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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일 22시 42분 등록

동앙의 명상과 서양의 심리학

 원제 :  The Meeting of the Ways.

존 웰우드 편저/ 박희준 옮김

 

편저자 소개

존웰우드(John Welwood) 

인본주의 심리학파인 로저스파와 실존주의파 계통에서 임상심리학 훈련을 받았다. 시카고 대학, 캘리포니아 대학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journal of Transpersonal Psychology and Re Vision>의 편집자이다. 최근에 '깨달음의 심리학' 을 출판하였다.  자신의 평생의 중요 주제를 새롭게 구성하여 동서 고금의 정신세계 추구자들이 애써 추구해 왔던 인간 의식에 관한 이해, 변화와 치료의 메커니즘과 본질, 자기 성장과 깨달음의 비교, 강한 자아와 무아의 비교, 내적 경험의 차원과 깊이 등, 주옥 같은 주제들을 셈세한 필치로 다루고 있다.  그는 평생 접하는 내담자 들과의 경험과 그들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알게 된 내밀한 체험을 나눠 주고, 성장과 변화의 매카니즘을 들려주며 나아가 단순히 고통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더 높고, 더 깊은 깨달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그 세계에 이를 수 있는지를 그의 따뜻한 가슴으로 전하고 있다.

 

 
내마음에 무찔러 들어 온 글귀 

p8

프로이트 심리학의 권위가 세계에 군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제자였던 융(Gustav Jung)은 그와 결별했다. 융은 무의식의 개념을 확대하여 의식도 무의식으로부터 생겨나서 무의식과 함께 작용한다고 보고, 사람은 개인 무의식의 더 깊은 곳에 집단무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p8-9 집단무의식은 원시형으로서 전인류에 공통되는 것이며, 영성을 띤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원시형은 합리적으로 정확히 이해될 수 없는 상징적인 것으로서 거기에는 비인과적인 질서성이 있다고 보았다. 인간 의식에 대한 융의 이러한 신비적 견해 때문에 인과율과 합리성만을 신조로 하던 당시의 구미 심리학계에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의 학설은 현재 막강한 세력으로 대두하고 있는 초개인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과 일치하는 바가 많다.


 

p9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주의 심리학(Humaninstic Psychology)을 제창하여 그것을 종래의 심리학의 댱대 세력이었던 행동주의의 심리학과 프로이트파의 정신분석학에 대항하는 제 3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주관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실존주의(Existentialism)에 심취했던 그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인간의 동물적인 면을 밝히기는 했지만 인간의 가장 고귀한 의식인 양심이나 이상, 창조성 같은 것을 다루기 위하여는 쓸모없는 심리학이라고 했다. 그는 또 프로이트의 학설이 인간성의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음에 실망했다. 프로이트가 주로 정신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데 반하여 매슬로우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통합된 유기체로서의 인간은 어떻게 성장하며 자기 초월을 통한 자기실현(self-actualisation)을 하는가를 논하였다. 그는 프로이트는 인간 심리의 병든 반쪽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지만 이제 우리는 건강한 반쪽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p9-10

위대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개인들은 자기초월 또는 정상경험(peal experience)에 의하여 그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매슬로우는 이것을 자기실현이라고 불렀다.

 

p10

심리학자들의 종교적인 차원에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개인의 범주 안에서의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인간주의 심리학은 초개인심리학으로 새로운 발전을 하였다. 매슬로우는 [ 존재의 심리학을 향하여 Toward a Psychology of Being] 란 책의 제 2판 서문에서 초개인심리학의 필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3세력으로서의 인간주의 심리학은 더 높은 4의 심리학으로의 준비 작업인 일시적인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것은 인간의 필요와 이해라기 보다 인간성이나 아이덴티티나 자기실현 등을 넘어서 우주(cosmos)에 중심을 둔 초개인적이며 초인간적인 심리학이다.

