 GM을 이끈 전문경영자
"대량생산이란 포드 씨가 말하는 의미와는 달라요. 일괄생산 라인이란 도구일 뿐입니다. 대량생산은 사람의 두뇌를 사용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입니다." -니콜라스 드레이스타트 p.557
나는 두 가지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하나는 노동비용 유연성과 노동시장의 유동성을 해치지 않고 고용인에게 수입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훗날 명명했던 ‘자체관리 공장 커뮤니티’의 필요성이었다. 다시 말해서 개개인의 고용인, 작업 팀, 그리고 고용단체가 모두 똑같이 개별업무의 구조, 주요업무 행사 및 근무교대 스케쥴, 휴가 스케쥴, 시간외작업 할당, 작업장 안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용인 혜택 같은 공장 커뮤니티에 대해 관리상의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p.565
전문가란 자신의 관심사와 신념과 사생활을 공적인 업무와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을 뜻했다. 슬론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라도 개인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문적으로 주의해야 할 대상이 됐다. p.602
프스크 대학의 현명한 흑인사회학자인 모데카이 존슨 박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국에는 두 개의 도가니가 끓어 넘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아주 천천히 끓고 있죠. 하지만 그 도가니 속에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3세대가 지난 후에는 앵글로색슨 족으로 변합니다. 다른 하나는 매우 빨리 끓어서 무엇이든 그 속에 들어가면,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가는 것 가운데 상당수가 흰색을 띠고 있는데고 불구하고 불과 아홉 달 뒤에는 흑인과 흑백혼혈이 되어 나옵니다” p.638
백인 농부들은 은행에서 돈을 융자받을 수 있게 되자 곧바로 일하지 않을 때도 먹여 살려야 할 필요가 없는 기계를 도입했다. 1879년부터는 이미 트랙터나 채면기로 목화를 수확했던 것이다. 흑인 소작농을 밀어낸 것은 바로 풍요의 경제학 이었다. 흑인이 구시대 남부에 대해 향수를 품게 된 것은 한 세대가 지나 최근에야 발생하기 시작한 현상이다. p.643
Ⅲ. 내가 저자라면
책의 두께와 내용들로 보아 어렵거나 또는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자서전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자서전에는 드러커의 삶 뿐만 아니라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삶을 산 10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드러커의 유일한 자서전이자 아주 독특한 형식의 자서전이다.
이 자서전의 독특함은 어디서 오는가? 대개 자서전이라 하면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가장 주관적인 입장에서 연대순으로 서술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드러커는 자신의 얘기가 아니라 타인의 삶을 다룬다. 특히, 살아오면서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씌어져 있다. 자신은 뒤로 물러나고, 삶에 깊은 인상을 주었던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자서전을 쓴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자서전은 단순한 자신의 인생 연대기를 넘어 그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관찰기가 된다. 그의 자서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인에서, 재치 있던 그의 할머니와 시대의 실패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드러커는 자신의 책에서 "이 책에 기술된 인물들은 내게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선택됐다. 그들이 내게 중요했던 것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를 내게 반사하거나 굴절시켜 보여주었던 방식"때문이기도 했다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드러커가 얼마나 뛰어난 문필가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이 자서전은 드러커의 관찰자의 기질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관찰자의 기질을 타고난 드러커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 책에서는 드러커에게 인생을 가르쳐준 할머니, 교육의 길을 제시해준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개인적으로 중요한 인물에서부터, 심리학의 대가 프로이트·미디어의 예지자 마셜 맥루안·잡지왕 헨리 루스·GM의 경영자 앨프레드 슬론 등 유명한 인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드러커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드러커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단편적으로 존재하던 자신의 생각에 일정한 체계를 주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주변 세계와 내면세계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그는 "누구에게서든 배울 점을 찾아내는 사람"이었고, 이를 통해 훗날 그의 저서들 모태가 되는 경영관(經營觀)을 정립 할 수 있었다.
자서전을 통해 드러커의 이러한 그의 기질과 특성의 일부분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짐작하게 된다. 그는 사람을 평가할 때 세속적인 유명세나 사회적 지위를 보고 어떠한 선입관을 품지 않는다. 자서전의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모든 인간에겐 그들 나름대로의 다양성이 있으며, 그 같은 다양성에 단점과 장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의 행로안에서 만난 숱한 사람들에 섞여들지 않고, 그들 곁에서 한발 물러서 그들의 장 ․ 단점을 분석하고 자신의 인생과 학문의 교훈으로 삼아 왔다.
이 책을 통해 한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받으며, 그들과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앎을 통해서만 그 사람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내게 드러커의 인간성을 알게 해주었고 ‘뛰어난 통찰력’과 ‘뛰어난 문필력’이라는 두 가지 핵심역량을 알게 해 주었다. 최고의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의 대가였지만 그가 제시한 개념들은 모두 하나의 핵심인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에 기초하고 있다. 평범함 속에서 대단함을 발견하고 대단함 속에서 허점을 발견하는 ‘탁월한 통찰력’ 또한 본받고 싶은 점이다. 그를 통해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는 깊이와 탁월한 식견은 ‘같은 사람을 다르게 보는’ 힘에서부터 발휘됨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소설가를 꿈꾸던 문필가의 재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책을 통해 한 인간의 성장에 있어 환경과 이를 받아들이는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기업의 본질과 경영에 대한 그의 탁월한 사상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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