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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7일 01시 42분 등록

 

1부 저자에 대하여


겸손한 저자, 신영복:

 

나는 왜 저자를 겸손한 저자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그냥 내 느낌이 그러하다.

장자의 말처럼 나의 머리보다 내 가슴이 느끼는 저자의 느낌이다.

 

20년을 감옥에서 보낸 분이라면, 그것도 자신의 정의를 위해 그 긴 세월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분이라면 다소 과격한 사회 운동가로 변신할 법도 한데, 선생의 책 어느 곳에서도 그런 느낌은 받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긴 세월을 자신의 자아성장을 위한 약으로 삼으신 듯.

 

겸손하며 차분하신 분. 책에서 풍겨져 나오는 이미지다. 그 말씀 하나하나에 뜻이 있고 깊은 성찰이 담겨져 있어 가능하면 다음 세대들에게 당신의 소중한 깨달음을 일깨워주고 싶어하시는 것 또한 느낄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염려하는 마음 고스란히 담긴 책 <강의>. 당신 세대들이 땀흘려 근대화와 산업주의 시대를 열어 놓자, 우리 세대가 너무 쉽게 신자유주의라는 서구 패권주의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과연 이대로 서구 문명에 계속해서 우리의 정신까지도 내맡겨도 좋은건지, 이제쯤이면 우리 또한 사상의 자주성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내가 저자라면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3부 내가 저자라면


니체와 법가/유가 사상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것은 법가 사상이고, 통치를 이어가는 것은 유가 사상이다. , 무력으로 인간을 굴복시키고, 굴복시킨 인간을 제도와 규범으로 다스려간다. 정작 공자는 살아 생전, 낯빛이 바뀔 정도로 곤궁에 처한 적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상은 전국이 통일되자 장구한 세월, 통치 이념으로 자리잡는다.

 

어딘지 낯익은 개념이다. 다름 아닌 지난 주 니체가 말한 수동적으로 외부 권력의지에 의해 통제받던 인간들이 사회 규범이나 제도 속에 통합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기 시작한다는 사상의 현실 표출이라고나 할까.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니체의 사상이 법가와 유가라는 두 학파를 통해 드러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진정 인간은 사회적 규범과 제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걸까? 진정 무정부주의는 환상에 불과한 걸까? 이에 대해 니체는 자유주의자들의 최대 공포는 역시 전쟁이었다고 답하고 있다. 그만큼 인간이 일구는 사회에서 규범과 제도를 배제하고는 평화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될 터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보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일단 내가 보이지 않는 감옥에 구속되어 있음을 깨달은 후의 삶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음이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인간들이 만든 사회적 제도와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재까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첫째, 정신적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사랑에도 다양성이 존재하듯이 자유에도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생각되는데, 사회적 단계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에 있어선 정신적 자유가 먼저 일어나면 다음으로 물리적 자유가 뒤따르지 않을까 싶다 (신 영복 선생이 한 사회가 변화하려면 사상적 투쟁이 먼저 발생하고 사회적 변혁이 뒤따른다는 것과 같은 흐름이라 생각된다).

 

, 개인이나 사회나 변화하기 위해선 우선 정신 혹은 사상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내가 내 안에 갇히지 않는다면 내가 어디에 속해 있건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정신이 인도하는데로 자꾸 따르다 보면 어느 새 물리적 자유 또한 뒤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둘째, 인식의 틀 자체를 벗어나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다. , 동시대의 모든 사람이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총체적 사회적 규범은 인정하는 것이다 (이 때에도 난 작은 정부를 지지한다). 다만, 매 시간대마다 깨달음을 얻거나 진리에 가까워지는 영혼은 반드시 존재하였으니 나 또한 이번 생애를 통해 조금이라도 영혼 혹은 자아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여 가능하면 인간을 둘러싸고 있고 인식의 틀 자체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내 안의 나를 일깨워 끊임없이 나의 본성으로 돌아가 아무것에도 걸리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 것.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자연으로의 회귀 사상이 아닐런지…? 이제 노자와 장자를 불러내어 어떻게 해야 도와 합일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물어볼 차례인 것 같다.