 

p11

초개인 심리학은 고전 과학적 방법인 분석과 논리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전일적이요 종합적인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으로서 신과학운동에서 주장하는 과학의 유기체적 방법과 일치하는 바가 많다.

 

p11-12

의식을 내관(內觀)한다는 것은 의식이 의식 작용을 하고 잇는 의식 스스로를 그 내부에서 관찰하는 것이므로 그 관찰의 주체와 대상이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이기 때문에 관찰의 대상을 객관화할 수 없고 그 관찰에서 깨달은 바를 개념적인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수록된 내고나을 다룬 글들은 논리적 명료성을 추구한 것이라기 보다는 경험을 정리한 기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양자물리학이 객관의 합리적 기술의 학문이 아니라 경험(실험과 관찰)을 정리하는 학문이며, 그것을 일상적인 인간 경험에서 만들어진 언어의 개념으로 풀이하려면 심각한 난관에 부닥친다는 것과 상황이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p16

지금까지 서양심리학이 사람의 체험의 전체범위에 관한 만족할 만한 이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데 있어 얼마나 실패를 해 왔는가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훌륭한 과학적인 시도로 확립시키려는 관심에서 서양심리학은 주로 인간 행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유도되었고 그것은 광범위한 통계적 유형으로 조직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자료들의 의미, 특히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과 관련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p17

동양에서는 의식(意識)을 연구하는 것은 의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동양심리학은 외부의 관찰자의 관점에 서서 인간의 삶을 객관화하려는 비개인적인 어떤 시도도 피하며, 그 대신에 개인의 지각과 행위를 형성하는 살아 있는 현실로서 의식을 연구한다.

 

 

그렇다면 동양심리학은 구체적으로 인간의 잠재력에 관한 더 넓은 이해에 무엇을 기여한다는 말인가?  서양심리학의 연구 태도를 보완할 동양심리학의 독특한 시각은 무엇이란 말인가? 

p17-18

1. 동양심리학은 근본적으로 직접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양은 일반적으로 사변적인 철학화나 순수한 이론적인 토론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 지적 이해 그 자체가 무가치한 것은 아니나 자기인식 과정과의 관련 내에서만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지적 전통이 고도로 세련된 인도와 티베트의 어떤 전통에 있어서도 개념들이란 생생한 체험의 미묘한 복잡성에 대한 감수성을 개발 개발하자는 것이다. 노스롭(F. S. C. Northrup)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동양사상은 직관적인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것은 이론 체계 속에 들어 있는 다른 개념들이 아니라 실제 체험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이나 의식에 관한 힌두교와 불교의 많은 용어들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살아 가는 데 있어서 우리가 의식하는 직접 경험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진행중인 사고, 감정, 환상들로 이루어진 부단히 유동하는 내부의 속삭임은 동양심리학이 세밀하게 다루어 온 인간 의식의 아주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사실인 것이다. 묘하게도 서양심리학에서는 일상 의식의 이런 중심적인 면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연구되지도 않았으며, 그 대신에 마음이 직접 경험되지 않는 가정적 기구와 구조로 이루어진, 분석자와는 독립된  대상인 것처럼 마음을 분석하는 길을 택했다. 마음에 관한 동양적 접근은 직접적 의식의 여러 가지 면과, 우리가 사물과 어떠한 연관을 맺는가를 살피면서 마음을 지극히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관계에서 이해하도록 한다.

 

p18

동양적 전승(傳承)에서는 마음을 직접 탐색하는 주된 도구는 명상(瞑想)이었는데, 명상은 사람이 순간 순간의 의식을 전개하는 데 있어 주의 깊은 참여적 관찰자가 되는 체험 과정이었다.  명상은 대다수의 심리학과 철학들이 이론적으로만 설명하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밝혀 내는 것과 같다. 

 

동양적 연구 방법은 사람들이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론은 다루지를 않는다. 명상 수행자는 심층적인 인간적 필요를 직접 밝히고 촉진하지 못하는 심리학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2. 동양 심리학은 인간 존재를 항상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동양심리학은 전체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연구되는 전체 과정으로서의 인간경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의식을 무의식과 분리됐거나 세계와 동떨어진 신체 내부에 잇는 어떤 별개의 정신 계통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관점은 하나의 현상을 전체로부터 고립시키지도 않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경험을 배제시키는 일도 없이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삼라만상의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 interconnectedness) 을 깨닫게 한다.

 

p19

3. 동양의 심리학은 근본적으로 깨어 있는 마음의 상태에 비추어서 인간 경험을 이해하려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자각, 깨달음 또는 해탈은 우주 삼라만상과의 상의상관성은 물론, 자기의 삶의 가장 심층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물의 과정을 체득함으로써 가장 완벽하게 자기가 자기 자신이 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 된다.

이러한 상의상관성은 어떤 유아적 일체감으로서의 원시적 의미의 퇴행이라고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깨달은 지각 작용에서 경험되는 비이원성(非二元性)은 발달이 미숙한 개인이나 자아가 혼란된 사람, 혹은 정신분열병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세계와는 아주 다른 것 같다.

 

깨달은 상태에 있어서의 비이원성은 자기의 궁극적 본성을 분명하고 완전하게 깨닫는 데에서 나오는데, 이것은 사람이 어떤 종류의 분리된 실체로서 자기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그만두었을 때 이루어지는 가장 자기다운 자기가 되는 현상인 것이다.

 

동양적 관점에서 보면 분리된 자기라는 관념은 인간의 모든 사물과의 자연스런 상의상관성의 왜곡이다. 동시에 분리된 자기라는 관념을 초월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개발된 자기가치감과 개인적 존엄성이 전제가 된다.

 

깨인 마음이란 마음이 자기의 내면과 주변 세계에서 일어나는 그대로의 삶의 과정에 조율된 완전히 맑고 개방적인 마음이라고 이야기된다. 혼란, 무지, 방어 기제도, 이해하여야 할 중요한 경험인데, 그러나 이것들은 인간 존재의 완전한 표현으로 여겨지는 바의 깨인 마음의 왜곡물로서 흔히 경험된다. 사실은 사람의 통상적인 자기중심적 생활의 혼란이 깨달음의 과정의 시발점이나 바탕이 될 수가 있다고 한다. 깨달음은 잠자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해탈은 노예 상태로부터의 변환이며, (, enlightenment)은 어둠과 은폐의 일소이다. 그렇게 때문에 자아중심적 혼란에 관한 연구는 깨달음 자체의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p20

깨인 마음이란 관념은 건강성이라는 관습적 관념을 넘어서는 영감적 건강성의 가능성을 암시하는데, 관습적 관념으로서의 건강성은 사회적으로 조절된 통상적 행동에 대한 순응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영감적 건강성은 자연 과정에 맞춰서 살면서 순간 순간의 역동적 불가예측성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데서 나온다.

 

그래서 동양적 접근에서는 심리학을 깨달음의 추구와 구분하지 않고 그들을 상호 연관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의 본질과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현실과의 직관적 조화를 달성하는 수단이 된다.

 

내가 대학원 학생이었을 때에는 정량적(定量的) 측정과 통계적 분석이라는 엄격한 자료를 통해 확증할 수 없는 것은 신비적이라고 불렀다. 이런 의미로 쓰는 신비적이란 말은 자기 경험의 직접성을 믿는 사람을 소박하다고 여길 때 멸시해서 쓰는 고전적, 전문적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정통 신비주의를 어떤 종류의 신비화와 혼동하여서는 안 된다. 신비주의라는 말은 종교적 통찰, 무아적 황홀감 또는 강렬한 계시의 체험을 기술하는 제한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 말은 또한 비록 짧은 순간의 일일지라도 말과 개념을 넘어서 마음과 세계가 완전히 조화되는 단순하고 통상적인 종류의 깨달음을 지칭하는 데 보다 널리 사용되어 왔다.