 

니체와 노/장자 사상

지난 주 니체는 나로 하여금 오랜 세월 시달렸던 착한 아이 신드롬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니체는 마치 세상 끝 낭떠러지 절벽에서 사람을 밀쳐내는 힘을 지녔다고나 할까그러나 절벽 아래 세상은 편했다. 다만 좀 너무 허무해서 의욕이 약간 떨어졌다고나 할까.. 그런 나를 노자와 장자는 구름 위로 들어 올려 주었다.   

 

노자와 장자.

이들 역시 인간에게 가해지는 모든 인위적 제약에 반대한다. 심지어 제자백가 모든 사상과 대항하며, 거대 중국 역사에서 가장 큰 두 개의 사상축을 만들고 있다. 유가와 노자 사상. 유가의 사상이 철저히 통치 사상이라면 노자 사상은 철저히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피안의 세계를 논하고 있다.

 

소요유.

구름에 달 가듯, 바람결 따라 그냥 그렇게 흘러가면 되는 거다.

별 부스러기되어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말이다..

 

노자는 말이다, 개미 스스로는 자신들이 개미라 불리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건 그저 인간의 인식 세계가 만들어낸 명이었을 뿐. 근데 그게 인간의 의식 세계에 한정되어 있으니, 도의 세계에서 바라보면 허명의 세계일 뿐인 것을, 난 그렇게도 열심히 때론 박 정현이 되기 위해서 때론 Alysa J Park이 되기 위해서 애쓰고 또 애쓰며 살아왔다.

 

하지만 괜찮다.

그 지난한 시간들이 없었으면 오늘 내가 이 곳에 없었을 테니, 그 또한 지금 이곳까지 연결되기 위한 그물코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제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난 나의 인드라망을 볼 수 있었다.

니체에 의해 나를 옥죄고 있던 실체 없는 허상의 덫에서 풀려난 내가

노자와 장자에 의해 세속을 떠나 구름 위로 날아 올라

그 곳 밤하늘에 펼쳐진 나만의 인드라망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밤 하늘에 펼쳐진 별부스러기 나의 인드라망은

오색 찬란한 보석들로 빛나는 아름다운 그물망이었다.

 

재미있는 건 내가 나다와질수록 진실을 담은 관계와 일들이 점점 내 주변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며 나의 인드라망이 조금씩 더 뚜렷한 별 모양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구나..

도와 합일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거창한 일이 아닌 가장 단순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먼별이가 이미 깨어나지 않았나..

 

그 아이는 참 욕심이 없다.

사람도 일도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

그냥.. 가슴이 이끄는대로 그냥 살라고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아껴주라 한다.

그냥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기라 한다.

그러면 되는 거냐고 겁쟁이 수희향이 물어보니

그러면 되는 거라고 천진한 먼별이가 대답한다.

 

아무것도 억지할 필요 없다고 한다. 아무 것도.

각 자의 위치에서 그냥 사랑하고 그냥 즐겁게 일하고 그냥 웃으면 된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모든 것이 우주의 흐름에 맞춰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어 있단다.

 

분명 헤어질 때 먼별이가 손에 운명의 별조각을 쥐어 주었는데

꿈에서 깨고나니 없어졌다.

망연히 주위를 둘러보는 내게 먼별이가 속삭인다.

지구에선 인간들이 내뿜는 개념이란 인식의 파장으로 인해 그 별을 볼 수 없다고.

오직 영혼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먼별이의 까르륵 웃음소리가 별부스러기가 되어 흩날린다.

지구에서는 그걸 아침햇살이라 부른다..

IP *.202.11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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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09.11.17 14:41:34 *.11.176.203
ㅎㅎ 언니는 어찌 그리 애기 같으우?

또, 이 글을 읽으니 레이스 때의 언니글이 생각나. 엄마에게서 태어나던 아이... 왜 그런 얘기 있었잖우? 내가 감동먹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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