 

p20-21

일상 경험의 이와 같은 신비적 성질은 통상적인 자기 중심적 선입견에 고착되어 있을 때보다는 어떤 순간에 진실로 일어나는 것을 충분히 자각할 때 잠깐 보일 수 있다. 우리의 통상적으로 혼탁하고 현혹된 지각과 의 저편에서 현실을 심원하게 보는 일은 무엇이든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순간에는 우리는 세계의 우리 경험 속에서 선명함 또는 빛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도 새롭지 않은 그저 그런 하나의 나뭇잎인데 그것이 동시에 새로운 모양으로 밝게, 푸르게, 더욱 나뭇잎답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나뭇잎은 분명히 여전히 나뭇잎이지만 경험에 대한 우리의 개방성의 깊이가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조그마한 깨달음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생 전체로부터 어떻게 근본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포착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 속에서 세계를, 그리고 세계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p21

비록 그것이 너무 빨리 스쳐갔거나 잊혀졌을지언정, 깨인 지각(知覺)은 사물이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것이며, 순간은 항상 우리의 산만한 주의력이 우리로 하여금 알아차리게 하는 거시 이상으로 풍요롭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흔히 일상적 선입견 때문에 가려져 있거나 편협한 신념 체계 때문에 배제되어 잇는 매 순간의 이와 같은 풍요성에 우리가 눈뜨게 되면, 매일의 정각(正覺)의 현실을 엿보는 일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이에는 특별히 비교적(秘敎的)이거나 신비적인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험에 대한 서양심리학의 태도는 이들을 신비화하지도 않고 심리학화하지도 않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 이들을 신비화하는 것은 이들이 보통 사람의 경험과는 거리가 먼 어떤 비전(秘傳)의 신비에 감싸인 이상한 다른 것으로 보이게 만들 것이다. 한편 이들을 심리학화하는 것은 선입견 사상의 범주로 포착하거나 파악하려 함으로써 경험의 중요성을 경감시키고 왜곡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p21-22

동양심리학을 순전히 독특한 지리적 환경의 산물로 보기 보다는 인간성에 보편적으로 관련성을 갖는 마음에 관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유익할 것 같다. 그러므로 (이책에서) 동양적이란 말은 서양 문화와 심리학의 주류에서 발전해 온 것과는 다른, 인간성에의 또 다른 접근을 지칭하는 표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무슨 말이냐하면, 동양과 서양을 대항시킨다거나 상대편에 대한 다른 한편의 우위를 주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과 인간성에 관한 두 가지 연구 방법이 얼마나 상호보완적일 수 있는가 하는 사실을 알고자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동양적 접근은 아직도 서양적 사고방식에서는 아직도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생과 사상에 대한 그 접근의 관련성을 탐색해 보려는 이런 종류의 책이 존재할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p22

경험적이고 전체적이고 깨달음 지향적인 동양의 전통과 정밀성, 명료성, 회의(懷疑), 독립성 지향적인 서양적 방법과의 이 자리에서의 만남은 문화적 한계점들을 넘어서, 에이브라함 매슬로우 박사가 인간 본질의 더 깊은 곳이라고 말한 그것을 열어 놓는 새로운 종류의 심리학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는 일이다.

 

p26

수천년 동안 마음의 연구는 어떤 동양의 전통 속에서 깊이 있게 추구되어 왔다. 그리고 비록 동양의 마음의 연구가 정신적 전통의 울타리 내에서 연구되어 왔다고는 하지만, 그 전통적인 종교적 문맥을 넘어서 현대의 서구인들에게 폭넓은 적용성과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동양 사람들이 언급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체험 없이는 서양적 개념을 통해서 동양적 개념의 마음과 의식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이와 같은 체험적 바탕만 주어진다면 동양적 가르침을 설명하는데 심리학적 용어를 사용해도 좋을 것 같고, 자기 자신의 마음의 본성의 연구를 위한 실마리와 방향을 찾는 일반 서구인에게 동양적 가르침을 더 잘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다.

 

p27

명상 수행은 자기 자신의 마음의 활동과 본질을 발견하는 탁월한 동양적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사람은 전체로서의 자기의 경험 과정에 대하여 그렇게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통상적인 마음 상태는 외적 (外的=물리적 세계에 대한 지각, 희망, 공포, 욕망, 흥미의 대상)이나 내적(內的=생각. 감정, 중얼거림 들)인 의식의 어떤 대상(혹은 내용)에 대한 고착에 의해 지배된다.  내부로 향하는 주의력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고착의 정체를 보게 하고, 넓은 깨달음을 발견할 수 잇게 할 것이며,

 

p321

옮긴이의 말

이 책은 존 웰우드가 편집해서 1979 Schocken Books Inc 에서 출판한 [The Meeting of the Ways]를 번역한 것이며 모두 18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래까지의 서양심리학은 형이상학적 의미를 함축하지 않은 현상을 대상으로 한 학문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이 팩의 제 1 1편의 논문 ,영원한 심리학> 에서 켄 웰버는 형이상학적 의미가 포함되는 새로운 수준의 심리를 마인드(Mind  )수준이라고 명명하고 존재의 심리학의 한계를 넘어선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마인드 수준에서는 사람은 공간을 갖지 않기 때문에 무한하고 시간을 갖지 않기 때문에 영원하며 마인드의 바깥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수준에서는 사람은 우주, 즉 전체(the All)에 의해 아이덴티티를 형성한다기 보다는 그 사람이 바로 전체이다.

 

p322

자아의 힘과 무아라는 두 가지 관념은 줄여서 말한다면, 서양 심리학과 동양 심리학의 접근의 상위(相違)를 나타내는 말이다. 서구의 정신요법가들은 강한 자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불안에 지배되어 행동을 하거나 상황으로부터 도피하는 일 없이 충동이나 갈등, 환경의 요구에 대처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이라는 의미를 여기에 부여하고 잇다. 한편 동양의 무아라는 관념은 특히 불교의 전통 속에서 발전된 관념이다. 석가모니 부처는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현세고(現世苦)에서 해탈을 이루게 하려는 것이 염원이었기 때문에 고()가 유래하는 곳을 더듬어 가다가 아집(我執)이라는 무명(無明)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미망(迷妄)을 타파하기 위해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제창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불교의 무아설이다. 이것 없으면 저것 없고, 이것 있고서야 저것 있다고 하는 연기(緣起)의 고나점에 서서 모든 심리적 고를 풀어 가자는 자세이기 때문에 요새 말로 하면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적, 갈등 처리적 심적 자세가 된다고나 할까, 따라서 무아의 기본적 사실은 프로이트파의 사람들이 자아의 힘이라고 부르고 있는 세계 속에서의 효과적인 기능의 발달을 결코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p324

마이트리(Martri, 자비)란 자기 자신과 타인, 나아가서는 전체로서의 세계와 우주에 대해 마음을 열고 친애의 감정을 가지고 대하며 유모와 애정이 넘치는 감사하는 기분을 갖는 테도를 말한다. 마이트리에 의해 사람은 아무런 저항이나 거부를 나타내는 일 없이 아름다운 것이건, 추한 것이건 모든 대상에 대해 소박한 감사의 념을 가지고 대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공간요법과 마이트리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신경증 환자의 인격 전환 목표이다.

 

내가 저자라면

 

20세기 전반의 미국 심리학계의 양대 주류는 행동주의 심리학(Behaviorism psychology)과 정신 분석학(psychoanalysis) 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미국 심리학계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은 인간주의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이 대두한 것이다. 그들은 행동주의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을 가치 없는 심리학으로 보고, 그들의 혁명적인 심리학은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는 것이라고 본다.

 인간주의 심리학은 자기 초월하는 생물이 한 종으로서 인간 본성 속에 잠재해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전시켜 자기실현을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실천을 요구하는 가치체계의 심리학이다.

인간주의 심리학의 주도자인 매슬로우(Abraham Maslow) 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이름이다. 그의 욕구 위계설은 현대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그는 행동주의심리학은 인간의 발전을 이룩하는 데는 쓸모 없는 심리학이라 했고 다른 한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인간 심리의 병든 반쪽을 제시했으나 이제 우리는 나머지 건강한 반쪽을 채워야 한다고 말하면서 제 3세력의 심리학으로서 인간주의심리학을 제창하였다.  그것은 현대의 병든 서구 문명을 건강한 문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혁명적인 운동의 심리학이다.

이러한 인간주의 심리학이 성행하고 있던 20세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때맞추어 동양의 명상 수련이 미국에 확산되었고, 인간주의심리학자들 중의 많은 학자들이 그 명상수련을 받았으며 인간주의 심리학과 동양의 명상의 결합에서 초개인심리학이 나오게 되었다. 초개인 심리학은 개인의 인간성이나 자기실현까지도 초월하여 전 우주에 중심을 둔 종교지향적인 심리학이다.  3세력으로서의 인간주의 심리학은 더 높은 초개인심리학으로의 과정이었으며 초개인심리학을 제 4 세력으로 본다. 

그들은 이 제4세력에서 중병에 걸린 현대 서구문명에 새로운 삶의 철학을 구하고 있다.

 

이 책은 존 웰우드가 여러 다른 곳에서 뽑아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들이 통합된 전체로서 서로 잘 반영하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데에 상당한 의미와 함께 편저자의 전문성과 깊이 있는 능력이 돋보인다.
 1 장에서 인간심리라는 본성에 관한 기본적 질문들을 제기하고 잇다. 의식의 다른 차원에 대한 탐구는 제 2장의 주제인 사람의 자아동일성이나 자아의 본질에 관한 물음의 제기로 바로 이끌어 간다. 순수 추론적 이론이 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마음과 자기에 의해 제기되는 문제들은 더욱 경험적이고 단련된 접근에 입각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3장은 명상을 다루고 있으며 이들 인생 문제에 어떻게 직접 개인적으로 관계를 이루어갈 것인가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제 4장은 1.2.3 장에서의 통찰을 정신요법에 응용하는 문제를 따져 보고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깨인 상태에서 생활하도록 도울 수 잇는 요법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만의 펜싱을 이루기 위해서 고심하던 때에 우연히 보게되었고, 내게 훈련방법론과 독자적인 펜싱체계를 세우는 데 핵심이 되는 근거를 제공해준 책이다.

근대올림픽의 시작과 함께 결투를 목적으로 하던 전통적인 펜싱은 스포츠화 되었고 전기심판기의 발명과 함께 심판기의 불을 켜기 위한 고도의 감각적 스포츠 경기 종목으로 탈바꿈하였다. 또 우리보다 월등한 조건과 환경을 가진 서구의 펜싱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다른 독특한 우리만의 것이 필요했다. 그것은 동양적인 것이었고 이 책은 내게 그런 동양적인 펜싱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특히 켄 윌버의 의식의 스펙트럼은 나에게 행동의 주체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인용문으로 옮겨 놓은 내용은 추천사, 머리말, 서론과 그리고 옮긴이의 말에서 발췌한 것이다. 18편의 논문의 내용은 일반적인 개념의 수준을 넘어 특수한 개념으로 정신치료와 정신요법에 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서 발췌하지 않았다.  다만 그내용들은 체험과 지적이해, 그리고 명상을 통한 고도의 정신집중에 관한 대가들의 논문이라는 것을 밝힌다.

충분한 이해와 체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아직도 어려운 논문이고 생각의 여지가 많은 논문들이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막연한 감각적 느낌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던 체험들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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